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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년 이집트 카이로 북쪽 항구도시 다미에타는 점령하려는 십자군과 지키려는 이슬람 아이유브 왕조의 병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나일강이 보호하는 요새 다미에타를 둘러싼 전투는 처절했고, 질병마저 군인과 백성을 집어삼켰다. 휴전 중이던 그해 9월 해진 수도복을 입은 한 가톨릭 수사가 술탄을 만나기 위해 이슬람 진영으로 향한다. 눈에 뜨이자마자 목이 베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그러나 술탄은 그 수사를 환대했을 뿐 아니라 예루살렘의 성지를 순례하고 설교하는 것까지 허락해줬다고 한다. 현실감 없이 들리는 이 일화의 주인공은 성 프란치스코와 살라흐 알 딘의 조카인 술탄 알 카밀이다.》 “‘평화의 사람’들끼리 서로를 알아봤던 거지요. 프란치스코 전기에는 그가 무슬림을 회개시키려 했다고 나오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이슬람은 적이 아니라 한 하느님을 모시는 형제자매라는 인식이 있었을 거예요. 어떻게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가 그의 진짜 고민이었던 거지요.” 가톨릭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의 석일웅 수사(58)는 13일 서울 종로구의 성 안토니오 수도원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성 프란치스코와 술탄의 만남은 이후 가톨릭 역사에 이교도 배척과는 또 다른 유산을 남겼다. 작은형제회는 성 프란치스코와 술탄 알 카밀의 만남 800주년을 기념해 특별강좌와 함께 기념 음악회(9월 중)를 연다. 터키문화원과 공동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인 석 수사에게 유일신 믿음을 가진 종교가 근본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물었다. 석 수사는 “교리를 갖고 부딪치기 시작하면 내가 옳다는 걸 밝히기 위해서 상대가 틀리다는 걸 증명할 수밖에 없다. 그럼 서로 죽일 일만 남는다”며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종교가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6년 세계의 각 종교 지도자를 프란치스코회의 고향인 이탈리아 아시시로 초대해서 평화를 위해서 함께 기도한 것 역시 그런 노력의 하나다. 작은형제회는 ‘아시시 정신’을 탐구하기 위해 재속(在俗) 프란치스코회 회원들과 함께 2013년부터 평화, 생태, 영성 등을 주제로 공부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석 수사는 최근 예멘 난민 수용을 두고 일었던 사회적 논란에 대해 “논쟁만 쳇바퀴 돌듯 되풀이될 때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며 “종교가 난민 포용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며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성 프란치스코가 지은 ‘태양의 찬가’의 후렴구에서 제목을 따왔다. 석 수사는 생태적 영성에도 성 프란치스코가 일찍이 인식의 전환을 이뤘다고 했다. “그는 새와 소통하고, 인간과 늑대가 행복하게 공존할 가능성을 찾기도 하고, 해를 형님으로, 달과 죽음을 자매로 불렀어요. 수직적 관점이 지탱하던 중세에 이미 만인과 만물의 수평적인 관계로의 전환을 인식한 거지요. 사람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보시기에 좋은’ 상태로 잘 보존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어요.” 석 수사는 성 프란치스코가 강조한 가난은 물질적 가난뿐 아니라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존재론적 반성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누리지만 행복을 모르지요. 경쟁에서 이겨야 비로소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받아들여지고요. 그러나 성 프란치스코의 삶은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는 사실에 눈을 뜨게 해줍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악의 평범성’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 출신의 정치철학자 해나(한나) 아렌트(1906∼1975)의 사상을 ‘이제 전체주의는 끝났는가?’를 비롯한 열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풀어 썼다. 아렌트는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 치하의 소련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가 출현할 소지가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인간다운 방식으로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 전체주의적 해결책이 언제나 강한 유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통의 정체성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로 통합되지 않고 원자처럼 고립된 대중은 전체주의자들의 협박과 선전의 좋은 먹잇감이다. ‘악’은 사고를 허용하지 않고, 세뇌로 판단과 사고 능력을 잃어버린 대중은 결국 악을 불러온다. 전체주의 정권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대중 사회의 출현이 있다. 아렌트는 사유, 곧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공론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람은 말과 행위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정치적으로 탄생하고, 비로소 정치적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정치적 사유를 ‘난간 없는 사유’로 표현했다고 한다. ‘나는 난간 밖의 안전한 관람객’이라는 무지와 ‘어차피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저자는 철학자이자 계명대 총장을 지낸 포스텍 교수.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선 초 편찬된 ‘고려사’가 사대명분론의 영향으로 고려의 황제국 제도를 제후국의 제도로 낮춰 서술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노명호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신간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의 사료적 특성’(지식산업사·2만2000원)에서 “역사학계는 ‘고려사’ 편찬의 직서(直書·그대로 씀) 원칙과 객관성을 과도하게 평가했고, 고려의 황제제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고려사’는 조선 세종 대 편찬된 사서로 고려시대 연구의 기본적인 사료로 꼽힌다. 유교적 역사 편찬 방식인 ‘술이부작(述而不作·자료에 의거해 서술하며 편찬자의 작문으로 서술하지 않음)’에 따라 쓰여 사료집과 같은 객관성을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노 교수는 고려사 편찬 시 조선 조정에서 고려 황제제도의 서술 문제로 장기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데 주목했다. 세종은 고려 역사 편찬에서 직서 원칙을 추구했다. 