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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먹는 방송)은 2013년 유명 국내 비디오 사이트인 아프리카TV에서 처음 시작돼 2015년 이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다. 젊은 친구들이 나와 말도 안 되게 많이 먹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직접 먹방에 도전해 보겠다고 주변 동료 의사들에게 얘기했다. 동료들은 한결같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반대했다. 특히 먹방 이후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위를 찍겠다고 하자 많은 양의 방사능 피폭을 우려했다. 3D CT는 한번 찍을 때 X레이 150∼200여 장을 찍을 때와 맞먹는 방사선에 노출된다. 초밥 5인분을 먹은 뒤 3D CT를 두 번 찍었으니 X레이 400여 장을 찍을 때의 방사선에 피폭된 셈이다. 이런 수고를 무릅쓰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 이유가 있다(본보 23일자 22면 참조). 바로 아이들이 직접 먹방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아이는 얼굴이 확연히 아파 보이는데도 먹방을 지속했다. 이 아이는 결국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방송에는 ‘재미있게 잘 봤다’ ‘먹는 모습이 귀엽다’ ‘다음번에 치킨 2, 3박스 보낼게’와 같은 응원 메시지가 줄줄이 달렸다. ‘그러다 몸 상한다’ ‘무리하지 마라’와 같은 걱정 어린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최근 아이들의 먹방에는 댓글 쓰기가 금지됐다). 성인 ‘프로 먹방러’야 본인 책임하에 방송을 하는 것이지만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소아청소년들은 사실상의 ‘자해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소아과 의사들도 아동 먹방을 보여주면 경악했다. 아이의 영양 상태가 극히 불량해지고 건강에 매우 해로운 만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아이에게 해로운 먹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전문기관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속적인 먹방이 올바르지 않은 식습관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소아 비만뿐 아니라 성인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먹방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먹방을 보는 것도 부작용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튜버는 요즘 아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그런 유튜브에는 먹방 콘텐츠가 넘쳐난다.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은 애교 수준이다. 먹고 토하는 내용 등 각종 엽기 먹방까지 등장했다. 유튜브 고객센터에 가면 아동 안전에 관한 5가지 규제 가이드라인이 있다. △미성년자의 성적 대상화(성적 학대 내용) △미성년자와 관련된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 △미성년자의 정신적 고통 유발 △오해를 일으키는 가족용 콘텐츠 △미성년자에 대한 사이버 폭력 및 괴롭힘 등의 내용이 올라오면 신고해 달라는 것이다. 먹방은 이 중 두 번째인 ‘미성년자와 관련된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물론 처벌은 각국 기준에 맞게끔 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먹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데도 보건당국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폭식 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 및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식당 규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 폭식 조장 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주춤한 상황이다. 그사이 흡연 못지않게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는 먹방 콘텐츠가 아무런 제약 없이 유통되고 있다. 더욱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는 특정 주제를 검색하면 이후 계속해 관련 콘텐츠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이 있어 먹방에 한번 노출된 아이는 유사한 콘텐츠를 계속 접하기 쉽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국내외 먹방 실태를 파악하고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살이나 자해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포스팅한 내용들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영국인 14세 소녀 몰리 러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몰리의 아버지인 이언 러셀은 딸이 죽기 직전 인스타그램에서 자해 관련 사진 등을 본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언은 인스타그램이 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지체하다가 사고가 난 뒤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늦었지만 하루빨리 먹방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희망해 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톡톡 건강 핫클릭’ 이번 주제는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우리 몸의 ‘세균덩어리’를 지칭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유산균’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매, 파킨슨병, 암, 비만, 피부질환 등 각종 질환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서 최근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다. 이에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로 있는 신경과 안성기 전문의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항암제를 연구하면서 큰 관심을 모은 지놈앤컴퍼니 박한수 대표(의사)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마이크로바이옴과 유산균은 어떻게 다른가? ▽안성기 학술이사(이하 안 이사)=우리 온몸 곳곳에 사는 미생물(세균포함)들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최근엔 유전체 분석을 통해 미생물들의 정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산균은 탄수화물을 젖산으로 분해하는 일부 미생물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리 몸에 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총 무게만 2, 3kg에 이른다. ▽이 기자=엄청난 양이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균들이 어디서 들어왔나. 태어날 때는 무균 상태이지 않나. ▽안 이사=출산과정을 생각해보면 균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자연분만 시 아기는 엄마의 산도, 즉 질을 통해 태어난다. 엄마의 질 속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즉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무균 상태의 아이는 산도를 통과하면서 세균과 접촉을 시작한다. 일종의 ‘세균 샤워’다. 즉 아기가 태어나면서 엄마, 아빠를 보기 전에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세균이다. 이후 모유 수유와 엄마와의 접촉으로 다양한 균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우리 몸에 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기원이다. ▽이 기자=이렇게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들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박한수 대표(이하 박 대표)=보통 마이크로바이옴은 좋은 균인 유익균과 나쁜 균인 유해균, 그리고 기능이 확실치 않은 상재균으로 나눈다. 최근 유전체 연구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하나하나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안 이사=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모든 곳에 다 살고 있다. 피부부터 호흡기, 비뇨생식기, 소화기 등 모든 곳에 살지만 그중에서 장이 전체적으로 표면적도 가장 넓고 세균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 ▽이 기자=중요한 부위에 사는 이 균들의 기능이 밝혀졌나. ▽박 대표=항암면역기능을 증강시키는 균도 있고 비만을 억제하는 항비만 균주도 있다. 또 피부염증을 줄여 아토피나 여드름 증상을 완화하는 균주도 발견했다. 현재 환자와 일반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기자=그렇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박 대표=맞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개념 중 하나를 설명해 보겠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거나 농경생활을 할 때 가지고 있던 유익균을 서구화된 식습관과 다양한 질병, 항생제 치료 등으로 많이 잃어버려 현재 다양한 질환에 걸린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잃어버린 유익균을 외부에서 직접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능성이 확인된 유익균으로 만든 제품을 복용하거나 유익균에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자=박 대표는 의사 출신인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박 대표=궁극적으로 미생물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해 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2월 미국식품의약국과 임상 미팅을 마쳤고, 금년 내로 항암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이 밖에 미국, 유럽에선 장 질환, 비만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폐증이나 우울증 등 인지기능과 관련해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안 이사=이뿐 아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 만성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연관성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기자=박 대표가 연구한 것은 언제쯤 제품화되나. ▽박 대표=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제품과 항비만 마아크로바이옴 제품은 이미 국내에서 건기식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미국과 한국에서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고, 제품까지 나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안 이사=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의학과 생물학에 있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우리는 인간의 몸이 인간 세포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 세포에 대해서만 연구하고 치료하려 했다. 