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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하느냐 탈퇴하느냐를 묻는 국민투표를 6월 23일 실시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놓고 영국 사회는 치열한 찬반 논쟁과 캠페인에 돌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사진)는 20일 내각회의를 열고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된 EU 개혁 협상 합의안을 논의한 뒤 국민투표 일정을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합의로 EU 내에서 영국에 “특별한 지위가 부여됐다”며 “영국은 절대 ‘유로존’이나 ‘유럽 슈퍼국가’의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4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영국을 회원국으로 남아 있게 하기 위한 EU 개혁안에 합의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EU 이주민 복지 혜택 제한은 7년간 ‘긴급 복지 혜택 중단’으로 타결됐다. 영국의 금융 중심지인 런던시티를 유로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보호하며 향후 EU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 군사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결속하더라도 영국은 가담하지 않을 수 있다. 유로존 국가들을 위해 영국이 지출한 구제금도 되돌려 받게 된다. 영국 의원 55% 이상이 반대하는 EU 의회의 규제는 입법이 제한될 수 있다. 캐머런 총리는 EU 협상안에 대해 “브뤼셀(EU)에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수 언론은 “본질과 상관없는 작은 이득”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EU 탈퇴를 주장하는 단체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의 매슈 엘리엇 대표는 “캐머런이 약속한 33가지 가운데 3개만 얻었다”며 “협상으로 얻은 것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반(反)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정말 한심한 합의”라며 “EU 탈퇴라는 황금 기회를 잡기 위해 전투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두고 영국의 보수당 내부도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BBC는 장관 22명 중 6명이 EU 탈퇴 지지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330명의 보수당 소속 의원 중 ‘EU 탈퇴’를 지지하는 사람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 등 50명이며 ‘잔류’ 지지를 선언한 사람은 100명가량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을 비롯해 보수당 정치인의 절반가량은 입장을 유보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EU 잔류 캠페인에 가세했다. 영국 여론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경제연구센터는 “6월 23일 투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6.3∼9.5%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머런 총리는 실각 위기를 맞고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EU의 미래도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하느냐 탈퇴하느냐를 묻는 국민투표가 6월23일 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놓고 영국 사회는 치열한 찬반 논쟁과 캠페인에 돌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일 내각회의를 열고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된 EU 개혁 협상 합의안을 논의한 뒤 국민투표 일정을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합의로 EU 내에서 영국에 “특별한 지위가 부여됐다”며 “영국은 절대 ‘유로존’이나 ‘유럽 슈퍼국가’의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4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영국을 회원국으로 남아있게 하기 위한 EU 개혁안에 합의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EU 이주민 복지 혜택 제한은 7년간 ‘긴급 복지혜택 중단’으로 타결됐다. 영국의 금융 중심지인 런던시티를 유로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보호하며, 향후 EU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 군사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결속하더라도 영국은 가담하지 않을 수 있다. 유로존 국가들을 위해 영국이 지출한 구제금도 되돌려 받게 된다. 영국 의원 55% 이상이 반대하는 EU의회의 규제는 입법이 제한될 수 있다. 캐머런 총리는 EU협상안에 대해 “브뤼셀(EU)에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수 언론들은 “본질과 상관없는 작은 이득”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EU 탈퇴를 주장하는 단체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의 매튜 엘리엇 대표는 “캐머런이 약속한 33가지 가운데 3개만 얻었다”며 “협상으로 얻은 것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반(反)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퍼라지 대표도 “정말 한심한 합의”라며 “EU 탈퇴라는 황금 기회를 잡기 위해 전투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두고 영국의 보수당 내부도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BBC는 장관 22명 중 6명이 EU 탈퇴 지지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330명의 보수당 소속 의원 중 ‘EU 탈퇴’를 지지하는 사람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 등 50명이며 ‘잔류’ 지지를 선언한 사람은 100명가량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을 비롯해 보수당 정치인의 절반가량은 입장을 유보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EU 잔류 캠페인에 가세했다. 영국 여론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경제연구센터는 “6월 23일 투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최악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6.3~9.