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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권 복귀를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건 정치에서의 품격과 신뢰감”이라며 “정치로 되돌아간다면 진중하고 무겁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제가 돌아가는 곳(정치권)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모처럼 국민이 저에게 신망을 보여준 그런 정치를 하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거취 얘기를 나눴던 부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2차 개각이 있던 올여름 무렵에 대통령이 ‘총리가 정부에서 더 일했으면 좋겠지만 생각이 어떠신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총선이고, 정부 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그 연세의 한국남자로서는 거의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진중하시고 배려가 많으시다”며 “한 번도 빼지 않고 (내게) ‘님’자를 붙여 부른다”라고 했다. 이 총리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치인에게는 조직 내 기반도 필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호소력 못지않게 필요하고, 후자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작은 조직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이 정치인 임무에 부합할까라는 의문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시대정신에 대해 ‘성장과 포용’을 제시하며 “그런 문제들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9일 “정치를 바꾸기 위해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한 ‘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유례없는 ‘초갈등 사회’라는 데 저도 동의한다”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정치 현주소가 한심하다’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주된 원인은 선거구제 개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국민의 말이 맞다”며 “개헌과 함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선거법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렬한 가운데 개헌론자로서의 소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개헌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단체 대표들이 19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문 의장이 최근 발의한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인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이른바 ‘1+1+α’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 1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동의서를 문 의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문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20분경 국회를 찾아온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것 같지만 새벽이 또 온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정치를 그만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 유족 측이 문 의장에게 “의장님을 뵙기까지 80년이 걸렸다”고 하자 문 의장은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 나라를 잃고 수모를 당한 것도 서러운데 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국가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자 측에서는 이주성 일제강제동원희생자유가족협동조합 이사장, 김봉시 전국일제피해자연합회 회장, 백장호 일제피해자연합회 대표 등 희생자 유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이 전날(18일) 대표발의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줄 것을 주문했다. 유족 측은 또 일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문 의장의 법안 통과를 강력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회가 규제 입법을 쏟아내듯 정부도 규제 양산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실 간부들에게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며 규제 개혁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전날(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중국은 사후 입법이라 우리보다 규제가 적다”며 “우리가 게임체인저(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인 4차 산업 혁명에서는 중국보다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규제 혁신 정책을 하고 있는데 왜 국민이 체감을 못 하느냐”고 반문하며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자는 또 “공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공직자들이 경제 주체들의 시각에서 행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또 입법부 수장을 지낸 뒤 행정부 2인자인 총리직에 오게 된 것을 두고 3권 분립 논란을 의식한 듯 “고심 끝에 총리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그동안 국가와 국민에게서 많은 은혜를 받았는데 지금 국내외 난제가 있고 내가 소용이 될 수 있다면 이런저런 격식을 넘어서 받아들이고 나서는 게 보은이라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18일에도 선거법 개정안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과 대안신당 대표들은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캡(상한선) 30석 적용’ △석패율제 도입 등을 담은 합의안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선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석패율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4+1 협의체 공조를 통한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선거법 합의 놓고 엎치락뒤치락 4+1 민주당을 제외한 3+1 협의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회동에서 연동형 캡 30석 등 선거법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회동 후 “우리 4당 대표는 확고한 공조로 선거제 개혁,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나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선거제 개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석패율제에 대해선 “우리나라 정치의 아주 큰 병폐인 지역 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3시간가량 이어진 민주당 의총에선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당초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원안과 달리 현재처럼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의 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 도입은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들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의원’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현재 47석보다 겨우 3석만 비례대표 의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상당수가 지역구 의원이나 출마자로 채워질 수 있다”며 “석패율제를 도입할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다. 