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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사는 A 씨(42·여)는 최근 11세 아들의 타미플루 복용을 중단했다. 독감에 걸려 처방받은 타미플루를 아들에게 먹이자 환각, 환시, 환청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타미플루를 먹은 아들이 새벽에 벌떡 일어나 허공을 향해 손을 허우적대거나 “머리가 날아갈 것 같다”며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A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타미플루만 먹으면 환각, 구토 같은 부작용을 겪었는데 올해는 부작용이 심하게 와서 이젠 독감에 걸리면 무조건 입원 치료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버젓이 있는데 ‘타미플루 부작용이 입증된 바 없다’는 말을 들으면 울화가 터진다”고 말했다. 최근 맘카페 등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타미플루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등에는 독감에 걸린 아이들에게 타미플루를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전업주부 강모 씨(39)의 초등학교 3학년 딸도 지난해 겨울 ‘타미플루 부작용’을 경험했다. 강 씨는 “아이가 눈을 감아도, 누워 있거나 앉아 있어도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고 울면서 헛구역질을 하며 토했다”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타미플루 부작용인 걸 알았는데 병원에서는 여기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아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타미플루 부작용’은 대부분 어지러움, 환각,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며 심하게는 폐렴에 걸리거나 기절하는 사례도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 애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물을 먹다 기절했다”면서 “타미플루 말고는 독감 치료 대안이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타미플루를 복용하던 우리 애는 예전에 어지럽대서 의사에게 물었더니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먹을 약이 아니라고 해서 안 먹였다”고 말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22일 부산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숨진 여중생 A 양의 유족들 역시 담당 의사로부터 부작용 등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소아와 청소년이 타미플루를 복용할 경우 적어도 이틀은 혼자 두지 않도록 하라며 각 병의원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경찰 조사에서 담당 의사는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하지 않았냐는 유족들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양의 사망과 타미플루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A 양이 먹다 남긴 타미플루와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2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A 양의 시신 부검은 유족들이 원하지 않아 하지 않기로 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세종시에 사는 A 씨(42·여)는 최근 11세 아들의 타미플루 복용을 중단했다. 독감에 걸려 처방받은 타미플루를 아들에게 먹이자 환각, 환시, 환청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타미플루를 먹은 아들이 새벽에 벌떡 일어나 허공을 향해 손을 허우적대거나 “머리가 날아갈 것 같다”며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A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타미플루만 먹으면 환각, 구토 같은 부작용을 겪었는데 올해는 부작용이 심하게 와서 이젠 독감에 걸리면 무조건 입원 치료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버젓이 있는데 ‘타미플루 부작용이 입증된 바 없다’는 기사들을 보면 울화가 터진다”고 말했다. 최근 맘카페 등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타미플루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등에는 독감에 걸린 아이들에게 타미플루를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전업주부 강모 씨(39)의 초등학교 3학년 딸도 지난해 겨울 ‘타미플루 부작용’을 경험했다. 강 씨는 “아이가 눈을 감아도, 누워 있거나 앉아 있어도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고 울면서 헛구역질을 하며 토했다”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타미플루 부작용인 걸 알았는데 병원에서는 여기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아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타미플루 부작용’은 대부분 어지러움, 환각,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며 심하게는 폐렴에 걸리거나 기절하는 사례도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 애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물을 먹다 기절했다”면서 “타미플루 말고는 독감 치료 대안이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타미플루를 복용하던 우리 애는 예전에 어지럽대서 의사에게 물었더니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먹을 약이 아니라고 해서 안 먹였다”고 말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22일 부산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숨진 여중생 A 양의 유족들 역시 담당 의사로부터 부작용 등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소아와 청소년이 타미플루를 복용할 경우 적어도 이틀은 혼자 두지 않도록 하라며 각 병의원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경찰 조사에서 담당 의사는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하지 않았냐는 유족들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양의 사망과 타미플루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A 양이 먹다 남긴 타미플루와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2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A 양의 시신 부검은 유족들이 원하지 않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앞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고등학생도 원하는 학교로 즉시 전학을 갈 수 있게 됐다. 교육부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성폭력 피해 고등학생의 의무전학 규정을 담은 ‘시도교육청 전입학 관리지침’ 개정 사실을 발표했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를 당한 초중학생은 의무전학 대상이었지만, 고등학생은 학교장 재량으로 전학 여부가 결정됐다. 성폭력 피해 고등학생이 전학을 원해도 학교에서 ‘문제의 소지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의무전학 제도에 대해 교육청과 협의해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국무회의에선 학교폭력 가해 학생 보호자가 특별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됐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올 한 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면서 젠더 갈등이 이슈가 됐다. 논란의 중심엔 여성 우월주의 사이트 워마드(Womad)가 있었다. 이곳에선 독립운동가도,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건 사고의 피해자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멸시의 대상이 된다. 남성의 외모를 품평하고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 예고가 올라온다. 지나친 과격함 때문에 ‘여자 일베(일간베스트)’ ‘정신병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워마드는 스스로를 ‘신(新)서프러제트(Suffragette·전투적 여권 운동)’라고 믿는다. 온건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억압이 지속되니 돌과 폭탄을 들고 남성을 해(害)하겠다는 것이다. 본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2016년 10월부터 2년간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물 약 39만 건에서 추출한 단어들 사이의 관계지도를 그려서 ‘워마드의 뇌 구조’를 들여다봤다. 또 워마드 게시글의 내용을 분석하고, 워마드 유저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분석 결과 워마드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남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놀이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소수의 ‘헤비 유저’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온·오프라인상에서 ‘여성 혐오 지우기’에 나선 ‘전쟁터’에 가까웠다. 이들은 여성이 남성에게 당했던 방식대로 되돌려 준다는 ‘미러링(mirroring)’을 무기로 내세웠다. 워마드 유저들이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 등 ‘4B(非)’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최지선·김은지 기자}

