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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는 물론 중국 주변의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포함한 넓은 지역 전체에 대한 방위 부담(burden of defense)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두고 한미일 3국 모두 가능한 한 많이 고민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83·사진)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제1열도선은 냉전 시기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경계선이다. 퓰너 회장의 발언은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하면 중국 위협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증액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주장했다. 다만 퓰너 회장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관련해선 “현재의 주한미군 2만8000여 명은 아주 좋은 숫자”라며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함께 일할 참모들이) 그렇게(철수하라고) 조언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행정부 출신 전직 관료들이 대거 참여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정부 정책과제를 집대성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지난해 4월 만들었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인수위원회에서 선임 고문을 맡아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했다.“트럼프 재집권땐 북핵 핵심의제 아냐… IRA 폐기 쉽지 않아” 외교 우선 사안은 우크라-중동-대만北 추가 핵실험 등 도발없다면‘완전한 비핵화’ 장기 목표 남을것‘수입품 10% 관세’ 韓엔 부과 안할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가장 중요한 외교 사안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대만 문제다. 한국 문제는 지금 상황에선 ‘핵심 의제’가 아니다.”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하는 등 외교 노선에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퓰너 회장은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변할 권한은 없다”며 “그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퓰너 회장은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뿐 아니라 백악관과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각종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정책과제를 제시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만들었다. 다음은 일문 일답.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북핵 동결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해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는 등 판을 흔드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하는지 문제는 부차적(secondary) 문제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세 번이나 만났다. 그런데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만남이 아니었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되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여전히 유효할까.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남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중동, 대만 문제 때문에 톱 어젠다로 될지는 모르겠다. 더 중요한 것은 비핵화도 문제지만 핵 확산을 어떻게 더욱 억제시키느냐라고 본다. 핵 확산을 막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주한미군의 규모인 2만8000여 명에 대해 한국인들이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이는 미국이 우방국인 한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지지하고 지속하는 데 적합하다. 트럼프 집권 1기에 (방위비 인상과 관련한) 그런 대화들이 있었다. 앞으로 그와 같이 일할 참모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조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비용 분담, 즉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나. “공평한 분담은 공동 방위와 공동 이익을 이야기할 때 (한미) 양측의 공통된 목표다. 현 단계에서 한국과 미국의 부담은 적정 수준이다. 동북아는 물론 중국 주변의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 연결)을 포함한 넓은 지역 전체에 대한 방위 부담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한미일 3국 모두 가능한 한 많이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들에도 적용될 것이라 보나. “안 될 거라고 본다. 알다시피 그는 협상가다. 강경한 입장에서 시작해서 점점 더 현실적이 된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임의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입관세는 50%다. 그는 (중국에 대한 수입품 관세를) 6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그게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IRA는 의회에서 통과된 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것을 폐지하거나 크게 개정하지 않을 것이다.” 퓰너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등 임원진과 1시간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주미 대사를 지낸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 안종혁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1941년 출생 △레지스대 영문학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에든버러대 대학원 박사 △헤리티지재단 이사장(1977∼2013년)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해외 근무, 월 400만 원 고수익 보장, 비행기 티켓 제공….” 20대 박모 씨는 지난해 7월경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일할 근로자를 구한다면서 기본급만 400만 원, 숙식까지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보기술(IT)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도 했다. 박 씨는 며칠 뒤 태국 방콕으로 출국했고, 태국 공항에서 업체 관계자를 만나 근무지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박 씨는 산악지대에 있는 허름한 호텔에 도착했다.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3개국의 접경 지대로 일명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지역이었다. ‘세계의 마약공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곳엔 카지노, 보이스피싱 업체들이 밀집해 있었다. 박 씨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이후 종일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관리하는 일만 했다. 업체는 “규정을 왜 안 지키느냐”며 그를 구타하기도 했다. 다행히 박 씨는 가족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우리 당국에 피해를 신고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 다른 한국인 18명과 함께 구출됐다. 감금 4개월 만이었다. 28일 외교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박 씨처럼 ‘고수익 아르바이트’ 등 인터넷 게시글에 속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입국해 감금당한 뒤 불법 행위에 가담한 한국인 피해자는 지난달에만 38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 대비 40% 늘어난 것.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취업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2021년과 2022년 매년 4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94명으로 급증했다. 20, 30대인 피해자들은 현지에서 보이스피싱 업체의 콜센터 직원 역할을 하거나,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피해자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국인들이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감금되면 이들을 구출하는 게 쉽지 않다. 미얀마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영사 직원이 방문하려면 미얀마 군부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는 중국 카지노 업체가 2007년 부지를 장기 임차한 뒤 자치행정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라오스 경찰도 이 지역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부는 취업 사기를 당하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태국을 거쳐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들어간 만큼, 태국 국경검문소 두 곳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다음 달 1일부터 발령한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네 단계로 분류된 여행 경보 중 2단계 여행 자제와 3단계 철수 권고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일부 지역, 이달부터는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에 여행 금지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해외 근무, 월 400 만원 고수익 보장, 비행기 티켓 제공…” 20대 A 씨는 지난해 7월경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일할 근로자를 구한다면서 기본급만 300만 원에 숙식까지 모두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보통신(IT) 기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우대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A 씨는 게시글 작성자에게 연락하고 며칠 뒤 바로 태국 방콕으로 출국했다. 