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84

추천

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likeday@donga.com

취재분야

2026-02-06~2026-03-08
건강80%
칼럼17%
기업3%
  • 환자가 흉기들고 돌진…진료현장이 공포로 변한 의사들

    2015년 10월 전직 소방대원 출신 A 씨가 갑자기 한 대학병원 병원장실로 들이닥쳤다. 180cm가 넘는 키에 체구도 컸다. 비서들의 만류에도 “병원장을 만나러 왔다”며 원장실로 돌진했다. 이어 원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는 B 병원장에게 다짜고짜 “너희 병원에서 날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너를 죽이러 왔다”고 소리쳤다. A 씨 손에는 껌 제거용 칼이 들려 있었다. B 병원장은 양손으로 칼을 막았지만 손목을 크게 다쳤다. 이때 비서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서울의 대학병원 상당수는 병원장실 문을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문으로 교체했다. B 병원장은 “테러를 당한 뒤 그 충격으로 3개월을 휴직했다. 한 달 동안 불안증으로 잠을 자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었다”며 “지금도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불안한 마음에 가스총을 구입해 갖고 다닌다”고 토로했다.● 진료현장이 공포로 변한 의사들 병원 응급실 내 폭행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닐 정도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사실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희생된 사건은 임 교수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6월 충남대병원에서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퇴근하던 담당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2009년 11월에는 강원 원주시 비뇨기과에서 외래 환자가 간호사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모두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2012년 8월 경남 양산시의 한 병원에선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가 자신을 상담하던 여의사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이듬해 2월에도 대구 수성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50대 환자의 흉기에 의사가 크게 다쳤다. 지난해 2월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치과의사가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임 교수 살해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사망 사건 관련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일 현재 6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청원에 참여했다. 충격에 빠진 의료계는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 입원실 등 모든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의료진만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병원 내 폭행은 다른 환자의 진료권까지 빼앗는 만큼 의료기관 내 모든 공간에서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 의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는 26개 전문학회와 대한개원의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과 함께 종합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강제 입원 금지한 정신보건법이 문제”병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4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배치된 보안요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전체 보안요원 190명 중 환자 난동이나 폭행 우려가 큰 응급실 근무자 등 11명을 ‘폴리스’로 전환했다. 이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검조끼를 입고 삼단봉과 전기충격기 등 진압장비를 소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병원들도 검문탐색기 설치, 보안인력 확충 등 보안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거나 치료하지 못한 데 있다. 한 정신과 개원의는 “가해자가 퇴원한 뒤 1년간 외래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돼 참변이 일어났다”며 “이 사건은 지난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감안해 함부로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정신보건법을 시행하면서 생긴 문제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힘들게 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퇴원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입원과 퇴원의 경계선상에 있는 환자들은 정신질환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데다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대개 외래 치료를 거부한다. 결국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가 증상이 상당히 악화된 후에야 의료기관을 다시 찾는 것이다. 배재호 연세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 본인이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강제로 병원에 데려오기도 상당히 어렵다”며 “환자가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하는 ‘외래 치료 명령제’가 있지만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외래 치료 명령제는 퇴원 시 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해야 보건소에 등록이 가능하고 등록돼 있더라도 환자가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환자에게 치료를 강제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정신보건법이 개정된 뒤 환자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아졌다는 게 의료진의 공통된 주장”이라며 “이런 통계를 내고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보건법 개정 전후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임 교수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04
    • 좋아요
    • 코멘트
  • 유족 “의료진 안전과 함께, 낙인없이 정신치료 받도록 해야”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건 당시 범인에게 쫓기면서도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이 대피했는지 확인하려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교수의 여동생인 임세희 씨는 2일 임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병원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가해자가 위협했을 때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두 번이나 멈칫한 채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우리 가족의 자랑이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과 모든 사람이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명 ‘임세원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의료진이 빠져나올 수 있는 뒷문 설치, 경찰과의 핫라인 및 비상벨 설치, 금속탐지기 도입 등을 논의해 의료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일대일 대면이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의 안전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또 의료계와 협의해 진료환경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빈소를 찾은 이들에게 안전한 진료 환경 못지않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과 가까운 한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낙인찍히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고인이 평생 가졌던 뜻이다”고 전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이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 진료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31일 사건이 벌어진 병원 본관 3층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실 앞에는 보안요원이 배치됐다. 병원 관계자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에 대한 정신과적 진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강은지 kej09@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이윤태 기자}

    • 2019-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 번째 재발한 백혈병에 맞서… 책 수익금 사회에 환원”