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캐머런 총리는 실각 위기를 맞고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EU의 미래도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7일 쿠르드족 분리주의 테러 조직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터키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공습을 감행하자 18일에는 다른 폭탄 사고가 발생하는 등 터키가 보복전에 휩싸였다. BBC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 20분경 수도 앙카라 중심부인 국회의사당과 군총사령부 앞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로 최소 28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쳤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총리는 18일 생중계한 수사 발표에서 이번 테러가 쿠르드족 분리주의 테러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PKK의 시리아 지부인 ‘인민수비대(YPG)’ 소행이라고 밝혔다. 총리는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을 감식한 결과 테러범의 신원이 시리아 국적의 YPG 조직원인 살리흐 네자르(24)로 확인됐다며 관련 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터키는 폭탄 테러 직후 이라크 북부 지역에 공습을 감행했고, 18일 터키 남동부에서는 쿠르드족 반군에 의한 또 다른 폭탄 테러가 발생해 군인 6명이 사망했다. PKK와 가까운 매체인 AFN은 이날 PKK 고위 지도자인 제밀 바이으크가 앙카라 폭탄 테러 공격에 대해 “쿠르드족 학살에 대한 복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터키군은 지난해 12월부터 남동부 시가지에서 PKK 소탕작전을 개시해 조직원 수천 명을 사살했다. 터키군은 또 YPG와 PKK는 같은 테러 조직이라며 13일부터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부 알레포 주의 YPG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YPG는 테러조직이 아니며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YPG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쿠르드족 분리주의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터키 정부가 강력하게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 20분경 수도 앙카라 중심부인 국회의사당과 군총사령부 앞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로 최소 28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군인을 태운 병력수송 버스가 신호등에 멈춰 섰을 때 옆에 있던 폭탄을 가득 실은 차량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군용 차량 3대와 민간 차량 1대가 파괴됐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18일 생중계한 수사 발표에서 이번 테러가 쿠르드족 분리주의 테러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PKK의 시리아 지부인 ‘인민수비대’(YPG) 소행이라고 밝혔다. 총리는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을 감식한 결과 테러범의 신원이 시리아 국적의 YPG 조직원인 살리흐 네자르(24)로 확인됐다며 관련 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터키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면서 강력한 보복 대응을 시사했다. PKK와 가까운 매체인 AFN은 이날 PKK 고위 지도자인 제밀 바이윽이 이번 공격에 대해 “쿠르드족 학살에 대한 복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터키군은 지난해 12월부터 남동부 시가지에서 PKK 소탕작전을 개시해 조직원 수천 명을 사살했다. 터키군은 또 YPG와 PKK는 같은 테러 조직이라며 지난 13일부터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부 알레포 주의 YPG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YPG는 테러조직이 아니며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YPG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달 11일 프랑스 개각에서 물러난 한국계 입양인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42·사진) 전 문화장관이 퇴임 이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펠르랭 전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퇴임 기자회견에서 “개발도상국(한국 지칭)의 빈민촌에서 태어나 프랑스 보통 가정으로 입양된 어린이가 문화장관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다”면서 “프랑스에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펠르랭 전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대통령보좌관인 오드레 아줄레에게 문화장관 자리를 물려줬다. 펠르랭 전 장관은 2012년 5월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중소기업디지털·경제·문화 등 3개 장관직을 역임했지만 이번 개각에선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자크 랑 전 문화장관이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펠르랭을 경질하기 전 개인적으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에야 알렸다는데, 올랑드 대통령이 인간미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갑작스러운 퇴임 소식에 충격을 받아 기절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세간의 관심이 쏠리자 펠르랭 전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가 부른 ‘나는 살아남을 거야(I Will Survive)’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치생명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펠르랭 전 장관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6개월 만에 사업가인 양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양어머니에게 입양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아 등 중동 출신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해마다 수천 명씩 익사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노르웨이, 핀란드를 잇는 북극권 경로가 ‘춥지만 안전한’ 탈출 루트로 각광받고 있다. 러시아 최북단 항구인 무르만스크 인근의 러시아-노르웨이 국경에는 지난해 총 5400명의 난민이 자전거를 타고 넘어와 서유럽행 난민 신청을 했다. 하루 종일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극야(極夜),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속에 동사(凍死)할 위험을 무릅쓰고 난민들의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유로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시리아 북부 타르투스 출신의 아크람 알리 씨(23)는 레바논으로 탈출한 후 러시아 관광 비자를 얻어 모스크바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후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타고 무르만스크 인근 니켈 마을까지 이동했다. 교통비로만 모두 2500달러를 썼다. 그는 400달러를 주고 어린이용 자전거를 한 대 구입해 러시아-노르웨이 국경까지 눈보라와 칼바람을 뚫고 30km를 달렸다. 