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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김광현이 신장 혈관 문제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Injured List)에 올랐다고 6일 일제히 보도했다. 7일로 예정됐던 시카고 컵스전 선발 등판도 무산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김광현은 5일 원정지인 시카고에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며 “검진 결과 신장경색(renal infarction)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장경색은 혈전으로 인해 신장 쪽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김광현은 병원에서 혈액 희석제 등 약물 치료를 받은 뒤 6일 퇴원했다. 현재는 통증이 사라진 상태다. 김광현은 7일 연고지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로 돌아가 치료와 함께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광현은 올 시즌 5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3으로 맹활약했다. 선발로 나선 최근 4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0.44의 특급 피칭을 이어갔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일주일가량 회복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통증이 없다면 조기 복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키움 프로야구단은 지난달 덕수고 투수 장재영(18)을 1차 지명했다. 하지만 거꾸로 장재영이 키움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재영은 올해 고교 최대어로 평가받는 선수다. 듬직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가 일품이다. 고1 때부터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다. 올해는 최고 157km까지 찍었다. 대형 타자로서의 자질도 있다. 최근 덕수고의 우승으로 끝난 2020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대회에서 장재영은 타격, 타점, 홈런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투수를 해야 할지, 타자를 해야 할지, 아니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투타 겸업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1차 지명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서울 연고 팀은 두산과 LG, 키움 등 3개인데 올해 최우선 선택권은 키움에 있었고, 키움은 주저 없이 장재영을 찍었다. 키움의 경쟁 상대는 메이저리그 팀들이었다.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이 1학년 때부터 장재영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장재영이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메이저리그 직행을 노려볼 수 있었다. 장재영의 아버지는 지난해까지 키움 감독을 맡았던 장정석 해설위원이다. 지난 3년간 키움을 이끈 장 전 감독은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여러 정황상 미국행을 고려할 만했지만 장재영의 선택은 키움이었다. 장 전 감독은 “아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한다. 키움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장재영은 키움에서 실력을 키워 메이저리그를 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명분’과 ‘실리’ 중 후자를 택한 것이다. 키움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다. 키움은 KBO리그 10개 팀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다. 히어로즈란 이름 앞에 달린 ‘키움’이라는 기업명도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를 판매한 것이다. 생존이 화두인 키움에서 선수는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에게 꾸준한 기회를 준다. 이정후, 김하성, 김혜성, 안우진 등 투타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20대 초중반이다. 자생력이 절실한 키움은 소속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박병호(전 미네소타), 강정호(전 피츠버그)가 그렇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박병호는 2015년 말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약 153억 원의 이적료를 구단에 안겼다. 강정호 역시 59억 원의 이적료를 남겼다. 올 시즌 뒤에는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몇 년 뒤 이정후도 해외의 문을 노크한다. 규정이 바뀌면서 이적료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키움은 여전히 짭짤한 이적료를 챙길 수 있다. 해외 진출 기회는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된다.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류현진(토론토)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은 구단을 설득하는 데 적잖이 애를 먹었다. 이 팀들의 목표는 팀 우승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키움은 선수가 실력이 되고, 의지만 있으면 열과 성을 다해 밀어준다.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키움은 올해 10개 팀 중 소속 선수 평균 나이(26.4세)와 평균 연차(7.1년)가 가장 젊은 팀이다. 손혁 키움 감독(47)은 10명 프로 사령탑 가운데 두 번째로 어리다. 젊은 키움은 이번 시즌 2위를 달리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확진자가 늘고 있다. 31일 울산시에 따르면 전날 60∼80대 남성 4명과 70대 여성 1명 등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들보다 하루 앞서 29일 확진된 60대 남성도 있었다. 이 남성의 감염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60대 남성은 22일 북구의 한 장례식장을 방문했으며, 24∼29일 4차례에 걸쳐 남구에 있는 병원과 약국도 들렀다. 울산시는 정확한 감염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시스템을 통해 이 남성의 정확한 동선을 확인 중이다. 방역당국은 먼저 확진된 60대 남성으로부터 감염됐는지, 아니면 다른 바이러스 전파자가 있는지 파악 중이다. 이들은 25일 울산 남구에 있는 70대 여성의 집에 모여 같이 고스톱을 쳤다. 