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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 증가율이 1950년 이후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다고 유엔이 1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세계 인구의 날’인 이날 유엔이 공개한 ‘세계 인구 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20년에 전년 대비 0.92%, 지난해에는 0.82%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78억7000만 명이던 세계 인구는 11월 80억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2050년 97억 명에 이어 2080년대 104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 2100년까지 100억 명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내년부터는 중국이 아니라 인도가 세계 인구 1위가 된다고 유엔은 밝혔다.○ 유럽 인구 2차대전 후 최대 폭 감소세계 인구는 늘고 있지만 선진국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돼 왔다. 세계 인구 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61개국 인구가 최소 1%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 인구는 2020년 74만4000명, 2021년 140만 명이 줄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 감소 폭이 2년 연속으로 가장 컸다. 유럽 인구는 2100년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인구 감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망률 증가와 이주민 유입 감소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수십 년째 지속된 낮은 출산율도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2.1명 이하인 지역에 살고 있다. 합계출산율 2.1은 평균적으로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세계 인구 60% 이상이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진행 중이거나 우려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인구 증가는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탄자니아 등 8개 국가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출산보다 이주민 유입이 인구를 늘리는 주요인이 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인구 감소 중국, 내년 인도에 1위 내줄 것”유엔 예측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까지는 세계 인구 1위지만 내년부터는 인도가 1위 자리를 차지한다. 앞서 유엔은 인도 인구가 2027년 중국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그 시기가 4년 앞당겨진 것이다. 현재 중국 인구는 14억2600만 명, 인도는 14억1200만 명이다. 1400만 명 차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돼 2040년 중반까지 매년 약 600만 명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인구가 늘어 2050년 16억680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계속해서 인구가 줄고 있다. 한국도 2020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FT는 고령화가 지속되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재정 지출이 증가할 확률이 높다며 이는 새로운 정치적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는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는 경제 생산성 측면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경제 성장률 추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은퇴 시기를 늦춰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거나 생산성 증가 및 자동화를 통해 고령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슈아 와일드 막스플랑크인구연구소 연구원은 “출산율 감소는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부작용이 당장 가시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제활동에 종사하던 세대가 은퇴해 연금과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연령이 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계속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에서 촉발된 글로벌 복합 위기가 연일 국내외 경제에 ‘원투 펀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은의 급격한 긴축은 자칫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기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도 유출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처음으로 1310원대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시장에 극심한 공포감이 팽배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기록적으로 치솟은 데서 비롯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인상하는 가운데,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러시아가 최근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의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유로당 1.0026달러까지 떨어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패러티(parity·등가) 환율’이 20년 만에 눈앞에 온 것이다. 엔화 가치 역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37엔까지 오르며 올 들어 20% 가량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화가 빠져나가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6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은 30억1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외국인 자금의 탈출 행렬은 올 2월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 경제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달 월평균 0.48%포인트로 2018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CDS는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오르면 그만큼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한은 ‘빅스텝’ 유력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시장은 한은이 물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빅 스텝’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올 4월과 5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바 있다. 만일 이날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역대 첫 ‘3회 연속 인상’이 된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물가 급등세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신용위험을 높이고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 물가를 잡지 못하면 더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며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전 세계 인구 증가율이 1950년 이후 처음으로 1% 미만을 기록했다고 유엔이 11일 발표했다. 유엔은 ‘세계 인구의 날’인 이날을 맞아 ‘세계 인구 전망 2022’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20년 전년 대비 0.92% 증가했고, 2021년에는 0.82% 늘었다. 지난해 78억7000만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올해 11월 경을 기점으로 80억 명을 넘길 예정이다. 이후 2050년 97억 명, 2080년대 104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들어 2100년 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은 2020, 2021년 연달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인구가 감소했다.유럽 인구, 2차대전 후 최대 폭 감소세계 인구는 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진행돼왔다. 2022년부터 2050년까지 61개국에서 최소 1% 이상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며, 이미 유럽은 전체 인구에서 2020년 74만4000명이, 2021년 140만 명이 줄었다. 1950년대 인구 조사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망률 증가 및 이주민 유입 감소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수십 년간 지속된 낮은 출산율도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유럽은 2100년까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은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2.1명 이하인 지역에 살고 있다. 2.1명은 평균적으로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수치를 의미하므로, 세계 인구 60% 이상이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우려되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인구 증가는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과 탄자니아 공화국 등 단 8개 국가에 집중될 전망이다. 