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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적폐청산위원회 격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 불법적인 정황이 있었다며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즉각 “권고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병훈 개혁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현숙 전 대통령고용복지수석과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고용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혁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2015년 8월부터 1년여간 ‘노동시장 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 기구를 서울고용노동청에 설치했다. 이 회의에서 노동개혁 관련 지시와 실행사항을 주 3, 4회 점검했다. 당시 상황실은 생산문서를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출력물은 사용 후 즉시 파쇄하는 한편, 문서 파일을 개인 PC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지침까지 하달했다. 개혁위는 비선기구를 통해 김 전 수석이 노동개혁을 비판하는 야당과 노동단체를 압박하기 위해 보수청년단체의 시위를 지시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론조작을 주도한 정황(국가공무원법 위반)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2015년 4월 노사정 협상에서 이탈하자 정부가 국고보조금을 끊은 것 역시 위법하다고 개혁위는 판단했다. 개혁위는 이 과정에서 이 전 비서실장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김 전 수석과 함께 수사 의뢰했다. 국가정보원이 2008∼2013년 민간인 592명과 기업 303곳의 고용보험 정보를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자료 요구의 목적은 파악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개혁위는 검찰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는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검찰과 협의하라고 권고했다. 고용부가 근로감독관의 수사권 조정에 나서면 검찰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는 이 위원장 등 민간위원 8명과 고용부 간부 2명을 위원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7월 1일 시행된다. 2004년 주 5일제가 시행된 후 14년 만에 노동시장은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 근로 문화에 익숙한 노사가 ‘주 52시간’에 빠르게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동아일보는 주 52시간 시대의 연착륙을 위해 현장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정부 지원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5회 시리즈로 진단한다. 첫 회에선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은 중소·중견기업인 곳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속사정을 들어봤다. 》 제조업체 A사는 연 매출액 1조 원, 생산직 직원이 2000명인 중견기업이다. A사는 요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근로시간 단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00인 이상 기업은 당장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근로자를 적극 채용하면서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5시간까지 단축해 왔다. 이제 200명을 더 뽑으면 52시간에 맞출 수 있지만 간단치 않다. 신규 채용이 여의치 않아서다. 이 회사 정규직 생산직의 시급은 약 8000원이지만 상여금과 수당을 합한 초봉은 3500만 원을 넘는다. 나름 괜찮은 일자리지만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공장이 모두 지방에 있어 청년들이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어렵게 뽑아도 금세 나가기 일쑤다. A사 관계자는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몸을 쓰는 생산직에는 청년들이 오려고 하질 않는다”며 “차라리 도시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사표를 내는 청년도 많다”고 말했다. A사 같은 중견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여력이 충분하다. 신규 채용을 할 의지도 있다. 하지만 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지방의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겠다는 청년이 많지 않아서다. 근로자 330명 규모의 수도권 엔지니어링 업체인 B사도 7월부터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춰야 한다. 이 회사의 생산직들은 최근 연쇄적으로 사표를 내고 있다.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으로 수당이 더 줄 것으로 예상되자 월급을 더 주는 곳으로 이직하려는 근로자가 많아진 탓이다. B사의 경우 퇴직 인원을 보충하고 근로시간까지 줄이려면 30명 이상을 채용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우리는 근로자 규모로 보면 대기업이지만 사실상 중소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임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직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A사와 B사 같은 중견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의 ‘그림자’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0인 이상 기업으로 분류돼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먼저 시행되지만 신규 채용이 여의치 않거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런 중견기업들에 지원책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청년들이 마음 놓고 생산직에 오도록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시간을 선제적으로 단축하면서 신규 고용에 나서는 기업에는 채용 장려금을 확대 지급하거나 4대 보험료를 대폭 감면해 주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2023년까지 폐지가 예정된 산업기능요원 병역 특례도 청년들이 군 복무 걱정 없이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고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연간 5만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만 고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생산직이나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게 근본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체 고등학생 중에서 직업계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9%밖에 되지 않는데, 30% 이상까지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며 “중견·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면 5년 이상 근무 시 학위를 주는 등의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5일 내놓을 청년 일자리 대책에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위한 인센티브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제조업체 A사는 연매출액 1조 원, 생산직 직원이 2000명인 ‘중견기업’이다. 사업체 규모로는 300인 이상인 ‘대기업’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A사는 요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근로시간 단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장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근로자를 적극 채용하면서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5시간까지 단축해왔다. 이제 200명을 더 뽑으면 52시간에 맞출 수 있지만 간단치 않다. 신규 채용이 여의치 않아서다. 이 회사 정규직 생산직의 시급은 약 8000원이지만 상여금과 수당을 합한 초봉은 3500만 원을 넘는다. 