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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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치밀한 앙상블, 역동적 리듬… 올스타다웠다

    올스타는 올스타의 값을 했다. 젊음은 젊음의 값을 했다. 축제는 축제다웠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10일 열린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폐막 연주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정밀하고 역동적인 악단과 이들의 기량을 제대로 살려준 지휘자, 요령 있는 선곡, 휴가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맞아떨어진 명연이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단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세계 오케스트라의 올스타’를 모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착안했을 법한 콘셉트다. 이런 비상설 악단은 특정 시즌에 단기간 연습하므로, 안정된 앙상블이 정착하기 쉽지 않다는 불리함도 있다. 하지만 10일 공연은 여봐란 듯이 이런 선입견을 깨뜨렸다. 첫 곡인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발전부 시작 부분 현의 투명한 울림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었다. 이지혜 악장은 시종일관 큰 몸짓의 운궁(運弓)으로 현 파트를 능동적으로 주도해나갔다. 첫 곡 ‘핑갈의 동굴’과 두 번째 곡인 블라디게로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마지막 곡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작곡가들이 각각 탄생 210주년, 탄생 120주년, 서거 150주년인 ‘기념연도’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지극히 회화적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매 순간 큰 화첩(畵帖)이 새로이 펼쳐진다. 올해 이 음악제의 주제인 ‘다른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오케스트라는 치밀한 앙상블과 지휘자의 요구에 완벽히 반응하는 유기적인 색상으로 프로그램의 회화성을 살려냈다. 불가리아의 음악적 대부인 블라디게로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솔로를 맡은 스베틀린 루세브에게 ‘간판곡’과 같다. 불가리아 출신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을 지내 친숙한 얼굴인 루세브는 민속 리듬에 바탕을 둔 이 곡의 질기고 탄력 있는 리듬, 그 육식성(肉食性)을 손에 잡힐 듯이 살려냈다. 관현악이 그 배경에 화려한 꽃받침을 수놓았다. 스페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인 파블로 곤살레스는 앞의 곡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에서도 신기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악단의 신선함과 정밀함에 함께 도취되는 모습이었다. 프레이즈(분절)는 늘어지지 않고 간명했다. 알펜시아 뮤직텐트는 중음역을 위주로 다소 반향음이 큰데, 그런 공간의 특성에 잘 맞아떨어졌다. ‘마녀들의 향연’을 그린 마지막 5악장에서 지휘자들은 템포를 순간순간 바꾸거나 강약 대비를 과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날 연주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또렷하고 설득력 있는 소리의 그림이 그려졌다. 연주가 끝나자 단원들은 무대 뒤로 퇴장하는 대신 서로 껴안았고, 무대 위에서 어울려 사진을 찍고 환호했다. 관객 일부도 이들과 어울렸다. ‘아래 세상’에선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지만, 축제가 막을 내린 이곳은 9월 저녁이 연상되는 선선한 밤이었다.평창=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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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77억 인구, 사는 곳 달라도 먹는 건 똑같네

    첫 장의 제목은 ‘모두가 납작한 빵에 고기를 싸 먹는다’다. 한국이라면 예외가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의 ‘빵’은 납작한 크레페나 토르티야도 포함한다. 우리에게는 메밀전병이 있다. 케밥이나 타코도 이제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다. ‘영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1위에 매번 오르는 음식은 무엇일까? 피시 앤드 칩스가 아니라 커리의 일종인 ‘치킨 티카 마살라’다. 책을 구성하는 19개 장은 저자도, 다루는 화제도 제각각이다. 엮은이는 2011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붉은색 서커스 텐트에 요리사, 레스토랑 운영자, 작가 등 300명을 초청해 ‘음식의 미래’를 논의했다. 국제 요리공동체 ‘MAD’(덴마크어로 ‘음식’)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다양한 화제를 하나로 묶는 주제는 머리말의 제목인 ‘당신과 나는 같은 것을 먹는다’이다. ‘세계 음식’에 대한 담론은 대체로 지역적 특이성을 부각시켜 왔지만 저자들은 ‘일단 음식은 다 같은 것으로 보자’는 데서 출발한다. 자연 조건도, 문화도 다른 여러 지역의 음식들이 똑같을 리는 없다. 그러나 음식들을 들여다보면 문명 간의 교류에 따라 하나로 이어진 세상이 보인다. 세계 어디서 처음 닭을 기름에 튀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인이 튀긴 닭 요리를 먹는다. 미국인은 하루에 13억 개 이상의 닭 날개를 먹어 치운다. 매운 양념치킨은 한국만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식 프라이드치킨과 이웃 나라 닭요리들의 영향이 깃들어 있고, 이제는 다른 나라의 요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참깨와 참기름의 향기를 한국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미국인들도 참깨를 ‘햄버거 빵에 박힌 희끗한 씨앗’으로 명료하게 기억한다. 참깨는 인더스강 유역에서 처음 경작돼 중동에서 빵에 뿌리는 재료로 애용됐다. 참깨와 시럽을 반죽한 과자 ‘할와’는 유대인이 세계에 퍼뜨렸다. 열세 번째 장 ‘인간은 무엇이든 먹는다’는 사람이 먹는 동물 종(種)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 여덟 쪽을 채운다. 칠면조나 넙치 같은 친숙한 이름과 거미, 노린재 같은 이름이 함께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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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러리안’ 이끄는 지휘자 진솔 “교향악 거장 말러가 우리의 열정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죠”