선진국은 이미 출산율보다 이주민 유입이 인구 증가의 주된 요인이 되었다고 유엔 보고서는 밝혔다.한국도 2020년부터 인구 줄어…경제 성장 둔화 불가피한국도 2020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일본은 2010년부터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 또한 올해부터 인구 성장이 중단되고 2040년 중반까지 매년 600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고령화가 지속되면 경제 성장률 둔화 및 재정 지출 증가가 예상되며, 이것이 새로운 정치적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는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는 경제 생산성 측면에서 기적이 없다면 경제 성장률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FT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생산성 증가와 자동화 혹은 은퇴시기를 늦춰 경제 활동 인구를 늘리는 것이 고령화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맥스플랭크인구연구소의 조슈아 윌데 연구원은 “출산율 감소는 단기적으로 경제 활동 인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부작용이 당장 가시화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 활동을 하던 세대가 은퇴해 연금과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연령이 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은 팬데믹이 끝났다고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과연 그럴까?’라고 묻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BA.5가 미국에서 빠르게 우세종이 되면서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유전자 핵산(PCR) 검사 같은 방역 조치가 느슨해지고 ‘팬데믹 피로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주 평균 일일 확진자는 10만 명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주는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거나 확진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고,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한 확진자는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 확진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데믹 경향을 추적하는 스크립스리서치 에릭 토폴 교수는 “거칠게 봤을 때 신규 확진자는 100만 명에 가까울 수 있다”며 “BA.5는 백신이나 감염으로 인한 면역이 듣지 않아 변이 중 전파력에서는 최악의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WP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대 소속 감염병 연구원 지야드 앨앨리는 “(미국의 방역 조치는) 서부 황야 같은 수준”이라며 “위기가 눈앞에 선명한데도 모두가 방비하지 않고 보호 장비 없이 바이러스에 스스로 노출시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보건 조치가 거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입원자는 올 3월부터 조금씩 증가해 3만8000명 정도로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올 1월 중순 16만2000명에 비하면 온건한 정도다. 또 최근 두 달간 치명률도 급격한 변화는 없다. 그럼에도 바이러스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에서는 또 다른 변이를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앨앨리 연구원은 “변이가 계속 진화하고 있어 BA.5 백신을 개발해도 BA.6, BA.7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상황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토폴 교수도 “다음번엔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아닌 새로운 그리스 알파벳 이름의 변이가 창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금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모든 것이 규칙아래 질서 정연하게 정리된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이 규칙들이 우리의 삶과 일상을 보호해 주기를 기대하며 살아가죠.그러다 어느 순간 혼란이 나타나면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최근 도심 곳곳에 ‘러브버그’라는 벌레가 등장한 것처럼 말이죠. 낯선 존재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은 이내 분노로 바뀌고, 이 벌레를 빨리 방역 조치로 없애 달라는 민원으로 이어집니다. 도시의 규칙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겠지요.이런 벌레의 등장은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도시에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매일 사람들은 규칙을 조금씩 어기고, 그 중 어떤 사람은 경찰서를 드나 들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냉정히 따져본다면, 도시는 표면적으로는 규칙과 질서에 보호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 불확실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요? 규칙과 질서라는 건 혹시 우리의 믿음에 불과하다면 어떨까요?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 여기다 기후 위기에 에너지 가격 폭등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사실 5년 뒤 세계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잘 상상되지 않는 격동기 앞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의 파도 앞에 과연 과거의 질서와 규칙들이 유지될까 불안감이 생긴다면 과한 걱정일까요?서두의 이야기가 장황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이야기 할 작가가 독일 출신의 현대미술가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레터에서 다루었던 네오 라우흐 기억하시나요? 라우흐처럼 독일 현대 미술의 주요 작가로 꼽히는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의 예술 세계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카오스를 뒤집어 보니, 화려한 세계가 나타났다?다니엘 리히터: 나의 미치광이웃1. 독일 출신 작가인 다니엘 리히터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지금까지 믿었던 가치관이 한 순간에 붕괴되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자신이 작가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한다.2. 작가는 20대였던 1980년대에 네오나치, 파시즘에 맞서는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했었고 이 때 음악이나 정치운동을 위한 디자인을 하다 30세에 작가가 되기 위해 미대에 진학했다.3. 자신이 처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흡수한 작품들은 현대사의 여러 사건들을 기성 사회가 규정한 의미를 깨고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려한 색채…파티 장면이 아니라고요?다니엘 리히터라고 하면 이 작가를 아는 사람 대부분은 위와 같은 스타일의 그림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그림의 자세한 내용을 보기 전에 색채와 선이 뿜어내는 분위기를 한 번 읽어볼까요?가장 인상적인 것은 화려한 색채입니다. 그런데 이 색채들이 흰 바탕 위에 빛나는 태양처럼 쨍한 컬러가 아니라는 것이 독특합니다. 오히려 검은 바탕을 밀어내는 네온 사인 같은 색채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색채에 익숙해지고 나면 사람 형상이 보입니다. 가운데 가장 빛나는 흐물흐물한 형체의 사람이 담을 넘으려는 것처럼 보이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돕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비밀 파티를 하러 가기 위해 담을 넘는 펑크족일까요?그러기엔 배경의 검은 기운이 불온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즐겁고 화려한 파티보다는 음침한 비밀 모임이나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데요. 사람들은 작가가 독일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 그림을 보고 장벽 붕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그런데 작가가 밝힌 이 그림의 모티프는 충격적이게도 1998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 사건입니다. 이 테러를 주도한 조직은 바로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으로 3년 뒤 9.11 테러라는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게 됩니다.작가는 두 사건이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탄자니아와 베를린에서 일어난 각 사건은 공고해 보였던 구조가 붕괴되는 순간을 의미한다.”베를린 장벽 붕괴는 냉전의 종말과 소련의 해체를 의미한다면, 탄자니아 테러는 미국이 주도해 온 패권주의가 서서히 내리막길을 향해가며 다극 체제로 향해온 세계사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작가는 본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 모습을 왜 이렇게 화려하게 그린 걸까요.