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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약 40만 명의 농어민이 가입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한도가 29년 만에 2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그 대신 정부가 얹어주는 저축 장려금리는 50%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관계부처는 1986년 이후 월 12만 원으로 묶여 있던 농어가목돈마련저축 한도를 2배 수준으로 늘리되 최고 연 9.6%에 달했던 장려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8일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장려금리가 지나치게 높아 부당 가입을 유발해왔다”며 “한도를 늘리되 장려금리는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등 상품을 현실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농어민들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일정 기간 저축할 시 정부 기금으로 장려금리를 지급하는 정책상품이다.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에 관한 법률’에 따라 2ha 이하의 농지를 소유한 농민이나 20t 이하 동력선을 소유한 어민 등이 가입할 수 있다. 문제는 저축한도는 월 10만 원대에 불과한 반면에 장려금리는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었다는 점이다. 일반 농어민의 경우 1986년 이후 저축한도가 줄곧 월 12만 원으로 29년간 변동이 없었다. 1ha 이하의 농지 또는 5t 이하의 동력선을 보유한 저소득 농어민의 한도가 월 6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한 차례 증액된 것이 전부였다. 반면 장려금리는 너무 후했다. 단위 농·수협에서 가입한 뒤 저축 기간을 채우면 농·수협이 제공하는 기본금리에 더해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최고 연 9.6%의 장려금리가 제공된다. 28일 현재 기본금리가 연 3.39%이므로 실제로 지불되는 금리는 최고 연 12.99%에 이른다. 기준금리 1.5%의 저금리 시대에 10% 이상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 보니 부당 가입이 잇따랐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농어가목돈마련저축 부당가입 건수가 2013년 471건에서 2014년 932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한도는 늘리고 장려금리를 낮추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KB국민카드가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과 손잡고 ‘기부 단말기’ 보급을 통해 나눔 문화 확산에 나선다. KB국민카드는 10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박상원 월드비전 친선대사,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비전과 ‘사랑의 빵 나눔 단말기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KB국민카드와 월드비전은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체크카드 또는 모바일 앱카드 ‘K-모션’으로 터치하면 간편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단말기를 보급한다. ‘사랑의 빵 나눔 단말기’로 불리는 기부 단말기는 △KB국민카드 본사 커피숍과 직원식당 △수도권 소재 KB국민은행 영업점 및 KB손해보험 고객센터에 우선 설치된다. 앞으로 지방 소재 KB국민은행 영업점과 KB손해보험 고객센터를 비롯해 고객들의 이용이 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영화관 등으로 보급해 나갈 예정이다. KB국민카드의 신용·체크카드 또는 ‘K-모션’을 단말기에 대면 회당 1000원이 월드비전으로 기부된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아프리카 식수 펌프 설치 등 지구촌 어린이들을 위한 식수 및 교육 사업 등에 사용된다. 이번 월드비전과의 기부 단말기 보급에 앞서 KB국민카드는 6월 핀테크와 나눔 활동을 연계해 모바일로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K-모션’ 앱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간편 기부 참여를 희망하는 고객은 기부 참여 메뉴에서 희망하는 기부 금액을 선택한 후 6자리 앱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나눔 활동과 연계된 따뜻한 핀테크를 앞으로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쇼핑을 여기저기서 하는데 왜 큰 매장에서만 할인이 되나요?’ 롯데카드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동네슈퍼부터 백화점까지 모든 쇼핑업종에서 할인되는 ‘올마이 쇼핑카드’를 내놨다. ‘올마이쇼핑카드’는 모든 쇼핑업종에서 5% 할인되며 생활 필수업종(대중교통·점심·이동통신·해외이용금액)에서 10% 더 할인된다. 이 카드 한 장이면 전국 모든 백화점, 마트, 면세점, 아울렛, 슈퍼마켓, 편의점, 홈쇼핑, 인터넷몰(롯데닷컴·11번가·G마켓·인터파크·옥션), 소셜커머스(티몬·쿠팡·위메프) 등 쇼핑업종에서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쇼핑업종 5% 할인은 전월 쇼핑업종 외 이용금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가능하다. 생활 필수업종 10% 할인은 지난달 쇼핑업종 이용금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쇼핑 외 업종에서 100만 원을 이용하였다면 이번 달 쇼핑업종에서 5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지난달 쇼핑업종에서 60만 원을 이용하였다면 이번 달 생활필수 업종에서 3만 원까지 할인된다. 카드를 사용한 만큼 할인 한도가 조정되는 셈이다. 혜택을 받기 위한 전월 최소 이용금액은 50만 원이다. 롯데카드 박두환 마케팅본부장은 “고객의 쇼핑범위가 백화점, 마트 위주에서 인터넷몰, 홈쇼핑, 소셜커머스, 동네슈퍼 등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며 “이런 쇼핑패턴의 변화에 맞게 동네슈퍼부터 백화점까지 모든 쇼핑업종에서 할인되는 올마이쇼핑카드를 출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대우조선해양이 3분기(7∼9월) 1조21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1∼6월) 영업손실 3조832억 원을 합하면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은 4조3000억 원을 넘는다. 27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4조 원대 패키지 지원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회사 영업손실 대부분을 공적자금으로 메워 준다는 점에서 ‘퍼주기’ 논란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매출이 3조1554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5.3%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고 27일 밝혔다. 해양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매출 감소분 7500억 원, 8월 미국 시추업체 밴티지드릴링과 맺은 7034억 원 규모의 드릴십 1척 수주계약 해지로 생긴 손실 예상액 1800억 원, 이미 선박을 인도했으나 받지 못해 손실 처리한 미수금 1700억 원, 드윈드와 망갈리아 조선소 등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손실 7200억 원 등이 포함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4분기(10∼12월)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현재 회사 수주잔량 중 40% 이상이 해양플랜트에 치우쳐 있다. 