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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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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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6~202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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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빈필 신년음악회는 ‘행복 충전소’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자의 동아일보 A21면에는 ‘빈필-베를린필 신년음악회…국내 영화관서 감상하세요’라는 기사가 실렸는데요. 새해가 되면 수많은 클래식 음악팬들을 열광케 하는 75년 전통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이제 국내 영화관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아주 기분 좋은 기사였습니다. 그럼 오늘은 신년음악회의 원조이자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빈 무지크페어아인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매년 새해가 오면 전 세계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지상 최대의 클래식 이벤트가 있답니다. 바로 클래식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빈 무지크페어아인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입니다. 1842년에 창단된 빈 필하모닉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이지요. 빈 무지크페어아인 또한 세계 3대 클래식 콘서트홀 혹은 세계 5대 클래식 공연장으로 손꼽힙니다. 이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특별한 만남’은 올해로 7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기원은 1920년대 초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왈츠, 폴카 등으로 대표되는 빈 춤곡을 연주회에서 선보여 인기를 끈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러한 인기 때문에 그 이후에 공연 프로그램 전체를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으로 채워 넣은 연주회가 종종 열리게 되었고, 빈 음악협회와 애호가들은 이러한 연주회를 아예 송년음악회 혹은 신년음악회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자 하였지요. 그리하여 1939년 12월 31일에 전설적인 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지휘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특집으로 꾸민 마티네 콘체르트가 개최된 것이 오늘날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효시가 되었답니다. 또 지휘자 크라우스는 1940년 12월 31일에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공연을 개최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 공연은 바로 다음 날인 1941년 1월 1일에도 반복돼 첫 번째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로 기록됐다고 해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전쟁 중에도 계속 개최되었으며, 종전 후인 1946년과 1947년에 요제프 크립스가 잠시 지휘한 뒤 크라우스가 다시 이어 받았습니다. 이후 1954년에 크라우스가 해외 순회공연 중 급서하자 당시 빈 필하모닉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후임으로 선정됐지요. 보스코프스키는 1979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할 때까지 역대 최다 횟수인 25회의 신년음악회를 개최했습니다. 보스코프스키의 후임으로는 미국 출신의 로린 마젤이 1980년부터 이어받아 1986년까지 지휘했으며, 1987년부터는 해마다 다른 지휘자를 초빙하는 제도로 바뀌었습니다. ○ ‘빈 필하모닉’만의 특징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1990년대 전까지는 무조건 이 음악회의 지휘자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 또는 ‘빈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배운 사람’에 한정되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차별 혹은 타 국가 출신의 지휘자들에 대한 경계로 받아들여지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요. 그러던 중 1990년 초반에 이르러 독일 출신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인도 출신 주빈 메타에게 지휘를 맡기며 보수적인 전통을 깼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 공연의 앙코르입니다. 그동안 빠른 폴카나 갤럽 등의 춤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연주하는 것이 보스코프스키 재임 기간에 전통으로 확립되기 시작해 이후 거의 모든 지휘자가 이를 따르게 됐지요. 특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연주 직전에 지휘자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청중에게 새해 인사를 합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청중이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것으로도 아주 유명하답니다.○ DVD, 블루레이 디스크, 극장에서도 관람 가능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실황 중계는 오스트리아 공영 방송 ORF와 독일 제2텔레비전 ZDF, 일본의 공영 방송사인 NHK 등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위성을 통해 세계 40여 개국에 동시 송출되고 있답니다. 공연 실황뿐 아니라 빈 국립발레단이 연주곡에 맞추어 안무한 발레 장면도 삽입되고 있으며, 중간 휴식 시간에는 오스트리아 관광 홍보 자료 등이 방송되기도 하지요. 1960년대 후반부터는 영국의 대표적 음반사 중 한 곳인 ‘데카(DECCA)’에서 ‘빈 신년음악회’ 혹은 ‘신년음악회’라는 이름으로 LP가 발매되었는데요. 당시에는 실황 라이브 녹음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이 거의 대부분이어서 현장의 생생한 음질을 전해주지는 못하였답니다. 그러던 중 1975년 공연 실황으로 제작한 최초의 음반이 ‘live from Vienna’라는 소제목 아래 발매되었습니다. 보스코프스키의 마지막 신년음악회 공연이 된 1979년의 실황도 데카 레이블로 발매되었는데, 공연 프로그램 전체가 녹음되어 발매된 최초의 음반이자 유럽에서 진행된 첫 상업용 디지털 녹음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한편 로린 마젤이 재임한 1980년대 초반부터 중반의 음반은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사인 독일의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출반되었으나 1980년부터 1983년까지 나온 뒤 중단되어 버렸기에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1987년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실황부터는 한 해도 빠짐없이 음반이 나오고 있지요. 2009년 신년음악회 실황은 DVD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블루레이(Blu-ray) 디스크로도 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012년부터는 세계 4대 메이저 음반사인 일본의 ‘소니뮤직’ 레이블로 실황 CD, DVD, 블루레이 디스크, 디지털 음원 등 여러 형식으로 발매되고 있지요.임형주 팝페라테너}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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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영어로 익히는 고전]두 도시 이야기④ 극적 요소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원래 한 달에 두 번씩(bi-monthly) 신문에 게재되던 연재출판물(serial publication)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TV 드라마처럼 사람들이 계속 흥미를 느끼고(keep the reader’s interest)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디킨스는 극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디킨스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s)를 만들어 극의 흥미를 더했습니다. 클리프행어는 챕터의 마지막에 주로 등장하는 서스펜스의 절정(a high point of suspense)입니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일화가 끝나기 직전(just at the end of the episode) 주인공의 연인이 이복동생으로 밝혀지는 등 엄청난 반전이 생기고, 이러한 장면 때문에 시청자들의 기대감(expectation)이 더욱 커집니다. 디킨스도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클리프행어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6장의 마지막에는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낯선 남자(a strange man who sits in the dark)가 나옵니다. 그에게 이름을 묻자 그는 “105 노스 타워”라고 답합니다. 이 무슨 동문서답인가요? 왜 이 남자는 이름을 묻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을까요? 이유를 알려면 다음 신문을 사야만 합니다(We have to buy the next edition of the newspaper to find it out). 디킨스는 또 등장인물들을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비현실적인(out-of-this-world) 존재로 표현함으로써 재미를 끌어냈습니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의 하비샴, ‘크리스마스 캐럴(Christmas Carol)’의 스크루지,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의 올리버 등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인물입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마르키스(Marquis)라는 인물은 길에서 아이를 치고(runs over a child in the street) 그에 대한 보상으로 땅바닥에 동전 하나를 던집니다(throws a coin on the ground to make up for it). 이런 인물들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not realistic)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디킨스 작품에는 우연의 일치(coincidence)도 많이 나타납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길에서 아이를 친 마르키스가 주인공 다네이의 삼촌입니다. 다네이는 루시와 결혼하는데 루시의 아버지는 마르키스 가문에 의해 18년 전 감옥에 갇힌 바 있습니다. 나중에 다네이는 마르키스의 죄 때문에 죽게 되는데(Darnay is to be killed for the Marquis’ crimes) 그와 똑같이 생긴(looks just like him), 공교롭게도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What are the odds of this ever happening?)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작품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소설 속 허구에 진실성이 담겨 있다면 말입니다.}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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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여성 은행장과 검사장, 두꺼운 ○○○○깼다

    《 한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기업은행장으로 권선주 부행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은행권의 (㉠)이 깨진 것이다. 최근 첫 여성 검사장이 탄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검찰에서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조희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고검 차장에 임명됐다. 2000년대 들어 법무부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여성이 등용됐으나 검사장에 오른 여성은 처음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점차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74.3%)은 남학생(68.6%)보다 높지만 여성 대학졸업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2.6%보다 훨씬 낮은 62.5%로 최하위다. 지난해 3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약 15점으로, 조사대상 26개국 중 꼴찌였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터를 떠나면 국가적인 낭비다. 여성의 잠재력(숨은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여성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국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2013년 12월 25일자 사설 재정리 》사설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1. 다음은 ㉠에 대한 설명입니다. ㉠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무엇인지 적어봅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남성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2-1. 다음 기사의 ‘김정미 씨’가 일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찾아서 밑줄을 그어 봅시다. 세 아이의 엄마인 김정미 씨(33). 결혼 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매장의 점장이었던 그는 27세 때 아이를 낳고 회사를 관뒀다. 아이를 돌봐줄 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에는 형편도 빠듯했다. 그는 올해 옛 직장인 스타벅스에서 다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원하는 시간을 골라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 10월 1일부터 스타벅스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일하면서도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게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2013년 11월 8일자 기사)2-2. 위 기사에서 김정미 씨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구해 육아와 근무를 병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간선택제’란 무엇일까요?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국가가 마련한 제도는 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봅시다.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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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뉴스 속 인물]4명에게 새 생명 선사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네살 천사’

    지난해 심장마비로 쓰러진 네 살배기 정진아 양(사진)은 4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비록 소중한 딸은 하늘나라로 가지만,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자”는 진아 부모님의 결단이 값진 생명나눔을 가능케 했습니다. 비록 떠났지만 새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간 진아와 부모님께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달합니다.}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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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입식 교수들, 스팩 투쟁 학생들…한국 대학 신기해요