○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을 새롭게 보다 ‘피녹스’ 작품만 본다면 다니엘 리히터가 특정한 정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작가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작가는 사회와 정치적 이벤트에서 이미지를 끌어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어떤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좌, 우를 가리지 않고 가치가 충돌하는 현장 자체를 소재로 삼습니다.이를테면 전시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눈물과 침’(2021)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다리를 잃은 독일 소년병 두 명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을 모티프로 합니다.또 초기 작품 ‘흰 고릴라는 갈 길을 간다’(2000)의 제목에서 흰 고릴라는 1966년 생포돼 스페인의 동물원에서 살아야 했던 알비노 고릴라 ‘니에베’(Nieve)를 암시합니다. 그리고 ‘피녹스’ 옆에 걸린 또 다른 대형 작품 ‘투아누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시 토우누스(taunus) 오피스 지역의 공원에서 경찰이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들을 단속하는 장면을 포착한 잡지 사진을 18세기 말 프랑스 회화의 방식으로 그려내죠.이렇게 우리가 평소라면 생각하지 못할 전혀 다른 시공간의 시각 언어를 혼합시킨 결과물이 작품에 드러납니다. 그러면 우리가 무심코 사진이나 뉴스로 접했던 사건들이 완전히 색다른 관점에서 보이기 시작하는데요.예를 들어 위 작품을 볼까요. 먼저 단순히 경찰이 공원을 단속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본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그러면 공원이 깨끗해져서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 혹은 저 공원에는 가지 말아야 겠다는 불안함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겠습니다.그런데 작가는 이 장면에 온갖 화려한 색채와 선을 가져와 그것을 주목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단속’ ‘청소’ ‘질서와 규칙’의 관점에서 당연히 없애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다양한 삶들을 되살려 내려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 삶은 군인이기 이전에 소년이었던 어느 남자일수도, 동물원에 갇히기 전 숲을 누볐던 고릴라일 수도 있겠지요.○ 끊임없이 단순화 되어버리는 세계이해를 돕기 위해 리히터의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이번 전시에는 출품되지 않았습니다)이 작품이 처음 발표될 무렵인 2001년에는 이것을 동화 속 이미지나 ‘아라비안 나이트’의 양탄자를 타고 나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환상적인 색채가 그런 역할을 했겠지요.그런데 난민 위기가 국제적인 이슈가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은 ‘보트 피플’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스페인 남부 항만도시 타리파로 향하는 북아프리카 난민을 그리고 있습니다. 만약 난민을 사진으로만 본다면?아마도 고향을 떠난 불쌍한 사람이라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불법 체류자 둘 중 하나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화려한 색채를 만나자 이들은 동화속 인물이 됩니다. 사실 난민도 다 같은 난민이 아니며, 어떤 사람은 새로운 땅에서 야심찬 기회를 꿈꾸며 떠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리히터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규정하고 단순화하는 세계에서, 그 정의를 색채의 폭탄으로 깨부수며 모든 것을 달리 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예술가가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관점을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 없이 모든 것을 규정지어서 이해하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는 걸 떠올린다면, 조금은 생각을 달리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한 작가의 관점을 보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그의 2020년 인터뷰 일부를 발췌해 소개합니다.Q. 20대엔 무엇을 했나?A. 익사이팅하고 꽉 찬 삶을 살았다. 많은 책을 읽었고 정치적으로도 활발했다. 함부르크에서 네오 나치의 폭력에 대항하면서 결성된 Autonome Antifa의 멤버였다. 1980년대에 함부르크와 베를린에서 대규모로 일어났던 스쿼터(무단점거) 운동으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형성되던 때였다. Q. 암스테르담에서도 그런 운동이 있었다.A. 암스테르담에도 많은 친구가 있었다. 그 때 스쿼터 운동으로 일종의 커뮤니티가 생겼다. 무단 점거한 공간이 여성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하면서, 페미니즘 세대가 형성되는 역할도 했다. 그곳에서 콘서트도 열리고 온갖 종류의 정치 운동도 생겨났다.(…) Q. 공산주의나 막스-레닌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나? A. 아니다. 서구 사회에서 각자의 규칙에 따라 살고 싶었다. (…)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에도) 국가로서 소련이 좋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Q. 정치적 관점에서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가?A. 펑크록이다.저는 이 인터뷰를 보면서 리히터가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결국 우리의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던 규칙과 질서를 걷어낸 이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가 스쿼터 운동에 참여하며 보았던 카오스 속의 어떤 진실을 시각 언어로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면서요.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러한 모호한 시선이 컬렉터들에게 일리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며,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그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대사의 이벤트를 작가만의 독창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작품들이 고유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쪽에 베팅한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겠지요.오늘 레터는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가를 다루었습니다. 현대 미술이 갈수록 더 깊은 고민과 아이디어를 담다보니 그 맥락을 설명하는 데도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함께 들어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 앞에 직접 섰을 때 내 마음 속에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이 사이즈가 큰 작품들이어서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볼 때 느낌이 다를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한 번 직접 감상해보시고,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전시 정보다니엘 리히터: 나의 미치광이웃2022.6.23 ~ 2022.9.28스페이스K 서울작품수 25점※‘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민 기자 kimmin@donga.com}

8일 피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일본 총리는 일본 우익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집권 내내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한 그는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 ‘아베파’의 수장이자 막후 실력자로 사실상 ‘상왕’ 노릇을 하며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후임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총리의 선출에 깊이 관여했다.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 방위비 증액 등 현재 자민당이 추진하는 주요 강경보수 정책 역시 그가 재직 시절부터 시도했던 사안이다. ○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아베 전 총리는 1954년 도쿄에서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 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의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부터 남부 야마구치현 지역구 관리로 바빴던 부친 대신 자신을 돌봐준 외조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늘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외조부를 꼽고 “나는 아베의 아들이지만 기시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기시 전 총리 역시 1960년 동료 정치인의 연회장에서 괴한에게 허벅지를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동생 기시 노부오(岸信夫·63) 방위상 역시 출생 직후 아들이 없는 외삼촌의 양자로 보내져 ‘기시’로 성을 바꿨을 만큼 기시 전 총리는 형제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기시 방위상은 “형은 정치에 목숨을 걸었던 사람이지만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애통해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 역시 원래 기시 전 총리의 지역구였다. 