제20대 고려대 총장에 정진택 기계공학부 교수(58·사진)가 선임됐다. 고려대 개교 이래 공과대학 출신이 총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정 교수와 최광식 명예교수(65·한국사학과), 이두희 교수(57·경영대) 등 3명을 차례로 면접한 뒤 정 교수를 차기 총장으로 결정했다. 임기는 내년 3월 1일부터 4년이다. 앞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13일 예비심사를 통과한 5명의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거쳐 정 교수와 최 교수, 이 교수 등 3명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교수 15명, 법인 4명, 교우회 5명, 직원 3명, 학생 3명으로 구성된다. 정 교수는 1983년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공학석사,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고려대 기계공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며 학내에서 대외협력처장, 공학대학원장, 공과대학장, 테크노콤플렉스 원장,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한국유체기계학회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등을 지냈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민족 고대 113년 역사상 첫 공과대 출신으로 총장을 맡게 된 데에 커다란 보람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선배들이 다져온 국권 회복과 민족의 부흥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4차 산업시대를 앞장서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내로는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고, 교직원과 교우 그리고 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명예를 평생 지니고 생각하겠습니다.” 1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열린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안장식. 유가족 대표로 조문객 앞에 선 아들 이모 씨(33)는 “사실 아직까지도 아버지의 선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 선택이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면 그 명예를 평생 생각하며 살겠다”며 울먹였다. 이어 “아버지가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 이제는 자유롭고 편안한 곳에서 편히 쉴 수 있게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씨의 발언이 끝나자 옆에 서 있던 이 전 사령관의 부인과 딸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숨죽여 흐느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엄수된 영결식에는 이 전 사령관의 가족과 자유한국당 심재철 홍문종 의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이태명 육군 헌병실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날 오후 9시경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 전 사령관의 빈소를 찾아 2시간 40분가량 머물렀던 박지만 EG 회장도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이 전 사령관의 고교 단짝 친구이자 육군사관학교 동기(37기)인 박 회장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다 직접 이 전 사령관의 관 위에 흙을 뿌렸다. 박 회장은 “반듯했고 소신 있는 모습의 그 친구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왜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전 사령관의) 가족은 내가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의 장례는 육사 37기장으로 치러졌다. 이덕건 육사 37기 동기회 사무총장은 “평생 충성을 다한 국가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쳤을 상황에도 마지막까지 의연함과 절제를 잃지 않으려 했던 고인의 품격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면서 “사랑하는 이재수 동기, 당신의 명예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추모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옆에서는 3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보수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이 주최한 이 전 사령관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추모사에서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한 이 전 사령관 손에 수갑을 채워 인격을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대전=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제 친구가 보고 싶습니다.” 10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를 찾은 박지만 EG 회장(60)의 목소리는 떨렸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과 고교 시절 ‘단짝 친구’이자 육군사관학교 37기 동기다. 검은 양복,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난 박 회장은 장례식장 입구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 전 사령관은 (육사) 생도 생활과 군 생활을 다 같이 한 절친한 친구”라며 “내 인생에서 내가 사랑했던 분들이 아무 말 없이 갑자기 나를 떠나는 것이 상당히 괴롭다”면서 울먹였다. 주변에 있던 박 회장의 지인들이 “울지 말라”고 박 회장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의 동향을 사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7일 투신해 숨졌다. 지난 주말 사업차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에 머물던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 조문을 위해 급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과 박 회장은 고교 시절부터 유달리 친한 사이였고, 이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박 전 대통령과도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4월 중장으로 진급하며 육군 인사사령관에 임명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기무사령관에 임명되는 등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이듬해 10월 육군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군 안팎에서는 박 회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경질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두 사람은 이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전날(2일) 점심 식사를 함께 했고, 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4일)에는 같이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점심 식사에서 박 회장은 “구속될 수도 있는데 처음 며칠은 수치스러울지 모르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지내라”고 이 전 사령관을 위로했다고 한다. 4일 저녁 자리에서는 박 