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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열리는 5월 덩달아 바빠지는 자매가 있다. 패션 디자이너 정윤민(39), 유진(37) 자매가 주인공이다.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매의 아틀리에를 찾았다. 자매는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에 나오는 의상 80여 벌을 제작하느라 두 달 넘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자매는 클래식 음악과 무용계에서 소문난 드레스 디자이너다.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매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신지아, 김봄소리, 성악가 강혜정, 발레리나 김지영, 김주원, 황혜민 등의 무대 의상과 배우 한효주 등의 의상을 제작했다.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음악가들이 다녀갔어요. 색감, 패턴, 소재 등을 함께 의논하고 만들어요. 기술적인 부분이 제 강점이라면 언니는 트렌드를 잘 읽어요.”(유진) 자매가 패션 디자인의 길로 들어선 것은 자연스러웠다. 1990년대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옷 사건’ 의혹에 연루된 패션 부티크 ‘라스포사’의 정일순 대표(74)가 자매의 어머니다. 아버지는 패션 브랜드 ‘클라라 윤’을 운영하며 패션협회 부회장을 지낸 정환상 씨(2014년 작고)다. “부모님 회사가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고, 연이어 부도가 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어요.”(유진) 언니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동생은 미술을 공부했다. 부모님의 일로 두 차례나 옷 때문에 아픔을 겪은지라 의상 쪽으로 일을 하거나 옷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듯했지만, 자매는 고개를 저었다. “옷 때문에 아팠다면 옷으로 일어서 보고 싶었어요. 물론 애증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엄마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동생도 저도 어릴 때부터 의상실에서 자라서 옷 만드는 것이 익숙하기도 하죠.”(윤민) 본격적으로 드레스를 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신지아의 의상이 클래식계의 관심을 끌면서 클래식 연주자들의 의뢰가 들어왔다. 입소문이 나면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단골손님이 늘어났다. “드레스 의뢰를 받으면 공연 레퍼토리를 들어봐요. 이전 영상이나 사진도 찾아보면서 음악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발은 어디에 주로 두는지, 헤어스타일은 어떤지, 표정은 어떻게 짓는지, 어떻게 호흡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공부해서 만들어요.”(윤민) 드레스 디자이너를 시작할 때 부모의 반대도 있었다. 예민한 성격의 음악가들을 상대로 의상을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부모도 알고 있어서였다. “저도 무대에 서봤기 때문에 음악가들을 이해해요. 예술가들은 최고의 음악, 최고의 공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이에요. 저는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어 그들의 음악과 공연을 받쳐주는 역할이죠. 부모님은 저희들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셨겠지만, 저희는 그 역할에 자부심을 느껴요.”(윤민)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지난달 음식사계에 소개했던 미더덕의 큰언니뻘인 멍게는 5월에 가장 ‘물 만난 해산물’이다. ‘우렁쉥이’라고도 불리는 멍게는 회의 곁들이나 기본 밑반찬으로 인심 넉넉히 제공될 만큼 어디서나 사시사철 흔히 먹을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손쉬운 요리방법으로 친숙한 재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붉은색에 폭탄처럼 뿔을 잔뜩 세우고 있는 멍게는 참멍게, 뿔멍게 등으로 불리는 멍게의 한 종류일 뿐이다. 자연산도 있지만 대개 양식으로 냉동 보관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사실 뿔멍게라고 불리는 멍게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다른 멍게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멍게는 세계적으로 2500여 종이 존재한다. 먹을 수 있는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동해안 특산종인 붉은 멍게는 색은 시뻘겋고, 촉감은 솜털처럼 부드러워 마치 천도복숭아를 떠올리게 한다. 매끈한 가죽 같아 비단멍게라고도 불린다. 남도 해안에서 나는 끈멍게는 바위 위에 서식하며 돌처럼 생겨 돌멍게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장 속을 파먹고 난 뒤 남은 단단한 껍질은 소주잔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아는 만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멍게는 메인 요리로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종류의 요리와 다양한 맛을 자랑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멍게, 어디에도 빠지지 않던 멍게로 색다른 한 끼 식사를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핫플레이스 5멍게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요리한 이색 맛집을 소개한다. 멍게 향을 색다르게 또는 폭넓게 느껴보고 싶다면 주목해도 좋다. 클래식 스타일이면 또 어떠랴. 멍게 살을 가져다가 잘게 썰어 흰밥에 올린 거제향토음식 멍게 비빔밥을 전국에서 즐겨 보자. ○ 락희펍 서울 마포와 여의도 술꾼들에게 사랑받는 이곳은 스페인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모던 요리펍으로 락희옥의 두 번째 공간이다. 200가지가 넘는 술과 함께 편안한 스페인 요리가 제공된다. 경남 통영 수협에서 받아오는 햇멍게로 조리한 ‘멍게 파에야’는 갖은 해물을 넣어 만든 스페인 전통 쌀요리다. 쌀, 토마토, 청양고추, 치즈, 새우, 조개 등에 통영 멍게와 전남 신안군 만재도에서 공수한 거북손을 곁들였다. 밥 위에 넉넉히 뿌려진 노란 멍게 살 덕에 특유의 톡 쏘면서도 향긋한 바다의 맛이 더해졌다. 조갯살같이 쫄깃한 거북손도 식감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햇멍게와 제철 해산물이 들어간 ‘용궁라면’은 애주가의 해장술국으로 제격이다. 멍게 향이 국물에 퍼져 깊은 맛이 위장까지 전해져 술을 부른다. 락희펍 자체 브랜드로 제조한 사과 증류주 ‘락희’는 부드럽고 달달해 멍게의 간기와 궁합이 좋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265-7 공간찬넬빌딩. 02-704-7766. 멍게 파에야 2만5000원, 용궁라면 1만5000원. ○ 백만석 35년 역사의 경남 거제의 향토음식점으로 거제에서 4∼6월 생산되는 빛깔 좋은 멍게를 사용해 멍게 비빔밥, 멍게 고추장비빔밥을 내놓는다. 비빔밥 위에 얹은 네모난 멍게 조각은 백만석의 상징이다. 멍게 살을 다진 후 양념과 버무린 뒤 저온에서 반숙성했다. 언뜻 보면 햄 덩어리 같기도 하며 모양새가 단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갓 지어 내온 따끈한 밥 위에서 멍게 조각은 균열이 일기 시작해 비빌수록 밥알 틈에 멍게 양념이 녹진하게 스며들어 간다. 멍게를 처음부터 진하게 맛보고자 한다면 함께 딸려 나오는 계절 지리국 한 숟가락을 멍게 조각 위에 더하는 것도 좋다. 경남 거제시 계룡로 47 오헌빌딩. 055-638-3300. 멍게비빔밥 1만2000원, 멍게 고추장비빔밥 1만3000원. ○ 동해식당 경남 통영의 동파랑 마을에 위치한 작은 동네 밥집이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가 연상되는 상호명만 보면 아침밥은 이곳에서 해결해야 될 것 같다. 성게가 푸짐하게 들어간 미역국, 직접 담근 무김치, 학꽁치 세꼬시(뼈째 썰어놓은 회) 등 든든한 찬들과 함께 제공되는 멍게 비빔밥을 만나볼 수 있다. 멍게, 김가루, 깨만 단출하게 담겨 나오며 공깃밥은 별도로 준다. 