그런데 우리 몸이 미생물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서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는 미생물을 통해 우리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말 커다란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 비록 현재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점점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먹방’은 유튜브를 대세로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다. 10인분 이상 엄청난 양을 먹는 먹방은 기본이고 3, 4명이 빨리 먹기 경기를 하는 푸파(푸드파이터) 방송도 인기다. 프로 ‘먹방러’ 중에선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생명을 담보로 한 유희다. 특히 청소년이나 아동이 먹방을 위해 엄청난 양을 먹는 건 ‘자해’와 다름없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먹방이 신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먹방 전후 위(胃) 모양을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찍어 보니 결과는 충격적이다. 30배가량 늘어난 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번 먹방 도전에는 채널A 남혜정 기상캐스터도 함께했다. ○ 꾸역꾸역 초밥 5인분을 먹고 나니 5일 먹방 도전에 앞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몸무게는 66.1kg, 체질량지수(BMI)는 23.7(25 이상 비만)이었다. 먹방을 시작하기 전 위의 부피는 11만9196mm³로 약 0.12L였다.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몇 개나 먹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초밥을 택했다. 초밥 30인분을 주문하자 큰 식탁 가득 찼다. 이날 낮 12시 반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으면 많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남 캐스터와 대화를 하며 가능한 한 천천히 먹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초밥 2인분을 먹자 배가 가득 찼다. 3인분부터는 확실히 위에서 부대끼는 느낌이 강했다. 4인분부터는 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계속 물을 마시면서 초밥을 넘겨 배가 더 불러왔다. 꾸역꾸역 1시간 동안 5인분을 먹었다. 남 캐스터도 3인분을 먹었다. 남 캐스터는 “나중에는 음식 맛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매일 먹방을 하는 분들이 한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 부피, 먹기 전 30배로 부풀어 초밥 5인분을 먹은 뒤 신체 변화를 살폈다. 몸무게는 1시간여 만에 1.3kg이나 늘었다. 체질량지수는 24.2로 0.5가 증가했다. 놀라운 건 3D CT 사진이었다. 위의 부피가 350만6448mm³(약 3.53L)로 커졌다. 1시간 동안 먹은 초밥 5인분에 위가 먹방 전보다 29.4배로 커진 것이다. 사람의 위는 보통 최대 4L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T 영상을 살펴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진수 소화기내과 과장은 “정상인은 식사 전후로 위의 용적이 2배 정도 늘어나는데 이진한 기자는 먹방 전후로 위가 30배 가까이 커졌다”며 “의사인 나도 먹방 이후 위가 이렇게나 많이 늘어날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이날 오후 내내 속이 더부룩했다. 결국 저녁을 거르고 소화제를 복용했는데도 밤새 속이 불편했다. 보통 한 끼 식사가 위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3∼5시간이다. 5인분을 먹었으니 위의 활동성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머문 시간도 몇 배 더 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날 아침 위 속에 음식물이 다 내려갔는지 배고픔이 유난히 심했다. 위가 크게 늘어났던 게 공복감을 더 느끼게 만든 원인으로 보인다.○ 청소년, 아동 먹방은 더 위험 초밥 5인분은 유명 먹방러들에게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양이다. 앉은자리에서 10인분씩 먹는 건 문제가 없을까. 김 과장은 “많은 양의 음식이 갑자기 들어가면 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런 먹방을 지속하면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외에도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울혈성 심부전증, 비만, 관절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잦은 폭식으로 늘어난 위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위가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다음에도 그만큼 많이 먹는 악순환으로 위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아동들도 먹방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먹방은 더 치명적이다.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청소년과 백정현 원장은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위산 분비가 적고 상대적으로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 설사를 유발하기 쉬울 뿐 아니라 성인에게 잘 발생하는 위염이나 위·식도 역류염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한 음식물을 소화하려면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는데,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결국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감기 등 전염성 질환에 취약해지는 원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소년이나 아동들의 먹방은 정부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많이 먹어 숨진 경우도 지난해 미국의 19세 여성은 음식을 많이 먹은 뒤 위가 커진 상태에서 구토를 하다가 위와 식도가 찢어져 숨진 일도 있다. 2016년 일본에선 20인분을 넘게 먹은 한 60대 여성이 평소보다 위가 40∼50배 커져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눌러 혈류장애로 사망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형윤 교수는 “아이들의 먹방은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영양 불균형으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극단적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이는 자해나 다름없다. 이런 방송이 온라인으로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 먹방러 중에는 마른 사람도 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많이 먹지만 구토를 통해 몸의 흡수를 막거나 격투기 선수처럼 고강도 운동을 통해 들어온 칼로리를 다 소모하면 의학적으로 먹방을 해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다”며 “또 먹방 날을 제외하곤 거의 굶거나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갑상샘 기능항진증, 결핵, 암 등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리만족 느끼려다 폭식할 수도 많은 시청자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먹는 것은 사람의 뇌에서 만족을 관장하는 보상중추를 활성화시킨다”며 “따라서 직접 먹지 않고 먹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먹방을 찍는 것뿐 아니라 먹방을 보는 일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먹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 먹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특히 폭식증 같은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튀김과 같은 고열량 음식을 보면 뇌의 보상중추가 굉장히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먹방을 본 뒤 바로 폭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먹방을 주기적으로 시청하는 아동에게도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먹방을 좋아하는 아이는 먹방 시청 이후 해당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고, 이는 과도한 열량 섭취로 인한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며 “또 자신도 먹방을 따라 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이 길면 신체활동량이 줄면서 비만을 일으킨다”며 “가능하면 모바일 기기나 TV, 컴퓨터의 하루 사용 시간을 2시간 이하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의 일부를 야외 활동 시간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먹방’은 TV와 유튜브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많이 먹고 빨리 먹는 게 감탄의 대상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뒤는 생각지 않는다. 생명을 건 유희, 먹방의 세계를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 ‘먹방’은 유튜브를 대세로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다. 10인분 이상 엄청난 양을 먹는 먹방은 기본이고 3, 4명이 빨리 먹기 시합을 하는 푸파(푸드파이터) 방송도 인기다. 프로 ‘먹방러’ 중에선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생명을 담보로 한 유희다. 