    ‘톡투북’은 최근 화제가 된 건강 관련 책의 저자를 인터뷰하는 코너다. 첫 회 저자는 백혈병과 맞서 싸우는 황승택 채널A 기자다. 그는 세 번이나 재발한 백혈병 투병기를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라는 책으로 엮었다. 황 기자는 이 투병기를 소셜미디어에 주기적으로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지난해 1월 세 번째로 재발했다. 건강은 어떤가. ▽황승택 기자=두 번째 재발 때보다 담담했다. 정말 운 좋게도 4억분의 1 확률로 조직형이 일치하는 타인 조혈모세포 이식을 다시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이 기자=책에는 환자로서 느낀 치료 순간의 고통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골수나 척수검사를 할 때 아주 굵은 바늘을 몸 깊숙이 찔러 환자는 큰 고통을 받지만 의사는 그 고통을 잘 모른다. 치료 과정에서 느낀 좋은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 ▽황 기자=좋은 의사는 수용성, 유연성, 진취성이 있어야 한다. 수용성은 환자의 요구를 얼마만큼 의사가 수용하느냐다. 환자는 의사에게 궁금한 게 많다. 입원 환자가 가장 기다리는 회진 때만이라도 환자의 궁금증에 충실히 답해주면 좋겠다. 유연성도 중요하다. 병원엔 규칙이 많다. 온갖 기기로 산소포화도, 심박수, 체온 등을 체크하고 수시로 혈액검사를 한다. 건강한 환자도 각종 검사에 불편을 느낀다. 내 주치의는 건강이 회복되면 환자가 불편해하는 검사 등을 하나둘 빼줬다. 위중한 상태면 몰라도 융통성이 필요하다. 최신 치료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진취성도 필요하다. 두 번째로 재발했을 때 주치의는 여러 치료법 중 신약 치료를 제안했다. 최신 치료 흐름을 아는 의사였다. ▽이 기자=책 수익금을 전부 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고 들었다. ▽황 기자=치료를 받고 책을 쓰는 데 우리 사회와 회사 선후배, 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투병하면서 겪은 생각과 경험은 오롯이 내 것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서 얻은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는 게 맞다. 벌써 2쇄 제작에 들어갔다. ▽이 기자=이 책은 병원 의료진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 기자=긍정적인 성격이었지만 투병생활을 3년이나 하다 보니 자꾸 움츠러든다. 많은 사람과 교류도 끊어졌다. 몸이 허락한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 건강을 꼭 챙겨야 한다.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교류를 계속 이어가는 게 좋다. 또 가족과 본인을 위해 긍정적인 생각으로 (병마를)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유리천장’ 통해 보호자가 수술 지켜봐… 유성선병원, 국내 처음으로 시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한 지방 종합병원이 수술실 천장을 유리로 바꿔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수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수술실 ‘유리천장’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26일 선병원 재단에 따르면 내년 3월 유성선병원이 550병상을 증축한다. 여기엔 수술실 8개가 마련되는데 이 중 1, 2곳 수술실 천장을 유리로 만들기로 했다. 수술실 위에서 환자 보호자나 해외에서 참관하러 온 의사들이 실시간으로 수술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의사들이 창문 너머로 다른 의사의 수술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과 유사하다. 국내 병원 중 이런 수술실을 갖춘 곳은 없다. 특히 환자 보호자는 실시간으로 마이크를 통해 집도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우선 외과와 정형외과, 산부인과 수술 시 유리천장 수술실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를 조사한 뒤 추가로 이비인후과와 비뇨기과 수술 시에도 보호자 참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선병원은 또 인공지능 센서가 달린 로봇을 병동 각 층에 배치할 계획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수직이동(층간 이동)이 가능하게 만든 이 로봇은 병원 이용객의 종합 안내를 맡는다. 또 화물용 로봇 ‘어부바’는 소독된 리넨 등의 운반을 맡아 사람 간 접촉으로 생길 수 있는 병원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예정이다. 선병원에선 환자나 보호자가 더 이상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장을 헤맬 필요가 없다. 주차장 입구에서 바로 주차 장소를 안내하는 ‘주차장 사전 자리 예약제’를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애완동물을 데려올 수 있도록 반려동물 호텔도 만든다. 모두 국내 병원으로서는 처음 도입하는 시스템이다. 선병원의 병동도 남다르다. 기존 병원은 복도를 두고 양쪽에 입원실이 있지만 선병원은 건물 창문을 따라 입원실이 마련돼 있고 가운데에는 실내 정원이 들어선다. 700∼800병상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포기하고 쾌적한 환경과 환자 안정을 택한 것이다. 선병원은 다른 병원들이 환자 서비스에 관심을 두지 않던 30여 년 전부터 ‘환자 중심 서비스 경영’을 추구해왔다. 환자가 오면 직원들이 모두 일어나 인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선병원 선승훈 의료원장은 “이번 증축의 초점은 ‘언제나 즉각 응대·설명하는 병원’ ‘암병원·뇌심장종합혈관병원’ ‘디지털스마트병원’을 실현하는 데 있다”며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믿고 찾을 수 있는 하이테크와 따스함이 잘 조화를 이루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병원은 지방 병원으로 유일하게 지난해 글로벌 헬스케어 유공 포상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5년 연속 수상이다. 해외 환자는 2012년 1000여 명에서 지난해 6000명을 넘었다. 또 한국 의료기관 최초로 유럽에 의료시스템을 수출한 데 이어 여러 나라에 병원 건립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대전=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환자 중심 미래 병원,갈 길이 멀다

