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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문 인력들은 한국의 강점과 매력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 특유의 집단문화가 소속감을 갖게 만드는 데 좋다고 했다. “함께하는 문화가 외국보다 강한 것 같다.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좀 더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키키 카르나디 씨·인도네시아 출신)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은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희대의 존 에퍼제시 교수(미국 출신)는 “서울의 흥미로움과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은퇴할 때까지 살고, 은퇴하고 나면 지리산 근처의 오두막집에서 지내겠다”고 얘기했다. 외국에 비해 신속한 행정처리는 한국의 경쟁력. 안젤로 비카리 씨는 “비자 갱신기간이 러시아에선 거의 8주였지만 한국에선 3주면 됐다”고 말했다. 지하철 교통시스템이 편리하고 표지판과 인터넷 웹사이트가 영어로 잘돼 있다는 점도 자주 거론된다. 한국인 특유의 근면과 성실함은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비치는 요인이다. 인도 출신 우팔라 파닌드라 씨는 한국을 ‘3H의 나라’라고 불렀다. 정직(Honesty), 근면(Hardworking), 겸손(Humble). 종교에 대한 탄압이 없다는 것도 좋다고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의 장점을 해외에 적극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그프리트 바우어 씨는 “북한 관련 뉴스로 인해 한국의 안보가 위험하고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외국인이 많다. 친척 할머니는 왜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가느냐고 만류했다”고 소개했다. 자히드 후세인 씨도 “한국에 유학 오기 전에는 남북한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몰랐다. 혼동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국가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정부가 수립된 1945년 이후 2007년까지 100만 명 수준이었다. 62년간 비슷했던 외국인 수가 150만 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문화가 한국에 갑자기 생긴 사회적 현상이라는 얘기다. 단기 체류자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에게 지출해야 하는 예산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의 정착에 사용하는 예산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합해 지난해에 2402억 원이었다. 2009년(906억 원)의 2배 이상이다. 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재원 조달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 이민자에게 필요한 예산을 모두 세금으로 마련하는 정책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민자만 챙기느냐는 역차별 논란이 사회 분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은 출입국관리 수수료와 범칙금 등을 외국인이 부담한다. 수익자가 재원의 상당 부분을 낸다는 점에서 사회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내년에 근거 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르면 2015년부터 기금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제도를 시행한다. 미국의 이민국적국(USCIS)은 이민에 필요한 행정비용의 일부를 수수료를 통해 조달한다. 영주권 신청과 갱신에 필요한 수수료 수입은 이민국적국 예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러시아 출신 쁘리마코바 따띠아나 씨(34·여)는 매주 일요일이면 러시아인 대여섯 명과 함께 서울 중구 명동에 모인다. 한국인 10여 명에게 무료로 러시아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는 2011년에 ‘러시안커뮤니티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러시아 문화와 언어에 관심 있는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서로 돕고 소통한다. 따띠아나 씨는 대학 시절 한국어를 전공한 뒤 한국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2005년엔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대기업에 다녔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를 만날 때면 편견을 내비쳤다. 한국에 시집 온 외국 여성은 으레 가난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는 ‘불쌍한 여성’의 이미지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인 친구를 모아 ‘성공적인 여성클럽’을 만들었다. 매달 모여 사업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았다. 단체는 점점 커져 러시안커뮤니티협회로 발전했다. 회원수는 한국인을 포함해 400여 명으로 불었다. 따띠아나 씨는 “한국인이 외국인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게 하기 위해 우리부터 나서서 대화하고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그래야 편견도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자발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한국 사회에 기여하려는 이민자가 점점 많아진다. 과거에는 정부나 기업, 시민단체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도움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제 이민자는 더이상 피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 참여하려고 한다.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 변애련 씨(34·여)는 다우회(多友會) 회장이다. 다우회에는 8개국 출신 이민자와 그 가족 500여 명이 가입했다. 이들은 2007년부터 매년 바자회와 일일찻집을 열어 수익금을 기부한다. 올해도 수익금으로 한부모가정 3곳에 장학금 100만 원씩을 지원했다. 그는 2007년 서울 강서구청에서 이중언어강사 교육을 무료로 받았다. 이때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지원만 받지 말고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우회를 만들었다. 초창기에 회원들은 남편으로부터 “한국말도 잘 못하면서 왜 나가서 돌아다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변 씨의 남편은 달랐다. 한 달간 일을 쉬면서까지 바자회 일을 도왔다. 어려운 주민의 가정을 방문할 때는 함께 나섰다. 회원들의 남편이 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열었다. 이들은 활동을 확대해 매달 특수학교에 가서 김밥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한다. 파키스탄 출신 이레샤 페레라 씨(38·여)가 2010년 만든 이주여성 자조단체인 ‘톡투미’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회원들은 3, 4개국 음식이 담긴 도시락, 헝겊을 이용한 인형을 함께 만든다.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거나 이주여성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사용한다.○ 이민자 가족도 나선다 베트남 출신 아내를 둔 박창덕 씨(38)는 올해 4월 설립된 경기다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협동조합은 2010년 경기 부천시에 사는 다문화가정 남편의 모임인 ‘부천다모’라는 자조모임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가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서로 멘티와 멘토를 지정해 상담을 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민자가 필요로 하는 점과는 괴리감이 있다고 박 씨는 생각했다. 