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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협상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 워싱턴에 대한 민관 합동 로비 작전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워싱턴에서 일본에 유리한 기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좌관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중의원이 5일 워싱턴으로 떠났다. 아베 총리 지시로 9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미국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전문가 등을 잇달아 만나 한일 간 위안부 문제가 최종 종결됐음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는 11일 ‘한일 관계와 아시아 지역 역사적 화해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 행사는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아사노 도요미(淺野豊美)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학교 측의 재정 지원을 받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에는 논란이 된 저서 ‘제국의 위안부’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서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패널로 초청됐다.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한국 어젠다를 전담하는 제임스 퍼슨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 소장은 세미나 개최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일본 측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일자 우드로윌슨센터는 지난해 역사학자들의 아베 정권 역사 왜곡 비판 서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와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를 뒤늦게 패널로 섭외했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한국도 정부나 관련 기관이 나서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연초부터 중동에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대부인 이란이 정면충돌하면서 미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는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서는 중동 이슬람계의 ‘빅2’인 두 나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반(反)정부 인사 4명을 처형한 것을 계기로 양국이 부딪히면서 중동 지역 반IS 국제연합군 전력에 적지 않은 균열이 우려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최우선 외교 현안으로 지난해 프랑스 테러를 자행한 IS 격퇴를 꼽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성명을 내고 “사우디 정부가 시아파 지도자들을 처형한 것을 다시 한 번 우려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지도자들이 어느 때보다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측이 차이점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외교적 약속과 함께 직접적인 대화가 필수적”이라며 “미 정부는 양측 지도자들이 긴장 완화를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도록 계속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사태가 오랜만에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전황(戰況)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미국 등의 공습에 힘입어 이라크군은 지난해 12월 IS의 거점인 라마디를 탈환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군이 아직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에서 입김이 센 사우디, 이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라크 모술, 시리아 락까 등 다른 IS 거점 지역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필요하면 조만간 양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 확산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할 계획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이후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주장해 온 미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급기야 테러 단체의 ‘구인 광고’에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소말리아에서 알카에다의 지역조직 역할을 하는 테러단체 ‘알샤바브’가 최근 만든 조직원 모집용 홍보 영상에 트럼프가 나온다고 테러감시단체 시테(SITE)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알샤바브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 온 51분짜리 다큐멘터리 형식의 동영상에는 트럼프가 지난달 7일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트럼프 발언 앞부분엔 2011년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알카에다 고위간부 안와르 알아울라키가 “미국의 무슬림들은 이슬람 나라로 떠나느냐, 그곳에 남아 서방과 싸우느냐의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이 포함돼 있다. 알샤바브는 이 영상에서 “미국은 인종주의와 차별의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무슬림 공동체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발언이 이슬람 과격 테러집단에 악용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 발언은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조직원 포섭에도 활용된 바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정치 리더십에 대한 전례 없는 신뢰 부족이 정치 위기의 가장 큰 이유이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이 다르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예언한 ‘역사의 종말’(1992년)로 유명한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64)는 지난해 12월 22일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확산되는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상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기술은 발전하고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국민들의 기대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데 정치 제도와 리더십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저서 ‘정치 질서와 정치 쇠퇴’를 펴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올해 대선(11월)을 앞둔 미국과 총선(4월)을 앞둔 한국의 정치 문제점을 진단하고 북핵,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터뷰는 후쿠야마 교수의 제자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임은정 교수 연구실에서 실시간 화상 통화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연말 세미나와 강연 일정에 바쁜 후쿠야마 교수가 대면 인터뷰 대신 화상 통화를 먼저 제안했다. 》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해 온 미국 정치가 지금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로 상징되는 혼란에 빠져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갈라지고 무슬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및 종교에 대한 백인 주류 사회의 편견도 거세다.