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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임재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차량 이용’을 고집하다 도보 10분 거리를 이동하는 데 약 한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발생 40분이 지나 현장 인근에 도착한 후 뒷짐을 진 채 파출소로 향하는 모습도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에 나갔다가 사고 발생 50여 분 전인 오후 9시 22∼24분경 용산서 인근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서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인파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그는 식사를 마치고 오후 9시 46∼47분경 관용차에 탑승해 출동했다. 이 전 서장은 10여 분 만인 오후 9시 57분경 참사 현장에서 약 700m 떨어진 녹사평역에 도착했는데 당시 도로 정체가 극심한 상황이었다. 차에서 내려 걸었다면 이태원파출소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었지만 이 전 서장은 우회로를 찾는 데 시간을 보냈다. 차량에 탄 채 우회로를 찾으며 1시간가량을 보낸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 55분 이후에야 참사 현장에서 350m가량 떨어진 이태원앤틱가구거리 삼거리 부근에서 하차한 뒤 이태원파출소로 걸어갔다. CCTV에는 이날 오후 10시 59분경 뒷짐을 진 채 수행하는 경찰과 함께 이태원앤틱가구거리를 걷는 이 전 서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참사 발생 44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현장은 ‘살려 달라’는 부상자와 심폐소생술을 하는 시민, 진입하려는 구조대 등으로 아비규환인 상황이었다. 이 서장은 오후 11시 5분경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이후 3층 옥상으로 올라가 현장을 보며 사고 대응 지시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 전 서장이 당일 행적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참사 당일 상황이 담긴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5분 뒤인 오후 10시 20분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고 적혀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걸 숨기려고 거짓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얻고 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원래 한두 편만 보내면 지하철에 탈 수 있었는데, 이젠 세 편 정도는 그냥 보내야 탈 수 있어요.” 3일 오후 6시 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환승 구간으로 들어선 허정현 씨(32)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만원 지하철을 비집고 타는 사람이 확실하게 줄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지하철에 타려고 뒤에서 밀어붙이던 사람들이 줄을 선 채 가만히 기다렸다가 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도 했다. 근처에 줄을 서 있던 직장인 문경진 씨(31)도 “(사고 이후) 열차가 붐비면 이번 편은 그냥 보내고 차라리 다음 열차를 타자는 생각이 든다”며 “이전처럼 몸을 구겨서 탔다면 10∼20분 빨리 집에 갈 수 있겠지만 참사를 계기로 경각심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참사 이후 달라진 지하철 풍경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출퇴근 시간대 수도권 전철의 풍경이 달라졌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이전엔 발 디딜 틈 없는 전철에 몸을 구겨 넣기 위해 앞사람을 밀어 넣거나 서둘러 환승하려는 인파가 무질서하게 뒤엉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3일 퇴근 시간대 서울 전철역들을 취재한 결과 인파가 밀집된 공간에서 최대한 질서를 지키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이들이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화문에서 일하는 이지윤 씨(24)는 “5호선 광화문역 출근길에서 사람들이 이전과 달리 서로를 밀치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며 “서로 말은 안 해도 이태원 참사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예랑 씨(26)도 최근 만원 지하철을 그냥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김 씨는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웅크려 타는 일이 잦았지만, 참사 이후엔 밀집된 공간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난 지하철 경찰대 근무자는 “확실히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이 통제를 잘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체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일부 지하철 구간의 경우 여전히 혼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각심보다 중요한 건 제도와 안전시설”이태원 참사 이후 일상생활 전반에서 ‘안전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시민도 늘었다. 사람이 붐비는 공간을 가급적 피하고 위급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을 사전에 준비해두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다. 대학생 이여란 씨(23)는 2일 친구의 졸업 전시회를 찾았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10층 학생식당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순간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이 트라우마처럼 떠올랐다”며 “내려갈 때는 계단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압사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형주 씨(27)는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백팩을 앞쪽으로 멨다면, 이제는 혹시 모를 압사 사고에 대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안전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뒷받침과 안전시설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로 시민들도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개인의 의식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과 환경”이라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역사 등의 안전시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원래 한 두 편만 보내면 지하철에 탈 수 있었는데, 이젠 세 편 정도는 그냥 보내야 탈 수 있다.” 3일 오후 6시 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환승구간으로 들어선 허정현 씨(32)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만원 지하철을 비집고 타는 사람이 확실하게 줄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지하철에 타려고 뒤에서 밀어 붙이던 사람들이 줄을 선 채 가만히 기다렸다가 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도 했다. 근처에 줄을 서 있던 직장인 문경진 씨(31)도 “(사고 이후) 열차가 붐비면 이번 편은 그냥 보내고 차라리 다음 열차를 타자는 생각이 든다”며 “이전처럼 몸을 구겨서 탔다면 10~20분 빨리 집에 갈 수 있겠지만 참사를 계기로 경각심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참사 이후 달라진 지하철 풍경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출퇴근 시간대 수도권 전철의 풍경이 달라졌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이전엔 발 디딜 틈 없는 전철에 몸을 구겨 넣기 위해 앞사람을 밀어 넣거나 서둘러 환승하려는 인파가 무질서하게 뒤엉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3일 퇴근시간대 서울 전철역들을 취재한 결과 인파가 밀집된 공간에서 최대한 질서를 지키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이들이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이지윤 씨(24)는 “5호선 광화문역 출근길에서 사람들이 이전과 달리 서로를 밀치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며 “서로 말은 안 해도 이태원 참사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예랑 씨(26)도 최근 만원 지하철을 그냥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김 씨는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웅크려 타는 일이 잦았지만, 참사 이후엔 밀집된 공간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제도 열차 안에 1명 정도 설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타지 않았다”고 했다.