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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김치 팔게 됐다고 좋아할 때인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리커창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쌀과 삼계탕 김치까지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 돼 농민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자 베이징의 교민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절인 채소류에서는 대장균군이 100g당 30마리가 넘게 나오면 안 된다’는 수입 위생기준을 개정해 빠르면 연내에 한국산 김치가 중국에 다시 수출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싶다. 중국에서는 현재 연간 김치 생산량 30만 t 중 내수는 6만 t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작다. 또 냉장 유통 시스템이 열악한 데다 크고 작은 마트에 들어갈 때 입점비 판촉비 등 부대비용도 많이 든다. 게다가 한국산 김치는 물류비 등이 보태져 중국산 김치보다 2, 3배는 가격이 비쌀 것으로 보인다. 김치 수입 규제가 없던 2010년만 해도 한 해 대중(對中) 수출량은 38만 달러에 불과했다. 물론 모든 상황은 유동적인지라 이번 일을 계기로 김치 수출이 얼마나 더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2014년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때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치 수출이 큰 소득으로 꼽히는 모양새는 정작 심각한 문제에는 소홀하고 효과가 별로 없는 것만 부각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민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A 씨처럼 자영업을 하는 교민이나 중국 내 크고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한중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다고들 하지만 사실 한국 기업들은 죽을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시장에서 한국 대표상품들의 매출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샤오미에 1위를 내준 뒤 올해 4, 5위로까지 밀려난 상태이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1∼9월 판매 순위가 5위로 내려앉았는데 특히 창안자동차라는 중국 토종 업체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베이징 한인촌인 왕징에서 한의원을 하는 한 한의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한중이 최고의 관계라고 하지만 교민들이 줄다 보니 고객이 2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왕징의 길거리나 아파트에서도 “한국말이 줄었다”는 말도 들린다. 본보 도쿄 특파원들의 보도에 따르면 한일관계 악화에 따라 일본 도쿄 중심가의 한류 거리였던 오쿠보가 차이나타운으로 변하고 있다지만 한중 관계는 역대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경제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베이징 주재 한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은 “지방에서 열린 한중일 산업박람회를 갔더니 일본은 첨단 로봇을 전시하는데 한국은 전통 공예품을 내놔 답답했다. 10년 전 흑자 내던 기업이나 산업은 지금 찾아보기 어렵다”며 “한국은 과연 10년 뒤 중국에 뭘 팔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할 때”라고 했다. 김치 수출도 중요하지만 당장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4년제 대학과 장단기 어학연수생을 합쳐 6만여 명에 이르지만 ‘졸업 후 2년 동안 현업 유경험자’라는 중국 정부 규정에 따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졸업하는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이런 제한이 없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한국은 중국에 김치를 수출하는 대신 중국이 수입하는 자동차 전자 화학 등 주력 공산품은 중국이 주장한 높은 관세를 허용했다. 이러다 보니 현대차가 중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관세 소비세 증치세 등 세금은 최고 80%가량에 이른다. 대중 무역에 심각한 도전과 시련이 닥치고 있다.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과 대만이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한다. 4일(현지 시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과 대만의 총통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7일 싱가포르에서 첫 회담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즈쥔(張志軍)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이날 신화통신을 통한 발표에서 “양안 지도자인 시진핑과 마잉주가 7일 싱가포르에서 회동해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밝혔다. 장 주임은 “양안 간 정치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서 실무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천이신(陳以信) 대만 총통실 대변인도 3일 저녁 회담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번 회동은 양안 간 평화를 강화하고 현재의 양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협정이나 공동성명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5, 6일 베트남에 이어 6, 7일 토니 탄 싱가포르 대통령의 초청으로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다. 마 총통은 7일 싱가포르에 전용기를 타고 가 오후 샹그릴라 호텔에서 시 주석과 회담 및 만찬을 한 뒤 당일 귀국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번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중국이 ‘지방 정부(대만성)’로 취급하는 대만 최고지도자와의 회담을 받아들임으로써 대만 포용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이 관련 발표에서 중화민국이나 ‘타이완(Taiwan)’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양안 지도자’로만 표현하고 서로를 부를 때도 국가주석이나 총통이 아닌 ‘선생’으로 부르기로 한 것은 양안 관계의 복잡함을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은 회담 후에 만찬도 갖는다. 장 주임은 “이번 회담은 양안 지도자의 직접적인 교류 소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정상회담이 정례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8년 5월 취임 이후 중국과 3통(通), 즉 통상 통항 통신 등의 교류를 실현하는 등 양안 관계 개선에 주력해 온 마 총통으로선 시 주석과의 이번 회담이 ‘화룡점정’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대만 정상회담은 내년 1월 16일 대만의 차기 총통 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친중 성향인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가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분단 이후 최초의 정상회담이라는 ‘큰 선물’을 마 총통에게 안겨준 것은 국민당 집권을 바라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독립 지향적인 민진당의 정권 탈환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측은 대만이 지나치게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야당인 민진당이 4일 “선거조작과 밀실작업” 의혹을 제기하자 천 총통실 대변인이 나서 “평화를 공고히 하고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지 절대 선거조작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대만 내에서는 마 총통 집권 이후 급속도로 진전된 양안 관계에 대한 반발도 상당해 이번 회담이 오히려 역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대만의 대륙위원회가 두 정상의 회담 내용을 발표할 때 일부 민간단체 회원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마 총통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군부 2인자인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 중인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에게 “잘못된 짓과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중국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가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판 부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에 있는 중국 국방부 청사에서 이뤄진 해리스 사령관과의 회담에서 미 군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에 진입한 것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판 부주석은 또 “(미국의 행위는) 오해와 오판, 우발적인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극히 높다”며 “이는 중국의 강렬한 불만을 야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해리스 사령관이 판 부주석의 직설적인 비판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소개하지 않은 채 해리스 사령관이 양국 군의 협력 교류를 한층 심화하기를 원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베이징대 스탠퍼드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우리 군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언제 어디서든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을 수행할 것이며 남중국해도 예외가 아니다”며 남중국해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2일 “미 해군은 남중국해 12해리(약 22km) 이내 해역을 분기당 2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항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이날 “미군의 의지를 보여주는 활동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일 “중미 양국은 상호간의 전략적 의도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인공섬 진입 후 처음 의견을 직접 나타냈다. 중국은 실제 행동으로도 대응에 나섰다. 싱가포르 롄허(聯合)조보는 2일 “중국 해군 함대가 실탄 군사훈련을 하기 위해 남중국해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 오늘 韓中 국방장관 회담… 남중국해 거론될 듯 ▼정부 ‘원론적 입장표명’ 기조 유지 미일과 중국이 격돌한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2라운드 공방이 벌어진다. 제3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 참석차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을 갖기 때문이다.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직후에 열려서 주목된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당시 한 장관을 만나 “남중국해의 어떤 부분을 군사화해서는 안 된다. 작년에 이러한 활동을 가장 많이 한 국가가 중국”이라며 중국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한 장관은 카터 장관에게 미중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항해와 상공의 비행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 방침을 재확인했다. 중국 측은 이번 회담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온 미국의 발언에 대한 반론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창 국방부장은 “자국의 고유 영토 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측 대응은 여전히 원론적인 방침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이번 양자회담에서 거론될 수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보잉과 에어버스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세계 여객기 시장에 중국이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상용항공기(中國商用飛機·COMAC)는 2일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공장에서 정부 및 업계 관계자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대형 상업용 여객기 C919 출고식을 가졌다. 이날 출고식은 ‘항공 굴기’를 향한 중국의 의지를 담아 ‘꿈이 날다(夢想起航·몽상기항)’로 명명됐다. 관영 중앙(CC)TV는 출고식 전 과정을 중계했다. 중국이 2008년부터 독자 개발해 온 여객기 ‘C919’의 영문 기체명 ‘C’에는 세계 3대 항공기 제작국에 올라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China)과 제조사(COMAC)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이기도 하지만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과 함께 ‘ABC 항공기 시대’를 열겠다는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919’의 첫 ‘9’는 중국어 발음 ‘주(九)’가 ‘영구히’라는 뜻의 ‘주(久)’와 발음이 같고, 뒤의 ‘19’는 현재 개발된 기종은 156석과 168석이지만 최대 190석까지 늘릴 수 있는 중형기임을 뜻한다. 여객기는 대체로 좌석 수에 따라 100석 미만의 소형 여객기와 100∼300석 정도의 중형 여객기, 300석 이상의 대형 여객기 등으로 나뉜다. 중국 언론들은 이 여객기가 앞으로 보잉 737과 에어버스 A320의 경쟁 기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 측은 이미 국내외 21개 항공사와 항공기 리스사로부터 517대의 주문을 받았다며 주문 업체와 주문 대수를 상세히 공개했다. 이 여객기는 프랑스의 CMF 엔진제작회사와 미국 GE가 설계 개발한 2대의 LEAP-X1C 엔진을 장착했다. 또한 기체 내외부에 사용된 합금의 중국산 비중이 20∼30%에 그쳐 핵심 부품과 소재들은 외국산을 사용했다. 이 여객기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첫 비행을 시작하지만 본격적인 노선 투입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C919가 앞으로 중국 내수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2000대, 가격으로는 1조 위안(약 1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C919에 이어 300명 이상의 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대형 여객기 C929도 개발 중이다. 