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트럼프의 말도 안 되는 각종 주장, 가령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고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말들이 사회적으로 멀쩡히 유통되고 있다. 가히 ‘뉴 포퓰리즘’이라 할 만하다. 이는 미국 사회 내부에서 작동해야 할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트럼프가 6개월 넘게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정치판을 좌우할 수 있나. “현재 그는 분노하는 미국인들의 아이콘이다. 트럼프는 백인 블루칼라(노동계층)를 주로 대변하고 있는데 이들은 한때 중산층이었지만 상당수는 현재 그 아래로 밀려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이 차지했던 전통적인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히스패닉 이민자가 몰려와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협하고 무슬림까지 들어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기성 정치가 최소한의 해답을 줄 것으로 믿었는데 돌아온 것은 없었다. 그러니 트럼프를 통해 분노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배설 창구일 뿐 답을 주지 못하는 게 문제다.” CNN이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26%였고, 66%는 ‘잘못 가고 있다’고 답했다. ―당신은 2014년 펴낸 ‘정치 질서와 정치 쇠퇴’에서 서로 인정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거부정치(vetocracy)’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치가 딱 그 모양새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주요 이슈를 놓고 민주, 공화는 물론이고 정부와 의회가 수시로 충돌해 왔다. “미국 정치에는 오랫동안 상호 견제라는 원칙을 작동시켜 가급적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있었다. 외교안보 등 큰 이슈에서는 소속 정파와 정당을 떠나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낸 게 미국 정치의 오랜 저력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정치에 이런 집단 지성이 안 보인다. 몇 개월 전 방문한 한국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은 듯했다.” ―당신 지적대로 한국도 여야 갈등은 물론이고 당청 갈등, 야권 분열 등 도무지 합의라는 정신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도 ‘거부정치’에 돌입한 상태인가. “그렇다고 본다. 사실 역사는 다르지만 지금 한미 양국 민주 정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원인은 엇비슷하다.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강력하면서도 여론의 흐름을 읽는 정치 리더십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여러 가지로 위기적 요소가 많다. 수십 년 이어진 보수와 진보 세력의 갈등, 대안 세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척박한 정치적 토양 등이다. 여기에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젊은이들의 상실감은 커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정치 혐오감으로 이어진다. 아까 말한 트럼프 돌풍의 이유와 비슷하지 않은가. 한국이 총선과 대선을 연달아 치러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국에서도 트럼프와 비슷한 인물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다면 정치 리더십은 이 시점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의장과 충돌하는 등 ‘거부정치’의 한복판에 있는데…. “국정 최고책임자가 여야를 넘나드는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 다음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그 시작조차 잘 안 되고 있지 않나.” ―당신은 요즘 민주주의가 추구해야 할 모델로 유럽, 특히 덴마크를 자주 꼽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덴마크가 국토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잘 작동하고 경제도 발전하고 있다. 들여다보니 정치 지도자가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책임 정치를 하면서 동시에 법치주의가 예외 없이 관철돼 국가 제도가 강력한 효율성을 갖고 있더라. 미국, 한국과 환경은 다르지만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서 덴마크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 해 동안 지구촌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가 ‘이슬람국가(IS)’ 테러 아닌가 싶다. 프랑스 파리,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테러로 지구촌 어디도 IS 테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선 무슬림 혐오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등 전 세계 자유 국가들이 IS 테러에 대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IS가 계획하는 테러 자체뿐만 아니라 테러에 대한 사회적 반응 중 하나로 구성원들 간 이질감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IS 테러 증후군’이라 할 만하다. IS가 최종 타깃으로 삼은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테러 대응 능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까지 겹치면서 더 문제가 심각하다. 아마 대선 후 새 정권이 들어서야 종합적인 IS 격퇴 전략이 수립될 것으로 본다. 세계 질서의 기본인 국경도 무시하고, 이슬람 세계에서도 이단 세력으로 통하는 IS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말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필요하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미국엔 그런 게 없다. 당연히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에 그런 추진력이 있을 리 없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처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과 참모들의 역량이 아쉬울 때가 많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나. “미국이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시아 재균형’이란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이 지역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과 일본과의 3각 안보 동맹을 형성하는 노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의 외교 역량이 아시아로 집중된다고 보는 미국인은 내 주변에 별로 없다. 현재 미국의 외교 전략은 중동에 대부분 쏠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2015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아시아를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올해 마지막 신년 연설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TPP의 타결 정도가 가시적 성과다. 물론 의회라는 문턱은 아직 넘지도 못했다.” ―그런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예상하나. “알고 지내는 한 정부 관료가 얼마 전 나에게 ‘북핵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면 나에게 팔라’고 하더라. 그만큼 지금은 뾰족한 해법이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도 각국이 서로 다르고, 무엇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시그널이 전혀 없다. IS 격퇴만으로도 정신없는데 미국이 북핵 해결에까지 나설 여력은 없어 보인다. 새 정권이 들어서도 당분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후쿠야마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여전히 대부분의 미국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식 역사 접근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정부는 아베 총리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데 딜레마를 느낄 수밖에 없다.