석패율제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중진 의원 재선용에 그칠 수 있다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에 “석패율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며 “석패율제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한 것은 3+1 합의에 나온 석패율을 우린 못 받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단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총을 통해 협상 전권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말한 대로 중진 의원들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단서 조항을 단다면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석패율제 재고를 요청하자 합의했던 야3당과 대안신당은 발끈했다. 손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합의문이 사실상 우리의 최후통첩이었다”며 “민주당이 선거법을 안 받으면 검찰 개혁 법안 등 처리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안하무인으로 나오면 총리 인사청문회 등 다른 현안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민주당, 원포인트 국회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자유한국당과 4+1 협의체에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할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도 제안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야당 전체에 제안할 것”이라며 “회기 결정 안건을 두고 다툼이 있었기에 (본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협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법을 둘러싼 협상이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4+1 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본회의 개최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선거법 등을 놓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갖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일단 올해 안에 선거법은 안 하기로 약속하고 민생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동형 캡(cap) ::연동률을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 전체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캡’을 씌운다면 30석이 연동형으로 나눌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가 된다.:: 석패율제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2위 후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제하는 제도. 이를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중복 입후보를 허용할 수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며 이낙연 총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교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며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다”고 그간 노고를 치하했다. 2년 7개월 동안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0%를 넘는 지지율로 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당내 일각에서 총선 역할론이 나오고 있는 이 총리를 계속 내각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이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한 것도 이 총리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스스로 정치적 영역을 확장하길 기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차기 총리 발표 시점도 이 총리와 상의해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발표하며 이 총리를 예우하면서 ‘문재인의 사람’이라는 도장을 확실하게 찍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직후 제게 말씀해 주셨다”며 “대통령께서 ‘내일 직접 발표하겠다’는 말과 함께 ‘총리님도 이제 자기의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것이 경찰 용어로 ‘훈방(訓放·훈계하고 풀어줌)한다’는 표현”이라며 “국민과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고 화답했다.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당의 생각도 있어야 될 것이고, 후임 총리님의 임명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을 조금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 이 총리 측근 그룹에서는 “아직 당에서 이 총리의 역할에 대해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선 이 총리가 정세균 후보자 지명으로 자리가 빈 서울 종로에 나설지 아니면 비례대표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지원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 후보자 인사 청문 절차가 끝나기 전이라도 이 총리가 사퇴한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총리가 어디로 나서든 이해찬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당 관계자는 “이 총리가 총선 출마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 운동 등을 통해 자기 세력을 형성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하며 회의를 주재하고 이 총리는 유세장을 돌아다니며 당 얼굴 역할을 하면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 총리가 얼마나 자기 세력을 만드느냐가 향후 대선 가도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편 정 후보자 지명으로 집권 후반기를 위한 내각 개편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대통령은 언제든지 보낸다는 생각”이라며 총선용 개각 가능성을 내비쳤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문병기 기자}
국회가 갈수록 ‘선거법 블랙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는 군소 야당들과 결사반대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갈팡질팡하며 눈치작전만 이어갔다. 각 당의 힘겨루기 속에 시급한 내년도 예산부수법안과 200개 가까운 민생법안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치 보다 ‘자승자박’ 민주당 당초 ‘4+1’ 협의체는 여야 원내대표 3당 회동이 결렬되면 16일 선거법 등 합의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상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4+1 협의체는 이날도 상정은커녕 연동형 캡 30석과 석패율제 도입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4월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원안의 정신과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배수진을 쳤다.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원안에 대해서는 지역구 의석수 감소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원안 상정 시 자칫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물 건너갈 수 있다. 그만큼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 야당들과 한국당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은 ‘4+1’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원안을 상정해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전날부터 꺼내 들고 있는 ‘당 중진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라는 비판에 대해선 페이스북을 통해 “걱정하신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저는) 당당히 지역구민의 선택으로 승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4+1 합의안이 진전이 없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최우선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선거제 개정을 ‘미끼’로 4+1 협의체를 구성하려다가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부결되더라도 원안대로 상정하는 게 낫다”며 “내년 총선에서 공수처 설치 등 개혁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의 장벽을 뚫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협상 사실상 거부하며 거리로 나선 한국당 제1야당인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극단적인 대치만 이어가는 것도 국회 파행의 한 원인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시작으로 13일엔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민생법안 처리를 가로막으며 번번이 본회의 개최를 무산시켰다. 