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난 지하철 경찰대 근무자는 “확실히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이 통제를 잘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경각심보다 중요한 건 제도와 안전시설”이태원 참사 이후 일상생활 전반에서 ‘안전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시민도 늘었다. 사람이 붐비는 공간을 가급적 피하고 위급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을 사전에 준비해두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다. 대학생 이여란 씨(23)는 2일 친구의 졸업 전시회를 찾았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10층 학생식당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순간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이 트라우마처럼 떠올랐다”며 “내려갈 때는 계단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압사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형주 씨(27)는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백팩을 앞쪽으로 멨다면, 이제는 혹시 모를 압사 사고에 대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안전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뒷받침과 안전시설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로 시민들도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개인의 의식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과 환경”이라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역사 등의 안전시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혜진기자 sunrise@donga.com송진호기자 jino@donga.com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작성해 배포한 내부 보고서에서 핼러윈 기간 중 ‘토요일’과 ‘오후 10시경’을 112 신고가 가장 집중되는 시간대로 특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요일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3시’가 가장 위험한 시간대라며 주의를 당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 용산경찰서의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던 지난해 핼러윈 기간 112 신고 추이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는 실제로 토요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경 발생했다. 경찰 내부에선 위험 징후에 대한 보고가 있었음에도 사전에 대비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핼러윈, ‘토요일 오후 10시경’ 위험 분석 마쳐보고서는 2019년 핼러윈(10월 31일 목요일)과 인접한 토요일(11월 2일) 112 신고 건수가 195건으로 다른 요일(47∼109건)에 비해 2∼4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핼러윈 당일이 일요일이었던 지난해에도 토요일(10월 30일) 신고 건수가 184건으로 다른 요일에 비해 가장 많았다. 경찰은 토요일 중에도 신고가 폭증하는 시간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토요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가 전체 일일신고 건수의 7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는 오후 10시∼밤 12시에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은 112 신고 양상은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되풀이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미 당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행인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모 씨(27)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후 8시 반경 사고가 난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사람들이 한 차례 밀려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3명이 연쇄적으로 넘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1일 경찰이 공개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 11건을 보면 최초 신고는 오후 6시 반경 접수됐는데 오후 8시 이후 3건, 오후 9시 이후 5건 등으로 점차 증가세를 보였다.○ ‘신고 2배’ 예상된 참사 당일에도 차이 없는 대응동아일보가 입수한 보고서는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서가 작성해 형사·교통과 등 용산서 내 유관 부서 7곳과 지구대·파출소 7곳,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등에 공유되거나 보고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같은 보고서를 받고도 대응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용산서의 ‘종합치안 대책’ 자료와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26일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핼러윈 기간(지난달 28∼30일) 야간 근무 인원을 현원 대비 80% 늘리고 여러 부문이 협업해 현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12 신고가 2배 가까이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 ‘토요일 오후 8시 이후’와 나머지 시간대 대응 방안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자료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금요일은 88명, 토요일은 104명, 일요일은 59명 등으로 투입 인력에 차이를 두는 계획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인력을 일부 늘린 것만으론 충분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며 “지자체와 협업해 행사 당일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일방통행하게 하는 등 더 세밀한 대응방안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2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 교내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재학생 이모 씨(22)는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었다.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12 신고 녹취록을 보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 20대는 104명으로 전체(156명)의 3분의 2에 달한다. 희생자 중 동년배가 많다 보니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인 재학생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한국어교육원 소속 외국인 유학생 2명이 희생된 서강대는 지난달 31일 학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헌화 공간 옆에는 학생들이 남기고 간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은 화이트보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먼 나라에 와서 이별이라니…. 