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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7일 이집트를 공식 방문해 1조 원대 프랑스제 무기판매 계약을 맺었다. 중동을 순방 중인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80개 회사, 650명의 기업인이 포함된 대규모 외교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도착했다. 양국 정상은 경제와 군사안보, 에너지, 관광 등 30여 건의 협력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양국이 수개월 간의 협상 끝에 10억 달러(약 1조1480억 원) 이상의 전투기와 군함 등 무기거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집트 정부가 엘시시 대통령 취임 22개월간 최대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수에즈 운하 확장공사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이집트를 공식 방문해 “강력하고 특별한 유대관계”를 선언했다. 이집트는 지난해 2월 프랑스로부터 56억 유로(약 6조4300억 원) 규모의 최신예 전투기 라팔 24대를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판매하려다 포기했던 12억 유로(약 1조5800억 원) 상당의 미스트랄급 최첨단 상륙함 2척을 이집트가 사들이기도 했다. 엘시시 정권은 이집트 국민이 최초로 선출한 이슬람계 무하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2013년 군부가 무력으로 축출하고 들어선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이처럼 이집트의 인권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서유럽국가와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엘시시는 프랑스와의 친분과 경제협력을 특별히 강조해왔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17일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집트의 인권문제와 시위진압 시 공권력 행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올랑드는 자신이 엘시시와의 회담에서 “올해 초 카이로에서 이집트 민중봉기 5주년 기념시위에 참여했다가 고문당한 시신으로 길거리에서 발견된 이탈리아 유학생 줄리오 레제니의 피살사건과 지난 2013년 9월 이집트의 교도소 안에서 폭행을 당해 숨진 프랑스 청년 에릭 랑의 인권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시시 대통령은 “레제니 사건이 이집트 경찰에 의한 것이란 의혹은 이집트를 아랍세계와 유럽 우방국으로부터 이간시키려는 ‘악한 세력들’의 음모”라고 주장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유럽 난민 위기의 최전선인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12명의 시리아 난민을 데리고 바티칸으로 돌아왔다. 바티칸에 따르면 이들 시리아 난민 세 가족 12명은 모두 무슬림으로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난민 송환 협정을 맺기 이전에 난민캠프에 도착한 사람들이다. 이 중 6명은 어린이다. 시리아 난민 누르 에사(30·여)는 “악천후 속에서도 레스보스로 향하는 배에 올랐는데, 추방되지 않고 이탈리아로 가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들은 로마에 머물면서 가톨릭 자선단체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교황청과 그리스 및 이탈리아 정부 사이의 사전 협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밝혔다. 앞서 교황은 16일 바르톨로뮤 1세 동방 정교회 총대주교, 예로니모 아테네 대교구장과 함께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캠프를 찾았다. 교황은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난민들은 교황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교황의 발 앞에 엎드려 “자유”를 외치며 교황에게 도움을 청했다. 난민들과 점심을 함께한 교황은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들을 위해 바다에 화환을 던지며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난민 어린이들이 선물로 준 그림 두 장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한 장은 아이가 바다에 빠져 죽는 모습을, 다른 한 장은 바다에 빠진 난민을 보며 태양이 울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었다. 교황은 “이 어린이들 마음속에 이런 장면이 있다. 태양이 울 수 있다면 우리도 (난민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성명에서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말기에 봉착했던 비인간적인 상황과 유사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민들이 떠나온 지역의 내전과 종교탄압, 인신매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긴급구호 활동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 5분간 면담했다. 샌더스는 면담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탐욕이 아닌 도덕에 기반을 둔 경제의 필요성에 대해 교황과 논의했다”며 “아내와 함께 교황과 시간을 가진 것은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19일 경선을 치르는 뉴욕 주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주 등 대의원 수가 많이 걸려 있는 지역에 가톨릭과 히스패닉계 유권자가 많아 교황과의 만남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6·25전쟁 직후 부산의 독일적십자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했던 106세 독일인 수녀 할머니의 생존이 확인됐다. 주독 한국대사관은 14일(현지 시간) 수소문 끝에 브레멘 외곽 올덴부르크 시에 거주하는 샤를로테 코흐 수녀 간호사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코흐 수녀는 44세였던 1954년 서독 정부의 대(對)한국 의료지원 목적에 따라 부산 독일적십자병원에 파견돼 2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며 수술을 도왔다. 주독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8월부터 한독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한 대(對)독일 보훈사업 대상자를 찾기 위해 당시 의료진의 생존 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코흐 수녀는 1954∼1959년 운영된 독일적십자병원 의료진 중 생존이 확인된 첫 사례다. 이경수 주독 대사는 “보훈 근거가 정식으로 마련되기 전까지 해당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양국의 친선 관계를 돈독히 하고 추후 보훈사업을 펼치기 위해 생존 확인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20일 베를린에서 430km 떨어진 올덴부르크 수녀요양원에서 열리는 코흐 수녀의 106세 생일축하연에 참석한다. 코흐 할머니는 지난달 자신을 찾은 한국대사관 측에 눈물을 흘리면서 “부산에 더 머물고 싶었으나 귀환하라는 요구가 있어서 일찍 독일로 돌아왔다”며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1954년 5월 부산여고 자리에 250병상 규모로 개원한 독일적십자병원은 1959년 3월 폐원 때까지 독일에서 의사, 간호사, 약사 등 117명의 의료진이 파견됐다. 이 병원은 매년 간호실습생 20명을 교육했고, 그들 대부분이 폐원 이후 파독 간호사로 활약함으로써 파독 간호사의 뿌리 역할도 했다. 