    “피아니시모 표시에서 바로 들어오지 말고 잠깐 멈추는 느낌을 줬다가. 다시 가볼게요!” 2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상가 지하에 있는 관현악 연습실. 지휘자 진솔(32·사진)이 이끄는 관현악단 ‘말러리안’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연습 중인 곡은 말러의 교향곡 6번 ‘비극적’. 살짝만 매만졌는데도 연주는 순간마다 한결 명쾌한 색깔로 정련됐다. 에어컨이 실내의 열기를 눅였지만 작은 체구의 지휘자는 머리카락까지 흠뻑 땀에 젖었다. “그 부분 호른 솔로를 약간 빨리 하면 편할까요?” 단원들에게 연주의 ‘용이함’까지 점검하는 ‘의견 교환형’ 연습은 오후 10시가 지나서까지 이어졌다. ‘말러리안’은 교향악 거장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작품을 연주할 목적으로 2016년 발족했다. 열정만으로 지원한 프로와 아마추어 연주자 110여 명이 함께 어울려 화음을 맞춘다. ‘교향곡은 세계를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던 말러의 교향곡은 전문 오케스트라도 연주하기가 유독 까다로운 곡으로 꼽힌다. 교향곡 6번의 경우 연주 시간이 1시간 20분에 달한다. 그런데 왜 굳이 말러일까. “오직 음악만으로 한데 뭉치게 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작곡가가 말러라고 생각했죠. 여러 사람이 함께 도전하고 꿈을 키울 매력적인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말러리안’은 2017년 2월 말러의 미완성 교향곡인 10번 첫 악장 등으로 세상에 탄생을 알렸다. 이후 교향곡 5번, 1번을 전곡 연주했다. 매 회 ‘열정이 돋보이는 감동적인 연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공 구분 없이 오디션을 실시하며 현악기의 경우 아마추어가 30% 정도 합격한다. 해외에서 프로 연주가로 활동하다 ‘말러리안’의 취지에 공감해 합류한 단원도 있다고 진솔은 말했다. “다들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요. 이번 6번 교향곡은 너무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처음에 현 단원들이 두 시간 먼저 와서 연습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는 않지만 연주 끝에는 ‘똑같은 마음’으로 끝날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연습실 대관부터 예산 확보까지 쉬운 일은 없다. 자원 연주자들이지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연주료를 지급한다. 티켓 판매 외 서울문화재단 지원도 받고, 후원 시 에코백이나 굿즈를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도 활용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래도 말러 교향곡 완주에 자신이 있다. “말러 교향곡이 11곡인데, 대략 1년에 한 곡씩 한다 치면 이제 4회째이니 7년쯤 남았네요. 50%를 달성하면 기념으로 친숙한 말러 곡들을 ‘스페셜’ 연주로 선보일 계획도 있습니다.” 진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휘를 전공한 뒤 독일 만하임음대에서 클라우스 아르프를 사사했다. 게임 음악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플래직’을 2017년 설립하기도 했다. ‘말러리안 시리즈 4: 교향곡 6번 ‘비극적’ 콘서트’는 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만∼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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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밤 환히 밝힌 색색의 빛 축제

    여름, 석양이 마지막 빛을 잃고 서늘한 저녁바람이 귓전을 스쳤다. 하늘에 총총한 별빛보다 더욱 찬란한 빛이 지상을 수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뛰어갔다. 지난해 4월 충북 충주시 남한강변, 탄금대 동쪽 세계무술공원 부지에 약 14만 m²(약 4만3000평) 규모로 개관한 ‘빛의 세계’ 충주 라이트월드다. 8월의 첫날 저녁 이곳을 찾았다. 석가탑과 고려청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정문을 지나자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를 형상화한 ‘프랑스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길은 자연스럽게 왼편의 거대한 성당 모양 조형물로 향했다. 충주 라이트월드의 상징인 이탈리아존의 루미나리에(luminarie·조명건축물)다. 고딕 양식을 연상시키는 장려한 이 ‘빛의 성당’은 높이 27m, 길이 약 100m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약 30만 개가 빛을 밝히는 세계 최대급 규모다. “와, 이건 찍어야 해!” 오순도순 얘기를 주고받던 가족, 친구, 연인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저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거나 친구에게 보낼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은 커다란 나무 모양 조형물과 조명 사이로 흔들다리와 미끄럼틀이 설치된 ‘생명의 숲’을 누비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윽고 장내 안내방송이 조명쇼의 시작을 알렸다. 잔디광장 위에 마련된 객석에 어느새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후 8시가 되자 이탈리아존의 루미나리에는 음악에 따라 화려한 색깔로 변신하며 빛과 리듬의 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팔짝팔짝 뛰며 음악에 맞춰 뛰어다녔다. 쇼가 끝나자 안내 문구가 흘렀다. 문자로 신청곡을 보내면 방송해준다는 것. 손을 잡은 연인들의 눈길이 빛났다. “우리, 어떤 노래 보낼까?” 긴 여름밤도 이날은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타지마할을 형상화한 인도존,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바실리 성당을 본뜬 러시아존도 이탈리아존 못잖게 화려했다. 이원진 충주라이트월드 대표는 “11월 29일부터 내년 1월까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성탄 축제 ‘슈퍼크리스마스 코리아 2019’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가 5000여 팀이 직접 출품한 조명 크리스마스를 전시해 일대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총 상금만 3억 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이미 해외 교포와 새터민 팀 등 신청 팀이 1000곳을 넘는다고 말했다. 개관 시간 오후 6∼11시. 입장 10시까지. 1만 원(충주시민, 청소년 이하 8000원). 입장 및 슈퍼크리스마스 코리아 2019 참가 문의충주=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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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동물도 판단하고 감정 느낍니다, 당신처럼…

    우리네 푸른 행성의 입주자는 인간과 그 외 수많은 생물종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이 별의 유일한 주인으로 행세하며 다른 구성원들을 차별하고 적대하거나 심지어 멸절시킨다. 그들에겐 얼마나 황당할 일인가. 내가 다른 종 아닌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내 공로가 아니라 순전히 우연 아닌가. 두 책은 인류가 지구별의 다른 입주자들을 더 가까운 존재로 돌아보길 주문한다. ‘길들여진…’은 동물 칼럼니스트와 인류학자인 두 여성이 동물을 매개로 우정을 맺은 뒤 신문에 함께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동물의 감정…’은 ‘내 안의 유인원’ 등으로 친숙한 영장류학자 드 발이 제목 그대로 동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앞의 책도 동물의 인식, 공감능력, 도덕성과 감정적 사랑에 집중하므로 두 책은 같은 지점을 향한다. 동물도 즐거움과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일은 인간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맞는 말일까. 두 책의 저자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드 발은 우리가 생각해온 것보다 진화의 단계에서 훨씬 일찍 감정과 판단력이 생겨났다고 본다. 인간들은 동물들이 ‘그날 눈을 뜨면서 갓 태어난 것처럼’ 산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동물들도 가족관계와 집단 내의 서열을 알며 권력집단 내 인간처럼 행동한다. 매일 아침 이런 의식을 새로 ‘셋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새들도 경쟁자에게 모이를 더 주면 노골적으로 질투를 드러낸다. 물고기가 감정 변화를 느낄 때 분비하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옥시토신 등의 반응은 포유류와 거의 같다. ‘길들여진…’은 짧고 접근하기 쉬운 에피소드들로 독자에게 호소한다. 수족관의 문어는 도둑질을 하면서 사육사를 기만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스레를 떨거나 유머까지 보인다. 돌고래는 친구들끼리 환각 효과가 있는 복어 독을 즐긴다. 유리앵무새는 자기들끼리 부르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을 부모가 지어준다. 왜 개들은 자동차 바퀴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오줌을 누는 걸까. 차바퀴에는 멀리 사는 다른 개들의 자취가 묻어 있다. 냄새만 맡고도 개는 그 바퀴와 관련된 개가 암수 몇 마리이며 건강 상태는 어떤지 알 수 있다. 차바퀴가 먼 데 친구들 소식을 전해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얼마나 자격을 부여해야 할까. 침팬지나 개처럼 우리와 더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는 더 중요한가. 두뇌 활동이 활발한 문어는 그 다음, 뇌가 거의 운동능력에만 관계하는 새우는 그 다음이고, 뇌가 없는 존재들은 ‘더’ 무시해도 되는 걸까. 그런 가치판단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가진 희로애락과 추론, 숭고함과 도덕성의 가치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과 닮은’ 것에 필요 이상 더 가치를 부여해온 것은 아닐까. 두 책을 읽은 뒤 우리 곁의 개와 고양이, 새와 벌레들을 보는 시선은 전과 다를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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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12세 한국인 소년의 노래, 잘츠부르크에 울려 퍼진다