    최근 열린 고려대 의료원 비전 선포식은 첨단 정보기술(IT)이 융합된 행사로 진행돼 참가자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3차원(3D)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나온 아티스트 염동균 씨가 무대에 서더니 양쪽 팔에 게임기 모양의 조종기를 잡고서 입체영상을 실시간으로 그려냈다. 이날 비전 선포식의 클라이맥스는 미래 병원을 보여주는 4분짜리 동영상이었다. 무인자동차, 스마트진료(원격상담), 병원 내 위치파악서비스, 홈헬스케어, 3D프린팅, 유전자가위, 로봇수술 등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기술들이 녹아들어간 영상이었다. 이번 영상 작업에 참여한 고려대 의료원 박종웅 의무기획처장은 “앞으로 환자 중심의 개인 맞춤형 진료와 스마트 건강관리 등을 잘하는 의료기관이 좋은 병원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동영상에 소개된 환자 맞춤형 치료, 착용형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등 대부분 기술이 길어도 10년 이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환자 중심 미래 병원을 조만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미래 병원을 가로막는 규제가 너무 많다. 미래 병원을 담은 동영상 내용을 갖고 살펴보자. 우선 차 안에서 환자는 차 창문 스크린을 통해 의사와 얼굴을 보면서 수술 뒤 상태를 두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환자는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바로 옆에 주치의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원격진료 금지 틀에 묶여 당분간 이런 모습을 국내에서 보기 힘들다. 뇌종양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맞춤형 약을 찾아 치료하는 장면도 나온다. 정밀의료는 세계적 대세로 현재 모든 나라에서 경쟁하는 분야다. 같은 해열제나 진통제를 투여해도 어떤 사람은 잘 듣는데 어떤 사람에겐 효과가 없다. 약이 잘 듣는 유전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가장 잘 듣는 약을 처방하는 게 정밀의료다. 정밀의료는 빅데이터 활용이 기본이다. 국내에서는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는 시스템은 거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데이터 교환이 쉽지 않다. 일부 병원에서는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없어 외국인 유전자 정보를 수입해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전 국민 건강데이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방대한 자료를 누구도 쉽게 활용할 수 없다. 기술 차이가 아니라 규제 차이로 의료산업의 선두 자리를 뺏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애플워치에 도입된 심전도 측정기만 해도 그렇다. 아주 고전적인 심전도 측정기이지만 매일 본인 데이터가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심장 기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기능을 도입하기 힘들다. 심전도 측정은 병원에서 의료진만 할 수 있다. 과거 혈압계나 혈당계는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체육시설이나 약국, 공중목욕탕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전도 측정기 사용 제한도 대표적 낡은 규제다. 유방 양성종양 환자들이 20년 가까이 치료에 사용한 맘모톰(절개 없이 혹을 제거하는 시술법)을 최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사건도 있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기술의료평가에서 논문 미비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청와대에 이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을 쏟아냈다. 신기술이 다시 논문으로 인정받으려면 2, 3년이 걸린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영성 원장은 “맘모톰의 경우 우선 제한적 신기술로 인정해 병원에서 이를 비급여로 사용하고, 동시에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실시간 치료 성적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1년 이내로 평가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면 무엇이든 해결할 방법이 있다. 선진국 병원들은 병원의 최대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앞다퉈 고객(환자) 중심 서비스와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만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손을 놓고 있다가 이런 신기술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어떤 사태가 빚어질까. 미처 대비하지 못한 병원들은 아우성칠 것이다. 세계가 카풀 같은 공유경제에 집중할 때 우리만 방치하다 택시업계가 ‘멘붕’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멋진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대 의대 치료 경험으로 눈 건강 책임지겠다”

    서울대 의대 안과 교수 2명이 동시에 개원을 해 화제다.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정식교수까지 승진한 40대 중후반의 서울대 의대 중견교수 2명이 한꺼번에 교직을 떠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영근, 김태완 원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직을 반납하고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개원했다. 이들은 각각 17년, 11년간 서울대 보라매병원 안과에 근무하며 연이어 안과과장을 지냈다. 병원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전임의들을 교육하며 많은 안과 의사들을 길러왔다. 특히 미국 UCLA Jules Stein Eye Institute에서 연수를 마친 한 원장은 각막, 백내장 분야의 전문가로 2만 건 이상의 수술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백내장굴절수술학회에서 안과 의사들에게 수술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김 원장은 망막 분야의 대가인 정흠 교수의 수제자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뒤 개인 안과의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수많은 난치성 망막질환 환자를 진료해 왔다. 김 원장은 “대학병원 교수로 근무하면서 대기 환자는 계속 늘어 가는데, 강의와 논문 작성, 학회활동 등으로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한안과학회 보험간사와 편집간사, 한국망막학회, 한국포도막학회 부총무를 역임했다. 한 원장은 현재 한국콘택트렌즈학회,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한국건성안학회 등에서 이사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심각한 질환이 아닌데도 개인병원을 믿지 못해 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며 개원의 뜻을 품었다고 한다. 또 심각한 질환을 갖고도 큰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개원 결심을 굳힌 이유다. 한 원장은 “시력교정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안과에서 결막염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응급수술이 필요한 망막박리 질환인데도 개인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실명에 이르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며 “특정 수술에만 치중하는 안과가 아니라 여러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모든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안과를 만들고자 김 원장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시립병원에서 지역주민과 인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건강강좌를 진행해온 만큼 개원 후에도 무료 건강강좌와 지역 활동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김 원장은 “의료소외 계층을 위한 의료봉사나 지역 학교,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검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또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3대 실명질환에 대한 조기진단 프로그램 등을 운용해 이런 질환으로 실명하는 환자들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오랜 기간 난치성 환자들을 치료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서남부 지역 환자들의 눈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홀몸노인에 안부 전화-식사 대접 사회적 돌봄-나눔 문화 확산 시킨다

    보건복지부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 곁에서 든든한 지원을 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4일 ‘2018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사랑 나눔의 장’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라이나생명의 사회공헌 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의 ‘사랑 잇는 전화’가 복지부 장관상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수상한 라이나생명의 제휴 대리점 소속인 최미숙 텔레마케터는 2012년부터 인연을 맺은 어르신과의 사연을 수기로 응모했다. 또 라이나생명보험 임직원 봉사단인 ‘라이나 건강한 봉사단’은 홀몸노인 주거환경개선사업 사진 공모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라이나생명은 2011년부터 라이나전성기재단을 통해 홀몸노인 결연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종로구청과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 홀몸노인 결연사업 ‘사랑 잇는 전화’는 올 한 해에만 1600여 명의 라이나생명 임직원과 텔레마케터들이 참여했다. ‘사랑 잇는 전화’는 라이나생명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다. 또 ‘라이나 건강한 봉사단’은 ‘사랑 잇는 전화’ 봉사활동으로 홀몸노인과 결연해 2주에 한번씩 전화로 안부 인사를 드리고 있다. 분기별로는 직접 어르신을 방문해 식사를 대접하고 대화를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후기를 공유해 임직원과 어르신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등 사회 소외계층인 홀몸 어르신들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자살률이 높은 독거노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방자치 단체와 복지기관, 독거노인 후원에 참여한 기관들과 협력해 사회적 돌봄과 나눔 문화를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나생명 홍봉성 사장은 “라이나전성기재단을 통해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고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이 외에도 최근 대한조계종사회복지대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특별상을 수상했다. 조계종 측은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심폐소생술 교육과 자동심장충격기(AED) 무료보급사업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활동의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실제 10월 제주 관음사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는데, 재단이 보급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해 신속히 응급조치를 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한문철 라이나전성기재단 상임이사는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기 위해 심폐소생술 방법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잘 익히도록 국민의 관심을 높이겠다”며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해 더 따뜻한 보건의료계 되려면… 의료정책, 환자중심 접근해야

