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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삶기는 듯한 더위에 시달리다 그림책 ‘장갑보다 따뜻하네’(이모토 요코 지음·강해령 옮김·북극곰)를 보니 앙증맞은 그림과 이야기에 웃음이 빵 터진다. 눈이 보송보송 내리는 겨울날, 토끼 미미가 언니와 학교에서 돌아오다 말한다. “손 시려.” 언니가 빨간 장갑 한 짝을 준다. 한 손은 따뜻해졌지만 다른 손은 여전히 시리다. 언니는 미미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장갑보다 따뜻하네! 마중 나온 할머니와도 손을 잡으니 장갑은 한 짝씩만 있어도 된다. 여우, 너구리, 고양이와도 마찬가지. 언니가 말한다. “세상 모두가 서로 손을 잡으면 장갑은 없어도 돼!” 문어, 양, 돌고래, 아이, 사자 등이 손잡고 둥그렇게 만든 원이 마지막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반달 눈웃음을 짓는 미미와 언니, 친구들이 사랑스럽다. 어느새 하얗게 눈 쌓인 바깥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프리카 초원에서 야생 그대로 사는 동물들을 본 이들은 말하곤 한다. “이제 동물원에는 못 갈 것 같아.” 동물원은 철저히 인간을 위한 공간이다. 인간 세상의 풍파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대만 소설가이자 잡지사 편집자인 저자는 런던, 베를린, 로마, 상하이 등지에 있는 동서양의 14개 동물원을 통해 혁명, 전쟁, 외교, 예술 등 인간사의 면면을 조명한다. 단편 영화 제작, 번역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해 영화, 음악, 문학, 미술 등에 대해 종횡무진 써내려 갔다. 베를린 동물원은 대공황을 견딘 끝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돼 울타리 대신 도랑을 파는 개방식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도시에 영국군의 집중 폭격이 쏟아져 동물원에 있던 3715종 가운데 사자 두 마리, 코뿔소 한 마리 등 91마리만이 겨우 살아남았다. 한데 읽다보면 동물원이 메인 요리는 아닌 듯하다. 동물원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저자의 연상 작용의 출발점 정도로 여겨진다. 프랑스 남부에 자리한 몽펠리에 동물원을 보자. 이 동물원이 페르피냥 인근에 있다며 저자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페르피냥 철도역’을 창작한 사실을 떠올린다. 달리는 자신에게 끝없는 영감을 주는 이 기차역을 우주의 중심이라고 선언한다. 저자는 코뿔소를 유니콘의 후손이라 설정한 뒤 유니콘이 등장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끌어오는 식이다. 알고 있는 온갖 지식을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약간 산만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상식을 제법 얻어갈 수는 있다. 뒤에 실린 동물원 연대기에는 프랑스 대혁명 발발, 청나라 멸망을 비롯해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밀란 쿤데라가 ‘느림’을 각각 출간하고 영화 ‘마지막 황제’가 오스카 9개 부문을 석권한 시기 등이 정리돼 있다. 책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그곳 사람들은 다들 웃고 있더라. 그제야 내가 잔뜩 화난 사람 같다는 걸 깨달았어.”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온 친구가 말했다. 쌓인 업무를 간신히 처리하고 기진맥진해서 비행기를 탔단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걸 몰랐는데 웃고 있는 현지인들을 보니 자신이 평소에도 화난 듯한 상태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일년 내내 날씨 좋은 곳에서 지내니 그렇겠지’ 싶다가도 베트남, 캄보디아, 터키 등에서 눈만 마주쳐도 수줍게 웃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국인의 상당수는 무표정하다. 빌딩이 숲을 이룬 도심에서 스치는 이들은 더욱 더. 인터넷 댓글 등에 넘쳐나는 증오의 언어들을 보노라면 ‘건드리기만 해 봐. 언제든 불을 뿜어 줄 테니’라며 화를 낼 만반의 태세가 돼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만 같다. 여유 없고 불안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해보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분석가를 잇달아 인터뷰하게 됐다. 이들은 인간의 뇌는 요즘처럼 많은 정보를 처리할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과부하가 걸렸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여유가 있을 때는 어지간한 일도 그냥 넘어가게 되지만 정신없이 무언가를 하면 다른 이를 배려하기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했다. 권혜경 정신분석가(‘감정 조절’의 저자)는 “분노가 솟구쳐 오르면 일단 100번만 숨을 천천히 내쉬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마음이 차츰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단다. 짜증이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운전하거나 걸을 때,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 매일 100번 숨을 내쉬어 보라고 했다. 감정적으로 즉각 대응하는 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삶의 중심을 다른 이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두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자들이 산으로 가거나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하루 1시간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처방이 나왔다. 김진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의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 업무든 개인적인 용무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10%만 줄여보라”고 말했다. 혼자 운동하는 것도 좋고, 인터넷 서핑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여다보는 것만 덜해도 생각보다 적잖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단다. 그래도 방법이 안 보이면 일의 우선순위를 쭉 적은 후 아래에서부터 지워 나가라고 했다.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표정도 더 밝아질 수 있을까. 손효림 문화부 기자 aryssong@donga.com}

