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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중국해에 이어 동중국해에도 전투기를 보내며 미국과 일본의 공동 방위망을 무력화하려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28일 중 관영 신화통신과 AFP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훙(轟)-6K 폭격기 8대와 정찰기 2대, 조기경보기 1대 등 전투기 11대가 27일 미야코(宮古)와 오키나와(沖繩) 인근의 상공을 비행했다. 이 지역은 동중국 해역으로,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인접한 곳이다. 선진커(申進科) 인민해방군 공군 대변인은 “중국이 (2013년 11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뒤 2년여 동안 순찰 비행을 해왔다”며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선 대변인은 올해 서태평양에서 4차례나 비행 훈련을 했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훙-6K 비행 사진도 공개했다. 일본은 즉각 자위대 전투기를 출동시켜 중국 전투기의 항로를 추적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대규모 비행 편대가 일본 영공 주변을 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방위성이 그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영토 상공에는 지금까지 주로 러시아 전투기가 출현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전투기도 자주 출현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필리핀 등 주변국과 연합 방어 훈련을 실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동중국해 일본 도서 인근에서 ‘전투기 시위’를 벌여 귀추가 주목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미일의 방위망을 뚫고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시도”라고 풀이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예상대로 내년 회계연도 방위예산을 사상 처음 5조 엔(약 47조2260억 원)대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방위비 증액이 검토되는 주요 항목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부담 경감을 위한 비용과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를 염두에 둔 낙도 방위력 강화 비용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내년 예산에는 일본산 신형 초계기 P-1 20대,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신임 부장에 쑹타오(宋濤·60) 당중앙 외사판공실 상무 부주임이 임명됐다. 펑파이(澎湃)신문망 등은 26일 “중련부 홈페이지의 지도부 명단에 쑹 부장이 올라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쑹 신임 부장은 장쑤(江蘇) 성 출신으로 푸젠(福建)사범대를 졸업한 뒤 1978년부터 2000년 외교부로 옮기기 전까지 20여 년을 푸젠 성에서 근무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푸젠 성에서 17년을 근무해 쑹 부장은 시 주석의 ‘푸젠 인맥’으로 분류된다. 2000년 주인도대사관 외교관을 시작으로 주가이아나 대사, 주필리핀 대사 등을 역임한 쑹 부장은 2013년 12월에는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사무국인 중앙외사판공실의 상무 부주임(장관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북한 노동당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왕자루이(王家瑞) 당시 중련부장과 함께 대표단에 포함된 것도 그를 중련부장에 앉히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쑹 부장의 중련부장 임명은 혈맹의 특수관계가 강조돼 온 북-중관계를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전환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인사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왕 부장의 나이가 만 66세로 퇴직 연령(일반적으로 장관급은 60∼65세)을 넘긴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3년부터 12년간 중련부장을 맡아 북-중관계의 대명사처럼 활동해온 왕 전 부장은 ‘대북 외교의 핵심담당자’로도 불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사진) 회장이 시골 교사들을 관광지로 초청해 일일 여행 가이드로 나서는가 하면 중국판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 등 다재다능한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26일 화시두스(華西都市)보 등에 따르면 마 회장은 내년 1월 ‘마윈 향촌 교사상’을 수상한 교사 100명을 인솔해 하이난(海南) 성의 휴양지 싼야(三亞)를 찾아 이들을 관광시키며 직접 여행 가이드까지 맡을 예정이다. 마 회장은 올해 9월 마윈공익기금회를 통해 ‘마윈 향촌 교사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매년 100명의 시골 우수 교사를 선발해 한 해 1000만 위안(약 18억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현재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다. 마 회장은 연말까지 산시(陝西) 간쑤(甘肅) 쓰촨(四川) 구이저우(貴州) 등 주로 벽촌 지역 우수 교사 100명의 선발을 마치면 이들과 함께 싼야로 떠날 계획이다. 마 회장은 또 11일 베이징(北京)에서 진행한 ‘광군제(光棍節) 쇼핑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망고TV에 감사 표시를 하기 위해 이 방송사가 제작하는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망고TV의 모회사인 후난(湖南)위성방송의 관계자는 “방송사 대표가 마 회장을 정식으로 ‘나는 가수다’ 시즌4에 초청했다”고 전했다. 마 회장의 노래 실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림은 잘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미술가 쩡판즈(曾梵志)와 함께 그린 유화 한 폭이 최근 홍콩에서 3300만 위안(약 59억4000만 원)에 낙찰될 정도로 화가로서 인정받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4일 오전 9시 반경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공원 인근 ‘세계 지치런(機器人·로봇) 대회’ 박람회장. 영하의 날씨에도 4개 구역으로 나뉜 전시관 1만7400m²는 아침부터 붐볐다.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우유와 음료를 쟁반에 담아 전시장 무대를 오가는 여성 로봇이 눈에 띄었다. 행사장에는 중국의 국영기업, 100여 개 중소기업, 대학연구팀이 출품한 ‘서비스 로봇’들이 대거 전시됐다. 베이징리궁(北京理工)대가 선보인 ‘탁구 로봇’ 2대는 20분간 사람과 탁구를 하는 시범을 해보였다. 로봇이 사람 공을 죄다 받아내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영기업 하얼빈(哈爾濱)공대로봇집단(HRG)은 영화 ‘아바타’의 중국명인 ‘아판다(阿凡達)’라는 4인조 로봇 악단, 음식점과 호텔 서빙을 도와주는 ‘다페이(大飛)’ 등 서비스 로봇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중국 내 10여 곳뿐만 아니라 서울 등 해외 5곳에도 판매처를 두고 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창타이(長泰)로봇’은 중국 전통 종을 치는 로봇을 선보였다.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서 초대된 다국적 로봇들도 있었다. KAIST의 자회사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선보인 것은 지진 현장 등에 투입되는 재난 구호 로봇. 6월 미국 국방부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이 로봇은 류옌둥(劉延東) 부총리가 구경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에서 이처럼 세계 로봇 대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서 로봇을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공업신식부, 중국과학기술협회, 베이징 시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23∼25일 사흘 동안 3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렸다. 중국 로봇들은 아직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과 비교해 기술 격차가 있으나 급성장하는 중이어서 곧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중평이었다. 2014년 중국의 산업용 로봇 판매는 5만6500대로 전년보다 55.0% 늘어 세계 로봇 판매 성장률 26.4%보다 월등히 높았다. 중국 로봇기술국가공정연구중심의 취다오쿠이(曲道奎) 부주임은 언론을 통해 “고속철도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로봇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3∼5개 중국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얼빈공대 로봇연구소 자오제(趙杰) 소장은 “중국은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노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로봇이 미래산업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이 2014년 2억1200만 명에서 2020년에는 4억 명을 넘어 ‘생활 보조 로봇’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행사장에서 만난 오준호 KAIST 교수 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은 “박람회와 함께 열린 세미나에 전 세계 로봇 학자와 전문가 100여 명을 모은 것은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이 된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로봇 밀도(인구 1만 명당 사용 로봇 대수)는 선진국의 10%에도 못 미쳐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반면 한국은 로봇 핵심 부품 소재가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 안에서 제품을 만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서 해외 공장에서 한국 제품을 생산하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로 산업정책의 큰 틀을 전환해야 한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에 