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구글은 사람으로 치면 이제 21세 청년이 됐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사랑을 주되 다 큰 청년에게 성가신 잔소리는 하지 않는 부모가 되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테크 기업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47)와 세르게이 브린(47)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한 말이다. 두 사람은 테크 혁신의 아이콘이었기에 세계가 놀랐다. 미국 주간지 포천은 “한 시대의 막을 내리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리더십 체인지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터넷·모바일 시대의 성공문법과 조직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에서 두 창업자가 물러남으로써 알파벳과 구글은 더 빠른 의사 결정 구조를 갖게 됐다.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48)가 알파벳의 CEO도 겸임하기 때문이다. 페이지와 브린은 “구글과 알파벳에 CEO 2명, 사장 1명이 있을 필요가 없다. 경영진은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리더십 체인지로 상승세를 탔다. 2014년 당시 47세이던 사티아 나델라가 CEO가 된 뒤 MS의 시가총액은 애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나델라가 PC 운영체제(OS) 성공에 매달리던 공룡 MS에 스타트업 정신을 불어넣으며 주요 사업을 클라우드로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일성부터 “우리 업계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다. 혁신만을 존중할 뿐”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전통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네덜란드의 ING그룹은 최근 터키 ING 여성 CEO였던 피나르 아바이(47)를 본사 시장 책임자에 임명했다. 그는 2011년 34세 나이에 은행 경력이 전무한 상태로 터키 ING CEO를 맡아 화제를 모았고, 파격적인 고객 서비스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까지 주목했던 인물이다. ING 본사는 2015년에는 애자일(기민성) 경영을 위해 본사 직원 전원을 인사 이동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세대교체 바람이 국내 뉴 리더들에게도 ‘내부 혁신 없이는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주고 있다”고 했다.김현수 kimhs@donga.com / 멘로파크=유근형 기자}

“현재 국내 기업들의 인사와 평가, 교육 및 채용 시스템 등은 모두 1970, 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유물입니다. 혁신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대기업에 다니는 A’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 A’가 되기를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다니고 싶어 하는 기업이 되려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지난해 말 주요 그룹의 인사는 세대교체 광풍이 거셌다. 그 배경에는 4대 그룹 중 한 곳의 인사채용 담당자가 말한 이 같은 고민이 반영돼 있다. 1980∼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의 합성어인 MZ세대가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주요 기업 경영진은 최근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이 자유로운지, 근무시간이 유연한지, 채용 과정이 경직돼 있지는 않은지, 평가 및 보상 체계는 수평한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렇게 조직 시스템 곳곳에 메스를 들이대는 이유는 리더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바뀌어야 혁신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종 DNA가 혁신을 이끈다 2010년 이후 시작된 재계 3, 4세 경영은 최근 재계 서열 상위 그룹인 삼성, 현대자동차, LG까지 세대교체가 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3, 4세 오너들은 공개채용 시스템을 통해 통합된 DNA를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이종의 전문가 집단 간 장벽을 허문 지 오래다. 특히 최근엔 나이, 출신, 전공이라는 오래된 허들마저 치워버렸다. 올해 취임 3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 대표가 이끄는 LG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LG생활건강에는 34세 여성 상무가 탄생했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젊은 석학으로 꼽히는 조셉 림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컴퓨터공학부 교수(35)도 영입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의 최고인사책임자(CHO)를 모두 교체해 앞으로 조직 변화가 더 클 것이라고 예고했다. 삼성, 현대차그룹의 외부 전문가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2018년 최고혁신책임자(CIO)라는 직책을 만들고 구글 출신인 데이비드 은 사장(53)을 선임했다. 국내 재계에서 처음으로 정기 공채를 폐지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이끌 ‘어번에어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60)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신설하고 일본 닛산 출신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선임했다. 현대차가 C레벨(CEO, CFO 등 경영자를 지칭)급 인사에 외국인을 선임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빠른 추격자’에 머물렀던 지금까지는 카리스마적인 오너의 비전을 읽고, 그것을 충실히 이행하는 내부의 인물이 C레벨에 포진했다”며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역량과 가치관이 필요한 변화의 시대라 기업 밖에서 혁신의 동기와 인물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성원에 대한 투자로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이들 기업은 또 기존 구성원의 역량을 높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투자에도 과감하게 나서고 있다. SK는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통합 교육의 인프라 역할을 할 조직인 ‘SK유니버시티’를 출범시킨다. SK 관계자는 “영입하고 싶은 AI 전문가가 30대라면 과거의 직급 및 보상 체계로는 끌어오기가 불가능했다. 이제는 이런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도 조직문화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미국 콘텐츠 공룡 디즈니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할 뿐 혁신이 없었다. 이런 기업문화에 염증을 느낀 구성원들이 대거 이직을 하자 경영진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세상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To Make People Happy)’이란 전통의 구호를 고객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디즈니는 달라졌다. 