    헬스동아에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따뜻한 약 이야기, 따뜻한 의료정책 이야기 등의 칼럼을 게재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언뜻 차갑기만 한 의료기기나 딱딱한 의료정책, 약 등에서 ‘따뜻함’을 읽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노력은 관련 제품과 기술, 정책이 의료현장에서 적절하게 전달된다면 환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편견도 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간 따뜻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따뜻한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봤습니다.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와 의료비 절감 등 정책을 펴 나가는 과정에서 보건정책의 가장 큰 방점은 사회적 약자, 특히 아동과 노년층, 빈곤층을 위한 의료 접근성 강화에 있었습니다. 본보의 따뜻한 이야기 역시 이를 촉진하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거나 직접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표적 예는 흔히 소아당뇨병으로 불리는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소모품(전극)의 건강보험 적용입니다. 연속혈당측정기 전극은 내년부터 월 4개 사용 기준으로 본인부담률 30%에 쓸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소개된 지 10년도 넘은 기술의 혜택을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제야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은 마지막까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어린이집, 각급학교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 소모품 급여를 시행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기 전극 등을 보험 대상에는 포함하지만 금액 지원은 추후에 검토하기로 하면서 환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환자단체, 환자가족 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연속혈당측정기 보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본보도 보험급여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수차례 보도(본보 4월 19일자 C2면, 5월 9일자 A29면 참조)해 지원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보건의료는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인, 업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보건의료 이해관계자들이 좀 더 환자 중심의 사고로 접근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노년의 눈을 위협하는 황반변성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인정 기준 확대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환자 한 명당 양쪽 눈을 합해 총 14회까지만 보험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투여횟수의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어르신 건강에 있어 정부의 가장 큰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국가 차원의 치매 관리도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10년간 1조 원을 투입해 검사 및 진료비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신약 개발을 비롯한 비용 최적화를 위한 중장기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물론 모든 이야기들이 따뜻한 결말에 이른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9월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내놓으면서 정작 중요한 원인질환 중 하나인 이상지질혈증 대책은 빼놓았습니다. 여전히 이 질환의 관리가 정부 정책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지 불투명합니다. 정책 입안과 개발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접근이 요구되는 사안이라 하겠습니다. 노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데 요긴한 방법들도 정책적 지원의 궤도에 들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년층은 영유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 혜택을 덜 받는 가운데 대상포진 같은 질환은 백신이 있음에도 접종 대상자들은 아직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도 그 심각성에 비해 기본적인 진단 방법인 폐기능 검사의 시행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펀드 개념을 도입해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지자체 절반, 정부 절반 부담으로 진행하면 보다 많은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암 환자들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으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아직 일부만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약제들과 그 약이 필요한 환자들은 정부의 검토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뇌염 예방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생백신, 특히 세포배양 생백신의 경우 다른 백신과 동시접종 시 안전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보건의료정책은 환자의 건강은 물론이고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국가 재정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항상 결정과 시행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보건의료와 관련한 모든 결정과 수행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대명제만큼은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는 보건의료계가 보다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해 봅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대의료원 “미래의학 선도하는 바이오메디컬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

    고려대의료원이 미래의학을 선도하는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의대 90주년을 맞은 고려대의료원은 12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미래의학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비전 선포식에는 김재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이기형 의무부총장, 나춘균 의대 교우회장 등 총 7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의료원의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을 결의하는 뜻깊은 자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오늘 선포하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차세대 의생명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비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고려대의료원이 밝힌 비전은 ‘미래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이다. 미션은 ‘생명존중의 첨단의학으로 인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다’로 정했다. 이에 따라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인류 건강에 공헌할 네 가지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융합형 창의 인재교육’을 통해 의학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문 분야를 섭렵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서 국가 번영에 기여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의료계의 화두인 ‘개인 맞춤형 특화진료(정밀의료)’로 환자에게 특별한 진료 경험을 제공하고,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의료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를 위해 차별 없는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래형 병원의 청사진도 공개했다. 고려대의료원이 제시하는 미래형 병원의 모습은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이다. 지난해 총공사비만 약 3500억 원을 들여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를 착공한 것을 비롯해 각 병원 모두 첨단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병원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날 차세대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이끌어갈 10가지 기술을 선정하기도 했다. 10대 기술은 △암 정밀 진단·치료 △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설계 △체액생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가위 △페이션트 온 어 칩 △3차원 장기 프린팅 △착용형 소프트 로봇 △메모리 에디팅 등이다. 이 기술들을 통해 영화에서나 가능한 미래의학을 현실로 만들 계획이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은 “비전은 우리의 꿈과 이상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지금이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적기”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건선, 신체면적 중 10%이상 있다면 건강보험 적용돼