건의했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 창출, 기술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기업의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금 수준 등이 너무 높아진 상태에서 국내 생산만 고집하다간 기업 경쟁력이 약화돼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줄어들게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연구개발(R&D), 설계 등 핵심 분야는 국내에 남기되 생산시설을 선별적으로 해외로 돌리는 정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25일 KDI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KDI로부터 “한중일 분업구조 재편에 따라 산업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받고 신(新)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방안은 정부가 다음 달 내놓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다. KDI는 한국과 일본이 높은 기술력을 토대로 생산한 부품이나 소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조립해 미국,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분업구조가 최근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 경쟁력이 한국을 바짝 따라잡았지만 한국은 핵심 부품, 소재 분야 경쟁력에서 일본과 여전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DI는 앞으로 정부가 한국 내 생산의 총합인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내외에서 한국인이 얻은 소득의 총합인 ‘국민총소득(GNI)’을 늘리는 쪽으로 산업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가 시장조사, 정보분석, 외교협력, 자금지원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이 국내로 돌아와 소비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국내 고용 감소의 폭을 줄이는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비용이 싼 해외로 나가 수익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 ‘첨단굴기 차이나’가 온다 ▼시진핑 “로봇, 국가핵심산업으로”… 정부 주관 첫 세계로봇대회 열어반도체-바이오-항공도 집중 투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중국 리스크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수요 둔화가 아니라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우리 기업들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 통신 생명공학 항공 로봇 등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과학기술 굴기(굴起)’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3일부터 3일간 베이징에서 열린 ‘2015년 세계로봇대회’에 보낸 축전에서 “로봇 산업을 국가과학기술 창신의 중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주관으로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추진하겠다는 제조업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 주석은 로봇산업을 제조업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영기업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칭화(淸華)대 산하 칭화유니그룹은 16일 “향후 5년간 3000억 위안(약 54조94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국영 항공기 제작업체 중국상용항공기(COMAC)도 이달 초 중대형 상업용 여객기 C919 출고식을 가지면서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과 함께 여객기 시장의 ‘ABC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2020년경부터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5세대(5G) 이동통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민관 합동 조직인 ‘IMT-2020 추진그룹’을 발족시켰다. 국영 기업으로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 기업인 보야(博雅)그룹도 23일 한국의 황우석 박사가 운영하는 수암생명공학원과 합작해 톈진(天津)의 1만4000m²의 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동물복제 농장을 지어 식용 소 등 연간 100만 개의 복제 배아를 생산하겠다고 밝혀 생명공학 분야의 굴기를 선언했다.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분산적이고 영토 방어 위주인 ‘소비에트 스타일’ 군 명령체계에서 통합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식 스타일’로 인민해방군 조직을 바꾸는 개혁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앙군사위원회 ‘국방 군대개혁 영도소조(군개혁소조)’가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현행 7대군구(大軍區) 체계를 동서남북의 4대 전략군구 체계로 변경하는 개편 작업에 공식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군개혁소조 조장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했고 인민해방군 4총부(總部·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를 비롯해 7대 군구, 해군, 공군, 전략 미사일부대, 무장경찰부대 등의 최고 지휘관들이 참석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우선 7대군구가 4대 전략군구로 바뀌면서 3개 대군구는 해체된다. 국방부의 권한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4총부 가운데 작전과 지휘를 총괄하는 총참모부만 남고 나머지 3개 총부는 총참모부와 국방부에 흡수될 예정이다. 이로써 1973년 11개 군구에서 1985년 7개로 줄었던 군구는 30년 만에 또다시 변화를 겪게 됐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말리에 파견되어 있던 인민해방군은 뭐 했나!’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중국인 3명이 사망하자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은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강력 대응을 다짐했다. 하지만 말리에 유엔 국제평화유지군으로 인민해방군이 파견되어 있었던 상황이라 인민해방군이 인질 구조 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중국은 2013년 말 유엔 국제평화유지군의 일부로 해외에 처음 전투 부대를 파병했는데 그곳이 말리였다. 정국 불안 속에 극단적인 무장단체가 활개를 치자 400명가량을 파견했으며 이 중 무장 병력은 170명가량이다. 하지만 20일 말리 정부군과 미국 프랑스 군대가 호텔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벌일 때 중국군은 보이지 않았다. 웨강(岳剛)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의 군사평론원은 “인민해방군은 이번 사건 발생 지역에서 1000km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중국은 바마코 등에 보다 많은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군 전문가들의 해명도 잇따랐다. 상하이(上海) 군사전문가 니러슝(倪樂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화유지군은 말리 정부가 유엔을 통해 요청할 때 움직이는 것”이라며 “허락 없이 움직이면 해당 국가에 대한 주권침해”라고 말했다. 한편 테러로 중국인 희생이 잇따르자 중국의 군사적 불개입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19일 이슬람국가(IS)가 자국민 판징후이(樊京輝·50) 씨를 살해한 것이 공개되었을 때 IS를 향해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던졌던 시 주석은 21일 말리 테러사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폭력 테러활동을 결연히 타격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언론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한국 민주화를 이끈 정치지도자’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대통령’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김 전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전직 국가원수도 애도를 표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1) 전 일본 총리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민주화된 한국에 가장 적합했던 대통령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1995년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힘쓴 그는 “퇴임 후에도 몇 차례 집으로 초대를 받아 친하게 지냈다. 지난해 김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이었을 때 병원에서 부인과 함께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 집안은 멸치 어장을 했고 나는 어부의 아들이어서 둘이 기가 잘 맞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 이력에 주목했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2시 9분 서울발 기사에서 “수년간 군사독재에 항거해 민주화운동에 투신했으며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받은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AP는 특히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자 김 전 대통령이 전쟁을 우려해 이에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전 대통령이 1979년 NYT와 인터뷰를 하자 박정희 정권이 이를 문제 삼아 그의 의원직을 박탈했다고 지적하며 군부 지도자를 몰아낸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김 전 대통령이 군부 독재 아래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1992년 당선으로 문민정권을 부활시켰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과감한 행동력과 결단력으로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으나 대통령으로서 혼란을 부른 것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들은 ‘반부패 개혁 지도자’로 김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반관영 중국신원왕은 김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반부패, 청렴을 기치로 변혁의 바람을 일으켰으며 개인의 배경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실천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왕도 김 전 대통령이 1993년 취임 이후 반부패의 변혁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덩샤오핑(鄧小平) 최고지도자 시절 자오즈양(趙紫陽) 전 총서기와 함께 개혁 개방을 이끌다 실각한 ‘비운의 총서기’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총서기가 탄생 100주년에 맞춰 사실상 복권됐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후야오방 탄생 100주년 기념좌담회’를 개최했다.