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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는 연금제도 개혁을 이뤄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입법 절차를 건너뛰면서까지 연금개혁을 강행하는 데 반발해 야권이 제출한 내각 불신임안들이 모두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정치적 생명을 걸고 개혁을 밀어붙인 지 6년 만이다.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하원 표결에서 야당인 자유·무소속·해외영토(LIOT) 그룹과 좌파 연합 뉘프(NUPES)가 공동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은 재적 577석(공석 4석) 중 278명이 찬성해 절반을 넘지 못하며 부결됐다. 하원은 여소야대 상황이라 야권이 단합하면 불신임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연금개혁안을 사실상 좌초시킬 수 있었지만 우파인 공화당이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며 여당 편에 섰다. 의회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프랑스 연금개혁안은 한국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의 승인과 마크롱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처음 집권한 2017년 대선에서부터 연금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국민의 저항과 팬데믹 위기에 한 차례 포기해야 했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의회 패싱’이라는 승부수까지 띄운 끝에 개혁을 관철시켰다. 그는 22일 대국민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미래 택한 마크롱, 6년만에 연금개혁… ‘사회적 합의’ 안돼 험로 의회 동의없이 정부입법 승부수 “국민설득 부족, 대가 큰 피로스 승리”野, 국민적 저항 촉구… 憲訴 예고주요 노조들도 “23일 9차 파업”… 남은 임기내 상당한 정치적 부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피로스의 승리’를 거뒀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 시간) 마크롱 대통령 연금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치러야 할 대가가 큰 승리’를 뜻하는 피로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의 거센 저항 속에 4년 이상 남은 임기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대선 공약인 연금개혁을 관철시키자 이같이 비유한 것이다. 주요 노조는 물론이고 의회 내부에서도 ‘연금개혁은 얻었지만 민주주의는 잃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크롱표 연금개혁’ 6년 만에 마무리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은 재수 끝에 의회를 통과했다. 처음 집권한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은 직업별, 직능별로 42개나 되는 복잡한 연금제도를 통합하고 정년을 늦추는 파격적인 개혁안을 내놨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정년퇴직과 동시에 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더 일하고 더 늦게 연금을 받는 개혁안에 거세게 반발한 노동계는 2019년 12월 총파업을 벌였고 나라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런 와중에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연금 개혁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연금개혁 이슈는 지난해 4월 대선에서도 그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오래 살기 때문에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다”며 정년을 62세에서 65세로 늦추는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 1월 정식 개혁안을 내놨다. 프랑스 국민 약 70%가 연금개혁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잇달았지만 프랑스의 은퇴 연령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데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올해부터 연금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마크롱 정부는 기존 연금개혁안을 고집하지만은 않는 유연성도 보였다. 의회 심의 과정에서 노조와 의회 의견을 반영해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에서 64세로 낮췄다. 또 일을 일찍 시작하면 조기 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연금 100%를 받으려면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워킹맘’에게는 최대 5%의 연금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야당 공화당 제안도 수용했다. 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한 뒤 하원 처리를 앞둔 16일 의회 표결을 존중하겠다던 마크롱 대통령은 돌연 승부수를 띄웠다. 의회 동의 없이 정부 입법을 가능케 하는 헌법 49조 3항을 통해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 하원 표결을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노조와의 대화 및 설득력 부족” 지적도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패싱’을 통해 연금개혁을 이뤄냈지만 반발하는 국민과 야권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만만찮다. 내각 불신임 투표를 주도한 뒤 9표 차로 밀린 야당들은 연금개혁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세다. 지난해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이날 “의회에서의 불신임 투표는 실패했다. 이제 대중이 불신임 투표를 위해 나설 시간”이라며 국민적 저항을 촉구했다.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의원은 “연금개혁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야당 의원들은 연금개혁안 일부 또는 전체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헌법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프랑스 주요 노조들은 23일 9차 파업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18, 19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금개혁 반대 파업 지지’가 65%에 이른다. 좌파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일간 르파리지앵에 “연금개혁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통과 과정에서 노조와의 대화가 부족했다”며 “협상은 잘못됐고 설득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22일 대국민 연설을 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은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주요 7개국(G7) 회원국 정상 중 그간 유일하게 우크라이나를 찾지 않았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1일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분쟁 지역을 방문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처음이다. 20∼22일 러시아를 찾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일 양국 협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연대 또한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외교·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향후 12개월에 걸쳐 155mm 포탄 100만 개를 추가 지원하기로 20일 합의했다. 21일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인내에 경의를 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원 의사 또한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23일 귀국한다.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가기 전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연합체 ‘쿼드(Quad)’ 소속국인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났다. 