그가 사위에게 넘겨준 후 외손자인 아베 전 총리에게로 넘어왔다. 야마구치는 일본이 조선을 공격해 차지해야 한다는 ‘정한론’ 등을 주창한 19세기 사상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을 배출한 곳이다. 아베 전 총리 또한 그 영향을 짙게 받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1993년 처음 중의원(하원)에 뽑혔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에서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지냈다. 당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여세를 몰아 52세인 2006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참의원 선거 참패, 고질병인 궤양성 대장염 등으로 1년 만에 사퇴했지만 2012년 12월 다시 총리에 올랐다. 재취임 1년 후인 2013년 현직 총리 신분으로 외조부 등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 평화헌법 개정 추진했지만 무산 그는 재집권 기간 엔화 약세, 금융 완화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한때 호조를 보였고 그의 지지율도 76%까지 치솟았다. 2차 집권 동안 치러진 6번의 선거에서도 모두 압승했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일본의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헌법 9조(평화헌법)의 개헌을 시도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에 맞서려면 군사 대국화가 필요하다며 ‘필생의 과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다. 2017년 지인이 운영하는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 등 두 사학에 특혜를 줬다는 ‘사학 스캔들’, 2019년 세금이 들어가는 벚꽃 관람 정부 행사에 지역구 주요 인사를 초청했다는 비판을 받은 ‘벚꽃모임 스캔들’이 발생해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고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까지 1년 연기되면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결국 2020년 9월 물러났다. 두 차례 집권 동안 총 3188일(약 8년 8개월) 재직했다.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주선으로 1987년 결혼한 부인 아키에(昭惠·60) 여사와의 사이에 자녀는 없다. 아키에 여사는 한국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정부가 현재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재유행’에 해당된다는 공식 판단을 내놨다. 13일엔 코로나19 재유행에 대응할 방역 조치를 발표한다. 정부는 백신 4차 접종 대상을 늘리고 코로나19 격리치료 의무를 4주 간격 평가에서 유행 진정까지 연장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다”며 “재유행 대응 방안을 마련해 다음 주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812명 늘어난 1만9323명이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발생한 일평균 확진자 역시 1만4622명으로 지난주보다 83.1% 증가했다. 면역을 피하는 오미크론 변이의 세부 변이인 ‘BA.5’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재유행을 진정시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 두기 부활은 경제적 타격 등을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하면서 “더 많은 국민이 4차 접종을 하길 권한다”며 “정부도 (4차 접종의)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곧 범위 확대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60세 이상과 면역 저하자 등으로 제한된 4차 접종 대상을 50대나 40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역당국 안팎에선 4차 접종만으로는 BA.5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재유행 진정 때까지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면역 회피 ‘BA.5’ 내주 우세종 될듯 “코로나 재유행”… 면역효과 떨어뜨려 재감염 우려 커스텔스 오미크론보다 전파력 35%↑세계 재확산 주도… 치명률은 비슷 방역당국이 꼽는 여름 재유행의 가장 큰 이유는 BA.5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다. 이어 여름 휴가철 이동량 증가와 더운 날씨에 밀폐된 실내 환경, 백신 및 자연감염에 의한 면역 효과 감소 등을 꼽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BA.5 변이 검출률은 6월 둘째 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1.4%에 불과했지만 6월 마지막 주엔 28.2%까지 높아졌다. 다음 주에는 BA.5가 50%를 넘어 국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존 오미크론처럼 전체 확진자의 100% 수준까지 올라갈지, 70∼80% 수준에 머물지는 전문가마다 전망이 엇갈린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BA.5 비율이 델타나 오미크론처럼 100%까지 가면 확산세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고, 70∼80%대에 머문다면 재유행 규모가 최악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BA.5는 백신이나 자연감염으로 기존에 형성된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재감염 우려가 커진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 등에 따르면 BA.5는 첫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약 20배, 오미크론 변이 BA.1과 BA.2(스텔스 오미크론)보다 약 3배 낮은 중화항체 생성 수준을 보였다. 그만큼 백신을 맞아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BA.5의 전파력이 BA.2보다 35.1%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각국에서 BA.5 비중이 상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 증가가 함께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BA.5의)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기존 바이러스와 유사하거나 좀 더 낮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 이동량 증가, 실내 에어컨 사용, 환기 부족 등의 계절적 요인도 최근 감염 확산의 원인이다. BA.5 확산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의 최근 일주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10만7879명으로 2주 전보다 11% 늘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일 코로나19 확산 시작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신규 확진자(1만9000명) 수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약사들에 올가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BA.5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량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에선 포르투갈이 BA.5가 우세종이 된 5월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입원환자 수가 오미크론 정점 때를 넘어섰다. 홍콩의 신규 확진자 수도 석 달 만에 다시 3000명대로 올라섰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8일 피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일본 총리는 일본 우익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집권 내내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한 그는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 ‘아베파’의 수장이자 막후 실력자로 사실상 ‘상왕’ 노릇을 하며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후임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岸田文雄)의 선출에 깊이 관여했다.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 방위비 증액 등 현재 자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강경보수 정책 역시 그가 재직 시절부터 추진했던 사안이다.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아베 전 총리는 1954년 도쿄에서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 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의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유년 시절 남부 야마구치현 지역구 관리로 바빴던 부친 대신 자신을 돌봐준 외조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늘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외조부를 꼽고 “나는 아베의 아들이지만 기시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고도 했다. 동생 기시 노부오(岸信夫·63) 방위상 역시 출생 직후 아들이 없는 외삼촌의 양자로 보내져 성을 바꿨을 만큼 기시 전 총리는 형제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 역시 원래 기시 전 총리의 지역구였다. 그가 사위에게 넘겨준 후 외손자인 아베 전 총리에게 다시 넘어왔다. 야마구치는 일본이 조선을 공격해 차지해야 한다는 ‘정한론’ 등을 주창한 19세기 사상가 요시다 쇼인(吉田 松陰)을 배출한 곳이다. 