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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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문화 일반59%
환경3%
여행3%
문학/출판3%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17%
  • [단독]연간 예산 80억 들여 체임 기업에 노인 취업시킨 정부

    정부가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인 취업 우수사업체’로 선정한 기업 가운데 24%는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수사 또는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회가 선정한 노인 취업 우수사업체 25개 가운데 6개에 대해 임금·퇴직금 체불 등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신고가 접수됐다. 6개 업체는 노동부가 조사를 하고 있다. 노인 취업 우수사업체에 취업한 노인은 2015~2017년 3년간 7890명이다. 이 가운데 ‘체불 기업’으로 조사·수사를 받는 기업에서 일한 노인은 1417명(17.9%)이었다. 노인 취업 사업은 정부가 대한노인회에 위탁해 진행한다. 연 80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고, 올해는 87억7700만 원이다. 정부는 노인 취업을 포함한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에 최근 3년간 총 1조2847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처럼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정부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금 체불로 조사나 수사를 받고 있는 6개 업체는 올해도 노인 취업 사업 대상 업체로 지정됐다. 우수사업체로 선정되면 복지부장관상이나 대한노인회장상 등의 표창을 받고, 계속 노인취업 대상 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승희 의원은 “복지부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노인을 ‘체불기업’으로 보내는 등 관리 감독에는 소홀했다”며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을 관리하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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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수男-단속 경찰 연락처 1800만개 ‘골든벨’앱 만들어 판매

    성매매업소를 찾는 손님과 단속 경찰관 등의 연락처 1800만 개를 모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국의 성매매업주들에게 유료로 이용하게 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애인, 배우자의 성매매업소 출입 기록을 조회해준다’며 의뢰인에게서 돈을 받은 인터넷사이트 ‘유흥탐정’ 운영자 역시 이 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 풍속단속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성매매업소 고객 등의 개인정보를 거래하고 불법으로 이익을 챙긴 운영자 A 씨(35)와 자금관리책 B 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앱 개발 및 운영에 관여한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스마트폰 앱 ‘골든벨’을 만들어 성매매업소 손님, 단속 경찰관의 연락처를 수집했다.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전국의 성매매업소 2300여 곳의 업주에게 유료로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약 7억 원을 벌어들였다. 당초 이 앱은 성매매업주들이 단속 경찰관이나 악성 고객을 구별하기 위해 DB를 만든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A 씨 등은 DB를 토대로 골든벨을 개발해 성매매업주들에게 배포했다. 성매매업주들이 이를 내려받아 설치하면 성매매 예약을 위해 업주에게 전화를 건 손님과 단속 경찰관의 휴대전화 번호 등이 추가로 입력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DB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전국 성매매업소에서 고객의 출입 기록, 전화를 건 사람이 경찰인지 등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제출해야 골든벨의 회원이 될 수 있다. 회비는 월 15만 원이고 한 달이라도 입금이 되지 않으면 DB를 활용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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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친·남편 성매매 여부 알려준다” ‘유흥탐정’, 정보출처 보니…

    성매매업소를 찾는 손님과 단속 경찰관 등의 연락처 1800만 개를 모아 휴대전화 앱(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국의 성매매업자들에게 유료로 이용하게 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애인, 배우자의 성매매업소 출입 기록을 조회해준다’며 의뢰인에게서 돈을 받은 ‘유흥탐정’ 운영자 역시 이 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 풍속단속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성매매업소 고객 등의 개인정보를 거래하고 불법으로 이익을 챙긴 운영자 A 씨(35)와 자금관리책 B 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앱 개발 및 운영에 관여한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스마트폰 앱 ‘골든벨’을 만들어 성매매업소 손님, 단속 경찰관의 연락처를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전국의 성매매업소 2300여 곳의 업주에게 유료로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약 7억 원을 벌어들였다. 당초 이 앱은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단속 경찰관이나 악성 고객을 구별하기 위해 DB를 만든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A 씨 등은 DB를 토대로 골드벨을 개발해 성매매업주들에게 배포했다. 성매매업주들이 이를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성매매 예약을 위해 업주에게 전화를 건 손님과 단속 경찰관의 휴대전화 번호 등이 추가로 입력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DB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전국 성매매업소에서 고객의 출입 기록, 전화를 건 사람이 경찰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이 앱을 설치한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오면 기존 성매매업소 출입 기록, 경찰인지 여부가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들은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단속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예약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골든벨을 활용했다”면서 “이번에 적발된 것 외에 유사한 앱이 3, 4개 더 있다”고 말했다. 골든벨은 철저하게 성매매업소 업주들만 가입할 수 있도록 폐쇄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제출해야 골드벨의 회원이 될 수 있다. 회비는 월 15만 원이고, 한 달이라도 입금이 되지 않으면 DB를 활용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 ‘유흥탐정’ 운영자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추적 중이다. 경찰은 입건된 ‘유흥탐정’ 관계자 등에게 “골든벨을 이용해 성매매업소 손님 등의 연락처 DB를 수집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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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산행 다녀와 취업하겠다 했는데”

    아들은 산으로 떠나며 어머니에게 “마지막 산행”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렸지만 아들은 “엄마! 이번에 마지막으로 다녀와서 취업 준비할게요”라고 약속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불안했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산행을 무사히 다녀온 아들을 믿고 보내줬다. 하지만 그것이 어머니와 이재훈 대원(24)의 마지막 만남이 됐다. 이 대원의 모친 A 씨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늘 산이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해도 본인 손으로 돈을 모아 기어코 갔다”며 “이번에도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간다고 해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정대의 막내인 이 대원은 부산에서 부경대를 다니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는 데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서였다.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녀 부모에게 한 번도 손을 벌린 적이 없는 의젓한 아들이었다. 이런 아들을 황망히 떠나보낸 A 씨는 통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A 씨는 “100점짜리인 우리 아들, 이제 스물네 살밖에 안 됐는데…”라고 말하다 통곡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유영직 대원의 선배인 황모 씨(66)는 “어떤 매스컴에서도 각광받진 않았지만 ‘신항로’를 개척하는 데엔 최적의 인물이었다”며 “이번 원정대의 ‘숨은 실력자’가 바로 유영직”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창호 대장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유 대원을 원정대에 영입했다고 한다. 유 대원은 165cm의 왜소한 체격이지만 현장에 대한 적응력과 과감성 등이 뛰어났다고 산악인들은 전했다. 유 대원은 효심도 뛰어났다. 경남 합천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냈는데 일이 없는 날에는 늘 어머니를 돌봤다. 어머니가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해 유 대원이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또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우리에게 이번 원정대의 죽음은 가족이 죽은 것 이상의 슬픔”이라며 “특히 김창호 대장은 한국 산악계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김 대장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기도 했다. 변기태 한국산악회 부회장은 임일진 감독에 대해 “산을 정말로 좋아했던 사람”이라며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산에 대한 애정 하나로 갔던 사람이라 더 침통하다”고 토로했다. 정기범 한국산악회 회장은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에 대해 “회사 경영으로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도 신루트 개척을 격려하고자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김정훈 hun@donga.com·이지훈 기자}

    •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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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소 외부불씨 막는 ‘인화방지망’ 26년간 육안검사만 했다