당초 21일 일본으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동유럽 폴란드로 향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폴란드 남동부 프셰미실에서 우크라이나행 기차에 오르는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은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5월 G7 정상회의 또한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열린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G7 정상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잇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서방의 지지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침공 1년을 맞은 지난달 키이우에 나타나 “미국이 함께한다”고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만 우크라이나에 가지 못하자 “일본만 빠질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일본에서는 국회 회기 중 총리가 외국을 가려면 국회 승인이 필요한 데다 자위대가 해외에서 총리 경호를 담당할 수 없어 그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후 보고로 갈음해도 된다’는 초당적 여론이 형성됐고 방문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EU의 포탄 100만 개 지원을 ‘전쟁 판세를 바꿀 만한 결정’이라며 반겼다. 러시아의 침공 후 지금껏 EU가 지원한 누적 탄약 규모(약 35만 개)의 3배에 달한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은 트위터에 “신속한 탄약 전달과 지속적인 공동 구매는 정확히 지금 시점에 필요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제2의 리먼 사태’ 우려를 낳은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1위 은행 UBS에 인수되며 글로벌 은행 위기의 급한 불은 겨우 꺼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 6개 중앙은행도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국립은행(SNB)은 1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SNB의 지원 덕분에 UBS가 오늘 CS 인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 원)으로, SNB는 UBS에 최대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7000억 원)의 유동성을 제공해 인수를 지원했다. 이번 발표 직후 미국 유럽 영국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6개 중앙은행은 동시에 성명을 내고 “달러 스와프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하기로 했다”면서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조치에 대해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로존 은행들이 미국 달러를 얻기 어려워 위기를 키웠던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고 있지 않다. 20일 장 초반 2,400대를 넘어섰던 코스피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계심이 번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0.69% 하락한 2,379.20로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3.01%,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42% 떨어졌다.美 등 6개 중앙銀 “달러공급 매일 점검” 휴일 공동성명 코스피 등 아시아 주요증시 하락… CS채권 상각 손실 등 여진 계속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신속대응”… 22일 연준 기준금리 결정에 촉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6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 강화에 합의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위기 진화에 나섰다. UBS가 인수한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특정 금융사가 도산 위험에 직면했을 때 미 달러화를 쉽고 빠르게 공급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각국 중앙은행의 이런 노력에도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20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서는 금융주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시장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 또한 금융주 주도의 하락장이 초반에 나타나고 있다.● 美 22일 기준금리 결정 주목 연준과 ECB를 포함해 스위스 일본 영국 캐나다 중앙은행은 일요일인 19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기존 체결된) ‘달러 유동성 스와프 라인’ 협정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20일부터 기존 7일 만기 기반 운영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을 완화하는 ‘유동성 방어벽’ 역할을 해 가계와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스와프 협정은 환율 안정을 위해 협정 체결국 중앙은행들이 일정액의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해 예치하는 것을 말한다. 달러 표시 부채를 보유한 각국에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에 안전장치로 쓰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 중소형 은행의 위기가 세계 금융업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것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우려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이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0일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플래그스타은행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SVB에 대해서도 분할 매각 등 다양한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CB 또한 위기가 닥치면 유로존 은행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각국의 발 빠른 대응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적극적이란 평을 얻고 있다. 밥 미셸 JP모건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TV에 “우리가 본 적 없는 빠른 속도로 대응하고 있다. 각국이 ‘겹겹의 관료주의’를 차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장의 관심은 21,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결정에 쏠리고 있다. 연준이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 과제인 금융 안정을 위해 고강도 긴축 경로를 조정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CS 채권 보유자 손실 등으로 2차 혼란 우려 ‘글로벌 은행 위기’ 공포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등판했지만 여진이 끝나지 않았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미 CNBC에 따르면 CS와 UBS 주가는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에서 20일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각각 60%, 10% 하락했다. CS 채권 보유자들의 막대한 손실도 ‘뇌관’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7000억 원)에 달하는 CS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이 피인수에 따라 ‘0’으로 상각돼 채권자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달러 대비 유로 및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 미 중소형 은행의 추가 파산 위기, 세계 금융업의 강국으로 꼽혔던 스위스의 위상 하락 또한 시장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퍼스트리퍼블릭, 팩웨스트 뱅코프 등 미 중소형 은행이 비공개로 자본을 조달하려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옥타비오 마렌지 오피마스 컨설팅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의 금융중심지 지위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스위스가 금융업계의 ‘바나나 공화국’으로 평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하며 국제 자본에 종속된 제3세계 국가를 가리키는 경멸적 표현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혐의로 17일(현지 시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원수급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 번째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ICC 전심재판부(Pre-Trial Chamber II)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달 22일 검찰 청구를 기반으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가 최소 침공 당일인 지난해 2월 24일부터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마리야 르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ICC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와 강제 이주를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우리가 확인한 사건에는 최소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보육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납치돼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된 사실이 포함된다”며 “아동들에게 러시아 시민권이 신속히 부여돼 러시아 가정에 수월하게 입양되도록 법 개정도 이뤄졌다. 