사내 교육 시스템을 신설해 전문가를 양성했다. ‘행복 오피스’라는 조직을 신설해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지만 넷플리스의 대항마가 됐다”며 “픽사와 마블,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한 경영적 판단에 조직문화 혁신이 더해진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 “아버지 세대와 차별화된 혁신”… 그룹들 주력 업종 바꾸기 ▼“이제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쟁자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가 아니라 구글, 우버 같은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현대차의 신산업을 발굴하고 있는 크래들(CRADLE) 사무소의 김창희 부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글로벌 생존전쟁의 국면이 자동차산업을 넘어섰다는 고백이자 선언이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자’로 완전히 탈바꿈할 현대차를 꿈꾸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삼성넥스트의 브렌든 킴 글로벌투자 팀장은 “지금 인공지능(AI)이 대세라고 하는데 우리는 벌써 AI 이후까지 상상하며 혁신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며 “삼성은 50년 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산화, 세계화를 넘어 이제는 ‘디지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버지 세대의 기업과는 달라진 점이다. 1958년 LG전자, 1969년 삼성전자, 1968년 포스코, 1973년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설립됐을 때 창업 세대의 목표는 ‘국산화와 기술개발’이었다.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회장은 라디오 국산화에 사활을 걸었고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TV와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198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2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서는 품질경영과 세계화를 외쳤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시기였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재계 3, 4세의 ‘뉴 리더’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기존 산업의 ‘파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아들이 운전면허를 딸 생각을 안 한다”라고 농담을 한 뒤 현대차가 소유에서 공유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5년부터 방산, 화학, 프린팅 등 전통적 효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삼성이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 때문이었다. 2018년 경영에 복귀한 뒤에는 6개월간 현장에 다니며 AI, 5세대(5G) 통신, 바이오, 전장(電裝)부품 등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언했다. 삼성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테크 공룡들의 파트너이자 경쟁사로 글로벌 기술 전쟁 한가운데에 서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산업계의 구조는 ‘대전환’기다. 기업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시장을 찾고 투자처를 선택하고 있다. 지금의 선택에 따라 미래 100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스타트업 정신으로 디지털 혁신은 글로벌 모든 기업의 과제지만 한국은 특히 승계의 과정에서 뉴 리더십의 등장과 맞물려 있어 더 절박한 과제가 됐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재벌 3, 4세로 물리적 세대교체는 진행됐지만 4차 산업혁명 사회라는 거대한 물결에서 성공 모델을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 이 부회장 등 뉴 리더들이 아버지 세대와는 차별화된 혁신에 나서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010년 시가 총액 5대 기업 중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기업이 2019년 말 기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로 대체되는 등 새로운 창업자가 뉴 리더로 등장했다. 대기업 중심 경제로 성공방정식을 써온 한국에서 뉴 리더들은 내부 혁신자이자 새로운 창업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부 성공 사례도 나오는 중이다. 2011년 설립된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국내 신약 사상 처음으로 임상 3상까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에서 만난 조정우 사장은 “10년 넘게 돈만 들어가는 사업이 바이오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 그룹 차원의 인재 확보와 기민한 지원으로 한국 신약사에 새로운 기록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의 뉴 리더는 과거, 현재, 미래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더욱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홀랜드=서동일 dong@donga.com / 허동준 기자 / 마운틴뷰=유근형 noel@donga.com·지민구 / 김현수 기자}
“미래를 좌우할 혁신 키워드는 ‘안’보다 ‘밖’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는 프랜시스 호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산하 삼성캐털리스트펀드 전무는 지난해 12월 7일 현지에서 이같이 말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을 열고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대차는 초대장, 행사장 안팎 어디에도 로고를 넣지 않았다.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가 가진 ‘성공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스타트업처럼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한국 재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성장의 엔진은 꺼져 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100년을 이끌기 위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젊은 리더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50), 구광모 ㈜LG 대표(42) 등이 기업의 ‘본업’을 재정의하고, 조직문화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인 30대 임원 발탁도 늘고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정치 교육 등 사회 전체가 리더십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혁신에 목마른 기업들이 먼저 ‘젊은 리더’를 앞세워 경영 문법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홀랜드=서동일 dong@donga.com / 멘로파크=유근형 기자}