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후야오방 동지는 국가의 혁명과 건설, 개혁에 탁월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하고 “후 동지는 장기간 당의 중요한 임무를 맡았던 탁월한 지도자로서 중화민족의 독립과 해방,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여는데 불후의 공적을 남겼다”고 칭송했다. 후야오방은 자오쯔양 전 총서기와 함께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다. 하지만 1987년 공산권 붕괴 이후 중국에 불어 닥친 민주화 운동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약 7년간 맡아온 총서기직에서 1987년 1월 쫓겨났다. 당 중앙위원회는 “정신적으로 오염됐고 자산 계급 자유화에 반대하는 당을 배척했다. ‘전반서화(全盤西化·서양 문화 전체를 받아들이려는 사조)’에 대한 요구를 용인하고 학생운동 발생을 야기했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후야오방이 1989년 4월 15일 사망하자 학생들은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모여 그를 추모하는 집회를 가지면서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였으며 그해 6월 4일 군이 무력으로 진압한 톈안먼 사태가 발생했다. 자오쯔양 총서기도 톈안먼 시위에 대한 강제진압에 반대하다 축출됐다. 시 주석 정부가 후야오방 전 총서기를 복권시켜 이제 자오쯔양 전 총서기 복권과 톈안먼 사태 재조명 등 과거 민주화 활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한편 그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 신문사가 16일 ‘후야오방 동지와 이론동태-후야오방 동지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를 열었으며 당 문헌편집위원회가 인민출판사를 통해 ‘후야오방 문선’을 출간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자체 제작한 후야오방 다큐멘터리를 20일부터 사흘 연속 방영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인 판징후이(樊京輝·50) 씨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피살된 장면이 공개되자 중국인들도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그동안 IS가 공개한 민간인 처형 사진에 중국인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서방의 시리아 공습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던 중국이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과 함께 IS 격퇴전에 참여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중동전 개입을 피해 왔지만 ‘책임 있는 대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와 “당장 군사 행동에 나서라”는 자국 내 여론이 비등할 경우 반(反)IS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근 러시아가 서방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리아 공습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중국까지 공조에 적극 개입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의 공동 행보가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는 이로 보복해야’ 들끓는 중국 누리꾼 그동안 공개된 IS에 의한 동양인 살해는 일본인 고토 겐지(後藤健二)와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에 이어 이번이 세 명째다. 이번에 살해된 판 씨는 베이징 출신 전직 교사로 관영 중국중앙(CC)TV의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 광고 분야에서 일한 프리랜서 컨설턴트다. 그는 과거 CCTV의 유명 앵커 바이옌쑹(白巖松)과의 인터뷰에서 “편안한 교사직을 버리고 나선 것은 자극이 있는 삶을 위해서다”라고 말하는 등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인물이다. 무고한 자국민이 IS에 납치된 후 무참히 살해된 사실과 처참한 시신 사진이 공개되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당장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등 분위기가 격앙되고 있다. 전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장교 출신으로 반테러 전문가인 웨강(岳剛) 평론원은 19일 “‘이에는 이’로 보복해야 한다. 중국인과 노르웨이인 인질을 살해한 것은 전 세계를 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직접적인 타격 전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IS가 원하는 것은 전쟁이다. 그들에게 전쟁을 해 주자”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누리꾼은 “이번에도 정부가 군대를 파견하지 않으면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펑황(鳳凰)위성TV가 19일 누리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이 IS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8명 이상이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군사 개입은 미지수 판 씨의 소식이 알려진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그 어떤 테러 범죄 활동도 강력히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외국 방문 기간 중 국내 사안에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는 드문 데다 ‘타격’이라는 말을 꺼내 주목을 끌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테러는 인류의 공적으로, 인류 문명의 기초를 무너뜨리려 하는 어떠한 테러 활동에 대해서도 단호히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이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판 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뒤 인터넷에서 군사 개입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자 중국 당국은 인터넷 통제에 나섰다. 중국의 웨이보에서 ‘중국인 인질’ ‘판징웨이’ 등을 입력하면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반응이나 관영 언론 보도 등이 주로 검색되고, ‘무력 개입’에 관련된 단어는 삭제돼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국제적 테러에 대해 ‘원론적인 비난’을 하면서도 군사 개입 등 행동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내정 불간섭 원칙’과 관련이 깊다. 중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며 미국의 ‘군사주의’를 비판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 자국민 살해가 이 같은 정책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미국이 중동에 군사적으로 개입해 수렁에 빠진 것을 본 중국은 군사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더 이상 고립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19일(현지 시간) “파리 연쇄 테러 이후에도 테러범들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극단주의(이슬람국가·IS를 말함) 지도부의 소름끼치는 행동과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며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간 연장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법안을 곧바로 통과시킨 뒤 상원에 넘겼다. 프랑스 검찰은 이날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사진)를 전날 생드니 경찰 급습작전 때 사살했다”고 밝혔다. CNN, 블룸버그통신 등은 프랑스 검찰이 아바우드가 경찰의 급습으로 사망했으며, 지문을 이용해 시체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냈다. 벨기에 경찰도 19일 브뤼셀 일대를 6차례 급습해 폭탄 조끼를 제작한 인물로 알려진 ‘무함마드 K’라는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번 테러가 일어나기 전인 올해 5월 미 정보당국은 아바우드가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지만 프랑스 당국이 그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 정보분석국이 5월에 발간한 평가서에는 아바우드의 사진과 함께 ‘그가 그리스 아테네 은신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벨기에 테러를 지시했으며 유럽 각국이 그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편 IS가 18일 발간한 자신들의 영문판 홍보잡지 ‘다비끄’에서 중국 베이징(北京) 출신의 판징후이(樊京輝·50) 씨와 노르웨이인 올레 요한 그림스고르오프스타 씨(48)를 두 달 전 살해했다고 공개하면서 중국도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중국은 어떤 형태의 테러에도 반대하며 인류 문명의 최저 한계선에 도전하는 그 어떤 테러 범죄 활동도 강력히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IS는 이날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대원이 미국 뉴욕 중심가를 활보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새로 공개하며 미국을 겨냥한 테러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뉴욕 경찰은 “가장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인 성 베드로 대성당 등이 IS의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로마와 밀라노에서도 경보가 내려졌다. 