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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50조 1항과 2항의 내용이다. 다만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53조 1항). 토, 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 주말 휴일근무를 합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40+12+16시간)이다. 중요한 건 이 시간을 넘기면 아무리 수당을 많이 줘도 불법이라는 점이다. 주당 68시간 이상 일을 시킨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보건이나 방송 등 26개 업종은 ‘근로시간 특례 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주당 68시간을 넘어 무제한 일을 시켜도 처벌받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특례 업종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할까.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2004년 7월부터 주 5일제(주 40시간)를 시행했다. 하지만 유권해석을 통해 연장근로를 최대 28시간까지 인정하고 있다. 연장근로 12시간에다 토, 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은 ‘별도’라는 행정해석을 유지 중이다.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한 셈이라 사실상 ‘주 7일 사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이런 해석을 내린 이유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주 5일제 시행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주 5일제가 정착된 이후에도 정부가 해석을 바꾸지 않으면서 연장근무 수당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랐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기본급은 적고 수당이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도 긴 근로시간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에선 스스로 야근을 자청하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정부는 근속연수가 아니라 직무에 따라 임금을 달리 주는 직무급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가 심해 정착되지 않고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50조 1항과 2항의 내용이다. 다만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53조 1항). 토·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 주말 휴일근무를 합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40+12+16시간)이다. 중요한 건 이 시간을 넘기면 아무리 수당을 많이 줘도 불법이라는 점이다. 주당 68시간 이상 일을 시킨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보건이나 방송 등 26개 업종은 ‘근로시간 특례 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주당 68시간을 넘어 무제한 일을 시켜도 처벌받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특례 업종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2회 ‘저녁이 없는 삶’ 웹툰은 ‘아만자’로 이름을 알린 김보통 작가가 야근에 치여 사는 회사원 강석제 씨(가명)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직장인들이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동아일보는 매회 기사와 웹툰을 결합하는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넌 그래도 연봉이 많잖아. 돈 많이 벌면 그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야!” 평일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한다는 건 ‘사치’나 다름없다. 몇 개월 만에 누리는 황금 같은 이 시간을 이놈들과 보내는 게 아니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에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닌 핀잔이었다. ‘니들도 매일 야근해 봐라.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고 빽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맥주와 함께 도로 삼켰다. 강석제(가명·33) 씨는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8년차 직장인이다. 출근은 남들처럼 오전 9시다. 그럼 퇴근시간은? 잘 모른다. 정시 퇴근을 바라는 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만큼 허황된 일인지 모른다. 오후 6시가 되면 팀은 바로 2라운드 업무에 들어간다. “저녁 먹고 일하자”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래봤자 퇴근시간만 늦어진다. 연애 초기 “언제 퇴근하느냐”는 여자친구의 재촉이 짜증났다. 지금은 그런 문자메시지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 평일에 여자친구는 알아서 연락을 끊는다. 가족들은 의례 “석제는 일찍 못 온다”며 가족행사에 부르지 않는다. 입사 초기에는 출근과 함께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이제는 그런 쓸 데 없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오후가 되면 우리 팀장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업무 요청이 쏟아진다. 일의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된다. 일의 우선순위는 단 하나다. 닦달하는 상사가 맡긴 일부터 해야 한다. 사실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남아 있는 날들이 적지 않다. 이를 ‘페이스 타임’이라고 부른다. 상사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자리를 지킨다는 얘기다. 팀장이 퇴근하면 경쟁자인 동료들끼리 페이스 타임을 보내기도 한다. “어제 강 대리가 제일 늦게까지 일했다”는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 그렇다고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하진 않는다. 신청 시스템은 있지만 신청하는 순간 ‘가장 성실한 직원’에서 곧바로 ‘가장 무능한 직원’으로의 추락을 각오해야 한다. 아마도 팀장은 초과근무수당 결재를 올리면 “근무시간에 뭐하고 왜 야근을 하느냐”고 핀잔할 게 뻔하다. 수당 없는 야근에 지친 동료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사내에선 “이직할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서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회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나갈 사람보다 들어오려는 사람이 더 많아서다. 강 씨의 저녁은 그렇게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다를 게 없다. 김연수(가명·35) 씨는 3년 전 공기업을 다니다 외국계 기업으로 옮겼다. 연봉이 1.5배 오른다며 주위에 한 턱 쏘기도 했다. 하지만 이직 이후 환하게 웃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3년 만에 미간엔 ‘내 천(川)’자가 새겨졌다. 지난 주말은 한 시간 내내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발주한 고객사의 전화였다. 평일 저녁이건, 주말이건 고객사의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 김 씨는 “고객이 요구한 사안을 고객이 요구한 시간에 ‘배달’하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고객사가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는 날엔 비상이 걸린다. 미리 식성을 파악해 맞춤형 식당을 예약해야 하고, 2차 노래방 동선까지 미리 확인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하루도 쉬지 않고 50일 연속 근무를 한 적도 있다”며 “비공식 세계 신기록이 아닐까 싶다”고 자조섞인 웃음을 지었다. “외국인들이 서울 야경을 보고 예쁘다고 하잖아요. 그걸 우리 같은 근로자들이 야근하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참 씁쓸하더군요.” 강승현기자 byhuman@donga.com유성열기자 ryu@donga.com}