결국 노르웨이 스토르스코그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그는 “북극 루트가 바닷길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국가는 아니지만, 비자 없이 26개 유럽 국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솅겐조약 회원국이기 때문에 난민들의 유럽행 통로가 되고 있다. 따뜻한 지역에 살던 난민들이 혹한의 날씨 속에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는 이유는 법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노르웨이는 정식 허가 서류 없이 자동차를 타고 입국하는 것을 불허한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으면 ‘까다로운’ 두 나라 법률을 피해 갈 수 있다. 빈틈을 노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르웨이 최북단 국경 인근의 시르케네스 난민캠프에는 낡은 자전거들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이웃 핀란드에서도 올 들어 벌써 900명의 난민이 러시아 국경을 통해 넘어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7500명의 난민이 북극권 국경을 통해 핀란드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내무장관은 “북극 국경을 통한 난민 행렬을 러시아 정부가 방관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북극권 국경이 난민으로 북새통을 이루자 난민에 관대했던 북유럽 국가들의 정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우파 정부는 1월 중순 러시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입국한 난민 10여 명을 추방했다. 이들은 러시아 비자를 갖고 있어 일반적인 의미의 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제 인권단체와 러시아 정부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자 노르웨이 정부는 난민 송환을 일단 중단했지만 재송환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럽국가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던 스웨덴 역시 최근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한 이주민 8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국제사회가 시리아 휴전 협상에 합의하고도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까지 참전 병력을 확대해 시리아 내전이 ‘미니 세계대전’으로 커질 우려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14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군사력 동원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델 알 주바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전에 관한 정치 협상에 실패할 경우 아사드는 무력으로 축출돼야 할 것”이라며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는 공습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사우디는 최근 시리아에 지상군 파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13일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남부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전투기 편대를 배치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14일 20개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하기 위해 사우디 북부에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쪽의 천둥’으로 명명된 이 훈련에는 이집트 요르단 말레이시아 모로코 차드 파키스탄 세네갈 튀니지 등 수니파 우방의 육해공군 병력 35만 명과 전투기 2540대, 탱크 2만 대, 헬리콥터 460대가 참여한다. 사우디 당국은 “중동에서 실시된 역대 군사훈련 중 가장 중요하고 규모가 크다”고 밝혔다.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교장관도 “시리아의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사우디와 함께 지상 작전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터키군의 진짜 표적은 아사드 정부군과 싸우고 있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라는 점에서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 군부는 “사우디가 감히 그럴 배짱도 없겠지만 실제 파병한다면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해 시리아 반군과 지상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의 방공기지 사령관 파르자드 에스마일리 준장은 이날 “시리아 정부가 요청하면 방공미사일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도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흑해함대의 초계함정 1척을 지중해로 파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시리아 내전에 외국 지상군이 투입될 경우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1일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아랍 파트너들은 영구적인 전쟁을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온건 반군에 대한 공습을 중단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을 러시아군의 현대화된 무기 실전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파리=전승훈 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우리는 형제이지 경쟁자가 아닙니다. 신(神)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범죄는 없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종교 지도자의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2일(현지 시간) 오후 쿠바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 접견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수장(首長)인 키릴 총대주교가 반갑게 포옹하며 양 볼에 입을 맞췄다. 거의 1000년 만에 이뤄진 로마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수장의 역사적 만남에 두 사람의 얼굴에는 감격 어린 기쁨이 가득했다. 가톨릭 최고 수장인 교황과 동방정교회 수장인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의 만남은 1054년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1054년 상호 파문하면서 갈라선 이른바 ‘교회 대분열’ 이후 처음이다. 2시간 동안 이뤄진 양 교회 수장의 역사적인 만남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중재로 성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멕시코 방문 길에 잠시 쿠바에 내려 쿠바를 공식 방문 중인 키릴 총대주교와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같은 세례를 받은 형제”라고 말했고, 키릴 총대주교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친 뒤 총 30개 항으로 이뤄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황과 총대주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기독교인들이 극단주의자들의 박해에 시달리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 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또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도는 난민들과도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동방정교회의 영적 중심지는 현 터키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이다. 