    7일 화재가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는 1992년 건설된 이후 26년간 저장탱크에 외부 불씨 유입을 막아주는 인화방지망(flame screen)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화방지망보다 성능이 좋은 화염방지기(flame arrester)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고양저유소에는 탱크 외부 화재 감지 영상장비, 유증환기구 회수 장치 등 화재 방지 시설이 없었던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외부 불씨 유입을 막을 장치까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화재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유관공사의 저유소를 11년 주기로 개방점검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화재가 발생한 탱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은 육안으로만 청결 상태를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인화방지망은 구리로 된 얇은 금속망이다. 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려면 실제로 불을 붙여봐야 하는데 안전상의 문제로 가능하지 않다”며 “육안으로 청결 상태를 확인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기능을 점검하기 어렵다면 교체주기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소방산업기술원, 관할 소방서 등에 따르면 외부 개방 점검뿐 아니라 매년 실시하는 자체 점검에서도 인화방지망 교체 여부는 점검 항목에서 빠져 있다. 인화방지망의 통상적인 교체주기는 2년이다. 고양저유소가 준공된 1992년에 시행되던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인화성 액체를 취급하는 설비로부터 대기에 증기 또는 대기를 방출할 때’에는 화염방지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화재 당시 440만 L의 휘발유가 저장돼 있던 고양저유소의 저장탱크에는 인화방지망만 있었을 뿐 화염방지기는 없었다. 2003년 이 규정은 인화방지망을 설치한 경우 화염방지기 설치 의무는 없는 것으로 개정됐다. 고양저유소는 준공 이후 2003년까지 이 규정을 어긴 것이다. 화염방지기는 철사를 꼬거나 금속으로 된 구슬을 여러 번 겹쳐서 만든 두꺼운 금속망이다. 외부에서 화염이 유입되더라도 열기가 금속에 흡수돼 불길이 유증기에 붙지 않도록 차단한다. 인화방지망보다 화재 방지 효과가 훨씬 크고 가격도 비싸다. 고양저유소 외에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저유소 7곳도 대부분 1990년대 전후에 준공됐지만 화염방지기 설치 여부는 확실치 않다. 송유관공사 측은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유승훈 연합안전엔지니어링 이사는 “두 장치 모두 외부에서 불길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하지만 화염방지기의 방화 성능이 월등하다”며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대용량 저장소엔 화염방지기를 설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는 올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안전한국훈련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5월 18일 고양저유소에서 지진 발생 후 화재 진압, 손상 설비 복구 훈련을 했다. 장 의원은 “5개월 전 재난대비훈련을 했는데도 화재 사전 대응, 사후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재희 / 수원=이경진 기자}

    •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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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소 폭발까지 18분, 불난줄 몰라… 감지 영상장비 하나 없었다

      고양저유소에 풍등이 떨어져 잔디밭에 불이 붙은 뒤 저장탱크 화재가 발생하기까지 18분이 걸렸지만 그동안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발생 전날 저유소 인근에서 풍등 날리기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남성 A 씨(27)는 7일 오전 10시 32분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 떨어진 지름 40cm, 높이 60cm의 풍등을 발견하고 날려 보냈다. 이 풍등은 6일 오후 8시경 저유소에서 800m 떨어진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행사 중 날린 70여 개의 풍등 가운데 하나였다. 이 풍등은 바람을 타고 오전 10시 34분경 저유소 내 휘발유 저장탱크 근처 잔디밭에 떨어졌다. 이어 10시 36분경 잔디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유증환기구를 통해 불이 옮겨붙으면서 18분 뒤인 오전 10시 54분경 대형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화재를 통해 저유소 화재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유증환기구를 통해 불이 옮겨붙을 수 있을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지만 탱크 외부에는 화재를 감지하는 영상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7738만 L의 석유류가 보관돼 있는 이 저유소에 화재 당시 직원 6명이 있었지만 잔디에 붙은 불이 저장탱크 화재로 이어지기까지 18분 동안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전국 저유소 8곳에 화재 감지 영상장비 없어 저장탱크 주변 잔디에 불이 붙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해 저장탱크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저유소에 화재 감지를 위한 영상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9일 브리핑에서 “폭발한 탱크에는 외부에서 화재 발생을 감지하는 장치가 달려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유관공사 측은 “탱크 내부에 공간온도계가 설치돼 있어 화재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간온도계는 탱크 내부 온도가 80도를 넘으면 알람이 울리는 방식으로 화재 위험을 경고하는 장치다. 하지만 사고 당시 공간온도계는 화재를 감지하기 전 탱크 폭발로 파손돼 작동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불꽃감지기나 열화상카메라같이 탱크 외부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감지할 영상장비가 있어야 탱크로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저유소에 설치된)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장치는 불길이 일고 온도가 급작스럽게 올라가면 소용없다”면서 “화재 예방을 위해선 탱크 외부에 불꽃감지기나 열화상카메라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고양저유소 외에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다른 대형 저유소 7곳에도 화재 감지 영상장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화재 감지를 위한 영상장비를 설치할 의무는 없는 실정이다.○ “유증기 회수 장치 설치에 17억 원…효율 낮다” 탱크 내 유증기를 다시 액화시켜 화재 위험을 줄여주는 유증기 회수 장치도 8곳의 저유소에 모두 없다.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된 판교저유소도 마찬가지다. 이에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회수 장치를 설치하려면 저장탱크 하나당 약 17억 원이 필요한데 가격 대비 효율 때문에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안전기준에 맞췄으니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불꽃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영상장비가 없으면 당직자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고양저유소에는 46대의 CCTV가 있다. 통제실은 2인 1조로 근무하는데 CCTV만 보는 인력은 없고, 화재 당일에는 통제실에 1명만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통제실 근무자가 상시적으로 CCTV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근무 중에 CCTV를 확인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별도의 당직자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장탱크 주변 바닥을 잔디 대신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같은 불연성 물질로 깔았더라면 이번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송유관공사 측은 “다른 저유소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다”고 밝혔다.○ 8년 동안 저유소 인근서 풍등 날렸지만… 저유소에서 800m 떨어진 초등학교에서 6일 열린 1박 2일 캠프 참가자 150여 명은 풍등 70여 개를 날렸다. 이 행사는 2011년부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년째 열리고 있다. 화재 위험 물질인 풍등 관리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방기본법에는 관할 소방서장이 풍등 같은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것을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어기고 풍등을 날리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연법상 1000명 미만이 모이는 행사는 ‘재해 대처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 참가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소방당국은 누가 어디서 풍등을 날릴지 파악하기 어렵다. 인근 소방서 직원은 “풍등을 날리는 것은 신고 의무가 없어 미리 관리하거나 알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 / 고양=윤다빈 기자}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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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디밭 불났다고 저유소 폭발하다니… 전국 8곳 저유소 안전관리 우려 커져

    7일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 화재는 인근 잔디에 붙은 작은 불이 유증 환기구를 통해 저장탱크 내부로 옮겨붙은 게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저유소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할 유증기 회수 장치는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공사 측이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증기 회수 장치는 탱크 내에 있는 유증기를 다시 액체로 만들어서 유증기가 실외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유증기 회수 장치 설치 의무 규정 없어 저유소는 수백만 L의 유류를 저장하고 있어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휘발유 440만 L가 보관돼 있던 저장탱크에 소화액을 분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은 266만 L의 휘발유를 태우고 화재 발생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경 꺼졌다. 이번에는 저장탱크 1개에서만 화재가 발생했지만, 화재가 더 커졌다면 경기 북부 일대 유류 보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고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화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고양저유소에는 유증 환기구만 있고 유증기 회수 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아 외부에서 발생한 불씨가 환기구를 통해 저장탱크로 옮겨붙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주유소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 유증 환기구에 불이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수 장치를 함께 설치한다”며 “저유소 같은 대용량 유류 저장소에 회수 장치가 없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휘발유가 증발하면 유증기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회수해서 액화시켜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방법상 이 장치 설치에 대한 의무 조항은 없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유증기 제거 장치 설치 시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 대비 효율도 낮다”고 말했다○ 11년에 한 번만 정밀 안전점검 저유소에 대한 안전 점검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전문가가 저유소 유류탱크를 개방해 실시하는 정밀진단은 11년에 한 번씩 하도록 돼 있다. 안전점검은 송유관공사 측이 매년 1회 자체 검사를 해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는 게 거의 전부다. 사실상 ‘셀프 점검’에 의존해 화재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유소 8곳 가운데 저장용량이 가장 큰 판교저유소(약 3억1300만 L)는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있다. 국가중요시설은 적에 의해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되면 국가안보 및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을 뜻한다. 이에 따라 판교저유소는 정부 지침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점검을 받고, 민관군 합동훈련인 을지연습 때 화재 대비 훈련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고양저유소를 포함해 나머지 저유소 7곳은 저장 유량이 기준(1억5000만 L)에 미치지 못해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되지 않는다. 고양저유소는 2014년 이후로 외부 정밀 진단을 받지 않았다. 정태황 한서대 교수(항공보안시스템 전공)는 “저유소를 국가중요시설로 지정하는 기준을 낮춰 대부분의 저유소가 철저한 안전점검을 받도록 하거나, 현행 11년 단위의 외부 검사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공기 오염 심각하지 않아” 이번 화재로 저유소가 있는 경기 고양시 화전동 일대에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연기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순희 씨(64·여)는 “어제(7일) 하루 종일 목과 눈이 아프고 어지러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1km 떨어진 한국항공대는 사고 당일 기숙사 등에 “문과 창문을 닫으라”는 방송을 계속 내보냈고 일부 야외 체육 강의는 휴강했다. 하지만 실제 주변 공기 오염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기는 화재 발생 3시간 뒤 서울 마포구를 거쳐 6시간 뒤 경기 하남, 8시간 뒤 강원 횡성, 12시간 뒤 강원 강릉까지 이동했다. 연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서울 서대문구, 경기 양평 등의 대기측정소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나 이산화질소(NO₂) 농도는 화재 전후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하경 / 고양=윤다빈 기자}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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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건비 빼돌리고 용역보고서 베껴 낸 과기원 교수들