특히 청소년이나 아동이 먹방을 위해 엄청난 양을 먹는 건 ‘자해’와 다름없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먹방이 신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먹방 전후 위(胃) 모양을 3D CT(입체 컴퓨터단층촬영)로 찍어보니 결과는 충격적이다. 30배가량 늘어난 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번 먹방 도전에는 채널A 남혜정 기상캐스터도 함께 했다.● 꾸역꾸역 초밥 5인분을 먹고 나니 5일 먹방 도전에 앞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몸무게는 66.1㎏, 체질량지수(BMI)는 23.7(25이상 비만)이었다. 먹방을 시작하기 전 위의 부피는 11만9196㎣로 약 0.12L였다.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몇 개나 먹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초밥을 택했다. 초밥 30인분을 주문하자 큰 식탁 가득 찼다. 이날 낮 12시 반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으면 많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남 캐스터와 대화를 하며 가능한 한 천천히 먹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초밥 2인분을 먹자 배가 가득 찼다. 3인분부터는 확실히 위에서 부대끼는 느낌이 강했다. 4인분부터는 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계속 물을 마시면서 초밥을 넘겨 배가 더 불러왔다. 꾸역꾸역 1시간동안 5인분을 먹었다. 남 캐스터도 3인분을 먹었다. 남 캐스터는 “나중에는 음식 맛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매일 먹방을 하는 분들이 한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 부피, 먹기 전 30배로 부풀어 초밥 5인분을 먹은 뒤 신체 변화를 살폈다. 몸무게는 1시간여 만에 1.3㎏나 늘었다. 체질량지수는 24.2로 0.5가 증가했다. 놀라운 건 3D CT 사진이었다. 위의 부피가 350만6448㎣(약 3.53L)로 커졌다. 1시간동안 먹은 초밥 5인분에 위가 먹방 전보다 29.4배로 커진 것이다. 사람의 위는 보통 최대 4L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T 영상을 살펴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진수 소화기내과 과장은 “정상인은 식사 전후로 위의 용적이 2배 정도 늘어나는데 이진한 기자는 먹방 전후로 위가 30배 가까이 커졌다”며 “의사인 나도 먹방 이후 위가 이렇게나 많이 늘어날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이날 오후 내내 속이 더부룩했다. 결국 저녁을 거르고 소화제를 복용했는데도 밤새 속이 불편했다. 보통 한 끼 식사가 위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3~5시간이다. 5인분을 먹었으니 위의 활동성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머문 시간도 몇 배 더 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날 아침 위 속에 음식물이 다 내려갔는지 배고픔이 유난히 심했다. 위가 크게 늘어났던 게 공복감을 더 느끼게 만든 원인으로 보인다.● 청소년, 아동 먹방은 더 위험 초밥 5인분은 유명 먹방러들에게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양이다. 앉은 자리에서 10인분씩 먹는 건 문제가 없을까. 김진수 과장은 “위에 많은 양의 음식이 갑자기 들어가면 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런 먹방을 지속하면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외에도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울혈성 심부전증, 비만, 관절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잦은 폭식으로 늘어난 위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위가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다음에도 그만큼 많이 먹는 악순환으로 위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아동들도 먹방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먹방은 더 치명적이다.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청소년과 백정현 원장은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위산 분비가 적고 상대적으로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 설사를 유발하기 쉬울 뿐 아니라 성인에게 잘 생기는 위염이나 위·식도 역류염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도한 음식물을 소화하려면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는데,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결국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감기 등 전염성 질환에 취약해지는 원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소년이나 아동들의 먹방은 정부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많이 먹어 숨진 경우도 지난해 미국의 19세 여성은 음식을 많이 먹은 뒤 위가 커진 상태에서 구토를 하다가 위와 식도가 찢어져 숨진 일도 있다. 2016년 일본에선 20인분을 넘게 먹은 한 60대 여성이 평소보다 위가 40~50배 커져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눌러 혈류장애로 사망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형윤 교수는 “아이들의 먹방은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영양불균형으로 인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극단적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이는 자해나 다름없다. 이런 방송이 온라인으로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 먹방러 중에는 마른 사람도 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많이 먹지만 구토를 통해 몸의 흡수를 막거나 격투기선수처럼 고강도 운동을 통해 들어온 칼로리를 다 소모하면 의학적으로 먹방을 해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다”며 “또 먹방 날을 제외하곤 거의 굶거나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갑상선 기능항진증, 결핵, 암 등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리만족 느끼려다 폭식할 수도 많은 시청자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먹는 것은 사람의 뇌에서 만족을 관장하는 보상중추를 활성화시킨다”며 “따라서 직접 먹지 않고 먹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먹방을 찍는 것뿐 아니라 먹방을 보는 일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먹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 먹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특히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튀김과 같은 고열량 음식을 보면 뇌의 보상중추가 굉장히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먹방을 본 뒤 바로 폭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먹방을 주기적으로 시청하는 아동에게도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먹방을 좋아하는 아이는 먹방 시청 이후 해당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고, 이는 과도한 열량섭취로 인한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며 “또 자신도 먹방을 따라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이 길면 신체활동량이 줄면서 비만을 일으킨다”며 “가능하면 모바일 기기나 TV, 컴퓨터의 하루 사용 시간을 2시간 이하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의 일부를 야외 활동 시간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국 나이로 올해 90세인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이자 지금도 왕성하게 논문과 책을 쓰고 있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핵의학센터 박용휘 소장이 동아일보에 자신의 건강 비결을 소개했다. 그의 건강 유지 비법은 ‘맨손 근력운동’이다. 젊은 시절 테니스와 쌍절곤 운동을 즐긴 박 소장은 80세가 되던 10년 전부터 하루 15분씩 △상체운동 △하체운동(스쾃) △척추운동 △옆구리운동 등 네 가지를 1, 2회씩 꾸준히 하고 있다. 이 네 가지는 건강하게 100세를 맞기 위한 기본 운동이다. 모든 동작은 별도 기구 없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반복한다. 먼저 앉았다가 일어나는 스쾃 운동은 하루 100개씩 한다. 10년간 매일 빠짐없이 스쾃을 한 덕분에 박 소장은 지금도 튼튼한 관절과 근육을 자랑한다. 상체운동은 팔 굽혀 펴기를 하되 의자나 책상을 짚고 한다. 척추운동도 의자를 붙잡고 몸을 뒤로 젖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이어 양팔을 번갈아 가며 머리 위로 올려 옆구리운동을 한다. 박 소장은 상체운동과 척추운동, 옆구리운동을 각각 50회씩 한다. 박 소장은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기 마련이다. 간단한 동작을 반복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맨손운동은 집이나 연구실에서 언제든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운동법”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어 달리기나 등산 등 무리한 유산소 운동을 하면 부상 위험이 높다. 따라서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맨손체조를 이용한 근력 운동은 고령자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윤형조 척추관절센터장은 “근력 운동은 노화로 인한 근위축 현상을 지연시키고, 골밀도를 높여 관절염이나 골다공증과 같은 관절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근력 운동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근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자다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다고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수술을 해야 하나요?” 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모 씨(67)는 평균 8시간 이상 자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다. 숨이 멎은 줄 알고 아내가 깜짝 놀라 깨운 적도 여러 번이다. 