고스톱을 치느라 가까이 밀집해 앉았지만 집 안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또 이들과 같이 있었던 것으로 추가 확인된 다른 1명에 대해서는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다. 프로야구 한화 투수 신정락(33)은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전시에 따르면 신정락은 지난달 29일부터 고열과 근육통, 두통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은 결과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됐다. 프로야구를 포함해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정락은 6월 27일 KT전을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충남 서산에 있는 2군 시설에서 훈련을 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일부터 퓨처스리그(2군) 경기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한화 2군 선수들 역시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KBO리그 중단 여부는 1일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이헌재 기자}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KBO리그 시절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 주로 던졌다. 타자에게 맞지 않기 위해 자신 있는 구종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힘 빼고 던지는 방법을 깨친 것은 미국에 건너가기 1, 2년 전부터였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기본으로 느린 변화구인 커브와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리터)을 골고루 섞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더 많은 이닝을, 더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김광현의 ‘맞혀 잡는 투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김광현은 28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1-1로 동점인 7회초 마운드를 히오바니 가예고스에게 넘기면서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이날 김광현의 패스트볼은 평소보다 좋은 편이 아니었다. 최고 시속 148km가 나왔지만 평균 145km 정도였다. 150km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는 느린 축에 속했다. 하지만 커브와 스플리터(메이저리그에서는 체인지업으로 분류) 등 느린 변화구와 적절히 안배하면서 어렵지 않게 경기를 풀어갔다. 특히 110km도 되지 않는 슬로 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이날 던진 80개 가운데 패스트볼은 33개, 커브는 12개였다. 유일한 실점은 야수 실책에서 비롯됐다. 4회초 피츠버그 선두타자 콜 터커의 평범한 땅볼을 3루수 브래드 밀러가 1루에 악송구해 무사 주자 2루가 됐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제이컵 스톨링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1-1 동점이던 6회에도 야수 실책 등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으나 조시 벨을 병살타로 유도한 뒤 브라이언 레이놀즈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추가 실점을 막았다. 불안했던 내야 수비와는 달리 좌익수 타일러 오닐과 우익수 덱스터 파울러는 여러 차례 호수비로 김광현을 도왔다. 최근 2경기 선발 등판에서 12이닝 무자책 행진을 이어간 김광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69에서 1.08까지 낮췄다. 김광현은 “실책이 나온 이닝에서는 실점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오늘은 야수들의 호수비 덕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양 팀은 7회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세인트루이스는 규정에 따른 8회 승부치기 끝에 3-4로 패했다. 같은 날 보스턴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던 류현진(33·토론토)은 최근 벌어진 흑인 남성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과잉 총격 사건에 대한 항의로 경기가 취소돼 등판을 미루게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재단법인 유원골프재단이 대전지역 골프 꿈나무들에게 10년째 장학금을 전달했다(사진). 유원골프재단은 25일 끝난 제30회 대전시골프협회장배 학생대회 경기 성적에 따라 초·중·고등부 선수 14명에게 총 45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대회 초·중·고등부 우승자인 양아연(원평초), 박건우(대전체중), 장유빈(대전방송통신고) 등 초·중등부 4명씩과 고등부 6명 등 총 14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유원골프재단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대전지역 골프 꿈나무들에게 누적 9억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영찬 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재능 있는 유망주들을 발굴해 프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거름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경기는 올 시즌 첫 신인 투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LG 이민호와 삼성 허윤동이 그 주인공.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별로 없었다. 이민호는 6이닝 7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주춤했고, 허윤동 역시 3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승부를 가른 것은 LG의 화끈한 홈런포였다. LG는 이날 4개의 홈런을 앞세워 최근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LG는 1회초 선취점을 얻었지만 곧바로 1회말에 대거 5실점하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갔다. 하지만 3회 김현수가 2점 홈런(20호), 4회 유강남이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1점 차로 추격했다. 그리고 LG는 약속의 8회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형종이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자 외국인 타자 라모스(사진)가 최지광의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기는 역전 결승 2점포를 쏘아 올렸다. 