    지난달 17일 동아일보가 건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개최한 건강 토크쇼 ‘톡투 건선’. 이날 송해준 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회장)와 박해진 일산백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기획이사)가 건선과 관련한 환자들의 궁금증에 일문일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성기 대한건선협회 회장은 “딱딱하고 무거운 질환인 건선을 토크쇼 형태로 쉽게 풀어 낸 톡투 건선의 참신함에 환우 전체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더구나 유튜브에 토크쇼 내용을 올린 것은 앞으로 건선관리 교육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말했다. 이날 환자들이 주로 궁금해 한 건선 관련 내용을 정리해봤다. ▽지루성 피부염으로 오해하기 쉬운 두피건선 관리법=두피 건선은 지루성 피부염과 유사해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진단이 힘들 뿐만 아니라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떨어지는 각질과 가려움 때문에 점점 더 강한 세정력의 샴푸로 머리를 감는데 이는 건선을 더욱 악화시킨다. 두피건선이 있다면 강한 세정은 피하고 두피에 보습제와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발라야 한다. 광선 치료의 경우 두피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으로 인해 병변에 제대로 빛이 닿지 않아 효과가 덜하다. 생물학적 제제는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전체 몸 표면적의 10% 이상에 병변이 있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선으로 인한 관절염 관리법=건선성 관절염은 가장 흔한 건선의 동반 질환이다. 보통 10∼15% 이내의 건선 환자들에게서 나타난다. 건선 발병 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관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건선 관절염이 먼저 생긴 뒤 피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손톱에 건선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라면 특별한 이유 없이 손가락이나 무릎 등 특정 관절이 붓고 아플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피부과 의사와 건선 관절염 여부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현재 건선을 치료하는 약 중에는 건선 관절염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이 있다. ▽손·발바닥에 생긴 건선 치료법=손·발바닥 건선은 치료하기 힘든 건선이다. 최근엔 손·발바닥에만 국소적으로 레이저를 쏘는 치료법이 나왔다. 일주일에 두 번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있다. 손·발바닥을 포함한 전체 신체 면적 중 건선이 10% 이상 있다면 보험 적용을 받아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임신과 출산 계획이 있다면 건선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건선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 중 비타민A 계통의 약물이나 메토트렉세이트 등은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 약물이다. 비타민A 계통의 약물은 기형아 출산율을 높여 가임기 여성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메토트렉세이트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복용 후 최소 3개월은 피임할 것을 권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임산부 약물등급 중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는 B등급에 속해 다른 약물보다 비교적 안전하다. 다만 건선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치 치료하면 완치에 가까운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희망을 갖고 본인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드뉴스]40세 넘으면 임신 안 된다?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2. 보통 2~3년은노력해도안되면난임판정을받는다? 그렇지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정의를말씀드리자면정상적인부부관계에서 35세미만의여성이 1년간, 35세이상여성이 6개월동안아기가생기지않는것을난임이라고진단합니다.3. 난임치료는집팔아야할정도로돈이많이든다?아닙니다. 2017년 10월부터난임치료에서국민건강보험적용이시작됐습니다. 소득수준과상관없이치료비의 30%만본인이부담하면됩니다. 4. 난임의책임은대부분은여자에게있다?그렇지않습니다. 사람이나이가들면생식능력에도당연히노화가시작됩니다. 여성이나남성둘다나이들수록의학적수치상임신확률이낮아집니다. 또, 환경이나상황상심리적인부분이큰영향을미치기때문에다양한원인으로난임이발생할수있습니다. 5.여자가 40살넘으면난임치료해도소용없다?전혀그렇지않습니다. 고령의산모도난임치료를통해충분히임신및출산의기쁨을맛볼수있습니다. 다만, 그확률이낮아질수있으니빨리진단받고치료받는것이매우중요하다는겁니다.6.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유튜브에서동아일보이진한기자의톡투건강핫클릭영상에서난임에대한더많은진실을확인하세요! (유튜브에서만나요~)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07
    • 좋아요
    • 코멘트
  • “‘라이나50+어워즈’, 중장년의 삶 빛나게 하는 모두에게 열려있죠”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중장년층의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위한 문화복지사업과 건강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 라이나생명이 2013년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재단은 중장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라이나50+어워즈’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7년 제정해 올해 두 번째다. 총상금만 5억 원에 이른다. 4일 라이나전성기재단 한문철 상임이사(사진)를 만나 상의 취지와 재단 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이 상을 왜 제정했나. “‘라이나50+어워즈’를 통해 우리 사회 발전의 주역인 50+세대의 빛나는 업적을 기리고 격려함으로써 대한민국 중장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정했다. 국내 최고의 상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라이나50+어워즈’의 시상 분야는 어떻게 되나. “생명존중, 사회공헌, 창의혁신 등 세 개 부문별로 시상한다. 생명존중 부문은 50+세대의 삶의 질 개선이나 건강 증진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의학, 과학 분야뿐 아니라 생명존중 이념을 담은 영화나 책, 예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분도 수상 대상이다. 사회공헌 부문은 삶을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 개인과 단체가 대상이다. 두 부문은 추천을 통해 시상자를 선정한다. 창의혁신 부문은 50+세대를 위한 독창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보유한 초기 단계 벤처기업이 대상이다.” ―분야별 상금은 어떻게 되나. “생명존중, 사회공헌 부문 상금은 각각 1억 원이다. 창의혁신 부문은 1등 1억 원, 2등 3000만 원, 3등 2000만 원이다. 더불어 5000만 원 상당의 창업 프로세스를 별도로 지원한다. 부문별 수상자 중 대상을 선정해 1억 원을 추가로 수여한다. 지난해에는 생명존중 부문과 대상에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로 임용된 의대 이진형 교수가, 사회공헌상에 국내 최초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이 선정됐다. 창의혁신 부문 수상자는 없었다.” ―일반인도 추천할 수 있나. “물론이다. 후보자 추천은 언제나 열려 있다. 라이나전성기재단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재단의 다른 활동은 어떤 게 있나. “‘사랑 잇는 전화’라고 독거노인(홀몸노인)과 상담사를 연결해 독거노인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 일상을 확인하는 ‘독거노인 결연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또 ‘독거노인 보호사업 공모전’에서 수기 부문 대상을, 결연 어르신의 주거환경 개선작업을 촬영한 사진이 사진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 재단은 자동심장충격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고 심폐소생술 교육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이 활동을 조계종에서 높이 평가해 얼마 전 특별상을 받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40세 넘으면 임신 안 된다? “난임 치료로 충분히 가능”