    12세 한국인 소년의 노래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클래식 음악 축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울려 퍼진다. 빈 소년합창단 단원인 박신 군이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의 집’에서 8일 개막하는 헨델 오페라 ‘알치나’의 오베르토 역을 맡는다. 박 군은 같은 곳에서 6월 7∼10일 열린 잘츠부르크 성령강림절 축제에서도 오베르토 역을 맡아 노래했다. 이 공연에는 주인공 알치나 역에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루지에로 역에 필리프 자루스키 등 호화 배역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8월 공연도 같은 캐스팅으로 진행한다. ‘알치나’는 바로크 음악 거장 헨델이 1735년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샤를마뉴 대제가 이슬람 세력과 대결하던 때를 배경으로 마법사 알치나와 그의 마법에 걸린 루지에로 사이에 격렬한 애증이 펼쳐진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소년 오베르토가 이들의 모험에 동참한다. 대체로 소프라노가 오베르토 역을 맡아왔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축제 주최 측이 이 역에 적합한 소년 가수 선발을 빈 소년합창단에 의뢰했다. 6월 성령강림절 축제에서 선보인 ‘알치나’는 박 군의 열창과 함께 큰 찬사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슈탄다르트’ 신문은 “멜리소 역의 알라스테어 마일스와 오베르토 역의 박신이 탁월한 앙상블을 완성했다”고 평했다. ‘쿠리어’지는 “박신은 대가다운 테크닉으로 자신의 역할을 지배했다”고 소개했다. 빈 소년합창단을 통해 e메일로 인터뷰한 박 군은 “서울에서 태어나 빈 소년합창단 공연을 보며 단원이 되기를 꿈꿨다. 시험 기간 조건으로 빈에 간 뒤 정식 입단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광고회사 임원으로 재직해온 아버지 박천규 씨는 “아들이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에서 활동하다 2017년 한국 공연 중이던 빈 소년합창단의 게르하르트 비르트 단장 앞에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일이 바빠서 잘 지원해 주지 못했는데 너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알치나’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박 군은 “지난해 모차르트 ‘마술피리’에 빈 소년합창단원 세 사람이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 뒤 잘츠부르크 축제 측 제안으로 학교에서 ‘알치나’ 오디션에 지원하라고 알려왔고,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오디션에는 오스트리아인 단원 모리츠가 함께 최종 합격해 오베르토 역을 같이 연습했다. 박 군은 “오베르토 역 노래들은 서커스를 연상시킬 만큼 어려운 노래들이지만 연습하기 즐거웠다. 헨델도 이 역할을 윌리엄 새비지라는 소년이 노래하도록 썼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바르톨리는 매우 친절하고 재미있는 분이죠. 카운터테너 자루스키는 연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는데, 정말 유용했습니다.” 박 군은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지만 그림에도 관심이 많다. 둘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장래 희망을 밝혔다. 그가 출연하는 ‘알치나’는 18일까지 5회 공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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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잘츠부르크의 ‘소년스타’ 박신…“대가다운 테크닉으로 역할 지배”