조선업황 침체로 올해 1∼9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434만 CGT(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도를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3%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시장 전망대로 올해 연간 5조3000억 원의 손실을 내게 되면 부채비율은 40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원 내용에는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대출 등을 통해 4조 원가량을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투입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부담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부분 나눠 진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1.46%를 가진 대주주이고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12조 원 상당의 자금을 빌려준 최대 채권은행이다. 채권단의 지원이 이뤄지면 대우조선해양은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회사채 상환에 여유가 생기는 등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조직 체질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이 주축이 돼 4조 원이라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장윤정 기자}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26일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계획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4조 원대의 지원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노조 현시한 위원장은 이날 밤 긴급발표문을 통해 “노조간부들의 의견과 조합원의 의견, 대내외적인 조건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심사숙고해 채권단에 동의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조속한 시일 내 이사회를 열어 4조 원대의 지원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실사 결과 올 2분기(4∼6월)에 반영하지 않은 해외자회사의 손실 외에 건조원가 상승 등으로 올해 영업적자가 총 5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조 원대의 지원안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축이 되는 1조∼2조 원의 유상증자와 2조∼3조 원의 신규 대출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강유현 기자}
“당신의 소득(연 5000만 원)을 고려했을 때 권장대출 한도는 9000만 원, 상환가능 대출한도는 2억3000만 원입니다.” 적절한 대출규모에서부터 괜찮은 대출상품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주택금융 정보 앱(애플리케이션)이 나왔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26일 소비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안심주(住)머니(Money)’ 앱을 출시했다. 안심주머니는 7월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의 하나로 소비자들의 대출상품 선택을 돕고 고정금리·분할상환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무료로 내려받아 별도의 개인정보 입력이나 가입 절차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주택가격과 대출 희망액 등을 입력하면 알맞은 대출상품을 추천해주고 대출조건별 월 상환액 등도 미리 계산해볼 수 있다. 또 소득수준에 맞는 권장 대출규모 등도 안내해준다. 이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금리 연 0.02%포인트 할인 쿠폰’을 제공받을 수 있다. 쿠폰의 유효기간은 60일로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재발급이 가능하다. 보금자리론 1억 원을 30년 만기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이 쿠폰을 통해 총 40만 원의 이자를 줄일 수 있다. 금융위 권대영 금융정책과장은 “이번 앱 출시로 소비자들이 주택관련 대출 정보에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가장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드로이드폰은 26일부터 바로 앱스토어에서 안심주머니를 내려받을 수 있으며 아이폰은 11월 초부터 이용할 수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1.2% 성장하며 6개 분기 만에 0%대 성장에서 벗어났다. 수출 부진이 이어졌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타격을 입었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며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2010년 2분기(4∼6월·1.7%)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자 6개 분기 만의 1%대 성장률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에서 2분기 0.5%로 떨어진 이후 5개 분기 연속 0%대에 그쳤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수출 부진에 가뭄과 메르스 여파가 겹쳐 성장률이 0.3%로까지 내려앉았다. 3분기 성장률이 1.2%로 반등한 데는 무엇보다 2분기에 마이너스(―0.2%)를 보였던 민간 소비가 상승세(1.1%)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개별소비세 인하, 8월 임시공휴일 지정,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정책을 실시한 것도 일부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들어 메르스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이 축소됐다”며 “정부의 다양한 소비 진작 정책도 민간 소비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건설 투자도 4.5% 증가를 기록하며 성장률 견인을 주도했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며 주택 건설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추경예산 집행에 따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수출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0.4%, 올 1분기(1∼3월) 0.1%, 2분기 0.3%로 간신히 증가세를 유지하던 수출은 3분기에 0.2% 감소로 돌아섰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0.7%로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 반등이 기저 효과에 따른 ‘반짝 호조’일 뿐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신호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분석실장은 “2분기 소비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 효과가 있었고 추경의 영향도 컸다”면서 “추경 효과는 4분기(10∼12월)에도 이어질 수 있지만 수출이 불안한 상황이고 대외 리스크도 변수”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 둔화나 신흥국 경제 불안이 이어질 경우 수출이 더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전 국장은 “수출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도 “4분기에 성장률이 0.9% 정도 나오면 올해 한은이 전망했던 연간 성장률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1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을 