아베 전 총리 또한 그 영향을 짙게 받았다는 평을 듣는다. 아베 전 전 총리는 1993년 처음 중의원(하원)에 뽑혔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지냈다. 당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여세를 몰아 52세인 2006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참의원 선거 참패, 고질병인 위궤양 등으로 1년 만에 사퇴했지만 2012년 12월 다시 총리에 올랐다. 재취임 1년 후인 2013년 현직 총리 신분으로 외조부 등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평화헌법 개정 추진했지만 무산 그는 재집권 기간 엔화 약세, 금융 완화 및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한때 호조를 보였고 그의 지지율도 76%까지 치솟았다. 2차 집권 동안 치러진 6번의 선거에서도 모두 압승했다. 다만 무작정 돈 풀기에만 급급해 국가채무 비율이 급증했고 고질적인 디플레이션 탈출에도 실패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일본의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헌법 9조(평화헌법)의 개헌을 시도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에 맞서려면 군사대국화가 필요하다며 ‘필생의 과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다. 2017년 지인이 운영하는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 등 두 사학에 특혜를 줬다는 ‘사학 스캔들’, 2019년 세금이 들어가는 벚꽃 관람 정부 행사에 지역구 주요 인사를 초청했다는 비판을 받은 ‘벚꽃모임 스캔들’이 발생해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고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까지 1년 연기되면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결국 2020년 9월 물러났다. 두 차례 집권 동안 총 3188일(약 8년 8개월) 재직했다.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주선으로 1987년 결혼한 부인 아키에(昭惠·60) 여사와의 사이에 자녀는 없다. 아키에 여사는 한국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4일 독립기념일에 7명이 숨진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난 미국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시(市)는 대표적인 총기 규제 도시였다고 시사 매체 뉴스위크가 5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총기 규제를 앞서 도입하고도 참극이 벌어지자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총기 규제에 대해서도 무용론이 나온다.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하일랜드파크시는 2013년 반자동총기와 10발 이상의 대용량 탄창 거래를 금지하는 총기 규제법을 제정했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이 법이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연방대법원은 2015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일랜드파크시의 총기 규제는 뉴욕주 버펄로와 텍사스주 유밸디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던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무차별 총격 참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하일랜드파크 시민들에게 마구 총을 쏴댄 용의자 로버트 크리모 3세(22) 집안은 이 도시와 인연이 깊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의 아버지 로버트 크리모 주니어(57)는 2019년 시장 선거에 출마해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낸시 로터링 현 시장(59)에게 졌다. 당시 로터링 시장은 지금의 총기 규제 도입을 주도했다.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의 낙태할 권리 판례 뒤집기와 잇따르는 총격 사건에도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일랜드파크 총격 사건 직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2시간 뒤 다시 무대에 올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혀 느슨한 대응이라며 비판받고 있다. 민주당 자문역 애덤 젠틀슨은 워싱턴포스트(WP)에 “리더십 진공 상태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5일 미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6%로 취임 후 제일 낮았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88%로 2013년 해당 문항 조사가 실시된 이후 가장 높았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중학생이던 1990년대 컴퓨터 게임 ‘11번째 시간’을 하며 수학적 아이디어를 얻던 순간을 소개했다. 학교 수학에는 뛰어나지 못했지만 퍼즐과 씨름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학문으로서 수학을 경험했다는 것. 허 교수는 ‘11번째 시간’ 가운데 독특한 모양의 체스판에서 규칙에 따라 검정 나이트 2개와 흰색 나이트 2개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문제를 일주일간 골몰했다. 그는 체스판 각 칸을 번호를 붙인 그래프로 재구성해 답을 구했다. 이처럼 문제를 단순화하거나 재해석해 직관적으로 이해한 것이 진전의 열쇠였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 웹진 ‘플러스 매거진’은 허 교수가 “(일본 유명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 수업이 기계적 학문이 아닌 인간 활동으로서 수학과의 첫 만남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수학은 인간 사고와 감각의 경험을 담는 것”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의 인공지능(AI) 모델이 특정 범죄의 발생 1주일 전 90% 확률로 이를 예측했다고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2일 보도했다. 특정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해당 범죄를 예측하는 미래를 그린 톰 크루즈 주연의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시카고 시내를 가로세로 300m 크기의 구획으로 나눈 뒤 AI에 2014∼2016년의 구획별 범죄 현황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이후 각 구획에서 살인, 강도 등 범죄가 일어날 확률을 분석한 결과, AI가 범죄 발생 1주일 전에 90%의 확률로 이를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다른 7개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유사한 정확도를 얻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AI의 예측에 인종적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AI가 작성한 목록에는 시카고 내 20∼29세 흑인 남성의 56%가 잠재적 범죄자로 올라 있었다. 즉, 일부 경찰이 소수인종의 범죄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밀집 거주지만 집중 순찰하다 보면 소수인종의 검거 건수가 늘어나 AI의 판단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의 인공지능(AI) 모델이 특정 범죄의 발생 1주일 전 90% 확률로 이를 예측했다고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2일 보도했다. 특정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해당 범죄를 예측하는 미래를 그린 톰 크루즈 주연의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시카고 시내를 가로세로 300m 크기의 구획으로 나눈 뒤 AI에게 2014~2016년의 각 구획별 범죄 현황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이후 각 구획에서 살인, 강도 등 범죄가 일어날 확률을 분석한 결과, AI가 범죄 발생 1주일 전에 90%의 확률로 이를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다른 7개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유사한 정확도를 얻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AI의 예측에 인종적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AI가 작성한 목록에는 시카고 내 20~29세 흑인 남성의 56%가 잠재적 범죄자로 올라 있었다. 즉 일부 경찰이 소수인종의 범죄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밀집 거주지만 집중 순찰하다 보면 소수인종의 검거 건수가 늘어나 AI의 판단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35년부터 휘발유, 경유 등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환경 보호 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는 데다 미국 중국 등과의 전기차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환경부처 장관들은 29일 룩셈부르크에 모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3년 후부터 EU에서는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 등의 신차만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연간 생산량이 1만 대 미만인 중소기업 등은 5년의 유예 기간을 갖는다.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기후정책 고위대표는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닥쳤다”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명백하기에 이번 정책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최대 가스 공급자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화석연료를 더 빨리 퇴출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도 했다.