그러나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에 함락되면서 정교회 중심이 사실상 모스크바로 옮겨졌다. 세계 동방정교회 신자 2억5000만 명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러시아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4일 두 교회 수장의 만남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FP는 우선 두 사람이 만난 장소가 쿠바라는 점에 주목했다. 가톨릭 국가이면서도 옛 소련과 친했던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이후 동서 간의 신(新)냉전을 중재할 적임자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13일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의 1000년 만의 만남은 국제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동서 간 대화’의 빛나는 예”라고 찬사를 보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권오복’으로 태어나 ‘장뱅상 플라세’로 자란 한국계 입양인이 프랑스 장관이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장뱅상 플라세 상원의원(48·사진)을 국가개혁 장관에 임명했다. 플라세 신임 장관은 이날 퇴진한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문화부 장관에 이어 한국계 입양인으로는 두 번째로 프랑스 장관직에 올랐다. 그는 정부를 개혁하는 임무를 맡는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플라세 신임 장관은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7세에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의 가정에 입양돼 4남매와 함께 자랐다. 지난해 5월 발간한 자서전 ‘내가 안 될 이유가 없지!’에는 변호사인 양아버지가 한국어를 배우라고 했지만 한국에 다시 돌려보낼까 봐 두려워 거절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플라세 장관은 캉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은행법을 전공한 뒤 1992년 의원보좌관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1년 유럽생태녹색당에 가입했으며 2011년 43세의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40세 이전에 국회의원이 되는 꿈을 꾸었으며, 국정을 책임지는 장관이 되고 싶었다. 이런 인생 계획서를 화장실 벽에도 걸어 두었다”고 썼다. 상원의원 시절엔 녹색당의 ‘연금술사’로 불렸다. 2012년 대선에서 득표율이 2%에 그친 녹색당의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돼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장관을 2명이나 배출했다. 이는 보수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대기업 경영자, 유대인협회 등과도 두루 관계를 맺어온 폭넓은 인맥 덕분이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도 나폴레옹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다. 플라세 장관은 지난해 8월 세실 뒤플로 녹색당 당수와 노선 갈등을 벌이다 탈당했다. 녹색당이 급진 좌파와 손잡는 데 반대하며 집권 사회당과의 연정 참여를 강력히 주장해 와 입각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르몽드는 “‘미스터 장관’으로 불렸던 그가 드디어 장관이 됐다”고 보도했다. 스스로 “나보다 프랑스적인 사람은 없다”고 자부해 오던 플라세 장관도 정계에서 종종 인종 차별을 당했다. 한국을 한동안 외면했던 그는 2013년 딸이 태어나면서 모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을 찾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해 가을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의 제의를 받고 딸에게 한복을 입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파리의 한식당에서 프랑스 정치인들을 초대해 식사하길 즐기는 플라세 장관은 “내 딸이 크면 아버지 나라인 한국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을 받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가 22세 여성을 장관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22세는 세계 최연소 현직 장관 기록이다. 지금까지 기록은 2년 전 27세에 장관으로 발탁된 스웨덴 아이다 하지알리치 고등·성인교육부 장관(여)이 갖고 있었다. UAE는 10일(현지 시간)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부통령의 주도로 단행된 개각 인사에서 22세 샴마 빈트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사진)를 청년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병환 중인 셰이크 칼라파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대행하는 무함마드 총리는 일주일 전 “25세 이하로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여성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장관으로 발탁하겠다”고 선언했다. 후보로 선정된 여성 후보자 3명 중 국제적 활동과 공공정책 경험이 있는 알마즈루에이가 최종 선발됐다. 알 마즈루에이 신임 장관은 아부다비 군주이기도 한 나하얀 대통령의 첫째 처가 출신으로 명문가 집안이다. 미국 뉴욕대(NYU) 아부다비 분교에서 예술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UAE에선 처음으로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유엔에 파견돼 공공정책 담당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최근에는 UAE 총리실과 아부다비 국부펀드에서 경제정책 분석가로 근무해 왔다. 대학생 시절 논문 ‘UAE 노동시장의 여성 참여에 관한 연구’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중동 출신답지 않게 스키와 골프가 취향인 알 마즈루에이 장관은 청년의 눈높이에서 청년 정책을 구상하고 실현한다는 임무를 맡았다. UAE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로 이웃 나라들이 겪고 있는 정치 사회적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UAE 역시 인구 절반이 청년이다. UAE가 이날 발표한 장관 29명의 평균 나이는 38세이며 여성 장관은 9명이다. 중동 국가에서 내각의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운 것도 이례적이다. 