여럿이 함께 왔다면 볼락매운탕이나 도다리쑥국, 굴국밥 등 계절 특미도 함께 즐겨볼 것을 권한다.경남 통영시 동충4길 54. 055-646-1117. 새싹멍게비빔밥 1만2000원, 멍게비빔밥 1만 원. ○ 충무집 경남 통영시에서 지정한 통영향토음식점이다. 통영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배진호 대표가 2003년 문을 열었다. 매일 아침 통영 앞바다의 도다리, 참꼴뚜기, 학꽁치, 쥐치, 숭어 등을 직송받는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멍게밥은 소금으로 약간 간한 뒤 숙성한 멍게젓갈을 올리고 무순 김가루와 함께 즐긴다. 이때 술뱅이 매운탕, 구파래국, 잡어매운탕, 갈치조림과 세트처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9길 24. 02-776-4088. 갈치조림과 멍게밥 1만3000원, 구파래국과 멍게밥 1만8000원. ○ 나물먹는곰 1930년생 경북 출신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꾸린 한옥 콘셉트의 한식집이다. 비빔밥, 가마솥 곰탕 등 가정식 음식을 소반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나무가 주는 차분함, 정갈한 밥상 등 배려의 공간은 밥맛을 더한다. 가마솥에서 정성껏 지은 밥 위에 새싹과 갖은 채소, 통영산 멍게, 김을 올려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은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인기 메뉴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20-12. 02-323-9930. 멍게비빔밥 1만 원.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다이어리알()에 동시 게재됩니다. 돌기-껍질 안 터지게 자른뒤 내장 빼내면 ‘끝’ ●멍게 손질법식당에서만 멍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전국 수산시장에서 물 만난 멍게를 공수한 뒤 가정에서 나만의 멍게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싱싱한 멍게 찾는 법과 멍게 손질 때 유의점을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싱싱한 멍게는 색감이 진하게 붉고, 껍질이 두껍고, 돌기의 돌출 정도가 강하다. 수족관에서 숨을 쉬고 있는 멍게는 두 개의 구멍이 열려 있어 물을 계속해서 내뿜는다. 플랑크톤과 산소 등을 걸러 섭취하는 입수공과 출수공이다. 멍게를 수족관에서 빼내 몸통을 치면 싱싱한 멍게는 출수공으로 물을 내뿜는다. 손질은 무척 간단하다. 뿔멍게나 붉은 멍게는 돌기 부분을 가위나 칼로 자른 뒤 막이 터지지 않게 껍질을 자른다. 그 다음 껍질 안에 품어져 있는 샛노란 내장을 조심히 빼낸다. 내장을 정리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흔히 배설물로 착각하는 검고 울퉁불퉁한 씨앗같이 생긴 것은 깊고 녹진한 맛을 내는 심장이다. 버리면 손해다. 얇고 긴 실핏줄같이 생긴 항문줄은 제거하면 된다. 특별히 붉은 멍게의 경우 막과 내장이 뿔멍게에 비해 물컹하니 내막이 터지지 않게 더욱 유의한다. 돌멍게는 그냥 반으로 가르면 끝이다. 티스푼으로 내장을 떠낸 뒤 호로록 먹으면 살만 나온다. 껍질 안의 남은 간기를 소주로 몇 번 헹궈 마실 수도 있다. 손질한 멍게는 회로 먹어도 맛있다. 뿔멍게, 붉은 멍게, 끈멍게 등은 기본적으로 특유의 톡 쏘는 맛과 달달한 끝맛이 있다. 맛, 향, 식감 면에서는 미묘하게 서로 다르다. 뿔멍게에 비해 붉은 멍게는 짭짜름하여 끝맛이 깔끔하다. 끈멍게는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끝맛이 약간 쓰다. 멍게 조리법은 넘치고 넘친다. 돌솥비빔밥, 초밥, 샐러드, 전, 튀김 등 새로운 별미로서 바다의 향을 마음껏 즐겨보자.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초간단 멍게 손질법 동영상()}

1991년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48)는 미국 플로리다 주 교외의 한적한 도로에서 쓰러져 있는 야생 늑대를 발견했다. 그는 “온몸에 짜릿한 전기 같은 것이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반복적인 연주 생활에 지쳐 있던 그에게 늑대와의 만남은 원시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줬다. 1996년 그는 뉴욕에 늑대보호센터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늑대를 키우는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그리모가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09, 2013년 이후 세 번째 국내에서의 무대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관객은 뜨거운 가슴을 가진 교양 있는 관객입니다. 또 즉흥적이고 진솔해요. 지난 두 번의 공연을 통해 관객과 특별한 교감을 나눈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번 공연의 주제는 ‘물’이다. 드뷔시의 ‘물속에 잠긴 성당’, 포레의 ‘뱃노래 5번’, 라벨의 ‘물의 유희’,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1번’ 등 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곡들이 매우 조용해 관객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해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다루는 만큼 시적인 영감으로 마음을 열고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늑대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가 설립한 늑대보호센터에서는 수십 마리의 늑대를 키우고 있다. 그도 센터에서 자동차로 5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늑대의 번식과 치료를 돕기 위해 대학에서 동물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사실 늑대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 자체가 인간과 지구를 보호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미래 세대를 위한 일로 열정적으로 하고 있지만 음악과 병행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적 제약이 따르고 있어요.” 프랑스 출신인 그는 마르세유 음악원, 파리 음악원 등을 거쳐 1987년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이후 유명해졌다. 이후 쿠르트 마주어,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리카르도 샤이,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공연해 왔다. 차가움과 뜨거움, 차분함과 대담함이 공존하는 그의 연주를 두고 글렌 굴드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굴드와 비교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죠. 어릴 때부터 굴드를 존경하며 자랐고 닮고 싶기도 했어요. 저도 강하고, 독창적이면서도 음표 안에서 살아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미녀 피아니스트, 늑대 어머니, 환경운동가, 융복합 예술가 등 다양한 수식어를 지니고 있는 그가 인생과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직함’이다. “관객에게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 순간에 음악에 대해 100% 정신을 쏟아부어야 해요. 또 200% 사랑하고 믿고 있는 것을 전해줘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삶과 음악에 대해 정직해야 해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그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했다. “공연은 짧은 순간에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주어야 해요. 이번 공연도 ‘찰나의 마법’을 보여주고 싶어요.” 4만4000∼13만2000원. 02-552-6253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콘서트 오페라는 보통의 오페라와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오페라는 세트는 물론 미술, 의상 등 모든 것이 갖춰진 종합예술입니다. 