나름 괜찮은 일자리지만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공장이 모두 지방에 있어 청년들이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어렵게 뽑아도 금세 나가기 일쑤다. A 사 관계자는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몸을 쓰는 생산직에는 청년들이 오려고 하질 않는다”며 “차라리 도시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사표를 내는 청년도 많다”고 말했다. A사 같은 중견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여력이 충분하다. 신규 채용을 할 의지도 있다. 하지만 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지방의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겠다는 청년이 많지 않아서다. 근로자 330명 규모의 수도권 엔지니어링 업체인 B 사도 7월부터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춰야 한다. 이 회사의 생산직들은 최근 연쇄적으로 사표를 내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수당이 줄게 되자 월급을 더 주는 곳으로 이직하려는 근로자가 많아진 탓이다. B사의 경우 퇴직 인원을 보충하고 근로시간까지 줄이려면 30명 이상을 채용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우리는 근로자 규모로 보면 대기업이지만 사실상 중소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임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직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A사와 B사와 같은 중견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의 ‘그림자’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먼저 시행되지만, 신규채용이 여의치 않거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책이 이런 중견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 사 관계자는 “청년들이 마음 놓고 생산직에 오도록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던지, 아니면 한시적으로는 중견기업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면 제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는 만큼 외국인 고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달라는 요구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외국인근로자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만 고용할 수 있다.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5개 업종만 가능하며 올해는 약 5만6000명 규모다. 도입 인원 역시 정부가 매년 엄격히 규제한다. 최저임금(올해 시급 7530원) 산입범위 확대 역시 중견기업들에게 절실하다. 산입범위가 상여금과 수당까지 넓어지면 신규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생산직이나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게 근본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체 고등학생 중에서 직업계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9% 밖에 되지 않는데, 30% 이상까지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며 “중견·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면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5년 이상 근무 시 학위를 주는 등의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일자리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정보통신 전문가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직종은 일자리가 급증하고 매장판매직, 단순노무직은 일자리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8일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2016∼2030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력수요 전망’을 보고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이번 전망은 지난해 3월부터 대학과 연구기관, 관련 기업의 전문가 40여 명이 함께 연구한 결과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정점을 이룰 2030년에는 지금보다 일자리가 12만 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망 분야에서 일자리가 약 92만 개 늘고, 위기 분야에서 일자리가 약 80만 개 줄면서 노동시장 전체로는 약 12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직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직과 미용·예식·의료보조의 경우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관련 산업이 성장해 일자리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되면서 문화·예술·스포츠 직종도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다. 정보·통신 전문가, 공학 전문가, 과학기술 전문가 등 핵심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디지털 유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매장판매직은 일자리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운전·운송 관련 직업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단순노무직은 스마트 공장 등 생산 공정의 자동화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직, 금융 및 보험 사무직, 건설 및 채굴 관련 기능직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는 직업으로 꼽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제도 개편 합의에 실패했다. 이제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교통비, 식대 등)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산정 기준) 포함 여부는 국회와 정부가 바통을 넘겨받아 논의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제도 개편 소위원회는 6일 오후 2시부터 7일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최저임금제도 개편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협상 결렬은 핵심 쟁점인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의 산입 범위 포함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현재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상여금과 초과근로수당, 복지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경영계는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을 산입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산입 범위가 이렇게 넓어지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날 협상 역시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최저임금위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대안’이 국회 논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전문가들은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만 산입 범위에 포함하되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1개월’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상여금을 3개월(분기)마다 300만 원씩 연간 1200만 원으로 지급하던 회사가 매달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주기를 바꾸면 산입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복지수당에 대해서는 TF 내에서도 논란이 해소되지 않아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노사 모두 전문가 안을 반대하고 있고, 국회와 정부가 이 안을 수용할 경우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 파기 등 전면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국회가 논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근로자를 신규 채용한 기업에 인건비가 지원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7월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안(주당 최대 근로시간 68→52시간)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먼저 현재 시행 중인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의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감소한 시간에 쓸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면 신규 채용 1명당 300인 이상 대기업은 월 40만 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월 80만 원을 최대 2년간 지원한다. 