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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 부인과 전 부인이 공개적으로 말싸움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리얼리티 쇼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이 백악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부인인 이바나 트럼프가 10일 출간되는 자서전 ‘트럼프 키우기’를 홍보하기 위해 전날 미국 ABC 뉴스에 출연한 자리에서 “내가 퍼스트레이디”라고 농담을 던진 것. 인터뷰에서 그는 백악관 직통 전화번호를 갖고 있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고 싶지 않다면서 “나는 어떤 종류의 질투심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나는 첫 번째 트럼프 부인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그(멜라니아)가 워싱턴에서 지내는 건 끔찍할 거 같다. 그래서 다행이다. 나라면 워싱턴을 싫어했을 것”이라며 비꼬았다. 공개적인 모욕에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이자 진짜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여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인 스테퍼니 그리셤은 9일 성명을 통해 “그(멜라니아 여사)는 워싱턴의 삶을 사랑하며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또 “전 부인의 말에는 내용이 없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관심을 끌려는 이기적인 소음일 뿐”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를 통해야 한다.’ 올해 7월 취임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사진)이 세운 제1원칙이다. 이후 켈리 비서실장과 롭 포터 비서실 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모든 서류와 정보를 검토했다. ‘로열 패밀리’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도 더 이상 켈리 비서실장의 허락 없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 지난달 29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이방카 부부는 아직까지 켈리 비서실장과 일하는 것에 만족해하고 있다. 하지만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온전하게 통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당시 연설을 듣던 켈리 비서실장이 얼굴을 감싸 쥔 사진이 대표적인 증거다. “북한을 멸망시키겠다”는 등의 발언은 켈리 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앞서 8월 말 대통령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지자 연설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실장의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직원들 앞에서 질타하기도 했다.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켈리 실장의 ‘꼼꼼한 리더십’으로 두 달 만에 백악관이 점차 질서를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0일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켈리 비서실장의 설득 때문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최근 미국 본토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사태에도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켈리 실장이 백악관 내 혼란을 정리하고 있지만 내홍이 잦은 백악관에 질려버린 직원들의 마음까지는 돌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22일 폴리티코는 일찌감치 이직 준비를 시작한 백악관 직원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헤드헌터, 로비스트 등을 통해 대기업, 컨설팅 회사, 대학교 일자리를 미리 알아본 뒤 백악관 경력 1년을 채우게 되는 내년 1월 대거 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탕탕…타타타타탕….” 일요일인 1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8분경 미국 유명 관광지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맨덜레이베이 리조트 앤드 카지노 건물 32층에서 괴한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길 건너편 지상 공터에서 열리고 있던 뮤직 페스티벌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총격이 시작될 당시 행사장에서는 관광객들이 미국의 유명 컨트리 가수 제이슨 올딘의 흥겨운 라이브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올딘은 3일간 이어진 미국의 컨트리 뮤직 페스티벌 ‘루트 91 하비스트’의 마지막 날 공연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올딘의 대표곡이 울려 퍼지던 중 공중에서 ‘두두두’ 하는 소리가 약 10초간 울리자 사람들은 그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죽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밤하늘에 하얀 불꽃은 퍼지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일순간 공연은 중단됐다. 총격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모니크 데커프 씨는 “총성이 멈춰서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총성이 시작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무대 앞에 모인 수백 명의 군중이 상황 파악을 하는 사이 범인은 약 40초 뒤부터 다시 행사장을 향해 총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연발 사격 소리가 10초 정도 이어졌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군중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흩어졌다. 공연장에 있었던 에밀리 씨는 “폭죽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오른쪽을 돌아보니 한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부터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고 폭스뉴스에 전했다. 세 번째 사격이 이뤄지기까진 1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넘어져 인파에 짓밟혔지만 총격은 계속됐고 인명피해가 커졌다. 한 여성은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다 서로 엉켰다. 다들 어디론가 숨으려고 했다. 