“호텔, 식당, 커피숍에서 젊은 직원들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일하는 게 가슴 아팠어요. 약자인 이들이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라는 걸 피부로 느꼈어요.” 미국 뉴욕에서 심리치료클리닉을 운영하는 권혜경 정신분석가(45)는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뉴욕대에서 음악치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적인 심리치료 기관으로 유명한 전미심리치료연구소(NIP)에서 정신분석가 자격을 땄다. 최근 펴낸 ‘감정조절’(을유문화사)에서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가 감정 조절에 취약한 개인을 만드는 구조를 분석하며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인 그는 1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해 치료법을 알리고 있다. 트라우마는 큰 사고뿐만 아니라 성장하면서 받은 상처로 인해서도 생긴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는 ‘나쁜 사람’이기보다는 ‘아픈 사람’입니다. 그 부모도 힘든 가정에서 자라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겁니다.”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갑질’한 재벌 3세들 역시 ‘아픈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오로지 자기보다 더 강한 존재인 부모에게만 평가받았을 뿐 누리는 것을 당연시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 모두 치료가 필요하단다. 은근과 끈기의 민족으로 불렸던 한국인이 ‘냄비 근성’을 갖게 된 건 오랜 세월 외침에 시달린 데다 전쟁과 정치 불안정, 숱한 대형 참사를 겪은 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아픈 기억을 빨리 털어버리고 생계를 이어 나가려는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불안한 사회일수록 어린이, 가난한 이 등 약자에 대한 포용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나도 힘든데 너희까지 봐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해지는 거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약자들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폭발할 수 있고요. 분노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죠.” 결국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약한 아이들부터 보살펴야 합니다. 소득이 적어도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게 양질의 보육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돈뿐만 아니라 지식, 경험을 더 가진 사람들은 이를 나눠야 하고요.” 24시간 문을 여는 가게가 많고, 무엇이든 빠르게 집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발달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나의 편리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들게 일하는지 연결지어 봤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이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분노도 조절할 수 있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걷기는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더위가 한풀 꺾인 후 선선해질 때를 기다려본다. 산책하기 좋은 때가 조만간 올 테니. ‘니체와 걷다’(이신철 옮김·케미스토리·1만2000원)를 펴낸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프리드리히 니체가 고향인 독일을 떠나 10년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여행하던 루트를 따라가며 니체의 작품 속 문장을 곱씹는다. ‘자신을 쓸모없게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건 피곤하다는 증거다. 그럴 때는 지체 없이 자신을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아침놀’), ‘큰 소리로 한탄하는 것 따위는 오페라 배우에게 맡겨두자’(‘힘에의 의지’), ‘본심을 털어놓고 친구와 이야기하면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보이게 된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시원한 풍광의 사진 옆에 자리 잡은 약간의 글씨가 머리를 식혀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터키 소설가인 저자(64)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작가라서가 아니다.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 준 아버지를 둔 건 큰 축복이니까.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건축가로, 문학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서재에서 놀던 아들이 쓴 첫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을 보고는 장차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상을 받기 4년 전인 2002년 세상을 떠나 이를 지켜볼 수 없었지만. 이 에세이는 ‘내 이름은 빨강’ ‘순수 박물관’ ‘검은 책’ 등으로 유명한 저자가 10년 전 출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거대한 타이틀에 가려져 있던 한 인간의 소탈한 모습과 글쓰기의 만만찮은 무게에 대한 고민, 다채로운 경험이 모자이크처럼 담겨 있다. 그는 힘든 날을 구원하기 위해 문학을 원한다고 말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은 가장 위대한 정치 소설이라고 주저 없이 평가한다. 카프카가 작가적 정체성을 저절로 찾은 데에 반해 보르헤스는 그것을 평생에 걸쳐 집착적으로 형성했다고 여긴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서로 비슷하지만 가족이 불행하게 되는 방법은 제각각이라 했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문구로 민족주의와 정체성의 문제를 풀어낸 것은 절묘한 통찰력이다. 조국 터키의 인권 유린을 지적하다 정치범으로 재판을 받지만, 수많은 탄압과 고문이 자행되는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그리는 소설을 쓴다는 비난에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정치적으로 어지러운 나라에 사는 작가의 고뇌가 읽힌다. 작품에 얽힌 배경과 그 과정을 확인하는 재미도 적잖다. 그의 소설에서 ‘하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왜 죄다 나쁜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자 어릴 때 하산이라는 아이가 쏜 새총에 맞아 눈 밑을 다친 기억을 떠올린다. 