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이상훈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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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sangh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42%
일본23%
국제일반23%
미국/북미3%
경제일반3%
국제교류3%
인사일반3%
  • 아베 정권 ‘방송 개입’ 의혹 문서 폭로 논란… 담당 장관 “날조” 극구 부인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방송 개입 시도’ 의혹 문서가 폭로돼 당시 담당 장관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이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8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2014년에 방송 주무 부처인 총무성과 총리관저가 협의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84쪽 분량의 문서에는 ‘방송국 프로그램 전체를 보고 판단한다’라는 일본 방송법의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정부 해석에 ‘개별 프로그램을 보고 판단한다’라는 해석이 추가된 경위가 담겨 있다.공개된 문서에는 “현재 프로그램에는 이상한 것이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 ‘TV아사히에 공정한 프로그램이 있나’ ‘총무상은 준비해 줬다고 관저에 전해달라’ 등 방송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 대회가 담겼다. 아사히신문은 “정부 여당에 비판적 보도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지금까지 퍼졌다”라고 지적했다.다카이치 장관은 “날조”라며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총무성이 7일 내부 행정 문서가 맞다고 인정하고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경위에 대해 총무성이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감싸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야당은 앞서 다카이치 장관이 “사실이라면 사임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다카이치 장관은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웠던 인물로 2021년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기시다 총리와 붙었다. 당시 그는 “총재에 선출되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싶다”라고 했고, 한국 등의 반발에 대해 “중간에 참배를 어정쩡하게 그만두면 상대가 기어오를 것”이라며 망언을 해 논란이 됐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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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해법에 日 호응할 때”… 日, 관계개선 여론 확산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제시한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제는 일본이 한국에 호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내 보수 강경파에서는 여전히 ‘양보 절대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전략적 결단이 실현되려면 일본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주문이 석학과 언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오쿠조노 히데키(奧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단순히 한일 관계만 본 게 아니라 국제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지금의 한일 상황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일부 일본 정치인이 한국에 양보하지 않았다고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일본 국익에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한국에 보다 유연한 대응을 취할 수 없나 하는 생각”이라며 “모처럼 한국 정부가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린 만큼 이를 살릴 수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자국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도쿄신문은 사설에서 한국 주도의 해결책에 대해 “소송 원고(피해자)와 한국 여론의 반발이 강해 일본 측의 기여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다”며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의 적극적 협력을 촉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칼럼에서 “이제는 윤석열 정부의 결단을 뒷받침해 한국이 정권교체 이후에도 골대를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게 (일본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며 국무위원들에게 “양국 정부의 각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과 아울러 경제계와 미래 세대의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 시간) “한일 두 동맹 간 발표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한미일 3국 관계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한 비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日내부 “韓의 결단 못살리면 日도 타격… 강경파에 휘둘리면 안돼” 한일관계 개선 여론확산“자민당 일부 ‘한국이 굽혔다’ 주장국익보다 강경파에 외교 휘둘려”“日기업들 기금 참여 필요” 주문도 “일본 외교의 전략성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 일본의 한 외교학 전공 교수는 7일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집권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한국에 완승했다.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 기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과거에는 조금 손해를 봐도 장기적 국익을 생각해 결단했는데 지금은 순간적으로 속 시원한 말만 하는 우파 정치인에게 일본 외교가 휘둘리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일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상을 줬다가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시즌2’가 되고 이는 일본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결단을 확실하게 지지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일본 국익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사죄와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을 포함한 일본 기업들의 ‘미래청년기금’(가칭) 참여 없이는 한국 여론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日 방관하면서 뒤집힐까 걱정하는 건 이상”한일 관계에 정통한 일본 내 석학들의 우려는 집권 자민당 일부 보수 강경파들이 한국의 결정을 지나치게 자신들의 승리라고 포장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보수파 중진 의원은 “거의 일본 희망대로 됐다. 한국이 잘 굽혔다”라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 반발하는 한국 여론에 대해 의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위안부 합의가 사문화된) 실패 경험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낸 당시와 비교하면 (일본 정부의 반응이) 차갑다는 느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내린 모처럼의 영단을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면 여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며 “방관하면서 (위안부 합의 때처럼) ‘또 뒤집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건 이상하다”라고 지적했다. 기미야 교수는 특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전날 일본의 사죄와 관련해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만 말한 점도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역대 내각의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식민지 지배는 한국인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고 여기에 굉장히 미안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자산 현금화를 피하게 된 일본 기업에 대해서도 “최고경영자(CEO)급이 기자회견을 해 배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할 수 없지만 과거에 피해를 당하고 인권 침해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했고, 도의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이웃 국가끼리 정상 왕래조차 하지 않는 비정상적 상황을 타파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특히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는 보복 조치로 한일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만큼 신속하게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며 “일본이 식민지 지배 가해자라는 생각이 희박해지면서 한국의 불신감이 깊어졌다”고도 언급했다.● “일본이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해외에서도 일본 측의 후속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스탠퍼드대 국제정책학 강사인 대니얼 스나이더의 발언을 인용해 “기시다 총리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합의에 마지못해 끌려갔고 한일 간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 내기 위해 꼭 필요한 도덕적 리더십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벤저민 A 엥겔 연구교수는 AFP에 “한국 발표의 중요성은 일본이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 달렸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에 대해 자민당 보수파를 배려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사히는 “자민당 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총리로서는 한국에 대한 불신감이 뿌리 깊은 보수파로부터 ‘타협했다’는 비판이 강해지면 정권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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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경단련, 미래기금 조성 착수… “시간 끌 생각없다” 속도전

