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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한국에서 가수 될 수 있어. 돈 많이 벌게 해줄게.” 필리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여대생 케이트(가명·22) 씨. 그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한국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듣고 들떴다.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 속엔 젊은 여성들이 ‘한류 가수’처럼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 삼아 처음 참가해 본 오디션이었는데 기획사는 케이트 씨를 합격시켰다. 케이트 씨는 기획사와 ‘엔터테이너’ 계약을 한 뒤 예술흥행비자(E6-2)를 받아 한국에 왔다. 국내 호텔과 클럽에서 가수나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다. 하지만 그가 일하게 된 서울 외곽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의 40대 남성 사장은 무대에 설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손님들에게 술을 팔게 했다. 클럽 근처의 숙소 입구에선 폐쇄회로(CC)TV가 케이트 씨를 늘 지켜봤다. 일한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클럽 사장은 “내 친구가 너랑 저녁 먹고 싶다고 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사장의 친구는 “영화나 같이 보자”고 해놓고 한적한 동네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사장의 친구는 “사실은 (너를 밖에서 따로 만나는 조건으로) 네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기자와 만난 케이트 씨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저항은 가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무대 꿈꿨는데 침대로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 중엔 케이트 씨처럼 강제 성매매에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업주의 24시간 감시로 업소를 벗어나기 어렵다. 업소에서 도망을 치면 기획사 측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해 비자 효력을 정지시킨다. 기지촌 주변 이주여성 인권단체 두레방 관계자는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꼬박꼬박 보내야 하는 여성이 많고, 평소 업주가 ‘도망가면 사람을 풀어 찾아낼 것’이라고 협박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당장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럽에서 일한 필리핀 여성 엘라(가명·25) 씨도 주변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이 클럽 사장은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포인트씩 줬는데 매달 350포인트를 채우게 했다. 사장은 “성매매를 하면 한 번에 20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며 포인트가 낮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엘라 씨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쉬는 날도 없었다. 실적이 계속 부진하면 손버릇이 나쁜 한국인 손님이 많은 클럽으로 보내겠다거나 본국으로 쫓아낸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술흥행비자가 본래 취지와 달리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는 창구로 악용되자 정부는 2016년 비자 심사와 공연장소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4년 3800여 명에 달했던 예술흥행비자 소지 국내 체류자 수가 2017년 2400여 명으로 감소한 것도 관리 강화의 결과다. 하지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여성들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져도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 부처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고 후 점검에 나서 업소가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해외 여성 모집 브로커들은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싱글맘인 20대 태국 여성 티다(가명) 씨는 지난해 ‘한국에 돈 잘 버는 마사지사 자리가 있다’는 페이스북 글에 속아 한국에 왔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그는 대구의 마사지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태국의 인신매매 방지 시민단체 AAT의 연락관 투앙시리 카니싸나다 씨는 “피해 여성들은 24시간 감시당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지난해 “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은 불법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 피해 여성이 오히려 범죄자로 둔갑 전문가들은 일터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허술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 수사에 나섰을 때는 이미 이들의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들이 업주나 브로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추방이 잠시 유예되지만 소송이 끝나면 출국해야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은 “한국 여성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건 이제야 사회가 여성들의 피해 사실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주 여성들도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사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소 변호사는 “피해 여성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자격을 보장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위은지 wizi@donga.com·조은아 기자}

“너도 한국에서 가수 될 수 있어. 돈 많이 벌게 해 줄게.” 필리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여대생 케이트(가명·22) 씨. 그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한국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들고 들떴다.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 속엔 젊은 여성들이 ‘한류 가수’처럼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 삼아 처음 참가해 본 오디션이었는데 기획사는 케이트 씨를 합격시켰다. 케이트 씨는 기획사와 ‘엔터테이너’ 계약을 한 뒤 예술흥행비자(E6-2)를 받아 한국에 왔다. 국내 호텔과 클럽에서 가수나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다. 하지만 그가 일하게 된 서울 외곽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 40대 남성 사장은 무대에 설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대신 손님들에게 술을 팔게 했다. 클럽 근처의 숙소 입구에선 폐쇄회로(CC)TV가 케이트 씨를 늘 지켜봤다. 일한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클럽 사장은 “내 친구가 너랑 저녁 먹고싶다고 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사장의 친구는 “영화나 같이 보자”고 해 놓고 한적한 동네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사장의 친구는 “사실은 (너를 밖에서 따로 만나는 조건으로) 네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기자와 만난 케이트 씨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저항은 가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무대 꿈꿨는데 침대로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 중엔 케이트 씨처럼 강제 성매매에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겐 성폭력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직업으로 강요되고 있다. 이들은 업주의 24시간 감시로 업소를 벗어나기 어렵다. 업소에서 도망을 치면 기획사 측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해 비자 효력을 정지시킨다. 기지촌 주변 이주여성 인권단체 두레방 관계자는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꼬박꼬박 보내야 하는 여성들이 많아 문제가 생겨도 당장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고, 업소를 벗어나면 일자리를 새로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럽에서 일한 필리핀 여성 엘라(가명·25) 씨도 주변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이 클럽 사장은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포인트씩 줬는데 매달 350포인트를 채우게 했다. 사장은 “성매매를 하면 한 번에 20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며 포인트가 낮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엘라 씨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쉬는 날도 없었다. 