이번 개각을 두고 이슬람 관습을 깬 파격적 인사라는 찬사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함께 나오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러시아와 이란을 우군으로 얻은 시리아 정부군이 북부 최대 도시 알레포 장악에 나서면서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알레포가 정부군 수중에 떨어질 경우 최대 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시리아 내전이 발발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충성하는 정부군은 러시아 공군의 집중 공습과 이란의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아 알레포 서부의 반군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결국 정부군은 8일 알레포와 터키를 잇는 최대 보급로인 ‘아자즈 회랑’을 장악하는 등 알레포를 완전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시리아 내전 5년 만에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소극적인 대응이 알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에 승리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친러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권력을 쥔 시아파 정부를 지키기 위해 각각 정부군을 돕고 있다. 최근 반군들이 알레포 전투에서 잇따라 패퇴하면서 난민 3만 명이 집을 버리고 터키 국경 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터키 국경을 넘지 못한 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9일 정부군의 알레포 식량 보급로 봉쇄로 주민 30만 명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알레포에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구호 음식이 전달되지 않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터키 정부에 국경을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혁명의 수도’로 불리는 알레포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을 촉발한 알아사드 독재에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가 처음 일어난 도시다. 수니파 국가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자유시리아군(FSA)을 비롯해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계열 등 반군들이 장악해 온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군은 알레포의 시장, 병원 등에 ‘통 폭탄’을 투하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 왔다. 드럼통에 폭약과 기름, 쇠붙이를 넣은 통 폭탄으로 2012년 이후 해마다 2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면서 정부군과 반군 간 힘의 균형이 깨졌다. 러시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전에 참가했지만 실제로는 알레포, 홈스 등 반군 장악 지역에 공습을 집중했다. 이란의 정예 혁명수비대 역시 반군과 싸우는 시아파 민병대에 돈과 무기를 지원했다. 전세가 정부군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시리아의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걸프 왕정국가들은 지상군 파견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핵협상 타결 이후 중동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로써 시리아 내전은 ‘중동 수니파-시아파’의 대리전에 러시아와 미국, 유럽이 복잡하게 얽힌 국제전으로 비화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논의가 동북아시아에서 ‘스타워즈’라는 신(新) 냉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7일 북한 로켓 발사가 동북아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경쟁과 긴장을 증폭시켜 ‘스타워즈’라는 새로운 시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디펜던트는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발표한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과 한국이 사드 논의 시작을 발표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주변 지역에 스타워즈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인디펜던트는 중국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사드배치 주장에도 중국을 의식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중국이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행위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자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와 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로켓 발사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MD 체계를 빠르게 증강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도를 더 높이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우려를 더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핵우산 뒤에 숨으려는 북한 정권의 편집증과 벼랑 끝 전술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군비경쟁과 핵 확산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이날 사설에서 “1990년대 초반 드러난 북한의 은밀한 핵 프로그램은 이제 핵 확산 뿐만 아니라 전쟁억지 차원의 문제로 비화했다”고 논평했다. 가디언은 “북한이 군비증강을 추구할수록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 역시 거기에 응답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도 동맹국들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려 분투하고 있다”고 한미간의 사드도입 논의를 언급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에서도 처음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나왔다. 콜롬비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사망자가 처음으로 확인돼 지구촌의 지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보건부는 4일(현지 시간) 카탈루냐 주 북동부의 의료 시설에 있는 한 임신부(41)가 콜롬비아 여행 후 귀국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임신부는 임신 13∼14주로 지카 바이러스 창궐 지역을 방문했다가 증상이 나타났다. 현재 스페인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는 임신부를 포함해 9명이다. 이들은 모두 해외여행 후 감염됐다. 콜롬비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된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 3명이 사망했다. 