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프랜시스 후쿠야마 약력○1952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생 (일본계 3세)○1973년 코넬대 졸업○1979년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1979∼1996년 랜드연구소 연구위원○1996∼2000년 조지메이슨대 교수○2000∼2010년 존스홉킨슨대 국제관계 대학원 교수○2010년∼현재 스탠퍼드대 교수○주요 저서: ‘역사의 종말’(1992년), ‘트러스트’(1995년), ‘정치 질서의 기원’(2011년), ‘정치 질서와 정치 쇠퇴’(2014년)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석호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가 잇따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며 대통령이 되면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두 명은 지금까지 각종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기조인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난하며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3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휴양지인 힐튼헤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슬람 국가’(IS)가 큰 문제이고 러시아와 중국도 문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며 “그런데 북한의 미치광이(maniac)도 문제다. 그는 실제로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나는 매년 수천대의 텔레비전을 주문하는데 이는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며 “우리는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후보은 이날 TV 광고에서 “오늘날 우리는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해있다”며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와 북한의 미치광이(lunatic), 모스크바의 깡패, 그리고 이스라엘 총리보다 이란의 아야톨라(이란의 정신적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지칭)를 더 존경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동맹은 우리를 신뢰하지 않으며 우리의 적은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는 첫날에 그것이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김정은 정권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공화당 내부에서 대북 정책이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TV 토론에서 “누구도 미치광이가 앉아서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정치권의 북한에 대한 무관심을 질타한 바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일본 정부 인사와 언론들이 위안부 문제 합의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29일 “양보는 했지만,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확실하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설명에 착수할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또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난 자리에서 “소녀상 철거를 위한 절차와 시기를 둘러싼 조정에 들어갈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던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위안부 합의 당일인 28일 도쿄(東京)의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것을 두고도 아베 총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 우익 정치인과 언론의 물타기 발언과 보도가 이어지더라도 ‘최종 해결’ 및 ‘비난 및 비방 자제’를 약속한 한국 정부가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일본군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막후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에 조바심을 내 오던 미국 정부는 협상 타결을 크게 환영하며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 간의 외교 협상에서 막후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 왔는지 보여 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안부 최종 협상은 한일 양국 정상이 주도한 것이지만, 동시에 미국은 그동안 적절하고 건설적인(appropriate and constructive)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정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권유와 충고를 해 줬으며 협상 타결이 미국은 물론이고 양국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설명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미리 막거나,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기 위해 은밀히 노력했다(work quietly)”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미국이 막후 중재자 역할을 공개한 것은 한미일 동맹을 다시 결속시키면서 양측에 재발 방지를 경고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미국은 ‘미국 역할론’을 띄우며 환영 논평을 잇달아 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는 용기와 비전을 갖고 합의를 도출해 낸 한일 양국 정상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며 “양국은 합의를 이행함으로써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은 (합의의) 전면적인 이행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만큼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3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박 대통령의 ‘결단’은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위안부 문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합의를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얻은 것 못지않게 잃은 것도 적지 않아 ‘무승부’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3년 동안 엇나갔던 박 대통령-아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한 태도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가해자라는 입장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아베 총리는 한 달 뒤 “침략이라는 정의는 어느 측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맞불을 놓았다. 지난해 4월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가 시작됐지만 원활하지 않았다. 12차례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박 대통령은 고비 때마다 결단을 내리고 지침을 주면서 협상 진전을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는 됐지만 과거사 해결은 되지 않았다”며 “한일 국교 50주년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협상이 타결됐다는 데 상징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내년으로 넘어가면 4월 한국 총선,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보이지 않는 손’ 역할?