황교안 대표는 “여권 (4+1 협의체) 정당들이 의석 나눠먹기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욕심을 다 못 채우니 파투가 났다”며 “연동형 비례제는 정계 은퇴해야 마땅한 구태 정치인들의 연명 장치이자 노후 보장제도라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본회의 연기를 선언한 뒤 입장문을 통해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간데없고, 비토크라시(Vetocracy)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 라이벌이 아닌 에너미,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

여야가 공직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둘러싼 ‘선거법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급한 내년도 예산부수법안과 200개 가까운 민생법안들은 각 당의 힘겨루기에 인질로 붙잡힌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1’ 협의체와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를 명분으로 협상을 보이콧하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 등 군소야당들은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면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6일 두 차례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를 소집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불참하자 결국 본회의 연기를 선언했다. 문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간데없고, 비토크라시(Vetocracy)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 라이벌이 아닌 에너미,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 국회의장인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토로했다. 당초 ‘4+1’ 협의체는 이날 선거법 등 합의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동형 캡 30석과 석폐율을 둘러싼 이견을 좁혀지지 않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저희 당으로선 중진들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며 “이제 4월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원안의 정신과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석폐율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한 상황에서 사실상 협상 판을 깨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석패율제가 선거 개혁이 아니라 선거 개악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에서 낙선한 현역 의원을 ‘패자부활’시키는 제도에 불과한 만큼 전문가와 청년 등 정치신인의 진출할 기회가 줄어들고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4+1 협의체 내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이견도 커 공조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부결 가능성이 크더라도 정면돌파를 시도하자는 의견이 표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의 협상 카드를 밀고 ‘4+1’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원안을 상정해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신 심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걱정하신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며 “(저는) 당당히 지역구민의 선택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여권 정당들이 의석 나눠먹기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욕심을 다 못 채우니 파투가 났다”며 “연동형 비례제는 정계 은퇴해야 마땅한 구태 정치인들의 연명 장치이자 노후보장제도라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여당 하수인인 문 의장과 할 얘기가 없다. 사퇴촉구결의안을 내겠다”며 “여당은 임시국회 30일 회기 개최에 동의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당은 ‘4+1 협의체’가 파열음을 내는 틈을 타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에 물밑으로 선거제 개정안 원안 무기명 표결을 제안하며 이간질 전략에 나섰다. 여기에 기소권을 제한하는 등의 장치를 둔 힘 빠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을 함께 제안해 범여권의 분열을 노려보겠다는 계산이다. 여당과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원안이 상정된다면 당내에서 표결 참여를 설득하겠다”며 “의원들의 자유투표가 보장된다면 뭐 당연히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4+1’에 참여 중인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안이 부결될지 가결될지 모르겠으나 국회 내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표결 결과에 따르는 것이 민주적 절차에 맞다”며 “한국당이 이를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내건다면 더 큰 대의를 위해서라도 옳다”고 동조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4+1’ 협의체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중 선거법을 놓고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3당 간 합의는 물론이고 4+1 협의체도 협상판을 뒤엎으면서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 논의는 더 혼돈 속에 빠져들게 됐다.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려던 16일 본회의 개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15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의 이른바 4+1 협상에서 선거법 조정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자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중 30석만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연동형 캡)하는 방안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 것.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뒤 “조정안이 합의에 도달 못 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원안대로 표결에 응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 50% 연동률’의 원안을 상정할 경우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 통과가 어려운 점을 공략해 정의당 등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홍 수석대변인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을 가리켜) 대기업이 중소기업(정의당)을 후려친다는 발언은 매우 유감”이라며 “그 당 요구안은 자신들의 중진 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개혁 알박기 비슷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함께 개혁의 험난한 장도를 걸어온 파트너들과 성실하게 마지막 협상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성진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의 상정을 둘러싼 전면전을 하루 앞둔 15일 여야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며 명분 쌓기를 위한 여론전에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의장이 강권한 사흘간의 협상 시한이 끝나간다. 