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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성 데니스 페드코는 어머니(56)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며느리(27)와 어린 두 손녀를 차에 태워 급하게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을 빠져나오던 중이었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순찰 업무에 투입돼 가족들을 직접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갓 태어난 조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와중에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차 안에 아이들이 있어요!” 그 때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모든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침묵이 흘렀다. 몇 초 뒤 2, 3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페트로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은 러시아군의 총격으로 몰살당했다. 페드코의 두 조카는 각각 6세, 생후 6주였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자신이 순찰을 나간 사이 대피하다 목숨을 잃은 부모와 부인,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이 곧바로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침공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2일(현지 시간)까지 2000명이 넘는다. 영국 BBC는 이날 북부 지토미르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가족을 찾아 헤매는 한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앞으로 기자를 데려가더니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나의 딸이 죽었어요…. 이웃들도 죽었어요. 이게 러시아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수도 키이우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타타 마르하리안은 이날 CNN에 “나는 죽은 아이들을 보고 있다. 병원과 교회가 폭격되는 것도 보고 있다”며 “자전거를 타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웃고 사랑하던 마을이 완전히 폭파된 것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키우에서는 1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소속 우크라니아 감시단원이 포격으로 숨졌다. OSCE는 “이 단원이 전쟁으로 갇혀버린 가족들에게 물품을 전해주려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BBC는 3일 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이 무려 15시간 동안 포격과 공습을 가해 “인도적 참사”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희생자 수를 세지 못했으나 최소 수백 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하리키우에서는 알제리에서 온 20대 공대생 모하메드 압델모네임이 피난처를 찾던 중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영국 알아라비TV가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 미친 세상에 말한다. 살인을 위한 살인은 멈춰달라”고 했다. 1일에도 인도 유학생이 피난처에 함께 대피한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갔다가 포격에 맞아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러시아의) 민간인 지역 공격이 의도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명백히 그렇다”고 답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탄약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한 전쟁 범죄”라고 했다. 에미네 자파로바 우크라이나 외무차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민간인 사망자 중 생후 18개월 유아도 포함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다. 우리는 승리한 이후에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하며 “특별 절차를 통해 즉각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환영한다”고 밝히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음 날 바로 EU 가입을 거듭 요청한 것이다. 이에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8개 EU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즉시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라”며 연대 지지 성명을 냈다. 로이터통신은 EU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달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EU 가입에는 수년이 걸리고 가입 협상 개시에만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우크라이나 영공의 상당 부분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미군이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러시아와의 긴장 고조는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한 병원 응급실. 잠옷을 입은 채 축 늘어진 6세 여자아이를 끌어안은 아버지가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이 아버지는 딸의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보며 울먹였다. 부인 역시 구급차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의료진은 바로 응급 수술을 했지만 포격으로 이미 치명상을 입은 아이는 결국 숨을 거뒀다. 한 의사는 현장에 동행한 AP통신 기자의 카메라를 응시한 채 소리쳤다. “이 아이의 눈과 지금 울고 있는 의사들의 눈을 푸틴에게 보여줘라!”○ 유치원 포격에 ‘집속탄’ 사용 정황러시아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유치원과 학교 등에도 포격과 공습이 가해져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나흘째였던 지난달 27일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16명을 포함해 352명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어린이 사망 사례는 키예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폴리나다. 당국은 폴리나가 키예프의 한 거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러시아군 측 비밀 파괴공작(사보타주) 단체의 공격을 받아 부모와 함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생존자인 두 동생 중 한 명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또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러시아가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cluster munition)으로 유치원을 포격해 어린이 1명 등 3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서방 언론은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국제 비정부기구가 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집속탄은 참혹하게 인명을 살상하는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 오흐티르카에서는 유치원과 보육원이 러시아군의 집속탄 폭격을 받아 최소 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8번째 생일을 석 달 앞둔 7세 소녀 알린사였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폭격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격하게 절규했다. “봐라. 전부 피범벅이다. 여기가 유치원이라는 게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이곳이 군사시설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국제 아동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지난달 27일 오흐티르카 지역에서 유치원을 포함해 교육시설 7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보육원, 유치원 할 것 없이 무차별적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구역질난다. 이건 전범 조사 대상”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 지하벙커 맨바닥에서 미숙아 치료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미숙아들이 지하벙커 등 열악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키예프의 한 아동병원에서 생후 2개월 된 미숙아 딸을 둔 나탈리야 티시추크 씨는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새벽, 공습 사이렌이 울리자 아기를 안고 병원 지하실로 대피했다. 다른 부모들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미숙아들을 끌어안고 간호사들과 함께 생명유지 장치, 산소통 등을 들고 뛰어내려 갔다. 병원 지하실에는 성인용 침대나 의자가 없어 부모들은 아기를 안고 맨바닥에 앉아 있어야 한다. 티시추크 씨는 “전쟁을 예상한 사람이 없어서 준비된 사람도 없다. 약이나 아기 침대 등 최소한의 필수품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지하실에는 암 등 중증질환 어린이 환자 수십 명도 함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결사항전의 태세로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다.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탱크맨’을 연상시키듯 맨몸으로 러시아군 탱크를 막아서고, 시민들은 화염병을 만들고, 칼이나 망치를 들고서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24일 침공 후 곧 수도 키예프를 함락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게릴라전을 동반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염병, 망치, 칼 들고 결사항전 27일(현지 시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몰로토프 칵테일’로 불리는 화염병을 만드는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몰로토프 칵테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핀란드를 침공한 소련의 뱌체슬라프 몰로토프 외무인민위원이 “핀란드에 빵을 공수하는 것”이라고 침공을 정당화하자 핀란드인들이 “몰로토프에게 보내는 칵테일”이라며 소련 전차에 화염병을 던진 것에서 비롯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시민들에게 수제 무기를 만들어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화염병을 만드는 방법이 방송 뉴스를 통해 전파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민들에게 소총 등 무기를 나눠줘 26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 1만8000개의 무기가 풀렸다고 한다. 