다음 타자 유강남도 이날 자신의 두 번째 홈런을 치며 8-5로 점수 차를 벌렸다. LG는 이후 셋업맨 정우영과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각각 8회와 9회에 등판시키며 역전승을 완성했다. 선두 NC는 양의지와 나성범의 홈런을 앞세워 최하위 한화를 9-5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전날 2개의 홈런을 몰아쳤던 나성범은 4회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25호 홈런을 기록했다. 롯데는 SK에 3-1로 승리했다.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1-1 동점이던 8회말 2사 만루에서 손아섭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9회 등판한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14세이브째를 따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4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는 공동 5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우즈는 그날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아들 찰리(11)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주니어 대회 2연속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찰리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9홀짜리 9∼11세 부문 주니어 골프대회에서 1언더파 35타로 우승했다. 2위 선수와는 3타 차. 찰리는 2주 전 열린 9홀 대회에서도 3언더파 33타를 적어내며 2위 선수를 5타 차로 제쳤다. 자신의 대회가 없을 때 아들의 캐디백을 메곤 했던 우즈는 최근 인터뷰에서 “예전 내가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이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언젠가 아들이 본인의 기록을 깰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전적으로 찰리에게 달려 있다. 얼마나 절실하게 골프를 원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2세 때 골프를 시작한 우즈는 9세에 지역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청소년기에는 주니어 월드 챔피언십에서 6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를 치다 보면 아주 드물지만 마음먹은 대로 공이 가는 날이 있다. 일명 ‘그분’이 오신 날이다. 더스틴 존슨(36·미국)이 딱 그랬다. 마치 그분이 오신 것처럼 대회 나흘 내내 샷이 완벽했다. 결과는 30언더파의 압도적 우승이었다. ‘원조 장타자’ 존슨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 우승하며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페덱스컵 랭킹에서도 1위에 오르며 1500만 달러(약 178억 원)의 플레이오프 우승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파71)에서 끝난 최종 라운드. 관심은 누가 우승하느냐가 아니었다. 존슨이 역대 최소타 및 최다 언더파 기록을 깰지가 중요했다. 이날도 존슨의 골프는 무척 쉬워 보였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팅이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졌다. 532야드 거리의 2번홀(파5)이 대표적이다. 존슨은 드라이버로 327야드를 보냈다. 핀이 앞쪽에 꽂혀 있어 핀까지 남은 거리는 179야드밖에 되지 않았다. 그린 앞쪽으로 워터 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존슨은 거침이 없었다. 7번 아이언으로 높이 띄워 친 세컨드샷은 해저드를 살짝 넘어 핀 2.5m에 붙었다. 그는 안정적인 퍼팅으로 이글을 잡아냈다. 존슨은 전반에만 4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6타를 줄였다. 2017년 소니오픈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세운 PGA투어 72홀 최소타 기록(253타)과 어니 엘스(남아공)가 보유한 31언더파(2003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기록 경신도 노려볼 만했다. 존슨은 1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대기록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한 존슨은 최종 1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8언더파를 친 존슨은 최종 합계 30언더파 254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261타)을 7타나 줄이면서 2위 해리스 잉글리시(미국)를 11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시즌 2승째이자 개인 통산 22번째 우승으로 상금은 171만 달러(약 20억3000만 원). 2011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이 대회 정상이었다. PGA투어 역대 최소타 및 최다 언더파 기록 경신을 하지 못한 게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괜찮다. 아마도 다음 기회에”라고 답하며 웃었다. 존슨은 27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 필즈CC에서 시작되는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 출전해 페덱스컵 우승 굳히기에 나선다. 한국 선수 중에는 임성재와 안병훈 등 2명이 페덱스컵 상위 70명에게만 주어지는 BMW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얻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뛰었던 두 외국인 선수가 무대를 메이저리그로 옮겨 시즌 첫 투타 맞대결을 벌였다. 주인공은 브룩스 레일리(32·휴스턴)와 다린 러프(33·샌프란시스코)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롯데의 왼손 에이스로 활약했던 레일리는 1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5-1로 앞선 7회초 선발 투수 잭 그링키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1사 1, 2루에서 등판한 레일리는 첫 타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는 2017년부터 3시즌 동안 삼성에서 86홈런을 때린 러프를 대타로 내세웠다. KBO리그 출신의 장수 외국인 선수들의 투타 맞대결이 성사된 것. 승자는 레일리였다. 레일리는 러프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두 선수는 KBO리그에서 24차례 맞붙었는데 당시에도 러프는 레일리를 상대로 타율 0.238(21타수 5안타)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레일리는 8회초에도 등판해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팀의 5-1 승리를 지켰다. 