실적이 계속 부진하면 손버릇이 나쁜 한국인이 많은 클럽으로 보내겠다거나 본국으로 쫓아낸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술흥행 비자가 본래 취지와 달리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는 창구로 악용되자 정부는 2016년 비자심사와 공연장소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4년 3800여 명에 달했던 예술흥행비자 소지 국내 체류자 수가 2017년 2400여 명으로 감소한 것도 관리 강화의 결과다. 하지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여성들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져도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 부처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고 후 점검에 나서 업소가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해외 여성 모집 브로커들은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싱글맘인 20대 태국 여성 티다 씨(가명)는 지난해 ‘한국에 돈 잘 버는 마사지사 자리가 있다’는 페이스북 글에 속아 한국에 왔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그는 대구의 마사지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태국의 인신매매 방지 시민단체 AAT의 연락관 투앙시리 카니싸나다 씨는 “피해 여성들은 24시간 감시당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지난해 “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은 불법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 피해 여성이 오히려 범죄자로 둔갑 전문가들은 일터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허술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 수사에 나섰을 때는 이미 이들의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들이 업주나 브로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추방이 잠시 유예되지만 소송이 끝나면 출국해야 한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은 “한국 여성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건 이제야 사회가 여성들의 피해 사실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주 여성들도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사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예술흥행 종사자의 인권 침해를 발견하면 국가인권위회가 마련한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뒤늦게 밝혔지만 구체적 시행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위은지기자 wizi@donga.com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과거엔 내밀한 가정사의 일부로 여겨져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가정폭력 문제가 최근엔 국가 간 외교 사안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여성의 결혼에서 빚어지는 문제다. 별 탈 없이 화목한 가정을 꾸려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개업체를 통해 사실상 ‘매매혼’ 성격의 결혼이 이뤄지는 데다 부부간 언어·문화 차이 때문에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0년에는 당시 19세였던 베트남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온 지 7일 만에 정신병을 앓던 한국인 남편에게 구타당해 숨졌고, 지난해에는 자신을 구박한다는 이유로 베트남 출신 며느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80대 시아버지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결혼 이슈는 한국-베트남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까지 거론된 지 오래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양국 정상회담 당시 베트남 측에서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여성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2007년 10월엔 응우옌민찌엣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이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에게 신임장을 주는 자리에서 “한국에 시집간 베트남 신부들이 잘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가정 내 문제가 외교 사안으로 번진 건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최대 가사도우미 송출국 중 하나인 필리핀은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 가사도우미들의 피해 문제를 쿠웨이트 정부에 제기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필리핀 여성이 살해된 뒤 1년 이상 아파트 냉동고에 방치됐다는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라며 12일 쿠웨이트에 신규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는 강수를 두었다.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 내 필리핀 근로자 전원 철수’까지 경고하며 쿠웨이트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권 문제는 통계나 확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극소수가 일으키는 범죄라도 문제가 확산되면 피해자 국가의 국민들이 집단적으로 분개할 수 있다”며 “소프트 외교 노력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 정부와 협력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한국인 애인 갖고 싶지 않니? 나랑 같이 자자.” 30대 태국인 여성 쏨(가명) 씨는 지난해 겨울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 40대 남성 사장한테서 들은 말과 그의 능글거리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손님이 모두 나가고 다른 직원 2명도 자리를 비운 오후 10시경이었다. 사장이 ‘주방 일을 가르쳐 주겠다’며 손과 어깨를 주물럭거릴 때부터 어쩐지 이상했다. 쏨 씨는 서툰 한국어로 “싫어요”라고 분명하게 얘기한 뒤 식당 옆 컨테이너 숙소로 뛰어 올라갔다. 심장이 뛰었다. 2년 전 한국에 오기 전까지 태국에서 정규 대학 마케팅학과를 나와 번듯한 이벤트 기획사를 다녔던 그다. ‘식당 차릴 돈을 벌기 위해 택한 한국 생활이 이렇게 비참할 줄이야.’ 식당 화장실 벽엔 어른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무관이 끼어 있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욕실 문도 이상했다. 사장을 피해 달아났던 컨테이너 숙소 문도 잠금장치가 없었다. 불안에 떨며 잠을 청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대로 사장이었다. “슬립 위드 미(나랑 잘래)?” “노(아뇨)!” 쏨 씨는 문 앞에서 머뭇거리던 사장이 돌아가는 발소리를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려고 브로커에게 건넨 소개료와 교통비만 35만 원이다. 돈 생각을 하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받지 못한 하루 일당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아까워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밤늦도록 고민하던 그는 자정 무렵 조용히 짐을 싼 뒤 태국인이 운영하는 콜택시를 불러 타고 그 동네를 빠져나왔다. 쏨 씨는 한국에 온 뒤 구한 일터마다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좌절했다. 2년 전 한국에 오자마자 취업한 경기 파주의 한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0대 남자 사장은 걸핏하면 엉덩이를 툭툭 쳤다. 일을 가르쳐 준다며 가까이 다가와 볼에다 얼굴을 비비기도 했다. 모멸감을 느꼈지만 ‘이런 게 한국 문화인가’ 하고 참아 넘겼다. 하지만 사장의 추행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함께 일하던 한국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하지 마”란 고성이 터져 나오는 걸 보고서야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음을 깨달았다. 한국말이 서툰 데다 공장을 나가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쏨 씨 같은 이주 여성들은 사장의 집중 타깃이 됐다. 5일 경기 화성의 한 태국 사원에서 기자를 만난 쏨 씨는 입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없이 살지만 다 같은 사람이에요. 장난감이 아니라고요.” 언어와 문화 장벽, 고용주의 해고 위협 탓에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이주 여성이 간신히 외친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다.화성=조은아 achim@donga.com / 위은지 기자}