시민이 러시아군 탱크 등 군용 차량을 맨몸으로 막아선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CNN은 한 남성이 맨몸으로 탱크에 올라가 매달려 저지하다 바닥으로 떨어진 뒤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려 막아서는 장면이 담긴 1분짜리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고 26일 전했다. CNN은 키예프 북동부 지역에서 찍힌 영상이라며 시민들이 자전거를 던져 러시아군 탱크를 저지하려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25일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군 차량을 막으려는 우크라이나 남성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 남성이) 톈안먼 광장의 ‘탱크맨’에 비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30초 분량의 해당 영상을 보면 탱크 등이 줄지어 도로를 지나던 도중 한 남성이 행렬 앞에 나타나 차량 앞을 막아섰다. 키예프 외곽에서는 시민들이 검문소를 세우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검문소에는 총으로 무장한 시민뿐만 아니라 칼이나 망치를 들고 경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봉제공장 근로자들은 전투용 모래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고, 시민들의 헌혈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해외에서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침공 전부터 조직되어온 민병대 규모가 13만 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정규군뿐만 아니라 민병대의 전투 참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본보 기자가 폴란드 국경에서 만난 20대 우크라이나 남성 로만 씨는 “침공 소식에 당황해 국경을 넘어오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서 입대해 러시아군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저명인사들도 저항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2014∼2019년 대통령에 재임한 후 반역 혐의로 해외에 있다가 지난달 귀국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25일 소총을 메고 미 CNN과 인터뷰를 했다. 2015년 미스 우크라이나였던 아나스타시야 렌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총을 든 사진과 함께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군대에 입대했다”고 밝혔다. 키예프 시의회 의원 야리나 아리에바(21)는 신랑(24)과 결혼식을 한 직후 국토방위군에 함께 입대했다.○ 러 작전 교란 위해 도로표지판 없애 우크라이나 도로청은 러시아군의 작전을 교란하기 위해 “도로표지판을 없애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도로청은 “러시아군은 지리를 잘 모른다. 그들이 지옥에 가도록 하자”며 지방정부 등에 표지판 제거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군을 늦추기 위해 자폭을 택한 우크라이나 장병도 주목받고 있다. 25일 우크라이나군은 해병대 공병인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 해체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졌다고 밝혔다. 작전에 자원한 볼로디미로비치는 다리에 지뢰 설치를 완수했지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시간이 부족하자 부대에 복귀가 어렵겠다고 연락한 뒤 자폭한 것으로 전해졌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26일(현지 시간) 기준 민간인 198명이 숨지고 111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3명도 포함됐다.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서 어린이들은 지하 폭탄 대피소로 피신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굳은 표정의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방공호 선반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24일 보도했다. 방공호에 있는 한 40대 여성은 “아이들이 겁에 질려 ‘엄마, 우리는 모두 죽나요?’라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유치원, 보육원 등 어린이들이 머무는 시설도 공격을 받았다. 25일 키예프 보르젤 마을에서 어린이 51명이 있던 보육원에 포격이 가해져 어린이 3명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제2의 도시 하리코프의 한 유치원 놀이터에서는 폭발하지 않은 러시아군의 로켓이 발견됐다. 27일 오전 수도 키예프 북부 부차에서는 9층짜리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민간인 3명이 숨졌다. 전날 키예프 국제공항 인근에서도 러시아군에 의한 아파트 공습으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침공 초기부터 전기와 병원, 집 등 민간 시설을 고의로 타격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군의 공습과 포격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잇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26일(현지 시간) 기준 민간인 198명이 숨지고 111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3명도 포함됐다. 방공호로 대피한 아이들은 부모에게 “우리 모두 죽는 것이냐”고 묻는 등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키예프에서만 민간인 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수도 키예프 북부 부차에서는 9층짜리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민간인 3명이 숨졌다. 전날 키예프 제2공항 줄랴니 국제공항 인근 솔로미얀스키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에 의한 아파트 공습으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보육원 등 어린이들이 머무는 시설도 공격을 받았다. 25일 키예프 보르젤 마을에 어린이 51명이 있던 보육원에 포격이 가해져 어린이 3명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치원과 보육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공습을 피한 사람들이 모인 키예프의 지하 방공호도 상황도 열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백 명의 사람들은 잘 곳도 없이 오직 의자와 조금의 물만 가진 채 방공호에 모여 있었다. 방공호에 있는 한 40대 여성은 “두려움에 빠진 아이들이 ‘엄마, 우리는 모두 죽나요?’라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이날 폴란드 국경에는 우크라이나 피난민 수만 명이 몰렸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4일 새벽에 출발해 52시간이 걸려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교민 김도순 씨(58·무역업)는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굉음과 폭탄, 총소리가 들리자 나를 포함한 가족 모두 패닉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침공 초기부터 전기와 병원, 집 등 민간 시설을 고의로 타격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거듭 부인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新)러시아연방(노보로시야)을 위한 ‘플랜Z’가 시작됐다.” 24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기 직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측이 밝힌 말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은 DPR와 LPR가 러시아와의 연방을 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의미다. 당시 돈바스 지역에는 부대 휘장 없이 하얀색 페인트로 ‘Z’를 표시한 러시아군 탱크와 군용차량이 대거 발견됐다. 정확한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서구 언론은 러시아군이 아군을 구별하는 표시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Z가 있으면 러시아군, 없으면 적군이라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옛 소련이 속한 연합군이 아군을 겨냥한 발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앞서 21일에도 DPR와 LPR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 것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즉각 이곳에 군대를 파견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계 주민의 보호 요청을 받아들여 군대를 보냈을 뿐이므로 이번 사태는 ‘타국 침공’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또한 ‘평화유지군’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과 끝에 모두 돈바스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돈바스는 왜 이렇게 러시아와 밀착하려 할까.○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러시아화 진행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일컫는다. 일대를 관통하는 도네츠강의 분지 지형 명칭에서 유래했다. 이 분지에서 석탄, 철강 등 풍부한 원자재가 생산된다. 인구는 620만 명, 면적은 5만3200km²로 각각 우크라이나 전체의 약 14.3%, 8.0%에 불과하다. 특히 DPR와 LPR는 돈바스 내에서도 3분의 1 정도만 점유하고 있다. 즉 면적만으로 보면 한국의 6배에 달하는 60만 km²가 넘는 넓은 영토를 보유한 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의 비중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이곳이 유럽의 화약고가 된 이유는 우크라이나 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러시아어 화자 및 러시아계 주민 비율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체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은 17.3%다. 마지막 공식 자료인 2001년 우크라이나 인구조사에 따르면 돈바스 주민의 약 38.6%가 러시아계로 우크라이나 전체 비율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전체 주민의 약 70%는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즉 러시아계가 아닌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조차 제1언어로는 러시아어를 쓸 정도로 러시아화가 진행됐다. 돈바스에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이유는 이곳이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석탄 생산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인의 1차 이주가 이뤄졌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옛 소련 또한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이주시켰다. 한때 돈바스는 소련 내 철강용 석탄의 절반을 생산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독립 직후에도 돈바스 광산업은 한때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의 25%를 담당했다. 