《국내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75.6%)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본다.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로 일주일에 10시간을 더 일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직장인 2402명을 조사한 결과(2016년 기준)다. 화장품 회사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3년차 직장인 장연주(가명·26) 씨는 하루 최대 300개가량의 업무 카톡을 받는다고 했다. 장 씨가 취재팀에 밝힌 ‘카톡과의 하루’를 재구성했다.》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워라밸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1회 ‘카톡지옥’은 웹툰 ‘여탕 보고서’로 유명한 마일로 작가가 회사원 장연주(가명) 씨의 사연을 듣고 그렸다.오후 11시 야근을 마치고 좀비처럼 집에 들어왔다. 샤워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긴 건 다름 아닌 스마트폰. 회사에서 카톡이 올까 싶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카톡! 카톡!” 세면대 위 스마트폰이 날 애타게 찾는다. 스마트폰에 왜 방수 기능이 있는지 한국 직장인들은 잘 안다. 샤워기를 끄고 젖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이게 웬일인가. 아무것도 온 게 없다. ‘아,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누군가는 이를 ‘유령 울림’ ‘디지털 이명(耳鳴)’이라고 했다. 퀭한 눈으로 세면대 거울 속 나를 본다. 막 잠이 든 밤 12시 반. 카톡 알림이 고요한 방을 뒤흔든다. 설마 이번에도 환청? 스마트폰 화면에 ‘팀장님’이란 글자가 보인다. ‘내일 상무께 보고드릴 자료 준비는 잘됐지?’ 긴 한숨과 함께 ‘넵, 준비됐습니다’라고 답 메시지를 보낸다. 회사원 사이에선 ‘넵병’이라고 부른다. 상사의 카톡에 기계적으로 ‘넵’이라고 답을 보내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넵이라고 다 같은 넵이 아니다. ‘넹’은 대답은 하지만 일은 이따 하겠다는 의미다. ‘네…’는 내키지 않지만 알았다는 뜻. 넵 옆에 느낌표를 붙이면(넵!) 지금 바로 하겠다는 얘기다. ‘앗! 네!’는 내가 일을 실수했다는 뜻이다. ‘심야 카톡’에 잠이 달아났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켠다. ‘○○매장 수량 및 제품 보고’ 문서를 열어 빠뜨린 게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이제는 무뎌져 화도 나지 않는다. 오전 8시 출근 중 어김없이 단톡방(단체 카톡방)에 매출 보고서와 팀장의 지시가 올라온다. 이어지는 카톡의 향연…. ‘네’ ‘넵 알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지옥철’에서 누군가 대답이 늦으면 이번엔 팀장 없는 단톡방이 울린다. ‘○○ 씨 대답하라’는 과장의 성화가 이어진다. 현재 회사 단톡방만 8개다. ‘팀장 없음’ ‘팀장·과장 없음’ 등 단톡방 이름도 참 다양하다. 업무 관련 카톡은 하루 평균 300여 개. 업무 지시 외에 상사들의 농담까지 합하면 400개가 넘는다.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카톡’이 끊이지 않다 보니 소위 ‘안읽씹’(안 읽고 카톡을 씹는 일)이 불가능한 구조다. 10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숫자 9가 사라지지 않으면 팀장이 바로 묻는다. “누가 확인 안 했니?” 오후에 매장 4곳을 둘러보기 위해 외근을 나간다. ‘지금 어디 매장이니?’라는 팀장의 카톡이 온다. 1분 안에 ‘답톡’을 하지 않으면 또 온다. 지난주엔 5분 늦게 확인했더니 ‘외근한다면서 수면카페에서 자고 있는 것 아니냐’ ‘외근할수록 안(회사)과 소통이 잘돼야 한다’는 ‘잔소리 카톡’이 쏟아졌다. 업무 특성상 매장에서 바로 퇴근할 때가 많다. 이때마다 뒷골이 땅긴다. 단톡방에 ‘퇴근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남겨야 하는데, 늘 독립운동 하듯 용기가 필요하다. 오후 8시 반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전송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이때부터 ‘갠톡’(개인 카톡)이 울린다. 오전 11시에 보고한 제품 수량 자료를 이제야 확인한 팀장이 꼬치꼬치 묻기 시작한다. 야심한 밤에 회사 카톡이 오면 급히 스마트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꿀 때가 있다. 카톡 내용을 확인하면서도 읽지 않은 상태로 숫자를 남겨둘 수 있어서다. 읽은 게 확인되는 순간 추가 카톡이 날아오는 걸 방지하는 ‘꿀팁’이다. 하지만 오늘 밤 날아든 카톡 내용을 확인한 뒤 ‘비행기 탑승 모드’를 바로 껐다. ‘연주 씨, 내일 오전까지 PPT(파워포인트) 준비해줘’라는 팀장의 카톡에 ‘넵!’이라는 답톡을 남기지 않을 수 없어서다. ▼ “나도 상무님 카톡에…” 김부장의 항변 ▼“샐러리맨 처지에 피할수 없는 일”“전화대신 카톡… 일종의 배려” 반론도 퇴근 후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업무 카톡(카카오톡)에 스트레스를 넘어 분노하는 젊은 직장인이 많다. 그렇다고 “왜 팀장님은 굳이 퇴근 후 카톡을 보내세요”라고 따질 수 있는 ‘간 큰’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들을 대신해 주요 대기업 부장들에게 퇴근 이후 업무 카톡을 날리는 이유를 물었다. A기업 부장은 “누군들 하고 싶어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팀원들은 팀장에게 카톡 받죠? 부장은 상무에게 받아요. 상무는 전무, 전무는 부사장에게 받겠죠. 상사도 다 같은 월급쟁이예요. 회사를 다니는 한 어쩔 수 없는 거죠.” 오히려 직원들을 위한 ‘배려’라는 반론도 나왔다. B기업 부장은 “부장 목소리 듣기 싫다고 하니까 전화 대신 카톡 하는 거예요. 그럼 차라리 전화할까요?”라고 했다. C기업 부장은 “밤에 카톡으로 ‘내일 오전 중 ○○ 자료를 준비해 달라’는 메시지를 종종 보낸다”며 “미리 알려줘야 업무에 차질이 없다. 과음을 하거나 늦잠을 자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퇴근 후 업무 카톡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근 후 카톡 금지’ 법안을 발의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우리도 긴급한 일이 있거나 일이 많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밤 11, 12시에 업무 카톡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유사한 법안을 낸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대안으로 업무 카톡을 보고 일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수당을 더 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 연구소장은 “법으로 금지해봤자 지켜지기 어렵다”며 “노사가 소통을 통해 퇴근 후 워라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사내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동잡학사전 : ‘연결되지 않을 권리’퇴근하면 업무에서 해방…佛 작년 노동법에 첫 명시 퇴근 후 회사나 상사의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주목받는 노동기본권이다. 프랑스가 지난해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노동법에 반영해 시행했다. 퇴근 후 연락이 필요한 사업장은 노사 합의로 방법을 정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2016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지난해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퇴근 후 카톡(카카오톡) 금지법’을 발의했다. 