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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특히 그동안 많이 힘들어했던 구성원들이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을 대표하여 저희가 두 손 모아 줄지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제 정말로, 새해를 맞아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으니까요.”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검은 바닷물이 모든 밝음을 빨아들이고 나면물에 녹아버릴 하얀 글씨를 모래에 써 봅니다.잊는다 못 잊는다 온전히 사랑한다.햇빛 비추고 모래가 하얘지면 지워질 시를새하얀 글씨로 허무하게 허무하게 흘려봅니다. ―부산 해운대에서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시: 조지훈 ‘민들레꽃’.}

《 먹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맛집 찾아 삼만리’가 인기 있는 취미가 됐고, TV에서는 맛집 탄생을 꿈꾸는 골목식당 컨설팅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반면 식당들은 최저임금 인상, 가파르게 오르는 임차료 때문에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한 집 건너 하나씩 식당이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합니다. 맛집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 ▼ “국숫집, 김치찌개집을 거쳐서 17년 전부터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먹는 걸 좋아해 여러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내 메뉴와 맛을 구상하게 됐죠. 메뉴를 섣불리 늘리지 않고 내가 잘 알고 자신 있는 삼겹살로 승부를 보기로 했습니다. 맛을 유지하고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 품질 좋은 국내산 삼겹살을 1만 원에 먹을 수 있는 집은 얼마 없어요. 얼마 전 2호점을 냈고 이번 달에는 아예 식당 이름을 바꿔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킬 계획입니다.” ―천이석 씨(42·서울 마포구 천이삼겹살 운영) “3년 전 우연히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밀면을 처음 맛보고 주인에게 운영 방법을 전수받아 식당을 열었어요. 사골 육수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나이 어린 손님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맘카페에서 소문이 났어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부모님이 가르쳐주신 4 대 6 원리를 실천하려고 합니다. 남에게 하나 더 주고 나는 하나 덜 가지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지금도 동네 어르신과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곽요섭 씨(40대·서울 강북구 제주밀면촌 운영) “강남역 5분 거리에서 1988년부터 5평 남짓한 분식집을 운영 중입니다. 그때는 주택가였죠. 이 자리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건 건물 모퉁이 가게라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었어요. 건물주도 나가라거나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하지 않아 별 탈 없이 운영해왔습니다.” ―이모 씨(67·서울 강남구 분식집 운영) “정 많은 단골들 덕에 수십 년간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가게가 오래되고 좁은 골목에 있어서 시설도 낡았지만 손님들이 이해를 해주니 고맙죠. 따로 홍보를 한 적도 없는데 친구들끼리 ‘너만 알고 있어’ 하고 알려주면서 지금은 멀리서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도 많습니다. 바쁠 때는 직접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해주고 청소할 동안에는 가게를 봐줍니다. 이분들 덕분에 가게가 돌아가니 영업시간이 끝나고 ‘이모, 하나만 더 해주세요’ 하는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요.” ―강모 씨(57·서울 종로구 술집 운영)▼ 소비자 마음 읽어야 ▼ “지역주민이 자주 가는 덮밥집이 있어요. 이곳에서 자주 먹던 연어덮밥 가격이 재료값 인상 때문에 1000원 올랐어요. 그런데 두 달 후 연어 가격이 내려갔다며 음식값을 다시 내리더라고요. 손님들은 그런 면에서 진정성을 느껴요.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팔고 어떤 음식을 파는 건지 소비자들도 다 알거든요.” ―김재희 씨(31·회사원) “작은 분식집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인 주인아주머니를 봤습니다. 메뉴판에 음식 종류가 20가지가 넘었는데 혼자 일을 하니 힘에 부쳐 보였어요. 백종원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하는 말처럼 음식 종류를 줄이고 맛에 더 신경을 쓰면 좋겠어요. 이제는 백화점식이 아닌 두세 가지 자신 있는 메뉴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손님 입장에서도 식당에 더 믿음이 가고 기대가 됩니다.” ―심석문 씨(69·서울 중구) “인터넷 맛집 검색을 해도 광고성 정보가 넘쳐나죠. 가장 확실하게 맛집을 찾는 방법은 요리사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해당 음식점이 다루는 식재료에 대한 원산지 정보를 찾아보세요. 단순히 ‘국내산’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까지 산지를 정확하게 표시한 가게라면 음식과 서비스에도 더 정성을 들이는 ‘진짜 맛집’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1500원 김밥, 200원 남아요 ▼ “20년 동안 한 곳에서 운영해 왔지만 몇 년 전부터 재개발 때문에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상권이 다 죽었어요. 특히 요즘은 뭐든지 카드로 계산하는 시대라 가격대가 저렴한 분식집에서는 카드 수수료가 제일 부담됩니다. 1500원 김밥도 카드 수수료, 재료비 등 다 떼면 손에 쥐는 건 200원뿐입니다. 사람을 써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제일 바쁜 점심시간에만 쓰고 있어요.” ―최모 씨(64·‘김밥천국’ 운영) “사람을 더 쓰고 싶어도 인건비에다가 4대 보험까지 추가하면 사람을 전혀 쓸 수가 없어요. 가족끼리 운영하다보니 잠을 자는 5시간이 유일한 쉬는 시간입니다. 비싼 고급 재료를 쓰고 있지만 소비자는 대기업 빵집보다 싼 가격을 원합니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지만 30년 동안 빵 굽던 사람이 어디 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김종숙 씨(48·서울 서초구 제과점 운영) “식당재료 납품량이 2년 만에 반으로 줄었어요. 10가지 재료를 사가던 가게 주인이 5가지를 사가고, 5번 찾아오던 고객은 3번밖에 오지 않아요. 도매시장 중심거리는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식재료를 사러 오는 풍경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김장 준비를 위해 찾은 사람이 대부분이죠. 식자재 도매점과 시장도 덩달아 힘들어요.” ―이상기 씨(50대·서울 동대문구 식자재 유통업 종사) “2000년대 초반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죠. 크리스마스 때는 줄을 서야 할 정도였죠. 이제는 외식 개념이 많이 바뀌어서 가족끼리 오는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집에서 ‘혼술’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죠. 요즘엔 편의점에서도 저렴한 안주를 팔다 보니 매상이 더 줄어듭니다.” ―김모 씨(50대·경기 남양주시 패밀리 레스토랑·돈가스집 운영) “인사동 같은 관광 특구는 임차료가 한 달에 1000만∼1500만 원 합니다. 옛날에는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은 ‘전통의 거리’ 특색이 사라지면서 왔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요. ‘관광 특구 프리미엄’ 때문에 임차료는 계속 오르는데 지자체 등에서 일부 지원이 나오지만 실효성이 없어요. 지금은 분기별로 250만 원 정도 하는 세금 내기도 벅찬 상황입니다.” ―김모 씨(60대·인사동 한정식집 운영)▼ 식당도 경영마인드 필수 ▼ “메뉴도 유행을 따라 돌고 돕니다. 세계적으로 미국이 강세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식은 이탈리아 요리, 동양식은 중국요리가 유행이지만 이것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동양식은 일식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고 서양식은 다채로운 요리가 많은 스페인 음식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어요. 일식은 일본의 경제 활성화가, 스페인 음식은 미국에서 점점 비중이 늘어나는 히스패닉계 영향이 큽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식당 등 음식 숙박업은 폐업 주기가 3.1년에 불과합니다. 소비자 선호도가 쉽게 바뀌는 원인도 있지만 외국에 비해 한국의 창업 준비 기간이 짧고 인구당 점포 수가 많은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상권에 대한 정보와 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한다면 실패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윤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하늘에 맞닿은 마을에는 계절도 빨리 찾아옵니다. 새파랗게 찬 공기를 가만히 그 다음 새하얀 눈을 조용히, 폭신한 솜구름 그 위에 덮고 아른거리는 별빛 뿌리고 나면 영하 몇 도 그 따뜻한 겨울밤이 하늘에 맞닿은 마을에서 잠이 듭니다.― 해발 700m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재산리에서사진=정용권 사진작가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계절이 지나가는 공기 속에는 보석 같은 빛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 내린 작은 원을 끝없이 바라봅니다. 겨울이 지나고 나의 시간에도 봄이 오면 내 이 거친 시간 우에도 자랑처럼 내 이름자가 무성할거외다.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윤동주 시 ‘별 헤는 밤’을 차용했습니다.}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다면 홍시가 되어라. 더욱 달고 달아져서, 늦었음이 아니라 완숙하고 있었음을 알려라.바람 못 이기고 땅에 떨어졌다면 나무가 되어라. 낙오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할 가치를 품었음을 보여라.가장 높이 열렸다면 날짐승의 먹이가 되어라. 가장 풍족한 햇살을 받았으니, 가장 배고픈 자를 위해 쓰여라.―전남 영암군 금정면 감 농장에서 사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찰리 채플린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코미디언들이 그렇죠. 중견 개그맨 이홍렬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는 없어졌고, ‘개콘(개그콘서트)’ 인기는 예전만 못합니다. 개그맨들의 ‘인기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 아! 옛날이여 ▼ “갈갈이 패밀리로 활동하던 시기는 개그콘서트의 전성기였어요. 