정종과 태종의 사망으로 선대의 묘호를 황제제도인 ‘종(宗)으로 칭하는 문제와 관련해 역사적 선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직서 원칙은 부분적으로만 적용됐다. 이미 앞서 고려가 원나라에 복속된 시절에도 ‘고려 황제’ ‘고려 천자’는 금기어였다. 금기는 조선 건국 초에도 명나라와의 긴장관계 탓에 그대로 이어졌다. 정도전(1342∼1398)은 ‘고려국사’를 편찬하면서 ‘고려 황제’ 표현을 ‘참의지사(僭擬之事·참람하게 흉내 낸 사실)’로 보고 ‘종(宗)’을 ‘왕’으로 개서(改書·고쳐 씀)했다. 직서 원칙은 다수 신료들의 반발로 후퇴하기도 했다. 고려가 황제제도를 시행하던 시기 군주의 사면령에 대한 서술도 그 가운데 하나다. 신료들은 고려 사료에 ‘대사천하(大赦天下·천하에 사면령을 내림)’라고 한 것을 ‘대사경내(大赦境內·영역 내에 사면령을 내림)’라 고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은 고쳐 쓰지는 않고, ‘천하’ 두 글자를 삭제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이처럼 직서 원칙의 예외는 점차 늘어났다. 노 교수는 고려에는 황제제도가 있을 수 없다는 편견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려의 궁중 의례용 속악(俗樂)인 ‘풍입송(風入松)’ 서두에 나오는 “해동천자당금제(海東天子當今帝), 불보천조부화래(佛補天助敷化來)”는 ‘제(帝)’와 ‘불(佛)’ 사이를 끊어 “해동천자이신 지금의 황제는, 부처가 돕고 하늘이 도와 널리 교화를 펴시도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제(帝)’와 ‘불(佛)’을 이어 붙여 해동천자가 ‘제불(帝佛)’이라는 잘못된 번역이 일부 논저에서 이어진다. 노 교수는 “‘제불(帝佛)’이라는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들어내면서까지 ‘고려 황제’를 부정하는 건 여전한 선입견 탓”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달 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VR스퀘어’ 홍대점. 이곳을 찾은 기자는 누덕도사의 도술로 평정심을 훈련받는 애니메이션 ‘머털도사’ 속 머털이가 된 느낌이었다. 버려진 우주선 내부는 위험천만했고, 한 발 잘못 디디면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참이었다. 끊임없이 출몰하는 우주 괴물 앞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손에 들린 레이저 총뿐. 물론 이성은 평평하고 안전한 ‘VR(가상현실)’ 카페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감각은 끊임없이 자신이 전장(戰場)의 외로운 병사라고 인지시키고 있었다. 심지어 게임 속 구출 헬리콥터를 향해 평균대처럼 좁은 다리를 건너다 휘청…. 넘어질 뻔까지 했다. 이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이날 체험한 건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2017년 발매한 건 슈팅 게임 ‘모탈 블리츠 워킹 어트랙션’.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여러 테마파크에 공급돼 있다. ‘워킹 어트랙션’은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행동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이른다. 게임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손에 낀 장갑의 센서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머리에 착용한 ‘HMD(Head Mounted Display)’가 이를 가상현실 속에 구현한다. 몰입도가 상당하다. 이날 회사 동료들과 단합 대회차 VR스퀘어를 찾은 권승완 씨(48)는 “옛날 오락실 게임과 달리 조마조마할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VR 카페는 2년여 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과 강남역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각지로 확산됐다. 갈수록 VR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과거 인기를 모았던 콘텐츠가 VR 게임으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많다. VR가 젊은층뿐만 아니라 윗세대들까지 타깃을 확장하고 있단 뜻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VR 게임으로 꼽히는 ‘비트 세이버’ 역시 과거 ‘펌프’나 ‘DDR’와 같은 리듬 게임의 일종이다. 음악에 맞춰 광선검으로 날아오는 작은 큐브를 쪼개야 한다. 손님 오예린 씨(24)는 “몸을 써서 광선검을 휘두르는 점이 재미”라고 했다. 최근에는 레이싱게임 ‘마리오 카트’가 VR 게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모탈 블리츠’ 역시 오락실에 있던 1인칭 슈팅(FPS) 게임의 VR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방 탈출 카페’를 VR 버전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날 체험한 ‘VR 방 탈출’ ‘파라오의 저주’는 2인이 협력해 여러 단서를 활용함으로써 피라미드를 탈출하는 설정이었다. 기존 방 탈출 카페가 정해진 현실 공간에서 실제 물건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데 비해, VR 방 탈출은 판타지적 요소가 강해 마치 영화 속 인디아나 존스가 된 듯한 느낌을 줬다. 전용 VR 장비와 고사양의 컴퓨터를 마련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VR 게임도 있지만, 아직 워킹 어트랙션 같은 장르는 VR 카페, 테마파크에서나 체험할 수 있다. 과거 오락실과 비교하면 플레이에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에 게임 비용이 만만치 않은 건 단점(VR스퀘어 홍대점의 경우 2인 4시간 자유이용권이 8만 원)이다. 이런 VR 카페의 인기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근 공저한 ‘게임의 이론’(문화과학사)에서 “미국에서 한때 인기를 얻은 게임 ‘세컨드 라이프’처럼 가상공간에서 잠시 허구의 삶을 체험하는 단계를 넘어, 앞으로는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이 되는 삶을 가능케 하는 ‘서드(third) 라이프’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사이버 세계’와 우리를 잇는 고리는 대체로 화면과 손가락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VR는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알려준다. 기술 고도화로 전면적인 감각이 인간과 가상세계를 연결할 때 인류의 인지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 ‘바츠 해방 전쟁’(‘리니지2’ 게임 속에서 2004∼2008년 다수의 저레벨 플레이어가 연합해 서버를 장악한 거대 혈맹에 맞선 일)과 같은 사건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게임 연구자 이경혁 씨는 “VR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밝게만 전망되지는 않는다. 당장은 거추장스럽지 않은 무선 VR 기기의 보급과 최적화된 콘텐츠의 등장이 관건”이라면서도 “게임이 현실로 들어오고, 현실은 게임화하는 경향은 날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jjj@donga.com·김기윤 기자}