    12세 한국인 소년의 노래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클래식음악 축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울려 퍼진다. 빈소년합창단 단원인 박신 군이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의 집’에서 8일 개막하는 헨델 오페라 ‘알치나’의 오베르토 역을 맡는다. 박 군은 같은 곳에서 6월 7~10일 열린 잘츠부르크 성령강림절 축제에서도 오베르토 역을 맡아 노래했다. 이 공연에는 주인공 알치나 역에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루제로 역에 필립 자루스키 등 호화배역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8월 공연도 같은 캐스팅으로 진행한다. ‘알치나’는 바로크 음악 거장 헨델이 1735년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샤를마뉴 대제가 이슬람 세력과 대결하던 때를 배경으로 마법사 알치나와 그의 마법에 걸린 루제로 사이에 격렬한 애증이 펼쳐진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소년 오베르토가 이들의 모험에 동참한다. 대체로 소프라노가 오베르토 역을 맡아왔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축제 주최 측이 이 역에 적합한 소년가수 선발을 빈 소년합창단에 의뢰했다. 6월 성령강림절 축제에서 선보인 ‘알치나’는 박 군의 열창과 함께 큰 찬사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슈탄다르트’ 신문은 “멜리소 역의 알라스테어 마일스와 오베르토 역 박신이 탁월한 앙상블을 완성했다”고 평했다. ‘쿠리어’ 지는 “박신은 대가다운 테크닉으로 자신의 역할을 지배했다”고 소개했다. 빈소년합창단을 통해 e메일로 인터뷰한 박 군은 “서울에서 태어나 빈 소년합창단 공연을 보며 단원이 되기를 꿈꿨다. 시험기간 조건으로 빈에 간 뒤 정식 입단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광고회사 임원으로 재직해온 아버지 박천규 씨는 “아들이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에서 활동하다 2017년 한국 공연 중이던 빈소년합창단의 게르하르트 비르트 단장 앞에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일이 바빠서 잘 지원해주지 못했는데 너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알치나’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박 군은 “지난해 모차르트 ‘마술피리’에 빈소년합창단의 다른 두 단원과 함께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 뒤 잘츠부르크 축제 측 제안으로 학교에서 오디션에 지원하라고 알려왔고,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오디션에는 오스트리아인 단원 모리츠가 함께 최종 합격해 오베르토 역을 같이 연습했다. 박 군은 “오베르토 역 노래들은 서커스를 연상시킬 만큼 어려운 노래들이지만 연습하기 즐거웠다. 헨델도 이 역할을 윌리엄 새비지라는 소년이 노래하도록 썼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바르톨리는 매우 친절하고 재미있는 분이죠. 카운터테너 자루스키는 연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는데, 정말 유용했습니다.” 박 군은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지만 그림에도 관심이 많다. 둘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장래 희망을 밝혔다. 그가 출연하는 ‘알치나’는 18일까지 5회 공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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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주역들 한자리에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상위 입상자들이 잇따라 기량을 펼쳐 보인다.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테너 김건우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18일 오후 7시 열리는 ‘유럽 오페라극장 솔리스트 초청 위너스 오페라 갈라콘서트 I’에서 도니체티 오페라 ‘연대의 아가씨’ 중 ‘아, 친구들이여, 오늘은 기쁜 날’을 비롯해 네 곡을 노래한다. 김건우는 7월 18일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연대의 아가씨’ 남자 주인공 토니오 역으로 데뷔했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아 친구들이여…’는 높은 C(도) 음이 아홉 번이나 나오는 곡으로 ‘테너의 목을 찢는 아리아’로 알려져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관람한 이 공연에서 김건우는 아홉 번의 C음을 무난히 소화하며 큰 갈채를 받았다. 피터 커토나 로열오페라 캐스팅감독은 “이번 공연은 올해 로열오페라 3대 공연 중 하나”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김건우를 주연으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김건우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 직후인 2016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기성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황금빛 미래를 예약했다. 이번 콘서트에는 김건우 외 바리톤 송지원, 소프라노 이지현, 메조소프라노 임은경이 출연한다.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부문) 입상자인 김예담이 반주한다. 3만∼12만 원. 201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이현규는 19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독창회를 갖는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이지적인 해석으로 청중을 마비시킨 바그너 ‘탄호이저’ 중 ‘저녁별의 노래’ 등을 부른다. 3만 원.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는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진출자들이 총출동하는 ‘위너스 오페라 갈라콘서트 II’가 9월 10일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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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이 꺼지자 별빛이 쏟아졌다, 갈채와 함께…

    “저주다!” 리골레토의 절규와 함께 조명이 꺼졌다. 시선은 자연히 상공으로 향했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한다고 믿어져온 별들이 밤하늘에 반짝였다. 갈채가 쏟아졌다. 무대가 깜깜해진 것 말고도 시선이 하늘로 향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17일 개막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베르디 ‘리골레토’는 하늘까지 포함해 관객의 시선이 닿는 공간을 가장 ‘넓게’ 활용한 무대였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3개국이 만나는 보덴호수 동쪽의 브레겐츠 호반을 무대로 1946년부터 해마다 여름 야외 오페라 공연이 펼쳐진다. 1985년부터는 2년씩 같은 무대를 철거하지 않고 유지해, 거대하고 특색 있는 무대 자체가 1년 내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부터 2년간 공연하는 ‘리골레토’는 비뚤어진 권력과 애욕, 아버지의 사랑과 파국을 그린 베르디의 중기 걸작 오페라다. 23일 저녁 이 작품을 관람했다. 지난달 무대를 공개한 이 작품은 2년 전 비제의 ‘카르멘’에 비해 ‘무대가 초라해 보인다’는 오페라 팬들의 걱정을 샀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연출가 필리프 슈퇼츨은 “리골레토는 진정한 영웅이 없이 뒤틀린 영웅만 있는 심리극”이라며 무대 위 거대한 머리와 손, 다른 손에 든 기구(氣球)로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베르디의 역동적인 음악에 비해 정적(靜的)일 무대를 염려하는 소리가 나올 만했다. 이 호반의 여러 오페라에서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던 프로젝션 장치도 슈퇼츨은 전혀 쓰지 않겠다고 했다. 무대가 열리자 염려는 바로 걷히고 글자 그대로 축제가 터져 나왔다. 거대한 머리의 ‘입’은 방탕한 만토바 공작의 애욕이 펼쳐지는 공간이 됐다. 무대 왼쪽의 손은 여주인공 질다를 포함해 애욕의 희생물이 감춰지는 곳, 오른쪽 기구는 순수하지만 헛된 꿈이 펼쳐지는 상징의 역할을 하며 각기 수시로 모습을 바꾸었다. ‘꿈’을 지탱하던 끈이 잘리자 리골레토의 분노는 뒤틀린 애원과 복수가 된다. 무대 중앙의 비스듬한 원반이 2001년의 푸치니 ‘라보엠’을 연상시켰지만, 이번에는 쪼개지고 무너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원반이었다. 끝없이 변하기는 원반 가운데의 거대한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얼굴은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 슈퇼츨의 상상력은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극이 시작될 때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는 그 머리는 인간의 계획과 온갖 작위(作爲)에 대한 무상함으로 이어졌다. 굳이 영화 ‘기생충’의 대사까지 인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날 공연 출연진 중에서는 질다 역을 노래한 러시아 소프라노 예카테리나 사도프니코바가 돋보였다. 마이크를 부착하고 증폭장치의 힘을 빌리는 이 축제에서 목소리 크기는 캐스팅에 큰 고려 조건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의 질다는 스피커를 거치지 않은 육성이 더 뚜렷하게 객석으로 전달됐다. 청순하면서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하는 목소리의 질감도 일품이었다.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파벨 발루친은 호흡 때문에 템포와 음높이가 균질하지 않은 순간들이 귀에 걸렸다. 타이틀 롤인 리골레토 역의 잉베 쇠베르그는 공명점이 약간 높으면서 윤택하고 호소력 있는 음성을 자랑했지만 문제는 마이크 믹싱이었다. 질다와의 이중창 장면들과 3막 사중창 장면에서 그의 목소리는 부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상대 출연자의 목소리를 덮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리골레토’는 만토바 공작과 질다 3명, 리골레토 4명이 번갈아 출연하며 9월 15일까지 공연한다. 2021, 2022년에는 푸치니 ‘나비부인’을 공연할 예정이다.브레겐츠(오스트리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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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눈으로 볼 땐 몰랐네, 경이로운 소리의 세계