고용부는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임금이 줄어든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에게 1인당 월 4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만큼 기업들이 적극 호응해 달라는 취지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올해 213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안 시행 전에 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하고 컨설팅도 지원할 방침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들이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도록 ‘근무혁신 10대 제안’(정시퇴근,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등) 범국민 캠페인도 벌이기로 했다. 경영계가 요구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주당 근로시간을 일정 기간의 평균으로 산출하는 제도)는 근로시간 단축안이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되는 2023년 이전에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 지원이 증가하면 고용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현재 고용보험기금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인상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달 내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후속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2007년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빅3 업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복리후생비 등 간접비용 포함)은 73.2달러였다. 당시 미국 내 일본 자동차회사 3곳의 평균 시간당 임금 47.6달러보다 54%가량 높았다. 고비용 구조는 GM 경쟁력을 약화시킨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GM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픽업트럭과 대형차에 주력했고 미국 공장 라인에서 제외된 소형차들은 주로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하게 됐다. 미국 본사가 위기를 겪을 동안 한국GM이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이유다. 현재 미국과 한국GM 상황은 11년 전과 정반대가 됐다. GM은 부활했지만 한국GM은 사업 지속 자체가 불투명하다. 2007년 GM 공장이 고가 차량에 집중한 전략은 제품 구조만 왜곡시켰을 뿐 큰 효과는 없었다. 이듬해 금융위기가 닥쳤고 2009년 GM은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그랬던 GM은 지난해 10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탄탄한 회사로 재탄생했다. 전문가들은 GM의 부활을 이끈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유연하게 변한 노조를 꼽는다. 지난해 GM 디트로이트 본사를 방문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금융위기와 파산을 겪으면서 GM 노조는 ‘회사가 망하니까 노조도 망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유연하게 변했다”고 설명했다. GM 위기설이 확산되던 2007년 GM 노조는 이중임금제 도입에 합의했다. 신규 입사자들은 기존 근로자 임금의 50%만 받도록 했다. 근로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다른 임금 체계를 적용한 것. 미국과는 달리 한국GM을 비롯한 국내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단일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 GM은 이중임금제 도입과 함께 2015년까지 임금을 동결했다. 2009년 GM 파산 후 미국 정부는 지원 조건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그해 3월 GM은 생산직 근로자 12%에 해당하는 7500명을 해고했다. 구조조정과 함께 노조는 과도한 복지 혜택 축소에 동의했다. 근로 형태를 유연하게 바꾼 것도 이때다. 외부 인력 활용과 추가 근로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다. 차량 수요에 맞춰 임시직 근로자를 고용해 생산을 늘리는 식의 민첩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생산 라인이나 공장 근무 인력을 재배치할 때 회사가 결정하게 하는 것도 반드시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하는 한국GM 노조와 다른 점이다. 혹독한 구조조정 후 GM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GM의 미국 내 생산은 2009년 119만 대에서 2014년 210만 대로 늘었다. 2011년 GM은 실적을 회복하면서 새롭게 생긴 일자리 6400개 일부를 해고 근로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위기 극복 후 성과를 나누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지켰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GM이 GM의 위기 극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조가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노조의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용 세습’ 조항을 단체협약에 유지하고 있는 점은 여론의 비판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한국GM 단체협약에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해 1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 세습이 고용정책기본법(7조) 등 관련 법규 위반이라는 법원 판례에 따른 조치였다. 이후 한국GM 노사는 “자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변화는 없다. 매년 노사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로 꼽히는 ‘파업을 너무 쉽게 하도록 하는 관행’을 이참에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GM 노사는 매년 협상을 한다. GM은 교섭 주기가 4년이다. 파업을 하면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해 대체 근로 자체를 막는 것도 엄연한 불법.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관행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합리적인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 불법 행위는 용인하지 않은 것과 같은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2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결과 전체 직원 중 15%인 240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를 앞둔 군산공장뿐만 아니라 부평·창원공장에서도 1000여 명이 신청했다. 이로 인해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도 군산공장 인원을 다른 공장으로 배치하면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역시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와 인력 전환 배치에 동의해야 가능한 부분이다.한우신 hanwshin@donga.com·유성열 기자}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게임개발사에서 일하는 20대 A 씨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현재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최대 68시간이지만 매주 80시간 이상 일한다. 게임 출시가 임박할 때는 아예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그러나 A 씨의 월급명세서에는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항목이 따로 없다. 기본연봉 옆에 ‘제(諸)수당 포함’이라고만 적혀 있다. 경력채용 당시 근로계약서를 쓸 때 ‘포괄임금제’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의 연봉은 약 4000만 원. 