사소한 장치 하나에서도 소설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딸 바보’인 아빠의 모습은 친근하게 다가온다. 딸 뤼야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16년 동안 오전 4시에 잠들던 습관을 바꿨다. 소설 표지에 등장인물의 얼굴을 자세히 그리는 건 독자와 작가의 상상력에 가하는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란다. 형과 경쟁하고 질투하면서 지내고, 부모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았던 성장기 에피소드는 부담 없이 읽힌다. 문학과 국가, 민족에 대한 묵직한 생각과 때로 웃음이 나오는 소소한 일상사가 교차하는 구성은 강약을 조절하며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것 같다. 홀로 글 쓰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작가는 수도승과 비슷하지만, 수도승이 천국을 기원하는 데 비해 작가는 현세에서 승리와 성공을 기다린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열렬한 팬이라면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을 것 같다. 책에 대한 헌사가 꽤 인상적이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책을 넣고 다니는 것은 특히 불행한 시기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다른 세계를 넣고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통, 집착, 그리고 희망.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전을 관람한 세 기자의 대화 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다. 이 전시에선 부부였던 멕시코의 대표적인 두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와 디에고 리베라(1886∼1957)의 삶과 사랑, 예술을 엿볼 수 있다. ▽김상운=작품뿐 아니라 일기와 사진, 영상까지 볼 수 있어 작가의 인생과 심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 ▽김배중=리베라 작품은 자유롭고 근심 없는 분위기였는데, 칼로 작품을 보면서 소름이 많이 끼쳤어. 영화 ‘곡성’을 보는 기분이랄까. ▽손효림=칼로는 병상에 누워서까지도 그림을 그리잖아. 고통에서 그녀를 구원한 게 그림이라는 게 실감나더라. 세 기자는 하이라이트인 칼로의 ‘부러진 척추’(1944년)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상운=동굴에 들어간 것 같았어. 쑥 들어간 곳에 단독으로 전시된 데다 주변은 고둥처럼 만 검은색 종이로 채워져 있잖아. ▽배중=물 떨어지는 소리를 넣은 아이디어가 좋았어. 종유석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듯하다고 할까. ▽효림=작품에서처럼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일 수도 있고. ▽상운=쇠로 만든 코르셋을 입고 온몸에 못이 박혔지만 표정은 슬프면서도 당당했어.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지. ▽배중=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잊혀지지 않아. 칼을 든 남자와 피 흘리는 여자를 그린 ‘몇 개의 작은 상처들’(1935년)과 미국에서 유산했던 경험을 담은 ‘헨리 포드 병원’(1932년)에는 칼로의 고통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둘의 얼굴을 반반씩 그린 ‘디에고와 나’(1944년)는 서로를 혈관으로 묶어놓은 데다 시원(始原)을 의미하는 달과 조개를 배치해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강조했다. ▽상운=다섯 번 결혼한 리베라는 처제(칼로의 여동생)까지 건드리고, 진짜 개망나니더라. 그런데도 칼로는 리베라에게 돌아가잖아. 21세나 많은 배불뚝이가 뭐 그리 좋았던 걸까? ▽효림=존경의 감정이 사랑으로 번진 게 아닐까? 자기가 진출하려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남자가 주는 아우라에 압도되는 거 있잖아. ▽상운=존경이라! 생각 못 했던 부분이야. ▽효림=그리고 칼로는 과연 고통스럽기만 했을까? 리베라 때문에 처절하게 아팠던 것만큼 그를 통해 맛본 행복도 컸을 거라고 봐. ▽상운=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리베라가 부러워. ▽배중=난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랑은 부담스러운데? 리베라의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자화상’(1907년)을 비롯해 ‘창가의 칼과 과일’(1917년) 등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이 엿보이는 듯했다. ▽배중=부부는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데도 화풍이 전혀 다른 게 특이했어. ▽효림=리베라는 멕시코의 전통적인 특징을 표현하며 자기 세계를 구축하잖아. 멕시코 문화를 당당하게 표현했다는 게 둘의 공통점이 아닐까? ▽상운=그런데 리베라가 정말 멕시코를 사랑했을까. 칼로가 멕시코로 돌아가자고 애원해도 미국에서 대접받으며 머물길 고집하잖아. 모순된 인간 같아. 살아생전 명예와 사랑, 부까지 마음껏 누린 리베라를 보며 피카소가 떠올랐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6000∼1만5000원. 02-580-1300▼한 줄 평▼손효림=고통과 행복, 그 무시무시한 뒤엉킴.김상운=질기고 질긴 인연의 앙상블. 김배중=멕시코 거장들의 ‘사랑과 전쟁’.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제목은 ‘즐거운 나의 집’이지만 이 동요를 부르다 보면 뭔가 슬프다. 이 집구석을 박차고 나가면 즐거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내 작은 집을 떠나지 못한다네 하는 자조의 느낌도 있고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옛말 때문에 주저앉는 무력함이 떠오르기도 한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하는 오빠 생각이나 섬집아기를 부를 때에도 슬픈 기분이 든다. 비단 노래 뿐만 아니라 가족 가정 집 부모 형제 이런 단어들이 주는 느낌은 기쁨이나 행복과 함께 슬픔이나 불행도 떠오르게 한다. 가정은 과연 행복의 요람인가? 가족구성원들의 숙명이 교차되는 장소니 모든 희노애락이 모일 수 밖에 없는 곳이 가정이다. 가족의 탄생을 재구성해보면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슬픔을 알 수 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이기 전의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이었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가정을 이루고 가족이 된다는 것은 가정이 가져다줄 행복과 안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약속이 아닐까?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극사실주의로 묘사해나간다. 