시한이 끝날 때까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지만 우리는 새로운 결단과 준비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며 “저잣거리 왈패들도 차마 하지 못할 한국당의 속 보이는 ‘합의 파괴’ 때문에 국회의 권위는 먹물을 뒤집어써야 했고, 여야 원내대표 합의는 ‘호떡집 뒤집개’ 취급을 받아야 했다”고 비난했다. 13일 본회의에 앞서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과 관련해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찬반 토론만 하기로 합의해 놓고 오후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것 등을 비판한 것이다. 반면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사나흘짜리 ‘쪼개기 국회’라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라며 “역대 어떤 전례도 없는 쪼개기 국회라는 꼼수를 버리고, 30일 (임시국회) 회기로 국회를 정상화하기를 바란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포기한다면 한국당은 협상할 뜻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선 “청와대와 여당의 입법청부업자로 전락했다”며 “지역구를 아들에게 세습 공천하고, 여당 국회의원으로 만들겠다는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여야 합의의 마지막 시한인 16일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회동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합의 불발 뒤 문 의장이 본회의를 개최하면 첫 안건인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을 놓고 격돌이 예상된다. 당장 문 의장의 필리버스터 허용 불가 방침에 대해 심 원내대표는 “문 의장이 국회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회기를 결정한다면 직권남용 등으로 형사고발하겠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국회에 문 의장 사퇴촉구결의안을 낼 것”이라고 반발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고야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범여권의 자중지란으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여야 ‘4+1’ 협의체 내 선거법 조정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거듭되는 개혁 후퇴”라며 맞받았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이끌어왔던 4+1 협의체가 사분오열되자 각자 당리당략과 ‘밥그릇 사수’에만 빠져 있다 정작 자유한국당과의 최종 협상안조차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4+1 협의체는 주말인 15일에도 13일 마련된 잠정 합의안을 토대로 원내대표급 협상을 진행했다. 최대 쟁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의 최대치(연동형 캡)였다. 이미 합의된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연동률 50%’ 안에서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30석만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은 연동형 캡 도입 반대 또는 35석까지 늘리는 안을 고수했다. 석패율제 적용 관련해서도 야3당은 전국 단위로 9석까지 늘리는 방안을 주장했다. 협상에 진척이 없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4+1 협의체 안에서 논의돼 왔던 선거법 협의 추진 중단을 돌연 선언했다. 4+1 협의체 합의가 어려우면 패스트트랙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표의 대표성 확대’라는 원안의 명분은 사라지고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치고 있는 협상 과정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의석수 비중이 줄어들 게 분명한 선거법 개정에 대해 끊임없이 양보를 요구하는 정의당 등 야3당의 전략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보다 (선거법 개정에 따른) 이해관계가 더 절박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정의당 등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도 “원칙적으로 강하게 하라”는 취지로 협상 중단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민주당은 이날 작심하고 4+1 협의체 내 다른 정치세력도 비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각 당이 지나치게 당리당략 차원에서 논의하고 일부 정당은 협의 파트너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존중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홍 대변인은 이어 정의당을 겨냥해 “그 정당의 ‘안’은 몇몇 중진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함께 일종의 ‘개혁 알박기’ 비슷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른 정당과의 이해관계에서 합의에 이르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을 겨냥해서도 “특정 지역의 지역구가 줄어서는 안 된다 등 여러 이유로 원안이 훼손되면서 당초 취지에서 후퇴했다. 중진들, 지역구에 도전하는 자기들 의원 구하기를 위한 석패율제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거듭되는 개혁 후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것을 ‘개혁 알박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맞섰다. 이어 “정의당에는 선거법 개정으로 보호해야 할 중진이 없다. 중진을 살린다는 게 어느 정당을 말하는지 몰라도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협상 중단을 선언했지만 4+1 협의체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많다. “협의의 문은 계속 열려 있다”(홍익표 수석대변인)는 것이다.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본희의 상정 가능성을 공언한 만큼 극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박성진 psjin@donga.com·황형준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13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중우선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10일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도 강행 처리를 예고하면서 여야 간 전면적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2일 “이제 민주당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고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했다”며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지만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아예 불참해 막판 타협도 사실상 무산됐다. 4+1 협의체는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을 도출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13일 오전까지 합의안을 만들어 오후 본회의에서 22개 예산부수법안을 통과시킨 뒤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할 예정이다. 합의안 도출이 불발되면 이날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4+1 협의체는 내년 총선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는 17일 선거법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임시국회를 16일까지 연 뒤 17일 다시 임시회를 소집한다는 것. 동일 안건에 대해 2차 필리버스터가 불가한 만큼 17일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선거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는 13일 오후부터 시작돼 16일 밤 12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14일 0시부터 6시간씩 72시간 동안 본회의장을 지킬 ‘의원 대기조’도 편성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은 선거법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우열 기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공기관장들의 총선 출마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 사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5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남원 출신인 이 사장은 남원-순창에서 16∼18대까지 3선을 지냈지만 19대 총선에서 낙마했고 20대 총선에선 경선에서 떨어졌다. 