이 대사는 독일 ‘의사잡지’에 보낸 편지에서 “독일 의료진은 한국의 현대의학 기술 발전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해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월 독일 바이에른 주 통근열차 충돌 사고는 철도 신호 제어 담당자가 휴대전화 게임에 정신이 팔린 탓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영국 BBC방송은 독일 수사 당국이 39세의 신호제어 담당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검찰은 “피의자가 철도 서비스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 당일(2월 9일) 근무 중 휴대전화를 켰으며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사고 직전까지 장시간 게임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에른 주 바트아이블링 인근의 단선 곡선 구간을 달리던 통근열차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해 기관사 4명과 승객 7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대부분 출근 중이던 24∼59세였다. 이 사고는 독일의 ‘안전 신화’에 금이 가게 한 대표적인 사고로 꼽혔다. 검찰은 “피의자는 진술에서 사고 당시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며 “그가 게임에 정신이 팔려 주의가 분산돼 사고 열차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으며 이후 긴급 호출에도 잘못된 조합의 무선 기호를 보낸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지난 2월 독일 바이에른 주 통근열차 충돌 사고는 철도 신호제어 담당자가 휴대전화 게임에 정신이 팔린 탓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영국 BBC방송은 독일 수사당국이 39세의 신호제어 담당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검찰은 “피의자가 철도서비스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 당일(2월 9일) 근무 중 휴대전화를 켰으며 온라인 컴퓨터 게임에 접속해 사고 직전까지 장시간 동안 게임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독일 바이에른 주 바트 아이블링 인근의 단선 곡선 구간을 달리던 통근열차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해 기관사 4명과 승객 7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대부분 출근 중이던 24~59세였다. 사고는 독일의 ‘안전 신화’에 금이 가게 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혔다. 검찰은 “피의자는 진술에서 사고 당시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며 “그가 게임에 정신이 팔려 주의가 분산돼 사고 열차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으며 이후 긴급 호출에도 잘못된 조합의 무선 기호를 보낸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고 원인이 될 만한 열차나 신호시스템의 기술적인 결함이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한국의 독립운동은 우리만의 역사가 아니라 24개국을 무대로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세계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침략과 전쟁 없이 공존하고 평화를 이루자는 독립운동 정신은 현대에도 계승해야 합니다.”(윤주경 독립기념관장)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제7대학(디드로대)에서 열린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한국 독립운동과 프랑스’ 국제학술대회에 매헌 윤봉길 의사(1908∼1932)의 장손녀인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프랑스 파리위원부 위원장 김규식 선생(1881∼1950)의 손녀 김수옥 여사 등 독립운동가 후손 5명이 참석했다. “1919년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租界·개항도시의 외국인 거주지)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 수립을 전후해 대(對)유럽 외교 활동의 중심지는 파리였습니다. 할아버지인 김규식 선생이 1919년 파리강화회의서 독립청원서를 제출해 전 세계에 한국 독립을 알리는 등 활발한 독립외교 활동을 펼쳤습니다.”(김수옥 여사) 독립기념관과 국민대, 파리7대학이 공동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파리에서 임정의 외교선전 활동을 전개했던 서영해 선생(1901∼?)의 손녀 스테퍼니 왕 여사,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의한 정정화 선생의 손녀 김선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도 참석했다. 임정 외교부장으로서 프랑스를 상대로 임정의 연합국 승인을 위한 독립 외교를 벌였던 조소앙 선생(1887∼1958)의 손녀인 김상용 국민대 교수는 “김구 신익희 김규식 조소앙 선생 등 임정 독립운동가들은 광복 직후 국민대 설립을 위한 기성회에 참여해 교육을 통한 건국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이어 파리 제1구청에서 열리는 ‘자유 한국, 평화를 꿈꾸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김규식 선생이 1919년 파리 샤토됭 가(街) 38에 설치했던 파리위원부 건물을 방문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로랑 키스피 교수(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는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프랑스에서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921년 ‘한국친우회’를 결성하고 한국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지지했던 루이 마랭 등 프랑스 지식인들의 역할도 컸다”며 “프랑스는 자유와 평화를 원하는 한국인의 정당한 요구에 공감했고 한국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할아버지인 윤봉길 의사는 나라 없던 시절 이웃과 나라를 위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청년이었다”며 “요즘 낙담한 젊은이들이 자신과 국가 발전을 위해 고민할 때 윤 의사를 멘토(스승)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아이슬란드에서 ‘해적당’의 돌풍이 거세다. 조세회피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이후 탈세 의혹이 제기된 총리가 사임했지만 유권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가을 조기 총선에서 해적당이 집권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적당은 43%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독립당과 함께 연정을 이끌고 있는 진보당의 지지율은 7.9%에 그쳤다. 해적당은 인터넷 파일 공유를 막는 저작권법과 특허권의 철폐, 온라인 직접민주주의, 정치적 투명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세계 69개국에서 청년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창당된 스웨덴 해적당은 2009년 유럽의회에 2명의 의원을 당선시켰고, 독일 해적당도 2011년 지방 주의회 선거에서 당원 45명을 의회에 진출시켰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올해 조기 총선에서 집권한다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골과 뼈’로 된 깃발을 내건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돌풍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해적당 지지자인 오마르 하프스타인손 씨(62·전기기술자)는 “기존 정당들은 이러한 부패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새로운 해적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해적당 원내대표인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의원(49)은 “해적당은 인터넷 저작권법 개혁을 넘어 정치 시스템 전체를 변화시키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극우정당 돌풍과 달리 ‘해적당’은 특정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최고 의사결정은 모든 당원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분산돼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토론을 통해 이뤄진다. 