LG전자는 ‘인공지능 DD(Direct Drive) 모터’를 탑재한 세탁기 트윈워시(사진) 신제품을 앞세워 미국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고 30일 밝혔다. 미국에 출시되는 트윈워시 신모델은 의류 무게를 감지한 후 인공지능이 약 2만 개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의류 재질을 판단해 최적의 세탁 방법을 선택한다. 글로벌 인증기관 인터텍에 따르면 LG전자의 인공지능 DD 모터 탑재 드럼세탁기는 일반 드럼세탁기에 비해 옷감 보호기능이 18% 뛰어났다. LG전자는 모터와 세탁통을 직접 연결한 DD 모터를 세탁기에 장착해 소음과 에너지 소모량을 대폭 줄였다. 또 대용량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를 고려해 트윈워시를 유럽 출시 제품(24인치)보다 큰 27인치로 내놨다. 세탁기 하단에 별도의 ‘미니워시’ 세탁기를 결합할 경우 분리 세탁도 가능하다. LG전자는 트윈워시 신제품을 내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 전시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청년들은 스마트폰에는 관심이 많은데, 그 스마트폰이 반도체 기술의 집합체라는 것엔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인기 웹툰 작가 신형욱 씨(27)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들, 선후배들에게 우리가 편리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게 그 반도체 때문이라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만든 책은 반도체 웹툰 ‘나노(NANO)’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역사부터 최첨단 기술까지 한 권의 웹툰에 담기 위해 신 작가를 섭외한 것이다. 신 작가는 올해 삼성반도체이야기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연재했고, 최근 단행본으로 엮어 사내외에 배포했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도 쉽게 반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웹툰’ 형식의 반도체 이야기와 로맨스 장르를 버무린 것이다. 누구나 삼성반도체이야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신 작가를 비롯한 웹툰 제작팀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신경을 썼다. 여주인공의 이름 ‘이유비’는 반도체 초고도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에서 따왔다. 남자 주인공 ‘나노민’은 반도체 공정단위인 나노(NANO)에서, 또 다른 인물인 ‘마모리’는 반도체의 한 축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따왔다. 신 씨는 “저처럼 반도체를 뉴스에서만 접하던 사람들도 이 한 권으로 반도체의 주요 기술까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러브 라인과 취업 준비생의 극복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들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신 작가는 흥미를 끌어올리는 요소뿐 아니라 반도체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도 주안점을 뒀다.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공장 직원 및 반도체 연구원들과도 소통하며 실제 반도체 생산라인의 업무 문화까지 담으려고 했다. 그림을 그린 한가람 작가도 500여 장의 실제 반도체 관련 사진을 비교해 가며 최적의 이미지를 찾으려 했다. 신 작가는 “한 에피소드를 쓰고 현장에서도 그런 일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며 “주인공들이 공장 안을 활보하는 내용을 썼다가 실제 보안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의 발행인인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은 “이제 반도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반도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낯설고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야기 속 반도체 관계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잘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앞으로 하청회사의 관리자가 원청회사의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단순히 전달만 해도 불법 파견으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같은 내용의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30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일선 근로감독관이 기업의 불법 파견을 단속할 때 판단하는 기준이다. 2007년 제정 후 12년 만에 개정됐다. 2015년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뒤늦게 반영한 것이다.○ ‘불법 파견’ 판단 가능성 높아져 현행 파견법상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 등 32개 업무는 파견 근로자를 쓸 수 없다. 자동차회사의 경우 차체 생산과 부품 조립 등이 직접생산 공정이다. 다만 한 공장 안에서 특정 업무에 대한 하청(도급) 계약을 맺는 건 가능하다. 이를 사내하청이라 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 A사의 사내하청을 받는 B사 직원들은 B사 관리자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야 한다. A사가 B사 근로자에게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면 불법 파견이다. 파견 대상이 아닌 업무를 사실상 파견 방식으로 운용한 탓이다. 2015년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A사가 B사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시했을 때만 불법 파견으로 인정했다. A사 직원이 문서(작업지시서)나 구두로 B사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고, 지시 준수를 요구하는 경우다. 종전 지침은 이런 직접적인 행위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새 지침은 간접적인 지시만 있어도 불법 파견이 될 수 있다. B사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지시한 내용이 A사의 결정을 단순히 전달한 것에 불과하면 불법 파견이 될 수 있다. B사의 재량권이 없다는 이유다. 원청회사가 인사권을 행사해도 불법 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하청 업무의 전문성과 기술 수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전문성과 기술 수준이 낮은 업무를 외주로 바꿀 경우 불법 파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하청 목적까지 제대로 따지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미 현장에선 지침과 별도로 대법원 판례를 적용 중이다”라며 “판례를 지침으로 명확히 한 것일 뿐 불법 파견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력 운용 ‘3중고’ 우려 경영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이어 불법 파견 범위까지 넓어지면서 인력 운용의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불법 파견이 확인되면 고용부는 해당 근로자 전원에 대한 직접고용 명령을 내린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회사에는 근로자 1인당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별도로 불법 파견의 고의성이 짙고,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돼 검찰 기소 후 유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일부 강성 노조가 새 지침을 근거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직접고용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선진국의 초우량 기업들은 도급 계약을 통해 협업과 분업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전문성이나 기술 수준이 낮아도 도급은 가능한데, 정부 지침은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다”며 “서비스업까지 도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현장에서 불법 파견을 둘러싼 갈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유근형 기자}

