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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바르더이 이슈트반(32)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한 연주자 중 한 명이다. 권위 있는 클래식 웹사이트인 ‘바흐트랙’이 발표한 ‘2016년 가장 바쁜 음악가’ 명단에 그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지휘자 부문), 다닐 트리포노프(피아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바이올린)와 함께 첼로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그는 첫 방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공연 전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도시에서 100회 이상 공연을 한 것 같아요. 공연이 많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이었어요.” 그는 2006년 브람스 국제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3위, 2008년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1위, 2014년 독일 ARD 국제콩쿠르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지만 콩쿠르 도전은 계속됐다. “콩쿠르 참가도 무대를 준비해가는 과정이죠. 준비하고 집중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콩쿠르 우승이 초청 공연으로 이어졌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연습과 준비 과정이 몸에 배게 하는 것이었죠.” 고향인 헝가리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조성진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도 최대한 헝가리에서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한다. “클래식 음악과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알리기 위해 TV 클래식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어요. 동료들과 함께 실내악 축제도 만들어 매년 8월 아버지의 고향인 커포슈바르에서 공연을 열고 있어요.” 지난해 그는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167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를 임차해 연주하고 있다. 이 첼로는 첼리스트 거장 재클린 듀프레와 린 해럴이 연주했던 악기다. “이 악기를 받는 순간 연주에 대해 이제 그 어떤 핑계도 댈 수 없겠구나라고 느꼈어요. 이 악기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2009년 리스트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아시아 투어 때 그는 딱 한 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인 학생도 많이 만났다. “한국 음악가들은 뛰어난 귀와 클래식 음악에서의 사소한 차이를 짚어내는 직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종종 한국 음식점에 가는데 이번에는 길거리 음식부터 김치, 고기 등을 먹고 서울을 발견할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5만 원. 02-6303-1977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여성 무용수들이 안무자로 나선 ‘언리미티드 우먼―충돌의 에너지’ 공연이 22, 23일 서울 SAC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젊은 여성 무용수의 ‘어벤저스’로 꼽히는 5인이 직접 안무를 짜고 무대에 선다. 서울예술종합학교 무용학교 교수이자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의 심사위원이었던 이윤경, 현대무용가 이나현, 독특한 색깔의 안무로 사랑받는 한류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박은영, 댄싱9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최수진 등이 각기 개성 넘치는 색다른 무대를 꾸민다. ‘춤고백 2017’이라는 신작을 준비한 이윤경은 자전적 이야기를 무대에 옮겼다. 춤이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을 향해 홀로 걸어가는 순수의 길이라는 것을 춤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나현은 ‘시선의 온도―결혼’이라는 주제로 여성, 아동,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과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년간 잠들어 있던 바흐의 곡들을 우연히 발견한 소년의 깊은 탐구를 몸으로 표현한 박은영의 ‘이 남자를 보라’, 우리가 가장 당혹스러운 때는 낯선 사람이 아닌 낯선 나를 만나는 순간이라는 최수진의 ‘낯선, 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한류리의 ‘두 사람’도 눈길을 끈다. 공연기획자인 이윤경은 “무용계에 남성 무용수보다 더 많은 여성 무용수들이 있지만 주목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여성 무용수만을 위한 무대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2만 원. 02-2263-4680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올해 외식 트렌드는 어떻게 변할까? 레스토랑 가이드를 펴내고 있는 ‘다이어리알’이 최근 외식 트렌드를 분석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사진)를 발간했다. 전문가 7인이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한 책이다. 이 책은 19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외식 시장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프렌치와 이탈리안 음식의 전문화, 일식의 발달, 코리안 컨템퍼러리 요리의 탄생, 침체기를 겪다 부활한 중식 등 다양한 형태의 외식 현황이 소개된다. 전통주의 약진과 맥주 시장의 새로운 재편도 담았다. 조용한 골목에서 주요 미식 거점으로 거듭난 경리단길, 우사단길, 장진우거리, 세계음식거리 등 서울 시내 골목 상권 14곳의 특징도 살펴볼 수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인 ‘팔리아치&외투’를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푸치니의 ‘외투’는 모두 치정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각각 75분, 55분 분량의 비교적 짧은 작품. 소프라노 임세경의 출연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첫 공연에선 세트부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통 오페라에서 접하는 거대한 세트는 없었다. 그 대신 마치 연극처럼 현실적인 세트가 무대에 자리 잡았다. 시대적 배경을 20세기 후반으로 바꿔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도록 했다. 세트는 수평으로 이동하거나 회전하면서 매끄러운 장면 전환을 이끌어냈다. 특히 자동차와 선박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극중극 형태를 띤 ‘팔리아치’는 2막에서 무대 뒤에 객석이 마련됐다. 실제 객석과 극중극 속 객석이 마주 보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다. 실제 객석에 앉은 관객은 관객이 아니라 무대 위 은밀한 공간을 훔쳐보는 제3의 인물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고단한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모습도 흥미롭다. ‘팔리아치’에 등장한 인물들이 ‘외투’에 출연해 현실과 꿈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교나 과장을 자제한 주역들의 드라마틱한 노래와 연기는 극의 현실감을 더욱 풍부하게 살려냈다. 또한 전문 뮤지컬 배우가 연기하는 무용수들은 양념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뻔한 치정극이지만 세트와 연출, 성악의 삼박자가 조화롭게 맞아떨어지며 뻔하지 않은 치정극을 만들어냈다. 