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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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2~2025-12-12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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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30년 신영옥 “하루만 노래 안해도 제 소리 안나요”

    “방금도 호텔방에서 도니체티 ‘루치아’의 아리아를 부르다 왔어요. 하루라도 안 하면 제 소리가 안 나요. 지금도 노래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죠. 후후.” 소프라노 신영옥(59)이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2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토스티 ‘세레나데’, 카탈라니 오페라 ‘라 월리’ 중 ‘나 홀로 떠나네’ 등을 노래한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신영옥은 1990년 4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그해 12월 메트에 데뷔했다. 이듬해 1월 메트의 베르디 ‘리골레토’에서 여주인공 질다로 깜짝 출연하면서 월드스타의 대열에 올랐다. 그가 노래한 배역 중 특히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시동 오스카 역은 이 배역 자체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까불까불 뛰어다니는 역이죠. 몸집이 작고 목소리도 가벼워서 오스카에 딱 맞았어요.” 1997년 그는 메트에서 벨리니 ‘청교도’ 여주인공 엘비라 역으로 출연이 예정돼 있었다. 명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베르디 ‘운명의 힘’을 취소하고 ‘가면무도회’ 남자주인공 레나토 역을 맡으면서 신영옥을 찾았다. “내가 ‘청교도’를 취소하고 오스카를 맡아주면 좋겠다더군요. 그런데 ‘청교도’에 함께 캐스팅된 다른 소프라노가 아프다는 거예요. 그래서 둘 다 했죠.” 두 작품으로 찬사를 받은 그때를 그는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회상했다. 그가 본 파바로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대에 나가기 직전엔 부들부들 떨었어요. 그런데 무대에만 오르면 멋진 미소와 빛나는 소리가 쏟아지는 거예요.” 어린 시절 그를 이끈 동력은 어머니였다. 잘한다고 칭찬하는 게 좋아 더 열심히 노래를 했다. 어머니는 그의 성공을 본 직후인 1993년 별세했다. 이제 어머니의 격려를 아버지가 대신한다.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으셔요. 그래서 제가 서울과 뉴욕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지금도 그의 무대를 본 뒤 “왜 그 노래에서 팔을 올렸느냐”는 등 일일이 ‘코치’를 한다. 지난해엔 검도에 빠졌다. “검을 내려칠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복근에 힘을 주어야 하잖아요. 성악가에겐 참 좋은 운동이에요. 운동도 안 하면 무대 위에서 바로 티가 나요.” 언제까지 노래를 할까. “내 창법으로, 욕심 부리지 않으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죠.”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순수하고 맑다. “더 무거운 역할에 도전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무리해서 도전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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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30주년’ 소프라노 신영옥 “지금도 노래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

    “방금도 호텔방에서 도니체티 ‘루치아’의 아리아를 부르다 왔어요. 하루라도 안 하면 제소리가 안나요. 지금도 노래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죠. 후후.” 소프라노 신영옥(59)이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2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박성현 지휘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토스티 ‘세레나데’, 카탈라니 오페라 ‘라 월리’ 중 ‘나 홀로 떠나네’ 등을 노래한다. 그가 머무르고 있는 서울 중구 소공로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1990년 4월 3000여 명이 도전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그해 12월에 로시니 ‘세미라미데’의 아제마 공주 역으로 ‘메트’에 데뷔했다. 이듬해 1월 라디오 중계를 겸한 메트의 베르디 ‘리골레토’에서 여주인공 질다로 깜짝 출연하면서 월드스타 대열에 올랐다. 노래 뿐 아니라 등장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모으는 무대 위 자태도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리틀엔젤스와 선화예중·고를 다니면서 무용을 배웠잖아요. 큰 도움이 되었죠.”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시동 오스카 역은 이 배역 자체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까불까불하면서 계속 뛰어다니는 역이죠. 몸집이 작고 가벼운데다 목소리도 가벼운 목소리여서 오스카에는 딱 맞았어요.” 오스카 역은 1993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정명훈 지휘로 처음 불렀다. “제가 가니까 혜경 언니(홍혜경)이 비제 ‘카르멘’의 미카엘라 역을 하고 있었고, 제가 끝나고 나올 때 보니 수미(조수미)가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의 올랭피아 역을 시작하더라고요. 멋진 시절이었죠.” 200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레니엄 공연에도 세 한국인 소프라노가 모두 무대에 올라 한 곡씩 불렀고 갈채를 받았다. 그에게 ‘노래 인생 최고의 때’를 물어봤을 때도 오스카 얘기가 나왔다. 1997년 그는 메트에서 벨리니 ‘청교도’ 여주인공 엘비라 역으로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대의 명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베르디 ‘운명의 힘’을 취소하고 ‘가면무도회’ 남자주인공 레나토 역을 맡으면서 신영옥을 불렀다. “꼭 내가 오스카를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더군요. 청교도를 취소하고요. 알겠다고 했는데 ‘청교도’에 함께 캐스팅 된 다른 소프라노가 아프다는 거예요. 그래서 둘 다 했죠.” 무대 뒤에서 유명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이 “당신 참 용감한 사람이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때를 그는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회상했다. 그가 본 파바로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에서 테너 혼자 무대로 나가 유명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르죠. 무대에 나가기 직전의 그는 항상 눈에 띄게 부들부들 떨었어요. 그런데 무대에만 오르면 멋진 미소와 빛나는 소리가 쏟아지는 거예요.” 놀랍게도 그의 목소리가 특별히 크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오스카 역은 테너 레나토 왕 옆에 붙어서 노래하는 장면이 많죠. 바로 옆에서 듣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무대 사방에서 울리는 것 같았어요.” 파바로티는 신영옥의 은사인 소프라노 클라우디아 핀차와 ‘절친’이었다. 파바로티가 췌장암으로 투병중일 때도 문병을 갔다. “안타까울 정도로 초췌한 모습에 눈물이 왈칵 나왔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파바로티’는 아직 보지 않았다. 그를 여기까지 끌고 온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잘한다고 엄마가 칭찬하는 게 좋았어요. 엄마의 격려가 없었으면 난 아무 것도 없죠. 엄마가 좋아하면 ‘남몰래 흐르는 눈물’ 같은 남자 노래도 막 불렀어요.” 어머니는 그의 성공을 본 직후인 1993년 별세했다. 신영옥은 TV 쇼에 나와 팝송 ‘나의 어머니’(Mother of mine)를 부르며 화장이 다 지워질 정도로 눈물범벅이 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칭찬과 격려가 그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니스에서 모차르트 ‘양치기 임금님’을 하는데, 연출가가 대본을 영어로 번역해서 낭독하면서 연기 연습을 하도록 했어요. 제가 다 외워서 열심히 했더니 이 사람을 본받으라고 하더군요. 그런 식의 칭찬이 좋아서 더 열심히 한 거죠.” 2016년 12월 그는 경주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콘서트 석 달 전 경주지진이 일어났다. “열심히 부르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많은 청중이 저를 기다리시더군요. ‘지진 나고 장사도 안 되고 우울한데 모처럼 힐링이 되었다’고들 얘기해 주셨어요. 울컥했죠.” 이제 어머니의 격려는 아버지가 대신한다.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으셔요. 그래서 제가 서울과 뉴욕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늘 그의 무대를 보러 오고, “왜 그 노래에서 팔을 올렸느냐” 등 일일이 ‘코치’를 한다. 가끔은 갈라 무대에서 “아버지 어디 계셔요?” 하고 부르기도 한다. 그가 문득 “올해 동아일보 100주년이죠? 축하드려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1992년 3월 9일. 날짜도 또렷해요. 내 방에 포스터가 걸려 있거든요. 다른 건 하나도 없고 그 포스터뿐이거든요. 동아일보 주최로 첫 고국 리사이틀을 했죠.” 그는 동아일보 주최로 지난해 3월 열린 제15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부문)에서도 심사위원장을 맡아 시상식장에서 심사평을 발표하면서 당시의 일을 회고했다. 신영옥은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노래 연습만 매일 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까지는 복싱과 검도에 빠졌다. 검도는 특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검을 내려칠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복근에 힘을 주어야 하잖아요. 성악가에겐 참 좋은 운동이에요.” 그런데 그만 무릎을 다쳤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팔도 흔들고 온갖 동작을 하면서 걷는 거죠. 그것만으로도 600㎉씩 소모돼요! 매일 발성과 노래 연습을 하듯이, 운동도 안 하면 무대 위에서 바로 티가 나요.” 언제까지 노래를 할까? “내 창법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계속 하면, 뭐,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죠. 후후.”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순수하고 맑다. “더 무거운 역할에 도전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각자의 영역이 있는 법이죠. 무리해서 도전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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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 “어릴적 태권도 통해 음악적 집중력 키웠어요”