의자 밑에도 받침대 밑에도 숨었다. 나와 남편은 우리 차로 뛰어갔는데 차 밑에도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묘사했다. 라스베이거스 뒷골목에도, 건물의 주차 창고에도 도망친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망자 중에는 쉬는 날에 공연장을 찾았던 현직 경찰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총소리에 놀라 음악을 멈추고 무대에 서 있던 올딘은 두 번째 연발 총성이 들리기 전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 즉각 출동한 구급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과 현장 사이를 바삐 움직였다. 일부 시민은 카트에 부상자를 싣고 직접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사건 직후 라스베이거스 공항이 수시간 동안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다. 경찰은 즉각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을 파견해 리조트를 수색해 64세 백인 남성 스티븐 패독을 사살했다.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범인이 묵었던 방에서는 여러 개의 소총이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메스퀴트시에 있는 범인의 자택도 수색 중이다.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62세 매릴로 댄리는 150cm의 작은 키에 몸무게가 50kg 정도 되며 투싼 차량을 타고 현장에서 달아났으나 경찰은 그녀의 위치를 특정했다. 링크트인에는 그녀가 2010년과 2013년 사이에 네바다주 리노의 아틀란티스 카지노 리조트 스파에서 호스티스로 일했다고 적혀 있다. 이번 총격 현장의 급박한 상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돼 충격이 더욱 컸다. 당시 공연을 촬영하던 몇몇 관객의 카메라에 총소리와 사람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며 지르는 비명 소리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범행 장소로 쓰인 맨덜레이베이 리조트 앤드 카지노는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으로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한국인들의 방문 후기가 즐비하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곳은 43층 건물에 약 300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 부지 내 야외 수영장엔 모래사장이 있어 여름이면 비치 클럽이 열린다.위은지 wizi@donga.com·김수연 기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수도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싸움을 주고받으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가 연달아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번 말싸움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화자찬’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일레인 듀크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이 허리케인 마리아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파괴적인 허리케인이 지나갔지만 인명피해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다음 날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의 카르멘 율린 크루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푸에르토리코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맡고 있는지 미국의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미국과 달리 푸에르토리코는 피해가 크다는 호소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트위터에 “산후안 시장의 그런 부족한 리더십(poor leadership), 그들의 복구 인력을 돕지 못하는 푸에르토리코의 다른 사람들…”이라고 글을 올리며 시장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했다. 또 “며칠 전만 해도 (정부를) 칭찬하던 산후안 시장이 지금 ‘트럼프에게 못되게 굴라’는 민주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크루스 시장의 비판을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같은 날 MSNBC에 출연한 크루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반박했다. 그는 “나는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못되게 굴기 위해 말한 것이 아니다”며 “이건 정치나 사소한 코멘트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인력을 투입해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북한이 추석 연휴와 노동당 창건일인 10·10절을 앞두고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2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최근 미사일 여러 발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산음동 병기연구소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드는 곳으로 화성-12형, 화성-14형이 반출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최근 미국 뉴욕 유엔 총회 기간 중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선 종종 미사일이 반출되곤 했는데 추가 도발과 연관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평안남도 남포항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용으로 추정되는 바지선 공사를 하고 있다고 미 북한전문 매체인 38노스가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해 28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한미 군 당국은 수심이 얕은 서해에서 작전할 수 있는 소형 잠수함과 이에 장착되는 소형 SLBM을 제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미국의 미사일 추적함 ‘하워드 로렌젠’이 28일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 기지를 출항했다고 NHK가 29일 보도했다. 앞서 7월 하워드 로렌젠이 기지를 출항하고 사흘 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다. 지난해 2월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틀 전 출항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위은지 기자}