콘서트 오페라는 이중 음악을 강조해 성악가들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형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보다는 조금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4월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지휘자 르네 야콥스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코지 판 투테)’는 콘서트 오페라로 진행됐습니다. 무대에는 36명의 단원들과 지휘자, 그리고 6명의 성악가, 10여 명의 합창단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오페라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콘서트 오페라의 한계를 여지없이 부숴버린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오후 8시에 시작해 무려 11시 반에 끝날 정도로 긴 공연 시간. 하지만 공연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만큼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연주면 연주 모든 것이 뛰어났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2명의 젊은 장교와 자매의 결혼을 앞두고 한 남자가 “여자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며 장교들에게 내기를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등장인물도 6명에 불과해 얽히고설킨 다른 오페라처럼 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며 공부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성악가들의 노래는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마치 오페라 무대에 서 있는 듯 자연스러웠고, 능청스러운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펼쳤습니다. 세트라고는 무대 위 5개의 의자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성악가들은 무대 앞과 뒤, 옆을 넘나들면서 콘서트홀의 공간감을 잘 살려냈습니다. 합창단도 등장 시간은 10여 분으로 매우 짧았지만 충분히 자신들의 몫을 소화해냈습니다. 1막에서 객석 옆, 2막에서 객석 뒤편으로 나와 노래를 부를 때는 마치 관객이 무대에 있는 듯한 효과를 줬습니다. 사실 6명의 성악가들만 연기를 펼쳤던 것은 아닙니다.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도 연기에 동참했습니다. 성악가가 지휘자를 밀어 포디움을 차지하기도 하고, 지휘자를 바라보며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마치 제3의 등장인물이라도 되는 듯 말입니다. 피아니스트, 콘트라베이시스트 등도 자연스럽게 연기자가 되어 공연에 녹아들었습니다. 여기에다 객석의 관객도 장면마다 극적인 반응을 보여주면서 콘서트홀에 모인 모두가 하나의 극중 연기자가 되는 진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포르테피아노를 중앙에 두고 현악기와 목관·금관 악기를 좌우에 배치한 것도 처음에는 낯설게 보였지만 어느 새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색다른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해줬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프라노 임선혜였습니다. 하녀인 데스피나 역할을 맡은 임선혜는 청바지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나와 코믹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자연스럽게 펼쳤습니다. 그 누구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연출이 없는 콘서트 오페라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자를 비롯해 성악가들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오페라 같은 콘서트 오페라’를 창조했습니다. 세트, 의상, 연기자가 없이도 충분히 오페라 같은, 아니 오페라보다 더 뛰어난 콘서트 오페라를 만든 공연이었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역시 브랜드의 힘인가? 프랑스의 패션하우스 ‘발렌시아가’의 올 봄·여름 시즌 남성 가방이 최근 화제다. 파란색 송아지와 양의 가죽으로 만든 발렌시아가의 숄더백 가격은 285만 5000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가방이 다국적 가구업체 이케아의 장바구니 가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이 가방의 가격은 단돈 1000원이다. 발렌시아가 가방과 소재는 다르지만 색상은 물론이고 모양까지 흡사하다. 하지만 가격은 무려 20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케아 측은 화제와 논란을 즐기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이케아의 초대형 푸른색 장바구니만큼 다양한 기능을 갖춘 가방은 없다”고 했다. 5년 전 독일 패션브랜드 질 샌더도 이런 논란에 휩싸였다. 33만 원짜리 옅은 갈색 클러치가 일반적인 누런색 종이봉투와 닮아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다. 물론 로고도 박히고 코팅된 종이에 꼼꼼한 바느질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종이봉투는 종이봉투였다. 누가 사나 싶었지만 한 달도 안 돼 매진됐다. 이런 상상을 해 본다. 흔히 쓰는 검정색 비닐봉투가 로고를 달고 수십만 원에 팔리는 날도 올까?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우유, 신문을 정기 배송 또는 구독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몇 년 전부터는 반찬 등 먹을거리를 정기 배송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취미생활 용품은 물론이고 꽃, 화장품, 생필품, 셔츠도 정기 배송을 받는 시대가 됐다. 직장인 신혜연 씨는 두 달 전부터 꽃을 직장으로 정기 배송받고 있다. 신 씨는 “팍팍한 회사생활에서 치유가 될 물품을 찾다 꽃 정기 배송을 알게 됐다. 2주마다 회사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꽃을 정기 배송해 주는 업체는 ‘꾸까’ 등 10여 곳이 있다. 꾸까는 2015년부터 꽃을 원하는 곳으로 정기 배송해 주고 있다. 꾸까 관계자는 “계절에 맞는 꽃을 골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한 뒤 배송한다. 2주마다 한 번씩 원하는 기간만큼 꽃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시작 뒤 2년 만에 매출은 2배 성장했다. 현재 월 4만여 명이 꽃을 정기 배송받고 있다. 가격은 6개월(12회)에 15만∼35만 원 정도. 고객 대부분이 20, 30대 여성이다. 꾸까 관계자는 “주부들도 많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가족과 지인들에게 정기 배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취미’도 정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하비인더박스’는 매월 새로운 취미를 소개하고 직접 그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구성품을 정기 배송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수백 명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6개월에 23만 원 정도다. ‘하비인더박스’는 네온사인, 초콜릿, 천연가죽 필통, 드립커피, 클레이아트 등 다양한 만들기 키트를 지금까지 소개해 왔다.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것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서로 비교하며 실력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조유진 대표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취미생활을 새로 시작하기 힘든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플라이북’은 책을 추천해 정기 배송해 준다. 