    울산과학기술원(UNIST) A 교수는 2012년 3월부터 5년간 학생 3명이 받아야 할 인건비 중 절반인 약 2469만 원을 ‘공동경비’ 명목으로 빼돌렸다. 이렇게 조성된 경비는 교수 개인 차량의 주유비와 주차권 구입비, 경조사비, 회식비 등으로 사용됐다. 이에 학교 측은 “4년 이상 학생 인건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점은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비위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허위로 참여 연구원을 등록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KAIST 소속 B 교수는 2013년 정부 부처의 정책용역과제 2개를 맡게 됐다. 각각 다른 과제였지만 B 교수는 같은 보고서를 중복 제출했고 이 사실은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KAIST 징계심의위원회는 B 교수를 ‘견책’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결국 자신의 보고서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자기 표절’을 한 B 교수는 경고만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가예산으로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각종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 KAIST와 UNIST의 일부 교수들이 연구비 부당사용, 연구윤리 위반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행태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통해 입수한 KAIST와 UNIST 교수 징계 내용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구비 부당사용과 연구윤리 위반 등 ‘모럴 해저드’ 행위로 징계를 받은 건수가 KAIST 12건, UNIST 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비 부당사용’으로 징계에 넘겨진 사례가 가장 많았다. 학생 인건비 약 3400만 원을 빼돌린 KAIST C 교수는 정직 6개월, 연구 장비를 구입하겠다며 1억 원가량을 선결제하는 방식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UNIST D 교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KAIST의 E 교수는 정부 과제를 수행하며 받은 연구원 인건비 900여만 원 가운데 일부를 직무 관련자에게 향응으로 제공해 6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다른 연구 과제를 중복으로 제출하거나 표절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윤리’를 훼손한 경우도 적발됐다. 정직 처분을 받은 UNIST F 교수는 8개 정부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존 보고서를 베껴 제출하고 연구 성과를 허위 보고했을 뿐 아니라 6700만 원 상당의 연구장비를 허위로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예산으로 개발한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사적 이익을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KAIST H 교수는 국가예산으로 개발한 기술을 자신이 1대 주주이자 사외이사로 재직한 회사에 제공해 회사 가치를 70배 가까이 상승시킨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노 의원은 “국립대 교원으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도덕 불감증이 만연하다”며 “학생 인건비 편취와 연구비 부당집행, 표절 등을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고 관용 없는 엄격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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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만원 자전거 망가져도 보상 막막”… 블랙박스 다는 라이딩족

    이모 씨(29)는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다 역주행하던 다른 자전거와 부딪쳤다. 몸이 풀숲으로 튕겨져 나갔고, 700만 원 상당의 자전거가 완파되는 큰 사고였다. 상대 자전거 운전자는 사고 책임을 부인했다가 뒤따라오던 지인 자전거에 달린 블랙박스에 역주행 장면이 찍힌 걸 보고서야 마지못해 과실을 인정했다. 이 씨는 수백만 원 상당의 배상금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얼마 뒤 60만여 원을 들여 자전거에 블랙박스용 카메라를 달았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인구’가 1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자전거 사고가 최근 3년간 하루 10건꼴로 발생하고 있다. 자전거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전국에서 126명에 이른다. 하지만 자전거는 사고가 나도 블랙박스를 달고 있는 자동차와 달리 객관적 증거가 거의 없어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다. ‘라이딩족(族)’ 사이에선 사고에 대비해 자전거에 블랙박스용 카메라를 다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5년 차 라이딩족 지모 씨(27)는 2014년 충돌 사고로 억울한 경험을 한 뒤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달았다. 당시 지 씨는 급하게 방향을 틀어 좌회전을 하던 상대와 부딪쳐 사고를 당했지만 책임 소재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지 씨는 전치 2주 진단이 나왔고 상대는 전치 4주가 나왔다는 이유로 지 씨가 합의금을 지불했다. 지 씨는 “사고 장면을 녹화한 영상이 없으면 책임을 가리기 어려워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상대가 부인하면 잘잘못을 가릴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블랙박스로 사고 과실을 입증하더라도 배상을 받기까지는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자영업자 양모 씨(41)는 올 3월 이촌 한강공원에서 역주행하던 공용 자전거 운전자와 부딪쳤다. 자전거에 설치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상대편 과실을 입증했으나 곧바로 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 800만 원을 호가하는 자전거가 상당 부분 파손돼 배상액이 500만 원으로 컸기 때문이다. 보험이 없었던 상대 운전자는 배상을 해줄 수 없다고 버텼고, 양 씨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890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타는 5년 차 라이딩족 조모 씨(28)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과 부딪쳤을 때 블랙박스로 과실을 입증하고도 거액의 배상금이 나오면 대부분 민사소송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가 늘면서 ‘자전거용 보험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민간 보험사들이 자신의 자전거 파손을 보전받을 수 있는 ‘자차 보험’ 상품을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가 지난해까지 관련 보험을 판매했지만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어렵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전거 보험이나 개인별 ‘일상생활 책임보험’이 있긴 하다. 그러나 운전자 본인이 아니라 피해를 본 상대방의 입원 치료비 일부만 보전받을 수 있다. 자전거 수리비는 배상 범위에서 빠져 있다. 고가의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뾰족한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설치, 보험 같은 사후 대책에 앞서 자전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택영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네덜란드, 일본에선 초등학교에서 ‘자전거 안전 수칙’ 등을 교육해 사고를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 급정거 같은 위협 운전이 잘못임을 알고 수(手)신호로 사고를 예방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자현 기자}

    •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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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조회수 3400만건… 정부-기업 제도 개선 이끌어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을 맞아 연재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가 17일자로 마무리됐다. 총 30회 연재된 기사의 포털 및 동아닷컴 조회수를 합하면 3400만 건에 달했다. 댓글도 5만 개 가까이 달려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전통적인 관혼상제를 비롯해 직장과 공공장소 등 일상 전반에 걸친 불합리한 관습과 예법을 바꿔나가자는 신예기 시리즈는 변화한 시대에 적합한 예법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줬다는 반응이 많았다. 직접적인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올 4월 신예기 4회에서 지적한 불평등한 친인척 호칭 문제는 여성가족부의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에 반영됐다. 정부는 양성 평등 관점에서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낮춰 부르는 관행을 고쳐 나갈 방침이다. 또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는 기업의 상조복지제도 문제를 지적한 신예기 2회 보도 이후 청와대 청원이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은 기존의 차별적 상조복지제도를 바꿨다. 친조부모상에만 휴가와 조의금·장례용품을 지원하던 롯데제과는 올 4월 외조부모상에도 친조부모상과 동일한 혜택을 주도록 제도를 고쳤다. 또 SK이노베이션과 현대중공업도 노사 간 임단협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개선할 방침이다. 본보 독자위원회 위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거시적 담론, 속보 경쟁에 치우친 기존 보도와 달리 누구나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쉽게 제기하지 못하는 일상의 문제들을 감각적으로 끌어낸 새로운 방식의 기사였다”고 평가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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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차례상에 전 올리지 마세요, 조상님은 안 드신다니까요”

