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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연금개혁안 공개 후 3개월 만에 입법을 마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법 공포 뒤 첫 대국민 연설에서 직장,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가지 추가 개혁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 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까지 첫 번째 성과를 내놓겠다”며 시한도 명시했다.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법에 반발하는 국민이 많지만 오히려 신규 개혁의 달성 시점까지 못 박으며 ‘개혁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조차 보험료율 인상 같은 낮은 단계의 연금개혁조차 추진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프랑스의 움직임이 한국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100일간 프랑스 위한 개혁 시행”마크롱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13분짜리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 앞에는 프랑스를 위해 평화와 단결 속에 야망을 갖고 행동할 100일이 있다”며 향후 100일간 근로 여건,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대 개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앞서 주말인 15일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한 연금개혁법에 서명함으로써 6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첫 대국민 연설이라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되레 추가 개혁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의 세부 내용 대신 “7월 14일 첫 번째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구체적 시한을 밝히며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7월 14일은 프랑스 혁명 기념일로, 프랑스 정치에서 종종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혁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추가 개혁을 띄운 것을 두고 새로운 개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 ‘직장 생활에 대한 새로운 협약’을 중심으로 근로 여건 개혁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임금, 경력 설계, 근무 조건, 노인 고용, 전문 재교육에 대한 개혁이 이에 포함된다. 그는 이를 통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면 연금개혁에 강하게 반발하는 노동조합을 다독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월 국가재건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출직 공무원과 정치인들, 노조에 국가재건위 구성을 요청할 것”이라며 “집권당이 국회에서 다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행동력에 의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 분노 이해하지만 필요한 개혁”마크롱 대통령은 국민 반발 속에 의회 표결조차 건너뛰고 연금개혁법을 처리한 점에 대해 “수개월간 논의했는데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년 연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미래 세대의 빚이 늘어나는데 연금을 줄이거나 납입금을 높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개혁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연금개혁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에 귀를 닫을 수는 없다”며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들과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원 제1야당인 좌파 연합 뉘프(Nupes)의 주축인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글을 올렸다.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한 8개 주요 노조는 노동절인 5월 1일 프랑스 전역 파업을 예고했고, 이에 앞서 철도 관련 4개 노조는 그 준비 단계로 27일을 ‘철도 분노 표출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파업을 예고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송영길 전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을 둘러싸고 다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만 거듭 요구하며 사실상 손을 놓은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가 “연루자들을 출당·제명시키거나 자진 탈당하게 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하다”고 정면 비판에 나선 것. 송 전 대표는 주말인 22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 및 귀국 여부 등을 밝히겠다고 하고 있어 민주당 전·현 지도부가 서로 무책임하게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도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돈봉투)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이른바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일 것이다. 그런 구체적인 금액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송 전 대표가 알았다면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宋에게 공 넘긴 李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이재명 대표가 직접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 만큼 당분간 ‘로키’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조기에 귀국해 이 문제를 책임있게 매듭짓겠다고 하는 입장 표명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에게 공을 넘겼으니 기다리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결국 송 전 대표가 귀국 여부를 밝힐 이번 주말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도 “송 전 대표가 귀국해서 검찰 조사도 기꺼이 받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상황”이라며 “수사 상황에 따라선 송 전 대표 스스로 정치적 결단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를 비롯해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 의혹에 연루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출당 권유 등의 조치도 따로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아직 현행법이나 당헌당규에 위반되는 등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고, 당사자들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수사) 과정을 좀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아직 사실 관계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먼저 출당이나 탈당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며 “본인들이 스스로 입장을 밝혀줘야 당도 부담을 덜지 않겠느냐”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도 “(돈봉투)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이른바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 비명계 “지도부, 자정 작용 포기” 비명계는 당 지도부가 당 차원 진상조사를 포기한 점과,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선제적으로 출당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점 등에 대해 “안일하다”며 반발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통화에서 “‘자체 조사는 자체 면죄부’라는 건 여당의 논리인데, 그것 때문에 당이 자정 작용을 포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그럴 거면 당 지도부가 왜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 대표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을 우려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번 사안에 연루된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가까운 사람들이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김종민 의원도 통화에서 “당이 엄정한 조사를 해서 필요하면 (관계자들) 출당을 시키든 탈당을 시키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가 주말에야 기자회견을 여는 것이 시간 끌기를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송 전 대표는 17일(현지 시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2일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며 ‘기자회견 일정을 앞당길 계획이 없는지’를 묻는 질문엔 “적절한 회견 장소를 찾기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7월 귀국 일정을 앞당길지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법사위 현안 질의를 추진하려 했지만 현장 방문으로 선회했다. 