중국 항공업계는 앞으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3만7900여 대, 중국에서 5300여 대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과 일본 언론은 자국의 시각을 반영한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실속 있는 협력을 통해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미 이룬 성과도 많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도록 노력한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 링성리(凌勝利) 국제안전연구중심 비서장은 1일 관영 광밍(光明)망에 기고문을 올리고 “중한 관계는 천시 지리 인화가 맞아떨어지는 역사상 최고의 호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제 중한 관계는 ‘경제 정치 안전’이라는 3가지를 동시에 추진(삼가병구·三駕幷驅)할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중국 우선, 휘둘리는 일본’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이 정상회담 일정 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리 총리를 예우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한일 정상회담은 일정도 2일로 미뤄지고 오찬도 못 하는 찬밥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오찬을 피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진전을 기대할 수 없자 국내에 강경한 (대일)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중국 삼성이 올해 중국 국무원 직속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이 평가하는 사회책임기업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해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중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외국계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외국기업 상위 10개 업체 중 한국은 삼성과 LG중국 현대차 포스코차이나 등 4개가 포함돼 국가별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는 전 세계 각 국에서 44만여 개의 외국기업이 들어와 있는 가운데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한국 기업이 가장 사회 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1일 중국삼성과 현대자동차 사회과학원 등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중국기업사회책임 발전지수(이하 책임 지수)’ 평가에서 삼성은 국내외 기업을 통들은 전체 300대 기업 중 5위에 선정됐다. 외국 기업 중에서는 3년 째 1위를 차지했으며 외국 기업이 10위안에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2010년에는 131위였으나 지난해 13위까지 껑충 뛰어오른 뒤 올해 10위내에 진입했다. 삼성은 여건이 낙후한 지역에 학교를 지어주는 ‘희망학교’ 사업에 2005년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전국에 150곳의 희망학교를 지어주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9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책임 지수는 사회공헌 활동, 고용, 임직원 복지, 고객 만족, 친환경 기여 등의 분야를 평가해 지수와 순위를 매기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 대표적인 사회 공헌 지표로 여겨진다. 삼성은 기업책임 및 사회책임 항목은 90점 이상, 환경책임은 만점인 100점을 얻어 종합지수가 지난해보다 7.3점 높아진 87.5 점을 획득했다. 300대 기업의 전체 평균은 34.0점, 외자기업 평균은 26.1점이었다. 전체 기업 순위 1등은 중국이동통신으로 90.5점이었으며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85.6점으로 10위였다. 중국 삼성 장원기 사장은 “앞으로도 현지 기업보다 더욱 중국 소비자를 존중하고, 법과 질서를 준수해 중국 사회에 부합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내 자동차 업체 중에는 둥펑(東風)자동차에 이어 2위, 외국계 자동차 업체로는 도요타(5위)와 닛산(8위)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에서는 2013년 150위에서 지난해 51에 이어 올해는 27위까지 올랐다. 현대차는 내몽고의 사막화 방지 사업, 베이징 마라톤 대회 개최 등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 책임 지수의 국가별 평균 점수 순위에서는 한국이 68.2로 2위인 대만 46.4를 크게 앞질렀으며 이어 홍콩 일본 독일 스위스 프랑스 미국 등의 순이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전면적 두 자녀’ 정책을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출산 및 영유아 관련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 자녀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새로 얻게 되는 부부는 약 9000만 쌍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말 현재 13억6800만 명인 중국 인구는 14억5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중국 정부는 내다봤다. 대표적인 수혜 분야로는 임신부 산전 검사, 출산보조 서비스, 임산부용 의약품, 분유, 기저귀, 영유아용 일상용품, 장난감, 아동 의류, 애니메이션 업종 등이 꼽히고 있다. 중국 선완훙위안(申萬宏源) 증권은 30일 중국 내 육아시장 규모(분유 제외)가 2016년 1119억 위안(약 20조1400억 원), 3년 후인 2019년 1572억 위안(약 28조3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 2013년 600억 위안(약 10조8000억 원)이었던 중국 분유 시장 규모는 2018년 900억 위안(약 16조2000억 원)으로 5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에 분유를 수출하는 전 세계 낙농업계도 새로운 돌파구를 맞을 기대에 부풀어 있다. 프랑스 식품 기업인 다농의 주가가 약 3% 오르는 등 미국과 유럽의 고급 분유 브랜드나 유제품 관련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유아용품업체 등 관련 수혜 종목들이 일제히 들썩였다. 30일 코스닥시장에서 중국 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아의류업체 제로투세븐은 전날보다 10.55%(1350원) 오른 1만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아용품 전문업체 보령메디앙스도 6.44%의 강세를 보였다. 이처럼 기대가 커지지만 1가구 1자녀 정책 폐지로 신생아 출생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난징(南京)대 사회학과 천유화(陳友華) 교수는 이 정책 시행으로 새로 늘어나는 신생아 수는 연 60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정임수 기자}

한국의 예술품과 드라마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문화 콘텐츠를 중국의 ‘문화상품 인터넷 거래소’를 통해 중국에 판매하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중국 문화부 산하 중국문화예술총공사의 자회사인 ‘한당예술품거래소’는 29일 베이징에서 한국미술협회 등과 거래 협약식을 열었다. 한당거래소 자밍루 대표(앞줄 오른쪽)가 한국미술협회 이광수 부이사장과 함께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해상자위대가 미국 해군과 남중국해에서 공동 훈련을 할 것이라는 보도 내용이 맞나.” “그런 예정은 들은 바 없다.” 29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관방부장관의 정례 브리핑. 일본 기자들의 질문 초점은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후유쓰키’가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 부대와 조만간 남중국해를 항행하면서 함선 갈아타기 등 공동 훈련을 실시한다는 이날 아침 마이니치신문 조간 보도 내용이었다.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세코 부장관은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기자들이 “가능성은 있지 않느냐”고 거듭 확인했지만 강력한 어조로 다시 부인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해 ‘립 서비스’ 이상의 개입을 꺼리는 일본의 현재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통과시킨 안보법제가 내년 3월 발효되면 미군이 일본에 남중국해 공동 순찰 등을 요구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미군과의 공동 순찰)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지키느라 여력이 없다”고도 했다. 