시청률은 40%에 육박했고 마트에서 가로로 잘라 팔던 무를 세로로 잘라 팔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까지도 많은 분이 친근하게 대하며 좋아해 주시니 뿌듯합니다. 요즘엔 유튜브, 카카오톡 등 웃음을 공유할 창구가 많고 대중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어요. 웬만한 내용으로는 웃기기가 힘드니 더 강렬하고, 빠르고, 간결해야 해요. 개그맨들이 더욱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코미디언 박준형 “예전에는 개그맨들이 모든 관객을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대중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코미디나 코미디언을 찾아 나섭니다. 자신의 웃음 코드, 관심 있는 주제에 따라 볼거리를 선택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젊은 코미디언들도 TV라는 매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대를 만들면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어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시골에 작은 극장을 만들고 공연을 시작할 겁니다. 공연을 직접 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코미디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것이 아직까지도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코미디언 전유성·전 철가방 극단 대표 “대본을 숙달하고 수차례 연습을 거친 뒤에 무대를 올리는 공개 코미디는 지금의 문화 코드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날의 트렌드는 가수, 탤런트, 스포츠 선수 같은 ‘셀럽’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에요. 대중이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에서 나오는 웃음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죠. 코미디 프로그램이 새로운 형식, 코드, 포맷을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이동규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전 SBS ‘웃찾사’ PD▼ 코미디는 내 운명 ▼ “비 오는 날 교실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였어요. 잠 깨러 세수한다고 나가서는 운동장에서 ‘선생님, 저 지금 세수하고 있어요’ 하고 소리쳤죠. 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창문으로 몰려들어 저를 보며 웃었어요. 그렇게 코미디를 시작했고 지금은 극단에서 개그쇼와 개그 연극을 하고 있어요. 소규모 공연이지만 관객이 보내준 박수 소리와 눈빛은 늘 감동을 줍니다.” ―유영우 씨(23·극단 배우) “제 첫 공연은 ‘흑역사’였습니다. 공연을 시작하고 10분 동안 아무도 웃지 않았어요. 4번째 공연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웃게 했는데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어요. 돈이야 어떤 일이든 해서 벌면 되지만 코미디를 하면서 얻는 보람과 성취감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성공을 하든 안 하든 코미디 공연은 계속할 겁니다.” ―코미디언 김인한 “KBS 개그맨 출신 멤버들이 모여 ‘쇼그맨’이라는 공연을 하고 있어요. 미국과 호주, 중국 등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왔습니다. 대부분의 관객이 현지 교민이라서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문화 혜택이 많이 없는 군이나 리(里)에서도 공연을 해요. 어디든지 관객을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코미디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됩니다.” ―코미디언 정범균▼ 그래도 코미디를 꿈꾸는 사람들 ▼ “서울예술대학교 개그동아리 ‘개그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동엽, 이영자, 송은이 등 많은 스타 선배들이 거쳐 간 전통 있는 동아리예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새벽 4∼5시까지 하루에 40개가 넘는 대본을 짜고 연기 연습을 했죠. 저는 올해 KBS 코미디언 시험에 도전했는데 아쉽게도 2차에서 불합격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듯이 저도 기회가 올 때까지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을 거예요.” ―김민석 씨(22·서울예대 방송영상과) “코미디언 지망생들이 실력을 펼칠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저는 3년 동안 공채 시험을 딱 두 번 볼 수 있었어요. 지망생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나 돌잔치 같은 행사 진행을 병행하면서 ‘투 잡’을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를 향한 열정이 무엇보다도 커요. 동기들과 모이면 웃음 포인트를 살릴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오기가 생겨 서로 경쟁하기도 합니다.” ―양승희 씨(27·코미디언 지망생) “개그를 짜는 것부터 무대 위에서 연기하기까지 모든 걸 책임지는 개그맨들은 싱어송라이터 같은 아티스트입니다. 특히 개그는 일회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야 해요. 운 역시 크게 작용하는 개그계는 결국엔 ‘버티는’ 싸움입니다. 10년의 지망생 생활 끝에 개그맨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프로가 되어도 대중의 주목이나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고요. 꾸준히 방송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최승태 GK개그아카데미 원장▼ 새 무대를 찾아서 ▼ “KBS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하다가 스탠드업 코미디가 발달한 스페인에서 공연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피부 색깔이 다른 것도, 언어를 못하는 것도 저의 캐릭터가 됩니다. 언어와 문화는 공부하면 되는데 웃음 코드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아요. 비자나 생활비 등 상황이 녹록지는 않지만 제가 출연하게 된 스페인 오디션 프로그램 ‘갓 탤런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예요.” ―코미디언 김병선 “KBS와 SBS, 대학교에서 활동하던 개그맨 4명이 모여 스탠드업 코미디 그룹을 꾸렸습니다. 첫 무대는 홍대 술집이었어요. 큰 무대에서 공연하다가 20∼30명 앞에 혼자 서서 이야기를 하니 오손도손 안락한 느낌이 들었죠. 방송은 다룰 수 있는 소재의 폭이 좁아 어려움이 많지만 주 관객층이 20, 30대인 이곳에서는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각자 1시간짜리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을 만들어서 넷플릭스에 작품을 올리고 싶어요.” ―정재형 코미디얼라이브 대표 “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 한국의 30대 여성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말하는 사람이 흥미롭게 혹은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르예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게 핵심이죠. 저는 서른네 살에 코미디를 시작했어요. 저 같은 여성분들이 더 많이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미디언 최정윤·‘스탠드업나우뉴욕’ 저자▼ 시청자도 한마디 할게요 ▼ “어렸을 때 보던 개그에서 상대 외모를 비하하거나 몸으로만 웃기는 걸 자주 봤어요. 뚱뚱한 개그맨들이 뱃살로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요. 웃음이 나기보다는 ‘아프겠다’는 생각에 눈살만 찌푸려지더라고요. 친구와 자취를 시작한 뒤로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인터넷 매체에서 저의 유머 코드에 맞는 콘텐츠들을 직접 찾아봅니다.” ―배하진 씨(22·대학생) “우리 집에서 막내딸이 유일하게 개그콘서트를 봐요. 딸의 장래 희망 중 하나가 개그우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개그콘서트가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거예요. 요즘은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는데 왜 시청 연령이 높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막내딸이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입장을 못 해서 크게 실망할 것 같아요.” ―정지훈 씨(41·자영업)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찰리 채플린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요즘 코미디언들이 그렇다. 중견 개그맨 이홍렬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는 없어졌고, ‘개콘(개그콘서트)’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개그맨들의 ‘인기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아! 옛날이여 “갈갈이 패밀리로 활동하던 시기는 개그콘서트의 전성기였어요. 시청률은 40%에 육박했고 마트에서 가로로 잘라 팔던 무를 세로로 잘라 팔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까지도 많은 분이 친근하게 대하며 좋아해 주시니 뿌듯합니다. 요즘엔 유튜브, 카카오톡 등 웃음을 공유할 창구가 많고 대중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어요. 웬만한 내용으로는 웃기기가 힘드니 더 강렬하고, 빠르고, 간결해야 해요. 개그맨들이 더욱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그맨 박준형 “예전에는 개그맨들이 모든 관객을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대중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코미디나 코미디언을 찾아 나섭니다. 자신의 웃음 코드, 관심 있는 주제에 따라 볼거리를 선택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젊은 코미디언들도 TV라는 매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대를 만들면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어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시골에 작은 극장을 만들고 공연을 시작할 겁니다. 공연을 직접 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코미디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것이 아직까지도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개그맨 전유성·전 철가방 극단 대표 “대본을 숙달하고 수차례 연습을 거친 뒤에 무대를 올리는 공개 코미디는 지금의 문화 코드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날의 트렌드는 가수, 탤런트, 스포츠 선수 같은 ‘셀럽’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에요. 