현안 질의가 이뤄질 경우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이슈 등 여당에 불리한 질의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올해 1월 연금개혁법안 공개 후 3개월 만에 입법을 마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법 공포 뒤 첫 대국민 연설에서 직장,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가지 추가 개혁 방침을 밝히며 “국경일인 7월 14일까지 첫 번째 성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법에 반발하는 국민들이 많지만 오히려 신규 개혁의 달성 시점까지 못 박으며 ‘개혁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주 69시간’ 논란 등에 가로막혀 개혁 논의가 진전이 없는 한국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100일간 프랑스 위한 개혁 시행” 마크롱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13분짜리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우리에겐 프랑스를 위해 평화를 이루고 단결하며 야망을 갖고 행동할 100일이 있다”며 향후 100일간 직장 생활,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앞서 주말인 15일 법에 서명함으로써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한 연금개혁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 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첫 연설이라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되레 추가 개혁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7월 14일 첫 번째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며 구체적 시한을 명시하며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은 프랑스 혁명기념일로, “프랑스 정치에서 종종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혁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추가 개혁을 띄운 데 대해 “움직이지 않는 것도,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개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 ‘직장 생활에 대한 새로운 협약’을 중심으로 근로 여건 개혁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임금, 경력 설계, 근무 조건, 노인 고용, 전문 재교육에 대한 개혁이 이에 포함된다. 그는 이를 통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면 연금개혁에 강하게 반발 중인 노동조합을 다독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월 국가재건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연합과 새로운 동맹을 이루기 위해 선출직 공무원과 정치인들, 노조에 국가재건위 구성을 요청할 것”이라며 “집권당이 국회에서 다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행동력에 의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 분노 이해하지만 필요한 개혁”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 반발 속에 의회 표결조차 건너뛰고 연금개혁법을 처리한 점에 대해 “수 개월간 논의를 했음에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년 연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미래 세대의 빚이 늘어나는데 연금을 줄이거나 납입금을 높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며 개혁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며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정치인들과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원 제1야당인 좌파 연합 뉘프(Nupes)의 주축인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글을 올렸다.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한 8개 주요 노조는 노동절인 5월 1일 프랑스 전역 파업을 예고했고, 이에 앞서 철도 관련 4개 노조는 그 준비 단계로 27일을 ‘철도 분노 표출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파업을 예고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검찰의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도 의혹에 연루된 송영길 전 대표(사진)가 입국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지금 나오는 문제는 내가 모르는 사안”이라고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가 파리에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말했는데,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한테 문자로 ‘전달했음’ 이런 게 있기 때문에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전 대표가 제 발로 들어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게 좀 더 당당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현재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ESCP)에 방문 연구교수로 체류 중이다. 2021년 당시 전당대회에서 이 전 부총장은 송 전 대표를 도왔고, 선거 결과 송 전 대표가 승리했다. 당내에선 자성론도 제기됐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돈봉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당에 과거 잘못이 있었다면 당연히 끊어내고 새 출발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이번 의혹으로 ‘방탄 정당’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 수사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녹취록이 실제로 나오니 실태 파악 없이 무작정 탄압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칫 ‘방탄 정당’ 이미지가 굳어져 총선 때까지 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13일(현지 시간) 파리정치대(시앙스포)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도의적 책임을 사과한 건 (이 전 부총장이) 1심 유죄 판결이 났기 때문이지, 지금 나오는 문제는 내가 모르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 등이 당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에 선을 그은 것. 이어 검찰을 향해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조사하고, 그때 보자 했으면 갔을 것”이라며 “(이 전 부총장 수사 당시) 같이 처리해야지, 왜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하느냐)”라고 성토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파리에 방문 연구교수로 머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사진)가 12일(현지 시간)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시, 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시 당 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이 당 대표로 선출됐던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부총장에 대해선 ‘일탈 행위’라는 표현을 두 차례 반복하는 등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과 거리를 두려 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프랑스 파리 국립동양언어문화대(Inalco)에서 열린 ‘남북한의 공동 유산에 대한 인식’ 원탁토론회에서 강연을 마친 뒤 동아일보·채널A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선 “상황을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최근에 미국 펜타곤(국방부)의 대통령실 관계 도청 의혹 사건을 비롯해 정치적 수세에 몰리니까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검찰이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이정근 사건은 이미 수차례 조사했고 기소했다. (검찰이) 모든 녹음 파일을 조사했다고 하니까 내가 (지난해 12월)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이 문제도 수사를 다 했을 것이다. 