해적당에는 당수도 없고, 지도부도 없으며 매년 의원총회를 주재하는 의장만 뽑는다. 그러나 해적당은 마약 합법화, 주 35시간 근무제 등 이색 공약으로 눈길을 끌지만 정당 조직이나 자금력이 부족해 집권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멈춰! 그건 쓰레기야.” 1979년 프랑스 카날플뤼스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대가족(La Grande Famille)’에 출연한 음식비평가의 한마디에 스튜디오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는 제작진이 음식 재료로 슈퍼마켓에서 사온 소시지와 햄을 사회자에게 집어던지며 “수치스러운 음식!”이라고 일갈했다. 요리사이자 음식평론가, 작가로 유명했던 장피에르 코프가 TV에서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9일 78세의 나이로 타계한 코프는 현대식 정크푸드와 싸우며 프랑스 미식(美食)의 전통을 지켜온 투사로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머리와 둥근 테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수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나쁜 음식’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에게 공격을 당한 요리사와 레스토랑, 식품회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출판사들은 그를 반겼다. 거의 반세기 동안 그가 출간해 온 책이 100만 부나 넘게 팔렸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 ‘값싼 가격으로 맛보는 요리의 즐거움’ ‘코프의 일생’ 등은 그의 타계 소식에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38년 프랑스 동부 뤼네빌에서 태어난 코프는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아버지를 전장에서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우며 프랑스 전통 식습관이 몸에 뱄다고 회고했다. 파리에서 출판사, 기업 홍보실, 문방구 관리자, 연극배우, TV 진행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갖던 그는 1976년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1979년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과들루프에서 열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 정상회의의 음식 서비스를 총괄하면서 ‘프랑스 음식’의 자존심을 꺾지 않아 외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당시 AP통신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코프가 “여기는 프랑스 식당이며, 프랑스 음식만 서비스된다”고 거절했다는 것. 카터 대통령 일행은 곧바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버렸고, 이 사진은 다음 날 모든 미국 신문 1면에 실렸다. 이후 코프는 “미국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한 요리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의 대표작인 ‘값싼 가격으로 맛보는 요리의 즐거움’은 총 34만 부나 팔렸다. 그는 이 책에서 하루에 9유로 이하의 재료로 가족들의 식사를 만들어내는 조리법을 소개했다. 그의 지론은 “요리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즐거움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요리는 절대 스트레스가 돼선 안 되며, 복잡하거나, 비싼 재료를 이용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란 절대 깜짝 놀라게 하거나, 칭찬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를 하고 빵을 만드는 것은 검소함과 겸손함을 배우는 위대한 학교다”라고 강조한다. 그의 책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사진)에서 “인공적으로 염색하고, 향료가 첨가되고, 분쇄하거나 두껍게 만든 것을 먹지 말라”고 조언한다. 제철음식, 신토불이(身土不二) 음식 재료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와 똑같다. 그는 “군것질보다는 늘 제대로 된 ‘한 끼의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을 ‘먹는 즐거움’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소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조세 회피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후폭풍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4일 사상 최대 조세회피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의 공개로 부친 이안 캐머런(2010년 9월 사망)이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투자펀드를 두고 탈세한 정황이 드러나 자신에게도 조세회피 의혹이 일자 4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며 이를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사흘이 지난 7일에야 아버지의 역외 신탁회사 지분 보유 사실을 뒤늦게 인정해 궁지에 몰렸다. 야당과 시위대는 캐머런 총리가 그동안 조세 포탈 기업과 개인들을 계속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총리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9일 영국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 앞에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캐머런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BBC가 전했다. 분노한 시위대는 ‘캐머런 OUT’이란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고, 인터넷에서는 캐머런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에 1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고 영국 일간 ‘미러’가 보도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돈을 어딘가 세금을 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에서 돈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출신인 켄 리빙스턴 전 런던시장은 “당장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캐머런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같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캐머런 총리는 10일에는 2009년 총리 취임 이후 6년간 자신의 모든 금융기록이 담긴 재정보고서도 전격 공개했다. 