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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경임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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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칼럼100%
  • ‘설익은 합의땐 역풍’ 朴대통령 고민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공식일정 없이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심정은 다른 누구보다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취임 이후 답보 상태였던 한일관계가 중대한 고비에 섰고 결국 최종적인 결단은 박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역대 정부가 매번 해결의 목전에서 실패를 거듭한 사안이다. 단지 외교적 쟁점이 아닌 정치적 문제와 연결된 고차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양국 협상이 진전되다가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일본발 악재가 터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외교장관 회담을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박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둔 10월 29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금년 내 해결돼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부 협상의 ‘성패’가 일본의 태도에 달렸음을 강조한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국민 정서상 민감한 이슈이므로 한일 양국이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정치적 순풍이 불지, 역풍이 불지 예단하기 힘들다. 벌써부터 여론에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등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설립 추진모임’ 교수 7명은 성명을 내고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시간을 이유로 담합한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역대 정부 대대로 한일관계 걸림돌이었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이 제시할 최종 패키지 내용에 따라 문제 해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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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3년전엔 ‘강제동원-정부책임’ 인정

    2012년 10월 한일 양국은 위안부 피해자 담판 협상에서 일본 총리의 사과 편지에 ‘강제로 전장에 끌려가 여성들이 경험한 고통과 상처에 대해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라는 문구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라는 수준보다 한발 나아간 것으로 강제성을 인정하라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까지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외무성 사무차관이 방한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문구를 제안했으나 한국은 ‘법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거부했다. 이에 같은 해 12월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사이토 쓰요시(齋藤勁) 전 관방 부장관이 협의를 벌여 ‘강제로 전장에 끌려가’라는 문구를 합의한 것. 하지만 일본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하고 자민당으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공식화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 협상의 핵심 쟁점은 여전히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예산이 포함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 책임 인정 여부에 따라 피해자 배상금의 성격도 달라진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우리나라는 법적 책임 요구하고 일본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 질문하자 “저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2012년에 합의했던 수준의 일본 책임 인정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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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기획]집권 3년간 지구 10바퀴… 41개국과 정상외교

    《 42만1600km.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해외 순방으로 이동한 비행거리다. 집권 3년 동안 적도를 기준(지구 둘레 4만75km)으로 지구를 10바퀴 돈 것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만 10만600km로 전체 해외 순방의 4분의 1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강행군에 박대통령은 목이 붓고, 기침을 하는 등 몸살감기에 시달렸다. 링거를 맞으며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키워드’와 ‘숫자’로 분석해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 5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3년간 41개국, 55개 도시를 방문했다.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9월), 한미 정상회담(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 등 20회의 해외 순방에 나선 ‘광폭 외교’다.통일 지지 얻은 4강 외교 박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에 ‘4강 외교’를 마무리했다. 미국(10월) 중국(9월) 일본(11월) 러시아(11월) 등 주요 4개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를 얻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다지는 ‘통일외교’ 차원이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다자 회의도 늘어났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5일 “대한민국에 대한 외교 수요가 커졌다. 유엔 총회나 G20 정상회의에 가면 만나자는 요청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박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는 빈틈이 없다. 이번 파리 기후총회와 한-비셰그라드 정상회의 일정은 5박 7일간 26개에 이를 정도였다. 비행 시간을 빼면 하루 5.2개의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장 많이 가진 정상급 인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 각각 6차례 만났다. 반 총장은 정상급으로 예우하는 국제기구의 수장이어서 정상회담 대신 접견으로 표현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차례로 뒤를 이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 외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4차례의 정상회담을 했다. 한국과 정상회담을 가장 많이 한 국가는 중국으로 총 10회에 이른다. 중국은 시 주석과 리 총리가 정치·군사와 경제로 역할을 분담해 참석한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한일 관계를 보여주듯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는 3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올해 11월 양국 정상회담 외에 한미일 정상회의(2014년 3월), 한중일 정상회의(2015년 11월)에서 만났다. 이 밖에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필리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러시아), 리셴룽 총리(싱가포르), 스티븐 하퍼 총리(캐나다), 토니 애벗 총리(호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프랑스)과도 각각 3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77개 공동성명 핵심 키워드는 해외 순방 및 외국 정상 방한 기간에 정상 공동성명은 모두 77건이 발표됐다. 77개 공동성명마다 담긴 핵심 키워드는 ‘평화통일 노력에 대한 지지’다. 