어떤 일에 관심이 있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요즘 기분이 어떤지 등 사용자의 상태 정보를 바탕으로 책을 추천한다. 매번 달라지는 기분과 관심사에 맞춰 새로운 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해 2000여 명이 정기적으로 책을 받아보고 있다. 6개월에 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플라이북 관계자는 “바쁜 생활과 수많은 책이 나오는 현실에서 어떤 책이 있는지,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 출판사와 함께 신청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우몽’은 화장품을 정기 배송한다. 신선한 화장품을 제공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매달 초에 주문받은 만큼 만들어 보낸다. 6개월에 70만 원 정도로 토너, 세럼, 아이크림이 한 세트다. ‘소소박스’는 생리대, 1회용 면도기, 면봉, 화장솜 등 자주 쓰는 생필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1인 가구에 맞게 소량으로 나눠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정기 배송 영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소박스 김한이 팀장은 “해외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품목의 정기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자신만의 취향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면서 정기 배송이 각광받는 추세”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내 최고의 실내악 축제인 ‘2017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국내외 클래식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5월 16∼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20∼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첼리스트 조영창, 피아니스트 김영호,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 10여 년간 실내악 축제를 지켜온 음악가들이 출연한다. 이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김지연 백주영 장유진, 피아니스트 김정원 박종훈 문지영 선우예권, 비올리스트 이승원 이수민 이한나, 첼리스트 이정란 문웅휘, 플루티스트 최나경,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현악사중주단 노부스콰르텟 등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국내 음악가들도 참여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아키코 스와나이, 첼리스트 오펠리 가이야르, 바이올리니스트 초량 린, 첼리스트 쓰요시 쓰쓰미, 피아니스트 사 첸, 플루티스트 마티외 뒤푸르 등 해외 아티스트들도 눈길을 끈다. 공연 프로그램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바흐, 슈베르트 등의 고전 레퍼토리부터 강석희, 브라이트 솅, 지크프리트 카르크엘레르트, 리핑 왕, 도시오 호소카와, 다케미쓰 도루 등 아시아 출신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클래식 공연에서 보기 힘든 피아노 즉흥연주도 들을 수 있다.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카롤 베파가 찰리 채플린의 ‘이민자’, 무르나우 감독의 무성영화 ‘일출’에 맞춰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첼리스트 오펠리 가야르는 힙합 댄서 이브라힘 시소코와 함께 ‘첼로, 힙합 댄서를 만나다’란 이색 공연도 펼친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실내악은 어렵지 않은 음악”이라면서 “멋진 음악과 훌륭한 음악가들이 모여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실내악은 그 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이라고 실내악 축제의 의미를 부여했다. 2만∼15만 원. 02-712-4879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봄이 성큼 다가왔다. 황금연휴에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나들이하기 더없이 좋은 때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다양한 공연도 풍성하게 열린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도 많다. ○ 거리에서, 극장에서 5월 5일부터 7일까지 2017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경기 안산문화광장과 안산 일대에서 열린다. 14개국 76개 공연팀이 참가해 116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 프로그램인 ‘안安寧녕2017’은 시민 참여형 길놀이로 저글링, 타악기 연주 등을 결합했다. 고공줄타기를 비롯해 불꽃을 따라 배우와 관객이 함께 이동하는 퍼레이드형 공연도 열린다. 무료. 031-481-0536, 0540 안데르센의 동화를 연극으로 만든 ‘엄마 이야기’가 29일부터 5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이들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엄마의 애틋한 여정을 그렸다. 한태숙 씨가 연출하고 배우 박정자, 전현아, 김성우 등이 출연한다. 3만∼4만 원. 02-2088-4290 태권도를 홀로그램과 접목한 라이브 퍼포먼스 ‘킥스: 시즌2’도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국가대표 시범단이 배우로 나서 화려하고 절도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8월 26일까지. 4만∼5만 원. 02-918-1982 ‘판타지: 꿈꾸는 세상’을 주제로 제16회 의정부음악극축제도 5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6개국 40여개 단체가 참가해 60여 회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덴마크와 라트비아가 공동 제작한 ‘워 섬 업’(War Sum Up·5월 15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2만∼5만 원)은 전쟁을 주제로 동서양의 스타일을 섞어 몽환적으로 그린 새로운 유형의 오페라다. 드뷔시가 영감을 받은 모험담을 그린 스페인 작품 ‘드뷔시의 음악여행’(5월 13, 14일·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2만 원)도 열린다. 031-828-5841, 2, ○ 눈높이 맞춘 클래식-동요 무대 어린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도 열린다. 5월 5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는 장난감 6개를 악기로 사용하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장난감 교향곡’,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벤저민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가 열린다. 1만5000원. 031-779-1504 음악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어린이 공연도 있다. 5월 5, 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최영선 지휘자와 디토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롯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를 공연한다. 리코디스트 염은초가 ‘피터와 늑대’ 이야기를 해설한다. 공연장 주변에서 바비인형도 전시한다. 2만∼3만 원. 1544-7744 애니메이션과 클래식 음악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5월 5, 6일 오후 1, 4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와우! 클래식 앙상블’은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결합을 통해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가 연주된다. 2만 원. 02-399-1000 세계 각국의 동요를 듣는 무대도 있다. 5월 6, 7, 13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동요콘서트’에서는 다채로운 동요 연주와 합창이 펼쳐진다. 무료. 02-580-1300손효림 aryssong@donga.com·김동욱 기자}