왜 그걸 다 묵혀 놨다가 어제(한국 시간 12일) 이정근 1심 판결 선고 때맞춰서 압수수색에 들어가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총장의 일탈 행위를 갖고 지금까지 검찰이 얼마나 많은 기사를 생산해냈나. (언론 보도가 이어진 지) 몇 달째가 됐나”라고 반문하며 “자세한 상황은 제가 잘 알 수가 없으나 이렇게 검찰이 정치적 행위로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반발했다. 송 전 대표는 “국가가 지금 누란(累卵)의 위기에 있다. 이런 위기에 이 정부는 할 줄 아는 게 ‘야당 수사’밖에 없는 것 같다. 도대체 국가를 끌고 가는 집단인지, 그냥 검찰 공화국인지 정말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건희 씨 주가 조작 사건은 2년 전 사건인데 왜 제대로 (수사를) 안 하나”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파리의 그랑제콜인 파리경영대학원(ESCP)의 방문 연구교수로 지내고 있다. 그는 기자와 헤어지면서 “7월에 한국에 (예정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파리에 방문 연구교수로 머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12일(현지 시간)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시, 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당시 당 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이 당 대표로 선출됐던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부총장에 대해선 ‘일탈 행위’라는 표현을 두 차례 반복하는 등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과 거리를 두려 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프랑스 파리 국립동양언어문화대(Inalco)에서 열린 ‘남북한의 공동 유산에 대한 인식’ 강연회에 참석한 뒤 동아일보·채널A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선 “상황을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그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최근에 미국 펜타곤(국방부)의 대통령실 관계 도청 의혹 사건을 비롯해 정치적 수세에 몰리니까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검찰이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이정근 사건은 이미 수차례 조사했고 기소했다. (검찰이) 모든 녹음 파일을 조사했다고 하니까 내가 (지난해 12월)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이 문제도 수사를 다 했을 것이다. 왜 그걸 다 묵혀 놨다가 어제(한국 시간 12일) 이정근 1심 판결 선고 때 맞춰서 압수수색에 들어가나”라고 말했다.이어 “이 전 부총장의 일탈 행위를 갖고 지금까지 검찰이 얼마나 많은 기사를 생산해냈나. (언론 보도가 이어진 지) 몇 달째가 됐나”라고 반문하며 “자세한 상황은 제가 잘 알 수가 없으나 이렇게 검찰이 정치적 행위로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반발했다.송 전 대표는 “국가가 지금 누란(累卵)의 위기에 있다. 이런 위기에 이 정부는 할 줄 아는 게 ‘야당 수사’밖에 없는 것 같다. 도대체 국가를 끌고 가는 집단인지, 그냥 검찰 공화국인지 정말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건희 씨 주가 조작 사건은 2년 전 사건인데 왜 제대로 (수사를) 안 하나”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파리의 그랑제콜인 파리경영대학원(ESCP)의 방문 연구교수로 지내고 있다. 그는 기자와 헤어지면서 “곧 7월에 한국에 (예정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제 한국 문화가 프랑스에서 모두 다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1일(현지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을 보기 위해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을 찾은 피에르 드비즈몽 프랑스연구소 직원이 말했다. 드비즈몽은 “난 이미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경에 앞선 가장 오래된 활자 인쇄본임을 알고 있지만 이를 모르는 유럽인들이 많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BnF는 7월 16일까지 열리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을 통해 직지 실물을 공개하기 하루 앞선 이날 언론 및 VIP 전시를 진행했다. 초청받은 프랑스의 대학교수, 연구원 등 100여 명은 폭우 속에도 길게 줄을 서며 직지 실물을 본다는 기대감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nF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직지 하권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것은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회 이후 50년 만이다. 로랑스 앙젤 BnF 관장은 “인쇄술 발달의 역사는 ‘유럽’이 아닌 ‘극동’에서 시작된 점을 어떻게 강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직지가 1952년 BnF 품에 들어온 이후부터 보편적인 유산을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폭우에도 ‘직지’ 관람 행렬… “인쇄로 지식 전파된 사실 일깨워” ‘직지’ 50년만의 전시佛 도서관 초청행사 100여명 몰려‘직지’ 일부 변색됐지만 활자는 선명조명-기온 통제하며 특별관리 받아 “인쇄를 통해 모든 지식이 전파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매우 중요해요.”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다니엘 골리넬리 씨는 인류 지식 전파의 시발점이 된 인쇄술의 기원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인쇄매체가 디지털 콘텐츠에 밀려 힘을 잃고 있는 시대에 오히려 인쇄물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교육자들은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인쇄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리 클레르 토맹 프랑스16세기문학연구회 회장은 “학교에서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어서 인쇄술에 관심이 많다”면서 “내 학생들이 전시를 보도록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 “인쇄술의 시행착오와 실험 드러나” 이번 전시에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인쇄술의 발명과 역사를 짚는 첫머리를 장식했다. 관람객들은 주로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보다 78년 앞선 동양의 직지에 대한 이해도도 꽤 높았다.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던 레미 지메네즈 프랑스 투르대 교수는 “예전에 인쇄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본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직지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하다. 직지는 (인쇄사에서) 중요한 국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직지는 1377년(고려 우왕 3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원래 상·하 2권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 하권만 BnF에 남았다. 50년 만에 수장고 밖에 나온 직지 하권은 전시장 정중앙에 유리관으로 덮인 채 관람객을 맞았다. 조금이라도 손대면 으스러질 듯 얇고 낡은 직지는 전반적으로 얼룩덜룩하고 누렇게 변색돼 세월의 흔적을 보여줬다. 활자들은 대부분 선명했으나 일부는 검게 변색됐거나 거품이 낀 채 인쇄된 듯 흐렸다. 인쇄가 잘 안돼 붓으로 다시 쓰거나 금속이 아닌 나무 활자로 찍은 부분도 있었다. 한문 옆에 한자로 우리말을 표기하는 구결(口訣)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카롤린 브랭 BnF 큐레이터는 “인쇄기술의 시행착오, 실험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라 이 장을 펼쳐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4만5000권 동양고서 중 특별 관리” 직지는 1950년 BnF에 기증된 뒤 서고에 방치돼 있었다. 1972년 이 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 박사(1928∼2011)가 이를 찾아내 세계에 그 존재와 가치를 알렸다. 이날 한국 취재진이 직지를 향해 조명을 켠 채 촬영하자 BnF 관계자들은 연신 “조명을 줄여달라” “직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만큼 희귀한 유물인 직지는 특별 관리를 받고 있었다. BnF는 직지를 펼칠 때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시할 때 유리관 뒷부분을 열어뒀다. 