1만∼15만 원. 1588-2514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제철 음식을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달의 주인공은 ‘미더덕’이다. 보통 미더덕을 생각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를까? 질감은 오돌토돌하고 크기는 엄지손톱만 하다. 식감은 딱딱한 돌덩이에 가깝고, 아귀찜에 들어가는 작고 못생긴 물주머니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사람이 많을 듯싶다. 허겁지겁 아귀 살을 발라 먹다 미더덕을 잘못 씹어 혓바닥과 입천장까지 홀라당 까진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아귀찜의 미더덕은 미더덕과에 속하는 오만둥이로 미더덕의 한 종류다. 물기를 빼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 냉동해 바닷물과 그대로 쪄버리기에 터질 때 무척 뜨겁다. 오만둥이는 찜 외에도 죽과 탕으로 즐겨 먹지만 이는 미더덕의 전부가 절대 아니다.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참미더덕’은 멍게랑 흡사하게 생겼고 씨알도 무척 굵다. 톡 쏘는 멍게의 맛과 달리 달달하고 바다의 향기가 가득하다.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을 정도다.제철은 4∼6월이지만 수온에 따라 시기가 그때그때 다르다. 봄이 일찍 찾아온 올해는 지금이 한창 제맛을 볼 수 있는 시기다. 14∼16일 경남 창원 진동 앞바다에서는 다양한 미더덕 체험이 가득한 ‘미더덕 축제’가 열린다.》 제대로 먹어야 잘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기왕 먹을 미더덕, 제대로 먹어보자.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제철 미더덕을 맛볼 수 있는 숨겨진 맛집을 찾았다.○ 은밀한 밥상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계절 메뉴를 제공하는 한식집이다. 경남 창원 진동에서 공수한 참미더덕이 들어간 정갈한 미더덕 요리가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미더덕덮밥을 선보인다. 미더덕덮밥은 미더덕을 잘 손질한 뒤 내장을 곱게 다져 갓 쪄낸 밥 위에 올려 당일 짠 참기름과 다진 미나리, 김 가루를 첨가해 미더덕 본연의 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했다. 1인 반상은 반찬 구성도 훌륭해 한 끼 식사로 만족감이 높다. 알맹이가 꽉 찬 미더덕의 여러 부위를 이용해 회와 탕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도 내놓는다. 미더덕을 손질하고 남은 꽁다리로 시원한 국물을 낸 뒤 가리비, 바지락, 낙지 등 각종 해물을 넣어 끓인 미더덕탕, 껍질부터 내장까지 미더덕을 통째로 맛볼 수 있는 미더덕회 등을 추천한다. 술을 술술 부르는 이곳의 미더덕 요리들은 능이버섯 향이 가득한 능이주와 궁합이 좋다. 미더덕덮밥 1만3000원.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32길 9. 02-2254-0505 ○ 안주마을 서울 종로구 옛 체부동 먹자골목 안의 명소다. 술이 생각나게 하는 안주로 제격인 수십 가지 메뉴로 주당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정도 선도에 어떻게 이 가격이야?”라며 놀랄 정도다. 제철에 물오른 경남 마산 미더덕을 들여와 회로 제공한다. 겉이 울퉁불퉁한 큼지막한 꽁다리, 탱탱해 보이는 내장, 직접 간 고추냉이, 접시에 가지런히 줄지어 놓여 있는 미더덕회의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맛깔스러움이 느껴진다. 멍게회로 착각할 만한 튼실한 크기에 시선을 뺏기고 입안에서 퍼지는 간기에 혀가 춤을 추는 듯하다. 이달 중순이면 미더덕회를 맛볼 수 없다고 하니 서둘러 방문해 보길 권한다. 미더덕회 2만 원.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길 5. 02-723-3529○ 구마산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터줏대감. 추어탕 전문점이지만 미더덕찜을 일품요리로 취급한다. 보통의 빨갛고 매콤한 미더덕찜과 다른 스타일이다. 이곳 미더덕찜은 여의도 증권맨들의 정장 스타일처럼 깔끔한 스타일이랄까. 국내산 미더덕을 이용해 콩나물, 방앗잎, 쌀가루, 갖은 채소를 함께 넣어 쪄냈다. 미더덕과 갖은 양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미더덕찜은 달달하고 담백해 자꾸 손이 간다. 곁들여 나오는 나물 밑반찬은 미더덕찜의 맛을 한층 더 돋워준다. 또 다른 명물인 10여 가지 양념간장에 재운 한우불갈비와 마산식 추어탕도 별미다. 미더덕찜 1만5000원.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02-782-3269 ○ 이층횟집 3대째 이어온 60년 전통의 미더덕 요리 명소다. 미더덕의 본고장 마산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푸짐하고 싱싱한 미더덕 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제철에 수확한 미더덕을 손질한 후 바로 얼려 사용해 1년 내내 선도 좋은 미더덕을 맛볼 수 있다. 한 접시에 빼곡하게 채워진 미더덕회, 다진 미더덕과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은 미더덕덮밥, 갖은 채소와 버무린 새콤달콤한 미더덕무침 등 이 세 가지 미더덕 요리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미더덕 향이 제대로다. 미더덕덮밥 1만 원, 미더덕무침 2만 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미더덕로 345-1. 055-271-3456 ○ 숲속안골길 경북 영천 채약산 근처 산골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농가 맛집이다. 산자락 아래서 농사지은 산물로 차려내는 한 상을 받으면 도시의 여느 밥상과는 다름을 바로 알 수 있다. 뽕잎 넣고 지은 밥부터 정갈한 찬까지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향토 음식으로 구성된다. 이 집 밥상에는 빠지지 않는 종지에 담긴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미더덕장아찌. 미더덕을 간장에 절여 장아찌로 만든 것이 신기해 한번 맛보는 순간 계속 젓가락이 간다. 마산에서 공수해온 오만둥이로 만들었는데, 오도독오도독 씹는 맛이 매력적이며 간기가 적당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숲속정식 1만5000원, 안골정식 3만 원. 경북 영천시 안골길 20-75. 054-332-2377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다이어리알()에 동시 게재됩니다. 겉막 벗긴뒤 칼로 살짝 잘라 돌리면 살점 온전히 발라져●미더덕 손질법사실 식당에서 회로 제공되는 미더덕은 한 번 가공해서 나온 것이다. 원래 미더덕은 멍게의 껍질과 같이 단단한 섬유질로 실타래처럼 꼬여 묶여 있다. 식탁에서 만나는 멍게 같은 미더덕회는 산지에서 미더덕 내장이 터지지 않게 미더덕 전용 칼로 거친 표면을 정교하게 깎아 손질한 것이다. 한 번 외피를 깎아버린 미더덕은 시간이 지나면 겉이 거무튀튀해지고 물과 내장이 빠져나와 흐물흐물해진다. 참미더덕을 어렵게 산지에서 공수해왔는데 손질, 보관법을 모르면 버릴 수밖에 없다. 서울 용산구 ‘은밀한 밥상’ 김희종 셰프는 밥에 올려 먹을 때 부드럽게 회 맛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미더덕 손질법을 귀띔했다. 먼저 미더덕 겉에 둘러싸인 미세한 막을 벗긴다. 자칫하면 내장이 터질 수 있으니 세심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내장이 가득 들어 있는 미더덕의 막 한가운데를 칼이나 가위로 살짝 잘라 뒤집어 꼭지를 돌리면 살을 남김없이 바를 수 있다. 내장을 씹는 식감이 살아 있도록 살짝 다지는 것은 필수다. 다진 미더덕을 밥에 올려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슬쩍 익혀 밥에 올려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미더덕 살을 발라낸 뒤에 남은 미더덕 꽁다리는 훌륭한 육수 재료로도 쓰인다. 냉동 보관했다가 탕, 국, 찌개 요리를 할 때마다 넣어 먹으면 바다향 가득한 맛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회로 먹을 때는 씹는 맛을 살리고자 일부러 내막을 손질하지 않고 미더덕 자체를 그대로 먹는다. ‘바다의 더덕’이라 불리는 미더덕의 이름처럼 미더덕은 버릴 것이 없는 식탁의 보물이다.}