교황청에 3번째 한국인 외교관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다운 신부(37·세례명 요한 바오로)는 4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교황청 외교관학교를 최우등(숨마 쿰 라우데)으로 졸업했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약 1개월 뒤 세계 교황청대사관으로 발령이 나는 것이 통례다. 지난해 황인제 신부(37)가 외교관학교를 졸업하고 르완다 교황청대사관으로 발령을 받았고, 장인남 대주교가 태국·캄보디아·미얀마 교황대사로 재직 중이다. 정 신부는 이날 교황청 산하 로마 라테라노대에서 논문 ‘국제법에 따른 한국에서의 탈북자의 지위와 정착’을 발표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며 외교관학교 졸업 자격을 갖췄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액 강연료 논란이 일었던 ‘대덕구와 김제동(사진)이 함께하는 청소년 아카데미’ 행사가 취소됐다. 대전 대덕구(구청장 박정현·더불어민주당)는 “김제동 씨 측과 행사 진행을 논의한 결과 논란을 빚는 상황에서 청소년을 위한 당초 취지대로 원활하게 행사를 진행시키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대덕구는 15일 한남대 성지관에서 지역 거주 청소년과 학부모 1600여 명을 초청해 여는 청소년 아카데미 ‘사람이 사람에게’에 김 씨를 강사로 섭외했다. 김 씨는 1시간 반 강연을 하고 1550만 원을 받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 소속 구의원들이 “재정 자립도도 열악한 대덕구가 편향적 인물로 꼽히는 김 씨에게 고액 강연료를 지급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반발했다. 대덕구는 “강연료는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혁신지구교육사업 예산(국비)의 일부로 지급된다”고 해명했다. 대덕구는 “김 씨가 이번 행사 취소와는 별개로 구청과 논의해 앞으로 대덕구 청소년을 후원할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조종엽 jjj@donga.com / 대전=지명훈 기자}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0주기를 기념하는 공모전과 특강이 열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삶과 영성을 되새기고자 ‘생명나눔·생명존중 작품공모전’을 연다고 4일 밝혔다. 김 추기경과의 인연, 생명나눔, 생명존중을 주제로 한 포스터, 표어, 글, 동영상, 웹툰을 9월 30일까지 공모한다. 대상(상금 100만 원)에 추기경상 1점과 보건복지부 장관상 1점 등 총 82점을 시상한다. 신청서는 공동 주관 단체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연속 특강 ‘바보에게 길을 묻다’도 열린다. 박승찬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과 박준양 신부가 11, 18,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문화관에서 강연한다. 참가 문의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외계 지성체 탐색, 즉 세티(SETI) 프로젝트가 2020년 60주년을 맞는다. 아직 성과는 없다. 그런데 왜 인류는 외계생명을 찾는가? ‘생명이 넘치는 지구가 여기 있소’라고 일부러 알릴 필요가 있는가. 하필 우리가 고대하던 외계인이 ‘타노스’ 같은 빌런(악당)일 수도 있지 않나! 이론물리학자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자 세티 연구에 깊이 관여해 온 저자는 “만약 밖에 선진 문명이 있다면 지구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의 생명은 그들이 인지할 만큼 충분히 오래 활동해 왔고, 지구를 정복하고자 했다면 이미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세티 프로젝트는 “우주의 거대한 진화와 연결된 우리 자신의 존재를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세티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 문명, 인간의 존재를 성찰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달자야, 봄날이 올 끼다.” 신달자 시인은 좌절해 있던 몇 년 전 오현 스님(1932∼2018) 앞에서 ‘봄날은 간다’를 서럽게 부르자 스님이 자신을 이렇게 격려했다고 한다. 시인은 이후 서서히 힘을 되찾았다며 “오현 스님의 그늘은 너무 신령스러워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넓어지기만 했다”고 회고했다. 나눔을 실천하며 무애(無애)의 삶을 살았던 시대의 선승(禪僧) 오현 스님의 1주기(26일)를 앞두고 최근 출간된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김병무, 홍사성 엮음·인북스)에 실린 얘기다. 스님과 평소 가까웠던 이들의 추억담을 모은 이 추모 문집에는 정래옥 전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이장의 회고도 있다. 백담사 조실(祖室)이었던 스님은 용대리 주민들과 각별하게 지냈다. 2007년 TV 선로와 장비가 노후해 용대리 주민들이 TV를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스님이 “백담사에 범종을 만들어 달려고 모아놓은 돈”을 선뜻 건넸다고 한다. 정 이장은 종 없이 빈 종각을 보며 “고맙고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회고했다. 오현은 시조시인으로 활동할 때 쓴 속가 이름이고, 정식 법호와 법명은 설악 무산(雪嶽 霧山) 대종사다. 1주기를 앞둔 16일 스님이 조실로 추대됐던 설악산 신흥사(강원 속초시)에서는 설악 무산 대종사 추모 다례가 열렸다. 화암사 회주 정휴 스님, 전계대화상 성우 스님 등 조계종 원로 스님과 도반을 비롯해 정치인과 기업인, 용대리 식당 주인, 시인, 문인, 가톨릭 신자 등 각계각층에서 스님의 뜻을 기리는 3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이 이날 “어떻게 탁한 가운데 맑음을 가릴꼬. 구름이 없으니 산마루가 드러나고, 오직 밝은 달은 물결 위에 있음이로다”라는 진제 종정의 법어를 대독했다. 성우 스님은 추도사에서 “여기 모인 인연 있는 대중은 모두들 마음 한 자락을 잃어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한 용대리 주민은 “인사드리러 가면 ‘일은 쪼매만 하고 건강히 살라’고 하셨다”며 스님을 추억했다. 이날 추모 다례에는 주호영 국회의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진태 전 검찰총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도 참석했다. 앞서 15일에는 스님이 설립해 동국대에 기증한 만해마을(용대리)에서 열반 1주기 추모 세미나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이 불교평론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문학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스님의 문학세계를 조명했다. 이 교수가 “스님의 시집 ‘심우도’(1979년)의 발문은 ‘영혼의 세척에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손끝만으로는 각자(刻字)되지 않는 전신연소(全身燃燒)를 해내고 있다’고 감동적으로 설파했다”고 소개하자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40년 전 이 발문을 썼던 이근배 시조시인은 “스님의 인간 사랑에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썼다”며 “스님은 법명대로 ‘안개 산’ 같아서 모습을 보면서도 모두 헤아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병활 성철사상연구원장은 발표에서 “스님의 불학 사상에는 지혜와 방편이 융합돼 쉽게 불교를 설명하는 가르침이 지천(至賤)”이라고 말했다. 