외교 당국자는 “평화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를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이 통일의 결정적 순간에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염원인 한반도의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하기로, 올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하여 강력히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면 ‘경제외교’를 가장 꼼꼼히 챙긴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5월 4일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지금 세계는 경제를 위해서도 외교에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리 외교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경제사절단이 구성되고 규모도 커졌다. 대기업과 달리 신뢰감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힘든 중소·중견기업은 정상외교 덕을 톡톡히 본다.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면서 ‘한국’이라는 브랜드 효과를 누리는 것. KOTRA에 따르면 올해에만 11개국 현지 기업들과 일대일 상담회를 통해 23억 달러(약 2조6880억 원) 규모의 계약이 추진됐다. 또 지금까지 정상외교를 통해 396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박 대통령은 3월 8일 중동 진출 확산을 위한 경제사절단 토론회에서 해외 진출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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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분석]日 위안부특사 ‘깜짝 제안’ 들고오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 가능성을 두고 한일 양국이 담판을 벌인다. 외교부는 2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28일 당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발표했다. 27일에는 사전회의 성격인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 이번 협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희망해 온 대로 위안부 문제가 ‘연내’ 타결될지 주목된다.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지 25년 만에 한일 간 난제가 해결된다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국면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섣부른 위안부 문제 합의는 역풍을 불러와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일본이 얼마나 진전된 태도를 나타낼지에 달려 있다. 기시다 외상은 이번 방한에서 ‘책임’과 ‘사죄’가 담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편지를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1억 엔(약 9억7000만 원) 이상의 새로운 기금을 만들어 지원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고위 외교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가 만족할 수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기시다 외상이 언론에 보도되는 안보다 진전된 ‘깜짝 제안’을 들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두 장관이 공동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태도여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日 ‘최종합의 약속-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요구할듯 ▼○ 아시아여성기금 확대한 기시다 안(案) 기시다 외상이 해법을 갖고 오더라도 핵심은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일 사이에 오간 ‘사사에 안’이나 김영삼 정부 당시 제시됐던 아시아여성기금과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본 총리의 사죄 △사죄를 담은 편지 전달 △정부 예산이 들어간 금액 지불 등 세 요소는 기본 골격이 같다. 교도통신은 사죄 편지 내용으로 “‘일본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부분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적 책임’ 대신 ‘도의적 책임’만 지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기시다 외상이 얼마나 진전된 ‘깜짝 제안’을 하느냐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달 15일 도쿄에서 열렸던 11차 국장급 협의에서 “한국 측이 ‘일본이 훌륭한 해결안을 내면 (한국의 위안부 단체를) 반드시 설득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과거에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면서 정부 예산(7억5000만 엔)을 의료복지비로 내놓았으나 돈의 성격은 ‘민간기금’이라고 규정했다. 이번에도 일본은 ‘배상금’은 아니고 ‘성의 표시’ 차원에서 10년 치 의료지원비를 일괄 계상한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으로 박 대통령이 “피해자가 납득할 수준이 돼야 한다”고 밝힌 가이드라인을 충족할지 여부다. 자칫하면 기껏 10억 원 정도의 돈을 받으려고 3년간 일본과 맞섰느냐는 논란마저 벌어질 수도 있다. ‘사사에 안’이 좌초된 것도 돈이 문제가 아니라 ‘총리 사죄=법적 책임 인정’으로 해석하겠다는 한국의 주장을 일본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기관 ‘나눔의 집’의 안신권 소장은 “법적 책임 인정 없이 ‘인권과 복지’를 위한다는 일본의 해법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마치 일본이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피해자 할머니들이 양보하라’고 압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 걸림돌인 일본의 한국 상응조치 요구 일본이 △최종 해결이라는 약속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 등 ‘주고받기 식’으로 한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니혼TV 계열 뉴스 네트워크인 NNN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위안부 문제를 다시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고 명기한 문서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해 온 원칙과 배치된다. 현재까지의 일본 보도대로라면 뭔가 새로울 것도 없는데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약속까지 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일본은 언론을 통해 뭔가 타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협상 파트너인 한국보다는 한일 관계 개선을 종용하는 미국을 쳐다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사전에 한일 물밑 교섭이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대해 양국의 얘기는 엇갈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시다 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한일 외교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실무 레벨에서 상황을 타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관급 회담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 아베 총리로부터 방한 지시를 받은 기시다 외상은 이날 협상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땀을 흘릴 용의가 있다. 위안부 문제는 어렵지만 아슬아슬한 조정(최대 한도로 협상을 의미)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조숭호 shcho@donga.com·우경임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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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신고 3년간 처리 안해 다시 협의이혼… 감사원 적발 ‘늑장-황당 행정’ 백태