태국에 도착한 A 씨는 공항에서 업체 관계자를 만나 근무지로 이동하는 버스에 올랐다. A 씨가 산악지대에 있는 허름한 호텔에 도착해서야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3개국의 접경 산악지대였다. 일명 ‘골든 트라이앵글’로, ‘세계의 마약공장’으로도 불리는 곳이었다. 이곳엔 카지노, 유흥업소, 보이스피싱 업체들도 밀집해있었다. ● “고수익 알바”에 속아 지난달만 38명 피해 A 씨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모두 빼앗겼다. 이후 하루 종일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했다. 업체는 “회사 규정을 왜 안지키느냐”며 그를 구타하기도 했다. 다행히 A 씨는 몇개 월 만에 어렵게 가족과 연락이 닿았고, 당국에 감금 피해도 신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인 18명과 함께 구출됐다. 감금된지 4개월 여 만이었다. 28일 외교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A 씨처럼 “고수익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인터넷 게시글에 속아 미얀마·라오스·태국 접경지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입국해 감금당한 뒤 불법 행위에 가담한 한국인 피해자가 지난달에만 38명이나 됐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피해자 숫자가 40% 가까이 늘어난 것.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취업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엔 피해자가 매년 4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94명으로 급증한 것. 일단 피해자들은 모두 구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아직 피해신고를 하지 못한 한국인 피해자들이 현지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당국은 밝혔다. 대부분 20~30대인 피해자들은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취업 사기업체의 게시글을 접했다. 업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구인광고를 올린 뒤 “해외에서 어플리케이션 광고 및 회원유입, SNS 카페 커뮤니티 등 광고작업을 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 피해자들은 현지에서 보이스피싱 업체의 콜센터 직원 역할을 하거나,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여성 피해자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 골든트라이앵글 입국 태국 검문소 2곳, 다음달부터 특별여행주의보 한국인 피해자들이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일단 감금되면 이들을 구출하는 건 쉽지 않다. 미얀마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우리 영사 직원이 방문하려면 먼저 미얀마 외교부 측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 미얀마에는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최근에는 민주 저항세력 진압에 몰두하고 있어 우리 국민 구출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게 우리 당국의 설명이다.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는 중국 카지노업체인 킹스 로망스가 2007년 부지를 장기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 등을 건설하면서 이 지역의 모든 자치행정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라오스 경찰이나 중국 공안도 이 지역에 진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취업 사기를 당하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태국을 거쳐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밀입국한다는 점을 감안해 태국의 국경검문소 두 곳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1일부터 발령하기로 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네 단계로 분류된 여행 경보 중 2단계 ‘여행 자제’와 3단계 ‘철수 권고’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포함한 미얀마 일부 지역, 이달부터는 라오스 내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에 ‘여행금지’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이 지역에 체류하려면 당국으로부터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무단체류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들이 중국어가능자, IT 전문가, 단기고수익 보장 등 미끼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근본 예방을 위해선 해외 취업 사기에 연루되지 않고 해당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가 국내에서 시행 중인 법정 인증 제도 257개 가운데 189개(73.5%)에 대해 통폐합 또는 절차 간소화 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기업들이 인증 취득·유지에 쓰는 비용만 연 1527억여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27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인증 규제 정비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운영 중인 법정 인증은 257개다. 미국(93개), 유럽연합(40개), 중국(18개), 일본(14개) 등 주요국보다 2.7~18배 많다. 이에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정부는 이번에 법정 인증 제도 실효성을 재검토한 뒤 필요한 인증만 남기는 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66개 인증 제도는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일례로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 쇼핑몰은 매번 1~2억 원을 들여 정기적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MS) 인증을 취득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론 매출 300억 원이 넘는 인터넷 쇼핑몰만 IMS 인증을 받으면 되고, 간이 심사를 통해 신속하게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제인증과 내용이 중복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24개 인증은 폐지된다. 대표적인 중복 인증 사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이다. 유럽의 코스모스 인증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국내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국내 법정 인증도 따로 받아야 했다. 2015년 도입 후 인증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던 차(茶) 품질 인증 등은 사라진다. 인증 대상과 시험 항목 등이 비슷한 인증 8개는 통합됐다.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설계하는 기업은 그동안 비슷한 내용인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을 모두 받아야 했는데, 앞으로는 하나로 통합된 인증만 취득하면 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공의 병원 근무 중단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사상 처음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첫 회의를 열었다. 범정부 총력 대응을 위해 전날까지 운영되던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격상한 것이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집단행동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단행동은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사명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들을 향해 “불법 집단행동은 젊은 의사들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비대면진료는 그동안 의원급 병원에서 재진 환자와 의료 소외 지역 주민을 진료할 때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23일부터는 희망하는 병원 어디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스템 구축 등에 시간이 걸려 병원별로 시행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또 서울의료원 등 전국 공공병원 97곳의 평일 진료시간을 오후 8시 전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주말 및 휴일 진료도 확대한다. 필수의료가 지연되는 대형병원에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한다. 한편 경찰은 ‘사직 전 처방 등을 삭제하라’는 글이 올라온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를 압수수색하며 전공의 사직 관련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또 시민단체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의협은 정부의 대응에 “평온하던 의료시스템을 재난 상황으로 몰아간 정부가 중대본을 설치하는 것은 코미디”란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주말 이후 전공의들과 함께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와 의사단체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수련병원 94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8897명(78.5%)이며, 이 중 7863명(69.4%)은 병원을 이탈했다. 