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 역시 “전기차에 많은 돈을 투자해온 미국,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번 결정은 필수적이었다”고 가세했다. 이번 내연차 엔진 판매 금지안에는 ‘이퓨얼(e-Fuel)’로 불리는 재생 합성연료를 쓰는 자동차도 포함됐다. 이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로 제조한 액체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퇴출 여부에 대해서는 4년 후인 2026년 논의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내연기관 엔진 신차의 퇴출 또한 2040년으로 5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590억 유로(약 80조 원) 규모의 ‘사회 기후 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화석연료 퇴출에 따라 전기요금 등 각종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돈이다. 2027년부터는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와 건물 등에서 환경오염 비용을 징수하는 방안도 합의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35년부터 휘발유, 경유 등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환경 보호 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데다 미국 중국 등과의 전기차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환경부처 장관들은 29일 룩셈부르크에 모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3년 후부터 EU에서는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 등의 신차만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연간 생산량이 1만대 미만인 중소기업 등은 5년의 유예 기간을 갖는다.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프란츠 팀머만스 EU 기후정책 고위대표는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닥쳤다”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명백하기에 이번 정책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최대 가스 공급자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화석 연료를 더 빨리 퇴출시켜야하는 상황이 됐다”고도 했다. 아그네스 파니에-뤼나르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 역시 “전기차에 많은 돈을 투자해 온 미국,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번 결정은 필수적이었다”고 가세했다. 이번 내연차 엔진 판매 금지안에는 ‘이퓨얼(e-Fuel)’로 불리는 재생 합성연료를 쓰는 자동차도 포함됐다. 이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로 제조한 액체 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퇴출 여부에 대해서는 4년 후인 2026년 논의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내연기관 엔진 신차의 퇴출 또한 2040년으로 5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590억 유로(약 80조 원) 규모의 ‘사회 기후 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화석 연료 퇴출에 따라 전기세 등 각종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돈이다. 2027년부터는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와 건물 등에 환경오염 비용을 징수하는 방안도 합의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재킷을 벗어야 되나? 아예 셔츠까지 벗을까요? 푸틴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26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G7 정상들이 점심식사 직전 사진 촬영을 위해 원형 테이블로 모이던 중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웃으며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휴가지에서 상의를 벗은 채 말 타고 낚시하는 자신의 사진을 공개해 강인함을 과시했던 것을 조롱하듯 빗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상들 간에 짧은 순간 오간 농담을 영상으로 포착해 보도하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푸틴 대통령은 G7에서 쫓겨났지만 여전히 정상들의 화두였다”고 전했다. 영상을 보면 존슨 총리의 농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웃통을 벗고 승마를 하자”며 맞장구를 친다. 그러자 존슨 총리가 “바로 그거다! 우리도 가슴 근육 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승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화제를 돌리며 두 정상을 완곡히 제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사진 촬영 때만 미소를 지었다. ‘푸틴 농담’이 나온 자리에서 정상들은 재킷을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전 기념 촬영에서는 모두 재킷을 벗은 흰 셔츠 차림이었다.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 존슨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트뤼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상반신 노출 사진을 관영 미디어를 통해 수차례 공개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산속에서 말을 타는 모습, 2018년에는 시베리아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 등이 화제가 됐다. 2018년 한 호주 기자가 ‘상의 탈의 사진을 왜 좋아하느냐’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을 때는 나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숨길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G7 정상들이 만나고 있는 26일 이른 아침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키이우 중심가 주거용 건물도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졌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재킷을 벗어야 되나? 아예 셔츠까지 벗을까요? 푸틴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26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G7 정상들이 점심식사 직전 사진 촬영을 위해 원형 테이블로 모이던 중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웃으며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휴가지에서 상의를 벗은 채 말 타고 낚시하는 자신의 사진을 공개해 강인함을 과시했던 것을 조롱하듯 빗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상들 간에 짧은 순간 오고간 농담을 영상으로 포착해 보도하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푸틴 대통령은 G7에서 쫓겨났지만 여전히 정상들의 화두였다”고 전했다. 영상을 보면 존슨 총리의 농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웃통을 벗고 승마를 하자”며 맞장구를 친다. 그러자 존슨 총리가 “바로 그거다! 우리도 가슴 근육 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승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화제를 돌리며 두 정상을 완곡히 제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사진 촬영 때만 미소를 지었다. ‘푸틴 농담’이 나온 자리에서 정상들은 재킷을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전 기념 촬영에서는 모두 재킷을 벗은 흰 셔츠 차림이었다.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 존슨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트뤼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상반신 노출 사진을 관영 미디어를 통해 수차례 공개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산 속에서 말을 타는 모습, 2018년에는 시베리아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 등이 화제가 됐다. 2018년 한 호주 기자가 ‘상의 탈의 사진을 왜 좋아하느냐’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을 때는 나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숨길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G7 정상들이 만나고 있는 26일 이른 아침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키이우 중심가 주거용 건물도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졌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 앤드리 예르막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최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절실하다. 서방의 동맹들에게 호소한다. 무기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유럽 대부분 지역이 때 이른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스페인뿐 아니라 독일도 최고기온이 이미 40∼43도를 넘겼다. 