한편 텍사스 추신수(38)는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의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탬파베이 최지만(29)은 보스턴전에서 2루타를 치며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탬파베이는 보스턴을 9-5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지막 날까지 그는 ‘국민타자’다웠다. 2017년 10월 3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종전. 삼성 이승엽(44)은 1회말 첫 타석에서 넥센(현 키움) 한현희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대형 홈런을 때렸다. 타구는 무려 150.4m를 날아갔다. 그해 KBO리그에서 나온 모든 홈런을 통틀어 가장 큰 홈런이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아치를 그렸다. 23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이라니…. 대스타답게 은퇴는 화려했다. 그해 10개 구단은 이승엽에게 KBO리그 사상 첫 ‘은퇴 투어’를 열어줬다. 각 구장 마지막 방문경기마다 상대팀들은 이승엽을 위한 특별 선물을 준비했다. 한화는 보문산 분재를, 롯데는 순금 10돈을 들여 ‘홈런 잠자리채’를 마련했다. 두산은 달항아리 도자기에 이승엽의 좌우명을 새겨 전달했다. 그렇게 그는 누구보다 영광스럽게 퇴장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승엽 못지않게 멋있게 은퇴한 선수가 있다. LG와 SK 등에서 활약하다 2010년을 끝으로 은퇴한 김재현(46)이다. 한 해 전인 2009년 김재현은 1년 후 ‘예고 은퇴’를 선언했다. “예전부터 힘이 있을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미루다 보면 언제 떠나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고 결국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 대신 남아있는 매 타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은퇴 시즌이었던 2010년. SK 주장을 맡은 그는 주연보다는 조연을 자처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엔 역시 주인공이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역전 결승타를 쳤다. 기선을 제압한 팀은 결국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최근 야구계에서는 LG 베테랑 박용택(41)의 ‘은퇴 투어’가 큰 논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은퇴 투어’를 제안하고 소속팀 LG가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승엽급의 스타가 아니다’ ‘LG의 레전드지 리그의 대표 선수는 아니다’ 등등이 이유였다. 결국 박용택이 스스로 매듭을 지었다. 부상에서 회복해 11일 1군에 올라온 박용택은 “은퇴 투어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제 은퇴는 오늘부로 딱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대신 그는 “현재 팀이 정말 소중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하고 헹가래 받고 은퇴식 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은퇴 투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박용택이라는 선수의 가치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KBO리그에서 그는 역대 가장 많은 2478개의 안타를 기록 중이다. 팬들에게 항상 친절하려 애썼고, 각종 봉사활동에도 열심이었다. 2009년 타격왕 밀어주기 사건으로 환영받지 못한 타격왕에 오른 뒤에는 여러 차례 솔직하게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9년간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그가 멋진 마무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년의 이승엽은 화려했지만 그해 팀은 9위에 그쳤다. 반면 2010년 김재현의 SK는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제목의 ○○○에는 박용택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가길 응원한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역사적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골키퍼(골리)로 활약했던 신소정(30)이 남자 아이스하키 대명 킬러웨일즈의 코치로 변신했다. 대명은 11일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6년 동안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문을 지켰던 신소정이 골리 코치로 합류한다. 대명에서 자신의 꿈을 이어가게 된 신 코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신소정은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최초의 여성 코치가 됐다. 신소정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일곱 살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신소정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04년 대표팀에 발탁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이후 2018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한국 대표팀의 주전 골리로 활약했다. 숙명여대에 다니던 2013년에는 아이스하키 종주국 캐나다 유학을 떠나 노바스코샤의 세인트 프랜시스 제이비어대에 입학했다. 2016년에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톱 리그인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해 4경기에 출전했다. 캐나다와 미국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골리로 성장한 신소정은 평창 올림픽에서 눈부신 선방 쇼로 단일팀의 골문을 지켰다. 당시 그는 236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210개를 막아냈다. 이기완 대명 단장은 “신 코치가 최근까지 캐나다 모교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다. 비디오분석 등 현지에서 익힌 선진 기술이 우리 팀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신소정은 구단을 통해 “열정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준 대명에 감사드린다. 