    1400여 개 회원사를 보유한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경단련(經團聯)이 한일 청년 세대를 위한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 절차에 착수했다. 미래기금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일환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경단련이 공동 조성한다. 경단련은 일본 정부의 의중을 바탕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기금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 때 윤곽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경단련 회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경제 교류 강화에 긍정적으로 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미래기금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시간을 끌 생각이 없다”며 속도전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와 경단련이 이미 상당 부분을 물밑에서 조율했다”고 언급했다. 경단련은 조만간 회원사를 대상으로 기금 참여를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배상 참여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으나 회원사 자격으로 미래기금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의류 및 식음료 업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소재부품 회사, 한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소재 기업, 주요 대형 은행 등도 기금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의 모임 ‘서울저팬클럽(SJC)’에 소속된 기업 중 대기업 중심으로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참여 가능성이 높은) ‘유력 기업들’이 있지만 아직 리스트가 확정된 건 아닌 상황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이날 “‘모든 방안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방향성 외에 추가된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기금 조성에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여론 향방이 불분명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 회사와 금액 산정 기준, 포스코처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하는 피해자 배상 재원에 이미 참여하기로 한 기업들의 제외 여부 등 세부 내용을 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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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日기업들, 韓징용재단 참여 가능성 커져”

    한일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조성하는 재원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리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6일 일본 기업들이 재단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아닌 일반 일본 기업들의 지원재단 재원 참여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일반 기업들에 한해 (지원)재단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고기업의 지원재단 참여는 무산됐지만 일반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일반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가 개인 차원에서 지원재단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피고기업의 경우 지원재단 참여 대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聯)이 공동으로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 기부 활동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하야시 외상의 발언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피고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부담하는 한국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당국자는 “다른 국내외 재단과 마찬가지로 (기부금을) 내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지원재단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의 사죄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이에 앞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지원재단이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변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우선 참여한다. 박 장관은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일본 정부도 (일본)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굴욕적인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에서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했다.‘日피고기업 이달중 미래기금 참여’ 조율… 무산땐 ‘한일 역풍’ 징용해법 공식발표징용배상, 피고기업 빠져 반쪽 논란미래기금 참여가 관계 개선 변수로정부 “日에 구상권 안쓸것” 논란 여지한일 정부는 이달 중순으로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담 즈음 일본 피고 기업이 한일 재계가 조성한 미래청년기금 참여를 공식화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한일 정부 간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피고 기업이 기금 참여를 발표하는 성의를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한일 간 후속 협의가 삐걱거려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가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위한 결단”이라며 해법을 발표한 취지가 퇴색되고 피고 기업으로부터 최소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청년기금은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마련된 대안이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은 6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당사 입장이며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제철은 “한국 정부의 국내 조치에 언급할 입장이 아니고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적절히 대응하겠다”라고만 했다. 당장 정부가 6일 피고 기업 참여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 산하 지원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쪽 해법’이란 비판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기금 참여가 이뤄져야 이런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경단련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 간 합의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방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금에 관한 논의도 포함해 모든 방안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후 피고 기업들이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기금 참여를 공식화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가 공식화되진 않은 만큼 변수는 있다. 일본 정부가 국내 정치적인 이유 등을 들어 기금 참여를 무산시키거나 참여 시점을 무작정 미루면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금이 출범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경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전경련에는 4대 그룹이 탈퇴한 상태다. 주요 기업들이 빠진 채 기금이 운용되면 피고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히더라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혀 피고 기업 면책과 관련한 불씨도 남겼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상권 행사에 대해 상정하지 않고 있다”며 “구상권의 민법상 소멸시효는 10년”이라고 말했다. 지원재단이 대신 피해자들에게 변제한 뒤 피고 기업들에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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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사죄 표현 없이 “1998년 한일선언 계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6일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면서도 ‘사죄’나 ‘반성’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도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와 같은 언급을 하는 것으로 사죄 표명을 갈음했다. 1998년 당시 오부치 총리는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전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으로부터 과거사에 대해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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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수출규제 4년만에 해제 착수… 韓 “WTO 분쟁 잠정 중단”