동양 고문서 부서를 총괄하는 로랑 에리셰 BnF 책임관은 “BnF는 100개가 넘는 언어로 쓰인 고서를 수십만 권 보관하고 있다. 동양 고서만 약 4만5000권인데, 직지는 그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소개했다. 직지는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에 특별 보관되며 보관 중엔 흠이 생기지 않도록 기온 등이 통제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조선 말기 프랑스로 건너간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국내에서도 볼 길이 열릴까. 12일(현지 시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50년 만에 직지를 일반에 공개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로랑스 앙젤 관장은 11일 직지의 한국 전시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다만 직지를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해 대중과 공유해 왔다고 덧붙였다. 직지는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했다가 2011년 영구대여 형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반환한 ‘외규장각 의궤’와 달리 약탈 문화재가 아니다. 고문헌 수집가로 조선 말기 주한 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구매해 가져간 유물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1970년 채택된 유네스코 협약은 전쟁과 식민 지배 등을 통해 약탈되거나 도난된 문화재를 원소장처에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지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직지의 국내 첫 전시를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 대여 조건으로 한국이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들여가 전시할 때 압류나 몰수를 금하는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는 한국 절도범들이 일본 관음사에서 훔쳐온 금동불의 소유권을 충남 서산 부석사에 넘기라는 1심 판결이 2017년 나온 여파로 해외 주요 박물관들이 한국 문화재의 대여를 기피하던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이 법안이 사법부의 압류 면제 결정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회에 심사 보류를 요청했고, 결국 법안은 폐기됐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외 소재 문화재가 약 23만 점에 달하는 우리 상황을 고려하면 ‘한시적 압류 면제법’ 제정으로 얻을 실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안의 존재만으로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대여 전시할 수 있는 협상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전 법안의 한계를 보완해 새로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제정되면 약탈·도난 문화재를 점유국 소유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불법 반출 문화재나 소유권 분쟁 중인 문화재는 압류 면제에서 제외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직지의 한국 전시를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교류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지현 건국대 세계문화유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직지 대여 전시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우호적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11일 프랑스국립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등 한국 문화유산 2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제 한국 문화가 프랑스에서 모두 다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를 실물로 50년 만에 공개한 11일(현지 시간) BnF 전시장에서 만난 피에르 드비즈목 프랑스연구소 직원은 “난 이미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경에 앞선 가장 오래된 활자임을 알고 있지만 이를 모르는 유럽인들이 많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BnF가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직지를 공개하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에 하루 앞서 진행한 언론 및 VIP 초청 전시에서 대학 교수, 연구원 등 100여 명은 오후 6시 반이 넘은 시각에도 폭우를 뚫고 와 긴 줄을 서며 기대감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nF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직지 하권을 일반 대중에 공개한 것은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회 이후 처음이다. 관람객들은 주로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구텐베르크 성경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보다 앞선 동양의 직지에 대한 이해도도 꽤 높았다.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던 레미 지메네즈 투르대 교수는 “예전에 인쇄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본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직지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하다. 직지는 (인쇄사에서) 중요한 국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날 한국의 문화재청과 이번 특별전 지원 및 학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로랑스 앙젤 BnF 관장은 “인쇄술 발달의 역사는 ‘유럽’이 아닌 ‘극동’에서 시작된 점을 어떻게 강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직지가 1952년 BnF 품에 들어온 이후부터 보편적인 유산을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인쇄를 통해 모든 지식이 전파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매우 중요해요.”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다니엘 골리넬리 씨는 인류 지식 전파의 시발점이 된 인쇄술의 기원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인쇄매체가 디지털 콘텐츠에 밀려 힘을 잃고 있는 시대에 오히려 인쇄물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교육자들은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인쇄술과 인쇄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리 클레르 토맹 프랑스16세기문학연구회 회장은 “학교에서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어서 인쇄술에 관심이 많다”면서 “내 학생들이 전시를 보도록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레미 지메네즈 프랑스 투르대 교수도 “난 청년들이 여전히 인쇄된 책을 많이 읽을 것이라고 본다”며 인쇄매체의 미래를 낙관했다.● “직지에 인쇄술의 시행착오와 실험 드러나” 이번 전시에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인쇄술의 발명과 역사를 짚는 첫머리를 장식했다. 관람객들도 한국의 직지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직지는 고려 말 승려 백운 화상(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가려 엮은 책이다. 1377년(고려 우왕 3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유럽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인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보다 무려 78년을 앞선다. 원래 상·하 2권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 하권만 BnF에 남았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50년 만에 수장고 밖에 나온 직지 하권은 전시장 정중앙에 유리관으로 덮인 채 관람객을 맞았다. 조금이라도 손대면 으스러질 듯 얇고 낡은 직지는 전반적으로 얼룩덜룩하고 누렇게 변색돼 세월의 흔적을 보여줬다. 활자들은 대부분 선명했으나 어떤 활자는 너무 검게 변색되고 일부는 거품이 낀 채 인쇄된 듯 흐렸다. 인쇄가 잘 안 돼 붓으로 다시 쓰거나 금속이 아닌 나무 활자로 찍힌 부분도 있었다. 한문 옆에 한자로 우리말을 표기하는 구결(口訣)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카롤린 브랭 BnF 큐레이터는 “인쇄기술의 시행착오, 실험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라 이 장을 펼쳐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4만5000권 동양고서 중 특별 관리” 직지는 1950년 BnF에 기증된 뒤 서고에 잠들어 있다가 1972년 이 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 박사(1928~2011)가 재발견했다. 