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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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종교67%
문학/출판23%
문화 일반7%
인사일반3%
  • [신문과 놀자!/영어로 익히는 고전]해저 2만리②

    이번에는 ‘해저 2만리(20,000 Leagues Under the Sea)’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명강의로 이름난 해양학자 아로낙스 교수는 바다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미 군함을 타고 대서양(the Atlantic Ocean)으로 향합니다. 다혈질의 캐나다인(a hot-tempered Canadian) 네드 랜드가 아로낙스 교수와 함께하는데, 네드는 그의 작살(harpoon)을 피할 수 있는 바다 생물은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고래잡이 사냥꾼입니다. 바다 괴물과 싸우던 중 아로낙스와 네드는 배 밖으로 던져집니다(thrown overboard). 깨어났을 때(awake) 그들은 괴물의 뱃속에(within the belly)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바다 괴물은 생명체가 아니라 세계 최초의 잠수함(the world’s first submarine), 노틸러스호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노틸러스호를 조종하는 네모 선장을 만나게 됩니다. 아로낙스, 네드, 네모는 소설 속 주인공 이상의 의미를 갖는 상징적인 인물들(representative characters)입니다. 아로낙스는 잠수함 승선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노틸러스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고(The Nautilus can dive to depths never before dreamed of), 지구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있는 새로운 생물, 환경, 풍경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로낙스는 인류의 호기심(the curiosity of mankind)을 상징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항상 우리를 둘러싼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we humans have always desired to know more about the universe around us). 이러한 지식을 얻기 위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근사한 작살을 가진 네드는 자연을 극복하는 힘을 가지려는 인류의 갈망을 상징합니다(Ned Land, with his magnificent harpoon, represents mankind’s desire to have power over nature). 작살로 거대하고 위험한 생명체들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네드를 통해 우리는 오염(pollution), 벌목(logging), 남획(over-hunting) 등 인류가 자연에 끼치는 모든 피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반면 네모 선장과 그가 상징하는 바는 미스터리로 남습니다(remain a mystery). 평생을 노틸러스호에서 살고 싶어 하는 네모는 다시는 마른 땅에 발을 딛지 않겠다는 맹세(vows never to set foot on dry land again)를 할 정도로 바다를 사랑합니다. 네모는 아로낙스처럼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과학자지만, 네드처럼 자연을 지배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려고도 합니다(wants to use science to control nature). 과연 네모 선장은 자연을 극복하는 힘과 노틸러스호를 가지고 무엇을 할 계획일까요? 이제 책을 펴고 모험 속으로 뛰어들어 네모에게 부여된 임무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진실을 알아내봅시다.}

    •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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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영어로 익히는 고전]해저 2만리①

    한 영국 신사와 그의 몸종이 내기를 통해(on a bet) 세계여행을 하는 ‘80일간의 세계일주’, 교수가 조카와 함께 화산(volcano) 분화구로 내려가 지구 중심부를 탐험하는 ‘지구 속 여행’, 신비한 선장이 이끄는 괴물 잠수함에 갇혀서(held captive) 바다를 탐험하는 해양학자(an expert on marine life)의 이야기 ‘해저 2만리’(20,000 Leagues Under the Sea). 이 작품들은 모두 쥘 베른의 모험 소설들(the adventure stories)로 판타지, 러브스토리, 과학지식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모험입니다(at the heart of all these stories is the adventure). 인류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ever reached by mankind before) 곳으로 떠나는 위험한 여행 말입니다. ‘해저 2만리’에서 해양학자 아로낙스 박사는 네모 선장의 위대한 잠수함(magnificent submarine)을 타고 깊은 바다를 여행하지만, 쥘 베른이 이 소설을 썼을 당시에는 잠수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 깊은 곳을 볼 수도, 여행할 수도 없었습니다. 잠수함이 있는 오늘날에도 바다 저 끝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이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아로낙스 박사와 함께 탐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노틸러스호에 타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바닷속으로 가라앉을수록(as we sink into the ocean) 빛은 사라집니다. 1000m를 갔을 뿐인데 이미 바닷속은 암흑(completely black)입니다. 랜턴피시(lanternfish)나 섬광오징어(firefly squid)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체들(bioluminescent animals)이 반짝거릴 뿐입니다. 점점 더 깊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수압(the water pressure)이 노틸러스호를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만약 잠수함 밖으로 나간다면 19만8000kg의 수압이 우리를 짓누를(squash) 겁니다. 아프리카 코끼리 28마리 밑에 깔리는 것(being sat on by 28 African Elephants)과 같은 압력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거대한 수압이 작용하는 바다 밑 가장 깊숙한 곳에서도 생명체가 번창하고 있다(life still thrives)는 점입니다. 13m까지 자라는 대왕 오징어와 삼발이고기(tripod fish)가 유유히 헤엄쳐 다닙니다. 아로낙스 박사는 해저탐험 중 많은 위험에 직면하지만, 그 모험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아름다움, 낯선 해저 세계를 체험하는 아름다움, 어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아름다움을 말입니다. 신비한 세계로의 모험은 위험한 여정일 수 있지만 가치 있는 일입니다(It might be a dangerous journey, to a mysterious world, but the adventure is worth it). 그리고 그 모험을 얼마나 가치 있게 만들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낯선 일, 새로운 날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노력이야말로 새해를 맞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요.}

    • 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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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철새들은 왜 V자로 날아갈까요?