    2017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5명이다. 이는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2.1명)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8명)보다도 턱없이 낮다. ‘출산=애국’인 시대지만 난임 환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2년 약 19만 명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25만 명을 돌파했다. ‘톡투 건강 핫클릭’ 네 번째 순서로 국내 최대 난임센터를 보유한 서울마리아병원 이원돈 원장과 함께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 기자)=난임과 불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이원돈 원장(이 원장)=불임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불가능이지만 난임은 생물학적으로 이상이 없음에도 임신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35세 이상 여성은 6개월간, 35세 미만 여성은 1년간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난임으로 정의합니다. ▽이 기자=난임의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 원장=여성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무월경, 난소 낭종 등 배란장애와 자궁관 복막 이상, 자궁내막증, 면역 및 유전적 이상 등 자궁 이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남성은 정자무력증, 희소정자증, 무정자증 등이 있습니다. 예전엔 난임을 여성의 문제로 알았지만 요즘은 남성 난임이 늘어나 굳이 비율을 따지면 50 대 50으로 봅니다. ▽이 기자=난임의 책임이 여자에게 있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편견이군요. 난임 치료에 많은 돈이 들지 않나요? ▽이 원장=국내의 시험관 시술 비용은 세계적으로 싼 편입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5, 6배 비쌉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난임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치료비의 3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됩니다. 건강보험 혜택은 인공수정 3회, 체외수정 시술 7회(난자를 채취해 신선배아를 이식하는 시술 4회, 동결배아 이식시술 3회)까지 가능합니다. ▽이 기자=마흔이 넘은 여성은 난임 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데 사실인가요? ▽이 원장=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애매한 문제입니다. 다만 40세 이상 고령 산모도 난임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출산이 가능합니다. 난임 치료 기술은 매년 놀랍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절대 안 됩니다. 43, 44세로 넘어갈수록 임신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평균 임신율을 40∼50%라고 했을 때 43, 44세가 넘으면 10% 미만입니다. ▽이 기자=많은 분들이 난임 시술 시 주사를 매일 맞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이 원장=예전에는 난임 치료를 한다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었죠. 하지만 현재 주사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마취 기술이 많이 발전해 아프지 않게 난자를 채취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과배란 주사는 엉덩이에 맞았는데, 지금은 피하주사로 배에 자가 주사가 가능합니다. 주사를 아예 쓰지 않고 난자를 채취하거나 주사 용량을 적게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기자=요즘은 난자 냉동을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원장=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건강한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냉동했다가 가족계획 시기에 맞춰 인공수정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난자 냉동에 적합한 나이는 35∼40세입니다. 시술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고, 보관 비용이 별도로 발생합니다. 이 원장은 “40대 이상 여성도 충분히 임신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며 “임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병원에서도 체외수정 과정 중 배아 배양 성공률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고령 난임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만한 소식을 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건강에 더 좋은 담배? 끊어야 건강하다

    최근 흡연자와 비흡연자 구분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금연담당 의사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궐련형 전자담배라 불리는 일명 가열담배가 지난해 시판된 뒤 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치아가 누렇게 착색되지 않고 몸에 찌든 담배 냄새가 배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열담배 흡연자 중에는 ‘담배로 담배를 끊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열담배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열로 찌는 방식이다. 역한 냄새가 없어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인기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열담배는 10월까지 2억6300만 갑이 팔렸다. 전체 담배시장 점유율은 9.1%다. 이런 가열담배의 인기가 금연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가열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한다. 캐나다 등에선 금연이 어려운 골초들에게 건강을 위해 전자담배를 권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담배는 가열담배 훨씬 이전에 나온 제품인 ‘액상형 전자담배’인데도 일부에선 마치 가열담배도 이 범주에 포함되는 것처럼 호도한다. 가열담배의 유해성을 두고 담배회사와 정부의 공방이 한창이다. 필립모리스는 지난달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 발표 근거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17일 정보공개 요청에 대한 답변서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며 법적대응에 나섰다. 국내 금연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은 가열담배의 유해성을 적극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금연학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어떤 종류의 담배 제품도 건강에 덜 유해한 것은 없기 때문에 흡연자는 건강을 위해 가열담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담배 제품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가열담배에 포함된 니코틴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위협한다고 강조한다. 인체에 투입된 니코틴은 혈압 상승 및 심근수축 증가로 심장 질환을 유발한다. 또 심장동맥 혈류의 이상반응과 심장근육세포의 능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하루에 한 개비라도 담배를 피우면 심장질환과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는 가열담배의 위험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빠르게 늘고 있는 가열담배 흡연자들이 냄새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흡연하는 탓에 간접흡연 피해도 상당하다. 담배회사는 ‘가열담배는 배출물에 의한 간접흡연 노출 위험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열담배에서 배출한 연기는 기체 상태 안에 고체 또는 액체 성분이 포함돼 있는 ‘에어로졸’이다. 이 에어로졸 안에는 니코틴이나 발암물질 등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냄새가 심하지 않더라도 일반담배 연기와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제 연구 자료도 충분하다. 이탈리아 국립암연구소 연구팀은 일반담배, 가열담배, 전자담배의 연기 성분을 측정한 결과 가열담배에서도 미세먼지와 발암성 물질인 알데히드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가열담배 판매량이 증가하는 만큼 금연 시도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피워온 담배를 한번에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연을 돕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정부는 병·의원 금연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흡연자의 금연치료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12주 동안 6회 이내 의료진 상담료와 금연약 비용을 연 3회까지 지원한다. 의사의 금연 권고나 금연상담, 약물치료를 병행할 경우 금연성공률을 최대 7배까지 높일 수 있다. 정부의 금연치료 지원사업 중에는 4박 5일 전문 치료형 금연캠프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문 치료형 금연캠프에 참가한 사람은 2869명이다. 이 중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1846명으로, 10명 중 6명 이상(64.3%)이 금연에 성공했다. 세상에 ‘좋은 담배’란 없다.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가열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주장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명백한 진실은 하나다. 건강을 위한 최선은 금연이라는 점이다. 일반담배든, 가열담배든 예외는 없다. 일반담배를 가열담배로 바꾸는 건 그저 담배를 끊을 기회를 놓치는 일일 뿐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18-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희망의 약 ‘혁신치료제’ 정부의 지원 절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복되지 못한 병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술, 항암제로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암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치료약이 거의 없는 암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순간에도 항암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암뿐 아니라 이전까지 큰 진전이 없던 질환에서 획기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희망의 약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면역항암제입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화학치료제나 표적항암제와 달리 인체 면역시스템에 작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암화학치료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지만 주변 정상세포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또 표적항암제는 특정 유전자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만 사용 가능한 데다 내성이 생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이 두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한 항암제로 우리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만큼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부작용과 내성 우려가 적습니다. 다만 특정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통상 암 환자의 30% 정도만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 옵디보, 티쎈트릭 등입니다. 키트루다는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첫 치료제(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폐암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키트루다는 폐암과 흑색종, 두경부암, 방광암, 호지킨림프종 환자가 대상입니다. 옵디보는 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방광암(요로상피암), 신세포암, 위암이 대상이고, 티쎈트릭은 폐암, 방광암(요로상피암) 치료에 쓰입니다. 다만 암 종류에 따라 치료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혁신치료제 개발은 유방암 분야에서도 눈에 띕니다. 특히 생존율이 90%를 넘는 초기 유방암과 달리 전이성 유방암(4기)은 5년 생존율이 38.3%에 그치고 있습니다. ‘입랜스’라는 치료제는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이 치료제도 모든 유방암 환자가 대상이 아닙니다. 이 약을 효과적으로 듣게 하는 유전자인 호르몬 수용체(HR)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입랜스는 기존 치료제들보다 부작용이나 효능 면에서 개선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년 이상 종양이 커지지 않는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해 혁신치료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인 ‘듀피젠트’도 혁신치료제로 꼽힙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계속되는 가려움증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습니다. 이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성인 환자들 중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듀피젠트는 중등도 및 중증 성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분야에서 약 20년 만에 등장한 신약입니다.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사용한 전신 면역억제제는 이상반응 때문에 장기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반면 듀피젠트는 장기(52주)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 받아 기존 치료제와의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혁신치료제의 가격입니다. 기존에 없던 치료제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약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호진 ‘황제 보석’ 논란에… 檢, 취소검토 뒷북 요청