이 병은 신경계가 공격을 받아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콜롬비아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최소 2만500명,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는 약 100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수혈에 의한 감염 사례가 2건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혈에 의한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에게 헌혈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 ‘국제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고 세계 각국에 방역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 추세는 멈추지 않고 지카와의 ‘전선(戰線)’이 확장되는 추세다. ○ 전 세계로 확산, 수혈, 성관계로도 감염 지난달 말부터 영국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속속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은 3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 지카 확산의 진원지인 브라질의 누적 감염자 수는 이미 15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브라질에서 확인된 소두증(小頭症) 신생아도 404명이나 된다. 스페인의 보건전문가 프레데리크 바르투메우스 박사는 “스페인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바이러스를 옮기기 시작할 경우 스페인에서도 수만 명이 감염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이 제기했던 수혈 혹은 성관계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실제 사례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카운티 보건당국은 2일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사람과 성관계를 한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브라질은 4일 상파울루 근교 캄피나스 시에서 수혈에 의한 감염자 2명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중남미 지역에 다녀온 이들에 대해 귀국 후 28일간, 캐나다는 21일간 헌혈을 금지하도록 했다. 미국 적십자사도 2일 성명을 통해 “지카 창궐 지역을 다녀온 사람은 최소 28일간 기다렸다가 헌혈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반인도 길랭바레 증후군 비상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80% 이상은 가벼운 발열 증세 이후 대부분 치유된다. 그러나 지카가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길랭바레 증후군 때문이다. 4일 콜롬비아에서 이 질환으로 사망한 3명을 검사한 결과 모두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지카 바이러스와 길랭바레 증후군의 연관성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브라질 동북부, 콜롬비아 등 지카가 확산된 지역에 이 증후군 환자도 늘어 경고의 목소리가 높았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 혹은 마비시키는 급성 희귀 질환이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남미 경제는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부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른다고 4일 재차 확인했지만 올림픽 특수(特需)를 누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국 CNN머니는 지카 바이러스로 중남미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며 특히 바베이도스, 자메이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의 관광 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WHO는 미주 지역의 방역 작업에만 850만 달러(약 1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황인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여성의원들이 남성의원과 함께 회의실에 마주 앉아 의정을 논의할 수 없다는 ‘남녀의원부동석(男女議員不同席)’ 규정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치러진 사우디 지방선거에서는 1932년 건국 이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돼 2016명의 지방의회 의원 중 38명의 여성의원이 선출됐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방행정부는 최근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이 함께 회의를 할 경우에는 같은 공간에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남녀 의원은 별도의 회의실을 사용해야 하며, 화상 회의를 통해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 화상 회의를 하더라도 남성 의원은 여성 의원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으며 얼굴을 볼 수는 없다. 사우디의 여성 참정권 인정은 지난해 1월 타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압둘라 전 국왕은 ‘아랍의 봄’ 이후인 2011년 9월 국왕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 연례 연설에서 “2015년부터 여성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제 군주제인 사우디는 국회의원선거가 없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하는 것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주요 경로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여성 후보자들이 남성 옆에 서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의상)’으로 가린 여성 후보자들은 여성 유권자에게는 직접 연설할 수 있지만 남성들이 있으면 칸막이 뒤에서 연설해야 했다. 텔레비전 방송으로 유세할 때도 남성 대변인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한 선거 운동은 허용됐다. 사우디 정부가 새로 만든 ‘남녀의원부동석’ 규정에 대해 ‘슈라위원회’의 위원인 투라야 알아라예드는 “새로운 규정은 압둘라 국왕이 만든 선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압둘라 국왕은 2013년에 여성을 처음으로 슈라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으며, 여성과 남성이 같이 앉아 회의하는 것을 허용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작년 11월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를 지휘한 인물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8)가 이슬람 극단주의자 90명과 함께 파리에 침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파리 테러 당시 아바우드의 소재를 경찰에 제보했던 여성은 4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RMC와의 인터뷰에서 아바우드가 자신이 다국적 극단주의자 90명과 함께 파리에 도착했다고 말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파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소냐는 “아바우드는 오렌지색 트레이닝복 안에 자폭조끼를 입고 웃고 다녀서 테러리스트처럼 보이지 않았다”며 “심지어 테러 직후에도 마치 ‘쇼핑에서 싼 값에 물건을 산 듯’ 기분 좋아 했으며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냐에 따르면 아바우드는 “신분증도 없이 90명의 유럽인, 아랍인과 함께 시리아에서 프랑스로 왔다”고 말했으며 일행의 국적은 시리아 이라크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아바우드는 “난민위기로 IS 테러범과 모든 다국적 전사들이 유럽으로 매우 쉽게 들어올 수 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아바우드는 지난해 11월 18일 파리 근교 생드니 검거작전 중 사살된 두 명 중 한 명으로, 파리 경찰에 의해 테러 주모자 총책으로 지목됐었다. 