국제사회는 반IS 공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프랑스가 IS에 대응하기 위한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상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23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조선중앙통신사 관계자발로 18일 보도했다. 그러나 유엔 측이 이를 부인해 반 총장의 방북을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화통신은 평양발 영문판 보도에서 “반 총장이 23일 평양을 방문해 약 4일간 머물 예정이라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사 관계자가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중앙통신 관계자는 반 총장이 비행기를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다고 말했으나 북한의 고려항공편을 이용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을 현재 확정하는 단계라면서도 더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인 ‘신화국제’도 “북한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3일부터 북한을 방문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유엔은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 총장은 다음 주에 북한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북 계획을 공식 부인했다. 유엔은 “반 총장이 다음 주 대부분을 뉴욕에 머물다가 27일 개막하는 영연방 정상회의 참석차 몰타로 건너간 뒤 현지에서 바로 30일부터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다음 주 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반 총장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 대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포함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 총장의 방북 사실을 국가정보원이 파악했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으나 국정원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대해 이병호 국정원장이) NCND(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와 유엔 대변인의 메시지 내용 등으로 미뤄 반 총장의 방북은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다만 방북 날짜를 놓고 반 총장 측과 유엔 회원국, 북한 등 사이에서 막판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쪽과의 일정 조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 총장이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마당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면 방문 실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양자 회동이 가능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 중국 위안화가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에서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위안화 편입을 지지하고 있고 당초 비판적이던 미국 일본도 입장을 바꿔 편입에는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 이어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다시 한번 ‘금융 굴기’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이 임박했다. 30일 열리는 집행이사회에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위안화는 국제기축통화 중 하나가 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가 독주해 온 국제 화폐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뒤 ‘숙원’을 이뤄 위안화 국제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에 맞서 올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한 데 이어 위안화의 SDR 편입에 성공함으로써 달러와의 화폐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 5년 만의 숙원 달성 IMF는 13일 “위안화의 SDR 편입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집행이사회에 위안화의 SDR 편입을 제안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실무 보고서를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실무진의 판단을 지지한다. 이 문제를 다룰 집행이사회를 30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행이사회가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공식 결정하면 위안화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에 이어 5번째로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위안화의 SDR 편입은 SDR의 대표성과 매력을 높이고 현재의 국제 금융 체제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해 중국과 전 세계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IMF의 보고서에 환영을 나타냈다. 중국은 2010년 처음 위안화의 SDR 편입을 신청했으나 그해 11월 “위안화는 자유태환(주요 통화와의 자유로운 교환)이 원활하지 않은 등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올해 4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위안화는 아직 부적합한 것 같다”고 말하고, IMF도 8월 4일 “편입에 따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혀 5년마다 SDR 편입을 심사하는 올해 심사에서도 편입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주도의 AIIB 출범과 관련해 영국이 5월 말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선언해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서방국가들이 잇따라 가입한 것처럼 이번에도 영국이 분위기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말 영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도 최근 잇달아 베이징을 방문해 위안화의 SDR 편입 및 IMF 개혁 등에 찬성을 나타냈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려면 회원국 의결권의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전 IMF 중국사무소장)는 “미국과 일본이 비판적이지만 IMF의 긍정적인 검토 보고서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은 2010년 0%였으나 올해 8월 2.79%까지 올라 엔화(2.76%)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 파운드화에 이어 4위로 올랐다. 이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경우 비중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사다. 영국 파운드화나 일본 엔화보다 높은 13∼14% 혹은 14∼16%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편입 결정이 내려져도 실제로는 내년 9월 30일 편입이 이뤄져 중국에 준비 시간을 줄 것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과 함께 현재 6위에 머물고 있는 IMF의 의결권 비중 조정 등 개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위안화 기축통화’의 명예와 실리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기축통화’라는 명예를 얻을 뿐만 아니라 실리도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화폐를 무역에 사용해 거래 비용이나 환 리스크가 줄어들고 자금 조달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점차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세계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표시 채권 비중이 늘어나는 등 위안화 국제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은 전 세계 중앙은행이 가진 외환보유액의 9%가량인 1조 달러(약 6조3000억 위안)가 위안화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달러화를 사용해 온 아시아 국가들의 위안화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방 국가와 일부 개발도상국 등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하는 것은 중국 경제의 위상이 올라간 것을 금융 측면에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달러 패권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특히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자국 경기가 회복한 뒤에는 이자율 인상으로 출구전략에 나서려 하는 등 국제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중국도 높아진 위안화의 위상을 이용해 급격한 환율 및 이자율 조정에 나설 경우 한국 등 주변국에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 우려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위안화 위상 강화로 중국 실물 경제가 강해지면 대중 수출 증대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 등이 일어나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SDR ::IMF가 1969년 국제준비통화인 달러와 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 통화로 IMF는 ‘국제준비자산’으로 표현.