    “추석을 어떻게 보내느냐고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차례도 지내지 않고…. 아버지 모시고 가족들이랑 근교로 나들이나 갈까 해요.” 19일 서울 경복궁 옆 카페에서 만난 이치억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컨텐츠연구소 연구원(42·사진)은 추석 계획을 묻자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연구원은 퇴계 이황의 17대 종손이다. 10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이황이 누군가? 조선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인물 아닌가. 그런 뼈대 있는 가문의 자손이 차례를 안 지낸다고? “추석엔 원래 차례를 지내는 게 아니에요. 추석은 성묘가 중심인데, 저희는 묘가 워낙 많아 일부는 (벌초) 대행을 맡겼어요. 그리고 성묘는 양력으로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묘사(墓祀)일’로 정해 그때 친지들이 모여요. 그러니 추석은 그냥 평범한 연휴나 다를 게 없죠.” 종갓집답지 않은 이 오붓한 추석은 십수 년 전 이 연구원의 부친이자 이황의 16대 종손인 이근필 옹(86)의 결단에서 시작됐다. “아버지는 무척 열린 분이세요. 예법을 그냥 답습하지 않고 그 의미가 뭔지 계속 고민하셨죠. 집안 어르신들도 변화를 거부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고요.” 퇴계 종가의 제사상은 단출하기로도 유명하다. ‘간소하게 차리라’는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 때문이다. 한 때는 1년에 20번 가까이 제사를 지냈지만 현재는 그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만약 집안 어른이 자손들에게 조선시대의 제사 형식을 고수하라고 한다면 그 제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자손들이 등을 돌려 아예 없어지고 말 거에요. 예(禮)란 언어와 같아서 사람들과 소통하면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고 말죠. 시대와 정서에 맞는 변화가 필요해요.” 제사가 있을 때는 이 연구원도 부엌에 들어간다. “음식 만들기엔 소질이 없지만 설거지는 제가 해요(웃음).” 할아버지, 할머니는 설거지를 하는 증손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단 한번도 뭐라 한 적이 없었다. “원래 예에는 원형(原型)이 없어요. 처음부터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마음을 따라 하다보니 어떤 시점에 정형화된 것이죠. 우리가 전통이라고 믿는 제사도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정형화된 것인데 그게 원형이라며 따를 필요는 없다고 봐요. 형식보다 중요한 건 예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에요.” 그는 “우린 평소 조상을 너무 잊고 산다”며 “명절만이라도 ‘나’라는 한 사람의 뿌리인 조상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내도 남편도 힘든 명절은 그만…“과일-송편으로 충분” ▼‘하아! 이 망할 놈의 유교 같으니라고….’ 이 땅 위의 한국인들은 추석 때마다 마음 한 켠으로 조그맣게 이런 말을 읊조렸을지 모른다. 몇 시간 동안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도착한 선산에서 윙윙대는 벌들과 싸워가며 예초기를 밀 때, 언제나 친정은 뒷전으로 하고 시댁부터 찾아가 추석의 하이라이트를 보내야 할 때,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조상님을 위해 환갑이 넘어서까지 차례상을 차려야 할 때, 이들은 생각한다. ‘유교 때문에 내가 죽겠다….’ 초등학생인 시동생을 ‘도련님~’하고 불러야 하는 며느리는 마치 몸종이 된 기분이 든다. 추석이 끝난 뒤 분노를 쏟아내는 아내를 보는 남편들도 생각한다. ‘어머니, 왜 저를 유교 문화권에 낳으셨나요….’ 하지만 유교전문가들은 억울하다. 한국인에게 유교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현실이. 사실 조상님들의 ‘본심’은 그게 아닌데 본 뜻을 살리지 못한 잘못된 예법이 중구난방으로 전해져 마치 무조건 따라야 할 형식처럼 돼 버렸단 것이다. 조상을 공경하며 가족 모두 화목한 추석이 되기 위한 우리의 예(禮)는 무엇일까.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을 맞아 진행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 시리즈 속에서 답을 찾아봤다. ▽추석 차례, 안 지내도 그만=본래 유교에서는 기제사(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만 지낼 뿐 명절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차례상 문화는 명절 날 자손들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죄송해 조상께도 음식을 올리면서 생겼다. 여기에 조선 후기 너도 나도 양반 경쟁을 벌이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것. 집안 전통상 차례 지내기가 관례라면 과일과 송편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전 부치다 싸우면 바보=명절 기간 최고로 힘든 노동 중 하나는 ‘전 부치기’다. 보통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유교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잘못 전해진 예법의 대표적 예다. “제발 제사상에 전 좀 올리지 마세요. 유교에서는 제사상에 기름 쓰는 음식 안 올려요. 그건 절(사찰)법이라고요. 전 부치다 이혼한다는 데, 조상님은 전 안 드신다니까요.”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제사상 과일 위치, 집집마다 달라요=제사상을 차릴 때 흔히 ‘홍동백서(붉은색 음식은 동쪽, 흰색 음식은 서쪽에 놓음)’라는 말을 쓰지만 이는 정해진 게 아니다. 예서에는 ‘과일’이라고만 나와 있을 뿐 과일의 종류나 놓는 위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제사상 차림은 가가례(家家禮·각 집안마다의 예법)에 따르면 된다. ▽장남 혼자 제사 책임? 오해에요=장남만 제사를 지내야 한다거나, 음식은 한 집이 책임져야 한다거나, 여자는 음식만 만들 뿐 제사상에 절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 모두 잘못 전해진 관념이다. 과거 조상들은 형제마다 각자 음식을 준비해오거나 제사 일부를 나눠 맡는 ‘분할봉사’를 했다. 종갓집에서는 지금도 제사 때 반드시 두 번째 술잔을 맏며느리에게 올리게 해 여성의 존재를 존중한다. ▽명절 때 방문 순서 번갈아 가면 어때요=직장인 신재민 씨(39)는 “결혼 초 명절 때마다 늘 우리집(시댁)부터 먼저 가는 관행 때문에 아내 불만이 많았다”며 “몇 년 전부터 한 해씩 친정과 번갈아 먼저 가기로 했는데 서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가 중 자녀가 한 명 뿐이거나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 등 좀 더 외로운 부모 쪽을 먼저 찾아 배려하는 것도 좋다. ▽임신부·난임부부 각별히 배려해야=추석 때 만난 친지 가운데 임신부 혹은 난임부부 등 특별한 상황의 가족이 있다면 말과 행동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임신부의 배를 함부로 만지거나 ‘딸이 최고’ 혹은 ‘아들이 최고’ 등 왈가왈부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자꾸 출산 계획을 묻거나 ‘불임엔 뭐가 좋다더라’ 식의 조언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명절 때 가족여행, 서로 배려해야=만약 추석 연휴에 부모님·친지 등과 가족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여행 중 서로에게 ‘고맙다’ ‘수고한다’ ‘즐겁다’는 말을 많이 하면 좋다.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고 젊은 부부만 관광을 다닌다거나 ‘이 코스 누가 짰냐’, ‘음식이 별로다’, ‘애 엄마 수영복이 그게 뭐냐’ 같은 말이 오가면 좋자고 간 여행에서 기분만 상할 수 있다. 나이에 따른 각자의 체력과 취향을 고려해 움직이는 센스도 필요하다. 유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명절이든 제사든, 조상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것은 ‘공경의 마음’과 ‘자손들의 화목’이라는 것이다.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은 “조상들은 제사나 차례에서 ‘많이’ 준비하는 것보다 ‘마음과 정성’을 중요하게 여겼다”며 “우물물만 떠놔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게 진짜다”고 말했다. 놀러가서 차례를 지내든, 해외에서 지내든 이번 추석엔 예의 본질을 잊지 말자. 유교에서 ‘숭조돈종(조상을 숭상하고 일가가 돈독하게 지내는 것)’은 떼어놓을 수 없는 ‘세트메뉴’다. ▼ 독자들의 가장 많은 호응 얻은 ‘신예기’ 시리즈는?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을 맞아 연재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가 17일자로 마무리됐다. 총 30회 연재된 기사의 온라인 조회수를 합하면 3400만 건에 달했다. 댓글도 5만 개 가까이 달려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전통적인 관혼상제를 비롯해 직장과 공공장소 등 일상 전반에 걸친 불합리한 관습과 예법을 바꿔나가자는 신예기 시리즈는 변화한 시대에 적합한 예법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줬다는 반응이 많았다.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여름철 복장 예절(21회· 조회수 422만 회)을 비롯해 △휴가철 숙박업소 이용 예절 △교사와 학부모 간 카톡 예절 △차례상 등 제사 예법 △친·외가 간 차별적 상조제도 등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직접적인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올 4월 신예기 4회에서 지적한 불평등한 친인척 호칭 문제는 여성가족부의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에 반영됐다. 정부는 양성 평등 관점에서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낮춰 부르는 관행을 고쳐 나갈 방침이다. 또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는 기업의 상조 복지 제도 문제를 지적한 신예기 2회 보도 이후 청와대 청원이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은 기존의 차별적 상조복지 제도를 바꿨다. 친조부모 상에만 휴가와 조의금·장례용품을 지원하던 롯데제과는 올 4월 외조부모상도 친조부모상과 동일한 혜택을 주도록 제도를 고쳤다. 또 SK이노베이션과 현대중공업도 노사간 임단협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개선할 방침이다. 본보 독자위원회 위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거시적 담론, 속보 경쟁에 치우친 기존 보도와 달리 누구나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쉽게 문제 제기하지 못하는 일상의 문제들을 감각적으로 끌어낸 새로운 방식의 기사였다”고 평가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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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미나 간다며 해외관광… ‘가짜 학회’ 출장에 나랏돈 6억 샜다