구중서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 김광식 만해학회 회장, 박시교 김지헌 시인 등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신달자 시인은 “스님이 아직도 금방 문을 열고 들어설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속초·인제=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고성 수도원이 ‘아빠스(abbas)좌(座)’ 수도원으로 승격했다. 올 2월 이탈리아의 몬테 올리베토 총원이 승격 교령을 발표했고, 초대 아빠스로 수도원 원장인 유덕현 신부(58)가 선출된 것. 한국의 아빠스좌 수도원 탄생은 왜관 수도원의 전신인 백동 수도원이 1913년 아빠스좌로 승격된 지 106년 만이다. 아빠스는 아버지를 뜻하는 라틴어로 베네딕토 계열 수도회의 대수도원장을 일컫는다. 사제 서품 권한만 없을 뿐 주교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다. 유 아빠스를 13일 경남 고성군 대가면 수도원에서 만났다. “옛 은수자(세속을 떠난 수도자)들은 동굴에서 혼자 살았고, 사막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사막은 하느님을 만나는 고독의 장소입니다. 침묵하는 시간은 사막 대신 고독의 장소가 됩니다.” 수도원은 고속도로를 나와서도 백로가 서성이는 논을 지나 10여 km를 더 들어간 산자락에 있었다. 작은 간판이 달린 정문을 지나자 새소리만 가득했다. 수도자들은 낮에는 가능하면 작은 소리로 적게 말하는 ‘소침묵’, 밤에는 전화기도 끄고 큰일이 아니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대침묵’을 실천한다. 유 아빠스는 “통화가 잘 안 돼 답답해하는 외부 분들도 있지만 그러니까 수도원”이라고 했다.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고성 수도원이 아빠스좌로 승격한 건 수도 공동체의 저력과 위상이 반영된 것이다. 해마다 가톨릭 신자 등 약 1만 명이 고요를 찾아 고성 수도원으로 피정을 온다.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삽니다. 매일 하느님께 의탁하고,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묵상하고, 형제를 사랑합니다. 우리의 소박한 삶이 하느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가 됩니다.” 수도원에 신부와 수사 등 30명이 하루 기도 7번, 미사 1번, 성경 읽는 시간 2번, 오후 노동의 일과를 되풀이한다. 양봉, 액체 비누 제조와 함께 이탈리아의 연합회 총원에서 수입한 포도주와 올리브를 팔기도 한다. “이런 생활이 쉽지 않거든요. 내 존재도 없는 거 같고…. 고요해 보여도 내적으로는 이기적이고 헛된 생각을 물리쳐야 하니 영적 투쟁이 많지요.” 유 아빠스의 사목 표어는 ‘TOTUS TUUS’(온전히 당신의 것). 신부가 아니었다면 장군이 됐을지도 모른다. 1986년 유 아빠스는 화학공학을 전공한 학군단(ROTC) 출신으로 군수사령부에서 미사일을 담당하는 전도유망한 대위였다. 국방부가 무기 체계를 공부해 오라며 유학을 권유해 준비하던 중에 “하느님이 나를 이끄시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우연히 부산에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가난한 동네에서 운영하는 ‘봉사의 집’에 갔다. 오토바이 마니아였던 그는 ‘할리 데이비슨’을 사려고 수년간 모았던 돈을 수술비가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건넸다. 나중에 들른 수녀회 책장에서 산과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려진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딥니까.” 할머니 수녀가 답했다. “산속에 살면서 기도만 하는 곳이란다.” 유 아빠스는 1988년 7월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할 때 창설 멤버로 입회해 1998년 사제품을 받았고, 2013년 고성 수도원 원장에 선출됐다. “부자는 더 큰 부자와 비교해서 불행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더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해 불행합니다. 행복해지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습니다. 멀리서 찾지 마세요. 가족과 더 자주 밥 먹고 대화하고, 친구들과 함께하세요.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 눈 앞의 사람을 사랑하세요.”고성=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고성 수도원이 아빠스(abbas)좌(座) 수도원으로 승격했다. 올 2월 이탈리아의 몬테 올리베토 총원이 승격 교령을 발표했고, 초대 아빠스로 수도원 원장인 유덕현 신부(58)가 선출된 것. 한국의 아빠스좌 수도원 탄생은 왜관 수도원의 전신인 백동 수도원이 1913년 아빠스좌로 승격된 지 106년 만이다. 아빠스는 아버지를 뜻하는 라틴어로 베네딕토 계열 수도회의 대수도원장을 일컫는다. 사제 서품 권한만 없을 뿐 주교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다. 유 아빠스를 13일 경남 고성군 대가면 수도원에서 만났다. “옛 은수자(세속을 떠난 수도자)들은 동굴에서 혼자 살았고, 사막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사막은 하느님을 만나는 고독의 장소입니다. 침묵하는 시간은 사막 대신 고독의 장소가 됩니다.” 수도원은 고속도로를 나와서도 백로가 서성이는 논을 지나 10여㎞를 더 들어간 산자락에 있었다. 작은 간판이 달린 정문을 지나자 새소리만 가득했다. 수도자들은 낮에는 가능하면 작은 소리로 적게 말하는 ‘소침묵’, 밤에는 전화기도 끄고 큰일이 아니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대침묵’을 실천한다. 유 아빠스는 “통화가 잘 안돼 답답해하는 외부 분들도 있지만 그러니까 수도원”이라고 했다.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고성 수도원이 아빠스좌로 승격한 건 수도 공동체의 저력과 위상이 반영된 것이다. 해마다 가톨릭 신자 약 1만 명이 고요를 찾아 고성 수도원으로 피정을 온다.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삽니다. 매일 하느님께 의탁하고,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묵상하고, 형제를 사랑합니다. 우리의 소박한 삶이 하느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가 됩니다.” 수도원에 수사 24명과 신부 10명이 하루 기도 7번, 미사 1번, 성경 읽는 시간 2번, 오후 노동의 일과를 되풀이한다. 양봉, 액체 비누 제조와 함께 이탈리아의 연합회 총원에서 수입한 포도주와 올리브를 팔기도 한다. “이런 생활이 쉽지 않거든요. 내 존재도 없는 거 같고…. 고요해 보여도 내적으로는 이기적이고 헛된 생각을 물리쳐야 하니 영적 투쟁이 많지요.” 유 아빠스의 사목 표어는 ‘TOTUS TUUS’(온전히 당신의 것). 신부가 아니었다면 장군이 됐을 지도 모른다. 1986년 유 아빠스는 화학공학을 전공한 학군단(ROTC) 출신으로 군수사령부에서 미사일을 담당하는 전도유망한 대위였다. 