    《 현재 국내에는 8만 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이 각 대학의 학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학 평가 항목에 ‘국제화 지수’가 크게 반영되면서 국내 대학들도 앞다투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강의 기적’을 공부하기 위해서, 또는 한류 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면서 한국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네팔,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유럽, 북미 국가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한국 대학의 국제화와 한국 대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명재연(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문성민 동아일보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유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별 국적이 아닌 ○○지역 출신으로 표기했습니다. 》“들을 만한 영어강의가 없어요”―국제화를 추구하는 대학에서 유학생에게 한국 학생처럼 말하고 쓰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1년 동안 한국어만 공부하고 한국 학생들처럼 배우려고 애도 썼다. 한국어가 서툰 유학생이라도 교수들은 유학생과 한국 학생을 똑같이 대우하는데, 한국어로 하는 강의에서 한국인 학생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강의도 부족한데…. 교수님께 하소연하면 “유학생은 앞으로 한국에 오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겨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동등함’의 의미를 좀 더 다르게 생각했으면 한다.(석사·생물학·남미)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외국인이 한 명만 있어도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로 인한 불편은 전혀 없다. 다만, 논문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면서 실험 도구를 주문하거나 장비를 사야 할 때 한국어가 서툴러 전화하는 것이 힘들었다. 교수님이 도우미 학생을 배정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박사·핵공학·동남아시아) ―한국에 온 유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보면, 영어 수업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높다. 교수들의 영어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강의 내용에 실망하는 학생이 많아서다. 학생들은 마음껏 질문할 수 없고 주입식으로 암기해야 하는 수업 방식에도 만족도가 낮았다. 한국 대학교에서 4년 동안 뭘 배웠는지 회의가 든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다.(유학생 협의회 상담자) ―신문방송학과 수업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고 말하는 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교수님은 사투리를 쓰거나 말을 줄여서 설명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했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영어강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어쩔 수 없이 한국어 강의를 들어야 한다면 교수님에게 쉽게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학부·미디어·아프리카) 유학생의 한국 생활수준은 한국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한국에 들어온 순간, 이건 순전히 개인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유학생을 받아 놓고 학교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 교수님이나 한국인 친구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게 좋다”고 하는데 배우라고 할 뿐 기본적인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수강 신청, 기숙사 생활 등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학내 생활도 거의 알음알음 물어서 간신히 처리한다. ―유학생이 들어야 할 수업도 마찬가지. 영어강의에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 들어왔는데 결국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됐다. 교재는 영어로, 수업은 한국어로 한 셈이다.(석사·기계공학·동남아시아)내겐 너무 먼 교수님 미국에서 학부를 다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학교의 차이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우선 한국인 교수들은 학생과의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강의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화면에 띄워놓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교수들이 ‘오피스 개방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학생들이 그 시간만큼은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교수들을 찾아가서 일상의 고민이나 대학 수업 내용과 관련된 지적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질문하는 것도 자유롭다. 이곳은 교수가 성적을 줄 때도 일방적으로 매기고, 그와 관련된 이의 제기도 어렵다.(학부 교환학생·미국) ―내가 낸 과제물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고쳐 달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왜 점수가 그렇게 나왔는지 여쭤보는 e메일을 보냈다. 답이 계속 오지 않다가 단답형으로 답변이 왔다. 더이상 뭘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학부·경제학·아프리카) ―외국인 유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예 모르는 교수가 많다. 대학들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오리엔테이션’을 먼저 하는 게 어떨까. 아시아나 아프리카,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교수들의 태도에 상처받고 교수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몰라 많이 헤맸다고 한다.(유학생 협의회 상담자)“적응할 때까지 학교가 좀 도와주세요!” ―대학들의 정보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처음에는 한국말을 아예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학교 홈페이지와 각종 공지가 대부분 한국어로 되어 있어 중요한 정보를 때맞춰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들이 선이수 과목, 전공 이수 학점, 교양 학점 등 졸업 요건을 카탈로그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배포해줬으면 좋겠다.(석사·인문학·동남아시아) ―유학생들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다. 나는 무슬림인데, 한국 음식에는 내가 먹을 수 없는 고기나 재료가 들어간 경우가 많다. 세 끼를 모두 해먹어야 될 때도 있는데 주방이 딸린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하면 매우 곤란하다. 앞으로 더 다양한 학생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는 만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학부 교환학생·아프리카) ―내가 다니는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매우 적극적이어서 만족스럽다. 2010년부터 유학생 전용 국제 오피스가 생겼고,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유학생들이 제대로 적응하는지 계속 살펴준다. 유학생들이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원하지만 먼저 다가가 친구를 만들기가 참 어렵다. 학교가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유학생들과 연결해 준다든지, 유학생들이 보다 쉽게 한국 사회에 섞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박사·이공계·아프리카) ―한국 정부나 대학들이 ‘국제화’의 의미를 제대로 정립해줬으면 좋겠다. 만약 외국인들을 한국이라는 나라에 일률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무리 없이 적응하며 살도록 하는 의미라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독립적인 오피스와 스태프를 둬야 한다.(박사·경영학·아프리카) 내가 본 한국의 대학생들은… ―미국의 사립 대학교는 자본이 워낙 많아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걱정 없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장학금 제도가 너무 미비해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 같다. 미국 대학들은 일단 자기 학교에 합격한 우수한 학생들은 학비 걱정이 없도록 지원해 준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것 같다.(학부 교환학생·미국) ―미국 대학생들은 대체로 자기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네임 밸류만 따져서 학교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전공 선택이 자유롭고 자신의 전공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반면에 한국 대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고 스펙 쌓기에 매몰되어 전공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학부 교환학생·미국) ―한국 대학원생들은 질문을 너무 안 한다. 교수의 말에 많이 따르는 느낌이다. 내 모국에서는 아무나 대학원을 다니지는 못하는 데 반해 한국 대학생들은 졸업해도 딱히 취직할 데가 없어서 보험 삼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사·이공계·아프리카) ―한국인 친구들이 안쓰럽다. 공부하느라 바쁘고, 아르바이트 하고. 그래도 내가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하거나 휴대전화 개통을 못해 절절맬 때 서로 도와주겠다는 한국인 친구들을 보며 감동받았다.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과 좀 더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석사·경영학·남미) ―한국 학생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1등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경쟁적인 측면이 낯설었지만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느낀 바가 컸다.(학부·성악·동남아시아) ―1학년 때 MT를 처음 갔는데 MT 장소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술만 마시는 한국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놀란 건 그 다음. 한국 학생들은 그렇게 놀면서도 발표 자료를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중간·기말 시험 기간에는 밤새워 늦게까지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학부·경영학·미국)정리=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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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생 톡톡]최근 유행인 ‘열린 채용’ 어떻게 보시나요