쿠바 내 미국 외교관들이 의문의 ‘음파 공격’을 당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어온 가운데 29일(현지시간) 미국이 쿠바 내 미국 대사관 주재 인력을 반 이상 줄이고 미국 비자 발급을 중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날 AP통신 등은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쿠바 아바나의 미국대사관에 최소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 주재원들과 그 가족들을 복귀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대사관 주재 인력이 최소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조치로 대사관은 폐쇄되지 않을 것이지만 미국 비자 발급 업무는 중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바 지역에 여행 경보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최근 쿠바 내 미국 외교관들이 정체불명의 ‘음파 공격’을 받아 신체 이상 증상을 겪게 되면서 이뤄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음파 공격으로 최소 21명의 미국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 일부는 외상성 뇌손상, 영구 청력 상실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음파 공격이 50회 가량 이뤄졌으며 최근 공격은 8월에 있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6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미국 외교관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정부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상대로 어떠한 공격도 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은 미국 측과 함께 이번 사안을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오바마 정권 시절 간신히 정상화되었던 미국과 쿠바 간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여성은 중요한 자산이다.”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발표한 개혁 정책 ‘비전 2030’을 통해 이렇게 강조하며 여성을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에는 매우 급진적인 정책 변화였다. 사우디뿐만이 아니다.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도 신성장 동력으로 여성을 점찍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열등한 존재로 여겨졌던 여성이 ‘미래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중동의 여성 인력 양성은 남녀평등 측면뿐만 아니라 실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여성에게 투자하면 번영할 수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여성이 어떻게 국가의 경제 성장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 국가의 가용 노동력이 늘어난다. 또한 자녀의 교육 수준, 가정 내 보건 수준도 높아지는 간접적인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방식은 교육이다. 중동 국가들이 교육 투자를 늘리면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슬림 남성과 여성 사이의 교육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중동 국가에선 남성보다 여성의 학위 소지 비율이 더 높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1976∼1985년생 사우디 여성 가운데 대학 학위를 소지한 비율은 35%로, 같은 나이대 남성보다 7%포인트 더 높았다. 가장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인 건 카타르였다. 같은 연령대 카타르 여성의 대학 학위 소지 비율은 51%에 달해 남성보다 무려 17%포인트나 높았다. 카타르는 여성 교육에 막대한 가스 머니를 투자한 대표적 국가다. ‘카타르의 힐러리 클린턴’으로 불리는 셰이카 무자 빈트 나시르 왕대비는 2003년 수도 도하 인근에 ‘에듀케이션 시티’를 조성해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을 주도했다. 코넬대 의대, 텍사스A&M대, 카네기멜런대 등 해외 유수 대학의 분교를 유치해 쉽게 해외 유학을 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국내에서도 양질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해외 명문대들을 국내로 유치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대 아부다비 분교에 입학한 학생의 54%는 여성이었다. 아직 중동 국가 여성들에게 ‘대학 학위=일자리’란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주부 역할에 충실한 경우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여성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2015년 아말 알 꾸바이시 박사는 여성 최초로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UAE 연방평의회 의장에 임명됐다. 현재 카타르, UAE, 요르단, 레바논은 여성 유엔 주재 대사를 파견한 상황이다. 여성이 운전대를 잡게 될 사우디에서도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장식할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도 드디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국내외에서 지탄을 받아온 사우디가 여성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이와 같은 내용의 칙령을 발표하고 30일 내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6월부터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동안 정부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 발급을 금지했으며 여성이 차를 탈 경우 남성 후견인이나 운전사가 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내년 6월 전까지 정부는 여경 및 여성 운전강사 추가 고용 등 여성 운전 환경 인프라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할 권리’는 논쟁의 대상이었다. 