이 사장은 사장 재직 시절부터 당내 지역 공천 경선에 대비해 권리당원 모집 등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 의지를 보이는 공공기관장은 이 사장뿐만이 아니다. 초선 의원 출신의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전북 전주에서 출마하기 위해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재선 의원 출신의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도 지역구였던 서울 강북갑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도 출마설이 나온다. 이 사장은 “(총선 출마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나도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19, 20대 총선 당시 부산 남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두 차례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도 충북 청주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자리를 정치권 복귀를 위한 징검다리로 삼거나 ‘총선용 이력’으로 발판 삼을 생각을 하는 ‘낙하산 인사’들이 제대로 된 공공기관 개혁을 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위은지 기자}

정부와 국회가 내년도 예산을 512조 원짜리 초(超)슈퍼급으로 꾸린 것은 복지를 늘려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편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초 정부안에 없던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대거 포함됨에 따라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에 혈세가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야 의원들 지역구에 ‘예산 폭탄’ 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30일까지 이뤄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 및 소소위 심사에서 민원성 예산을 대거 밀어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도 예산은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 간 협상인 이른바 ‘소소위’ 협의가 중단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를 통해 수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수정안을 만들기 전부터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국가예산에 끼어든 정황이 많다. 한 국회 관계자는 “4+1 협의체에서는 각 당이 정책적으로 요구하는 감액 논의가 다수였다”며 “소소위 협상이 무산돼도 의원들이 필요로 하는 증액 예산은 이미 반영된 상태였던 셈”이라고 전했다. 여야 의원들이 각 당 예결위 간사를 통해 증액이 필요한 지역구 사업예산을 요구하면 각 당 간사들이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예산 반영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진 의원은 정부예산 편성 과정부터 기획재정부 출신 의원이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통해 입김을 가하기도 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예산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시킨 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로 증액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안은 7, 8월에 만들고 국회 심의는 그 후에 하니 타당성 조사가 끝나거나 사업성 여부에 변화가 생겨 예산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다”며 쪽지예산 해석을 경계했다. 소수 정당들이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4+1 협의체의 혜택을 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북 지역 의원이 많은 민주평화당은 당초 예결위 소위에 자기 당 의원이 배제되자 반발했지만 4+1 협의체를 통해 예산을 확보했다. 민주평화당은 “정부 예산안에 비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북 예산이 5327억 원 증액됐다”며 “전북도가 요구했으나 기재부와 국회 상임위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23건의 신규 사업도 237억 원에 반영됐다”고 홍보했다. ○ 건물 외관 꾸미기 등 불요불급한 사업 수두룩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에 예산이 늘어난 것 자체를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나 도로 정비 등 안전, 삶의 질과 밀접한 사업도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광지 조성, 건물 외관 꾸미기 공사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에 혈세가 투입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4+1 협의체 협상에 참여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는 정부안에 없던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 예산 7억2500만 원을 확보했다. 익산세계유산 탐방 거점센터 건립 사업비는 당초 정부안(45억7100만 원)보다 14억 원 늘었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정부안에 없던 고창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에 2억 원, 고창하수처리시설 증설 사업에 5억 원을 추가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의 목포 관련 예산 중에는 목포대 도서관 외부 미관 개선 공사 10억 원이 포함됐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에 3억 원, 두무소 생태탐방로 조성에 1억 원의 예산을 따냈다. 국회와 관련된 예산도 늘었다. 국회 본관 리모델링 예산이 23억 원, 국회 결혼식장으로 주로 쓰이는 사랑재 환경 개선 예산이 14억 원 추가됐다. 국회청사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구 교체비(1억7400만 원)와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지원비(3억1900만 원) 등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됐다.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의 예산 증가도 눈에 띈다. 오거돈 시장이 있는 부산에 지원되는 국비 예산은 전년보다 8100억 원(12.9%) 늘어 처음으로 7조 원을 돌파했다. 김경수 지사의 경남은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 명목으로 30억8700만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 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4+1(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 협의체’가 강행 처리한 내년도 예산에 여야 실세 의원의 지역구 예산이 대거 증액되거나 새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안 심의가 파행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여야 당 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쪽지’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민원성 예산을 나라 가계부에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가 11일 ‘2020년 예산’을 분석한 결과 유력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이 정부안에 비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늘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 지역교통안전환경개선 사업 예산은 정부안보다 5억1200만 원 늘어난 14억6200만 원으로 확정됐다. ‘날치기 예산’을 비판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 증액에 나섰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은 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구미∼군위 나들목 국도 건설에 20억 원,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 전량 처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의성 불법폐기물 행정대집행 비용 48억 원 등 약 10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4+1 협의체에 참여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의 지역구 예산도 정부안보다 증액됐다. 의원들의 ‘예산 확보’ 홍보도 이어졌다.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은 전남 목포 관련 국비 예산으로 정부안보다 1047억 원 많은 7924억 원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황형준 기자}