하늘나라에선 행복하세요’, ‘청춘을 즐기러 갔던 저와 같은 친구들이 사고를 당해 안타깝습니다’ 등의 추모 문구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적혀 있었다. 재학생 1명과 외국인 교환학생 2명이 희생된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도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마친 재학생 서주혜 씨(23)는 “희생자들이 대부분 20대이다 보니 같은 세대로서 마음이 안 좋아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정지호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분향소를 마련한 지난달 31일 이후 매일 시간당 100명 정도가 분향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재학생 1명과 대학원생 1명이 희생된 고려대도 1일부터 학내 임시분향소를 운영 중이다. 예정된 행사를 취소·연기하거나 추모 예배를 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서울대는 참사 후 지난달 31일 오후 예정됐던 ‘제100회 융합 문화콘서트’를 연기했다. 또 같은 날 총학생회가 캠퍼스 내에서 핼러윈 영화를 상영하려던 일정도 취소했다. 김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준비한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2일 오후 6시 예배 채플에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특별기도 시간을 가졌다. 이화여대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학내 ‘특별 상담실’을 마련해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화의료원과 연계해 도움을 줄 방침이다. 상명대도 지난달 31일 학교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관련 심리상담 지원 안내’ 공지를 띄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도 20대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기다리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추모객들은 헌화 후 눈물을 훔쳤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는 직장인 유모 씨(28)는 “평소 이태원을 자주 갔던 나도 얼마든지 당할 수 있었던 일이라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에 갈 예정이었다가 다른 일정 때문에 안 갔다는 송승현 씨(26)는 “희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일 오후 5시까지 총 1만9055명이 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추모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2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 교내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재학생 이모 씨(22)는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었다.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12 신고 녹취록을 보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 20대는 104명으로 전체(156명)의 3분의 2에 달한다. 희생자 중 동년배들이 많다 보니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인 재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한국어교육원 소속 외국인 유학생 2명이 희생된 서강대는 지난달 31일 학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헌화 공간 옆에는 학생들이 남기고 간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은 화이트보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먼 나라에 와서 이별이라니…. 하늘나라에선 행복하세요’, ‘청춘을 즐기러 갔던 저와 같은 친구들이 사고를 당해 안타깝습니다’ 등의 추모 문구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적혀 있었다. 재학생 1명과 외국인 교환학생 2명이 희생된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도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조문을 마친 재학생 서주혜 씨(23)는 “희생자들이 대부분 20대다보니 같은 세대로서 마음이 안 좋아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정지호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분향소를 마련한 지난 달 31일 이후 매일 시간당 100명 정도가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고 했다. 재학생 1명과 대학원생 1명이 희생된 고려대도 1일부터 학내 임시분향소를 운영 중이다. 예정된 행사를 취소·연기하거나 추모 예배를 준비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서울대는 참사 후 지난달 31일 오후 예정됐던 ‘제100회 융합 문화콘서트’를 연기했다. 또 같은 날 총학생회가 캠퍼스 내에서 핼러윈 영화를 상영하려던 일정도 취소했다. 김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준비한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2일 오후 6시 예배 채플에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특별기도 시간을 가졌다. 이화여대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학내 ‘특별 상담실’을 마련해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화의료원과 연계해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상명대도 지난달 31일 학교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관련 심리상담 지원 안내’ 공지를 띄우고 상담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도 20대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기다리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조문객들은 헌화 후 눈물을 훔쳤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는 직장인 유모 씨(28)는 “평소 이태원을 자주 방문했던 나도 얼마든지 당할 수 있었던 일이라 남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다른 일정 때문에 안 갔다는 송승현 씨(26)는 “희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한 남성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들마저 무사하지 못할 뻔했어요.” 부산 금정구 한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 A 씨는 한 남성을 거론하며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컴퓨터 디자이너였던 A 씨의 딸(32)은 지난달 29일 남동생(19)과 함께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A 씨는 “최근 대학에 합격한 아들이 누나를 만나려고 서울을 찾은 것”이라며 “인파에 휩쓸린 딸은 결국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나마 아들 B 군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한 남성 덕분이라고 했다. A 씨가 거론한 남성은 특수전사령부 대위 출신 현진영 씨(30)였다.○ “누나 못 구해 되레 미안”현 씨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전사에서 약 6년간 복무한 후 올 6월 대위로 전역한 그는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고 있었다. 즉시 거리로 나온 현 씨는 오후 10시 15분경 성인 2, 3명 아래 깔려 힘겨워하는 B 군을 발견하고 온 힘을 다해 그를 빼냈다. 길거리에 누운 B 군이 의식을 잃자 어깨를 흔들고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게 했다. 현 씨는 “혼자 왔느냐”고 물었고 B 군은 “누나와 왔다”고 했다. 현 씨는 “인상착의 등을 물어 누나를 추가로 구조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현 씨는 이후에도 30일 오전 4시까지 약 6시간 동안 소방대원 등을 도와가며 구조 활동을 했다. 