    2012년 1월 울산 울주군 범서읍사무소에 이혼 신고를 한 A 씨. 2년 11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이혼 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담당 공무원이 A 씨의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잘못된 서류가 접수됐고 이혼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A 씨는 뒤늦게 이혼 신고를 수리해 달라는 민원을 냈다. 하지만 범서읍사무소는 “협의이혼 의사 확인서의 효력은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A 씨는 헤어진 배우자를 만나 다시 협의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감사원은 “신고서 양식과 첨부 서류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를 보완하도록 통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의 적극적인 민원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감사원은 24일 소극적 업무 처리 등 민원사항 점검 및 직무 관련 취약 분야의 비리 점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무원의 업무 늑장 처리, 무사안일한 태도 등으로 민원인이 애꿎은 피해를 본 사례에 집중했다. 도시계획사업 보상업무를 맡은 경북 의성군청 공무원 B 씨는 지난해 3월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가설건축물 4곳에 대해 3억2900만 원을 보상해줬다. 임시 사용 목적으로 지어진 가설건축물은 보상 없이 자진 철거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건축물 대장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아 보상 대상으로 공고한 것이다. 늑장 행정으로 손해를 보기도 했다. C 씨는 지난해 6월 경남 창녕군청에 단독주택 건축 신고를 냈다가 3억3400만 원을 날렸다. 담당 공무원이 ‘토사 유출 피해 방지 계획이 미흡하다’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 등의 사유로 10개월이나 허가를 내주지 않아 설계 및 용역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횡령, 뇌물 수수 등 비리도 다수 적발됐다. 서울 은평구청의 D 씨는 지난해 한 업체와 제설장비 수리 계약을 맺은 뒤 오히려 수리비를 받아냈다. 자신이 직접 수리할 수 있다며 계약금액 630만 원 중에 300만 원을 따로 챙겼다. 도로유지관리 장비 수리 계약을 맺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사원은 D 씨를 파면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인천 서구청의 E 씨는 업체와 후배 직원으로부터 수시로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가 적발돼 정직 처분을 받았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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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언급 ‘과거의 정치’는 외환위기 직전”

    “18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떠올릴 정도로 대통령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과거의 정치는 지금의 역사이고, 지금의 정치는 미래의 역사”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이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과거의 정치’는 바로 1997년 IMF 사태 직전 정치권 상황을 두고 한 말”이라고 밝혔다. 1996년 12월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법을 무리하게 날치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어 1997년 11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핵심 개혁 과제로 추진했던 금융개혁법 13개가 국회에 상정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금융개혁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구제금융 요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대내외 전망에도 당시 국회는 이를 외면한 것이다. 국회는 여전히 박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해를 넘겨 내년 초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23일 “플랜 B는 없다”고 밝힌 것처럼 종전처럼 ‘연내 처리’를 고수하며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8월 포격도발에 대응했던 경기 연천 전방부대를 방문해 군의 경계태세를 점검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따뜻한 성탄절이 되기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와 나눔과 기부정신에 대해 e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최근 딸 출산과 함께 페이스북 주식 99%를 기부하겠다는 소식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e메일로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진돗개 5마리(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를 분양하기로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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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늑장 행정’ 이혼신고 2년 넘게 처리 안한 공무원…

    2012년 1월 울산 울주군 범서읍사무소에서 이혼 신고를 했던 A씨. 2년 11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이혼 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담당 공무원이 A씨의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잘못된 서류가 접수됐고 이혼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A씨는 뒤늦게 이혼신고를 수리해달라는 민원을 했다. 하지만 범서읍사무소는 “협의이혼의사 확인서의 효력은 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A씨는 헤어진 배우자를 만나 다시 협의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감사원은 “신고서 양식과 첨부 서류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를 보완하도록 통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의 적극적인 민원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감사원은 24일 소극적 업무처리 등 민원사항 점검 및 직무관련 취약분야 비리점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무원의 업무 늑장 처리, 무사안일한 태도 등으로 민원인이 애꿎은 피해를 본 사례에 집중했다. 도시계획사업 보상업무를 맡은 경북 의성군청 공무원 B씨는 지난해 3월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가설건축물 4곳에 대해 3억2900만 원을 보상해줬다. 임시 사용 목적으로 지어진 가설건축물은 보상 없이 자진 철거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건축물 대장을 면밀히 점거하지 않아 보상 대상으로 공고한 것이다. 늑장 행정으로 손해를 보기도 했다. C씨는 지난해 6월 경남 창녕군청에 단독주택 건축신고를 냈다가 3억3400만 원을 날렸다. 담당 공무원은 ‘토사유출 피해방지 계획이 미흡하다’,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 등의 사유로 10개월이나 허가를 내주지 않아 설계 및 용역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횡령 뇌물 등 비리도 다수 적발됐다. 서울 은평구청의 D씨는 지난해 한 업체와 제설장비 수리 계약을 맺은 뒤 오히려 수리비를 받아냈다. “자신이 직접 수리할 수 있다”며 계약금액 630만 원 중에 300만 원을 따로 챙겼다. 도로유지관리 장비 수리 계약을 맺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사원은 D씨를 파면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인천 서구청의 E씨는 업체와 후배 직원으로부터 수시로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적발돼 정직처분을 받았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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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지방방문 오비이락?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서 개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바이오헬스 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라며 “과감한 규제 개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통해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17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공군 고등훈련기(T-X) 공개 기념식에 이어 나흘 만에 다시 인천을 방문하는 지방 행보다. 한중일 정상회의(10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11월) 등 외교 일정으로 소홀했던 국내 현장 방문을 두 달 만에 재개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지방 일정 동선이 전 청와대 인사들의 출마 지역과 겹쳐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천은 최상화 전 춘추관장이, 연수구(송도)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각각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민 전 대변인이 출사표를 낸 연수구는 분구가 확실시되며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민현주 의원과 맞붙는다. 이날 행사에서 민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두 줄 뒤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사천 행사에서 최 전 관장은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이 자리를 챙기는 등 박 대통령 곁에서 동행했다. 청와대는 정치적인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당연히 방문해야 할 곳을 갔을 뿐인데 선거용 방문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음모설을 일축했다. 선거 정국에 청와대가 거론되면서 개혁 동력을 잃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친박(친박근혜)계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비박(비박근혜)계는 불편한 표정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에 참석해 “박 대통령은 특정인을 직접 내려보낼 분이 아니다”라며 “선거를 위해 박 대통령의 뜻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도 일부 친박계 의원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을 두고 “현역 의원이 경선을 위한 출정식 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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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개 부처 개각… 신임 장관급 후보자 프로필