    “어린 시절 태권도를 열심히 배웠어요. 시간이 되면 다시 하고 싶어요!” 다음 달 6,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42)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독특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옛 소련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열두 살 때 트럼펫을 배우면서 음악가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듬해인 1991년 라트비아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그가 태권도를 접한 것은 이즈음이었다. “태권도는 ‘자기 수양’과 ‘집중’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었어요. 태권도가 가진 철학과 신비로움에 빠져들었고 ‘명상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경험이 지금 제가 지휘하는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트비아라면 떠오르는 지휘 거장이 또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타계한 마리스 얀손스다. 넬손스는 17세 때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극장의 트럼페터가 됐다. 어느 날 얀손스가 이끄는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라트비아를 찾았다. 트럼페터 한 사람이 아파서 넬손스가 대신했다. 그는 얀손스에게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고, 2002년 지휘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지휘 커리어를 오페라로 시작할까, 오케스트라에서 시작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얀손스 선생은 오페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셨습니다. 지휘에 집중할 방법들을 그에게서 배웠어요. 가장 큰 영감과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그는 2014년 보스턴 교향악단 음악감독, 2018년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 격)에 취임했다. 두 대륙의 유서 깊은 악단을 겸직하게 된 것이다. “두 악단은 공통점도 많습니다. 보스턴 심포니홀이 게반트하우스 옛 콘서트홀을 본떠 지을 만큼 보스턴 심포니는 유럽 전통을 많이 받았죠. 유럽과 미국이 만나는 이 악단의 연주는 독특한 ‘스파크’를 일으킵니다.” 어린 시절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젊은층과 어린이를 위해 동영상 등 미디어 기술을 사용한 클래식 경험을 제공하거나, 공원 등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콘서트를 감상하게 하는 노력은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6일 콘서트에서는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4번,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을, 7일에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을 연주한다. 14년 만에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먼이 협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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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똑똑한 이들이 왜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

    “똑똑한 사람이 왜 저렇게 바보 같은 생각을 할까?” 살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지난해 가을부터 어느 고위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해 SNS는 모세 지팡이 아래의 홍해처럼 첨예하게 갈라졌다.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끼리도 상대방의 오류를 꼬집으며 논박을 쏟아냈지만 생각을 바꾼 사람은 드물었다. 서로 사이만 나빠졌다. 저자에 따르면 ‘지능’은 살면서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생각을 과신해 오류에 빠지기 쉽다. 탐정 셜록 홈스라는 인물을 창조해 ‘추론의 아이콘’이 된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은 마술사 해리 후디니와 친구였다. 도일은 영매나 심령술사들의 속임수에 줄곧 넘어갔고, 그 사기들의 허점을 늘 꿰뚫어본 사람은 초등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한 후디니였다. 스티브 잡스는 타고난 직관력으로 세상을 바꾸었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엉터리 치유법들만 맹신해 회생할 기회를 그르쳤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길까.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계획을 실행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사후 가정(事後 假定)적 사고가 오히려 부족할 수 있다. 내 생각의 단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실수를 합리화하려는 편향 맹점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내 믿음의 주변에 ‘논리 차단 방’을 만든다. 자신이 구축해온 전문성은 오히려 한쪽으로 굳어진 반응을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똑똑함이 이끄는 함정 속에 발을 딛지 않을까. 저자는 ‘증거 기반 지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적 겸손은 필수다. 거기에 더해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인식하고 해부해 그 정체를 알아낸다(감정 나침반) △쟁점의 장단점을 구분해 적은 다음 중요도가 같은 항목을 동시에 목록에서 지운 뒤 최종적으로 남는 항목들로 판단한다(심리 대수학) △문제를 어린아이에게 설명해 본다고 상상한다(소크라테스 효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고 그런 상황을 유발할 모든 요소를 추려본다(사전 부검) 등의 방법을 권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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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턴 심포니’ 첫 내한 넬손스 “어린 시절 배운 태권도, 내 음악에 영향…”