캐머런 총리는 11일에는 자신의 부친의 사례를 포함해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된 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영국 국세청과 국가범죄수사국이 참여하는 합동조사팀(TF) 구성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금융기록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상속세를 회피한 논란에 휘말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2010년 숨진 부친으로부터 상속세 면제 한도액인 30만 파운드를 물려받은데 이어 모친으로부터도 2011년 5월과 7월 각각 10만 파운드씩 20만 파운드(약 3억2500만 원)를 송금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에선 소유자가 사망하기 7년에 증여할 경우 최대 32만5000 파운드까지 상속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모친이 2년만 더 살아있게 되면 송금액의 40%에 해당하는 8만 파운드를 면제받으려는 ‘꼼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6~7일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캐머런 총리의 국정 운영지지도는 36%에 그쳤다. 2013년 7월 이래 3년 만에 최저치다. 6월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캐머런 총리의 국정운영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성(性)에 대해 자유롭고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 각국이 성 매수자에게 단단히 칼을 뽑아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성 매수자 처벌 법안이 통과됐고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도 유사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6일 프랑스 하원은 성을 사는 사람에 대해 초범은 1500유로(약 197만 원), 재범은 3750유로(약 460만 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성매매처벌법을 찬성 64표, 반대 12표로 통과시켰다. 새 법은 성을 판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직업 교육과 구직 활동에 매년 480만 유로(약 6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성을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을 처벌하는 모델은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채택해 왔다. 스웨덴은 1999년부터 성 매수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시행된 후 약 2500명이던 성매매 종사자들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동안 매춘을 범죄로 간주하지 않았던 프랑스에서 사실상 모든 성매매를 금지한 이 법안을 놓고 정치권은 최근 2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집권 사회당이 주도한 법안에 대해 우파 의원들은 “성 매수자를 범죄자로 만든다”며 반대했다. 우파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표결에도 대부분 불참했다. 법안을 발의한 사회당의 모 올리비에 의원(63·여)은 르몽드 인터뷰에서 “매춘은 폭력이다. 이 법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춘을 뿌리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인 ‘보금자리운동(NID)’은 “성매매 시스템에서 고객을 경제적 강자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았던 역사적인 불의(不義)를 개선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프랑스 매춘여성 노동조합(STRASS)을 비롯해 에이즈 예방단체, 의료봉사단체 등 10여 개의 사회단체와 유명 인사들은 이 법에 반대해 왔다. 새 법이 시행되면 매춘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확산돼 성매매 여성의 건강이 위험해지고 포주에 대한 경찰 감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프랑스 하원 앞 광장에서는 “정식 체류증과 거주지, 수입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매춘을 멈출 수 있겠는가”라며 새 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의 매춘 여성은 3만∼5만 명으로 이 중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 정부도 이날 인신매매 등으로 강제 매춘에 동원된 이들의 성을 매수하면 최장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률안에는 강제 매춘 사업주에 대해 최장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독일은 2002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 때 성매매를 ‘서비스업’으로 규정해 합법화했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는 성매매자도 세금을 내며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는다. 이후 독일은 각종 범죄와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성매매 천국’이 됐다고 시사주간 슈피겔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동유럽과 아프리카 등 외국에서 불법 이민 여성들이 몰려들어 인신매매 범죄가 늘어나자 성매매 합법화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1일 성을 산 사람과 판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성매매 처벌법이 합헌이라고 결정 내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현지 시간) 2014년 현재 전 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가 1980년(1억800만 명)에 비해 4배 늘어난 4억2200만 명에 이른다며 당류 섭취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세계 인구 중 당뇨병 환자가 8.5%나 되는 셈이다. WHO는 ‘세계 보건의 날’(4월 7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이날 보고서에서 당뇨 환자가 급증한 원인은 과체중 인구와 비만 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환자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국민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장려하고 국민의 당뇨병을 진단해 치료받을 수 있는 보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세계 전현직 정상들의 세금 회피 내용을 담은 일명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이후 아이슬란드가 정권 붕괴 위험에 처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저녁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국회 앞에서는 약 3만 명이 모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사진)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BBC가 보도했다. 인구가 33만 명인 아이슬란드에서 10%에 가까운 인원이 시위에 참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리 사임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도 2만3000명이 서명했다.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는 5일에도 열린다.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아이슬란드 정부가 국민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했는데 현 총리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들이 배신감에 떨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 최대 로펌인 모사크 폰세카의 내부자료 1150만 건을 분석해 4일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 부부는 2007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를 세워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숨겨두고 탈세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현지 채널2TV 인터뷰에서 “조세 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없으며 재산 보유 과정에서 규정이나 법을 어긴 게 없다”며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립정부에 참여한 독립당이 총리에게 사임 압력을 넣고 있어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궁지에 몰린 귄뢰이그손 총리는 5일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건의했다. 