    《 대학을 다니는 목적이 오직 ‘취업’이 된 세상. 수백 장의 원서를 쓰고, 성형 수술에, 각종 자격증까지 따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합격’은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푸른 꿈을 안고 다녔던 학창시절은 어디로 갔나요. 대한민국 기업이 옛날에 비해 반 토막이 난 것도 아니고, 학생 수는 점점 줄어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많다는데 왜 취업은 이다지도 어려운 것일까요. 목지선(성신여대 영문과 졸), 이병철(서강대 신방과 4학년) 동아일보 인턴이 오늘도 입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최근 유행인 ‘열린 채용’은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요. 》인적성 모의고사 비용 30만 원은 기본최근에 삼성 SSAT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HKAT, 한화 HAT 등 기업별 인·적성 시험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기업별 인·적성 시험 내용, 유형에 차이가 있어서 주요 대기업 지원자들의 경우엔 적어도 7, 8권의 관련 책을 사 봐야 한다. 대기업 인·적성 모의고사 가격이 2만∼6만 원이니 30만 원 정도의 비용은 기본이다.(25·여·졸업 예정) 한 대기업 인·적성 모의고사를 풀어봤는데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그런데 시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인·적성 강의를 등록해 들었다. 약점인 도형, 공간추론, 수리 동영상 강의를 수강했는데 돈도 많이 들고 ‘이게 정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필요한 건가’란 의문이 많이 들었다.(26·남·졸업 예정) 인·적성 시험이 힘든 건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결국 어느 회사 시험을 치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수십 군데 원서를 내는데 그걸 다 준비할 수도 없고, 서류 합격하면 일주일 후에 인·적성 시험을 치르는데 그 기간으론 3, 4군데도 준비하기 어렵다. 회사마다 다 시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러 군데 서류전형을 합격한 사람들은 한두 곳을 포기하는데 다른 학생들은 그마저도 부러워한다.(29·남·졸업 예정) 소금물 농도 계산을 잘한다고 일도 과연 잘할까. 성실성 같은 건 인·적성 시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25·남·졸업 예정) 돈을 많이 써도 안 되는 게 인·적성 시험이다. 책도 계속 푸는데 탈락하는 사람이 많다. 한 달에 4권 정도 풀어도 안 되더라. 그런 사람들은 능력이 있어도 인·적성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히는 것 같다.(24·여·졸업 예정)열려도 너무 열렸어요 대기업 열린 채용 프로그램들을 경험했는데 다른 지원자들과 대화해 보니 결국 스펙들의 대향연이었다. 스펙보다 스토리를 본다는 ‘열린 채용’도 결국 공모전, 인턴, 대외 활동, 워킹홀리데이 경험 등 결국엔 또 다른 ‘스펙’으로 경쟁하는 것 같더라. ‘열린 채용’이란 말이 좀 우습다고 생각했다.(27·남·졸업 예정) 학벌, 학점이 좋지 않아 ‘열린 채용’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이 ‘열린 채용’으로 인해서 오히려 좋은 학벌, 높은 학점을 가진 친구들이 역차별을 받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4년 동안 전공 공부와 영어 공부만을 성실하게 한 친구들이 ‘열린 채용’에 도전하긴 힘들기 때문이다.(24·여·졸업 예정) 열린 채용에 참여했는데 면접관님께서 ‘실무 경험’을 많이 강조했다. 그런데 사실 인턴을 하지 않고는 대학생들이 ‘실무 경험’을 가지기는 힘들다. 스펙보다 스토리를 보겠다고 한 열린 채용인데 오히려 ‘인턴’이란 과정이 또 다른 스펙이 된 것 같아 이상했다. 어차피 입사하면 두세 달 동안 교육, 연수를 거치면서 기본부터 다시 배울 텐데 ‘실무 경험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25·여·졸업 예정) ‘열린 채용’으로 대기업에 합격한 선배 신입사원들을 다룬 기사를 읽었는데 ‘히말라야 산맥 5000m 고지 등정’ ‘아프리카 오지 봉사활동’ 등을 했다고 나왔다. 내 경우엔 그냥 동아리, 국내 봉사활동 정도만으로 열린 채용을 준비했는데 당연히 떨어졌다. 세상이 마치 컴퓨터 기종처럼 점점 더 스펙만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었다.(26·여·졸업 예정) 열린 채용이란 말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은행들은 업무와 관련 없는 전공자 혹은 관련 자격증 하나 없는 사람이라도 뽑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럼 은행만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인턴을 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게 아닐까. 관련 전공자 같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닫힌 채용’이 아닐까.(24·여·졸업 예정)창조성-순발력 검증 질문? 대기업 면접에서 ‘서울에 사는 바퀴벌레는 총 몇 마리인가’ ‘한라산이나 백두산을 옮긴다면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나’란 질문을 받았다. 황당했다. 대통령까지 ‘창조’를 말하니까 온 세상이 창조적으로 변한 것 같다. 아는 사람도 없을 테고…. 기발한 착상을 보겠다는 취지이겠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질문을 받으면서 ‘이건 창조적인 게 아니라, 돌아이 뽑는 시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27·남·취업준비생) 어떤 대기업 면접을 봤는데 ‘골프공에 구멍이 몇 개냐’고 묻더라. 순발력, 상황 대처 능력 등을 보기 위해 이런 돌발 질문을 던진다는데 면접자들 입장에선 사실 혼란스럽다. 면접관들에게는 수많은 면접 중 일부일지 몰라도 지원자들에겐 어쩌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다. 이런 질문들로 순발력, 상황 대처 능력을 보는 것보다 지원자들의 기본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25·여·졸업 예정) 1박 2일 합숙 면접을 했는데 같은 조원 평가를 하고 ‘가장 일하고 싶지 않은 동기’를 적어 내라고 하더라. 뭐 이런 시험이 다 있나.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느꼈다.(29·남·취업준비생) 일부 특이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 생활 동안의 경험이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너무 ‘튀는’ 사람을 원하다 보니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솔직하게 못 쓰고 부풀리거나, 과장하게 된다. 자기소개서가 자기소설서(자소설)가 되는 셈이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 같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를 과장하는 사람이 회사에 정말 필요한 사람일까.(26·남·졸업 예정)지방·비(非)명문대생에겐 여전히 ‘닫힌’ 채용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데 웬만한 대기업 채용설명회는 명문대에서만 열린다. 그래서 수업을 빠지고 다녀왔다. 말로는 ‘열린 채용’이라면서 왜 취업설명회는 소수 대학에서만 하나. (26·여·졸업 예정) 지방대생은 돈 없으면 취업 못 한다. 인·적성 시험, 채용설명회 등이 다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교통비, 숙박비가 많이 든다. 지방대는 채용설명회를 오는 기업도 업종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2시간 동안 딱 설명만 하고 가니까, 채용박람회까지 하는 서울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다.(23·여·졸업 예정) 취업설명회라면 누구나 가서 듣고 해당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떤 기업의 경우 명문대 채용설명회에서 번호표를 주는데, 이 번호를 받아서 입력해야 입사원서 제출 시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 채용설명회부터 ‘필터링’이다.(24·여·졸업 예정) 우리 학교에선 좋은 회사의 채용설명회는 안 열린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회사 측에서 채용설명회를 안 나가는 학교는 실제 입사 시험에서도 거의 배제된다는 말이 떠돈다.(25·여·졸업 예정) 아는 친구가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어 성형수술도 받고, 워킹홀리데이까지 갔다 왔다. 승무원은 비상시 구조대원도 돼야 한다며 수영도 배웠다. 그런데 쟁쟁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지 서류전형도 안 됐더라. 결국 승무원 포기하고 가리지 않고 원서를 내는데 1년 반째 놀고 있다.(24·여·졸업 예정) 공기업 같은 경우엔 한국사 시험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주니까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 한국사 강의를 듣는 데 20만 원 정도 들었다. 2급도 인정은 되는데 1급 따기 위해 두세 번 시험을 치렀다. 컴퓨터 시험도 자격증을 한 번에 따기는 어렵다. 10번 정도 본 것 같다.(25·남·졸업 후 1년) 상반기에 한창 원서를 쓸 때는 하루에 자소서를 2, 3개씩 썼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식욕을 잃고 몸무게까지 빠지더라. 소화 불량도 있었고. 하루에 한 끼를 먹는 일이 다반사였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기업이 채용을 해 원서 제출 기한에 맞추기 위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때우며 쓰기도 했다. 몸만 망가졌다.(24·여·대학 4학년)정리=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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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직장편여성 상사,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 기업에서 대졸 여사원 공채 시대가 개막된 것은 1990년대 초다. 그때 입사한 여성들이 이제 여성 상사들이 됐다. 임원급들은 아직 가물에 콩 나듯 하지만 기업에서 여성 과장 부장급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대기업 과장급 남성은 “아직까지 여성 상사는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이기 때문에 뭘 해도 남들의 주목을 크게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 상사들은 어떤 모습일까.○ “왜 자꾸 나가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는 몇 년 전 영업 및 대리점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전직 항공사 여승무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사원들에게 고객을 대하는 매너와 친절 등을 교육했다. 문제는 이 여승무원 출신 직원들이 몇 달이 못 가 자꾸 퇴사를 한 것. 회사 측은 사태 파악에 나섰고, 퇴직 여직원들은 자신들을 관리하던 공채 출신 여성 간부와의 갈등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유도 없이 핀잔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지방 출장 교육이 끝난 뒤 당일 밤까지 보고서를 올리라는 무리한 주문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감정적인 일처리가 문제였다. 솔직히 여자들의 리더십은 좀 불안하다. 남자들에 비해 리더십을 훈련받을 기회가 많지 않으니 이해는 되지만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면서 동기 부여를 하는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유연성이 부족한 점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B(39)는 여자 상사와 함께 외부 업체와의 사업 모임에 참석했다. 거래 조건은 회사에 다소 불리했지만 약간의 융통성만 발휘하면 원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사는 끝까지 처음 제시한 조건과 원칙만 내세웠고 급기야 상대 업체 사람들과 고성까지 오고가는 말싸움을 했다. 물론 계약은 무산됐다. B는 “처음부터 ‘우리 조건은 이것이니 여기서 한발도 물러날 수 없다’고 하는 상사를 보면서 여자들은 시야가 좁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지, 넓게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 상사들은 감정에 치우치고 편협하다는 것이 주로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따뜻하고 원칙을 지키려 한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대형 은행에서 일하는 차장급 남자 사원은 “여자 지점장을 처음으로 모시면서 술도 안 먹고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직원들 사생활의 어려움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누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 굳이 회식이나 술자리를 많이 하지 않더라도 소통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 유쾌하게 웃어주고 직원들 말에 귀 기울여 주어 대만족”이라고 했다. 여자들이 부정부패에 비교적 덜 물든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 대기업 구매부에서 일하는 대리급 남자 사원은 “함께 일하는 팀장이 여자인데 어찌나 꼼꼼하게 물품 구매를 하고 회사 경비를 절약하는지 감탄했다”며 “솔직히 과거 일했던 남자 팀장들은 거래처로부터 술접대나 선물을 받는 것을 당연시하며 ‘갑’ 행세를 했는데 여자들은 갑을 개념이 아니라 마치 집안 살림을 하듯 꼼꼼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여자 상사가 더 까다롭다? 국내 대기업 남녀 직원 2712명을 설문조사한 여성리더십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상사’에 대한 각종 문항에 성별로, 직급별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우선 여성들이 남성보다 여성 상사에게 더 호의적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여성 응답자의 과반수가 “여자 상사가 남자 상사보다 더 합리적(51%)이고 공정하며(48%) 조직원을 더 배려해주고(53%) 더 업무 중심적(59%)”이라고 답한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직급이 올라갈수록 공감 비율도 높아졌다 ‘여성 상사가 더 합리적’이라는 문항에 여성 대리 사원급은 48∼60%대였지만 차·부장급은 68%, ‘더 공정하다’는 문항에서는 여성 차·부장급은 67%, 임원급에서는 74%나 됐다. ‘더 업무 중심적’이라는 문항에서는 여성 대리 사원급은 55∼66%였지만 여성 부서장은 76%, 임원급은 100%였다. 그만큼 관리직을 맡고 있는 여자들 스스로 자신들에 대한 평가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달랐다. 남성 직장인의 80%가량이 “여자 상사가 남자 상사보다 더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 임원들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여자 상사가 “더 공정하지도 않고(97%) 합리적이지도 않고(92%) 조직원을 더 배려하지도 않는다(89%)”고 한 것. 또 총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3%가 “여자 상사가 더 까다롭다”고 답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남성들의 경우 41%가 공감한 반면 여성들은 반을 훌쩍 넘는 55.8%가 동의해 여성들의 공감 비율이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들을 여자 상사와 실제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한정할 경우 남성들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감소한 반면 여성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 예를 들어 ‘여성 상사가 더 합리적’이라는 문항에 여성 상사 경험자와 미경험자의 동의율 차이가 남자는 3.8%포인트였지만 여자는 13.6%포인트, “더 공정하다”는 문항에는 남자 3.5%포인트였지만 여자는 13.3%포인트 였다. 이는 여성 상사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남성들은 여성 상사와 남성 상사의 차이를 덜 느꼈으며 일해 본 경험이 없는 남자들보다 여성 상사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응답했다는 것이며 여자는 오히려 여성 상사와 일해 본 여성들이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는 뜻이다. ○ 호감 가는 상사는 배울 게 있는 상사 여직원들이 갖는 남자 상사들에 대한 호감도는 어느 정도일까. ‘남자 상사가 부하 여직원을 더 챙긴다’는 문항에 여직원들은 직급이 낮아질수록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즉, 대리 사원급 여성의 40%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과장급은 36%, 차·부장급은 33%, 부서장급은 33%, 임원급은 30%로 낮아진 것. 이와 관련해 한 대기업의 과장급 여직원은 “여자들이 직급이 낮을 때 남자 직원들은 여자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일도 잘 가르쳐주고 때로 ‘오빠’처럼 잘해주지만 일단 올라가면 180도 달라진다. 남녀 불문하고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문항에 남성들의 경우 대리, 과장, 차·부장급에서는 40%대로 비슷하다가 부서장급의 경우 53%로 뛰는데 이는 그 직급대의 남자 상사들이 여직원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성별 직급별로 남녀 격차가 큰 문항들이 있었다. ‘남자 상사들이 더 뒤끝이 있다’는 문항에 여성 임원은 무려 72%가 동의했지만 남성 임원은 거의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다. 또 ‘남자 상사는 여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문항에서도 여직원 과반수가 공감을 표시해 공감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남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좋은 상사 좋은 부하 직장인들은 좋은 상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남녀 모두 ‘(전문성, 기술, 지식 등) 배울 점이 있는 상사’(32.1%)를 꼽았다. 뒤를 이어 여성의 경우 ‘보상, 경력 관리, 부서 이동을 잘 챙겨주는 상사’(28%),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21%) 순인 데 비해 남성은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17.5%)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배려해 주는 상사’(26%) 비율이 여자보다도 더 선호도가 높아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정서적 유대감을 추구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직급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다. 남성의 경우 임원급에서는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39.5%)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남성 부서장급에서는 ‘보상, 경력 관리, 부서 이동을 잘 챙겨주는 상사’(23.5%)가, 과장급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배려해 주는 상사’(23.6%)가 가장 선호됐다. 또 대리 이하 사원에서도 인간적인 매력과 배려가 30.1%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여성의 경우 여자 임원급들은 ‘전문성 등에서 배울 점이 있는 상사’(53.5%)를 가장 선호했고 여성 부서장급들은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35.7%), 여성 과장급들은 ‘부서, 경력 등을 잘 챙겨주는 상사’(32.9%)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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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직장인 성희롱의 시작 “미스 김은 내 옆에 앉지”