LG전자가 첨단 기술을 집약시킨 신개념 프리미엄 식물재배기(사진)를 26일 공개했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누구나 쉽게 야외가 아닌 집 안에서 일년 내내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 식물재배기를 통해 식물 재배과정을 대부분 자동화했다. 식물재배기 선반에 씨앗, 토양, 비료 등을 통합한 패키지를 넣고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채소가 자란다. 특히 상추, 케일 등 20여 종의 다양한 채소를 야외보다 빠르게 재배할 수 있다. 새싹채소는 약 2주, 잎채소는 약 4주, 허브는 약 6주가 지나면 모두 자란다. 신개념 식물재배기에는 LG의 첨단 생활가전 기술력이 접목됐다. 채소가 자라는 최적의 온도를 자동 제어하는 과정은 디오스 냉장고의 기술을 적용했다. 채소에 물을 정확하게 공급하는 부분은 LG 퓨어케어 정수기의 급수제어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LG 휘센 에어컨의 공조 기술은 식물재배기 내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했다. LG전자는 내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신개념 식물재배기를 일반에 처음 전시할 계획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구상에서 가장 치열한 기술 전쟁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내년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쇼인 ‘CES 2020’에는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한 400여 개의 국내 기업과 기관이 참가해 ‘신기술 각축전’을 펼친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대기업도 저마다의 핵심 기술들을 무기로 기술 전쟁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최근 CES에는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전자제품에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가 모빌리티 등 미래차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들이 기존 모터쇼에서는 새로운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에 집중하고, 미래차 관련 첨단 기술은 CES에서 공개하는 경향이 정착됐다”며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류의 미래는 모빌리티 혁신에 있다’ 현대차는 CES 2020에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 혁신이 불러올 미래 도시의 변화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번 ‘CES 2020’에서 △하늘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활용해 도로 혼잡을 줄이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해 탑승객의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등의 3개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편리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CES의 최대 강조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소개할 가능성도 있다. SK그룹은 올해 CES의 6배 규모(약 200평)의 통합부스를 마련해 ‘혁신 모빌리티 기술’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실제 자동차 사업을 하지는 않지만 모빌리티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SK하이닉스의 차량용 D램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시스템 경쟁적 출시 CES 2020에서는 최신 AI 기술을 접목한 전자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일상에 녹아든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무장했다. 특히 AI가 적용된 다양한 형태의 삼성 로봇과 삼성봇 셰프(주방 도우미 로봇), 삼성봇 클린(청소 도우미 로봇) 등의 최신 버전이 공개된다. 특히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인 김현석 사장은 CES 2020 기조연설자로 나서 AI의 기술 진보 방향과 최근 연구 성과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어디서든 내 집처럼’을 주제로 구성한 체험존 ‘LG 씽큐(ThinQ)존’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체 CES 부스의 3분의 1 규모를 씽큐존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집 안에서 누리는 AI 솔루션 ‘LG 씽큐 홈’ △차량 등 이동수단에서 집을 제어하는 ‘커넥티드카 존’ △스마트폰 화면, 거울 등에 사용자와 닮은 3차원(3D) 아바타를 띄우고, 실제 옷을 입혀보며 가상 피팅을 해볼 수 있는 ‘씽큐 핏 컬렉션’ △접객, 음식 조리, 서빙, 설거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클로이 테이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8K TV 주도권 다툼도 치열 삼성 LG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은 일본 소니, 중국 TCL, 하이센스 등 경쟁 업체들과 8K TV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고화질 TV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UHD’ 인증을 받기 위해 화질선명도(CM) 값을 모두 50% 이상으로 상향시킨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는 고가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제품에도 8K 화질을 적용할 방침이다. LG는 미국 CTA 8K UHD 인증을 이미 획득한 초고해상도 TV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또 올레드 TV의 강점을 활용한 롤러블(디스플레이를 말았다 펼 수 있는 형태)과 월페이퍼(벽에 붙는 형태) 등 혁신적인 디자인도 선보일 계획이다.유근형 noel@donga.com·김도형 기자}