기존 2.8%에서 2.7%로 낮춘 바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과 노조 동의서를 받기로 한 데 대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지원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 등 대우조선 채권단 관계자는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노조 관계자를 만나 쟁의행위(파업) 금지와 임금동결 등을 포함한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2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홍기택 산은 회장 등은 서별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원대 자금지원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낸 천문학적 손실의 원인이 파업과 임금인상인 것처럼 노조에 책임을 묻고 있다”며 “대우조선 지원을 빌미로 노조를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우조선 측도 “이미 회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기존 자구안에 다 포함시켰다”며 “채권단으로부터 구체적인 요구가 전달되면 추가로 찾아보겠다”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대우조선은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원 300∼400명 희망퇴직 △조직 30% 감축 △비핵심 계열사 및 자산 매각 등을 뼈대로 하는 자구안을 발표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장윤정 기자}
올해 3분기(7~9월) 한국경제가 전 분기 대비 1.2% 성장하며 6개 분기 만에 0%대 성장에서 벗어났다. 수출부진이 이어졌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로 타격을 입었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며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2010년 2분기(4~6월·1.7%)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자 6개 분기만의 1%대 성장률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에서 2분기 0.5%로 떨어진 이후 5개 분기 연속 0%대에 그쳤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수출 부진에 가뭄과 메르스 여파가 겹쳐 성장률이 0.3%로까지 내려앉았다. 3분기 성장률이 1.2%로 반등한데는 무엇보다 2분기에 마이너스(-0.2%)를 보였던 민간 소비가 상승세(1.1%)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개별소비세 인하, 8월 임시공휴일 지정,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정책을 실시한 것도 일부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들어 메르스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이 축소됐다”며 “정부의 다양한 소비 진작 정책도 민간소비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4.5% 증가를 기록하며 성장률 견인을 주도했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며 주택 건설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추경예산 집행에 따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수출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0.4%, 올 1분기(1~3월) 0.1%, 2분기 0.3%로 간신히 증가세를 유지하던 수출은 3분기에 -0.2% 감소로 돌아섰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0.7%로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 반등이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호조’일 뿐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분석실장은 “2분기 소비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있었고 추경의 영향도 컸다”면서 “추경효과는 4분기(10~12월)에도 이어질 수 있지만 수출이 불안한 상황이고 대외 리스크도 변수”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둔화나 신흥국 경제 불안이 이어질 경우 수출이 더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전 국장은 “수출여건이 좋지 않다”면서도 “4분기에 성장률이 0.9% 정도 나오면 올해 한은이 전망했던 연간 성장률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1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을 기존 2.8%에서 2.7%로 낮춘 바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은행권 노사가 올해 임금을 2.4% 올리기로 합의했다. 또 직원들의 임금 인상분 중 4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5 임금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사용자협의회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금융공기업 은행연합회 등 34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사측 대표 단체다. 각 기업의 노사는 이번 합의안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임금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금융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등 개별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처한 회사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회사들이 인상률 2.4% 등 협약 내용을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초 노조는 6%대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으나 경영 여건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낮은 인상률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사 양측은 임금 인상분(2.4%)의 17%에 해당하는 약 400억 원을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공헌 사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각 금융회사 직원들이 반납하는 이 임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향후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아내와 맞벌이로 월 500만 원가량을 버는 직장인 이모 씨(35)는 최근 경기 동탄2신도시에 2억8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계약금 10%(2800만 원)를 내고 나면 수중에 여윳돈이 3000만 원밖에 안 남지만 중도금 걱정은 없다. 시공사가 선정한 은행에서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1억68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6등급이고 마이너스 대출이 1000만 원가량 있어 혹시나 대출이 어렵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은행 직원은 “분양 아파트에 해주는 집단대출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라거나 연체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된다. 걱정 말라”고 장담했다. 