한국 취재진이 직지를 향해 조명을 켠 채 촬영하자 BnF 관계자들은 “조명을 줄여달라” “직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만큼 희귀한 유물인 직지는 특별 관리를 받고 있었다. BnF는 직지를 펼칠 때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시할 때 유리관 뒷부분을 열어뒀다. 동양 고문서 부서를 총괄하는 로랑 에리셰 BnF 책임관은 “BnF에는 100개가 넘는 언어로 쓰인 고서를 수십만 권 보관하고 있다. 동양 고서만 약 4만5000권인데, 직지는 그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소개했다. 직지는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에 특별 보관되며 보관 중엔 흠이 생기지 않도록 기온 등이 통제된다. 문화재청 산하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김정희 이사장은 “우린 직지를 학교에서 다들 배웠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BnF와 협업하고 좋은 신뢰를 쌓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볼 소중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주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례적으로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두 차례 회동하는 등 사흘간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유럽은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말고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갈등이 산업, 안보 등 전방위로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독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9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거듭 강조했다. 유럽이 ‘제3의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자율적으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마크롱 대통령 지론(持論)으로, 프랑스가 그 주도권을 잡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해석했다. 그는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우리 일도 아닌데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기에 휘말려 전략적 자율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중국에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닉(공황상태)에 빠진 우리(유럽)에게 역설적인 것은 ‘우리는 미국의 추종자’라고 믿는 것”이라며 “유럽인은 ‘대만 관련 (위기) 고조가 우리에게 이익인가’란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답은 ‘아니요’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초강대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시간이나 자원이 없을 것이며 우린 속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무기와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유럽 방위산업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제경제에서 ‘치외법권’을 누리는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동맹국 감청 정보가 담긴 미국 정보기관 기밀문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 프랑스 같은 미 우방국들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문건 내용을 부인했다. 전황이 노출된 우크라이나는 군사 계획을 변경하고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섰다. 9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출된 기밀문건 가운데 정보기관 모사드가 정부 ‘사법부 무력화’ 조치에 대한 반대 시위를 종용했다는 내용에 “거짓되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외신은 유출 문건 중 ‘최고 기밀’ 문서에 “올 2월 모사드 고위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정부를 비난하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정부의 사법 조정 입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신호정보(SIGINT·시긴트)로 파악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시긴트는 통화나 전자 메시지를 도·감청해 수집한 정보를 말한다. 프랑스도 ‘프랑스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됐다’는 문건 내용을 반박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일간 르몽드에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유출 문건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프랑스와 미국 영국 라트비아의 특수작전 요원 100명 미만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임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문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감청된 정황이 나타난 우크라이나는 군사 계획을 바꾸고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섰다고 미 CNN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놀라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문건 유출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 ‘파이브 아이스(다섯 개의 눈·Five eyes)’를 구성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번 기밀 유출로 자국 정보원 노출 같은 정보자산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국가 당국자는 CNN에 “우리가 수집한 정보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유출) 문서들을 자세히 분석 중”이라며 “미국이 며칠 내로 문건 유출로 인한 피해 분석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를 감청한 정황이 담긴 문건 유출에 “한국이 한미 관계에서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탓”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10일 사설 ‘한국은 감시·통제 당하는 느낌을 즐길 리 없다’에서 “한국은 미국 첩보·감시 활동의 중대 피해 지역”이라며 “한국 자주성과 권리를 미국이 뼛속 깊이 불신하고 존중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 앞잡이가 돼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의 ‘위호작창(爲虎作倀)’이란 표현을 썼다. 한국은 미국에 동조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설은 또 이번 사태를 “파이브 아이스의 악몽”이라고 한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며 “비밀 누설은 미 동맹체제에 대한 신뢰의 균열을 더욱 확대했다”고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삐삐삐….” 10일 경기 파주시의 알코올 전용 감지 센서 장비 생산업체 센텍코리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가 부착된 차량에 올라 장치에 숨을 불어넣자 요란한 경고음이 귓가를 때렸다. 차량 밖에서도 들릴 만큼 큰 소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엔진은 요지부동이었다. 음주 측정기에 ‘FAIL(실패)’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떴다. 500cc 맥주 두 잔을 마시고 체험용 차량에 올랐던 기자는 실제 음주운전이 적발된 것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이 같은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교통 선진국에선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음주운전 범죄 전력이 있거나 안전운전이 각별히 요구되는 통학버스 및 화물차 등 운전자에게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식이다.