구자열 LS그룹 회장(사진)이 마야 고이코비치 세르비아 국회의장을 만나 양국의 사업협력 확대를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했다. LS그룹은 22일 구 회장이 서울의 한 식당에서 최근 방한한 고이코비치 의장을 만나 투자 확대와 양국 사업 다각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고이코비치 의장은 한-세르비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문희상 국회의장의 10월 세르비아 방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방한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지난해 설립된 LS의) 공장은 세르비아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른 시일 안에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LS는 앞으로 세르비아에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고 세르비아 공장을 동유럽 최고의 권선(자동차·전자부품 등에 쓰이는 구리선) 공장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이코비치 의장은 “LS그룹의 세르비아 투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우수 인재에 대한 교류 등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확대도 기대한다”고 답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LG전자가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20’에서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선보인다. LG전자는 ‘어디서든 내 집처럼’을 주제로 구성한 체험존 ‘LG 씽큐(ThinQ)존’을 전체 CES 부스의 3분의 1 규모로 조성한다고 22일 밝혔다. LG 씽큐존은 △집 안에서 누리는 AI 솔루션 ‘LG 씽큐 홈’ △차량 등 이동수단에서 집을 제어하는 ‘커넥티드카 존’ △스마트폰 화면, 거울 등에 사용자와 닮은 3차원(3D) 아바타를 띄우고, 실제 옷을 입혀보며 가상 피팅을 해볼 수 있는 ‘씽큐 핏 컬렉션’ △접객, 음식 조리, 서빙, 설거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클로이 테이블’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LG 씽큐 홈의 스마트도어 시스템에는 현관에 신선 냉장고와 택배함이 설치된다. 고객이 집에 없어도 배송업체로부터 받은 식품들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또 보안장치가 탑재돼 있어 이 냉장고를 배송업체 등이 열려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LG 관계자는 “씽큐존은 고객이 집 안팎 어디에 있더라도 집 안의 가전 통신 기기들의 서비스를 받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6개 경제단체가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확정하려 하자 재계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서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지침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달 29일 의결이 연기됐고, 이후에 두 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수정안이 나왔지만 오히려 복지부가 원안보다 더 노동계와 시민단체 쪽에 기울어진 안을 제시했다”며 반발했다. 이날 재계 및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의 가이드라인 수정안에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단계별 추진 기간’을 현행 1년보다 더 단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초안은 1년에 한 번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수정안은 임시 주총을 수시로 열어 이사 해임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가 요구한 ‘경영 개입의 구체적 기준’은 수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이른바 ‘나쁜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 제안으로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횡령, 배임 등의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사에 대해서는 형이 확정되지 않아도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 투자 기업 716곳 중 지분 5% 이상 보유 기업은 38.1%(273곳)이다. 이들 기업 중 ‘나쁜 기업’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경영 개입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가이드라인 수정안에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을 판단할 때) 기업의 여건이나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오히려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예시를 통해 국민연금이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적시됐지만, 수정안에선 예시는 삭제되고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하는 적절한 주주 제안’으로 모호하게 서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예시를 없앴다고 경영계는 보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영 개입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져 ‘기업 길들이기’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부터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6개 경제단체가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경영계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않은 채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확정하려 재계가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서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에 한 차례 의결이 연기됐고, 이후에 두 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수정안이 나왔지만, 오히려 복지부가 원안보다 더 노동계와 시민단체 쪽에 기울어진 안을 제시했다”며 반발했다. 이어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강행되면, 국민연금은 모호한 잣대와 재량적 판단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원칙을 왜곡 시키고, 해외 민간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 시그널을 줄 위험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계 및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의 가이드라인 수정안에는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단계별 추진기간’을 현행 1년보다 더 단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1년에 한 번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수정안은 임시 주총을 수시로 열어 이사해임 등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의 반발을 우려해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에 ‘(국민연금이 경영개입을 판단할 때) 기업의 여건이나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영 개입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달라했지만, 