《2년 전 한국에 온 30대 태국 여성 티앤(가명) 씨는 지난해 경기 화성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구타에 시달렸다. 50대 한국인 남성 사장은 사소한 트집을 잡아 얼굴에 피멍이 들 때까지 티앤 씨를 마구 때렸다. 쓰러진 그의 등을 발로 짓밟는 일도 잦았다. 폭행은 티앤 씨가 사장의 잠자리 요구를 거절한 뒤부터 시작됐다. 사장은 걸핏하면 그를 때리면서도 가끔 농담을 섞어 잠자리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맞을 때마다 티앤 씨는 태국에 두고 온 아들을 떠올렸다.》 티앤 씨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나고 ‘이러면서까지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에 슬펐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돈을 버는 일이 너무 급했다. 체류 허가 기간도 지나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이주여성들은 일터 곳곳에서 성폭력에 시달리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 탓에 피해를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는 약자 중의 약자다. 한국 여성들에 비해 법의 보호가 느슨하다 보니 고용주가 ‘갑질’을 일삼기 쉬운 권력구조가 만들어진다. ○ 폭행당하다 사망에 이르기도 5일 화성시의 한 태국 사원에서 만난 30대 태국 여성 쏨 씨와 쁠라(각각 가명) 씨는 기자에게 주변 이주여성들의 억울한 피해 사례를 쏟아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주로 체류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된 여성들에게 접근한 뒤 안정적인 직장과 생활환경을 미끼로 잠자리를 요구했다. 이 지역 공장의 한 한국인 사장은 늦은 밤 태국인 여성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테니 나오라’라며 여성의 숙소 앞까지 찾아와 스토킹을 하기도 했다. 여성의 컨테이너 숙소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도 있었다. 한국인 직장 상사에게 폭행을 당하다 살해된 여성도 있다. 12년 전 18세의 나이로 가난한 가족 생계를 돕기 위해 한국에 온 태국 여성 추티마 씨(사망 당시 29세)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하다 미등록(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여성이었다. 경기 안성의 한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에서 10년간 일해오던 지난해 11월 어느 날, 그는 기숙사에서 쉬고 있다 한국인 직장 동료 김모 씨(50)의 전화를 받았다. “불법 체류자 단속반이 떴다. 내가 피신시켜 주겠다”는 통화였다. 추방되면 당장 모국에 있는 열세 살 딸과 가족 생계가 막막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김 씨를 따라나섰다가 경북 영양군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씨가 거짓말로 추티마 씨를 유인해 살해한 것이다. 김 씨는 추티마 씨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추티마 씨의 유족 측은 김 씨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추티마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화성이주노동자쉼터의 한상훈 활동가는 “브로커들은 생활용품 등을 사주며 호의를 베푸는 척하다가 나중에 이를 빚이라고 주장하며 성매매로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바닥없이 무너지는 인권 국가인권위원회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이 2016년 여성 이주노동자 3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 이주노동자들 중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대응한 경우는 6.7%, 노동부에 신고한 사례는 2.2%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이 거의 절반(48.9%)에 달했고, 말로 항의(24.4%)하거나 그냥 참는(15.6%)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저항하거나 대항할 수 없는 이주여성의 현실은 기본적 인권의 파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충남의 한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20대 캄보디아 여성 짠나(가명) 씨는 다른 농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열심히 맞벌이를 하고 있다. 짠나 씨는 최근 임신했다. 그런데 이를 안 농장주는 “낙태를 해야 (고용허가제에 따른) 근로계약 연장을 해주겠다. 당장 병원에 가라”고 했다. 짠나 씨는 “그럴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9월에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실제 농장주 압박에 못 이겨 낙태를 한 여성도 있는데, 여성이 낙태 후 회복이 안 돼 힘들어하자 농장주는 되레 ‘불법 낙태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일을 더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 법적 보호, 이주 여성에겐 무용지물 남녀고용평등법은 외국인도 한국인과 다름없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불법 체류자여도 차별로부터 보호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의 남녀고용평등법은 이주여성들에게 ‘죽은 법’이나 마찬가지다. 이주여성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억울함을 토로할 곳을 찾기 힘들다. 특히 고용허가제는 고용 연장 여부를 사업주가 결정토록 하고, 고용이 연장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여성이주 노동자들이 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이주여성들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포기하고 억울함은 가슴에 묻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은 피해 사실이 신고되지 않으면 당국이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를 본 이주여성들은 신고해봤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니 신고를 하지 않는다. 고용센터들이 적극적으로 피해를 확인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화성=조은아 achim@donga.com / 위은지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해설자가 ‘일본 식민지배 옹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던 올림픽 주관 방송사 미국 NBC가 한국 여자 컬링팀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동양인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NBC뉴스는 24일(현지 시간)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적으로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을 소개했다. NBC는 김영미 선수의 별명을 소개하면서 “김영미는 ‘팬케이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That one is self-explanatory)”고 언급했다. ‘팬케이크’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납작하고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동양인의 얼굴을 비하하는 표현으로도 사용되는 단어다. 해당 발언이 나올 당시 화면은 김 선수의 얼굴이 비추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의도적으로 동양인 비하성 발언을 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해당 발언은 NBC 뉴스가 대표팀 선수들의 영어 별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NBC뉴스는 “선수들은 ‘마늘 소녀들(Garlic Girls)’라는 별명을 얻었다”며 “모두 김씨 성을 가진 5명의 선수들은 스스로 영어별명을 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킵 김은정 선수는 요구르트 상표인 ‘애니’, 김선영 선수는 달걀 요리인 써니 사이드 업에서 따온 ‘써니’라고 소개하면서도 유독 김영미 선수의 별명을 소개할 때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는 말을 덧붙여 또다시 ‘망언 파문’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9일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해킹 사태는 북한으로 위장한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GRU는 북한 인터넷주소(IP주소)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이용해 마치 올림픽 개막식 해킹 사태가 북한의 소행인 것처럼 꾸며냈다. 이러한 속임수는 GRU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P는 “GRU가 이번달 초 올림픽과 관련된 300여개 컴퓨터에 접속했다는 내용이 파악됐고, 민간 보안 회사들도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을 타깃으로 삼아왔다는 징후를 발견해왔다. 정보 당국도 비공식적으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GRU는 지난달 한국에 있는 라우터(네트워크 중계기)를 해킹해 올림픽이 시작하는 날 악성코드를 유포하기도 했다. 라우터를 해킹할 경우 라우터에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공격도 가능하다고 익명의 정보기관 관리는 설명했다. 실제로 개막식이 진행되던 9일 저녁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가 다운돼 10일 오전까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예매한 입장권을 출력하지 못한 관객들도 있다. 