사우디 여성단체들은 약 10년 전부터 여성도 자동차 핸들을 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2014년에는 사우디 여성운동가 루자인 알 하슬룰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차를 몰고 사우디 국경을 지나려다 붙잡혀 73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사우디 내 보수 성직자들은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22일에는 한 성직자가 ‘여성이 쇼핑을 하러 갈 땐 뇌의 크기가 남성의 4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운전을 해선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일정 기간 종교 활동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엔 ‘개혁의 아이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역할이 컸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사우디의 탈석유 시대 개혁 정책인 ‘비전 2030’을 주도하며 그동안 제한됐던 여성의 사회 활동 참여 기회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정으로 사우디 승용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약 20년 동안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신체 일부를 먹은 러시아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모스크바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시에 사는 나탈리야 박셰예바 씨(42)와 사실혼 관계인 남편 드미트리 박셰예프 씨(35) 부부를 체포해 살인 혐의 등으로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의 범죄가 발각된 것은 11일 도로를 수리하던 기술자들이 길가에 버려진 휴대전화를 발견하면서다. 이들은 휴대전화에서 한 남성이 절단된 손을 입에 물고 찍은 사진과 훼손된 여성 시체 사진 등을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유심카드를 추적해 박셰예프 씨를 체포했다. 처음에 그는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시체를 발견해 사진을 찍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곧 살인 사실을 자백했다. 여성의 시체는 박셰예프 씨 부부가 거주하던 공군조종사 양성학교 기숙사 근처에서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박셰예프 씨는 아내와 함께 20년간 최소 30번 이상 식인 행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집을 수색한 결과 냉장고에서 냉동된 시체 일부와 소금에 절여 통조림으로 보관한 신체 부위 등이 발견됐다. 식인 행위 동영상 자료와 훼손된 시체를 찍은 사진 수십 장도 발견됐는데, 촬영 날짜가 1999년 12월 28일로 기록된 한 사진에는 사람의 머리를 접시에 올려놓은 장면이 담겨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최근 한 남성이 ‘식인 행위가 지겹다’며 경찰에 자수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18일 니노 음바타 씨(32)는 남아공 동부 에스트코트시의 경찰서에 절단된 여성의 다리를 들고 찾아와 자신의 범죄를 자백했다고 같은 달 23일 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음바타 씨를 따라가 집을 수색한 경찰은 냄비 솥에서 귀 8개를 발견하는 등 더 많은 시체를 발견했고, 범죄 행위에 가담한 공모자 5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이들은 살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이 중 한 명은 부족의 전통 주술사 역할을 하면서 마을 주민 300명에게 시체 일부를 먹인 것으로 알려졌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무대에서 김정은의 입을 자처해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사진)이 미국의 전날 원산 인근 앞바다 B-1B 전략폭격기 전개 작전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리 외무상은 25일 오전 10시 48분(현지 시간) 숙소인 밀레니엄힐턴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 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을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하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건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유엔 헌장은 선언국들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선택안이 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탁 위에 올려 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김정은 참수작전으로 추정되는 비밀 작전을 수행한 뒤 이틀 가까이 침묵을 지킨 후 나온 북한의 공식 반응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약 두 시간 전쯤 외신기자단에 알려 이날 새벽 평양에서 모종의 훈령이 긴급하게 떨어졌음을 시사했다. 내용은 예상했던 것보다 수위가 높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북한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원천 금지하는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 전개 작전을 감행한 데 이어 외교적 압박 카드까지 꺼내 평양을 옥죈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 리비아,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이란 등 8개국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함에 따라 다음 달 18일부터 북한 국적자는 미국 이민, 관광, 취업 등을 위해 입국할 수 없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상준·위은지 기자}
“신조(아베 신조)는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오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옆자리에 앉힌 채 이렇게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치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신조’는 강하다”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협력을 요청했다. 자리 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아베 총리와 동행한 소식통이 신문에 전했다. 두 사람은 북한 정세와 납치문제, 11월 상순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북한이 내놓는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보통이 아닌 상대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강한 단어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모든 옵션이 있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강한 메시지가 중국과 러시아를 (제재 결의에) 협력적으로 만들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찰떡궁합’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나타났다. 