아내의 옛친구가 하룻밤 묵으러 온다는 얘기를 들은 남자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게다가 찾아올 손님은 시각장애인이다.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 손님이 오면 볼링이나 치러 가자며 남편은 어깃장을 놓는다. 이윽고 손님이 오고 불편한 식사자리가 이어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틀어놓은 TV에서 성당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흘러나온다. 손님은 성당의 생김생김에 관해 궁금해하고 남자주인은 설명을 해주지만 앞을 못 보는 사람에게 형태를 설명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때 손님의 제안으로 성당을 그리기로 한다. 두 사람은 손을 포개잡고 성당을 그려나간다. 눈을 감고 그려보라는 손님의 말에 주인도 눈을 감고 그려나간다. ‘우리는 계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이제 된 것 같은데. 해낸 것 같아.” 그는 말했다. “한번 보게나. 어떻게 생각하나?” 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만 더 눈을 감은 채로 있자고 생각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때?” 그가 물었다. “보고 있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행복만이 가정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 본 적이 없는 맹인의 대성당처럼 눈을 뜬 사람들조차도 가정의 본래의 모습을 보지 못 하는 지도 모른다. 모두가 막연히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가정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눈을 감은 채 손을 잡고 서로에게 대성당을 그려주는 일인 지도….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거 진짜 대단하군‘ 하며 감탄을 하게 되는 기적이다. 모든 가정에 축복이 있길~. 김창완 가수·탤런트}

당황스러웠다. ‘환자에게 짜증을 내다니. 힘든 마음을 나누는 것이 큰 행복이었는데….’ 2012년 김진세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52)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좋아하던 상담실과 서재가 미치도록 답답해졌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었다. ‘심리학 초콜릿’ ‘태도의 힘’ ‘행복을 인터뷰하다’ 등을 출간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전파해온 그였지만 정작 스스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고민하다 언젠가 자신이 적은 10개 항목의 버킷리스트를 발견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 순례’에서 눈이 멈췄다. ‘이거다!’ 싶었다. 최근 ‘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이봄)를 펴낸 그를 서울 강남구 상담실에서 만났다. 이 책은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경험을 다뤘다. 책에는 세련되게 조언하는 의사가 아니라 방황하고 실수하면서도 문제를 풀려 애쓰는 중년의 남자가 서 있다. 번아웃 되고 2년 뒤인 2014년 길을 떠났는데 그 기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했다.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을 오르며 준비했어요. 설레는 마음에 일상이 버틸 만하더라고요.” 그러다 한 달 일정으로 산티아고 길 순례에 나섰다. 병원은 부원장을 뽑아 맡겼다. 걷기 시작하면 엄청난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었다. ‘오늘은 뭘 먹지?’ ‘알베르게(순례자 전용 숙소) 침대는 깨끗할까?’ 등 원초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한데 한없이 단순해지자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됐다. “번아웃 된 건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닌 일에 가 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어요. 제일 중요한 건 균형이라는 걸 알게 됐죠.” 몸이 신호를 보내면 멈춰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순례길을 다 걸은 후 땅끝마을인 피니스테레까지 100km를 더 걷겠다는 욕심에 무리하다 무릎이 완전히 망가진 것. 통증을 무시한 결과 순례길 종주마저 힘든 상황이 됐다. “칼날이 다리를 마구 찌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어요. 미련한 놈이라고 얼마나 자책했는지 몰라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등산용 스틱에 의지해 절뚝거리며 간신히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길 위에서 만난 다국적 순례자들을 보며 느낀 점도 적지 않다. 걸음이 느린 스위스 소녀 루스가 “느린 만큼 더 오래 걷는다”며 꾸준히 가는 모습에서 그릇이 작아도 더 자주 물을 퍼 담으면 독을 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밴 호주 할아버지 마이크를 보며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졌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불안감이 줄었어요. 걱정해도 달라질 건 없으니까요.” 그는 과거에는 일을 하거나 놀러 갈 때도 계획대로 안 되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닦달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성취가 삶의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지친 분들에게 어디에서든 혼자 걷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어요. 꼭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40년 전 그림책을 만들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작업실에 갈 때마다 소풍 가는 기분이랍니다.”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씨(70)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앤서니 브라운전: 행복한 미술관’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5일 그를 만났다.○ 작업과 거리 두며 슬럼프 극복 그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뒤 병원에서 해부도를 그리는 의학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내며 데뷔한 그는 50여 편의 그림책을 펴냈다. 그중 ‘동물원’ ‘윌리의 신기한 모험’ ‘미술관에 간 윌리’ 등은 26개 언어로 번역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1982년 출간된 ‘고릴라’. 