이민자가 커피숍이나 쇼핑몰을 차릴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 도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지는 그냥 돈을 써버리는 게 아니라 100을 투자했으면 30이라도 생산되게 하는 재창조가 돼야 하잖아요. 이민자에게 돈만 써서 되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남성 이민자의 아내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 남편을 둔 정혜실 씨(46)는 ‘국경을 넘는 아시아 여성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터(TAW) 네트워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은 정책을 제안하거나 파키스탄 공용어 등 외국어를 배운다. 정 씨는 “자조모임이 고민을 나누고 축제에만 참여하는 거라면 발전이 없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정책을 바꾸는 일에 더 활발하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자와 관련된 제도나 정책은 많이 좋아졌지만 사회적인 편견은 더 심해졌다고 그는 말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가정 아이가 뭘 잘하면 ‘다문화가정인데도 잘하네’라고 생각하고 이들이 잘못하면 ‘다문화가정이니까 못하네’라고 여기는 식이다. 이들에겐 꿈이 있다. 한국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불쌍한 이등시민’이 아니라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일.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인 왕지연 씨(38·중국 출신)는 “이민자 중에는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사회에 보탬이 되려는 사람도 많다. 한국의 다문화사회가 조화롭게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정착한 이주민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보다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통합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민자단체 15곳이 참여한 ‘글로벌커뮤니티협회’가 첫발을 내디뎠다. 와타나베 미카 초대 회장(52·여)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빌딩에서 열린 출범식 인사말을 통해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아름다운 조화로 다문화 사회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국내 이민자는 지금까지 지원 및 관심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됐다. 정부와 사회가 그렇게 생각했고, 이민자 역시 스스로를 그렇게 자리매김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 부담을 주는 소외계층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동반자이자 주역이 되자는 인식이 글로벌커뮤니티협회로 구체화됐다. 이민자 단체들은 지금까지 각각 활동했다. 연대의식이 미약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글로벌커뮤니티협회는 독자적 이민자 단체를 하나로 묶은 국내 최대 조직이다. 출범식에서 글로벌커뮤니티협회 소개를 맡은 박창덕 경기다문화협동조합 이사장(38)은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지원만 받다 보니 국민이 역차별을 느꼈다. 여기서 생기는 갈등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분열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불쌍한 이민자’에서 ‘능동적 이민자’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세계적 추세다. 선진국에서도 이민자를 사회가 돌봐야 하는 소외계층이 아니라 책임 있는 시민이 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을 이르면 2015년 도입하기로 했다. 출입국관리 수수료와 범칙금 등 외국인이 부담하는 재원을 이민자에게 쓰는 것이다. 미국, 독일, 영국도 이민자에게 필요한 예산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민 관련 수수료와 과태료를 통해 만든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시각장애 1급인 조인찬 씨(60·사진)는 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황반변성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지만 2011년에 문화관광해설사 교육과 현장실습을 받은 뒤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를 구석구석 걷고 만지면서 모두 외웠다고 합니다. 그가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들에게 ‘만져보고 듣고 그려보는 관광’을 선물하길 기원합니다.}

여성 심혈관 질환자수는 30대까지 전체 환자 중 20%대에 머물다 40대에 38.7%, 50대엔 48.3%로 나이가 들수록 비율이 크게 상승한다.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폐경기 여성 질환이 40대 후반 이후로 급증하는 건 호르몬 때문이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교수(심장내과)는 “여성호르몬은 혈관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호전시켜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걸 방지해준다”며 “하지만 폐경기 여성들은 50대 전후로 심근경색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70대엔 남녀간 발병률이 비슷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조기에 폐경을 하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심혈관 질환이 2배가량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폐경을 겪은 여성 환자 중에는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 질환을 겪지만 증상이 통상적으로 알려진 가슴의 통증이 아닌 울렁거림이나 턱의 통증이라 여겨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세계심장협회는 여성 심혈관 질환의 심각성에 대한 낮은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29일 ‘세계심장의 날(World Heart Day)’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고 레드 포 우먼(Go Red for Women)’이란 캠페인을 진행했다. 환자뿐만 아니라 전문의 및 정책 담당자들의 여성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를 촉구한 행사다. 여성들이 심혈관 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르몬 요법과 식이요법,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면 좋다. 재테크 하듯 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비법을 심혈관 테크라고 한다. 심혈관 질환과 골다공증을 동시에 잡는 심혈관 테크 3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등푸른 생선에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 형성을 예방한다. 일주일에 생선을 2회 이상 먹자.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도우니 1주일에 2회씩은 약 15분 정도 햇볕을 쬐어 비타민D를 충분히 합성하자. 우유 치즈 표고버섯 등도 챙겨 먹자. 짠 음식은 혈관 건강을 해치고 소변으로 칼슘을 배설시키는 역할을 하니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자. 카페인도 칼슘을 많이 배설시키므로 과다하게 섭취하지 말자. 