아베 총리는 전날 트럼프에 이은 20일 기조연설에서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하며 “지금 필요한 일은 대화가 아니라 압박”이라고 호소했다. “북한에 대화는 우리를 속이고 시간을 버는 최상의 수단이었다. 무슨 희망을 갖고 똑같은 실패를 3번째나 하려고 하는가”라며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미국의 대북 태도를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언급했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20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이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레토릭에 일본이 꺼림칙함을 느꼈더라도 (일본의) 리더는 드러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위은지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온 허리케인 ‘어마(Irma)’가 물러간 지 일주일 만에 최고 풍속 시속 약 249km의 4등급 허리케인 ‘마리아(Maria)’가 20일 오전 7시경(현지 시간)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약 90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었다. 앞서 마리아는 19일 새벽 도미니카에 상륙해 최소 7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날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 총리는 페이스북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살 수 있는 모든 돈을 잃었다”고 밝혔다. 스케릿 총리는 앞서 총리 공관 지붕이 강풍에 날려 가는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면서 “연락이 닿은 거의 모든 주민의 지붕이 날아갔다. 허리케인의 완전한 자비를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마리아는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하기 직전 4등급으로 약화됐으나 여전히 5등급 허리케인 기준에서 시속 약 3.2km가 모자란 풍속을 유지하고 있다. 카리브해에서는 올해에만 5등급 초대형 허리케인이 세 차례 발생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1, 2주 간격으로 휘몰아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위은지 기자}

“트럼프의 유엔 연설은 그의 트윗을 연결해놓은 것 같았다.” 짐 아코스타 미국 CNN 백악관 출입기자는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데뷔 연설 직후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은 미국의 무력을 과시했지만 세계를 이끌어 갈 원칙(principle)이나 주의(doctrine)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올리는 막말 트위터 수준이었다는 지적이었다. 영국 가디언도 “국가의 정상이 유엔 연설에서 다른 나라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의원도 “유엔은 평화를 증진하는 장인데, 대통령이 오늘 이곳을 전쟁 위협의 무대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북 압박을 강조해온 공화당 진영은 “미국 대통령다웠다”며 치켜세웠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매우 감명을 받았다”며 치켜세웠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용납할 수 없는 회원국의 태도에 대해 이보다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유엔 전체 역사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우선 사용한 표현들이 그동안의 ‘화염과 분노’나 ‘군사옵션 장전’ 등에 비해 자극적이었던 데다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 참모들과 논의 끝에 나온 정식 연설문이었기 때문이다. 연설 모두에 “(내년도 국방예산 법안을 통해) 7000억 달러를 국방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우리 군대는 곧 역대 최강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에 나온 발언이기도 했다. 북한의 후원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견해를 드러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9일 뉴욕에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북핵 책임론을 핑계로 독자제재를 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대북 압박)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관련한 각국이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된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엔 총회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19일 “우리는 누구도 악마화하고 싶지 않다”며 간접적으로 비판의 뜻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9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해결책을 얘기하는 건 수많은 희생자를 낼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중-러의 편을 들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언급한 것을 공식 환영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국무부 장관 시절 북한이 핵 개발을 하도록 놔두고선 ‘사기꾼 힐러리’가 이제 와서 (나를) 비판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는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외교적 수단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상황 진화에 나섰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파리=동정민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전략 도발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모든 국가가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놓이자 이를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공동 대응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모든 국가에 동원 가능한 영향력 있는 수단으로 압박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과거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국가들도 속속 회초리를 들고 나섰다. 남미의 멕시코, 페루와 중동의 쿠웨이트에 이어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스페인이 18일(현지 시간) 북한대사 추방 결정을 내렸다. 