아직까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전면 대결할 의사는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산케이신문은 미국 군사통의 말을 인용해 “미군은 소규모 함대를 편성하지 않고 라슨함 1척만 투입했고 필리핀과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복수의 암초 12해리 이내에 먼저 진입한 뒤 중국 인공섬에 접근하는 등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류는 일본뿐만이 아니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도 더 이상의 긴장을 경계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 정치적 ‘퍼포먼스’ 이상의 갈등은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중국군은 중국이 영해로 간주하는 남중국해의 인공섬 인근 해역에 또다시 미 군함이 진입할 경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29일 발표했다. 그러나 양 대변인은 중국이 취할 ‘필요한 모든 수단’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연일 중국을 상대로 구두 경고를 내놓던 미국 고위 당국자들도 28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등도 이날 공개 발언에 남중국해 문제를 별도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에릭 슐츠 백악관 수석부대변인만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것과 같이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로든 항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미국의 진심은 오히려 전날인 27일 카터 국방장관이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한 발언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는 이날 라슨함 파견 배경을 설명한 뒤 “미중 관계는 지극히 중요하다”며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 국방 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는 28일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이 29일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인 우성리(吳勝利)와 화상회의(VTC) 회견 형식의 군사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당국자는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양국 군 참모들이 동시에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사태의 ‘출구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외교차관이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 외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중국은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 군사 교류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중국이 다른 나라와 대립할 때는 인적 왕래부터 끊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는 촌평을 내놓았다. 중국 군부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중 관계에 대해 “절대로 군사적 충돌의 길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한국으로서는 호흡을 고르면서 사태 추이를 관망할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이 지난 35년간 유지해온 ‘1가구 1자녀’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에 관한 제13차 5개년 규획(13·5규획) 제정 건의’를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건의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중국 지도부는 “인구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고 계획생육(가족계획)의 기본 국가정책을 유지하면서 인구의 발전 전략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부부에게 자녀 2명을 낳을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1980년 9월 25일부터 한 자녀 정책을 채택해 인구 증가를 억제해 왔다. 이후 급속한 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져 인구 억제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 11월 부부 가운데 한쪽이라도 독자일 경우 2명을 낳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14년 중국 인구 13억6700만 명 중 60세 이상이 15.5%, 65세 이상이 10.0%에 이른다. 건의는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 인간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앞두고 2020년까지 국민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지도부는 “중고속(中高速)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수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소비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6.5%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 자본 유치를 크게 늘리기 위해 몇 가지 필수 규제를 제외하고 대부분 규제를 해제하는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도 도입하기로 했다. 건의는 또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에 맞는 경제 시스템과 발전 방식을 찾으면서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건의는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해 무선 인터넷 이용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공위성 35개를 쏘아 올려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대체하기로 했다. 수도 전기 교통 석유 가스 등의 제품과 경쟁적 요소가 강한 서비스 가격에 대한 시장 자율화를 확대하기로 했다. 5중전회는 국제경제 질서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대륙과 해양의 신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운영, 위안화 국제화 가속화 등을 통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걸맞은 영향력을 국제사회에서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건의는 경제 사회의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법에 따른 통치(依法治國·의법치국), 당의 지도 원칙 견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고등학교까지의 점진적 의무교육 확대, 도시 농촌에서의 건강보험 확대, 2020년까지 빈곤 농촌 없애기 등의 목표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그동안 당 중앙기율검사위를 통해 낙마한 인사들인 링지화(令計劃) 전 중앙선전부장, 저우번순(周本順) 전 허베이(河北) 성 서기 등의 당적 박탈 처분을 승인했다. 아울러 공석이 된 중앙위원에 후보위원이던 류샤오카이(劉曉凱), 천즈룽(陳志榮), 진전지(金振吉)를 승진 임명했다. 모두 소수 민족 출신이다. 