    ▼ 산학협력에 관심 커… 대학 개혁 속도낼 듯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장관 후보고등교육, 특히 이공계 분야에 정통해 일찌감치 교육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다. 서울대에서 연구처장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의장 등 여러 직책을 맡으면서 학문과 실무 모두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서울대 부총장 시절 노조의 본부 점거 사태를 대화로 해결하는 등 난제를 원만하게 풀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잘 만들어 냈다고 한다. 평소 관심은 학문 후속 세대의 양성과 산학협력 등이다. 지난해 4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교수 평가가 국제학술지 논문(SCI) 중심으로 진행돼 신규 교수 임용도 논문 위주로 이뤄지고 학생 교육도 현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미래 수요에 맞춘 대학 구조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리실서 잔뼈 굵은 정책기획통 정통관료 ▼홍윤식 행정자치장관 후보공직사회에 입문해 국무총리실에서 풍부한 국정 경험을 쌓은 정통 관료다. 국무조정실에서 외교·안보 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정책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국정 전반을 파악하는 안목을 갖추고 있어 정부 3.0과 지방재정 관리 등 현 정부의 중점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 김황식 전 총리 재임 시절엔 국정운영 1실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으로 임명돼 국정과제 추진작업을 총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퇴임 전까지 국무총리 소속 부패척결추진단장을 겸임해 일하기도 했다. 외유내강형에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을 갖춰 국무조정실 직원들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금융-대외경제 두루 거쳐… 추진력 강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장관 후보재정정책, 금융, 대외경제 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맡은 업무는 성과가 날 때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강한 편이다. 아이디어를 정책화하는 능력도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미주개발은행(IDB) 파견 시절 뛰어난 업무추진 능력으로 당시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총재의 돈독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대외경제국장을 거치며 성장동력과 대외경제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매주 열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는 대외경제국장 재직 시절에 지금의 틀이 갖춰졌다. 양자·다자 간 협상전략 수립, 기후변화 국제협상 대응 등에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능력을 발휘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정부 출범 시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으로 발탁됐고 지난해 7월 기재부 1차관에 임명됐다.▼ 교사-벤처기업가 출신… 교과서 국정화 전면에 ▼강은희 여성가족장관 후보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대구 출신으로 대표적인 ‘여성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중고교 교사로 재직하다 1997년 대구지역에 정보기술(IT)기업 ‘위니텍’을 설립해 15년간 운영했다. IT여성기업인협회장, 한국무역협회 이사,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등을 맡기도 했다. 중고교 교사 경험을 살려 역사 교과서 문제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역사 교과서 개선특위 간사를 맡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서 전면에 나섰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강 의원이 국회 여성가족위에서 활동하며 여성 인재 개발과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부처 내부에서도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특수부 검사로 활약… 법무행정 분야 전문가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후보법무부에서만 공보관, 검찰1과장, 법무실장 등 7차례 근무해 법무행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 시절 교육방송(EBS) 전 원장을 방송교재 출판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등 학원 및 고액과외 비리 수사에 참여했다. 당시 특수2부장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었다. ‘통일 독일의 구동독 몰수재산 처리 개관’ 등의 저서를 펴내 검찰 내 독일 전문가로 손꼽힌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20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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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산 다시 열려도 국민들 갈지 의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남북 관계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볼 때 안전 문제 해결 없이 (금강산 관광) 재개한다면 비판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우선적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문을 열면 관광이 되고 남북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적 기술적 문제보다 국민이 안전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앞서 △박왕자 씨 피격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해 왔다. 금강산 관광을 통한 현금 유입이 유엔 대북제재 조치 위반인지에 대해 그는 “딱 (잘라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개성공단에는 1년에 1억 달러가 넘는 임금이 들어가는데 대량살상무기(WMD)와 무관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유엔 제재와 상관없이 지속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현금 유입에 대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북한 대남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20일 관광객 신변 안전 문제에 대해 “2009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방문 때 최고 수준(김정일)의 담보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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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김정은 경제 정책, 30년 전 중국 벤치마킹”