    바다와 산이 손짓하는 여름. 올해도 많은 사람이 휴가지에서 갖가지 기억을 머리에 채워 올 것이다. 그러고는 이야기할 것이다. 눈 시리게 푸른 바다, 굽이굽이 펼쳐진 숲, 청량한 시냇물을. 그러나 돌아와 ‘시원한 파도 소리, 숲속의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를 회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의 경험과 기억은 대부분 시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리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주는 ‘일반인을 위한 음향학’이라고 할 만하다. 아홉 개 장을 통해 풍부한 울림이 있는 고대 극장과 유적들, 동물들의 울음소리, 모래언덕과 폭포가 내는 신비한 소리,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곳, 현대 인공물들의 소리를 알려준다. ‘귀로 경험하는 세계 여행’ 정보서라고도 할 만하다.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의 돔에 올라가면 반대쪽에 선 사람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사실 아치나 돔 모양으로 생긴 수많은 구조물들이 그렇다. 소리가 구면의 가장자리를 돌며 안쪽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얼음 위를 거닐 때 울리는 삑 소리를 들으면 얼음이 안전한지 알 수 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조율하는 오보에 소리(A음)와 비슷하면 안전하지만, 다섯 음 위의 E음에 가깝다면 얼음 두께가 5cm에 불과하니 조심해야 한다. 수만 명을 수용하는 그리스 로마 시대 극장에서는 확성장치 하나 없이도 콘서트가 열린다. 과학에 앞서 경험으로 경이로운 음향을 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고대인도 때로 실수를 범했다. 카이사르의 측근 비트루비우스는 ‘극장 곳곳에 꽃병을 놓아두면 배우 목소리가 잘 들린다’고 주장했고 실제 많은 극장이 따라 했다. 그러나 현대의 실험 결과 꽃병은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했다. 동물이 부르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무엇일까? 서양에서는 나이팅게일의 새소리를 꼽는다. 덤불 속에 살아 외모보다 노래를 진화시킨 것이다. 1924년 BBC 라디오는 첼리스트의 연주를 따라 하는 나이팅게일 소리를 방송해 인기를 끌었다. 한편, 가장 시끄러운 생명체는 무엇일까? 아프리카 매미가 그중 하나다. 소리 크기가 바위를 뚫는 착암기와 비슷하다. 전 세계의 ‘음향 랜드마크’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소개하는 부분이 반갑다. 신비로운 소리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칭이 살짝 어긋나 비슷한 주파수끼리 간섭(맥놀이)이 일어나는 것이다. 서양 종 장인이라면 대칭을 맞추려 했을 것이고, 신비한 소리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감수성을 열어주는 ‘사운드워크(Soundwalk)’를 제안한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산책하면서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면 된다. 자동차 소음 사이로 들리는 새의 날갯짓, 사람들의 속삭임, 빌딩 사이를 부는 바람을 집중해 들으면 눈으로만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공간들이 열릴 것이다. 원제 ‘사운드북: 세계의 음향적 경이에 대한 과학(The Sound Book: The Science of the Sonic Wonders of the World·2014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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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덕대왕신종’이 전 세계 음향 랜드마크 중 한 곳이라는데…

    지상 최고의 사운드트레버 콕스 지음·김아림 옮김376쪽·1만7000원·세종서적 바다와 산이 손짓하는 여름. 올해도 많은 사람이 휴가지에서 갖가지 기억을 머리에 채워 올 것이다. 그리고는 이야기할 것이다. 눈 시리게 푸른 바다. 굽이굽이 펼쳐진 숲. 청량한 시냇물을. 그러나 돌아와 ‘시원한 파도 소리, 숲 속의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를 회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의 경험과 기억은 대부분 시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리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주는 ‘일반인을 위한 음향학’이라고 할 만하다. 아홉 개 장을 통해 풍부한 울림이 있는 고대 극장과 유적들, 동물들의 울음소리, 모래언덕과 폭포가 내는 신비한 소리,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곳, 현대 인공물들의 소리를 알려준다. ‘귀로 경험하는 세계여행’ 정보서라고도 할 만하다.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의 돔에 올라가면 반대쪽에 선 사람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사실 아치나 돔 모양으로 생긴 수많은 구조물들이 그렇다. 소리가 구면의 가장자리를 돌며 안쪽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얼음 위를 거닐 때 울리는 삑 소리를 들으면 얼음이 안전한지 알 수 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조율하는 오보에 소리(A음)과 비슷하면 안전하지만, 다섯 음 위의 E음에 가깝다면 얼음 두께가 5㎝에 불과하니 조심해야 한다. 수만 명을 수용하는 그리스 로마시대 극장에서는 확성장치 하나 없이도 콘서트가 열린다. 과학에 앞서 경험으로 경이로운 음향을 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고대인도 때로 실수를 범했다. 카이사르의 측근 비트루비우스는 ‘극장 곳곳에 꽃병을 놓아두면 배우 목소리가 잘 들린다’고 주장했고 실제 많은 극장이 따라했다. 그러나 현대의 실험 결과 꽃병은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했다. 동물이 부르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무엇일까? 서양에서는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꼽는다. 덤불 속에 살아 외모보다 노래를 진화시킨 것이다. 1924년 BBC 라디오는 첼리스트의 연주를 따라하는 나이팅게일 소리를 방송해 인기를 끌었다. 한편, 가장 시끄러운 생명체는 무엇일까? 아프리카 매미가 그중 하나다. 소리 크기가 바위를 뚫는 착암기와 비슷하다. 전세계의 ‘음향 랜드마크’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소개하는 부분이 반갑다. 신비로운 소리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칭이 살짝 어긋나 비슷한 주파수끼리 간섭(맥놀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서양 종 장인이라면 대칭을 맞추려 했을 것이고, 신비한 소리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감수성을 열어주는 ‘사운드워크(Soundwalk)’를 제안한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산책하면서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면 된다. 자동차 소음 사이로 들리는 새의 날갯짓, 사람들의 속삭임, 빌딩 사이를 부는 바람을 집중해 들으면 눈으로만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공간들이 열릴 것이다. 원제 ‘사운드북:세계의 음향적 경이에 대한 과학’(The Sound Book: The Science of the Sonic Wonders of the World·2014)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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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향악 기틀 다진 임원식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임원식 선생님은 늘 ‘너희는 특별하다’라고 강조하셨어요. 각자의 개성을 살려야 하는 ‘예술가 맞춤 교육’을 염두에 두셨죠. 지휘하실 때는 여성 팬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미남이고 지휘까지 멋지게 하시니 당연했죠.”(신수정 피아니스트·서울대 명예교수) 한국 교향악 운동과 음악예술 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임원식 선생(1919∼2002·사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8일 오후 8시에 열리는 ‘KBS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운파 임원식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다. 선생이 주도해 설립한 서울예고 출신의 장윤성 서울대 지휘전공 교수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역시 서울예고 출신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이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지휘한다. 평북 의주 출신인 선생은 도쿄음악학교에서 공부한 뒤 일제강점기 말 하얼빈 교향악단 상임지휘자였던 아사히나 다카시에게서 본격적으로 지휘를 배웠다. 광복 후 27세의 나이로 한국 최초 교향악단인 고려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가 되었다. 1948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쿠세비츠키로부터 지휘법을 연마했다.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미국 음악 교육 제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1956년 KBS교향악단이 창단되면서 초대 지휘자로 임명됐고, 국내 교향악단 외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 악단들을 지휘했다. 한국 최초의 오페라로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공연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비롯해 수많은 오페라도 지휘했다. 그는 이화여고 교장이던 신봉조(1900∼1992)와 함께 1953년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창립했고 1967년에는 중등과정인 예원학교를 설립해 음악영재 교육의 기반을 확립했다. 그가 작곡한 가곡 ‘아무도 모르라고’는 수많은 콘서트와 학교에서 불리는 애창곡으로 꼽힌다. 1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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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20살 명품 첼로’ 손에 쥘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 있는 리허설 룸이 금호영재 출신 음악가들에게 개방된다. 젊은 연주자 38명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금호악기은행’ 오디션도 바이올린 1대와 첼로 1대를 대상으로 8월에 열린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이런 내용의 음악영재 지원 확대 계획을 밝혔다. 금호악기은행은 1993년부터 명품 악기를 구입해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연주자에게 무료로 대여해 왔다. 금호영재와 영아티스트, 영체임버 출신 음악가는 오디션에 응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바이올리니스트 고(故) 권혁주와 클라라 주미 강, 김봄소리, 임지영, 첼리스트 김민지,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악기를 받아 사용해 왔다. 이번 오디션에서는 1740년산 몬타냐나 바이올린 1대와 1600년산 마치니 첼로 1대를 대여한다. 원서 접수는 22일 마감하며 8월 20, 21일 오디션이 열린다. 금호영재 출신 음악가들에게 개방하는 금호아트홀 연세 내 시설은 무대 크기의 스튜디오와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있는 리허설룸1, 실내악 연습에 적합한 리허설룸2가 있다. 사용을 원하는 연주가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다음 달 리허설 일정을 신청할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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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 영화 ‘마리아 칼라스’ 한 세기 풍미한 디바의 뜨겁고 짧았던 삶