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음주운전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2020년 한 해에만 음주운전 사고로 1만1654명이 사망했다. 45분마다 1명꼴로 사망자가 생기는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36개 주에서 법률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전역에 35만 개 이상의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0년 전(13만3000개)의 약 3배로 늘어난 것이다. 1986년 미국 최초로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7년 음주운전자 차량에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뉴욕주에선 혈중알코올농도 0.08%를 넘기면 사고 유무와 상관없이 최소 1년 동안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미 권력 서열 3위였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도 지난해 5월 음주운전이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1700달러(약 220만 원)와 함께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설치 명령을 받았다. 음주운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다 보니 예방 효과도 뛰어나다. 미국은 시동잠금장치를 엄격히 요구하면서 음주운전 사망자가 약 19% 감소했다. 음주운전 적발 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한 미국 캔자스주의 50대 남성 마이클(가명) 씨는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시동을 걸 수 없는 셈”이라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내가 했던 선택이 얼마나 끔찍했던 일인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음주운전 관련 사망자인 유럽연합(EU)도 시동잠금장치 도입에 적극적이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리투아니아, 폴란드, 스웨덴 등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을 받으면 운전 금지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특히 EU는 지난해 7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시동잠금장치를 표준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안토니오 아베노소 ETSC 사무총장은 “심리 상담, 모니터링 및 피드백과 결합하면 시동잠금장치는 생명을 구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동맹국 감청 정보가 담긴 미국 정보기관 기밀문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 프랑스 같은 미 우방국들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문건 내용을 부인했다. 전황이 노출된 우크라이나는 군사 계획을 변경하고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섰다. 9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출된 기밀문건 가운데 정보기관 모사드가 정부 ‘사법부 무력화’ 조치에 대한 반대 시위를 종용했다는 내용에 “거짓되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외신들은 유출 문건 중 ‘최고 기밀’ 문서에 올 2월 모사드 고위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정부를 비난하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정부의 사법 조정 입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신호정보(SIGINT·시긴트)로 파악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시긴트는 통화나 전자 메시지를 도·감청해 수집한 정보를 말한다. 프랑스도 ‘프랑스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됐다’는 문건 내용을 반박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일간 르몽드에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유출 문건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프랑스와 미국 영국 라트비아의 특수작전 요원 100명 미만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임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문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감청된 정황이 나타난 우크라이나는 군사 계획을 바꾸고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섰다고 미 CNN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놀라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문건 유출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다섯 개의 눈·Five eyes)’를 구성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번 기밀 유출로 자국 정보원 노출 같은 정보자산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국가 당국자는 CNN에 “우리가 수집한 정보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유출) 문서들을 자세히 분석 중”이라며 “미국이 며칠 내로 문건 유출로 인한 피해 분석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의 대화를 감청한 정황이 담긴 문건 유출에 “한국이 한미 관계에서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탓”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10일 사설 ‘한국은 감시·통제 당하는 느낌을 즐길 리 없다’에서 “한국은 미국 첩보·감시 활동의 중대 피해 지역”이라며 “한국 자주성과 권리를 미국이 뼛속 깊이 불신하고 존중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 앞잡이가 돼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의 ‘위호작창**’이란 성어를 썼다. 한국은 미국에 동조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설은 또 이번 사태를 “파이브 아이즈의 악몽”이라고 한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며 “비밀 누설은 미 동맹체제에 대한 신뢰의 균열을 더욱 확대했다”고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기존의 ‘금융 강국’들은 요즘도 금융산업 규제 완화를 쉬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 규제 강도를 낮춰서 금융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으로 디지털 전환에도 적극 대응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영국 정부는 30년 만의 대대적인 금융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금융업의 부활을 위한 조치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은 “EU 규제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브렉시트 자유’를 토대로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우선 고연봉을 받는 은행 임직원 급여의 상한을 폐지해 실력 있는 금융 전문가들을 유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보험회사는 주택, 풍력 발전소 등 장기적인 투자처에 투자할 수 있게 허용한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안정성 규제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의 소매 금융과 고위험 투자 부문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이 규제가 금융회사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은행들도 비은행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금융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2017년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싱가포르에서는 은행의 소비재 중개 디지털 플랫폼 사업, 소비재 및 서비스 온라인 판매 등이 새롭게 허용됐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경우 외부 사업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DBS 마켓 플레이스’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은행이 주택, 여행, 자동차,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중개해 주는 사업에 나선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차량 구매와 내 차 팔기, 보험, 대출, 유지보수 등의 종합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 대화은행(UOB) 역시 자회사 ‘UOB 트래블’을 활용해 은행 및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영국이나 싱가포르는 금융 산업이 그 나라의 핵심 산업이라 규제 완화를 끊임없이 추진 중”이라며 “금융 선진국들 역시 규제를 풀면서 금융의 디지털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처음으로 이웃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핵심 우방의 지원이 더 절실해졌으며 두 회담 모두 이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맞댔고,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포옹을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함께 