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김동욱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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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누비며 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고 들으며 글로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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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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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 탕무하이 “한중관계 경색?… 음악에는 한계가 없어”

    올해 초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문화교류가 경색된 가운데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중국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열린다. 중국 유일의 국립 교향악단인 ‘차이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CNSO)’가 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한중우호협회가 주최하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음악회다. 한중 음악가가 교류하는 이 무대는 1998년부터 지속돼왔다. CNSO의 지휘를 맡은 탕무하이(68·사진)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문화 교류가 양국 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음악에는 한계가 없다. 음악 안에서만큼은 서로가 연결돼 함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며 어렵게 성사된 이번 공연의 의미를 밝혔다. 1983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초청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한 그는 중국이 배출한 1세대 지휘자이다. 현재 톈진 오페라와 상하이 필하모닉, 하얼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중국은 이제 문화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음악학교와 음악대학,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 등 음악단체들을 어떻게 잘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1989년 KBS교향악단 지휘로 첫 한국 무대에 오른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의 부인은 한국인 피아니스트다. “집에서 불고기, 김치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매우 좋아해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톈진은 한국인 커뮤니티가 매우 큰 지역이어서 어디서나 맛있는 한국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죠.” 이번 공연에서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라 장 등 많은 한국 연주자와 협연했다. “김봄소리와 중국에서 리허설을 가졌는데 오케스트라와 호흡도 좋았고 우리는 그녀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CNSO는 이번 공연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해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중국 작곡가 관샤의 교향곡 제2번 3악장을 연주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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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은 프로 오지라퍼]잠깐의 쉼표 선물해주는 횡단보도 앞 그늘막

    올해 여름 많은 시도와 자치구가 앞다퉈 도입한 게 있다. 횡단보도 앞 그늘막이다. 처음 그늘막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쓸모가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뙤약볕을 피해 그 아래에 서 있으면 고마울 수밖에 없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늘막 안과 밖의 체감온도는 2∼4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장마철에는 그늘막이 대형 우산으로 바뀐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릴 때면 더없이 요긴하다. 이런 그늘막이 서울에만 800개가 넘는다. 그늘막이 고마운 것은 땡볕과 비를 막아주는 것뿐 아니라 잠시의 여유를 찾아준 것 때문 아닐까. 더위와 비를 피해 횡단보도에서 급하게 뛰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도시인의 삶에 쉼표를 주는 것은 소소하면서도 삶에 밀착된 아이디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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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샤 마이스키 “오랜 꿈이던 딸과의 협연, 기대하세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9)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연주자 중 한 명이다. 1988년 첫 내한 이후 꾸준히 국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운 금강산’, ‘청산에 살리라’ 등 한국 가곡을 녹음했다. 2년 전 방한 때는 지휘자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베토벤 트리오를 선보이는 등 한국과 다양한 인연을 맺어왔다. 최근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진 그는 한국인이 만든 옷을 가장 사랑하는 연주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제가 무대에서 입는 셔츠는 한국에서 만든 것이죠. 서울 이태원에 있는 매우 훌륭한 재단사가 제가 자주 입는 재킷도 만들어줬어요. 무대에서 연주할 때 입으면 무척 편하고 차려입은 느낌을 줘서 좋아요.” 다음 달 12일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자신의 딸인 피아니스트 릴리(30)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2009년 처음으로 릴리와 협연 무대를 선보였고, 2011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샤샤(26)와 트리오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제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제 꿈들 중 하나였죠.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연주하고 싶었어요.” 릴리는 “아버지와 함께 연주한 것은 지난 10년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아버지의 이름값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피아니스트인 나는 보완하는 역할이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20세기 첼로 거장 그레고르 퍄티고르스키의 감성과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힘을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50년 가까이 독주와 실내악 분야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70세 생일을 맞는다. “저는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젊어진 것처럼 느껴져요. 제게는 6명의 자녀가 있는데 그중 막내는 두 살이에요. 그런 점이 제게 앞으로 계속 연주할 영감을 줘요.” 그는 서울 공연에 앞서 천안(9월 5일), 김포(9월 7일), 대구(9월 8일), 전주(9월 9일) 등에서도 연주를 한다. 여전히 젊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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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내악 무관심 10년 딛고 30년은 가야죠”

    “지난 10년간을 한마디로 하면 ‘무관심’이었죠.”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진 국내 대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이구동성’이다. 결성 10주년과 두 번째 인터내셔널 앨범 발매를 기념한 자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2) 김영욱(28), 비올리스트 이승원(28), 첼리스트 문웅휘(29)로 이뤄진 노부스 콰르텟은 2007년 9월 결성 뒤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실내악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반에 무관심이 힘들었어요. 국내에 프로 현악사중주단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죠. 아무도 저희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연주회 티켓도 거의 팔리지 않았어요.”(김재영) 2012년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2위, 2014년 모차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 1위를 차지하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 현악사중주단이 우승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저희를 증명할 길이 콩쿠르밖에 없었어요. 저희들이 다 형편이 좋지 않아 콩쿠르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레슨을 하면서 경비를 마련했죠. 콩쿠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심사위원들이 악기가 좋지 않다고 바꾸길 권유했을 정도죠.”(김재영) 노부스 콰르텟은 현재 세계에서 인정받는 현악사중주단이 됐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영국 위그모어홀을 비롯해 독일 슈바르츠발트 페스티벌,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일본 산토리홀 실내악 축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현악사중주단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서로 다른 음악적 환경과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이 호흡은 물론 활을 쓰는 법 등 연주 방식과 음악적 목표까지 맞춰야 하거든요. 서로 적응하는 데 5년은 걸렸어요.”(이승원) 이들은 22일부터 경남 창원, 대구, 부산 등 7개 도시에서 총 8회 전국순회 공연을 한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9번과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2번, 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이다. “지난 10년은 저희만의 소리가 자리 잡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더 성숙한 음악을 만드는 고민의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20∼30년간 멤버 누구 한 명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요.”(김영욱)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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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00명 관객과 함께하는 야외 오페라… 성패는 하늘의 뜻?