클래식 공연장에서 관객이 노래를 다 함께 부르는 ‘떼창’이 벌어졌습니다. 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의 공연.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는 1부에서 브람스 인터메초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를 것 없는 클래식 공연이었죠. 2부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50여 분간 즉흥연주를 들려주겠다고 말했죠. 그리고 객석을 향해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한 남성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니가 있어”를 불렀습니다. 듀스의 ‘여름 안에서’라는 곡입니다. 몬테로는 즉각 피아노로 똑같은 음을 몇 소절 연주하며 “이 음이 맞느냐?”라며 물었습니다. 10여 분간 몬테로는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바흐풍의 클래식 음악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물론 관객들은 연주 뒤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몬테로는 198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객에게 즉석에서 요청받은 멜로디로 즉흥으로 곡을 만들어 연주하는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몬테로는 “누군가 휴대전화 벨 소리를 건네준 적도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바흐 풍으로 태어났죠. 어느 때는 하키 주제가가 코랄이나 프렐류드, 푸가가 되기도 해요. 관객들은 사소한 멜로디가 거대한 작품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놀라움의 웃음을 들으면 나도 같이 미소 짓게 됩니다”고 말했습니다. 연주가 끝난 뒤 다시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출신 작곡가 겸 지휘자인 폴 모리아와 그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버전으로 유명한 ‘러브 이스 블루(Love is blue)’와 생일 축하 노래가 클래식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몬테로는 관객이 모두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을 신청곡으로 받기를 원했습니다. 아마 관객 모두가 자신이 아는 곡이 어떻게 클래식 곡으로 만들어지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리랑’과 ‘새야 새야 파랑새야’였습니다. 곡을 신청한 관객이 몇 소절을 부르자 관객 대부분이 ‘아리랑’과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따라 불렀습니다. 대중음악 콘서트 장에서나 나올법한 관객의 ‘떼창’이 클래식 공연장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관객들도 여기저기서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몬테로는 두 곡에 대해 “매우 아름다운 곡”이라고 한 뒤 클래식으로 변주했습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경쾌한 느낌으로, ‘아리랑’은 서정적인 클래식 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4곡의 신청곡을 모두 끝낸 뒤 몬테로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고국을 위해서 작곡한다면서 ‘베네수엘라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작품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몬테로는 몇 차례 커튼콜 뒤 앙코르 곡으로 다시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신청곡으로 받은 뒤 스페인 풍으로 다시 만들어 들려줬습니다. 오랜만에 관객과 연주자가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공연이었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우선 씨(26·사진)가 21일 열린 제12회 온 나라 전통춤 경연대회에서 신인부 최고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국립국악원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서 이 씨는 ‘춘앵전’과 ‘살풀이’로 상금 500만 원과 해외 문화예술 탐방 특전을 받았다. 대상(대통령상)은 처음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대회는 지난해부터 예인부(30세 이상)를 신설해 중견들이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했다. 예인부 수상자들은 국립국악원 공연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 신인부는 중고교생 등 다양한 연령대의 무용수들이 참가할 수 있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예인부 △국립국악원장상 서지민 ▽신인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김동후 △동아일보사장상 김재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러시아의 실존인물 보리스 고두노프(1552∼1605)의 황권 찬탈부터 몰락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러시아 작곡가 무소륵스키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17세기 초 이반 4세의 어린 아들 드미트리가 죽임을 당하고 이반 4세의 사촌 고두노프가 왕좌에 오른다. 그러나 반란이 일어나고 고두노프는 망령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는 내용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와 비슷해 러시아판 ‘맥베스’라 불린다. 막이 오르면 압도적인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키릴 문자로 장식된 거대한 삼면의 벽은 위압감을 준다. 특히 황금색 벽면은 황금 궁전인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을 떠올리게 만든다. 거대한 여러 개의 종, 움직이는 거대 향로, 바닥을 도는 큰 시계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인물들의 갈등과 심리적 밀도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명의 사용이다. 장소가 바뀔 때마다, 인물의 심리가 변할 때마다, 등장인물이 달라질 때마다 조명의 색상은 물론 위치와 높이가 변하면서 극의 질감과 몰입을 더해줬다. 조명이 또 하나의 배우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보리스 고두노프 역을 맡은 베이스 미하일 카자코프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리고리로 분한 테너 신상근의 노래는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의 안무도 적절하게 극에 녹아들며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합창단과 연기자가 대거 등장할 때 어수선하게 보이는 것은 아쉽다.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 원. 1588-2514 ★★★★(★5개 만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누가 입다 버린 걸 왜 입니?” 지저분한 데다 낡기까지 했다. 중고품이라는 소리를 듣기 쉽지만 엄연히 신상품이다. 요즘 ‘중고품 같은 신상품’, 즉 ‘쓰레기 패션’이 인기다. 청바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제품이라도 해지거나 찢어진 청바지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신발도 밟히면 더러워질까 싶어 조심스럽게 신었지만, 최근에는 신상품이면서도 지저분해 보이는 신발이 유행이다. 이탈리아의 ‘골든구스’ 스니커즈는 찢어지고 얼룩이 묻어 있어 누가 봐도 중고 신발이라 생각하기 쉽다. 