김 씨는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면 돌연사할 수 있다는 친구 말에 덜컥 겁이 났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5명 중 1명은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있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1억 명이 수면무호흡증이나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 중 90%는 증상을 가볍게 여겨 방치한다. 동아일보는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15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건강 토크쇼 ‘톡투 수면무호흡증’을 열었다. 대한수면학회 홍보이사인 김지현 단국대 의대 신경과 교수와 대한수면의학회 보험이사인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행사는 200여 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려 일부가 자리에 앉지 못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방치하면 치매-뇌중풍 위험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가 심해진 뒤 저호흡, 무호흡 증세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하면 위험하다. 병원에선 이런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인 동시에 낮에 졸림증이 있거나 무호흡이 수면 시간당 15번 이상 발생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와 운전 중 사고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7시간을 자더라도 3, 4시간 잔 것과 같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계속 방치할 경우 치매로 발전할 위험도 있다. 신홍범 원장은 “자다가 숨이 막히면 혈압이 급격하게 오른다”며 “자칫 뇌에 실핏줄이 터지면 뇌중풍(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심장·뇌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일반인보다 2배나 높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된다. 수면무호흡증은 개인 문제를 넘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지현 교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6∼10배가량 높다”고 말했다. ○ 이럴 때는 수면무호흡증 의심해 봐야 수면무호흡증은 숨을 멈춘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기도 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다보니 함께 잠을 자는 배우자도 잘 모를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 오래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거나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진 경우, 낮 졸음이 심한 경우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대개 △코골이가 심하거나 △목둘레가 두껍고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일 때 수면무호흡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 남자는 30∼50대에, 여성은 50대 중후반에 수면무호흡증이 빈번히 나타난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8시간 이상 자면서 뇌파, 안전도(눈 움직임),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검사다.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적용돼 약 10만 원대인 본인부담금(20%)만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뒤엔 대개 양압기 처방을 받는다. 공기를 기도 속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양압기 사용 부담도 크게 줄었다. 건강보험 적용 전에는 적게는 50만∼60만 원, 많게는 200만∼300만 원을 주고 양압기를 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달 1만∼2만 원만 내면 대여해 쓸 수 있다. ○ 비만이면 발생 확률 4배 높아 이날 건강 토크쇼에는 수면무호흡증 검사 및 치료 경험이 있는 방송인 샘 해밍턴 씨가 참여했다. 그는 글로벌 수면전문기업의 수면질환 캠페인 홍보대사다. 해밍턴 씨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뒤 현재 운동과 양압기 치료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관리하고 있다”며 “처음 일주일은 양압기 착용이 쉽지 않았는데, 잘 적응하고 꾸준히 치료하면서 코골이, 무호흡 증상이 모두 좋아졌다”고 말했다. 양압기 치료 외에 수술 치료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수술의 경우 재발하기 쉽고, 고령층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비만인 경우 수면무호흡증 발생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배가량 높은 만큼 체중을 줄이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한국 나이로 올해 90세인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이자 지금도 왕성하게 논문과 책을 쓰고 있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핵의학센터 박용휘 소장이 동아일보에 자신의 건강 비결을 소개했다. 그의 건강 유지 비법은 ‘맨손 근력운동’이다. 젊은 시절 테니스와 쌍절곤 운동을 즐긴 박 소장은 80세가 되던 10년 전부터 하루 15분씩 △상체운동 △하체운동(스쿼트) △척추운동 △옆구리운동 등 네 가지를 1, 2회씩 꾸준히 하고 있다. 이 네 가지는 건강하게 100세를 맞기 위한 기본 운동이다. 모든 동작은 별도 기구 없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반복한다. 먼저 앉았다가 일어나는 스쿼트 운동은 하루 100개씩 한다. 10년간 매일 빠짐없이 스쿼트를 한 덕분에 박 소장은 지금도 튼튼한 관절과 근육을 자랑한다. 상체운동은 팔 굽혀 펴기를 하되 의자나 책상을 짚고 한다. 척추운동도 의자를 붙잡고 몸을 뒤로 젖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이어 양팔을 번갈아 가며 머리 위로 올려 옆구리운동을 한다. 박 소장은 상체운동과 척추운동, 옆구리운동을 각각 50회씩 한다. 박 소장은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기 마련이다. 간단한 동작을 반복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맨손운동은 집이나 연구실에서 언제든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운동법”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어 달리기나 등산 등 무리한 유산소 운동을 하면 부상 위험이 높다. 따라서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맨손체조를 이용한 근력 운동은 고령자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윤형조 척추관절센터장은 “근력 운동은 노화로 인한 근위축 현상을 지연시키고, 골밀도를 높여 관절염이나 골다공증과 같은 관절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근력 운동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근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고통받는 환자를 위한 연구에 나이가 어디 있나요.” 한국 나이로 올해 90세인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가 쓴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핵의학센터 박용휘 소장이 주인공이다. 그가 쓴 ‘감마교정 핀홀 골스캔을 이용한 급성 골부종, 골출혈, 및 골량미세골절의 정밀한 감별 진단법’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영국의 유명 저널인 ‘저널 오브 인터내셔널 리서치’ 최근호에 실린 것이다. 90세 나이에 진료를 보면서 논문을 쓴다는 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박 소장은 국내 핵의학 창립 멤버다. 핵의학은 원자핵에서 나오는 방사선 에너지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예방, 연구하는 의학 분야다. 그는 엑스레이, 골스캔,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필름을 ‘현미경 렌즈’로 확대하는 기법(핀홀법)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금이 간 뼈를 조기에 찾아내는 국내 최고 핀홀법 전문가다. 박 소장은 “예전엔 2, 3mm 크기의 뼈 골절을 보는 게 최대치였지만 지금은 0.2mm 크기의 뼈 골절까지 현미경으로 확대해 볼 수 있다”며 “미세 골절을 발견하면 나중에 고생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는 깊이 파고들수록 자꾸 새로운 것이 발견된다”며 “발견의 즐거움 때문에 아직 현역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안으로 돋보기안경을 두 개 겹쳐 모니터를 보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박 소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두고 “70세에 담배를 끊고 80세에 술을 끊었다. 그랬더니 부정맥이 사라졌다”며 “자가용을 없앤 뒤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집에서 관악구 신림동 병원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며 항상 계단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할 정도로 기억력이 건재하다는 그는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 매일 운동도 한다. 앉았다 일어나는 스쾃을 하루 100회 정도 하고 팔 돌리기, 허리 돌리기 등 스트레칭으로 근육량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현재 MRI 영상에 핀홀법을 적용한 새로운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이와 별개로 지금까지 나온 모든 논문을 집대성한 핀홀법 관련 영문 책도 준비하고 있다. 박 소장은 “고통받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는 것이 의사의 길이라는 믿음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현재 가톨릭대 명예교수와 1961년 창립한 대한핵의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고통 받는 환자를 위한 연구에 나이가 어디 있나요.” 한국 나이 올해 90세인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가 쓴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핵의학센터 박용휘 소장이 주인공이다. 그가 쓴 ‘감마교정 핀홀 골스캔을 이용한 급성 골부종, 골출혈, 및 골량미세골절의 정밀한 감별 진단법’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영국의 유명 저널인 ‘저널 오브 인터내셔널 리서치’ 최근호에 실린 것이다. 90세 나이에 진료를 보면서 논문을 쓴다는 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박 소장은 국내 핵의학 창립멤버다. 