회장이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이 전 사령관을 다독였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의 투신 소식을 전해 들은 직후 지인들에게 “그 자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황망해했다고 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종천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할 당시에 차량에 함께 탔던 2명에 대한 처벌이 어렵게 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8일 동승자 2명을 불러 음주운전 방조 여부와 관련해 조사했지만 음주운전 방조 혐의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의전비서관실 직원들과 회식을 한 뒤 음주 상태에서 여직원 2명을 태운 채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동승자들은 모두 김 전 비서관의 음주운전을 말렸다고 진술했다”면서 “김 전 비서관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이 몰았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 사회 지도층 음주운전 적발이 잇따르면서 음주운전자는 물론이고 이를 방조한 이들의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음주운전 차량에 함께 탑승한 사람들을 재판에 넘기는 사례는 아주 드물다.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시스템을 통해 검색한 결과 올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8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음주운전사고 적발 건수가 1만9517건인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의 ‘방조범’만이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음주운전 방조로 기소된 8명 가운데 1명에게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고, 6명은 집행유예, 1명은 300만 원 벌금형에 그쳤다. 이 가운데 음주운전 방조 혐의만으로 재판에 넘어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권유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 보행자나 상대 운전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했다. 실형을 받은 김모 씨(34)의 경우 운전자에게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권했을 뿐 아니라 보행자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뒤 구조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도주치상)도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방조만으로 형사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음주운전을 방조한 이들을 처벌하게 돼 있지만 단순 동승자는 처벌하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권유했거나 암묵적으로 음주운전을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가능하다. 검경의 가이드라인에는 △음주운전을 할 것을 알면서도 차 열쇠를 제공했거나 △음주운전을 직접적으로 권유·독려한 동승자 △부하직원의 음주운전을 방치한 상사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창호법’ 원안에는 음주운전 동승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포함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석기 석방하여 사법적폐 청산하자.” vs “박근혜는 석방하고 문재인을 구속하라.”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둘로 쪼개졌다. ‘이석기 석방’ ‘김정은 환영’을 외치는 2만여 명의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와 ‘박근혜 탄핵 무효’ ‘문재인 구속’을 외치는 5000여 명의 보수 시위대로 갈렸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석기 석방’ 집회는 8개 단체에서, ‘탄핵 무효’를 외친 보수 성향 집회는 6개 단체가 신고했다. ‘이석기 석방’ 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구명위)다. 이들은 6년 전 내란음모죄로 수감된 이 전 의원의 ‘성탄절 사면’을 요구했다. 구명위 관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 답방이 머지않은 것 같다”며 “평화와 자주를 외친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는 이날 연설에서 “이석기 의원이 석방되면 우리 정치에서 ‘색깔론’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면서 “민주당 정의당도 통진당과 가깝지 않다고 인증해야 살아남는 한국 정치는 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에서는 이 전 의원의 옥중 편지가 낭독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편지에서 “분단 장벽을 무너뜨리고 민족 스스로 평화번영 시대를 일궈나가는 건 오랜 소망인데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우여곡절과 만만치 않은 난관이 있겠지만 좌절은 없고 우리의 내일은 낙관적”이라고 했다. ‘이석기 석방’ 집회에 앞서 청년 150여 명은 ‘김정은 방남 환영집회’를 열었다. 또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탄핵 무효 집회’와 ‘김정은 방남 저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대한애국당 자유대연합 등 보수 성향 단체에 소속된 시위대는 오후 2시 광화문역 3번 출구에 모여 ‘박근혜 석방’ ‘이석기 사형’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7일 숨진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언급되기도 했다. 단상에 선 송영선 전 의원은 “이재수 전 사령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유족들도 이걸 바라진 않을 것”이라며 “얼마만큼 더 국민을 분열시켜야 만족하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광장 집회 시위에 참가한 2만5000여 명을 관리 및 통제하기 위해 경찰 1100명을 투입했다. 한때 ‘이석기 석방’ 집회 도중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석기 빨갱이”를 외치며 구명위 쪽으로 다가갔으나 경찰력으로 벽을 세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진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에는 정관계 인사와 동료 군인들이 줄지어 조문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등이 방문한 데에 이어 9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전 대표 등도 방문했다. 여권 인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적폐라는 이름의 수사 중에 작고하셔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표적수사나 과잉수사, 별건수사 등의 행태는 다들 잘못된 것이라 한다”며 “이게 (검찰 조사 중 피의자가 사망한) 첫 사례도 아니라니까 안타까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적폐청산 관련 수사 중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정치호 변호사 이후 이 전 사령관이 세 번째다. 이 전 사령관 재직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전 실장은 빈소에서 90분을 머물며 이 전 사령관을 두고 “참군인이었다”고 했다. 적폐 수사 논란에 대해선 그 역시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한 전 장관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면서 (목숨을 끊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김 위원장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정부가 또다시 지금 적폐를 만들고 있는 그런 양상”이라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정치 보복식 정치행위를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옛날엔 검찰이 정의롭다고 했다. 요즘 하는 것을 보니까, 주구를 넘어서서 광견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사람들을 후벼 파고 목숨을 내놓게 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더 이상 검찰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의 육군사관학교 동기(37기)들도 빈소를 찾았다. 