    “어린 시절 태권도를 정말 열심히 배웠어요. 시간이 되면 꼭 다시 하고 싶어요!” 다음달 6,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이 악단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42)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독특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구소련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열두 살 때 트럼펫을 배우면서 음악가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이듬해인 1991년 라트비아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그가 태권도를 접한 것은 이 즈음이었다. “단지 운동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어요. 태권도는 ‘자기수양’과 ‘집중’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넓혀 주었어요. 태권도가 가진 철학과 신비로움에 빠져들었죠. 그 영향으로 ‘명상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때의 경험이 지금 제가 지휘하는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트비아라면 떠오르는 지휘 거장이 또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타계한 마리스 얀손스다. 넬손스는 17살 때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극장 관현악단의 트럼페터가 되었다. 어느 날 얀손스가 이끄는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 지휘자의 고국 라트비아를 찾았다. 트럼페터 한 사람이 몸이 아파서 넬손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넬손스는 얀손스에게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고, 2002년부터 지휘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지휘 커리어를 시작할 때 오페라로 시작할까, 오케스트라에서 시작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얀손스 선생은 오페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셨습니다. 오페라에서 성공한 뒤 오케스트라를 맡는 쪽이 더 순조롭다구요. 지휘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얀손스에게서 배웠고, 제게 가장 큰 영감과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그는 만 30세에 사이먼 래틀과 사카리 오라모에 이어 영국 버밍엄시 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가 되었고 2014년 보스턴 교향악단 음악감독에 취임했다. 보스턴에서 활동하면서 2018년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 격)가 되었다. 구대륙과 신대륙의 유서 깊은 두 악단을 겸직하게 된 것이다. “두 악단은 매우 강한 각자의 DNA가 있지만 공통점도 많습니다. 보스턴 심포니 홀이 게반트하우스 옛 콘서트홀을 본떠 지을 만큼 보스턴 심포니는 유럽 전통, 특히 프랑스, 독일, 러시아의 전통을 많이 받았죠. 유럽과 미국이 만나는 이 악단의 연주는 늘 독특한 ‘스파크’를 일으킵니다.” 어린 시절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클래식의 매력에 빠졌다는 그는 “젊은 층과 어린이가 클래식 음악에 일찍 노출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신 미디어 기술을 사용해 동영상을 포함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거나, 공원 등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콘서트를 감상하게 하는 등의 노력은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2월 6일 콘서트에서는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4번,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7일 콘서트에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을 연주한다. 14년 만에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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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느낀 베를린 들려드릴게요”…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독주회

    “독주회를 열려면 보통은 조건의 제약이 많은데 올해는 이곳에서 내 마음대로 네 차례나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어요. 오케스트라에서든, 독주자로서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다니엘 바렌보임의 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8)이 올해 금호아트홀 연세의 상주음악가로서 4회의 리사이틀을 갖는다.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베를린에 살면서 만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곳에서 느낀 에너지를 고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네 차례 무대는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의 일부인 ‘상주음악가 시리즈’로 이달 16일(협연 피아니스트 벤 킴), 5월 7일(협연 첼리스트 막시밀리안 호르눙), 8월 27일(협연 피아니스트 프랑크 두프리), 12월 10일(협연 피아니스트 헨리 크레이머) 열린다. 8월 무대는 재즈 타악기 연주자 출신의 피아니스트 두프리와 함께 재즈풍의 그루브가 가미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겸한 이달 16일 첫 무대에서는 버르토크 ‘6개의 루마니아 민속 춤곡’, 야나체크와 드뷔시의 소나타, 코른골트 오페라 ‘죽은 도시’ 발췌곡 등을 연주한다. 기자회견에 앞서 버르토크의 춤곡을 연주해 보인 그는 “버르토크의 춤곡은 흥이 많아서 신년 분위기에 적절하다. 야나체크의 소나타는 드물게 연주되지만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유니크하고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본보와 지난해 7월에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반주자 벤 킴을 “한발 물러서서 솔리스트를 배려해 주는, 무대에서 늘 기대보다 멋진 ‘케미’를 내주는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한 바 있다. 금호아트홀 연세의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는 상주음악가 시리즈를 포함해 43회의 무대를 마련한다. 세계 대표 명인들을 소개하는 ‘금호 익스클루시브’ 시리즈로는 엘리소 비르살라제(3월 19일),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6월 4일), 로버트 레빈(11월 19일) 등 전설적 피아니스트 세 명이 무대에 선다. 16일 신년음악회 전석 4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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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를 주목하라, 파격의 지휘자 쿠렌치스