    북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 정책이 30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는 20일 ‘북한은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나’라는 논문에서 북한과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비교하고 “(북한이)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조치와 유사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과 경제개발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이런 내용을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북한연구학회 특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북한이 중국을 벤치마킹한 제도로는 농업 분야의 ‘포전담당책임제’, 공업 분야의 ‘사회주의기업 관리책임제’가 꼽혔다. 권 교수는 “북한이 농업 부문에서 선보인 포전담당책임제는 중국이 1978¤1981년 시행한 농가생산 책임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토지를 공동 경작하지만 해당 토지에서 생산된 농산물 처분권을 일정 부분 개인에게 넘겨 생산량을 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북한 협동조합의 40%가 이런 방식으로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주의기업 관리책임제도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등의 경제단위에 자율성을 확대한 조치다. 또 북한이 경제개발특구법을 제정해 총 26개의 특구와 개발구를 지정한 것도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 정책과 유사하다. 권 교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개방 압박 요인들이 김정은 정권으로 하여금 1980년대 중국의 실험들을 벤치마킹하게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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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승-전-국회 탓’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최고지도자가 하는 말은 모두의 관심사다. 특히 권력의 상당 부분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가원수 가 던지는 말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또 예기치 않은 파장을 남긴다. 갑남을녀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국가를 규정하고 사회를 규정하는 틀 구실을 하기도 한다. 말이 곧 권력이요, 권력이 곧 말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 진리 가운데 하나다.2015년 한 해, 한국에서 이러한 경향은 한층 두드러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긴 수많은 말이 인구(人口)에 회자됐고, 사람들은 그 숨은 뜻이 무엇인지 가늠하느라 분주했으며, 대통령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랫동안 대중 정치인으로 단련돼온 박 대통령이다 보니 메시지 프레임을 설정해 국민 사이에서 확산시키는 전략을 매우 성공적으로 구사한 셈이다.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머릿속을 차지했던 생각은 과연 무엇이고, 청와대가 세상에 뿌리고자 했던 메시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를 좀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고자 텍스트 분석(Text Analysis) 기법을 활용했다. 특정 인물이 특정 기간에 했던 말을 해체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와 논리구조를 통계적으로 추출하고 이들 단어 사이의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거시적 차원의 인식 틀이 무엇인지 유추해내는 분석 방법이다. 이를 통해 무수한 낱말 사이에 숨어 있는 패턴을 추적하는 작업은, 외국 학계나 언론에서는 주요 정치 지도자의 인식구조를 들여다보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수행해온 일이다.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사용한 방법론을 간략히 소개한다. 대상이 된 텍스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월 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중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정리한 이 텍스트는 총 34회, 16만1598자 분량에 달한다. 먼저 이 텍스트 전체를 형태소 분석 프로그램으로 분해해 조사와 의존명사, 어미 등을 빼고 체언과 용언의 어간 혹은 어근만 남겼다.단어 수가 적은 이유는이렇게 정리된 텍스트는 영국 렉시컬 애널리시스 소프트웨어사(社)와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1996년 개발한 프로그램 ‘워드스미스’(WordSmith by Mike Scott) 2014년 버전으로 분석했다. 텍스트에 등장하는 주요 단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각 단어는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한 단락에서 같이 등장하는 단어들은 무엇이고 어떤 맥락에서 함께 사용됐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특히 자주 함께 등장하는 단어들과 그 횟수는 발언자가 어떤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가장 지배적인 논리구조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작업을 거치고 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청와대 회의에서 남긴 말들의 얼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작업이 모두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졌으므로 단순히 발언록을 읽어 내려가는 것보다는 훨씬 수치화된 접근이 가능하다. 그 결과물이 직관적인 해석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편견이나 선입견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는 덕목이다.첫 번째로 눈여겨볼 대목은 전체 텍스트에 등장하는 단어의 개수다.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 국가 정책을 다루는 고도로 전문적인 회의지만,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사용하는 낱말의 수는 일반 대중연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2회 이상 등장하는 단어가 총 300개 안팎에 머무는 것. 이는 해외 다른 지도자가 사용하는 단어와 비교해보면 그 특징이 명확히 드러난다. 예컨대 쉽고 평이한 연설로 정평이 나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우 일반 대중연설에서 2회 이상 사용하는 단어는 역시 300개 안팎이지만, 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사용하는 낱말 수는 500개에 육박한다.이러한 특징에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원래 박 대통령의 발언 스타일이 가급적 적은 단어로 문장을 만드는 방식일 수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이전에 출간한 회고록이나 수필집 역시 복잡한 개념어 대신 평이한 단어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여의도 정가에서 논란의 도화선 구실을 했던 ‘진실한 사람’ 같은 어구가 이러한 용법의 대표 사례다.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발언을 실제로는 일반 유권자를 향한 연설과 동일시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내각과 참모들 앞에서 남긴 발언이지만 실제로는 언론이나 영상을 통해 발언을 접하게 될 국민을 청자(聽者)로 전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개연성은 박 대통령의 말이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화제의 대상으로 떠오르며 다양한 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켜온 원인이 무엇인지 가늠케 해주는 잣대다. 요컨대 모든 후폭풍은 박 대통령 본인이 의도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긍정적 용언과 부정적 용언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대통령의 인식체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도구다. 다른 판단 없이 사용된 횟수로만 따지면 ‘우리’ ‘국민’ ‘경제’ ‘정부’ ‘개혁’이 각각 150회 이상씩 쓰이며 상위권을 차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11쪽 표 참조). 대상 테스트가 총 34회의 발언이었으므로 ‘우리’와 ‘국민’은 발언당 평균 10회 내외, ‘경제’와 ‘정부’ ‘개혁’은 6~7회씩 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보편타당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 빼고 구체적인 정책적 함의를 담은 낱말들만 순위를 다시 매겨보면 박 대통령의 인식체계는 한층 명확히 모습을 드러낸다. 한데 묶을 수 있는 ‘개혁’과 ‘추진’이 1,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국회’가 총 120회나 쓰여 3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4~9위를 차지한 ‘일자리’ ‘청년’ ‘과제’ ‘노동시장’ ‘활성화’는 2015년 박 대통령의 정책적 관심이 대부분 노동시장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가치판단 부분이다. 주로 형용사와 동사 등 용언의 쓰임새를 추적해 긍정적 의미를 담은 용언의 앞뒤에 오는 단어는 무엇인지, 부정적 의미를 담은 용언과 함께 등장한 단어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전체 발언 가운데 자주 등장한 용언으로는 ‘이루다’ ‘나가다’ ‘이기다’ ‘모으다’ ‘살리다’ 같은 긍정적 단어가 있고, ‘어렵다’ ‘겪다’ ‘끌다’ ‘낡다’ ‘안타깝다’ 같은 부정적 단어가 있다.