아이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칸 검사장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나치 전범처럼 결국 법정에 끌려 나올 수 있다고 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체포 및 인도청구를 이행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드미프리 페스코프 러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무니없고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인 18일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 9주년을 맞아 크림반도를 예고 없이 방문해 보란 듯이 어린이센터와 미술학교를 찾았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서남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까지 직접 차를 운전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어린이센터와 미술학교 방문은 그에게 아동 납치 혐의를 제기한 ICC 결정을 비웃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지난해 5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의 마리우폴도 방문했다. 그가 교전 중인 돈바스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타스통신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스위스 1위 은행 UBS가 파산 위기에 놓인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결국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은 워런 버핏 같은 월가 큰손에게 은행 구제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다른 ‘블랙 먼데이’(주가 대폭락)를 막아 글로벌 금융 위기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19일(현지 시간) 늦은 오후 스위스 정부와 중앙은행, UBS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UBS는 32억 달러(30억 프랑, 약 4조원)에 CS를 인수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스위스 중앙은행 등이 UBS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UBS에 최대 1080억 달러(약 141조원)의 대출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알랭 베르셋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금요일(17일), 유동성 유출과 시장 변동성은 더 이상 CS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해결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이 해결책은 UBS가 CS를 인수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자산 규모 1조1000억 달러(약 1440조 원)인 UBS가 5750억 달러(약 753조 원) 규모의 CS를 인수로 유럽 초대형 ‘공룡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세계 은행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앞서 18일 미 CNN방송은 스위스 매체를 인용해 스위스 재무부가 CS 운명을 결정하는 위기관리 회의를 이날 오후 5시부터 개최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UBS와 CS가 19일 각각 이사회를 연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스위스 금융당국은 월요일인 20일 증시 개장 전 양사 인수합병을 발표하기 위해 현지 법이 요구하는 6주간의 주주 협의 및 주주총회 절차를 건너뛰는 비상조치를 통해 인수합병을 빠르게 승인했다. 시장의 공포가 초래할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에 따른 블랙 먼데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중소형 은행 위기 해결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18일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16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요청으로 뱅크런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 구제에 나선 바 있다.11개 미 대형 은행이 300억 달러(약 39조 원) 예치를 밝혔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7일에도 33% 폭락해 금융 위기 공포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중소은행연합은 옐런 장관 등에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2년 전액 예금을 보증해야 공포가 진정될 수 있다”며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스위스 당국이 자국 1, 2위 은행 통합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스위스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발(發) 위기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CS가 다음 주에 실제 파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다른 은행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 위기’가 확산될 수 있어 당국이 인수합병을 서두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CS는 지난주 하루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꼴로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런에 장사 없다…긴박한 시장CS는 지난해 10월 영국 국채 위기 당시에도 파산설이 나오는 등 글로벌 금융 불안 시기마다 시장의 불신을 받아왔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부실 채권 등 특정 위험에 집중 노출돼 파산했던 것과 달리 CS는 최근 수년 동안 돈세탁 혐의 등 각종 스캔들과 소송전에 시달렸고, 여기에 미국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등 대규모 투자 손실까지 더해져 부실이 누적돼 왔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로 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CS에서 또다시 뱅크런과 상위 고객 이탈 현상이 벌어졌다. 스위스 당국은 CS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결국 자국 1, 2위 은행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규제당국도 긴밀하게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가 관계자는 “CS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게 하지 않으려면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UBS와 CS가 합치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UBS와 CS의 시가총액은 각각 650억 달러(약 85조 원), 80억 달러(약 10조 원)로 완전 합병될 경우 100조 원에 육박하는 ‘공룡 은행’이 탄생된다. 전 세계에 임직원 약 7만4000명을 둔 UBS와 5만 명을 고용한 CS의 합병 시 일자리가 최대 1만 개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어스턴스 모먼트’ 될까 노심초사SVB 폐쇄 당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주 거래 고객인 테크 산업 외에 시스템적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포가 확산되며 일주일 여 만에 미 중소형 은행이나 스위스 CS처럼 ‘약한 고리’에 뱅크런이 집중돼 파산 위험이 제기되고, 이에 따른 불안이 다시 증폭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6일에는 11개 미 은행이 위기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9조 원 예치까지 밝혔지만 좀처럼 불안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주 이 은행 예금 인출 규모는 약 890억 달러(약 117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주요 은행 시가총액도 이달 들어 17일 현재 4600억 달러(약 602조 원)가량 증발했다. 이에 큰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트위터에 “신뢰 위기가 번질 때 반쪽짜리 조치는 의미가 없다. 