둘째,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제자리에서 뛰기 등과 같은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셋째, 폐경으로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세 등이 걱정된다면 호르몬요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의 갱년기 증세를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심장병 뇌졸중 치매 등을 예방하고 피부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복합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라면 의약사와 상담을 통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하루 한 번씩 복용하는 것도 좋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이르면 내년 안으로 대형병원의 2인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비용이 저렴한 일반병실(6인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로’ 상급병실(1∼5인실)을 써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가 구성한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환자와 가족이 큰 부담을 느끼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간병비 상급병실료) 중 상급병실료 개선방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복지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올해 말까지 상급병실료 제도 개선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내년 안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일반병상 늘려 병실료 낮춰 기획단은 먼저 상급종합병원이 확보해야 하는 일반병상 비율을 현행 50%에서 75%로 올리는 대안을 내놓았다. 현재는 병원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때만 일반병상 비율을 70%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병상 기준을 현행 6인실에서 4인실까지로 넓히되 환자들이 몰리는 상급종합병원은 2인실까지 일반병상으로 하자는 대안도 제안했다. 다만 이렇게 바뀌었을 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대다수 환자가 상급병실만 이용하려고 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환자가 적은 병실이 감염 위험이 적고 병실 환경도 쾌적하기 때문이다.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1인실과 특실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말고 2∼3인실을 이용할 때는 본인부담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나왔다. 병원별 병실 가격, 빈 병실 현황, 입원 예정일, 입원 대기순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병원 클수록 일반병실 적어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고려대 윤석준 교수팀이 공동 발표한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서 6인실을 이용하려면 하루 평균 63명이 2.8일을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7월 입원환자 1만599명과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 1461곳을 조사했다.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의 83.6%는 상급병실(1∼5인실)을 운영했다. 일반병실 비율은 병원급(77.8%), 종합병원(72.6%), 상급종합병원(64.9%)으로 대형병원일수록 낮았다. ‘빅5병원’(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성모 서울아산 세브란스)은 58.9%로 훨씬 낮았다. 또 상급병실은 특실을 비롯한 1인실(23.4%)과 2인실(30.0%)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상급병실료 차액은 1인실이 24만3524원, 2인실 12만2954원이었다. 종합병원은 1인실 11만2519원, 2인실 6만3872원이었다. 상급병실료 차액은 연간 1조147억 원으로 비급여 총수입의 1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반병실은 기본 입원료의 20%만 환자가 부담하지만 상급병실은 병원이 자체 책정하는 ‘상급병실료 차액’을 환자가 모두 내야 한다.○ ‘선택진료’는 선택 아닌 강요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59)은 올해로 17년째 피로와 균형감 이상, 운동장애 등이 나타나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다. 2주마다 대형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고 매일 40알의 약을 먹는다. 3년 전부터는 비뇨기과에 3개월마다 가고 매년 수술도 받는다. 소변이 약하게 나오는 ‘요도 협착’ 합병증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내는 진료비 대부분은 ‘선택진료비(특진비)’다. 그가 앓는 희귀난치성질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은 진료비를 10%만 내면 되지만 선택진료비는 예외다. 희귀질환에 노하우를 지닌 의사들은 대개 선택진료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의 40.9%는 불가피하게 선택진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선택진료 비율은 상급종합병원(100.0%) 종합병원(41.4%) 병원(12.2%) 순으로 많았다. 선택진료를 하는 병원에선 전체 환자 중 40.0%가 선택진료를 받았다. 선택진료비 규모는 연간 1조3170억 원으로 비급여 총수입의 23.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소규모 어린이집 10곳 중 3곳(30%)꼴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 자재에 석면이 함유됐는지 조사해 관리할 법적 의무가 없는 어린이집을 조사한 결과다. 현행 ‘석면안전관리법’은 총면적 430m²(약 130평) 이상의 어린이집만 석면을 조사해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는 복지부의 요청으로 ‘어린이집 건축물 석면 사용 실태 조사 및 석면 관리 표준 모델 개발’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감사원이 수도권 어린이집 100곳 중 51곳이 석면이 포함된 자재를 사용했다고 발표한 뒤 소규모 어린이집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조사다. 건축 형태로는 단독주택 9곳, 복합건축물에 딸린 부속 건물 17곳, 아파트 4곳에서 석면이 나왔다. 건축 시기별로는 1990년대에 지은 어린이집 건축물 18곳에서, 2000년대에 지은 어린이집 7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공간별로는 천장과 화장실 칸막이에 가장 많았다. 천장 재질로 많이 사용하는 ‘텍스’와 ‘밤라이트’가 주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 의원은 “영유아는 장시간 실내에서 활동하니까 소규모 어린이집도 석면 조사 의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부모에게 어린이집 석면 정보를 제공하고, 석면이 포함된 자재를 해체하고 제거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인천 서구에 사는 이강석 씨(66)는 말기 암에 걸리면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 달라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조만간 작성할 계획이다. 그는 몇 년 전에 아는 형(당시 68세)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평소 술을 좋아했던 형은 간암 말기를 진단받았고, 의사는 회복될 가망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집으로 갔다. 형은 가족과 친구 곁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냈다. 좋아하던 술도 실컷 마셨다. 그렇게 행복한 한 달을 보내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이 씨는 “어차피 맞을 죽음인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값비싼 진료비를 내고 고통스럽게 죽기보다는 형처럼 눈을 감고 싶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씨처럼 편안한 죽음을 맞고 싶어 하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9일 발표했다. 내년에 암 관리법을 개정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팀 운영 말기 암은 치료를 해도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몇 개월 내에 환자가 숨질 걸로 예상되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사망자 4명 중 1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대다수 암환자는 사망 3개월 전에 그해 의료비의 절반(50.4%)을 쓰고 숨을 거둔다. 완화의료는 이런 말기 암환자가 신체적인 고통을 덜 느끼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걸 목적으로 하는 의료 서비스다. 