이를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지만 자신이 일한 시간에 비해선 턱없이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지만 A 씨처럼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사무직이나 정보기술(IT)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괄임금제를 하는 일부 사업장에선 법정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은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란 기본급 또는 기본연봉에 평일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수당을 포함해 함께 지급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야근을 많이 하는 게임회사들은 주당 근로시간을 법정 한도인 68시간으로 정한 뒤 이에 해당하는 수당을 기본급과 함께 지급한다. 매주 68시간보다 덜 일했다고 수당이 깎이지 않지만 반대로 더 일했다고 해서 더 받는 것도 아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법에 없는 제도다. 정부 지침에도 관련 규정이 없다. 영업이나 운송, 경비 등 외근이 많고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대법원은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곤란한 업무에 한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조건에서 포괄임금제 적용을 용인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쉬운 사무직 등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 8년차 대리인 B 씨는 경영지원직이다. 회사를 출입할 때마다 사원증을 찍어야 해 출퇴근시간이 정확히 산정된다. 하지만 거의 매일 오후 9시쯤 퇴근하는 B 씨는 지금까지 초과근로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 B 씨는 “동료들은 포괄임금제를 야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야근의 덫’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사무직 10명 중 4명이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포괄임금제를 제대로 활용하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편리한 대목이 있다. 매번 근로시간을 일일이 산정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어서다. 하지만 A 씨 회사처럼 포괄임금으로 정한 시간보다 더 일을 시키고도 수당을 적게 주려고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적지 않다.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주당 80시간을 일했어도 사전에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약정했다면 수당을 더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결국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돼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은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금만 줄고 근로시간은 그대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포괄임금 관련 지침을 만들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무직은 근로시간 측정이 가능한지에 따라 포괄임금제 적용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올해부터 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52시간에 미달해도 업무가 과중한 탓에 뇌심혈관계 질환(뇌경색, 심근경색 등)이 발생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산재인정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 동안 휴일근무 등 피로가 쌓이는 ‘과중 업무’를 2개 이상 했다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 미만이어도 산재로 인정한다. 과중 업무는 휴일·교대근무를 포함해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등 7가지로 규정했다. 특히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었다면 과중 업무를 하지 않았어도 산재로 인정한다. 지난해까지는 과중 업무를 했더라도 발병 전 12주 동안 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60시간을 넘어야 산재로 인정했지만 그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9회 ‘일과삶붕괴병’ 웹툰은 ‘조국과 민족’으로 이름을 알린 강태진 작가가 직장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된 회사원 김진성(가명) 씨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지박(地縛·땅에 얽매임)’은 늦은 밤까지 회사에 묶여 사는 직장인의 일상을 의미한다. “암 검사를 해보죠.” 지난해 말 병원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4년간 쌓인 직장 스트레스가 병이 된 걸까. 한 달 새 몸무게가 7㎏이나 줄고 머리가 빠졌다. 의사는 “김진성(가명) 씨, 아무래도 정밀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암 검사를 권했다. 당시 나이 28세. 암을 떠올리기엔 일러도 너무 일렀다. 정밀검사 결과 ‘갑상선 기능 항진증(갑상선 호르몬 과다분비로 부정맥, 심부전 등 신체이상이 나타나는 증상)’ 진단을 받았다. 암은 아니었지만 회의감이 밀려왔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 2014년 공공기관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만해도 걱정이 없었다. 특목고를 거쳐 명문대에 진학했다. 인턴 자리도 얻었으니 인생의 탄탄대로에 들어선 듯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쓰고 버려지는 ‘티슈 인턴’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추가 수당을 주는 초과근로는 1년에 150시간만 인정한다. 이 기준을 넘어가면 야근을 해도 보상이 없다.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그 시간을 채웠다. 이후 매일 같이 4, 5시간 야근을 했지만 통장에 찍히는 돈은 월 130만 원에 불과했다. 12월 31일엔 ‘예산을 남김없이 소진하라’는 명령을 받고 잔고를 0으로 만드는 서류작업을 하느라 사무실에서 해를 넘기기도 했다. 그래도 하나 얻은 건 있다. 자기소개서에 ‘한달에 100시간씩 야근을 했다’는 한 줄을 적을 수 있게 됐다. 한 줄의 위력이었을까. 인턴이 끝난 뒤 A사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당장 야근은 없었지만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배우는 직무교육(OJT)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팀에 갈 때마다 화려한 신고식이 이어졌다. 이기지 못하는 술과 불편한 언행이 오가는 자리였다. 두 달 동안 40개 팀을 돌았으니 그 고통스러운 회식을 40번 가량 한 셈이다. 반복되는 회식으로 숙취가 감기처럼 따라다녔다. 밤 12시에 퇴근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월급은 단리로 쌓이지만, 피로는 복리로 쌓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한 선배는 “이 회사 다니면서 시력이 1.0에서 0.1로 떨어지고, 원형탈모가 왔다”며 “아직 어리니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떠나라”고 조언했다. 결국 2016년 대기업 B사의 신입으로 재취업했다. 워라밸을 존중하기로 소문난 회사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갑작스럽게 여러 명이 동시에 퇴사하면서 인력이 부족했지만 회사는 그 공백을 방치했다. 결국 신입인 내게 많은 일이 몰렸다. 건강에 이상신호가 온 건 그때였다. 우선 감정 조절이 힘들었다. 길을 가다 나를 향해 재채기를 하는 행인과 싸워 경찰이 출동한 일이 있다. 출근을 앞둔 어느 날은 눈물을 마구 쏟다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 변화였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몸도 함께 망가져 갔다. 감기에 걸리면 편도염이나 인후염으로 이어지는 등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무리 먹어도 체중이 줄었다.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 체중 급감 등은 모두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전형적 증상임을 뒤늦게 알았다. 의사는 당장 호르몬제를 먹기보다 잠을 충분히 자라고 권했다. 그러고 보니 B사에 입사한 이후 늘 오전 7시쯤 출근해 늦은 밤 퇴근했다. 휴일도 반납하며 일한 내 삶엔 쉼표가 없었다. 4년간의 직장생활에서 얻은 건 무엇인가. 우울증과 공황장애, 갑상선 기능 항진증, 만성 편도염…. 그리고 몇 천 만 원이 든 통장이다. 약간 돈을 벌었지만 건강과 행복을 잃은 채 20대 끝에 서 있다.