    한일 양국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으면서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도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있다. 양국은 전임 정부 시절 관계 경색의 단초가 됐던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관련 분쟁을 중단하고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부는 수출규제에 관한 한일 간 현안 사항에 대해 양측이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관련한 양자 협의를 신속히 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이전은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 대상국) 배제 조치가 이뤄지기 전을 뜻한다. 정부는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일본에 대한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수출, 특히 반도체 관련 공급망 부분이 어려웠는데, 2019년 7월 이전으로 원상 복귀하겠다는 것에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도 산업부와 같은 시간에 브리핑을 열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 및 수출관리 우대 화이트리스트 국가 복귀를 위한 국장급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일 정부는 조만간 수출규제 해제와 관련한 정책 대화를 열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한일 관계 악화로 피해를 본 양국의 경제 교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피고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리자 2019년 7월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와 ‘수출 우대국’ 제외 보복 조치에 나섰다. 정부가 이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서며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다. 양국 간 안보협력 정상화 논의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는 지난달부터 양국 군 당국 간 실무협의 등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존 한미, 미일 간 양자 차원에서 이뤄진 정보공유 체계를 3자 체계로 확대하는 문제라 기술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2019년 종료 파동 이후 현재 조건부 종료 유예 상태인 지소미아의 ‘조건부’ 딱지를 떼는 등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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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사죄 표현 없이 “1998년 한일선언 계승”

    일본 정부는 6일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면서 간접적으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혔다. 다만 ‘사죄’와 ‘반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발표자도 애초 예상됐던 총리에서 외상으로 급이 낮아졌다. 한국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해결책을 발표해 일본도 외상이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이날 국회 답변을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외상이 언급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첫 사죄였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너무 많이 양보한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일본으로부터 과거사에 대해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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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日 징용 피고기업, ‘한일 미래기금’ 참여 가닥”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이 이 기금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양국 정부가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의 대기업 등 일반 기업들의 경우 양국 재계가 조성하는 공동 기금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조성하는 기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양국 정부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6일 한국 차원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한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포스코 등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국내 기업 16곳이 출연한 자금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 등이 포함된다. 한국 정부가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 정부도 같은 날 “일본 기업들이 (공동 기금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담긴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표명할 것이라고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국 간 핵심 쟁점이었던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문제는 한일 청소년 교류나 장학금 사업 등에 사용하는 미래청년기금에 피고 기업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청년과 미래 세대들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 양국 경제계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며,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떠오른 대안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피고 기업이 돈을 내야 한다는 한국 입장과 지원재단을 통해선 돈을 낼 수 없다는 일본 입장이 절충된 해법”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관련해선 기시다 총리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포함된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 표명”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日 피고기업, 韓징용재단 참여 대신 ‘한일 미래기금’으로 우회 징용배상 해법 오늘 발표 한일 정부 ‘간접 기여’ 방식 공감대‘日 일반기업, 韓재단 참여’도 협의日, 피고기업 기금참여 언급 안할듯韓 피해자측 이해-국민 공감 미지수 “양국 정부가 나름 한발씩 양보했다. (정부로서는)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합의가 안 됐다면 5월 이후로 협상이 길어졌을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최대 쟁점이었던 일본 피고 기업의 기여 방식을 둘러싼 양국 간 협의 결과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6일 해법 발표를 앞두고 한일 정부는 피고 기업이 정부 산하 지원재단이 아니라 한일 양국 재계가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기여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 기업의 지원재단 참여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 입장을 고려한 동시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피고 기업이 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참여할 경우 생길 논란 등까지 염두에 둔 우회 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본 정부는 6일 미래기금 등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용인하는 방침을 밝히되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 여부는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고 기업이 기금 조성에 기여한다 해도 ‘피해자에 대한 배상’ 성격이 옅은 만큼 피해자와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日, 피고 기업의 지원재단 기금 참여 거부 복수의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기업은 지난해 11월경만 해도 피해자에 대한 직접 배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한일 정부가 배상 문제와 관련해 본격 협상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하지만 얼마 뒤 배상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게 배임이라는 등 이유로 피고 기업 내 주주들이 기업 측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이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지원재단을 통해 배상에 기여하는 방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부가 1월 국회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 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안’ 윤곽을 발표했을 당시 일본 정부는 피고 기업이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름으론 변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 산하 지원재단을 거치는 자체가 다시 ‘배상’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 피고 기업이 아닌 일본 일반 기업들 내부에선 자신들이 재판 당사자도 아닌데 지원재단을 통한 배상에 왜 참여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죄 등에 대한 합의가 잘돼 순탄하게 진행되던 양국 간 협의가 이 시점에 교착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3자 변제안 자체의 법적 쟁점들도 걸림돌이 됐다. 