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 SDR의 가치는 각 구성 통화의 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정하며 현재 1SDR는 1.38달러가량.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번 주말부터 세계 주요국 정상이 모이는 다자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남중국해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더 힐’은 12일 국방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군이 지난주 말 B-52 전략폭격기 2대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인공섬 상공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 폭격기는 ‘항행의 자유’라는 이름의 작전하에 인공섬 12해리(약 22.2km) 해역 상공을 한 차례 통과했고 “섬에서 벗어나라”며 비행 중단을 요구하는 중국의 무선연락도 무시했다. 중국은 11일 군함 1척을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해역에 접근시켰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달 27일 구축함을 인공섬 12해리 이내 해역에 진입시키고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달 5일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 함을 타고 직접 남중국해를 순시했다. 남중국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 쟁탈전에서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이번 주부터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16일 터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7∼19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1∼2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줄줄이 참석한다.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일전을 벼르고 있다. 미국에 밀착하고 있는 일본도 열전에 가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다자 정상회의 때 중국을 겨냥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발언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은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7개월 만에 정상회의를 갖고 남중국해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남중국해에 인접한 아세안 10개국은 중국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분열되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이 미중의 파워 게임과 맞물려 지구적 차원의 이슈가 된 것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배경과 미중 전략을 자세하게 해부한다. ▼ 바다 밑에 석유 367억t, 가스 7조㎥… “양보 못할 요충지” ▼美-中, 패권 놓고 일촉즉발남중국해는 중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7개국에 둘러싸인 주머니 모양의 해역이다. 면적은 350만 km²로 수심이 대부분 200m 이하로 얕고 하이난(海南) 섬을 제외하면 큰 섬도 없다. 대신 작은 섬들과 만조 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산호초와 암초로 이뤄진 군도가 흩어져 있다. 서쪽으로는 말라카 해협을 통해 인도양으로, 동쪽으로는 대만해협을 통해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물류가 오가는 해상 수송로로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원유 수입량의 90%, 중국 원유 수입량의 80%가 이 해역을 통과한다. 세계 해운물동량의 4분의 1인 연간 5조 달러(약 5800조 원)어치가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다. 1968년 유엔 아시아 극동경제위원회는 남중국해가 세계 4대 유전으로 석유, 가스, 주석, 망간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다고 보고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2010년 남중국해 석유 매장량을 230억 t으로 추산하며 “제2의 페르시아 만”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현재 석유 367억8000만 t, 천연가스 7조5500억 m³가 묻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의 향방을 가늠할 지정학적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먼바다 방위 전략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 전략이 이 해역에서 맞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패권 경쟁에 동맹국과 주변국들도 속속 말려들면서 이 해역은 지역 범주를 넘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 남중국해 80% 선 그어 영유권 주장 국제해양법 조약은 해안선에서 200해리까지 그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영유권이 불명확한 섬이 산재하고 7개국이 해안선을 접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는 애당초 경계선을 긋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9개의 점선으로 남중국해 대부분을 감싸 안는 ‘U’자 모양의 선을 긋고 그 안쪽 해역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구단선’이다. 구단선이 감싸 안은 면적은 남중국해 전체의 80%가량이다. 하지만 중국은 구단선의 정확한 위도와 경도는 물론이고 어느 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지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구단선 내에서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은 중국 하이난 섬에서 남쪽으로 1000km가량 떨어진 난사(南沙) 군도다. 주변 6개국이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 해역에는 250개의 암초와 산호초 섬이 산재해 있다. 이 가운데 11개 섬과 5개의 모래톱, 20개의 암초가 물 위에 드러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수면 아래 잠겨 있다. 중국은 난사 군도의 7개 암초를 매립해 최근 1년 반 사이에 총 12km²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남중국해로 향하는 입구에 위치한 파이어리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永暑 섬)에는 3000m 길이의 활주로와 항만이 차례로 세워졌다. 군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중국이 매립한 암초는 만조 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암초로 국제 해양법상 섬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인공 섬을 근거로 영해를 주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와 별도로 난사 군도 북쪽, 하이난 섬 바로 밑의 시사(西沙) 군도에 대한 지배권은 1973년 무력으로 베트남군을 내쫓으면서 확보했다. 필리핀 북부 루손 섬 서쪽 220km에 위치한 스카버러 섬에도 중국 함선을 계속 주둔시키며 인공 섬을 건설하고 있다. 난사 군도와 시사 군도, 스카버러 섬을 연결하면 각 변의 길이가 650∼900km에 이르는 삼각형 모양이 완성돼 유사시 중국 전투기 간 삼각 공조가 가능해진다.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 건설은 베트남과 필리핀도 수십 년 전부터 해온 일이다. 베트남은 21개 섬, 필리핀은 8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대만과 필리핀은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 일부에 군대도 주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난사 군도 일대에는 각국이 실효 지배하는 암초가 밀집해 이들 암초 간 거리가 12해리가 안 되는 곳도 있다. 일본도 원죄가 있다. 남중국해를 중국에 편입한 것은 1930년대 이 지역을 점령했던 일본이었다. 중국만 일방적으로 비판한다면 중국 측에서도 “억울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남중국해 영유권 누구에게 있나 영유권을 주장하는 모든 나라가 역사적 자료와 유엔 해양법 등을 근거로 대고 있다. 중국은 후한 시대 사료에 난사 군도에 출항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송 원 명 청 등 역대 왕조 때의 사료에도 난사 군도에 탐사대를 보냈거나 그 지역에서 어업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중국은 특히 1909년 청나라 광둥(廣東) 성과 광시(廣西) 성이 난사 군도를 편입했다고 주장한다. 베트남도 뒤질세라 사료를 근거로 영유권 주장을 계속한다. 근대에 들어 남중국해의 지배권은 계속 바뀌었다. 제국주의 프랑스가 1930년대 초까지 지배권을 행사했으나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이듬해 시사 군도와 난사 군도를 자신들이 식민지화한 대만에 복속시켰다. 이후 일본이 패망하자 중국은 국민당 정부 시절이던 1946년 린쭌(林遵) 2함대사령관을 군함에 태워 난사 군도로 보내 곳곳을 다니며 자국 영토라고 경계석을 박았다. 1947년 국민당 정부 내정성은 남중국해는 대만 소속이라는 지도를 발간하면서 구단선의 원형인 ‘11단선’을 그려 넣었다. 국민당을 본토에서 몰아내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세운 중국 공산당은 11단선을 답습해 지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1953년 중국이 통킹 만의 섬 영유권을 베트남에 넘겨주면서 9단선으로 변경했다. 그 후 중국은 미국의 힘의 공백이 생길 때마다 남중국해 진출을 가속화했다. 1954년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종결로 종주국이던 프랑스가 철수하자 시사 군도 동부를 점거해 당시 월남과 시사 군도를 나눠 가졌다. 이어 미군이 1973년 월남에서 철수하자 중국은 다음 해 월남군과 교전 끝에 시사 군도 전역을 지배했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 옛 소련이 베트남 주둔군을 축소하자 이번에는 난사 군도로 발을 뻗쳤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군이 필리핀에서 완전 철수한 1992년에는 ‘영해법’을 제정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이어 1994년에는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난사 군도 미스치프 암초에 건물을 세웠다. 