대중이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에서 나오는 웃음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죠. 코미디 프로그램이 새로운 형식, 코드, 포맷을 찾아야할 시점입니다.” -이동규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전 SBS ‘웃찾사’ PD● “코미디는 내 운명” “비 오는 날 교실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였어요. 잠 깨러 세수한다고 나가서는 운동장에서 ‘선생님, 저 지금 세수하고 있어요’하고 소리쳤죠. 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창문으로 몰려들어 저를 보며 웃었어요. 그렇게 코미디를 시작했고 지금은 극단에서 개그쇼와 개그 연극을 하고 있어요. 소규모 공연이지만 관객이 보내준 박수 소리와 눈빛은 늘 감동을 줍니다.” -유영우 씨(23·극단 배우) “제 첫 공연은 ‘흑역사’였습니다. 공연을 시작하고 10분 동안 아무도 웃지 않았어요. 4번째 공연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웃게 했는데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어요. 돈이야 어떤 일이든 해서 벌면 되지만 코미디를 하면서 얻는 보람과 성취감은 어떤 거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성공을 하든 안하든 코미디 공연은 계속할 겁니다.” -김인한 씨(31·스탠드업 코미디언) “KBS 개그맨 출신 멤버들이 모여 ‘쇼그맨’이라는 공연을 하고 있어요. 미국과 호주, 중국 등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왔습니다. 대부분의 관객이 현지 교민이라서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문화 혜택이 많이 없는 군이나 리(里)에서도 공연을 해요. 어디든지 관객을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코미디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됩니다.” -정범균 코미디언 ● 그래도 코미디를 꿈꾸는 사람들 “서울예술대학교 개그동아리 ‘개그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동엽, 이영자, 송은이 등 많은 스타 선배들이 거쳐 간 전통 있는 동아리예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매일 아침 11시부터 새벽 4~5시까지 하루에 40개가 넘는 대본을 짜고 연기 연습을 했죠. 저는 올해 KBS 코미디언 시험에 도전했는데 아쉽게도 2차에서 불합격을 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듯이 저도 기회가 올 때까지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을 거예요.” -김민석 씨(22·서울예대 방송영상과) “코미디언 지망생들이 실력을 펼칠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저는 3년 동안 공채 시험을 딱 두 번 볼 수 있었어요. 지망생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나 돌잔치 같은 행사 진행을 병행하면서 ‘투잡’을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를 향한 열정이 무엇보다도 커요. 동기들과 모이면 웃음 포인트를 살릴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오기가 생겨 서로 경쟁하기도 합니다.” -양승희 씨(27·코미디언 지망생) “개그를 짜는 것부터 무대 위에서 연기하기까지 모든 걸 책임지는 개그맨들은 싱어송라이터 같은 아티스트입니다. 특히 개그는 일회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야 해요. 운 역시 크게 작용하는 개그계는 결국엔 ‘버티는’ 싸움입니다. 10년의 지망생 생활 끝에 개그맨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프로가 되어도 대중의 주목이나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고요. 꾸준히 방송에 나오는 것만으로 대단한 겁니다.” -최승태 GK개그아카데미 원장● 해외로… 새 무대를 찾아 “KBS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하다가 스탠드업 코미디가 발달한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피부 색깔이 다른 것도, 언어를 못 하는 것도 저의 캐릭터가 됩니다. 언어와 문화는 공부하면 되는데 웃음 코드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아요. 비자나 생활비 등 상황이 녹록치는 않지만 제가 출연하게 된 스페인 오디션 프로그램 ‘갓 탤런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예요.” -코미디언 김병선(31) “KBS와 SBS, 대학교에서 활동하던 개그맨 4명이 모여 스탠드업 코미디 그룹을 꾸렸습니다. 첫 무대는 홍대 술집이었어요. 큰 무대에서 공연하다가 20~30명 앞에 혼자 서서 이야기를 하니 오손도손 안락한 느낌이 들었죠. 방송은 다룰 수 있는 소재의 폭이 좁아 어려움이 많지만 주 관객층이 20, 30대인 이곳에서는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각자 1시간짜리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을 만들어서 넷플릭스에 작품을 올리고 싶어요.” -정재형 코미디얼라이브 대표 “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 한국의 30대 여성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말하는 사람이 흥미롭게 혹은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르예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게 핵심이죠. 저는 서른네 살에 코미디를 시작했어요. 저 같은 여성분들이 더 많이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미디언 최정윤·‘스탠드업나우뉴욕’ 저자 ● 시청자도 한 마디 할게요 “어렸을 때 보던 개그에서 상대 외모를 비하하거나 몸으로만 웃기는 걸 자주 봤어요. 뚱뚱한 개그맨들이 뱃살로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요. 웃음이 나기보다는 ‘아프겠다’는 생각에 눈살만 찌푸려지더라고요. 친구와 자취를 시작한 뒤로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인터넷 매체에서 저의 유머 코드에 맞는 콘텐츠들을 직접 찾아봅니다.” -배하진 씨(22·대학생) “우리 집에서 막내딸이 유일하게 개그콘서트를 봐요. 딸의 장래 희망 중 하나가 개그우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개그콘서트가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거예요. 요즘은 어린 아이들이 많이 보는데 왜 시청 연령이 높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막내딸이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입장을 못 해서 크게 실망할 것 같아요.” -정지훈 씨(41·자영업)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붉게 타오르되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을 것.경계를 가지지 말고 차별 없이 어울릴 것.혼자 돋보이기보다 다 함께 더 아름다울 것.다가올 혹한을 견뎌낼 수 있도록 위안을 줄 것. ―서울 노원구 제명호에서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가을은 실종된 걸까. 난데없는 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오늘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0.7도. 2002년 10월 28일 ¤0.3도를 기록한 이후 16년 2일 만에 가장 추운 10월 날씨로 기록됐다. 서울에서는 첫 얼음도 같은 날 관측됐다. 10월은 아직 하루가 남아 있지만 30일까지의 10월 평균기온 역시 8.7도로 1997년 8.2도 이후 21년 만에 가장 추운 10월이자 1981~2018년 사이 3번째로 추운 10월로 기록됐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추웠던 가을은 1993년 8.3도다. 추워진 날씨는 우리나라 상공으로 차갑고 빠른 제트기류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5km 상공 높은 하늘의 기압 배치가 제트기류를 평소보다 크게 회오리처럼 휘두르면서, 우리나라로 내려오는 찬 공기는 북극 하늘을 거쳐 잔뜩 냉각된 채 한반도 상공을 직접 강타했다. 일찍 추워진 가을이 서울만의 일은 아니다. 설악산 중천봉에는 지난 10월 18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지난해보다 16일이나 빨리 첫눈이 내렸다. 설악산 오색리의 오늘 최저기온은 영하 8도였다. 강원 영동 산간 지방은 10일 경부터 며칠을 빼곤 계속 영하권 기온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온이 일찍부터 떨어지면서 10월이 더 춥게 느껴진다. 서울 최저기온은 15일 10.9도를 기록한 이후 더 이상 10도 위로 오르지 않았다. 비슷한 기온 분포를 보인 적은 1993년 이후 없었다. 유난히 추운 가을을 보내고 있다 보니 일부에서는 한겨울 혹한을 염려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올해 전지구에서 나타났던 맹폭염으로 북극 얼음이 많이 녹았고, 다시 얼어붙는 속도도 더디기 때문에 북극 온도가 낮아져 한반도까지 맹추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북극 온도가 낮아지면 북극의 냉기를 가두는 고위도에서 세차게 맴돌아야 할 제트기류가 힘이 약해지면서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까지 내려온다. 그 결과 한반도가 이 한기에 노출되어 겨울이 매우 추워지게 된다. 다만 이런 전망들은 말 그대로 예상일뿐이다. 1981~2017년 기간동안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의 기온을 월별로 나열해보면 올해보다 10월 기온이 낮았던 1993년과 2002년 모두 한겨울 기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상청은 10월 30일 ’3개월 날씨 전망‘을 발표하고 올겨울 기온은 간간이 찾아오는 한파를 제외하면 평년과 비슷하거나 살짝 높겠다고 내다봤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대웅전 기와가 되지 못한 가난한 소원들은 부처님 가장 먼 곳에 아슬아슬하게 쌓인다.조금이라도 부처님 보시기 편할 높은 곳 찾아 간절함의 파편까지 모아 한 층 더 쌓아올린다.무너지지 말라는 바람까지 하나 더 얹힌 채 담벼락엔 키 작은 소원들이 소복소복 쌓인다. ―경주 불국사에서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SNS에 올린 글로 지난 여름을 기온보다 더 뜨겁게 달궜던 전기요금 논쟁이 다시 불붙을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32%, 독일보다 60% 더 많은 전기를 쓴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김 사장은 “전기 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전기 소비자가 부담할 환경 비용을 사회 비용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전기를 낭비하면서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도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주어가 없는 문장인데, 아마도 주어는 ‘낮은 전기요금’일 겁니다. 발전비용보다 싼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게 현재 한전 주장입니다.