임재현 씨(30)는 세계 각국을 돌며 패션쇼에 참가한 모델들의 거리 사진을 찍는 사진 전문가다. 하루에 2만 명이 방문하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몇 해 전만 해도 부도난 회사에서 쫓겨난 실직자였다. 임 씨는 실직한 뒤 거리에서 패션모델들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임 씨는 “하루라도 빨리 이 적성을 발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20대 청년 10명 중 8명은 임 씨처럼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는 ‘덕후(마니아)’의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팍팍한 취업난 속에서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같다는 뜻의 청년들의 신조어)의 꿈은 신기루에 가깝다. ○ 꿈이 밥이 되는 ‘덕업일치’ 행복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과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대 8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9%는 “취미·적성에 맞는 직업(덕업일치 일자리)을 찾는 것이 행복을 좌우한다”고 답했다. 방송국 PD를 꿈꾸다 종이비행기 날리기로 명성을 얻어 회사까지 세운 위플레이의 이정욱 대표(30)는 “사람들은 ‘꿈이 밥 먹여 주냐’고 이야기하지만 ‘꿈을 포기하면 밥이 꿈을 살려 주느냐’고 되묻고 싶다”고 말한다. 덕업일치가 일을 통한 행복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이다. 문제는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적성과 취미를 살려 취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취미와 적성을 살려 직업·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 정도(51.8%)에 불과했다. 청년들은 ‘낮은 임금’(45.9%)과 ‘불확실한 미래’(32.5%)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주목받는 로봇 스타트업 중 하나인 럭스로보 대표 오상훈 씨(27)는 이 같은 현실적 난관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꿈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봇 박사’를 꿈꾸던 오 씨는 고등학교 때 로봇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여러 로봇대회에서 수상했다. 광운대 로봇학부를 졸업하고 주저하지 않고 창업을 선택했다. 오 씨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인생을 걸지 말라’고 말렸지만 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2013년 럭스로보를 창업하고 7번의 도전 끝에 올해 처음 매출을 올리고 수출도 시작했다. ○ ‘불행에 대한 보상’보다 꿈을 지원해야 일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불행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해지지만 일에 만족하면 물질적 보상에 덜 민감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급여 등만 보고 대기업 입사에 매달리다가 취업 후 일에 재미를 붙이지 못해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있는가 하면 급여가 낮은 중소기업 등에서도 적성을 찾아 행복을 느끼는 청년이 있다. 서울 목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바리스타 박솔탐이나 씨(31)가 이런 경우다. 박 씨는 방송국 취업을 준비하다가 커피가 좋아 진로를 바꿨다. 대학도 바리스타과로 편입했다. 박 씨는 “불확실한 미래와 낮은 보수에 실망을 할 때가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아 관련 지식을 꾸준히 축적한 ‘덕후’가 덕업일치의 꿈을 이루기 쉽다. 2013년 CJ E&M에 입사한 음악콘텐츠사업부문 전략마케팅팀의 김해나라 대리(29)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룹 ‘god’의 열성 팬이었다. 앨범을 사 모으며 음악 덕후의 세계에 ‘입덕’(덕후가 된다는 뜻)했다. 김 대리는 회사 입사 뒤 ‘god’ 홍보를 담당하면서 덕후 세계에서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꼽힌다. 청년들은 “현재 교육 제도에서는 재능과 적성을 일찍 발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학교에서 진로와 적성을 일찍부터 탐색할 기회를 더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하고 전문 분야 취업을 지원하는 특화된 고용정보 서비스나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적은 것도 문제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정보 공유 및 멘토링’(39.2%) ‘정부 지원’(25.2%) ‘관련 교육시설 확충’(24.4%)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재희 기자}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장면. 시장이 아닌 당구장에서 두 원수 가문의 사람들이 큐대와 당구공으로 싸움을 벌인다. 무용수들의 옷도 르네상스 시대의 의상이 아니라 짧은 원피스에 화려한 셔츠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과 전혀 다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광주광역시립발레단이 공동 제작하는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이 7, 8일 광주 ACC 예술극장 극장1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용순 안무가(53)의 창작 발레다. 허 안무가는 한국 안무가로는 유일하게 세계 유수의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 등에서 안무를 맡으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올리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바젤발레단을 거쳐 뒤셀도르프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허 안무가는 2001년 안무가로 변신해 3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독일은 물론 호주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공연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허 안무가의 첫 전막 작품이자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2008년 독일 슈베린컴퍼니, 2014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에서 공연한 바 있다. 한국에서 전막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용은 셰익스피어 원작과 같다. 그러나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기존 작품과는 차별성을 띤다. 허 안무가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유명한 안무가들의 버전이 워낙 많지만 나만의 색깔로 독특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기존 작품에선 볼 수 없는 현대적인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무대와 의상도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독일에서 의상을 공수해왔고 독일 의상디자이너인 페레나 헤머라인이 한국에 와서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허 안무가는 “정통적인 클래식 버전에 현대적 요소를 넣어 최대한 오늘날에 가까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춤 장면이 많고, 유머러스한 장면도 넣어 재미도 함께 추구했다”고 말했다. 줄리엣과 로미오 역은 각각 광주광역시립발레단의 구윤지와 루마니아 출신의 무용수 보그단 플로피뉴, 윤전일이 맡았다. 1만∼5만 원. 1899-5566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제가 잘하지 못해서….” 