제3자 변제가 성립하려면 채무자, 즉 일본 피고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채무를 우선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은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도 수용하지 않았다. 일본 측이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재단이 변제를 할 상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아울러 지원재단이 법적 변제 자격을 얻으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요건이 성립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피고 기업 참여해도 “배상 아니다” 논란 일 듯 이런 문제들을 우회하기 위해 피고 기업이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기여하는 방식이 거론됐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협상 마지노선은 피고 기업의 참여를 어떻게든 이끌어내는 것이었다”며 “다만 지원재단을 거치진 않겠다는 일본 측 의사가 워낙 강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래청년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이 피해자 측 이해를 얻어내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피해자 단체 관계자는 이날 제3자 변제 해법 등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덮어주고 면해주는 합의”라며 “대한민국 외교사에 최악의 굴욕외교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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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DJ-오부치 선언’ 계승 통해 사죄 뜻 밝힐듯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또 다른 축인 일본 측의 ‘사죄’ 부분은 6일 한국 정부가 배상 해법을 발표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역사의 반성이 담긴 과거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사죄 의사를 표명할 방침이다. 당시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언제, 어떻게 계승 입장을 재확인할지 고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6일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통해 언급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일본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방식도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반성과 사죄를 계승하고 있다고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거 담화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한일 정부는 사죄와 관련해서는 공감대를 확인하며 협상을 이어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미 사죄와 반성은 더 할 것이 없다는 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지였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것만으로도 기시다 총리는 결단을 했다는 입장”이라면서 “일본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총리가 과거 담화를 유지하겠다며 그 허들을 넘은 것”이라고 전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5일 페이스북에 “사과가 아닌 걸 사과라고 하면 안 된다”며 “피해자에게 ‘이건 사과야’라고 강요하거나, ‘우리가 사과를 받아냈어’ (하고)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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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 “日 수출규제 해제 맞춰 韓 WTO 제소 철회 가능”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은 한일 정부가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할 첫 단추는 일본이 한국에 취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문제다. 한일 정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와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를 사실상 동시에 단행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출규제 해제 조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결국 경제와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조치에 속도를 내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갈등이 확산돼 빚어진 일”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에 맞춰 한국도 제소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의 제소 이후 해당 사안이 WTO에 계류돼 있어 일본은 해제 전 제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측은 해제와 취하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 (이를) 수용 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관리를 강화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 정부는 2019년 9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부당한 조치라며 WTO에 제소한 상태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생전에 작성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정부의 징용 배상 판결이 수출규제로 이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한일 정부는 양국 군사 협력 강화를 위해 지소미아의 정상화에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양국 간 지소미아는 실질적인 정보 공유 수준으로 복원된 상태지만, 양국 정부가 이를 공식화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일이 상호 방문하는 관광객 수를 늘리는 등 한일 간 인적교류 확대 방안도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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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최대 강점은 낮은 국가부채… 日 반면교사 삼아야”[글로벌 포커스]

    “한국은 국가 부채가 아직 많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참고해 유의해야 합니다.” 일본 대표 경제학자로 꼽히는 시라이 사유리(白井さゆり·사진) 게이오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일본은행 심의위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비슷)을 지낸 시라이 교수는 경제학자답게 한국의 주요 경제지표를 하나하나 숫자까지 짚으며 일본 경제와 비교, 분석했다. 그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후보가 금융 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부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은행 총재가 바뀌면 아베노믹스는 바뀔까. “5년간 현상 유지할 것으로 본다. 우에다 총재 후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을 일본은행의 책무라고 밝혔다. 매우 무거운 발언이다.” ―이렇게 제로 금리를 유지해도 괜찮은 것인가.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내건 이상 금융 완화를 계속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한국 미국 유럽 모두 물가가 5% 넘게 크게 올랐지만 일본은 그 정도는 아니다. 올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일본 물가상승률이 2%를 밑돌 것이다. 작년 같은 달러화 강세가 다시 온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 ―현재 제로 금리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일본은 이미 초(超)저금리에 익숙해져 버렸다. 일본은 특이하게 국채 대부분을 중앙은행과 연기금 같은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다. 10년 뒤 일본 국내에서 국채를 사 주지 않으면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데 해외 투자가들이 과연 일본 국채를 사 줄지 문제다. 