    “운명은 운명이다, 벗어날 길은 없다.”(마리아 칼라스·1923∼1977) 지난달 별세한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체피렐리는 ‘오페라 역사에서 BC란 Before Callas(칼라스 이전)를 뜻한다’고 말했다. 12일 개봉한 영화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는 오페라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한 세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디바’의 뜨겁고 짧았던 삶을 들여다본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칼라스가 부른 오페라에 빠져 첫 작품으로 이 영화를 연출한 톰 볼프 감독은 편집에 모든 것을 걸었다. 새로 찍은 영상은 없다. 내레이션도 없다. 3년 동안 칼라스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지인들을 인터뷰한 그는 오로지 칼라스 생전의 영상만으로 영화를 조립하기로 결정했다. 생전 그가 남긴 TV 인터뷰와 편지들이 내레이터의 역할을 어렴풋이 대신한다. 편지는 체피렐리 감독의 2002년 극영화 ‘칼라스 포에버’에서 칼라스를 연기한 파니 아르당이 읽었다. 지휘자 니콜라 레시뇨는 ‘확신에 찬 모습과 달리 칼라스는 부서질 듯 연약한 인간이었다. 그것을 줄곧 극복하고자 한 데서 그를 이해하는 열쇠가 나온다’고 말했다. 영화는 칼라스 자신의 목소리로 같은 얘기를 전한다. “제 안에는 두 사람이 있어요. 마리아로 살고 싶지만 칼라스로서도 살아야 해요.” ‘마리아’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린 여성이다. ‘칼라스’는 최고의 무대로 팬들을 마비시키는 여신이다.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을 부른 다음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나는 안다, 얼마나 고귀한 존재를 내가 무대에 재현했는가’라는. 스포일러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혼 그리고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사랑. 예고 없이 재클린 케네디에게 빼앗긴, 그전까지 한사코 ‘우정’이라고만 말했던 그 사랑은 ‘마리아와 칼라스’를 함께 지키고 싶었던’ 여인의 자아에 강한 산(酸)을 붓는다. 팬들은 아는 얘기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고, 강하지만 상처도 받는 여인입니다’라며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 바로 다음 순간 파국이 찾아온다. 그 직전에 ‘칼라스의 기도’가 등장한다. “신이여,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주셔도 좋습니다. 다만 이겨낼 힘도 함께 주세요.” 푸치니, 벨리니, 도니체티의 아리아를 몇 곡씩이나 들을 수 있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감동적인 콘서트 체험도 된다. 칼라스의 언어로 엮어낸 삶의 재현인 만큼, 전남편과 연인, 연적(戀敵), 그를 신랄하게 비판한 평론가들의 입장에서 공정하지만은 않을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전체관람가.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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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회계의 눈으로 세계사를 읽다

    부기(簿記)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에 생생하게 표현된 동방무역 전성기의 이탈리아다. 감가상각(減價償却) 개념은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돈 있는 사람들이 앞다퉈 철도회사에 투자했던 19세기 영국이었다. 복잡한 계산이나 골치 아픈 용어는 나오지 않는다. 대차대조표, 주식회사, 표준원가계산, 국제회계기준까지 각종 경제 제도와 개념이 탄생한 배경을 재미난 옛날이야기처럼 소개한다. 스스로 밝히지 않지만 저자는 문화예술 ‘덕후’임에 틀림없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금융 발전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메디치 가문의 예술 후원을 결부시키고, 주식회사의 탄생에는 네덜란드의 대가 렘브란트를, 미국의 경제 폭발을 뒷받침한 제도 발전에는 루이 암스트롱에서 폴 매카트니에 이르는 대중음악의 별들을 배경에 등장시켜 재미를 더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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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듯 밀고 당기고… 악기 하나로 탱고를 주름잡다