당시 현장 메인 프레스센터 와이파이와 IPTV가 꺼지면서 중계방송을 보며 개막식을 취재하던 전세계 취재진이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러시아 측이 평창올림픽을 해킹 타깃으로 삼은 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직적인 약물 복용(도핑)이 의심되는 러시아 대표단의 참가 자격을 박탈한 데 대한 보복 성격으로 추정된다. GRU는 러시아 육상 선수팀이 반도핑 규정을 위반해 2016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도핑 테스트 결과가 담겨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침입했으며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 등 미국 선수들의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 측이 25일 열리는 폐막식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WP는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오늘, 슈퍼맨(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가상통화가 태어났다.” 가상통화 채굴기 옆에 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일 TV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이날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한 국가 주도 가상통화 ‘페트로’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심화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베네수엘라의 궁여지책이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트로 사전 판매 첫날 마두로 대통령은 약 7억3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기 투자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해당 판매 수익을 증명할 증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 중 50억 배럴을 담보로 발행된다. 베네수엘라는 자국산 원유 가격과 페트로의 가격을 연동하겠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가격 계산법은 밝히지 않았다. 사전 판매 기간에는 할인을 적용해 1페트로의 단가를 60달러로 책정했으며 이후 페트로의 가치는 유가 변동에 따라 변한다. 정부는 60억 달러에 해당하는 1억 페트로를 발행할 계획으로 이날부터 다음 달 19일까지인 사전 판매 기간에 3840만 페트로를 판매한다. 미국 달러 같은 경화(언제든지 금이나 다른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화폐)로만 구입할 수 있으며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로는 페트로를 살 수 없다. 베네수엘라가 최초로 국가 주도 가상통화를 도입하게 된 것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 볼리바르의 화폐가치는 기록적으로 낮아 현재 1볼리바르는 약 0.00004달러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터키 카타르 미국 유럽의 투자자를 모으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페트로의 신뢰도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가 떠안고 있는 외채만 1500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자국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베네수엘라와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데, 가상통화를 사는 것도 제재를 위반하는 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도 “의회 동의 없는 페트로 발행은 불법”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대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은 이달 6일 5900달러 선까지 폭락한 뒤 최근 지속적 상승세를 보여 20일 기준 최대 1만127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1만1000달러 선을 회복한 건 1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페트로 사전 판매가 시장 안정에 일부 기여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첫 국가 주도 가상통화를 발급한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성공하면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도 비슷한 시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러시아는 가상통화 ‘암호루블’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보도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의 철강 제품에 53%의 관세를 매기는 고강도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미국 내에서 자국 일자리를 줄이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이 미국 내부의 비판적 여론을 활용해 통상압박을 돌파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 시간) 사설을 통해 철강·알루미늄 고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상무부의 권고안들은 미국 내 건설, 교통, 채굴 비용을 높일 것”이라며 다른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 “미국發 ‘철강펀치’ 자국 노동자가 맞을 판” 사설은 이어 “현재 철강업계 노동자는 16만 명이지만 철강을 소비하는 여러 업계의 노동자는 그 16배에 달한다”면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고관세를 부과했을 때 약 20만 명의 미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일자리 감소 피해를 봤던 지역은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해당한다.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많은 제조업자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스트벨트 지역 언론인 디트로이트뉴스도 이날 “수입 철강제품 규제안이 발표된 16일 포드모터스와 제너럴모터스 주가가 폭락했다”며 “보호무역이 국내 제조업자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된 것”이라고 전했다. ○ 자국 이기주의에서 시작된 무역전쟁 미국발 통상 압박은 늘 미국의 이익 극대화라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2002년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을 상대로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제재를 당한 국가들은 다같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WTO는 미국의 피해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결국 미국은 세이프가드를 철회했다. 미국으로서도 다국적 공조에 무리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 한국이 독자 행동을 할 게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 연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일본을 밀어붙였던 통상 압박도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1981년 미국은 자국 자동차 업체들이 적자를 보자 일본에 자동차 수출을 규제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일본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을 연간 165만 대로 제한했다. 일본산 자동차 공급이 줄어들자 미국산 자동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작 미국 소비자들은 1984년 한 해에만 3억5000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고급화 정책으로 선회해 미국 고급차 시장을 장악했다. 레이건 정부는 자동차 물량 제한 정책을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고급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중장기 계획을 짜야 무역전쟁에서 승산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관계와 재계를 설득하라” 국제 공조와 고급화 전략만으로 지금의 통상 압박을 이겨내기는 어렵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 강도가 훨씬 강하고 예측불허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86년 이후 미국이 한국 대상으로 수입규제 조치를 내린 것은 총 65건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7년 1월 이후 새로 가해진 규제가 10건(15%)에 이른다. 특히 미국이 15년 이상 제재 수단으로 쓰지 않던 세이프가드 카드를 꺼내 한국의 태양전지, 세탁기 산업을 겨냥한 점이 우려스럽다. 세이프가드는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 가능성이 높을 때 발동한다. 