    검찰이 14일 병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자택이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6·사진)의 병보석 취소 검토를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간암 진단을 받고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으로 7년 8개월 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미 2년 2개월 전부터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이 전 회장이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집 밖에서 활동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이호진 건강 나쁘지 않아 보여” 서울고검은 13일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에 ‘보석 취소 검토 요청서’를 제출했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나쁘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요청서에는 재판부가 조속히 재파기환송 재판을 심리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환자가 아닌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시점은 2016년 9월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 전 회장이 집과 병원이 아닌 사찰 등에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간암 3기 환자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에 보석 취소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진정서를 그대로 법원에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재판부에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의 전 수행비서가 언론을 통해 “이 전 회장이 올해 초 서울 마포와 강남, 이태원 일대 술집에 자주 들렀다”고 폭로하면서 보석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이 뒤늦게 직접 나선 것이다. ○ 법원, 건강 상태·동선(動線) 검토 예정 법원은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와 ‘동선’을 심리한 뒤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12년 6월 29일 이 전 회장 2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간암, 대동맥류 질환 등 건강상의 이상을 인정해 보석을 허가하며 집과 병원만 오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 이 전 회장의 담당 의사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보석을 즉각 취소할 수 있다. 이 전 회장 재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첫 재판인 다음 달 12일 이 전 회장을 법정에서 직접 대면한 뒤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5월 간암 절제술을 받은 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간 이식을 위한 등록을 했다고 한다. 또 당뇨병 등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이 과거 입원 치료를 받았던 서울아산병원 측은 “간암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은 현재도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1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심혈관질환 부르는 ‘이상지질혈증’… “국가적 대책 필요”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심혈관질환의 예방관리’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사망 원인 1위 질환인 심혈관 질환을 막으려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개선 및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보건당국에서도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죠.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상지질혈증을 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쉽게 말해 혈관 속에 지방이 낀 상태를 말합니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이거나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9월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까지 질환의 인식 개선과 예방, 치료, 재활 인프라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입니다. 이를 통해 심뇌혈관 걱정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건당국은 보건소와 동네의원에서 고위험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임상진료지침을 개발 보급해 선행질환(고혈압 당뇨병) 관리의 효과를 높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대책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심뇌혈관질환의 중요 원인에 해당하는 고혈압 당뇨병 예방과 관리 등의 대책은 포함돼 있었지만 이상지질혈증에 대해서는 대책이 쏙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관련 전문가들도 당황하는 상황입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구체적인 계획 마련 시기에 정부 측 인사의 무관심과 참여한 일부 의학자, 예방의학자 등의 분야 이기주의 때문에 고지혈증이 누락되는 황당한 사건이 생겼다”며 “고지혈증이 누락된 문제점에 대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KSOLA) 등 많은 관련 학회가 지적을 해 왔고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대책을 뺀 이유에 대해 복지부 측에선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물론 이상지질혈증이 국민들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국가 입장에서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는 달리 관리가 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종합관리 대책에 이상지질혈증이 빠지다 보니 혈관 문제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인 이상지질혈증이 자칫 간과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실제로 올해 초 발표된 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제도 개편안에서도 콜레스테롤 등 지질검사 주기가 기존 2년에서 4년마다로 연장이 됐습니다. 즉 국민들은 2년마다 한 번씩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 속에 건강상태를 파악했으나 올해부터는 4년마다 한 번씩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발병과 직접적 연관성이 밝혀진 중요한 원인인자입니다. 또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혈압, 혈당과 함께 지질(콜레스테롤)을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주요한 변수로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이상지질혈증임에도 관련 대책이 쏙 빠지는 바람에 반쪽짜리 예방 대책이라는 비난을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받지 않을까 우려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국종 교수 “헬기서 랜턴 비춰 응급수술하는 현실”