프랑스도 100년 만에 가장 더운 5, 6월 날씨를 기록하면서 남서부 지역의 각종 행사가 취소됐다. 이 같은 유럽의 이상고온현상은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아프리카 사막의 고온 건조한 먼지바람은 곳곳에서 산불을 일으키기도 한다. 독일 베를린 남서부 지역에서 17일 시작된 산불은 19일 도심에서 20km 떨어진 지역까지 번져 주말 동안 수백 명이 대피했다. 소방 인력 수백 명과 군 헬기까지 진화 작업에 동원됐고, 20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불길은 잦아들었다. 그리스에서도 에비아섬 중심부에서 산불이 번지면서 불길이 민가 800m 앞까지 접근해 주민들이 대피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소방 당국은 지난 한 주간 산불이 200건 이상 신고됐다고 밝혔다. 한 지역의 폭염은 다른 지역의 집중호우로도 이어진다.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대기의 습도가 7% 증가하며, 이로 인해 물을 많이 머금고 있던 공기가 갑자기 폭우로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CNN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남부에서도 6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최소 32명이 사망했다. 남부 광둥성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5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17만7600명이 대피했고, 1729가구가 파괴됐다. 광시, 광둥, 푸젠성의 강수량은 196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세 지역은 5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균 621mm의 비가 내렸다. 이는 2021년 내내 중국 전 지역에 내린 강수량 평균 672.1mm와 맞먹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이상고온 현상이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960년 9400t에 불과했던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0년 약 3만5000t으로 급증했다. 3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12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 기록되는 등 두 지역의 폭염 발생 빈도가 산업화 이후 30배가량 잦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4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는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치를 달성한다고 해도 지구 온도는 향후 10년간 1.5도 높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담겼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전 세계가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등 글로벌 복합위기로 신음하는 가운데 폭염까지 지구촌을 덮쳤다. 그에 따른 에너지·식량난은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유럽은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빨리 찾아온 40도 무더위에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일부 국가가 원전 가동에 차질이 생길 위기에 놓였다. 프랑스가 총 발전량의 약 70%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데 폭염으로 강물 수온이 올라 냉각수로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이미 원전 56개 중 27개가 유지 보수로 정지 상태인데 나머지 원전까지 가동이 어려워지면 전력 공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폭염 난민’도 늘고 있다. 19일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폭염이 강타한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구세군 회관으로 몰려들었다. 구세군 회관 측은 “전기료 부담 때문에 사람들이 에어컨이 있어도 켜지 않고 이곳에 온다. 작년까지 오지 않던 사람들도 올해는 찾아온다”고 전했다. 곡물 생산량도 줄어 안 그래도 폭등한 장바구니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주, 일리노이주 등 일명 ‘옥수수 벨트’에 고온과 가뭄이 계속돼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옥수수 선물 가격이 올 1월 13일 1부셸당 5.87달러(약 7600원)에서 이달 16일 7.88달러(약 1만210원)로 34% 뛰었다. 폭염이 지속되면 건설 현장이나 농촌 등 실외 근무 인력 수급에 제약이 생기는 등 노동생산성이 떨어져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2050년까지 미국 내 건설 부문 생산성이 연간 3.5%(약 12억 달러)씩, 농업 부문 생산성은 3.7%(약 1억3070만 달러)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도 경북 지역에서 평년보다 20일가량 빠른 이달 20일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이른 더위로 감자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정부의 전력 공급예비율도 올 들어 가장 낮은 9.5%로 떨어지는 등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가 주춤한 25일 전국 낮 최고 기온은 26∼34도로 예보됐다. 강릉이 34도까지 오르는 등 일부 지역에서 다시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켄터키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는 조지프 시스크 씨는 23일(현지 시간) 회색 반점이 곳곳에 핀 옥수수 이파리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얼룩진 이파리는 가뭄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그는 더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 농장이 밀집한 이 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켄터키주의 한 지역 매체는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이 농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과 가뭄이 불러온 미국 농가의 위기는 글로벌 식량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조짐이다. 당장 미국 옥수수 선물가격은 올 1월 1부셸당 5.87달러에서 이달 16일 7.88달러로 34% 올랐다. ○ 곡물 수확 급감, 소들 폐사…식품 물가 올라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예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가루, 빵, 파스타 등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캔자스주의 한 목장에서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은 소 2000여 마리가 폐사해 약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부 테네시주에서 목축업을 하는 브라이언 플라워스 씨는 소들이 폭염 스트레스로 우유가 적게 나온다며 “우유 매출이 이전보다 하루 400달러(약 52만 원) 정도 줄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FFPI)는 곡물, 육류 등 55개 농식품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데 지난달 지수가 157.4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98.1이었던 이 지수는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며 125.7로 올랐는데, 올해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겹쳐 또다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옥수수는 섬유, 가구, 인조 고무, 화장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원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식량 위기는 일반 공산품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 파리 시민들 에어컨 쐬러 ‘미술관 피신’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쳐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낮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던 18일 시민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실내 관광지로 피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은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947∼1989년 사이 42년간 9번의 폭염이 발생했는데 1989∼2019년 사이 30년간에는 무려 32차례의 폭염이 있었다”며 “이제 파리는 에어컨 없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프랑스의 최근 전기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380유로(약 52만 원)를 넘어서며 일주일 새 64% 넘게 올랐다.○ 냉방기기 가동 여력 있느냐가 생사 좌우저소득층과 저개발국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일부 지역은 최근 기온이 50도를 넘었다. 남부 바스라는 45도에 달했다. 