수정안에 전혀 반영이 안 됐다”며 “경영 개입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져 ‘기업 길들이기’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먼저다”라고 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예시를 통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적시됐지만, 수정안에선 예시들을 삭제하고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하는 적절한 주주제안’으로 서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예시들을 없앴다고 재계 측은 보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방한 중인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서울에서 발렌베리 회장을 만나 모바일, 5세대(G) 통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를 비롯해 일렉트로룩스, 아트라스콥코, 에릭슨, 사브, ABB 등을 운영하며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으로 유명하다. 5대째 가족 세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회사 수익 대부분을 사회로 환원하는 구조를 갖췄다. 수익의 80%는 과학·교육 등에 환원하고 20%는 재단 내부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발렌베리 회장이 사회적 책임경영 등에 대해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기술경쟁력 확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휴대전화 등 사업 분야의 경영진들과 잇따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전 세계 주요 정보통신기술(IT) 기업들이 기술 전쟁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나아가야 할 근본적인 목표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휴대전화 경영진과 만나 첨단 선행기술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논의하면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술개발에 다걸기하는 삼성 삼성은 연구개발(R&D)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약 18조 원을 투자했다. 이는 역대 최고로 10년 전인 2009년(7조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37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원만 6만7000명에 달한다.이 중 4만8000여 명은 국내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국내 직원 10만 명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특허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 각국에서 총 13만543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차세대 TV, 메모리, 시스템LSI 등해 관한 특허로 전략 사업과 미래 신기술 관련 특허들이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5850건의 특허를 등록해 전 세계 업체 중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2449건의 특허를 등록해 글로벌 업체 중 3위를 기록했다.■ 미국-영국-캐나다 등에 인공지능 연구센터 운영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삼성 리서치(Samsung Research)를 출범시켜 산하에 AI(Artificial Intelligence)센터를 신설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인공지능 관련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018년 1월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연이어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5개국에 7개의 AI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우수한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2020년까지 1000명 이상(국내 약 600명, 해외 약 4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총 동원해 AI를 적용한 로봇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9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젝트로 개발된 ‘삼성봇(Samsung Bot)’과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GEMS·Gait Enhancing &Motivating System)’을 처음 공개했다.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KBIS 2019(The Kitchen &Bath Industry Show)’에서도 요리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팔 모양의 ‘삼성봇 셰프’, 집 안을 빈틈없이 구석구석 청소해주는 ‘삼성봇 클린(Samsung Bot Clean)’을 추가로 공개했다. 시스템반도체 기술력 확보도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4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 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자금은 연구개발 인력 양성과 국내 설비소재 업체들의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시스템반도체의 성장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디자인하우스설계 서비스 기업) 등의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초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6나노 공정 기반 제품에 대해서는 대형 고객과 생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제품 설계가 완료되면 곧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EUV 5나노 공정도 이미 기술개발은 성공한 상황이다.■ 기초과학-소재기술 분야에 연구비 지원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국가의 과학 기술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10년간 1조5000억 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3개 연구 분야에서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월 새로 선정한 과제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187개, 소재기술 분야 182개, ICT 창의과제 분야 191개 등 총 560개 연구과제에 7182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선 여러 여건 때문에 도전적인 연구개발이 어려울 수 있는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대상자들은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들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방한 중인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서울에서 발렌베리 회장을 만나 모바일, 5세대(G) 통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를 비롯해 일렉트로룩스, 아트라스콥코, 에릭슨, 사브, ABB 등을 운영하며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하기로 유명하다. 5대째 가족 세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회사 수익 대부분을 사회로 환원하는 구조를 갖췄다. 