    2012년 여성리더십연구원이 국내 10개 대기업 임직원 27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기업 여성관리자 양성을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직장인들이 여성에 비해 인맥을 중시하고 집단 형성을 좋아하며 정치적”이라는 문항에 남녀 직장인 대다수(66∼93%)가 공감했다. 특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공감비율이 높아 여성 부서장과 임원은 90∼100%가 동의했다. 이에 비해 남성 임원들은 응답자의 절반(53%)만 동의해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인맥 형성을 위해 주로 어떤 자리가 활용될까? ‘회식 자리와 흡연 장소’(여성 92%, 남성 80%가 동의)였다. 연구원이 인터뷰한 한 여성 임원은 “요즘 남자들은 술은 잘 마시지 않지만 흡연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 담배를 피우며 업무협조를 이끌어낸다. 요즘 네트워킹의 키(key)는 술보다 담배”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식’과 ‘음주문화’는 직장 내 남녀의 인식 차이가 가장 뚜렷한 부분이다. 또 ‘성희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희롱 사건이 술을 먹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 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직장인 405명을 대상으로 ‘성추행·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회식자리’가 44.5%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업무시간’이 31.7%, ‘개인적 술자리’가 15.9%, ‘워크숍 등 사내행사’가 7.9%였다.○ 직급 낮을수록 “성희롱 있다” 올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여사원 A(25)는 사내 회식 때마다 바늘방석이다. 주변에서 부장이나 임원 등 상사 옆에 앉으라고 권하기 때문. 거절하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 마지못해 앉지만 늘 불편하다. 상사 술잔이 빌 때마다 술을 따라야 할 때도 있다. A는 “자리가 무르익으면 남자 선후배들 입에서 여지없이 음담패설이 나오는데 민망해서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인데 유별나다 소리 들을까봐 참는다”고 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 비서로 근무하던 여사원 B(28)는 사장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사장이 걸핏하면 “(여자는) 누구 앞에서 속옷을 벗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내 애인 역할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한 것. 주지하다시피 성희롱의 기준은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듣는 사람이 성희롱이라고 느끼면 바로 성희롱이다. 요즘엔 많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고위직일수록 성희롱에 더 둔감하다는 것이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로도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생각보다 빈번한 성희롱이 있느냐”는 문항에 남자는 10%, 여자는 32%가 “예”라고 답해 인식차를 드러냈다. 직급별로도 차이가 심했는데 특히 남자 임원급은 0.7%만 “예”라고 해 거의 전원이 성희롱이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자 과장급은 15%, 여자 부서장급은 18%, 여자 과장급 이하는 38%나 “예”라고 해 직급이 낮을수록 성희롱이 있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았다. 특이한 점은 성희롱에는 둔감한 남자 임원들이 “여자 동료나 후배를 대할 때 외모에 따라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항에는 무려 35%나 동의해 흥미를 끌었다. 한편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높은 사람 옆에 앉으라고 한다”는 문항에 남자는 11%, 여자는 30%가 동의해 이 역시 남녀 간에 인식차를 드러냈다. 또 남자 임원의 경우 이 문항에 4%만 동의했다. 이 문항에 “예”라고 답한 여성들의 경우에는 학력 차이에 따른 인식차가 뚜렷해 눈길을 끌었다. 고졸 이하 여성의 55.9%가 “예”라고 한 반면 전문대졸, 대졸 여직원들은 각각 30.2%, 30.1%로 별 차이가 없었다. 요즘은 회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단호하고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라고 하는 데에 대부분 공감한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아예 회식자리에 여직원 참석을 꺼리는 문화도 생겼다. 한 대기업 여성 차장은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 부장들이 여자들하고 술 먹기 싫다고 말씀하세요. 최근에 동료 남자 부장 한 명이 회식자리에서 여직원 뺨에 뽀뽀를 했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망신을 크게 당한 일이 있는데 그 뒤부터는 노골적으로 여자들을 경계해요. 물론 각성하는 남자들이 늘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네트워크나 업무에서 여성들이 소외돼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한 대기업 부장급 남성 직장인은 “예전에는 2차 3차 새벽까지 뿌리를 뽑았는데 요즘에는 ‘회식은 1차로 끝내고, 장소도 사람이 많은 공개적이고 넓은 곳으로 하고, 절대 강제로 술을 주지 않고, 간부사원들은 술이 취했다 싶으면 바로 집으로 간다’라는 내부 규정을 정했다”면서 “조심하는 것은 좋은데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업 일선 같은 현장에서는 여자 후배들을 보내면 항의가 많다. 절대 술 먹고 실수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니 ‘아니, 직원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게 하지도 말고, 이러면 어떻게 일을 시키느냐’는 거다. 그러면서 그 스트레스를 남자 후배들한테 욕해 가면서, 술 먹여 가면서 푼다고 한다. 괜히 여직원한테 풀었다가 성희롱으로 걸리면 어떡하느냐는 거다.”○ “회식은 필요하다” 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데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술을 마시는 회식이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므로 필요하다”는 문항에 남성들은 절반을 훌쩍 넘는 69.1%가, 여성들도 절반에 육박하는 48.6%가 “예”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물론 남녀 간에는 무려 20.5%포인트나 차이가 나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긴 한다. 어떻든 회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직급이 높을수록 동의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 역시 직급별로 다소 차이가 나서 남성 임원의 경우 무려 81%가 동의했지만 남성 대리 및 사원의 경우 58%만이 동의했다. 여성의 경우에도 부서장의 경우 무려 76%가 동의했지만 대리 및 사원에서는 41%만이 “예”라고 응답했다. 한편 “회사가 직원들에게 술 잘 마시기를 강요하는 것 같으냐” 문항에는 남성 임원은 11%만이 동의했지만 여성 대리 및 사원은 43%가 “예”라고 답했다. 여성일수록, 직급이 낮을수록 술자리에서 강요받는다고 느낀 적이 많다는 것이다. 여자 공무원 C(31)는 “일 때문에 하는 회식이라면 당연히 참석하지만 부서장이나 선배가 ‘별일 없으면 오늘 저녁이나 하자’는 것까지 업무의 연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며 “그렇다고 참석하지 않을 경우 ‘여자들은 개인적이다’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뒷말을 들을까봐 마지못해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술과 관련해서는 여자들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연구원이 인터뷰한 남성 관리자들 중에는 “음주를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능력’이나 ‘정신력’으로 평가해 여성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인 다른 남성들을 배제하는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요? 술 못 먹는 사람 배려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왜? 그게 본인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거든. 제일 미치는 게 술 못 먹으면 ‘그래 갖고 조직관리 하겠어?’라고 따지는 거예요. 폭탄주에 못 이겨 쓰러지는 사람한테 ‘정신력이 그래 갖고 임원 되겠느냐’고 하는데 할 말 있습니까. 그 사람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데. 조직문화는 금방 바뀌기 힘들어요.”(남자 임원)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자 D 과장(35)도 “흔히들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업무 관련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매번 그런 자리에 빠지는 사람과 참석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E 부장(47)은 “나 역시 솔직히 좋아서 회식을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빠지거나 자리를 만들지 않을 경우 관리자로서의 능력에 흠집이 날 것 같아 애써 자리도 만들고 참석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회사의 F 부장도 “어느 회사나 줄이 있게 마련이고 자신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상사나 후배와의 관계도 필요하다”며 “회식이나 술자리가 업무라고는 하지만 영업상 접대를 제외하면 ‘관계’를 만들고 쌓기 위한 면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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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승진하고 싶다고요? ‘뒷담화’를 이겨내세요