즉각적인 임시 예금 전액 보증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미 당국과 중소형 은행 투자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골드만삭스 투자에 나선 것처럼 ‘소방수’로 나설지 주목된다. 이번 위기가 2007년 베어스턴스 등 중소형 금융기관의 도미노 붕괴를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는 등 월가 ‘큰손’들이 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스템적 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온다면 과거 중앙은행들이 썼던 ‘양적 완화’와 같은 해법이 막혀 해결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친(親)나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의 저택 인근에 유대인 대학살을 기억하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건립된다. 파시스트를 추종하는 극우가 득세하는 이탈리아가 과거 극단적인 전체주의로 발생한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기려 눈길을 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16일(현지 시간) 내각 회의를 마친 뒤 홀로코스트 기념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 기념관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기념관 건립을 위해 1000만 유로(약 139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무솔리니는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동맹을 맺고 1938년 인종법을 제정해 유대인을 차별했다. 이 박물관은 무솔리니가 1922∼1943년 가족과 함께 거주한 ‘빌라 토르로니아’ 근처에 지어진다. 멜로니 총리는 10대 시절 무솔리니 추종자들이 창설한 정치단체에서 활동해 ‘파시스트 총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 무솔리니와 선긋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스위스 당국이 자국 1, 2위 은행 통합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스위스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크레디트스위스발(發) 위기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인수합병을 서두른 이유는 CS가 다음주에 실제 파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무너진 은행에 대한 신뢰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CS는 지난주 하루에 100억 달러(13조 원)꼴로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 뱅크런에 장사 없다…긴박한 시장 CS는 지난해 10월 영국 국채 위기 확산 당시에도 파산 위기설이 나오는 등 글로벌 금융 불안 시기마다 시장의 불신을 받아왔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부실채권 등 특정 위험에 집중 노출돼 파산했던 것과 달리 CS는 최근 수년 동안 돈세탁 혐의 등 각종 스캔들과 소송전에 미국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등 대규모 투자 손실이 얹어져 부실이 누적돼왔다. 지난해 79억 달러(10조 원) 규모의 손실을 내 감원 등 구조조정 중이었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로 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CS에서 또 다시 뱅크런과 상위 고객 이탈 현상이 벌어지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CS 경영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인수합병에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스위스 1위 은행 UBS의 인수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금융당국과 시장의 견해에 따라 인수합병 협상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가 관계자는 “CS가 글로벌 금융위기 뇌관이 되지 않으려면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SVB 폐쇄 후폭풍으로 167년 역사의 세계적인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UBS와 CS가 합쳐지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UBS와 CS의 시가총액은 각각 650억 달러(85조 원), 80억 달러(10조 원)로 완전 합병될 경우 100조 원에 육박하는 ‘공룡 은행’이 탄생한다. 전 세계에 임직원 약 7만4000명을 둔 UBS와 5만 명을 고용한 CS의 합병 시 일자리가 최대 1만 개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베어스턴스 모먼트’ 될까 노심초사 SVB 폐쇄 당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주거래 고객인 테크 산업 외에 시스템적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포가 확산되며 일주일 만에 미 중소형 은행이나 스위스 CS처럼 ‘약한 고리’에 뱅크런이 집중돼 파산 위험이 제기되고, 이에 따른 불안이 다시 증폭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서 “미국인 예금은 안전하다”고 외쳤고 16일에는 11개 미 은행이 위기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9조 원 예치까지 밝혔지만 좀처럼 불안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주 예금 인출 규모가 약 890억 달러(117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큰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트위터에 “신뢰 위기가 번질 때 반쪽짜리 조치는 의미가 없다. 즉각적인 임시 예금 전액 보증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미국의 중소형 은행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 2007년에 베어스턴스 등 중소형 금융기관의 도미노 붕괴를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는 등 월가의 큰손들이 위기 확산에 나섰지만 결국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 경제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스템적 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온다면 과거 중앙은행들이 썼던 ‘양적 완화’와 같은 해법이 막혀 위기 해결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친(親)나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 저택 인근에 유대인 대학살을 기억하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건립된다. 파시스트를 추종하는 극우가 득세하는 이탈리아가 과거 극단적인 전체주의로 발생한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기려 눈길을 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16일(현지 시간) 내각 회의를 마친 뒤 홀로코스트 기념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 기념관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기념관 건립을 위해 1000만 유로(약 139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무솔리니는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동맹을 맺고 1938년 인종법을 제정해 유대인을 차별했다. 1943년 10월 16일 파시스트 관료들의 지원을 받은 독일 나치 정권은 로마의 유대인 거주지역을 급습해 유대인 약 2000명을 검거해 수용소에 수감시켰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박물관은 무솔리니가 1922~1943년 가족과 함께 거주한 ‘빌라 토를로니아’ 근처에 지어진다. 멜로니 총리는 10대 시절 무솔리니 추종자들이 창설한 정치단체에서 활동해 ‘파시스트 총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 무솔리니와 선긋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스위스 1위 은행 UBS가 파산 위기에 놓인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은 워런 버핏 같은 월가 큰손에게 은행 구제에 동참을 요청했다. 또 다른 ‘블랙 먼데이’(주가 대폭락)를 막아 글로벌 금융 위기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UBS의 CS 인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자산 규모 1조1000억 달러(1440조 원)인 UBS가 5750억 달러(753조 원) 규모 CS를 인수하면 유럽 초대형 ‘공룡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세계 은행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CNN방송은 스위스 매체를 인용해 스위스 재무부가 CS 운명을 결정하는 위기관리 회의를 이날 오후 5시부터 개최했다고 전했다. FT도 UBS와 CS가 19일 각각 이사회를 연다고 보도했다. WSJ는 두 회사 인수 합의가 19일 또는 그전에 성사될 수 있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스위스 금융당국은 월요일인 20일 증시 개장 전 양사 인수합병을 발표하기 위해 현지 법이 요구하는 6주간의 주주 협의 및 주주총회 절차를 건너뛰는 비상조치도 모색 중이다. 