미국은 2002년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가 WTO에서 패소한 이후 이 카드를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 관세를 무리하게 높이는 조치도 WTO 규정에 걸린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며 WTO로부터 예외적인 규제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비판적 여론을 활용하는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협상 전공 교수는 “미국의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전체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며 미 상무부, 백악관, 철강업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의 미국에 대한 선입견에 갇혀 있지 말고 미국을 원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위은지 wizi@donga.com / 세종=김준일·최혜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보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해 본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골프장에서 휴가를 즐기는 미국인에게도 관세를 부과해야 하느냐?” ‘맨큐의 경제학’ 저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 주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를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국제무역의 혜택에 대한 (명백한) 이론과 증거가 있지만 이런 학문적 성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만한 ‘스코틀랜드 골프장’ 사례를 든 것이다. 맨큐 교수는 1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경제학자들이 국제무역을 걱정하는 이유’에서 이같이 밝히고 “자유무역의 혜택이 명백한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무역을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예로 세탁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검토 등을 들었다. 그는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등 고전경제학자들의 무역 이론을 소개하면서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강의하듯 ‘자유무역이 개인과 국가의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폐쇄 경제가 무역장벽을 없앨 경우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며 1850년대의 일본, 1960년대의 한국, 1990년대의 베트남이 실제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단기적으로 일부 산업 종사자가 타격을 입더라도 국민 전체 평균 생활수준이 향상된다는 결론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 상무부가 16일(현지 시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한국이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美中)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한국 철강업체가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철강 수입 규제 대상으로 꼽은 12개국 리스트에서 빠져나오려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철강에 중국산이 많이 포함돼 있지 않은 현실을 집중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中철강 수입 후 재가공해 美에 덤핑” 미 상무부가 공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저렴한 중국의 철강을 수입한 후 재가공해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본다. 보고서에서 토머스 깁슨 미국철강협회 대표는 “제3국에 수출된 중국산 철강은 그 나라에서 강철 제품으로 가공돼 다시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증언했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제3국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 가운데 12개 국가의 철강 제품에만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한국에 가장 불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12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된 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기준 중국산 철강 1422만 t을 수입해 전 세계에서 중국산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다. 미국은 한국을 중국산 철강 제품을 대신 수출하거나 중국산 제품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인 미국은 2016년 기준 3090만 t을 수입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 소비된 철강 제품 약 9500만 t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미국은 높은 수입 비중 탓에 자국 철강산업이 붕괴되고 최악의 경우 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잉 수입되는 철강물량이 경제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국가안보 위협론을 부각한 셈이다. 하지만 특정 품목의 수입물량을 자국 생산량과 비교해 안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논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수출 철강 중 중국산은 2.4%뿐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 국가와 기간 등을 최종 선택하는 4월 11일까지 미국 측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산 철강을 재료로 삼아 가공해 미국에 수출한 물량이 적을 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한국이 세계 1위의 중국산 철강 수입국이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중 중국산 비중은 2.4%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으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도 2014년보다 38%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산 철강은 자동차용, 유정용 강관 제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인 반면 중국산은 저가 제품 중심이어서 미국 내 소비시장 자체가 다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미국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은 지금까지 미국 현지 법인 등을 통해 약 57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결과 7700여 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의 논리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철강산업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입량을 1330t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만큼 한국을 위해 양보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강 차관보는 “산업부는 물론 외교부, 국방부 등 모든 부처가 나서 미국 상무부나 백악관 등의 관계자들에게 한국 측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정책 재검토 계기 삼아야”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통상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예견된 일이었는데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미 통상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통계수치와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기여한 점을 토대로 미국을 설득해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부과 과정에서 이런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세탁기 철강시장을 순차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제적 논리가 먹히지 않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만족할 만한 카드를 제시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탄핵 정국으로 정부가 초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며 “미국 측 이슈에 끌려가지 말고 연구기관이나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정부 간 대화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위은지 기자}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만 몰아갈 뿐 총기 규제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연방수사국(FBI)과 학교, 주 정부 등이 총격범에 대한 제보를 접수하고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등 대응 체계에도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맥베스 읽던 교실에 총탄 난사 마이애미에서 북쪽으로 72km 떨어진 파클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퇴학생이 저지른 총기 난사는 14일 오후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쯤인 오후 2시 21분경에 시작돼 6분 만에 끝났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17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당했다. 이는 최근 30년 동안 미국 내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중 7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것이다. 