다만 입법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현행법 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조만간 그 방법을 공개할 예정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윤종 zozo@donga.com·서동일 기자·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해결해 드립니다!’ 29일 오후 1시 반 서울 노원구 노원역 사거리 앞. 노란색 버스 앞에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직원 20여 명은 이런 문구가 적힌 파란색 띠를 매고 안내문을 나눠줬다. 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후 2시경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김 장관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러 온 사업주들에게 직접 신청 방법을 자세히 안내했다. 김 장관이 “굉장히 간단하죠?”라고 한 방문자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이날 ‘일자리안정자금, 찾아가는 현장접수처’ 개소식을 열었다. 현장접수처는 오프라인 접수처(지방고용노동관서나 근로복지공단 지사 등)를 방문할 여유가 없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KB국민은행의 이동 점포 6대를 빌려 마련했다. 소상공인이 밀집한 수도권과 부산 경남 등 전국 6개 권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시급 7530원)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는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월 보수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근로자 한 명당 월 13만 원을 지원한다. 고용부가 ‘버스 접수’라는 고육지책을 마련한 것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건수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해서다. 고용부는 1월까지 236만 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6일까지 집계한 결과 사업자 수 기준으로는 9513명, 근로자 수로는 2만2845명이 신청해 고작 1%에 불과했다. 월급날이 몰려 있는 25일 전후로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는 고용부의 예상도 빗나갔다. 고용주들이 직원들을 4대 보험에 의무 가입해 주는 데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운영한 노원 현장접수처에는 75명이 방문해 이 중 30명이 일자리안정자금을 직접 신청했다. 김 장관은 버스에서 나와 주변 가게를 돌며 “현장접수처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김 장관은 한 음식점에 들어가 “주민센터에서도 신청을 받고 있다. 종업원 수가 30명 미만이면 1인당 13만 원씩 지원한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여성 업주는 “우리는 직영사업장이라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직영도 다 해당된다. 이를 모르고 신청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꼼꼼히 읽어보시라”며 안내문을 건네자 이 업주는 “알았다”고 했다.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업주도 있었다. 직원 4명을 고용한 두피관리실 사장 정송은 씨(42·여)는 이날 버스를 방문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했다. 그는 “직원 소개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알게 됐다”며 “최저임금이 오른 것 자체는 부담이 되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직원들 월급을 더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중소·영세업체는 1월 임금을 2월 이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며 “나중에 신청해도 1월분부터 소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월 중순 이후 신청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예상이 어긋나자 신청 급증 예상 시점을 미룬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청만 기다릴 게 아니라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아닌 월급 190만 원 이상인 서비스업종 근로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유성열 기자}

지난해 국내 연간 실업자(102만8000명)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은 가운데 실업급여 지급 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이 같이 인상돼 지급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보다 3384억 원 늘어난 5조224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취업촉진수당까지 합한 총 지출액은 5조2390억 원이었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약 127만2000명으로 1인당 약 412만 원을 받아간 셈이다. 전년(127만8000명)보다 수급자는 약 6000명 줄었지만 1인당 지급액은 약 29만 원 증가했다. 실업급여 수급 인원이 감소했음에도 총 지급액이 증가한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90%)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시급은 2016년 6030원, 지난해 6470원, 올해는 7530원으로 인상됐고 같은 기간 실업급여 1일 하한액도 4만3416원에서 5만4216원으로 인상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수급자의 절반 정도가 하한액을 받고 있어 하한액이 오르면 지급총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로 설정돼 있어 최저임금이 오르면 같이 오르게 된다. 특히 올해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실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하고, 현재 최대 8개월인 지급 기간도 최대 9개월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3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실업급여 예산은 지난해보다 15.4% 늘어난 6조1572억 원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내는 고용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따라 연간 2조 원 이상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로자는 1인당 연간 4만1000원, 사업주는 42만8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다만 올해는 노사 부담을 고려해 고용보험료율을 지난해(1.3%)와 동일하게 정했고, 내년(1.6%)부터 0.3%포인트 인상할 방침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는 건 8년 2개월 만이다. 민노총은 25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김명환 위원장 등 새 집행부와 산별노조 대표, 지역본부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참석을 결정했다. 민노총의 노사정 대표자 회의 참석은 2009년 11월 당시 복수노조와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 시행을 놓고 열린 6자 대표자 회의가 마지막이다. 이에 따라 민노총이 노사정 대화 복귀 조건으로 요구해온 노사정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대화 재개와 노사정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대표자 회의를 열자고 11일 제안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실무 협의 채널을 26일부터 바로 가동해 일정과 장소를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의 개최일은 이달 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옥구슬 씨(24·여)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기업인 ‘플렉스피트’라는 모자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다. 