겸손이 몸에 밴 소프라노 여지원(37)은 그래서 더 노력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에서는 무명에 가깝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2015년 최고의 음악축제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세계적인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오페라 ‘에르나니’에서 주역을 맡았다. 올해 8월 잘츠부르크에서 무티가 지휘하는 오페라 ‘아이다’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았다.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로 불리는 안나 네트렙코와 더블 캐스팅이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지원은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가 어떻게 노래하고, 연습하고, 역할에 집중하는지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 다만 네트렙코와 비교하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 갖고 있는 장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무티와 함께 그는 6, 7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무티 베르디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깐깐한 무티와 함께 수차례 무대를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2013년 한 페스티벌에서 저를 처음 봤다는 무티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오디션을 제안해 와 놀랐다”라고 했다. 동양인이 아니라 이탈리아 사람처럼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게 무티의 촌평이었다. 서른 중반에 뒤늦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의 성공 비결은 평범함과 노력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다만 합창단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한 친구가 노래를 너무 잘해 비결을 물어보니 성악을 한다고 했다. 나도 성악을 하면 노래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2학년 때부터 성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경대 성악과에 진학한 그는 그곳에서도 노래를 잘해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단, 열심히 했고 노래는 여전히 좋아했다. 졸업 뒤 무대에 더 서고 싶은 마음에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했다. 그가 유학을 간다니 실력을 잘 아는 교수나 주위에서 ‘꼭 노래가 아니어도 되니 견문이라도 넓히고 오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2005년 3년 기한으로 이탈리아로 떠났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악착같이 매달렸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잘하는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어떤 역할이 어울리는지,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서서히 자신만의 목소리와 역할을 찾게 됐다. 이후 이탈리아 무대에 정착한 그의 성공에는 타고난 낙천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말 잘해 온 사람들은 벽에 부딪히면 금방 지쳐요. 그런 사람들은 콩쿠르에서 떨어지면 며칠 시름에 잠기고 힘들어 해요. 하지만 저는 ‘나는 ‘왜 안 됐지?’ ‘무엇을 더 해야지?’ 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섰어요.” 3년 만에 찾은 한국에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못하더라도 노력해 성공하는 너 같은 아이도 있구나. 네가 우리의 희망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행복한 삶을 위한 제1 조건은 무엇일까. 1930년대 말 미국 하버드대 입학생 268명의 70여 년 인생을 추적한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찾은 해답은 돈이나 권력, 명예는 아니었다. 그는 ‘인간관계’가 한 사람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청년들은 인간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행복감을 느낄까.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가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경쟁적으로 인간관계를 늘리고 있었지만 오프라인에선 인간관계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관태’(관계와 권태의 합성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카·페·인 중독의 그늘… SNS친구 수백명, 진짜 친구는 5명뿐“학교 많이 안 가요. 점심은 그냥 ‘인간사료(건빵)’로 때워요.” 이번 학기부터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가 되기로 한 대학생 김명민(가명·25) 씨는 1주일에 잘해야 한두 번 학교에 간다. 주로 집에 머물며 식사도 건빵 등으로 때운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결된 학교 친구는 150여 명이 되지만 언제든 편히 불러낼 만한 친구는 한 명도 없다. 개강 파티에도 가보고, 인맥관리 책도 읽어봤지만 인간관계에 영 자신이 없다. 매년 찾아오는 ‘개강 울렁증’이 싫어 김 씨는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고 고립되는 삶을 택했다. 김 씨만의 고민일까. ‘관계 고민’은 다양한 양상으로 청년들의 삶에 침투해 행복을 무너뜨린다. SNS로 수백 명과 순식간에 친구로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청년들은 그런 양적 관계의 팽창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권태기(倦怠期), 청년들은 이를 ‘관태기’라고 부른다. ○ ‘페친’은 100명 이상, 진짜 친구는 4.99명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이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20∼29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와 행복의 관계를 물었더니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100명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약 62%를 차지했다. 하지만 ‘진짜 친구는 몇 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평균 4.99명이라고 답했다. 페친이 500명이 넘는다고 응답한 상위 그룹조차 진짜 친구는 평균 7.73명에 불과했다. 속마음을 툭 터놓을 수 있는 진짜 친구는 SNS 친구 수의 1.5%에 불과한 셈이다. 절반이 넘는 청년들(55%)은 인간관계 때문에 자주 또는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태’(관계와 권태의 합성어)를 겪는 청년도 적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도 ‘SNS 속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낀다’(41.4%)거나 ‘더는 온라인에선 친구를 늘리고 싶지 않다’(73.8%)는 답이 많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 씨(28)가 이런 경우다. SNS 친구가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인맥 부자’였다. 하지만 온라인과 달리 현실에선 초라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남 앞에 서는 게 두렵다. 이 씨는 “관태를 느껴 친구들과 거리를 두며 ‘잠수’를 탔지만, 편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울감만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혼행(여행) 혼밥(식사) 혼강(수강) 등 홀로 일상을 처리하는 ‘혼족’ 열풍도 SNS의 화려한 관계 이면의 현실에서 고독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관태와 관련이 있다. 