시장의 공포가 초래할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에 따른 블랙 먼데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중소형 은행 위기 해결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18일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16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요청으로 뱅크런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 구제에 나선 바 있다. 11개 미 대형 은행이 300억 달러(39조 원) 예치를 밝혔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7일에도 33% 폭락해 금융 위기 공포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중소은행연합은 옐런 장관 등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2년 전액 예금을 보증해야 공포가 진정될 수 있다”며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혐의로 체포영장을 17일(현지 시간) 발부했다. ICC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 원수급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 번째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ICC 전심재판부(Pre-Trial Chamber II)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달 22일 검찰 청구를 기반으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가 최소 침공 당일인 지난해 2월 24일부터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마리아 알렉세예브나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ICC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와 강제 이주를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우리가 확인한 사건에는 최소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납치돼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된 사실이 포함된다”며 “아동들에 러시아 시민권이 신속히 부여돼 러시아 가정에 수월하게 입양되도록 법 개정도 이뤄졌다. 아이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칸 ICC검사장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나치 전범처럼 결국 법정에 끌려나올 수 있다고 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체포 및 인도청구를 이행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드미프리 페스코프 러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무니없고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날인 18일 러시아 크림병합 9주년을 맞아 크림반도를 예고 없이 방문해 보란 듯이 어린이 센터와 미술학교를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서남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까지 직접 차를 운전해서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P는 푸틴 대통령이 ICC의 결정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어린이 센터와 미술 학교를 방문지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5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마리우폴도 19일 시찰차 방문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흑해 상공에 미군 무인기(드론) MQ-9 리퍼가 추락한 사건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이틀 연속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두 나라는 추락한 무인기를 서로 인양하겠다며 ‘2차 충돌’을 벌였다. 양국 고위 인사들 또한 일제히 거친 말로 상대방을 맹비난했다. 미 정보당국은 무인기 추락으로 이어진 러시아 전투기의 위협 비행이 크렘린궁 최상층부 지시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비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상황 수습을 위한 통화를 했지만 첨예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 美-러 “우리가 무인기 회수”… 2차 충돌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15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그것(무인기 잔해)을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한다. 성공적으로 해내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인기는 미국이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최신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무인기는 미국 자산”이라며 “우방을 통한 회수 작전을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당초 미국은 해저 깊이 가라앉은 무인기 회수가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러나 러시아가 회수에 적극적인 데다 만일 잔해가 러시아 손에 들어가면 각종 최신 군사 기밀이 누출될 것을 우려해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밀리 의장은 “무인기 추락 직전 민감한 정보는 모두 삭제했다. 무엇이 남아 있든 가치 있는 내용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러시아 측의 회수 의도 또한 경계했다. 이날 미 NBC방송은 “크렘린궁 최고위층이 미 무인기에 대한 러시아 전투기의 위협 비행을 직접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위협 비행을 승인했다는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16일 러시아 전투기와 미군 무인기의 충돌 장면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미 CNN방송이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수호이(Su)-27 전투기가 무인기 MQ-9에 고속으로 2차례 다가와 위협 비행을 하다가 연료를 뿌리고 지나갔다. 다시 날아온 전투기가 MQ-9와 충돌하면서 영상은 먹통이 됐다. 이 영상은 MQ-9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된 것이다.● 러 “양국관계 최악” vs 美 “정찰비행 지속”이날 오스틴 장관과 쇼이구 장관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이 사안을 두고 통화했다. 오스틴 장관은 “소통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두 사람의 입장 차이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국익에 반하는 미국의 첩보활동이 증가하고, 우리가 설정한 비행제한구역을 미국이 준수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미국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또한 “미국이 러시아의 흑해 연안 비행제한구역을 비행해 도발하려 한다”고 가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예 “양국 관계가 최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협의체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는 러시아에 직접 경고를 보냈다. 그는 “러시아는 실수하지 말라. 미국은 국제법상 허용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계속해서 비행할 것”이라고 맞섰다. 앞으로도 흑해 연안에서의 정찰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MSNBC에 러시아가 충돌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 조종사 중 한 명이 심각하게 무능한 탓에 발생한 결과”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 지역 은행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우려가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스위스 당국의 70조 원 상당의 CS 유동성 지원 방침에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 은행의 덩치가 워낙 커서 ‘제2의 리먼 사태’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날 진정세로 돌아섰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CS발 위기감에 21.4% 폭락하는 등 지역 은행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영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 불가를 밝힌 뒤 불안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은 일단 진정됐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8% 하락한 2,377.91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향후 CS 정상화까지 불안 조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유보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에 16일 뉴욕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개장 직후 35% 이상 폭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국민연금 보유 CS 주식 3000억 추정… 해외투자 리스크 증폭 또 불거진 CS 파산 위기 최대주주 사우디銀 “지원 불가”에SVB 파산 공포 투자자 주식 투매유동성 지원에 우선 급한불만 꺼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이 닥칠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밥 미셸 JP모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어제의 싸움이다. 