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초 퇴사를 감행했다. 그리고 그동안 모아둔 적금을 깨 해외로 떠나는 편도 티켓을 끊었다. 대책 없이 떠나는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취직 걱정을 해야 할 테다. 새로 들어갈 직장이 유토피아일 리 없다. 그래도 나 자신을 챙기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에서 30대의 첫 페이지를 열고 싶다. ▼ 워라밸 붕괴, 건강 붕괴로 이어져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로 ‘건강’을 꼽았다. 비영리재단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간 일과 삶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로 ‘졸림과 극심한 피로가 계속된다’는 응답이 62.1%(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운동할 시간이 없어졌다’(29.1%) ‘우울하고 스트레스가 심하다’(26.2%) ‘몸이 쉽게 아파 병가를 냈다’(24.1%) 등이 뒤를 이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붕괴가 곧 건강 붕괴로 나타난 셈이다. 과로가 일상인 한국의 직장인들 중에는 특별한 원인 없이 심한 피로가 지속되는 ‘만성피로증후군’이나 피로누적으로 모든 일에 무기력함을 느끼는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6년 직장인 1129명을 조사해보니 10명 중 8명(79.4%)이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했다. 장시간 PC근무로 인한 ‘거북목(일자목)증후군’이나 키보드 사용으로 손목이 시큰거리는 ‘손목터널증후군’도 직장인의 대표적 직업병이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는 수면부족을 거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은 물론이고 유산 가능성도 있다. 야근은 고열량 식사와 술 등으로 이어져 체중이 늘고 협심증,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국제암연구소는 야근 자체를 발암물질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2A로 지정했을 정도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피로는 몸에서 휴식을 요구하는 경고등”이라며 “피로를 무시하지 말고 증상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노동잡학사전] 산재 인정 기준 ▼올해부터 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52시간에 미달해도 업무가 과중한 탓에 뇌심혈관계 질환(뇌경색, 심근경색 등)이 발생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산재인정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 동안 휴일근무 등 피로가 쌓이는 ‘과중 업무’를 2개 이상 했다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 미만이어도 산재로 인정한다. 과중 업무는 휴일·교대근무를 포함해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등 7가지로 규정했다. 특히 주당 평균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었다면 업무 외적인 발병 요인이 없는 한 과중 업무를 하지 않았어도 산재로 인정한다. 지난해까지는 과중 업무를 했더라도 발병 전 12주 동안 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60시간을 넘어야 산재로 인정했지만 그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7월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그러면 ‘주당 52시간’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는지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51조가 규정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정 기간 내에서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정하는 제도다. 일정 기간의 근로시간을 늘리면 다른 기간의 근로시간을 줄여서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에 맞추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업무가 몰리는 한 달 동안은 주당 60시간까지 8시간 늘리고, 업무가 적은 한 달은 주당 44시간으로 8시간을 줄이면 두 달 동안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이 된다. 업무가 많은 기간은 초과근무를 더 하고 업무가 적은 기간은 초과근무를 덜 해서 법정근로시간을 맞추도록 하는 형식인 셈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사업주가 취업규칙(사규)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노사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조건을 정한다. 취업규칙으로 정하려면 운용 기간이 2주 이내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주는 초과근무를 하고, 한 주는 근무를 덜해서 주당 52시간을 맞추는 식이다. 만약 2주 이상의 기간으로 운용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수다. 특히 노사 합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더라도 운용 기간은 3개월 이내여야 한다. 7월 300인 이상 사업장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더라도 노사가 합의한다면 3개월간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주당 52시간을 매주 지켜야 한다.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운용 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지 말고 1년으로 넓혀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이다. 야당도 이를 주장했지만, 노동계 반대로 합의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다만 여야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2년 12월까지 결론을 내자고 합의했다. 그때까지는 현행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압선 정비 기술자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근로자에 대해 산업재해 판정이 내려졌다. 정부가 전자파와 직업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5년 1월 백혈병에 걸려 4개월 만에 숨진 장모 씨(당시 53세) 유족이 낸 산업재해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8일 밝혔다. 전자파와 백혈병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의학적으로 100%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업무 환경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면 간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국내에서 전자파가 직업병 사유로 인정돼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것은 장 씨가 처음이다. 장 씨는 한 전기업체 소속 근로자로 전봇대 고압선 정비 작업을 26년간 하다가 급성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근로시간 단축 논의 5년 만에 여야가 합의를 이뤄냈지만 마지막 복병이 있다. 휴일수당 할증률과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여야는 휴일수당 할증률을 통상임금의 150%로 합의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200%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200%를 달라는 근로자들의 소송에서 2심 재판부는 대부분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이런 판결이 이어지면 노동시장은 다시 한번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 35명이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의 200%로 달라며 2008년 제기한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지난달 18일 열었다. 대법원에는 같은 내용의 소송이 14건이나 계류돼 있다. 전원합의체는 통상 공개변론 뒤 석 달 이내에 판결을 내린다. 늦어도 4월에는 최종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후 휴일수당을 200% 달라는 민사소송이 폭증할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선 대법원이 근로자의 완승을 선언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미화원에게 승소 판결을 내리더라도 통상임금 선고처럼 미지급 임금 청구권을 엄격히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2011년 2심 판결이 내려진 뒤 7년이나 선고를 미룬 것은 국회의 입법을 기다린 것”이라며 “여야 합의안을 존중한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1. 