복지부는 앞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팀(PCT)’ 제도를 도입하고, 팀 운영근거와 세부기준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완화의료팀은 병원 내 공식 조직으로, 전용 상담실과 별도 운영공간을 갖춰야 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원이 된다. 성직자나 심리치료사도 포함될 수 있다.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 평가 내용에 완화의료팀 항목이 신설된다.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도 생긴다. 완화의료 전문기관과 연계해 말기 암 환자를 위한 ‘가정 방문팀’을 만드는 식이다. 팀에는 완화의료 병동에 3년 이상 근무한 사람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전담 간호사’가 최소 1명 포함된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가정에서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으면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될뿐더러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말기 암환자 위한 전문기관 확대 국내에서 암으로 숨진 환자의 완화의료 이용률은 2011년을 기준으로 11.9% 수준이다. 정부는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완화의료 전문기관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39개 지역거점 공공병원 중 완화의료 기관은 6개 기관에 불과하다. 말기 암환자는 완치 가능성이 없는 데다, 다른 환자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병원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부는 2008년부터 완화의료 전문기관을 지정해 운영했지만, 55개의 기관 중 종교계(15개) 지역암센터(12개) 공공병원(15개)을 제외하면 민간병원은 5곳뿐이다. 민간병원 5개 중 2개는 사실상 운영을 포기한 상태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신축 또는 증개축을 할 때,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신설하거나 관련 시설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먼저 투입하기로 했다.○ 건보 수가 별도 신설 완화의료를 위한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도 책정된다. 현행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의 양과 종류가 많을수록 진료비가 많이 지급되는 ‘행위별 수가’를 토대로 한다. 말기 암환자는 의료서비스를 많이 제공한다고 해서 호전되거나 통증이 줄지 않는다. 상담 미술 음악을 통한 치료도 가능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았다. 정부는 완화의료를 위한 수가를 만들기 위해 ‘완화의료 전문기관’ 7곳을 대상으로 2009∼2011년에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011년부터 올해 말까지는 13개 기관에서 계속된다. 하루당 진료비를 정해놓은 ‘일당 정액제’를 통해 구체적 비용을 산출하려고 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이 끝나는 대로 완화의료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확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말기 암환자에게 덜 필요한 검사나 수술은 억제하면서 진통 조절 약물이나 처치는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팀과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서도 적정한 수가를 연구한 뒤 책정할 예정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시중에 유통 중인 립스틱에 납과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하는 화장품의 납 기준치는 식품류의 허용 기준치보다 최소 2배∼최대 60배 많고, 카드뮴 역시 허용치가 최소 2.5배∼최대 50배라며 8일 이렇게 지적했다.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립스틱을 색조 화장품 등과 함께 ‘일반 화장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금속 물질에 관해서도 일반 화장품 기준치를 적용한다. 양 의원은 “유럽연합은 립스틱의 특수성을 고려해 중금속 기준치를 일반 화장품과 나누고 립스틱에서 중금속이 검출되면 별도의 위해평가를 실시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6월 미국국립보건원이 실시한 립스틱 중금속 검사에서는 32개의 립스틱 중 16개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립스틱 중금속은 별도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규제가 느슨하다는 것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민연금 보험료가 2018년까지는 인상되지 않는다. 전업주부처럼 소득이 없는 기혼자 중 보험료를 낸 적이 있는 500만 명은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8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 뒤 법령 개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계획에 따르면 보험료는 2018년 제4차 재정계산위원회가 재정운영 방식과 목표를 마련할 때까지 올리지 않는다. 2014∼2017년에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운영 방식과 목표에 관한 의견을 모아 이 위원회에 전달한다. 과거에 한 번이라도 보험료를 낸 적이 있지만 현재 소득이 없는 주부는 가입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혼자 본인이 장애를 얻으면 본인이 장애연금을, 사망하면 가족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적용 제외자’로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하면 매년 6000명 정도가 추가로 장애 또는 유족연금을 받고 2018년까지 더 지급하는 국민연금은 277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현행 ‘1가구 1연금’ 체제를 ‘1소득자 1연금’으로 바꿔 연금 수혜 대상을 넓혔다. 또 국민을 △가입자 △임의가입 가능자 △적용 제외자로 재편해 국민연금 가입 가능성을 높였다. 확대된 수혜 대상자를 항목별로 알아본다. ① 전업주부도 장애 및 유족연금 받는다 경북 경산시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 씨(44)는 2006∼2010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냈다. 지금은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여서 본인이 장애를 입었을 때 장애연금이나 사망했을 때 남은 가족이 유족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김 씨처럼 과거에 한 차례라도 보험료를 내고 체납기간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으면 장애 또는 유족연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보험료를 납부한 적이 있으면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는 약 500만 명으로 매년 6000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자로 분류되는 인원은 현재 2011만 명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2357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② 유족연금 지급 비율 30%로 늘린다 전업주부 A 씨가 사망하면 남은 가족인 남편이 유족연금을 받는다. 이때 남편이 노령연금이나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면 유족연금을 또 수령하므로 전체 액수의 20%만 지급한다. 원래 받아야 할 유족연금액이 50만 원이라면 10만 원만 받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A 씨 남편 같은 가입자의 유족연금 지급 비율이 30%로 올라간다. A 씨 남편은 유족연금 15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개선하는 이유는 더 많은 부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족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최우선순위인 유족이 받는다. 