금융 완화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 당장 경제 펀더멘털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영원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 아니다. 10년 후, 20년 후 어떻게 될지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한국도 일본처럼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의 최대 장점은 국가채무비율이 50%가 안 될 정도로 빚이 적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때 재정을 많이 풀지 않았다. 저소득층 지원이 적었다는 비판은 있었겠지만 정부 부채를 억제한 것은 현명했다. 일본처럼 국가채무비율이 250%를 넘어가면 정말 힘들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보다 국가신용등급도 높지 않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일본 A+보다 2개 등급 높은 AA다.) 한국은 일본보다 내수 규모가 작아 살아남기 위해 국제화에 발 빠르게 나섰지만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K팝이 보여주듯 한국은 세계적 흐름을 읽고 빨리 움직이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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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에 내몰린 아베노믹스… 금융완화 ‘출구’ 못 찾는 日[글로벌 포커스]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 운영위원회. 세계 3위 기축통화인 일본 엔화의 새 사령탑 일성(一聲)에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 후보가 한국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해당하는 ‘소신 청취’에 나선 자리였다. 엔화는 세계 외환 거래량의 16.7%(2022년 국제결제은행 기준·총합계 200%)를 차지하며 미국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3대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고 있다. 우에다 후보는 일본 금융완화에 대해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경제와 물가 정세를 고려하면 필요하고 적절한 방법이다. 기업 수익과 고용 상황 개선에 공헌했고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재의 제로금리 및 ‘수익률 곡선 통제(YCC·중앙은행이 장기금리 목표치를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을 매수 및 매도하는 정책)’를 통한 ‘돈 풀기’를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완화와 확장 재정을 축으로 한 경기 부양 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당장 끝내지 않겠다는 우에다 후보의 언급에 한때 엔화 환율이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취임 이후에도 끝이 보이지 않던 일본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갈림길에 섰다. 차기 총재는 ‘현상 유지’를 할 뜻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움츠러들었던 일본 가계, 기업의 경제 심리에 훈풍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초(超)저금리 장기화로 경제의 신진대사 기능이 망가지고 나라 살림이 지나치게 방만해졌다는 비판이 크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부채를 짊어진 채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 지금의 일본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향후 국가 지출의 팽창이 예상되는 한국에 반면교사가 된다.● ‘돈 풀기’로 시장 부양해온 아베노믹스 정부 입김과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의 독립성은 각국 중앙은행의 기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 1월 “고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경제를 둔화시키는 금리 인상 같은 조치가 인기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은 예외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끈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하자마자 이듬해 1월 일본은행과 공동성명을 냈다. ‘디플레이션 탈출과 지속적 경제 성장 실현을 위한 정책 제휴’라는 이 공동성명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 조기 실현을 목표로 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2013년 4월 아베 전 총리가 임명한 구로다 총재는 “대담한 금융완화 지속에 대한 강한 믿음이 필요하다” “디플레이션 해소의 책임은 일본은행에 있다”며 아베노믹스의 지휘자를 자처했다. 대담한 금융정책, 기민한 재정정책, 민간 투자를 이끄는 성장 전략. 아베노믹스의 기둥인 ‘3개의 화살’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경기가 살아나 기업들이 투자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논리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재취임 2개월 만인 2012년 2월 미국을 방문해 “아임 백(I′m back). 일본도 그래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1970, 80년대 잘나갔던 일본 경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였다. 아베노믹스 효과는 금융시장에서 즉각 나타났다. 2011년 달러당 75엔이었던 환율은 2013년 125엔까지 올랐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엔화를 풀면서 나타난 ‘기대 섞인 엔저’에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2012년 12월 1만80엔이었던 닛케이평균주가는 2013년 말 1만6291엔으로 1년 만에 60% 넘게 뛰며 1980년대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잃어버린 일본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되찾았다”(일본상공회의소) “결과적으로 안정적 경제 운영을 통해 매우 큰 이바지를 했다”(일본 경단련)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노믹스, 생산성에 심각한 악영향”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는 엔화 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구로다 총재 전임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가 2013년 퇴임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던진 작심 비판이다. 당시만 해도 ‘떠나는 자의 뒤끝’ 정도로 보는 평가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미래를 예언한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물가 상승, 경제 성장 모두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미미했다. 금융완화가 10년 이상 지속되면 생산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해진다”고 당시의 판단이 옳았음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스스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 호경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 경제는 일부 숫자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성공한 경제정책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오르지 않았다. 10년간 지속된 금융완화에도 2%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2번에 불과했다. 아베 전 총리 퇴임 1년 전인 2019년 일본은행이 공표한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염원했던 물가 상승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랐지만 투자 자금이 기업 투자 및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본격화된 물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 현상에 따른 수입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이 컸다. 애초에 진단이 틀렸다는 비판도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얼어붙은 경제 심리, 기업들의 혁신 실패, 저출산 고령화 장기화, 이에 따른 내수 수요 감소 등 악순환의 결과물이 물가 정체인데, 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고질병을 방치한 채 돈만 풀다 보니 침체 탈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 조사통계국장을 지낸 하야카와 히데오 도쿄재단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는 이들은) 디플레이션을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본다. 디플레이션 때문에 경제가 침체했으니 물가를 올리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논리인데, 대부분의 학자는 디플레이션을 결과로 여긴다”라고 지적했다.● 차기 日銀 총재, 정책 변화 가능성 열어둬 우에다 후보는 국회 답변에서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지는 않았다. 그는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시장 금리에 손을 대는 정책에 대해 “다양한 부작용을 부정할 수 없다”며 “무엇이 가능할지, 여러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걸 말하는 건 삼가겠다”라고 밝혔다. 