이 회사는 미국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정부가 지원하는 ‘글로벌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의 한 패션회사에서 8주간 인턴과정을 거친 옥 씨는 조병태 플렉스피트 회장이 직접 주관한 면접을 거쳐 당당히 선발됐다. 옥 씨는 “어릴 적부터 의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꿈이었다”며 “해외 패션회사에서 경력을 착실히 쌓은 뒤 해외취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기 씨(29)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왕립부 산하 국립병원에서 일하는 ‘남자 간호사’다. 그는 과거 국내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간호사 1명당 3, 4명을 돌봐야 하는 등 일이 고됐다. 그러던 중 ‘K-MOVE 스쿨’(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중동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 김 씨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이 내게 영양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으로 해외에 취업한 청년이 연간 50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4일 “2017년 통계를 집계 중인데, 5000명 초과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2014년 1679명에 불과했던 청년 해외 취업자가 3년 만에 세 배로 증가한 셈이다. 고용부가 최근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 13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근무환경(63.8%) △외국어 능력 향상(58.2%) △경력 개발(53.2%·복수 응답) 순이었다. 해외에서 일하다가 귀국한 청년 중 88.5%는 ‘다시 기회가 생기면 해외로 재취업하고 싶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옥 씨(대상)와 김 씨(최우수상)처럼 해외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경험담을 담은 수기집을 최근 발간했다. 수기집에는 고용부의 해외취업 수기 공모전에 당선된 18명의 글이 담겨 있다. 해외취업 종합 사이트인 ‘월드잡플러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K-MOVE 스쿨을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한 청년 1인당 최대 800만 원의 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다. 김덕호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청년 10명 중 9명 정도는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지만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취업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수기집을 많이 발간해 정부가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근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올해 시급 7530원)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의 이름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대출 제한 등)를 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용부는 “위반 사업주 모두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인민재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고용부의 해명대로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용부가 처음부터 정밀하게 대응했다면 논란을 키우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실명 공개 논란의 진실을 ‘팩트체크’했다.○ 공개 대상은 위반 사업주의 5% 안팎 고용부는 15일 임금체불 사업주 198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도 함께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8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같은 계획을 내놓았다. 당시 고용부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공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에선 명단 공개 대상을 기준일(명단 공개일) 이전 3년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업주로 한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정부는 일단 시정명령을 내린다. 최저임금보다 적게 준 임금을 근로자에게 주라는 행정명령이다. 사업주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만약 사업주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고용부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 사업주를 입건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이때 최저임금 위반 행위가 고의적이고 악질적이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고의적이고 죄질이 나쁘다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고용부 의견을 참고한다. 검찰의 자체 판단에 따라 기소를 유예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만약 검찰이 고용부와 같은 판단으로 사업주를 기소하고,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그때야 비로소 명단 공개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모든 사업주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업주는 매우 죄질이 나쁜 경우”라며 “악질범만 공개한다는 것이지, 위반 사업주를 모두 공개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사람은 1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 중 유죄가 확정된 사업주는 512명이다. 결국 한 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중 5% 정도가 명단 공개 대상인 셈이다.○ 최저임금 위반은 임금 체불보다 더 나쁘다? 임금체불 사범의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상 명단 공개일 이전 3년간 2회 이상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1년 체불액이 3000만 원 이상인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한다. 2회 이상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체불액이 2000만 원이면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 신용 제재는 2회 이상 유죄 확정 판결에 1년 체불액이 2000만 원 이상이면 가해진다.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돼도 체불액이 1000만 원이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최저임금 위반 사범은 1번만 유죄 판결이 확정돼도 명단 공개 대상이 된다. 체불액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극단적으로 1만 원을 체불했다고 하더라도 고의적이고 죄질이 나빠 벌금형을 받았다면 이름이 공개될 수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 위반 사범의 명단 공개 기준이 임금체불 사범보다 훨씬 엄격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용 제재는 임금체불과 같이 2회 이상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업주에게만 적용되지만 이 역시 체불액에 대한 규정이 개정안에 없다. 