    국립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리허설이 진행 중이던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 오후 내내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날 오케스트라의 음향 체크 작업이 예정돼 있었다. 비를 막기 위해 대형 천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소나기가 내리자 비가 바람을 타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특별공연인 ‘동백꽃 아가씨’가 26, 27일 열린다. 축제의 장으로 꾸미기 위해 장소를 야외 잔디밭으로 선택했지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비다. 비가 온다면 리허설은 물론이고 공연에도 차질이 생긴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만약 비가 많이 온다면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 다행히 공연 당일 비가 내릴 가능성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리허설은 비 때문에 3분의 2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야외 오페라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특히 비 때문에 봄, 가을에 열리는 편인데 이번엔 여름철이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야외라는 점도 문제다. 성악가나 관객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와 ‘아이다’, 2012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연된 ‘라보엠’ 등 야외 오페라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하영은 “모든 것이 모험이다. 일몰 시간, 조명에 날아드는 곤충, 반사돼 나오는 음향 등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는 필수. 주최 측은 7000여 객석 어디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24m 지름의 원형 극장을 설치했다. 배경은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사용해 주목도를 높였다. 무대 양쪽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세세한 연기도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도 비를 피하기 위해 무대와 관객 사이가 아닌 무대 뒤편에 배치했다.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는 모니터를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야외 오페라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음향에도 신경을 썼다. 오케스트라를 위해 50대가 넘는 마이크를 설치했고, 스피커 시스템은 2014년 런던 올림픽 등에서 사용된 음향 시스템을 사용했다. 김기영 음향디자이너는 “객석 가장 뒤편인 약 80m 거리까지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테너 김우경은 “이마에 마이크를 달고 노래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한 번에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고 오페라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1만∼3만 원. 02-580-3543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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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조성진 향해 ‘아빠 미소’ 날린 지휘자 정명훈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1주년 기념공연은 지휘자 정명훈(64)과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의 협연으로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공연 중 흥미로운 장면이 목격됐다. 베토벤 ‘황제’ 1악장이 끝난 뒤 정명훈이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시선은 조성진을 향하고 있었다. 베토벤 ‘황제’는 이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조성진은 2009년 5월 첫 오케스트라 협연을 가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끌던 정명훈 지휘로 같은 곡을 연주한 것. 앞서 정명훈은 한 행사장에서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그를 협연자로 발탁했다. 당시 정명훈은 “재주 있는 친구들의 연주를 많이 들었지만 조성진은 특히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후 20여 차례 함께 무대에 올랐고, 조성진은 정명훈에 대해 “배운 것도 많고 음악가로 굉장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 조성진은 목 뒤를 덮을 정도로 길게 머리를 기른 모습이었다. 40여 년 전 정명훈의 긴 머리와 비슷하다. 마에스트로의 미소는 자신을 닮고 싶어 하는 이를 향한 ‘아빠 미소’ 아니었을까.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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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무대 원하는 ‘금성여자-화성남자’…무용계 스타부부 김용걸-김미애

    “누가 진짜 아내인지 헛갈릴 수도 있겠어요.” 하필 첫 대화 주제가 다른 여자 이야기다. 발레리노 겸 안무가인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4)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미애(45)는 2007년 결혼한 무용계 스타 부부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만난 이들은 ‘아내가 헛갈리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지영 씨와 춤을 많이 추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지영 씨가 아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김미애) 지영 씨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다. 요즘 김 교수는 30, 31일 무용인 한마음축제에서 선보일 자신의 안무작 ‘쇼팽과의 산책’을 위해 김지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쯤 되면 질투할 만한데 그런 게 없어요. 저는 아내가 누구와 함께 춤을 추는지 감시하는 편인데요. 하하.” 장르가 달라 이들이 함께 무대에 설 기회는 드물다. 마지막 무대가 5년 전인 2012년으로 김 교수가 안무한 창작무용 ‘비애모’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객 입장에서 뻔할 것 같아 함께 무대에 서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함께한 시간만큼 쌓인 연륜과 인간적인 느낌을 춤으로 풀어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언젠가는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요.”(김미애) 김 교수의 교수실 책장에는 의외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비롯해 리더십과 관련한 책이 여러 권 있었다. 학생들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것일까. “처음에는 그것이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발레를 잘한다고 생각한적 없어요. 교묘하게 제가 잘하는 것만 골라서 한 거죠. 그래서 저처럼 춤을 잘 못 추는 애들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더 잘해주려는 거죠.”(김용걸) “예전에 에너지가 넘칠 때 다들 내 마음 같은 줄 알고 열심히 시키다 한 학생이 발가락이 마비돼 기절했어요. 그때 이후론 눈높이를 맞춰 가르치죠.”(김미애) 춤꾼으로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들도 춤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수렁에 빠진 적이 있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군무 단원으로 머물고 있을 때 삶이 무뎌졌었죠.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발레 말고 다른 일에 대한 동경도 품었어요.”(김용걸) “남편이 파리로 간 뒤 정말 아침부터 밤까지 춤에만 매달렸어요. 점점 마음이 건조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무용수가 그러면 큰일이거든요. 그때 휴직계를 내고 파리로 갔죠. 그때 (남편의) 사랑에 목말랐거든요.”(김미애) 남편이 무대에 섰을 때 설레는 마음에 가슴이 떨린다는 김미애, 친구가 없는 자신에게 유일한 말벗이 되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김 교수. 다시 태어나도 무용을 택할까. “무용수는 축복받은 직업이죠. 몸으로 생각을 표현하면서 소통할 수 있잖아요.”(김미애) “요리를 해보고 싶어요. 창조적이면서도 나만의 철학을 담을 수 있잖아요.”(김용걸) 아홉 살짜리 아들은 다섯 살 때부터 소고춤(소고를 들고 추는 춤)을 따라 췄다. “아들은 아빠에 대해 자부심이 커요. 중요한 것은 본인 의지죠. 하고 싶으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야죠. 용걸 씨, 돈 많이 벌어야겠네.”(김미애) 상대방이 준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김미애는 아들을 꼽았다. 김 교수는 달랐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시절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뺏긴 적이 있었어요. 당시 연애 중이던 아내는 절 용서했어요. 그 용서가 최고의 선물이었죠.”(김용걸)김동욱 creating@donga.com·조윤경 기자}

    •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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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원조 ‘사랑의 밥차’ 요리사 채성태씨 “요리와 봉사 공통점은… 재미와 위로”