    “답은 정해져 있다, 그 답은 쿠렌치스!” 천기(天氣)는 이미 인계(人界)가 공유하고 있었다. 클래식 평론가와 업계 전문가 15명(익명 요구 2명 포함) 중 11명이 2020년 한국 클래식계에서 가장 오르내릴 화제로 4월 7,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의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와 함께 첫 내한 연주를 펼치는 그리스 출신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48)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지배할 클래식계 트렌드로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작은’ 미디어의 영향력 심화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꼽았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를 외면할 수 없다 파격적일 만큼 새로운 해석과 독특한 행보를 선보여 온 쿠렌치스는 세계에서 극찬과 폄하의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는 “주류가 돼버린 클래식계의 이단아”라고 그의 의미를 소개했다.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는 “진짜인지 사이비인지 가리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모아야 할 ‘신흥 교주’”라고 전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는 “쿠렌치스의 등장으로 빈사 상태였던 클래식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쿠렌치스 돌풍의 다양한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나희 음악칼럼니스트는 “쿠렌치스와 함께 핀란드의 클라우스 마켈라(24) 등 새로운 카리스마로 무장한 지휘자 세대의 약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올해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와 발렌티나 리시차, 유자 왕, 쿠렌치스와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 등이 모두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개성적인 해석을 선보여 왔다. 국내 클래식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중 세 사람은 올해 처음으로 내한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의 무대를 가장 큰 흥분과 감흥을 몰고 올 이벤트로 예상했다. 올해 주목 받을 한국인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추천이 엇갈렸다.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는 올해 금호아트홀 연세 상주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협연하는 등 본격적인 국내 활동에 나서는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는 앙코르체임버뮤직페스티벌을 다음 달 통영에서 선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활동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류태형 평론가는 ‘정교하게 조탁한 소리를 내는’ 피아니스트 이혁을 주목할 기대주로 보았다. 이상민 워너뮤직코리아 이사는 2001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2위 우승자였던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대기만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취향 저격 ‘내로캐스트’가 대세 전문가 중 8명은 ‘2020년은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애호가의 다양한 취향에 맞춘 내로캐스트(Narrowcast·소수의 수용자에게 깊게 다가가는 미디어)가 영향력을 크게 넓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승림 칼럼니스트는 “음대생들이 만든 유튜브 채널 ‘또모’, 음대를 갓 졸업한 피아니스트들의 ‘뮤라벨’ 등 젊은 미디어의 큰 세력 확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열풍도 전문가 다섯 명이 주목했다. 양 음악칼럼니스트는 “과잉공급 상태인 시장에서 베토벤은 ‘클래식의 펭수’가 될 수 있을까. 흥행보다 의미에 방점을 둔 베토벤 관련 기획들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 것인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많이 연주되는 것을 넘어 베토벤이 가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무대와 연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황장원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국내 주요 교향악단이 대거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스모 벤스케 신임 음악감독을 맞아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고, 지난해 요엘 레비 전임 음악감독을 떠나보낸 KBS교향악단은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하기 위한 과도기를 보낸다는 이유다. 2020년 트렌드로 ‘여성 지휘자의 약진’을 꼽기도 했다. 박동용 경기필 기획실장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김은선, 트론헤임 심포니를 이끌고 지난해 내한한 장한나를 필두로 여성 지휘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영 위원은 “12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무대를 선보일 에마뉘엘 아임은 드물게 보는 ‘고음악계 여자 지휘자’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설문 응답자 명단(13명·가나다순)김나희 노승림 노태헌 류태형 양창섭 허명현(이상 음악칼럼니스트), 박동용 경기필하모닉 기획실장, 유혁준 클라라하우스 대표,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이상민 워너클래식 마케팅 이사, 이인섭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부사장,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황장원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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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은 시간과 함께 진화… 달라진 모습 기대해도 좋습니다”

    “제 옛 모습을 아는 관객은 세월이 흘러 달라진 모습을 찾아내시겠죠. 제가 생소한 관객은 처음으로 제 다양한 매력을 만나실 거고요.” ‘건반 위의 이단아’ 이보 포고렐리치(크로아티아)가 15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다. 늘 풋풋한 얼굴 뒤의 악동으로 기억되던 그도 이제 61세다. 2월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바흐 영국모음곡 3번, 베토벤 소나타 11번, 라벨 ‘밤의 가스파르’ 등을 연주하는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음악은 시간과 함께 진화한다’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후해진 그의 모습이 생소한 것은 24년 만에 음반을 내놓은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는 21세 연상의 스승 알리자 케제라제와 결혼했으나 1996년 암으로 부인을 잃은 뒤 우울증에 빠져 한때 활동을 줄였다. 그 뒤의 음반은 지난해에야 나왔다. 베토벤 소나타 22, 24번,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등을 담았다. 그는 “아내보다 나은 피아니스트를 들은 적도, 안 적도 없다. 책임감과 사랑이 내 음악의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연주는 극단적인 속도와 강약 변화 등 예상을 뛰어넘는 개성으로 유명했다. 프로그램을 예고 없이 바꾸기도 일쑤였다. 그가 말하는 ‘진화’가 개성을 더 키웠을지, 누그러뜨렸을지는 이번 만남에서 알 수 있을 듯하다. 그의 무대 위 모습도 관심거리다. 그는 지난 내한 연주들에서 피아노를 45도 돌려세우고 무대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특이한 무대 배치를 선보였다. ‘그게 오히려 객석 좌우에 음향이 고루 들릴 뿐 아니라 관객이 내 손을 보기도 좋다’는 이유였다. 이번에도 이런 파격을 시도할까? “피아노 소리의 다양함을 최대로 끌어내고자 음향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표현 방식을 선택할 자유가 개성을 낳죠”라는 말로 그는 답을 대신했다. 그를 늘 따라다니는 일화가 있다. 1980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그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자 심사위원장이었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자리를 박차고 바르샤바를 떠나버렸다. 이 일화를 즐겨 입에 올리는 포고렐리치도 “아르헤리치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3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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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 인체