대명을 강팀으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삼성과 DGB대구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의료, 보건, 소방 관계자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잔여 시즌 동안 매 홈경기마다 테이블석을 무표로 최대 100매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은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안방 경기부터 1루측 테이블석을 ‘DGB 덕분에 ZONE’으로 운영한다. DGB대구은행과 삼성의 협업으로 마련된 이 테이블석은 이른바 ‘코로나 의병’을 위한 자리로 잔여 정규시즌 내내 운영될 계획이다. 경기당 100석이 준비돼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의사, 간호사, 병원행정직, 보건소 직원,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등 대상자들이 원하는 경기를 사전 예매하면 경기 당일 라팍 고객센터에서 본인 확인을 마친 후 해당 존의 무료티켓 1매(동반 1인 추가 가능)를 받을 수 있다. 다른 좌석과 마찬가지로 ‘DGB 덕분에 ZONE’ 역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띄어 앉기가 적용된다. 2월 중순부터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주사 급증하면서 당시 스프링캠프 중이던 삼성 선수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의료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대구·경북 지역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삼성 관계자는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 ‘코로나 의병’의 활약 덕분에 대구는 코로나19 대확산 도시에서 코로나19 극복의 모범 케이스로 거듭났다.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이 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

류현진(33·토론토·사진)을 상징하는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떨어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이다. 체인지업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패스트볼의 구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31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의 부진은 무뎌진 패스트볼에서 비롯됐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올랐던 지난해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7마일(약 146km)이었다. 150km 넘는 빠른 공도 간간이 던졌다. 하지만 MLB.com이 집계한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3마일(약 142km)에 그쳤다. 워싱턴 타자들은 속구는 버리고 오프스피드 피치를 노려 치는 전략을 구사했다. 류현진은 이날 4와 3분의 1이닝 동안 1홈런 포함 9안타, 1볼넷, 5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4-6으로 지면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지난달 25일 탬파베이와의 개막전(4와 3분의 2이닝 3실점)에 이어 개막 후 2경기 연속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8.00으로 치솟았다. 스타를린 카스트로와의 1회 승부가 경기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류현진은 카스트로에게 7개의 체인지업을 비롯해 가진 구종을 모두 구사했지만 그는 끈질기게 파울로 커트해냈다. 그리고 12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좌익수 앞 안타로 출루했다. 카스트로는 류현진을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때렸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3회 2사 1, 3루에서 커트 스즈키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역전 2타점 2루타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4회에는 마이클 테일러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5회 연속 2루타로 한 점을 더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도 구속 저하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광판 등에 찍힌) 숫자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구속은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예상했던 것만큼 날카로운 모습은 분명 아니다”라면서도 “올해는 유별난 시즌이니만큼 제 모습을 찾을 거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토론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필라델피아와의 주말 3연전이 추후로 연기되면서 휴식기를 갖는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아니다 싶으면 경기 중간에도 투구 패턴을 바꾸는 투수였는데 오늘은 바깥쪽 승부에 너무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가족과도 떨어져 있어야 하고, 홈구장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주변 상황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노련한 선수이니만큼 잘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롯데의 중심타자 이대호(38)는 KBO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선수다. 일본, 미국을 거쳐 2017시즌 친정팀 롯데로 돌아오면서 4년 총액 150억 원에 계약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 연봉도 25억 원으로 토종,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다.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려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려야 할까. 타격 부문 7관왕에 올랐던 2010년 정도의 성적이 아니고서는 국내 어느 구단 연봉 고과 산정 기준을 적용해도 몸값을 했다고 하기 어렵다. 최고 연봉 선수라는 부담을 안고 뛰는 이대호에게 지난해는 최악의 한 해였다. 팀은 최하위에 머물렀고, 자신도 타율 0.285에 16홈런, 88타점에 그쳤다. 팀 성적이 좋지 않자 비난의 화살은 이대호에게 더 집중됐다. 나이에 따른 노쇠화를 뜻하는 에이징 커브(Aging Curve)가 온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고, 세대교체를 이유로 시즌 한때 2군행을 지시받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는 절치부심했다. 겨우내 몸이 홀쭉해지도록 훈련했고, 검게 그을린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 자신 있다.” 올해의 이대호는 확실히 달라졌다.