그러나 2014년 내전 발발 후 공장이 폐쇄되고 사람들 또한 떠나면서 경제가 극도로 피폐해졌다. 소련은 우크라이나어와 역사 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민족 말살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돈바스에서는 우크라이나어 화자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런 현상은 1991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3년 키예프국제학연구소(KII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로 갈수록 러시아어 화자가 드물고 동부로 갈수록 러시아어 화자가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서부는 러시아어 화자가 5.0%에 불과하고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중부에서도 25.6%에 그친다. 돈바스가 포함된 동부에서는 92.7%가 러시아어를 쓴다.○ 야누코비치 축출 후 러시아계 주민 불만 고조돈바스의 친러 세력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직전인 1990년에도 독립을 반대하는 ‘인터프런트 운동’을 벌였다. 1994, 2004년에도 자치권을 요구하며 결집했지만 당시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걸핏하면 중앙정부와 대립하던 이들이 결정적으로 러시아에 쏠린 계기로 역시 돈바스 태생이며 집권 내내 친러 정책을 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72)의 축출이 꼽힌다. 도네츠크주 예나키예베에서 태어난 야누코비치는 소련 붕괴 후 도네츠크 주지사를 지냈고 2010년 집권했다. 고질적 경제난으로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의 외환 위기가 가중됐을 때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약 200억 달러의 경제 지원을 받는 대신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협정 서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만난 야누코비치가 돌연 ‘EU와의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분노한 국민은 키예프의 마이단 네잘레주노스티(독립 광장이라는 뜻)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장소 이름을 따 ‘유로마이단’으로 불린 이 시위로 2014년 2월 야누코비치 정권이 무너졌다. 야누코비치 또한 러시아로 도피했고 의회는 러시아어의 제2공용어 지위를 박탈했다. 분노한 러시아는 한 달 후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60%인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이번 사태에서 DPR, LPR가 취한 행동과 마찬가지로 당시 크림반도의 친러 세력 또한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2014년 3월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97%가 찬성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아직까지도 “크림반도 합병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며 주민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림반도 합병 후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역시 덩달아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2014년 4월 DPR와 LPR를 세웠고 주민투표 또한 실시했다. 두 곳 모두에서 약 90%가 “독립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후 러시아는 반군에게 대규모 병력과 무기 등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중앙정부와의 전쟁을 부추겼다. 2014년 7월 친러 반군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민항기를 적의 군용기로 오인해 격추했다.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당시 서방 정보당국은 격추에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이 쓰였으며 반군 지도자가 러시아군 고위 간부와 격추 사실을 논의하는 통화 내역까지 입수했지만 반군 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반군, 러시아, 독일은 2014년 9월 이웃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1차 휴전 협정을 맺었다. 교전이 끊이지 않아 2015년 3월 2차 민스크 협정이 체결됐다. 이후에도 양측은 내내 대립했다. 이번 침공까지 8년간 약 1만5000명이 숨졌고 2000건의 휴전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 러, 돈바스 주민에게 여권 발급·공무원 급여 지급DPR와 LPR는 설립 후 사실상 러시아 지방정부처럼 행동했고 러시아 또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우냐를 포기하고 러시아 루블을 공식 통화로 채택했고 학교에서도 러시아어와 러시아 교과 과정만 가르친다. 지난해 DPR는 아예 6월 12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이날은 러시아가 소련으로부터 새롭게 설립된 날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국경일이다. 2016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DPR 공무원의 급여 및 연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정부가 2014년 이후 이 지역 공무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러시아가 연 10억 달러(1조2000억 원)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주민의 러시아 시민권 획득을 촉진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후 80만 명이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 타국 국민에게 여권을 발급하는 것이 노골적인 주권 침해 행위임을 알면서도 감행한 것이다. 이 같은 ‘여권 정책(passportization)’은 우크라이나인의 대규모 러시아 귀화를 통해 합병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치인 또한 종종 돈바스를 찾아 ‘러시아와 돈바스는 하나’라는 식으로 연설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박하면 “러시아 국적자가 많으니 이곳에서 유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 또한 러시아와 돈바스 상품 수출입 규제 철폐를 명령했다. 2017년부터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돈바스와의 교역을 중단하며 경제 봉쇄를 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된다. DPR와 LPR는 즉각 “러시아와의 통합을 향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환영했다.○ 크림반도 때처럼 주민투표 후 병합 수순?전문가들은 러시아가 DPR와 LPR를 독립 국가로 승인한 것을 두고 노골적인 합병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지원은 하되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제 독립 국가로 승인한 만큼 노골적인 지원 및 합병 여론 조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크림반도 합병 때와 마찬가지로 돈바스 또한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 때도 겉으로는 ‘주민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 강제 병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듯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란 의미다. 침공 하루 만에 수도까지 함락 위기에 놓일 정도로 허약한 우크라이나의 실정을 감안할 때 돈바스를 내주지 않으면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투표 결과 또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 따르면 돈바스 내 친러 반군 점령지의 주민 80%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지지했다. ‘우크라이나 복귀’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침공 전에는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지만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가 완전히 돈바스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민스크 협정 이후처럼 정부군과 반군이 공존하던 시기는 끝났고 두 번 다시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에 편입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돈바스의 약 3분의 2는 친러 세력이 점령하고 있는 곳이 아니며 280만 명의 주민 또한 러시아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표적 지역이 도네츠크 2대 도시이자 남부의 군사 요충지인 마리우폴이다. 이들 또한 원하지도 않는 러시아 국민이 되는 길을 반길 리 없어 러시아로의 합병이 진행되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WP 조사에서 친러 반군 점령지 이외 지역에 있는 돈바스 주민의 70%는 우크라이나 복귀를 희망했다. DPR와 LPR가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지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는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식 공포 통치를 펼쳤다는 점도 비러시아계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겁에 질린 시민들의 ‘대탈출(엑소더스)’이 벌어졌다. 키예프에서 서부 중심 도시인 리비프로 향하는 도로에 차량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옴짝달싹 못하는 행렬이 수십 km 이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키예프 외곽에 거주하는 교민 장모 씨(44)는 이날 오전 5시 반경 두 차례 큰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장 씨는 본보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폭발음을 들으니 정말 대피해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며 “시내에 차량이 많다는 소식에 지금은 집 밖으로 못 나가고 있는데 교통 정체가 풀리는 대로 바로 서부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키예프에 살고 있는 김병범 선교사도 “사람들이 ‘이제는 진짜 전쟁이 났구나’라고 말한다. 너도나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에 있는 폴란드 국경검문소는 아침부터 대피하는 차량 행렬로 붐볐다. 이날 키예프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개인 차량으로 피란을 가지 못하는 시민들이 아침부터 시외버스 정류장에 몰려들었고, 지하철역에도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미국 CNN은 “공습 사이렌을 들은 사람들은 최대한 빠르게 러시아의 반대편인 서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키예프나 공습경보가 울린 리비프 등 주요 도시 시민들은 도시 밖으로 대피하는 게 여의치 않자 임시 방공호 역할을 하는 지하철역으로 모여들었다. 