국방부가 무기 체계를 공부해 오라며 유학을 권유해 준비하던 중에 “하느님이 나를 이끄시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우연히 부산에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가난한 동네에서 운영하는 ‘봉사의 집’에 갔다. 오토바이 마니아였던 그는 ‘할리 데이비슨’을 사려고 수년 간 모았던 돈을 수술비가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건넸다. 나중에 들른 수녀회 책장에서 산과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려진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딥니까.” 할머니 수녀가 답했다. “산 속에 살면서 기도만 하는 곳이란다.” 유 아빠스는 1988년 7월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할 때 창설 멤버로 입회해 1998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2013년 고성 수도원 원장에 선출됐다. “부자는 더 큰 부자와 비교해서 불행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더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해 불행합니다. 행복해지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습니다. 멀리서 찾지 마세요. 가족과 더 자주 밥 먹고 대화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세요.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 눈 앞의 사람을 사랑하세요.” 고성=조종엽기자 jjj@donga.com}

“한국은 이미 ‘국가인종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우수한 인종적 자질’을 가진 1%를 추려내는 것과 다름없는 교육·대입 제도도 그 단면입니다.” 서양 인종주의의 지적 기원을 탐구한 책 ‘증오하는 인간의 탄생’(역사비평사·2만5000원·사진)을 최근 발간한 나인호 대구대 역사교육과 교수(59)는 9일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도 일상에서 인종주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18세기 말∼20세기 초 서양의 인종주의 사관과 역사철학을 다뤘다. 흔히 인종주의는 ‘일탈적 사상’이었고, 연합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에는 힘을 잃은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나 교수는 “서양에서 인종주의는 자유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정교하고 체계적인 근대 핵심 사상이었다”라며 “오늘날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연합국은 ‘인종 청소’에 대해 “이게 다 히틀러 때문”이라고 몰아갔지만 인종주의는 연합국 내에서도 심각했다. 반유대주의 사상인 ‘유대인 세계지배 음모론’을 미국 전역과 세계에 유포한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1863∼1947)였다. 나치가 이를 학습했다. 열등한 유전자를 없앤다는 미명 아래 단종법(斷種法)을 처음 도입한 곳도 미국이다. 최근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격 테러 역시 일탈한 광인(狂人)의 범죄로만 보기 어렵다고 나 교수는 지적했다. 유럽에서 난민 포용에 반대하며 ‘전통 기독교 문화의 수호’를 강조하는 것 역시 ‘인종’이라는 단어만 쓰지 않을 뿐 제국주의 시대부터 이어지는 문화적 인종주의라는 것이다. 특히 민족주의와 제국주의가 결합해 등장한 국가인종주의는 국민 구성원 내부에도 폭력으로 작용했다. 국가인종주의는 국가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민족을 우수하게 개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집단 내 경쟁을 강화해 우수한 인종적 자질을 가진 이가 살아남도록 해야 하고,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은 ‘청소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나 교수는 최근 한국도 인종주의적 증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난민 괴담’이나 반유대주의적 증오가 수입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널리 유포되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 증오의 확산 역시 전형적인 국가인종주의라고 나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 조선족, 특정 지역 등에 대한 증오 발언이 차별 수준을 넘어 20세기 반유대주의나 유고 내전 당시에 비견할 수 있는 정도까지 이르렀다”라며 “국가인종주의의 진짜 무서운 점은 외부의 타자 차별뿐 아니라 새로운 내적 타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은 이미 ‘국가인종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우수한 인종적 자질’을 가진 1%를 추려내는 것과 다름없는 교육·대입제도도 그 단면입니다.” 서양 인종주의의 지적 기원을 탐구한 책 ‘증오하는 인간의 탄생’(역사비평사·2만5000원)을 최근 발간한 나인호 대구대 역사교육과 교수(59)는 9일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도 일상에서 인종주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18세기 말~20세기 초 서양의 인종주의 사관과 역사철학을 다뤘다. 흔히 인종주의는 ‘일탈적 사상’이었고, 연합국의 2차대전 승전 이후에는 힘을 잃은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나 교수는 “서양에서 인종주의는 자유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정교하고 체계적인 근대 핵심 사상이었다”라며 “오늘날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연합국은 ‘인종 청소’에 대해 “이게 다 히틀러 때문”이라고 몰아갔지만 인종주의는 연합국 내에서도 심각했다. 반유대주의 사상인 ‘유대인 세계지배 음모론’을 미국 전역과 세계에 유포한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1863~1947)였다. 나치가 이를 학습했다. 열등한 유전자를 없앤다는 미명 아래 단종법(斷種法)을 처음 도입한 곳도 미국이다. 최근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격 테러 역시 일탈한 광인(狂人)의 범죄로만 보기 어렵다고 나 교수는 지적했다. 유럽에서 난민 포용에 반대하며 ‘전통 기독교 문화의 수호’를 강조하는 것 역시 ‘인종’이라는 단어만 쓰지 않을 뿐 제국주의 시대부터 이어지는 문화적 인종주의라는 것이다. 특히 민족주의와 제국주의가 결합해 등장한 국가인종주의는 국민 구성원 내부에도 폭력으로 작용했다. 