정부는 현장점검 후 총 70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이 중 5976명은 복귀 지시를 거부했다.병원들 “비대면진료 확대 1, 2주 걸려”… 환자들 “미리 준비했어야” [의료 공백 혼란]초진 환자까지 비대면진료 허용… 빅5 병원 “확대 계획 아직 없어”중소형 병원들, 시스템 구축 준비… 비대면 가능 여부 사전 확인해야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늘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국민들께서 더 편하게 일반진료를 받으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를 못 받게 된 상급병원 환자들이 1, 2차 병원으로 몰릴 것으로 보여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점검해 본 결과 이날 당장 비대면 진료 대상을 확대한 병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들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어 비대면 진료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비대면 진료 앱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공지과거에는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 등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진료 서비스 업체인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은 이날 오후부터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고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등의 공지를 내걸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의원급 의료기관 13곳에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한 의원 관계자는 “초진 환자 중 비대면 진료를 원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다. 공지가 갑자기 내려와 관련 내용을 더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진료를 거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비대면 진료를 했던 한 의원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진료 요청이 거의 없다”며 “대상을 확대해도 이용하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스템 개편에 1, 2주 걸릴 것”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다고 모든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일단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은 아직 비대면 진료를 확대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정부 방침과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 확대 계획이 없다”며 “확대하더라도 전화로 검진 결과를 안내하고 위험도가 낮은 약을 재처방하는 방식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병원 중 상당수는 이번 주말부터 비대면 진료를 당장 확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소 1, 2주가량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지역 2차 병원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화상 진료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시간이 걸려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이 정부의 기대만큼 늘어나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방 의료원 등은 입원 환자 위주로 운영돼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1966곳이 등록돼 있다. 수도권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이모 씨는 “의사 중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를 반기면서도 “집 근처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을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준 씨(28)는 “의사 파업과 무관하게 미리 확대했어야 했다”며 “한 달간 위가 쓰렸는데 직장을 다니느라 병원에 못 갔다. 비대면 진료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전공의 병원 근무 중단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사상 처음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첫 회의를 열었다. 범정부 총력 대응을 위해 전날까지 운영되던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격상한 것이다.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집단행동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단행동은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사명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들을 향해 “불법 집단행동은 젊은 의사들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정부는 의료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비대면진료는 그동안 의원급 병원에서 재진 환자와 의료 소외 지역 주민을 진료할 때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23일부터는 희망하는 병원 어디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스템 구축 등에 시간이 걸려 병원별로 시행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정부는 또 서울의료원 등 전국 공공병원 97곳의 평일 진료시간을 오후 8시 전후로 연장하기로 했다. 주말 및 휴일 진료도 확대한다. 필수의료가 지연되는 대형병원에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한다.한편 경찰은 ‘사직 전 처방 등을 삭제하라’는 글이 올라온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를 압수수색하며 전공의 사직 관련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또 시민단체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이날 의협은 정부의 대응에 “평온하던 의료시스템을 재난 상황으로 몰아간 정부가 중대본을 설치하는 것은 코미디”란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주말 이후 전공의들과 함께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와 의사단체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22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수련병원 94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8897명(78.5%)이며, 이 중 7863명(69.4%)은 병원을 이탈했다. 정부는 현장점검 후 총 70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이 중 5976명은 복귀 지시를 거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기업 중 포스코를 제외한 15곳이 23일 기준 우리 정부 산하 일제강점기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기부금을 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재단은 국내 법원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상대로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해왔다. 앞서 지난해 3월 정부는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 재단의 재원을 국내의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제3자변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발표 직후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인 포스코가 재단에 40억 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년여 지난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은 기부금을 출연하지 않았고, 기부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는 소송 원고 기준 총 60여명이다.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95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재단에 남은 재원은 15억 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구권자금 백서상 수혜기업들 “기부금 출연 계획 없어” 동아일보가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 15곳을 상대로 전수조사한 결과, 15곳 모두 현재 재단에 대한 기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경제기획원이 1976년 발행한 청구권 자금 백서에 거론된 기업 15곳에 대해 기부금 출연 계획을 질의했다. 지난해 3월 정부의 발표 직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던 한국전력과 코레일, KT, KT&G, 하나은행,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모두 “추가로 검토되거나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전력 측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고, KT&G 측은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은 것이 없고, 기부 사실이 없다”고 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지원받았던 자금을 이미 정부에 모두 상환했다는 입장을 밝힌 기업들도 있었다. IBK 기업은행은 “과거 청구권자금에서 지원받았던 돈은 이미 상환한 상태”라며 “기부금 출연은 정부와 강제동원피해자, 피해자 지원재단과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대일청구권자금을 유상으로 지원받았고, 1986년까지 17년에 걸쳐 정부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했다”며 “원리금을 전액 상환했고, (청구권 자금은) 농업진흥을 위한 민간 기업(에 대한) 자금 융자로 활용됨에 따라 출연을 검토한 바 없고 출연 계획 또한 없다”고 했다. 