    한국연구재단(연구재단)이 해외의 ‘가짜 학술대회’에 참석한 국내 대학과 기관 소속 연구자들에게 출장비 명목으로 2015년 이후 5억8700여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국가 예산으로 학술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재단이 해외에 난립하는 학술대회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사업을 발주한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가짜 학술대회에 발표한 자료를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등 사업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늘어나는 가짜 학술대회 해외 출장 연구재단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가 개최한 학술대회에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석한 연구자가 265명에 달했다. 이들이 지급받은 출장비용은 총 5억8742만 원이었다. ‘와셋’은 전 세계 각지에서 과학 공학 인문사회학 등의 학술대회를 여는 기관이고, 인도에 주소지를 둔 ‘오믹스’는 의학 생명과학 공학 등 분야의 학술지를 발간하면서 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두 기관에서 주관·발간하는 학술대회나 학술지가 ‘가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참가비만 내면 별다른 심사과정 없이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주거나 논문을 발간해준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NDR 취재진이 논문작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든 허위논문을 와셋 주최 학회에 제출했더니 ‘최우수발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오믹스는 지난해 ‘심사 행태, 출판 수수료, 편집위원회 성격’에 대해 학자들을 속인 혐의로 미국 법원이 허위정보 게재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런데도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학뿐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자들도 가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예산을 타냈다. 연구재단 자료에 따르면 ‘와셋’ 관련 출장비를 가장 많이 타낸 곳은 강릉원주대(5907만 원)로 참가자가 32명에 달했다. 이어 경북대(3217만 원), 전북대(2859만 원), 서울대(2523만 원), 성균관대(2356만 원), 연세대(2221만 원) 순이었다. ‘오믹스’ 관련 해외출장비로는 총 4416만 원이 지원됐으며 삼성서울병원(650만 원)과 KAIST(440만 원), 고려대(296만 원) 등이 지원을 받았다. 연구자들이 이들 학회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간 지역은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대부분 해외 유명 도시였다. 출장비 지원액은 2015, 2016년 각각 9000만 원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2억4000만 원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참가자 수도 40명에서 2017년 105명, 올해는 상반기에만 62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국가 R&D예산으로 부실학회를 다녀와도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감독하기 어렵다"며 "학술대회 참석 현황을 정보공개 대상 공공정보로 지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여 연구활동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유성 관광” 교육부는 연구자가 국비 지원을 받아 참가한 국내외 학술대회에 대해 지난달 초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와셋, 오믹스 외에도 국내외 부실학회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재단 측은 “부실학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있지 않았다”며 “조사를 통해 부적정한 집행으로 판정되면 연구사업 참여 제재, 연구비 환수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학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와셋, 오믹스는 완전 엉터리로 학술활동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가짜 학술지로 학계를 오염시킨 주범”이라며 “가짜 학회 참여 명목으로 국비를 받아 사실상 외유성 관광을 하는 악습이 제자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대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가짜 학회라는 걸 몰랐다면 학자 스스로 연구윤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므로 도의적으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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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 속옷 - 30년 양복… 기부품일까요 폐품일까요

    ■ 기증하는 중고품은 친한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세요기부는 사랑입니다. 그 형태가 돈이든, 물건이든, 재능이든, 내가 가진 걸 나눠 남을 도우려는 마음은 아름답죠. 하지만 제가 일하는 곳에서 마주하는 기부의 현실은 종종 실망스럽습니다. 어디서 일하냐고요? 전 기부물품으로 들어온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작업장에서 일해요. 쓸 수 있는 물건을 남과 나누고, 재활용으로 환경도 보호한다는 점에서 물품 기부는 계속 늘어납니다. 문제는 들어오는 물건 중 반 이상은 사실상 ‘쓰레기’에 가깝다는 점이에요. 오늘도 입던 속옷을 빨지도 않고 보낸 분부터 구멍 난 양말, 색 바랜 수건, 학원 이름이 적힌 태권도 도복을 보낸 분까지 있네요. 도시락통을 여니 썩은 음식물이 들어 있고 텀블러엔 음료 자국이 그대로고요. 분류작업을 하다 기증된 옷 속에 딸려온 커터 칼에 손이 베인 적도 있어요. 이 정도면 기부물품이라기보다는 폐품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중고품을 기증할 때 뭘 보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내 친한 친구에게 주는 물건’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기부의 예절이 자리 잡으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재활용 문화가 발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 “어려운 아이 도왔다” 사진까지 공개하는 ‘후원 갑질’ 이제 그만 기부물품이 담긴 상자를 여니 30년 전에나 팔렸을 법한 펑퍼짐한 은갈치색 정장 한 벌이 나타났다. 목 부분에 색조 화장품이 묻은 흰색 맨투맨 티셔츠, 소변 자국 때문인지 사타구니 부분이 노랗게 변한 남색바지도 나왔다. 아…. 이걸 어떻게 다시 쓸 수 있겠나. 안타깝게도 쓰레기로 분류되는 기증품만 자꾸 쌓여갔다. 지난달 30일 본보 기자가 서울 성동구의 재사용작업장 의류분류장을 찾아 직접 기증 의류를 분류해봤다. 10년 전에 비해 국내 기부문화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지만 그 질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날 들어온 의류는 2만 점 이상. 하지만 10점 중 7점 이상이 ‘폐기물’로 실려 나갔다. 물건 재사용을 통해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아름다운 가게’에는 지난해 2200만 점의 중고기부물품이 들어왔다. 3년 전에 비해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물건을 보내온 기증자 수는 더욱 빠르게 늘어 지난해 기준 46만 명을 넘어섰다. 3년 전에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물품을 기부하면 기부영수증을 받을 수 있고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보니 폭발적으로 기증이 늘었단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쓸모없는 물건이 태반이다 보니 폐기율은 3년 전 45∼55%에서 최근 70%까지 늘어난 상태다. 권태경 아름다운가게 되살림팀 간사는 “한 번만 씻거나 세탁해서 보냈으면 쓸 수 있는 물건들이 참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물건이 버려지는 형편”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헌옷 수거함’도 최근 쓰레기통처럼 전락해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려가 부족한 기부는 물품 기부에서만 관찰되는 게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금전이나 재능을 기부할 때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무심한 경우가 많다. 올해 초 학교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린 초등학생 A 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 군을 후원하는 지역의 한 독지가가 지역 인터넷에 김 군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A 군 친구들 사이에 그가 ‘후원 아동’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독지가는 김 군이 조손 가정에 이르게 된 개인사는 물론이고 얼굴과 학교, 이름까지 그대로 노출했다. A 군을 담당하는 복지사는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해 친구들에게 ‘후원 아동’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후원자들이 자신의 후원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걸 노출하면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나는 기부자’라는 기분에 도취돼 자칫 기부를 받는 이들의 자존감에 오히려 상처를 주는, 이른바 ‘기부 갑질’을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부자뿐 아니라 기부를 받는 자선단체도 올바른 기부문화를 위한 ‘기부예절’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소위 ‘빈곤 포르노’라 부르는, 빈곤이나 질병으로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등장시켜 경쟁적으로 후원금을 얻어내는 광고 방식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지모 씨(36)는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가로막고 ‘스티커 붙여주세요’를 외치며 기부단체 홍보를 하는 것도 불편한 기부문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상욱 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장은 “기부 물품 분류·판매를 발달장애인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기부 그 자체가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셈”이라며 “기부자들이 직접 매장에 와 현장을 보면 기쁨도 커지고 더 좋은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위은지 wizi@donga.com·이지훈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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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학력-기혼 여성도 “NO” 못외쳤다