이에 맞서 필리핀은 2013년 1월 유엔해양법 조약에 근거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1994년 발효된 해양법 조약으로 1947년에 그어진 구단선의 합법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본심은 국제사회의 개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분쟁 당사국인 양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많은 당사국이 엉켜 있으면 ‘개별 격파’가 어렵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오랫동안 제3자의 태도를 취해 왔다. 2010년 중국이 남중국해를 대만, 티베트와 견줄 만한 ‘핵심적 이익’이라고 밝힌 뒤에야 그해 7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에 있어서 국제법 준수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표명했다. 이후로 국제회의장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남중국해는 공해라고 주장하며 영유권 문제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조약(UNCLOS)’에 따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해양법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상업 및 군사 활동에 제약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점을 들어 “미국이 중국을 비난할 때 입지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강온 양면작전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는 중국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은 종종 국지적 무력충돌 사태로 번졌다. 2011년 중국 어선이 베트남 석유탐사선의 케이블을 끊어버리자 베트남은 징병령을 발동하고 남중국해에서 실탄훈련을 벌였다. 2012년에는 스카버러 섬 주변에서 필리핀과 중국 군함이 사흘간 대치했고 2014년에는 중국과 베트남 순시선이 일주일 넘게 대치하며 물 대포 교전을 벌였다. 중국은 이 문제로 인한 대외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한편으로 외교적 대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은 이런 배경하에 합의된 것이다. 현재는 행동선언에 법적 구속력을 붙이는 ‘남중국해에 있어서의 행동규범(COC)’을 마련한다며 시간을 끌면서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협의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개입이 본격화하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돈 보따리를 풀며 동남아 국가 달래기 및 분열 작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6일 아세안 10개국 국방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해 남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대비한 공동훈련을 제안한 게 대표 사례다. 이 회의 직후 중국은 COC 책정을 미끼로 던져놓고 아세안 국가들과 고위급 협의를 열어 대화 자세를 강조했다. 그 결과 4일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는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견제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미국과 험한 설전을 거쳤던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주변국 모두의 ‘공동의 적’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음 주 줄줄이 열리는 국제회의를 앞두고 이달 5∼6일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을 직접 방문했다. 남중국해 문제가 회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방어’다.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가진 시 주석은 베트남 인프라 투자에 5년간 최소 8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COC 제정을 서두르자는 기존 합의 사항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이어 6∼7일에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남중국해에서의 통행의 자유는 아무런 문제가 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에도 미리 손을 썼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10일 마닐라에 보내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교장관과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에게 남중국해 문제를 정상회의 의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11일 진행된 온라인 쇼핑축제이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할인행사)’인 ‘광군제(光棍節)’는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끝났다. 행사를 주도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이날 하루 판매액은 912억1700만 위안(약 16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571억 위안보다 60% 늘었다. 지난해 미국의 양대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의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4배가 많다. 올해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행사 이름을 ‘광적으로 즐기는 축제’라는 뜻의 ‘쾅환제(狂歡節)’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즈푸바오(支付寶)의 초당 최대 결제 건수는 8만5900여 건이었으며 하루 동안 7억1000만 건이 결제됐다. 알리바바는 이날 휴대전화만 313만 대를 팔았다. 이 회사는 우유 자동차 사과 TV 견과류 벌꿀 시계 등 8개를 ‘24시간 최대 판매 기록’ 품목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광군제는 단지 일회성 화제 행사가 아니라 지구촌에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렸음을 새삼 각인시켜준 행사였다. 중국 시장 진출이 과제인 한국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추렸다. ①모바일을 공략하라=알리바바의 11일 총 매출 912억1700만 위안 중 68.6%인 626억4200만 위안은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져 지난해 42.6%에서 껑충 뛰었다. 중국인의 88.9%가 휴대전화로 인터넷 접속을 한다는 수치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에서는 상품 구입은 물론이고 택시요금, 음식 주문, 공과금 납부도 휴대전화로 가능하다. 전자지갑인 즈푸바오만 있으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 대금 지불, 계좌이체, 송금 절차가 한두 번 클릭으로 가능하다. 한국무역협회 최용민 베이징(北京)지부장은 “중국에서 온라인 시장은 한 해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공략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②전 세계 소비자를 만나는 길목=홍콩 펑황왕(鳳凰網)은 11일 광군제 참여 소비자들이 총 232개 국가와 지역에 걸쳐 있다고 보도했다. 하루 동안 거의 모든 지구촌 국가의 소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광군제를 통하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회사와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말도 된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를 통해 외국 제품을 구입한 중국 소비자들도 3000만 명에 달했다. 외국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티몰 궈지(國際)’에서 한국 제품 매출 순위는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다음이 독일 호주 순이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의류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 행사에서 높은 구매 순위에 오른 품목을 세밀히 분석해 그에 상응한 공략이 필요하다. ③온·오프라인을 합쳐라=알리바바는 11일 0시 행사 개시와 함께 처음으로 물건을 구입한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의 소비자에게 그가 구입한 TV를 14분 만에 배달했다며 이를 언론에 알렸다. 인터넷 쇼핑몰은 판매 주문뿐 아니라 배송이나 보험 등 오프라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일관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알리바바의 경우 11일 하루 동안 물류 배송업체 직원만 170만 명, 배송 차량 40만 대, 비행기는 200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한국에서도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구 사이트를 개설하는 회사가 늘고 있으나 주문만 받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하는 오프라인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 내에서 수백 개의 도시에 물류 택배망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들과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④외국 브랜드는 신뢰가 중요=11일 판매된 외국 브랜드 제품의 품목별 순위는 유아용품 화장용품 의료보건 식품 복장 디지털 기기 순이었다. 특히 유아 및 화장용품이 각각 30%와 22%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중국인 스스로도 이들 품목의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이다. 호주의 유기농 우유가 불티나게 팔린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은 가격은 비싸도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다. ⑤한국, 적극적으로 참여하라=알리바바는 지난해까지는 본사가 있는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내외신 기자를 초청해 ‘매출 현황 실시간 상황판’을 공개하는 등의 행사를 가졌으나 올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장이었던 ‘수이리팡(水立方)’에서 유명 영화감독이 주관하고 각국 연예인을 초청한 전야제 행사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앞으로는 세계 주요국의 도시에서 유사한 행사를 개최해 그야말로 세계적인 프로모션이자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은 11일 밤 “광군제가 올해로 7회를 끝냈지만 앞으로 93년은 이어가 총 100년을 채울 것”이라며 “5년 내로 런던 뉴욕 파리 바르셀로나 등으로 행사 지역을 확대해 전 세계 축제로 만들겠다”고 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세 번째로 많은 상품을 구입했고, 한류 인기가 높은 한국도 행사를 유치하는 것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광군제를 지켜본 현지 기업인들의 조언이었다. ▼ 한국이 배워야할 점은? ▼(1) 1년동안 철저히 준비(2) 제조업체 적극적 참여(3) ‘단 하루’ 파급력 키워 한국 유통업계와 정부도 올해 들어 소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할인행사를 준비했지만 중국 광군제와 비교하면 미흡한 점이 많다. 