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한일 정상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 침해”라며 아베 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일본은 ‘미국 개입론’을 흘리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27일 “협상 후 미국 정부가 환영성명을 발표한다”는 등 미국이 위안부 협상에서 일본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물론이고 미 정부도 이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일본이 민관 합동으로 오랫동안 미 정치권과 학계를 대상으로 펼친 전방위 로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위안부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과거사 문제를 넘어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대일 관계 개선을 추진할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국 가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나 “이번 협상 결과가 성실하게 이행됨으로써 한일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시다 외상은 “한미일과 안보협력이 전진할 소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박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부 위안부 피해자와 야권에서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배상금 지급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를 관련 단체와 협의하기 시작하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 역시 한국,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계기는 마련했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 일본 내 극우 세력의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은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타결 직후 서울발 기사로 ‘기념비적 합의’라고 평가한 뒤 “이번 합의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두 동맹인 한일 양국 간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이 본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관련 국가(일본)가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일본에 대한 당부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일본이 아시아 인민들에게 저지른 반(反)인도적 죄행에 대해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고,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워싱턴=이승헌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낮 12시 10분. 미국 워싱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1957년 개관) 이슬람사원인 ‘더 이슬라믹센터’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기도시간에 맞춰 무슬림 40여 명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백악관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서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압바시 씨는 사원 내 유일한 아시아인인 기자를 보자 “어떤 일로 왔느냐”며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잇단 테러 후 무슬림들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그는 기자의 손을 붙잡더니 사원 한쪽으로 안내했다. 압바시 씨는 “백인들은 겉으로는 대부분 무슬림이 IS와 별 상관없다고 하면서도 우리를 보는 시선이 싸늘해졌다”며 “지난해 크리스마스 땐 이웃 교회와 교류하며 인사도 주고받았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다”고 푸념했다. 20여 분 남짓 기도하던 자영업자 이스마엘 모하메드 씨는 “무슬림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화당 대선후보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꾸란 훼손 등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슬림 혐오 범죄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모하메드 씨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서로 종교만 다를 뿐 평화를 사랑하는 것은 똑같은데 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것 자체가 이렇게 위협으로 간주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날인 25일 텍사스 주 휴스턴의 이슬람사원에선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경찰이 방화 여부를 놓고 수사에 들어갔다. 기자는 앞서 지난달 IS의 파리 테러 후 이곳을 찾았었다. 당시 만난 무슬림 중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 기독교인들도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거나 “곧 다시 잘 지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희망 섞인 얘기를 했다. 그러나 한 달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난 무슬림들은 체념하는 모습이었다. 택시 운전을 하는 젊은이 압둘 씨는 “워싱턴에 산 지 5년 됐다. 크리스마스에 성가대 노래도 들을 겸 교회나 성당으로 놀러간 적도 있는데 올해는 엄두도 못 낸다. 교회 문턱을 제대로 들어설 수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원을 나서면서 백인 보수층의 편견과 IS 테러가 뒤섞여 당분간 백인 주류 사회와 미국 내 무슬림 간 장벽이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슬림도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다는 분위기다. 무슬림 이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이브라힘 후퍼 대변인은 26일 CNN 인터뷰에서 “무슬림 사이에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년 대선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정부가 자국산 원유 수출을 허용한 이후 처음으로 내년 1월 미국산 원유가 40년 만에 해외로 다시 수출된다. 이에 따라 미국산 원유가 국제유가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도 중동에 의존하는 원유 수입원을 다양하게 할 기회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원유생산업체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는 내년 1월 초 휴스턴 운하에서 60만 배럴의 경질유를 네덜란드로 보낼 유조선에 선적할 계획이라고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8일 원유 수출 허용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미국의 원유가 수출되면 유럽 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원유와 경쟁하면서 유럽 정유사들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 정유사들은 러시아, 중동,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원유를 사들여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도 수혜국으로 거론된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등과 겹쳐 수입원을 다변화할 수 있어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석유시장이 판매자 중심에서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중동 산유국들이 북미·유럽보다 아시아권에 더 비싸게 원유를 파는 ‘아시아 프리미엄’ 관행이 줄어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1달러대로 내려앉아 11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18달러 내린 배럴당 31.82달러로 집계됐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한 영국 무슬림 가족 11명이 크리스마스를 디즈니랜드에서 보내려다 미국행 비행기 탑승 직전에 저지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주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타려던 무함마드 타리끄 마흐무드 씨 가족은 꿈에 그리던 디즈니랜드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낼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마흐무드 씨, 8∼19세 자녀 9명, 마흐무드 씨의 형 등 11명이 출국할 예정이었다. 아이들은 “미키마우스 인형을 사겠다”며 들떠 있었다.