만약 최우선순위인 배우자가 가입자가 아니면 유족연금을 전액 받게 된다.③ 일하는 노인 소득따라 수령액 깎는다 현재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일을 해 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 월평균 소득보다 많으면 나이별로 수령액을 깎아서 준다. 원래 받을 수령액을 기준으로 △61세 50% △62세 60% △63세 70% △64세 80% △65세 90%를 주고 66세부터는 전액을 지급한다. 이러한 방식은 노인들의 일할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61세의 가난한 노인은 일을 해도 수령액이 50%이지만 65세 부자 노인은 일을 해도 90%를 받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소득이 월평균 소득을 넘을 때 초과금액에 따라 수령금 감액 비율을 정한다. 초과 소득구간을 100만 원 단위로 5개로 나누고 구간별로 일정 금액을 깎는 식이다. 다만 연금을 깎는 최대한도는 현재의 50%를 유지하기로 했다.④ 연금 수령액 인상 시기 당긴다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된 사람이 소득이 있을 때 65세가 될 때까지 수령액 전액을 늦게 받도록 신청할 수 있게 한다. 연금을 받게 될 때까지는 1년에 7.2%의 이자를 가산해 수령액을 더 늘려준다. 또 수령액 전액이 아닌 일부(50, 60, 70, 80, 90%)를 늦게 받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수령액 인상 시기도 현재 4월에서 1월로 바꾼다. 실무절차를 최대한 줄여 매년 1월부터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수령액을 인상한다. 이렇게 되면 평균 수급자를 기준으로 연간 2만610원의 연금을 더 받을 것으로 보인다.⑤ 취약계층 보험료 지원 늘린다 현재 정부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근로자 10인 미만인 영세사업장에서 월 130만 원 미만인 저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보험료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을 지원했고 91만여 명이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기업 가입자에만 적용돼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월 60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나 1개월 미만 일용 근로자 등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보험료 지원도 받지 못했다. 앞으로는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시간 기준도 사업장 단위에서 직원별 합산 근로시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4대 중증질환자 2명 중 1명이 소득 상위 30%에 속한 것으로 나타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의 혜택이 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자 139만3702명 중 65만4247명(46.9%)이 소득 상위 30%에 속했다. 현재 이런 중증질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에 한해 진료비의 5∼10%만 내는 ‘산정특례제도’를 적용받는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전체를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증질환자 중 초고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 상위 10%는 27만101명(18.4%)에 이르렀고 이는 소득 하위 30%인 27만9293명과 맞먹는 수치였다. 고소득자에 환자가 집중된 현상은 중증질환 종류별로도 마찬가지였다. 질환별로 소득 상·하위 30%에 속한 환자 수는 △암 상위 38만9168명, 하위 14만9816명 △희귀난치성 질환 상위 22만1774명, 하위 11만211명 △심장질환 상위 3만1180명, 하위 1만3225명 △뇌혈관질환 상위 1만2125명, 하위 6044명이었다. 다만 이 분석은 건보 진료비 지급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실제 4대 중증질환자 수와는 차이가 있다.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만 집계됐고 형편이 넉넉한 고소득자들은 병원을 더 많이 가고 가난한 이들은 그러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4대 중증질환자 중 고소득자가 훨씬 많다는 점은 공약 이행과 관련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유하다는 이유로 기초연금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위 30%가 4대 중증질환 보장정책 수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건보 진료비로 연간 500만 원 이상 지출된 상위 50개 질환 중 4대 중증질환이 아닌 진료비는 39%에 이른다. 전문가들이 특정 질환만 지목해 우선 보장해주는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배경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질환을 정해 놓고 특별 우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며 “어떤 병은 4대 중증질환이 아닌데도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으므로 소득을 기준으로 본인 부담을 차별화하는 게 논리에 맞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금도 환자들은 건보 항목들에 ‘본인부담 상한제’를 적용받아 소득수준별로 각각 연간 200만, 300만, 400만 원만 부담하고 초과금액은 돌려받는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이를 120만, 150만, 200만, 250만, 300만, 400만, 500만 원의 7단계로 세분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하지만 본인부담 상한제는 건보 항목만 대상이어서 4대 중증질환도 아니고 건보도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 교수는 “모든 병을 한꺼번에 보장하진 못하니 4대 중증질환부터 먼저 한 뒤 다른 병에도 점차 보장을 확대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정책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에 들어가는 초음파 약제 등 비급여 항목에 건보 적용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세부 계획을 6월경 발표했다. 하지만 그 외 질환의 비급여 개선책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도입하려는 복지정책이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노인이 많지 않아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는 식으로 돕자는 취지. 하지만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노인빈곤이 얼마나 개선되는지에 대해 정부가 정밀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막대한 재정에도 효과는 알지 못해 국내에서는 소득인정액이 월 83만 원에 못 미치는 경우를 빈곤상태로 규정한다. 이렇게 가난한 노인(65세 이상)이 전체의 45.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13.5%)의 3배 수준.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현 세대 노인의 빈곤문제를 완화하겠다고 정부가 강조한 근거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일 “기초연금이 도입됐을 때 노인빈곤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지 국민연금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효과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광희 충남대 교수(사회학과)는 “모든 정책의 효과는 모니터링이 기본이다. 