    “명문대 나온 당신은 머리 좋은 조사관인데, 날카롭게 항의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상사로부터 8개월간 성추행을 당한 P 씨(36·여)가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게 들은 말이다. “머리도 좋은 편일 텐데 성추행 당했을 때 기록이나 메모를 안 남겼느냐” “처음부터 문제제기를 않고 몇 달 동안 왜 참은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분명 ‘질문’이었지만 그에겐 ‘질책’처럼 들렸다. P 씨는 고학력 여성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2014년 2월부터 8개월간 직속 상사의 괴롭힘이 이어졌다. 그러나 P 씨는 항의하지 못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가해자는 직장 내에서 지위 등이 자신보다 우월한 상사였기 때문이다. P 씨는 “가해자는 나보다 더 학력이 높고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 그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니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하며 8개월간 참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고학력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폭넓게 인정하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3)처럼 학력이 높고 장애가 없는 성인이 위력에 굴복해 성폭력 피해를 반복적으로 당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논리는 성폭력 피해자의 상담 사례나 통계와는 큰 차이가 있다. 피해자의 나이, 학력, 결혼 여부를 불문하고 성폭력은 무작위로 발생했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실시한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 피해자 중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40.3%였다. 미혼(23.6%) 피해자보다 기혼(67.3%)이 많았다. 장애가 있는 사례는 1.3%로 대부분 장애가 없었다. 학력이나 지위가 낮은 약자(弱者)가 성범죄에 취약할 거라는 사회적 통념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고학력자가 왜 저항하지 못했느냐고 묻는 건 상하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저항하라” “증거를 남겨라” 같은 조언들은 실제 상황에선 무력하게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계에 종사하는 K 씨(52·여) 역시 4년 전 술자리에서 선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을 때 아무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K 씨는 “불쾌감과 모욕감이 밀려오지만 당시 나는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더욱 끔찍했다. 성추행을 하는 선배의 손을 아무도 보지 못하길 속으로 기도했다”고 했다. 남성 역시 직장 내 서열에서 발생하는 위력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 3년 차 사원인 Q 씨(28)는 지난해 7월 15년 먼저 입사한 여자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자정 넘어 업무가 끝나자 선배는 Q 씨에게 “단둘이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했다. 선배는 웃옷을 벗고 Q 씨를 끌어안는 등 2시간 넘게 추행을 계속했다. Q 씨는 “(피해 상황에서) ‘성폭력을 당하면 항의하라’는 정언 따윈 생각나지도 않았다. 피해 다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 성폭력피해 상담 전문가는 “고학력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는 상대적으로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강자(强者)다.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 속에서 강자가 휘두르는 위력에 굴복하지 않을 피해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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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멍난 양말, 빨지않은 속옷도 기부…친구에게 줄 수 있나요?

    기부는 사랑입니다. 그 형태가 돈이든, 물건이든, 재능이든, 내가 가진 걸 나눠 남을 도우려는 마음은 아름답죠. 하지만 제가 일하는 곳에서 마주하는 기부의 현실은 종종 실망스럽습니다. 어디서 일하냐고요? 전 기부물품으로 들어온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작업장에서 일해요. 쓸 수 있는 물건을 남과 나누고, 재활용으로 환경도 보호한단 점에서 물품 기부는 계속 늘어납니다. 문제는 들어오는 물건 중 반 이상은 사실상 ‘쓰레기’에 가깝다는 점이에요. 오늘도 입던 속옷을 빨지도 않고 보낸 분부터 구멍 난 양말, 색 바랜 수건, 학원 이름이 적힌 태권도 도복을 보낸 분까지 있네요. 도시락통을 여니 썩은 음식물이 들어있고 텀블러엔 음료 자국이 그대로고요. 분류작업을 하다 기증된 옷 속에 딸려온 커터 칼에 손이 베인 적도 있어요. 이 정도면 기부물품이라기보다는 폐품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중고품을 기증할 때 뭘 보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내 친한 친구에게 주는 물건’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기부의 예절이 자리 잡으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재활용 문화가 발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기부물품이 담긴 상자를 여니 30년 전에나 팔렸을 법한 펑퍼짐한 은갈치색 정장 한 벌이 나타났다. 목 부분에 색조 화장품이 묻은 흰색 맨투맨 티셔츠, 소변자국 때문인지 사타구니 부분이 노랗게 변한 남색바지도 나왔다. 아…. 이걸 어떻게 다시 쓸수 있겠나. 안타깝게도 쓰레기로 분류되는 기증품만 자꾸 쌓여갔다. 지난달 30일 본보 기자가 서울 성동구의 재사용작업장 의류분류장을 찾아 직접 기증 의류를 분류해봤다. 10년 전에 비해 국내 기부문화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지만 그 질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날 들어온 의류는 약 2만 점 이상. 하지만 10점 중 7점 이상이 ‘폐기물’로 실려 나갔다. 물건 재사용을 통해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아름다운 가게’에는 지난해 2200만점의 중고기부물품이 들어왔다. 3년 전에 비해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물건을 보내온 기증자 수는 더욱 빠르게 늘어 지난해 기준 46만 명을 넘어섰다. 3년 전에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물품을 기부하면 기부영수증을 받을 수 있고 소득공제가 가능하다보니 폭발적으로 기증이 늘었단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쓸모없는 물건이 태반이다 보니 폐기율은 3년 전 45~55%에서 최근 70%까지 늘어난 상태다. 권태경 아름다운가게 되살림팀 간사는 “한 번만 씻거나 세탁해서 보냈으면 쓸 수 있는 물건들이 참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많은 물건이 버려지는 형편”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 한 구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헌옷 수거함’도 최근 쓰레기통처럼 전락해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려가 부족한 기부는 물품 기부에서만 관찰되는 게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금전이나 재능을 기부할 때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무심한 경우가 많다. 올 초 학교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린 초등학생 A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군을 후원하는 지역의 한 독지가가 지역 인터넷에 김 군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A군 친구들 사이에 그가 ‘후원 아동’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독지가는 김 군이 조손 가정에 이르게 된 개인사는 물론 얼굴과 학교, 이름까지 그대로 노출했다. A군을 담당하는 복지사는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해 친구들에게 ‘후원 아동’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후원자들이 자신의 후원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걸 노출하면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나는 기부자’라는 기분에 도취돼 자칫 기부를 받는 이들의 자존감에 오히려 상처를 주는, 이른바 ‘기부 갑질’을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부자 뿐 아니라 기부를 받는 자선단체도 올바른 기부문화를 위한 ‘기부예절’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소위 ‘빈곤 포르노’라 부르는, 빈곤이나 질병으로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등장시켜 경쟁적으로 후원금을 얻어내는 광고방식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지모(36)씨는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가로막고 ‘스티커 붙여주세요’를 외치며 기부단체 홍보를 하는 것도 불편한 기부문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아란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은 “선진국 수준으로 기부문화가 끌어올려지려면 기부를 하는 이나 받는 이 모두 기부의 예절을 고민해야 한다”며 “나의 기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갈지 고민하고 소통하는 것까지가 기부의 일부”라고 말했다. 한상욱 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장은 “기부 물품 분류·판매를 발달장애인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기부 그 자체가 장애인들의 일자리창출에 기여하는 셈”이라며 “기부자들이 직접 매장에 와 현장을 보면 기쁨도 커지고 더 좋은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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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 비웃듯… 외제차 몰며 양육비 안주는 ‘못된 아빠들’