낡아서 버려야 할 것 같은 외관에도 백화점에서 40만∼70만 원에 팔린다.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한두 켤레 갖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빈곤을 패션 스타일로 표현했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연예인과 젊은층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김정아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신경 써서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고 오래돼 보이는 데서 오는 편안함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버려지거나 낡아버린 소재들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이 접목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업사이클은 오래된 재고 상품이나 낡아서 쓸 수 없는 제품 등을 가공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용도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프라이타크(Freitag)’다. 프라이타크는 트럭 덮개, 버려진 자전거 튜브, 카시트 벨트 등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10만∼60만 원까지 하는 ‘쓰레기 가방’은 환경 친화적 가치에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 개 이상 팔린다. 3년 이상 지난 이월상품으로 옷을 만드는 코오롱 FnC의 ‘레;코드(RE;CODE)’, 2030년까지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소재만으로 옷을 만들겠다는 글로벌 브랜드 ‘H&M’ 등 많은 브랜드들이 중고품 같은 신상품 대열에 뛰어들었다. 패션 디자이너들도 낡고 해진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게리 하비는 버려진 청바지, 신문, 트렌치코트 등으로 드레스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여 년 전 새로운 천을 살 여유가 없어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디자이너인 랠프 로런의 조카인 그레그 로런은 폐기된 군복, 가방, 텐트 등을 활용해 옷을 만든다. 다 해진 것 같은 그의 옷은 수백만 원에 팔리고 있다. 로런은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누더기 같은 옷일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패션이 뜨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와 사회적 가치가 맞물린 결과다. 패션 디자이너 허환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고 신는 것부터 바꿔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쓰레기 패션 인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홍콩 가면 꼭 먹어 봐야 할 음식 5.’ 꼭 먹어봐야 한단다. 해외 관광지 등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보면 ‘꼭 가봐야 할 곳 10’ ‘먹지 않으면 후회할 음식 5’ ‘꼭 사야 할 기념품 7’ 등 꼭 먹고, 사고, 가봐야 할 곳들을 소개한다. 그동안 해외 출장과 여행을 가면서 이런 문구에 ‘속아’ 몇 차례 찾은 적이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직접 경험한 결과 만족스러운 곳도 있고, 왜 ‘꼭’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별로인 곳도 있었다. 해외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과 가야 할 곳이 있을까? 여행의 묘미란 새로운 곳에서의 낯선 경험이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즐기고, 맛보는 것은 여행이 주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꼭’이란 단어가 들어간 곳은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높다. 이런 소개가 통하는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인증’과도 관련이 있다. “나도 가봤다” “나도 먹어봤다” “나도 봤다”가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여행의 추억도 인증을 꼭 받아야 하는 시대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 소리 질러도 되는 거지?” 1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처음 공연장에 온 듯 두리번거렸다. 클래식, 무용, 오페라를 담당하는 기자로선 정말 오랜만의 대중음악 공연이었다. 클래식 공연에선 대화는 금물이다. 기침 소리 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1시간 넘게 경직된 자세로 앉아 있다 보면 몸 이곳저곳이 답답하다며 아우성이다. 가끔 흥겨운 선율에 몸이 들썩거릴 때도 있지만 손가락만 분주히 움직이며 박자를 맞출 뿐이다. 콜드플레이 공연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 치고, 고함을 지르고, 일어서기까지 한다. 클래식에 너무 익숙해졌던 걸까. 10여 분이 지나서야 몸이 반응한다. 들썩들썩, 엉덩이가 가만히 있질 않는다. 곡이 끝날 때마다 물개 박수를 쏟아냈다. 2시간의 공연이 끝난 뒤 피곤함이 몰려왔다. 다음 날 클래식 공연장을 찾았다. 묵언수행, 정자세. 익숙하다. 목욕탕에서 냉탕, 온탕을 번갈아 갔다 온 느낌이랄까. 개운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음악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문제인데….”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1)는 말문을 열다 답답한 듯 숨을 골랐다. 그는 1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07년 일주일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이후 10년 만의 도전이다. 3월부터 전국을 돌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공연을 하고 있는 그는 9월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8회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그는 올해 초 정치적 이유로 중국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을 겪었다. 3월 18일 중국 구이저우 성의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출연이 취소됐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로 보고 있다. 그는 2000년 중국의 초청을 받은 첫 한국인 연주자이기도 하다. “외교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런 조치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요. 구이양 오케스트라 측에서도 최대한 빨리 다시 초청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의 이름은 ‘끝없는 여정’이다. 10년 전과 현재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은 그에게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현재도 곡들이 새롭게 느껴져요. 전에 보이지 않았던 정경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드라마가 이해가 돼요. 그만큼 앞으로도 계속 탐구하고 연구해야 할 곡 같아요.” 서울 외에도 그는 대구 대전 울산 등 전국 21개 공연장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주고 있다. 오랫동안 그는 지방 공연에 애착을 보여왔다. “30년 전 귀국했을 때 국내에서 연주하는 곳은 항상 정해져 있었어요. 지방에도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왜 서울에서만 연주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방 공연을 가게 됐죠. 