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어떤 식으로든 전기 수요를 관리해야 하고 아마도 전기요금을 조정, 정확히는 인상하는 방법을 쓸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해석은 여러 가지로 나옵니다. 일부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 위주의 개편이 될 거라고 전망합니다. 한 편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반박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번 ‘날飛’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체 얼마나 쓰길래 먼저 김종갑 한전 사장의 주장대로 우리나라가 전기를 많이 쓰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월드뱅크 최신 자료는 국민 1인당 전기 사용량(kWh/capita)을 국가별로 정리해 발표합니다. 2018년 10월 18일에 발표된 최신 자료는 2014년까지의 전기 사용량 통계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2014년 한국인 1명 당 전기 사용량은 약 1만497kWh로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우라나라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1년 내내 에어컨을 틀거나 난방을 해야 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김 사장이 언급한 일본은 7820kWh로 23위, 독일은 7035kWh로 27위에 올라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은 월드뱅크에서 집계를 시작한 이래 전기 사용량이 줄어든 적이 거의 없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일본과 독일은 최근 수 년 사이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요금 올려서 수요 잡자” 확실히 우리나라는 전기를 많이 씁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전기 수요를 억제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기요금을 올려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전기요금 평균치를 비교해도 전기요금이 싸다는 겁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 자료를 보면 한국에 비해 일본은 약 2배, 독일은 3배에 가까운 전기요금을 메기고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주요 선진국들의 전기 사용량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이유로 누진제도 개편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완화됐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1974년 12월 제1차 오일쇼크로 인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전기요금 누진제는 등락을 거치다 2000년 최고 비율인 18배(7단계)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기 시작해 현재는 3배(3단계) 누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10배 이하 누진율이 적용되는 시기는 현재가 유일합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누진제 완화가 전기 남용을 부추길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기요금 누진제의 혜택을 크게 받는 계층은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 계층이라는 겁니다. 고소득 계층에서 덜 낸 전기요금을 오히려 전기 사용량이 적은 저소득 계층에서 일부 떠안게 되어 ‘전기에너지 부익부 빈익빈’만 심화한다는 겁니다.● “가정용이 아니라 산업용이 문제” 한편으로는 전기 남용의 문제는 가정이 아닌 산업체에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선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요금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 연구 논문 중에는 가정에서 전기 사용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온도’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전기요금은 인상에 따른 수요 억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겁니다. 위 표에서 2015, 2016년은 최고 11배(6단계) 누진제가 적용된 시기이고, 2017, 2018년은 현재 3배(3단계) 누진제가 적용된 시기입니다. 2016년→2017년 사이 누진제가 개편되면서 요금부담이 낮아졌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2016년과 2017년 사이의 전기 사용량은 변화가 없는 반면 2015-2016년, 2017-2018년 사이는 사용량 변화가 큽니다. ‘온도’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반면 산업용 전기는 가격을 올렸을 때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 가격을 인상해서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녹색당이 2016년 만든 자료를 보면 산업용 전기는 농사용 전기에 이어 두 번째로 가격에 민감하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산업용 전력은 다른 모든 전기 사용량을 합친 사용량을 넘어설 만큼 소비 비중이 높습니다. 종합하면 가격탄력성이 큰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이면 전기사용량도 크게 억제하고 한전의 수익성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너무 싸면 낭비한다는 진리 우선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요금에 덜 민감하다고 하지만 역시 요금이 싸지면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미 언급한 자료를 조금 바꿔 다시 인용하겠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된 시점과 기온을 함께 눈여겨봐주시기 바랍니다. 2016년에 비해 2017년은 한여름 기온이 분명 낮았는데도 전기 사용량은 미세하게나마 올라갔습니다. 가격이 싸지니 전기 사용량이 올라간 겁니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건 사실이었지만 주택용 전기요금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인상되어 왔던 점도 사실입니다. 1982~2013년 사이 전기요금 변화를 비교해보면 산업용 전기요금 가격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주택용 전기요금은 20%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그동안 충분히 ‘고통분담’을 해 왔으며,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물가 인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반론도 물론 있습니다.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 가격에서 전기요금의 비중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물가인상이나 수익성 악화의 염려는 침소봉대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KDB산업은행에서 2013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기요금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KDB산업은행의 자료는 다소 시차가 있지만 재계나 정계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립성이 있다고 판단해 인용했습니다.)우리 생활에서 전기는 이제 물이나 공기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루가 아니라 불과 몇 분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큰 불편을 느낍니다. 하지만 최근 물이나 공기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전기도 플러그 꼽으면 들어오는 무한한 자원은 아닙니다. 분명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구의 요금을 올릴지를 두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어디든 간에 최대한 전기를 아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김종갑 사장의 발언으로 공론화가 시작됐습니다. 치열한 논의를 통해 더 나은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한 해 두 해 지나가는 세월을 거스르고 싶은 마음들이 보입니다. 피부 미백 화장품, 주름 제거 보톡스가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남녀노소 불문한 ‘동안’ 열풍이 거세네요. 외모만 좇으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 ▼ 나를 위한 귀한 투자 ▼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해요. 보톡스를 맞고 인상이 환해져서 본인이 만족한다면 충분히 좋은 일이죠. 내 마음대로 외모를 관리하는 것도 행복추구권의 일종입니다. 중년들도 ‘욜로족’ 하면 안 될 이유 없잖아요?” ―이미숙 씨(50대·학원 강사) “미백과 탄력에 좋다는 에센스 제품을 꾸준히 씁니다. 2년째 한 달에 두 번씩은 피부과에서 기미 치료를 받고 있죠. 피부가 망가지고 몸이 흐트러지면 금방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이 낮아지거든요. 꾸준한 자기관리는 내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어 긍정적인 자아를 만들어주죠. 활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우울증 같은 갱년기 질환도 잘 견뎌냅니다.” ―장모 씨(47·주부) “주변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많지만 저는 꿈도 못 꿨어요.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어머니와 둘이서 가게 일을 보거든요. 오전 9시∼오후 8시 가게를 지켜야 하니 외출할 엄두가 안 나죠. 경제적인 여유도 없고요. 이불 팔아 번 돈으로 몇십만 원짜리 시술을 받는 건 비현실적인 일 아니겠어요.” ―박모 씨(30대·자영업) “30대 때는 마흔이 넘으면 심각한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걱정하곤 했어요. 그런데 제 마음도 주변 상황도 달라진 게 없네요. 아이들 등하교와 학원까지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개인 시간이 없어요.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한 일이라면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유일해요. 아직까지는 초등학생 아이가 늘 우선순위예요.” ―이지연 씨(40·주부) “거울 속의 처진 주름살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가끔은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지만 꽤 큰 돈이 나가요. 남편은 저렴한 시술이라고 겨우겨우 설득해야 이해해주는 눈치입니다. 나이 들면 이런 게 사는 낙인데 말이죠.” ―이정란 씨(67·경기 안성시 거주)▼ 중년 남성, 실버세대까지도 ▼ “주중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에 보낸 뒤에 오는 여성 고객이 많아요. 집안일에 얽매여 있던 주부들이 1시간이라도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가지는 거죠. 