스페인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혁철 주스페인 북한대사를 오늘 소환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통보했다”며 “그는 즉각 모든 업무를 중단해야 하고 9월 30일 이전에 스페인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2014년 유럽에서 가장 최근에 북한대사관을 개설했고 김 대사를 포함해 3명의 직원이 파견돼 근무 중이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북한 도발에 대응해 지난달 한 명의 외교관을 추방한 데 이어 대사마저 추방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유럽뿐 아니라 북한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 북한의 3대 교역국 중 하나인 필리핀은 8일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발표한 유럽연합(EU)은 북한에 대한 송금과 투자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9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는 최근 역내에서 북한에 송금할 수 있는 한도를 1인 1회 1만5000유로(약 2025만 원)에서 3분의 1인 5000유로(약 675만 원)로 낮추는 내용의 제재안을 각국에 보냈다. 북한 출신 노동자들의 수입이 북한에 흘러들어가 김정은 독재 체제를 지탱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EU 역내의 개인이나 기업이 새로 북한의 건설업이나 조선업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된다. 미국 의회도 행정부가 주도하는 북핵 저지 국제 공동 전선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고 돕고 있다. 대북 강경파인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18일 중국 러시아 등 21개국 정부에 북한과의 외교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박탈하는 방법을 지지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파리=동정민 / 도쿄=장원재 특파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도널드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를 합법적으로 감청했다고 CNN이 18일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화살이 매너포트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FBI가 수집한 대화 내용에는 매너포트가 러시아 측에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증거가 결정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 내용은 뮬러 특검팀에도 전달됐다. 2014년 시작돼 올해 초까지 지속된 감청 기간 중 매너포트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감청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FBI는 2014년 친(親)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정당을 위해 일한 매너포트의 컨설팅 회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법원에서 비밀리에 영장을 발부받아 매너포트를 감청했다. FISA는 국가안보를 위해 중요한 경우에만 정보기관이 미국 민간인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한다. 해당 영장 신청을 위해서 FBI는 감청 대상이 해외 정보원 등으로 활동한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FBI는 매너포트가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측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받은 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 부족으로 영장을 더 연장하지 못해 매너포트가 선대본부장을 맡기 전 감청을 멈췄다. 매너포트가 우크라이나 관련 로비 의혹에 연루돼 선대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난해 8월 FBI는 트럼프 캠프 관계자와 러시아의 수상한 커넥션을 발견하고 올해 초까지 매너포트를 다시 감청했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뮬러 특검팀이 매너포트를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검팀이 7월 매너포트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매너포트에게 그를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재 매너포트는 세법 위반, 돈세탁, 해외 로비 활동 명세를 밝히지 않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영국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를 수사 중인 런던경찰청이 17일 21세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18세 남성 용의자가 파슨스그린역 폭탄 테러와 관련해 체포된 데 이어 또 다른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외로운 늑대’의 단독 소행이 아닌 조직적인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청은 16일 밤 런던 서부 하운즐로에서 두 번째 용의자인 21세 남성을 체포해 구금했다. 경찰은 이어 이 용의자의 주거지로 추정되는 히스로 공항 근처 스탠웰 지역의 한 주택을 수색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경찰은 같은 날 오전 7시 50분경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106km 떨어진 도버 항구에서 18세 남성 용의자를 체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버 항구는 프랑스를 비롯해 인근 국가로 떠나는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이라며 “해외로 도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BBC방송에 출연해 두 번째 용의자 체포는 이번 테러가 ‘외로운 늑대’에 의해 자행된 것이 아니라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두 용의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용의자들은 15일 오전 8시 20분경 런던 남부 파슨스그린 지하철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폭발물이 터지면서 출근하던 런던 시민 30명이 다쳤다. 런던 경찰 특수부대는 18세 용의자가 체포된 지 2시간 만에 그가 살았던 곳으로 추정되는 런던 남서부 교외 선버리의 한 주택가를 급습했다. 