이어 공사는 “정부로부터 출연 요청이 있을 경우 수혜기업 대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도로공사도 “이미 1974년부터 1989년까지 원리금을 정부에 상환 완료했다”며 “현재 (기부금 관련) 검토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수협중앙회, 농협중앙회, 한국남동발전 등은 자체 검토 결과 청구권협정의 수혜기업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광해공업공단은 “공사는 57개 광산에 민간 보조금 등을 집행하는 역할을 했고, 실제로는 광산업체들이 수혜기업”이라고 했다. 수협중앙회도 “당시 정부의 위판장 건립 등 정책 사업을 위탁해서 진행했다”며 “청구권협정의 직접 수혜기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농협중앙회도 “(청구권자금으로) 농기계 공급 대행 업무를 한 것으로 청구권 협정의 직접 수혜기업이 아니다”라고 전했다.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이후로 공사가 여러 차례 인수 합병되거나 쪼개지면서 현재의 공사를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으로 볼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답한 곳들도 있었다. 한국남동발전은 “발전사들이 한국전력에서 2001년에 분리됐기 때문에 1965년도의 한일청구권협정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상금 95억원 넘지만…재단 가용 현금은 15억원일부 기업들은 충분한 근거 없이 정부 산하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할 경우 향후 기부를 결정한 기업 관계자들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背任) 혐의 등을 받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한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의 관계자는 “자금을 출연하려면 이사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처럼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는 자금 출연과 관련한 논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당장 재원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거듭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한다”고만 할 뿐 직접적인 기부 요청은 자제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을 상대로 재단에 대한 출연을 직접 권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근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비선실세’ 의혹이 불거진 최순실 씨가 운영을 주도하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을 강제모금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처벌받은 전례도 있다.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들의 기부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재단에는 15억 원 안팎의 가용 현금이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따르면 재단이 국내외 단체·개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41억6345만 원이지만 이 중 25억여 원은 이미 다른 징용 피해자 11명에 대한 배상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재단에 남아있는 기부금은 15억여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경기 성남시의 주요 도시계획을 승인하는 역할을 했던 전직 성남시 도시계획위원 A 씨에 대해 감사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시가 분당구 율동의 3만2000㎡(약 9700평) 사유지를 매입하도록 결정하게끔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토지주로부터 현금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성남시 정기감사를 통해 A 위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확인했고, 수뢰후부정처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금품을 건넨 토지주 B 씨도 뇌물공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요청됐다. 앞서 성남시는 ‘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2017년부터 관내 공원 용지로 지정된 사유지 중 시가 매입할 대상을 추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공원 일몰제는 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20년 이상 공원이 조성되지 않은 부지를 자동으로 공원에서 해제하도록 한 제도다. 성남시는 공원에서 해제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되는 토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성남시 용역 결과 B 씨의 토지는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토지 대부분이 경사가 가팔라 공원을 조성하더라도 주민 접근성이 떨어졌고, 현행법상 보존산지였기에 난개발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도시계획위는 2019년 10월 이 토지를 매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결정을 뒤집었다. A 위원은 회의에서 “부지의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매입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은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에 성남시는 토지를 매입했고, 이듬해 4월에는 토지주 B 씨에게 보상금 330억여 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A 위원이 2020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4억여 원을 건네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토지주가 보상금을 받은 직후였다. 다만 A 위원은 금품의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성남시의 주요 도시계획을 승인하는 역할을 했던 전직 성남시 도시계획위원 A 씨에 대해 감사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성남시 분당구 율동의 9700평 사유지를 시가 매입하도록 결정하고, 그 대가로 토지주 B 씨로부터 현금 4억 여 원을 받은 혐의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성남시는 2019년 10월 B 씨의 사유지를 ‘이매 근린공원’ 부지로 매입하고 이듬해 토지보상비 330억여 원을 지급했다. 이에 당시 성남시의회에선 “토지주에 특혜를 준 것”이라며 ‘특혜 매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성남시가 용역을 거쳐 “매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이 토지에 대해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에 따라 시 예산 330억여 원을 들여 매입하는 등 토지주에게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 330억 토지보상 받은 토지주, 도시계획위원에 최소 4억 건네 감사원은 지난해 실시한 성남시에 대한 정기감사 과정에서 A 위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확인한 뒤 수뢰후부정처사 및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금품을 건넨 토지주 B 씨도 뇌물공여 및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7년부터 ‘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관내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사유지 중 시가 매입해야 할 대상을 추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2020년 7월 시행된 ‘공원 일몰제’는 도시관리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있지만 20년 이상 공원이 조성되지 않은 부지에 한해 자동으로 공원 용지에서 해제하도록 한 제도다. 성남시는 공원 용지에서 자동 해제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되는 토지에 한해 시가 직접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성남시가 진행한 용역 결과, B 씨의 토지는 시의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토지 대부분이 경사가 가팔라서 공원을 조성하더라도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B 씨의 토지가 군사시설보호법상 제한보호구역이었고, 산지법상 보존산지였기 때문에 공원에서 해제되더라도 실제론 난개발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용역 결과를 검토한 성남시는 이 토지에 대해 “토지 보상 대상에서 제외”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는 B 씨의 토지를 시의 매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시 결정을 뒤집었다. 도시계획위원회가 2019년 10월 전체 위원 25명 중 19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매입해 녹지로 존치하라”고 결론을 내린 것. 당시 A 위원이 회의에서 “시가 매입하지 않으면 부지의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매입 필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위원들도 이에 따랐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은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고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을 따랐다. 