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던 최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롯데의 4번 타자’로 불리기엔 충분한 모습이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안방경기. 이대호는 이날 2타수 무안타에 병살타 1개를 쳤다. 하지만 3차례나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여전히 상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줬다. 29일 현재 이대호의 성적은 타율 0.306에 11홈런, 50타점이다. 타율은 손아섭(0.345)에 이어 팀 내 2위, 홈런도 전준우(12개)에 이어 팀 내 2위다. 타점은 가장 많다. 무엇보다 꾸준함에서는 그를 따라올 선수를 찾기 힘들다. 이대호는 8일 한화와의 방문경기에서 3회 상대 선발 서폴드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때리며 시즌 10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2004년 처음 20홈런을 치며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이대호는 이 홈런으로 한국, 미국, 일본 야구를 통틀어 17년 연속 1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소프트뱅크에서 98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2016년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도 14홈런을 쳤다. 롯데에 따르면 KBO리그로 한정하지 않고 1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한국 선수는 이대호가 처음이다. 이대호는 “나이를 먹어 가는데 야구를 계속 잘할 수는 없다. 예전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보다는 팀이 이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망의 우승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마운드에는 고교 최고의 왼손 투수 김진욱(18)이 서 있었다. 하지만 강릉고의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진욱이 9회초 마지막 상대 타자에게 공 2개를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결과는 김해고의 4-3 대역전승. 지난달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두 팀의 희비를 가른 것은 ‘투구 수 제한’ 규정이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투구 수 규정에 따르면 한 경기에서 105개를 던진 투수는 볼 카운트와 관계없이 곧바로 교체해야 한다. 이 규정이 아니었다면 김진욱은 계속 공을 던졌을 것이다. 김진욱으로서도 강릉고로서도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아니었다면 김진욱은 준결승에서도 8강전에서도 공을 던졌을 것이다. 주말리그에서도, 다른 전국대회에서도 무수한 공을 던졌을 게 분명하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에이스의 ‘혹사’는 ‘투혼’으로 포장되곤 했다. 에이스들은 200개 가까운 공을 던지고, 위기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등판했다. 순간으로는 아름다웠지만 그들의 야구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많은 유망주들이 프로 입단과 함께 수술대에 올랐다. 몇몇은 재기했지만 더 많은 선수들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야구 인생을 접어야 했다. 투구 수 제한을 비롯한 의무 휴식일 규정(91개 이상 투구 시 4일 이상, 76∼90개 3일, 61∼75개 2일, 46∼60개 1일)이 도입된 것은 2018년부터다. 2016년 말 KBSA 회장에 오른 ‘코끼리’ 김응용 전 감독(79)이 1년여의 준비 끝에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혹사’가 사라지자 젊은 선수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고졸 신인인 KT 소형준, 삼성 허윤동, LG 이민호(이상 18세) 등은 올해 선발 투수로 뛰고 있다. 고졸 2년 차로 범위를 넓히면 삼성 원태인, 롯데 서준원(이상 20세) 등이 씩씩하게 공을 던진다. KBO리그에서 ‘영건’들이 이처럼 건강하게 공을 던지는 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한경진 선수촌병원 재활원장은 “제도 시행이 몇 해 되지 않았지만 고교 투수들의 수술 빈도가 현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많은 팀들이 에이스 한 명의 어깨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여러 선수가 고루 기회를 제공받는다. 선수도 살고, 팀도 산다. 서울로 몰리던 선수들은 이제는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지방으로 떠난다. 지방 팀도 살고, 서울 팀도 산다. 여전히 많은 현장 지도자들은 선수가 모자라 팀 운영을 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김 회장의 결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야구 발전이라는 원칙 하나만을 따랐기 때문이다. 사심 없는 김 회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월급을 받지 않는다. 회장에게 책정된 판공비도 없다. 어지간한 곳은 손수 운전해서 다닌다. 그는 지금도 틈틈이 아마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장학금을 준다. 선행을 알려야 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제안에 그는 특유의 투박한 어투로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야구로 받은 게 얼만데,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은 LA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해 개막전 선발 투수의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현지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1∼3선발이던 클레이턴 커쇼, 워커 뷸러, 리치 힐이 모두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엉겁결에 낙점됐다는 거였다. 일부 언론은 ‘플랜D’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까지 했다. 모든 논란을 잠재운 건 류현진의 어깨였다. 지난해 3월 29일 애리조나와의 개막전에서 당시 최고 몸값 투수이던 잭 그링키와 맞대결을 벌인 그는 6이닝 4안타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류현진은 승승장구하며 14승 5패로 시즌을 마감했고, 평균자책점은 2.3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4년 8000만 달러(약 963억 원)에 토론토로 이적한 그는 예상대로 개막전 선발 투수로 확정됐다. 