이번에도 전국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함께할 수 있어 기뻐요.” 나이가 들수록 연주가 섬세해지면서 연습을 더 하게 된다는 그는 “음악 외에 특별한 욕심이 없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제 연주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야 편하게 피아노를 다루고, 표현에 자유롭고, 더 음악과 가까워진 것 같아요.” 앞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그는 간담회 내내 한곳을 자주 응시했다. 바로 아내 윤정희 씨(73)가 앉아 있는 곳이었다. “아내는 제 음악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가장 엄격한 비평가이거든요.(웃음)”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그림이 무대에 펼쳐지고,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고음악으로 연주되고, 사전 준비 없이 즉흥으로 춤을 추는 이색 공연들이 봄에 찾아온다. 세계적인 공연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아트 서커스 ‘라 베리타’가 27∼30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달리의 ‘광란의 트리스탄’이 그려진 커튼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색상의 의상을 입은 출연자들이 연극, 춤, 음악, 미술 등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조명 아래 반라의 무용수가 밧줄을 타고 날아오르고, 민들레 꽃씨 같은 무대 조형물 사이사이를 유영하기도 한다. ‘광란의 트리스탄’은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에 머물렀던 달리가 194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동명의 발레 작품 배경 그림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라 베리타’ 제작사 측은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 뒤 3년간은 달리의 실제 작품을 공연에 사용했지만 현재는 세계 투어를 위한 복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4만∼10만 원. 02-2005-0114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희극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가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는 고음악 최고의 조합으로 꼽히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BO)와 지휘자 레네 야콥스, 소프라노 임선혜가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은 바로크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고스란히 되살린 FBO의 연주로 고음악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 4만∼13만 원. 1544-7744 세계적인 즉흥 전문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서울국제즉흥춤축제가 18∼2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즉흥무용은 공연 당일 처음 만나 정해진 주제 없이 서로의 움직임을 보며 춤을 이어가는 형식이다. 프랑스 미국 홍콩 일본 등 국내외 예술인 150여 명이 참여한다. 즉흥에 관심 있는 학생과 일반인들을 위한 발표무대와 수업도 열린다. 2만5000원. 02-3674-2210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29)에게 올해는 잊기 힘든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그의 세 번째 안무작인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가 무대에 오른다. 현직 발레단원으로 전막 발레 안무작을 올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13일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부문 후보에 2015년 첫 안무작인 ‘요동치다’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안무가로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2006년)과 정의숙 성균관대 교수(2012년)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일단 “운이 좋다”고 운을 뗐다. “아직 안무가로 새내기인 저에게 좋은 기회들이 연달아 와 행복해요. 특히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후보에 아크람 칸 등 평소 저의 우상이었던 분들과 함께 올라 정말 영광이죠. 더 열심히 하고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5월 무대에 올리는 이번 작품은 조선 중기 여류시인인 허난설헌(1563∼1589)의 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그중 ‘감우(感遇)’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통해 허난설헌의 삶을 춤으로 형상화할 예정이다. “5년 전 허난설헌의 시들을 읽었는데 ‘몽유광상산’은 마치 영화 이미지처럼 머릿속에 박혔어요. 언젠가 이 시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마침 이번 공연 의뢰를 받고 바로 허난설헌을 떠올렸죠.” 국립발레단에서도 실력파로 손꼽히는 그는 발레를 시작했을 때부터 안무에 관심이 많았다.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안무작을 무대에 올렸다. “고등학교 때 창작발표회가 열리면 보통 친구들끼리 합의해 안무를 짜잖아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뚜렷해 친구들을 캐스팅해 안무를 짰어요. 아마 창작발표회를 그런 식으로 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는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이어폰이 항상 꽂혀 있다. 언제든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최근 내한한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다. “제 취미가 쉴 때 다음 작품에는 무엇을 할지 찾는 것이에요. 누군가는 스트레스가 많은 삶일 것 같다고 하지만 오히려 저에게는 삶의 활력소죠. ‘픽스 유’도 안무하기 딱 좋은 곡인데 언제 해볼까 싶어요(웃음).” 그는 현재 발레단 무용수와 안무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춤을 추고, 춤을 만드는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더 좋을까? “둘 다 좋아요. 둘 다 춤을 추기 때문이죠. 안무를 하려면 무용수들 앞에서 춤을 춰야 해요. 저도 하지 못하는 동작을 무용수들에게 요구하기 힘들죠. 그래서 안무가를 하면서 더욱 춤을 갈고닦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 정말 다른 이의 훌륭한 작품을 봤을 때 그는 “이러려고 안무가를 하나”라는 자괴감에 빠진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안무 작업에 들어가면 그 시간이 내내 즐거워 “이러려고 안무가를 한다”고 했다. 당연히 그의 목표는 세계적인 안무가가 되는 것이다. “저만의 독창성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누가 봐도 ‘강효형이 안무했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제 철학과 동작의 색채가 뚜렷해야 해요. 여기에 한국적인 것을 녹여 해외에서도 차별화되는 저만의 안무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딸의 불합격을 바란 아버지도 있어요.(웃음)” 초등학교 4학년부터 발레를 배운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상이(32)가 들려준 얘기다. 그는 발레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예원학교에 지원했다. “나중에 커서 큰아버지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아버지는 제가 예원학교에 진학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하더군요.” 