아파트 분양시장 활황에 힘입어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내년에 시행되는 대출심사 강화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대책도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집단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시장 찬물 끼얹을라” 금융당국도 손 못대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 말 대비 6조3000억 원 증가한 615조8000억 원에 이른다. 한 달 새 주택담보대출이 6조 원이 늘어난 탓에 가계대출 잔액은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의 주된 요인은 집단대출이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72조7898억 원으로 8월 말(71조1454억 원)에 비해 1조6444억 원이나 뛰었다. 전년 동기(70조2259억 원)에 비해서는 2조5639억 원이나 불어났다. 집단대출은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집단적으로 나가는 대출로, 분양 시점에서 받는 중도금 대출과 입주 시점에 신청하는 잔금대출 등으로 나뉜다. 대출심사 시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되지 않으며 대출금리도 낮은 편이다. 집단대출은 최근 분양시장 열풍을 타고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3.3m²당 7000만 원의 분양가로 화제가 된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최고 7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에 성공하는 등 올해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집단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건설사들이 내년 이후 분양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분양 물량을 대거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에만 전국에 약 6만 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왔고 11월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6만7000여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도 집단대출에는 좀처럼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자칫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옥죄려다가 활력을 띠고 있는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7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에 따라 은행들이 내년부터 소득 및 채무 상황을 꼼꼼히 따지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집단대출은 대상에서 빠졌다. ○ 부동산 가격 떨어지면 연체율 급등 우려 문제는 향후 부동산 시장 가격이 꺾였을 때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올해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2, 3년 뒤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경우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입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는 은행 대출 장기연체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중도금 대출은 주택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 또는 시공사의 보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원금을 떼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집단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소송 등을 벌여 장기 연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다. 앞서 2011년에도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대로 치솟으며 은행들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올해 분양시장에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 3년 뒤 입주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는 전세 가격이 높아 집주인들이 대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데 전세 가격까지 떨어지면 집주인들의 대출 연체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현대 동부 등 대기업집단(그룹)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하던 주요 계열사 매각 작업이 잇달아 난항을 겪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의 ‘도미노 파산’으로 매물이 쌓인 건설업계의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M&A 시장을 통한 대기업 구조조정과 부실기업의 정상화 작업이 지연되면서 그룹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한국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 자구계획의 마지막 핵심 절차로 간주됐다. 그룹 측은 2013년 말 내놓은 3조30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 중 현재까지 3조3318억 원을 이행해 목표치를 채운 만큼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매각이 무산되자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빌려준 주식담보대출 2000억 원의 만기를 현대증권 매각 완료 시점까지 연장해주는 방안을 즉각 내놨다.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예상돼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열 분리된 비(非)금융계열사 가운데 국내 물류업계 3위 업체인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 작업도 삐걱대고 있다. 매도자인 사모펀드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현대백화점이 인수 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건설도 매각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달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삼라마이더스(SM)그룹, KTB PE 등이 잇달아 인수를 포기했다. 이달 27일로 미뤄진 본입찰 자체가 다음 달로 연기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건설업계에는 동부건설을 비롯해 올 들어 두 차례 매각이 불발된 극동건설, 성우종합건설, 우림건설 등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들의 M&A 매물이 쌓여 있다. 여기에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TX그룹도 조만간 STX건설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매물이 쌓이면서 건설사 M&A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시멘트업계 1위 업체인 쌍용양회공업은 채권단이 이달 12일 공개매각을 공고한 뒤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쌍용양회 지분 32.36%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온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매각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옛 동양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동양은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앞두고 법원이 매각 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동양의 지분이 분산돼 있어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요 계열사 매각이 지연되면서 대기업 구조조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부실기업 정리가 늦어지면 전체 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다른 회사의 매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매각 계획이 연이어 어그러져 우려가 크다”며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통해 1호 매수 기업을 선정한 뒤 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장윤정 기자}