    세계 곳곳의 오지와 고립된 마을을 거닐며 풍자와 독설을 쏟아내고, 우리를 둘러싼 주거지와 세상의 역사를 섭렵해 온 미국 작가 빌 브라이슨이 새로운 영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평생을 함께해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우리의 ‘몸’이다. 새로 발견한 ‘특종’은 없다. 저자는 의사도, 생화학자도 아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난 뒤엔 내 두 발이 싣고 다니는 수십 kg의 덩어리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허파의 공기 통로를 모두 이으면 런던에서 모스크바까지 뻗는다. 몸의 혈관을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감을 수 있다. 몸속 세포의 모든 DNA를 풀어서 이으면 명왕성 너머까지 뻗어갈 길이다. 이 정도가 단 한 페이지에 실린 내용이다. 흔한 인체 소개서라면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같은 순서를 택했을 것이다. 이 책도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 몸의 미생물’ ‘몸의 화학’ ‘직립보행과 운동’ ‘균형 잡기’, 특히 ‘잠’처럼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영역에 각각의 장(章)을 제공한다. 저자의 앞선 책들처럼 현란한 수사학은 적다. 그래도 ‘우리는 자기 존재의 영광을 어떻게 찬미하고 있을까? 대다수는 운동을 최소로 하고 최대한 많이 먹음으로써 찬미한다. 정크 푸드를 목으로 집어넣으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빛을 내는 화면 앞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축 늘어져 보내는지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생활습관을 이용한 자살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같은 문장들이 낄낄거림을 자아낸다. 가장 길게 남는 여운은 경외감이다. 우리 손의 연골은 유리보다 매끄럽고 마찰계수가 얼음의 5분의 1이다. 연골 표면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면 얼음판에서보다 16배 더 빨리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얼음과 달리 연골은 부서지지 않고 금이 가지도 않는다. 게다가 연골은 스스로 자란다. ‘지구에 있는 최고의 기술들은 대부분 우리 몸 안에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것들을 지극히 당연시한다.’ 우리가 몸에 대해 아는 것 이상으로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 역시 경외감을 빚어낸다. 알레르기 반응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기에 우리는, 그것도 일부의 사람만이 알레르기를 달고 살까? 밝혀진 것은 없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하품을 왜 하는지도 우리는 모른다. 하물며 ‘왜 늙는지’는 거의 완전한 신비의 영역이다. 염색체 끝에 달린 DNA 가닥 ‘텔로미어’의 마모나 세포 내 활성산소가 한때 중요한 이유로 부각되었지만 이들도 노화의 일부분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 장 앞의 세 장을 저자는 질병과 의학의 오늘에 할애한다. 2011년에 인류의 감염병 사망자 수는 처음으로 심장병 같은 비감염병 사망자보다 적어졌다. 내내 풍자정신을 잃지 않는 저자도 이 순간에는 질병을 정복해 온 영웅들에게 엄숙한 경의를 표한다. 오늘날 우리 몸을 가장 위협하는 질병은 무엇일까? 독감이다. 미국에서만 한 해 3만∼4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다. 앗, 올해 독감 예방주사는 맞았던가?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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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들의 합창… 올해도 한국 찾는 ‘빈 소년합창단’

    역사가 500년이 넘는다.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단원이었고 살리에리는 지휘자였다. 브루크너는 그들을 위해 곡을 썼다. 베토벤이 반주를 한 적도 있다. 소년합창단의 대명사인 빈 소년합창단이다. 2005년 이후 신년 벽두마다 찾아온 이 ‘노래의 천사들’이 올해도 한국을 찾는다. 18, 19일 롯데콘서트홀. 빈 소년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황실의 궁정 성가대로 긴 역사를 시작했다. 이후 ‘세계 음악의 수도’로 불려온 빈(비엔나)과 그 영광을 함께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빈 신년음악회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헨델 오페라 ‘알치나’에서는 이 합창단의 한국인 단원인 박신 군(13)이 보이소프라노 역할인 오베르토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오늘날 이 합창단은 하이든 반, 모차르트 반, 슈베르트 반, 브루크너 반 등 네 개 반 체제로 운영돼 빈과 세계 곳곳에서 같은 날 이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2012∼2015년에는 이 합창단 최초로 여성 지휘자가 된 김보미(연세대 교수)가 모차르트 반 지휘자로 활동했다. 내한공연도 네 반이 돌아가면서 맡아 왔다. 올해는 2016년 왔던 브루크너 반 순서다. 이 반의 한국인 단원 박시유 군(13)도 무대에 선다. 마놀로 카닌의 지휘로 9세기 찬미가부터 퍼셀, 멘델스존, 피아졸라, 번스타인의 곡까지 다양한 합창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서울 공연에 앞서 11일 창원 성산아트홀, 12일 광주문화예술회관, 14일 강릉아트센터, 15일 오산문화예술회관, 17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서울 공연 5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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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 11시에 만나는 ‘만원의 행복’

    서울 예술의전당이 매달 둘째 주 목요일에 여는 11시 콘서트가 ‘만원의 행복’을 선사한다. 예술의전당은 11시 콘서트 16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부터 이 시리즈의 3층석 가격을 1만5000원에서 1만 원으로 내린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매달 베토벤의 주요 작품 한두 곡씩을 소개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과천시립교향악단이 번갈아 다양한 지휘자와 솔리스트들을 만난다. 여자경 정나라 서진 김광현 황미나 김성진 홍석원 지중배 송안훈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기대를 모아온 신진 세대 지휘자들이 차례로 등장해 젊은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첫 콘서트는 9일 열린다. 이병욱 인천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전반부의 주제어는 ‘구노의 파우스트’다. 괴테의 명작을 음악으로 구현한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중 왈츠로 콘서트의 문을 열고, 2017년 윤이상국제콩쿠르 우승자이자 지난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인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뉴잉글랜드음악원 박사과정)이 비에니아프스키의 ‘구노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을 협연한다. 이어 2010년 제네바 콩쿠르 청중상과 특별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이효주가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협주곡(27번)을 협연한다. 초기 베토벤의 신선함과 과감함이 드러나는 교향곡 2번으로 프로그램의 문을 닫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는 2004년 김용배 당시 사장의 아이디어와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시작돼 당시 낯설었던 낮 시간(마티네) 콘서트 모델을 국내에 정착시켰다. 1만∼2만5000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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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클래식 하루 한곡, 기쁘지 아니한가