이 중 조선족인 진전지는 지린(吉林) 성 정법위원회 서기를 지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26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 징시(京西)호텔에서 제18기 5중전회를 개최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화가의 그림 등 예술품이나 게임 애니메이션 출판 음악 만화 출판 드라마 판권 등 문화 컨텐츠를 중국의 ‘문화상품 인터넷 거래소’를 통해 중국에 판매하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중국 문화부 산하 중국문화예술총공사의 자회사인 ‘한당(漢唐)예술품거래소’는 29일 베이징(北京) 민족문화궁에서 한국미술협회 등과 거래 협약식을 맺고 한국의 문화 컨텐츠 등을 상장시켜 거래하기로 했다. 2011년 출범한 이 거래소는 중앙 정부가 승인한 유일한 문화상품 인터넷 거래소로 지금까지 각종 문화상품과 우표 구화폐 등을 거래해 ‘문화산업의 알리바바’로 불린다. 진품 여부와 가격 등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유무형의 문화상품은 거래소에 상장된 후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해 거래한다. 지금까지는 중국 내부에서만 거래가 이뤄졌으나 외국으로는 처음 한국에 문호를 개방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가한 한국의 기관이나 단체는 한국미술협회 외에 한국우표상협회 K-NOTE 한국음악프로듀서연맹 한국웹미디어제작자협회 등이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문화 상품을 상장하는데 ‘문화 증권사’역할을 맡는다. 주중 한국문화원도 한류 문화 상품의 중국 진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문화예술총공사 강찬영 부동사장은 “자체적으로 중국 시장 개척이 어려운 사람이나 회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컨텐츠 크라우드 펀딩’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으나 제작비용이 없는 사람이 거래소에 상장될 경우 투자자를 모아 제작한 뒤 수익을 투자자와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 상품의 상장은 빠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이뤄진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이 국제법상 보장된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부근에 자국 군함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간 해상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27일 사상 처음으로 중국 인공섬 12해리(약 22km) 이내에 구축함을 진입시키는 미군의 작전이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으나 ‘영유권 주장 무력화 시도’가 반복될 경우 우발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측은 미국과의 무력충돌 시 대응 시나리오를 언론에 흘리며 영유권 사수 의지를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27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제법이 허용하는 지역이면 어느 곳이든 비행하고 항행하며 작전할 것이다. 이번 작전이 앞으로도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 장관은 이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의 한 부분으로서 (항행의 자유에 대한) 약속을 해왔으며 이것은 미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해상작전이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월한 해군력을 앞세워 중국의 해상 패권 도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어디서든 비행하고 항행할 수 있다”고 말해 중국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현재 싱가포르에 파견되어 있는 군함 포트워스와 항모 시어도어루스벨트 그리고 순양함 노르망디 등이 28일 싱가포르를 출발할 예정”이라며 남중국해 항모 투입 가능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에 일격을 당한 중국은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27일 하루 종일 항의를 이어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이 항의 성명을 낸 데 이어 밤에는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이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항의 내용이 담긴 시평을 내보냈다. 중국 누리꾼들은 미국 군함의 인공섬 12해리 이내 진입을 주권침해 행위로 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나라가 강대해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천하가 평화로워도 전쟁을 잊으면 위험하다”는 전국시대 병법서 ‘사마법(司馬法)’ 구절까지 들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지속적인 군함 투입 방침을 굳힌 가운데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해군 전문가 리제(李杰)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과 옛 소련 간에 흑해에서 1988년 일어났던 것과 유사하게 군함 축출을 위해 군함을 들이받는 충격 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소련은 그해 2월 12일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 항의 해군 기지 7해리 이내로 진입한 미 순양함 요크타운과 구축함 캐런이 몇 차례 경고에도 떠나지 않자 호위함 베자베트니를 보내 미 군함을 들이받았다. 쑨저(孫哲)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미 군함의 레이더를 차단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시행할 수도 있고, 군함이 아닌 민간 선박을 보내 미 군함과 대치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사설에서 “미 군함이 항해 중 정지해 추가적인 활동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반격을 해야 한다”며 “그 조치에는 레이더 방해, 전자파 간섭 등도 있지만 항공기를 파견하거나 군함을 들이받는 반격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군의 대표적 강경파 인사인 뤄위안(羅援) 예비역 소장은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으나 미국은 즉각 B-52 폭격기를 사전 통보 없이 출동시키는 등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군함 파견을 빌미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거나 혹은 지금까지는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를 취소하고 군사화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이번 기회에 중국이 난사 군도나 인공섬 등에 영해 기선을 선포해 영토 및 영해화 작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중은 불과 한 달 전 정상회담에서 얼굴을 맞대고 협력방안을 논의하던 사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세계 최강의 미군과 맞서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중국해는 중국으로서는 해양 대국으로 가는 길목이지만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이번 미중 간의 충돌은 세계 해양 패권 경쟁의 첫 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평가된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는 해군력 강화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2012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부터 ‘대양 해군’ 건설을 주창했다. 경제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국익을 끌어올리려면 해상 통제권을 가져야 하며 원거리 해상 작전능력이 없이는 국내 자산의 축적과 해외무역도 보호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해양대국의 첫 관문으로 우선 자신의 앞마당 격인 남중국해부터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북단 하이난(海南) 섬에 핵잠수함 기지를 두고 있다. 