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타려던 순간 런던 공항에 나와 있던 미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이 마흐무드 씨 가족의 탑승을 막았다. 마흐무드 씨의 미국행 비자가 취소됐다고 일방적인 통지를 받았다. 꿈에 그리던 휴가가 악몽으로 변한 마흐무드 씨 가족은 답답한 마음에 미국 정부 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해명은 듣지 못했다. 런던 인근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마흐무드 씨는 23일 WP와의 인터뷰에서 “내 이름이 마흐무드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에 가지 못했다. (무슬림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결국 당했다(trumped)”고 하소연했다. 이에 미 당국은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국 제한이라는 권한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입국 거부 사실은 무슬림 가족의 거주지가 지역구인 스텔라 크리시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편지를 쓰면서 알려졌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번 사건은 미영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슬람국가(IS)’ 주도의 프랑스 파리 테러와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테러 후 자생적 테러 가능성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미국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언론들의 분석이다. 앞서 영국인 이슬람 성직자(이맘)인 아즈말 마스루르도 17일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다 저지당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올해만 여러 차례 미국을 다녀왔지만 이번엔 주영 미국대사관 직원이 다가와 “당신 비자는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마스루르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트럼프의 발언은 위험천만한데 문제는 이런 인식이 확산돼 미국과 다른 나라의 외교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민주당 대선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TV 토론회 휴식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약간 늦게 돌아온 것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졌다. 클린턴이 19일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 세인트앤셀름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 3차 TV토론의 휴식시간에 화장실에 간 것이 발단이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등 다른 남성 주자 2명은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하지만 클린턴은 토론이 수십 초 진행된 뒤에야 무대로 복귀했다. 당시 클린턴은 “미안하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소할 수도 있는 ‘클린턴의 화장실 지각’ 사건이 정치 쟁점이 된 것은 공화당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정색을 하고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1일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토론회 도중 어디 갔었는지 아느냐”며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 역겹다(disgusting)”고 에둘러 말했다. CNN은 “클린턴은 지난해 10월 TV 토론 중에도 화장실을 가느라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는데 트럼프는 이 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클린턴이 프로답지 않다’는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일부 매체들은 클린턴을 편들었다. NYT는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보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마침 화장실 안에 다른 여성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클린턴의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 주자 샌더스 상원의원도 22일 트럼프에 대해 “여성들도 화장실에 간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나 보다. 이런 사실이 그를 매우 언짢게 하고 있다”고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 발언이 백인 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 단원 모집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근 “트럼프 발언을 ‘이슬람국가(IS)’가 대원 모집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는데 실제로는 KKK 조직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KKK가 최근 새 조직원을 끌어들이면서 ‘무슬림 입국 금지’ 등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 발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커피숍이나 기차에서 트럼프의 발언을 보도한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조직원으로 포섭하는 식이다. KKK에서 조직원 모집을 담당하는 레이철 펜더그래프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발언에 단원들이 열광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이용하는 블로그인 ‘옥시덴털 옵서버’에 글을 쓰는 케빈 맥도널드는 “백인 대다수가 현재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에 매우 화났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데 트럼프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이슬람 단체들은 트럼프 등이 부추기는 미국 내 이슬람 혐오 범죄를 방관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일 태세다. 미국 무슬림조직연대(USCMO) 소속 단체들은 이날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사회에 올바른 이슬람을 교육하는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10년 만에 다시 나온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연말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기보다는 미국이 만들어낸 ‘클래식’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신드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통계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는 영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흥행 수익)가 2억3800만 달러(약 2818억 원)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6월 개봉한 ‘쥬라기 월드’가 세운 2억880만 달러(약 2472억 원)를 훌쩍 넘어선 것. 스타워즈는 미국, 캐나다 공식 개봉일인 18일 하루 동안 1억2050만 달러(약 1424억 원)의 티켓 판매액을 올렸는데, 하루 동안 티켓 판매액 1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스타워즈가 처음이다. 요즘 미국은 어디서나 스타워즈 이야기가 넘쳐난다. 지난 주말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미 대도시에선 영화 팬들이 스타워즈의 주요 무기인 광선검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플래시몹’(일종의 번개 모임)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8일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R2D2, 스톰 트루퍼 등 영화의 주요 캐릭터가 등장하는 리셉션에 참석해 부인 미셸 여사와 춤을 췄고,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장에 아예 R2D2 모형을 데리고 나와 기자들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짧은 역사 탓에 별다른 고전물이 없는 미국에서 권선징악이 뚜렷하고 개인과 집단의 흥망성쇠까지 얽혀 있는 스타워즈는 일종의 ‘영상판 삼국지’로 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상업적으로는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전 세계를 강타한, 할리우드 100년 역사의 거의 유일한 작품”이라며 “첫 시리즈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까지 감안한다면 앞으로 스타워즈 시리즈가 어떤 수익을 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정치는 말(言)로 한다. 