이후 성남시는 해당 토지를 매입한 뒤 토지주 B 씨에게 보상금 330억여 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A 위원이 회의 이후인 2020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현금 4억여 원을 건네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토지주가 2020년 4월 성남시로부터 토지보상금 330억여 원을 받았는데, 그 직후 A 위원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토지주가 A 위원에게 건넨 현금 4억 여 원에 대해 시의 토지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대가로 받은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 위원은 감사원의 감사에서 금품의 대가성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의 수사요청을 받은 검찰은 당시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토지 매입에 찬성했던 또다른 위원들도 ‘토지 특혜 매입 의혹’에 연루돼있는지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 B 씨가 보상비로 받은 330억여 원의 행방에 대해서도 검찰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법적 요건 못갖춘 컨소시엄에 8000억 대 시유지 매각 특혜 성남시가 판교 테크노밸리 인근의 시 소유 부지를 2012년 법으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에 매각한 사실도 이번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정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남시는 2021년 4월 분당 삼평동 일대의 시유지 7779평을 엔씨소프트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수의 계약 형태로 매각했다. 당시 엔씨소프트 컨소시엄 측은 사업 협약에서 해당 부지에 “소프트웨어 진흥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시유지에 소프트웨어 진흥시설을 설치하려는 사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뒤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성남시는 2020년 12월 과기부에 질의도 하지 않고 임의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지정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사업 협약에서 삭제해줬다. 결국 성남시가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에게 8000억 원 대인 고가의 시유지를 수의 매각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것이 감사원의 시각이다. 감사원은 당시 시유지 매각 건을 검토한 시청 공무원 2명에 대해 정직 처분하고 법률 검토 책임자였던 장영근 전 부시장에 대해서도 징계하라고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 매각 건 검토에 관여했지만 이미 정년퇴직한 공무원에 대해서도 인사 자료를 남겨두라고 감사원은 통보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경기 불황과 고금리에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불법 대부 광고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휴대폰깡’을 비롯해 신종 수법을 활용한 불법 사채업자 등에 대한 2차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정부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불법 사금융 척결 방안을 발표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불법 사금융이 서민과 취약계층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해 더욱 악질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며 “불법 사금융 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건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해선 신고, 제보 및 단속부터 범죄 이익 환수, 피해 구제 등 전 단계에 걸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정부 지원 사칭 등 불법 대부 광고를 게재하거나 불법 사금융업자의 접촉 통로로 활용되는 인터넷 카페, SNS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불법 대부 광고 등에 이용된 대포폰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악덕사채 179건 세무조사… 법정 금리 넘는 이자수익 회수 정부 “불법사금융 무관용” 1차 세무조사서 세금 431억 징수담보 부동산 뺏어 100억 수익 업자도연내 불법계약 소송 지원 늘리기로 불법 사금융업자들에 대한 2차 세무조사 역시 20일부터 시작됐다. 이번에는 앞서 진행한 1차 조사에서 적발된 불법 사채업자들의 전주(錢主)가 조사를 받는다. 본인 명의로 개설한 휴대전화를 대포폰으로 넘기고 돈을 빌리는 ‘휴대폰깡’ 등 신종 수법을 활용한 불법 사채업자도 새롭게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1차 조사 때보다 10% 늘어난 총 179건의 세무조사, 자금 출처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신고 및 제보를 토대로 1차 조사를 벌여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 등 총 431억 원을 징수했다. 이와 별도로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 받아낸 이자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으로 보고 환수할 방침이다. 1차 조사에서는 연 3650%의 초고금리로 이자를 뜯어내고 지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밀린 빚을 추심한 불법 사채업자가 적발됐다. 미등록 대부업자였던 이들은 이자 할인, 추가 대출을 미끼로 채무자 이름의 차명계좌를 받아내 이자를 받는 데 썼다. 계좌에 입금되는 이자는 매일 현금으로 인출해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1년간 이들이 채무자에게 받아낸 이자는 10억여 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해당 사채업자에게 수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그를 조세범으로 고발할 계획이다. 부동산을 강제로 빼앗기 위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업체에 의도적으로 접근한 악덕 사채업자도 적발됐다. 이 업자는 단기간 거액이 필요한 건설업체를 골라 연 20%가 넘는 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상환일이 다가오면 연락을 피하거나 상환 계좌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 뒤 상환일을 넘겼다며 담보 부동산을 빼앗았다. 이 업자가 신고하지 않은 이자수익은 100억 원대에 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담보로 넘어간 부동산을 되찾는 등 불법 사금융 피해를 원상 복구할 수 있는 법 규정은 현재로선 없다. 피해자 보호 및 구제 조치를 대폭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 구제 강화를 위해 올해 안에 악질적 불법 대부계약에 대한 무효화 소송 대리, 채무자대리인 지원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인채무자보호법도 올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에 따라 채무조정 중인 채권 등은 추심이 금지되고 추심 횟수도 1주일에 7회 이내로 제한된다.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한 검찰의 구속 및 구형 기준 상향 검토 등 처벌 역시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과 같은 민생 약탈 범죄는 강력히 처벌하고 불법 이익은 남김없이 환수한다는 원칙에 따라 관련 법률, 규정 개정 등 제도 개선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피고 기업이 낸 돈을 처음으로 받았다. 피고 기업인 히타치조선이 국내 법원에 맡겨둔 공탁금 6000만 원을 강제징용 피해자 고 이모 씨의 유족들이 20일 받은 것. 이 씨 측 이민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된 건 처음”이라며 “사실상의 배상이 일본 기업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이 씨 측에 지급된 6000만 원은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담보로 맡긴 돈인 만큼 강제징용 피해를 인정하고 내놓은 배상금은 아니다. 다만 피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씨는 경북 영양에서 1944년 9월 강제징용돼 일본 오사카 히타치조선소 등에서 8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강제 노역을 했다. 일본의 패전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이 씨는 2015년 10월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2심에 이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그에 앞서 2019년 1월 히타치조선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 씨 측 승소 판결을 내리자 국내 법원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내 자산 매각 절차를 멈춰 달라”며 6000만 원을 담보로 공탁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이 씨 측은 히타치조선 공탁금에 대한 법원의 압류 명령을 받아냈고, 결국 이날 공탁금을 수령한 것이다. 법원의 승소 확정 판결에 따르면 유족들이 히타치조선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20일 기준 원금 5000만 원과 지연 이자 5635만여 원이다. 유족들은 이 중 6000만 원을 이번에 지급받았다. 유족들은 나머지 4635만여 원에 대해선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따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부터 수령할 계획이다. 재단은 이 씨 측이 제3자 변제를 신청할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탁금 수령과 별개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 씨 측을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재단의 가용 현금이 15억여 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는 총 60명이다.