    생닭과 전복을 넣고 끓여 최근 몇 년 사이 여름 보양식의 하나로 떠오른 해천탕. 전통 요리로 아는 이가 많지만 엄연히 개발자가 있다. 요리사 채성태 씨(50)가 1997년 개발해 특허청에 상호 등록까지 마쳤다. 그의 ‘원조’ 이력은 하나 더 있다. 2001년부터 운영 중인 ‘사랑의 밥차’다. 대형 요리트럭을 이용해 즉석에서 요리해 봉사 활동을 하는 밥차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그가 처음으로 시작했다. 11일 서울 강동구 세창정형제화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도 그는 현대백화점과 함께 발 모양이 기형인 10여 명에게 특수 신발을 신겨 주고 있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요리를 통한 봉사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는 20여 년 전만 해도 요리, 봉사와는 거리가 먼 인생의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1996년 친구들과 배를 타고 낚시를 하다 배가 뒤집히는 사고를 겪은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추운 겨울날 물에 빠진 뒤 살기 위해 헤엄을 쳐서 뭍으로 갔다. 그 찰나, ‘살려만 준다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이후 충남 태안에 횟집을 차렸다. 해녀들의 도움으로 전복을 제대로 접했고, 갖가지 전복 요리를 시도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생으로 먹는 것을 빼면 전복 요리는 거의 전무했다. 홍콩, 일본을 다니며 전복을 연구한 뒤 서울로 올라가 서울 이태원에 전복집을 차렸다. 그의 식당은 그가 개발한 해천탕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본과 홍콩 등 해외에서도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그 식당이 푸드 관련 전문지와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죠. 백화점에도 입점해 한 달에 수천만 원을 쉽게 손에 쥐었죠. 그런데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명의 약속’은 잊어버렸죠.”(채 씨) 그러던 1998년 자원봉사에 필요하다며 지인의 전복죽 협찬 요청이 들어왔다. 막연하게 50인분을 준비해 갔다. 그는 “노인들에게 차가운 죽을 주면서 그때서야 내가 2년 전 맹세한 약속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후 그는 수시로 복지시설에 전복죽을 들고 찾아갔다. 찬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생각이 대형 요리트럭 구상으로 이어졌다. 2001년부터 3.5t 트럭을 구입해 사랑의 밥차를 꾸민 그는 평소 알고 지내는 연예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사단법인 ‘사랑의 밥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까지 소득의 절반 정도를 여기에 쓰고 있다. 국내를 넘어 캄보디아에서도 봉사활동을 하며 2014년 식당을 접었던 그는 지난해 말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조그마한 식당을 다시 열었다. 음식을 매개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식당이 필요하다는 가까운 연예인과 음식 전문가, 단골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요리하는 재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정말 기쁘죠. 요리와 봉사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항상 바다에서 맹세한 그 약속을 잊지 않도록 되새깁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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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남북 상설 오케스트라 지휘하는 게 꿈”

    “언젠가 남북한 상설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 항상 ‘오케이’입니다.”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정명훈(64·사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는 18,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관 1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그가 조직한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그는 별 할 말이 없다고 운을 뗐지만 할 말이 무척 많았던 듯했다. 10여 분간 음악가로서의 꿈을 이야기했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제게는 항상 꿈이 있어요.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오랫동안 갈라져 있고 점점 더 사이가 나빠지는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 (남북한) 사람들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지내던 2011, 2012년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해 연주회를 가졌다. “이번 공연에서 ‘원코리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지만 제 꿈은 남북한 연주자가 다 함께 모인 진짜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함께 모여 연주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쉽지 않다는 생각에 우선 국내 연주자만으로 구성했습니다.”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만을 위해 만들어진 1회성 오케스트라다. 다만 그는 내년 1월 창단할 예정인 ‘원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아 장기적인 활동을 국내에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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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은 프로 오지라퍼]임청각에서의 하루

    지난해 이맘때였다. 경북 안동에 살고 있는 친구의 추천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임청각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간혹 숙소 추천을 받으면 외부인들에게 권하는 곳이 임청각이었다. 임청각은 입구부터 묘했다. 입구 바로 앞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앙선 기찻길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일행들은 “왜 하필 기찻길 앞에 있는 숙소로 잡았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숙소로서도 조금 불편했다. 전통 한옥 구조라 방음이 안 됐고, 대청마루의 높이가 높아 아이들이 오르락내리락 다니기 힘들었다. 화장실도 별채로 나가야만 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저녁 식사 뒤 안동문화 지킴이가 이곳에 얽힌 사연을 설명했다. 숙연함과 분개심이 생기면서 숙소가 다르게 보였다. 곧 제대로 복원되겠지만 일제에 의해 훼손된 지금의 모습도 임청각을 달리 보이게 하는 것이리라. 마지막에 왜 숙소로 운영하는지 물었다. “한옥도 사람이 살아야 집이죠.” 하룻밤을 나면 어느새 고택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몸에 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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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다시 듣는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독일 방문 일정 중 한 묘소를 참배했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1917∼1995)의 묘소였다. 이처럼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남긴 음악 세계와 업적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이상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지만 정작 국내에서 그의 음악을 듣기 힘들었다. 타계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뒤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려 왔다. 재독 동포에 대한 탈북 권유 논란, 북한 정권의 윤이상 추대 등까지 겹치며 그가 작곡한 곡들은 한국에서 연주되기 쉽지 않았다. 그는 천재와 비운의 작곡가, 민족주의자와 친북주의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아 왔다. 음악적 업적을 봤을 때 그는 한국인 작곡가로는 드물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남 통영 출신인 그는 14세 때 독학으로 작곡을 시작해 1956년 유럽 유학을 떠나 3년 만에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데뷔했다.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평론가들이 뽑은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생전 관현악곡, 실내악곡, 오페라 등 15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올해 국내 음악계에서는 그의 음악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9월 17일 윤이상 탄생일을 전후해 각종 기념 공연과 그의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졌거나 올려질 예정이다.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복 72주년 ‘광화문시민, 광장음악회’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윤이상이 작곡한 ‘예악’을 무대에 올렸다. 지난달에는 지휘자 최수열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윤이상의 유작이기도 한 ‘화염 속의 천사’를 연주했다. 최수열은 “지금까지 윤이상의 작품이 제대로 연주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의 작품은 매우 전통적인 소리와 음향을 빚어낸다”고 말했다. 성시연 지휘자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6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와 9월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윤이상 평화재단과 함께하는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윤이상의 대표작인 ‘예악’과 ‘무악’ 등을 들려준다. 이후 폴란드와 독일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첼리스트 고봉인의 헌정 무대(9월 14일), 뮤지컬 배우 카이가 진행하는 야외음악회 ‘윤이상을 기억하며’(9월 9일), 전문연주단체 TIMF 앙상블이 기획한 ‘윤이상을 기억하며’(9월 16일) 등이 잇달아 열린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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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서 만나는 현의 거장들