이념이든 정책이든 정치는 결국 말로 표현된다. 유권자도 말을 듣고 찬반을 결정하고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치 선진국 미국도 다르지 않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최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도널드 트럼프가 6개월 가까이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를 유지하는 것도 결국 그의 말 때문이다. 새(鳥) 둥지를 연상케 하는 그의 헤어스타일이나 도금 처리한 전용기가 트럼프 돌풍의 본질은 아니다. 트럼프 화법은 흔히 막말, 거친 언사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화당 토론회를 진행했던 폭스뉴스 여성 앵커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하자 “다른 곳에서 피가 났을 것”이라며 생리 현상을 연상하게 해 사람들을 경악시킨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미 정가에서 두루 존경받는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을 “전쟁 (포로였지) 영웅이 아니다”고 했고, 최근에는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과 관련해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가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도 지지율은 꺾일 줄 모른다. 화제가 되는 것과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18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공화당 주자 중 39%를 얻어 테드 크루즈(18%), 마코 루비오(11%) 등을 더블 스코어 차 이상으로 제치고 있다. 요즘 미 언론과 학계는 트럼프가 내년 2월 예비경선까지 선두를 유지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언어’의 정체를 분석하고 있다. 핵심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틀을 트럼프가 과감히 깨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줄여 PC로 불리는 ‘정치적 올바름’은 인종 차별, 종교적 편견 등을 금기시하는 일종의 사회문화적 운동으로 지난 20∼30년간 미국에서 보편적 불문율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히스패닉, 무슬림 관련 발언을 해 왔고 공화당 지지자들이 여기에 열광하고 있다. 트럼프 본인도 “내 말이 종종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16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고 할 정도다. 트럼프가 작정하고 이러는데도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것은 단순히 워싱턴으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 이상의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개인 안전, 경제적 기회에 대한 불안 등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상태에서 기존 질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화법이 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먹고살기 어려워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타인 감정에 신경 쓸 정신적 여유가 없는 현대 미국 중산층 이하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착한 사람 코스프레(분장)’를 하는 데 지친 그들을 비집고 들어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화법으로 정치적 폭발력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현상이 미국에만 국한될까. 내년 총선, 후년 대선을 앞둔 한국도 정치, 경제 등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어 국민들의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미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다. 정치권의 말과 분위기도 서서히 거칠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를 비판하더니 16일엔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제쳐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하대하듯 꾸짖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일제히 박 대통령을 공격하면서도 안철수 의원 탈당 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 받은 국민들을 달래주겠다며 ‘한국판 트럼프’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민주당 후보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다. 19일 미 뉴햄프셔 주 세인트앤셀름대에서 ABC방송 주최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3차 TV 토론은 ‘차기 대통령감 클린턴’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확인시켜 준 무대였다. 뉴햄프셔는 내년 2월 아이오와에 이어 두 번째 예비경선이 열리는 곳으로 ‘여론 풍향계’ 역할을 하는 곳이다. 클린턴은 이날 토론에서 한때 ‘클린턴 대세론’을 위협했던 2위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압도했다. 샌더스가 더 이상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확신한 클린턴은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도 그냥 넘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샌더스는 자신의 선거캠프 직원들이 16일 민주당 유권자 정보 서버 방화벽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긴 틈을 타 클린턴 진영에서 지지자 자료를 몰래 빼낸 사건과 관련해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유권자 명단을 빼내는 행위는 우리가 추구하는 선거운동 방식이 아니다. 이 사안과 추가로 관련된 사람을 내가 알게 되면 모두 해고할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클린턴과 이 일로 실망했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사과했다. 샌더스는 이어 진상 파악을 위해 양측의 선거운동본부가 독립적인 조사를 함께 수행하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클린턴은 순순히 사과를 받아들였다. 약점을 잡힌 샌더스를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본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공화당 대선후보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 비판에 집중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에 대해 “허세를 동원해 사람들로 하여금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그는 최고의 이슬람국가(IS) 모집책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도 “트럼프 같은 사람이 모든 멕시코인을 성폭행 범죄자라고, 모든 무슬림을 테러범이라고 주장하는 동안 부자는 더 부유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이러한 클린턴의 토론 전략에 대해 “샌더스를 비판함으로써 민주당 당내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진짜 목표(real targets)는 샌더스가 아닌 트럼프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 당장이라도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며 클린턴을 이날 토론의 승자로 꼽았다. ABC방송은 토론 후 “클린턴은 큰 그림을 그렸고, 샌더스는 종종 감상적으로 사안에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IS 격퇴 문제 등 주요 외교안보 이슈에서도 자신의 국무장관 이력을 십분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잇따른 테러를 계기로 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클린턴은 “더 많은 사람들을 총기로 무장시키는 대신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힌 뒤 “트럼프 등 공화당원들이 말하는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문명 충돌 식의 개념을 특히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샌더스는 “사우디아라비아같이 부유한 나라는 예멘 대신 IS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며 중동 국가들이 지상군을 보내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클린턴은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 등 버락 오바마 정부의 시각을 대부분 반영했다. 