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지원 수혜자 절반이 소득 상위30%”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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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공단 연구자료 분석해보니

4대 중증질환자 2명 중 1명이 소득 상위 30%에 속한 것으로 나타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의 혜택이 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자 139만3702명 중 65만4247명(46.9%)이 소득 상위 30%에 속했다.

현재 이런 중증질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에 한해 진료비의 5∼10%만 내는 ‘산정특례제도’를 적용받는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전체를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증질환자 중 초고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 상위 10%는 27만101명(18.4%)에 이르렀고 이는 소득 하위 30%인 27만9293명과 맞먹는 수치였다. 고소득자에 환자가 집중된 현상은 중증질환 종류별로도 마찬가지였다.

질환별로 소득 상·하위 30%에 속한 환자 수는 △암 상위 38만9168명, 하위 14만9816명 △희귀난치성 질환 상위 22만1774명, 하위 11만211명 △심장질환 상위 3만1180명, 하위 1만3225명 △뇌혈관질환 상위 1만2125명, 하위 6044명이었다.

다만 이 분석은 건보 진료비 지급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실제 4대 중증질환자 수와는 차이가 있다.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만 집계됐고 형편이 넉넉한 고소득자들은 병원을 더 많이 가고 가난한 이들은 그러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4대 중증질환자 중 고소득자가 훨씬 많다는 점은 공약 이행과 관련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유하다는 이유로 기초연금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위 30%가 4대 중증질환 보장정책 수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건보 진료비로 연간 500만 원 이상 지출된 상위 50개 질환 중 4대 중증질환이 아닌 진료비는 39%에 이른다. 전문가들이 특정 질환만 지목해 우선 보장해주는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배경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질환을 정해 놓고 특별 우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며 “어떤 병은 4대 중증질환이 아닌데도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으므로 소득을 기준으로 본인 부담을 차별화하는 게 논리에 맞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금도 환자들은 건보 항목들에 ‘본인부담 상한제’를 적용받아 소득수준별로 각각 연간 200만, 300만, 400만 원만 부담하고 초과금액은 돌려받는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이를 120만, 150만, 200만, 250만, 300만, 400만, 500만 원의 7단계로 세분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하지만 본인부담 상한제는 건보 항목만 대상이어서 4대 중증질환도 아니고 건보도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 교수는 “모든 병을 한꺼번에 보장하진 못하니 4대 중증질환부터 먼저 한 뒤 다른 병에도 점차 보장을 확대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정책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에 들어가는 초음파 약제 등 비급여 항목에 건보 적용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세부 계획을 6월경 발표했다. 하지만 그 외 질환의 비급여 개선책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4대 중증질환#진료비 국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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