의심스러운 시선을 받았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토론토 구단은 20일 류현진이 25일 오전 7시 40분(한국 시간) 탬파베이의 안방인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리는 방문경기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로 2년 연속 개막전에 나서는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류현진은 탬파베이 에이스 찰리 모턴과 선발 맞대결을 한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모턴은 지난해 16승 6패,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동산고 후배이자 탬파베이 주전 1루수 최지만(29)과의 한국인 투타 맞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두 선수는 이전에 맞대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최지만은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류현진은 KBO리그 한화 시절 5차례(2007∼2009년, 2011∼2012년)나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다. 하지만 유독 개막전에서는 ‘괴물’답지 않았다. 2009년 SK전에서만 5와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을 뿐 나머지 경기에선 대개 부진했다. 개막전 5경기 통산 성적은 1승 3패, 평균자책점 5.81. 한편 올해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왼손 투수 김광현(32)은 5선발로 시즌을 맞을 게 유력하다. 김광현은 17일 자체 청백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최종 테스트를 마쳤다. 현지 언론에서는 시즌 불참을 선언한 마무리 투수 조던 힉스의 자리에 5선발로 거론되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들어가면서 김광현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리안 메이저리그의 맏형 추신수(38·텍사스)도 25일 콜로라도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2014시즌을 앞두고 7년 1억3000만 달러(약 1564억 원)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추신수는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여전히 뛰어난 출루 능력을 보이고 있는 그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들의 트레이드 카드로도 거론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메이저리그는 24일 오전 8시 8분 뉴욕 양키스와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워싱턴의 경기를 시작으로 뒤늦게 2020시즌의 막을 올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약 4개월 만에 재개된 유러피안 골프투어 오스트리아 오픈에서 세계 1258위 마크 워런(39·스코틀랜드·사진)이 우승했다. 잊혀가던 선수의 부활 못지않게 화제를 모았던 건 그가 4라운드 내내 직접 캐디백을 멨다는 사실이다. 워런의 캐디는 대회 직전 실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졸지에 캐디와 함께할 수 없게 된 워런은 새 캐디를 구하는 대신 혼자 경기를 뛴 것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19개 대회에 출전해 겨우 5차례 컷을 통과했고, 최고 성적이 공동 56위에 그쳤던 그는 이번 대회 내내 선전을 이어갔다. 13일 오스트리아 빈 인근 다이아몬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는 2언더파 70타를 쳤다. 특히 마지막 4개 홀에서 결정적인 버디 2개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마르셀 슈나이더(독일·12언더파 276타)와는 1타 차. 최근 우승이 2014년이었던 그는 6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통산 4승을 기록했다. 15년 전인 2005년에도 캐디 없이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고 밝힌 그는 “캐디 없이 하는 경기는 이번 한 번뿐이길 바란다. 결과는 더없이 좋았지만 캐디가 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역시 캐디와 함께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삼성전. 경기 전 전광판에 새겨진 양 팀 선발 라인업엔 이전과는 다른 한 가지가 있었다. 홈 팀 키움의 ‘4번 타자’ 자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2)였다. 올 시즌 키움의 4번 타자는 박병호(34)다. 하지만 손혁 감독은 이날 휴식을 주기 위해 박병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손 감독이 박병호 대신 낙점한 임시 4번 타자가 바로 이정후였던 것. 이정후는 휘문고 시절 4번을 친 적이 있지만 프로 입단 후 4번 타순에 위치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프로 449번째 경기 만의 일이다. 2017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이상을 기록한 이정후지만 지난해까지 파워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7년 2홈런을 쳤고, 2018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며 힘을 키운 덕분에 올해 정교함에 파워까지 갖춘 타자로 거듭났다. 전날까지 커리어 하이인 8개의 홈런을 때렸다. 손 감독은 경기 전 “지난 시즌과 같은 장타력이었다면 고민했을 수도 있지만 올해는 다르다. 찬스에서 한 방을 쳐줄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기대 그대로였다. 앞선 3타석에서 안타 없이 볼넷만 하나 골랐던 이정후는 4-6으로 뒤진 7회말 무사 1, 2루 찬스에서 삼성의 2번째 투수 장필준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3점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볼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큰 스윙으로 걷어 올렸다. 비거리 115m짜리 시즌 9번째 홈런을 날려 프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원조 4번 타자 박병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4회말 대타로 교체 출장한 박병호는 0-6으로 뒤지던 6회말 상대 선발 투수 원태인을 상대로 추격의 불씨를 댕기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15번째 홈런. 박병호와 이정후의 결정적인 홈런 2방을 앞세운 키움은 7-6으로 역전승하며 2연패에서 벗어났다. LG는 김현수의 홈런 2개를 앞세워 두산을 8-5로 꺾고 두산전 6연패를 끊었다. LG가 두산전에서 이긴 것은 5월 5일 개막전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던 롯데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는 한화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2패)째를 따냈다. 