    흥겨우면서도 아련한 탱고 연주 현장에 꼭 등장하는 악기. 주름통에 여러 개 버튼이 달린, 검은색 정장조끼 차림의 연주자가 어울릴 듯한 악기. 바로 ‘반도네온’이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36)가 ‘피아졸라의 천사와 악마’를 주제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9, 20일 콘서트를 연다. 탱고 댄서 두 명과 공중서커스 전문가 두 명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고상지는 KAIST에서 토목공학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 2005년 탱고 연주자 파블로 지글러(75)의 내한공연을 보고 반도네온에 매료됐다. 대학을 그만두고 독학으로 악기를 익힌 뒤 일본 연주자 고마쓰 료타에게 배웠고, 2009년에는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2년간 연주학교에서 수학했다. 클래식 및 대중음악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비롯해 풍성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올해 2월 대관령겨울음악제 폐막공연이었던 음악체험극 ‘겨울나그네’에서도 반도네온 연주자로 참여해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에게 먼저 공연 주제인 ‘천사와 악마’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피아졸라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전반까지 ‘천사 모음곡’ 다섯 곡과 ‘악마 모음곡’ 세 곡을 썼습니다. 천사의 죽음, 천사의 부활, 악마의 로맨스 같은 제목들이 붙어있죠. 가톨릭 신앙을 가졌던 그는 ‘우리 안에는 악마와 신 둘 다 있다. 두려울 때는 기도를 한다. 비행기 탈 때만 두렵지만’이라고 얘기했죠.”(웃음) 그는 탱고의 특색을 살리는 편곡에 유독 공을 들여왔다. 이번에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을까. “밴드 멤버 가운데 피아노를 치는 최문석 씨가 재즈와 전자사운드에 능해서 그 쪽으로 두드러진 음악이 됐습니다. 더 재즈풍으로, 펑키하고, 일렉트릭 사운드로 모던하게 표현한 피아졸라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이 공연을 위해 에어리얼리스트(공중서커스 전문가) 김주영과 오래 계획을 짰다. 탱고 댄서였던 김주영은 미국에서 공중서커스를 배워 탱고와 공중서커스가 결합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 콘셉트도 김주영이 제안했다. “제목이 천사와 악마잖아요? 천상에서는 공중서커스가, 지상에서는 탱고가 펼쳐지는 거죠.” 반도네온을 처음 보는 사람은 “아코디언이네”라고 하기 쉽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주법도, 느낌도 사뭇 다르다. 아코디언과 달리 반도네온은 키 하나만으로 화음을 낼 수 없다. 주름통에 압력을 주지 않고 키를 살짝 눌러도 쨍한 소리가 튀어나온다. “탱고라는 장르는 반도네온만의 특별한 연주법을 개발하면서 둘이 함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특히 다리의 바운스를 이용한 스타카토 주법은 탱고의 독특한 특징을 이뤘죠. 또 악기의 주름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탱고의 앙칼진 느낌이나 밀고 당기는 느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공연은 19일 오후 8시, 20일 오후 7시에 열린다. 5만5000∼6만6000원. 30일에는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기타리스트 겸 아코디어니스트 이자원과 공연한다. 반도네온과 아코디언의 차이를 보여주는 듀오도 선보인다. 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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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의 피아졸라 ‘천사와 악마’

    흥겨우면서도 아련한 탱고 연주 현장에 꼭 등장하는 악기. 주름통에 여러 개의 버튼이 달린, 검은색 빌로드 조끼 차림의 연주자가 어울릴 듯한 악기. 바로 ‘반도네온’이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36)가 ‘피아졸라의 천사와 악마’를 주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9, 20일 콘서트를 연다. 탱고 댄서 두 명과 공중서커스 전문가 두 명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고상지는 KAIST에서 공학을 전공하다 2005년 탱고 연주자 파블로 지글러의 내한공연을 보고 반도네온에 매료됐다. 독학으로 악기를 익힌 뒤 일본 연주자 고마쓰 료타에게 배웠고 2009년에는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2년간 연주학교에서 수학했다. 클래식 및 대중음악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비롯해 풍성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올해 2월 대관령겨울음악제 폐막공연이었던 음악체험극 ‘겨울나그네’에서도 반도네온 연주자로 참여해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에게 먼저 공연 주제인 ‘천사와 악마’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피아졸라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전반까지 ‘천사 모음곡’ 다섯 곡과 ‘악마 모음곡’ 세 곡을 썼습니다. 천사의 죽음, 천사의 부활, 악마의 로맨스 같은 제목들이 붙어있죠. 가톨릭 신앙을 가졌던 그는 ‘우리 안에는 악마와 신 둘 다 있다. 두려울 때는 기도를 한다. 비행기 탈 때만 두렵지만’이라고 얘기했죠.”(웃음) 그는 탱고의 특색을 살리는 편곡에 유독 공을 들여왔다. 이번에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을까. “밴드 멤버 중 피아노를 치는 최문석 씨가 재즈와 전자사운드에 능해서 그 쪽으로 두드러진 음악이 되었습니다. 더 재즈풍으로, 펑키하고, 일렉사운드로 모던하게 표현한 피아졸라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이 공연을 위해 에어리얼리스트(공중서커스 전문가) 김주영과 오래 계획을 짰다. 탱고댄서였던 김주영은 미국에서 공중서커스를 배워 탱고와 공중서커스가 결합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 컨셉트도 김주영이 제안했다. “제목이 천사와 악마잖아요? 천상계에서는 공중서커스가, 지상에서는 탱고가 펼쳐지는 거죠.” 반도네온을 처음 보는 사람은 “아코디언이네”라고 하기 쉽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주법도, 느낌도 사뭇 다르다. 아코디언과 달리 반도네온은 키 하나만으로 화음을 낼 수 없다. 주름통에 압력을 주지 않고 키를 살짝 눌러도 쨍한 소리가 튀어나온다. “탱고라는 장르는 반도네온만의 특별한 연주법이 개발되면서 둘이 함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특히 다리의 바운스를 이용한 스타카토 주법은 탱고의 독특한 특징을 이뤘죠. 또 악기의 주름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탱고의 앙칼진 느낌이나 밀고 당기는 느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공연은 19일 오후 8시, 20일 오후 7시에 열린다. 5만5000~6만6000원. 30일에는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기타리스트 겸 아코디어니스트 이자원과 공연한다. 반도네온과 아코디언의 차이를 보여주는 듀오도 선보인다. 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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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필이 해석한 후기 낭만주의는?… 19, 20일 ‘마스터시리즈 X’ 공연