현 씨는 “약 30명의 민간인이 함께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도왔다”며 “핼러윈을 즐기러 왔던 간호사들도 하이힐을 벗고 응급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누나를 구하지 못해 유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사람 끌어올린 ‘난간의 의인들’참사 당일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 난간에서 인명 구조에 동참한 ‘난간의 의인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배지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BJ(인터넷 방송인)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방송을 하다가 사고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난간에 있는 사람들이 손을 뻗어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후 시민 2, 3명과 힘을 모아 추가로 시민 5, 6명을 난간으로 끌어올려 구조했다고 한다. 당시 촬영된 약 1시간 분량의 영상에는 그가 “한 명만 더”를 외치며 난간 밑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이 BJ를 난간 위로 오르게 하는 데 도움을 준 남성도 ‘청재킷 의인’으로 불리고 있다. 청재킷을 입은 그는 몸으로 버텨 다른 사람들이 넘어지는 걸 막고 지인 등에게 CPR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당일 가게 문을 열고 공간을 만들어 구조에 동참한 사례도 있다. 목격자 전모 씨(25)는 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골목이 완전히 사람으로 꽉 찼을 때 옆에 있던 작은 클럽에서 문을 열어줘 사람들이 물밀듯 들어갔다”고 돌이켰다. 클럽 관계자는 “당시 사람들이 몰려 위기를 직감한 직원이 문을 열었다”며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최선을 다해 구조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구조 활동에 동참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한국에 휴가를 왔던 미국인 의사 소피아 아키야트 씨(31)도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동참했다고 한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한 남성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들마저 무사하지 못할 뻔 했어요.” 부산 금정구 한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 A 씨는 한 남성을 거론하며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컴퓨터 디자이너였던 A 씨의 딸(32)은 지난 달 29일 남동생(19)과 함께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A 씨는 “최근 대학에 합격한 아들이 누나를 만나려고 서울을 찾은 것”이라며 “인파에 휩쓸린 딸은 결국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나마 아들 B 군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한 남성 덕분이라고 했다. A 씨가 거론한 남성은 특수전사령부 대위 출신 현진영 씨(30)였다.● “누나 못 구해 되레 미안”현 씨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달 29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전사에서 약 6년 복무 후 올 6월 대위로 전역한 그는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한 상태였다. 즉시 거리로 나온 현 씨는 오후 10시 15분경 성인 2, 3명 아래 깔려 힘겨워하는 B 군을 발견하고 온 힘을 다해 그를 빼냈다. 길거리에 누운 B 군이 의식을 잃자 어깨를 흔들고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게 했다. 현 씨는 “혼자 왔느냐”고 물었고 B 군은 “누나와 왔다”고 했다. 현 씨는 “인상착의 등을 물어 누나를 추가로 구조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현 씨는 이후에도 30일 새벽 4시까지 약 6시간 동안 소방대원 등을 도와가며 구조 활동을 했다. 현 씨는 “약 30명의 민간인들이 함께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도왔다”며 “핼러윈을 즐기러 왔던 간호사들도 하이힐을 벗고 응급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누나를 구하지 못해 유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사람 끌어올린 ‘난간의 의인들’참사 당일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 난간에서 인명 구조에 동참한 ‘난간의 의인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배지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BJ(인터넷 방송인)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방송을 하다 사고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난간에 있는 사람들이 손을 뻗어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후 시민 2, 3명과 힘을 모아 추가로 시민 5, 6명을 난간으로 끌어올려 구조했다고 한다. 당시 촬영된 약 1시간 분량의 영상에는 그가 “한 명만 더”를 외치며 난간 밑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이 BJ를 난간 위로 오르게 하는 데 도움을 준 남성도 ‘청자켓 의인’으로 불리고 있다. 청자켓을 입은 그는 몸으로 버텨 다른 사람들이 넘어지는 걸 막고 지인 등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당일 가게 문을 열고 공간을 만들어 구조에 동참한 사례도 있다. 목격자 전모 씨(25)는 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골목이 완전히 사람으로 꽉 찼을 때 옆에 있던 작은 클럽에서 문을 열어줘 사람들이 물밀듯 들어갔다”고 돌이켰다. 클럽 관계자는 “당시 사람들이 몰려 위기를 직감한 직원이 문을 열었다”며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최선을 다해 구조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구조 활동에 동참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한국에 휴가를 왔던 미국인 의사 소피아 아키야트 씨(31)도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동참했다고 한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55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뒤편에 있던 남성 일부가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민 것으로 보인다는 목격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증언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참사 현장에 있던 복수의 목격자는 “빽빽하게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오후 10시 10분 전후에 일부 남성이 ‘밀어’라고 외쳤고 사람들이 갑자기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128m²(약 39평) 남짓한 골목에 1000여 명이 몰렸는데, 골목 위쪽에 있던 남성들이 아래쪽으로 사람들을 밀었고, 밀린 사람들이 6, 7겹으로 쌓이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증언이다. 이날 인파에 깔렸다 구조된 최승헌 군(17)은 “밤 10시 10분경에 ‘밀어!’라는 여럿의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며 “‘밀어’라고 외치는 사람과 ‘밀지 말라’는 사람들이 욕하고 싸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 현장 인근에 있었던 최모 씨(24)도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오후 10시가 좀 넘었을 때 ‘밀어’ ‘밀지 마’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어느 순간 골목길 사람들이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목격자들 사이에선 “남성 5, 6명이 의도적으로 밀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뒤에 있던 한 남성이 ‘밀자, 얘들아’라며 친구들과 함께 ‘밀어! 밀어!’라고 소리쳤고, 사람들이 줄줄이 넘어졌다”고 썼다. 사람들이 술집 테라스 난간으로 올라가려 하자 술집 직원들이 무전을 주고받으며 막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일부 목격자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다”고 했다. 