이대호와 전준우는 각각 10호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3월 미국에서는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초대형 계약이 성사됐다.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우트(29·LA 에인절스)가 소속팀과 연장 계약을 통해 12년 총액 4억2650만 달러(약 5100억 원)를 받게 된 것이다. 사상 최초의 4억 달러 이상 계약이었다. 하지만 트라우트가 세운 새 이정표는 1년 만에 바뀌게 됐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신성(新星) 패트릭 머홈스(25·캔자스시티·사진)가 5억 달러를 넘어서는 초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ESPN과 AP 등 미국 언론들은 7일 머홈스가 2022년부터 10년간 최대 5억300만 달러(약 6014억 원)짜리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인센티브를 제외한 순수 보장 금액만 4억7700만 달러(약 5707억 원)에 이르며 트레이드 거부권도 포함됐다. 앞으로 12시즌 동안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계속 입게 된 머홈스는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NFL 최고의 쿼터백으로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등에서 11년 동안 투수로 활약했던 아버지 패트릭 머홈스 시니어로부터 강한 어깨를 물려받은 머홈스는 강하면서도 정교한 패싱 능력을 갖췄다. 고교 시절 야구 선수로도 활약했던 머홈스는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리며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적도 있다. 2014년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로부터 지명을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텍사스공대 풋볼 팀에 진학했다. 발도 빨라 패스가 여의치 않으면 러싱으로 스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다. 2017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은 그는 2년 차이던 2018시즌에 5000패싱 야드와 터치다운 패스 50개를 동시에 달성하며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올해 2월에는 캔자스시티에 50년 만에 슈퍼볼 트로피를 선물하며 슈퍼볼 MVP로도 선정됐다. 그는 NFL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만 24세 4개월 16일)에 정규리그와 슈퍼볼 MVP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선수가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수 수십 명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모든 이의 시선은 오직 그에게 쏠렸다. 2016년 4월 미국프로야구 트리플A 더럼 불스 애슬레틱파크에서 만난 강정호(33)에게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의 옆에는 재활과 훈련을 돕는 트레이너 3명이 따라붙었다. 다른 선수들은 훈련 틈틈이 힐끔힐끔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유는 단 하나. 그는 모든 마이너리거들이 꿈꾸는 ‘메이저리거’였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의 가장 상위 레벨이긴 하지만 트리플A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연봉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를 받는 선수도 많지 않다. 티켓 값이 저렴한 비행기로 이동하며, 식사 등 지원도 부실한 편이다.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가 컨디션 점검차 마이너리그에 내려오면 푸짐한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전통도 그래서 생겼다. 강정호 역시 팀 선수단 전원에게 고기 식사를 대접했다. 재활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강정호는 그해 21홈런에 62타점을 기록했다. 탄탄대로 같던 그의 야구 인생은 그해 12월 국내에서 저지른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조사 과정에서 이전에도 두 차례 더 음주 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돼 2년 가까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2018시즌 막판 가까스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했지만 부진 끝에 방출됐다. 갈 곳을 잃은 강정호는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며 국내 프로야구 복귀를 타진했지만 성난 여론을 바꾸지는 못했다.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었던 원소속 구단 키움마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스스로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과정보다 결과, 공정보다 특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다. 프로야구 초창기 타격왕 밀어주기를 했던 한 노(老)감독은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야구판은 그의 말처럼 움직였다. 음주 사고를 쳐도, 폭행에 연루되어도, 약물을 복용해도 야구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평생 야구를 잘해 온 강정호도 안이하게 생각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 직후 그의 첫 반응은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구단은 눈 딱 감고 그를 받아들일 만도 했다. 순간의 비난을 넘기면 팬들은 다시 성적에 환호할 거라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눈은 높아졌고, 소셜미디어 등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소통 수단도 크게 늘었다. 어쩌면 이번에 강정호의 복귀를 막은 것은 KBO도, 구단도 아닌 팬들의 힘이었다. 2015시즌 미국에 진출한 강정호는 여러모로 ‘롤 모델’과 같은 선수였다. 팀에는 거액의 응찰액 500만2015달러(약 60억 원)를 남겼고, 선수들에게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해줬다. 김현수(LG·전 볼티모어), 박병호(키움·전 미네소타), 이대호(롯데·전 시애틀), 황재균(KT·전 샌프란시스코) 등이 그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은 그는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번 사태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선수들은 지금 ‘실수는 순간이지만 비난은 영원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