핵의학은 원자핵에서 나오는 방사선 에너지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예방, 연구하는 의학 분야다. 그는 X-레이, 골스캔,MRI(자가공명영상) 등의 필름을 ‘현미경 렌즈’로 확대하는 기법(핀홀법)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금이 간 뼈를 조기에 찾아내는 국내 최고 핀홀법 전문가다. 박 소장은 “예전엔 2~3mm 크기의 뼈 골절을 보는 게 최대치였지만 지금은 0.2mm 크기의 뼈 골절까지 현미경으로 확대해 볼 수 있다”며 “미세 골절을 발견하면 나중에 고생하는 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는 깊이 파고들수록 자꾸 새로운 것이 발견된다”며 “발견의 즐거움 때문에 아직 현역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안으로 돋보기안경을 두개 겹쳐 모니터를 보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박 소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두고 “70세에 담배를 끊고 80세에 술을 끊었다. 그랬더니 부정맥이 사라졌다”며 “자가용을 없앤 뒤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집에서 관악구 신림동 병원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며 항상 계단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할 정도로 기억력이 건재하다는 그는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 매일 운동도 한다.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를 하루 100회 정도 하고 팔 돌리기, 허리 돌리기 등 스트레칭으로 근육량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현재 MRI 영상에 핀홀법을 적용한 새로운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이와 별개로 지금까지 나온 모든 논문을 집대성한 핀홀법 관련 영문 책도 준비하고 있다. 박 소장은 “고통 받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는 것이 의사의 길이라는 믿음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현재 가톨릭대 명예교수와 1961년 창립한 대한핵의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정보기술(IT)과 의료를 접목해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거식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거식증은 극도의 저체중임에도 체중을 더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음식을 회피하거나 최소한의 식사만 하는 정신과 질환이다. 정신과 질환에서 거식증은 사망률 1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거식증을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할 청소년 질환 중 하나라고 보고한 바 있다. 거식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팀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재닛 트레저 교수팀과 공동으로 거식증의 치료 전략을 담은 동영상 클립(보드캐스트)을 제작해 환자가 어디서든 모바일기기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보드캐스트는 거식증 치료에 필요한 내용을 담은 총 60여 개 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의료진이 알맞은 영상을 추천한다. 의료진은 환자가 영상을 잘 보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해 피드백을 주게 된다. 영상은 주로 동기강화기법(치료에 확신을 들게 하는 기법)을 사용해 거식증에서 회복한 환자들의 독백으로 구성돼 있다. 또 보드캐스트를 시청하면서 개인마다 문제가 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 자신만의 전략을 짜도록 유도한다. 연구팀은 국내 거식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치료와 병행해 보드캐스트 치료의 효과와 적합성을 평가하는 시범연구를 진행한 결과 상당수 환자들의 섭식장애 병리현상이 줄고, 긍정적 정서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거식증 환자에게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들거나 혹은 폭식 충동이 들 때, 식사를 회피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할 때마다 3주간 보드캐스트를 사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보드캐스트가 △심리적 지지 △치료 접근성 △회복에 필요한 정보 제공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스마트의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텔러메디신 앤드 이헬스(Telemedicine and e-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김 교수는 “실시간 환자 맞춤형 영상 치료는 거식증뿐 아니라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폭식증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다양한 섭식장애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전문의료기관을 찾아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환자에게 적합한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요즘처럼 건조하고 미세먼지가 자주 출몰하는 시기에는 눈가 피부가 얇아져 주름이 생기기 쉽다. 눈 밑 피부가 얇아지면 ‘다크서클’도 짙어진다. 다크서클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눈가 피부 보습은 ‘기본’ 눈 주변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두께가 얇다. 가뜩이나 얇은 피부가 더 얇아지면 피부 안쪽의 붉은 근육과 푸른 정맥이 비쳐 다크서클로 보일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면 보랏빛으로 더 어둡게 비칠 수 있다. 눈 밑 지방이 돌출돼도 다크서클이 짙게 나타날 수 있다. 눈 밑 지방이 돌출되면 지방 아래가 그늘져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눈 밑 눈물 고랑이 함몰돼도 다크서클이 생긴다. 눈물 고랑은 원래 나이가 들면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눈 주변 피부의 색소 침착도 다크서클의 한 원인이다. 유전적으로 눈 주변에 색소 침착이 있거나 성장한 뒤 오타 모반(눈 주변의 푸른 점) 또는 기미 등 색소 침착성 피부질환이 생기면 다크서클이 짙어질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반복적인 자극으로 눈 주변에 염증이 생겨 색소 침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금처럼 건조한 시기에는 보습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좋다. 보습만 잘해도 거칠고 색소 침착이 생긴 피부가 더 밝아 보인다. 보습만으로 피부염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보습제는 세라마이드 등 자연보습인자 성분을 함유한 저자극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피부가 많이 건조하다면 하루 5회 이상 바를 것을 권한다. 피부가 얇아져 나타난 다크서클일 경우 알레르기나 몸의 전반적 컨디션이 큰 영향을 미친다. 여의도성모병원 피부과 우유리 교수는 “잠을 충분히 자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며 “스트레스를 줄여 몸이나 눈 주변에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습관적으로 눈을 비비는 버릇이 있다면 다크서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본인 습관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원인별로 올바른 치료법 택해야 하지만 △눈 밑 지방 돌출 △눈물 고랑 함몰 △오타 모반, 기미 등 색소 침착형 질환 △유전적으로 눈 주변 색이 어두운 경우 등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다크서클을 없애는 데 한계가 있다. 눈 밑 지방이 돌출된 경우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결국은 눈 밑 지방을 제거하거나 재배치하는 수술을 통해 해결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때는 눈 주변의 여러 구조적 요소와 환자 본인의 취향을 고려해 수술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눈물 고랑이나 광대가 함몰된 경우에는 자가지방이나 스컬트라 필러 등 무해한 물질을 주입해 꺼진 볼륨을 채워 주는 치료를 할 수 있다. 수술을 결심했다면 숙련된 다크서클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게 좋다. 기미나 오타 모반과 같은 색소 침착형 질환으로 다크서클이 짙어진 경우에는 색소를 없애는 레이저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접촉피부염, 반복적으로 눈을 비비는 습관으로 색소 침착이 일어났다면 알레르기 치료와 함께 먹는 항히스타민제나 바르는 스테로이드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다양한 레이저토닝, 피부재생인자 주사, 히알루론산 주사 등을 복합적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피부가 얇아 피부 속이 비쳐 보이는 형태라면 치료가 까다롭다. 얇은 피부를 두껍게 만드는 것은 힘들다. 다만 덜 비쳐 보이도록 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가령 푸른 정맥이 비쳐 보이는 경우 레이저 치료법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눈 밑 안쪽 근육이 보랏빛으로 비쳐 보이는 경우라면 레이저 치료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 서울에이치피부과 김형수 원장은 “다크서클은 여러 원인이 복합돼 나타나는 것이어서 반드시 정확한 원인을 알고 그 원인에 맞춰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병원 문화 바꾸기’ 시리즈 세 번째로 환자가 의료진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회와 2회가 환자 입장에서 불편한 것을 주제로 잡았다면 이번 주제는 의료진이 겪는 불편함이 주제입니다. 의료진의 불편한 경험 중 자주 거론되는 게 바로 의료진 호칭입니다. 환자가 의료진을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의료진의 진료 경험이 달라집니다. 특히 간호사를 부를 때 언니, 아가씨, 아줌마, 이모로 부르거나 심한 경우 ‘야!’라고 하기도 합니다. 의사를 부르는 호칭도 다양합니다. 의사선생님을 의사양반, 아저씨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이모, 언니, 아저씨, 의사양반이라고 부르거나 간호사를 ‘야!’라고 부르는 경우 의료진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종일 환자와 시간을 보내는 의료진은 환자의 눈빛과 말투에 따라 즐겁게 일하기도 하고, 반대로 지치기도 합니다. 