주말에는 젊은 맞벌이 부부가 주로 찾아옵니다. 예전에는 아내 손에 이끌려 오는 남성이 많았다면 이제는 남편이 먼저 와서 수십만 원 하는 피부관리 회원권을 끊기도 해요.” ―최모 씨(40대·뷰티에스테틱숍 근무) “남성들도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죠. 대인 관계가 중요한 직종의 종사자들은 더욱 관심이 많습니다. 주위에 눈썹 문신을 하시는 분도 많고 비비크림을 바르는 등 옅은 화장을 하는 분도 있어요. 저는 외모 관리를 귀찮아하는 편인데도 미백 기능이 있는 비비크림은 바릅니다. 화장을 안 하던 남성들은 얼굴에 한두 가지만 발라도 달라진 모습이 크게 느껴지죠.” ―진현용 씨(43·회사원) “우리나라 남성들이 전 세계에서 화장품을 가장 많이 씁니다. 새로운 효도상품으로 성형수술이 떠오르고 있기도 해요. 외모가 경쟁력인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을 소비하는 연령대도 10대 초등학생부터 외부 활동이 활발해진 70대 이상까지 넓어지고 있는 추세예요. 이제는 젊은 20대들이 주름 개선이나 미백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 “최근에는 중년 남성과 노인들도 성형외과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업무나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점도 빼고 주름도 없애고 싶어 해요. 70, 80대 노부부가 함께 시술을 하러 오기도 합니다. 필러, 보톡스, 실리프팅 등의 시술은 국소적으로 부분마취를 해서 신체에 부담이 작아요. 여러 홈케어 기구가 출시되는 등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중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고가였던 줄기세포성형도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있어요. 환자의 수술 회복 부담이 적어서 선호도가 높죠.” ―김지나 의료용품 업체 엠에이에스 연구소 이사▼ 지나친 기대는 금물 ▼ “20년 전에 비해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이 크게 늘어났어요. 여러 화장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니 피부 면역력이 떨어지고 예민해지는 겁니다. 미세먼지와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도 크죠. 화장품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말고 제품의 궁합과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시판되는 세트 상품이나 광고는 마케팅 수법일 뿐입니다.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모든 단계에서 바를 필요는 없어요.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피현정 뷰티 칼럼니스트 “보톡스의 경우 눈가와 미간 주름은 시술 방법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지만 목주름 시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체 부위에 따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환자도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죠. 쇼크사 사건이 있었던 마늘주사 같은 건강 보조제성 주사 역시 미용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비타민 결핍 환자에게 주사해 보니 피로 해소 외에 이러한 증상 개선이 있더라’ 정도죠. 미백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검증된 바는 없어요.”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얼굴에 맞은 필러가 뭉치는 바람에 왼쪽 볼에 하얀 반점이 생겼습니다. 시술 받은 돈이 아까워서 재시술은 하지 않았어요. 비록 부작용이 있지만 푹 꺼져 있던 볼이 볼록해지니 턱과 이마에까지 맞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중독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죠. 가끔 시술 부위가 욱신거릴 때는 제 몸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게 실감 납니다. 더 욕심 부리면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모 씨(40·주부)▼ “내 주름은 내가 알아서 할게” ▼ “제 눈가의 짙은 주름을 보고 ‘여자애가 관리 좀 해’라며 지적하는 남성 친구가 있었어요. 주름은 지나간 세월이 오롯이 자리하는 자연의 섭리일 뿐인데 여성들에겐 이를 거스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을 자기관리를 못한 게으른 여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나와 타자를 쉽게 평가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하죠. 저는 나이와 주름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래서 주눅 들지 않고 주름 쨍하게 웃으며 당당히 말합니다. ‘내 주름은 내가 알아서 할게.’” ―오승미 자유기고가 “매스컴에서 ‘외모를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야 한다’고 대답해요. 각자 취향에 맞는 운동법과 피부관리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내면의 힘을 키워야 가능한 것이죠. 주름 좀 있고 나잇살 좀 있으면 어떤가요. 어제보다 오늘 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경숙 씨(62·시니어모델) “오늘날의 젊음 열풍이 나이 있는 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 것이긴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이처럼 원기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미덕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젊음이라는 게 모든 이들이 충족시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젊어 보이는 데 실패한 사람들은 조바심을 느끼거나 주위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안티에이징’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창혁 씨(21·서강대 사회학과)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한 해 두 해 지나가는 세월을 거스르고 싶은 마음들이 보입니다. 피부 미백 화장품, 주름 제거 보톡스가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남녀노소 불문한 ‘동안’ 열풍이 거세네요. 외모만 좇으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 나를 위한 귀한 투자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해요. 보톡스를 맞고 인상이 환해져서 본인이 만족한다면 충분히 좋은 일이죠. 내 마음대로 외모를 관리하는 것도 행복추구권의 일종입니다. 중년들도 ‘욜로족’ 하면 안 될 이유 없잖아요?” -이미숙 씨(50대·학원 강사) “미백과 탄력에 좋다는 에센스 제품을 꾸준히 씁니다. 2년째 한 달에 두 번씩은 피부과에서 기미 치료를 받고 있죠. 피부가 망가지고 몸이 흐트러지면 금방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이 낮아지거든요. 꾸준한 자기관리는 내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어 긍정적인 자아를 만들어주죠. 활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우울증 같은 갱년기 질환도 잘 견뎌내니까요.” -장모 씨(47·주부) “주변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많지만 저는 꿈도 못 꿨어요.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어머니와 둘이서 가게 일을 보거든요. 오전 9시~밤 8시 가게를 지켜야하니 외출할 엄두가 안 나죠. 경제적인 여유도 없고요. 이불 팔아 번 돈으로 몇 십만 원짜리 시술을 받는 건 비현실적인 일 아니겠어요.” -박모 씨(30대·자영업) “30대 때는 마흔이 넘으면 심각한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걱정하곤 했어요. 그런데 제 마음도 주변 상황도 달라진 게 없네요. 아이들 등하교와 학원까지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보면 개인 시간이 없어요. 오로지 제 자신을 위한 일이라면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유일해요. 아직까지는 초등학생 아이가 늘 우선순위예요.” -이지연 씨(40·주부) “거울 속의 처진 주름살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50, 60대가 되면 피부를 화장품으로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데 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면 꽤 큰돈이 나가니까요. 남편은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고 싶은 제 마음은 모르고 저렴한 시술이라고 겨우겨우 설득해야 이해해주는 눈치입니다. 나이 들면 이런 게 사는 낙인데 말이죠.” -이정란 씨(67·경기도 안성시 거주)● 중년 남성, 실버세대까지도 “주중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에 보낸 뒤에 오는 여성 고객이 많아요. 집안일에 얽매여있던 주부들이 1시간이라도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가지는 거죠. 주말에는 젊은 맞벌이 부부가 주로 찾아옵니다. 예전에는 아내 손에 이끌려 오는 남성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남편이 먼저 와서 수십만 원 하는 피부 관리 회원권을 끊기도 해요.” -최모 씨(40대·뷰티에스테틱샵 근무) “남성이라고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죠. 대인 관계가 중요한 직종의 종사자들은 더욱 관심이 많습니다. 주위에 눈썹 문신을 하시는 분도 많고 비비크림을 바르는 등 옅은 화장을 하는 분도 있어요. 저는 외모 관리를 귀찮아하는 편인데도 미백 기능이 있는 비비크림은 바릅니다. 화장을 안 하던 남성들은 얼굴에 한두 가지만 발라도 달라진 모습이 크게 느껴지죠.” -진현용 씨(43·회사원) “우리나라 남성들이 전 세계에서 화장품을 가장 많이 쓰고 있으며 새로운 효도상품으로 성형수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외모가 경쟁력인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을 소비하는 연령대도 10대 초등학생부터 외부 활동이 활발해진 70대 이상까지 넓어지고 있는 추세예요. 이제는 젊은 20대들이 주름 개선이나 미백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 “최근에는 중년 남성과 노인들도 성형외과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업무나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점도 빼고 주름도 없애고 싶어 해요. 70~80대 노부부가 함께 시술을 하러 오기도 합니다. 필러, 보톡스, 실리프팅 등의 시술은 국소적으로 부분마취를 해서 신체에 부담이 적어요. 여러 홈케어 기구가 출시되는 등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중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고가였던 줄기세포성형도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있어요. 환자의 수술 회복 부담이 적어서 선호도가 높죠.” -김지나 의료용품 업체 엠에이에스 연구소 이사 ●지나친 기대는 금물 “20년 전에 비해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여러 화장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니 피부 면역력이 떨어지고 예민해지는 겁니다. 