영어 수업 중이던 1층의 한 교실에선 학생들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맥베스’를 읽고 있었다. 경보기가 울리면서 교실 안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범인은 1층 입구 교실 4곳을 차례로 옮겨가며 반자동 소총인 AR-15를 난사했다. 어떤 교실은 문을 잠그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로 버텼고, 어떤 교실에선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옷장에 들어갔다. 2층으로 옮겨간 범인은 다시 교실 한 곳을 향해 총을 난사한 뒤 3층으로 올라가 총을 버리고 탈출하는 학생들 틈에 섞여 유유히 빠져나갔다. 약 1시간 뒤 체포된 범인은 백팩에 총을 넣고 등교하는 등의 행동으로 지난해 이 학교에서 퇴학당한 19세 니컬러스 크루즈로 밝혀졌다. 그는 학교에 들어와 화재경보기를 작동시킨 뒤 방독면을 쓰고 연막수류탄을 터뜨렸고, 나오는 학생들을 겨냥해 총을 쐈다. 범행 뒤에는 태연하게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를 사먹기까지 했다. 범인은 경찰에게 “공격을 실행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머릿속으로 그런 음성을 들었다”며 “그것은 악령의 목소리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과거 총기에 집착하던 ‘왕따’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단체 채팅방에서 “나는 유대인, 흑인, 이민자를 증오한다”거나 “동성애자들의 머리를 뒤에서 쏘라”는 등 수많은 과격 발언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친엄마가 유대인이고 그녀를 만나지 않아 좋다”고 쓰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로저, 린다 크루즈 부부에게 입양됐지만 로저는 2004년, 린다는 지난해 사망했다. 양어머니 사망 후 크루즈는 범행에 사용한 AR-15 소총을 비롯해 적어도 5정의 총기류와 방탄복을 사들였다.○ 트럼프 “정신건강 문제일 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FBI에 공세를 펴는 호재로 활용해 빈축을 샀다. 그는 17일 트위터에 “플로리다 총격범이 보낸 그 많은 신호 전부를 FBI가 놓쳤다는 게 너무 슬프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들은 트럼프 캠페인과 러시아 간의 공모를 증명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고 적었다. FBI가 2016년 대선 때 자신의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데 대한 불만을 총격 사건과 연관시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도 트위터에 “플로리다 총격범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수많은 징후가 있었다. 이웃과 급우들은 범인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적었다. 이어 몇 시간 뒤 대국민 TV 연설에선 이번 사건을 “끔찍한 폭력, 증오, 악의 광경”으로 부르며 “어려운 정신건강 문제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총기 규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것처럼 실제 FBI는 범인인 크루즈에 대해 2차례의 제보를 받았지만 모두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FBI는 크루즈가 지난해 9월 유튜브에 “나는 전문적인 학교 총격범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는 것을 신고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지난달 5일 범인의 지인이 FBI에 “크루즈가 범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제보 전화까지 했지만 이 역시 묵살했다. FBI뿐만 아니라 학교 당국과 주 정부도 제보를 묵살했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등에 따르면 총기 난사가 일어난 고교 재학생인 데이나 크레이그, 매슈 로사리오, 에니어 사바디니 등은 학교에 크루즈의 위험성을 알렸다. 이 중 사바디니는 크루즈의 옛 여자친구와 사귄다는 이유로 크루즈로부터 위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이그는 “크루즈가 총기와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사바디니와 크루즈가 다툰 뒤 학교에 알렸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아동가족보호국(DFS)과 지역 사법당국은 2016년 9월 크루즈가 스냅챗에 자신의 팔을 칼로 베고 총을 구입하고 싶다고 말하는 영상을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집으로 조사관을 보냈다. DFS는 크루즈와 면담까지 했으나 자신이나 남을 해칠 위험이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10년간 총기 사망자 31만여 명 트럼프 대통령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다시금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벌써 올해에만 중고교에서 4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는 수천 명의 시민과 학생 등이 몰려와 ‘지금 무언가를 하라’, ‘내 친구들을 죽게 하지 말라’, ‘투표로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날 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전미총기협회(NRA) 본부 앞에도 100여 명이 모여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15일 트위터에 “우리는 대다수 미국인이 원하고, 오래전 해결했어야 하는 총기규제법을 포함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총기 규제 입법을 강하게 촉구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도 ‘큰손’ 기부자로 알려진 부동산 사업가 앨 호프먼 주니어는 공격용 총기류 규제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는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미국에서 총기 사건 및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1만6545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테러에 의한 사망자는 313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총기 규제의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NRA의 로비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회원이 420만 명인 NRA는 정치권에 막대한 자금을 뿌리는 것 외에도 전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총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NRA는 2016년 학교 사격 프로그램에 220만 달러(약 24억 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크루즈도 NRA가 자금을 지원한 주니어 ROTC 조직에 가입해 사격 훈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주성하 zsh75@donga.com·위은지 기자}

미국 박물관에 전시 중이던 중국 진시황 병마용의 손가락을 부러뜨린 뒤 가져간 미국 20대 청년이 연방수사국(FBI)에 붙잡혔다. 이에 분노한 중국 측은 강한 처벌을 요구했다. 17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델라웨어주에 사는 마이클 로하나(24)는 지난해 12월 21일 밤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인스티튜트 박물관에서 열린 ‘어글리 스웨터 파티’에 참석했다. 당시 박물관은 진시황의 병마용 10기를 특별 전시하고 있었다. 로하나는 휴대전화를 손전등 삼아 폐장한 전시장 내부를 둘러보면서 병마용 어깨에 팔을 올리고 셀카를 찍었다. 그러고는 병마용의 왼손 엄지손가락을 부러뜨려 이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달아났다. 박물관은 지난달 8일 이 사실을 발견하고 FBI에 신고했다. 현장에는 로하나의 지문이 남아 있었으며 폐쇄회로(CC)TV에도 그의 범죄 행각이 담겨 있어 쉽게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며칠 뒤 FBI는 로하나의 자택에서 책상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엄지손가락을 찾아냈다. 검찰은 예술품 절도 및 은폐 등의 혐의로 그를 기소하기로 했다. 미국에 병마용 10기를 대여해준 산시성 문화교류센터 측이 사건 당사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베이징칭녠보가 전했다. 중국 측은 또 전시협약서에 근거해 박물관에 배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일본 오사카(大阪) 부 하비키노(羽曳野) 시에서 한국 국적의 60대 남성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18일 교도통신 지지통신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7일 오후 10시 5분경 하비키노 시 인근 길거리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현지 언론은 숨진 남성이 후지이데라 시(藤井寺市)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의 회사원(64)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사건이 발생한 곳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길을 걸어가다 습격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남성의 등에 무엇인가에 찔린 상처가 있다며 이를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본부를 설치해 조사 중이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조4000억 달러(약 4796조 원)에 달하는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지출예산안 제안서를 12일 의회에 제출했다. 