    남자들은 “여자들과 일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여자들도 할 말이 많다. 특히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남자들에게 배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관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공정한 평가가 여성들을 일하게 한다 대기업 건설업체 과장인 A(38·여)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여직원들이 희소한 업종에서 명문대 출신으로 입사 초기 깔끔한 일처리와 유창한 어학실력으로 동기생들에 비해 대리 승진도 빨리 했다. “일 욕심이 많았다”는 A는 “여자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업무수행은 물론이고 사내 네트워크를 위해 회식이나 외부 접대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그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는데 바로 해외근무였다. 그런데 몇 달 전 지원한 해외근무에서 이른바 ‘물’을 먹었다. “그동안 남자들만의 영역이었던 국내외 출장도 자원해서 다녀오고 남자들이 기피하는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편이라 스스로 여성의 한계를 깨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결정적일 때 사내 선후배들이 ‘여자니까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전해 들으면서 좌절감이 들었다.” A는 “물론 내가 떨어진 데에는 여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남자였다면 떨어졌을까? 막상 이런 일을 겪으니 능력은 있는데 승진 등에서 물을 먹으며 좌절해온 여자 선배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조직 내에서의 내 미래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도 안 하고 일에 몰두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일 잘한다는 평판을 듣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높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입사했다가도 중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남자가 대다수인 기업문화에서 아직도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남자 과장 B(36)는 “남녀 문제는 인종 문제처럼 결국 소수와 다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은 여성들이 회사 내 의사결정 과정의 주류로 편입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힘이 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성들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까지 가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부하직원들도 절대적으로 충성하거나 ‘여성 상사’를 도와주며 줄을 서려는 경우가 별로 없다. 회사생활도 사내(社內) 정치가 중요한데 부하 입장에서 (여자라는) ‘아닌 줄’을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여자들 스스로 조직 내 경쟁자인 남자들보다 승진이나 진급에 대한 동기부여가 낮다. 2012년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은 60%가 입사 때부터 임원 이상을 승진 목표로 삼지만 여자는 40%로 떨어진다. ‘승진 목표를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문항에도 “예”라고 답한 여성이 33%로 남성(21%)보다 높았다. ‘현재 성취 가능한 승진 목표’를 남성은 55%가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반면 여자는 25%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승진 목표는 부장(23%) 직급이 가장 많았으며 현재 여성 임원의 절반(51%)은 현 직급에서 더는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여성들은 애초부터 꿈도 크게 갖지 않은 데다 기껏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은 ‘임원’까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여자들만의 문제일까. 연구원이 조사한 회사들 중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성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는 조직’이라고 인식되는 회사에서는 “임원을 꿈꾼다”고 답한 여성들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늘어난 것. 예를 들어 조사 대상 기업 중 C사는 여성들이 입사 당시 가졌던 승진 목표를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4%였으며 “현재 성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승진 목표도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36%로 증가한 유일한 회사였다. 당시 조사를 진행했던 박현정 현 서울시향 대표는 “해당 기업인 C사는 직원들 사이에 남녀 평가가 공정하다는 신뢰가 있었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도 내가 일한 만큼 평가받는다는 믿음이 강했다”며 “결국 회사의 비전에 따라 여성의 성취욕구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여직원들이 게으르고 성취동기가 낮다고 느껴지는 회사라면 여직원들을 탓하기 전에 여직원들에게 혹시 비전을 못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자니까… 여자라서… 남성 직장인들이 가진 편견 중에는 실적이 뛰어난 여성에 대해 ‘얼굴이 예뻐서’ ‘상사가 좋아하니까’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모 대기업 마케팅팀은 최근 천신만고 끝에 상사로부터 프로젝트 진행을 허락받았다. 상사를 결정적으로 설득한 데에는 B 대리(30·여)의 역할이 컸다. 팀원들은 B의 공을 칭찬하면서도 “예쁘고 애교도 많아서 상사가 넘어갔다. 여자라 부럽다”고 뒷말을 했다. B 대리는 “합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단지 여자라서 쉽게 일이 풀렸다고 보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C(37·여)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 직장생활을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C는 “일을 꼼꼼하게 챙기다 보면 ‘여자라서 소심하다’는 말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결정을 조금 늦추면 ‘여자라서 추진력이 모자란다’는 말을 듣는다. 좀 터프하게 굴면 ‘여자가 왜 저래?’ 한다”며 “남자들은 남자 후배를 챙긴다고 ‘남자만 챙긴다’는 말을 듣지 않지만 여자 상사가 여자 후배를 챙기면 ‘여자만 챙긴다’는 말을 꼭 듣는다”고 했다. 취재팀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기업 여성 임원 E에게 ‘임원이 된 비결’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제1비결은 ‘끊임없는 뒷담화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체형이) 마르면 말랐다고 욕을 먹고 뚱뚱하면 뚱뚱하다고 욕을 먹는다. 목소리가 크면 억세다고 욕을 먹고 작으면 ‘저래 갖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욕을 먹는다. 여자가 소수인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뒷담화’에 대한 남녀간 인식차도 크다.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자들이 더 뒷담화를 많이 한다’는 문항에 남자들은 38.8%만 “예”라 답한 반면 여성들은 75.1%나 “예”라고 답했다. 직급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여자 차장 부장은 89.7%가, 여성 부서장은 90.8%가 “예”라고 답해 직급이 높은 여성들일수록 남자들의 뒷담화를 견뎌야 한다는 E의 말을 뒷받침했다. 또 ‘남자들 입이 (여자보다) 더 무겁다’는 문항에는 남성들의 37.7%가 “예”라고 한 반면 여성들은 불과 7%만 “예”라고 했다. 직급별로는 ‘남자들 입이 더 무겁다’는 문항에 “예”라고 답한 여자 차장 부장은 2.9%, 여자 부서장은 한 명도 없었다(0%). 보통 여자들이 입이 가볍고 뒷담화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성들은 직위가 높아질수록 “남자들이 더 말이 많고 입도 무겁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 성별 간 인식차는 사소한 데서도 드러난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자들은 누군가 해야 할 궂은일을 하려 하지 않는 공주병이 있다’는 문항에 대해 남성들은 54%가 동의했지만 여자는 20%만이 동의했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돈을 쓰지 않는다’는 문항에 남성들은 44%가 동의했지만 여성들은 12%만이 동의했다. 또 ‘동료로 행동하기보다 여자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에는 남자의 36%가 ‘예’라고 답한 반면 여자들은 14%만이 인정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들이 보호와 평등을 동시에 주장한다’는 문항에 남성은 68%, 여성은 52%가 동의했는데 이는 성별 관리자급에서 격차가 더 커졌다. 남자 차장 부장의 경우 75%가, 남자 부서장의 72%가 “예”라고 한 반면 여성 차장 부장은 27%만 동의했다. 그러나 여성 임원의 경우 무려 72%가 동의해 남성 수치에 육박했다. 여성들도 조직에서 관리자급으로 승진할수록 여자의 관점이 아닌 조직의 관점에서 구성원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직장인들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남자들도 인정했다. 남성 응답자의 54.7%가 ‘여성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잘할 수 있다’는 항목에 “예”라고 답했으며 61.7%가 ‘여자들이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한다’는 항목에 “예”라고 답했다. 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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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남자들이 말하는 ‘사무실의 그녀들’

    《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보기엔 명실상부한 여성 주도 사회로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국 여성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일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고등교육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졸 여성 고용률은 60.1%대로 OECD 평균 78.8%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비율도 아직 미미합니다. 본보는 ‘신 여성시대’ 기획을 통해 한국 사회 여성들의 현주소를 짚어보려 합니다. 직장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업주부들의 고민까지 함께 담고 여성들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남성들의 목소리도 아우르려 합니다. 시리즈는 ‘직장 편’ ‘전문직 여성 편’ ‘청소년 성 평등의식조사 편’ ‘전업주부 편’을 포함해 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 여성들의 모습까지 소개할 예정입니다. 여성 주도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여성들만 잘 사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자들과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1부 ‘직장 편’은 요즘 직장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직장 여성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 남녀 간 소통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여성 동료와 상사들을 향한 남성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에서 여성 동료, 후배,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남자들도 늘고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말처럼 같은 것을 놓고도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달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호소다. 일부 남성들 중에는 “솔직히 여자랑은 정말 같이 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직장 내 남녀 간의 의사소통 문제는 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자, 남자들은 여자 동료, 선후배, 상사와의 어떤 점을 힘들어할까.○ “너, 나 욕했다며?” 대기업에 근무하는 A(37)는 최근 낯 뜨거운 경험을 한 뒤 여자 동료들과 말할 때는 절대 속을 털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내 술자리에서 무심결에 한 여자 동료 험담을 했는데 얼마 후 당사자가 찾아와 “너, 나 욕했다며?” 하고 따진 것이다. 곰곰 짚어 보니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여직원 하나가 당사자와 ‘절친(절친한 친구)’이었다. A는 “나 역시 술자리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상사나 후배, 동료 험담을 했지만 내 경험상 거의 대부분 남자들은 험담을 들어도 당사자에게 이를 전하지는 않는다. 물론 남자들도 입이 ‘싼’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경험상 여자들이 아무래도 남자들보다는 입이 좀 가벼운 면이 있다. 따라서 사내(社內) 비밀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나 큰일을 도모할 때 여자들에게는 좀 더 신중하게 속을 터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 직장인들이 겪는 또 다른 고충은 상사, 동료, 후배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과 문제가 날 경우 “여자 하나 다루지 못하는 못난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B(36)는 최근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팀 내 여직원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이 여직원은 다음 날 직속상사인 B에게는 말도 없이 B의 상사에게만 말하고 휴가를 가 버렸다. 황당해하는 B에게 돌아온 평판은 ‘부하직원 관리 능력 없는 상사’라는 딱지였다. B는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에게는 ‘여자는 이리저리 달래고 오냐오냐하며 끌고 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다”며 “내가 남편이나 오빠도 아닌데 직장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꽁꽁 감춰놨다 뒤끝 작렬… 금성女, 같이 일하기 불편해” ▼또 다른 대기업 직원 C는 “여자 상사를 모시는 남자 부하들의 경우 여자 상사가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을 부릴 경우 남자 동료들에게서 ‘거 좀 잘 달래주지 왜 그래?’라고 듣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위아래를 따지지 않고 여자 동료를 ‘배려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 내 상당수 남성들에게 여자 동료의 문제는 해당 여성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어르고 달래지 못하는 ‘남자의 관리 능력 부재’로 인식되는 면이 강하다”고 전했다.○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야?” 남자 직장인들은 여자들이 그동안 약자로서 당해 온 ‘희생자 콤플렉스’가 있어서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한다. 무조건 ‘여자라고 무시한다’고 몰아세운다는 것이다. 대형 보험회사 지점 부장인 D(50)는 여섯 살 아래인 여자 지점장 E를 모시고 있다. D는 입사 때부터 지점을 돌며 산전수전 다 겪은 이른바 ‘밑바닥’ 출신. 그러나 공채 출신인 E 상사는 본사에 있다가 경력 관리 차원에서 잠시 들른 경우였다. 그런데 이 E가 온 뒤부터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거래처 사장, 지역 유지 등이 여자 지점장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 영업 특성상 골프도 치고, 술자리도 해야 하는데 여 지점장은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며 거절한 것. 이 때문에 소위 ‘접대’는 D가 도맡았지만 지점장도 아닌 그의 직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참다못한 D가 어느 날 상사 E에게 회식 중에 “자꾸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하자 E는 “지금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버럭 화를 냈다. 20년 경력의 한 대기업 여성 임원도 “솔직히 드센 남자 직원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남자 상사들에게는 절대 복종을 하면서 여자 상사에게는 뭘 지적하면 바로 공격이 들어와 ‘기어오른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성관리자를 상사라는 직급으로 보지 않고 마치 ‘보호’해야 할 동생이나 누나 취급하면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이왕이면 부드러운 남자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너무 과민한 경우가 많지 않았나 생각도 된다. 내 안에 오랜 약자 콤플렉스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고백했다. 서로 간에 소통방식의 차이도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F(32)는 최근 여자 과장에게 크게 야단을 맞았다. 이후 어색한 관계를 풀기 위해 술자리를 청했다가 오히려 화를 키웠다. 술을 따르며 “죄송합니다” 하자 과장이 “뭐가 죄송한데?”라고 반문한 것. F가 업무상 실수와 야단맞을 때의 태도 등을 주섬주섬 말하자 여자 과장은 “그것밖에 없어?”라고 다시 물었다. F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과장은 내가 대충 넘어가려고 한 것처럼 본 것 같다. 남자 상사와 일했을 때는 ‘죄송합니다’ 하면 ‘됐다. 술이나 마시자’ 하며 털고 갔다. 이번 경우처럼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묻거나 대답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자들은 화를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여성은 관계지향적, 남성은 목표지향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또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보다 상대가 상처받을 것을 염려해 간접화법을 자주 쓴다. 직설화법에 익숙한 남성들이라면 여성들의 이중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여자들 중견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G(38)는 지난해 말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팀 업무 특성상 국내외 출장이 잦았는데 특정인에게 출장이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순번제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직원 H가 국내 출장 차례가 되었을 때에는 사정이 있어 비행기 타기 어렵다고 했다가 유럽 출장 순서에 돌연 “가겠다”고 한 것. G는 “물론 모든 여직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여직원들은 궂은일이나 손해 보는 일은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다못해 밥 사주는 일도 인색하고 심지어 부의금이나 축의금 내는 일에도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기획팀에서 일하는 I는 “여자 선배들 중에는 상사에게 하소연해 자기 일을 남들에게 나눠 주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놓고 동료가 출장이나 휴가를 가서 대신 해야 할 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동료들이 며칠째 날밤을 새우는데 자기는 할 일이 없다고 사무실에서 영어회화 공부를 하는 여자 선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성들은 이성보다는 동성과 일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꼈다. 여성리더십연구원이 2012년 국내 최초로 10개 대기업 임직원 27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 여성관리자 양성을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랑 일하는 게 더 편하다”는 문항에 남성은 71%가 “예스”라고 한 반면에 여성은 45%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남성들이 꼽은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이기적이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한다’ ‘실천력이 부족하다’ ‘시야가 좁다’ ‘숫자에 약하다’ ‘지각을 자주 한다’ 등이었다. 한 대기업 사원은 “솔직히 여자 상사들보다 남자 상사들이 사람들을 포용하는 면이 많다. 여자 상사들은 친한 사원하고만 밥이나 차를 먹는다든지, 친한 사람끼리만 어울리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 남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감을 나타낸 항목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이기적’(57%)이라는 거였다.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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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이 거듭나야 세금 제대로 걷힌다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관은 누가 뭐래도 국세청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들에게 ‘국세청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고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때때로 불거지는 세무조사의 공정성 논란에, 고위 간부들의 수뢰 사건은 이 같은 불신을 더한다. 세무조사는 불공정한가? 세무조사의 강도나 과세 결과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심각한 형평성의 문제가 야기된다. 세무조사의 결과가 공정하지 못한 것은 특정 납세자와 국세공무원 사이에 유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착관계가 아니더라도 정권과 가까운 관계라고 보이는 대기업, 언론사나 대형 교회에 대하여는 현실적으로 국세청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국세공무원은 부패했는가? 그렇다. 우리 정치가들이 국민 수준만큼 무능한 것처럼 국세공무원들은 딱 우리 납세자들의 수준만큼 부패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패의 역사는 유구하고, 국세공무원의 비리는 역사와 함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같이 자라온 것이기에 그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국세공무원의 비리가 개인적 차원에 그친다면 문제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그러나 조직의 부패라면 심각한 것이다. 국세청의 간부 조직은 직원의 비리사건이 외부 감찰기관에 의하여 드러날 경우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전체 조직 차원에서 노력한다. 비단 국세청 조직만이 그러는 것은 아니겠으나 분명 비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보다 감추려는 노력이 더 강하다면 비리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국세청도 그동안 청장이 새로 부임하거나,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면 직무평가 계약 제도를 도입하거나 감찰 제도를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개혁적 시도를 항상 해 왔다. 그러나 그뿐이었고 큰 변화는 없었다. 외부 인사가 국세청장이 되기도 했고, 많은 예산을 들여 국제적인 컨설팅 업체의 진단도 받아보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인 2010년 부즈앨런의 국세행정보고서(국세청 조직 진단 및 개편안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필자는 국세청의 변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소신 있는 세무행정을 위해 국세청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면서 국세청장 인사와 국세청 중립에 대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 물론 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를 통하여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국세공무원들이 퇴직 후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으로 이동하여 납세자들과의 유착과 담합의 통로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금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정확하고 엄밀한 세무행정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가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국세청은 정부와 국회에 고액거래나 혐의거래 등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정보를 요구했으나, 탈세 혐의가 있는 경우에만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세청에 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는 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으나 보다 나은 세무행정을 위해 활용 가능한 정보를 제한하는 일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세무조사의 엄밀성에 대한 통제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취임한 김덕중 청장은 세무조사감사위원회를 두어 세무조사 결과를 사후에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다른 국세청장들의 개혁보다는 분명 한발 더 나간 내용이다. 하지만 취지대로 실제 운영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국세청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쉽게 할 수 있다. 바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정권이나 재벌가 같은 유력 그룹에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봉사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어떠한 방법으로 사회가 국세청을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대답은 간단치 않다. 하지만 긴 시간에서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의 부패가 감소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노력을 믿고 작은 방법이라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김유찬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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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동포 사진전 김지민씨 대상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조규형)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재외동포 사진 공모전’에서 재미동포 김지민 씨의 ‘광복절 행사’가 대상에 선정됐다. 이 사진은 지난달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광복절 행사에서 태극기 너머로 사물놀이패가 공연하는 모습을 담았다. 금상에는 윤경섭 씨의 ‘케냐 유일의 한인 자동차 기술자’가 선정됐다. 이번 수상작을 포함한 130여 점의 사진은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시된다.}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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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현미]단언컨대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