미세먼지와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도 크죠. 화장품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말고 제품의 궁합과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시판되는 세트 상품이나 광고는 마케팅 수법일 뿐입니다.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모든 단계에서 바를 필요는 없어요.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피현정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보톡스의 경우 눈가와 미간 주름은 시술 방법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지만 목주름 시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체 부위에 따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환자도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죠. 쇼크사 사건이 있었던 마늘주사 같은 건강 보조제성 주사 역시 미용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비타민 결핍 환자에게 주사해보니 피로회복 외에 이러한 증상 개선이 있더라’ 정도죠. 미백 효과에 대해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검증된 바가 없어요.”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얼굴에 맞은 필러가 뭉치는 바람에 왼쪽 볼에 하얀 반점이 생겼습니다. 제거비용이 아깝고 시술 받은 돈도 아까워서 재시술은 받지 않았어요. 비록 부작용이 있지만 푹 꺼져있던 볼이 볼록해지니 턱과 이마에까지 맞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중독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죠. 가끔 시술 부위가 욱신거릴 때는 제 몸에 이물질이 들어있다는 게 실감 납니다. 더 욕심 부리면 큰 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모 씨(40·주부)● “내 주름은 내가 알아서 할게” “제 눈가의 짙은 주름을 보고 ‘여자애가 관리 좀 해’라며 지적하는 남성 친구가 있었어요. 주름은 지나간 세월이 오롯이 자리하는 자연의 섭리일 뿐인데 여성들에겐 이를 거스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어요. 우리 사회는 자기 나이보다 많아 보이는 여성은 자기관리를 못한 게으른 여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나와 타자를 쉽게 평가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하죠. 저는 나이와 주름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래서 주눅 들지 않고 주름 쨍하게 웃으며 당당히 말합니다. ‘내 주름은 내가 알아서 할게.’” -오승미 자유기고가 “매스컴에서 ‘외모를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야 한다’고 대답해요. 취향에 맞는 운동법과 피부관리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내면의 힘을 키워야 가능한 것이죠. 주름 좀 있고 나잇살 좀 있으면 어떤가요. 사소한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어제보다 오늘 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경숙 씨(62·시니어모델) “오늘날의 젊음 열풍이 나이 있는 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 것이긴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이처럼 원기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미덕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젊음이라는 게 모든 이들이 충족시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젊어 보이는 데 실패한 사람들은 조바심을 느끼거나 주위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안티에이징’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창혁(21·서강대 사회학과)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지금 어디 가는 거지. 아침에 밥 유난히 맛있던데 설마 나 지금 병원 가는 건가. 아님 짝 찾으러 애견카페? 가을이라 좀 외롭긴 했지. 근데 나 발톱 좀 긴데. 그러고 보니 주인님 요즘 나한테 좀 소홀한 듯. 아, 내려서 쉬 하고 싶은데 잠깐 세워주면 안 되나. 지금 맞은편 사람 나 사진 찍는 거야? 근데 오늘 유난히 차 막히네. 어휴 생각을 많이 했더니 배고프다. 간식 먹고 싶다. 간식 간식….’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깊은 파랑에 푹 빠져버린 높은 하늘,새빨갛게 단풍져 살살 흔들리는 언덕,몇 달 전엔 아무도 믿지 않았던 기온,이 언덕 밑에, 시간이 정지한 연인 한 쌍.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어느 가을날. ―평촌 중앙공원에서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공원에서 붉은 담요를 함께 덮은 연인의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당초 일본을 휩쓸고 지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25번째 태풍 콩레이의 진로가 한반도 쪽으로 치우쳐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제주와 남부지방뿐만 아니라 중부에도 적잖은 비바람이 불 수 있고, 특히 영동에 비 피해가 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콩레이는 더위가 끝난 직후인 8월 하순에 우리나라를 지나갔던 제19호 태풍 ‘솔릭’보다 최전성기 힘이나 한반도 상륙 당시 위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콩레이가 가장 힘이 셌을 당시(2일) 중심기압은 920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초속 53m(시속 191km)다.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때도 초속 30m(시속 약 100k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상청도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 중부지방 북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태풍주의보를 냈다.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예상보다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 기상예보社 어큐웨더(Accuweather)는 태풍 콩레이로 인한 영향이 일본보다 한반도에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콩레이는 일본 간사이 지방에 큰 피해를 입혔던 제21호 태풍 제비(최전성기 중심기압 910헥토파스칼·최대풍속 56m)와 최전성기 위력이 비슷하다. 하지만 콩레이는 위력이 최전성기 때보다는 약해져 한반도를 스쳐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비는 간사이 지방에 상륙할 때 중심기압이 950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0m(시속 140km)의 강도로 위력을 유지한 채 일본에 상륙했다. 8월 말에 한반도를 관통한 제19호 태풍 ‘솔릭’이 가장 강했을 때의 힘과 맞먹었다.태풍 진로에 참고하는 상공 5.5km(500hpa) 일기도에서도 태풍이 우리나라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태풍의 길’이 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이틀 전인 3일 때보다 부풀었기 때문이다. 일기도대로 태풍이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남해안을 스쳐지나가는 상황이 아니라 한반도 내륙으로 태풍이 직접 상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반도 북쪽에는 영하 12도 이하 찬 공기가 내려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태풍 영향을 덜 받는 중부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태풍 콩레이는 8월 말 우리나라를 관통한 솔릭보다 상륙 강도가 강하다. 가을철에 오는 태풍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강도라도 대비가 부족해 더 큰 피해를 불러온 경우가 많았다. 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요즘 우리 사회에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이 갈수록 빨간 맛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얼큰한 찌개부터 입에 불이 난 듯 얼얼하게 매운 라면까지. 한국인이 점점 더 사랑에 빠지고 있는 매운맛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 매운맛 열광, 밤낮이 없다 ▼ “급식이 맛없는 날에는 친구들과 모여서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 떡볶이를 시켜먹어요. 예전에는 매운 음식이 가끔씩 생각났다면 요즘에는 매일 먹고 싶어요. 입맛이 변해버려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야 제대로 먹은 느낌이 들거든요.” ―오인선 씨(16·잠실여고 1학년) “서울에서 매운 음식 탐방을 해보기 위해 천안에서 올라왔습니다. 맵기로 유명한 음식들은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엄청 매우면서도 맛있어요. ‘빨간 맛’이라는 묘한 매력에 중독돼 계속 젓가락을 들게 되죠. 아픈 속은 나중에 달래면 되고 먹을 때 느끼는 재미가 더 커요. 전국 곳곳의 매운 음식을 찾아나가는 게 일종의 모험 같아요. 앞으로도 한국인의 매운 음식에 대한 열망은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안재호 씨(30·자영업) “원래는 배달만 하는 떡볶이 가게였어요. 매출이 늘면서 본점에 홀 매장이 생겼고 이제는 매장이 400개가 넘어요. 저희 떡볶이는 기분 좋게 매운맛이기 때문에 꾸준히 인기가 있어요. 특히 0시∼오전 2시는 야식을 시키는 손님이 많은 시간대입니다.” ―정해엽 씨(36·엽기떡볶이 동대문 본점 운영) “유튜브에서 ‘7일 동안 매운 음식만 먹기’ 영상을 찍은 적이 있어요. 맵기로 소문난 음식이라면 다 먹어본 것 같습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먹방’은 인기가 정말 많아요. 시청자들은 화면 속 시뻘건 음식이 얼마나 매울지 궁금한데 그걸 대신 먹어주니까 대리만족하는 겁니다. 고통스러워하는 반응을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매운 음식에 도전하고 싶지만, 며칠을 연속해서 먹고 싶지는 않아요.” ―김동곤 씨(25·유튜브 채널 ‘보이즈빌리지’ 크루)▼ 한국인의 솔 푸드 ▼ “요즘처럼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면 얼큰한 동태탕이 생각납니다. 옛날에 김장이 끝나면 어머니가 일손을 도와준 동네 어르신들께 대접한 음식이 동태찌개였어요. 이날 먹는 동태찌개는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반가운 손님이었죠. 그때부터 찬바람 부는 날 빨간 국물을 찾는 지금 입맛이 만들어졌습니다.” ―고혁 씨(62·유통업) “‘매운맛이 사무칠 때.’ 제가 쓴 고추장 광고 문구였어요. 본능적으로 매운맛을 원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뼛속까지 사무친다’고 표현했죠. 