흥미로운 것은 이들 가운데 긍정적 용언의 경우 주로 정부의 정책 입안이나 추진 과정에 대한 단어들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는다는 점이다. 이들 용언의 앞뒤 5개 단위 범위에서 주로 등장하는 명사가 ‘정부’ ‘대책’ ‘경제’ ‘극복’ ‘개혁’이라는 것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 텍스트 가운데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질타나 질책 등의 부정적 언급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제신용평가회사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긍정적 사안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나 다짐이 주를 이룬다. 정부 정책에 대한 단어와 문장들이 ‘알리다’나 ‘홍보’ 같은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빈도가 높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정책 추진과 관련해서는 ‘성과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핵심 메시지라는 의미다.그렇다면 부정적 용언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는? ‘시위’ ‘폭력’ ‘기득권’ ‘불법’ 등 다양한 단어가 있지만, 가장 압도적인 상관관계를 맺은 명사는 단연 ‘국회’(국회법, 정기국회, 임시국회 등 합성명사 제외)다. 이 낱말 자체가 전체 순위 10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주 등장할뿐더러 ‘정치권’ ‘입법’ ‘법안’ ‘예산’ ‘통과’ 등 관련 단어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앞서 박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라고 제시했던 ‘노동’ ‘일자리’ 등의 낱말에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발목’의 앞뒤를 추적해보면국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언급을 월별 추이로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1년 내내 거의 고르게 분포됐음을 알 수 있다. 다만 4월과 7월, 9월과 10월, 12월이 상대적으로 언급 비율이 늘었다(그래프 참조). 함께 사용된 단어를 추적해보면 각각 공무원연금개혁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정기국회와 이른바 ‘경제살리기 법안’ 등이 주요 화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이 가운데 부정적 용언과 결합하는 경우가 대통령과 새누리당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법 문제로 정면충돌한 6월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전 발언에서는 ‘국회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거나 ‘국회에 적극적으로 알린다’ 등의 조합이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이후에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있다’거나 ‘그 책임은 국회에 돌아갈 것’ 등의 부정적 언급이 80%를 넘나드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이러한 인식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잣대는 부정적 뉘앙스의 단어와 함께 등장한 단어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발목’이라는 낱말의 경우, 앞뒤 5개 단어 범위에서 가장 많이 함께 쓰인 단어가 모두 ‘통과’ ‘지연’ ‘어려움’ ‘방기’ 등 국회 관련 낱말들뿐이다. 이를 다시 앞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꼽은 정책 단어들과 연결해 재구성해보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해주지 않는 바람에 발목이 잡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2015년 한 해 동안 박 대통령의 인식을 장악한 핵심 메시지인 셈이다.거대한 선악 대립구도긍정적 용언과 부정적 용언의 쓰임새만을 기준으로 크게 그림을 그려보면, 박 대통령의 인식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려 애쓰는 선한 정부’와 ‘이익만 챙기며 책임을 피하고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국회 혹은 정치권’이라는 두 개의 덩어리가 거의 배타적으로 분리돼 있다. 둘 사이 협력이나 협조를 말하는 문장은 상반기, 그것도 1~2월에 주로 눈에 띌 뿐이고, 국회법 파동 이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나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긍정적 언급이 모두 한꺼번에 사라졌다.전체적으로 거대한 선악 대립구도에 해당하는 이러한 인식 틀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를 ‘입법부와 대결하는 행정부의 수장’이라는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과 내각, 참모진을 한편으로 둔 뒤 이들의 노력을 방해하는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인식구조다. 특히 이러한 결론은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긴 박 대통령의 발언이 실은 대국민연설에 가깝다는 앞서의 분석과 연결하면 한층 명확해진다. 자신의 이러한 인식을 국민에게 확신시키는 것이야말로 입법부 압박의 핵심 수단이며, 주요 회의에서의 발언은 그 채널인 셈이다. 자신은 알지만 세상은 모르는 ‘정치권의 실체’를 국민에게 호소하겠다는 전략. 2015년 박 대통령의 말이 어느 때보다도 날 서 있었던 이유다.물론 이러한 논리구조의 끝은 2016년 총선에 가닿는다. ‘진실한 사람’으로 대표되는 인물들로 국회를 물갈이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이렇게 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국회법 파동 이후 박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다가오는 선거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다. 특히 이들 발언이 모두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레벨의 회의석상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2016년 총선까지 달라질 개연성이 극히 적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우경임 동아일보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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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지자체 감사 강화 지방행정감사2국 만든다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 감사를 강화하기 위해 지방행정감사2국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감사원에 따르면 기존 지방행정감사국을 1국, 2국으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확정하고 조만간 국장급 인사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행정감사1국은 서울·경기 지역을, 지방행정감사2국은 나머지 지역을 담당하게 된다. 이 같은 개편은 전국 지방자치단체(242개)와 지방공기업(134개)을 대상으로 예산 운용 등 감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인력 부족 등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정기 감사를 실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재정 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수당, 무상교복 도입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복지 사업이 급증할 우려도 있다. 올해 실시한 ‘지방재정 감사’에서도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례가 다수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감사 제보·청구와 민원 접수 등 업무를 담당하는 감사청구조사국을 민원국과 감사청구국으로 분리해 확대한다.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활동한 감사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과제를 실행할 혁신담당과(가칭)도 기획조정실 아래 신설키로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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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지지율 어떻게 변했나… 외교로 오르락 사고로 내리락