국방과 인프라 부문 예산을 크게 늘리고 복지 예산을 줄이는 게 특징이다. 특히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 증강에 많은 예산을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올해 국방비는 전년도(6118억 달러) 대비 10% 이상 증가한 6861억 달러(약 748조 원)가 편성됐는데 이는 이라크전쟁이 종전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방부는 제안서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사일방어체계에 투자할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 예산 129억 달러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투자와 한반도에서 미사일 방어 능력을 증강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알래스카 포트 그릴 리 기지 내 ‘지상기반 미사일 요격 시스템(GMD)’에 20기의 지상배치 요격 미사일을 추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GMD는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궤도를 예측해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핵 억지력 예산에 240억 달러를 배정해 북핵 위협에 대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도 보였다. 국방부는 또 병력을 2만5900명 더 늘리고 군인의 급여도 2.6% 올리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인프라 투자 약속도 이번 예산안에 대폭 반영됐다. 인프라 예산은 총 1조5000억 달러(약 1635조 원) 규모로 책정됐으며 이 중 2000억 달러만 연방 예산에서 지출하고 나머지는 주 예산과 민간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주로 낡은 도로와 교량, 공항을 개·보수하거나 신축하는 데 쓰인다. 반면 복지 예산은 크게 줄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인 ‘메디케어’ 예산을 앞으로 10년간 2360억 달러 줄이기로 했다. 저소득층용 무료 식권인 ‘푸드 스탬프’ 관련 예산도 2028년까지 총 2135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말 통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으로 세입이 감소할 예정이지만 올해 예산안은 전년도 대비 5.6% 증가해 2019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는 98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해 전 세계는 군사충돌 직전까지 다가갔다.” ‘안보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뮌헨 안보회의 의장인 볼프강 이싱거 전 주미 독일대사는 올해 열리는 회의를 앞두고 지난해의 한반도, 동유럽, 걸프만 충돌을 거론하며 “단 하나의 잘못된 결정이 연쇄 충돌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963년부터 매년 2월 개최되는 뮌헨 안보회의에는 전 세계 국방과 안보 분야의 정부 및 국제기구 수장, 학자, 기업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500여 명이 모인다. 16일부터 3일간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이 참석한다. 올해 회의 주제는 ‘커지는 안보 위협 속에서 유럽연합(EU)의 역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산 속에서 경제 개발에만 박차를 가했던 유럽의 안보가 새 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냉전 이후 최대 국방비 증대 유럽 국가들은 1945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 비중이 계속 줄었다. 1960년 GDP 대비 6%를 넘던 프랑스의 국방비는 1995년부터 2%대로 내려왔다. 독일은 GDP 대비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년간 공공재정 600억 유로(약 80조 원) 감축에 나선 중에도 국방비만큼은 2025년까지 2950억 유로(약 395조 원)를 책정해 대폭 인상했다. 프랑스는 또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370억 유로(약 50조 원)를 핵무기 현대화에 투입하고 육군은 2025년까지 전체 장갑차의 50%를 새 모델로 교체하기로 했다. 영국은 국방비 예산 삭감 논란에 휩싸였지만 2015년 계획된 무기 현대화 작업에 따라 올해 해군력 증강 작업이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해군 부활의 자존심’인 31억 파운드(약 4조5000억 원)짜리 첨단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이 공식 취역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군사전문지 제인스는 나토 회원국 중 9개국이 올해 GDP 대비 2%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5개국보다 늘어난 것이다. ○ 러시아와 신냉전체제 구축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후 유럽은 신냉전 구도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등 4개국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우리 영토”라는 러시아와 철수를 요구하는 나머지 국가 간에 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동유럽 발트해의 긴장감은 전쟁 직전까지 커져 가고 있다. 러시아가 작년 9월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 지역에서 실시한 군사훈련 ‘자파드’에 대해 에스토니아 방위군사령관은 “러시아는 테러 방지 목적의 훈련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토군을 선제공격한 뒤 전면전까지 감안한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뮌헨 안보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발트 지역 육상 전투력(탱크+장갑차 수)에서 나토군의 5배 가까운 규모를 갖췄다. 유럽의 걱정이 커져 가는 이유다. 러시아 북서지역과 가까운 북유럽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스웨덴 정부는 2차대전 때 배포한 전쟁 대처 방안을 전 국민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이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염두에 둔 조치다. 노르웨이에 주둔 중인 미국 해병대사령관 로버트 넬러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와의 전쟁이 다가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뮌헨 안보회의가 펴낸 2018년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레토릭으로는 러시아에 우호적이지만 실제 미국 사회의 상층부는 러시아를 다시 주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은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썼다.○ 미국에서 벗어난 ‘홀로서기’ 새판 이처럼 안보 위협은 커져 가는데 미국과 유럽의 안보동맹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데 유럽의 고민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하도록 한 나토 협약 5조에 대해 한 번도 지지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점이 유럽이 미국을 불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방위비 분담금을 더 걷는 데만 몰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유럽은 독자적인 군사능력 강화로 홀로서기를 꾀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EU 25개국이 출범시킨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의 구축이 대표적이다. 유럽 각국의 178개 무기 시스템을 포함해 제각각인 국방 체계를 일원화하고 장비와 기술 공동 개발, EU군 창설 준비가 시작됐다. 미국의 동맹인 영국조차 EU의 독자적인 군사 움직임에 반대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EU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과정에서 안보와 국방 협력을 우선적으로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메이 총리는 이번 뮌헨 안보회의에서도 EU와의 안보 협력 강화를 선언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유럽 주요 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국 군대는 자국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응답은 8%뿐일 정도로 이웃 국가와 세계로 국방 협력 범위를 늘리려는 공감대는 마련됐다. 유럽 내 양자 군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 군사력 1, 2위인 프랑스와 영국의 군사 협력이 깊어지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18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이 영국 총리는 2010년 양국이 맺은 랭커스터 하우스 협정을 곧바로 함께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동맹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독일 역시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로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국 주변 7개 지역에 주둔해 있는 5000명의 공동 부대는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모두 사용해 유럽 신속 대응군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위은지 기자}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사진)가 10일(현지 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진짜로 올림픽에 참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초청으로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봤다. 