국가인종주의는 국가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민족을 우수하게 개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집단 내 경쟁을 강화해 우수한 인종적 자질을 가진 이가 살아남도록 해야 하고,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은 ‘청소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나 교수는 최근 한국도 인종주의적 증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난민 괴담’이나 반유대주의적 증오가 수입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널리 유포되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 증오의 확산 역시 전형적인 국가인종주의라고 나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 조선족, 특정 지역 등에 대한 증오 발언이 차별 수준을 넘어 20세기 반유대주의나 유고 내전 당시에 비견할 수 있는 정도까지 이르렀다”라며 “국가인종주의의 진짜 무서운 점은 외부의 타자 차별 뿐 아니라 새로운 내적 타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처음에는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가 잠시 후 통증이 밀려왔다. 곧바로 쓰러져 버렸다.” 1980년 5월 광주, 계엄군이 쏜 총탄이 광주 서석고 3학년이던 전형문 씨의 교련복 허리띠 양철 판을 뚫고 허리에 박혔다. 총탄은 배 속을 온통 헤집어 놨다. 수술 뒤에도 골반 뼈에 박힌 총탄은 빼내지 못했다. ‘5·18…’은 서석고 5회 동창생(당시 고3)들의 생생한 광주 5·18민주화운동 체험담을 담았다. ‘광주’는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한 학생은 중3쯤 돼 보이는 아이가 울며 가슴에 박힌 총알 파편을 빼달라고 했다. 파편이 작아 몇 번이나 빼려고 했지만 빼지 못했다. 거리에 쓰러진 시민의 머리를 받쳤는데, 이미 축 늘어져 힘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사복 차림으로 정보 수집과 선동 등을 했던 계엄군의 특수공작부대 ‘편의대’에 대한 중요 증언도 실렸다. 오일교 씨는 시위대원으로 위장한 군 편의대원에게 붙잡혀 상무대 영창에 구속됐다고 회고했다. 시위에 적극 참여한 이도, 그렇지 않은 이도 오래 죄책감에 시달렸다. 적십자병원에서 헌혈을 하려다 줄이 길어 그냥 돌아 나온 이는 “39년이 흐른 지금도 헌혈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아버지의 엄명으로 독서실에 머물렀던 학생은 “시위에 적극 참여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시위에 나섰다가 시골로 내려간 이는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지만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으로 입을 닫고 살았다”고 했다. 한 학생은 시민들이 군 트럭과 지프를 차지한 걸 봤다. 소총을 트럭에 두고 간 일병이 문책 받을 것이 불쌍하다며 한 아저씨가 소총을 군인들에게 다시 갖다 줬다. 시위대는 그런 이들이었다. ‘녹두서점의…’는 5·18 당시 시민들의 상황실 역할을 했던 헌책방 주인과 그 가족의 기록이다. 5월 17일 보안부대로 끌려간 서점 주인 김상윤과 서점을 지킨 아내 정현애, 시민군에 뛰어든 동생 김상집의 시선으로 항쟁의 과정과 에피소드를 담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수천 명이 함께 한강변을 걸어도 별로 시끌벅적하지 않다. 명상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는 지난해에 이어 6월 1일 오전 10시∼오후 3시 서울 한강여의도공원 물빛무대 일원에서 ‘2019 한강걷기명상’ 대회를 연다. 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금강선원(서울 강남구 개포로) 원장인 혜거 스님을 7일 선원에서 만났다. 혜거 스님은 조계종 중앙역경원 초대원장을 지낸 탄허 스님을 은사로 1959년 출가했고, 1988년 선원을 개원한 이래 31년째 도심에서 재가불자들의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 조계종 포교대상을 수상했다. ―걸으면서 어떻게 명상을 할 수 있는지…. “명상은 어떤 생각에 깊이 몰입하는 훈련이다. 원인을 완전히 규명할 때까지 집중하는 것이다. 행주좌와(行住坐臥), 즉 걷거나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도 할 수 있다. 요즘 시간만 나면 걷는 이들이 많다. 그 시간을 명상과 함께 한다면 얼마나 유익하겠나. 절에서도 참선하다가 느린 걸음으로 걷는 포행(布行)을 한다. 선인들은 ‘걷는 명상’을 많이 가르쳤다. 요가에도 있고, 중국 당나라 때 도가 수행법인 ‘보두법(步斗法)’은 대만에서는 지금도 한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명상은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생겨났다. 업(業)이 특별한 게 아니다. 잘못된 습관이 쌓이면 그게 업이 된다. 명상으로 고칠 수 있다. 살아오며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야 한다. 걸으며 이를 돌이켜보겠다는 마음을 내야 한다. ‘내가 그것을 놓쳐서 잘못했구나, 나쁜 버릇이 있는데 고쳐지지 않는 게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일으키면서 걸어야 한다. 시선을 집중하는 게 마음을 집중하는데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몰입하면 안정감이 생긴다. 무엇을 하든 허덕임이 없다. 세상의 본질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도 굉장히 편해진다.” ―명상의 장점은 무엇인가. “현대인들은 분노 조절이 잘 안 된다. 중독을 겪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 이를 벗어나는 데 명상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지구력과 집중력도 기를 수 있다. 보고 듣고 배워 아는 마음 너머에는 듣지 않고,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마저 벗어나면 인간 근본의 마음이 있다. 수행은 그 근본의 마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명상 하면 불교지만 사실 종교를 초월한다. 마음을 닦는 일이고, 표현만 다르다. 방법은 수천 가지이지만 요약하자면 관찰하고 사유하는 훈련이다.” ―대중에 조언을 한다면…. “정치가든 기업가든 성공했다면 다시 공부를 더 하라. 정상에 오르면 내려갈 일밖에 없다. 내려오기 싫다면 공부밖에 없다. 나라도 한 단계 더 오르고자 한다면 종교와 철학 같은 사상이 깊어져야 한다. ―부처님이 오셔서 내린 가르침은 무엇인가. “신본주의(神本主義) 세상에 인본주의를 가르치셨다. 신이 네 운명을 어찌하는 게 아니라는, 네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라는 큰 가르침이다. 일체중생이 평등하다는 것도 가르치셨다. 스스로도 몸소 탁발을 하셨다.” ‘2019 한강걷기명상’ 대회 참가는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운영사무국에 문의하면 된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는 6월 29일 오후 1시 불교역사기념관에서 ‘명상지도자 포럼’을 개최하며, 10월 2일에 개학하는 ‘제6기 명상전문지도자’ 신입생도 모집한다. 접수는 홈페이지로 할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5월 12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도 세계도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평화와 자비가 넘치는 세계를 차안(此岸)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일까. 한국 불교의 최대 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정인 진제 스님을 4월 29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정사에서 만났다. 스님은 인터뷰 내내 ‘바른 참선 수행’을 강조했다. 