    ‘외교로 지지율 올리고, 사고·인사로 지지율 내렸다.’ 집권 3년 동안 등락을 반복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40%대에 머물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이 60∼70%대의 높은 지지율로 시작했다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율이 뚝뚝 떨어졌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취임 첫해(2013년)에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이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 난맥’으로 지지율(41%)이 급락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5월 7일), 한중 정상회담(6월 27일) 이후 지지율이 회복됐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난 뒤에는 63%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독일을 방문해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3월 28일)했을 때 지지율(61%)이 급증해 해외순방을 떠나면 지지율이 오른다는 공식이 다시 입증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48%)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42%) 등 안전사고와 인사파동을 겪으면서 지지율은 떨어졌다. 정윤회 문건유출 파동으로 지지율이 최저(37%)를 기록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했다. 올해 시작은 ‘13월의 세금’이 된 연말정산 파동으로 지지율 29%에서 출발했다. 잠시 회복했지만 6월 말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지율은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반전의 계기는 8월 말 북한의 지뢰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로 이르렀을 때 ‘8·25 합의’를 전격적으로 이뤄내는 위기관리 능력 발휘였다. 지지율은 49%까지 급등했다.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시 주석을 만났을 때 지지율이 더 높아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9월 3일)에 참석했을 때의 지지율은 50%였으나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10월 16일)을 했을 때는 42%였다. 국정 교과서와 KFX 기술 이전 논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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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경제 바람… “장마당 이용” 98%

    출퇴근 시간이면 길이 막히는 평양 거리, 고층 건물이 즐비한 미래과학자 거리, 대규모 워터파크인 문수 물놀이장…. 최근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이런 평양의 모습은 김정은 시대의 키워드인 ‘경제’와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일 시대와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이는 시장 활성화 덕분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제가 파탄 난 상황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은 시장 매매 행위 허용, 협동농장의 분조(分組) 인원 축소 등 시장을 용인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북한에는 현재 380여 개의 장마당(종합시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가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2013년 ‘시장을 이용했던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97.8%에 달했다. ‘직접 장사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25.3%나 됐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가 휴대전화 사업을 독점하고, 고급 상점을 여는 등 시장에 ‘투자자’로 뛰어든 것처럼 보인다”며 “이를 통해 달러를 회수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은 양날의 칼이다. 시장 확대로 ‘돈주’(신흥 부유층)들이 등장하면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대북소식통은 “나선 중국은행 관계자가 ‘몸뻬 바지를 입은 중년여성이 중국은행에 50만 위안(약 9000만 원)을 맡기고 가더니 일주일 뒤 다시 50만 위안을 더 맡겼다’는 일화를 전하더라”고 말했다. 빈부 격차가 커지면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 체질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없을 경우 한계가 뻔하다는 것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경제가 발전해야 통일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 대북정책도 이에 맞춰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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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통일열망, 주변국은 잘 몰라… 지한파 키워 지지 얻어야”

    “정말 한국이 통일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더군요. 주변국의 지지 없이 통일은 어렵습니다.”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52)은 올해 각국 외교정책연구소와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는 ‘차세대 정책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취임 후 2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통일정책을 홍보했더니 “왜 한국이 갑자기 통일을 이야기하느냐” “한국이 통일을 준비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동안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소홀했던 셈이다. KF 창립 24주년을 맞아 16일 서울 중구 KF 글로벌센터에서 만난 유 이사장은 “오피니언 리더인 정책 전문가로부터 통일에 대한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F는 올해 9월 미국, 10월 영국(유럽), 11월 태국(ASEAN·아세안), 12월 호주(오세아니아)를 방문해 대륙별 동아시아 정책 전문가를 초청해 ‘통일 공공외교’를 펼쳤다. 최근 호주에서 열린 호주국제문제연구소(AIIA)와의 포럼에서 “한국인은 통일에 관심이 없어 보이고 젊은 세대는 통일에 더 부정적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 구상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돌직구성 질문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우리가 자꾸 통일을 공론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통일이 주는 기회와 이익을 알리고 주변국의 지지를 얻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는 “강한 통일한국을 바라지 않는 일본, 한민족에 의한 통일이라는 원칙을 반복하는 중국, 외교적으로는 축복하는 미국 등은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한 나라”라며 “독일도 주변국의 축복이 있었기 때문에 통일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을 비판하는 일본의 외교논리 3탄도 등장했다”며 우려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골포스트를 자꾸 옮긴다’ ‘중국에 경도돼 있다’에 이어 ‘한국이 미국, 일본과 가치를 공유하는지 의문’이라는 논리를 내놓는다는 것.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등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우기는 셈이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많이 맺었다, AIIB는 영국도 참여했다 는 식으로 조목조목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일본 내 ‘지한파’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만큼 통일외교를 하기 좋은 시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력과 한류의 힘은 물론이고, 최근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도 늘었다. 그 덕분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사라졌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 정책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차세대 네트워킹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 이사장은 “한국은 경제성장에 몰두하느라 지한파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며 “단기적으로 로비스트를 고용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지한파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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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와 소통 노력은 없이… 朴대통령의 공허한 ‘질타 정치’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경제 관련 장관회의에서 ‘정치권’을 질타했다. “국민이 바라는 일을 제쳐 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정치개혁을 먼 데서 찾지 말고 가까이 바로 국민을 위한 자리에서 찾고 국민을 위한 소신과 신념으로 찾아가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자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간접화법’이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간접 비판은 지난달 이후 모두 6차례나 됐다. 