지금부터는 금융 안전성과의 싸움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 우려가 커졌다. 1856년 설립된 CS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5800억 달러(약 761조 원)로, 지난주 파산한 SVB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CS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만들어진 국제 은행 규칙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이 큰 IB다. 한국도 국민연금의 CS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최대 4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등 CS가 파산한다면 적잖은 여파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지원’에 진정세…정상화까지 먼 길지난해 하반기 제기된 CS 파산 우려는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SVB 폐쇄 후폭풍으로 다시 불거졌다. 14일 연례 보고서가 지난해 회계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으며 고객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고객 불안은 더 커졌다. 15일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보유 지분 10% 미만 제한으로 추가 지분 구입(자금 지원)이 힘들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은 CS 주식을 투매했고 주가는 장중 30.8%까지 폭락했다. SVB 파산 후폭풍에 휘청이다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한 은행주는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최근 5일간 36.2% 급등했다. 15일 스위스중앙은행이 “(CS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긴급 발표하고 나서야 날뛰던 금융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16일 코스피는 장 초반 CS 악재에 낙폭을 키우며 1%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스위스국립은행(SNB)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소식에 안정을 되찾으며 전날보다 0.8% 내린 2,377.91로 거래를 마쳤다. 마찬가지로 장중 1.7% 넘게 급락했던 코스닥지수도 혼조세를 보인 끝에 0.10% 오른 781.8로 마감했다. 금융 불안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3원 오른 1313.0원에 마감했다. SNB가 유동성을 지원하더라도 CS 증자에 참여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 CS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S와 거래 관계가 깊은 미국 정부도 이날 재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CS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CS 파산 공포, 국민연금도 물렸다국민연금이 보유한 CS 주식 규모가 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낳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자산 대비 CS 주식 비중은 0.11%로, 약 2755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2018년 이후 보유한 CS 주식 비중은 해외주식 자산 대비 0.11∼0.13%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비중을 지난해 말에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CS 주식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2650억∼313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CS 회사채도 1253억 원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을 1218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직접투자분이 295억 원, 위탁투자분이 923억 원이다. 파산한 SVB에 이어 CS에서까지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이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8번째 파업 및 시위에 나서면서 프랑스 전역이 ‘쓰레기와의 전쟁’에 직면했다. 교통, 물류, 정유 등 주요 산업 노조가 모두 멈춘 데다 쓰레기 처리 직원 노조까지 연일 파업에 나서면서 파리에서만 최소 7000t의 쓰레기가 미수거 상태인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 ‘유럽1’ 라디오의 해설자는 이 쓰레기를 두고 “파리 내 600만 마리의 쥐를 위한 ‘무한리필 뷔페’”라고 자조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해결될 기미 또한 보이지 않는다. 파리의 쓰레기 처리 노조는 14일 “최소 20일까지 파업을 계속한다”고 결정했다. 쓰레기 더미를 둘러싼 여론은 엇갈린다. 연금개혁 반대 여론이 많은 만큼 미수거 쓰레기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쓰레기가 길가마다 넘쳐나자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 또한 생겨나고 있다. 파업에 부정적인 시민들은 “쓰레기 수거 파업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도시의 안전’은 작은 ‘정치적 계산’보다 우선한다”며 시민들이 더 이상의 불편을 감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정권은 고령화, 재정적자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며 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늦추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행되면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연금 납입액을 내야 하는 기간 또한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증가한다. 프랑스 상·하원은 15일 양원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양원 동수 위원회(CMP)’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원 의원 7명, 상원 의원 7명 등 14명으로 이뤄진 이 CMP가 최종안 마련에 합의하면 16일 양원에서 각각 표결이 실시된다. CMP가 합의하지 못하거나 합의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지 못하면 양원이 다시 법안을 심의해야 한다. 양원은 이달 26일까지 표결을 마쳐야 한다. 이 안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가 헌법 49조 3항에 의거해 의회 표결 없이 법 시행을 강행할 수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상공을 정찰 중이던 미군 무인기(드론)가 14일(현지 시간)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했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군사작전 중 충돌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가 전장에서 처음으로 직접 충돌한 것이기도 해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이날 “오전 7시 3분경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가 흑해 상공 국제공역에서 비행하던 무인기 MQ-9 프로펠러에 충돌해 MQ-9를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루마니아 공군기지를 떠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남쪽 120km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MQ-9에 인근에서 비행하던 수호이-27 2기가 다가와 30∼40분간 근접 비행을 하며 차단작전을 폈다. 수호이-27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 같은 정찰 장비를 훼손하기 위해 MQ-9 위에서 날며 연료(항공유)를 뿌렸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와 부딪쳐 프로펠러가 절단되자 MQ-9를 원격조종하던 미군이 바다로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국제수역 상공에서의 위협비행으로 인한 충돌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전투기는 공중전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무인기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침공 작전)을 위해 러시아가 설정한 비행제한구역으로 미 무인기가 들어온 데 따른 대응으로 전투기를 출동시켰으나 MQ-9가 자체적으로 조종력을 상실하고 추락했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도 미군의 흑해 상공 정찰을 저지하겠다며 맞섰다. 