하지만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대통령은 “다른 정당 지도자들과 먼저 이 문제를 논의하기를 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총리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역외 계좌 3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바하마의 역외 기업에 아버지와 함께 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코르도바 지역방송에서 “1998년 브라질 투자를 위해 만든 회사지만 실제 투자한 적은 없고 2008년 회사를 청산했다”고 해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작고한 부친 이언 캐머런이 펀드회사를 파나마에 등록해 30년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캐머런가(家)의 투자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일축했다. 공교롭게도 캐머런 총리는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해 투명성을 강조해 왔으며 다음 달 런던에서 국제 반(反)부패 회담을 개최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네덜란드 등의 세무당국은 조세 회피자들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법무부도 파나마 페이퍼스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이슬란드의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가 5일 국민의 사임 압력에 굴복해 전격 사임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세계 전현직 정상들의 세금 회피 내용을 담은 일명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이후 사임한 첫 유명 인사가 됐다. 권뢰이그손 총리는 영국령 조세도피처 버진아일랜드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그는 “불법이 없었으므로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정권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하루도 안돼 총리직을 내놓았다. 4일 저녁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국회 앞에서는 약 3만 명이 모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사진)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구가 33만 명인 아이슬란드에서 10%에 가까운 인원이 시위에 참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리사임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도 2만3000명이 서명했다. 총리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는 5일에도 열릴 예정이지만 그의 사임으로 시위가 계속 이어갈지는 미정이다.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아이슬란드 정부가 국민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했는데 현 총리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들이 배신감에 떨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 최대 로펌인 모사크 폰세카의 내부자료 1150만 건을 분석해 4일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 부부는 2007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를 세워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숨겨두고 탈세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현지 채널2TV 인터뷰에서 “조세 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없으며 재산 보유 과정에서 규정이나 법을 어긴 게 없다”며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궁지에 몰린 귄뢰이그손 총리는 5일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건의했다. 하지만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대통령은 “다른 정당 지도자들과 먼저 이 문제를 논의하기를 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총리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귄뢰이그손 총리는 사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역외 계좌 3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바하마의 역외 기업에 아버지와 함께 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코르도바 지역방송에서 “1998년 브라질 투자를 위해 만든 회사지만 실제 투자한 적은 없고 2008년 회사를 청산했다”고 해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작고한 부친 이언 캐머런이 펀드회사를 파나마에 등록해 30년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캐머런가(家)의 투자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총리실도 5일 배포한 이메일 성명서를 통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부인과 자녀들은 역외 자금을 갖고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캐머런 총리는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해 투명성을 강조해 왔으며 다음 달 런던에서 국제 반(反)부패 회담을 개최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네덜란드 등의 세무당국은 조세 회피자들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법무부도 파나마 페이퍼스를 정밀 검토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자유분방하고 해학적인 웃음이 살아있는 민화는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입니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의 아담 미츠키에비치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민화(民畵) 전시회가 프랑스인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31일 막을 내리는 ‘한국 현대미술의 근원’ 전시회에는 까치 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책가도(冊架圖), 화훼도, 모란도, 화조도, 어해도(魚蟹圖), 산수도, 문자도 등 민화 60점과 함께 한국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14일 개막식에는 프랑스 정부의 문화부 차관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전시회에 참석한 프랑스인들은 중국화, 일본화와 달리 한국 민화에 나타난 해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장식적인 표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시를 기획한 아트컨설팅사 헬리오아트의 한혜욱 대표는 “한국의 현대미술은 1970년대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도 세계적인 작가가 많이 배출된 것은 18∼19세기 시작된 민화의 자유분방한 정신과 테크닉이 현대미술의 뿌리가 돼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을 찾은 프랑스인들은 조선 선비들의 방 안에 놓여 있던 책가도에 나타난 다중적 시각의 원근법 표현과 현대적인 선과 장식, 색채감에 놀라워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프랑수아즈 에밀리아 씨(34)는 “피카소의 큐비즘이 아프리카 원시미술이나 이집트 벽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18세기에 그려진 한국 민화에서도 이런 다중적 시점 원근법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디자인 장식이 표현된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화는 빈틈없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왕실의 작품과 달리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이런 민화 작품들은 수세기를 앞서 팝아트의 정신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관객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7일 오후 벨기에 수도 브뤼셀 시내 증권거래소 앞 부르즈 광장. 