아베노믹스의 수정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최근 물가 인상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록 미국, 유럽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것이지만 주요 7개국(G7) 중 최하위(2021년 기준 3만9711달러)인 평균 임금이 오를 조짐을 보인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연합단체인 렌고는 올해 임금협상 지침으로 기본급 3% 인상을 요구해 28년 만에 최고 수준을 표명했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임금을 최대 40%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닌텐도(10%), 산토리홀딩스(6%), 도요타자동차 등도 일제히 임금 인상에 나섰다. 임기 만료를 앞둔 구로다 총재는 금융완화를 끝내는 조건 중 하나로 임금 인상률 3% 달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로 나갈 여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지금 일본의 임금 인상은 경기 활성화로 기업 이익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생활물가 상승에 따라 근로자 생활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것”이라며 “임금 인상 분위기가 중소기업 전체로 퍼질지, 임금 상승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금융정책 정상화를 위한 여건도 여전히 갖춰지지 못했다.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은 262.5%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국채의 50.3%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선 기업의 3분의 2가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이다. 금리를 조금만 건드려도 가계, 기업, 정부 3주체의 부담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비정상적 총동원 체제에 나섰던 1940년대 중반 국가 부채 비율이 200% 정도였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3년 뒤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7%에 해당하는 3조7000억 엔(약 36조 원) 늘어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규모 빚과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의 현실을 남의 일로 보기에는 한국 경제 앞에 놓인 현실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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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브리 포켓몬 보면서 꿈 키워… 만화의 나라서 큰 상 받아 뿌듯”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를 좋아하며 지브리, 포켓몬을 봤어요. ‘나도 저렇게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만화의 나라인 일본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고 나니 뿌듯하고 기쁩니다.” 일본 외무성이 주최한 제16회 일본 국제만화상에서 한국 만화 작가 성률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77개 국가 및 지역에서 503개 작품이 응모한 이번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2일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성 작가는 시상식 내내 얼떨떨해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장과 트로피를 받고 기념 촬영에 임해서야 비로소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 성 작가는 “만화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항상 궁금해하며 이런저런 실험도 해 보고 이게 맞는 걸까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었다”라면서도 “상을 받고 나니 이제야 제대로 만화를 완성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성 작가의 작품 ‘여름 안에서’는 내성적 성격으로 외로운 소년이 유일한 친구인 고양이가 죽자 고양이의 영혼을 만나러 떠나는 모험담을 그렸다. 녹색 가득한 수채화풍의 그림이 여름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심사위원들은 “여름 햇살과 나무의 초록빛, 새소리, 흔들리는 빨래에 바람 소리까지 들리는 듯한 현장감 넘치는 묘사에 매료됐다”라며 “상세한 묘사가 마치 실사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심사평을 했다. 성 작가는 “이번에는 만화상을 받았지만, 다음에는 다른 매체로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라며 만화 외에 다른 장르에도 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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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부, ‘日기업 배상참여’ 사실상 최종안 전달… “日로 공 넘어가”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두고 막바지 협상 중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최근 일본 측에 일본 전범 기업의 피해자 배상 참여 방안에 대해 사실상 ‘최종안’에 근접한 합의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반성 대신 미래 협력을 강조한 데는 일본 측에 이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압박’ 메시지 성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은 일본 정부에 넘어갔다” 정부 소식통은 2일 “추후 일본과 협상은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일단 우리로선 현재 상황에선 ‘최종안’에 가까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은 일본 정부에 넘어간 것”이라며 “수주 안에 진전이 없을 경우 협상이 5월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이 장기화되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양국이 합의안을 내놓고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식 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정부는 최대 쟁점인 배상 책임이 있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배상 기여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거나 협의 가능한 입장이다. 정부 소식통은 “협의 사안을 크게 사과와 배상, 두 가지로 나눈다면 피고 기업(전범 기업)의 배상 참여 문제를 제외하곤 (사과 등) 나머지 사안에선 협의가 됐거나 이견을 좁히는 게 아주 어렵진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전범 기업의 배상 참여 여부다. 정부는 일본 전범 기업이 어떤 형식으로든 배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전범 기업이 피해자나 유족에게 직접 배상하는 방식에 대해선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배상금을 변제할 때 전범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 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배상’ 성격이 짙다는 이유로 꺼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당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이러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시민단체, 역사학자들 사이에 친일 사관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한국과 일본에 (각각) 두 세력이 있는 것 같다. 한쪽은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세력, 또 하나는 어떻게든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 “기시다, WBC 한일전서 시구”윤 대통령은 전날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해 “협력하는 파트너”라면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달 중에라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공이 일본에 있는 만큼 결국 (일본) 총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10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시구한 뒤 경기를 관전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한일전 시구는 스포츠 진흥이 목적이며, 한일 관계 개선 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내놓은 3·1절 기념사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 협력해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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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日, 군국주의 침략자서 안보-경제 협력 파트너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사 문제 대신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 간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이르면 3월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세계 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그 정신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기억하고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 기념사에 대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밝혔다.