가장 큰 차이점은 철저하고 오랜 준비다. 정부 주도로 보름 만에 기획됐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광군제는 하루 행사를 위해 한 해 동안 공을 들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5월부터 이날을 위해 상품기획과 제품 패키지, 프로모션 개발 등의 준비를 시작했다. 원래 중국 지사에서 맡고 있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본사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10월경 모든 준비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주로 유통업체들이 세일을 주도하는 우리와 달리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경쟁 업체와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 힘쓰는 것 역시 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한국은 제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낮다 보니 할인 폭이나 이벤트에도 한계가 있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했다. 이랜드는 “알리바바는 고객들이 실망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보이는 업체들은 참여를 제한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세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 정부 주도로 급박하고 일방적인 할인 행사를 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독신자를 위한 쇼핑의 날’이라는 분명한 행사 성격과 단 하루 혜택을 제공한다는 제한된 기간 설정 역시 행사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K세일’ 등은 행사 시점과 시기가 애매하고 특색이 없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우리도 가정의 달인 5월 등 특별한 축제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일 기간 역시 연중세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장기간 여러 행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져 집중도가 낮다. 이 교수는 “기간 측면에서도 광군제처럼 파급력을 높일 수 있도록 비교적 짧게 잡아야 한다”며 “불필요하게 긴 세일 기간은 오히려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선희 teller@donga.com·손가인 기자}

올해 7년째를 맞은 ‘인터넷 쇼핑몰 할인행사’이자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가 열린 11일,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일제히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물건을 사가느라 매출 신기록이 경신됐다. 11일 0시가 되자마자 18초 만에 1억 위안, 72초 만에 10억 위안(약 1813억 원)을 돌파한 것. 10억 위안 돌파 시간은 2013년엔 6분, 2014년엔 2분이었다. 100억 위안(약 1조8130억 원)은 12분 28초 만에 넘어 지난해 38분 28초보다 빨라졌다. 이는 접속자들이 미리 검색창에 제품 이름을 찍어놓고 0시가 되기를 기다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가 0시가 되자마자 일제히 접속하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00억 위안 매출 중 휴대전화를 통한 구매가 74.8%를 차지해 ‘휴대전화 쇼핑 시대’를 알렸다. ‘광군제’를 처음 기획했던 인터넷 쇼핑몰 알리바바의 경우 올해 매출액 중 휴대전화 쇼핑 비중이 42.6%였다. 물건값은 50% 할인이 가장 많았지만 한국돈 4만∼5만 원짜리가 불과 몇백 원에 판매되는 것도 있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초당 8만 건이었던 온라인 결제 가능 건수를 올해에는 12만 건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전년도엔 매출 571억 위안을 기록했지만 올해 매출 예상치는 870억 위안(약 15조 원)으로 잡았다. 11일 첫 구매자는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에 사는 취(屈)모 씨로 알리바바에서 원가보다 600위안(10만8000원) 싸게 TV 구매를 결제한 후 14분 만에 집으로 배달받았다. 이날 할인 행사에는 4만 개 이상의 기업과 3만여 개의 브랜드가 600만 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25개 국가와 지역의 5000여 개 해외 브랜드도 참가했다. 중국에서는 광군제에 너무 많은 돈을 소비해 행사가 끝난 후에는 돈이 떨어진 사람들을 지칭하는 ‘츠투(吃土·흙 먹고 산다)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이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도 유아용품, 화장품 등 중국 광군제 소비 관련주들이 일제히 들썩였다.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보령메디앙스는 전날보다 4.17% 상승한 2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다른 유아용품 전문업체 아가방컴퍼니도 3.17%의 강세를 보였다. 중국에서 유아복 매장을 운영하는 제로투세븐은 1.36% 상승했으며 제로투세븐의 모회사인 매일유업은 3.41% 뛰었다. 유아용품과 함께 대표적인 중국 소비 수혜주로 꼽히는 화장품주도 동반 상승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류 영향으로 중국인의 선호도가 높아진 국내 화장품, 의류, 액세서리, 유아용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군제(光棍節) 처음에는 1990년대 난징(南京) 지역 대학생들이 ‘11월 11일’이 ‘1’자가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독신자의 날’로 불렀다. 그러다 알리바바가 이날을 기념하겠다며 2009년 27개 브랜드로 싱글족만을 겨냥한 할인 행사를 벌이면서 이제는 ‘인터넷 초특급 할인행사의 날’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중국 내 대부분의 쇼핑몰이 참가하는데 알리바바가 가장 크고 대표적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정임수 기자}

8일부터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지름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한반도 대기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이번 중국 북부의 미세먼지 대부분은 북풍을 타고 베이징으로 내려가거나 아직까지 한국의 남서부에 비교적 약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겨울이 다가오면서 오염도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여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 북부뿐 아니라 중부 지역까지 본격적인 난방철에 접어들면 한국에서도 미세먼지 주의보를 수시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환경 당국에 따르면 9일 랴오닝(遼寧) 성 최대 도시 선양(瀋陽)의 PM2.5 농도는 m³당 10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 도달했고 일부 지역은 1400μg을 돌파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4시간 평균 25μg)의 56배에 이르는 것으로 중국 동북부 관측사상 역대 최고이다. 이날 선양은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길거리 시민들은 마스크가 아닌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다녔다. 도심 건물들은 윤곽조차 흐릿했으며 대낮인데도 가시거리가 10m도 미치지 못해 차량마다 전조등을 켜고 다녔다. 한 시민은 “짙은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랴오닝 성 정부는 선양과 다롄(大連) 등에 대기오염 최고 경보를 발령하고 일부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노약자와 일반인 모두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이틀 전인 7일엔 짙은 미세먼지와 안개가 합쳐진 스모그에 눈비까지 겹치는 악천후로 다롄국제공항 항공기 236편이 취소되기도 했다. 다만 10일에는 바람이 불어 선양의 오염도가 오후 한때 m³당 147μg까지 낮아졌다. ▼ 중국發 스모그에 어제 충청-호남 미세먼지 급증 ▼스모그 오염은 수도권에 그치지 않고 산둥(山東) 성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까지 퍼져 고속도로 곳곳이 폐쇄되기도 했으며, 중서부 닝샤후이(寧夏回)족 자치구 인촨(銀川) 등에서도 도로 교통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중국중앙(CC)TV가 10일 보도했다. 중국 동북지방의 미세먼지는 이달 1일부터 난방 공급을 시작하면서 석탄으로 보일러를 돌리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수확을 끝낸 농촌 들판에서 곡식 짚을 태운 연기도 도시로 날아들어 자동차 매연과 섞이고 있다. 랴오닝 성 정부는 건설현장 작업과 각급 학교의 야외활동도 중단시켰으며 차량 통행 시간 제한도 검토 중이다. 동북 지방의 스모그까지 내려온 베이징은 9일 PM2.5 농도가 국제 기준치의 8배인 m³당 200μg을 기록했다. 10일 낮 베이징 시내에서는 100m 앞 건너편 건물이 짙은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한 시민은 “창문을 굳게 닫고 공기청정기를 켜 놓았는데도 스며 들어온 미세먼지 때문에 역겨움을 느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우마이(霧매)’라고 부르는 ‘중국판 스모그’는 이날 베이징 하늘을 덮어 대낮인데도 초저녁이 된 듯 어두웠다. 햇빛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환경 당국은 바람이 없고 습도까지 높아 베이징의 스모그는 14일까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국자는 “조만간 난방 공급이 시작된다”며 “앞으로 약 2개월간 공기 오염을 개선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기 오염은 곧바로 서풍을 타고 날아와 불과 하루 이틀이면 한반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올겨울 ‘중국발 스모그 비상’이 예고되고 있다. 실제로 10일 오전 한때 충북 청주의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42μg까지 치솟는 등 충청과 호남지역의 농도가 ‘나쁨’(81∼150μg) 단계까지 올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농도가 다소 높아지겠다”고 예보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송창근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현재 바람의 방향 등 대기 흐름으로 볼 때 11일 오전에는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이정은 기자}