브뤼셀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꽃과 촛불이 가득한 추모광장이 갑자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벨기에 축구클럽의 극렬 팬으로 보이는 300∼400명의 극우파 훌리건이 추모광장에 몰려들어 꽃과 촛불, 깃발 등을 짓밟았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브뤼셀 연쇄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규탄하며 민족주의와 반(反)이민 구호들을 외쳤다. 이들은 또 광장에 모인 추모객들 가운데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나 아랍계 등 비(非)백인 청소년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벨기에 서부 도시 겐트에서 온 훌리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리오는 “초와 꽃 따위는 필요 없다. 이 나라에 광신도들이 넘쳐나는 데 대해 우리는 정부의 답변을 원한다”고 외쳤다. 일부 스킨헤드족은 나치식 경례에 구호를 외치고 도로 주변의 화분과 쓰레기통, 표지판을 집어 던지며 난동을 피우다 물대포를 동원한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현장에서 훌리건 10명이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다쳤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부르즈 광장의 평화적인 추모 대열을 방해한 시위대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 그들이 벌인 난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IS가 프랑스 파리와 브뤼셀에서 감행한 테러는 미국 본토에서의 대규모 공격을 위한 예행연습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IS 연계 반군 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알 에이나 알 안사리는 27일 미국 보수매체 브레이트바트 인터뷰에서 “파리와 브뤼셀에서 일어난 일은 미국에서 큰 일이 발생하기 전 작은 리허설에 불과하다”며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와 아부 오마르 알 시샤니가 미국 어느 곳을 언제 공격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국가(IS)의 벨기에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테러 이후 벨기에 원자력발전소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뤼셀 테러 수사팀은 IS가 벨기에 원전을 공격하거나 침입해 파괴하는 등의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고 판단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했다. 22일 브뤼셀 테러 발생 몇 시간 만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원전 직원들을 귀가시킨 데 이어 25일에는 원전 1, 2곳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의 출입증을 회수했다. NYT는 그동안 벨기에 원전에서 여러 차례 안전관리에 실수가 있었다며 테러조직원 다수가 이미 벨기에 내부에 침투해 있는 사실과 대(對)테러 당국의 능력이 약한 점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 일간 DH는 26일 이틀 전 벨기에 동부 티앙 주 원자력발전소에서 보안요원이 살해되고 출입증이 탈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살해 동기와 출입증 탈취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DH는 브뤼셀 테러범들이 벨기에 핵프로그램 연구 책임자의 집을 10시간 정도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브뤼셀 테러범들이 핵시설 공격 및 방사성물질 폭탄 테러까지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23일 런던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IS가 핵무기를 확보할 위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위협”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IS가 고농축 우라늄을 획득해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보다는 일반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섞어 터뜨리는 ‘더티 봄(dirty bomb)’을 제조하거나 원전에 침투해 가동을 중단시키는 방식의 테러는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질 드 케르쇼브 유럽연합(EU) 대(對)테러조정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테러범들이 원전 내부에서 폭탄을 터뜨리거나 비행 물체를 타고 발전소 내부로 침투한 뒤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벨기에 원전과 그 밖의 주요 기간산업 시설들이 사이버 테러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NYT에 따르면 2012년 벨기에 둘(Doel) 원전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은 직장을 그만둔 뒤 시리아 강경 이슬람 조직에 가담했다가 IS 대원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같은 부대에서 활동했다. 한 명은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2014년 테러 관련 죄로 벨기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풀려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들이 벨기에 원전의 주요 정보를 IS에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벨기에 연방검찰은 26일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3명의 용의자를 테러 단체 가담과 테러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기소된 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은 파이살 셰푸로 22일 공항 테러 당시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3명의 용의자 중 1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경찰은 24, 25일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여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12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슬람국가(IS)의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테러 이후 벨기에 원자력발전소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뤼셀 테러 수사팀은 IS가 벨기에 원전을 공격하거나 침입해 파괴하는 등의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고 판단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했다. 22일 브뤼셀 테러 발생 수 시간 만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을 귀가시킨 데 이어 25일에는 원전 1,2곳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들의 출입증을 회수했다. NYT는 그동안 벨기에 원전에서 여러 차례 안전관리에 실수가 있었다며 테러조직원 다수가 이미 벨기에 내부에 침투해 있는 사실과 대(對)테러 당국의 능력이 약한 점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 일간 DH는 26일 이틀 전 벨기에 동부 티앙주 원자력발전소에서 보안요원이 살해되고 출입증이 