    한모 씨(43·여)의 전남편은 1년 8개월째 연락두절 상태다. 전남편의 외도로 두 사람은 재판 이혼을 했다. 2016년 12월 법원은 한 씨에게 아들의 양육권을 인정하며 전남편에게 “아이가 성인이 되는 2028년까지 매달 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전남편은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차량 등의 명의는 바꿨다. 거주불명 상태의 전남편을 찾기 위해 경찰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 요청도 했지만 “범죄자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버는 한 씨는 홀로 11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한 씨는 “이번 달에는 카드 현금서비스도 받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양육비 소송을 하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을 받은 뒤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들이 많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중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이들은 83%가 넘는다. 양육비를 지급하는 사람이 여성인 경우도 극소수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남자다. 김도현 변호사는 “양육비 소송을 청구하는 사람의 98%가 여성”이라고 말했다. 박모 씨(53·여)의 전남편 역시 6개월째 두 딸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이혼 후 전남편은 7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다가 올 2월부터 끊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전남편은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두 딸의 양육비는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버티고 있다. 친정집에 얹혀사는 박 씨는 매달 아르바이트로 100만 원 남짓 벌어 생활비 등을 겨우 충당하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은 일반적인 채무 미이행 사건처럼 소송을 통해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소송비가 보통 수백만 원 들고 기간도 길게는 3년 이상 걸린다. 승소를 하더라도 재산을 숨기고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추가로 소송을 해야 한다. 김도현 변호사는 “비양육자(대부분 전남편)가 재산을 빼돌리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숨긴 재산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또 3년가량 걸린다. 포기하는 분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비혼 한부모 가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비혼모 대부분은 상대 남성의 개인 정보를 알지 못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비혼 한부모의 양육비 신청률은 10% 미만에 그친다. 합법적으로 양육비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을 무릅쓰고 ‘무책임한 아빠들’을 고발하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지난달 만들어진 ‘Bad Fathers(나쁜 아빠들)’라는 사이트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28일 현재 16명의 얼굴 사진, 이름, 거주지, 나이 등이 올라와 있다. 사이트에는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 등 사실관계를 거쳐 작성된 리스트이며 양육비 지급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삭제된다’고 쓰여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법인 줄 알지만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돼야 하는 가치”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아동학대’로 본다.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영국 등은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소영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의 3년 치 양육비를 미리 법원에 선납하게 하거나 재산분할 금액 중 일부를 양육비로 예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자현 기자}

    •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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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울하면 소송해” 양육비 안주는 나쁜 아빠들…신상공개 사이트 등장

    한모 씨(43·여)의 전 남편은 1년 8개월째 연락두절 상태다. 전 남편의 외도로 두 사람은 재판 이혼을 했다. 2016년 12월 법원은 한 씨에게 아들의 양육권을 인정하며 전 남편에게 “아이가 성인이 되는 2028년까지 매달 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전 남편은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차량 등의 명의는 바꿨다. 거주불명 상태의 전 남편을 찾기 위해 경찰에 휴대폰 위치 추적 요청도 했지만 “범죄자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돌아왔다.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버는 한 씨는 홀로 11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한 씨는 “이번 달에는 카드 현금서비스도 받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양육비 소송을 하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육비 소송 이겨도 돈 받기 어려워 법원 판결을 받은 뒤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들이 많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중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이들은 83%를 넘는다. 박모 씨(53·여)의 전 남편 역시 6개월 째 두 딸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이혼 후 전 남편은 7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다가 올 2월부터 끊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전 남편은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두 딸의 양육비는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버티고 있다. 친정집에 얹혀사는 박 씨는 매달 아르바이트로 100만 원 남짓 벌어 생활비 등을 겨우 충당하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은 일반적인 채무 미이행 사건처럼 소송을 통해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소송비가 보통 수백만 원 들고 기간도 길게는 3년 이상 걸린다. 승소를 하더라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추가로 소송을 해야 한다. 김도현 변호사는 “비양육자(대부분 전 남편)가 재산을 빼돌리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숨긴 재산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또 3년가량 걸린다. 포기하는 분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비혼 한부모 가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비혼모 대부분은 상대 남성의 개인 정보를 알지 못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혼 한부모의 양육비 신청률은 10% 미만에 그친다.●‘무책임한 아빠’ 신상 공개하는 사이트까지 합법적으로 양육비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을 무릅쓰고 ‘무책임한 아빠들’을 고발하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지난 달 만들어진 ‘Bad Father(나쁜 아빠)’라는 사이트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28일 현재 16명의 얼굴 사진, 이름, 거주지, 나이 등이 올라와있다. 사이트에는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 등 사실관계를 거쳐 작성된 리스트이며 양육비 지급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삭제된다’고 써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법인 줄 알지만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돼야 하는 가치”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아동학대’로 본다.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영국 등은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소영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의 3년치 양육비를 미리 법원에 선납하게 하거나 재산분할 금액 중 일부를 양육비로 예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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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놀림 받을까봐… 이혼전 등본 잔뜩 떼놔

    ■ 여자에 가혹한 이혼 꼬리표, 죄인은 아닌데…“애를 생각했으면 네가 좀 더 참았어야지. 어쩌자고 애를 두고 이혼을 했어?” 오늘도 동창모임에서 전 ‘죄인’이 됐습니다. 지난해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들을 남편에게 맡긴 채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데, 아이까지 두고 나왔다니 사람들은 저를 ‘세상에 둘도 없는 매정한 엄마’로 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구차해 전 오늘도 “그러게…”라고 말하며 쓴웃음만 지었죠. 이혼까지 이르게 된 제 속사정은 아무도 모릅니다. 결혼 초부터 남편의 경제적 능력은 ‘제로’였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려 들었고, 취하면 늘 폭력이 따라왔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오는 건 제 몫이었죠. 아이가 클수록 아이 앞에서 얻어맞는 제 모습을 보이느니 헤어지자 싶었습니다. 그 대신 저는 양육비를 벌고 아이와는 일주일에 한 번 접견을 합니다. 그런데도 제겐 늘 ‘자식 버리고 혼자 먹고 사는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같은 처지의 남자들에겐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유독 이혼한 여자에겐 더 가혹하죠. 함부로 묻거나 판단하지 말고, 이혼이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편견 없이 받아줄 수 없는 걸까요.  ■ 명절 때마다 ‘불쌍’ 손가락질… 편견 버려주세요 “야, 집에 가면 외롭지? 궁상떨지 말고 나랑 술 한잔하자.” 결혼 2년 차인 3년 전 이혼한 직장인 김지훈(가명·37) 씨는 퇴근 때마다 건네는 상사의 인사가 늘 당혹스럽다. 이혼남은 언제나 ‘외로운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의 대화는 늘 한결같다. “야, 괜찮아. 요즘 애 없이 이혼한 건 흉도 아니야.” “근데 어쩌다 이혼까지 한 거야?” “돈은 어떻게 나눴어? 결혼은 로맨스지만 이혼은 비즈니스라던데….” 위로랍시고 건넨 말에 김 씨는 두 번, 세 번 이혼의 아픔을 곱씹는다. 누구나 주변에 이혼한 사례가 있을 만큼 이혼이 늘어난 시대다. 오죽하면 요즘 커플들은 결혼 1주년에 혼인신고를 한다고 하지 않나. 호적에 이혼경력을 남기지 않기 위한 일종의 ‘결혼 숙려 기간’이다. 하지만 이혼이 늘었다고 이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까지 옅어진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혼한 박재영(가명·54) 씨는 지난 18년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서서히 마음속에서 떠나보냈다. 이혼까지 이르게 된 마음의 상처를 봐주기보다 ‘이혼남’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누나들은 입버릇처럼 ‘불쌍한 놈’이라고 했고 형수들에게선 ‘학창시절 놀았다던데 그럼 그렇지’ 하며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집안 어른들은 ‘집안 망신’이라고 꾸짖는데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혼자들은 직장생활에서도 위축될 때가 많다. 소송과정에서 법정 출석을 위해 부득이하게 결근을 자주 하게 되거나 급여명세 등을 ‘사실조회’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게 이혼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4년 전 이혼한 장모 씨는 “회사 승진에서 자꾸 밀렸는데 이혼 여부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적인 기업들은 인사고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조수영 가사전문 변호사는 "이혼 소송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이혼 당사자들은 법정에 직접 출석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법정출석을 이유로 결근하거나 다소 늦게 출근하더라도 이해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녀를 둔 채 이혼한 경우엔 본인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이혼가정 자녀’라는 낙인이 찍힐까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 이혼 후 초등학생 딸을 혼자 키우는 서진우(가명) 씨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제일 불안했던 것은 새 학년을 맞을 때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호구조사”라며 “담임선생님이나 주변 엄마들이 우리 딸에 대해 편견을 가질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이혼 1년 차를 맞는 이모 씨(33·여)는 “증명서를 낼 일이 생기면 아이가 위축될까 봐 일부러 이혼 전 등본을 잔뜩 떼놨다”며 “그런데도 누가 ‘어른한테 똑바로 인사를 해야지’라고 아이를 훈계하면 나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털어놨다. 이혼전문 한승미 변호사는 “가정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혼이 특정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갈등이란 것을 안다”며 “그럼에도 남의 가정사에 대해 쉽게 말하고 그 가정의 아이들에게까지 편견을 갖는 것은 일종의 가혹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술자리든, 엄마들 모임에서든 남의 가정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곧 내 가정을 두고도 사람들이 쉽게 얘기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혼을 내 가족이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이의 사생활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서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6세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김모 씨는 “여섯 살 아들을 여탕에 데려갈 수도, 그렇다고 남탕에 혼자 보낼 수도 없어 올여름 폭염 속에서도 수영장 한 번 데려가지 못했다”며 “엄마나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가 더 많이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수연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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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자고 애를 두고 이혼했어?” 오늘도 전 ‘죄인’이 됐습니다