되찾은 나의 ‘16시간’#2.“아빠 이번 주에 어디 놀러가면 안돼요?”6살 딸 아이의 물음에 직장인 김모씨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3.계속되는 근무 시간에 피곤이 쌓인 그는스스로에게 원망스럽지만 딸과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4.이렇게 곤란한 상황은 올해 7월부터 없어질 것이다. 바로 16시간의 주당 근로시간이 단축되기 때문. #5.드디어 직장인들이 바라던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가능해지며일에 빠져 사는 한국인의 생활에 일대 변화가 생기는 걸까. #6.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내용의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 #7.(그림)현재 최대 68시간 (평일 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 → 52시간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개정안은 28일 본 회의에 상정됨#8.300인 이상 대기업은 올 7월부터 시행되며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업장 크기에 따라 각각 적용된다.#9.(그림) 50~299명인 사업장: 2020년 1월부터 5~49명인 사업장: 2021년 7월부터 30인 미만 사업장: 2022년 12월 31일 까지 한시적으로 특별 연장근로 8시간이 허용돼 주 60시간 근로 가능. #10.근로시간 단축은 2004년 주 5일제 시행 이후 14년 만. #11.하지만 연장근로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근로자의 수당은 깎인다. (그림: 휴일근로수당은 현행(통상임금의 150%)대로 유지.) #12.또한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26개 특례업종은 운송업과 병원 등 5개만 남기고 모두 없어진다. 여당이 휴일 수당을 150%로 유지하자는 야당의 요구를수용하는 대신 야당은 특례업종을 줄이자는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13.이번 근로 단축 시간 개정안에 대해 직장인들의 워라밸은 기대가 되지만모두가 기쁜 것은 아니다. #14.우려 깊은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경영계- 영세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 보완이 필요 노동계- 휴일수당은 통상임금의 200% 로 달라#15.하지만 휴식을 갈망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한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워라밸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일까? 2018.02.28 (수)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원본ㅣ유성열 기자사진 출처ㅣ동아일보DB·Pixabay제작ㅣ한지혜 인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통과시킨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면 직장인의 근로 형태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 화두가 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일주일에 정확히 몇 시간까지 일하게 되나. A.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다. 평일 40시간과 평일 연장 12시간에 휴일근로 16시간을 합친 것이다.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평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의 구분이 사라져 평일이든 주말이든 모두 합쳐 연장근로가 주당 12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여기에 평일 40시간을 합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줄어든다. Q. 연장근로가 줄면 그만큼 월급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 A. 맞다. 평일과 휴일을 합한 연장근로 한도가 28시간에서 12시간으로 16시간 줄어든 만큼 연장근로수당도 그만큼 감소하는 근로자가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의 200%로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본급은 적고 특근이 많아 수당 비중이 높은 생산직 근로자들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Q. 근로자가 원하면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나. A. 근로자가 원한다고 해도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면 불법이다. Q. 노사가 합의하면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의 200%로 올릴 수 있나. A. 휴일수당의 지급기준은 현행과 동일하다. 8시간 이내는 통상임금의 150%, 8시간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한해 200%를 주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 시급이 1만 원인 근로자가 일요일에 출근해 10시간을 일했다면 8시간은 150%인 12만 원, 나머지 2시간은 200%인 4만 원을 합해 16만 원을 휴일수당으로 받는다. 만약 노사 합의로 휴일수당을 200% 주기로 했다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법에선 150%보다 적게 주는 것만 금지한다. Q.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근로기준법(55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공휴일 관련 규정은 없다. 삼일절, 설날 같은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시행령)에 근거한 휴일로 엄밀히 따지면 공무원만 쉬는 날이다. 다만 많은 기업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없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무급으로 쉬거나 연차휴가를 내야 했다. 여야는 이런 ‘휴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되면 돈을 받으며 쉬는 것이기 때문에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Q.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나. A.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 규제 대상이 아니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도 포함할 것을 주장했지만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편의점 등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어도 문제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연장근로를 해도 통상임금의 150%가 아닌 100%만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8.1%인 558만 명에 이른다. Q. 미성년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어떻게 되나. A. 현재 미성년(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당사자가 합의하면 6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46시간인 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성년 근로자는 주 35시간에 연장근로 5시간을 합해 최대 4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Q. 현재도 주 68시간 이상 일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법으로 52시간을 못 박은들 제대로 지켜지겠나. A.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2004년부터 주5일제(주당 40시간)를 시행했지만 정부는 연장 및 휴일근로를 28시간까지 허용해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정부가 그동안 근로시간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은 점도 ‘장시간 근로’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선행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에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본급은 적고 수당이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사가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자청하는 근로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시장의 대변혁을 예고한다. 대기업은 사전에 대비한 곳이 많지만 고용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발등의 불’이다. 