    말끝마다가 아닌 말머리마다 붙는다. 1초의 망설임도 없는 확신과 자신감을 드러낸다. 겸손은 미덕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듣는 순간 모호함이 사라지고 통쾌함을 느낀다. 말의 진위는 따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님 말고”. 올해 최대 유행어인 ‘단언컨대’ 이야기다.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한 휴대전화 광고 문구로 시작돼 “단언컨대 뚜껑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라면 광고로 퍼져 나간 이 말은 지금도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진화 중이다. 유행어의 최전선인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언컨대 냉면은 가장 완벽한 음식이다”라고 했더니 다른 방송에서 “단언컨대 자장면은 가장 완벽한 음식이다”라고 맞받아친다. 인터넷에는 ‘단언컨대 끝판왕’이라고 주장하는 패러디들이 차고 넘친다. 단언컨대의 원조는 헬렌 켈러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중복 장애를 극복하고 희망의 증거가 된 헬렌 켈러는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단언해서 말하건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라고 했고, 이 말을 ‘단언컨대’로 줄여 광고에 사용한 뒤 국민 유행어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사실 주저하지 않고 딱 잘라 말한다는 뜻의 단언(斷言)은 웬만한 확신 없이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며 기사를 쓸 때도 ‘∼라고 말했다’거나 ‘주장했다’가 일반적이며 ‘단언하다’라는 표현은 말한 이의 의지와 책임을 각별히 표현할 때만 쓸 수 있다. 이처럼 진지한 말이 어떻게 웃자고 하는 말이 돼 버렸을까. 한국 철학계의 거두이자 수필가로 유명한 김태길 선생(2009년 작고)이 쓴 ‘단언에 관하여’라는 수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는 확고부동하게 단정을 내리기를 좋아하고, 또 그렇게 하는 사람을 환영한다. 행동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에 있어서도 우유부단한 것은 비위에 거슬린다. 그러면 그렇고 아니면 아니라고 딱 부러지게 말을 해야 속이 시원하다.’ 단언컨대는 처음부터 화통한 한국인의 기질에 딱 맞는 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유행어에는 반전이 있다. 일단 내가 옳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진위를 밝힐 대상이 없다. 단언컨대 완벽한 음식이 냉면인지 자장면인지 누구도 따지지 않고 따질 생각도 없다. 진지함이 가벼움으로 대치되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말놀이의 재미는 의도적인 논리의 무시에 있다. “철저한 모략극이고 날조”(8월 29일), “저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8월 30일), “몇몇 단어를 짜깁기해 무력투쟁이나 북 용어가 많은 것처럼 교묘하게 조작”(9월 2일).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해명을 듣다 보니 ‘단언컨대 말놀이’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록만 보더라도 이 의원을 비롯한 추종자들의 반국가적 행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라고 생각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스스로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 큰소리치며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심한 모순을 느끼게 된다. ‘뼛속까지’는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뼛속까지’ 대신 ‘단언컨대’를 넣고 싶다. 그럼 모든 게 웃자고 한 말이 되지 않을까. 김태길 선생은 같은 수필에서 ‘단언’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런 경고도 했다. ‘인류의 사기꾼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까지도 속여야 한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 큰소리를 땅땅 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자기가 무식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무식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된다. 자기가 무식하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무식한 것은 크게 복된 일이다.’ 세상은 다 아는데 자신들이 한 일을 자신들만 모른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 자신까지도 속인 까닭이다.김현미 여성동아 팀장 khmzip@donga.com}

    • 20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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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석]지역신문에 파업 우려 호소문 낸 김 철 울산상의 회장