폴란드를 찾아 수도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두다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해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때는 러시아의 위협을 우려해 순방 일정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일정을 공개했고 부인까지 대동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두다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미 ‘미그-29기’ 8대를 전달했다”며 앞으로 6대를 더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할 때도 폴란드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폴란드의) 지도력이 ‘전투기 연합’에서도 발휘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미그-29’ 지원이 전투기 지원을 주저하는 미국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크렘린궁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동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공동 작업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경제 분야의 협력 결과가 기쁘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 또한 러시아의 침공 후 서방 주요국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모두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붕괴를 바라거나 예상한 이들이 있지만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가 1990년대부터 ‘연합 국가’를 추진해 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양국 통합을 위한 28개 프로그램이 약 80% 달성됐다”고 자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린 트레이시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 등 세계 17개국 대사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자리에서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권이 붕괴하고 친서방 정권이 집권한 ‘유로마이단’ 혁명 당시 미국이 이를 지원한 것이 현 위기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미국의 지원이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수도 베이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만찬을 갖고 경제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7일에도 ‘중국의 개혁개방 1번지’로 꼽히는 남부 광둥성 광저우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이 자국 영토에서 만나는 첫 해외 정상이다. 같은 달 말 ‘보아오포럼’ 참석차 중국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등은 시 주석이 아닌 리창(李强) 총리를 접견했다. 특히 시 주석이 베이징 이외 지역에서 타국 정상을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으로 서방의 지지가 절실한 시 주석이 ‘특급 의전’을 제공하며 프랑스의 협조를 구하려 한다는 평이 나온다. 정년 연장이 골자인 연금개혁법을 강행하며 자국 내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친 마크롱 대통령 또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習 “다자주의” vs 마크롱 “러에 이성 찾아줘야” 6일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대회당 밖 양국 국기가 늘어선 붉은 카펫 위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맞은 시 주석은 “중국과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전통을 가진 대국”이라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할 책임이 있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어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안정에 타격을 입혔다. 시 주석이 러시아에 이성을 되찾아주고 모든 사람을 평화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중국과 프랑스를 분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 에어버스, 알스톰,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등 자국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50여 명을 대동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까지 합한 3자 회담 및 국빈 만찬을 가졌다. BBC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중국의 역할을 두고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번갈아 가며 ‘굿캅(좋은 경찰)’,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맡아 시 주석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中서 가장 인구 많고 부유한 광둥성서 회동 시 주석이 광저우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것 또한 큰 관심을 모은다. 시 주석은 2018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후베이성 우한에서 만났다. 같은 해 푸틴 대통령과 톈진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도 관람했다. 이를 제외하면 베이징 밖에서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거의 없다. 광저우 외에도 선전, 둥관 등이 있는 광둥성은 중국 31개 성 중 인구가 가장 많고 가장 부유하다. 지난해 경제 규모가 12조9118억 위안(약 2350조 원)으로 한국 국내총생산(GDP·1965조 원)을 능가한다.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은 과거 이곳에서 공산당 서기와 성장을 지냈고 시 주석 역시 잠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는 EU 국가 중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중국과 교역이 많다. 특히 광둥성은 중국의 대프랑스 교역의 약 20%를 담당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에 동행한 에어버스, 알스톰 등 프랑스 주요 기업 또한 광둥성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곳에서 프랑스에 투자하려는 중국 기업가, 중산대 재학생 1000명 등도 만나기로 했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외치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행보가 EU 전체의 대중국 및 우크라이나 정책에 혼란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뱅스터들아, (너희) 자산을 팔아라!” 스위스 1위 은행 UBS에 전격 인수되며 167년 역사를 접은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의 4일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울분에 찬 투자자들이 이 같은 비난을 쏟아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뱅스터는 은행가(bankers)와 폭력배(gangsters)의 합성어로 모리배 은행가를 뜻한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방만 경영으로 은행을 살리지 못해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CS 경영진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스위스 취리히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5시간여 동안 진행된 주총에서 1750여 명 주주는 “사기를 당했다” “임직원은 감옥에 가라”고 분노를 토했다. 이들은 CS 주식이 22.48주당 UBS 주식 1주로 전환돼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에 가장 분노했다. CS 주식은 올 2월 중순 주당 2.78스위스프랑(약 2900원)에서 지난달 19일 인수 발표 당시 약 76스위스센트(약 1100원)로 급락했다. 주주들은 최근 몇 년간 각종 투자 실패 및 스캔들을 일으킨 CS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문화를 실패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CS 대주주인 뱅상 코프만 에토스재단 최고경영자(CEO)는 “CS는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켜 명성을 완전히 실추시켰다”고 말했다. 일정 소득 없이 연금으로 사는 주주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한 주주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CS 주식에 노후를 의탁해온) 연금 수급자의 삶이 연기처럼 사라지게 됐다”며 “더 이상 남은 돈이 없어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주주들은 이날 경영진 임금을 일괄적으로 최대 3400만 스위스프랑(약 492억 원)을 지급하는 안건에 48.2%만 찬성해 부결시켰다. 