해당 인플루언서로 지목된 한 BJ(인터넷 방송인)는 “(저도) 인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술집으로 밀려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런 증언들과 관련해 CCTV 영상은 물론이고 SNS에 퍼진 영상을 입수해 당시 상황을 검증할 방침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공공 및 사설 CCTV 52대 내용물을 확보했고 SNS 영상물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면서 “목격자와 부상자, 인근 업소 종사자 등 44명을 1차로 조사하며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도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의적으로 민 사람들이 특정된다면 상해나 과실치사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밀었던 사람들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실치사 혐의는 자신의 과실로 타인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결과를 객관적으로 예상해야 하고, 상해 혐의는 고의를 입증해야 해 둘 다 적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CCTV에는 소리가 녹음이 안 되기 때문에 책임질 사람들을 특정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154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뒤편에 있던 남성 일부가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민 것으로 보인다는 목격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증언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사고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달 29일 참사 현장에 있던 복수의 목격자들은 “빽빽하게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오후 10시 10분 전후에 일부 남성들이 ‘밀어’라고 외쳤고 사람들이 갑자기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128㎡(약 39평) 남짓한 골목에 1000여 명이 몰렸는데, 골목 위쪽에 있던 남성들이 아래쪽으로 사람들을 밀었고, 밀린 사람들이 6, 7겹으로 쌓이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증언이다. 이날 인파에 깔렸다 구조된 최승헌 군(17)은 “밤 10시 10분경에 ‘밀어!’라는 여럿의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며 “‘밀라’고 외치는 사람과 ‘밀지 말라’는 사람들이 욕하고 싸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 현장 인근에 있었던 최모 씨(24)도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에서 오후 10시 약간 넘었을 때 ‘밀어’ ‘밀지 마’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어느 순간 골목길 사람들이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목격자들 사이에선 “남성 5, 6명이 의도적으로 밀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뒤에 있던 한 남성이 ‘밀자, 얘들아’라며 친구들과 함께 ‘밀어! 밀어!’라고 소리쳤고, 사람들이 줄줄이 넘어졌다”고 썼다. 사람들이 술집 테라스 난간으로 올라가려 하자 술집 직원들이 무전을 주고받으며 막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일부 목격자들은 “유명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다”고 했다. 해당 인플루언서로 지목된 한 BJ(인터넷 방송인)는 “(저도) 인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술집으로 밀려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런 증언들과 관련해 CCTV 영상은 물론, SNS에 퍼진 영상을 입수해 당시 상황을 검증할 방침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공공 및 사설 CCTV 52대 내용물을 확보했고 SNS 영상물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면서 “목격자와 부상자, 인근 업소 종사자 등 44명을 1차로 조사하며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도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의적으로 민 사람들이 특정된다면 상해치사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밀었던 사람들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도 “CCTV에는 소리가 녹음이 안 되기 때문에 책임질 사람들을 특정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심폐소생술(CPR) 할 줄 아시는 분? 군대 다녀오신 분들요. 얼른 오세요.” 핼러윈을 앞둔 주말인 29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CPR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서 도와 달라”며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곳곳이 의식을 잃은 사상자들이 쓰러져가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지만 시민들은 경찰, 구급대원과 함께 쓰러진 이들을 살리기 위한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이규원 씨(21)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잠깐 본 것만 30여 명의 사람이 쓰러져 CPR를 받고 있었다”며 “나머지 시민들은 4명씩 조를 이뤄 피해자의 팔다리를 잡고 길가로 옮겼고, 저도 일행과 함께 이를 도왔다.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도와 달라” 절박한 외침에 나선 시민들사고 직후 현장에는 구급대원들이 희생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밀집해 있었다. 가까스로 경찰관과 구급대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지만 쓰러진 수에 비해 구조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피해자들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동안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주무르고 물을 공급했다.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서모 씨(22)는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이 계속 들렸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나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한 명씩 맡아 상태를 살피느라 여력이 없어 보였다”며 “저와 함께 온 일행이 도움을 요청하는 분을 따라가 쓰러져 있던 환자에게 정신없이 흉부 압박을 했다. 그런데 이미 (환자의) 배가 부풀고 동공이 풀린 모습이었다”고 돌이켰다.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근처 노점상에서 분장을 받던 A 씨(23)도 “CPR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느냐”란 외침을 듣고 다급하게 달려갔다. A 씨는 “현장 근처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환자에게 무작정 다가가 30분간 CPR를 했다”며 “제가 돌본 8명 중 2명은 맥박이 느껴지지 않아 사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흉부 압박을) 계속하다 보면 심장이 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마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생면부지 시민들과 조 이뤄 환자 이송CPR를 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위급한 환자를 구급차까지 이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의식을 잃은 환자들을 옮길 ‘들것’을 기다릴 새도 없었다. 시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4명씩 조를 짜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환자들을 옮겼다. 총 15명의 시민을 구급차까지 이송한 B 씨(28)는 “성인 남성 4명이 달라붙어야 환자 1명을 간신히 옮길 수 있었다”며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환자 1명을 이송하는 데 1분이 넘게 소요됐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술집에서 일행 1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강모 씨(32)도 뉴스를 보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강 씨는 “좁은 골목에 방치된 환자들을 우선 대로변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 있던 다른 남성 2명과 조를 짜 환자를 이송했다”고 했다. ○ “환자 눕혀라” 인근 상인들도 구조 동참사고 현장 인근 상인과 상점 종업원들도 장사를 접고 피해자 구조를 도왔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있던 클럽은 문을 열고 시민들이 대피하도록 유도해 추가 희생을 막았다. 