이 지역 인구 상당수는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 없이 부채 등으로 버티고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폭염에 정전이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수위가 낮아져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서부 지역 15개 주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업체인 MISO는 이 중 11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이달 초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수천 명이 40도가 넘는 더위를 길거리에서 견디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폭염 사망자 339명 중 최소 130명이 노숙인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공공의료·재난센터의 데이비드 아이젠먼 국장은 “더위 때문에 하루에 16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 NBC 뉴스는 “냉방기기를 살 수 있느냐, 또 가동할 돈이 있느냐는 이제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한국도 이른 폭염에 노숙인 등 취약 계층과 서민들의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열사병 환자가 6월부터 폭증하는 것은 물론 폭염이 불러일으킨 물가상승이 서민 가계를 옥죄면서 ‘복합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울 것으로 보여 정부와 지자체의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 폭염에 77% 늘어난 온열질환자노숙인 등에게 무료급식과 임시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경기 안양시 ‘유쾌한공동체’에는 최근 주거지원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낮 최고기온 35도에 이르는 폭염을 견디다 못해 도움을 호소하는 이들이다. 이 단체는 이들을 위해 16일부터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다. 무더위 쉼터 운영 등에 필요한 75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하지만 24일까지 2만 원을 모았다. 윤유정 유쾌한공동체 사무국장은 “이대로 여름을 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건강에 ‘직격탄’을 맞는 건 취약계층과 서민들이다. 폭염경보에도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실외 근로자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6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92명) 대비 77.2% 급증했다. 장마도 더위를 식히기 역부족이다. 기상청은 올해 ‘폭염, 폭우, 다시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을 예보했다. 20일 경북 경산시, 구미시, 의성군에는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대구시 등에 발효됐던 폭염경보(7월 11일)보다 20일이나 빠르다. 대구시는 이미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에게 3개월 동안 매일 얼음 생수 1병과 선풍기, 보양식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8월까지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은 올 7,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50%, 비슷할 확률을 30%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바렌츠해의 빙하와 티베트고원의 눈이 녹아 발생한 고기압이 한반도의 여름 기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뭄에 폭염까지 밥상 물가 ‘비상’가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밥상 물가도 비상등이 켜졌다. 채소류 가격은 줄줄이 급등세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24일 감자 가격은 100g당 590원으로 전년 동기(390원) 대비 51.3% 올랐다. 같은 기간 배추(1통)는 2480원에서 3890원으로, 깻잎(100g)은 1580원에서 219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르자 시민들은 강제 ‘긴축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의 50대 주부 박모 씨는 “동네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두드려 보다 한 통에 3만2000원 가격표를 보고서 그냥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이 겹치면서 이달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결식아동과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푸드뱅크도 물가 상승의 타격을 받았다. 최근 밀가루 값이 오르면서 라면 비축분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강훈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사업단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면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은 기부가 더 어려워진다”며 “운영난을 호소하는 지역조직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美, 식량수확 줄고 소 폐사… 佛선 전기가격 일주일새 64% 폭등 [복합위기속 폭염 덮친 지구촌-해외] 미국 켄터키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는 조지프 시스크 씨는 23일(현지 시간) 회색 반점이 곳곳에 핀 옥수수 이파리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얼룩진 이파리는 가뭄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그는 더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 농장이 밀집한 이 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켄터키주의 한 지역 매체는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이 농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과 가뭄이 불러온 미국 농가의 위기는 글로벌 식량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조짐이다. 당장 미국 옥수수 선물가격은 올 1월 1부셸당 5.87달러에서 이달 16일 7.88달러로 34% 올랐다. ○ 곡물 수확 급감, 소들 폐사…식품 물가 올라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예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가루, 빵, 파스타 등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캔자스주의 한 목장에서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은 소 2000여 마리가 폐사해 약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부 테네시주에서 목축업을 하는 브라이언 플라워스 씨는 소들이 폭염 스트레스로 우유가 적게 나온다며 “우유 매출이 이전보다 하루 400달러(약 52만 원) 정도 줄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FFPI)는 곡물, 육류 등 55개 농식품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데 지난달 지수가 157.4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98.1이었던 이 지수는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며 125.7로 올랐는데, 올해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겹쳐 또다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옥수수는 섬유, 가구, 인조 고무, 화장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원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식량 위기는 일반 공산품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 파리 시민들 에어컨 쐬러 ‘미술관 피신’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쳐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낮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던 18일 시민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실내 관광지로 피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은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947∼1989년 사이 42년간 9번의 폭염이 발생했는데 1989∼2019년 사이 30년간에는 무려 32차례의 폭염이 있었다”며 “이제 파리는 에어컨 없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프랑스의 최근 전기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380유로(약 52만 원)를 넘어서며 일주일 새 64% 넘게 올랐다.○ 냉방기기 가동 여력 있느냐가 생사 좌우저소득층과 저개발국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일부 지역은 최근 기온이 50도를 넘었다. 남부 바스라는 45도에 달했다. 이 지역 인구 상당수는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 없이 부채 등으로 버티고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폭염에 정전이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수위가 낮아져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서부 지역 15개 주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업체인 MISO는 이 중 11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이달 초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수천 명이 40도가 넘는 더위를 길거리에서 견디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폭염 사망자 339명 중 최소 130명이 노숙인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공공의료·재난센터의 데이비드 아이젠먼 국장은 “더위 때문에 하루에 16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 NBC 뉴스는 “냉방기기를 살 수 있느냐, 또 가동할 돈이 있느냐는 이제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