경영계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체불액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익은 대책으로 논란 키운 고용부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시달리는 고용부는 사면초가 신세다. 최소한의 악질사범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용부가 원래 위반 사업주 명단을 전부 공개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고용부는 처음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렇다고 고용부가 논란을 키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최종 정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고용부의 한 관료는 “일자리 로드맵에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제재 방안이) 이미 포함돼 있어 다소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논란이 커질 게 뻔한 정책을 명확한 방향도 없이 설익은 상태에서 내놓은 고용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가뜩이나 최저임금 때문에 온 사회가 난리인데, 고용부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서둘러 마련해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또 실패했다. 2013년 논의를 시작한 이후 6년째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외면하고 노동계와 산업계의 눈치만 보느라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환노위는 19일 열기로 했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2월로 연기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 의견 조율이 안 됐다는 이유로 전격 취소했다. 핵심 쟁점은 휴일수당 할증률이다. 노동계는 200%, 경영계는 150%를 고수하고 여당은 노동계, 야당은 경영계의 눈치만 보고 있다. 국회가 차일피일 이 문제를 미루는 사이 대법원은 18일 공개변론을 열었고, 3월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2008년 9월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규정한 정부 지침은 위법하고, 휴일수당은 200%를 줘야 한다”며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환경미화원들이 1, 2심에서 모두 승소하자 국회는 2013년 뒤늦게 논의에 착수했다. 2014년 4월 환노위 내에 양대 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 소위를 만들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듬해 노사정위원회가 나섰고, 같은 해 9월 근로시간 단축안을 담은 노사정 대타협까지 이뤄냈다. 그러나 정부의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방법을 담은 정부 지침) 시행에 반발해 한국노총이 2016년 1월 대타협을 파기하고, 이후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근로시간 단축을 최우선 과제에 포함시키고 이 문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여야 3당 간사가 합의안(단계적 시행, 휴일수당은 150%)까지 도출했지만, 여당 내 강경파와 정의당의 반대로 또 처리에 실패했다. 법 개정이 아닌 대법원 판결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2013년 통상임금 판결 때처럼 큰 파장과 혼란이 예상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최저임금(7530원) 인상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요건을 더 완화한다. 근로자 1인당 월급 총액이 190만 원 이상인 서비스업 사업장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기본급 외 수당을 비과세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용부의 방침대로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있던 서비스업종에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월급이 190만 원 미만인 근로자에 한해 1인당 월 최대 13만 원까지 지원한다. 여기서 ‘월급’에는 과세소득만 포함되고 비과세소득은 제외된다. 예를 들어 기본급이 최저임금(157만3770원)이고 연장근로수당이 40만 원이면 전체 월급(197만3770원)은 190만 원을 넘는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생산직(기본급 180만 원 이하)의 수당은 비과세로 인정하지만 서비스업의 수당은 세금을 매긴다. 이 때문에 생산직은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 190만 원을 넘어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서비스업종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서비스업종은 정작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의 사각지대였다. 정부는 서비스업 근로자의 수당도 비과세하는 내용을 담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음식점 종업원, 청소원, 경비원 등을 다수 고용한 서비스업 사업주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시기, 방법, 조건 등과 관계없이 자주 보자. 그래야 서로 신뢰가 생기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신년사에서 일자리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이 민노총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그간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했던 민노총 역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 가능성을 내비치며 화답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공언해온 사회적 대화와 노사정 대타협 가능성이 커졌다.○ 민노총, 대화 참여와 청구서를 동시에 민노총 위원장이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0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영훈 전 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에는 국제노동총연맹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7년 만에 성사된 대통령과 민노총 위원장의 만남은 회동 자체가 노사정 대화의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민노총은 이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제안한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 참석 가능성을 밝히며 기존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민노총은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동시에 요구 사항도 전달했다. 구속 중인 한상균 전 위원장 석방 및 사면이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새해 임기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이·취임식 이야기를 하며 “한 전 위원장이 현재 상태에 있는데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조속한 시간 안에 해결되려면 결과적으로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돼야 수월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기에 민노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와 연관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근로시간 단축 개악 반대,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 인정 등을 문서로 정리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또 그동안 제기하지 않았던 △노사분규 사업장 문제 해결 △공공부문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 등을 새롭게 요구했다. 