탈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살해 동기와 출입증 탈취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DH는 브뤼셀 테러범들이 벨기에 핵프로그램 연구 책임자의 집을 10시간 정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찍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브뤼셀 테러범들이 핵시설 공격 및 방사성 폭탄 테러까지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23일 런던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IS가 핵무기를 확보할 위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위협”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IS가 고농축 우라늄을 획득해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보다는 일반 폭탄에 방사능 물질을 섞어 터뜨리는 ‘더티 밤’(dirty bomb)을 제조하거나 원전에 침투해 가동을 중단시키는 방식의 테러는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유 드 케르쇼브 유럽연합(EU) 대(對)테러조정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테러범들이 원전 내부에서 폭탄을 터뜨리거나 비행 물체를 타고 발전소 내부로 침투한 뒤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벨기에 원전과 그 밖의 주요 기간산업 시설들이 사이버 테러를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NYT에 따르면 2012년 벨기에 둘(Doel) 원전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은 직장을 그만둔 뒤 시리아 강경 이슬람 조직에 가담했다가 IS 대원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파리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같은 부대에서 활동했다. 한 명은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2014년 테러 관련 죄로 벨기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풀려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들이 벨기에 원전의 주요 정보를 IS에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벨기에 연방검찰은 26일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3명의 용의자를 테러 단체 가담과 테러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기소된 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은 파이칼 셰푸로 22일 공항 테러 당시 공항 폐쇄회로(CC) TV에 찍힌 3인의 용의자 중 1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경찰은 24~25일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여 벨기에 테러와 관련 12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벨기에 당국은 브뤼셀 고향 집 근처에 은신해 있던 파리 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을 왜 넉 달 동안이나 잡지 못했을까. 압데슬람이 18일 체포된 직후 “새로운 테러가 준비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는데도 왜 나흘 뒤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막지 못했을까. 22일부터 브뤼셀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이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비롯해 2500여 개 국제기구와 기업이 몰려 있는 ‘유럽의 심장’이다. 서유럽 국가 중 인구 대비 이슬람국가(IS) 전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유럽 지하디스트의 수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벨기에의 테러 대응 능력에 국제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벨기에 형법의 ‘9 to 5’ 조항이다. 벨기에 경찰은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가택 수색을 할 수 없다. 1969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라지만 외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찰과 달리 테러범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14일 브뤼셀 몰렌베이크로 잠입했다. 당시 벨기에 당국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한밤중에 바로 습격하지 못하고 16일 아침에야 은신처를 덮쳤다. 이미 압데슬람이 도망간 뒤였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샤를 미셸 총리는 당시 국회 연설에서 18가지의 새로운 조치를 담은 ‘대(對)테러 법안’을 제안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테러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될 경우 경찰이 언제든지 가택 수색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후 벨기에 정치권은 차일피일 법안 통과를 미뤘고, 4개월 뒤 결국 브뤼셀 테러가 일어나 31명이 숨지고 330여 명이 부상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브뤼셀 테러의 근본 원인을 ‘벨기에의 정치 실패’로 규정했다.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독일어 언어권으로 분열된 벨기에 정치권은 매번 총선과 연정 구성 협상 때마다 권력을 지방으로 복잡하게 배분하는 ‘나눠 먹기 협상’을 벌여 왔다. 브뤼셀 수도권특별지역만 해도 치안을 19개 자치시와 6개 경찰서가 나눠 맡고 있어 테러범에 대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IS의 발호 이후 세계는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47년 묵은 ‘9 to 5’ 법도 개정하지 못하는 벨기에의 무능한 정치권을 보면서, 자신의 표밭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싸움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브뤼셀에서전승훈 특파원·국제부 raphy@donga.com}

한때는 활기찬 공장지대로 ‘리틀 맨체스터’라 불리던 도시. 하지만 지금은 ‘테러범의 소굴’로 눈총받는 곳. 유럽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수도로 불리는 벨기에 브뤼셀 근교 몰렌베이크이다. 23일 정오(현지 시간) 몰렌베이크 시청 앞 녹색광장을 찾았다. 종탑에서 슬픈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광장에 모인 1000여 명의 시민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이날 몰렌베이크를 포함해 벨기에 국민들은 전날 발생한 브뤼셀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1분간 추모 묵념을 올렸다. 추도식에는 히잡과 터번을 두른 아랍계 주민들이 많이 보였다. 인구 10만 명의 몰렌베이크는 무슬림 인구가 3분의 1이 넘는다. 몰렌베이크는 ‘자생적 테러리즘의 고향’ ‘이슬람국가(IS) 전사 양성소’ ‘테러의 허브’로 불린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이어 이번 브뤼셀 테러에서도 이곳 출신들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발생 후부터는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광장 주변에 배치됐다. “우리 아이도 브뤼셀 지하철에서 폭탄테러가 난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몰렌베이크 사람들도 똑같이 눈물을 흘리며 두려워하고 있다.” 주민 이카즈반 씨는 ‘테러범 양성소’라는 오명이 억울하다고 했다. 