    풍부한 경험과 개성을 갖춘 세계적 현(絃)의 거장들이 한 달 간격으로 한국을 찾는다. 9월 12일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9), 10월 12일 첼리스트 요요마(62), 11월 12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72)이 약속이라도 한 듯 매달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가장 먼저 한국 팬과 만나는 라트비아공화국 출신의 마이스키는 ‘첼로의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옛 소련 체제하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2년간 옥중생활을 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역정은 그의 음악에 낭만과 개성을 심어 놓았다. 다른 클래식 연주자와 달리 팝스타처럼 긴 곱슬머리와 수염, 주름 잡힌 블라우스 패션을 항상 고집한다. 이번 공연에는 딸인 피아니스트 릴리 마이스키와 함께 연주한다. 요요마는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연주자다. 18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100개가 넘는 앨범을 발매했으며, 연간 100여 차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정통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팝, 재즈, 탱고는 물론 민속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협업해 왔다. 요요마는 “많은 협업 공연 중에서 한국의 사물놀이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공연이란 점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요요마는 지금까지 8명의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초대받아 백악관에서 연주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모두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츠하크 펄먼은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연주자다. 4세 때 앓은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마비돼 목발에 의지하거나 휠체어에 앉아 연주한다. 신체적 장애로 체력 소모가 많아 연간 90회 이상 연주하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타고난 휴머니스트로 그의 재치는 클래식이 어렵다는 느낌을 덜어준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연주회를 줄이고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에 치중하고 있다. 2, 3년 주기로 한국을 찾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슈베르트, 슈트라우스, 드뷔시 등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무대에 올린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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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20代때 8년간 권투… 그 체력으로 주방서 버티죠”

    그의 손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악수를 나누면서 그의 손이 제법 맵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씨(61)는 인터뷰 중 묻지도 않은 권투 이야기를 대뜸 꺼냈다. “20대 때 8년간 권투를 했어요. 2대 독자라 집안에서 걱정할까 봐 시합에는 나가지 못했죠. 그때 체력으로 지금까지 주방에서 버티고 있어요. 하하.” 11일 인천 강화도에서 그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여전히 바쁘냐고 묻자 “항상 바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원래 방송에도 출연하고 책도 낸 유명 요리연구가이지만 최근 그는 더욱 유명해졌다. 지난달 27,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간담회에 초청받아 만찬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호텔이 아닌 저한테 요청이 오다니 파격적이죠. 고정된 틀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었어요. 메뉴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첫째 날은 현재의 존중, 둘째 날은 과거의 존중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대통령과 경제인 모두가 과거와 현재를 존중해 화합하면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희망을 담았어요.” 청와대 초청까지 받은 그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11세 때 돈을 벌기 위해 일본 밀항을 시도하기도 했다. 부산과 전남 목포, 제주 등을 돌아다니며 먹고살기 위해 연탄 배달 등 허드렛일을 하다 요리를 배웠다. 시골 중국집부터 유명 호텔의 한식당 주방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그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연요리를 연구했다.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는 방랑식객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방랑식객으로 불리지만 이제 돌아다니기보다는 새벽에 장을 보러 가는 것에 만족합니다. 여기 강화는 바다, 산, 들판에 산물이 풍부해요. 다양하고 새로운 재료가 많거든요. 요리사에게는 굉장히 이상적인 곳입니다.” 그의 식당에는 그가 그린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는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을 정도로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 그래서일까. 예술작품처럼 음식을 그릇에 내놓는다는 평가도 있다. “제대로 배운 것은 없지만 제가 미적 감각을 타고난 것 같기는 해요. 예술 분야를 좋아하는데 원래 꿈도 뮤지컬 배우였어요. 노래와 연기를 배우려고 충무로를 들락날락했죠. 내 입으로 옮기기는 좀 그렇지만 저를 다룬 2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도 곧 나옵니다. 제가 직접 출연하고 내레이션도 했어요.(웃음)” 청와대 만찬 준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요리 하나에도 의미와 철학을 담길 좋아했다. 이날 만남에서도 사회적 현상과 최근 요리문화에 대한 철학을 강조했다. “전국을 떠돌던 10대 때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 철학책이 읽고 싶어 니체와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돈 벌면 책을 샀죠. 어린 녀석이 무슨 어려운 책을 읽느냐고 비아냥거려도 꿋꿋이 읽었어요. 그때 읽은 책들 덕분에 음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죠.” 그는 음식뿐 아니라 외부에 비치는 모습의 한국적인 이미지에도 관심이 컸다. 만찬 당시 그는 닭 볏 모양의 모자와 무명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 작고한 김훈 디자이너가 2003년 유엔 한국 음식 페스티벌 참가 당시 그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다들 닭 볏이라고 아는데 사실 경복궁의 근정전 처마와 기와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한국인의 기상을 세계에 알리자는 뜻을 담았죠. 자주 입다 보니 이제 너덜너덜해졌어요.” 이날 늦은 오후에 찾은 식당에는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먹은 뒤 제대로 치우지 못한 식탁들이 많았다. 이들 식탁의 공통점은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이었다. 방랑식객의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비결은 무엇일까? “재료, 재료 간의 조화, 솜씨 중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요리사는 마음을 잘 키워야 한다. 바로 심성(心性)이다”라고 했다. 그의 요리 철학을 새삼 이 식탁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전 누가 먹어 주고 좋아해 줘서가 아니라 요리하는 것 자체가 좋아요. 제가 행복해서 요리하니,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어떻게 행복하지 않겠어요? 제가 행복을 담아 낸 접시가 빈 접시로 돌아올 때 정말 행복합니다.” 강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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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화 “첼로 놓기 전에 정트리오 한번 뭉쳐야죠”