생도 시절 이 전 사령관과 룸메이트였던 노양규 씨(60)는 “군인의 당연한 임무를 두고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그런 임무를 부여한 게 잘못이지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 죄인은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전 사령관 법률대리인인 임천영 변호사는 8일 유서를 공개했다.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엔 “세월호 사고 시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적혀 있다.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임 변호사는 “본인은 그렇게 느꼈을 수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4일 오후 8시 41분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주변에 있던 시민들 눈앞에 펄펄 끓는 물기둥이 치솟았다. 도로 밑 지하 2.5m에 매설된 지름 85cm의 온수배관이 터지면서 95∼110도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온 것이다. 난데없는 ‘100도 물폭탄’에 송모 씨(68)가 숨지고 23명이 화상을 입었다. 1991년 만들어진 이 온수배관은 27년 된 노후 열수송관이다. 해당 배관을 통해 온수를 공급해온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경찰은 배관 부식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수도권 신도시에 깔린 노후 열수송관이 한계에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열수송관 파손으로 온수 공급이 중단되거나 뜨거운 물이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 열수송관의 32%가 노후…분당은 77% 사고가 난 열수송관의 내구연한은 40년이지만 배관 관리와 주변 지반 상태에 따라 내구연한 이전에도 심각한 부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흙을 쌓아 지반을 만들었기 때문에 모래 지반에 비해 방수가 취약할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흙이 물을 머금고 있어 부식이 더욱 촉진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실이 지역난방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열수송관 2164km 가운데 20년이 넘은 노후관은 686km로 전체의 약 32%다. 이들 노후관의 상당수가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강남 등지에 깔려 있다. 노후관의 비율은 분당(77%), 강남(54%), 반포·여의도(53%), 고양(50%) 지역이 특히 높다. 평촌과 중동, 산본 등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다른 신도시도 노후관 비율이 높아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관 파열 사고 역시 이 지역에 집중됐다. 2013년 이후 발생한 11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건이 분당에서 일어났다. 강남과 고양에서도 2건씩 발생했다. 2013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21년 된 수송관이 부식으로 파열돼 3158가구 아파트에 24시간 동안 열 공급이 중단됐다. 2016년 3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20년 된 수송관이 파열돼 5540가구에 열 공급이 12시간가량 끊겼다.○ 부실 보온자재가 부식 촉진 지역난방공사가 방수 성능이 떨어지는 보온자재를 쓰는 등 열수송관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관을 둘러싼 보온자재는 물의 온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온수의 유출을 차단해 배관의 부식을 막는 기능을 한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장은 “찬물보다 뜨거운 물이 지날 때 배관이 더 쉽게 부식될 수 있어 보온자재 등을 통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2000년 이전 만들어진 보온재는 성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손 사고가 난 열수송관의 대부분은 2000년 이전에 시공된 배관이다. 감사원은 올 9월 열수송관의 위험 등급을 관리하지 않아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역난방공사에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난방공사 측은 “지난달 열화상 카메라로 사고 배관 주변 지표면 온도의 이상 여부 등을 확인했지만 위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1주일 내에 20년 이상 사용한 열수송관을 긴급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한 달간 정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뜨거운 물기둥 2m 넘게 치솟아” 사고가 난 4일 저녁 백석역 앞 왕복 4차선 도로 주변은 아수라장이었다.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상당수 시민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물이 몸에 닿아 화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 차량을 주차했던 김모 씨(49)는 “당시 물기둥이 10초 이상 2m가 넘는 높이로 계속 뿜어져 나왔다”면서 “거리에 수증기가 가득 차 1m 앞도 안 보였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윤모 씨(55)는 “사고 현장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었는데도 뜨거운 물이 흘러와 발목 높이까지 도로에 찰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주변 건물로 배달을 가던 음식 배달원 이모 씨(52)는 연기가 자욱해 불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이 씨는 “‘불난 건물에서 왜 배달을 시켰지’ 생각하면서 사거리로 걸어갔다가 뜨거운 물이 발에 닿아 2도 화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불이 난 줄 알고 건물에서 급하게 대피했다가 화상을 입었다. 분식집 직원 한모 씨(40)는 “사람들이 수증기가 독가스인 줄 알고 대피하다 발을 데여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인근 4개 아파트 단지 2861가구의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가 5일 오전 8시경 임시 복구됐다.고양=윤다빈 empty@donga.com / 이지훈 / 세종=최혜령 기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두 팔 벌려 안아 주면서 ‘아빠 수고했어’라고 등을 두드려 주던 딸을 볼 수 없다는 게 미치도록 괴롭습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에게 딸 민정(가명·14) 양을 잃은 김모 씨는 딸을 ‘보물’이라고 불렀다. 1일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에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보물이 없어졌으니까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집을 내놨는데 안 나가서 이사를 못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딸의 사진과 물건들을 정리했지만 흰 줄무늬 셔츠만은 버리지 못하고 매일 안아 본다고 한다. “사고 이틀 전에 한 번 입었던 옷이어서 아이의 체취가 조금 있어서…”라며 김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 “피해자가 용서 안 했는데 법원이 용서해주나” 김 씨는 지난해 9월 민정이를 나무 사이에 묻었다. 집에서 두 시간가량 떨어진 곳이지만 김 씨는 매주 도시락을 싸서 딸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이영학의 대법원 판결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에도 민정이 어머니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가지고 다녀왔다. “민정이는 과일만 빼고 다 잘 먹었다. 특히 자장면과 김치볶음밥을 가장 좋아했다”고 김 씨는 기억했다. 민정이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아빠, 엄마와 살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해주던 착한 딸이었다. 김 씨는 “민정이의 어릴 때 꿈은 동물사육사였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공부 열심히 해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검사나 판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토록 소중했던 아이를 떠나보낸 뒤 부부의 삶은 파괴됐다. 김 씨는 “원래 주량은 소주 1병 정도인데 사고 뒤에는 2, 3병을 마셔도 잠이 안 오더라”고 말했다. 김 씨는 더 이상 운전 일을 하지 못하게 됐고 아내 역시 운영하던 미용실을 접었다. 김 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싶어도 하나 남은 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못 간다”고 털어놨다. 