    영국 클래식 채널인 BBC 라디오3의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인 저자가 매일 한 곡의 음악을 소개한다. 2월 29일에는 이날이 생일인 로시니의 미사곡을 소개하는 것을 포함해 올해 일수와 같은 366곡이다. 1978년생 현역 작곡가 예일로의 ‘일출 미사’나 1505년생 토머스 탤리스의 교회 음악 등 제법 심도 깊은 음악 애호가도 처음 들어볼 만한 작품이 한가득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작곡가의 오페라가 초연된 날(2월 3일)에는 해당 작곡가 프란체스카 카치니의 작품을 소개하는 등 음악사에서 의미 있는 날이나 계절감에 맞는 작품이 이 화려한 ‘음악 달력’을 수놓는다. 지난 세기라면 친숙한 작품과 생소한 곡이 한 선반에 놓인 이런 추천 목록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엔 제목만 정확하게 알면 어떤 곡이든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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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스케 감독의 서울시향, 첫시즌 달력엔 27개 프로그램 빼곡

    오스모 벤스케 신임 음악감독의 첫 시즌을 시작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7개의 풍성한 프로그램을 새해 달력에 꾹꾹 눌러 담았다. 실내악 시리즈 5회를 뺀 22개의 관현악 콘서트 중 절반을 이틀 연속 공연해 관현악 정기공연 날짜는 모두 33일이다. 관현악 정기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 실내악시리즈는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다. 벤스케 감독이 직접 지휘하는 프로그램은 6개. 2월 14, 15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시작으로 5월 21, 22일 루토스와프스키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5월 29일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8월 20, 21일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 11월 1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메인곡으로 골랐다. 한 해를 결산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도 12월 19, 20일 그가 지휘한다. 세계 지휘계의 ‘핀란드 군단’ 중 한 명인 벤스케는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핀란드 라티 교향악단 명예지휘자를 겸하고 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베토벤 작품 공연은 7회가 마련됐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최근 송년 합창 교향곡 공연에서 자유롭고 물 흐르는 듯한 해석으로 찬사를 받은 마르쿠스 슈텐츠 수석객원지휘자의 베토벤 대표 교향곡 무대다. 7월 3, 4일 교향곡 5번 ‘운명’에 이어 9, 10일 교향곡 6번 ‘전원’을 특유의 ‘슈텐츠표 딜럭스함’으로 수놓을 예정이다.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인 트럼페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는 3월과 8월 네 차례 무대에 오른다. 3월 13, 14일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 15일 실내악 시리즈로 에네스쿠 ‘트럼펫과 피아노를 위한 전설’ 등을, 8월 20, 21일 브렛 딘 ‘트럼펫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등장인물’, 27일 헤르텔, 졸리베, 페르트의 협주곡을 연주한다. 새해를 시작하는 서울시향의 첫 공연은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향의 신년음악회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지낸 정명훈이 지휘봉을 들고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지휘하며 서거 100주년을 맞는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다. 정명훈의 서울시향 지휘는 2016년 8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9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시즌 첫 정기공연이 열린다. 레오니드 카바코스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가 하이든 교향곡 8번 ‘저녁’에 이어 드보르자크 ‘슬라브 무곡’ 전곡을 지휘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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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 브람스가 전해주는 따뜻한 선율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 회고의 소나타, 3번이 정열과 애수의 소나타라면 2번은 행복의 소나타죠. 음악을 깊이 있게 듣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힐링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55·서울대 교수·사진)이 세밑 무대에 행복의 메시지를 들고 온다. 31일 오후 5시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여는 ‘이경선 바이올린 리사이틀’. 그는 최근 음반사 NCM에서 발매한 독집앨범에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실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행복의’ 2번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드뷔시의 소나타, 그리그의 소나타 3번, 생상스의 친숙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도 함께 프로그램에 넣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브람스가 53세 때 여름 스위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작곡했다. ‘행복의 소나타’라는 이경선의 말처럼, 종종 너무 심각해지는 브람스의 여타 작품과 달리 따스함과 밝음이 지배하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앨범에서 소나타 2번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노예진이 함께 한다. 앨범에서는 소나타 1번에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3번에 김태형(경희대 교수) 등 각각 다른 세 가지 개성을 지닌 반주자와 함께 해 눈길을 모았다. 노예진은 인디애나 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쳐 서울대 음대에서 박사를 받았고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KBS 교향악단, 벨기에 왈로니아 로열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이경선은 국내에서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하지만 음반 발매는 17년 만이다. 그는 “만약 10년 전에 이 곡을 음반으로 냈다면 브람스의 깊이 있는 사운드를 잘 낼 수 있었을까, 10년 후에 한다면 테크닉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연주자로서 최상의 것을 갖춘, 절정기의 산물인 셈이다. “예전에는 브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내면의 부족함 때문이었고, 이제 그의 작품들이 오래 남는 영원의 시간, 감동이 길게 가는 곡들임을 이해하게 됐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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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의 삶을 바꾼 ‘공장의 탄생’