기술적 한계로 쉽게 노출되는 중국 핵잠수함이 미국의 상시적인 정찰활동을 피해 태평양으로 나아가려면 남중국해를 자기 안마당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전체 남중국해 해역의 80%가량을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남중국해는 매년 5조 달러가량의 교역량이 통과하는 요충지인 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지녀온 해상 통제권(헤게모니)을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직접 남중국해에서의 군사력 존재감을 더욱 높여 중국과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이번 미 해군 군함 파견은 미국의 중국을 향한 도전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이 27일 사상 처음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의 12해리(약 22km) 이내에 구축함을 파견하면서 미중 간의 남중국해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DDG 82)이 남중국해 난사(南沙·스프래틀리) 군도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12해리 이내를 항해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에는 정규 정찰 활동을 수행해 온 미 해군의 대잠 초계기 P-8A와 P-3도 함께 투입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우리는 미국 측에 심사숙고해 행동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진입한 미군 구축함을 감시 추적하면서 경고했다”며 “미국의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위협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 즉각 잘못을 시정할 것을 미국 측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 군함 진입으로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인공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음을 여러 번 시사하며 남중국해를 비롯한 모든 공해 상에서 항해의 자유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실제로 군함을 파견한 것은 지난해 중국의 인공섬 건설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전격적으로 군함을 투입함에 따라 한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에서 선택을 종용받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이 27일 남중국해의 인공섬 근해에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 파견을 결행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외교부 장예쑤이(張業遂) 상무부부장은 이날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미 구축함의 남중국해 진입을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진입한 미군 구축함을 감시, 추적하면서 경고했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은 없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군 당국자들은 이번 군함 항해는 이번으로 끝나는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돌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형국이다. 이번 사건으로 2001년 하이난(海南) 섬 인근 해역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가 충돌해 중국 조종사 한 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되고 미 정찰기는 하이난 섬에 억류됐던 사건 이후 남중국해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최근 인공위성 사진 판독과 초계비행 등을 통해 남중국해에 최소 7개의 인공섬이 건설됐고 3곳에는 활주로 시설이 건설됐으며 두 곳에는 등대도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융수자오(永暑礁) 인공섬의 활주로는 3km에 이른다. 27일 미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이 항해한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와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에도 활주로가 건설 중이다. 미국이 인공섬 주변의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 군함을 파견할 것이라는 보도는 올해 5월부터 나왔으나 국방부는 17일 수일 내로 군함을 파견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열흘 만인 27일 결행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옆에 세운 자리에서 “모든 국가는 항해와 항행의 자유, 방해받지 않는 상업활동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그런 만큼 미국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디에서도 항해하고 비행하며,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바다에 잠겨 있는 바위나 산호초 등을 매립해 만든 인공섬은 영토가 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영해 주권도 생성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군함 파견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무력 충돌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없지 않다. 중국은 미군의 군함 파견 방침이 전해진 후 남중국해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 등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오래전에 이런 작전을 했어야 했다”며 “미 해군도 원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막아왔다”고 했다. 그는 이번 미 함정의 항해가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항행의 자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중국해 갈등에서 미국 편을 들고 있는 일본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비판하며 미국의 구축함 파견을 지지하고 나섰다.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남중국해 해역에 미군 군함이 항해한 것은 국제법을 기준으로 한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국제사회 공통의 우려”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 베트남 등도 미국의 구축함 파견을 내심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27일 마닐라 외신기자클럽에서 “미 군함의 인공섬 주변 항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베트남도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인공섬 건설, 등대 설치 등에 대해 “이는 베트남 주권을 침해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여러 차례 비난해 왔다. 다만 화교 비중이 높고 중국과의 교역을 중시하는 말레이시아는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달리 중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한 채 평화적 분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인생이 침체에 빠질 때 어떻게 극복하나요.’ / ‘조용히 기다리며 푹 자고 일어나세요. 마치 한 마리의 동면하는 곰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기르던 애완개도 늙어 쇠약해지네요.’ /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것이 변하도록 내버려두세요.’ 