대학생 빌랄 벤제마 씨(21)는 18일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이 이곳에서 붙잡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테러범이 잡혔으니 안심해도 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나흘 뒤 브뤼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히잡을 쓴 주민 미리암 씨(32·여)는 “압데슬람이 우리 동네에 은신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랐다”고 했다. 몰렌베이크는 브뤼셀의 구도심에서 불과 2.6km,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신시가지에서 5km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그러나 카페와 바가 화려한 불빛을 뽐내는 운하를 건너 몰렌베이크의 골목길로 들어선 순간 마치 북아프리카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야채가게와 정육점엔 아랍어로 된 간판이 즐비했고, 찻집 주변에선 청년들이 웅성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기자가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40년간 이곳에 살았다는 자말 씨(62)는 “일부 일탈이 있다고 해서 테러범의 소굴은 아니다. 법을 지키는 평범한 무슬림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몰렌베이크 인구는 2000년에는 2만4000명이었다. 지금은 아랍계 이주민이 몰려오면서 10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아 실업률이 30%가 넘는다. 청년실업률은 50%다. 벨기에는 서유럽에서 인구 대비 지하디스트 배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벨기에 출신 지하디스트 130명 중 85명이 몰렌베이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프랑스어권과 북부 네덜란드어권으로 나뉜 벨기에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과 정치권 분열도 테러범 확산을 방치하는 요인이다. 얀 얌본 내무장관은 미국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브뤼셀은 인구가 120만 명인데도 경찰 관할 구역이 6개, 지방자치단체가 19개로 쪼개져 있어 정보 수집과 집행에 애를 먹는다. 인구 800만 명인 뉴욕의 경찰 관할구역이 1개로 통합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테러 대응 능력은 브뤼셀 자살폭탄 테러범 중 한 명이 지난해 IS에 가담하려다 터키 당국에 체포돼 강제 추방당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3일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뤼셀 공항에서 자폭한 테러범 이브라힘 엘 바크라위(29)가 지난해 6월 터키에서 강제 추방된 사실을 공개했다. 바크라위가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들어가려 한 것으로 파악하고 벨기에 정부에 체포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국인 테러 전사’라고 알려줬는데도 벨기에 당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를 풀어줬다”고 주장했다. 쿤 헤인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벨기에 공영방송 VRT에서 “그때는 그의 테러 의혹에 대해 알지 못했다. 가석방 중인 일반 범죄자였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몰렌베이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3일 오전(현지 시간)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주변. 전날 아침 출근길에 폭탄테러가 발생했던 말베이크 지하철역 주변에는 1km 전방부터 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경찰이 심각한 얼굴로 제지했다. 브뤼셀의 관광명소인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이 있는 ‘그랑 플라스’와 주변 식당가에는 평소엔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이날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상점들도 낮부터 문을 닫았다. 시내 곳곳에서는 밤새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간간이 울려 퍼졌다.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 테러범 중 1명이 현장에서 자폭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소식에 대대적인 검거작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집 안에 대피했던 시민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하나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증권거래소 앞 ‘라 부르스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벨기에 당국의 권고에도 시민들은 광장에서 꽃과 촛불을 바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광장 바닥은 흰색, 붉은색, 푸른색 분필로 쓴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들로 가득했다.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영어 아랍어 키릴어로 쓰인 애도 문구 중에는 ‘사랑으로 증오와 싸우자’ ‘살자, 살게 하자’ ‘사랑은 나의 종교’ 등 사랑을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지난해 1월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 나왔던 ‘나는 샤를리다’라는 문구를 빌려 ‘나는 브뤼셀이다(Je suis Brussel)’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들었다. 한 무리는 벨기에 국가와 프랑스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로 불렀다.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브뤼셀을 위해 기도해주세요’와 같은 문구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음악을 공부하는 한 젊은 청년이 첼로를 들고 나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곡을 연주하자 광장에는 엄숙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한 청년이 피아노로 존 레넌의 ‘이매진’을 연주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광장에는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뿐 아니라 경계와 분노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브뤼셀 자유 대학생인 에스텔 씨(23·여)는 “지난해 파리 테러 이미지의 ‘데자뷔’(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때문에 우리가 이미 테러를 경험한 듯한 느낌”이라며 “가장 최악은 어떤 테러가 발생해도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계단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우리도 튀니지, 케냐, 파리처럼 테러가 일상화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세바스티앙 씨(46)는 “브뤼셀은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며칠간 학교와 상점 등 브뤼셀을 완전히 폐쇄하고 테러범 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폭탄테러를 막지 못했다”며 예고된 테러를 막지 못한 정부를 성토했다. 미국의 테러 전문가들도 미 관련 기관들이 사전에 테러 가능성을 벨기에 당국에 수차례 경고했음을 지적하며 “벨기에 정부의 대테러 역량은 어린애 수준”이라고 혹평했다고 미 온라인신문 데일리비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이날 밤 광장에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찾아와 헌화했다. 파리 에펠탑을 비롯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들은 적·황·흑색의 벨기에 국기를 상징하는 조명을 건물 외벽에 밝히며 애도와 연대의 뜻을 표했다.브뤼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