하리코프, 오데사 등의 주유소와 은행 앞에는 장거리 이동에 대비해 연료와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시민들이 몰려와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려 하자 경비원이 한 명씩 줄을 세워 입장시키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은행에선 현금 인출이 되지 않고, 마트에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등 혼란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경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개시 연설 직후 키예프의 한 호텔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던 CNN 특파원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을 듣고 ‘PRESS(기자)’라고 적힌 방탄조끼를 황급히 꺼내 입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여자 유도 스타 다리야 빌로디드(21)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늘 난 키예프에서 폭발 소리를 들으며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매우 불안하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가. 전쟁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하루 동안 두 차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교민들과 비상 연락망을 갖춰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은 우리 교민은 64명이다. 이 중 36명이 철수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인접국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최대 500만 명 규모의 피란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근 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피란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 150만 명이 거주하는 폴란드는 “최대 100만 명의 난민 수용을 위한 조치를 취해 왔다”고 밝혔다. 접경 국가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 역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염정원 기자 garden9335@donga.com}

“사람들이 ‘이제는 진짜 전쟁이 났구나’라고 말합니다. 너도나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지시한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거주하는 김병범 선교사는 아침부터 들려온 폭발음에 크게 놀랐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서부 지역으로 대피하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키예프 외각으로 나가려는 차량들로 도로가 이미 가득 차있었다고 전했다. 주유소와 은행 앞에는 장거리 이동에 대비해 연료와 비상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대피 차량 행렬로 도로 가득 차이날 키예프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키예프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아침부터 시외버스 정류장에 몰려들었고, 지하철역에도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 CNN은 “공습 사이렌을 들은 사람들은 최대한 빠르게 러시아와 반대편에 있는 서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키예프 외각에 거주 중인 교민 장모 씨(44)는 이날 오전 5시 반경 두 차례 커다란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교민들은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전을 확인했다. 장 씨는 본보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폭발음을 들으니 정말 대피해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며 “시내에 차량이 많다는 소식에 지금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교통 정체가 해소되는 대로 바로 서부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키예프나 리비우 등 주요 도시 시민들은 도시 밖으로 대피하는 게 여의치 않자 임시 방공호 역할을 하는 지하철역으로 모여 들었다. 하리코프, 오데사 등에서는 주민들이 마트와 은행으로 몰렸다. 시민들이 몰려와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려 하자 경비원이 한 명 씩 줄을 세워 입장시키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은행에선 현금 인출이 되지 않고, 마트에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등 혼란도 발생했다. 키예프와 제2도시 하르키우 등 일부 도시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6시경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개시 연설 직후 키예프의 한 호텔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던 CNN 특파원은 갑작스런 폭발음을 듣고 ‘PRESS(기자)’라고 적힌 방탄조끼를 황급히 꺼내 입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여자 유도 스타 다리아 빌로디드(21)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늘 난 키예프에서 폭발 소리를 들으며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매우 불안하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가. 전쟁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하루 동안 두 차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과 비상 연락망 시스템을 갖춰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은 우리 교민은 64명이다. 이중 36명이 철수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상황이 유동적”이라면서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인접국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500만 난민 유입 대비하는 유럽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에 있는 폴란드 국경검문소 역시 아침부터 대피하는 차량 행렬로 붐볐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최대 500만명 규모 피란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근 유럽 국가들은 추후 대규모 피란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 150만 명이 거주하는 폴란드는 “최대 100만 명의 난민 수용을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며 적극적인 피란민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접경 국가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 역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한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들은 10년 뒤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중국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응답자의 82%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4일 18세 이상 한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으며 21일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결과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찬성했다. 반대는 26%에 그쳤다.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북한 이외 위협으로부터 방어’(39%)가 가장 많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제고’(26%)와 ‘북한의 위협 대응’(23%)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선 56%가 찬성했다. 그러나 자체 핵무기 개발과 미국 핵무기의 한국 배치 중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자체 개발’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7%로 ‘미국 핵무기 배치’(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24%는 한국 내 핵무기 배치 자체에 반대했다. 현재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는 북한(46%)이 꼽혔으며 중국(33%), 일본(10%), 미국(9%)이 뒤따랐다. 반면 10년 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는 응답자의 56%가 중국을 꼽았고 북한이라고 한 응답자는 22%였다.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해선 응답자의 82%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과 충돌 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61%, ‘그렇지 않다’가 36%로 나타났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인구 410만 명)와 루간스크주(인구 210만 명)를 일컫는다. 19세기 말부터 석탄업이 발달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소련이 러시아 노동자를 이곳에 파견하면서 친러 성향이 강해졌다. 주민 중 약 70%는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모어(母語)로 쓰고, 약 40%는 인종적으로도 러시아계다. 2014년 러시아가 역시 러시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역시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세웠다.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이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분리 독립을 부추겼다. 정부군과 친러 반군은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휴전협정을 체결했지만 이후에도 교전을 계속해 현재까지 8년간 약 1만5000명이 숨졌다. ‘DPR와 LPR의 요구에 따라 군사 지원에 나선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모습이 크림반도 병합 때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크림반도 주민들이 러시아와의 합병 투표에서 97%의 압도적 찬성을 보내자 러시아는 이를 구실 삼아 즉각 합병에 나섰다. 러시아가 돈바스에서도 주민투표를 근거로 DPR와 LPR를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인구 410만 명)와 루간스크주(인구 210만 명)를 일컫는다. 이 일대를 관통하는 도네츠강 주변의 분지 지형에서 유래한 단어다. 19세기 말부터 석탄 산업이 발달했고 옛 소련 시절에는 도네츠크의 석탄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 옛 소련 내 주요 도시에 공급됐다. 주민 중 약 70%는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모어(母語)로 쓴다. 주민 중 약 40%는 인종적으로도 러시아계여서 친러 성향이 유달리 강하다. 2014년 러시아가 역시 러시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역시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각각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N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NR)을 세웠다.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할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다. 