안토노프 대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에) 특별군사작전 구역인 이 지역에 진입하지도, 침투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면서 “이 사건은 (미국의) 도발”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15일 전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어떤 대립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美-러, 우크라戰 전략거점 ‘흑해 대립’… 우발적 충돌 위험 커져 美 무인기, 러 전투기에 추락미군 “러 전투기, 美무인기 위협연료 뿌리고 충돌해 추락시켜”러 “美, 우리 영토 인근 비행 도발” 미군 무인기가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대립해 온 미-러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제수역에서 발생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또 흑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정찰비행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자국이 설정한 임시공역을 침범한 “미국의 도발”이라고 맞받아쳤다. ● 美 “흑해 정찰활동 차단하려는 러의 도발” 미 국방부는 “14일 오전 7시 3분경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 1대가 미군 무인기 MQ-9 리퍼 드론의 프로펠러를 강타해 공해상으로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 전투기는) 충돌 전 MQ-9 앞에서 여러 차례 연료를 뿌리며 비행했다”며 “무모하고 비전문적인 비행”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한 MQ-9 리퍼 드론은 ‘하늘의 암살자’로 불린다.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어 요인 참수 작전에 주로 활용된다. 다만 미군은 충돌 당시 이 드론이 정찰임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SU-27 전투기는 러시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다. 미국 내에선 이번 사태가 러시아군의 전략적 요충지인 흑해 상공에서 벌어진 데 주목하고 있다. 흑해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맞닿은 바다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통해 곡물을 수송하는 우크라이나 선박을 봉쇄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일부러 도발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미군의 흑해 상공 정찰활동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드론 등을 활용해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 인근을 공격하자 러시아는 “미국이 정찰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표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만약 러시아의 이번 행동이 미국이 흑해 상공에서 비행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라면 그것은 실패할 것”이라며 “미국은 흑해 상공에서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에선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원 군사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추종자들이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러 “러 영토 인근 침입한 美의 도발” 러시아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리 전투기는 탑재된 무기를 사용하거나 무인기와 충돌하지 않고 안전하게 복귀했다”며 “미국 무인기가 급작스러운 기동으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고 얼마 후 수면에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 국무부에 초치된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미국과의 대결을 모색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실용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항공기가 러시아 국경 인근을 비행해선 안 된다”며 “러시아 무인기가 갑자기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나타나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토노프 대사는 그런 크림반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규정하고, 이를 감싸고 있는 흑해를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 표현하며 미군의 정찰활동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는 러시아가 ‘레드라인(금지선)’으로 경고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서방의 우발적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드 버거 미 해병대 사령관은 미군 무인기 추락과 관련해 “군사적 소통 채널이 닫힌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전투기나 선박이 유럽과 태평양에서 (미국과) 충돌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이후 미 중소형 은행들의 연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공포가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불안 조짐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현지 시간)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미 중소형 은행주들이 일제히 반등하며 공포감이 완화됐다. 전날 61.8% 급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다시 27% 올랐고, 47.1% 떨어졌던 웨스턴얼라이언스의 주가도 14.4% 반등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 등이 예금 전액을 보증하고 유동성 지원에 나서며 불안감을 진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불안 조짐은 여전하다. 예금 지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중소형 은행들은 구체적 예금 인출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뱅크런과 달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공포가 빠르게 전염되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특히 무디스는 미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관해 “SVB와 실버게이트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벌어진 예금 인출 사태와 이 은행들의 파산에 따라 (미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연준의 고금리 국면 장기화를 예상하며 미국 경제가 올해 중 경기 침체에 빠지면 은행 업계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수사 당국은 SVB와 시그니처은행 경영진의 폐쇄 전 거래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SVB 예금 전액 보증’ 방침에 “사실상 구제금융”이란 논란이 일자 예금주는 지원하되 경영진에겐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VB 폐쇄 조치 전 경영진의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위기설은 유럽으로 옮겨 붙었다. 일각에서 SVB의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는 15일 장중 20% 넘게 폭락했다. CS는 지난해 일련의 스캔들과 축적된 손실로 위기에 빠졌다가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전 세계 은행권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덩달아 휘청이는 모습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이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8번째 파업 및 시위에 나서면서 프랑스 전역이 ‘쓰레기와의 전쟁’에 직면했다. 교통·물류·정유 등 주요 산업 노조가 모두 멈춘 데다 쓰레기 처리 직원 노조까지 연일 파업에 나서면서 파리에서만 최소 7000t의 쓰레기가 미수거 상태인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 ‘유럽1’ 라디오의 해설자는 이 쓰레기를 두고 “파리 내 600만 마리의 쥐들을 위한 ‘무한리필 뷔페’”라고 자조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해결될 기미 또한 보이지 않는다. 파리의 쓰레기 처리 노조는 14일 “최소 20일까지 파업을 계속한다”고 결정했다. 쓰레기 더미를 둘러싼 여론은 엇갈린다. 