이 같은 ‘관계 기피’ 현상이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성을 만나는 것이 불편해 동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게이트’(게이+데이트), 온라인에서조차 피곤한 관계에 엮이기 싫어 흔적을 지우는 ‘글펑족’(익명으로 게시했다가 삭제하는 사람),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제2의 계정을 뜻하는 ‘세컨드 계정’ 등이 대표적이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는 “관계는 행복한 삶을 위해 고려해야 할 상수(常數)”라며 “관태는 힘들고 허무한 인간관계에 대한 회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 ‘카·페·인’ 속 인맥 경쟁의 그늘 “페이스북은 ‘허세북’, 인스타그램은 ‘자랑스타그램’이라고 비꼰 적이 있어요. 하지만 취업준비생이 되고 보니 SNS 팔로어가 몇 명인지 쓰라는 회사가 있더라고요. 그게 능력이란 말 아닌가요.”(취업준비생 김모 씨·27) ‘카·페·인’(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SNS는 인맥을 과시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전문가들은 친구 수, 좋아요 개수와 같이 SNS가 게임처럼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숫자가 높은 사람이 ‘승자’로 인정받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인맥 관리에 나서고 인간관계가 경쟁으로 치환돼 스트레스를 불러온다는 해석이다. 행복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양보다 질적 관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벤틀리대 여성과경제센터의 사바 버하네 연구원은 “3개월에 한번씩 관계를 평가하고, 소모적 인간관계는 과감히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교와 사회도 입시와 경쟁에 매몰된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관계 맺기’를 가르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흔들리는 20대’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에 새롭게 집단에서 맺은 관계가 남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관계의 나침반’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 스스로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해 방한한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룸사대 교수는 “혼자서, 혹은 다른 사람과 척을 지면서도 부유할 순 있지만 행복하려면 두 사람 이상과 어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수연 sykim@donga.com·김동욱 기자}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년)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김정원.’ 김정원(42)이 가장 싫어하는 자신에 대한 소개 글이다. “영화 찍고 나서 그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그래도 (영화 출연이) 클래식 대중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고 하면 다행이죠.”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음악인 중 한 명이다. 1월부터 클래식 생중계 콘서트인 ‘V살롱콘서트’의 총괄감독과 진행을 맡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소나타, 가곡,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를 여러 음악인과 함께 연주하는 ‘슈베르티아데’라는 음악회도 열고 있다. 이 음악회는 11월까지 계속된다. “현재 클래식 음악계는 사면초가라고 생각해요. 관객은 물론이고 전공자도 줄고 있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공연장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관객이 관심을 갖고 공연장에 올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과 시도를 하고 있어요.” 대중화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함도 깊다. 그는 올해 세종문화회관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고,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녹음도 내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시리즈의 전곡 녹음은 해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드문 시도다. “연주와 녹음 등 올해 일정을 보면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예요. 지금까진 선생님, 연주자, 아빠, 자식, 남편 역할로 바빴다면 올해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역할에만 다걸기(올인)할 생각입니다.” 김정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스타 연주자였다. 그 바통을 김선욱, 조성진 등 젊은 연주자들이 이어 받았다. “젊은 스타들은 클래식 팬을 늘려주는 역할을 해요. 연주자들도 저마다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20, 30대에 최고의 연주력을 선보이다가도 나이가 들면 안주하면서 연주력이 퇴보해 무대에서 사라지는 국내 연주자가 적지 않다. 80대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해외와 다른 풍경이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나 악보를 외우는 능력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그 나이가 되어야만 나올 수 있는 깊이 있는 음악이 있어요. 그런 깊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주자들은 나이가 열 살씩 늘 때마다 하루 연습량을 1시간씩 더 늘려야 한다고 한다. 신체적인 불리함을 딛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나이를 핑계로 연주력을 탓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도 연주장 가는 것 빼고는 집에서 연습만 하는 편이죠. 아무리 기획과 홍보가 좋아도 연주로 관객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안 돼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현대음악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전음악도 그 당시에는 현대음악이었죠. 오늘날 연주자들의 의무 중 하나는 후대에 남을 현재의 음악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현대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좀 더 많이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적인 것과 한국적이지 않은 것,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두 가지 요소의 ‘혼합’은 꽤 흥미롭다. 이런 시도들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무용단에서 한국춤과 서양춤, 전통과 현대의 혼합을 시도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4∼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혼합’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안성수 신임 예술감독 부임 이후 첫 작품이다.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작업해온 ‘혼합’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 국립샤요극장에서 초연 무대를 가졌다. 시작은 전통춤인 춘앵무로 시작한다. 새하얀 무대에 정적인 움직임이 가득 채워진다. 다시 전통 가락소리가 나오고 한국무용 출신인 여성 무용수 4명이 친숙한 전통춤을 춘다. 전통적인 춤사위를 선보이다 음악이 바뀌자 좀더 빠른 동작으로 현대무용을 펼친다. 