“효율적 회의 진행을 위해서 예산안부터 먼저 상정하겠다.” 10일 오후 8시 38분 국회 본회의장. 문희상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가 만든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하자 장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당의 강행 처리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하거나 의장 쪽으로 몰려나와 “아들 공천”, “대가 공천” 등을 외쳤다. 문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를 내년 총선에서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민주당 편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4+1은 세금도둑” “날치기” 등의 피켓을 들고 회의 진행을 막았지만 내년도 예산안 표결은 1분 30초 만에 속전속결로 가결됐다. ○ 한국당 “위헌·위법적인 날치기 예산 처리” 문 의장이 예산안 표결 처리 후 정회를 선포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남아 농성을 이어갔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 이종배 의원은 “이런 예산 처리 방식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며 “세금 도둑질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에게 편향되게 종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직권남용, 헌법위반 행위를 자행한 국무위원들도 마땅히 탄핵 대상”이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치 큰일 하는 양 출세에 어두워 책임을 진다고 했는데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4+1 협의체 수정안 통과가 좀 안타까운 면이 있긴 하다”면서도 “그동안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 때문에 (예산안 처리) 시간을 끌어와 놓고 이제 와서 날치기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 20여 명은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문 의장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의장실 입구를 막아선 채로 “당당하면 왜 숨느냐”, “부끄러운 줄 알라”며 한 시간가량 거세게 항의했고 야당 의원들의 거친 항의 속에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 문 의장은 병원으로 향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부의장 주재로 오후 10시 25분 본회의는 재개됐고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항의성 반대 토론이 이어졌다. ○ 與 “예산 심사 쇼” vs 野 “으름장 정치 그만하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여야는 예산안을 놓고 하루 종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여야는 이날 저녁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이며 정부 예산안을 1조6000억 원 규모로 순삭감하는 데까지 의견 차를 좁혔지만 결국 합의는 불발로 끝났다.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 심사가 조금 혹독하게 표현하면 ‘예산 심사 쇼’로 그쳤다. 하루 일정을 벌기 위한 알리바이 과정에 불과했다.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며 “합의해 놓고도 번복을 손바닥 뒤집기처럼 한다면 앞으로 여야 간 협상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고 강행 처리를 압박했다. 반면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여당은 4+1 협의체를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는 정치를 그만하라”며 “(민주당은) 4+1 협의체가 여러 당의 협치 테이블인 양 치장하지만 민주당의 2·3·4중대끼리 다당제 야당 전선의 밑그림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을 소집해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오후 3시 15분부터는 여야 3당 예결위 간사가 참여한 ‘7인 회동’이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회동에서 한국당 측 인사들은 “예산안 처리를 하루 이틀 뒤로 연기하더라도 제1야당과 합의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정기국회라는 데드라인을 지켜야 된다”며 4+1 협의체의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뜻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예정됐던 본회의 개최 시간도 오후 2시에서 오후 4시로, 오후 4시에서 다시 오후 8시로 줄줄이 연기됐다. 결국 시간 지연으로 이날 통과가 어려워질 듯하자 민주당은 결국 강행 처리를 택했다.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겸직 의원들도 총동원한 상태였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성휘·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협상에 복귀하면서 여야는 10일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밤샘 심사를 이어갔다.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1조2000억 원가량을 순삭감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한국당은 6조 원대의 순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 본회의 처리가 지연되거나 3당 원내대표 사이에 어렵사리 타협점을 찾은 ‘예산안 10일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한국당 이종배,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등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당 간사는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전해철 간사는 “민주당 입장에서 4+1을 다 무시하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간사 이종배 의원은 “4+1이라는 정체불명의 회의로 예산이 진행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점에서의 재논의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총선용 선심성 예산과 가짜 일자리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한국당이 요구한 감액 규모는 13조5000억 원이었지만 10조 원대로 삭감 요구를 줄였다”고 했다. 한국당은 여기에 3조∼4조 원대의 증액분을 반영해 6조 원대의 예산 순삭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당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싶으면 4+1에서 작성한 수정안을 내일(10일) 본회의에 상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지훈 기자}
여야가 정기국회 종료를 나흘 앞둔 6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를 놓고 다시 한번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렬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9,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및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간 막판 충돌이 예상된다. 문 의장은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 및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보류’ 합의를 시도했지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불참하며 무산됐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브리핑에서 “문 의장이 여야 합의를 기다려 왔지만 9일과 10일 본회의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본회의에 부의된 (패스트트랙) 안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의 합의대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9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임기가 종료된 나 원내대표와 합의를 시도한 것 자체가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원내대표 교체기일 때는 양해해 주는 게 정치적 도리 아닌가”라고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 기자}