구직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해 경력단절 여성(경단녀) 채용에 나서고 있다. 2014년 17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도 200여 명의 시간선택제 직원을 선발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추가로 13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경단녀 채용을 갑절로 늘린 셈이다. 이렇게 우리은행에 채용된 시간선택제 직원들은 영업점 창구에서 고객이 집중되는 낮 12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30분의 휴식시간 외 4시간 동안 근무한다. 임금은 월 120만∼130만 원 수준이다.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되 우수 직원은 계약이 연장된다. 은행의 일반 정규직과 비교하면 급여 수준이 낮지만, 하루에 4∼5시간만 근무하며 가사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인기는 뜨겁다. 지난해 우리은행 시간선택제 채용에는 170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3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우리은행은 경력단절 기간의 장기화로 인해 현업 복귀를 주저하는 여성 인력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연수를 통해 충분한 사전준비 시간을 갖도록 한 뒤 영업점에 배치하고 있다. 또 내년 7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의 고용 연장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무기한 시간선택제를 도입하지 못했지만 경영지표가 나아지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경력단절 여성 채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이들 경단녀 채용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시간선택제 직원으로 채용된 경단녀 상당수는 금융권 근무경력을 지닌 베테랑 직원들로 채용 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록 일은 쉬었지만 주부로서 소비자 입장을 경험한 경단녀가 영업 현장의 세세한 부분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비대면 채널 이용 확대로 인해 점포 통폐합의 필요성이 커지는 등 신규채용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도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경단녀 채용은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멈출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대출이나 보증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은행 직원과 영업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구조조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좀비기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려면 현장에서 기업을 상대하는 은행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을 과감하게 회수하도록 하기 위해 은행이 직원과 지점에 대한 실적을 평가할 때 좀비기업을 유지하는 직원과 지점에 대해서는 감점을 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좀비기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직원과 지점은 평가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은 거래 기업이 한계 상황에 이르러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어도 은행 직원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기 힘든 구조다. 해당 기업이 대출을 연체해 고정이하여신(원리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대출)으로 분류되면 평가 시 담당 직원과 지점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 같은 평가시스템하에서는 은행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평가 방식을 고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중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성과 평가 및 여신심사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TF는 여신 심사 시 해당 기업의 재무 상황뿐만 아니라 산업 전망을 함께 고려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재무 상황이 대출 적격과 부적격을 가르는 경계선상에 있을 때 해당 업종 전망이 나쁘다면 부적격으로, 업종 전망이 좋다면 적격으로 분류하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대로 회수하고 있는지, 대손충당금은 충분히 쌓았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에 대해 정리를 미루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현장검사에 나설 방침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대출이나 보증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은행 직원과 영업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구조조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좀비기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려면 현장에서 기업을 상대하는 은행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을 과감하게 회수하도록 하기 위해 은행이 직원과 지점에 대한 실적을 평가할 때 좀비기업을 유지하는 직원과 지점에 대해서는 감점을 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좀비기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직원과 지점은 평가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은 거래 기업이 한계상황에 이르러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어도 은행 직원이 대출 만기연장을 거부하기 힘든 구조다. 해당 기업이 대출을 연체해 고정이하여신(원리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대출)으로 분류되면 평가 시 담당 직원과 지점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 같은 평가시스템 하에서는 은행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평가방식을 고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중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성과평가 및 여신심사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TF는 여신 심사 시 해당 기업의 재무상황 뿐만 아니라 산업 전망을 함께 고려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재무상황이 대출 적격과 부적격을 가르는 경계선상에 있을 때 해당 업종 전망이 나쁘다면 부적격으로, 업종 전망이 좋다면 적격으로 분류하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대로 회수하고 있는지, 대손충당금은 충분히 쌓았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에 대해 정리를 미루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현장검사에 나설 방침이다.