의료진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환자분을 대하느냐, 아니냐는 환자와 보호자분들의 태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의료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들은 누구보다 과로가 누적된 채 일하기 때문에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배려가 큰 힘이 된다”며 “특히 여자 간호사나 여자 전공의들은 성희롱적 호칭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 올바른 호칭 부르기 캠페인을 통해 의료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병연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환자경험관리팀장은 “환자들이 의료진을 일부러 무시하거나 하대하려고 그렇게 부르기보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저기요’ ‘어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1987년부터 간호원이 간호사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아직도 간호원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자,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호칭으로 의료진을 불러주세요. 직종을 아신다면 이름 뒤에 직종을 넣어 불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김양지 간호사(님), 김양지 물리치료사(님) 이렇게 불러보세요. 혹시 직종을 모르신다면 김양지님, 혹은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병원에는 의사만 하더라도 의대를 갓 졸업한 인턴, 전공과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 전공을 마친 전임의, 병원에서 스텝으로 일하는 교수 등 다양한 직종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를 직책 구분 없이 선생님으로 불러도 됩니다.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존중하는 순간 비로소 따뜻한 진료가 시작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리가 일반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최신 의료장비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최신 치료법, 또 환자 눈높이에 맞는 편의 시스템, 4차 산업혁명과 병원변화 등을 영상과 함께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의료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병원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첫 번째 소개하는 병원은 이대서울병원 1인실 중환자실이다. 이대서울병원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지하 6층, 지상 10층 규모(1014병상)로 지난달 7일 개원했다. 국내에 1인실 중환자실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대서울병원 중환자실은 전체 중환자 병실이 1인실, 총 80여 병상으로 돼 있으며 각 진료 파트에 따라 내과, 외과, 신경계, 심장혈관, 응급중환자실 등으로 구분돼 있다. 기존 병원의 중환자실은 환자와 환자 사이를 커튼 등으로만 구분하다 보니 의료진이 해당 환자에게만 집중하기 힘들 뿐 아니라 감염 우려도 항상 있는 상황이다. 이대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박진 교수는 “1인 중환자실은 즉각적으로 처치가 필요한 환자의 구분이 빠르고 독립된 공간에 의료진이 집중 투입돼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를 할 수 있다”며 “이 외에도 옆 침대의 기계 소리나 다른 환자의 대소변 냄새가 차단돼 환자가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격리가 필요한 환자는 2중, 3중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감염 위험도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또 이 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기준 병실이 3인실이다. 기존 병원의 일반병실이 4∼6인실인 데 비해 일반병실을 3인실로 설계함으로써 한 병상당 면적을 넓혀 환자 밀집도를 해소하고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즉, 이대서울병원은 3인실, 2인실, 1인실, 특실(VIP실, VVIP실)로 구성돼 있다. 문병인 이화여대 의료원장은 “이대서울병원은 환자 중심 설계와 차별화된 병실 구조, 첨단 의료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치유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이대목동병원 및 지역 의료기관, 마곡지구 입주 기업들과 다각적인 협업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성큼 봄이 다가오면서 봄맞이 산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즐거운 등산 뒤에는 생각지 못한 복병 질환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산행 뒤 알이 배는 것이다. 정확히는 ‘지연성 근육통’이다. 허벅지 근육, 종아리 근육, 허리 근육 등에 피로 물질이 쌓여 짧게는 2, 3일 길게는 7일 이상 뻐근한 증상이 이어진다. 휴식을 취하면서 환부를 20분 정도 따뜻하게 찜질해주고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산행 중 발목이 삐는 일도 흔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발목 염좌를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높다.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정형외과 이홍섭 교수는 “발목을 삐었을 때 찜질 등을 한 뒤 통증이 완화되면 치료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생활하면 발목 관절의 만성 불안정성을 유발해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발목을 삐면 인대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에는 일정 기간 보조기로 발목을 고정시켜 통증을 줄이고, 관절 운동과 근육 강화 운동을 통해 늘어나거나 부분 파열된 인대를 복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등산 전문가들이 흔히 입는 부상은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을 싸고 있는 단단한 막으로,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거나 아치(발바닥에 움푹 파인 곳)를 받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염은 오래 걸었을 때 발생하는 일종의 ‘과사용 증후군’이다.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쪽이 아프거나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날 때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초기 1, 2주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발끝을 몸쪽으로 당기는 스트레칭을 해주면 빨리 회복된다. 산행 후 캔 음료 등을 차갑게 한 뒤 발바닥 아치에 대고 문질러 주는 것도 좋다. 다만 만성일 때는 산행 횟수를 줄이고 족저근막과 종아리 부위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똑같은 약인데 우린 한 달에 1000만 원을 내고, 피부암 환자는 50만 원을 낸다’는 말기 폐암 엄마를 둔 딸의 하소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게시판의 제목은 ‘폐암 4기 우리 엄마에게도 기회를 주세요’이다. 순식간에 6만9000여 명이 동의했다. 2015년에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녀의 어머니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효과 좋은 치료약을 알게 됐다. 이 치료제는 현재 악성피부암인 흑색종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 흑색종엔 보험급여가 돼 환자는 한 달에 50만 원 정도의 치료비만 부담한다. 암 환자는 급여 대상일 경우 치료비의 5%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암 환자의 경우 피부암과 같은 치료제이지만 아직 급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급여가 안 되는 소위 비급여의 경우 환자가 100%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폐암 치료제뿐 아니다. 암 환자 단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폐암처럼 암 환자는 많지만 사망률이 높은 암의 경우 급여되는 약은 효과가 충분치 않아 불가피하게 비급여 항암제에 의존하게 된다. 비급여 약제는 치료비 부담이 크다. 특히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치료제 중 면역항암제, 또 희귀질환자의 치료제들은 연간 1억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가령 극희귀질환 치료제 일라리스의 경우 환자들의 약값 부담은 1년간 약 9600만 원에 이른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 받은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는 1번 치료에 5억 원 가까이 든다. 이런 약제들을 계속 써야 한다면 중상층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메디컬 푸어는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에 막대한 치료비를 쓰면서 재산을 탕진해 기본적인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저소득층으로 추락하는 상태를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표방하며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다. 그 덕분에 자기공명영상(MRI)기기,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병실료, 간병비 등에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많은 환자들은 여전히 치료비 지원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칠까. 이는 정작 필요한 비급여 약물치료비에 대한 급여화 작업이 더디기 때문이다. ‘한국 암 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허가받은 약제의 급여실적을 보면 2017년 8개 약 중 4개가 급여화해 50%에 머물렀다. 지난해와 올해는 아예 급여화한 약이 없다. 비급여 약제가 급여화하기까지 걸린 평균 시간도 13개월이다. 급여를 기다리다가 환자는 메디컬 푸어가 되거나 죽게 생겼다. 