중국판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의 여성 작가 비수민(畢淑敏·63)이 올 3월 내놓은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세요(니要好好愛自己·사진)’에서 소개하는 글의 일부다. 이 책이 나오자 평론가나 독자들은 ‘또 한 그릇의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끓였다’고 표현했다. 그의 글이 종교 경전처럼 한 편 한 편마다 무슨 이치와 도리를 깨우쳐 주려 하는 게 아니라 묽은 닭고기 국물같이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을 ‘닭고기 수프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닭고기 수프야말로 영양이 있고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심리상담사이자 정신과 의사 출신으로 30여 년째 작가로 활동하는 비 씨는 ‘문학계의 천사’라는 칭호도 따라다닌다. 인생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다루는 어떤 그의 글은 마치 수술대의 칼처럼 예리하게 심리적인 문제를 도려내 치유해주는 등 영혼을 어루만져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간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세요’는 여성들이 일생 중 만나는 문제들에 대해 담담하게 조언한다. 우울, 고독, 어린 시절의 상처, 사람들과의 감정 처리, 중요한 사람의 사망, 사람을 좌절하게 하는 것 등을 주제로 한 50편의 짧은 글 모음이다. 의사의 냉정한 예지와 작가의 온화한 감성이 글에 섞여 있다고 동료 작가들은 서평을 올려놓았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한다’며 자기 사랑 전도에 나선다. 작가는 서문에서 ‘너 자신을 사랑하고 잘 챙겨라’란 말은 ‘바쁘다고 밥 거르지 말고, 추우면 두껍게 옷 입고…’ 등등의 말로, 자라면서 부모나 친구, 동료로부터 많이 들었던 이 말들을 이제는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이해에서 시작하며 그 시작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사랑하려는 여성은 자신의 신체와 용모,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캐내고 변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는 현대 여성이 교육권 근로권 등에서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만 행복감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성별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여장부(女漢子)’가 되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화가 나면 소리 지르세요. 상처를 받아 슬프면 우세요. 열렬히 사랑하면 표현하세요. 좋아하면 따라 가세요.’ 베이징작가협회 부주석, 국가 1급 작가이기도 한 비 씨는 당대문학상 쿤룬문학상 베이징문학상 해방군문예상 청년문학상 등 30여 개 상도 받았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두 달 만에 또다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기습 인하했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1월 이후 6번째다. 최근 발표된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6.9%로 추락하면서 올해 정부의 목표치인 ‘바오치(保七·7% 성장)’ 달성이 위태로워지자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23일 저녁 홈페이지를 통해 24일부터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를 종전 4.60%에서 연 4.3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 또한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런민은행은 또 금융회사들의 지급준비율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급준비율 인하는 올 들어 네 번째다. 런민은행은 상하이증시가 연일 폭락하며 3,000 선이 붕괴된 8월 26일에도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한 바 있다.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 등 세계 주요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한 가운데 중국이 공격적인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19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6.9%로 6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통해 바오치 지키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런민은행이 성장률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 카드를 꺼내들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26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 전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 뉴욕증시는 중국의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 소식에 상승 출발했다.정임수 imso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영국 방문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고 있지만 20일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 한 역사적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법치를 강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시 주석이 “영국이 가장 오랜 의회제 국가지만 중국은 2000년 전부터 법치를 시행했다”고 말한 대목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민의 손에 권력이 있고 법치로 운영되는 영국 시스템과 사회주의 법에 기반을 둔 중국식 모델을 비교한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부 의원은 근대 민주 헌법의 초석으로 평가받는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제정 800주년을 맞아 최근 중국 순회전에 들어갔지만 베이징(北京) 런민(人民)대에서 전시 전날 갑자기 취소되고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등 지방 도시 영국총영사관 등에서만 전시되는 점을 거론하며 중국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조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시 주석은 중국과 영국이 2차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협력했다는 것을 언급해 역사적 교류를 강조했지만 자신이 연설하고 있는 영국 의회가 1840년 아편전쟁을 승인한 곳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의원들은 11분 동안 진행된 연설 도중에는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끝난 후에 기립 박수는 없었다. FT는 “시 주석이 의회제의 요람에서 어색한 순간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날 의회 연설은 시작부터 어색했다. 존 버커우 하원 의장이 시 주석을 소개하면서 “이곳에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도 섰으며 다음 달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설 것”이라고 말했다. 