제도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사업주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업주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노사가 합의하면 52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있나. A. 불법이다. 노동법은 노사 합의나 단체협약보다 우선한다. 법정근로시간을 넘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Q. 특별연장근로란 무엇인가. A.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8시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다. 이 가운데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로 허용해 주당 60시간까지 가능하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둔 셈이다. 다만 특별연장근로를 하려면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 Q. 추가 고용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생산량을 줄여야 하나. A.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를 벌인 뒤 국회와 협의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추가로 고용을 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Q.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방송사도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가야 하나. A. 여야는 근로시간 제한이 없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줄였다. 다만 특례업종에서 빠진 21개 업종 중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방송사는 근로자가 300인 이상이라 하더라도 올해 7월 1일이 아닌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면 된다. Q. 특례를 유지한 업종은 무엇인가. A.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보건업의 특례는 유지된다. 이 업종에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겨도 불법이 아니다. 다만 ‘연속 휴식시간’을 11시간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밤 12시에 퇴근했다면 다음 날 오전 11시 이후에 출근해야 한다. 고속버스 등 노선버스업은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올해 7월부터 직장인들의 삶이 바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회사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데 쓴다면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해진다. 전 세계에서 대표적으로 일에 빠져 사는 한국인의 생활에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현재 평일 주 40시간에 평일 연장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을 합해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한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국회가 2013년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개정안은 28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올 7월부터 시행되며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수 있도록 근로자 50∼299명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명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각각 적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특별 연장근로 8시간이 허용돼 주당 60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2004년 주 5일제 시행 이후 14년 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16시간의 휴일근로 시간을 별도로 인정해 온 만큼 이번에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주 5일제 시행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장근로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근로자의 수당은 깎인다. 핵심 쟁점이던 휴일근로수당은 현행(통상임금의 150%)대로 유지된다.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26개 특례업종은 운송업과 병원 등 5개만 남기고 모두 없어진다. 여당이 휴일수당을 150%로 유지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야당은 특례업종을 줄이자는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경영계는 “영세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의 200%로 달라고 요구해 온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개혁이 아닌 개악(改惡)”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노사정 대화 불참 가능성도 거론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통과시킨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면 직장인의 근로형태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 화두가 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일주일에 정확히 몇 시간까지 일하게 되는 건가.A.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다. 평일 40시간과 평일 연장 12시간에 휴일근로 16시간을 합친 것이다.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평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의 구분이 사라져 평일이든 주말이든 모두 합쳐 연장근로가 주당 12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여기에 평일 40시간을 합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줄어든다. Q. 연장근로가 줄면 그만큼 월급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A. 맞다. 평일과 휴일을 합한 연장근로 한도가 28시간에서 12시간으로 16시간 줄어든 만큼 연장근로수당도 그만큼 감소하는 근로자가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의 200%로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본급은 적고 특근이 많아 수당 비중이 높은 생산직 근로자들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Q. 근로자가 원하면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나.A. 근로자가 원한다고 해도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면 불법이다. Q. 노사가 합의하면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의 200%로 올릴 수 있나.A. 휴일수당의 지급기준은 현행과 동일하다. 8시간 이내는 통상임금의 150%, 8시간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한해 200%를 주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 시급이 1만 원인 근로자가 일요일에 출근해 10시간을 일했다면 8시간은 150%인 12만 원, 나머지 2시간은 200%인 4만 원을 합해 16만 원을 휴일수당으로 받는다. 만약 노사 합의로 휴일수당을 200% 주기로 했다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법에선 150%보다 적게 주는 것만 금지한다. Q.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인가.A. 근로기준법(55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공휴일 관련 규정은 없다. 3·1절, 설날같은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시행령)에 근거한 휴일로 엄밀히 따지면 공무원만 쉬는 날이다. 다만 많은 기업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없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무급으로 쉬거나 연차휴가를 내야 했다. 여야는 이런 ‘휴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되면 돈을 받으며 쉬는 것이기 때문에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Q. 5인 미만 영세사업장도 이번 합의안이 적용되나.A.