더구나 최근 면역항암제의 경우 15개 항목의 급여 확대를 신청했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어 언제 급여화가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한시가 급한 환자들을 생각하면 새로운 신약이 최대한 빨리 건강보험 대상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허가된 신약이라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보험약가를 인정받지 못하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환자단체들과 전문가들은 메디컬 푸어 환자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신속등재’ 제도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나 독일처럼 허가를 받자마자 일단 보험급여를 해주고, 일정 기간 내에 급여평가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면 그만큼의 차액을 나중에 제약사로부터 돌려받는 제도다. 고가의 신약 항암제를 모두 급여화하기 힘들다면 일부 효과가 있는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급여를 해주는 방법도 있다. 이 외에도 가벼운 질병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비율을 더 줄이고 대신 암처럼 생명과 직결된 질환의 보험급여 대상을 확대하면 국가 입장에서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대영 한림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효과가 높은 고가의 신약을 급여화할 때 현장 전문가와 밀접하게 상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신약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국내처럼 급여가 되지 않는 한 환자에게는 또 다른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며 문재인 케어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전 정부보다 약제의 급여화 비율이 낮다. 보건당국은 그 원인과 대책을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코믹한 연기를 가미한 동영상을 통해 병원에서 겪는 좋지 않는 경험을 찾아내 개선하는 ‘병원 문화를 바꾸자(병문바)’ 시리즈 2회의 주제는 입원 환자의 회진 경험입니다. 입원한 환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바로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즉 의사 선생님의 회진 시간은 환자의 병원 경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의사 선생님이 회진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자는 아주 큰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회진 시 환자 앞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함께 온 전공의와 전혀 모르는 생소한 의학용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환자 앞에서 전공의를 심하게 야단을 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본 환자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또 의사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다 허비하는 탓에 정작 자신이 궁금한 사항은 물어보지도 못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환자의 궁금증을 해결하기보다 환자의 경과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환자와 전혀 다른 관심에서 진료를 하게 됩니다. 병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주치의 만나는 시간만 기다리는 환자들은 주치의의 눈빛과 말투에 따라 불안해지기도 하고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환자가 병원에 대해 좋은 경험을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병실 회진 시간에 의사 선생님과 어떻게 소통했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불안한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환자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지만 환자는 개인적인 관심과 배려를 받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는 순간 회복도 빨라집니다. 환자 입장에서 연기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박상후 홍보부장은 “수술을 끝낸 입원환자가 되어보니 회진 시 주치의가 눈길도 주지 않고 명확한 설명도 해주지 않자 정말로 화가 났다”면서 “반면 바쁜 가운데도 의사가 궁금한 내용을 쉬운 용어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때는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병원 외래 번호표를 뽑으면 당일 환자 이름을 대신할 ‘고유번호’가 나온다. 외래 시 들은 의사의 당부사항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면 집에서 모바일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오픈한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 공간인 ‘대한외래’가 새롭게 도입한 시스템들이다. 대한외래는 인술로 아픈 이를 구한다는 ‘인술제중(仁術濟衆)’의 가치를 중점으로 2015년 말 건립공사를 착수했다. 25일부터 성형외과, 흉부외과,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먼저 진료를 시작했다. 다음 달 4일부터는 내과(소화기·혈액·내분비·신장·알레르기·감염 분과)와 외과, 장기이식센터, 신장비뇨의학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 대부분 과가 진료를 본다. 대한외래의 특징은 무엇보다 기존에 비해 진료 공간과 주차 공간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대한외래는 지상 1층∼지하 6층, 연면적 약 4만7000m² 규모로 기존 외래 규모의 1.2∼1.7배다. 지하 1∼3층은 외래진료실, 검사실, 주사실, 채혈실, 약국 등 진료공간과 식당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 직원휴게실 등이 배치됐다. 지하 4∼6층은 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다. 500여 대의 주차가 가능하다. 대한외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고유번호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환자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외래진료 모든 절차에서 환자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당일 고유번호로 대신한다. 소위 ‘이름 없는 병원’을 구현한 것이다. 또 음성인식 솔루션을 도입해 진료실에서 의사가 강조하는 당부사항을 모바일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청각장애 환자들이 보호자나 도우미를 거치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춘 점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 받는다. 대한외래는 지상층 없이 지하 6층으로만 구성됐지만 지하 구조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 채광이 충분히 드는 선큰 가든(sunken garden·지하로 통하는 공간에 꾸민 정원)을 조성했다. 또 국내 최대 고해상도 실외용 LED벽을 통해 전해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환자에게 안정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편의시설에는 감염, 항균 패널이 설치돼 교차오염을 감소시켰다. 전시와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해 격조 높은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대한외래는 입원실과 분리된 별도 공간에 건축해 혼잡도와 감염 위험을 줄였다. 또 각종 최첨단 외래진료 시스템을 도입해 진료의 질을 높였다. 김연수 대한외래 개원준비단장은 “대한외래 개원으로 진료와 편의시설 공간이 대폭 넓어져 편리한 환경에서 첨단의료와 환자 중심의 진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외래가 들어서면서 기존 서울대병원의 본관과 어린이병원, 암병원이 연결되어 대한외래가 서울대병원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본관 로비층을 기준으로 각 층을 통합해 환자들의 혼란을 줄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환자가 집에서 측정한 질환 관련 데이터가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달돼 해당 주치의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을 서울대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다. 하지만 현재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원격모니터링은 국내에서 허용하지 않는 ‘원격진료’와 경계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 집에서 복막투석을 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가 투석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원격모니터링’을 이달 말부터 시작한다. 복막투석 원격모니터링은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다음 달 병원 3곳이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복막투석 환자는 집에서 밤새 투석을 해야 한다. 이때 투석을 통해 제거된 수분량과 복막액 주입 및 배액(몸 밖으로 빼낸 노폐물) 용량 등의 데이터가 병원으로 실시간 전송되는 것이다. 지금은 환자가 이를 일일이 수첩에 기록한 뒤 예약된 진료 날짜에 병원을 방문해 이 수치를 보여주며 상담 및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원격모니터링이 도입되면 환자 데이터를 보고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선 정해진 진료 날짜 외에도 의사가 건강을 보살펴준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관련 법적 규정이 없어 향후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환자 상태에 이상이 발견되더라도 의사는 환자에게 전화로 복막투석기를 조정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불법인 원격진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는 환자에게 병원 방문을 요청할 수 있다. 위급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제때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셈이다. 원격진료 도입이 힘든 건 시민단체와 일부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원격진료 도입을 영리병원 도입의 전 단계로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진료를 도입하면 대면 없는 진료로 환자 합병증 발병 우려가 있고,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부는 각종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의 하나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허용했다. 