인파에 밀리던 시민들은 담벼락에 오르거나 가게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이들을 돕기 위해 손을 뻗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5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홍모 씨(60)는 “밖으로 나가 보니 해밀톤호텔 방향에서 사람들이 환자를 들쳐 업고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본 가게 점원들과 손님들이 뛰어가 CPR를 하는 등 구조를 도왔다”고 했다. 당시 홍 씨의 가게 아래층에 있는 식당에서도 의식을 잃은 환자들이 누울 수 있도록 들여보내 주는 등 구조를 돕고 있었다. 홍 씨의 가게 점원들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오전 2시까지 현장을 뛰어다니며 의식을 잃은 환자들을 살리려고 CPR를 계속했다. 일부 점원은 가게로 돌아와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며 울며 자책했다고 한다. 홍 씨는 “직원들을 다독이고 오전 6시가 돼서야 가게 문을 닫았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38)도 비명을 지르며 뛰어오는 시민들을 가게로 들여 물과 음식을 권하며 진정시켰다. 이 씨는 “다들 숨이 가빠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울고 있었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고양=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29일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3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쳐 총 286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상자 기준으로 국내 최다 인명 피해를 낸 압사 사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 시간) “이태원 참사가 21세기 들어 9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압사 사고”라고 보도했다.○ 부산 ‘시민위안잔치’ 67명 숨져과거 압사 사례를 보면 주로 대규모 관객이 몰리는 축제와 공연, 스포츠·종교 행사 등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이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일어난 ‘시민위안잔치’다. 행사에 온 3만여 명의 시민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소나기를 피하려 좁은 출입구로 몰리면서 67명이 깔려 숨졌다. 명절 귀성길에도 대형 압사 사고가 났다. 1960년 1월 26일, 설을 이틀 앞두고 서울역에서 목포행 야간 열차를 타려던 귀성객이 계단에서 한꺼번에 넘어져 31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규모 체육대회나 공연장에서 사상자가 나온 사례도 있었다. 1965년 제46회 전국체육대회 첫날인 10월 5일 광주 광천동 종합경기장에서는 13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 경기장에 입장하려고 경기장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3만여 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들어가려다가 난 사고다.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도 대표적인 압사 사고로 꼽힌다. 당시 리허설을 보기 위해 5000여 명이 서로 들어가려다가 앞쪽에 있던 시민들이 밀려 넘어졌다. 숨진 사람은 11명이고 부상자가 110명에 이른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압사 사고는 보통 개인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며 “지자체, 경찰 등 관계 당국이 만전을 기해 현장 통제를 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고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사우디에서 1426명 숨져…세계 최다 희생해외에선 1일 인도네시아 동자바주에서 발생한 축구장 사고가 가장 최근 사례다. 경기에서 안방 팀이 패하자 관중이 한꺼번에 경기장으로 뛰어들었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출구로 몰린 관객 132명이 사람들에게 밀려 숨졌다. 부상을 당한 수십 명이 아직 중태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숨진 사건은 1990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발생했다. 무슬림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 기간에 메카로 가던 순례자들이 터널을 먼저 빠져나가려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1426명이 사망했다. 2000년대 이후 최다 사망자가 발생한 압사 사고는 2005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아파 종교지도자 사망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10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모여든 상황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있다’는 소리에 다리 위로 사람이 몰려 최소 960명이 숨졌다. 일부는 다리 아래 티그리스강으로 추락해 익사했다. 2010년 7월 독일 뒤스부르크의 ‘러브퍼레이드’ 테크노 음악 축제에서는 공연장 근처의 좁은 터널을 지나던 관객 19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에서 무대로 팬이 몰려들어 9명이 숨졌다.이경진 기자 lkj@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어젯밤에 통화를 할 때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서 ‘무슨 소리냐’고 물었는데 찌직 소리가 나며 전화가 끊겼거든요….”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국대병원을 찾은 최모 씨(25)의 아버지는 딸아이와의 마지막 통화를 회상하다 눈물을 훔쳤다. 몇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한걸음에 강릉에서 한남동주민센터로 뛰어왔다. 애타게 딸의 소식을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은 딸의 부고 소식이었다. 최 씨는 “친구랑 이태원 간 건 알았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우리 딸 평생 속 한 번 안 썩이고 착했는데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냐. 매일 같이 전화하던 아이인데 이제는 못하잖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피해자들이 이송된 서울과 경기 시내 병원 39곳에는 가족과 지인을 찾는 애타게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압사 사고 실종자 접수센터가 설치된 한남동주민센터에도 실종 신고를 접수하려는 시민들이 잇따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한남동주민센터에 접수된 실종자 신고 건수는 총 2249건이다.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부인과 함께 한남동주민센터 내 사고 실종자 접수센터를 찾은 서모 씨(67)는 “원래 한두 번 정도 전화를 하면 받는 아이인데 밤 10시 넘어서부터 연락이 안 돼 밤새 아무것도 못 했는데 새벽에 전화하니 경찰에서 습득했다고 전화를 받았다”며 “마흔 넘어 얻은 외동딸이고 이번에 대리 달았다고 좋아했는데 어떡하면 좋냐”며 흐느꼈다. 구조 작업 등으로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압사 사고 피해자들이 안치된 병원을 무작정 찾아온 실종자 가족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5시경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다목적실내 체육관 앞에서 만난 안모 씨(55)는 “오후 4시쯤에 남자친구랑 같이 놀러나간다고 연락했는데 밤 12시쯤 남자친구가 딸아이가 죽었다며 연락이 와 택시 타고 달려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 씨의 딸은 군입대를 앞둔 남자친구와 함께 전날 이태원을 방문했다 변을 당했다. 안 씨는 “남자친구가 심폐소생술(CPR)을 했을 때 잠시 맥박이 돌아왔다가 다시 심정지 상태가 됐다고 한다”며 “딸아이가 여기 있는 건지도 모른다. 파악된 명단만이라도 공유를 해주면 좋을텐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대포차(불법 명의 차량)를 판매한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넘어간 대포차는 뺑소니 사고 등 다른 범죄에 동원됐다. 2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대포차 수백 대를 국내에 사는 불법체류자들에게 판매한 외국인 13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판매한 대포차에 대해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운행정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대포차는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차량으로 엄연히 불법이다. 