대화는 부드럽게 했지만 ‘촛불 청구서’만큼은 일목요연하고 확실하게 전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민노총이 강경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노사정 대화에 진정성과 열의를 가진 만큼 민노총도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화합 뜻하는 ‘삼합’ 준비한 靑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한노총, 오후에는 민노총 지도부를 연이어 만났다. 노동 문제를 포함한 일자리 대책이 청와대가 생각하는 집권 2년 차 핵심 정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노사정위원장 및 노동부 장관을 노동계 출신으로 임명한 것은 노동계와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노사정 대화와 이어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임금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 등의 개혁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한노총 지도부의 오찬에 삼곡 영양밥, 삼색 야채된장국, 삼합을 준비했다. “노사정 삼(三)자의 화합을 상징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양대 노총도 각각 선물을 준비했다. 한노총은 꽃다발과 한노총이 제작한 벽시계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민노총은 1970년 노동법 준수를 주장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일기 표구본을 전달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성열 기자}

주말에 일을 했다면 휴일근로 수당만 받아야 할까, 아니면 주중 평일에 일을 더 할 때 받는 연장근로 수당까지 받아야 할까.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 35명은 이 문제를 가지고 10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화원들은 2006∼2008년 매주 평일 5일 동안 하루 8시간씩 40시간을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4시간씩 8시간을 일했다. 성남시는 미화원들의 주말 근무 보수를 책정하면서 휴일근로 수당만 50% 가산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했다. 그러자 미화원들은 “휴일근로 수당에다 연장근로 수당까지 50% 가산해 통상임금의 2배를 달라”며 2008년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은 미화원의 손을 들어줬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로 열린 공개변론에서 양측은 근로기준법상 1주일이 주말까지 포함된 것인지, 휴일근무도 연장근로인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의 결론이 미칠 사회적 경제적 영향도 쟁점이었다. ○ “1.5배냐, 2배냐” 열띤 공방 주심인 김신 대법관(61·사법연수원 12기)은 “보통 사람들은 1주일을 7일이라고 생각하지 휴일을 제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측의 입장을 물었다. 성남시 측은 “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근무일은 유급휴일을 제외한 근무일”이라고 답변했다. 1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미화원 측은 “1주일은 7일이고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성남시와 정부의 행정해석은 최대 근로시간이 ‘평일(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12시간)+토·일요일(16시간)’로 68시간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간 근로시간은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또 12시간 안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 연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휴일 근무가 연장근로라면 중복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팽팽히 맞섰다. 미화원 측은 “주당 40시간을 초과한 주말 근무는 휴일근로이자 연장근로이므로 50%씩 가산해 통상임금의 2배를 받아야 한다.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는 목적과 보상 사유가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남시 측은 “법을 만들 때 연장근로와 별도로 휴일근로라는 개념을 만든 것처럼 이 둘을 동시에 적용할 수 없어 중복 가산을 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노동계-산업계 시각차 한국노총은 공개변론에 대한 입장을 내고 “연장근로 수당이 장시간 과로에 대한 보상이라면, 휴일근로 수당은 충분한 휴식 없이 노동력을 소진한 데 대한 보상이면서 여가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것에 따른 보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산업계는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중복 가산을 하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여파 등으로 인해 인건비 상승을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안산에 있는 한 도금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여파로 휘청하고 있는데 연장근로 수당까지 더 줘야 한다면 문 닫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대법원이 휴일 근무에 대해 중복 할증을 인정하면 모든 기업이 준비 없이 근로시간 단축에 내몰리게 된다. 범법자로 만드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공개변론이 열린 대법원 대법정에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방청객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통진당 해산 이후 대외 활동을 자제해 온 이 전 대표는 변론 내용을 메모하면서 재판에 관심을 보였다. 대법원은 변론 결과를 토대로 심리에 착수해 2, 3개월 뒤에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현수·유성열 기자}
행정조교나 연구보조 등 대학원생만으로 구성된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설립됐다. 이들은 대학원생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물론이고 교수의 ‘갑질’ 등 인권 침해 문제를 적극 제기할 계획이어서 대학 사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대학원생노조)은 지난해 12월 23일 설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고 17일 밝혔다. 대학원생노조는 △자유롭고 평등한 학생-교수 관계 확립 △구성원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대학행정시스템 구축 △대학원생들의 노동권 보장 등을 규약에 담았다. 대학원생노조는 수도권 및 지방 대학을 돌며 조합원을 모집한 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 신고증을 제출할 예정이다. 설립신고증이 발부되면 정식 노조로 인정받게 된다. 양대 노총에도 가입할 수 있다. 대학원생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서울지역 6개 대학이 참여했다”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 조합원 수와 참여 대학은 당분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교들의 노동권 인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한태식(보광스님) 동국대 총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다. 이에 앞서 2016년 12월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조교 458명을 대표해 한 총장을 서울노동청에 고발했다. 