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꼭 스마트폰을 저렇게 손으로 오랫동안 들고 있어야 할까?’ 정재현 ㈜마이포브 대표(31)는 2012년 지하철을 탔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주변 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쥐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불편해 보였다. 당시는 대학 졸업 후 은행에 취직했다 관둔 뒤, 통·번역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하던 때였다. 그 역시 이동할 때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영어 강연이나 미국 드라마를 틀곤 했고, 손으로 기기를 들고 시청해 왔다. 영상을 볼 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목걸이형 스마트폰 거치대가 있다면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 같은 장비가 없었다. 창업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일단 아이디어만 갖고 특허청을 찾아갔다. 변리사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이듬해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입시 준비와 제품 개발을 동시에 하다가 생각했다. ‘지금이 제품을 만들 타이밍이다!’○ 창업사관학교에서 꿈을 키우다 정 대표는 그렇게 대학원 진학을 접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난해 입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창업자를 매년 선발해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총사업비의 70%에 대해 1억 원 이내의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창업 교육을 받는 한편, 사관학교 동기생들과 교류하면서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대중교통에서 어색한 기구(목걸이형 거치대)를 사용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조언했다. 야외 활동객이 목걸이형 장비를 이용해 손을 대지 않고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면 인기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 대표는 고민 끝에 스마트폰과 액션캠 등을 얹어서 스스로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다목적 셀프촬영 디바이스 ‘셀디’를 만들었고, 지난해 10월 ㈜마이포브를 창업했다. 창업자금은 중진공에서 5600만 원 정도를 지원받고, 일부는 기술보증기금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조만간 크라우드펀딩(소액 투자자의 인터넷을 통한 투자)을 통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몇 년 사이에 ‘은행원’에서 ‘창업자’로 변신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오전 7시에 일어나 출근한 뒤 오후 7시 전에 퇴근했지만,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출근하고, 때로는 오전 2, 3시까지 일을 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틀에 박힌 생활을 할 때는 굉장히 무료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몸은 힘들어도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창업은 마치 게임을 진행하는 것 같아요. 구상부터 제품 출시까지 각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게임의 미션을 완수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재미있더라고요.” ○ 기업 키운다는 포부로 어려움도 견뎌 중소기업청이 이달 발표한 ‘창업기업 실태조사’(2012년 기준,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따르면 창업자 166만1481명 중 20대(2만2817명)와 30대(24만3275명)는 16%를 차지한다. 특히 20대는 1.4%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제조업 창업은 아이디어 구상도 어렵지만 자본금도 많이 들고 시장 개척도 쉽지 않아 20대 청년에게는 만만찮은 도전이다. 크기 조절이 가능한 저장용기를 만드는 ㈜퍼즐락의 박현진 대표(26)는 25세이던 지난해 5월 회사를 설립했다. 2012년 대학에서 ‘창업론’이라는 수업을 듣다가 생활밀착형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에 이색 저장용기를 구상하게 됐고, 2013년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발명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제조업 창업은 쉽지 않았다. 우선 자본금이 많이 들었다. ‘안 먹고, 안 쓰면서’ 돈을 모았고, 중진공에서 지원받은 5600만 원가량을 포함해 총 1억 원 남짓을 창업자금으로 지출했다. 박 대표는 “돈만 벌 생각으로 시작하면 못 버틴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일확천금을 얻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제 자신보다는 제가 키우는 기업이 부자가 되는 게 목표예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 우리 가족도 안심하고 만족하며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동안 회사에 취업할 기회가 있었고 괜찮은 회사에 들어갈 자신도 있었다. 주변에도 창업을 한 친구가 거의 없었지만, 고민 끝에 창업을 택했다. 조만간 제품 출시를 앞둔 가운데, 나이 많은 거래처 임직원들을 만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무시를 당한 적도 많았고, 부당한 납품가격을 제시받기도 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쓰는 전문용어와 현장에서 쓰는 일본식 표현도 몰라서 일일이 몸으로 부딪치면서 업무를 익혀야 했다. 박 대표는 “자신만의 일을 주도적으로 하다 보면 며칠 동안 밤을 새워도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제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사업을 키워 나갈 겁니다.”특별취재팀▽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팀장)▽김범석 박선희 한우신 최고야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이지은 유성열(정책사회부) 장윤정 박민우 김준일(경제부) 김창덕 이샘물 기자(산업부) 장원재 도쿄특파원}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금융 딜(거래)이 뒤흔들리는 한국의 상황을 일본 측이 무척 당황스러워 했습니다.”최근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한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의 이종철 대표(45)는 2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수 포기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금융업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이 심하다”며 “인수작업이 정치 문제로 확산되자 일본 본사에서 큰 부담을 느꼈고 인수를 계속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오릭스PE는 총자산 11조4000억 엔(약 110조 원)의 일본계 종합금융그룹인 오릭스가 한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설립한 사모펀드다. 