하지만 ‘어떻게 하라’는 지시만 있고 당사자에게 직접 ‘어떻게 하자’라는 적극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이 직접 소통 나서야 청와대가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2개 법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달라고 촉구할 때도 박 대통령은 나서지 않았다. 대신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정 의장에게 “국민이 원하는 법을 먼저 처리한 뒤 선거법을 처리하는 순서로 해 달라”며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석들만 바쁘게 움직일 뿐 정작 리더(박 대통령)는 거리를 두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통령이 직접 움직였다면 국회의장도 야당을 설득할 명분이 생겼을 것이다”라며 “대통령이 정치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여론이 공감하고 그러면 국회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고, 국회를 매년 찾아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며 소통 부재라는 지적을 반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만나 봐야 결과가 뻔한 만남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성과가 있는 만남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평소 자주 만나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물꼬가 터질 수 있다”며 ‘스킨십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언의 간결함도 사라졌다 박 대통령은 옛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말이 적었다. 그리고 간결했다. 박 대통령의 절제된 발언은 ‘메시지의 힘’을 보여줬다. ‘평소 말이 적은 이유’에 대해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은 간결한 단어로 일침을 가했던 이전 ‘화법’과는 달라졌다. 6월에 새누리당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을 땐 모두발언 5864자 가운데 4461자(76%)가 정치권 성토에 할애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절절한 심정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폭탄이 일상화하면서 ‘메시지 거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직접 소통 현장에 나서기보다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 반복되면서 “국회와 국무위원에게 호통만 친다”는 불만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16일 경제 관련 장관회의에서도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山)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라는 시조를 인용해 쟁점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직권상정을 거부하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각종 회의 모두발언은 평균 15분 안팎이고, 30분 가까이 될 때도 있다. 표현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볼모로 잡고 있다” 등 강경한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임기 내에 뭔가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에 집권 4년 차를 맞는다. 권력의 이완 현상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을 견인해 나가기 위해선 현재와는 다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상대방의 협력이나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목적을 중시하는 목적 지향 리더십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국회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절차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박민혁 기자}

    •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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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모란봉악단 공연취소, 김정은 찬양탓” 국회 보고

    국가정보원은 북한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이유가 김정은에 대한 찬양 일색 공연 내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정보위 관계자에 따르면, 모란봉악단의 리허설에서 김정은에 대한 숭배로 일관된 공연 내용을 확인한 중국이 관람자의 격을 낮췄다. 이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공연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공연 취소 이틀이 지났으나 북한과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가장 유력한 설로 나오고 있는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 때문이라는 설에 대해서도 장롄구이(張璉괴)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추측일 뿐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비핵화를 많이 강조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수소폭탄 발언까지 하면서 엇나가니까 중국에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여기에 공연 내용과 관람자들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연 준비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의 오해를 살 만한 실수를 했고 이것이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려 귀국을 지시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무산된 직후 중국이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병력을 증파했다고 홍콩의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가 14일 밝혔다.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군 퇴역 인사의 말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12일 저녁 돌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북-중 국경지대로 2000명의 병력을 증파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과의 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쑹타오(宋濤) 부장이 10일 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했던 최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부 제1부부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해 공연 취소에 대한 중국의 우회적인 불만 표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중국 언론에서는 공연단 단원 중 2명이 탈북을 기도해 베이징 한국영사관으로 들어와 공연이 취소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본보가 영사관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런민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14일 사설에서 “모란봉악단의 전격적인 철수가 중조 관계에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부정적 영향이 일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환추시보가 중국 관영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사태를 다루기는 했지만 악단이 도착했던 10일 1면에 평양에서 출발할 때의 단체 기념촬영 사진을 싣고 3면에 “조선(북한)의 유명한 양대 예술단이 중국에 와서 공연하는 것은 우호를 전하는 신호”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는 아예 ‘모란봉’을 치면 기사 제목만 보이고 내용은 열리지 않는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모란봉’이나 ‘모란봉 취소’ 등의 검색어를 치면 ‘관련 법률에 따라 검색을 제한한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우경임 기자}

    •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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