조교들이 사실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데도 학교 측이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서울노동청은 지난해 12월 “조교가 대학원생 신분이더라도 교직원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대학 측의 지휘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 연차수당과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학 총장이 조교의 노동권과 관련해 노동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한 총장이 처음이다. 고용부 결정에 이어 대학원생노조가 설립되면서 각 대학은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대학원생노조가 고용부로부터 설립 신고증을 받게 되면 임금협상과 단체교섭은 물론이고 파업도 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설립 신고가 정식으로 들어오면 노조 설립 요건을 갖췄는지 엄격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동국대 조교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만큼 대학원생노조에게 신고증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노사정 대화는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아야 성공합니다.” 지난해 12월 15일 취임한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 이사장(59)은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 중인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의 산증인 중 한 명이다. 2015년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동참해 이른바 ‘9·15 대타협’을 이뤄냈지만, 이후 정부의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방법을 담은 지침) 시행에 반발해 4개월 만에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김 이사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산인공 남부지사에서 가진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2015년 당시)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사사건건 개입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의 자율권이 없다 보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노사정 대표를 믿고 협상 자율권을 대폭 줘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11일 6자 대표회의를 제안하며 “위원 구성과 의제, 운영 방식, 명칭 변경 등 그 어떤 개편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의 노사정위는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노사정위라는 이름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돼버렸다”며 “명칭과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월 한국노총 위원장 임기가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어 산인공 이사장에 임명돼 ‘노동계 낙하산’ 논란을 불러왔다. 그는 “32년간 노동운동을 하면서 나도 낙하산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며 비판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320개 공공기관장 중 노동계 출신은 극소수”라며 “관료나 교수 출신보다 현장을 훨씬 잘 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단체와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로 산인공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4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중국에 이어 2위에 그치며 6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김 이사장은 “중국이 국가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기술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표선수 선발 시기를 앞당기고 참가 직종을 50개까지 늘려 2019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꼭 우승을 되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9년까지 중소기업 직업훈련 지원센터 28곳을 설치해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훈련참여율을 대기업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화학공장은 이달부터 밤에는 공장을 돌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정규직 50명이 야간작업을 했지만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16.4% 급등하면서 공장을 풀가동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인건비가 싼 베트남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중이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외 이전에 더 속도가 붙게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일손이 필요하면 외국인을 부르지 한국인은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작된 고용 한파가 아파트 경비원, 식당 주인 등 자영업계뿐만 아니라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 보고 있는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가 야간 영업을 대폭 축소하는가 하면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이 요양사를 고용하는 시간까지 줄이면서 복지의 사각지대도 생겨나는 분위기다. 이는 동아일보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보름 동안 서울 경기 충북 일대 자영업계와 중소기업계가 겪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현장 취재한 결과다. 비정규직들이 대량 해고에 직면한 것과 더불어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잘 모르는 외국으로 진출하면서 근로자의 고용 불안과 기업가의 사업 리스크가 함께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해소한다면서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11일 기준 이 자금을 신청한 사업주는 1200여 명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사업체는 100만 개에 이르는데 실제 이 자금에 매력을 느끼는 사업주는 전체의 0.12%에 그친 셈이다. 소상공인들은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 때문에 ‘그림의 떡’에 불과한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최저임금 위반으로 3년 동안 한 번이라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벌주기식’으로 최저임금 대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소상공인 업계는 계도 기간도 없이 처벌부터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고통을 분담하자는 최저임금 합의의 정신을 외면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문턱을 낮추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을 달리 적용했다면 지금보다는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유성열·변종국 기자}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4개월 넘게 이어진 파리바게뜨 사태가 극적 타결됐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양대 노총 제빵기사 노조는 11일 오후 노사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가맹점주와 본사가 참여하는 상생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새로 출범하는 상생법인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51%의 지분을 보유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한다. 