경찰은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한 주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조사한 집에는 88세, 71세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 부부는 수십 년간 2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위탁 양육해 왔으며, 불우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돌본 모범시민으로 2010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표창을 받았다고 BBC는 전했다. 18세 용의자가 시리아 난민 출신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영국 일간 더 선은 노부부가 시리아 난민 출신 소년 두 명을 양육하고 있었다는 주민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 중 한 명은 문제아로 2주 전에 다른 사건에 휘말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색 당시 경찰이 마당에서 폭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는 걸 들었다는 주민도 있다. 테리사 메이 정부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폭발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자 테러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위급(critical)’으로 올리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하철 폭발물에는 타이머가 설치돼 있었으며 기폭장치가 완전히 가동하지 않은 덕분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드 내무장관은 “지하철에서 폭발물이 완전히 폭발하지 않은 것은 천운이었다”며 “아직 이들의 배후에 IS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위은지 기자}
유엔 총회 개막(19일·현지 시간)을 앞두고 최근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과 강력한 응징을 약속한 미국이 100여 개국 정상이 모이는 총회에서 어떻게 충돌할지, 아니면 극적인 대화 모멘텀을 만들지 주목된다. 취임 후 첫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기조연설에서 북핵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전 세계가 직면한 중대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국가의 단결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초안을 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사람을 때리고 적절한 사람을 포용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선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해에 이어 참석한다. 리 외무상은 25일 기조연설에서 핵실험 등 일련의 도발은 자위권 차원이라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선 “미국은 (대북 위협의) 대가를 상상도 할 수 없이 톡톡히 치를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해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 속에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도 실패한 북한은 올해 더욱 초라한 다자외교 현실을 실감하며 ‘왕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일각에선 북-미가 유엔 총회란 무대를 발판 삼아 어떤 식으로든 극적인 물밑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총회를 앞두고 북한이 도발을 집중했다는 건 협상 직전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1일 이례적으로 장관급 회의를 열어 대량살상무기 확산 문제와 북한 제재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16일 AFP통신이 보도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위은지 기자}

11일(현지 시간) 만장일치로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고 있는 원유가 연간 400만 배럴(60만 t)가량이라고 추정한 대목이다. 중국은 2013년(57만8002t)을 마지막으로 해관총서(세관)에서 대북 원유 제공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던 유·무상 약 100만 t의 원유 가운데 해관에 통계가 잡히던 유상 수출은 중단됐다”며 “이번에 동결된 것은 이후 무상 공급하던 원유”라고 말했다. 비록 미국이 초안에서 추진했던 대북 원유 공급 전면 중단 조치는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량을 추정치나마 유엔에 제공한 것은 큰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공급량을 300만 배럴, 200만 배럴 등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결의안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결의는 이에 더해 휘발유와 중유 등 정제유 북한 수출 상한선을 200만 배럴(30만 t)로 제한했다. 현재 북한의 연간 수입량 450만 배럴(75만5000t) 가운데 55%가 줄어드는 만큼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량 중국이 공급하는 원유와 달리 정제유는 중국(200만 배럴)과 러시아(250만 배럴) 등 두 나라가 공급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결의가 북한 유류 수입의 30%를 줄여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후견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자발적인 실천이 핵심인 셈이다. 유엔과 정부 당국자들은 두 나라가 과거처럼 제재를 무력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원유 무상 공급을 계속하면서 이번에 설정된 400만 배럴만큼 수출량으로 계상해 추가 원유 공급을 하면 제재 효과는 사라진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일상화된 밀수나 싱가포르 등 제3국을 통한 원유와 정제유의 우회 수출 등 ‘구멍’을 중국이 얼마나 막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접경지역 소식통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통과를 전후해 접경지역 밀무역 단속이 강화되는 분위기가 있으나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경제 보복 카드를 내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예전처럼 제재를 무력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4대 국유 은행인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이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주재 북한 총영사관에 지난달 31일까지 모든 예금을 인출할 것을 요구한 뒤 입금과 송금 등 거래를 중단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북한의 시장은 결의 채택 전부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외교 소식통은 12일 “4월 이후 북한 내 석유 가격이 kg당 1달러 수준에서 2달러 수준으로 2배로 상승했다”며 “석유제품에 대한 첫 금수 조치인 이번 제재가 본격화되면 석유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고 민생을 중시하는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김정은 정권이 석유 가격 통제에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평양과 함흥에서 최근 석유 가격 상승 현상을 직접 확인했다”며 “북한 관계자들이 대놓고 중국에 욕을 하는 등 불만 정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석유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은 지난해 각 기관에 유류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위은지 기자}