    올해 상반기 연속된 명연주로 주가를 높인 마시모 자네티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016년 오페랄리아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와 함께 후기 낭만주의 두 대가인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선보인다. 19일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 20일 오후 5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경기필 마스터 시리즈 X’ 무대다.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말러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한다. 지난해 경기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자네티는 이탈리아인으로 벨기에 플레미시 오페라단 음악감독을 지냈다. 올해 4월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레스피기 ‘로마의 축제’ 등을 연주하며 이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화려한 음색과 구석구석 잘 손질된 세부의 표현이 돋보였다. 5월 경기필 마스터 시리즈에서 연주한 브람스 교향곡 3번도 균형 잡힌 완숙한 음색과 악기 파트들 사이의 긴밀한 호흡으로 갈채를 받았다. 이번 무대에 올리는 작곡가 슈트라우스와 말러는 19, 20세기의 전환기에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중부유럽 무대에서 나란히 지휘자 겸 작곡가로 협력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슈트라우스가 죽기 1년 전인 194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삶 이후를 바라보는 달관의 시선이 드러난다. 말러 교향곡 4번은 마지막 4악장에 소프라노 솔로가 등장해 독일 민중들이 상상한 ‘천국의 삶’을 노래한다. 드물게 무대에 오르는 슈트라우스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가 이날 첫 프로그램으로 연주된다. 솔로를 맡는 프랑스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는 2016년 오페랄리아 콩쿠르 여성부문 1등을 수상한 직후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승리상’에서 ‘성악부문의 발견’ 수상자로, 독일 성악전문지 오페른벨트(오페라 세계)가 꼽은 ‘올해의 젊은 예술가’로 선정되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잘츠부르크,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하이든 ‘천지창조’에 출연하며 진가를 유럽 전체에 알렸다. 독집음반 ‘거울’과 유튜브 영상으로 듣는 드레이지의 노래는 서정적이면서 친근한 음색이 우선 귀를 붙든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소프라노들을 연상시키는 중고(中高) 음역의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음색으로 호소하면서 그 외 수많은 ‘플러스알파’를 내보인다. 시원하게 쭉 뻗어나가는 포르테, 구석구석 정밀하게 조여진 기교와 깔끔한 호흡은 그 일부일 뿐이다. 1만∼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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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016년 촛불집회는 ‘사회적 공연’

    공연기획자나 연기자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이 말하는 ‘공연’ 개념은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이 제기한 ‘사회적 공연론’에서 나왔다. 단어는 같지만 현실의 공연장과는 거리가 멀다. 뒤르켐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상을 살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같이 모여 집합적인 의례, 즉 사회적 공연을 행함으로써 상황을 해소한다. 현대사회에서도 그 의미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고도로 분화될수록 ‘사회적 공연’의 상징은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이 그렇듯이 사회도 자아가 있다.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회의 자아는 스스로 가치론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의미화(化) 실천’이 폭발하며 사회적 공연이 펼쳐지는 단계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한국 사회가 지난 10여 년 동안 집합적 의례들을 통해 수행한 네 가지 자아성찰을 다룬다. 민주주의, 성장주의, 민족주의, 젠더주의다. 2016년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담론과 유교주의 담론이 함께 펼친 사회적 공연이었다고 책은 설명한다. 때로는 두 담론이 서로를 강화하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민주주의 담론은 유교주의의 대동(大同)사회 이상을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고 유교주의 담론은 한국 민주주의를 대동사회적 이상에 근접하게 만든다. 이주여성 이자스민은 ‘멜로드라마 장르적인’ 사회적 공연을 통해 한국 시민사회에 진입했다. 그는 공동체 보존이라는 전통적인 코드를 가지며 그에게 최고의 공동체는 가족이 된다. 한국 시민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질을 ‘비시민사회적’ 속성으로 증명해야 했던 셈이다. “한국사회 공적 상징체계의 모습은 추레하고 비루해서 깜짝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쉽게 좌절하거나 냉소에 빠질 필요는 없다. 사회적 공연을 거듭하다 보면 타자를 끌어안을 더 보편적인 대본이 다듬어지고 배우와 관객도 한층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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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윤, 4일 바이올린 리사이틀… 세계 음악계서 주목하는 ‘바렌보임의 선택’

    ‘바렌보임의 선택’으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7)이 4일 오후 8시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지윤은 450년 역사를 지녀 세계 최고(最古) 악단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상임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에 2017년 종신 악장으로 취임하며 세계 음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연세대에서 2일 그를 만났다. ―연주회 1부에서 스트라빈스키 ‘이탈리아 모음곡’, 라벨 소나타 2번,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연주하죠. 2부가 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지만 나머지는 ‘현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직전의 근대’라는 느낌이 묻어납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베를린 국립오페라 전속 악단이기도 하다)에서 악장으로서 오페라를 반주하면서 더 깊이 알게 된 작곡가들이에요. 이번 무대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었죠.” ―지난해 나온 코른골트와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오덴세 교향악단 협연)은 영국 BBC 뮤직매거진과 그라머폰 매거진이 ‘확실한 기교와 힘이 돋보인다’며 그달 협주곡 대표음반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곡들도 비슷한 시대의 곡인데…. “오케스트라 편성이 크고, 길고, 악단들은 반가워하지 않는 작품들이죠. 기회가 왔을 때 냉큼 하자고 선택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웃음)” ―이번 리사이틀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벤 킴은 어떤 분인가요. “베를린에서 ‘오빠’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 같은 사이고요, 2006년 독일 ARD 콩쿠르 우승자입니다. 피아노 독주와 달리 협연 때는 최대한 한 발 물러서서 상대방을 배려해 주셔요. 연습보다 실제 무대에서 더 멋진 ‘케미스트리’가 발휘되곤 해서, 기대하고 있어요.” ―영화 ‘파이널리스트’에 나왔지만, 2015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죠.(시상식에서 사회자가 우승자 임지영의 이름을 잘못 발음해 이지윤이 우승자인 줄 알고 무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다시 걸어 들어오면서 만 리를 걷는 느낌이었어요. 그 뒤 연주와 연습에 대한 제 시각 자체가 많이 편해졌죠. 모든 콩쿠르가 고마운 경험입니다. 스무 살 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4위를 했는데, 그때 다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바로 옆 예술의전당에서 열려 매우 마음 편하게 임했던 기억이 나네요.” 베를린의 또 하나의 명문악단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도 한국인 김수연(31)이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지윤은 ‘수연 언니도 벤 킴 같은 친구들과 함께 저녁도 먹고 수다도 떠는 친한 사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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