尹, 3·1절 ‘위안부-징용’ 언급 안해… 이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尹 “日, 안보-경제 파트너”역대 가장 짧은 5분 25초 기념사대통령실 “징용 마지막 조율만 남아”이재명 “3·1운동 정신 망각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1006자(字·공백 제외 )의 3·1절 기념사를 5분 25초 동안 읽어 내려가며 일본에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사죄나 반성을 요구하는 대신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이 더는 ‘군국주의 침략자’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북핵 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협력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이번 기념사 분량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첫 3·1절 기념사(3281자)는 물론이고 역대 정부 기념사들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짧았다. 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핵심 쟁점을 놓고 막바지 협의 중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이달 중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마지막 조율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와 사죄 관련 막판 이견을 좁히면 이달 중 한일 정상회담 성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日의 과거사 반성 대신 ‘협력 파트너’ 강조윤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만 했다.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독도 문제 등 한일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1절(2018년)에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국내외 독립운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가해자’ ‘반인륜적 인권 범죄’ 등의 표현으로 일본을 비판한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복합 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엄혹한 안보 상황”을 꼽았다. 정부 소식통은 “실용 외교의 측면에서 한일 관계에 접근했던 이명박 대통령 3·1절 기념사보다도 한일 관계 개선의 당위성이 보강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독립(10회)에 이어 현 정부 핵심 가치로 앞세웠던 자유(8회)를 두 번째로 많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모두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해서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자유와 평화, 보편적 가치를 강조한 기미독립선언서 정신이 이번 기념사에 반영됐다”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일본과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일본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제징용 협상 마지막 조율만 남았다”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 의지를 드러내면서 한일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피고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참여 여부나 방식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 해결되면 이달 중에라도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한일 외교장관 회담 뒤 지난달 26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비공개 방한해 강제징용 해법을 논의한 데 대해서도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면 한일 정상회담이나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은 예상되는 수순”이라고 밝혔다. 다만 강제징용 해법 협상이 길어질 경우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정부는 4월 말 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미 측과 조율 중이다. 이달 중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 안보협력 등 일본이 연계된 의제의 비중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법적 배상 없이 신뢰 구축은 불가능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마치 돈 없어서 싸우는 것처럼 사람을 처참하게 모욕한 것이 바로 이 정부”라며 “윤석열 정부는 3·1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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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라카미 하루키, 새 소설 나온다…‘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내달 출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4)가 다음 달 13일 선보이는 새 장편소설의 제목이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街とその不確かな壁)’이라고 소설을 출간하는 일본 출판사 ‘신쵸샤’가 1일 밝혔다. 신쵸샤는 이날 무라카미의 새 소설 제목과 표지를 공개하며 “영혼을 흔드는 순도 100%의 무라카미 월드”라고 소개했다. 출판사 측은 “오래된 꿈이 서재에 묶여 있고, 봉인된 ‘이야기’가 깊은 곳에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라는 문구로 소설을 소개했다. 줄거리,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라카미는 같은 제목의 중편소설을 일본 문예잡지 ‘분가쿠카이(文學界)’ 1980년 9월호에 게재했다. 당시 작품은 사랑한 여성과 이별을 경험한 주인공이 “진짜 내가 살고 있다”라고 여성이 말한 신비한 도시에 들어가는 내용을 담았다.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작품은 이제까지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다. 무라카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에 대해 “실패한 것이고 쓰지 않았어야 했다. 당시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신작이 이 작품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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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징용-위안부문제 언급 없이 “日, 침략자서 파트너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사 문제 대신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 간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이르면 3월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세계 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그 정신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기억하고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 기념사에 대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밝혔다.윤석열 대통령은 1일 1006자(字)의 3·1절 기념사를 5분 25초 동안 읽어 내려가며 일본에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사죄나 반성을 요구하는 대신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이 더는 ‘군국주의 침략자’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북핵 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협력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이번 기념사 분량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첫 3·1절 기념사(3281자)는 물론이고 역대 정부 기념사들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짧았다.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핵심 쟁점을 놓고 막바지 협의 중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이달 중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마지막 조율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와 사죄 관련 막판 이견을 좁히면 이달 중 한일 정상회담 성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日의 과거사 반성 대신 ‘협력 파트너’ 강조윤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만 했다.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독도 문제 등 한일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1절(2018년)에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국내외 독립운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가해자’ ‘반인륜적 인권 범죄’ 등 표현으로 일본을 비판한 것과 대비된다.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복합 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엄혹한 안보 상황”을 꼽았다. 정부 소식통은 “실용 외교의 측면에서 한일 관계를 접근했던 이명박 대통령 3·1절 기념사보다도 한일 관계 개선의 당위성이 보강됐다”고 전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독립(10회)에 이어 현 정부 핵심 가치로 앞세웠던 자유(8회)를 두 번째로 많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모두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해서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자유와 평화, 보편적 가치를 강조한 기미독립선언서 정신이 이번 기념사에 반영됐다”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일본과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일본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제징용 협상 마지막 조율만 남았다”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 의지를 드러내면서 한일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일본 피고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참여 여부나 방식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 해결되면 이달 중에라도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한일 외교장관 회담 뒤 지난달 26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비공개 방한해 강제징용 해법을 논의한 데 대해서도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면 한일 정상회담이나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은 예상되는 수순”이라고 밝혔다. 