    채널A 건강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 200회 특집을 맞아 ‘몸신 특별주치의’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사진)이 출연한다. 그는 방송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야간 헬기에서 환자의 가슴을 절개해 직접 심장 마사지를 하는 긴박한 순간을 공개한다.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한 중년 남성 환자가 교통사고로 다발성 손상을 입은 채 야간에 소방헬기로 이송되다가 심장이 멈췄다. 출혈이 많아 가슴 부위를 두 손으로 압박하기보다 가슴을 절개해 심장을 직접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어둠 속 헬기 안에서 조명을 환하게 밝히면 헬기 조종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 센터장이 “불 좀 켜주세요”라고 절박하게 수차례 외치고 랜턴을 비추면서 어둠 속에서 급하게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다행히 환자는 생명을 구했지만 야간에도 응급시술이 가능한 닥터헬기가 없다는 사실에 이 센터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상환자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며 “야간에 헬기를 띄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령 헬기를 띄운다 해도) 야간 비행 시 수술용 조명 하나 없이 치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때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는 ‘예방 가능한 환자의 사망률’은 한국의 경우 30%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10%, 미국 메릴랜드주는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북 한 소방서의 헬기장 폐쇄 문제를 지적했다. 강북에서 유일하게 헬기 착륙시설을 갖춘 A소방서가 2015년 갑자기 민원 등의 이유로 헬기장을 폐쇄했다. 그 대신 중랑천에 헬기장을 만들었는데, 유도등이 없어 야간 이착륙이 힘든 데다 착륙장 옆에 자전거길이 있어 사람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소방서에선 ‘지역 주민들 민원 때문에 (헬기장 이전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지역 주민들은 ‘(소방서가 관리하기) 귀찮아 옮겨 놓고 우리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대부분 남 핑계만 댄다. 낙후된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려면 국가가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면 계급과 상관없이 본토에서 중환자실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보잉 747기 크기의 에어 앰뷸런스를 보낸다. 한국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회 특집 방송은 6일 오후 9시 반부터 90분간 방영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어둠 속에 손전등 켜고 가슴 절개한 이국종…긴박한 순간 첫 공개

    채널A 건강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 200회 특집을 맞아 ‘몸신 특별주치의’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출연한다. 그는 방송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야간 헬기에서 환자의 가슴을 절개해 직접 심장 마사지를 하는 긴박한 순간을 공개한다.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한 중년인 남성 환자가 교통사고로 다발성 손상을 입은 채 야간에 소방헬기로 이송되다가 심장이 멈췄다. 출혈이 많아 가슴 부위를 두 손으로 압박하기보다 가슴을 절개해 심장을 직접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어둠 속 헬기 안에서 조명을 환하게 밝히면 헬기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 센터장이 “불좀 켜주세요”라고 절박하게 수차례 외치면서 어둠 속에서 급하게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다행히 환자는 생명을 구했지만 야간에도 응급시술이 가능한 닥터헬기가 없다는 사실에 이 센터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상환자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며 “야간에 헬기를 띄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령 헬기를 띄운다 해도) 야간비행 시 수술용 조명 하나 없이 치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때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는 ‘예방 가능한 환자의 사망률’은 한국의 경우 30%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10%, 미국 메릴랜드주는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북 한 소방서의 헬기장 폐쇄 문제를 지적했다. 강북에서 유일하게 헬기 착륙시설을 갖춘 A소방서가 2015년 갑자기 헬기장을 폐쇄했다. 그 대신 중랑천에 헬기장을 만들었는데, 유도등이 없어 야간 이착륙이 힘든 데다 착륙장 옆에 자전거길이 있어 사람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소방서에선 ‘지역 주민들 민원 때문에 (헬기장 이전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지역 주민들은 ‘(소방서가 관리하기) 귀찮아 옮겨 놓고 우리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대부분 남 핑계만 댄다. 낙후된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려면 국가가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면 계급과 상관없이 본토에서 중환자실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보잉747기 크기의 에어 앰뷸런스를 보낸다. 한국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회 특집 방송은 6일 오후 9시 반부터 90분간 방영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 2018-11-05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항생제 남용, 아토피-비염 위험 키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자주 먹으면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져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김수환, 김도현 교수 연구팀이 2006∼2015년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562만 명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31일 연구팀에 따르면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 받은 소아청소년을 연간 항생제 복용 일수에 따라 △1∼15일 △16∼30일 △31∼60일 △61∼90일 △91일 이상 등 다섯 그룹으로 나눈 뒤 한 번도 항생제 처방을 받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항생제를 한 번도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31∼60일 항생제를 처방받은 그룹은 발생 위험이 2.74배로 높았다. 61∼90일 처방 그룹은 5.19배, 91일 이상 처방 그룹은 무려 10.45배로 아토피 피부염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항생제 처방 일수와 질환 간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알레르기 비염이었다. 31∼60일 항생제 처방 그룹은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알레르기 비염 발병 위험도가 7.4배로 높았다. 61∼90일 처방 그룹은 10.63배, 91일 이상 처방 그룹은 13.45배로 발병 위험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연구팀은 항생제 사용이 높을수록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를 ‘위생가설’로 설명했다. 위생가설은 너무 깨끗한 환경 때문에 오히려 병원체와 접촉할 기회가 적어지면 면역체계가 약해져서 병에 더 잘 걸린다는 이론이다. 김수환 교수는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우리 몸에 균이 줄고 균과 접촉해야 강해지는 면역력조차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항생제 사용 빈도가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국내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1000명당 34.8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다. 하루에 국민 1000명 중 34.8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항생제 소비량은 21.1DDD로 국내의 60%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조상헌 알레르기내과 교수도 “영유아 시절 항생제 남용은 장내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균 손상을 가져오고 결국 전신 면역에 영향을 준다”며 “이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천식 및 알레르기 분야 국내 최고 영문학술지인 AAIR(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