연금개혁 반대 여론이 많은 만큼 미수거 쓰레기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쓰레기가 길가마다 넘쳐나자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 또한 생겨나고 있다. 파업에 부정적인 시민들은 “쓰레기 수거 파업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도시의 안전’은 작은 ‘정치적 계산’보다 우선한다”며 시민들이 더 이상의 불편을 감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정권은 고령화, 재정적자 등을 감안할 때 더이상 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며 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늦추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행되면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연금 납입액을 내야 하는 기간 또한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증가한다. 프랑스 상,하원은 15일 양원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양원 동수 위원회(CMP)’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원 의원 7명, 상원 의원 7명 등 14명으로 이뤄진 이 CMP가 최종안 마련에 합의하면 16일 양원에서 각각 표결이 실시된다. CMP가 합의하지 못하거나 합의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지 못하면 양원이 다시 법안을 심의해야 한다. 양원은 이달 26일까지 표결을 마쳐야 한다. 이 안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가 헌법 49조 3항에 의거해 의회 표결 없이 법 시행을 강행할 수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군이 발사한 ‘소이탄(燒夷彈·incendiary bomb)’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부흘레다르에서 불꽃을 터뜨리며 비처럼 쏟아지는 영상이 공개됐다. 고열과 화염으로 인간의 뼈까지 태워버려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소이탄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했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브레이킹 뉴스: 우크라이나’ 등 현지 매체는 12일 부흘레다르의 컴컴한 밤하늘에서 소이탄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민간인 거주지로 보이는 곳에 빛을 폭발하며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영상을 공개했다. 소이탄은 3000도 이상의 고열과 화염으로 피폭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유엔은 1980년 제네바협정 의정서에서 소이탄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곳곳에서 소이탄을 썼다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다. 러시아군이 잔인한 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전쟁의 장기화, 도네츠크주의 거점 바흐무트에서의 공방 등으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미 뉴스위크 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이 고등학생들까지 용병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그너그룹은 주로 재소자를 용병으로 조달했다. 지지부진한 전황으로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와 러시아 정규군 간 갈등이 격화되며 인력난이 가중되자 미성년자에게까지 손을 뻗쳤다는 것이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최근 “러시아 육군의 97%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됐다. 러시아가 ‘제1차 세계대전 수준의 소모전’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다. 정예군이 급감하면서 인력의 질이 저하됐고 올봄 대반격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글로벌 투자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10일(현지 시간)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영국 법인을 1파운드(약 1580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 SVB 파산 여파가 영국 스타트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를 요청한 영국 정부에 호응한 것이다. 노엘 퀸 HSBC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성명을 내고 “SVB 영국 법인을 1파운드에 인수한다”며 “SVB 영국 법인 고객은 HSBC의 보호 아래 평소처럼 안전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퀸 CEO는 “이번 인수는 HSBC 상업은행 영업망을 강화하고 영국과 세계의 기술 및 생명과학을 비롯해 혁신적으로 급성장하는 기업에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10일 기준 SVB 영국 법인 예금액은 약 67억 파운드(약 10조5700억 원), 대출액은 약 55억 파운드(약 8조6700억 원)다. 1파운드 인수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기 드문 ‘헐값 매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정부와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예금자 보호를 위해 HSBC에 SVB 영국 법인 입찰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 SVB 본사가 파산한 뒤 SVB 영국 법인에 돈을 예치한 영국 스타트업 250여 개사는 ‘실존적 위협’이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BOE는 HSBC의 SVB 영국 법인 인수 발표 직후 “영국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고 건전하며 자본력이 풍부하다”고 불안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유럽 은행주는 장중 6% 폭락하며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악의 이틀 하락세’를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적(政敵)으로 2021년 1월부터 수감 중인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7·사진)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12일(현지 시간)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푸틴 정권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파 탄압 등을 비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남편을 대신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동갑내기 아내 율리야 씨는 “남편은 단지 진실을 말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있다”고 푸틴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남편이 자유를 얻고 러시아가 자유로워지는 그날을 꿈꾼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발니 측은 인스타그램에 “영화 촬영은 모든 게 비밀이어서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뒤에야 공개할 수 있었다”며 “훌륭한 영화 제작진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HBO맥스와 CNN필름이 공동 제작하고 캐나다 출신 감독 대니얼 로허가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2020년 푸틴 정권의 독살 시도를 중심으로 나발니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1976년 수도 모스크바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법조인으로 활동했다. 푸틴 대통령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러시아 대형 국영기업들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푸틴 정권 비리를 비판하는 각종 시민단체를 설립했고 반정부 시위를 여러 차례 주도하며 정권의 눈 밖에 났다. 그는 2020년 8월 시베리아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가려다 옛 소련에서 개발된 군사용 신경 작용제 ‘노비초크’ 계열 독극물에 중독돼 쓰러졌다. 러시아 의료진을 신뢰할 수 없었던 가족이 독일 이송을 주장해 베를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회복했다. 푸틴 정권은 그전에도 옛 정보요원을 방사성 물질 폴로늄이 든 홍차로 암살하려 하는 등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았다. 나발니는 2021년 1월 귀국하자마자 체포돼 사기, 법정 모독 등 혐의로 징역 1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수감 생활로 건강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감옥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푸틴 대통령을 ‘악당’으로 칭하는 등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