올해 1월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6월 현대증권 지분 22.6%를 6475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현대그룹과 맺고 인수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19일 결국 현대그룹 측에 인수계약 해지를 통보했다.이 대표는 “매각 초기부터 제기된 ‘파킹딜’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파킹딜이란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민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찾아오는 계약이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오릭스PE 측에 약 2000억 원을 출자해 향후 매각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킹딜 논란이 불거졌다.금융당국은 이 부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이 파킹딜 문제를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일본 본사는 국정감사에서까지 이 문제가 이슈가 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며 “지금 문제 삼은 것들이 상황이 바뀌면 나중에 어떻게 뒤집힐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했다”라고 말했다.일본계 자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정서도 부담이 됐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오릭스는 앞서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와 푸른2저축은행, 스마일저축은행 등을 인수했지만 큰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국내 5위 증권사인 현대증권을 인수한다고 나서자 일각에서 ‘오릭스가 일본계 대부업체다’ ‘야쿠자 자금과 연관돼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이 대표는 “일부 진보 성향 언론매체가 현대증권 노조 측에 접근해 ‘일본계 대부업체 인수에 반대하라’고 제안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면서 “인수에 성공해도 일본계 자본에 대한 배타적인 여론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불안을 떨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오릭스는 일본 등지에 증권,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서민 대상의 대출업무를 하는 대부업체는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다만 일각에서는 오릭스가 매각 무산의 책임을 여론 등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파킹딜에 문제가 없다고 했으면 계속 거래를 진행하면 되는데 오릭스가 먼저 계약을 깨고 정치권, 국회 핑계를 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오릭스가 한국 기업 M&A에 나설 때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하지만 최근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 및 중국계 자본의 한국 금융권 진출이 늘면서 이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진행된 우리은행 매각에서도 중국 안방(安邦)보험만 예비입찰에 응하자 ‘중국 자본에 국내 4대 은행 중 하나를 넘겨줘선 안 된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기도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론스타를 비롯해 해외자본이 국내 금융회사를 사들였다 5~7년 후 ‘먹튀’하거나 해외로 배당을 극대화하고 정부 정책을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일본계 대부업체가 국내 대부업,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것도 반감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M&A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외국자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금융당국과 업체들이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재매각 추진 시기를 놓고 그룹 측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바로 재매각에 나서면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려운 만큼 내년에 재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예비입찰 당시 차순위 협상자였던 국내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와의 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현대그룹 측은 “당장 재무구조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2013년 3조3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뒤 현재까지 3조3318억 원 규모를 이행해 목표치를 채웠기 때문이다. 다만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부진이 계속돼 언제든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건혁 gun@donga.com·장윤정·김성규 기자}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4조 원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 지원대책은 이르면 이번 주에 확정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에 신규대출을 포함해 총 4조 원 정도를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 채권단 등과 협의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조만간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인 ‘서별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이 올해 2분기에 3조31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낸 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여 왔다. 정밀실사 결과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손실 등 1조 원대의 추가 부실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4조 원가량의 천문학적 부실이 드러남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서는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4조 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지원 패키지에는 증자 외에도 출자전환, 신규대출,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확대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종 협의를 통해 금액이 일부 조정되겠지만 대규모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인터넷 전문은행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일단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터넷 뱅킹 서비스부터 강화해 고객을 지켜야겠죠.”