연간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기초연금은 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며 “기초연금 도입으로 인한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아직 없다면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노인빈곤율이 5∼10%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정부 산하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학계가 인정할 만한 과학적 추계 결과는 사실상 없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정확한 샘플을 찾기 어려워 제도 도입에 따른 빈곤율 개선 효과를 추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팀(사회복지학과)은 지난달 12일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과 함께 기초연금 및 노인빈곤율 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면 공약대로 20만 원 일괄 지급할 때보다 노인 빈곤 개선 효과가 적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학계 일부에서는 시뮬레이션 방법과 빈곤율 개념에 문제를 제기했다.○ 맞춤형 지원대책이 효율적 이런 가운데 기초연금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논쟁이 소모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이나, 야당 및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20만 원 일괄지급안’ 모두 노인 빈곤문제 해법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 공공기관장 A 씨는 “기초연금은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논쟁이 다소 과하다”며 “10만 원을 주나 20만 원을 주나 노인빈곤율 완화 효과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논쟁을 벌이는 상황은 국력 낭비다”라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을 도입해도 빈곤율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말은 한국 노인의 삶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393만 명이다.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는 계층으로 이 중 약 39%(152만 명)는 월 소득인정액이 0원이다. 기초연금 도입 이후에 20만 원을 받더라도 빈곤에서 탈출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논쟁이 정치적으로 흐르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하며, 기초연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빈곤율 개선 효과부터 과학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누가 얼마를 더 받느냐가 논쟁의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보건복지부가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최대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2일 입법예고하면서 최저 수령액을 10만 원으로 못 박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제정안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 계획’과 동일하지만 기초연금 대상자 중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받는 최소 금액인 ‘국민연금 수급자 부가연금액’을 10만 원으로 정하지 않고 정부의 재량권으로 남겨뒀다. 최대 수령액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의 10%인 20만 원이라고 제정안 부칙에 명시한 반면에 최소 수령액인 부가연금액 금액은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기초연금 도입 계획을 발표할 때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해도 최소 10만 원은 받게 된다고 밝혔었다. 특히 제정안은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을 조절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에게 5년마다 기초연금의 장기 재정 소요를 전망하고 기초연금액의 적정성을 평가해 수령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복지 관련법도 금액을 하위법령에서 정하기 때문에 제정안에 명시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 수령액은 매년 오를 것이므로 최소 수령액이 10만 원보다 적어질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재정 여건이 나아지기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최소 수령액을 포함해 수령액 자체가 더 적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제정안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령자와 그 배우자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에서 60일 이상 거주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180일이 기준이었지만 더 강화한 것이다. 제정안은 국민연금기금은 기초연금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재원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형편에 따라 국비와 지방비를 분담해 조달하도록 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가 처한 고민스러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복지 공약 이행과 경제 살리기, 재정 건전성 유지 등 세 가지 정책목표를 고루 만족시키려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예산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관심의 초점이었던 복지 및 교육 예산을 일부 삭감하는 등 고심 끝에 절충안을 택했지만 세수 구멍이 커지면서 앞으로도 진퇴양난의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 및 교육 공약 일부 후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밝혔던 일부 교육과 복지 공약은 내년 예산에서 상당 부분 바뀌었다. 우선순위를 정해 시급한 항목은 가급적 원안대로 추진하되 지방자치단체나 이해 당사자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한 공약은 시점을 연기했다. 대표적으로 고교 무상교육 도입이 연기되고 대학 반값등록금 예산이 줄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14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작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박 대통령 임기 내에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는 원론적인 계획만 밝혔다. 성삼제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고교 무상교육은 완성 연도를 기준으로 연간 2조7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국고와 지방비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복잡한 문제가 있어 내년 도입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반값등록금은 연간 7조 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4조 원, 대학이 3조 원을 부담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국가장학금 예산이 소요액보다 8150억 원 부족한 3조1850억 원만 편성됐다. 소요 예정액의 80%만 반영된 것. 대입 개편안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사업 예산 역시 예산 협의 과정에서 3분의 1로 줄어든 410억 원만 반영됐다. 박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은 내년 하반기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10만∼20만 원씩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확정돼 기초연금 도입 즉시 모든 노인에게 현재의 2배(약 20만 원)를 지급하겠다던 당초 공약보다 축소됐다. 홀몸노인이나 차상위 계층에 장기요양보험을 지원하기로 한 공약이나 한부모 자녀 양육비 지원을 5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올려주는 공약도 내년 예산에서 빠졌다. 