배우 차승원이 유럽 여행을 하던 중 느끼한 크림 파스타를 매콤한 비빔국수로 착각하는 장면이 있어요. 외국에 나가면 고추장에 밥만 비벼 먹어도 맛있다고 하잖아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감을 받고 있죠.” ―조규미 씨(49·작가·전 카피라이터) “친한 사람끼리 모이면 김치찌개 집을 갑니다. 펄펄 끓는 매운 찌개국물을 한 숟갈씩 뜨다보면 어느새 소주병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얼큰한 국물이 있으니 속이 편해요. 큰 냄비에 돼지고기와 김치가 듬뿍 들어가서 양도 푸짐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도 부담이 없죠. 이만한 서민음식이 없습니다.” ―김지수 씨(67·전기기술업)▼ 왜 ‘빨간 맛’을 찾는가? ▼ “우리나라의 매운맛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서민들은 갈수록 더 매운맛을 찾았습니다. 1970년대에는 노동자나 샐러리맨이 가는 선술집, 1980년대에는 대중이 먹는 음식에 매운맛이 보편화되었어요. 최근에는 세계적인 핫소스 열풍과 외식업의 성장에 영향을 받아 매운 음식이 훨씬 많아졌죠. 그러면서 집에서 먹는 음식도 점차 매워지고, 식품공장에서도 전에 없던 매운맛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고 싶어서 특별히 맵다고 소문난 주꾸미집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술을 마시는 것과 똑같습니다. ‘오늘의 일은 오늘 생각하고 내일의 일은 내일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입니다.” ―강모 씨(28·대학원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매운 음식 콘텐츠를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좋아요’ 수만 개를 받은 영상이 계속 유행을 만드는 것 같아요. 치즈 토핑과 사이드 메뉴인 주먹밥을 ‘세트 메뉴’로 파는 전략도 소비자의 심리를 잘 이용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지은 씨(19·대학생) “매운맛에 승부를 거는 것은 효과적인 외식 마케팅입니다. 소비자도 매운 음식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매운 음식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계속 찾는 거죠. 불경기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1990년대 외환위기가 해결되고 난 뒤에 매운 음식 매출이 실제로 줄어들기도 했어요.” ―도현욱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너무 자극적이면 곤란해 ▼ “카드 사용 명세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한 달 식비의 90%를 맵고 자극적인 음식에 썼더라고요. 수험 생활을 하면서 하루 세 끼를 배달음식으로 먹은 적도 있습니다.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해 식비도 많이 나가고 과식할 때가 많았죠. 만성 소화불량이 생기면서 잘못된 식생활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습니다.” ―지모 씨(20대·대학교 4학년) “결혼 초에는 집밥을 많이 먹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식 횟수가 늘고 있어요. 매콤한 배달 음식이나 간편식을 자주 찾게 되죠. 3년째 맞벌이를 하다 보니 사먹는 게 싸고 편하거든요. 잠들기 한두 시간 전까지 자극적인 야식을 먹어서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한 적도 많아요.” ―박선영 씨(30·교사)▼ 건강한 매운맛을 찾아서 ▼ “한국의 매운맛은 다른 나라와는 확연히 달라요. 멕시코의 매운 음식은 매운맛만 나는데 한국의 매운 음식은 여러 가지 맛이 나거든요. 어느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단맛이 너무 강해서 이상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김치예요. 한국 고유의 매운맛이 담긴 음식이 더 좋아요.” ―지젤 크리스털 게바라(20대·미국 텍사스 거주) “매운맛은 혀가 느끼는 통증입니다. 캡사이신은 뇌를 자극해 진통제 역할을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하도록 합니다.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매운 음식은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궤양이나 위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위장장애가 특히 많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해요.” ―허양임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원래 우리의 매운맛은 단맛이 가미된 순한 매운맛입니다. 국산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사용해 얼큰한 감칠맛을 내는 것이죠. 남미나 베트남산 고추가 들어오면서 강렬한 매운맛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매운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자극이 강할수록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매운맛을 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바깥음식은 조미료나 나트륨이 적정량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건강한 입맛을 되찾은 사람들이 예전에 먹던 대로 식사를 하면 ‘내가 이 맛을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하고 반성을 하게 되죠. 일주일만 건강한 맛을 찾아보세요. 몸의 부기가 빠지고 쌓여 있던 피로가 풀리면서 가볍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성란 요리연구가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서재의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끝없이 맴도는 이 길이 때로는 지루하고 버겁게 느껴질 게다.언제 끝날지 모르니 무섭겠지.돌아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절망적인 생각도 찾아올 거야.뛰쳐나가서 손 잡아주고 싶지만그렇게 하지 않을 거란다.너희가 용기내서 이 길 끝까지나를 찾아왔을 때우리 손잡고 이 벽을 함께 넘자꾸나.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경북 안동시 한 폐교 운동장에 잔디로 그려진 무늬를 드론으로 촬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길을 떠날 때마다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수행단이 어떻게 꾸려지더라도 빠지는 법이 없는 존재. 순방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운명공동체. 바로 ‘공군 1호기’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입니다. 9월 ‘남북정상회담 평양’을 위해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중계된 공군 1호기 순안공항 착륙 장면은 극적인 정상회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씬 스틸러’였습니다. 정부가 대한항공에서 2010년부터 임차해 지금까지 쓰고 있는 공군 1호기는 보잉社에서 만든 747-400 기종입니다. 2001년 생산돼 같은 해 9월 28일에 대한항공에 인도됐습니다. 지난 금요일 생일을 맞았고, 이제 만 17살을 꽉 채운 셈입니다. 비행기 나이로 보면 고령이 됐습니다. 보통 비행기의 사용 연한을 20년 전후로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비롯한 민간 항공사에서 747-400을 점차 퇴역시키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방부에서도 공군 1호기를 새 비행기로 도입하자고 청와대에 건의했습니다. 국방부가 건의한 새 공군 1호기 후보는 747-8입니다. 모양이 비슷한 747 기종이지만 우리나라 항공사에 도입된 지 몇 년 안 된 최신형입니다. 더 크고 더 많이 싣고 더 적은 연료를 쓰면서 더 멀리 날 수 있다고 보잉은 광고했습니다.●“너무 큰 비행기는 안 된다”? 그런데 일부 항공업계 종사자나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 “보잉 747-8은 대통령 전용기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적 의견이 아닌 항공실무에 따른 의견입니다. 이유는 바로 이 비행기가 ‘너무 큰’ 비행기이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격투기 스포츠처럼 비행기도 ‘체급’이 메겨집니다. 가장 작은 비행기가 A등급이고, B C D로 갈수록 크기가 커집니다. 747-8은 F등급을 받았습니다. 비행기의 2층 버스인 A380과 함께 현존 여객기 중 유이(唯二)한 F등급 비행기입니다. 등급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조건 중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주날개 양끝 폭(Wing Span·날개폭)인데, 747-8은 이 폭이 68.4m로 F등급 기준인 ‘65m 이상’을 충족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공군 1호기로 쓰이는 747-400은 64.9m로 아슬아슬하게 E등급으로 분류돼 있습니다.●너무 크면 왜 안 되나 F등급 비행기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는 이 비행기들이 내릴 수 있는 공항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항도 항공기처럼 시설에 따라 등급이 설정되어 있고, 내릴 수 있는 비행기에 제한이 있습니다. 747-8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이 비행기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항은 현재까지는 인천국제공항 뿐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항공사고를 막기 위해 F등급 비행기를 공항에서 운용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들을 만족해야 합니다. 먼저 활주로 폭이 ‘원칙상’ 최소 60m는 되어야 하고, 그 활주로 양쪽으로도 7.5m씩 총 15m 여유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항공기가 게이트에서 활주로 등으로 움직일 때 쓰는 길인 ‘유도로’는 폭 25m 이상, 그 양쪽으로 여유 공간이 총 35m 이상 필요합니다. 활주로와 가장 가까운 평행 유도로는 최소한 190m 떨어져 있어야 하고, 유도로와 유도로 사이에도 97.5m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주기장에 멈춰 있는 다른 항공기와 움직이는 F등급 항공기 사이에는 최소한 57.5m 간격을 분리시킬 수 있어야 F등급 항공기 운항이 가능합니다. 복잡한 내용 중 핵심만 그림으로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런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보니 우선 국내에서도 747-8 기종이 착륙할 수 있는 공항은 딱 네 개 밖에 없습니다. 인천, 김포, 청주, 제주입니다. 그나마도 이 중에 747-8이 다른 비행기처럼 자유롭게 이동하고 탑승교 주기장(게이트)에도 들어갈 수 있는 공항은 인천뿐입니다. 다른 공항은 모두 F등급 비행기가 이동할 수 있는 유도로를 따로 정해놓고, 비행기를 주기하는 장소도 공항 내 1, 2곳으로 제한해 놓았습니다. 공항청사 건물과는 멀리 떨어진 곳들입니다. 물론 국내 순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출국 때마다 사용하는 서울공항은 군사공항으로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지만, 지금 규격이 맞지 않다면 앞으로 어떻게든 전용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테니까요. 