당시 그는 영국 동물원에서 방송국 촬영팀과 함께 고릴라 우리에 들어갔다 왼쪽 종아리를 물리기도 했다. 그는 “고릴라 우리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고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2000년 어린이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그는 “작업할 때마다 사람들이 내 책을 좋아할까 늘 고민했는데, 옳다고 믿는 걸 인정받은 기분이어서 생애 최고의 감격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종종 슬럼프를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출판사와 계약은 했는데 어떻게 작업할지 몰라 길을 잃은 것 같을 때가 적지 않아요. 그럴 땐 다른 작가의 그림을 그려주면서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이디어가 떠오르지요.”○ “다섯 살 어린이 마음으로 살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특히 2011년 임진각을 방문한 기억을 잊지 못했다. “남북의 분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임진각은 늘 내 머릿속에 있어요. 남북한으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계속 구상하고 있죠.” 그는 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수지(‘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김슬기 씨(‘딸기 한 알’)를 좋아한다고 했다.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한 요건을 물었다. “공룡이 유명해서, 고양이가 귀여워서 그리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요즘 남매가 숲에서 숨바꼭질하는 내용의 ‘히든(Hidden)’이라는 책을 만들고 있다. 나뭇가지 모양과 숲에 숨겨진 물건 등에 복선이 깔려 있다. 그는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된다”라며 익살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 그는 “한국 아이들이 공부에 짓눌려 있는데 영국 현실도 비슷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너무 일찍 어려운 책을 읽히고 공부만 시키면 아이들은 경쟁밖에 모르게 된다”며 “아이들은 노는 걸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는 모습이 아이 같았다.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어 보였다. 비결이 궁금했다. “다섯 살 어린이의 마음을 유지하려 애써요. 제겐 꼭 필요한 일이죠.”(웃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가만히 있으면/미쳐버릴 것 같다거나/죽고 싶다거나 죽여 버리고 싶어진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하지 마./네 안의 태양이/네 속을 불태우고 있는 게 아니라면/하지 마.…”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의 작은 서점 ‘책방 만일’에 찰스 부코스키의 시 ‘그래 작가가 되고 싶으시다고?’가 울려 퍼졌다. 황유원 시인이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는 영어 원문도 낭독했다. ‘if∼’로 시작해 ‘don‘t do it’이 반복되며 리듬이 느껴졌다. 대학생, 회사원, 주부 등 20, 30대 남녀 16명이 모여 시와 소설을 돌아가며 소리 내 읽고 있었다. 최근 낭독 모임이 확산되고 있다. 작품을 분석하거나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단지 낭독만 하는데도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 누워 있는 글자를 소리를 통해 세우다 독립 출판 그룹 ‘읻다 프로젝트’에서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여는 낭송회는 이번이 16회째로, 이번 주제는 ‘반하고 읻다’였다. 이 그룹의 명칭은 고어로 ‘좋다’, ‘아름답다’는 뜻이면서 ‘잇다’ ‘존재한다(있다)’ 등의 의미도 담은 것이다. 16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으면 꽉 차는 공간에서 차분하게 육성으로 읊는 시를 듣고 있자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김영승 시인의 ‘별’이 소개됐다. 러시아 작가 미하일 시시킨의 ‘서간집’과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젖은’은 우리말은 물론 러시아어, 프랑스어로도 낭송됐다. 이후 각자 준비해 온 것을 읽기 시작했다. “…비닐의 몸을 통과하는 무한한 확률들/우리는 유려해지지 말자/널 사랑해.”(이장욱 ‘근하신년-코끼리군의 엽서’) “처음 만났던 날부터 당신을 조각내었다/함께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당신을 온전히 담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곽은영 ‘불한당들의 모험10’) 그림책 ‘아무것도 아닌 것’(쇠렌 린)이나 ‘야간 비행’(생텍쥐페리)을 읽는 이도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하거나 낭독만 하고 끝내기도 했다. 기자는 일본에서 50년간 서점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를 인터뷰한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의 일부를 낭송했다. 회사원 차서현 씨는 “사람의 목소리, 호흡, 떨림을 느끼며 텍스트에 따라 그려 낸 이미지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육성으로 러시아어를 듣기는 처음인데 참 아름다웠다”며 밝게 웃었다. 주부 안혜윤 씨는 “누워 있는 글자를, 소리를 통해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며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제된 언어를 통해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는 내부에 꾹꾹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내면 성찰과 스트레스 발산 효과 낭송회를 주관한 최성웅 씨는 “자기만의 눈으로 책을 보고 문장을 느끼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 모임을 만들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주일 전에 공지해도 15∼20명이 모인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경란 씨는 낭송회 참석이 다섯 번째다. 그는 “회사에서 높은 톤으로 싸우듯 말하는 소리를 듣다가 정제된 언어를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들으니 낯설면서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학 작품을 소리 내 읽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고 말한다. 