반면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은 내년 예산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복지 공약 이행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을 지원받는 수혜계층이 가장이 40, 50대인 중장년층 가구다보니 당장 출산 장려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 악화, 커지는 세수 구멍 ‘사면초가’ 복지 및 교육 공약 축소에도 이번 예산안으로 정부의 재정 여건은 한층 더 취약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당초 지난 정부가 약속했던 균형재정 달성 시기는 2013년이었지만 올해 재정수지는 더 악화됐다. 국가채무비율을 20%대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다음 정부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가 밝힌 ‘2013∼2017년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3%로 지난해 전망인 28.3%에 비해 큰 폭으로 악화됐다. 재정 여건이 이렇게 나빠진 것은 저성장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세입 부족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4월 과다하게 편성된 세입 예산을 보전하기 위해 12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올해 세수는 이보다도 8조 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임기 첫해부터 20조 원의 재정 ‘펑크’가 나면서 앞으로도 매년 그 이상의 돈이 모자라게 될 판이라는 점이다. 이날 정부의 세수 추계에 따르면 2016년 국세 수입은 252조 원으로 1년 전 전망(280조 원)에 비해 30조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 같은 추계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3.9%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3.6%), 한국경제연구원(3.4%), 골드만삭스(3.5%)의 전망처럼 내년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문다면 세금 납부액도 크게 줄어든다. 경제 전문가들은 엄청난 위기 상황도 아닌 마당에 무리한 적자예산을 편성한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재정적자는 한번 늘어나면 좀처럼 줄이기 어려운 만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더 빡빡하게 예산을 짰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불요불급한 공약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이 같은 난맥상을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연속 대규모 적자예산을 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급박한 위기라면 몰라도 함부로 건전재정 기조를 이탈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한국재정학회장)은 “내년 세수는 정부 전망보다는 다소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복지 공약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으면 향후 재정적자의 폭은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희균·이샘물·문병기 기자 foryou@donga.com}

《 기초연금 확정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최저 10만 원,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으면 적게, 적으면 많게 준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은 적어진다. 국민연금이 1988년 도입되면서 제도가 정착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했던 60대 이상 세대는 대부분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는다. 반면에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초연금 수령액이 20만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금한 점을 항목별로 풀어본다. 》 ① 지급기준은 어떻게 되나 하위 70%는 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정한다. 근로소득에서 45만 원을 뺀 ‘월소득 평가액’에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액수가 소득인정액이다. 혼자 사는 노인은 월 83만 원 이하, 부부가 함께 사는 노인은 약 132만8000원 이하. 대도시에서 공시지가 4억3000만 원 이상의 주택을 가진 노인 부부는 상위 30%에 해당하므로 현금소득이 없어도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홀몸노인의 집값 기준은 3억 원이다. 금융재산만 있다면 노인 부부는 3억4000만 원, 홀몸노인은 2억2000만 원이 넘어가면 기초연금 제외 대상이다.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거주지 읍면동주민센터, 국민연금공단에 가서 신청서를 써야 한다. 소득·재산신고서와 금융정보 제공동의서 같은 서류도 필요하다.②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나 소득이나 재산이 많아도 당국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20만 원을 모두 받는다. 소득이 완전히 노출되는 노인은 실제 형편이 넉넉지 않아도 상위 30%에 포함되므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 공시지가 기준으로 3억 원 이상인 주택을 자기 명의로 소유한 홀몸노인은 소득이 전혀 없어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자녀 명의의 다가구주택에 살면서 높은 임대수익을 올리는 노인은 수급자에 포함될 수 있다. 기초연금 최대 수령액이 20만 원으로 늘어나면 재산이나 소득을 숨겨 수급자가 되는 ‘무늬만 빈곤노인’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다.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 세우기 국민행동’은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노인(홀몸노인) 중에서 15.9%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고, 하위 30%에 속하는 노인이면서도 4.2%는 혜택을 못 받는다는 자료를 최근 발표했다.③ 국민연금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고 납부한 보험료가 많을수록 수령액이 많아진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기간이 11년 이하면 20만 원을 받는다. 가입기간이 12년이면 19만 원, 13년이면 18만 원이다. 1년에 1만 원씩 줄어들어 20년 이상 가입자는 10만 원을 받는다. 2028년 이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세대는 가입기간이 16년이 되는 해부터 1년씩 늘어날 때마다 기초연금 월 수령액이 6700원씩 줄어든다.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수급자는 평균 가입기간이 15년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88만 명 중 약 70%(61만 명)는 최대 금액인 20만 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청장년 세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대부분 20년 이상이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20만 원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하면서 생기는 이익이 기초연금 삭감으로 인한 손해보다 크다고 설명한다.④ 일괄지급은 왜 어렵나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보다 훨씬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의 2배, 즉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간 월평균 소득(A값)의 10%를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재벌 회장 등 부자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20만 원 지급하는 제도가 바람직한가를 두고 공방이 일었다. 기초연금에 대한 사회적 협의체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도 대다수가 소득 하위 70∼80%에게 차등지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노인 인구는 2010년을 기준으로 545만 명이다. 2040년엔 1650만 명, 2060년엔 1762만 명으로 증가한다.