항공편으로 지방 순방 일정을 소화할 때는 문 대통령이 백두산을 방문했을 때처럼 ‘공군 2호기’를 타는 방법도 있고 전용헬기를 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순방 때는 이런 우려가 실제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모든 국가가 우리나라처럼 국빈 전용 공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을 때 우리 대통령 전용기는 창이공항의 일반 탑승구에 주기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순방하는 국가의 수도에 있는 공항들은 대부분 몇 가지 제한사항이 있기는 해도 747-8 기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항공교통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을 방문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빈도는 적지만 아프리카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 이낙연 총리가 공군 1호기로 순방했던 중동·아프리카 국가인 케냐, 탄자니아, 오만 3개국 공항 중 747-8이 착륙할 수 있는 공항은 오만의 수도에 있는 ‘무스카트 국제공항’ 뿐입니다.●그럼에도 747-8! 대통령 전용기를 새로 도입하게 되면 정부에서 이런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제한적인 환경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747-8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 중에는 이런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차피 전용기는 단기간에 들여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활용도 30년을 바라보는 장기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에어포스 원’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 VC-25A 역시 1990년부터 운용하기 시작했고 새 전용기가 도입되는 2024년까지 약 35년 간 사용할 예정입니다. 전용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도입하고, 운용하는 동안 747-8을 운용할 수 있는 공항은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실제로 이낙연 총리가 7월 방문했던 케냐 나이로비의 항공관문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은 현재는 747-8이 착륙할 수 없지만 지난해인 2017년부터 이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공항을 만들기 위해 활주로를 추가하는 등의 확장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항공기를 만든 보잉사의 로비력도 이 항공기 도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크기 비교 그림에서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747-8은 747-400과 비교해 날개폭이 딱 3.5m 길 뿐입니다. 바퀴 폭도 10cm 차이가 나긴 하지만 별 게 아닙니다. 겨우 이 정도 차이 가지고 F등급 항공기 운용 조건을 맞추는 건 보잉 입장에서도 좀 억울했겠지요. 그래서 보잉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연방항공청(FAA)을 열심히 설득했고, E등급 비행기를 운용하는 공항 활주로(폭 45m)에도 747-8이 착륙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기사 윗부분에 활주로 조건을 설명드리면서 ‘원칙상’이라는 단어를 굳이 강조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이런 착륙 규정은 아직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대통령 순방 환경에서 전용기는 되도록 커야 합니다. 전용기 두 대에 관계자들을 나눠 싣고 움직이는 미국 대통령과 달리 우리나라는 비행기는 한 대 뿐인데 수행단 규모는 제법 크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공중 집무실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도 참모와 경호원을 다 태우고, 경제사절단이나 취재 인력까지 모두 한 비행기에 태우려면 747급 비행기는 되어야 소화할 수 있습니다. 잠깐 얘기를 다른 방향으로 흘리겠습니다. 747-8의 날개폭이 길어지면서 F등급을 받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날개 모양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보잉社는 기존 비행기보다 더 효율이 좋은 날개를 만들기 위해 기존 747-400처럼 날개 끝을 살짝 꺾는 ‘윙렛’ 대신에 날개를 평평하게 펴고 뒤로 살짝 굽히는 ‘갈퀴형 날개끝(raked wingtip)’이라는 디자인을 만들어 적용했습니다. 장거리 노선을 탈 때 자주 볼 수 있는 777-300ER과 최신형 비행기 787 드림라이너 등에도 적용된 기술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양은 날개 길이를 줄이는 데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중형 기종인 787은 큰 상관이 없는데, 대형 기종인 777의 개량형 777X를 만들고 있는 보잉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또 F등급 항공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던 보잉은 아예 날개 끝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어 777X에 붙여버리기로 했습니다. 착륙하자마자 날개를 접으면서 지상이동 때 날개폭을 72m에서 65m 이하로 줄이고, E등급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전략입니다.●가격은 얼마일까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비행기의 크기에 관련된 문제는 국방부와 청와대 등에서 이미 다 검토했을 겁니다. 사실 정부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돈이겠죠. 지금처럼 항공사에서 빌려 쓸 때와 구매, 직접 리스 등의 가격을 다 비교하고, 현재의 경제 상황에 국민 여론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비용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일 겁니다. 그럼 대체 747-8을 전용기로 들여오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여기서는 비행기를 새로 구입할 경우를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보잉에서 공개한 항공기 가격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반 항공사에 판매하는 여객형 747-8i 가격은 4억290만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는 4500억 원 정도 합니다. 현재 대통전용기로 쓰는 747-400의 최근 5년(2020년 4월까지) 임대비용은 1421억 원입니다. 3배가 조금 넘는 돈인데 15~20년만 운용하면 ‘남는 장사’로 보입니다. 물론 이 가격으로 비행기를 사 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보잉사는 공개 가격이 “여러가지 선택사항에 대한 평균 판매 금액”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옵션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비용은 떨어질 수도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전용기에 장착해야 하는 여러 가지 안전, 보안 선택사항을 적용할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최근에 747-8을 대통령전용기로 들이기로 결정한 미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싸서 안 사겠다”고 수 차례 협상 테이블을 엎은 끝에 가격을 깎고 깎아 백악관이 계약한 전용기 도입 가격은 39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 4조3300억 원. 우리나라 올해 예산(429조 원) 중 1%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전용기를 항상 두 대씩 운용합니다. 그러니까 한 대 가격은 19억5000만 달러, 우리 돈 약 2조1650억 원 정도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전용기 임대비용과 비교하면 15배가 넘는 돈입니다. 단순 비교하면 75년이 넘게 운용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미국이 주문한 대통령 전용기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행기일 겁니다. 한 대 가격이면, 보잉이 공개한 ‘평균가격’ 기준으로 같은 비행기 네 대를 사고도 돈 조금만 더 보태면 한 대 더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옵션 가격’이 높습니다. 이것도 기존 ‘에어포스 원’에 있던 공중급유 기능은 빠져있는 가격입니다. 백악관이 구입하기로 한 대통령전용기는 일반 항공사 판매용으로 만들었다가 주문이 취소된 기체여서 공중급유 기능을 새로 집어넣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전용기는 미국만큼 비싸게 들여오지는 않을 겁니다. 또 애당초 국방부와 청와대는 ‘구매’가 아니라 ‘정부 직접 임대’ 방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항공사에서 빌려오지 말고 정부가 직접 빌리자는 겁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747-8 항공기를 운용하고 정비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민간 항공사, 정확히는 대한항공의 협력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겁니다. 여객기(10대)와 화물기(7대)를 합쳐 747-8을 17대 운용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전 세계에서 루프트한자(여객형 18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47-8을 운용하는 항공사이고, 그만큼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직접 임대 방식은 이런 추가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속사정들이 있습니다. 과거 대통령이 장거리 해외 순방을 가기 위해 외국의 비행기를 빌려 타던 시절에서 소형기를 도입해 전용기로 쓰던 시절을 거쳐, 우리나라도 이제 초대형 비행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당당하게 나올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과 국력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국민 여론, 그리고 정치 역학 등을 이유로 대통령이 민항사 로고가 아닌 ‘대한민국’ 글자가 새겨진 대형 전용기를 타고 장거리 순방을 떠난 지는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운용하고 있는 전용기는 2020년 4월에 임대 기간이 끝납니다. 이제 1년 반 정도 남았습니다. 비행기 도입을 결정하기에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닙니다. 고민이 깊은 만큼, 현명한 결정을 내기를 기대합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인포그래픽=채한솔 디지털뉴스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