정부군과 친러 반군 세력은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후에도 교전을 계속해 현재까지 8년간 약 1만5000명이 숨졌다.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해달라는 DPR, LPR 요구에 파병을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와 비슷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크림공화국 자치정부가 독립을 결의하자 군을 파병했고, 이후 크림공화국 의회 주민투표에서 분리독립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독립국 지위를 승인했다. 이 때문에 돈바스에서도 주민투표를 근거로 DNR과 LNR의 러시아 합병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가 21일(현지 시간) 자국 영토인 로스토프에 침입한 우크라이나군 정찰대원 5명을 사살하고 우크라이나군 장갑차 2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는 “러시아군이 대전차 무기로 보병전투장갑차를 공격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실이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간 첫 번째 직접적인 충돌이라면서도 러시아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관련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친러시아 반군세력이 일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침공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비상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등 서방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시했던 ‘도발 조작→최고위급 비상회의→침공’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침공 3단계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각종 기밀첩보를 쏟아내며 “러시아가 곧(very soon) 우크라이나에 대한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백악관)고 밝혔다.○ 푸틴, 예정 없던 안보회의 열어 연설스푸트니크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 점령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는 친러 반군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주장을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역시 “21일 오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날아온 미확인 발사체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50m 떨어진 로스토프 지역의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경수비대 근무지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국경 검문소 포격은 가짜 뉴스다. 어떤 공격 작전도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비상 러시아 안전보장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연설을 하기로 했다”며 “정례 회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블링컨 장관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시한 침공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나 공격을 조작한 뒤 최고위급 비상회의를 소집할 것이고 자국 시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 임박 첩보 실시간 쏟아낸 美바이든 행정부는 20일 최소 4건의 기밀첩보를 공개하며 러시아의 침공 임박을 기정사실화했다. 미 CBS방송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군 사령관들은 전장에서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CNN은 이어 이날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주력 전투부대 전력의 75%를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는 현재 120개 대대전술단(BTG)이 우크라이나 국경 60km 이내에 배치돼 있으며 35개 방공대대와 50대의 중대형 폭격기 및 500대의 전투기가 우크라이나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 내에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 외에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의 도시 하리코프, 남부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 남부 드네프르강 하구 항구 도시 헤르손 등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첩보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시 우크라이나에 망명 중인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 소수민족 및 종교 지도자 등에 대한 살해 및 구금 계획을 담은 이른바 살생부를 갖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바이든 행정부가 입수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한 뒤 델라웨어 자택으로 이동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스위스 대형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비밀 계좌를 튼 고객 3만7000여 명의 명단이 내부고발자 폭로로 드러났다. 베네수엘라, 이집트, 우크라이나 등 세계 90여 개국의 독재자 일가, 부패 정치인, 마약 카르텔 간부, 인신매매범, 전범이 포함됐다. 폭로된 계좌의 총 운용액은 1000억 달러(약 120조 원)에 달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해 세계 48개 매체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는 20일(현지 시간) CS 비밀 계좌 1만8000여 건의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이 계좌들은 1940년대부터 2010년대에 걸쳐 개설됐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은 2000년대 만들어졌다. 폐쇄된 계좌도 있지만 다수는 아직도 운영 중이다. 현직 국가수반으로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7개 계좌에 5억4572만 달러(약 6494억 원)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미국과 영국 등지에 호화 주택을 구매하는 데 약 1억600만 달러(약 1260억 원)를 쓰면서 조세 회피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집트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2020년 사망)의 두 아들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알라와 가말은 부친 재임 중인 2003년 1억9600만 달러(약 2346억 원) 규모의 계좌를 열었다. 당시 고문과 인권 유린으로 악명 높던 우마르 술라이만(2012년 사망) 전 정보국장도 2007년 2600만 파운드(약 423억 원) 상당 계좌를 만들었다. 1997∼1998년 우크라이나 총리를 지내다 돈세탁 혐의로 유죄를 받은 파블로 라자렌코도 퇴진 직후 최소 800만 스위스프랑(약 100억 원)을 예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1년 재임 동안 필리핀 민주주의의 암흑을 연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대신해 돈세탁을 도운 측근 헬렌 리빌라의 계좌도 발견됐다.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마르코스와 부인 이멜다는 이미 가짜 이름으로 CS에 계좌를 만들었다 적발됐다. 내부고발자로부터 최초로 명단을 입수한 쥐트도이체차이퉁은 CS가 고객의 불법적, 부적합 행위를 알고도 계좌를 개설하거나 유지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CS는 네르비스 비야로보스 베네수엘라 전 에너지부 차관이 2008년 국영 석유기업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외부 보고서를 확보하고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계좌에 약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예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CS 측은 “사실과 다르다. 이번 명단의 약 90%는 이미 폐쇄된 계좌”라며 “문제를 계속 분석해 필요하면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반박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1세기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다. 이 전쟁에 대응할 단일 정책은 없다.” 토드 헬머스 미국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 연구원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 말이다. 복합 전쟁, 비(非)대칭 전쟁으로도 불리는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은 무기 외에도 해킹, 가짜 뉴스, 경제 침투, 정치 공작 등을 결합한 현대전의 양상을 일컫는 용어다. 공격 주체와 공격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으므로 신속한 방어가 어렵고 소셜미디어, 드론 등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정규군과 비정규군, 군인과 민간인, 전시와 평상시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최강국’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또한 선전포고, 국가 대 국가의 대립, 최신식 무기를 동반한 지상군 교전 등으로 표현되는 기존 전쟁의 문법을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을 보낸 러시아는 현재까지 약 넉 달 동안 직접적인 교전을 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에 대한 잇따른 사이버 공격, 가짜 뉴스와 음모론 유포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실제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한 것 이상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및 나토 동진(東進) 금지 같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러, 소련 붕괴 뒤 하이브리드戰 전력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전쟁에 천착하게 된 계기로 소련 붕괴가 꼽힌다. 고질적 경제난에 직면한 러시아는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속속 최신식 무기를 시험하는 미국에 맞설 수 없었다. 이런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들고나온 전략이 바로 하이브리드 공격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 뉴스와 왜곡 정보를 퍼뜨리고 해킹을 통해 상대국 주요 정부기관, 발전소,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데에는 최신식 미사일과 전투기를 개발할 때만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 혼란은 상당해 공격 효과가 크다. 책임 소재를 회피하기도 쉽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총참모장(67)이 꼽힌다. 그는 2013년 러시아 군사 매체에 소위 ‘게라시모프 독트린’으로 불리는 새로운 안보 전략을 담은 글을 기고해 큰 반향을 불렀다. 