    서구 문명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만들고 오늘의 세계를 규정한 것이 ‘총, 균, 쇠’만은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라. 공장에서 나오지 않은 물건이 몇 가지나 되는가. 세계 경제가 4차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지만 세계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0년 29%로 1994년의 22%보다 오히려 늘었다. 폐허가 된 공장지대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친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지금도 ‘굴뚝’의 상실은 치명적인 사회적 상실이다. 거대 공장, ‘팩토리’는 점진적인 발전의 결과가 아니었다. 1721년 영국 더비에 5층짜리 실크 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의 역사는 한순간에 도약했다. 실크 공장 모델이 면직공업에 적용돼 산업혁명의 원동력을 낳았고 현대 공장 시스템의 원형이 됐다. 대형 공장은 장점이 컸다. 여러 공정을 쉽게 조정할 수 있었고 품질이 확실해졌다. 공장의 발달이 사회의 변화도 가져왔다. 고요하던 전원의 지역사회가 공장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어린이까지 포함한 노동자들의 삶은 ‘자주’ 말이 아니었다. 마르크스주의의 탄생도 공장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공장의 강력한 근대성이 가장 어울리는 곳은 신대륙이었다. 미국인들은 기계와 대량생산을 국가의 핵심 요소로 간주했다. 1913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공장은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기계가 됐다. 단순 노동에 질린 근로자들이 이직 행렬을 이뤘지만 포드는 임금을 올려 이들을 붙잡았다. 근로복지나 노동조합처럼 현대사회를 이루는 개념들이 공장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1920년대의 ‘젊은’ 소련이 산업화의 모델로 삼은 곳도 미국의 대형 공장들이었다. 레닌은 미국 엔지니어들을 데려올 것을 제안했고 실제로 수많은 미국의 인력이 소련을 방문해 그들의 산업화에 도움을 줬다. 대형 공장은 의외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이기도 했다.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했던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도 포드 공장에 매료돼 벽화 ‘디트로이트 산업’으로 인간과 기계의 힘을 찬미했다. 책 말미에 저자의 시선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들이 밀집한 곳으로 옮겨간다. 중국의 폭스콘 공장은 왜 그렇게 클까. 이유는 외주 생산 시대가 온 데 있다. 폭스콘은 애플, 델, HP 등 수많은 외국 유명 기업들의 제품과 부품을 생산한다. 인터넷과 위성통신의 발달로 지리적 거리가 의미를 잃은 결과다. 그러나 이 같은 경향도 최종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중국보다 임금이 낮은 곳에서, 더 작고 더 자동화된 공장을 짓는 물결이 시작됐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 책은 공장이라는 실물과 제도를 넘어 그 사회적 파생물과 영향들을 두루 짚어냈다. 시야가 확장되는 쾌감을 준다. 논리적 비약이나 섣부른 예언은 최대한 덜어냈다. “거대 공장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그것이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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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지만 화려한 ‘티엘아이 2020 라인업’

    세계 최고 권위 콩쿠르 우승자부터 유튜브 스타까지. 244석의 간소한 객석 규모에도 서울 예술의전당 못잖은 라인업으로 눈길을 끌어 온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 아트센터(관장 박평준)가 알차게 꽉 채운 2020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최정상 아티스트들의 무대 ‘티엘아이 아티스트 시리즈’, 떠오르는 스타들의 무대인 ‘영 비르투오소 시리즈’ 등 개성을 최대한 살렸다. 가장 역점을 둔 ‘아티스트 시리즈’에는 2015년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양인모(4월 중), 피아니스트 손민수(7월 2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최연소 플루트 수석인 김유빈(8월 15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클리블랜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김규연(12월 17일)이 무대에 선다. 가장 무섭게 떠오르는 연주가들의 ‘영 비르투오소 시리즈’에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를 차지한 김동현(3월 12일)과 2019년 센다이 국제콩쿠르 피아노부문 우승자 최형록(6월 4일)이 청중 앞에 선다. 유튜브 스타 시리즈로는 1만 구독자를 보유한 브랜든 최(9월 17일)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윤(5월 21일)의 무대를 마련했다. 실내악 성찬 ‘티엘아이 체임버 뮤직페스티벌’도 예술감독을 맡은 플루티스트 이예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프로그래밍을 맡아 10월 13∼21일 개최한다. 티엘아이 아트센터는 2013년 개관한 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이경숙, 소프라노 임선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임지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단숨에 ‘서울 시계(市界) 밖에서 가장 핫한 리사이틀 무대’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김보연 팀장이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가 주는 공연예술경영상 젊은기획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티엘아이 아트센터가 자랑하는 시리즈들을 통해 젊고 유능한 아티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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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기다렸네 ‘겨울나그네’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네…세상은 어둡고, 길은 눈 속에 덮였다.”(‘겨울나그네’ 1곡 ‘밤인사’) 클래식 콘서트와 함께 한 해를 마감하는 방법으로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도,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도 있다. 그러나 좌절한 젊은이의 독백이 그려내는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나그네’ 24곡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와야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게 된다는 음악 팬이 많다. ‘보리수’ ‘넘쳐흐르는 눈물(홍수)’은 음악 교과서에도 실린 백만 인의 애창곡이다. 열여섯 해째 함께하는 ‘겨울나그네’를 피아니스트 신수정(서울대 명예교수)과 바리톤 박흥우가 들려준다. 29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 오스트리아 빈 국립아카데미를 졸업한 신수정과 빈 국립음대 리트오라토리오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박흥우는 ‘평생 비너’(빈 내기)였던 슈베르트 작품 해석에 탁월함을 증명해온 듀오다. 2004년부터 모차르트홀에서 여는 ‘겨울나그네’ 콘서트는 독일 가곡 팬들의 연말 ‘성지순례’ 이벤트가 되었다. 두 사람은 2011년 독일 음악을 한국에 알려온 공로로 독일연방공화국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신수정 교수가 직접 번역한 빌헬름 뮐러의 가사를 영상으로 보여줘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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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의 모든 테너 중 가장 ‘위대한 목소리’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파바로티’는 사운드트랙의 절반가량이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아리아들로 채워진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는 푸치니 오페라의 탁월한 해석자였지만, 영상으로 재구성한 그의 삶이 푸치니의 인생을 떠올리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키가 컸고 친절했다. 우수(憂愁)와 댄디함이 앞섰던 푸치니와 비만한 몸에 양팔을 벌리며 천진하게 웃는 파바로티는 많이 달라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여성들로 가득한 대가족 속에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낸 뒤 세계인을 매혹하는 성악예술의 거장이 됐다. 여성에 대한 사랑에서 삶과 예술의 자극을 구한 점도 닮았다. 사람들은 파바로티가 오페라 스타로서의 삶을 함께한 부인과, 비서 출신인 두 번째 부인만을 알고 있었다. 스포일러를 무릅쓰고 밝히면 오랜 관계를 유지했던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 ‘비서’도 사실은 비서가 아니었다. 영화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정석에 충실하다. 의외성은 없다. 그 대신 이 흥미로운 예술가의 삶 자체가 화면에 빠져들 재미를 길어 올린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빈부터 ‘동료’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 어릴 때 그의 방중 소식에 흥분했던 피아니스트 랑랑까지,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자료화면과 증언으로 스크린을 수놓는다. 1990년대 이후 오페라 무대를 멀리하며 록밴드 U2의 보노를 비롯한 대중음악가들과 함께하는 무대에 오른 건 오랜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불러왔다. 만년 자선사업에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감독은 파바로티 주변인들의 입장을 충실히 전한다. 다이애나 빈을 비롯한 명사들과의 교류 및 만년의 새 사랑 니콜레타의 관심사가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 것이라고.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사실은 이랬을 것이다. 파바로티의 선택은 나름대로 영리했다. ‘당시의 파바로티’가 ‘과거의 파바로티’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활동의 범위를 확장했던 것이다. 거의 마지막까지 그의 목소리는 햇살과 같이 따사롭고 찬란한 빛깔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제어하는 힘의 쇠퇴, 특히 호흡이 짧아져 반주자와 동료 성악가들이 템포를 맞춰 줘야만 하는 일은 1990년 첫 스리 테너 콘서트부터 명백했다. 파바로티는 현대에 출현한 모든 테너 가운데서도 가장 위대한 ‘악기’, 그의 발성기관을 자랑할 수 있었다. 전성기에는 그 악기를 연주하는 솜씨도 경탄의 대상이었다. ‘라이벌’이었던 도밍고는 “파바로티는 입만 벌리면 모든 소리를 다 냈다”고 영화에서 증언한다. 그러나 그 악기를 관리하는 솜씨는 파바로티가 도밍고보다 하수였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오페라 무대의 단짝이었던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가 한마디도 들려주지 않은 점은 의아하다. 손녀의 출생과 함께 ‘옛 가족’과 ‘새 가족’이 화해한 점은 강조하지만, 파바로티가 사망한 후 유산 분배를 둘러싼 충돌은 언급하지 않는다. 문제들이 해소됐기 때문에 이 영화가 나온 것일까. 1977년, 그의 첫 내한 실황 방송을 녹음해 그해 겨울 내내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영화를 봤다. 헤어진 부인 아두아는 말미에 “그는 보통 사람보다 한 수 위였다. 잘 베풀었으며 특히 위대한 가수였다”고 회상한다. 그런 삶을 훑어보는 일이 행복했다. 함께한 음악은 ‘덤’이라기엔 너무 아름다웠다. 12세 이상 관람가. 2020년 1월 1일 개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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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국의 초고속 성장 비결은…