    “이제 이 곡은 마지막인가라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하죠.”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표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인 첼리스트 정명화(73). 그는 미소를 지으며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9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만난 그는 10일 ‘2017 평창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개막공연에 나선 뒤 바로 출국해 독일 드레스덴 음악제에 참석할 계획이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바쁜 활동이다. “여러 축제에 다니며 경험을 많이 쌓다 보니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활동 폭은 넓지 않아 할 수 있는 것만 해요. 나이에 맞춰 해야죠.” 70세를 넘겨 활동하는 연주자 중 첼리스트는 유독 드물다. 특히 해외 공연을 다니며 활동하는 여성 첼리스트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제 연주가 스스로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그만둘 겁니다. 최근 슈베르트를 연주했는데 마음속으로 ‘슈베르트 연주는 이번이 마지막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3, 4년 전부터 연주하는 곡들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연해요.” 2011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평창대관령음악제와 18∼20일 강원 평창군 계촌리에서 열리는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 애정이 많다. 특히 계촌마을 축제는 베네수엘라에서 빈민층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 ‘엘시스테마 오케스트라’의 한국형을 추구하고 있다.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엘시스테마와 출발점은 다르지만 클래식으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점은 같아요. 마을 아이들 모두가 악기를 하면서 오케스트라로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은 특별하죠. 이런 계촌마을 같은 모델이 전국에 확대되었으면 좋겠어요.” 동생인 지휘자 정명훈(64)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는 그의 음악과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동생들 자랑을 할 때 그의 눈이 유독 빛났다. “경화와는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죠. 명훈이, 경화와는 서로 격려도 해주고 비평도 자유롭게 해요. 세계 최고의 연주자이기도 한 두 동생을 존경하기도 하고요. 어머니는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낳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2011년 어머니를 추모한 연주가 이들 ‘정트리오’가 함께한 마지막 공연이었다. “제가 첼로를 그만두기 전에 꼭 한번 해야죠. 어디서 연주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연주회를 여는 것은 무리이고 축제 같은 곳에서 한 곡 정도 연주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아요.” 첼로를 선택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그는 성악을 전공했다면 메조소프라노를 했을 거라며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데 가장 맞는 악기가 첼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살면서 후회되거나 아쉬운 순간은 없었어요. 오히려 저는 축복받아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죠. 많이 받은 만큼 젊은 음악가들을 돕는 것이 제 일이죠. 그러지 않으면 저는 벌 받아요.(웃음)”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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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四季]육수에 담그면 ‘꽃’이 활짝… 집나간 입맛이 돌아온다