    공장 안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할 컨베이어벨트는 멈춰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주인 없는 공구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멈춰선 생산라인 대신 공장 밖 도로에는 ‘2013 임단협 투쟁쟁취’ 같은 노조의 플래카드만 어지러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인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사측과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갈등으로 이날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간 공장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부분파업으로 모두 귀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아산 전주 울산 3개 공장을 포함해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2시간, 4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부분파업으로 2만30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고 손실액은 약 49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1, 2, 3차 협력업체와, 협력업체와 관계를 맺은 중소업체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 하지만 공장 내부에서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모습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정작 안달이 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김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67)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1일 울산 지역신문에 노조의 파업을 우려하는 호소문을 냈다. ‘현대차 노조가 세계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인 임금을 받으면서도 파업 투쟁만 한다, 미국 디트로이트 시의 흥망성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울산 남구 울산상공회의소 응접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마치 자신의 일인 듯 “내가 몸이 달았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울산이 파산한 디트로이트 시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 “도시 슬럼화 디트로이트 시를 보라” 우선 그의 디트로이트 시 방문 이야기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그의 말이다. “파산한 디트로이트 시를 6월 중순 노사민정 대표 15명과 함께 방문했다. 한때 180만 명이 살던 도시가 지금은 70만 명 정도로 줄었고 도시 곳곳이 슬럼화됐다. 불 꺼진 건물이 부지기수고, 어떤 주택은 ‘1달러에 판다. 세금은 5년 뒤부터 낸다’는 문구까지 붙어있었다. 그런데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건물 관리가 안돼 어떤 집은 아예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마약중독자와 부랑자들의 소굴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디트로이트 시가 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1차적으로는 자동차산업이 침체된 것이 주 원인이지만 산업 변화에 회사와 노조 모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쟁력은 생각하지 않고 임금, 복지 같은 부분에서 더 얻을 생각만 했다. 퇴직자들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복지비용으로 부담했다고 한다. GM 등 3대 자동차회사 노조가 다 그랬다. 회사가 잘될 때야 상관없었겠지만 산업이 침체되면서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그는 “현지에서 노조 측 대표인 전미자동차노조(UAW) 관계자들도 만났다”고 했다. “UAW 사무총장에게 ‘왜 이렇게 어려워졌느냐, 노조는 왜 그렇게 (경영진에) 무리한 요구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건강하고 생산성이 높은 일터가 필요하고,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회사 살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2015년까지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관련 근로자 평균 임금이 3만5000∼6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3800만∼6600만 원 정도다. 현대차에 비해 상당히 낮은 임금(현대차 평균 연봉은 노조는 8000만 원, 회사 측은 9400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인데도 임금보다 회사의 재기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울산도 디트로이트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그는 내내 안타까운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고,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기 때문이란다. ○ 인도 첸나이공장 근로자 임금 月70만원 그는 디트로이트에 이어 현대차 공장이 있는 인도 첸나이를 해외 판로 개척단을 이끌고 방문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 공장은 연간 63만 대를 생산한다. 그곳 근로자들은 월 평균 7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국내 현대차 근로자들의 약 6분의 1수준(잔업 및 특근수당은 별도)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임금도 싸고 생산성도 높은 곳이 있다면 그쪽으로 생산을 돌리는 것이 낫지 않겠나. 더욱이 파업이 잦아 생산 차질까지 빚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올지 뻔하지 않은가. 일감이 줄면 사람을 안 뽑게 되고 결국 회사가 죽고 회사에 의지해온 지역경제가 죽는다. 그런 전철을 밟은 것이 디트로이트 아닌가. 울산에서 현대차 협력업체든 아니든 현대차의 영향을 받지 않는 회사는 별로 없다. 함께 간 노동계 인사 중에 돌아와서 울산의 노동운동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칼럼을 언론에 쓴 사람도 있었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이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인 수치는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그나마 지금 알려진 것도 현대차의 직접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이고 협력업체나 협력업체와 관계를 맺은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알려지지도 않았다. 울산에 현대차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4만여 명이나 된다. 현대차 직원은 정규, 비정규직을 포함해 3만4000여 명이다. 가족까지 생각하면 30만 명 정도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울산 인구가 118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현대·기아차와 관계된 협력업체 종사자가 약 34만 명이다. 현대차 파업이 한 회사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전국적인 문제가 되는 이유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도산공포 그는 “현대차 노조 파업이 고임금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수긍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임금 액수에 대해서는 회사와 노조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임금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은 38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같은 근로자 입장에서 이들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과의 격차에서 오는 이질감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노조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파업을 한다지만 그로인해 협력업체 등의 근로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면 당연히 임금이 줄지 않겠나. 파업으로 생산을 못하면 납품을 못하고, 돈을 못 받지 않은가. 큰 협력업체는 좀 낫겠지만 작은 협력업체에는 도산 위험까지 생긴다. 현대차 내부 노사 문제도 잘돼야 하지만 같은 노동자인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야기는 일명 ‘희망버스’로 넘어갔다. 그는 울산지역의 시민·사회·경제단체 등과 함께 ‘희망버스’ 반대 운동을 하기도 했다. “2007년 울산지역의 102개 단체들과 함께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행복한 울산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현대차 파업은 외부 인사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7월 20일에는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고 죽봉, 쇠파이프가 난무했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이 되겠나. 그래서 제발 오지 말라고 반대 운동을 한거다.”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협상은 5월 말부터 시작됐으며 노조는 세부조항을 포함해 180여 개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대학 미진학 자녀에게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지급 △만 61세로 정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는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지원금의 경우 대학생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학자금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워낙 비상식적인 일인 데다 설사 지급하더라도 추후 해당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회수하기도 곤란하다는 반론이 있다. 노조는 또 △사내하도급 금지, 정규직만 채용 △정당한 조합활동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것 등도 요구해 갈등을 빚었으나 워낙 여론이 좋지 않자 지난달 30일 이를 철회했다. 한편 회사 측은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를 유일 교섭단체로 못 박은 단체협약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는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 현대차 파업에 외국 기업들은 웃는다 김 회장은 구체적으로 노조의 요구안이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에 대해 예상외로 말을 아꼈다. 자칫 희망버스처럼 개별회사 노사 문제에 상의가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협상이 잘 타결돼 현대는 물론이고 지역경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매일 매일의 삶이 불안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파업하는 노조를 보며 불매운동이라고 벌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하자 김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울산 안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조가 국민정서나 회사 경쟁력 같은 것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값이 아주 싼 것도 아니고…. 진짜 국민의 마음이 떠나면 어떻게 하겠느냐. 파업이 길어져 손해가 커지고, 국민의 마음도 떠나고 그러면 누구만 좋아하겠나. 일본 독일 등 경쟁국들이겠지. 그들은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망하기를 바랄 것이다.” ―울산에서● 김철 회장은2012년 3월 울산시내 2000여 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제17대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됐다.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울산상의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71개 상의를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상의로 선정됐다.인터뷰=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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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제언/김상국]원자력발전소 검수기관 분리하자

    최근 원자력 관련 비리 문제가 온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간단하게 원자력을 포기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2012년 기준으로 기름을 사용한 발전단가는 kWh당 253원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는 210.1원이지만 원자력은 약 39.6원이다. 더욱이 원자력은 우리나라 발전량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을 포기하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금방 배 이상으로 인상돼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쉽사리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고 발생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관에 검사를 맡기도록 한 제도적 측면이고, 둘째는 안전 불감증과 이것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부족, 그리고 원자력 산업의 확장과 더불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양질 인력의 부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검수기관을 분리해야 한다. 원자로 격납용기 안에 들어가는 부품은 기계연구소와 같은 국책연구원이 담당하고, 발전과 관련된 2차 계통은 민간도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생산과 인증 그리고 사용기관 간의 인적 이동에 적절한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증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재인식이 필요하다. 원자력 관련 부품에 대한 검증과 인증을 하나의 국가산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국내에서 만든 밸브의 가격은 약 700만 원이지만 외국의 검증을 거치면 판매가가 3500만 원으로 인상된다. 국내에서 필요한 소량의 부품 검증은 비싸지만 외국 기관에 검증료를 내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그리고 그 밖의 나라에 원자로를 수출하게 되면 그 물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는 인증을 하나의 국가적 산업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김상국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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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제언/최계운]초중고 공교육에 대학 강사 활용을

    대한민국 교육에 공교육은 없고 사교육만 살아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부모에게 가장 오싹한 ‘등골 브레이커’(가격이 비싸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제품)가 바로 사교육비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사교육비는 2007년 이후 해마다 20조 원을 넘고 영유아 교육비, 방과후 학교, 어학연수 등을 포함하면 40조 원 가까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제2차 한국 보고서 신성장공식’에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악의 축은 ‘가계 부채’와 ‘교육비’라고 지목했다. 나는 초중고 교육에 10만 명이 넘는 대학 시간강사를 활용하자고 제언한다. 시간강사들의 상당수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 때문에 학원 강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 시간강사들을 초중고 정규과목 특강, 방과후 수업, 대학 내 초중고 특강 등에 투입하면 학생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교육 기회를 주고, 시간강사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주범인 예체능 교육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정부, 대학 등 정책 당국자들의 정책적·제도적 협력이 필요하다. 또 학교 선생님들을 스타 교사로 만들자. 학원의 유명 강사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선생님들을 한 학교에 묶어두지 말고 학교 이동식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업 내용을 인터넷 강의로도 제작해 언제든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사교육이라는 거대하고 답답한 터널에 갇혀 있는 국민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 줄 수 있는 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정책이 시급하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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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ry]신이 빚은 모래언덕-천문대 파크서 여름날 추억을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여행. 하지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각종 풍물이 가득한 곳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저 쉬고 싶은 여행, 마치 동네 어느 변두리에 온 듯한 호젓함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 돗토리(鳥取) 시에 가보자. 돗토리 시는 우리나라 동해와 마주한 돗토리 현에 속한 도시로 인천공항에서 돗토리 현 요나고(米子) 공항까지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돗토리 시의 대표적인 명물은 남북 2.4km, 동서 16km에 걸쳐 뻗어 있는 사구(砂丘·모래가 쌓여 형성된 언덕). 일본 3대 사구 중 하나인 장대한 모래언덕은 흡사 중동의 어느 사막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사구는 인근 주고쿠(中國) 산지의 화강암이 풍화해 강으로 흘러내려온 뒤 해안가에 쌓인 것이다. 가장 높은 언덕은 90m에 이르며 195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연간 180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명물이다. 낙타 타기, 샌드보드,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더 등도 즐길 수 있다. 사구 인근에는 사구의 모래만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모래 미술관’이 있다. 현재 내년 1월까지 모래로 만든 동남아시아의 각종 궁궐과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남아시아편’이 전시되고 있다(입장료는 어른 600엔, 초중고교생은 300엔). 캠핑과 천체 관광을 겸하고 싶다면 ‘단포리장’을 찾는 것도 좋다. 단포리장은 일종의 캠핑 관광지인데 손으로 물고기 잡기, 계곡 산책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캠핑장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식사가 일품. 잡은 물고기 구이와 함께 멧돼지 고기, 애벌레 샐러드 등 다른 일본 여행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특색 있는 요리가 푸짐하게 나온다. 애벌레 샐러드는 약간 큰 번데기를 연상하면 된다. 단포리장 바로 옆에는 천문대인 ‘돗토리 시 사지 아스트로파크’가 있다. 이곳의 특징은 일반 숙박동에도 천체망원경이 설치돼 있다는 점. 예약만 하면 밤새도록 별을 보며 흡사 대학시절 수련모임(MT)을 온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돗토리 지역은 일본에서도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 중의 하나다. 일본 하면 역시 온천과 료칸(旅館)을 빼놓을 수 없다. 돗토리 시내에 위치한 ‘간수이테이 고제니야’는 180년 전통을 자랑하며 원천수를 다시 끓이거나 다른 물을 추가하지 않고 한번 쓰고 버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가격은 1박 2식에 1만650엔부터. 돗토리 시에 간다면 한번쯤 ‘유린소’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약 90년 전에 세워진 근대 일본식 건축물이 주는 아름다움과 정갈한 식단이 일품이다. 특히 정원은 인근 산을 배경으로 봄에는 매화와 영산홍,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단풍, 겨울 설경 등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점심은 1인당 3000엔부터, 저녁은 1만1550엔부터. 돗토리 관광에서 불편한 점은 교통편. 시골지역이다 보니 관광지마다 연계 버스가 적고 지하철도 없다. 이 때문에 시에서는 ‘1000엔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데 1000엔으로 3시간 동안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일본 택시의 기본요금이 약 660엔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돗토리 역내 ‘국제관광객 서포트센터’에서만 표를 구입해 탈 수 있다.돗토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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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보수 최대공약수 찾아, 서로 존중하는 품격운동 펼 것”