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20일 기준 95억 원이 넘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피고 기업이 낸 돈을 처음으로 받았다. 피고 기업인 히타치조선이 국내 법원에 맡겨둔 공탁금 6000만 원을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모 씨의 유족들이 20일 수급한 것. 이 씨 측 이민 변호사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된 건 처음”이라며 “사실상의 배상이 일본 기업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이 씨 측에 지급된 6000만 원은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담보로 맡긴 돈인 만큼 강제징용 피해를 인정하고 내놓은 배상금은 아니다. 다만 피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라는 점에서 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된 첫 사례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씨는 경북 영양에서 1944년 9월 강제징용돼 일본 오사카 히타치조선소 등에서 8개월 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강제 노역을 했다. 일본의 패전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이 씨는 2015년 10월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2심에 이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그에 앞서 2019년 1월 히타치조선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 씨 측 승소 판결을 내리자 국내 법원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내 자산 매각 절차를 멈춰달라”며 6000만 원을 담보로 공탁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이 씨 측은 히타치조선 공탁금에 대한 법원의 압류 명령을 받아냈고, 결국 이날 공탁금을 수령한 것이다. 법원의 승소 확정 판결에 따르면 유족들이 히타치조선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20일 기준 원금 5000만 원과 지연 이자 5635만 여 원이다. 유족들은 이중 6000만 원을 이번에 지급받았다. 나머지 4635만여 원에 대해선 유족들은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따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부터 수령할 계획이다. 재단은 이 씨 측이 제3자 변제를 신청할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탁금 수령과 별개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 씨 측을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재단의 가용 현금이 15억여 원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는 총 60명이다.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20일 기준 95억 원이 넘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가 지방을 중심으로 이른바 ‘절대농지’로 불리는 농업진흥지역 등 농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의 농지 개발에 대한 규제완화를 검토 중이다. 1992년 관련 제도 도입 이후 32년이 지나 농가 인구 급감에 따라 농지로서의 역할을 못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농식품부는 식량 자급률을 지키기 위해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2018년 231만4982명이었던 국내 농가 인구가 2022년 216만5626명으로 약 15만 명 급감하면서 정부는 인구 감소 지방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진흥지역을 농업 생산 외에 다른 용도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를 해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제 대상은 도로·철도 등이 설치되거나 택지·산업단지 지정 등으로 생긴 자투리 토지와 농로 및 용·배수로가 차단되는 등 실제 영농에 지장을 주는 땅, 농업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본연의 기능이 상실된 경우 등이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1ha 이하 농업진흥지역은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으나 그 이외에는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고심하고 있다.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같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 토지 규제에 가로막혀 난항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완화책을 지난해 7월부터 시행했다. 이를 통해 비수도권 시도지사가 직접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규모가 최대 30만 ㎡ 이하에서 100만 ㎡ 미만으로 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임명된 감사원 감사위원인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57·사진)이 취임사에서 “제가 기교 없이 직선으로 살다보니 공직자로서 굴곡도 없지 않은 삶을 살았다”며 “국익을 행동 기준으로 삼아 매일 매일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19일 취임한 유 위원은 취임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런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준 것은 원장님을 비롯한 헌법상 최고감사기구 감사인들의 땀과 헌신”이라고 했다. 이어 “제게 주어진 심의·의결 의무부터 법과 원칙과 상식, 그리고 사람의 향기에 기반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결토록 하겠다”며 “감사원이 공직사회의 명실상부한 빛과 소금으로 확고히 뿌리 내리는 데 헌신하겠다”고도 했다. 유 위원을 비롯한 6명의 감사위원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함께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감사 결과와 계획에 대해 다수결로 심의하고 의결한다. 감사원 사무처가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재판부 역할을 하는 감사위원회가 의결한 뒤 시행하는 방식이다. 차관급 공직자인 감사위원의 임기는 4년이다. 유 위원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감사원 지방행정감사1국장, 심의실장 등을 두루 지낸 유 위원은 2020년 10월 공공기관감사국장을 지내면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듬해 인사에선 돌연 비(非)감사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좌천됐다. 이를 두고 감사원 안팎에선 “당시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반하는 감사를 벌인 것에 대한 ‘찍어내기식 인사 보복’”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후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유 위원은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국가 통계 조작 의혹 등 권력형 비리 관련 감사를 지휘했다. 일각에선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고발당한 유 위원이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차관급 정무직인 감사위원직으로 직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총장은 전현희 전 국민위원장으로부터 ‘표적감사’ 의혹으로 고발당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공수처가 처장과 차장이 모두 물러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수사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신임 감사위원으로 취임한 유 위원은 사무총장 재직 시절 관여한 감사 건에 대해서는 위원회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 이로써 현직 감사위원 6명 중 윤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은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출신인 김영신 위원과 유 전 사무총장을 포함해 2명으로 늘었다. 고검장을 지낸 조은석 위원과 교수 출신인 김인회 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임명됐다. 조 위원은 지난해 전현희 전 위원장 감사 과정에서 사무처가 주심위원인 자신을 ‘패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무처와 공방을 벌였다. 이남구 이미현 위원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2022년 4월 당시 문재인 정부와 협의를 거쳐 임명됐다. 감사원 출신인 이남구 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고, 이미현 위원은 연세대 법학교수로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유 위원의 후임 사무총장으로 19일 취임한 최달영 전 제1사무차장도 취임사에서 “지난 2년 간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감사관들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혁신해왔고, 감사 업무도 외풍에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추진해왔다”며 “이러한 혁신 작업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임무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특히 짐은 무겁고 갈길은 멀다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란 고사성어를 언급하면서 “감사원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해 헌법적 책무를 충실히 수행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가난한 농부의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기에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았고 나라와 사회가 마련해준 무상교육과 장학제도 덕분에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며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은 온 힘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사무처를 지휘하는 차관급 공직자인 최 사무총장은 1968년 경북 영천 출신으로 덕원고와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96년 공직 생활을 시작해 감사원 적극행정지원단장, 특별조사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사실 엄마는 중졸(중학교 졸업)이란다. 