민정이의 목숨을 빼앗은 이영학은 마땅히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김 씨는 믿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오래된 건 알지만 죄인을 영원히 격리시키는 건 사형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1심은 사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법정에 있던 김 씨는 선고 직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의 신청합니다!”라고 절규했지만 법정 경위들이 그를 제지했다. 무기징역은 이영학의 목표이기도 했다. 이영학은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제로 무기징역이지만 정신 차리고 다른 세상 살 수 있다. 꿈이지만 25년, 30년(만 징역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김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면 풀어주겠다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가 용서를 안 했는데 왜 법원이 용서를 해주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 법원 “우발적 범행…재범 우려 낮아” 항소심 재판부는 이영학을 감형하면서 “피고인을 이성적이고 책임감을 가진 사람으로 취급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학력이 낮고 어려서부터 난치병을 앓았으며 장애인 판정을 받은 이영학에게 온전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이영학의 범행 중 강제추행, 살인, 사체 유기는 우발적이라고 봤다. 범행에 고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1,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영학은 자신의 딸에게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와 사이가 안 좋은 친구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수면제를 음료수에 나눠 담는 등 피해자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 계획을 짰다. 항소심은 이영학에겐 성범죄·폭력 전과가 없고 성욕 분출 대상은 배우자에게만 국한돼 있어 교정의 여지가 있고 재범 우려가 낮다고 봤다. 원심 16회, 항소심 26회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점도 참작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따르면 변태성욕을 가진 이영학은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계부와 성관계를 갖게 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퇴근하고 집에 오면 두 팔 벌려 안아주면서 ‘아빠 수고했어’라고 등을 두드려주던 딸을 볼 수 없다는 게 미치도록 괴롭습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37)에게 딸 민정 양(가명·14)을 잃은 김모 씨는 딸을 ‘보물’이라고 불렀다. 1일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에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보물이 없어졌으니까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집을 내놨는데 안 나가서 이사를 못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딸의 사진과 물건들을 정리했지만 흰 줄무늬 셔츠만은 버리지 못하고 매일 안아본다고 한다. “사고 이틀 전에 한 번 입었던 옷이어서 아이의 체취가 조금 있어서…”라며 김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 “피해자가 용서 안 했는데 법원이 용서해주나” 김 씨는 지난해 9월 민정이를 나무 사이에 묻었다. 집에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지만 김 씨는 매주 도시락을 싸서 딸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이영학의 대법원 판결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에도 민정이 어머니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가지고 다녀왔다. “민정이는 과일만 빼고 다 잘 먹었다. 특히 자장면과 김치볶음밥을 가장 좋아했다”고 김 씨는 기억했다. 민정이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아빠, 엄마와 살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해주던 착한 딸이었다. 김 씨는 “민정이의 어릴 때 꿈은 동물사육사였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공부 열심히 해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검사나 판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토록 소중했던 아이를 떠나보낸 뒤 부부의 삶은 파괴됐다. 김 씨는 “원래 주량은 소주 1병 정도인데 사고 뒤에는 2, 3병을 마셔도 잠이 안 오더라”고 말했다. 김 씨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됐고 아내 역시 운영하던 미용실을 접었다. 김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어도 하나 남은 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봐 못 간다”고 털어놨다. 민정이의 목숨을 빼앗은 이영학은 마땅히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김 씨는 믿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오래된 건 알지만 죄인을 영원히 격리시키는 건 사형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1심은 사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법정에 있던 김 씨는 선고 직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의신청 합니다!”라고 절규했지만 법정 경위들이 그를 제지했다. 무기징역은 이영학의 목표이기도 했다. 이영학은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제로 무기징역이지만 정신 차리고 다른 세상 살 수 있다. 꿈이지만 25년, 30년(만 징역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김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면 풀어주겠다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가 용서를 안 했는데 왜 법원이 용서를 해주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 법원 “우발적 범행…재범우려낮아” 항소심 재판부는 이영학을 감형하면서 “피고인을 이성적이고 책임감을 가진 사람으로 취급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학력이 낮고 어려서부터 난치병을 앓았으며 장애인 판정을 받은 이영학에게 온전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이영학의 범행 중 강제추행·살인·사체유기는 우발적이라고 봤다. 범행에 고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영학은 자신의 딸에게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와 사이가 안 좋은 친구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수면제를 음료수에 나눠 담는 등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짰다. 항소심은 이영학에겐 성범죄·폭력 전과가 없고 성욕 분출 대상은 배우자에게만 국한돼 있어 교정의 여지가 있고 재범 우려가 낮다고 봤다. 원심 16회, 항소심 26회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점도 참작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따르면 변태성욕을 가진 이영학은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계부와 성관계를 갖게 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범행 전후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을 하거나 딸과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관악산과 노래방에서 또래 고교생을 집단 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이른바 ‘관악산 집단 폭행 사건’ 가해자인 10대 중고교생 9명 중 7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2명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강혁성)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 강제 추행),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요 행위), 중감금치상 등으로 구속 기소된 주동자 A 양(14)에게는 장기 7년, 단기 5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A 양과 함께 구속 기소된 4명은 장기 4년, 단기 3년 6개월, 다른 2명에게는 장기 3년 6개월, 단기 3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이들 