정상회담이라고 하지만 국기(國旗)가 없었다. 상대를 부를 때도 주석이나 총통이 아닌 ‘셴성’(先生·‘선생’을 뜻하는 중국어로 영어의 ‘미스터’ 정도)으로 불렀다. 7일 싱가포르에서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정상회담은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안에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를 공존시키겠다는 것) 주장을 둘러싼 양안 관계의 긴장감을 보여주면서도 대등한 지위에서 대화를 하려는 배려가 엿보였다. 언론에 공개한 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은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이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한 가족”이라며 그 어떤 비바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며 감성적인 수사를 동원하며 통합을 호소했다. 마 총통은 적대 상태 완화, 교류 확대, 핫라인 설치 등 평화발전을 위한 5대 주장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이 미사일 배치에 주의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사일 배치는 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마 총통이 제의한 양안 간 핫라인 설치는 즉석에서 합의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번 양안 정상회담에서는 서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가득했다. 양복은 두 사람 모두 색깔이 감청색으로 비슷했지만 넥타이만큼은 시진핑 주석이 붉은색, 마잉주 총통은 푸른색을 맸다. 붉은색은 중국 공산당 당기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국기 색인 중국의 대표색이며 푸른색은 국민당 당기와 중화민국(대만) 국기 색인 대만의 대표 색이다. 2005년 베이징(北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롄잔(連戰) 당시 국민당 명예주석이 분단 이후 처음 ‘국공회담’을 가졌을 때에도 각자 붉은색과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이날 양안 정상회담이 열린 회담장 벽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노란색’이었다. 만찬 때 원형 탁자에 놓인 양측의 이름을 적어 놓은 명패도 중국은 간체자, 대만은 번체자로 각자 현재 쓰고 있는 글자체였다. 서로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만찬장에서 마 총통이 내놓은 술도 ‘양안 화해’의 뜻을 담았다며 화제가 됐다. 마 총통은 제조일자가 1990년 9월 27일로 되어 있는 알코올 도수 57도의 진먼(金門) 고량주 ‘진먼천가오(金門陳高)’ 두 병을 내놓았다. 이 술은 가오화주(高華柱) 전 대만 국방부장이 소장했던 것으로 술에 적힌 제조일자는 중국이 1970년대 말까지 간헐적으로 포격했던 대만 땅 진먼다오(金門島)에 대해 중국이 포격을 중단하기로 한 날이다. 술 소장자 가오 부장은 협약 당시 진먼다오 부대장을 맡고 있었다. 중화권 언론은 “만찬장에서 나온 마 총통은 얼굴이 발그레했다”고 전했다. 홍콩 펑황왕(鳳凰網)은 “곤드레만드레 취한 표정”이었다고 밝히는 등 두 정상이 주량을 겨뤘다는 추측이 쏟아지자 마 총통은 귀국 전용기에서 대만 기자들에게 “나는 취하지 않았었다. 우리는 주량을 겨루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마 총통은 만찬 후 자신이 즐기는 마쭈라오주(馬祖老酒) 8통과 대만 산악지역에 사는 파란 까치를 형상화한 공예품 ‘대만남작(臺灣藍鵲)’을 선물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장 임차료와 만찬 비용 등을 각자 지불해 대등함을 강조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7일 오후 2시 55분(현지 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아일랜드볼룸. 예정된 회담 시간보다 5분가량 일찍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나란히 입장하자 홀을 가득 메우고 있던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언론과 외신 기자 600여 명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시 주석은 5, 6일 베트남 국빈방문을 마치고 하루 전날 싱가포르에 왔고 마 총통은 이날 오전 6시 타이베이 쑹산공항을 출발해 10시 반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다소 긴장한 듯 보이던 두 정상은 취재진 앞에서 손을 꽉 잡아 악수하고 손을 흔들었다. 1분 20초가량 악수한 손을 놓지 않았으며 손을 흔든 시간도 25초나 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악수한 시간이 긴 만큼 마음도 가까워졌다”고 했다. 두 정상은 한쪽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옮겼다. 10여 분간의 공개 회담을 마친 후 곧 양측에서 7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배석자들도 모두 서로를 ‘선생’이라고 불렀다. 회담을 마친 뒤 중국 측에서는 4시 15분경 장즈쥔(張志軍)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 회담을 설명했고 대만 측은 30여 분 뒤 마 총통이 직접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까지 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양안은 ‘92공식(九二共識)’의 정치적 기초를 공고히 하면서 평화 발전의 길을 굳게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마 총통도 “백성을 위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만세(후대)를 위해 태평 세대를 열어야 한다(爲生民立命 爲萬歲開太平)”는 북송 시대 유학자 장횡거(張橫渠)의 말을 빌려 양안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마 총통 역시 회담에서 ‘92공식’이라는 말을 12차례나 사용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양안의 사학계가 손을 잡고 사료를 공유하고 역사서를 함께 쓰자고 제안했다”고 중국의 대만사무판공실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다. 공동 역사서 발행은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회담은 최대한 속내와 칼날은 숨기고 공통점과 장점을 치켜세우는 분위기가 주류였으나 비공개 회담에서는 다소 민감한 주제들도 거침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임은 “시 주석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내 독립 세력은 양안 평화의 최대 위협 세력’이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누가 들어도 현재 대만 내에서 중국과의 거리 두기를 주장하며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재집권을 꿈꾸고 있는 대만 야당 민진당을 견제하는 발언이었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 문제도 안건으로 올랐다. 마 총통은 “양측은 서로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만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도록 중국 측이 양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국제 문제에 관한 대만 동포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며 “대만 동포가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에 참여하고 적당한 방식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환영한다”는 말로 답했다. 양안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마 총통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동이 양안 지도자 회담의 상시화(정례화)의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정권 교체가 돼도 회담이 지속되기를 기대했다. 다만 내년 5월 자신의 퇴임 전 시 주석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시대에 맞춰 진행해 나가야 한다. 물이 모이면 도랑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자신이 시 주석의 대만 방문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마 총통은 회견을 마치며 “회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시 선생은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협정에 서명하거나 공동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양측은 회담을 마치고 호텔 내의 ‘스테이트 룸’에서 95분가량 양측 7명씩이 원형 테이블에 한 명씩 교대로 앉아 만찬을 하며 대화를 이어 갔다. 마 총통은 만찬 후 오후 8시경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으로 이동했다. 한편 7일 대만에서는 정상회담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 27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마 총통이 돌아오는 시간 공항에서는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서로 시위를 벌이기도 있다. 이날 회담에 대해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역사적인 관계 개선”이라고 평가하고 “존엄성과 존중을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안정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92공식(九二共識) ::1992년 11월 형식상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서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이라는 서로 다른 국호를 사용하도록 양해한 것.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