반면 샌더스는 알아사드 문제에 대해 “향후 수년간 계속 다뤄져야 할 2차적 사안이다. 지금은 IS 척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클린턴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 개봉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를 인용해 “포스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May the force be with you)”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새로운 유형의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테러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이 저지른 11·13 파리 연쇄 테러와 이달 2일 발생한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16일 뉴욕에서 열린 대테러 대책 회의에서 “IS는 기존 테러 조직과 달리 테러 형태에 대변혁을 주고 있다”며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IS가 과거처럼 거대하고 요란한 작전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암호화한 통신, 잘 포장된 선전물 등을 이용해 전 세계에서 소규모 개별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과거 알카에다의 위협과는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알카에다가 저지른 2001년 9·11테러 이후 중앙정보국(CIA), FBI, 국토안보부 등을 신생 부처인 국가정보국(DNI) 휘하에 두는 통합 대테러 조직을 꾸렸다. 하지만 IS의 변칙적인 테러 행위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대테러 전략을 부분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테러 조직을 떼어내 IS의 소셜미디어 분석 등을 전담토록 하는 등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미 국장은 이날 “현재 미 전역에서 IS에 영감을 받은 잠재적 테러 음모 수백 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국제동맹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IS가 세력 확장을 꾀하자 원유 밀매 등 IS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추진하고 있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 근거지들이 집중 공습에 노출되자 북아프리카 리비아에 제2의 거점을 확보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이 “IS가 리비아의 지중해 연안 도시 시르테에 거점을 마련했으며 IS 점령지가 해안을 따라 250km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러가 17일 열리는 안보리 회의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16일 전했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유엔 회원국들은 IS 관련 자산 동결, 무기밀매 금지 등의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이 대만에 2조원 이상의 무기 판매를 결정하자 중국이 무기 판매 관련 미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나섰다. 미중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무기 판매 갈등’이 불난 곳에 기름을 뿌리는 형국이다. 미 국무부는 16일 18억3000만 달러(약 2조1594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하고 의회에 통보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2011년 9월 59억 달러를 판매한 이후 4년 4개월만이다.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는 페리급 전함인 USS 게리호와 USS 테일러호 등 퇴역한 유도미사일 구축함 두 척, 레이시언과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5700만 달러 규모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2억6800만 달러 규모의 TOW 2B 대전차 미사일, 2억1700만 달러 규모의 스팅거 지대공 유도무기, 수륙 양용차 AAV7 등이다. 미 의회는 앞으로 30일간 행정부의 무기판매 계획을 검토하지만 AP통신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최신형 F-16 전투기는 판매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6일 케이 리 중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항의했다. 정 부부장은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철회해야 하고 양측 간 군사적 관계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무기 판매와 관련된 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이어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매우 민감하고 심히 해롭다는 점을 미국이 심각하게 이해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가 계속 일관적이었기 때문에 대만의 국방 수요에 충실한다는 것 외에 우리가 따로 전할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마일스 캐긴스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6개 행정부를 거치면서 일관성 있게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 1979년 1월1일부터 수교하면서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해 4월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 왔다. 앞서 2010년 1월 미국이 대만에 64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했을 당시 중국은 군사 교류를 10개월 간 중단했으며 2011년 8월 다시 무기 판매가 이뤄졌을 때는 반발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몇 차례 군사 교류가 연기됐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15일 밤 CNN 주최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5차 토론회는 파리 테러 후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안보 이슈가 미 보수층의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초 내년 대선의 핵심 현안으로 거론되던 경제 살리기보다 당분간 안보 이슈가 미 정치권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등 주요 후보는 모두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와 자신이 미국의 안보를 책임질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했다. 선두 주자 트럼프는 자신이 IS와의 전쟁을 수행할 최적의 후보임을 내세웠다. ‘무슬림 입국 금지’ 카드로 최근 다시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는 트럼프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인터넷을 차단해서라도 IS가 온라인으로 요원을 모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IS는 살인자이며 그들의 가족을 처형해서라도 미국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선 내내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던 부시가 트럼프를 물고 늘어지자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언론은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5차 토론회의 승자는 부시’라는 평가를 내렸다. 