    《8월 전국이 가마솥더위로 푹푹 찌고 있다.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최고기온도 연일 경신되고 있다. 자비 없는 무더위에 지쳐만 가는 몸과 마음. 떠나간 입맛과 떨어진 체력을 보강해 줄 수 있는 음식이 절실한 시기다.갯장어는 감칠맛과 영양이 뛰어나 지난달 소개한 민어와 함께 여름 대표 보양식으로 꼽힌다. 양식이 불가능한 갯장어는 전체 장어 어획량의 1%를 차지하는 장어계의 황제로 불린다. 이맘때 기름기가 꽉 찬 갯장어는 전남 여수 등 남해 일대에서 잡힌다. 청정해역 깊은 바닷속에서 서식하다가 산란을 위해 남해안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의외로 우리나라에서 갯장어를 먹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에서야 그 맛을 알고 먹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일본에 수출했다.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없는 시기인 여름 이전에는 일본에서 많이 먹고 산란 시기와 맞물려 기름이 최대치로 올라오고 뼈가 부드러워지는 여름과 늦여름에는 국내에서 많이 소비한다.갯장어는 잔가시가 많아 손질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숙련된 조리사의 내공이 필요한 생선이다. 부드럽고 쫄깃하며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단맛에 계속 찾게 되는 갯장어. 인기가 어느 해보다 뜨겁다.》 핫 플레이스 5갯장어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는 노련한 칼질의 조리장이 있는 음식점을 추천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영 신통치 못한 곳을 간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 찬바람이 불면 갯장어의 가시는 더 억세진다. 무더운 지금 땀 흘리며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고운님 전남 완도가 고향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맛깔난 손맛의 남도 음식과 각종 밑반찬을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전남 신안 임자도산 민어, 신안 지도에서 나는 병어, 여수 및 고흥 나로도의 갯장어를 매일 공수받는다. 장어의 내장을 제거하면 나오는 핏물은 전부 바닷물로 세척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장어의 색이 얼룩덜룩 변한다. 샤부샤부 육수는 기본채소 육수에 대추와 인삼, 갯장어의 머리와 뼈를 더해 진한 맛을 낸다. 정춘근 대표가 공개한 샤부샤부 맛있게 먹는 방법은 우선 갯장어 한 점을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치는 정도로 넣어 흔들었다 뺀다. 그러면 살과 살 사이에 촘촘히 넣은 칼집으로 인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벌어진다. 쫄깃한 식감이 키포인트로 너무 오래 육수에 담그는 것은 금물이다. 꽃이 핀 장어는 얼음물에 바로 담갔다 빼면 살이 탱탱해져 맛이 더 좋아진다. 데친 깻잎에 특제 소스를 찍어 부추, 적양파를 넣고 된장 한 젓가락 꼭 얹길 추천한다. 전남 곡성에서 가져온 집된장으로 샤부샤부 쌈의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서울 강남구 삼성로81길 22, 02-562-9292. 갯장어 샤부샤부(중) 6만5000원, (대) 9만8000원○ 중앙식당 고흥산 갯장어는 굵고 싱싱하며 맛도 좋기로 유명해 최고로 친다. 중앙식당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한 상차림을 전문으로 한다. 녹동항 등 바다에 인접해 고흥의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갯장어(고흥에서는 참장어라 부른다)를 샤부샤부 또는 탕으로 내주고 겨울에는 앞바다에서 채취한 매생이로 매생이탕을 끓여준다. 반찬 가짓수가 많아 놀라고 그 맛에 두 번 놀라게 되는 곳이다.전남 고흥군 당오천변1길 39, 061-832-7757. 갯장어 샤부샤부 시가(1인분에 약 3만 원)○ 맛기행사계절 자연해산물 전문점으로 내부도 작고 허름한 편이지만 가격 대비 나오는 갯장어의 선도와 질이 훌륭하다. 기본 반찬으로 채소와 메추리알, 초고추장을 곁들인 브로콜리 등이 깔리는데 이것들로 배를 채우면 진정한 갯장어의 맛을 느낄 수 없다. 탄탄한 육질의 여수산 갯장어를 앞에 두고 갯장어 샤부샤부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쭈뼛댈 필요는 없다. 친절한 사장님이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마무리로 칼국수나 라면 사리를 넣어 먹거나 어죽을 만들어 먹으면 마무리도 든든하게 할 수 있다.서울 관악구 봉천로 598, 02-887-0775. 갯장어 샤부샤부(중) 6만5000원, (대) 8만 원○ 경도회관 국내에서 갯장어를 요리로 즐겨 먹기 시작한 곳은 전남 여수다. 갯장어 샤부샤부는 여수의 3대 별미 중 하나다. 여수 국동항에서 배를 타고 5분 정도 들어가야 나오는 ‘경도회관’은 갯장어 샤부샤부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첫눈에 봐도 선도 좋고 때깔 남다르며, 손질 잘된 갯장어는 ‘이곳이 갯장어의 본고장이다’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여름에는 갯장어 샤부샤부와 회, 겨울에는 장어탕과 붕장어, 새조개를 샤부샤부로 요리해 판매한다.전남 여수시 대경도길 2-2, 061-666-0044. 갯장어 샤부샤부 9만 원, 갯장어 회 7만 원○ 갓포치유 일본에서 갓포(割烹)란 흔히 ‘셰프가 고객과 교감하며 질 좋은 요리를 하는 곳’이란 의미다. 가이세키보다 캐주얼하고 이자카야보다는 고급스러운 요리를 말한다. 베테랑 셰프가 신선함을 살린 조리법으로 내놓는 독창적인 계절 요리가 특징이다. ‘갓포치유’는 갓포 요리를 기본으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셰프의 손끝에서 나오는 요리를 내놓는다. 갓포집답게 최근 계절에 발맞추어 갯장어 나베샤부샤부를 내놓고 있다. 버섯과 큼직하게 썬 두부, 당면이 들어있는 육수를 팔팔 끓인 뒤 잘 손질된 갯장어 한 점을 넣어 먹는다. 엄격하게 괸리된 깨끗한 맛의 생맥주가 일품이다.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34-2, 070-7750-5585. 갯장어 샤부샤부 2만8000원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다이어리알()에 동시 게재됩니다. 꼬들꼬들 붕장어… 양식 안되는 갯장어… 곰장어로 불리는 먹장어● 유난히 종류 다양한 장어의 세계먹장어, 붕장어, 갯장어…. 장어는 유난히 종류도 다양하고 부르는 이름도 많다. 붕장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닷장어가 맞다. ‘아나고(アナゴ)’라고도 불리며 사시사철 잡혀 다른 장어보다 대중적이다. 기름기가 많은 편으로 뼈째 씹는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씹는 맛이 좋다. 작은 붕장어는 회로 먹고, 큰 붕장어는 탕으로 끓여 먹는다. 먹장어는 흔히 곰장어라 불린다. 겉모습만 보면 장어 중 크기가 가장 작고 얕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한다. 눈은 퇴화되면서 살 속에 묻혀 눈으로는 보기 힘들다. 입은 주머니처럼 뚫려 있고 피부에서 점액질을 내뿜어 그 모습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맛 하나는 으뜸이다. 양념구이보다 소금구이로 요리해서 먹으면 이만한 술안주가 없어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났지만 민물에서 살아 민물장어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우나기(うなぎ)’라고 불린다. 일본인들은 우리의 복날에 해당하는 날에 몸보신을 위해 뱀장어를 요리해 먹을 정도로 뱀장어 사랑이 남다르다. 최근에는 개체 수가 감소해 가격까지 올라 쉽게 보기 힘든 종이 됐다. 미식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갯장어는 성격이 사나운 개 같다는 의미로 ‘개장어’로 불리다 지금의 갯장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본어로는 ‘하모(はも)’로 이 단어에 익숙한 사람도 많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이빨도 날카로운 데다가 포악한 성격으로 사람도 물고 심지어 서로 물기도 한다. 한번 물리면 성인 두 명이 생선의 주둥이를 잡아야 겨우 벌어질 정도로 힘이 좋다.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산으로만 만날 수 있는 갯장어는 여름철 손에 꼽는 고급 식재료다. 몸도 단단하지만 잔가시가 워낙 많아 하나하나 다 발라줘야 하는데 자칫 칼질이 잘못 들어가면 껍질까지 썰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손이 워낙 많이 가는 데다 조리장의 기술이 필요해 가격대가 높다. 전남 고흥과 여수 등에서는 ‘진짜 장어’라는 의미로 참장어로도 불린다. 몸은 하나인데 불리는 이름은 세 가지다.※갯장어 샤부샤부 맛있게 먹는 법 동영상 }

    •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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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무대 서는 채시라 “변사역 맡았어요”

    배우 채시라(49·사진)가 오페라에 출연한다. 26,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변사(辯士)로 무대에 오른다.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배우가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고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백꽃 아가씨’는 서울패션위크 정구호 총감독이 연출을 맡고 국내 대표 성악가들이 나선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혀 만든 ‘동백꽃 아가씨’에서 채시라가 맡은 변사는 전체 이야기의 맥을 짚어주는 역할이다. 그는 “처음 변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성영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그랬던 것이었다’ 톤의 대사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변사는 대사를 완전히 외워 모노드라마처럼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정 총감독이 연출한 국립무용단의 ‘묵향’ ‘단’ 등을 직접 보고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 오페라 작업을 하면서 함께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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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이 부른다]스포츠-예술로 올림픽 구현… 평창서 부활하는 쿠베르탱의 정신 外