당시 그는 “전쟁은 더 이상 선전포고로 시작되지 않으며, 일단 시작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법과 완전히 다르게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게라시모프는 현대전을 정치 경제 정보 등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와 결합시킨 비대칭적 군사 행동으로 정의했다. 여론 조작과 선전선동 등으로 아군과 적군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단 간의 분열과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멀쩡한 국가가 순식간에 무정부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라시모프를 비롯한 러시아 수뇌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우크라이나 조지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지역에서 일어난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 2011년 ‘아랍의 봄’ 같은 반정부 시위가 서구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특히 2013년 말부터 벌어진 ‘유로마이단’ 반정부 시위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이런 위협에 대응하려면 러시아 또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는 러시아 또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에 하이브리드 전쟁 형태로 깊숙이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영 언론도 대거 동원러시아투데이(RT), 타스통신, 스푸트니크통신 같은 국영 언론을 동원해 대대적인 선전선동에 나서는 것 또한 러시아 특유의 하이브리드 전술로 꼽힌다. 이들은 러시아를 찬양하고 서방을 비판하는 일방적인 기사를 거듭 내보내면서 여론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2005년 설립된 국영방송 RT가 있다. 설립 직후만 해도 주로 러시아 문화를 소개했지만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후 본격적으로 푸틴 정권을 칭찬하고 서방을 비난하는 콘텐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에 거주하던 전 러시아 정보 요원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야가 독성 물질 ‘노비초크’에 노출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건이 벌어졌다. 노비초크는 2020년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암살 미수 때도 사용된 물질이다. 당시 영국 정보기관은 “러시아 정보 요원의 소행이며 이들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RT는 “용의자로 지목받는 사람들은 모두 영국 관광을 갔을 뿐이며 암살과 무관하다”며 서방을 규탄했다. 이런 보도에 거듭 노출된 러시아인으로선 ‘서방은 언제나 러시아만 문제 삼는다’는 왜곡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방 언론학계는 RT를 ‘허위 정보와 음모론의 공급자’라고 비판한다. 2일 독일 정부 또한 자국 내 RT 채널의 독일어 방송을 중단시켰다. 영국, 프랑스 미디어 규제당국 또한 수차례 “RT가 중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거듭 방송하며 공정성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미 대선에도 러 개입 의혹러시아가 직접적으로 관련됐거나 관련 의혹을 받는 하이브리드 공격의 사례는 상당하다. 뉴욕타임스(NYT) 등 서구 언론은 러시아가 체제 전복, 사보타주, 암살 등이 전문인 ‘29155’ 특수부대와 대외정보국(SVR) 내 해커 집단 ‘ATP-29’ 같은 하이브리드 전쟁에 특화된 조직, 민간 해커 고용 등을 통해 수많은 공격을 벌였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침공 당시 지상군 파견과 별도로 조지아 대통령실, 국방부, 외교부, 의회, 주요 언론 등에 무차별 디도스 공격을 가했다. 2014년 초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강제 병합 때도 2000여 명의 러시아군이 소속 부대, 계급, 명찰 식별이 어려운 국적 불명의 군복을 착용한 후 크림반도에 투입됐다. 크림반도 병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교전을 시작한 후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군복에서 부대 기장을 떼어내 민간인처럼 가장하고 친러 반군을 돕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이와 별도로 돈바스 지역에 수천 명의 정보 요원을 보내 중앙정부를 공격하고 분리 독립 혹은 러시아와 합병을 해야 한다는 여론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대선 때도 친러 성향 해커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 당시 ‘초콜릿 왕’으로 유명한 제과 재벌 페트로 포로셴코 후보가 월등히 앞서고 있는데도 러시아 채널1방송은 “극우 정당 후보가 이기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거듭 보도했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처음 발견된 후 현재까지 약 750건이 보고된 ‘아바나 증후군’의 배후에도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해외 파견된 미 외교관과 정보 요원이 두통, 환청, 어지럼증, 인지 장애 등에 시달리는 현상이다. 미 정보당국은 조사를 통해 극초단파 공격이 원인임을 밝혀냈지만 배후에 관한 직접적 증거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강한 부인에도 러시아가 배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말 러시아를 방문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아바나 증후군의 배후가 러시아로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미 의회는 2016년 미 대선에도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러시아가 친러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피자가게 지하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는 ‘피자게이트’ 같은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와 프랑스 대선,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 등이 줄줄이 치러진 2017년 유럽 주요국의 정치 일정에도 러시아가 관여해 반EU 및 무슬림 혐오 여론을 조성하고 극우 후보를 지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에는 미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아 해커 집단의 공격을 받아 뉴욕 등 미 17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일도 벌어졌다.○ 우크라 사태에서도 하이브리드 공격 기승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하이브리드 공격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자작극을 연출하는 데 열심이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달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이 러시아계를 공격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동영상을 퍼뜨려 침공 명분을 쌓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나토 무기처럼 보이는 듯한 무기로 정부군이 친러파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줘 러시아계의 공분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에도 우크라이나 7개 정부 부처, 국가응급서비스 등 70여 개 주요 기관의 웹사이트가 해킹으로 몇 시간 동안 마비됐다. 이달 15일에도 우크라이나 최대 상업은행 프리바트와 대형 국영은행 오샤드, 국방부 웹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두 러시아 소행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에서 집단학살(genocide)이 일어나고 있다”는 과격한 주장을 펴는 것, 서방이 직접적인 철군 증거가 없다고 거듭 지적하는데도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철군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전술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돈바스 지역의 소셜미디어에는 정부군이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친러파에 대한 집단학살을 자행했고, 시신을 묻은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는 가짜 정보까지 퍼지고 있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 교수(노어과)는 “러시아가 유로마이단 시위 때부터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본격적으로 악마화했다”고 진단했다. 시위대가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을 반헌법적 방식으로 축출했고, 친서방파의 대부분은 과거 나치 독일의 부역자 후손이라는 식의 선전선동을 통해 친러와 반러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완전히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RT 같은 선전 매체를 통해 옛 소련 국가의 국민에게 자국 정보와 언론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도 러시아 특유의 하이브리드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지금보다 소련 시절이 훨씬 살기 좋았다는 식으로 친러파를 자극해 러시아와의 합병 여론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도 총 한번 쏘지 않고 목적을 달성했던 러시아가 이번 사태에서도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유사한 전략을 펴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62)가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청구한 피해자와 전격 합의했다. 왕자 측은 합의금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데일리미러는 피해자에게 직접 주는 돈이 1000만 파운드(약 160억 원), 성폭행 피해자 관련 단체에 내는 기부금이 200만 파운드(약 32억 원)로 총 1200만 파운드(약 192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미국 억만장자 겸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2001년 당시 10대였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39)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앤드루 왕자는 15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주프레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것을 후회한다”며 엡스타인이 오랫동안 수많은 어린 여성의 성을 착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 “주프레와 다른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관련 단체에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합의금 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성폭행 혐의에 대한 인정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과거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는 주프레가 소송을 걸자 “주프레를 본 기억이 없다. 그가 돈을 위해 소송을 걸었다”고 비난했다. 