“자유한국당에 최종 (9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만나서 합의안을 만들도록 강력히 요청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6일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이 불발되자 이같이 밝혔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국회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지 못한 만큼 이제 9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여야 협상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9일 본회의에서 한국당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 철회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본회의 상정 보류를 맞바꾸기 위한 물밑 협상을 이어갔지만 무산됐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이 불발된 데 대해 “다음 원내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책임 있게 합의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며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와 제안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원내대표 교체기에 제가 이걸 합의하고 가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9일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한국당 일각에서 협상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새 원내대표가 막판에 극적으로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가 9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민식이법’ 등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민생법안을 처리한 뒤 본격적으로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이) 끝내 협상과 합의를 위한 노력을 거부한다면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힘을 모아 멈춰 선 국회 가동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2시 본회의 소집을 위한 12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도 제출한 상태다. 한국당이 9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10일까지 이어간다면 1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의 합의대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 때까지 유효한 만큼 민주당은 11일부터 일주일씩 임시회를 잇달아 소집해 임시회 때마다 선거법부터 검찰 개혁 법안, 유치원 3법 등 순서대로 법안 1개씩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하루씩 임시회를 여는 ‘살라미’가 아니라 일주일씩 여는 ‘깍두기’ 전법”이라고 설명했다. 4+1 협의체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을 예산안 다음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염두에 두고 8일까지 선거법 합의안 도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최고야·황형준 기자}

“(보고서의 제목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입니다.”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 전 행정관(52)이 작성한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보고서를 처음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방송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홍 대변인은 A4용지 4장 분량의 보고서를 뒤적거리면서 “보고서가 3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에 대한 내용이 60% 정도”라고도 했다.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기존 해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홍 대변인이 검찰이 수사 중인 보고서를 선제적으로 공개했지만 문건 내용과 입수 경위 등을 놓고 의문점은 더 증폭되고 있다.○ “하명수사 내용 없다” vs “수사 지휘하느냐” 홍 대변인이 방송에서 공개한 보고서의 분량은 김 전 시장과 측근들이 지역 건설업체 사장과 유착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2장이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내용,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 관련 비리 내용이 각각 1장이다.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홍 대변인은 “(보고서에) 법률적 판단이나 수사를 유도하는 문구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청와대가 수사를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진화하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문 전 행정관이 제보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뒤에 추가한 내용 없이 윗분들이 보기 좋게 편집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변인도 청와대가 보고서를 통해 수사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홍 대변인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울산시청 안에서 떠돌던 내부 정보를 활용해 청와대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 내용을 줬을 뿐”이라는 송 부시장의 주장과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보고서 내용이 수사에 필요한 부분만을 간추렸다는 점에서 수사기관 종사자가 제보 내용을 정밀하게 점검한 결과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첩보보고서를 다수 작성한 경험이 있는 문 전 행정관이 내용을 보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4장 분량을 메시지 등으로 보내기엔 분량이 많고, 보고서가 상당히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업무 범위를 벗어난 야당 광역단체장에 대한 불법 사찰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경찰에 하명(下命) 수사가 내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 먼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별 내용이 없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만 보유한 보고서 유출 경로 논란 보고서의 입수 경로를 놓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홍 대변인은 입수 경로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홍 대변인은 “당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원본은 청와대와 검찰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방선거 이후인 지난해 12월 울산경찰청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송치받으면서 보고서 원본을 제출받았다. 청와대는 최근 검찰이 하명 수사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자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로 자체 감찰에 착수하면서 보고서를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니어서 기록물관리대장에 별도로 적지 않았고, 편철된 서류에서 저희가 다행히 찾아내 보고서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자체 감찰은 약 열흘 전에 진행된 것이다. 한 달 정도 전에 보고서를 입수했다는 홍 대변인의 주장을 사실로 보기엔 입수 경로가 불투명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와 첩보 문건을 이첩받은 경찰과 검찰을 제외하면 확보하기 어려운 보안 문건인 만큼 정상적인 경로로는 외부로 새어 나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성호 hsh0330@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