수익의 80%는 과학·교육 등에 환원하고 20%는 재단 내부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발렌베리 회장이 사회적 책임경영 등에 대해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발렌베리 가문은 깊은 친분을 유지해왔다. 이건희 회장은 2003년 스웨덴 출장 때 발렌베리가를 방문해 고(故) 페테르 발렌베리 이사장(마르쿠스 회장의 삼촌) 등과 만나 강소국의 성공 요인,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도 2012년 방한한 발렌베리 회장 일행을 리움미술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바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삼성이 18일 자사의 노사관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81년간 ‘비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삼성의 정책에 중요한 분기점을 맞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노조 탄압’이라는 논란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기존의 노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라며 “일부 계열사를 넘어 삼성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의미가 크다”고 봤다.○ 81년 ‘비노조 경영’ 원칙 사라져 1938년 창립 이래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더 큰 보상을 통해 노조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는 ‘비노조 경영’을 고수했다. 1980년대에 노동운동이 거세질 때에도 노조가 없었다. 범(汎)삼성가인 신세계, CJ그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이 “회사에 노동조합을 둬선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삼성 내부에서도 “창업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안 된다’고 한 것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사실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1985년 이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가 있는 것이 회사나 종업원을 위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삼성은 노조가 없어도 사우회, 협동회 등의 조직을 통해 협조가 잘되고 있으며 물질적 정신적 대우에 있어서 다른 회사보다 소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비노조 정책’ 설명을 싣고 이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노조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이 합법화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17일 1심에서 26명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난 삼성물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도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불씨가 됐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에서도 2012년 제1노조가 결성되는 등 범삼성가의 비노조 경영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비노조 정책이란 표현을 뺐다. 삼성전자에는 올 들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부 노조가 생겼다. 삼성전자서비스에는 협력사 직원들이 만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지부가 있다가 협력사 직원들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삼성 내 민노총 노조가 생긴 셈이 됐다. 현재 삼성 계열사 10여 곳에 노조가 설립된 상태다.○ “강성노조 확산” 우려도 지난해 포스코에 민노총 산하 노조가 결성된 데 이어 삼성전자에도 한국노총 지부가 생겨 사실상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모두 상급단체 소속 노조가 들어선 상태다. CJ그룹은 ㈜CJ에는 노조가 없지만 CJ대한통운에는 민노총 지부가 있다. 삼성이 비노조 정책 폐기를 사실상 선언함에 따라 노조 설립이나 가입이 더욱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업마다 강성노조 활동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갈등이 생기거나 기업 경영 현안과 상관없이 상급단체와 발을 맞추기 위한 노조의 활동이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러 걱정스러운 면이 있지만 사회적 가치가 변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노사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기업들의 숙제”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유근형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의 인공지능(AI) 칩을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18일 1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두의 AI 칩 ‘쿤룬(KUNLUN)’을 내년 초부터 생산한다고 밝혔다. TSMC 등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첫 대형 고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들은 주로 TSMC 등 대만 파운드리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이 틈바구니를 뚫고 삼성이 바이두 같은 초대형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두의 ‘쿤룬’(818-300, 818-100)은 클라우드부터 엣지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의 AI에 활용될 수 있는 AI 칩이다. 양사는 이 제품을 개발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두의 자체 아키텍처 ‘XPU’와 삼성전자 14나노 공정의 ‘I-Cube 패키징 기술’이 시너지를 내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컴퓨팅(HPC)에 최적화한 파운드리 솔루션을 적용해 기존 솔루션 대비 전력과 전기신호 품질을 50% 이상 향상시켰다. 