다만 강제징용 해법 협상이 길어질 경우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정부는 4월 말 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미 측과 조율 중이다. 이달 중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 안보협력 등 일본이 연계된 의제의 비중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법적 배상 없이 신뢰 구축은 불가능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마치 돈 없어서 싸우는 것처럼 사람을 처참하게 모욕한 것이 바로 이 정부”라며 “윤석열 정부는 3·1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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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우리회사로…다른곳 면접 보지마” 구인난 日 ‘인재 입도선매’

    1일 오전 일본 도쿄 대형 전시장인 도쿄 빅사이트. 한 유명 취업 정보업체가 개최한 ‘합동 취업 설명회’에 예외 없이 검은색 정장을 입은 대학 졸업 예정자 수천 명이 몰렸다. 경제학 전공으로 내년 초 졸업한다는 한 대학생은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서 기업들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찾았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내년 3월에 졸업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채용 활동이 이날 시작됐다. 일본은 인재 입도선매에 나서는 기업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 전년 2월 말까지 채용 활동 금지’라는 규제까지 두고 있다. 대기업 취업난이 심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2010년대 이후 대졸 예정자가 기업을 골라 가는 이른바 ‘구직자 우위 시장’이다. 이날은 기업들의 채용 활동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첫날이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인재 쟁탈전이 본격화된 지 오래다. 정보업체 디스코에 따르면 대졸 예정자의 60%가 ‘2월에 이미 면접을 봤다’라고 응답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대학생 취업률은 95.8%인데 그나마 사상 최고였던 2020년 98%보다 낮은 수치다. 그러다 보니 입사를 앞둔 내정자가 다른 기업에 갈까 봐 ‘다른 기업 면접을 보면 안 된다’ ‘반드시 우리 회사에 와야 한다’라고 압박하며 괴롭히는 이른바 ‘오와하라(オワハラ)’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정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후 사실상 처음 열리는 취업 시장이라 일본 기업들은 고용에 적극적이다.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에 따르면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9.8%(이공계 기준)로 지난해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데이고쿠데이터뱅크 조사에서 일본 기업의 51.7%는 ‘정규직 직원이 부족하다’라고 답했다. 일본의 구인난은 저출산 장기화의 영향이 크다. 1982년 151만5000명이었던 일본 출생아 수는 1998년 120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79만9728명으로 통계 작성 후 처음 80만 명을 밑돌았다. 한국에서도 농어촌, 건설 현장, 중소기업 등에선 구인난을 겪은 지 오래라 본격적인 인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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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 105조원 썼지만 반전 없었다…日신생아 사상 첫 80만명 밑돌아

    일본에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가 79만9728명을 기록했다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1일 발표했다. 일본에서 인구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89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80만 명을 밑돌았다. 1년 전보다 5.1% 감소했다. 일본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신생아를 제외한 일본인으로만 따지면 76만 명대로 예상돼 40년 전인 1982년(151만5000명)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저출산이 심화됐다.일본의 저출산 경향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일본의 신생아 수는 1998년 120만 명에서 17년 만인 2015년 100만 명 밑으로 떨어져 20만 명이 줄었는데 불과 7년 만인 지난해 또다시 20만 명이 감소했다. 애초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는 2034년에 일본인 신생아 수가 76만 명대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보다 12년 빠른 지난해 이미 이 수준에 도달했다. 아사히신문은 “젊은이들의 경제적 불안정, 코로나19에 따른 임신, 출산, 육아 불안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보육 서비스, 아동수당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가족 관계 사회 지출’이 1990년 1조6000억 엔(15조5705억 원)에서 2020년 10조8000억 엔(105조1012억 원)으로 5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출산율 반전은 없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육아휴직 지원 등의 혜택이 정규직 중심이라 출산으로 퇴직한 전업주부 및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 혜택이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신생아 수가 7년 연속 감소하는 위기 상황으로 저출산 경향을 반전시키기 위해 육아 정책을 진행해 가겠다”라고 밝혔다. 수도 도쿄에서는 18세 이하 주민에게 월 5000엔을 지급하고 0~2세 둘째 자녀 보육료를 무상으로 하는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광역지자체 모임인 전국지사회는 28일 정부에 어린이 관련 예산 증액 및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저출산 대책 긴급 제언을 제출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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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못간 기시다에…日국회 “사전보고 필요없어” 주장

    주요 7개국(G7) 정상 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만 유일하게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못한 가운데, 일본 국회에서 여야에서 일제히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국회 사전보고는 필요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전날 “안전 확보, 예기치 못한 사태 대응 등에 충분히 배려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라며 사전 보고 때문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카키 쓰요시 자민당 국회 대책위원장도 전날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국회 승낙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 국회 대책위원장도 “국회가 방문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갔다 와서 제대로 보고하면 된다”라고 말했다.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총리가 국회 회기 중 해외에 나가려면 국회에 사전 보고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외 방문 일정이 외부에 노출되는 게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 등 엄격한 보안이 필요한 지역의 방문은 불가능한 구조다. 1월 23일 개회한 일본 정기국회는 6월 2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일본은 각료의 국회 출석 및 보고를 매우 중시한다. 그런 일본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총리가 국회에 보고할 필요 없다’라는 의견을 내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이 주요 20개국(G20) 인도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려다 국회 요청에 발목이 잡혀 참가가 불발됐다. 이 때문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 쿼드(미국 인도 호주 일본 4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G20 올해 의장국인 인도가 불편한 심기를 표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으로,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상은 G7 의장국으로서 대러시아 압력을 주도하겠다고 표명하고 있어 G20 불참은 일본 외교에 타격이 된다“라고 분석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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