헤드폰을 낀 남성 무용수가 갑자기 등장한다. 전통춤을 추는 여자 무용수들에게 둘러싸여 스트리트댄스를 춘다. 정적인 움직임 사이에서 동적인 움직임의 교차가 이질적이지 않고 조화롭다. 현대적이면서도 현대적이지 않고, 전통적이면서도 전통적이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공연 중 조선시대 사당패의 남도민요, 가야금산조, 슈만의 피아노 4중주와 아프리카 타악 연주, 팝 음악 등 다양한 음악이 나온다. 무용수들의 춤도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다양하다. 애초 춤에서 경계는 부질없다는 듯 말하고 있다. 공연을 보고난 뒤 의문이 하나 들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작품인지, 국립무용단의 작품인지 헷갈렸다. 최근 국립무용단이 무대에 올린 작품 중 하나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요즘 계속 일기예보만 본다니까요.” 최근 공연기획자와 공연장 관계자들은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봄이 다가오면서 실내를 벗어나 야외공연이 잇달아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혹시 비라도 내릴까 싶어 그런 걸까? 아니다. 다름 아닌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관객들이 크게 줄어든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비가 내리면 야외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면 된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많다고 지금껏 공연을 취소한 적은 없어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봄, 여름 야외공연의 가장 큰 장애물은 미세먼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씨가 화창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겉보기에는 야외공연 보기 좋은 날씨라고 해도 미세먼지가 많다면 사람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공연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나눠주겠다는 아이디어까지 냈다. 10년 뒤 미세먼지 탓에 야외공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현민(16)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엄마, 왜 내 피부색은 다른 애들과 달라?”라고 수없이 물었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자랐지만 서러움을 겪기도 했다. 흑인에 가까운 외모 때문에 그는 어린 시절 “함께 놀지 말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학교에서 수련회를 가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제가 순대국밥과 간장게장을 굉장히 좋아해요. 식당에 가면 꼭 종업원이 와서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어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컸던 그는 야구가 좋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부 활동을 했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할 즈음에 그만뒀다. “오남매의 맏이라 집안 형편상 돈이 많이 드는 야구부 활동을 계속하기 힘들었어요. 공고에 가서 기술을 배워 월급을 받으며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됐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키 188cm, 몸무게 65kg으로 모델 같은 몸매를 지닌 그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끔 모델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현재 소속사인 ‘에스에프 모델스’ 윤범 대표에게 연락이 왔어요. 만났더니 이태원 길 한복판에서 걸어보라고 하더군요. 길거리 워킹 테스트를 거쳐 바로 계약했어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올해 고교에 진학한 그는 지난해 3월 처음 패션쇼 무대에 섰다. 초보에 불과했지만 ‘남들과 다름’을 알아본 많은 디자이너가 그를 패션쇼에 세웠다. 지난해 10월 서울패션위크에서 10개 국내 남성복 무대에 올랐고, 올해 3월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무려 16개 쇼에 섰다. 남들과 달라 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흑인 혼혈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패션 잡지나 쇼에 프로필을 보내면 ‘까만색은 쓰지 않는다’ ‘유색인종은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란 답을 듣기도 했다. “어떤 쇼에 섰는데 영어로 말을 걸어서 ‘한국말 할 줄 안다’고 얘기를 해도 무시하면서 영어로 계속 말하더라고요. 그냥 외국인으로 취급당할 때도 있어요.” 그는 ‘흑인 혼혈 패션모델 1호’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짊어진 책임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저에 대한 편견은 제가 없애야 해요. 제가 잘해야 다음에 다른 흑인 혼혈 후배들이 나타나도 패션계에서 쉽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기존 흑인 모델과 달리 동양적 얼굴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해외에서 남다름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어렸을 때 그토록 힘들었던 남과 다름이 이제는 장점이 됐어요. 지금은 흑인 혼혈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앞으로는 ‘모델 한현민’으로 인정받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모델 한현민 패션쇼 영상}
누구나 패션모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패션 사진가가 될 수 있다. 4월 1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29일 찾은 DDP는 ‘딴 세상’이었다. 디자이너들이 펼치는 패션쇼가 주요 행사이지만 행사장 주변에 볼거리가 많았다. 행사장 주변에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람이 많아 놀랄 수도 있다. 프로 사진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마추어들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아마추어 모델도 만날 수 있다. 어린이부터 50대까지 연령대는 다양하다. 이들은 촬영 제의만 있으면 바로 그 자리가 런웨이라는 듯 준비한 포즈로 당당하게 자세를 잡았다. 튀는 개성이 오히려 당연하게 보였다. 평범함은 어울리지 않는 곳이 DDP 패션위크 현장이다. 미세먼지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개성을 뽐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DDP로 가보는 게 어떨까. 기자는 평범한 탓에 사진에 찍히거나 모델 제안을 받지는 못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즉흥연주’는 재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클래식도 즉흥연주가 가능하다. 바로크 시대만 해도 즉흥연주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도 뛰어난 즉흥연주가로도 명성을 날렸다. 