(신한은행 관계자)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은행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 지점망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찻잔 속에 태풍’이 될 것이라며 느긋해하던 은행권은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에 큰 힘을 실어주면서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1차 예비인가 경쟁 컨소시엄에는 이름을 올린 KB국민·IBK기업·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컨소시엄에서 빠진 신한·KEB하나·농협은행 등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핀테크 업체와 손을 잡고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하는가 하면 인터넷 뱅킹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등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 긴장하는 은행권 금융위원회가 6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은행권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 최대주주로 은행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에도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가 경쟁에 뛰어들고 금융당국이 금융개혁 과제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컨소시엄에 ‘발’이라도 들여놓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막판에 다수 은행이 경쟁적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했지만 결국 국민, 기업, 우리은행만이 컨소시엄 주주에 포함됐다. 1일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시킨 이 은행들은 이제 홍보전에 돌입했다. 각자 자신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강점을 내세우며 심사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사업 모델인 ‘위비뱅크’와 관련한 캐릭터를 제작하는 등 위비뱅크 띄우기에 한창이다. 국민은행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노하우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나섰다. 컨소시엄별로 프레젠테이션 등 본격적인 심사 준비도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컨소시엄에 끼지 못한 나머지 은행들은 일단 인터넷 전문은행 대신 인터넷 뱅킹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다. 내년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전에 그 못지않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갖춰 놓아야 고객 기반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카카오 컨소시엄 참여를 저울질하다 국민은행에 자리를 넘겨준 신한은행은 핀테크 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을 맞잡고 나섰다. 최근 P2P대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비모와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비모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모델과 심리분석 신용평가시스템을 보유한 업체다. 신한은 비모와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 대출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KEB하나은행은 ICT 기업이나 유통업계에서 쓰이던 포인트 개념을 금융권에 처음으로 도입한 ‘하나멤버스’를 내놓으며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들이 주주회사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포인트’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발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12월 사이버지점 형태의 비대면 전문 상담 시스템인 ‘스마트금융센터’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 1차 예비인가 심사 추이에 촉각 주요 은행들은 내년에 진행될 2차 예비인가 참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1, 2곳에 예비인가를 내준 뒤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중 2차 예비인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향후 은행법이 개정되면 다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도 “외환은행과의 통합 때문에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1차 예비인가 심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1차 인가 심사에서 사업자 몇 곳을 선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차에 2곳이나 3곳에 인가를 내준다면 2차 예비인가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아마 2, 3곳이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시장에서는 당초 사업자 1, 2곳을 선정한다던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자 수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내부 근무자에 의한 현금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18일 한은 부산본부의 외주 업체 직원 정모 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씨는 16일 오전 10시 20분경 한은 부산본부 지폐분류실에서 5만 원권 1000장을 훔친 혐의(절도)를 받고 있다. 한은은 시중에 유통되다 돌아온 지폐 중 사용할 수 있는 돈과 폐기할 돈을 기계로 분류한다. 정 씨는 이 기계를 관리하는 업체의 직원으로 2013년 6월부터 파견돼 근무 중이었다. 정 씨는 지폐 포장기 앞 손수레에 실려 있던 5000만 원(5만 원권 1000장 1묶음)을 부품상자에 몰래 담은 뒤 “우체국에 다녀오겠다”며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수색, 검색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 씨는 훔친 돈을 집에 놓고 태연히 업무에 복귀했다. 한은 직원들은 정산 작업 중 돈이 부족한 사실을 파악해 100여 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정 씨가 지폐분류실에서 일하던 18명 중 유일하게 건물을 빠져나갔다가 돌아온 사실을 확인하고 추궁해 자백을 받았다. 직원들은 16일 오후 10시경 정 씨 집을 찾아가 숨겨 놓은 돈다발을 찾아내 회수했다. 경찰은 17일 오전 한은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해 정 씨를 긴급 체포했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CCTV 사각지대를 알게 돼 범행을 저질렀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통장에 남은 돈을 넣어놓고 좀 더 넉넉하게 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정 씨는 160만 원 정도 월급을 받으며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범이 있는지, 또 다른 절도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한은은 17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지역본부장 긴급회의를 열어 각 지역본부의 화폐 재분류 업무 과정을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번 사고가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을 규정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한은 부산본부에선 1995년에도 낡은 지폐를 골라내 폐기처분하는 업무를 하던 직원이 1만 원권 55장을 몰래 빼내 사용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