    대한민국은 채 60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잿더미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그 바탕을 이룬 핵심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산업기술이었다. 이 책은 한국 산업기술이 이룬 기적의 비결을 ‘도전과 전환’으로 요약하며 그 성공 요인을 12개 장(章)으로 살핀다. 각 장의 중간제목이 본문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음은 책의 각별한 미덕이다. ‘한국 산업기술은 도입, 체화(體化) 자체기술로 발전했다’ ‘높은 연구투자로 특허강국으로 변모했다’ 등 중간제목만 모아도 전체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한국의 발전 사례를 교범으로 여기는 후발국들에 소개하고 싶은 내용들이다. 오늘의 한국 경제가 참고할 교훈도 곳곳에서 읽힌다. 중소기업과의 협력은 산업계의 문제 해결사 역할을 했고, 임계 규모 이상의 ‘국가미션형’ 사업으로 대담한 도약을 이뤘으며 공공연구소의 개발 결과가 민간 기업으로 이전되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가 계속돼 왔다는 점을 되돌아볼 만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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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거장들이 기록한 20세기 파리의 일상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다. 내게 그랬던 것처럼.”(어니스트 헤밍웨이) 최고의 사진작가들이 90년 가까이 속속들이 기록한 파리의 일상을 만난다. 2020년 2월 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매그넘 인 파리’전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로버트 카파, 마르크 리부 등 20세기 사진의 신화로 불리는 매그넘 포토스 소속 작가 40명의 사진 400여 점을 전시한다. 2014년 프랑스 파리, 2017년 일본 교토 전시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을 찾아왔다. 전시 공간은 시대별, 주제별로 배치돼 세계인의 가슴속에 은은한 향기처럼 각인된 파리의 추억을 차례로 소환한다. 제1차 세계대전 후의 가난으로 물든 파리를 지나 ‘재건의 시대(1945∼1959)’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롱스커트를 입은 디오르 모델과 개선문의 삼색기 아래를 통과하는 커플의 모습을 만난다. ‘낭만과 혁명의 사이에서(1960∼1969)’에선 시위 군중 한가운데 가로등에 매달려 구호를 외치는 학생이 눈길을 붙든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1970∼1989)’로 들어가면 1989년 대혁명 200주년 기념 퍼레이드와 같은 해 100주년을 맞은 에펠탑의 모습을 비롯해 한층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파리지앵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후 2019년까지 파리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파리의 오늘과 만나다’로 이어진다. 주제별 공간도 풍부하다. ‘파리, 패션의 매혹’에선 파리의 패션과 럭셔리 물품 사진 41점이 전시된다. ‘살롱 드 파리’ 제목의 고지도 및 고서, 일러스트 전시도 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40점도 별도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파리와 교토 전시에는 없었던 엘리엇 어윗의 사진 41점도 추가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는 배우 김무열 윤승아 부부가 홍보대사로 참여해 오디오 가이드 내레이션을 맡았다. 오디오 가이드 판매 수익금은 저소득층 어린이를 돕는 기금으로 복지단체에 전달된다. 1만∼1만5000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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