대포차를 몰고 교통사고를 내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면 당시 차량 운전자 추적이 어려워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페이스북으로 대포차 구매자를 모집하는 수법으로 대포차 203대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13명 모두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 출신으로, 판매자를 찾는 총책과 차량을 사고 파는 유통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차량 1대당 300만~500만 원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고객은 합법적으로 차량을 구매하고 등록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들이었다. 이들이 판매한 대포차 가운데 과속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뺑소니 사건, 차량 절도 사건에 이용돼 수배 중인 대포차도 있었다. 경찰의 대포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바꾼 차량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한 사람의 명의로 수십 대의 차량 등록이 가능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대포차를 대량 유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개선방안을 국토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통조림 캔 속에 숨겨 국내로 밀반입한 필로폰을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밀수 총책은 동남아시아 현지 교도소에 구금된 상태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필로폰 밀수를 총괄 지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동남아시아에서 3kg의 필로폰을 밀수입하고 이를 국내에 판매한 일당 8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현지에 구금 중인 60대 남성 총책 A 씨와 해외 도주한 공범 B 씨 등 2명에 대해선 지명 수배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법 집행기관과의 긴밀하게 협조해 해외에 있는 피의자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4월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통조림 캔 속에 필로폰을 숨겨 포장한 뒤 국제 특급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려다 세관에서 적발됐다. 총책 A 씨는 2019년 3월 동남아시아로 도주했으나 현지에서 마약류 소지 등 혐의로 2020년 22년 형을 받고 구금된 상태다. 범죄인 인도는 해당 국가의 사법 절차가 끝나야만 가능하다. 경찰은 세관에서 적발된 필로폰 3kg과 국내 유통책이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540g 등 총 필로폰 3.54㎏을 압수했다. 시가로는 110억 8000만원에 이른다. 보통 필로폰 투약 1회분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11만8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보관 중이던 마약 판매 대금 4억 5400만 원도 함께 압수했다. 이 중 3억 3400만 원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이 전까지 처분하지 못하도록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내렸다. A 씨는 마약 사업에 가족들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헤로인 약 1kg를 밀수하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가담시켰고, 이번엔 범죄 수익금 관리를 20대 딸에게 맡겼다. 마약 관련 전과가 10범 이상인 A 씨는 2019년 동남아시아로 출국한 뒤 국내 마약 밀수 범행을 지속해 현재 5건의 지명수배가 내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4월 마약 투약자를 검거한 뒤 구매 경로를 추적해 이번 마약 밀수입 정황을 확인했다”며 “대량의 필로폰이 유통되기 전 압수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경기 안성시의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2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분경 안성시 원곡면 외가천리에 있는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 건물 4층에서 시멘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거푸집이 3층으로 내려앉으면서 근로자 5명이 10여 m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8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3명은 추락 전 스스로 대피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이후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 중 중국 국적 30대 남성 2명이 숨졌다. 중국 국적 30대 여성은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40대 남성과 중국 국적 50대 남성은 두부 외상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경찰 등은 구조물이 무너진 원인에 대해 현장 감식을 진행 중이다.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바닥 시멘트 타설을 위해 설치한 철제 거푸집 ‘덱 플레이트’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한다. ‘덱 플레이트’ 고정 작업이 부실했거나 이를 받치는 동바리(지지대) 설치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 설계 자체가 부실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이날 현장에서 근무했던 A 씨는 “물류창고 건물 특성상 층고가 높은데 지지대 설치가 미흡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숨진 중국 동포 B 씨(37) 시신이 안치된 평택굿모닝병원을 찾은 B 씨의 부모는 한국어로 “아들아, 우리 아들아”를 목 놓아 부르며 오열했다. 또 “3년 동안 건설 현장에 다녔는데 ‘위험하고 힘든 일 하지 말라’고 말리면 ‘젊어서 안 힘들다’며 열심히 살던 아들이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사고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원청회사인 SGC이테크건설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공사 규모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사고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지난해 8월 착공해 내년 2월 완공 예정이었다.안성=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평택=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경기 안성시의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2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분경 안성시 원곡면 외가천리에 있는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 건물 4층에서 시멘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거푸집이 3층으로 내려앉으면서 근로자 5명이 10여m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8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3명은 추락 전 스스로 대피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이후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 중 중국 국적 30대 남성 2명이 숨졌다. 중국 국적 30대 여성은 병원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40대 남성과 중국 국적 50대 남성은 두부 외상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경찰 등은 구조물이 무너진 원인에 대해 현장 감식을 진행 중이다.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바닥 시멘트 타설을 위해 설치한 철제 거푸집 ‘데크 플레이트’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한다. ‘데크 플레이트’ 고정 작업이 부실했거나 이를 받치는 동바리(지지대) 설치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 설계 자체가 부실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이날 현장에서 근무했던 A 씨는 “물류창고 건물 특성상 층고가 높은데 지지대 설치가 미흡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숨진 중국 동포 A 씨(37) 시신이 안치된 평택굿모닝병원을 찾은 남성의 부모는 한국어로 “아들아, 우리 아들아”를 목놓아 부르며 오열했다. 