부끄러워서 평생 비밀로 했어….” 이지은 씨는 몇 해 전 엄마와 저녁밥을 먹다가 엄마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렸다. 큰삼촌의 대학 학비를 대기도 빠듯할 정도로 외갓집 형편이 어려워졌고, 엄마가 결국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사연이었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가 돼서야 비밀을 고백한 엄마는 “이제라도 공부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었던 딸 이 씨는 ‘만학도’를 위한 학교인 청암중고등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청암중고는 정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입학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이다. 이로부터 몇 해가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청암중고에서 엄마의 졸업식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선 이 씨는 당시 기억을 털어놓으며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행복해하던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학창 시절이 그립고 간절했을까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하는 엄마에게 행복한 여고 시절을 선물해주신 학교, 친구가 돼주신 어머니 아버지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졸업식 풍경은 일반적인 중고등학교 졸업식과는 달랐다. 학사모를 쓴 졸업생 대부분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었다. 평균 연령 70세인 졸업생 296명 중 최고령자는 91세였다. 졸업식에선 래퍼로 활동하는 경북 칠곡군 어르신들 ‘수니와 7공주’가 청암중고 졸업생을 위해 제작한 축하 영상도 상영됐다.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러분이 받으신 졸업장은 단순히 학업 성취를 증명하는 문서가 아니다”라며 “인생을 살면서 겪은 모든 굴곡을 위로하고, 자기 몫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확인해주는 문서”라고 했다. 이어 한 총리는 내년부터 청암중고와 같은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 재학생들에게도 일반 중고등학교 학생들처럼 무상 급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전국의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에는 1만8709명이 재학 중이었지만, 이 중 3500명만이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나머지 재학생들에 대해서도 무상 급식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반 학교 교직원의 50∼80% 수준인 평생교육기관 교직원의 보수와, 일반 학교 운영비의 절반 이하 수준인 학교 운영비도 인상하기로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발표한 담화에 유의(留意)하고 있다.”(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동맹들이 북한과 외교적 관여를 하는 건 지지할 만한 일이다.”(미라 랩후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일본과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담화를 발표하자, 미국과 일본은 원칙적이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일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김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것에 유의하고 있다”고 했다. ‘관심을 두고 조심히 살펴본다’는 의미인 “유의한다”는 표현으로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는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정상회담이 실현되도록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혀왔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일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했다. 다만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 놓지 않는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하야시 장관은 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은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방북해 체결한 북-일 평양선언엔 대화를 통한 핵·미사일 해결과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발 방지 조치 등이 담겨 있다. 일본이 일단 선은 그었지만 물밑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외교적 성과를 돌파구로 삼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일 정상회담을 지지하되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했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5일(현지 시간) 한 포럼에서 “동맹들과 북한의 외교적 관여는 지지할 일”이라면서도 “다른 뉴스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과 쿠바가 전격 수교를 맺자 북-일 정상회담을 띄웠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 박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도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러시아가 아닌 한 북한이 하는 외교는 긍정적이지만, 북한은 항상 한국과 다른 나라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 관심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북-일 정상회담이 당장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달 8일(현지시간)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 주 유엔 한국대표부의 황준국 대사는 “한국과 수교하고 싶다”는 갑작스런 제안을 받았다. 맞은 편엔 주 유엔 쿠바 대표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대사가 앉아있었다.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이 2016년 외교수장으로서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한 이후로도 8년 넘게 계속된 한국의 수교 ‘러브콜’에 쿠바가 호응한 것이다.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이 쿠바의 의사를 확인한 8일부터 국교를 맺은 14일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양국의 협상은 숨가쁘게 이뤄졌다. “보안이 생명”이라는 공감대 아래 한국과 쿠바의 유엔 대표부는 뉴욕 모처에서 장소를 옮겨가면서 여러 차례 회동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과거 수교를 맺기 앞서 몇년 동안 협상을 이어간 전례도 있었던 것에 비교하면, 이번 수교는 유례 없이 빠르고 압축적으로 모든 협상과 사전 준비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쿠바 모두 ‘가능한 최대한 빨리’ 수교를 맺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 영향이 컸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가시화된 것은 설연휴를 앞둔 이달 7일부터였다. 황준국 대사에게 포르탈 대사가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 두 사람은 앞서 다자회의나 만찬에서 얼굴을 익혔지만, 통화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내일 만나자”는 포르탈 대사의 제안에 황 대사가 응했다. 그리고 이튿날 이뤄진 만남에서 포르탈 대사가 수교를 원한다는 쿠바 측의 입장을 전달한 것. 지난해 우리 측의 수교 의사를 전했지만 ‘형제 국가’ 북한을 의식한 듯 “다른 고려사항이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쿠바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유엔 대표부는 한국에 있는 외교부에 쿠바 입장을 전달했다. 보안을 위해 외교부와 유엔 대표부 안에서도 극소수만 정보를 공유했다. 수교 움직임이 알려질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며 방해에 나설 것이 분명했다. 북한은 2015년 한국 정부가 쿠바와의 수교 의사를 내비친 직후 리수용 당시 외무상을 쿠바에 보냈다. 2016년 윤 전 장관의 쿠바 방문을 앞두고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먼저 쿠바를 찾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견제했다. 수교를 위해서는 한국과 쿠바 모두 국내에서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한국의 경우 쿠바와의 수교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위원들의 심의 의결을 받아야 했다. 헌법에 따르면 외국과의 조약안이나 중요한 대외 정책 사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양국은 수교를 위해 국내에서 필요한 최소 시간이 얼마인지를 감안해 “가장 빠른 시기”로 수교일을 정하자는데 공감했다. 먼저 수교일을 14일로 하자고 제안한 건 쿠바 측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밸런타인 데이라 양국의 우정을 상징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14일 오전 8시 한국과 쿠바가 뉴욕 모처에서 만나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순간까지도 양국의 긴장감은 이어졌다. 