최근 두 피아니스트가 자신들의 공연을 즉흥연주로 꾸밀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47)는 4월 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한국 공연을 펼친다. 1995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을 정도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그는 즉석에서 관객에게 요청받은 멜로디로 그 자리에서 곡을 만들어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영화 ‘해리 포터’의 주제곡이나 각국의 민요,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고 바로 7∼8분 길이의 바흐, 쇼팽풍으로 새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는 “관객들은 사소한 멜로디가 거대한 작품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놀라움의 웃음을 들으면 나도 같이 미소 짓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 1부에서 리스트의 소나타, 브람스의 ‘인테르메조’를 들려주고, 2부에서 즉흥연주로 관객과 함께할 예정이다. 4만∼8만 원. 02-2005-0114 피아니스트 박종해(27)도 3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2008년 나고야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를 수상한 그는 홍콩콩쿠르 2위, 더블린콩쿠르 2위를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5월 공연에서도 앙코르 곡으로 즉흥연주를 들려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1부에서 베토벤의 ‘영웅변주곡’,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 뒤 2부를 즉흥연주로 꾸민다. 4만 원. 02-6303-1977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돈키호테,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발레 작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러시아 발레’라는 것. 그렇다면 러시아 오페라는 어떨까? 금세 이름을 대기는 쉽지 않다. 국립오페라단은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러시아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를 무대에 올린다. 국내 오페라단 제작으로는 처음이다. 앞서 1989년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단의 내한 무대가 국내에서 선보였던 유일한 러시아 오페라였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러시아 오페라를 보기가 쉽지 않다. 24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이리나 소볼레바 오페라·딕션(발음) 코치와 함께 연습 중이던 테너 신상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베이스 김대영도 러시아 오페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발음’을 가장 어려운 것으로 꼽았다. 신상근은 “독일,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노래에 자음이 많이 사용된다. 프레이징 처리도 어렵고 입술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송미는 “라틴어 어원의 오페라는 단어만 봐도 뜻을 추리하기 쉽다. 하지만 러시아어는 단어 자체를 모르니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과 문법책을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여타 오페라보다 3배 이상 소요된다. 외국 오페라단도 러시아 오페라는 두세 시즌에 한 번 정도만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접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러시아 오페라는 러시아인들이 주로 한다. 김대영은 “오페라 출연을 위해 일부러 러시아로 가서 러시아어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1월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어 딕션 강의를 진행한 러시아 교육문화센터 뿌쉬낀하우스의 승주연 강사는 “첫 수업 때 성악가들의 표정이 굳어질 정도였다. 영어 등 외국어를 잘하는 성악가들도 러시아어는 굉장히 어려워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오페라보다 어렵지만 성악가들은 러시아 오페라만의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송미는 “언어 문제만 해결되면 재미있는 오페라다. 발성 측면에서 다른 오페라는 내가 가진 능력의 50%만 쓸 수 있는 데 비해 러시아 오페라는 80% 이상을 발휘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김대영은 “분위기가 어둡지만 확실히 정열적인 면이 있고 음악적으로 깊이가 있다”고 밝혔다. 소볼레바 코치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 성악가들도 처음에는 러시아 오페라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한번 공연을 치르고 나면 러시아 오페라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길게 남는 여운에 빠지는 성악가와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제1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신창용 씨(23·줄리아드음악원)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위로 호명되자 가슴이 벅찬 듯 눈물을 흘렸다. 신 씨는 “콩쿠르 준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연습을 많이 해서 손이 아팠는데 1위로 호명되는 순간 너무나 기뻤다”며 “긴장이 풀어지면서 힘들었던 연습 기간이 생각나 울컥했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라흐마니노프를 꼽은 그는 “결선 때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해서 마음이 편했다. 이번 콩쿠르 우승을 발판으로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6세 때 형을 따라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신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미국 커티스음악원을 거쳐 현재 줄리아드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처음엔 피아노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공부를 할수록 피아노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인연이 깊다. 3년 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해 준결선까지 진출했다. 당시가 인생의 첫 국제콩쿠르였다. 그는 “경험 삼아 출전한 대회에서 준결선 진출도 잘한 것이라고 주위에서는 말했지만 결선에 오르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며 “이번에는 기필코 꼭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힐턴헤드국제피아노콩쿠르 1위, 일본 센다이국제음악콩쿠르 5위, 프랑스 그랑프리아니마토국제콩쿠르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대욱 심사위원장은 “신창용은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원숙한 음악을 들려주었다”며 “본선에 오른 6명 모두 수준이 높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2위는 우용기(23·서울대), 공동 3위는 이택기(21·줄리아드음악원), 박연민(27·하노버국립음대), 5위는 전세윤(22·글렌굴드왕립음악원), 6위는 김예담(29·파리고등사범음악원)이 차지했다. 입상자에게는 1위 5만 달러(약 5700만 원), 2위 3만 달러, 3위 2만 달러 등 6위까지 상금이 주어지고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리사이틀 등 다양한 특전이 제공된다. 1, 2위 한국인 남성 입상자에게는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故) 일민 김상만 선생(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기려 1차 예선에서 하이든 또는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은 김예담과 미국의 첼시왕(24·커티스음악원)이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 유원 LG 전무, 신 명예교수,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시상자로 나섰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1, 2차 예선과 준결선은 유튜브(검색어 ‘seoulcompetition’)에 공개됐으며 결선은 29일 공개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LG와 함께하는 제1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심사를 맡은 11명의 심사위원은 “한국 참가자들만 본선에 올라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한국의 피아니스트들이 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지 다시 깨닫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15년 조성진이 우승 당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폴란드 출신의 카타지나 포포바지드론 심사위원은 “이번 콩쿠르는 독주는 물론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등 정말 어렵고 긴 과제를 통과해야 한다. 