또 “3년 동안 건설현장에 다녔는데 ‘위험하고 힘든 일 하지 말라’고 말리면 ‘젊어서 안 힘들다’며 열심히 살던 아들이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사고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원청회사인 SGC이테크건설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공사 규모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사고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지난해 8월 착공해 내년 2월 완공 예정이었다. 안성=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평택=전혜진기자 sunrise@donga.com}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 관련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불송치한 경찰이 이 전 대표의 성 접대 정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제보한 참고인 장모 씨는 ‘성 접대 CCTV 동영상’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3일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불송치하기로 결론 내렸다. 2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통화 녹취 파일과 문자 메시지, 호텔 CCTV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장 씨가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한 성 접대 CCTV 동영상과 장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증거가 없는 만큼 실제 증거가 인멸됐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봤다.이 전 대표는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장 씨에게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주고 성 접대가 없었다는 사실확인서를 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허위로 사실 확인서를 쓴 정도로는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유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은 이 전 대표가 김 실장에게 장 씨를 만나보라고 지시한 사실과 김 실장이 올 1월 10일 대전으로 내려가 장 씨를 만난 뒤 7억 원의 투자 각서를 써주고 성 접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봤다.경찰은 이 전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가 이 전 대표를 모해증거위조죄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불송치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문에서 이 전 대표 측이 ‘사실 확인서’를 알선 수재죄 관련 수사 자료로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전 대표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을 고소한 명예훼손죄 관련 수사 자료로는 제출하지 않았던 만큼 남을 해치려는 의도의 ‘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앞서 경찰은 이 전 대표의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12월 가세연이 제기한 성 상납 의혹이 실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3년 이 전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해 온 김 대표 측은 “성 접대가 확인됐음에도 가세연을 고소했다”며 8월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전혜진기자 sunrise@donga.com}

“제가 그린 그림처럼 깨끗한 바다에서 거북이와 문어를 타고 놀고 싶어요.”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제8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에서 해양수산부장관상(초등 저학년부)을 받은 배태랑 양(9·인천 미송초교 3학년)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배 양은 바닷속에서 친구들과 동물을 타고 노는 그림을 그려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 양의 어머니 민성희 씨(42)는 “화가를 꿈꾸는 아이가 수상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장관상(초등 고학년부)을 받은 서울 염창초교 6학년 문인수 군(12)은 “대회 날 실력 발휘를 못 한 것 같아 기대를 안 했는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통신기술자가 꿈이라는 문 군은 바닷속 통신 장치를 수리하는 미래 자신의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상을 받았다. 중고등부 해수부장관상을 받은 인천 영종중 2학년 신수아 양(14)은 “같은 그림만 4번씩 그리면서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신 양은 ‘해양 쓰레기가 없는 바다’를 주제로 한 소묘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주요 기관장상을 받은 초중고교생 23명과 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시상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맡았다. 올해 대회는 4월 7일∼5월 31일 전국 초중고교생 9197명이 참여한 가운데 비대면 공모전으로 예선을 치렀고, 7월 23일 인천 서구 정서진에서 356명이 본선을 진행했다. 전체 수상자는 1414명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의 카페에선 피해 상황 공유와 보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채널 마비가 사흘 동안 이어지면서 주문 상담 등에 지장을 받았다는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적지 않았다. 경기 고양시에서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 씨(35)는 “주말 내내 카카오톡 채널로 주문을 못 받았고, 채널 복구 후 고객에게 답장했더니 이미 다른 업체에 예약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다음 블로그와 메일을 통해 심리 상담 의뢰를 받던 전모 씨(32)도 “블로그가 먹통이 되면서 네이버로 창구를 옮겼는데 의뢰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손해배상 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한 자영업자는 “카카오톡 장애로 고객에게 보여줄 상품의 사진과 견적서, 상품정보 등을 확인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전날 오후부터 온라인 ‘카카오 피해 접수센터’를 만들어 피해 접수를 시작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18일 오후 4시까지 약 50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며 “다음 주초까지 피해를 접수한 후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17일 피해 보상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먼저 웹툰과 멜론 등 유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용 기간 연장 등의 보상안을 공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충분치 않다’거나 ‘무료 사용자도 보상해야 한다’는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한 다음 카페 운영자는 “유료 상품만 상품이 아니다. 카카오를 키운 건 카페, 블로거들”이라며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 피해 관련 소송 참여자를 모집 중인 신재연 LKB파트너스 변호사는 “무료 서비스도 이용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로 손해가 발생했으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다만 서비스 장애로 인한 손해가 맞는지, 손해액이 얼마인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데이터센터 화재 탓이라고 하지만 그에 대비하지 못한 카카오 측에 과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홍서현 인턴기자 서울대 교육학과 4학년이문수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