생전의 엡스타인이 주프레와 면책 합의를 했으므로 자신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또한 이 면책 합의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 왕실이 자신의 군(軍) 직함과 ‘전하’ 호칭을 박탈할 정도로 영국에서조차 여론이 악화되고, 다음 달 주프레 측으로부터 반대 신문을 받는 날짜까지 확정되면서 천문학적 돈을 주고 구속 위기에서 빠져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엡스타인의 성폭행 피해자를 대변하는 리사 블룸 변호사는 이날 합의를 두고 “기념비적인 승리”라고 평했다. 주프레는 고소 당시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의 소개를 받아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수차례 성폭행했으며, 엡스타인의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 또한 자신에게 왕자와 성관계를 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권력과 연줄 등이 두려워 저항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엡스타인은 성폭력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맥스웰은 지난해 12월 성매매 알선, 미성년자 성 착취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앤드루 왕자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텔레그래프 등은 그가 스위스에 소유한 별장을 매각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또한 사유지에서 거둔 개인 수입을 일부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여자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10일 금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한국명 김선·22)의 인종차별 피해 호소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종 범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클로이 김이 지난해 인종차별의 두려움을 호소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증가했는데도 백악관의 대처가 미흡한 것 같다’는 취재진 질문에 “클로이 김은 본인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얘기했고, 이는 매우 용기 있는 일이다. 그가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 범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고위급 참모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인종 범죄에 계속 목소리를 내고 엄중한 조치를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 이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2연패를 한 클로이 김은 지난해 4월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 인터뷰에서 “매일같이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도 했다. 13일 미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한국계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다 뒤따라 들어온 노숙인에게 습격을 받은 뒤 사망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혐오와 극단주의’ 연구소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전년 대비 339%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여자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10일 금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한국명 김선·22)의 인종차별 피해 호소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종 범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김이 지난해 인종차별의 두려움을 호소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증가했는데도 백악관의 대처가 미흡한 것 같다’는 취재진 질문에 “김은 본인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얘기했고, 이는 매우 용기 있는 일이다. 그가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 범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고위급 참모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인종 범죄에 계속 목소리를 내고 엄중한 조처를 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에 이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2연패를 한 김는 지난해 4월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 인터뷰에서 “매일같이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도 했다. 13일 미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한국계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다 뒤따라 들어온 노숙자에 의해 피살됐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혐오와 극단주의’ 연구소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전년 비 339% 증가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유, 광물 등 에너지 자원은 물론이고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까지 끌어올려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민 경제 부담이 늘고,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로 한국 경제의 ‘엔진’인 무역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5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와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 자료를 내고 시나리오에 따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70∼12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을 하고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고강도 금융·경제 제재를 가하면 국제유가는 100∼125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이 대규모로 중단되면 배럴당 150달러를 찍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유가를 자극한 이유는 러시아가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카우언에 따르면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하루 약 50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2%)의 원유를 수출하고, 약 25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0%)의 석유 제품을 수출한다. 연구원은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은 국제유가에 배럴당 5달러 이상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를 높일 수 있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12%포인트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봤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금 가격(KRX 금시장)은 이날 g당 7만2270원에 거래돼 1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유연탄 가격은 전주 대비 6.18%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불안해지며 석탄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철광석(1.73%), 구리(1.82%), 니켈(1.97%) 등 다른 원자재 값도 전주 대비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CNN은 14일(현지 시간) 세계 식량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농산물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도 주요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은 각각 한 달 전 대비 7.79%, 9.9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도 올랐다. 이날 한은의 ‘2022년 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원재료가 전달 대비 8.2% 올랐다. 특히 원유가 15.0%, 광산품이 9.0% 뛰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서민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비용이 늘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무역수지도 악화할 수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에너지 수입액은 1360억 달러로, 국가 총 수입액의 22.1%를 차지한다. 연구원은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2개월 연속된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3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KOTRA 등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인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원자재, 에너지, 곡물 등 주요 품목은 사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4일 일본 도쿄 나가타정의 총리 관저. 지난달 23일 부임한 람 이매뉴얼 신임 주일 미국 대사(63)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처음 예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윌리엄 해거티 전 대사가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2019년 7월 사퇴한 후 주일 미 대사 자리는 약 2년 반 동안 공석이었다. 미 3대 도시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시장까지 지낸 이매뉴얼 대사는 열렬한 야구팬인 기시다 총리를 위해 시카고가 연고인 미 메이저리그(MLB) 프로야구팀 시카고 컵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유니폼을 모두 선물했다. 그는 옷에 지난해 10월 제100대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를 위해 등번호 ‘100’과 총리의 영문 이름 ‘기시다’를 새겼다. “이 옷을 입고 같이 야구를 보자”는 그의 말에 기시다 총리 또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매뉴얼 대사는 도착 후 8일간 격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달 1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과 만났다. 3일 후 총리까지 예방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 대사가 1년이 흐른 지금 총리는커녕 외상과도 만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이 미 대사를 얼마나 예우하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 또한 대통령의 최측근, 전 부통령 등 백악관과 바로 통화할 수 있는 거물급 인사를 일본에 많이 보냈다. 