이 장치를 통해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시민단체와 의사협회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외국에선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맞춰 복막투석기 원격조정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조언조차 불법으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복막투석기를 비롯해 앞으로 원격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제품이 속속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어서 의료 규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정맥 환자에게 이식하는 삽입형 제세동기(ICD)다. 이 기기는 원래 원격모니터링 기능이 장착돼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다. 소아당뇨 환자들을 위한 연속혈당 측정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선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혈당 조절 상황을 점검하지만 국내에선 활용할 수 없다. 최근 영남대병원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혈당 원격모니터링을 하는 수준이다. 의료계에선 원격모니터링을 활성화하려면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법령해석위원회에서 원격모니터링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논의가 정리되는 대로 공식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톡투 건강 핫클릭’의 이번 주제는 의료계에서 활용되는 블록체인이다. 3, 4년 전부터 금융 쪽에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은 최근 의료 분야 중 특히 환자개인정보, 의료보험, 신약개발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블록체인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의료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닥터스체인’의 노영구 대표와 ‘메디블록’의 이은솔 대표와 함께 메디컬 블록체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노 대표는 베트남병원사업 진출에, 이 대표는 환자 정보 활용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지난해 비트코인 열풍으로 주목받은 게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노영구 대표(이하 노 대표)=쉽게 설명해보겠다. 여기 종이박스와 장부가 있다. 먼저 이 기자에게 며칠 전 500만 원을 빌려주고 그 내용을 장부에 썼다고 가정하자. 그 다음 어제 이 기자가 300만 원을 갚았다. 그럼 총 200만 원을 빌린 것이다. 장부에 이 내용을 또 적는다. 오늘 다시 이 기자에게 500만 원을 빌려줬다. 그럼 총 700만 원을 나에게 갚아야 된다. 이렇게 빌리고 갚는 내용을 계속 장부에 쓰다보면 장부가 다 찬다. ▽이 기자=그럼 다 쓴 장부를 노 대표가 가져온 박스에 집어넣나. ▽노 대표=그렇다. 장부를 박스에 담는다. 그 박스가 정보기술(IT) 용어로 ‘블록’이다. 인터넷상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그 다음 연이어 새로운 장부에 기록한다. 또 장부가 꽉 차면 두 번째 박스에 장부를 저장한다. 이렇게 되면 박스 두 개에 연관된 장부가 각각 보관돼 있다. 이 장부가 위조되지 않도록 테이프로 잘 밀봉한다. 테이프를 뜯지 않는 이상 박스 안에는 장부가 잘 보관돼 있다. 바로 이 테이프가 ‘체인’이다. 박스를 테이프로 밀봉해 보관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이 기자=블록체인은 관련된 사람이 모두 나눠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노 대표=맞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 장부를 조작해 이 기자에게서 돈을 더 받아야 겠다’며 박스를 몰래 뜯어 1000만 원을 빌려준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고 가정하자. 장부를 고친 뒤 다시 박스에 넣으면 어떻게 되겠나. 테이프를 뜯은 흔적이 남는다. 내가 이 기자에게 이 장부에 분명히 1000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돼 있으니 1000만 원을 갚으라고 요구할 때, 이 기자는 박스를 뜯은 흔적이 있으니 이 장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 또 그 자리에서 이 기자가 가지고 있는 박스를 보여주면서 ‘이 박스의 테이프는 뜯어져 있지 않으니 조작되지 않은 장부’라고 주장하면 결국 내 박스에 담긴 장부는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은솔 대표(이하 이 대표)=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위변조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장부(데이터)가 담긴 블록을 여러 사람이 분산해 갖고 있는 데다 누군가 장부를 위조하려 할 때 그 순간 새로운 블록이 또 생성된다. 이런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누구도 모든 블록을 한번에 조작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블록이 위조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기자=메디컬 영역에선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이 대표=실손보험 회사가 병원 데이터를 쉽게 위조할 수 없도록 해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 의료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개인건강기록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임상시험관리나 약물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 기자=환자의 입장에선 어떤 혜택이 있나? ▽이 대표=우선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들은 매일 혈압을 재고 당 수치를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잰 기록과 환자가 자기 집에서 측정한 기록이 전혀 연동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생성된 데이터든, 가정용 의료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각자 스마트폰에 모아 관리한다면 만성질환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이 기자=스마트폰에 담긴 나의 건강정보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록했다면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이든 보험회사든 그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이 대표=그렇다. 스마트폰에 있는 데이터가 진본임을 블록체인이 증명해준다.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블록체인에 담긴 데이터는 조작할 수 없다. 암 환자나 불임·난임 환자 등은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이들은 모든 기록을 종이나 CD 형태로 받아 다른 병원으로 들고 간다. 번거롭고 귀찮다. 만약 그 환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A병원 데이터를 전부 받은 뒤 B병원에 넘겨주면 훨씬 편리하게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유실도 막을 수 있다. ▽이 기자=메디컬 블록체인이 향후 10년 내에 굉장히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서울의료원 등에서 블록체인 기반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환자는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정보가 위조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믿어도 될 것 같다. 투명한 사회에 꼭 필요한 기술을 소개해 줘서 고맙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환자 또는 의료인들의 불편함은 최상의 치료를 방해하는 좋지 않은 경험입니다. 이에 병원에서 겪는 좋지 않는 경험을 찾아내 개선하는 ‘병원 문화를 바꾸자(병문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병문바’는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가미한 동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병문바를 함께 진행하는 김병연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환자경험관리팀장은 25년차 간호사 출신으로 환자 경험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왔습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이지용 감염내과장과 협력지원팀 최조희 대리 등도 출연합니다. 첫 회는 ‘진료실에서 환자 맞이하기’입니다. 좋은 병원 문화의 관건은 진료실입니다. 진료실에서 어떤 일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환자는 아주 큰 감정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첫 환자를 맞이하는 병원의 대다수 의사들은 컴퓨터를 보면서 진료 기록을 쓰기에 바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들을 봐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맞이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병원을 오기 위해 그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했을 것입니다. 머리도 감고 화장도 하고 무슨 옷을 입을지도 고민합니다. 몸은 아프지만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차를 몰고 갈 경우 병원의 주차난에 최소 30분은 소요됩니다. 접수와 외래를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찾은 병원의 진료 현장에서 의사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면 환자가 얼마나 섭섭할까요? 먼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일어서서 맞이하면 더 좋겠지요. 진료 시 컴퓨터 모니터가 아닌 환자의 눈을 봐야 합니다. 시진, 촉진, 청진을 통해 환자의 증상을 확인할 때 질환이 아닌 질환을 겪는 환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인격을 존중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환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진료를 마치고 나갈 때도 가급적 일어서서 밝게 인사를 해 주세요. 환자가 병원에서 좋은 경험을 얻느냐, 그러지 않느냐는 진료실에서 의사와의 의사소통에 크게 좌우됩니다. 환자는 짧은 순간, 작은 친절에도 의료진에게서 관심과 배려를 받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는 순간 치료는 시작됩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