버커우 의장은 수지 여사를 ‘인권의 상징’으로, 인도를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로 치켜세우는 대신 중국에 대해서는 “강한 국가만이 아니라 도덕적 영감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20일 저녁 버킹엄 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덩샤오핑(鄧小平) 선생의 일국양제라는 통찰력이 있어 홍콩을 반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1997년 홍콩을 반환하면서 했던 홍콩 자치 보장에 대한 약속을 계속 지켜 달라”고 해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을 건드리기도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여왕이 중국 칭찬 일변도의 분위기에 균형을 잡았다고 전했지만 중국 관영 중국칭녠왕(靑年網)은 “여왕이 일국양제를 호평했다”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공식 회담이 아닌 비공개 회담에서 인권 등 모든 현안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가 노동당의 폴 플린 의원으로부터 “자신을 문 개(犬)의 손을 핥는 행동”이라는 막말을 들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바오치(保七·7%대 유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발표된 뒤 중국 경제의 진단과 향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잇따르는 적신호들 중국의 낙관적 설명과는 달리 경제 위축을 예고하는 지표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9월에 10.4%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철도 투자 증가율도 1∼8월 9.9%였는데 9월에는 1.8%로 뚝 떨어졌다. 9월 산업생산 증가율 5.7%는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자동차 생산량도 3개월 연속 20% 이상 감소해 내구재에 대한 소비도 하향세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에 가까운 중국 조선산업의 경우 올해 1∼9월의 신규 선박 수주는 작년 동기보다 70%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미국 재무부의 최신 집계 자료를 인용해 8월 중국의 외자 유출 규모가 약 2000억 달러로 올해 들어 1∼8월에만 5200억∼530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했다. FT는 2014년 6월 4조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이 올해 8월 3조573억 달러로 줄어든 데다 감소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어 외환보유액이 ‘중국 경제 안정의 최후 안전판’ 역할을 언제까지 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 당국이 매 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면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번에도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실물경제학자들은 실제로는 발표된 수치보다 1∼2%포인트 낮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HSBC의 프레더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그들이 원하는 어떤 수치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꼬집었다. ○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선방”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은 중국의 성장률 저하가 제조업과 투자 중심에서 서비스업과 소비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는 구조조정 때문이라며 내년에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8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성장 모델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꾸는 데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며 “우리는 지금 중국 경제의 대대적인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 내년에는 반등의 계기점을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호주의 커먼웰스은행 관계자도 블룸버그통신에 “중국 경제활동이 시장의 우려보다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3분기 성장률이 목표치 7%는 밑돌았지만 예상보다는 양호해 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결정해도 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9일 “6.9%의 성장률은 연간 목표치 7%와 일치하는 것”이라며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0일 “제조업 부진으로 전통적인 성장 엔진이 삐걱거리지만 소비와 서비스가 상쇄해 ‘재균형’을 이뤄가고 있다”며 별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영국 왕실의 환대 속에 방문 둘째 날을 보냈다. 국회의사당 연설을 제외하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등 왕실 인사가 하루 종일 함께했다. 오전 9시 15분 찰스 왕세자와 부인 커밀라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직접 시 주석 부부를 영접했다. 이어 오전 10시 반 런던 중심 호스 가즈 광장의 ‘로열 파빌리언’에서 여왕이 베푼 환영식이 진행됐다. 시 주석은 여왕의 남편 에든버러 공(필립 공)과 함께 의장대도 사열했다. 사열이 진행되는 동안 그린 파크와 런던 타워에서 103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환영식이 끝난 뒤 시 주석은 여왕과 함께 황금빛 마차에 탑승해 버킹엄 궁으로 향했다.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필립 공과 함께 다른 마차로 이동했다. 마차가 지나간 대로인 ‘더 몰’의 양쪽에는 영국 국기와 중국 오성홍기들이 내걸려 양국 우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마차 행렬은 호스 가즈 광장을 떠나 1.6km가량 떨어진 궁의 정문에 도착했다. 시 주석과 여왕이 탑승한 황금 마차는 영국 국왕 조지 3세 이래 모든 영국 국왕이 대관식 때 탄 것으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타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마차 행렬이 궁의 정문에 도착한 뒤 시 주석 내외는 여왕의 안내를 받으며 궁 안으로 이동해 여왕이 베푼 비공식 오찬을 가졌다. 시 주석은 버킹엄 궁에서 왕실 가족들과 비공식 오찬을 마친 뒤 오후 3시 의회를 방문해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의회 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평화적인 굴기와 양국 관계 발전 등을 강조하고 특히 양국 관계가 황금시대를 맞고 있다며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자고 역설했다. 오후 4시 20분경 시 주석은 찰스 왕세자 부부와 함께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영국 전통차를 시음했다. 이어 오후 5시경 버킹엄 궁에서 윌리엄 왕세손 부부를 만나 왕실 3대와 모두 만났다. 이어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도 면담했다. 이어 시 주석 부부는 여왕이 주최한 성대한 공식 만찬에 참석했다. 시 주석 부부는 영국 왕실이 제공한 숙소인 버킹엄 궁에 투숙했다. 앞서 시 주석은 19일 오후 8시경 부인 펑 여사와 함께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펑 여사의 외투 색상에 맞춘 짙은 푸른색으로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로열 블루’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전용기에서 내려왔으며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과 영국 왕실 영예수행 의전관인 후드 자작의 영접을 받았다. 한편 시 주석의 방문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였던 영국 남부 에식스 지방의 ‘힝클리포인트 C’ 원전 협상이 시 주석의 영국 도착 수시간 전에 타결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전했다. 사업 규모가 245억 파운드(약 44조 원)로 프랑스 업체 EDF가 수주한 이 사업에 중국 업체는 지분 33.5%를 갖는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