주한 미 대사로 차관보 혹은 부차관보급의 직업 외교관이 주로 왔던 것과 천양지차다. 이매뉴얼 대사는 2008년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당시 초선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잇따른 승리를 이끌어낸 집권 민주당의 ‘실세 중 실세’다. 그 공을 인정받아 오바마 행정부의 1기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도 가까워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더 밀착하는 미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이매뉴얼 대사인 것이다.○‘오바마·바이든의 남자’ 이매뉴얼미 정치를 전공한 와타나베 마사히토(渡변將人) 홋카이도대 조교수는 지난해 12월 이매뉴얼 대사의 내정이 보도된 직후 마이니치신문 기고에서 주일 미 대사의 특징을 4가지로 분류했다. △미 대통령에 대한 접근성이 높음 △미 의회와 집권당 내 영향력이 강함 △비즈니스 등 비(非)정계 분야의 영향력이 큼 △일본에 대한 지식이 높음이다. 와타나베 조교수는 “이매뉴얼 대사는 일본에 대한 지식을 제외한 나머지 세 특징을 모두 갖춘 이례적 인물”이라며 그의 부임이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일본 중시 경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매뉴얼은 1959년 몰도바계 유대인 가정의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인문학 명문 세라로런스칼리지와 노스웨스턴대 석사를 졸업한 후 1992년 미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자금 모집을 맡았다. 클린턴의 당선 후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클린턴의 퇴임 후 프레디맥 등 금융사에서 근무하며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으로 뽑혔고 4선(選)에 성공했다. 이때 일리노이 상원의원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이매뉴얼은 한 살 어린 오바마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당시 뉴욕주 상원의원과 오바마가 맞붙었다. 클린턴 의원은 자신이 보좌했던 대통령의 부인이었고 인지도와 자금력 또한 앞섰지만 이매뉴얼은 두 진영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다. 사실상의 오바마 지지나 다름없는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는 그에게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겼다. 당시 오바마와 차를 타고 가던 이매뉴얼이 민주당 하원의원의 전화를 받고 “지금 바빠서 통화하기 어렵다. 오바마와 얘기하라”며 전화를 넘긴 것은 유명한 일화다. 둘의 관계가 단순한 대통령과 참모가 아니라 정권 창출의 동반자 성격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이매뉴얼 일가(一家)는 바이든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다.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미 생명윤리학계의 석학으로 꼽히는 이매뉴얼의 형 이지키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65)는 2020년 미 대선 당시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보건정책 고문을 지냈다. 현재도 바이든 행정부의 방역 정책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이런 이매뉴얼 대사의 영향력은 지난달 21일 이뤄진 미일 정상의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입증됐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줄곧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원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아직 일본에 도착하지도 않은 이매뉴얼이 나서 온라인 회담으로 정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이매뉴얼은 당시 회담에서 대사 내정자 자격으로 바이든 대통령 옆에 배석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이매뉴얼 대사를 ‘바이든의 절친’을 넘어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군에도 오를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며 역대 주일 미 대사의 면면이 화려했지만 이매뉴얼의 ‘급’ 또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JFK 딸 캐럴라인·라이샤워도 유명실제 미국의 역대 일본 주재 대사 중에는 이매뉴얼 못지않은 유명인이 많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 전 대사, 지미 카터 미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월터 먼데일,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창시자인 동아시아 석학 에드윈 라이샤워, 2차 세계대전의 미 승리를 이끈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조카 더글러스 맥아더 주니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본의 사랑을 특히 많이 받은 사람은 최초의 여성 주일 미 대사인 케네디 전 대사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그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일찌감치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고 공을 인정받아 대사로 발탁됐다. 2013년 11월 부임한 그는 전무후무한 환대를 받았다. 도착 나흘 만에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했고 하루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와 만났다. 면담 후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점심을 대접했다. 현직 총리의 식사 접대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일왕의 거처 ‘고쿄(皇居)’로 마차를 타고 갈 때는 약 1km 길에 4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미 성조기를 흔들며 박수를 쳤고 방송사 또한 생중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5월 현직 미 대통령 최초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았다. 한국 중국 등이 “제2차 세계대전의 가해 역사를 의도적으로 지우고 원폭 피해자만을 자처하는 일본의 역사 공세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반발했지만 방문이 성사됐다. 대통령과 각별한 케네디 대사의 역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오바마는 이 공원의 한국인 위령비를 찾지 않았다. 앞서 2015년 3월 오바마의 부인 미셸 여사 또한 남편 없이 두 딸과 일본을 방문했다. 케네디 가문이 설립한 미 케네디재단과 일본 와세다대가 공동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역시 케네디 대사가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1∼1966년 대사를 지낸 에드윈 라이샤워 또한 일본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미 선교사의 차남으로 도쿄에서 태어났고 재혼한 부인도 일본인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일본사도 전공해 역대 최고의 일본통 대사로 꼽혔다. 그는 1964년 정신병을 앓던 일본인 청년의 칼에 넓적다리를 찔려 중상을 입었다. 출혈이 심해 긴급 수혈을 받았다. 당시 라이샤워 대사는 “이제 내 몸에도 일본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해 일본을 감동시켰다. 안전을 우려해 귀국하라는 조언도 거부했다. 하지만 수혈된 피 속에 간염 균이 들어 있어 평생 간염 후유증을 앓았고 훗날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귀국 후 하버드대에 일본연구소를 설립했고 미국의 아시아 정책 수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법조인 출신 존 루스 당시 대사 또한 ‘도모다치(友達·친구) 작전’을 포함해 미국의 다양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는 주일 미 대사 최초로 원폭 투하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린 평화기념식에 참석했다. 루스 대사 역시 오바마의 주요 기부자 겸 측근이었다. 카터 행정부의 부통령 먼데일은 퇴임 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대사로 발탁됐다. 198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당시 미 최초로 여성 부통령 후보인 제럴딘 페라로 뉴욕주 하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도 뽑아 화제를 모았다. 전직 미 2인자답게 그는 양국의 해묵은 현안인 오키나와 후텐마의 미 해병대 공군기지 이전 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주거지 한복판에 있는 이 기지는 각종 낙하 사고, 소음 등으로 주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였다. 그는 1996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와 후텐마 기지를 일본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5∼7년 내 전면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옮겨갈 새 기지가 없는 탓이다. 현재 오키나와 헤노코에 새 기지를 짓고 있지만 “아예 오키나와 바깥으로 옮기라”는 주민 반발로 공사 속도가 느리다. ○中 견제 위해 미일 밀착 가속화신임 대사 이매뉴얼의 최고 과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 협력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력체 ‘쿼드’는 물론 반도체 동맹, 공급망 재편 등에서도 일본이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에 맞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매뉴얼 대사 또한 일본의 입맛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일본이 중국, 러시아와 각각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 “일본을 지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와 처음 만났을 때는 양복 왼쪽 상단에 일본인 납북자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으로 된 배지를 달았다. 역대 모든 정권이 주요 과제로 꼽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공동 압박할 뜻을 비친 것이다. 백악관 비서실장 시절 불같은 성정과 거친 언사로 ‘람보’라는 별명도 얻은 그지만 일본을 사로잡기 위해 세심한 준비를 했음을 읽을 수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중국 견제’라는 거대한 의제가 등장하면서 미일 동맹이 기존의 군사 안보에서 첨단 기술의 취득 및 보호, 사이버 보안, 디지털 통상 등 경제 안보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 부분에서 한국이 일본에 굉장히 밀리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최근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된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가 과거 대북 제재 업무를 맡았던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 출신임을 거론하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북한’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