싱가포르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이 임박했다. 싱가포르 대통령선거위원회(PEC)는 11일 대통령 선거 입후보 신청자 5명에 대한 적격 심사를 마친 뒤 지원자들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싱가포르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신청자 5명 중 유일한 여성인 할리마 야콥 전 국회의장(사진)만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 2명은 결격 사유가 발견돼 부적격 판단을 받았고, 다른 2명은 자신이 어떤 민족에 속하는지를 밝히지 않아 자격이 자동 박탈됐다. 싱가포르에서 소수인 말레이족 출신인 할리마 전 의장은 유리천장을 잇달아 깨뜨리며 여성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학창 시절 잦은 결석으로 학교에서 쫓겨날 뻔했다고 고백했다. 8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친척이 운영하는 음식 노점상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그는 싱가포르국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싱가포르 전국노동조합(NTUC)에서 법률 전문가로 일하며 이름을 알린다. 2001년 정치권의 부름을 받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할리마 전 의장은 13일 정오 대통령 후보 선출 절차가 공식 종료되면 곧바로 대통령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뀐다. 2013년 첫 여성 국회의장이 됐고 이번에 또다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예약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석탄 등 광물 수출을 단계적으로 차단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원유 및 정제유 수입을 옥죄기 시작했다. 노동당과 군부 등 권력기관의 자금줄인 광물과 수산물 수출 길을 차단한 데 이어 직물 수출까지 막고 새로운 해외 노동자 취업 길을 막은 것도 새 결의안의 성과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초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못했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차단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교두보도 마련했다. 북한에 큰 경제적 타격을 주는 성과는 얻었다. 원유를 합친 전체 북한 유류 수입의 30% 감소를 가져올 이번 조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정제유 수입을 연간 200만 배럴(약 30만 t)로 제한한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받은 원유를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봉화화학공장에서 정제한다. 기술이 낙후됐기 때문에 원유 10만 t에서 휘발유와 디젤유를 각각 2만 t 정도만 얻을 수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주는 원유의 40% 정도만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제유는 전량이 연료로 전환되기 때문에 북한은 최근 원유보다는 정제유 수입량을 늘려 왔다. 휘발유와 디젤유 중유 등은 우선 관용 및 군용 차량에 공급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북한 권력기관과 군의 에너지난이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 내부의 가격을 안정화시켜 주는 ‘장마당 경제’에선 유통이 핵심인데, 운송수단이 유류 부족으로 가동되지 못하면 쌀과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종 결의안에 담긴 섬유·의류 수출 금지 조치 역시 북한 외화벌이의 마지막 기둥을 뽑아버린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KOTRA가 발표한 2016년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수출품목 1위는 석탄 등 광물로 11억9000만 달러(42.3%)를, 2위는 의류로 7억3000만 달러(25.8%)를 나타냈다. 지난달 5일 시작된 광물자원과 수산물 수출 금지에 이어 섬유 수출 금지 조치까지 더해지면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은 90% 이상 봉쇄된다. 김정은과 권력기관들의 달러 자금줄이 사실상 끊어지는 셈이다. 해외 노동자의 경우 미국은 고용과 기존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등 ‘전면금지’를 추진했으나, 최종안에는 신규 고용 시 안보리에서 허가를 받는 방안으로 다소 완화됐다. 안보리 결의 채택 이전에 고용이 확정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12월 15일 이전에 안보리에 통보해야 한다. 가장 많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견이 반영된 대목이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최소 5만 명 이상이 연간 약 2억 달러를 북한 정권에 벌어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안의 개인·단체 제재 대상 명단에 김정은이 삭제된 것 역시 북한의 반발을 우려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이 조항을 빼주는 대신 정제유 쿼터 등을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초안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황병서 김기남 박영식 등 5명이 제재 명단에 포함됐지만, 최종안에는 1명으로 줄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또 초안에는 북한 정부, 노동당, 인민군, 당 중앙군사위, 고려항공 등 총 7개 기관도 제재대상에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3개 조직으로 줄었다.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주성하 zsh75@donga.com / 세종=최혜령 / 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