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2014∼2017년에 57조1000억 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마련한 방안에 비해 17조5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재정에 부담이 되기 쉽다. 기초연금은 전액 조세로 충당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 운영한다고 공약해 국민연금 재정을 헐어 기초연금에 쓰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을 건드리지 않고, 조세로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명시할 예정이다.⑤ 소득 상위 30%는 어떻게 되나 기초연금에서 제외되는 상위 30%는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재능 나눔, 자원봉사처럼 ‘시니어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 월 10만 원의 활동비를 3개월 동안 지원하는 식이다. 경로당 중심의 노인자원봉사클럽은 1300곳에서 1800곳으로 확대한다. 운영비(2개월)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고 경로우대카드를 발급해 직간접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실제로 이들이 사회참여 활동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확실치 않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정부가 기존 정책을 재탕해서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이샘물·이철호 기자 evey@donga.com}
선진국에서는 기초연금을 연금이나 자산, 거주 요건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모든 노인에게 100% 지급하는 사례는 드물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을 잘사는 상위 30%에게 지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의 일괄 지급은 소득이 안정적인 계층에는 껌값도 안 되는 금액을 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정부안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처럼 최저연금제도 개념을 바탕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북유럽 국가와 비슷하다. 스웨덴은 1998년 연금제도를 개혁하면서 전체 노인의 47%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바꿨다. 연금액이 최저보장수준 이하이면 정부가 나머지 금액을 채워주는 식이다. 일단 10만 원을 기본적으로 주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지만 일정액 이상의 연금을 보장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일부에서는 노인빈곤 완화라는 정책목표에 맞게 대상을 좀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소득하위 70% 기준선은 빈곤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취약 노인으로 정책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입 비용을 감안하면 노인빈곤 완화라는 정책효과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깎는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론도 만만찮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에 퇴직해 자영업자가 되고 나서도 국민연금을 납부하면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납부예외자가 연금을 납부해야 할 근거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정부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10만∼2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식으로 확정됐다. 이들은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을수록 기초연금은 적게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598만 명 중 형편이 어려운 391만 명에게 기초연금 10만∼2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도입계획’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부는 후속 작업을 거쳐 관련 법률안을 11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도입계획에 따르면 하위 70%에 속하는 391만 명 중 90%(353만 명) 정도가 기초연금 최대액수인 20만 원을 받는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기간이 11년 이하로 짧아 국민연금을 적게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년 길어질수록 기초연금은 약 1만 원씩 줄어든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인 노인은 기초연금을 최소액수인 10만 원을 받는다. 이에 따라 노인 20만 명은 15만∼20만 원을, 18만 명은 10만∼15만 원을 받게 된다.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구분선인 소득 하위 70%의 소득 인정액은 단독 가구의 경우 월 83만 원, 부부 가구는 월 132만8000원 이하이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재원을 모두 세금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기초연금 지급을 위해 내년에만 7조 원이 들어가고 2014∼2017년 4년간은 모두 39조6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계획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20만 원 지급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어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재정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기초연금 제도의 안정적 운용을 생각하면 형편이 넉넉한 노인에게까지 20만 원을 주는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복지 욕구가 강해져 돈을 쓸 곳이 많아지고, 특히 초고령화 사회가 임박했지만 경제여건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만 2조7000억 원이 더 투입되는 등 4년간 평균 4조 원 이상을 더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노인 인구는 지난해 598만 명이었지만 2040년에는 1650만 명, 2060년엔 1762만 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위 30%의 노인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비를 10만 원씩, 3개월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기초연금 공약 후퇴로 인책 사의설이 나왔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서울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 당황스럽다. 공약 이행에 책임을 느껴서 그렇다느니 이런 건 너무 와전됐다”라고 밝혔다. 의료 정보기술(IT) 수출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진 장관은 24일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수행기자단에 “보름 전 그런 (사퇴) 생각을 하고 주변에 말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이어 “나에게 기대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복지부 장관으로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다”며 사퇴 고민의 배경을 설명했다. 진 장관은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꽉 쥐고 있고 인원은 안전행정부가 꽉 쥐고 있고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며 “서울로 돌아가면 잘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26일 발표될 예정인 기초연금 정부안은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보다 축소되는 것으로 야당이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진 장관의 해명과는 달리 인책 사퇴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