웜비어 씨는 “북한 선수들은 올림픽 빌리지에서 다른 선수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지 않고, 진짜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지 않다”며 “올림픽 정신이라는 맥락에 비추어 북한의 올림픽 참가 행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그것(북한의 올림픽 참가)은 정치적 성명(political statement)”이라고 평가했다. 웜비어 씨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 이유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권력과 잔인함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개회식을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행위가 올림픽 정신에 반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나에게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내 아들 오토에 대한 그들의 대우가 바로 그들의 수준이며,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라며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올림픽에 참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개회식 참석에 앞서 펜스 부통령과 함께 탈북자들을 만난 웜비어 씨는 “아들이 겪었던 고초 때문에 그들과 유대감을 느낀다”며 “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에 참석했던 탈북자 지성호 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연설이 끝난 후 지 씨가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오토의 무덤 사진을 보여줬다”며 “그는 신시내티로 날아가 오토의 무덤을 방문했다. 그것이 바로 북한인의 정신”이라고 칭찬했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을 초청했다는 소식에 대해선 “대화를 통해 남북이 더욱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북한을 향해 나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영국의 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더타임스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이 공동 입장 때 사용한 한반도기 사진을 설명하면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타임스는 10일자 국제면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남북한 대표팀의 사진을 싣고 “선수들이 든 깃발은 논란거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완강한 두 적의 통합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소유한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엉터리 사진설명을 달았다. 이 신문은 엉뚱하게도 독도가 아닌 제주도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사진). 제주도와 독도조차 구분하지 못하면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소개한 셈이다. 한반도기 속 독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에 따라 빠져 있었다. 이를 발견한 주영국 한국대사관은 더타임스 측에 공식 항의하고 정정 보도를 요구한 상태다.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평창에서 취재 중인 일본 특파원으로 밝혀졌다. 그는 사진설명은 런던 본사에서 썼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여객기가 11일(현지 시간) 추락해 탑승자 71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러시아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고 여객기는 북한 김정은의 전용기와 동일 기종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지역 항공사인 사라토브 항공 소속 안토노프 AN-148 여객기는 이날 오후 2시 21분경 이륙해 남부 오렌부르크 주의 오르스크 공항으로 향했지만 이륙 2분 뒤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여객기 사고 위치는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아르구노보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여객기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는 “여객기가 이륙 5분 후 신호가 끊기기 전까지 분속 1000m의 속도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6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71명이 탑승했지만 재난당국 관계자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 현지 목격자들에 따르면 “불이 붙은 여객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기상 악화 가능성보다는 여객기 자체 고장으로 추정된다. 아침에 모스크바에 내린 폭설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N-148 기종 여객기는 우크라이나의 항공 설계국에서 만든 단·중거리형 여객기. 북한은 대당 약 300억 가량의 이 여객기를 2014년 2대 도입해 이중 한 대를 김정은의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김정은은 전용 여객기 2대와, 레저용 세스나 소형 항공기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김여정이 타고 인천공항으로 온 김정은 전용기는 너무 커서 북한의 지방 공항에 착륙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보다 작은 AN-148를 자주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AN-148 여객기를 도입한 직후 직접 시범 조종까지 했고, 북한 중앙TV는 이 장면을 방영도 했다. 이번 사고로 우크라이나제 여객기의 안전성 여부는 다시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여객기를 김정은의 전용기로 사용하는 북한으로선 전용기로 계속 사용할지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미군 주도 연합군이 7일 시리아 동부 쿠샴에서 친정부군을 공습해 병력 100여 명이 숨졌다. 시리아 친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는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고, 미국은 “방어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반박했다. CNN 등에 따르면 연합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 친정부군이 연합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 민주군(SDF) 본부를 먼저 공격해 이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공습과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친정부군의 공격 당시 SDF 본부에는 연합군 소속 자문관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공습한 지점은 시리아 동부 쿠샴 지역의 유프라테스강 비(非)교전 지역에서 동쪽으로 8km 떨어진 곳이다. 연합군 측은 친정부군 소속 병력 약 500명이 박격포와 러시아산 탱크 등으로 SDF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SDF 본부 500m 내에 20∼30발의 포탄이 날아들자 연합군은 공습과 포격으로 대응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날 교전으로 친정부군 병력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군과 연합군은 사상자는 없었고 SDF 대원 한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군 관계자는 “시리아 친정부군이 2014∼2017년 IS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쿠샴 지역의 유전을 빼앗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DF는 지난해 9월 해당 지역을 IS로부터 탈환했다. SDF를 공격한 친정부 세력의 정체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은 이들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력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군 측은 연합군이 보복 공습을 가하기 전 러시아 측에 비교전 지역 부근에 친정부군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핫라인으로 알렸다고 밝혔다. 미군 관계자는 “연합군은 친정부군 세력의 공격 전, 공격 도중 그리고 공격 후에도 계속 러시아 측과 연락을 취했다”며 “러시아 측은 동맹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프란츠 클린체비치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이번 공습에 대해 “연합군의 행동은 의심할 여지없이 침략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