악셀 레만 CS 이사회 의장은 주총에서 “선택지는 인수합병이나 파산 두 가지뿐이었는데 우리가 파산했다면 주주들이 말 그대로 모든 걸 잃고, 고객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안게 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됐을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신뢰를 저버리고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948년 옛 소련과 우호조약을 체결한 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국 위치를 지켰던 핀란드가 75년 만에 이를 버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핀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개월이 흐른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약 1년 만에 뜻을 이뤘다. 핀란드와 약 1300km의 국경을 맞댄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일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내일(4일) 나토 본부에 처음 핀란드 국기가 게양될 것”이라며 “핀란드는 더 안전해지고 우리 동맹 또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핀란드는 1949년 설립된 나토의 31번째 가입국이 됐다. 나토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기존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가 지난달 30일 마지막으로 핀란드의 비준안을 가결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토 회원국의 국경 길이 또한 기존보다 약 2배로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핀란드 외에도 스웨덴, 스위스 등 중립국을 표방했던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완연하게 서방 쪽으로 기울고 있다. 스웨덴은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스위스 또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 제재 등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다만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자국의 소수민족 쿠르드족을 스웨덴이 배후에서 지원한다는 이유로, 극우 정권이 장기 집권 중인 헝가리는 스웨덴이 인권 탄압 등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각각 가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핀란드와 국경을 맞댄) 서부 및 서북부 방향으로 군사적 잠재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다 2일 폭사한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 나토는 4, 5일 양일간 열리는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에 2년 연속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참하라는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한국 정부가 5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해 초안 협의에 참여한 북한인권결의안이 4일(현지 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합의로 채택됐다. 2003년 처음 채택된 뒤 올해로 21년 연속 채택이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재검토를 촉구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북한은 2020년부터 한국 등 외부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이사회는 “온·오프라인에서 사상·양심·종교·신념의 자유와 의견·표현·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러한 권리를 억압하는 법과 관행을 재검토할 것”을 북한에 요구했다. 결의안에는 또 외국인 고문, 즉결 처형, 자의적 구금, 납치 등을 우려하는 기존 조항에 “유족들과 관계기관에 (피해자의) 생사와 소재를 포함한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유엔총회에 제출된 북한인권결의안에도 4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외교부는 결의안 채택에 환영하며 “북한은 인권 증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유엔 인권메커니즘과의 협력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정치적 음모를 담은 문서”라고 반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일(현지 시간)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승리했다. 2019년 12월 당시 34세에 집권해 세계 최연소 국가 수반으로 주목받았던 산나 마린 총리(38)의 집권 사회민주당은 극우 핀란드인당에도 뒤진 원내 3당에 머물며 재집권에 실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와 경기 침체, 국가부채 및 사회복지 비용 급증 등으로 불안해진 표심이 안정을 주장한 우파로 쏠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핀란드인당은 2015년 의회 입성 8년 만에 원내 2당 자리에 올라 헝가리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에서 불고 있는 극우 정당 바람을 이어갔다.● ‘최연소 수반’ 마린 실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총선 결과 국민연합당은 득표율 20.8%로 48석을 획득했고 이어 핀란드인당 46석(득표율 20.1%), 사회민주당 43석(19.9%) 순이었다. 국민연합당은 침체된 경제 회복과 안정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 등으로 불안에 빠진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다만 전체 200개 의석 중 과반을 얻지 못한 국민연합당 페테리 오르포 대표(54)는 “연립정부를 꾸리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스퀘이크(Youthquake·젊은 지도자가 이끄는 변화) 기수’로 떠올랐던 마린 총리는 전쟁 발발 후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목소리를 냈다. 안보 우려를 씻기 위해 중립국 지위를 내던지고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클럽에서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고 지난해에는 총리 관저에서 지인 및 연예인들과 춤을 추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린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전국 2위 다득표 당선자가 됐지만 총리 자리를 내놓게 됐다. 나토 가입을 추진하다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나토의 저주’란 얘기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일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취재진에 “핀란드가 4일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인당 약진, 계속되는 유럽 극우 바람 2015년 총선에서 첫 의석을 얻은 뒤 8년 만에 집권당 턱밑까지 올라선 핀란드인당은 지난해 여름부터 경제 불안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핀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목표로 한다. 국민연합당이 구성하는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핀란드 총선 결과는 최근 이탈리아와 스웨덴 선거처럼 우파로의 변화(a shift to the right)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럽 정계에서 극우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승리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총리가 됐다. 멜로니 총리는 자국 연안으로 향하는 난민 선박 수용을 거부해 EU 다른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득표율 20%를 넘기며 73석을 차지해 원내 2당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41.5%를 얻어 극우 대선 후보 최초로 40%대 지지를 얻었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최근 연금 개혁 강행으로 민심을 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와 같은 날인 2일 총선을 치른 불가리아에서도 극우 부흥당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극우 강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400일 넘게 계속되면서 에너지 위기와 고금리, 고물가로 서민 생활이 빠듯해지고 있는데도 집권당들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윤리공공정책센터(EPPC) 헨리 올슨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 칼럼에서 프랑스, 네덜란드 정부의 비타협적 정책을 거론하며 “포퓰리즘 시대를 헤쳐가려면 실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