    《 흥사단(興士團·영문명 Young Korean Academy)은 1913년 5월 13일 도산 안창호(사진)가 일제강점기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단체다. 창립 당시에는 유석 조병옥(충청도 대표)을 포함해 8도 대표들과 25명의 단우로 시작됐다. 도산은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을 표방하는 건전한 엘리트를 양성해 조국 독립과 국가 발전을 이루려 했다. 흥사단이 이후 100년 동안 단체 명의의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 정치활동을 하지 않은 바탕에는 이러한 도산의 사상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회원들 대부분이 독립운동에 나섰으며 이런 기풍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1970년대 말 전국적으로 회원이 3만여 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1만2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등산 독서 등을 통한 수련활동과 각 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운동, 통일 및 투명사회 운동, 독립유공자 후손 돕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흥사단의 대표적인 사회교육 프로그램인 ‘금요개척자강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강좌로 195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흥사단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도산의 발자취를 찾아서’(6월), ‘나라사랑 국토 순례’(7월), 창작 오페라 ‘선구자, 도산 안창호’ 공연(5월 10∼12일)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 사람이든 단체든 100년을 이어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단체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일정 기간 흥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와 사람이 변하면서 본래의 성질을 잃고 이합집산 때문에 결국 쇠퇴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흥사단(興士團). 1913년 일제강점기 도산 안창호(1878∼1938)가 민족의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창립한 민족운동단체. 그 흥사단이 13일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독립운동과 광복 후 조국근대화,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흥사단 100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와 일치한다. 이에 동아일보는 흥사단 100주년을 맞아 흥사단 출신 사회원로들과 함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가진 대담에는 김재순 전 국회의장(90·흥사단 단우·샘터 창립인), 안기영 전 서울변호사협회장(98·전 흥사단 이사장), 윤병욱 전 흥사단 미주위원부 위원장(현 전국미주한인재단 명예회장), 반재철 흥사단 이사장(64), 양영두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흥사단창립100주년 홍보기획단장)가 참석했다. 대담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샘터사의 김 전 의장 사무실에서 진행됐다.이념 배제… 좌우익 모두 가입할 수 있어 ―흥사단 창립 배경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무엇이었나. (김 전 의장·이하 김) “흥사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직된 항일운동단체인 공립협회(1905년)와 비밀결사조직인 신민회(1907년)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09년 신민회 산하에 청년운동단체인 ‘청년학우회’가 설립됐는데 도산이 1913년 5월 13일 이 단체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흥사단을 창립했다. 도산은 독립운동에 헌신할 지도자를 양성하고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는데 흥사단은 바로 이런 사람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됐다.” ―요즘 세대들은 흥사단을 보수단체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안 전 회장·이하 안) “흥사단은 단체의 이념성, 정치성을 철저히 배제한다. 또 좌우익을 따지지 않고 누가 어떤 성향과 사상을 갖고 있는지도 관계없다. 따라서 과거에도 좌우익이 모두 가입할 수 있었다. 물론 각 개인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어떤 활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체의 이름을 걸고 하지는 못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날개를 달고 있는 몸통이다. 우리는 이런 몸통 같은 사람들을, 그런 사람의 자질을 키우는 단체다.” 실제로 도산은 국가에 필요하다면 점진적 사회주의(페이비어니즘·Fabianism)나 노동조합주의(신디컬리즘·Syndicalism) 등도 우리에게 맞는 부분이 있다면 연구해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군부독재 시절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정치성이 있었던 것 아닌가. (윤 전 위원장·이하 윤) “백범 김구(1876∼1949)를 비롯해 상하이임시정부 시절 간부의 약 70%가 흥사단 출신이었다. 광복 직후 군정 시절 주요 간부들도 유석 조병옥(1894∼1960)처럼 흥사단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나라가 필요로 한 인재의 대부분이 흥사단 출신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인 단체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을 키워낸 결과다. 광복 직후 유석이 ‘흥사단을 정당화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며칠간의 난상토론 끝에 결국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흥사단과 동아일보의 인연이 적지 않다. (김) “도산이 서울에 올 때마다 지금 서울시청 근처의 중앙여관에 자주 머물렀다. 그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 바로 동아일보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1891∼1955)였다. 두 분이 서로 맞절을 하고 나면 인촌이 도산이 앉았던 방석 밑으로 손을 넣었다 뺐다고 한다. 몰래 독립운동자금을 전달한 것이다. 한번은 당시 돈으로 1000원 정도를 줬다고 하는데 소학교 교사 월급이 35원 정도였을 때이니 큰돈이었다. 인촌은 도산이 돌아가시기 전 병원비도 도와주는 절친한 사이였다.” (윤) “도산이 1925년 1월 다섯 번에 걸쳐 동아일보에 ‘국내의 동포에게 드림’이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독일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과 유사한 성격의 글이었다. 동포의 자각과 헌신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 중 마지막 것은 당시 총독부에 의해 전면 삭제됐고 이 때문에 동아일보가 일정 기간 정간을 당했다.”도산의 글 실은 동아일보 정간 당하기도 그의 말이 끝나자 반 이사장이 동아일보 1922년 10월 19일자에 난 흥사단 관련 기사를 꺼내보였다. 상하이에 있는 흥사단 간부가 권총 80여 정와 탄약이 든 상자 15개를 통의부(統義府·1922년 만주에서 조직된 독립운동단체)에 전달했으며, 이들이 무장한 채 조선으로 침입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군부독재 시절 흥사단의 아카데미운동이 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이사장·이하 반) “1961년 5월 16일 군사정권이 수립되면서 헌정 중단과 함께 집회·결사의 자유가 박탈되고 흥사단은 2년 2개월 동안 활동을 정지당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청소년 육성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아카데미운동’이었다. 1963년 활동이 재개되면서 서울 등 각지에 분회를 세우고 이후 20여 년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이때 참여한 학생들이 이후 군부독재 타파, 민중의 자각, 민주화운동의 큰 물줄기가 됐다. 대표적인 사건이 1975년 10월 19일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흥사단아카데미 소속 학생 5명이 ‘김지하 양심선언’을 게재한 유인물을 배포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된 ‘흥사단아카데미사건’이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과거만큼 흥사단 활동이 활발한 것 같지 않다. (반) “가장 아픈 말이다. 정치 이념단체가 아니라 단우(단원)들이 개별적으로 활발한 사회운동을 하다 보니 정권에 의한 부침이 많았다. 자유당과 군부독재 시절에는 정권에 ‘찍혀’ 신입 단우들을 받을 수 없었다. 또 전두환 정권시절에는 ‘불온 서클’로 낙인찍혀 ‘금지단체’가 되기도 했다. 젊은 피가 수혈되고 활동을 이어나갈 기반이 사라진 것이다.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층에서 민족, 사회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양 공동대표·이하 양) “민주화시대를 지나면서 시민운동이 단체별로 전문화 흐름을 보였는데 흥사단은 통일, 교육, 투명사회운동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다 보니 주목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를 지켜보는 심정이 남다를 것 같다. (안·양) “아베 신조 총리 등 극우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일본 국민들에게 일견 시원하게 보이는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100여 년 전 자신들이 걸었던 극우의 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때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며 승승장구했지만 결론은 패망이었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집단은 언제나 끝이 좋지 않다.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하더라도 제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일본의 비이성적인 행태에 분개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명심하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일본은 과거 ‘극우의 길’ 돌아봐야 ―흥사단이 국내에 머물지 말고 국제적인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윤) “옳은 지적이다. 국제적 사회단체인 라이온스클럽, 로타리클럽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이 단체들은 출범부터 민족 개념이 없고 나라와 사회, 이웃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각국에서 단체를 만들 수 있는 평등한 권리가 보장됐고 따라서 국제적인 단체로 비약한 것이다. 물론 흥사단은 일제강점기 독립이라는 지상명제를 갖고 출범했기 때문에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변한 지금 흥사단도 민족이라는 개념을 더 확장해 세계 시민을 키워내고 흥사단 미주지부를 중심으로 세계 속의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10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목표는…. (양) “지금의 한국은 일제강점기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독립운동에 매진한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3개월 이상 옥고를 치르지 않은 분들은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탈락된다. 꼭 생명을 잃고 감옥에 간 분들만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인촌 선생처럼 독립운동자금을 대는 일도 당시로서는 목숨을 건 행동이다. 이런 분들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는 노력을 하겠다.” (반) “우리 사회가 지금 진보 보수로 갈려 갈등이 심하다. 한 가지 정책을 놓고도 서로 보는 시각이 다르니 언제나 싸움만 난다. 좌우익을 따지지 않고 모두의 최대공약수를 찾아 단체를 구성했던 흥사단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흥사단이 특색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광복 전후 극심한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도 흥사단이 그런 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1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흥사단의 4대 정신인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을 바탕으로 범사회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상대방의 장점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품격 향상 운동을 할 계획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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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사진동우회 ‘인간애상’ 우수-장려상

    한국신문사진동우회(회장 박용윤)는 10일 제23회 신문사진 ‘인간애상’ 수상자에 동아일보 사진부 양회성(우수상) 박경모 안철민 기자(장려상) 등 10명을 선정했다. ‘인간애상’은 4·19민주혁명 당시 역사의 현장을 담았던 사진기자들의 모임인 ‘한국신문사진동우회’가 1991년 제정했다. 원로 사진기자들이 제정한 이 상엔 후배 사진기자들이 ‘인간애’ 구현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주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다.}

    • 20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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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Safe 안산?

    북한의 도발 협박 발언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면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전쟁이 날 경우 가장 안전한 곳’에 대한 갑론을박이 화제다. 북한의 핵 공격이나 장사정포 같은 재래무기에 의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어디가 가장 안전하냐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만약 서울에 산다면 영등포구, 전국적으로는 경기 안산시가 가장 안전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유는 이 두 곳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살기 때문. 국내 외국인 거주자(외국인 주민등록기준)는 지난해 기준 140만여 명으로 이 중 중국 국적자가 78만여 명(55.4%)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베트남(16만여 명), 미국(6만8000여 명) 등이다. 설사 북한이 핵 공격을 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외국인, 특히 중국 국적자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을 공격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추측의 배경이다. 북한이 핵이든, 장사정포든 공격을 감행한다면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는 수도권에는 경기 안산시(6만여 명), 서울 영등포구(5만7000여 명), 구로구(4만3000여 명), 경기 수원시(4만여 명) 등 외국인 수십만 명이 살고 있다. 여기에 포격을 가할 경우 북한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곳은 어딜까? 당연히 적 공격의 제1목표가 되는 곳 주변이 가장 위험하다. 군사령부, 군기지 등 핵심시설이 있는 곳이다. 서울의 경우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있는 용산이 해당된다.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를 북한이 공격할 경우 이는 미국과의 전면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데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전쟁 시 대피 장소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우선 대부분이 알듯이 포탄 및 미사일 공격이 발생하면 큰 건물이나 지하철 역사(지상역은 아님) 같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지하철역의 경우 포격으로 입구가 무너져도 다른 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탈출이 용이하다. 문제는 생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졌을 경우다. 생화학무기는 지상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층건물의 옥상 같은 곳이 안전하다. 문제는 포격이든, 생화학공격이든 공격당하는 쪽에서 미리 알고 대피할 수는 없다는 점. 일단 포격을 피해 지하로 대피했는데 생화학공격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족이나 연인끼리 집결 장소를 정해놓는 것이다. 전쟁이 나면 휴대전화는 통화가 어려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안보불감증’에 대한 반박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몇몇 시민들의 생각만을 근거로 안보불감증을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북한의 위협에 호들갑 떨지 않고 차분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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