한상이의 아버지는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사무총장(60)이다. “몸을 쓰는 직업의 고충을 잘 알죠. 예체능 분야는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요. 합격 소식을 들었는데 전혀 반갑지 않더군요.” 이들 부녀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이 부녀지간이라는 것은 무용계와 축구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뛰어난 외모와 안정된 비율(167cm)을 갖춘 한상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2004년 한국인 최초로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원으로 발탁됐다. 이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2010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1982년 대한생명의 대한축구협회 파견 직원으로 축구와 인연을 맺은 한 사무총장은 1983년 럭키 금성의 창단 멤버로 입사한 뒤 운영과장, 사무국장, 단장 등을 거쳐 2012년에는 FC서울의 최고운영책임자까지 맡았다. 축구에 정통한 아버지를 둔 덕분에 한상이는 축구 마니아가 됐다. 축구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밝아지며 축구 선수 이름을 줄줄이 댔다. “친구들과 축구 이야기를 하면 많이 안다고 다들 놀라요. 좋아하는 팀은 당연히 FC서울이죠.” 한 사무총장도 아무리 바빠도 딸의 공연은 빼먹지 않을 정도로 발레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인터뷰 중 발레 등 예술 정책과 문화에 대해 10분 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상이가 발레 하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지금은 딸이 발레계에서 인정을 받아 기쁘죠. 중고교 때 발레를 함께한 친구들 중 상이만 지금까지 발레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 한상이는 발레 ‘심청’을 통해 주역으로 데뷔했다. 아버지 심봉사를 생각하는 효녀 심청처럼 그도 연기 내내 아버지를 떠올리며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심청 역을 하면서 발레 하는 딸을 아버지가 뿌듯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제게는 지난해 ‘심청’ 공연이 아버지를 위한 공연이었죠.”(한상이) “너밖에 보이지 않더라. 하하.”(한 사무총장) 이제는 딸을 지켜보며 발레 시키길 잘했다고 말하는 아버지와 결혼하면 아이에게 축구나 발레를 시켜보고 싶다는 딸. 이들의 최근 대화 주제는 결혼이다. “아버지가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하느냐고 계속 물어봐요. 전 스포츠인도 좋은데 아버지가 몸을 사용하는 커플을 꺼리는지 소개를 안 시켜 주네요.”(한상이) “주위에 좋은 사람 없나요?”(한 사무총장) 부녀가 생각하는 축구와 발레는 무엇일까. “축구는 제게 힐링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축구를 보면 다 풀리죠.”(한상이) “발레는 ‘가족’과 같은 의미죠. 핏줄처럼 이제는 뗄 수 없죠.”(한 사무총장)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가장 사기 아까운 옷은 무엇일까? 봄 외투가 아닌가 싶다. 점점 짧아지는 봄 때문에 봄 외투를 입는 기간도 줄고 있다.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고 싶어 밝은색의 봄 외투라도 살라치면 아내에게 타박을 듣기 쉽다. “몇 번 입지도 못할 거 왜 사니?” 의류 브랜드들의 고민도 깊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 전 ‘적당한 시기’에 매장에 봄 의류를 전시해 놓는다. 하지만 이 적당한 시기가 애매하다. 갑자기 꽃샘추위라도 닥치면 “추운데 무슨 봄옷이냐”는 반응이 나오기 쉽다. 완연한 봄이 와서 봄 의류를 내놓으면 때는 늦다. 물론 무난한 색상의 봄 외투를 구매한다면 가을에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채도가 밝은 봄 외투를 무채색이 어울리는 가을에 입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봄 외투를 무채색으로 산다면 봄 외투를 사는 의미가 퇴색된다. 봄 외투는 벚꽃과 같다. 화사하게 피었다 금세 지는 존재. 비록 1년 중 한 달도 입지 못할지 모르지만 화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존재의 의미는 충분한 것 아닌가? 벚꽃처럼 말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댄스가 아니다. 댄쓰, 땐스도 아니다. ‘땐쓰’다. “댄스라고 말하면 왠지 김빠지지 않나요? 전 제목을 지을 때도 음성학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땐쓰’가 시각적, 청각적으로도 좋고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잖아요.” 현대무용가 안은미(55)가 ‘땐쓰’를 들고 나왔다. 그는 다음 달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저신장 장애를 가진 이들과 몸은 작지만 마음은 크다는 의미를 담은 ‘대심(大心)땐쓰’를 무대에 올린다. 청소년과 함께한 ‘사심 없는 땐쓰’, 아저씨들과 함께한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전 세대가 어울렸던 ‘스펙타큘러 팔팔땐쓰’에 이어 지난해 선보인 ‘안심땐쓰’까지 연이은 ‘땐쓰’의 향연이다. ‘대심땐쓰’는 ‘안심-대심-방심’으로 이어지는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방심땐쓰’에서는 성소수자와 함께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재미있게 춤을 추며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우리 모두 장애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다른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보자는 의미죠.” 몇 달간 시각, 저신장 장애인과 함께 작업한 그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장애와 직접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느끼는 장애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춤이란 다 같이 행복할 때 할 수 있는 언어죠. 공감을 나누는 도구이기도 해요. 함께 하면서 일반인과 다른 그들의 몸에 대한 질감, 속도, 크기 등을 알 수 있었죠. 정말 새로운 춤을 보게 될 겁니다.” 그는 2006년 ‘신(新)춘향’의 유럽 투어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외국 페스티벌과 극장으로부터 초대를 받고 있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을 기념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무용수로 구성된 영국의 캔두코 무용단과 함께 무대에 서는 등 2018년까지 외국 공연 일정이 모두 잡혀 있다.“사람들은 제가 특별해서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아이디어는 어디든 있어요. 다만 집중해서 보고, 발견해서 끊임없이 오랜 세월 동안 담금질을 해야 한다는 거죠.” 멀리서도 그를 알아볼 수 있다. 1991년부터 민머리를 유지하고 있고, 남들과는 다른 형광색의 다양한 무늬 옷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국내외 시골 장터에서 옷을 골라요. 고르는 기준은 꽃무늬, 줄무늬, 땡땡이 무늬죠. 형광색 옷을 입으면 힘이 나는 것 같고 멀리서도 잘 보여요. 머리 기를 생각은 없어요. 얼마나 편한데요.” ‘몸치’라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춤을 추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춤, 박자 맞지 않아도 돼요. 춤추는 시간은 우리가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죠. 하루에 10분이라도 춤을 추며 무질서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줘야 해요.” ‘방심땐쓰’를 마무리한 뒤 그의 다음 주제는 기계다. “기계와 함께 춤을 추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4차 산업혁명도 일어나는 시대인데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