당국은 쿠바 측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수교를 위한 외교 공한을 언제 교환하고, 수교 사실을 몇시 몇분에 공표할지까지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 쿠바와 최종 합의 결과를 보고받고 승인했다. 이어 쿠바가 수교 의사를 처음 밝힌 지 6일 만인 14일 전격 수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발표한 담화에 유의(留意)하고 있다.”(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동맹들이 북한과 외교적 관여를 하는 건 지지할만한 일이다.”(미라 랩후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일본과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는 담화를 발표하자, 미국과 일본은 원칙적이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간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노력하겠다”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및 납치 문제 거론 불가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미국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한국과 쿠바 수교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 분열을 노린 전술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日 “유의하되 북한 조건 수용 못 해”일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6일 정례기자회견에서 “김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것에 유의하고 있다”고 했다. ‘관심을 두고 조심히 살펴본다’는 의미인 “유의한다”는 표현으로 기존 자세를 견지하겠단 뜻을 밝힌 것이다.하야시 장관은 또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북한과의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이 실현되도록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일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했다. 다만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 놓지 않는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하야시 장관은 이에 대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은 북일평양선언에 기초해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방북해 체결한 북일평양선언에는 대화를 통한 핵·미사일 해결과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발 방지 조치 등이 담겨 있다.일본이 일단 선은 그었지만 물밑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외교적 성과를 돌파구로 삼으려 할 수 있다.●“한미일 흔드는 균열 전술일 수도” 미국은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 조심스런 접근을 요구했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다 담당 선임보좌관은 15일(현지 시간) 한 포럼에서 “동맹들이 북한과 외교적 관여를 하는 건 지지할 일”이라면서도 “다른 뉴스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과 쿠바가 전격 수교를 맺자 북일정상회담을 띄웠을 수 있단 해석이다. 정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도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러시아가 아닌 한 북한이 하는 외교는 긍정적이지만, 북한은 항상 한국과 다른 나라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 관심 있다”고 했다.일본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NHK는 히라이와 슌지 난잔대 교수를 인용해 “한미와는 달리 납북 문제란 사정이 있는 일본에 접근해 삼국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라 평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일본과의 정상화로 경제적 지원이나 제재 완화를 얻고 싶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이번 담화가 김 부부장의 ‘개인적 견해’라 밝힌 대목도 주목했다. 교도통신은 “16일 북한 노동신문에 담화가 실리지 않았다”며 “노동당 중앙은 끌어들이지 않은 채 일본의 대응을 떠보려는 것”이라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북일정상회담이 당장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북한과 접촉할 이유는 있겠지만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해결될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16일 “일북 접촉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14일 밤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전격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형제 국가’로 64년간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자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일본에 손을 내밀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담화에서 일본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 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북-일 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북-일)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이 우리의 정당 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직접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까지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김여정은 “우리(북한) 국가지도부는 조일(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접촉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앞으로 기시다 수상의 속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대북 문제에서 태도를 바꾸면 평양 방문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 이후 6일 뒤 북한이 갑자기 반응을 내놓은 것은 한국과 쿠바의 수교 영향일 수 있다고 본다.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1960년 북한과 국교를 맺고 64년을 ‘형제 국가’로 지내 왔다. 그런 쿠바가 북한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과 수교한 자체가 북한 입장에선 큰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북한으로선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대해선 이날 직접적인 공개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과의 수교에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듯한 장면은 포착됐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는 북한 주재 외교단이 참석한 연회를 소개하면서 쿠바 대사의 이름은 뺐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공개한 연회 사진에 쿠바 신임 대사의 모습이 있지만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것. 그동안 북한은 주북한 외교단 등을 소개할 때 혈맹인 중국에 이어 ‘형제국’ 쿠바를 다음 순서로 언급하는 등 예우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사진)이 새 감사위원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으로부터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고발당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전날 유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안을 서면 의결했다. 같은 날 감사위는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의 사퇴안과 임명제청안도 함께 의결했다. 유 사무총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최 사무차장이 내정된 것. 최 사무차장은 유 사무총장 체제에서 기획조정실장과 제1사무차장을 지내는 등 사무처의 2인자 역할을 해왔다. 사퇴한 유 사무총장은 이달 17일로 임기를 마치는 임찬우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임기 4년의 차관급 정무직인 감사위원은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무총장의 경우 감사위 의결을 거친 뒤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16일 유 사무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사무총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두 번째 감사위원이 된다. 현재 감사위원 6명 중 윤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은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출신인 김영신 위원뿐이다. 이미현 이남구 위원의 경우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당시 문재인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임명됐다. 임찬우 김인회 조은석 위원은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다. 일각에선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고발당한 유 사무총장이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차관급 정무직인 감사위원직으로 직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공수처가 처장과 차장이 모두 물러나 사실상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유 사무총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