이날 합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정의당, 참여연대, 파리바게뜨 본사, 가맹점주협의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산업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 5309명을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본사가 직접고용을 하라고 시정 지시를 내렸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직접고용의 대안으로 본사와 가맹점주,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합작법인 출범을 추진해왔다. 양대 노조가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양대 노총 간에도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11일 노사 합의 내용에 따라 지난해 출범한 3자(본사, 협력업체, 가맹점주) 합작회사인 ‘해피파트너즈’의 사명은 변경되고 기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도 모두 새로 쓴다. 노조 요구에 따라 협력업체는 등기이사나 주주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대표이사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파리바게뜨 본사 임원이 맡기로 했다. 상생법인이 파리파게뜨 본사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됨에 따라 제빵기사들의 고용안정은 높아지고 처우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사는 제빵기사의 급여를 평균 16.4% 인상하고 건강검진 등 복리후생도 본사 정규직 직원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한 달에 6일이던 휴일은 8일로 늘어난다. 휴일 대체인력 500명도 추가 채용한다. 지난해 민주노총이 파리바게뜨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은 취하하고 소송비용은 본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상생법인 운영방식에 대한 노사 간 큰 틀이 합의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당장 새로운 합의에 따라 합작법인에서 빠진 협력업체 달래기가 시급한 과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아직 완전한 합의를 보진 못했지만 적절한 보상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상생법인의 운영방식과 비용부담에 대한 가맹점주와의 협의도 풀어야 할 숙제다.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는 “이번 일로 제빵기사들을 비롯해 가맹점주와 협력사 등 관계자들께 심려를 끼쳐 깊은 책임을 느낀다”면서 “어려움 속에서 큰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만큼 앞으로 노사 화합과 상생을 적극 실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번 노사합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파리바게뜨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직접고용 명령 대상이었던 5309명 가운데 직접고용 포기 동의서를 제출한 3682명을 제외한 1627명에 대해 1인당 1000만 원씩 모두 162억7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유성열 기자}

최저임금 인상(시급 7530원)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 일자리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물론이고 중소 제조업체들도 인건비에 부담을 느껴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의 고용보험 가입자(피보험자)는 251만8000명으로 2016년 12월(252만4000명)보다 6000명 줄었다. 중소 제조업체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지난해 8월(300명 감소) 첫 감소 이후 5개월 연속 줄고 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3년 12월 현 방식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통계 산출 방식이 달랐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현상이라고 고용부는 진단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취업자 수를 의미하며 이는 곧 일자리 수와 같다. 특정 업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곧 그 업종의 일자리 개수인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조선업 구조조정의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의 경우 조선업만 제외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중소 제조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고용 조정에 나선 것이 통계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서비스업에 이어 제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300인 이상(대기업) 제조업체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106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만1000명이나 증가했다. 최저임금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대기업은 오히려 고용을 늘린 반면, 인건비 인상 공포로 느낀 중소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고용을 줄이며 ‘고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소상공인과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음식·주점업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이 대거 줄어든 상태다. 음식·주점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보다 4만3900명 늘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만54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년 사이 증가폭이 2만 명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1월 월급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고 일자리 안정자금도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영향을 진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의 상관관계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재개와 노사정위 개편을 위한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를 제안했다. 문 위원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를 24일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6자 대표는 문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다. 한국노총과 경총, 대한상의는 문 위원장의 제안을 환영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우리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6자 회의에 참여할 상황이 아니다.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는 추후에 밝히겠다”라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