김상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문학 작품을 곱씹으며 읽으면 스스로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시각과 청각, 발성할 때 몸의 떨림 등 여러 감각 기관을 활용할수록 만족감이 높아지고 기억도 오래 간다”고 말했다. 읽을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낭송할 때 주목을 받으며 주인공이 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이나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지식과 정서를 공유하면 치유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운율과 리듬을 통해 노래를 부르는 듯한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열세 살 이후로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게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소설 ‘한 명’(현대문학)의 주인공인 아흔세 살 할머니는 말한다. 그는 열세 살 때 고향 강가에서 다슬기를 따다 낯선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많게는 하루 70명이 넘는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다. 일본군 위안부가 된 것이다. 소설가 김숨 씨(42)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을 묶어 최근 펴낸 이 소설은 위안부 할머니가 한 명만 생존한 상황을 배경으로, 위안부들이 겪은 모진 고통을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포함해 316개에 이르는 참고 자료 목록은 책 속에 묘사된 참상이 대부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증명한다. 20만 명이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고 그 가운데 2만 명만이 살아 돌아왔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위안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후 238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공식으로 등록됐다. 현재 생존자는 40명뿐. 김 씨는 “피해를 증언할 할머니가 아무도 계시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므로 소설을 통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주인공인 할머니는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평생 숨긴 채 살아왔다. 그러다 TV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위안부 생존자가 인공호흡기를 끼고 숨을 모아 쉬며 버티는 모습을 본다. 죽을 때까지 꼭꼭 숨기고 싶었지만 아직 한 명이 더 있음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한다. 열세 살 소녀가 겪은 만주는 지옥 그 이상이었다. 군인들이 다녀갈 때마다 그녀는 식칼로 아래를 포 뜨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진딧물처럼’ 달려드는 군인들 때문에 몸뚱이가 하나인 것이 원망스러웠다. 얼른 늙고만 싶었다. 반항한 소녀는 발가벗겨진 채 300개의 못이 박힌 판자 위에서 굴려져 숨졌다. 손가락을 잘라 피를 빨면서 아편을 먹고 자살한 또 다른 소녀의 얼굴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선명하다. 임신을 하면 곧바로 낙태를 시키는 건 물론이고 자궁까지 들어내는 일도 다반사였다. 매독에 걸려 배꼽까지 썩어 들어간 이도 있었다. 위안부들이 겪은 지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작가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기에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아니,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된다. 할머니의 유일한 소원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신에게 소원을 빈다면 그녀는 하나만 빌 것이다. 고향 마을 강가로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열세 살 그때로.’ 인세와 출판사 수익금 일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비기금’에 기부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학잡지는 문학을 키우는 화분 역할을 한다. 인터넷이 활성화하면서 작품을 발표할 경로가 다양해졌지만 문학잡지에 연재한 글을 묶어 책으로 펴내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민음사에서 최근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Littor·1만 원)’를 창간했다. ‘문학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만든 이름이란다. 40년 전통의 계간지 ‘세계의 문학’을 지난해 말 종간한 후 펴낸 것. 커버스토리로 경제 분야에서 주로 다뤘던 ‘뉴 노멀’을 조명하고, 아이돌 그룹 ‘샤이니’ 종현의 인터뷰를 싣는 등 상당히 파격적이다. 고정된 편집위원 대신 책임 편집자와 함께 사이언스북스, 황금가지, 반비 등 계열사 편집자들로 그때그때 멤버를 구성해 잡지를 만드는 구조도 독특하다. 앞으로 얼마나 실험적이고 다양한 도전을 할지 궁금해진다. 침체됐던 한국 문학이 부활하고 있다. 문학잡지의 혁신이 이 흐름에 기여하길 응원해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히스로 공항 라운지 바에서 마주친 테드와 릴리. 테드는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며 농담처럼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말한다. 릴리의 눈빛은 진지하다.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이에요”라며. 부모의 새 애인과 전 애인이 섹스 파티를 벌이던 집에서 자란 릴리는 기르던 고양이를 괴롭히던 길고양이를 죽여 버렸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차례차례 죽인다. 테드의 복수극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고 반전이 펼쳐지는데…. 1만4800원.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버트런드 러셀, 윌리엄 포크너, 아서 밀러…. 쟁쟁한 작가 12명을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일단 눈길을 끈다. 노벨 문학상 혹은 퓰리처상 수상자들이다. 20세기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인 엘러리 퀸(사촌 간인 프레더릭 더네이, 맨프레드 리의 공동 필명)은 이들이 쓴 범죄·미스터리 단편 21개를 엮어 ‘미스터리 걸작(Masterpieces of Mystery)’을 펴냈다. 이 가운데 12편을 출판사가 추려냈다.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을 보고 손가는 대로 펼쳤다. 