트럼프는 토론 초반 경쟁자들의 비판에 냉정함을 잃지 않았지만 부시의 집요한 공격에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는 “나는 최대 지지율이 41%까지 나오는데 부시는 3%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또 트럼프는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는 공화당 경선 판을 깨지 않겠다는 것보단 자신이 당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8%로 크루즈(15%), 루비오(12%) 등 2위권을 20%포인트 이상 차로 따돌렸다. ‘1강’ 트럼프 밑에서 ‘2중’ 체제를 형성하는 크루즈 상원의원과 루비오 상원의원은 서로의 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루비오는 크루즈가 올해 6월 국가안보국(NSA)의 개인 통신기록 도·감청 금지 법안에 찬성한 것을 두고 “정부의 테러리스트 추적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크루즈는 “오히려 이 법으로 정보기관들이 테러범들의 휴대전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처음으로 북한 문제가 거론됐다. 이전 4차례의 공화당 토론과 2차례의 민주당 토론에선 북한이 공식 질문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북한 김정은이 수소폭탄까지 보유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는 “중국을 이용해 계속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적 힘을 활용해야 한다”며 대북 경제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올해 계속 충돌해온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이견만 확인한 뒤 양국 사이에 노골적인 견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중국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유도탄 장착 구축함 2척을 판매하는 것을 이르면 이번 주 승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미 의회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판매하려는 구축함은 2척에 1억7600만 달러(약 2080억 원) 규모로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페리급 구축함을 최대 4척까지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실제 판매가 이뤄진다면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지 4년 만이다. 구축함 판매 보도가 나오자 주미 중국대사관은 논평을 내고 “미국이 대만에 어떤 무기라도 판매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미중 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미국이 중국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대만 간 양안 관계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활용해 대만의 군사력 증강을 측면 지원하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군사 굴기를 견제하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30여 년 만에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이날 보도했다. 1월부터 주로 지상 고정물 공격에 써왔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함선 공격용으로 개조하는 데 착수해 몇 년 안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 미 해군은 항공모함을 통한 제공권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그간 함대함 전투력 강화에는 신경을 덜 썼다. 실제 미 해군의 함대함 미사일은 1977년에 실전 배치된 하푼 미사일이 유일하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함과 교전 상황이 벌어질 경우 압도적 우위를 확보해야 중국의 도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둥펑 DF-21D 탄도미사일과 YF-18 순항미사일 등이 항공모함을 타격해 미 해군의 제공권 우위를 상실하는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그런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중국해에서 영역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 기업인 중국석유화학집단(시노펙)은 14일 남중국해 시사(西沙) 군도(파라셀 제도) 융싱(永興) 섬의 종합 부두에 2000m³ 규모의 석유비축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혀 베트남 등 인근 국가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융싱 섬은 하이난(海南) 성 싼사(三沙) 시 시청 소재지다. 싼사 시는 중국 정부가 2012년 7월 시사 군도와 난사(南沙) 군도(스프래틀리 제도) 등을 한데 묶어 만든 행정구역으로 주민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석화는 싼사 시에 속한 9개 섬과 암초에서 수년간 사용할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우선 3개월 내에 주유소를 건설하고 비축시설은 1년 안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여행사들은 2013년부터 융싱 섬 등 40여 개 시사 군도의 섬을 관광하는 4박 5일 여행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석유저장 시설 건설과 함께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대내외에 재차 확인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펜타곤(국방부)을 전격 방문했다. 전 세계를 테러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격퇴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생방송으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IS 분쇄 의지를 다졌다. 그는 “어려운 싸움이지만 반드시 격퇴할 것”이라고 하더니 IS 지도부를 겨냥해 “이제 숨을 곳이 없다. 다음은 바로 너희들 차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펜타곤을 찾은 것은 정부의 대테러 전략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떨어지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기획된 ‘안보 메시지 행보’의 일환이다. 취임 후 세 번째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6일)을 갖고 “IS를 파괴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이벤트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미국 언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군 일각에서도 제기하는 지상군 파병 등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립서비스’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기자는 국정 최고 책임자가 핵심 국가 현안에 대해 이렇게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려는 노력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갔다. 반대파를 설득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면 ‘정치 쇼’라도 해서 소통하겠다는 자세 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대국민 연설이란 형식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국민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참모진의 건의를 받아들여 연설에 나섰다”고 전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통령이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종종 뒤늦게 움직여 논란을 야기하고 자신이 꼭 챙기려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국무회의 석상 발언이라는 일방적인 ‘간접화법’을 애용한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의 속내를 몰라 답답해하거나 진의를 놓고 ‘해석’하느라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를 보며 우리 대통령의 허심탄회한 대국민 직접 메시지를 접한 지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이 든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