모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도 받았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운 미성년자는 교정 당국의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할 수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용진 3법 반대를 위한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대표 총궐기대회’를 열고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폐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집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다음 달 3일 국회의원 박용진 3법을 심사·처리하기로 하자 한유총이 막바지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박용진 3법은 사립유치원의 국가교육회계시스템 참여 의무화,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비리 적발 시 처벌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유총은 “우리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박용진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결의를 통해 모든 사립유치원이 즉각 폐원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용진 3법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개인 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라며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시설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6일 기준 폐원 의사를 밝힌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85곳이다. 행사에 참가한 유치원 교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교사 손모 씨(25)는 “몰상식한 몇몇 유치원 때문에 다른 분들까지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 강모 씨(23·여)는 “나한테는 유치원이 직장인데 너무 비리로만 몰아간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유치원) 설립자 개인·사유재산 존중하라’ ‘누리과정비 지원은 학부모에게 직접 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주로 검은색 복장을 하고 이날 모인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만2000명, 경찰 추산 5000명이다. 한유총은 이날 집회에 앞서 각 유치원에 원장과 설립자, 학부모는 2명 이상 참석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일부 유치원은 한유총이 내린 학부모 참석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알바를 동원하기도 했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한유총은 이날 행사장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진행했다. 학부모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국회 막바지로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아교육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지훈 기자}

“3시간 안에 발견됐다면 회복됐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태라면 평생을 누워서 생활할 수도 있다고 한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생이 망가진 친구를 도와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했다가 사고가 난 지 7시간 반 만에 발견되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당한 친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연평균 4만 명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숨지거나 다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음주운전 사고를 보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술에 취한 사람들은 계속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했다 하반신 마비 27일 청주청원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전 5시 57분경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6% 상태에서 김모 씨(26)가 몰던 승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김 씨와 조수석에 탄 A 씨(26)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고, 김 씨는 “차량엔 나와 조수석 친구, 두 명만 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를 믿고 차 안을 살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운전자와 조수석 동승자가 크게 다치지 않은 상태로 경찰관 물음에 비교적 또박또박 진술해서 뒷좌석에 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뒷좌석에는 김모 씨(22·여)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뒷좌석에 탄 김 씨는 사고가 난 지 7시간 35분 뒤에야 차량 수리 업체에서 발견됐다. 제때 치료받을 시간을 놓친 것이다. 척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고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김 씨는 술집에서 소주 3병 이상을 마시고 노래방과 국밥집을 들른 뒤에 운전대를 잡았다. 김 씨는 “노래방에서 나온 이후로 기억이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27일 운전자 김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 씨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후배 목숨 앗아간 음주운전 9월 24일 서울 서초대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9%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한 조모 씨(25)의 옆자리에는 고등학생 때부터 9년간 알고 지낸 친한 동생 이모 씨(24)가 앉아 있었다. 유턴을 하던 조 씨의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했고 이 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조 씨는 이 씨를 남겨둔 채 도주했고,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여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26일 만난 이 씨의 모친 임모 씨(46)는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사랑한다’는 말을 빼먹지 않았던 아들이 내 곁을 떠났다”며 흐느꼈다. 아직도 임 씨의 카카오톡 알림음은 아들이 생전에 ‘사랑한다’고 남겨둔 목소리 녹음파일이었다. 임 씨는 “아들이 죽은 건 음주운전 형량이 낮기 때문”이라며 “음주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동승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엄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끔찍한 피해를 낳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지만 갈 길이 멀다. 23일에는 김종천 당시 대통령의전비서관이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20%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됐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했던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혈중알코올농도 0.089%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구특교 기자}