개성 강한 글쟁이들의 면면만큼이나 작품의 결도 제각각이다. ‘설탕 한 스푼’(윌리엄 포크너)은 조엘 플린트라는 사내가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플린트는 감옥으로 가지만 곧 연기처럼 사라진다. 괴팍한 프리첼 영감은 딸이 죽고 사위가 사라진 후 집에 칩거한 채 챙겨주러 찾아오는 이웃들에게 성질만 낼 뿐이다. 눈치 빠른 이라면 어찌된 상황인지 알아채기 어렵지 않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장치가 신선하다. 미국 최초의 여성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수전 글래스펠이 쓴 ‘여성 배심원단’은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했다. 같은 침대에서 자던 남편이 밧줄에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되자 아내인 라이트 부인은 용의자로 지목돼 수감된다. 하지만 그녀가 남편을 죽였다는 단서는 물론 이유도 알 길이 없다. 검사와 마을 남성들이 2층 침실 수색에 집중하는 동안 여성들은 라이트 부인이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 옷가지를 챙기려고 부엌 주변을 돌아보다 과일조림병, 허름한 검정 치마, 텅 빈 새장을 발견한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물건에서 여성들은, 처녀 시절 예쁜 옷을 입고 성가대에서 노래 부르기를 즐겼던 라이트 부인이 남편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차츰 알게 된다. 그리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버드나무 길’(싱클레어 루이스)에는 1인 2역을 하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원하는 바를 손에 쥐지만 허망함에 빠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다시 되돌리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의 심리를 파헤친다. ‘사인 심문’(마크 코널리)과 ‘기밀 고객’(제임스 굴드 커즌스)은 마지막에 깜짝 반전을 선사한다. ‘헤밍웨이 죽이기’(매킨레이 캔터)는 제목 때문에 내용이 정말 궁금했다. 갱단 두목과 경찰의 추격전을 그렸는데, 두목 이름이 체스터 헤밍웨이다. 아, 낚인 기분이다. 1934년에 출간했다는데 그 시절에도 ‘낚시’란 게 있었던 걸까. 아니면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일종의 비틀기였을까. 한층 빠르고, 더 복잡하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요즘 범죄 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다소 예스러운 느낌을 줄 것 같다. 여유롭게 흘러가는 흑백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물론 흑백 영화도 나름의 멋이 있는 법. 범죄·미스터리물을 전문적으로 쓰지 않았던 유명 작가들이 이런 작품에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다만, 몇몇 단편은 읽다 보면 세계적인 작가라 해도 모든 작품을 다 잘 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웃집 할망구가/가방 들고 학교 간다고 놀린다/지는 이름도 못 쓰면서/나는 이름도 쓸 줄 알고/버스도 안 물어보고 탄다/이 기분 니는 모르제.’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가 쓴 시 ‘내 기분’이다. 저자가 만난 할머니는 또박또박 반듯하게 쓴 국어 공책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평생 자식 위해 살다가 이제야 세상을 읽을 수 있게 된 할머니들에게 저자는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일상에서 만난 작은 행복, 소중한 깨달음, 감사한 마음이 잔잔하게 담긴 이 책은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반 동안 매주 본보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한 181편 가운데 60편을 골라 엮었다. 동기들보다 30여 년 늦게 결혼한 여고 동창에게 친구들이 건넨 덕담 한마디. “딱 좋은 나이야. 너는 진짜 결혼 적령기에 결혼한 거야.” 다들 까르르 웃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더 지혜롭게 살았을 것이라 아쉬워했지만 이제 그렇지 않단다. 늦은 나이란 없음을, 누구나 자신의 장단에 춤출 때가 가장 돋보인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택배로 물건을 받은 후 칭칭 동여맨 매듭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싹둑 매듭을 잘라내듯 무엇이든 단칼에 베어내지 못했던, 돌아가신 속 좋은 엄마를 떠올린다. 인생에서도 차근차근 풀다보면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으리라 믿어본다. 목련 나무 아래서 꽃을 기다리듯 마음에 담을 향기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소녀 같은 모습도 있다. 삶에 대한 성찰을 쉬운 언어로 담백하게 풀어냈다.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이에게 포근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친구, 아무튼 지치면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 운명적으로 신학자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한스를 위해 신학교 교장이 충고했던 이 부분을 반복해서 읽었다. 나에게 수레바퀴란 어떤 것일까.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예술가의 삶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헤르만 헤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자신의 삶을 재구성한 ‘수레바퀴 아래서’는 20대 후반에 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자서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신학교에서 7개월 만에 뛰쳐나와 변변치 못한 삶을 이어가던 헤세는 주인공 하일너와 한스에 자신을 투영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슈바벤 지역 북서쪽의 낡고 아담한 수도원. 차석으로 입학한 한스는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신학교에 적응해갔지만 같은 방을 쓰던 힌딩거의 죽음을 비롯해 가장 친했던 하일너와의 감정싸움과 그의 퇴학 처분은 한스가 이고 가던 수레바퀴에 무게를 더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러시아에 처음 도착했던 날, 나의 운명도 수레바퀴 아래로 내던져졌다. 20여 년 동안 발레리나로 살아오면서 나 역시 수도 없이 하일너를 만나고 힌딩거의 죽음을 경험했던 것 같다. 지인이 불나방과 같다고 표현했던 발레리나의 삶을 걸어가면서 물에 빠져 쓸쓸히 생을 마감했던 한스가 생각나 정처 없는 슬럼프에 허덕였던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뿐만 아니라 오늘의 나에게도 한스는 다가와 수레바퀴 아래의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평생을 살아간 헤세는 어떤 통찰을 갖고 예술에 대해 정의했을까. “나는 곧잘 예술은 모두 대가(代價)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실패한 인생의, 발산하지 못한 수성의, 순조롭지 못한 연애의, 몹시 힘들고 실제 가치의 열 배나 높은 보상을 치른 대가라고 말이다.” 