    ‘오, 스포츠여. 신들의 기쁨. 생명의 영약이여!’ 혹시 이 시를 본적이 있을까? ‘스포츠를 위한 송가(頌歌)’라는 제목의 시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의 ‘문학 종목’ 금메달 수상작이다. 이 시의 주인공은 게오르게스 호르트로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의 가명이다. 실제로 1912년부터 1948년 런던 올림픽 때까지 예술 종목이 스포츠 종목과 함께 선수들의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예술 종목으로는 건축, 문학, 음악, 회화, 조각 등 5개 세부 종목이 있었다.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금, 은, 동메달이 존재했다. 헝가리의 수영선수인 알프레드 허요시는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수영 100m, 1200m 자유형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건축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쉽게도 예술 종목은 1954년 퇴출되면서 더 이상 올림픽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올림픽은 초창기부터 문화 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스포츠와 예술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려 했던 쿠베르탱의 정신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본격적으로 문화올림픽을 표방하고 있다. 문화올림픽이란 올림픽 기간 전부터 종료 때까지 올림픽 행사의 일부로 진행되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올림픽 가치를 통해 개최국 및 전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는 문화, 축제, 교육 활동을 통칭한다. 최근 역대 올림픽 대회들도 문화올림픽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디지털 중심의 올림피아드,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역대 최대의 문화예술축제,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테마별 러시아문화 소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문화적 다양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평창문화올림픽은 ‘평창, 문화를 더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 일반인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또 각국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150여 개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확산시키고 한국과 강원도에 대한 문화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평창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은 올림픽 개막을 180여 일 앞둔 가운데 클래식, 재즈, 전시, 오페라, 발레, 사진, 시,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전국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 국내 대표 연주자는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유명 연주자들이 참여한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지난달부터 약 20일간 강원 일대에서 성공적으로 열렸다. 6월에는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국내 가수, 그룹들이 총출동해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기원을 위한 ‘2017 드림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앞으로 펼쳐질 공연, 전시 등 문화행사는 화려하다. 8월 26,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가 공연된다. 제작비 25억 원이 투입되는 ‘동백꽃 아가씨’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를 조선 영·정조 시대의 양반 사회로 바꿨다. 서울패션위크 정구호 총감독이 연출을 맡은 가운데 국내 최고 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한다. 이 공연은 2018년 1월 강원 강릉 올림픽파크 내 올림픽아트센터에서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9월 23, 24일 서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공간인 5개 궁궐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이 출연하는 ‘5대궁 심쿵심쿵 궁궐콘서트’도 열린다. 5개 궁에 설치된 10개의 무대에서 클래식, 국악, 퓨전국악, 재즈, 모던팝 등 총 70여 회의 공연이 펼쳐진다. 한국, 중국, 일본 대표 시인 100명과 국내 참여시인 100여 명이 참가하는 ‘한중일 시인 축제’도 9월 14∼1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평창 일대에서 열린다. 한중일의 화합과 우정을 주제로 초청시인, 올림픽 선수들의 시낭송 등의 행사가 열린다. 국내 최장, 최대의 거리 퍼레이드 축제인 ‘2017 원주 다이내믹 댄싱 카니발’은 9월 20∼24일 강원 원주의 따뚜공연장을 비롯해 원주 일대에서 개최된다. 국내외 152개 팀, 1만2000여명이 참여한다. 올림픽을 주제로 청년 예술가들의 미디어 작품을 상영하는 ‘청년작가 미디어 아트전’은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서울역 서울스퀘어 미디어파사드에서 열린다. 한국의 스포츠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근현대 한국 스포츠 역사전’은 12월 5일부터 내년 3월 4일까지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과거 국민들을 웃고 울게 했던 스포츠 역사의 여러 장면들을 살펴볼 수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펼쳐지는 문화올림픽 프로그램도 있다. 겨울스포츠 강국인 체코, 핀란드 등의 현지 예술단체와 한국 예술가의 협연이 펼쳐지는 ‘코리안 사운즈’가 핀란드 헬싱키 사보이 극장(9월 28일)과 체코 프라하 수크홀(10월 3일)에서 열린다. 추운 겨울이 없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말라위 등에서 청소년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겨울올림픽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인 ‘아트 드림캠프’도 개최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평창문화올림픽 추천 프로그램 자료: 문화체육관광부■‘강원도다운 것’으로 내국인-외국인 모두 만족시킬터 -인터뷰 김태욱 문화올림픽 총연출감독 “강원도로부터 오는 영감이 제가 생각하는 큰 주제지요. 스포츠 선수들, 취재 기자들, 일반 방문객들 모두 새로운 활력을 얻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욱 문화올림픽 총연출감독(43)에게 강원도란 “방문할 때마다 새 힘을 얻어 가는 곳”이다. 그는 “머리가 아플 때 오면 치유해주고, 아이디어가 없을 때 오면 힌트를 준다”며 강원도 열성 팬임을 자처했다. “100여 개의 행사 중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강원도의 사계절을 종합적으로 담은 한 시간짜리 상설 테마 공연입니다. 올림픽을 찾아온 모든 사람이 최소한 이거 하나만은 보고 가도록 매일 무대에 올릴 생각이에요. 이 외에도 강원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역임을 고려해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올여름부터 겨울까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올림픽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지만, 내년 2월 겨울올림픽의 시작과 동시에 강원도에서 펼쳐지는 공연, 음악, 전시 등 예술 행사는 시군이 맡는다. 그가 진두지휘하는 공연과 예술 행사 전반에도 강원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녹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겐 한겨울 매서운 강원도의 칼바람조차도 극복해야 할 장벽이 아닌 ‘강원도의 일부’였다. “몇 개의 실내 공연장을 새로 만들 예정이긴 하지만, 자연을 완전히 이기려 들면 끝이 없을 겁니다. 그보다는 추위 자체도 콘텐츠로 활용해 ‘강원도의 겨울이 참 좋더라. 봄, 여름, 가을에도 다시 가고 싶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강원도다운 것’이 외국인과 내국인의 취향을 다 만족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올림픽 예술 축제는 개최도시의 문화적 성취를 보여주는 기회인 동시에, 도시 재생을 이끌어내는 수단이 돼왔다. 김 감독은 “문화 자산이 충분히 축적된 해외 도시들에 비해 강원도의 문화 인프라 상황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유산이 행사 후에도 강원도에 남아 도시 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숲 속에서 펼쳐지는 체험형 미디어 아트를 계획 중인데, 사후에 이 작업을 태백 탄광촌 등 다른 지역으로도 옮겨 설치하면 강원도의 자산이 될 겁니다. 이 외에 다른 공연도 마찬가지로 보완 및 발전시켜 관광 상품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김 감독은 2015년 광주 여름 유니버시아드,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2013년 카잔 여름 유니버시아드 등 굵직한 국제 행사에서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아왔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처음엔 개·폐회식만 연출할 계획이었지만 5월 1일부터 문화예술행사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지자체에서 기획하고 준비해 온 예술 프로그램들을 제가 감히 손보는 상황이 돼 버렸어요. 지역 예술인들을 다 포용하면서 이곳만의 색깔을 내는 게 제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개막식을 6개월 남짓 앞둔 지금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강원도는 ‘이야, 멋지다’가 아니라 ‘소박해서 좋다. 편안해서 다시 오고 싶다’라고 말하게 되는 장소입니다. 강원도의 매력을 잘 알리는 게 현재 저의 꿈이고 바람입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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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익스피어에 빠진 피아니스트 “음악대사 되고 싶다”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지 리(22·미국)는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당시 그를 제외하고 피아노 수상자들은 모두 러시아 출신이었다. 저명한 음악평론가 노먼 르브렉트 등 여러 평론가들은 조지 리에게 “1위보다 나은 2위”라는 평가를 내렸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는 베토벤의 소나타 6번과 23번, 리스트의 ‘순례의 해’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을 앞두고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다니는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신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출전 당시에도 워즈워스와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의 시와 소설을 공부하며 음악적 이해를 넓혔다. “문학의 최대 장점은 음악에서와 비슷한 감정과 느낌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점이죠.” 그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인물은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변화경 교수다. 그는 11세 때 뉴잉글랜드 음악원 예비학교에서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과 부인인 변 교수를 만나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변 교수는 제가 음악가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수많은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0월에는 정식으로 카네기홀 데뷔 공연도 할 예정이다. 그는 “공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제가 이 작품에 대해 느끼고 발견한 바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연주하는 음악의 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3만∼8만 원. 02-541-3173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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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 발레단이 선택한 유일한 동양인 이충훈