그는 “수행을 하면 마음의 근본 상태, 억만년 전 내 마음의 전체, 우주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전체가 드러난다”며 “거기에는 나도 너도 없고, 죽음도 없다”고 말했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부처님은 행복은 물질과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이기 위해 사바세계에 나타나셨습니다. 중생계는 항시 탐(貪)·진(瞋)·치(癡)와 ‘나’라는 허세와 허욕을 좇아 온갖 번뇌가 그칠 날이 없어요. 부처님은 ‘중생이 이 갖가지 고통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나 쉴 수 있느냐’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시고 ‘모든 고통을 일시에 다 제거할 수 있으니, 참 나를 바로 보라’는 뜻에서 오셨습니다.” ―최근 스리랑카와 뉴질랜드에서 종교 테러로 많은 이가 희생됐습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희생된 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종교로 인해 사람이 고통 받는 건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지요. 종교마다 극소수의 극단 세력이 지구촌 전체의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인은 ‘생명 존중과 인류의 행복’이라는 공통 가치를 구현하도록 협력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세계는 한 집이고, 사람이나 동물, 돌이나 나무까지도 모두 한 몸입니다. 바른 진리를 알지 못하니 그런 비극이 벌어집니다.” ―정치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치하는 이들이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 진영에 매몰돼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릴 것입니다. 상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원리를 잊은 것 같습니다. 세계 곳곳의 갈등과 분쟁 모두가 마음이 원인입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마음이 불안한데 어떻게 사회가 평안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도 갈등이 깊습니다. “유례없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정신세계는 등한시하고 물질에만 매몰된 금전만능 사회가 됐습니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사람들은 항상 긴장과 갈등을 겪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사회가 경쟁과 비교, 분별심으로 가득합니다. 복잡다단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근원인 인간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마음의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참선 수행밖에 없습니다. 참선을 꾸준히 하면 지혜가 열려 모든 시비와 갈등, 허세, 아집이 봄바람에 눈 녹듯이 없어집니다.” ―육체와 의식, 사회 속 관계를 넘어서는 ‘참 나’라는 게 있습니까. “중생이 ‘나’라고 생각하는 이 몸은 ‘참 나’가 아닙니다. 몸뚱이는 100년 이내에 썩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이 몸을 부모에게 받기 전 ‘참 나’, 우주가 다 멸해도 없어지지 않는 영원한 ‘참 나’가 있습니다. ‘참 나’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까닭에 중생들은 나고 날 적마다 생로병사의 끝없는 고통의 바다에서 헤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인가’ 하는 화두를 들고 참선해야 합니다.” ―큰스님들이 진리를 두고 하셨다는 대화는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진리의 세계는 언어도단처(言語道斷處), 즉 말로 묘사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그러한 세계를 드러내려다 보니 그런 것이지요.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알음알이, 분별로 이해한다는 뜻인데, 그러한 분별이 끊어진 세계가 바로 진리의 세계입니다. 참선 수행을 꾸준히 해서 ‘참 나’를 바로 보게 되면 모든 진리가 그 가운데 다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참구하다가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면 억만년 전 자기의 참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러면 모든 성인의 대화 속 진리가 전광석화로 상통이 됩니다. 이해하기 쉬운 말이나 글은 진리의 문으로 안내하는 길잡이지요.” ―보통 사람도 그런 수행을 할 수 있습니까. “참선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화두를 참구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주 고요한 마음, 한 생각만 흘러가다가 무르익으면 홀연히 해결이 됩니다. 생활하는 가운데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밥을 먹으나 산책을 하나, 일체 처 일체 시에 챙기고 의심해야 합니다. 누구라도 ‘참 나’를 밝히는 화두참선을 꾸준히 하면 위대한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캄캄한 밤중에 길도 없고 차도 없이 서울 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 밝은 지도자를 만나야 합니다. 서울에 도착하지 않은 이는 광대무변한 세계를 모릅니다. 대구쯤 가서 진리의 고향에 이르렀다고 하는 이가 부지기수입니다.” ―종정 재임 중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2015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0만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입니다. 한국 불교 1700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법회였습니다. 전국 사부대중이 운집하고 세계의 고승들도 참석해 불교의 저력을 만천하에 드러내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한국 불교의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 수행이 한반도의 통일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바닥만 한 나라를 남북으로 갈라 후손에게 넘기는 것이 부끄러운 일입니다.” ―안타까웠던 일은…. “지난해 일부 지도부의 문제로 종단이 세인의 지탄의 대상이 돼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한 것입니다. 신뢰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최근에도 사업 관련 의혹 등 종단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의혹은) 나중에 흑백이 가려지겠지요. 먹물 옷을 입었다고 다 스님이 아닙니다. 출가하더라도 세속의 습기(習氣)는 남아있기에 계율을 엄격히 지키고 내실 있는 수행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참선을 안 하는 이는 껍데기만 중입니다. 부처님 앞에 부복하고 평생을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하여 살겠다고 한 서원대로 수행 정진해 청정 승가를 구현할 때 종단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불교와 종단에 개혁이 필요한지요.