김종천 대통령의전비서관(50)이 23일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사표를 수리한 뒤 직권 면직을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윤창호법’ 발의를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지시한 지 한 달여 만에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청와대 참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자 일벌백계에 나선 것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0시 35분경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김 비서관을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20%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이날 의전비서관실 직원 10여 명과 회식을 했다. 김 비서관은 차량이 주차된 1차 회식 장소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기다리는 2차 회식장소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횡단보도까지 수백 미터를 직접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202경비단 소속 경비대원은 횡단보도에 있는 차량의 이동을 요구했다가 김 비서관이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하자 음주운전 정황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음주운전이 적발되자마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표 수리를 지시한 뒤 김 비서관을 직권 면직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다.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한양대 87학번인 김 비서관은 대학 시절부터 선배인 임종석 실장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이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문 대통령 대선캠프 핵심 조직인 ‘광흥창팀’에서 총무 역할을 맡았고 집권 후 줄곧 청와대에서 근무해 왔다. 얼마 전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시민을 음주 폭행한 사건에 이어 김 비서관의 음주운전 사건이 겹치자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청와대 비서관 워크숍에서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이지훈 기자}

13일 인천 연수구의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생 A 군(14)을 집단 폭행해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 결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문 밖을 맴돈 사실상의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해치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가해 학생 4명은 학교에 무단결석하는 일이 잦았고 일부는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중 1명은 자취방에서 홀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학교와 가정의 관심과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친구 집이나 공원, PC방 등을 전전하며 폭력 성향을 키워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 무리 중 약자 폭행 22일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B 군(14·구속) 등 가해자들은 올해 여름 무렵 이들 중 한 명의 초등학교 동창인 A 군을 알게 된 뒤 함께 어울렸다. 하지만 무리 안에서 A 군은 자주 폭행을 당하는 약자였다는 게 A 군 주변인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A 군의 러시아 국적 어머니(38)는 “가해자들이 집에 놀러와 아들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았고 아들은 맨바닥에서 베개와 이불도 없이 잤다. 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들은 자주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학교 밖 폭력’ 피해자는 가해자들과 함께 어울렸던 무리의 일부인 경우가 많다. A 군 역시 가해 학생들과 어울리며 올해 무단결석 일수가 60일에 달해 유급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들은 무리 안에서 힘이 약하거나 불리한 배경을 가진 동료를 희생자로 특정하고 집중 공격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 군의 가족과 지인들은 “A 군이 체구가 작고 러시아 혼혈로 외모가 달라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A 군 어머니의 지인은 “가해자 중 한 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A 군을 괴롭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범행 당일인 13일 새벽 이들의 연락을 받고 나간 A 군은 공원에서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을 당했다. A 군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들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몇 시간 뒤 15층 옥상에서 떨어진 A 군은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가해자 중 한 명이 다닌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본보 기자에게 “학교에 자주 빠져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내 폭력 41% 줄 때 ‘학교 밖 폭력’ 2.5배 늘어 교내 폭력의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운영 등 제도적 장치가 확대되고 있지만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이 때문에 교내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은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학교 밖 폭력’은 2.5배가량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기간 교내 폭력으로 입건된 재학생은 2만3877명에서 1만4000명으로 41% 줄었다. 하지만 폭력 행위로 입건된 ‘학교 밖 청소년’은 2055명에서 485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재학 시 3개월 이상 결석했거나, 고교에서 자퇴 또는 제적·퇴학 처분을 받은 경우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7월 발생한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 6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학교에 다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의 가해자 3명 역시 학교에 적을 두고는 있었지만 절도, 상해 등의 혐의로 보호관찰 중이거나 소년원 위탁 상태로 학교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학교 밖 청소년들 사이의 폭력은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사망이나 중상해 등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피해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승혜 본부장은 “학교 안 폭력은 학폭위 등의 장치를 통해 피해 징후가 비교적 빨리 드러나지만 학교 밖 폭력은 무풍지대”라며 “성인 수준의 범행이 이뤄져 경찰이 개입하기 전까지 통제가 안 되다 보니 가해 청소년들이 폭력성에 둔감해지고 갈수록 흉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홍석호 will@donga.com·이지훈 / 인천=황금천 기자}

국내 최대 마약조직 ‘성일파’ 두목 윤모 씨(62)가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아시아 3국 필로폰 밀반입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약 3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90kg을 압수해 국내 유통을 차단했을 뿐 아니라 국내 최대 마약조직 두목까지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20일 부산의 한 모텔에 숨어 지내던 윤 씨와 필로폰 운반책 A 씨(52)를 체포했다. 윤 씨는 7, 8월 대만 폭력조직이 국내로 밀반입한 필로폰 112kg 중 22kg을 3차례에 걸쳐 구입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로폰 22kg은 시가로는 730억 원 상당이다. 3개월간 윤 씨를 추적해온 경찰은 ‘대포폰’ 발신이 잡힌 지역을 토대로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극적으로 검거했다. ‘아시아 3국 필로폰 밀반입 사건’ 수사는 4월 시작됐다. “대만의 폭력조직 ‘죽련방’이 필로폰 150kg을 밀반입해 서울에 분산·보관 중이며 서울 마포·신촌 등지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당국의 첩보가 발단이 됐다. 서울청 마약수사계는 소속 수사관 28명을 동원해 이들 지역에서 1주일가량을 잠복 수사했다. 하지만 ‘마약 접선’은 확인되지 않았고 이후 마약수사계 3팀 수사관 6명이 ‘소수정예’가 돼 추적했다. 8월 “서울 신촌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이 거래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대만과 일본의 마약 운반책이 서울 신촌의 카페와 마포의 호텔 등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던지기 수법’은 호텔이나 카페의 화장실 휴지통이나 변기에 판매자는 마약, 매입자는 거래대금을 놓고 오면 조직총책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각각 장소를 알려줘 찾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에 발각될 경우 추적되지 않도록 서로 매입자와 매수자가 누구인지 모르도록 하기 위한 방식이다.