칩에 신호가 전달될 때 발생하는 노이즈를 개선했고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회로가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구동된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바이두의 AI 반도체 개발을 총괄하는 어우양젠 수석 아키텍트는 “쿤룬은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목표로 하는 매우 도전적인 프로젝트”라며 “삼성의 HPC용 파운드리 기술이 없었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바이두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영역을 모바일용 반도체에서 AI, HPC,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이상현 상무는 “향후 에코시스템을 통한 설계 지원, 차세대 패키징 기술 등 종합 파운드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중국 공략은 2030년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8%로 1위 TSMC(52.7%)와 격차가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분기 예상 매출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약 19.3% 증가한 34억7000만 달러(약 4조568억 원)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내년에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본격화하면 삼성의 기술력이 오히려 TSMC를 조금 앞서게 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소폭 오르겠지만 ‘V자 회복’과 같은 급격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내년 교역여건과 정보기술(IT) 및 조선 업황이 개선되면서 올해보다는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민간 부문 부진이 지속되면서 잠재성장률(2.5%)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2020년 경제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서영경 원장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해 “한국 경제가 구조적 하향세에 진입한 가운데 민간 활력 부진은 미래 성장잠재력마저 약화할 수 있다”며 “투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등 다각적 정책 노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12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2.0%, 2.3%로 전망하며 “설비투자와 수출이 개선되고 민간소비도 내년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정익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업황이 개선되고 글로벌 투자와 제조업 경기가 나아지면서 국내 경기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성장률 개선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민간 부문의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올해 1∼9월 민간 성장기여율(전체 성장에서 민간이 기여한 비율)은 2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정부 주도 성장이 이어지면서 민간 성장기여율은 올해 수준으로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한화, 대한항공, CJ 등 기업인 400여 명이 참석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삼성의 전·현직 경영진 7명이 17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징역 1년 6개월,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1년 2개월을 선고받는 등 전·현직 임원 7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 설립 방해 전략을 세워 실행한 혐의 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윗사람의 공모 가담에 대해 지엽적인 부분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할 수 없다”며 “이 의장의 지위와 직접 실행한 게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관리했다고 보고 파견근로자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당노동 행위 관련 수많은 문건이 증거로 제출됐다”며 “전략을 세우고 구체적 수행 방법까지 만든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포함해 총 32명을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이 중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는 벌금 7400만 원을 부과했지만 삼성전자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지만 공식반응은 자제했다. 삼성전자의 경영 현안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의 정점인 이사회 의장이 구속된 데다 현직 경영인들이 잇달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경영 공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월에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이 의장까지 구속되면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체제가 됐다. 한 삼성 관계자는 “현직 경영자들이 줄줄이 실형을 받으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아직까지 경영 공백을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에 대해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경영자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의장 체제로 갈지, 의장 교체를 서두를지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유근형 noel@donga.com·박상준 기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타계 사흘째인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LG 측은 검소한 장례를 당부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르고 있지만,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재계에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고인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침착하신 분이었다. 평소 활동할 때 여러 분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며 “우리 집안(CJ그룹)과도 좋은 사이였다”고 말했다. 범LG가 인사들도 빈소를 지켰다. 고인의 사촌동생인 LS그룹 구자열 회장은 이날까지 3일 연속 빈소를 찾았다. LG그룹과 끈끈한 동업관계를 맺었던 GS그룹 사장단도 일제히 빈소를 찾았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은 이틀 연속 빈소를 지켰다. 첫날 조문 온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이날 조문단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도 함께 찾아 고인을 기렸다. 전현직 LG 임원진 30여 명도 함께 빈소를 찾았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비롯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과 올해 새로 선임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함께 조문했다. 고인이 발탁해 세탁기 개발팀장을 지냈던 조 부회장은 “현장을 좋아하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정치권에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조문했다. 손 대표는 고인에 대해 “세계를 향해 나아갔던 개척자”라고 회상한 뒤 “구광모 LG그룹 대표에게 LG를 혁신하고 도약의 계기를 만드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고 했다. 4일장으로 치러진 장례는 17일 발인으로 마무리된다. LG 측은 고인의 뜻을 기려 발인도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