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은 변할 수 없지만 2600년 불교 역사와 1700년 한국 불교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조계종의 종지가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인 바, 수행이 근본입니다. 승가 교육의 본질인 조사 스님들의 수행 전통을 복원해야 합니다. 편한 것을 찾는 세속의 풍습이 절집에 스며들어 만연하고 있습니다. 각자 직분에서 치열한 정진으로 지혜와 덕을 갖춰야 합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진리의 일구를 선사하겠다”며 종이에 쓴 게송을 건넸다. “만년토록 빛나는 것을 어느 곳에서 찾을꼬(萬古煇然何處覓·만고휘연하처멱)/두두물물이 옛 바람이 드러남이라(頭頭物物現古風·두두물물현고풍).”부산=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하 송진우(古下 宋鎭禹·1890∼1945) 선생 탄생 129주년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서 8일 엄수됐다. 이날 추모식은 고하 송진우 선생 기념사업회(이사장 김창식)가 주최하고 국가보훈처와 광복회,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김창식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고하 선생이 중앙학교 숙직실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준비한 3·1운동이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며 “선생은 절망적이었던 일제 암흑기에도 광복의 밝은 미래를 직시하고 조국 광복을 위해 애국, 애족, 애민 운동을 실천한 선각자”라고 말했다. 오윤겸 서울 중앙고 학생회장이 선생에 대한 약전(略傳·간략한 전기)을 봉독했고,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가 ‘고하 송진우의 대한민국 건국투쟁’을 주제로 추모 강연을 했다. 박 교수는 “고하 선생은 진정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1945년 9월 7일 국민대회 준비위원회를 열었고, 이 국민대회론을 발전시킨 결과가 1948년 5·10총선거를 통한 국회의 구성”이라며 “선생은 강렬한 민족주의자이면서 법률 정당성과 국제 승인까지 생각하며 건국을 구상한 지도자였다”고 강조했다. 고하 선생의 장손인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은 “작은 추모 행사지만 혼란스럽고 논란도 많은 독립운동사와 대한민국 건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하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앙학교 교장을 지내며 국내외 지도자와 제휴해 3·1운동을 계획했고 동아일보 3대, 6대, 8대 사장을 지냈다. 광복 뒤 국민대회준비위원장, 한국민주당 수석총무로 활동하다 1945년 12월 극우 청년들에게 암살됐다. 1963년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유후 전 대통령사정수석비서관,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주 윤봉길연구소 이사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용기 서울남부보훈지청장, 임숙자 3·1여성동지회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정양완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조강환 동우회장, 조홍식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황찬현 전 감사원장(가나다순)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2019 신통일한국 희망전진대회’를 17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개최한다. 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정치·종교지도자, 시민단체 및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 10만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16일에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댄 버튼 전 미국 하원의원,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오노 요시노리 전 일본 방위청 장관,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등이 참석하는 국제지도자회의가 열린다. 주진태 대회 실행위원장은 “이번 대회는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라는 취지에서 세계적 인사들이 참석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적극 지지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꽃밭을 여행했으면 사막으로 가라/사막을 다녀왔으면 다시 꽃밭으로 가라/꽃밭의 향기를 사막에 날리고/사막의 침묵을 꽃밭에 퍼뜨리라/꽃밭에는 사막의 별이 뜨고/사막에는 꽃밭의 꽃잎이 날리리니”(소강석, ‘꽃밭 여행자2’에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신간 시집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샘터·사진)를 최근 출간했다. 1995년 월간문예사조로 등단한 그의 9번째 시집이다. 소 목사는 서문에서 “나의 시가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의 가슴에 바쳐지는 꽃 한 송이가 됐으면 좋겠다. 삶의 외로움과 고뇌로 인하여 밤새 잠 못 드는 이의 불 꺼진 창가를 비추는 달빛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승우 시인(인천대 명예교수)은 해설에서 “풀 한 포기 없는 모래 속에 숨은 전갈과 독사들이 인간의 생명을 노리는 사막에 꽃밭을 가꾸겠다는 믿음이 아름답다. 시로써 영혼의 잠을 깨우고 잠 깬 영혼들이 가무의 즐거움으로 날아오른다면 이것이야말로 영혼 구원의 완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에서 “시집의 행간마다 십자가에 매달려 꽃씨를 뿌리는 한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바보 지식인의 수는 20세기 중반부터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 이들은 특히 평범한 계층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면 ‘무지하다’라고 비난한다.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면 ‘민주주의’라고 말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포퓰리즘’이라고 말한다.” 책 ‘블랙 스완’으로 이 이론을 널리 알린 미국 경영학자의 책이다. 저자는 각종 위기를 초래하는 건 ‘책임지지 않는 인간’이라고 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시티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책임은 납세자가 졌고, 이라크나 리비아 등의 정권 교체를 추구한 개입주의자들도 그 결과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은 “책임을 안고 현실에 참여하라”는 뜻.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