소냐라는 가명을 쓰는 이 여성은 아바우드의 사촌 여동생 아스나 아이트불라첸의 친구로 테러 직후인 작년 11월 15일 파리 주변 도로에서 아바우드를 만나 그가 파리 인근 생드니 아파트 은신처로 이동하는 과정에 동행했다. 소냐는 아바우드가 파리 부근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의 쇼핑센터와 경찰서, 어린이집을 상대로 추가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보복이 두렵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의 레셰크 보리시에비치 부총장은 3일(현지 시간) “국제사회가 빈곤과 굶주림, 인종 학살, 기후 변화 등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모든 국가의 안전을 위해 힘써온 반 총장의 공로에 감사를 표한다”며 학위 수여 배경을 밝혔다. 이어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폭력보다는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을 한결같이 촉구해온 반 총장의 접근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시리아에서의 굶주림, 난민에 대한 세계인의 차가운 시선, 이슬람국가(IS)와 보코하람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과 여성 노예화 등 ‘21세기 대(大)위기’를 막기 위한 열쇠는 ‘인권의 보편성’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 인권뿐 아니라 남의 인권까지 보편적으로 보호해주고,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과 연대를 표출하는 글로벌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케임브리지대 명예박사 학위는 1493년부터 각 분야에서 공로를 세운 인물에게 수여돼 왔는데 1년에 8명을 넘지 않는다.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역대 인물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테레사 수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있다. 한국인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에 받았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종자와 농약 등 농화학 분야 세계 1위인 스위스 대기업 신젠타를 집어 삼키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에서 중국 국영기업이 세계 최대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업 몬산토를 꺾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스위스의 종자(種子) 대기업인 신젠타를 중국 국유 화학기업인 켐차이나가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430억 달러(약 52조4000억 원)로 지금까지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최대다. 지난해 미국 경쟁회사인 몬산토가 제시한 460억 달러(약 55조9800억 원)보다는 30억 달러 적지만 인수 대금을 대부분 현금으로 주겠다는 중국의 통 큰 제안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켐차이나는 이미 은행에서 250억 달러(약 30조5000억 원) 규모의 단기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글로벌 M&A시장에서 ‘차이나머니’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사례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신젠타는 북미지역 종자 및 작물보호제(농약) 시장의 메이저 기업이다. 2000년 제약사 노바티스와 제네카 농화학 부문이 합병해 설립된 신젠타는 그동안 몬산토 바스프(BASF)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매수 의사를 타진받았다. 계약이 최종 타결되면 켐차이나는 세계 최대 농약제조사가 된다. WSJ는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정받는 농약과 종자시장에서 1등이 되려면 신젠타를 인수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산층의 곡물 소비 증가와 농지 축소로 식량 부족에 허덕이자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종자 규모는 63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2.9배나 늘었다.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종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해외기업 M&A 규모는 2008년 54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10∼15%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M&A 계약은 켐차이나 컨소시엄이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를 85억5000만 달러(약 10조83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큰손’ 중국의 행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월 중국 최대 백색가전 회사인 하이얼이 미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약 6조5502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한 달간 글로벌 M&A에 투입된 차이나머니는 22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저가 대량생산’의 이미지를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첨단 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M&A를 장려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로 M&A 시기를 늦추면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 서두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小頭症) 확산 사태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5월 소아마비, 2014년 8월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이어 네 번째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위원회 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긴급위원회는 최근 브라질 등에서 보고된 소두증과 그 밖의 신경장애 사례가 이례적인 일로 다른 지역의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고 권고했다”며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만 다른 국가로의 여행이나 무역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2일 “해외 발병지에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 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브리핑에서 “모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5월 이후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나오고, 추가적인 전파가 이뤄질 경우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을 2주 이내에 방문하고,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과 함께 근육통 두통 결막염 등 증상을 동반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남미 지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의 경우 소독을 강화하고, 비행기 내외의 모기를 채집해 바이러스 유무를 체크하는 등 공항 방제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유근형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 비상사태 선포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제일선에서 막아야 할 국내 방역의 핵심 자리가 비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역 최전선의 수장인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두 달째 공석이고, 1월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은 계속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인천검역소장 인선을 땜질식으로 진행한 것이 방역 공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천검역소장(고위공무원단급)은 1월 4일 김원종 전 소장이 퇴직한 뒤 공석이다. 감사원의 메르스 징계 여파로 고위공무원 4명이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라 소장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소장을 임명하려면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복지부 국장을 빼내 발령을 내거나,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승진시켜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대기발령자들이 고위공무원단 정원(TO)을 차지하다 보니 승진 발령을 낼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급한 대로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인천검역소만 전담하는 소장 직무대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서기관급 사무과장이 소장역을 대행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인천검역소장을 지낸 6명 중 1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은 단 1명뿐이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인천검역소장직이 ‘잠깐 머무르는 곳’ 또는 ‘좌천성 인사 자리’라는 인식까지 남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땜질식 돌려 막는 인사를 하면서 소장 자리가 자주 비는데 검역소 직원들의 업무 긴장도가 유지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중남미, 태국 등에서 감염된 관광객과 그들의 수하물에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붙어 들어오면서 국내에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남미에서 하루 평균 100명, 2차 확산지인 태국에서는 7000여 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 WHO는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와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방역조치 권고 방안을 논의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2014년 에볼라를 포함해 총 3차례뿐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강력한 노동개혁에 힘입어 경쟁력을 회복한 스페인이 지난해 3.2%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유럽 금융위기가 닥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스페인 국립통계연구소(NIE)는 지난달 29일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경제 규모 ‘빅5’ 국가 중 유일하게 3%대 성장을 이룬 것이다.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한 스페인은 2014년 1.4% 성장으로 반전한 이후 10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성장은 민간소비 확대, 산업투자 증가, 관광산업 활황에 힘입은 것이다. 스페인은 중도우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2011년 집권한 이후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깨고 유연성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개혁을 펼쳤다. 2012년에는 기업이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나타낼 때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도 임금과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스페인의 시간당 인건비는 21.3유로(약 2만7903원)로 유로존 19개국 평균 29.2유로의 73%에 그쳤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내놓은 ‘유럽 경제예측 보고서’는 “스페인의 노동시장 개혁이 노동비용을 크게 줄였고 유로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노동시장이 유연해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왔다. 포드 르노 닛산 세아트 오펠 등 5개 자동차 회사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스페인에 투자한 금액은 총 42억 유로(약 5조502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신규 일자리가 52만5100개나 늘어나면서 실업자 수는 전년보다 68만 명이 감소했다. 2013년 초 614만 명이던 실업자 수는 지난해 말 480만 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실업률은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스페인도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우파 국민당이 다수를 확보하지 못해 정국이 불안하다. 한 달이 넘도록 여당도, 야당도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상황이다. 라지 바디아니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스페인의 정치 불안이 길어지거나 좌파가 집권해 노동법을 다시 예전으로 돌린다면 경제회복도 멈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경제가 잘나가는 반면 유로존 2위의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경제 상황은 좀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프랑스는 지난해 1.1% 성장에 그쳤고 실업률은 10.6%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359만 명으로 전년보다 2.6%(약 9만 명) 증가했다. ‘유로뉴스’는 “프랑스 경제가 기어가는 반면 스페인 경제는 날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