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 규제 대상이 아니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도 다른 사업장과 동일하게 근로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합의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에 따라 합의안이 시행돼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주당 52시간을 넘어 일할 수 있다. 편의점 등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연장근로수당도 통상임금의 150%가 아닌 100%만 받는다. Q. 미성년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어떻게 되나.A. 현재 미성년(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당사자가 합의하면 6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46시간인 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성년 근로자는 주 35시간에 연장근로 5시간을 합해 최대 4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Q. 현재도 주 68시간 이상 일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법으로 52시간을 못 박은들 제대로 지켜지겠나.A. 우리나라에선 장시간 근로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2004년부터 주 5일제(주당 40시간)를 시행했지만 정부는 연장 및 휴일근로를 28시간까지 허용해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정부가 그동안 근로시간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은 점도 ‘장시간 근로’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문재인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선행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에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본급은 적고 수당은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사가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자청하는 근로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근로자의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춰주는 민간기업 사업주에게 월 최대 44만 원이 지원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용창출장려금 등의 신청 및 지급에 관한 규정을 26일 개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달 6일 발표한 초등학교 입학생 부모의 돌봄 부담 경감 방안의 후속 조치다. 새 규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근로자가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는 것(주당 35시간 근무)을 허용한 사업주는 근로자 1인당 24만 원을 지원받는다.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라면 월 20만 원의 간접노무비(4대 보험료 등)도 사업주에게 추가로 지원된다. 다만 이런 지원을 받으려는 사업주는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에 관련 규정을 포함시켜야 하고, 전자시스템으로 근로자의 근태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A 씨(29·여)는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비영리단체에서 1년 6개월간 일하다가 대학원 진학을 위해 그만뒀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실업급여를 3개월 받고, 과외 2건을 병행하던 중 1건이 취소됐다. 갑자기 소득이 줄게 된 A 씨는 지난해 6∼11월 서울시가 지원하는 청년수당을 받아 공부에 전념했고, 대학원 입학에 성공했다. 그는 “청년수당을 받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청년수당을 받은 B 씨(30·여)는 주로 인문학 강연을 듣거나 책을 사는 데 수당을 썼다. 나머지는 식비 등 생활비에 보탰다. B 씨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심리적으로 든든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청년이 진짜 원하는 건 ‘돌봄’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만 19∼29세 청년 5000명을 선발해 청년수당을 처음으로 지급했다. 선발되면 매달 50만 원씩 6개월간 수당을 받는다. 올해는 2000명 늘린 7000명을 선발해 지원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정부가 지급하는 청년구직촉진수당(월 30만 원씩 3개월)과 중복해 받을 수 없다. 서울시 수당은 정부에서 주는 수당과 달리 반드시 구직활동에 쓸 필요가 없다. 그 대신 하나의 의무가 따른다. 청년수당을 받는 둘째 달과 다섯째 달에 활동결과보고서를 내야 한다. 지난해에 서울시에 제출된 보고서는 모두 8829건이다. 빅데이터 컨설팅 전문업체인 아르스프락시아는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이 보고서에 담긴 단어들의 의미망을 분석했다.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의 삶과 심리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청년들은 수험서나 문제집, 도서 등 책값으로 수당을 많이 지출했다.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한 사례도 많았다. 수당 지급 후반에는 구두나 정장 등 면접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빈도가 늘었다. 창업이나 창작을 위한 장비나 제품을 구매한 청년들도 있었다. 청년수당이 청년의 구직과 자립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의미망 분석에서 주목할 대목은 청년들이 돈 자체보다 ‘돌봄’을 원한다는 점이다. 청년수당을 받은 이후 고립된 생활에서 벗어나 인간관계가 돈독해졌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와 만나는 횟수가 늘어난 것이다. 청년수당이 청년들에게 돈과 함께 ‘여유’와 ‘시간’을 선사한 셈이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청년수당이 구직활동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제공한 서비스 중 청년들이 유익하다고 평가한 것은 △정보 콸콸(수급자에게 각종 구직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것) △마음탐구 △심리상담 등이었다. 하준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획실장은 “청년들은 돈과 일자리 그 자체보다 누군가가 챙겨주고 돌봐준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당 지급 끝날 땐 불안감 커져” 청년수당을 받은 이후 심리 변화도 눈에 띄었다. 1차 보고서에서는 편안함, 여유, 안정, 감사 등이 주요 키워드였다. 하지만 2차 보고서에선 조급,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다. 취업을 못 한 상태에서 수당 지급 기간이 끝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6개월의 지급 기간이 청년들에게 자신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동보고서에선 “어떤 용도로 지원금이나 수당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이는 청년수당 도입 때부터 논란이 된 부분이다. 내년 1월부터는 정부의 청년수당을 서울시처럼 구직활동 외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 패키지’ 3단계(구직 단계)에 진입한 청년에게만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수당을 받으려면 고용센터 담당자와 대면 상담을 한 뒤 정부가 위탁한 민간기관의 취업알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하지 않고 취업계획서만 내도 심사를 거쳐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금액도 3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올리고,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지원 대상도 올해 9만5000명에서 내년 21만3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금액과 대상을 크게 늘리는 만큼 모럴 해저드를 막을 방안을 촘촘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클린카드’로 지급하고 있다. 전체 340개 업종 중 지출을 제한한 곳은 특급호텔과 카지노, 안마시술소 등 45개뿐이다.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거나 속눈썹 연장 등 미용을 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카드 기능은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시는 사용처를 좀더 세밀히 규제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청년수당 확대 정책을 구체화할 때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