쇼팽콩쿠르를 심사했지만 내가 볼 때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콩쿠르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안 케펠레크 심사위원은 “본선 진출자 6명 외에도 모든 참가자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며 “이렇게 수준이 높은 콩쿠르에 세계의 젊은 음악인들이 더 많이 참가해 한국인들과 경쟁해 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에는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대욱 한양대 대우교수(사진)를 비롯해 장형준 서울대 교수, 김영호 연세대 교수, 게랄트 파우트 독일 라이프치히 멘델스존음대 교수, 네리키 시게오 일본 도호 가쿠엔음대 교수, 예카테리나 메체티나 러시아 차이콥스키음악원 교수, 존 페리 캐나다 글렌굴드왕립음악원 교수, 산티아고 로드리게스 미국 마이애미음대 교수, 쉬중 중국 상하이 오페라 총감독 등 11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대욱 위원장은 “외국 심사위원들이 한국 연주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장형준 위원은 “결선에 오른 한국인 연주자 6명 모두 수준 높은 연주로 자신들이 본선에 올라올 수밖에 없었음을 실력으로 증명했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제1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부문) 준결선에서 참가자 13명 중 결선에 진출할 6명이 정해졌다. 결선에 오른 6명은 전세윤(22·글렌굴드왕립음악원), 김예담(29·파리고등사범음악원), 이택기(21·줄리아드음악원), 박연민(27·하노버국립음대), 신창용(23·줄리아드음악원), 우용기(23·서울대) 등이다. 이번 콩쿠르에는 총 11개국 98명이 참가했다. 이 중 DVD 예비심사를 통과한 9개국 53명(국내 34명, 해외 19명)이 1, 2차 예선을 거쳤다. 이날 준결선에서는 첼리스트 김민지,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이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또는 첼로 소나타 한 곡을 협연했다. 3년 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출전해 준결선까지 진출했던 신창용은 “지난 대회에서 준결선에서 떨어져 부담감이 심했는데,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끝에 한 단계 더 올라가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2013년 국제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했지만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김예담은 “오페라 코치로 전향할까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콩쿠르에 도전해보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고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박연민은 “한국 관객 앞에서 연주하고 싶어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콩쿠르에 꼭 나가고 싶었다. 결선까지 진출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故) 일민 김상만 선생(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기려 1차 예선에서 하이든 또는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은 김예담과 미국의 첼시왕(24·커티스음악원)이 받았다. 결선은 25,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박영민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펼쳐진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통로.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통로는 더욱 좁아졌다. 얼마 뒤 답답함마저 느껴졌다. 주위에는 서로 다른 모양과 길이의 수많은 파이프가 솟아나 있었다. 커다란 공장 내부에 우두커니 선 느낌이었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함부로 건들면 큰일 납니다.” 안자헌 파이프오르간 빌더(58)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은 지난해 제작된 뒤 처음으로 정기 관리·점검을 받았다. 오르간은 높이 12m에 가로 12m, 세로 3m로 3, 4층 규모의 아파트처럼 거대하다. 겉과 달리 오르간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좁다. 안 빌더 주위에는 많은 연장이 펼쳐져 있었다. 펜치, 드라이버, 망치, 접착제 등 흡사 목공 기술자 같았다. 오르간 조율을 보러 왔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파이프오르간에는 조율사와 제작자의 구분이 없어요. 빌더(builder·짓는 사람)라는 명칭 그대로 제작도 할 줄 알아야 해요.” 그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파이프오르간 제작 마이스터다. 그 전 단계인 게젤레(기능사) 단계의 빌더는 국내에 서너 명 있다. 국내에는 롯데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비롯해 150여 개 공연장과 교회, 성당에 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그는 이 중 40여 개의 오르간을 전담 관리하고 있고, 설치도 도왔다. 파이프오르간의 관리·점검엔 꽤 많은 품이 들어간다. 전기, 전자, 기계, 목공,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가 얽혀 있다. 혼자 작업하기는 힘들다. 그도 아내와 함께 작업한다. 아내가 밖에서 오르간을 조작하면, 그는 안에서 소리를 듣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 “가장 오래된 파이프오르간은 600년이 넘었지만 보통은 수명이 200년 정도입니다. 그것도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온도, 습도 등으로 변형이 생기고 고장이 날 수 있죠.” 그는 △연주대의 각 기능 점검과 수리 △바람 공급대의 바람 압력 점검 △건반과 스톱(음색조정 장치) 액션 점검 및 조정 △각 음색의 조율 상태 점검 및 조율 △각 음색의 보이싱(음색 조율) 상태 점검 등의 작업을 한다. “파이프가 제대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보이싱이 가장 중요해요. 파이프 입 부분의 넓이, 높이, 바람 양 등을 조절해 소리를 조정해요. 3∼4m의 파이프를 들어 올리기도 합니다.” 점검 과정은 커다란 배의 엔진을 점검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3층 높이의 오르간 내부를 수십 가지의 연장을 가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돌아다닌다. “롯데콘서트홀은 내부가 넓은 편이죠. 규모가 작을 때는 기어 다닙니다. 먼지를 뒤집어쓸 때도 많죠.” 외부에서 듣는 파이프오르간의 음색은 웅장하고 크다. 5000여 개의 파이프에서 빚어지는 수백, 수천의 음색은 듣는 이를 압도한다. “안에서 2시간 정도 있으면 귀가 아파요. 귀마개를 꽂고 작업하는데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작은 음은 잘 들리지 않아요. TV를 볼 때도 음량을 크게 하고 들어요. 이게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지만 훈장이기도 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