    “애를 생각했으면 네가 좀 더 참았어야지. 어쩌자고 애를 두고 이혼을 했어?” 오늘도 동창모임에서 전 ‘죄인’이 됐습니다. 지난해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들을 남편에게 맡긴 채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데, 아이까지 두고 나왔다니 사람들은 저를 ‘세상에 둘도 없는 매정한 엄마’로 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구차해 전 오늘도 “그러게…”라고 말하며 쓴웃음만 지었죠. 이혼까지 이르게 된 제 속사정은 아무도 모릅니다. 결혼 초부터 남편의 경제적 능력은 ‘제로’였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려 들었고, 취하면 늘 폭력이 따라왔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오는 건 제 몫이었죠. 아이가 클수록 아이 앞에서 얻어맞는 제 모습을 보이느니 헤어지자 싶었습니다. 대신 저는 양육비를 벌고 아이와는 일주일에 한번 접견을 합니다. 그런데도 제겐 늘 ‘자식 버리고 혼자 먹고 사는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같은 처지의 남자들에겐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유독 이혼한 여자에겐 더 가혹하죠. 함부로 묻거나 판단하지 말고, 이혼이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편견 없이 받아줄 수 없는 걸까요. “야, 집에 가면 외롭지? 궁상떨지 말고 나랑 술 한잔 하자.” 결혼 2년차인 3년 전 이혼한 직장인 김지훈(가명·37) 씨는 퇴근 때마다 건네는 상사의 인사가 늘 당혹스럽다. 이혼남은 언제나 ‘외로운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의 대화는 늘 한결같다. “야, 괜찮아. 요즘 애 없이 이혼한 건 흉도 아니야.” “근데 어쩌다 이혼까지 한거야?” “돈은 어떻게 나눴어? 결혼은 로맨스지만 이혼은 비즈니스라던데….” 위로랍시고 건넨 말에 김 씨는 두 번, 세 번 이혼의 아픔을 곱씹는다. 누구나 주변에서 이혼한 사례가 있을 만큼 이혼이 늘어난 시대다. 오죽하면 요즘 커플들은 결혼 1주년에 혼인신고를 한다고 하지 않나. 호적에 이혼경력을 남기지 않기 위한 일종의 ‘결혼 숙려 기간’이다. 하지만 이혼이 늘었다고 이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까지 옅어진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혼한 박재영(가명·54) 씨는 지난 18년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서서히 마음속에서 떠나보냈다. 이혼까지 이르게 된 마음의 상처를 봐주기보다 ‘이혼남’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누나들은 입버릇처럼 ‘불쌍한 놈’이라고 했고 형수들에게선 ‘학창시절 놀았다던데 그럼 그렇지’하며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집안 어른들은 ‘집안망신’이라고 꾸짖는데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혼자들은 직장생활에서도 위축될 때가 많다. 소송과정에서 법정 출석을 위해 부득이하게 결근을 자주 하게 되거나 급여내역 등을 ‘사실조회’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게 이혼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4년 전 이혼한 장모 씨는 “회사 승진에서 자꾸 밀렸는데 이혼여부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적인 기업들은 인사고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채 이혼한 경우엔 본인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이혼가정 자녀’라는 낙인이 찍힐까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 이혼 후 초등학생 딸을 혼자 키우는 서진우(가명) 씨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제일 불안했던 것은 새 학년을 맞을 때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호구조사”라며 “담임선생님이나 주변 엄마들이 우리 딸에 대해 편견을 가질까봐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이혼 1년차를 맞는 이모(33·여)씨는 “증명서를 낼 일이 생기면 아이가 위축될까봐 일부러 이혼 전 등본을 잔뜩 떼놨다”며 “그런데도 누가 ‘어른한테 똑바로 인사를 해야지’라고 아이를 훈계하면 나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털어놨다. 이혼전문 변호를 맡는 한승미 변호사는 “가정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혼이 특정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갈등이란 것을 안다”며 “그럼에도 남의 가정사에 대해 쉽게 말하고 그 가정의 아이들에게까지 편견을 갖는 것은 일종의 가혹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술자리든, 엄마들 모임에서든 남의 가정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곧 내 가정을 두고도 사람들이 쉽게 얘기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혼을 내 가족이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이의 사생활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서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6세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김모 씨는 “6살 아이를 여탕에 데려갈 수도, 그렇다고 남탕에 혼자 보낼 수도 없어 올여름 폭염 속에서도 수영장 한번 데려가지 못했다”며 “엄마나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가 더 많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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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 측근 2명, 김지은 악플 혐의 입건

    경찰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3)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안 전 지사의 측근 2명을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A 씨와 안 전 지사 홍보사이트 관리자 B 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두 사람을 직접 소환해서 조사했고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5월 경찰에 ‘두 사람이 김 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두 사람은 안 전 지사의 대선후보경선캠프에서부터 활동했던 안 전 지사의 측근이다. 이들은 올 3월 김 씨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밝힌 이후부터 수사, 재판이 진행됐던 최근까지 김 씨에 대한 2차 가해성 악성 댓글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익명의 아이디를 이용하거나 실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창이나 SNS에 김 씨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댓글을 수십 건 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안 전 지사 성폭행 혐의 사건과 무관한 김 씨의 사생활과 평소 행동 등에 대한 글을 게재하고, 원색적 욕설로 김 씨를 비난하기도 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김 씨가 수행비서를 그만둔 이후 김 씨의 후임으로 안 전 지사를 보좌한 인물이다. A 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씨가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교체된 이후 눈물을 흘리는 등 무척 서운해했다”며 김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A 씨는 검찰에 수행비서 ‘업무폰’을 제출하면서 메시지·통화기록을 모두 삭제해 김 씨 측이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한 댓글 공격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 외에 김 씨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10여 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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