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필로폰을 ‘던진’ 대만인을 추적하던 경찰은 8월 인근 원룸에 보관하던 필로폰 90kg을 압수했다. 이번 사건에는 한국, 대만, 일본의 마약·폭력조직이 관여했다. 대만은 ‘죽련방’, 일본은 요코하마 기반의 ‘시라가와파’ 그리고 한국은 ‘성일파’다. 현재 3국 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각국 총책을 추적 중이다. 마약 전과 15범인 성일파 두목 윤 씨는 16년 만에 다시 수갑을 차게 됐다. 마지막으로 검거된 것은 2002년 당시 46세였던 윤 씨가 북한산 필로폰 700억 원 상당을 국내에 유통했을 때다. 자신의 가명을 따서 만든 성일파는 1990년대부터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국내 최대 마약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범죄단체 구성·활동으로 처벌할 수 있는 폭력조직과 달리 마약조직은 따로 계보도가 있지는 않다”며 “성일파는 국내 마약 유통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정훈 기자}

13일 인천 연수구의 한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생 A 군(14)을 집단 폭행해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은 경찰 조사 결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문 밖을 맴돈 사실상의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해치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가해학생 4명은 학교에 무단결석하는 일이 잦았고 일부는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 부모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 중 1명은 자취방에서 홀로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학교와 가정의 관심과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친구 집이나 공원, PC방 등을 전전하며 폭력 성향을 키워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 ‘학교 밖 청소년’들, 무리 중 약자 폭행 22일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B 군(14·구속) 등 가해자들은 올해 여름 무렵 이들 중 한 명의 초등학교 동창인 A 군을 알게 된 뒤 함께 어울렸다. 하지만 무리 안에서 A 군은 자주 폭행을 당하는 약자였다는 게 A 군 주변인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A 군의 러시아 국적 어머니(38·여)는 “가해자들이 집에 놀러와 아들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았고 아들은 맨바닥에서 베개와 이불도 없이 잤다. 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들은 자주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학교 밖 폭력’ 피해자는 가해자들과 함께 어울렸던 무리의 일부인 경우가 많다. A 군 역시 가해학생들과 어울리며 올해 무단결석 일수가 60일에 달해 유급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들 청소년들은 무리 안에서 힘이 약하거나 불리한 배경을 가진 동료를 희생자로 특정하고 집중 공격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 군의 가족과 지인들은 “A 군이 체구가 작고 러시아 혼혈로 외모가 달라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A 군 어머니의 지인은 “가해자 중 한 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A 군을 괴롭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범행 당일인 13일 새벽 이들의 연락을 받고 나간 A 군은 공원에서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을 당했다. A 군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들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몇 시간 뒤 15층 옥상에서 떨어진 A 군은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가해자 중 한 명이 다닌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본보 기자에게 “학교에 자주 빠져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내폭력 41% 줄때 ‘학교 밖 폭력’ 2.5배 늘어 교내 폭력의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운영 등 제도적 장치가 확대되고 있지만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이 때문에 교내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은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학교 밖 폭력’은 2.5배가량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교내 폭력으로 입건된 재학생은 2만3877명에서 1만4000명으로 41% 줄었다. 하지만 폭력 행위로 입건된 ‘학교 밖 청소년’은 2055명에서 485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재학시 3개월 이상 결석했거나, 고교에서 자퇴 또는 제적·퇴학 처분을 받은 경우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7월 발생한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의 경우 가해학생 6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 3명 역시 학교에 적을 두고는 있었지만 절도, 상해 등의 혐의로 보호관찰 중이거나 소년원 위탁 상태로 학교의 관리·감독을 벗어난 상태였다. 학교 밖 청소년들 사이의 폭력은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사망이나 중상해 등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승혜 본부장은 “학교 안 폭력은 학폭위 등의 장치를 통해 피해 징후가 비교적 빨리 드러나지만 학교 밖 폭력은 무풍지대”라며 “성인 수준의 범행이 이뤄져 경찰이 개입하기 전까지 통제가 안 되다보니 가해 청소년들이 폭력성에 둔감해지고 갈수록 흉포화 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 “이름 대신 ‘외국인’ 부르며 따돌려” 동요하는 러시아인 커뮤니티 ▼러시아인 어머니가 홀로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사건의 피해자 A 군(14)을 키웠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재한 러시아인 사회가 술렁였다. A 군이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혼혈이란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주변인들의 증언이 나오자 ‘남 이야기가 아니다’란 러시아인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22일 프리마코바 타티아나 러시안커뮤니티협회 회장(39·여)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러시아인들도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했다는 호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는데, 주로 피부색이나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리는 괴롭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름을 부르지 않고 ‘외국인’이라고 부르며 따돌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따돌림이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외국인 학부모’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러시아인 B 씨는 “아이에게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임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인 남편이 다시 전화를 걸어 화를 낸 뒤에야 만나서 상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아이는 한국말도 잘하고, 김치도 잘 먹는다”며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러시안커뮤니티협회 등은 26일 간담회를 갖고 피해 사례와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9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러시아인은 2만2781명이다. 한국계 중국인(32만5643명)과 미국인(4만3929명) 다음으로 많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