그렇다. 예술가의 삶은 고단하다. 끊임없는 내면의 전쟁, 표현의 고통은 발레리나의 수레바퀴다. 하지만 치열한 과정을 견뎌낼수록 정신세계는 빛나고 비로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로서의 삶이 고달파도 이 아이러니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기꺼이 무대에 오른다. 덕분에 수레바퀴가 조금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더 젊었을 때,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가 아닌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 조금 억울하지만 뭐 어떤가. 헤세 역시 칠순 가까이 되어서야 노벨문학상을 받았는걸. 이제는 조금 덜 무거운 수레바퀴를 짊어지게 되었으니 더 멀리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기나긴 여정을 위해 오늘도 작은 발끝에 의존해 견뎌야 하는 연약한 예술이여!김주원 발레리나·성신여대 교수}

책장을 스르르 넘기면 화사한 색채와 경쾌한 터치로 가득한 그림이 사이사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마음이 편안하고 따스해진다. 그림을 그린 소녀는 올해 일곱 살인 아이리스 그레이스. 아이 엄마인 저자는 말타기를 좋아하고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모험을 즐기는 영국 여성이었다. 집안의 첫 손주로 태어난 아이리스는 잘 자지 않았다. “다다”, “마마” 외에는 말하지 않고 같은 그네만 타길 고집하는 딸을 보며 엄마의 불안은 커져 갔다. 지난한 기다림 끝에 받은 검사 결과는 두 살인 아이가 자폐라는 것. 원인과 완치 가능성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게 없는 질환이었다. 엄마는 “자폐는 밤도둑처럼 찾아와 소중한 뭔가를 훔쳐 달아났다”며 절규했다.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자폐아에 대한 지원 체계가 비교적 잘돼 있을 것이라 여긴 기자의 예상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빗나갔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상대적일 순 있어도 어느 나라에서도 결코 쉽지 않다는, 잔인한 현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사설 유아원은 ‘자폐’라는 말만 들어도 대기자 명단을 닫아버렸고, 특수 보육원은 집에서 너무 멀었다. 유아원에서 다른 아이가 갖고 노는 기차장난감 소리에 자지러지는 아이리스를 안고 울면서 뛰쳐나와야 했다. 저자의 솔직한 서술은 자폐아를 키우는 일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잠자고 말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보통의 아이가 자연스럽게 해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아이리스에게는 높은 장벽을 넘는 것과 같았다. 신발을 신기는 데도 반나절이 걸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답 없는 질문을 끝없이 하며 지쳐 간다. 하지만 ‘비교는 부질없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며 강인함의 근원은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웨딩 사진가인 저자는 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연구했다. 자연과 음악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만의 교육 방식을 만들어 나갔다. 피아노를 들여놓고 전문가를 불러 언어교육, 음악치료를 하며 집에서 딸을 가르치고 정원과 숲속에서 마음껏 놀게 했다. 새끼 고양이 툴라와의 만남은 구원과도 같았다. 툴라는 아이리스와 함께 자고 눈을 맞췄다. 목욕시킬 때마다 할퀴며 달려드는 딸과 전쟁을 벌였지만 신기하게도 욕조 속으로 들어오는 툴라 덕분에 목욕도 수월해졌다. 딸의 미소 한 번에, 아빠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손짓 하나에서 희망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자폐아는 무언가에 매혹되면 완전히 빠져들어 상상력을 발휘한다. 크레파스와 물감, 붓은 아이리스의 재능을 폭발적으로 끌어냈다. 어마어마한 집중력으로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해 예사롭지 않은 터치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 그림은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선사했다. 아이리스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준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세상으로 걸어 나온다. 마침내 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외삼촌의 결혼식에 참석하며 생애 첫 해외여행에 성공한다. 저자는 말한다. 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자폐를 가진 한 아이와 엄마의 성장일기이자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다. 지금도 딸의 손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저자의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장애가 아닌 가능성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원제는 ‘Iris Grace’.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2050년의 세상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모르는 걸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늘 변화하며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말이다.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미국 혁신 전문가가 쓴 ‘알렉 로스의 미래산업보고서’(알렉 로스 지음·안기순 옮김·사회평론)는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데이터 분석을 유망 산업으로 꼽는다. 저자는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혁신 담당 수석 자문관으로 영입됐다. 한국의 학부모에게는 이렇게 당부한다. 자녀에게 외국어뿐 아니라 기술·프로그래밍·과학 언어를 가르치고 평생 배워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 주라고. 미래에는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이 살아남기 때문이란다. 이래저래 살기 힘든 세상이 오는 건 분명한 것 같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