    새까만 피부 위에 치렁치렁 걸친 은색 액세서리. 한눈에 보기에도 탄력 있는 몸매는 시선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했다.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발레리노 이충훈(34)의 첫인상이다. 발레 무용수보다 힙합 래퍼, 댄스 가수에 어울리는 외모지만 그가 활동하는 발레단의 이름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5년부터 그는 미국 뉴욕의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에서 활동하고 있다. 1969년 창립된 할렘 발레단은 미국 최초의 흑인 고전 발레단이자, 흑인 무용가를 우선시하는 최초의 메이저 발레단이다. “원래 피부가 까만 편인데 할렘 발레단에 들어간 뒤 더 까매진 것 같아요. 주위에서는 외모로는 구별이 안 된다며 정말 흑인 무용수 다 됐다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미국은 물론 해외 발레단에서 흑인 무용수는 보기 힘들다. 낯선 환경 속에서 그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장점을 흡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흑인 무용수가 섬세함은 부족할지 몰라도 리듬감은 정말 타고났어요. 힘도 남달라서 흑인 여자 파트너와 춤을 추다 힘에 부쳐 제가 끌려 다닐 때도 있어요. 뼈대도 커서 파트너 들어 올릴 때 힘들어요.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절대 얻지 못할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2006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동한 그는 2012년 미국으로 건너가 두 곳의 발레단을 거친 뒤 현재 할렘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레단의 유일한 동양인 단원이다. “남자 무용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당시 발레단 정보도 없이 들어갔는데 흑인 무용수만 있어 조금 당황했죠. 지금은 브라질, 쿠바,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온 무용수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물론 흑인 무용수가 여전히 많지만요.” 할렘 발레단은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한다. 가보지 않은 대도시가 없을 정도다. 공연 관객은 대부분 흑인이다. 반응도 남다르다. “공연 중이나 끝난 후에 반응이 확실히 달라요. 보통 발레 공연의 정숙한 분위기와 달리 환호를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흥이 넘쳐 춤을 추는 관객도 많아요.” 레퍼토리 대부분은 현대 발레다. 여러 나라 출신 무용수들의 스타일을 섞어 쿠바, 브라질, 아프리칸 스타일을 풍기기도 한다. 이런 독특함이 최근 미국 발레 팬을 사로잡고 있다. “클래식 발레는 단원이 적어 ‘해적’이나 게오르게 발란친의 ‘차이콥스키 파드되(2인무)’ 등의 갈라만 해요. ‘백조의 호수’ 중에서는 흑조를 공연해요. 특히 흑조는 다른 클래식 발레단과 함께 공연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요. 흑인 발레리나의 진짜 흑조죠.” 앞으로 그는 다양한 장르의 발레를 배우며 전천후 발레리노가 되는 것이 꿈이다. 물론 한국 무대에 서는 것도 바라고 있다. “클래식 발레를 비롯해 현대 발레, 재즈 발레, 아프리칸 발레 등 정말 다양한 발레를 배우고 췄어요. 이런 경험이 앞으로 제가 춤을 추고, 다른 후배 무용수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한국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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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작 하나에 선율 하나… 발레, 음악이 되다

    국립발레단의 ‘댄스 인투 더 뮤직’이 4∼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렸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직접 안무를 맡아 예전에 선보인 작품들이 주로 무대에 올랐다.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공연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발레와 음악의 환상적인 만남이었다는 점이다. 피아니스트 조재혁 이효진, 첼리스트 심준호,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팀파니스트 아드리앵 페뤼숑이 직접 무대에 올라 연주를 들려줬다. 특히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팀파니 수석을 맡았던 페뤼숑은 마지막 작품인 ‘3.5’에서 드럼을 맡아 라벨의 볼레로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조재혁은 직접 무대에 올라 8개 작품에 대해 해설했다. 실내악과 만난 발레의 질감은 색달랐다. 녹음 반주가 아닌 라이브 음악은 발레에 풍부하고 섬세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동작 하나하나에 피아노와 첼로, 바이올린의 음이 조화롭게 섞이며 음악이 안무의 일부분을 담당했다. 분명 예전에 본 작품들이었지만 버전 1.2 또는 버전 2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수석무용수 박슬기가 안무해 지난해 처음 무대에 올렸던 ‘콰르텟 오브 더 솔’은 실내악 효과를 100% 이상 살려냈다. 이 작품은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무용수 4명이 각자 다른 악기가 돼 음악을 연주하듯 춤으로 표현했다. 무대 위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이 따로 또는 함께 연주될 때 각 악기를 맡은 무용수들도 따로 또는 함께 동작을 펼치며 8대의 악기가 연주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수석무용수 이영철은 자신이 안무한 ‘더 피아노’와 ‘3.5’ 두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수석무용수 김지영, 김리회, 박슬기 등이 나선 ‘3.5’는 조명, 연주, 안무, 무용수 등이 유기적으로 잘 얽히며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영철은 이제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 못지않게 ‘안무가’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박슬기, 이영철의 안무적 재능과 김지영의 관록,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별 5개 만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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