    이맘때면 하늘 높이 V자 모양을 그리며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철새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들판이나 저수지, 강 유역에 철새가 많이 날아오는데요. 지난주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발생했고 그 원인이 철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떠들썩합니다. 동아일보 20일자 A10면에도 ‘AI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오늘은 새가 하늘을 나는 원리와 철새들이 매년 같은 곳을 찾아오는 비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조류란? 새, 즉 조류는 등뼈가 있는 척추동물로 날개가 있고, 몸이 깃털로 덮여 있는 동물을 말합니다. 또 딱딱한 부리가 손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비늘로 덮인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을 낳아 기르는데, 알은 딱딱한 껍데기에 싸여 있죠. 새는 대부분 뼈가 가볍고 가슴근육이 몸무게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발달되어 있습니다. 또 방광이 없어서 노폐물을 곧 배설해 버리기 때문에 몸을 가볍게 할 수 있고, 무거운 이빨과 턱 대신 속이 비고 가벼운 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벼운 몸을 가졌기 때문에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새가 하늘을 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날개입니다. 날개는 앞다리가 변형된 것으로 깃털이 붙어있는데, 저마다 독특한 색깔과 모양의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깃털의 구조와 크기는 새의 생활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 새가 날 수 있는 이유는? 새가 날 수 있는 이유는 몸이 가볍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의 깃털을 잘 살펴보면, 구부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날개가 공기 사이를 움직일 때 위쪽의 구부러진 표면의 공기는 날개 아래쪽의 공기보다 빠르게 흐르게 됩니다. 결국 날개 위아래에 공기의 속도 차이가 생기면서 날개가 위로 들어 올려지는 거죠.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비행기의 날개입니다. ○ 철새란? 철새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조류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에 추운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겨울 철새’라고 합니다. 기러기 고니 독수리 두루미 등이 있습니다. 반대로 여름에 우리나라에 머물다가 겨울에 떠나는 새들을 ‘여름 철새’라고 하는데 물총새 백로 꾀꼬리 뻐꾸기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철새들은 어떻게 언제 떠나야 하는지, 또 언제 돌아와야 하는지를 아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새의 몸속에 특수한 생물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시계에 따라 새들이 움직인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럼 철새는 어떻게 수천 km 떨어진 곳을 매번 찾아오는 걸까요? 이것 역시 아직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태양이나 별의 위치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간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철새들이 V자로 비행하는 원리는? 최근 영국 왕립수의대의 스티븐 포르투갈 박사팀은 철새들이 V자로 비행하는 원리를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철새들이 혼자 날 때보다 V자로 날 때 에너지 소모가 줄어든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어떤 원리를 이용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포르투갈 박사팀은 오스트리아 빈의 동물원에서 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어린 붉은볼따오기 14마리의 몸에 위치와 날갯짓의 각도, 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소형 비행기를 타고 새와 함께 날며 새들의 비행 대형 속의 위치와 속도, 날갯짓 횟수 등을 기록하고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맨 앞 대장이 날갯짓을 하는 순간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몸통 바로 뒤에는 하강기류가, 날개 양옆에는 상승기류가 일어납니다. 이때 뒤따르는 새들이 날개 양쪽으로 서는 V자 비행을 하면 앞선 새가 만드는 하강기류를 피해 상승기류를 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승기류에서 날갯짓을 하다 보면 더욱 쉽게 날 수 있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원인? 그런데 겨울이면 반기던 철새가 최근에는 별로 환영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바로 얼마 전 전북 고창과 부안에 AI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고창과 부안의 오리농장과 불과 5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고창의 동림저수지에서 100마리에 가까운 철새가 떼죽음을 당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요.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림저수지에서 수거한 철새 사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고창과 부안의 오리농장에서 발생한 AI(H5N8형)와 같은 것으로 확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AI가 철새(가창오리)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다는 것인데요. 철새가 이동하는 모든 경로에 전염병이 번질 염려가 높아짐에 따라 방역뿐 아니라 철새 관찰하기, 먹이 주기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AI에 걸리면 열을 동반한 기침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몸이 오삭오삭 떨리고 근육통도 나타나 감기, 독감과 비슷합니다. AI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H5N8형은 아직 인체에 감염된 기록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개인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비누로 손을 씻고 양치질을 자주 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고희정 작가}

    • 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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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영어로 익히는 고전]두 도시 이야기⑤ 폭력 혁명

    ‘두 도시 이야기’ 도입부에서 디킨스는 가난한 아이를 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을 통해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파리의 상류층(evil and greedy upper class of Paris)을 보여 줍니다. 반면 파리의 빈민들(the poor of Paris)은 길에 떨어진 와인 통에 돌진하여 목을 축이려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중반부(halfway)에 이르면 가난한 사람들은 분노를 터뜨리며 상류층을 공격합니다(attack the higher class). 그리고 바스티유 감옥을 장악하고 ‘혁명 만세!(Viva la R´evolution!)’를 외치며 프랑스 전역에 혁명의 바람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곧 폭력과 복수를 향한 열망이 혁명군을 뒤덮기 시작합니다(violence and the desire for vengeance begin to take over the Revolutionaries). 작품 속에서 풀롱이라는 프랑스 귀족(a French nobleman named Foulon)이 혁명군에게 포로로 잡히자(captured by Revolutionaries) 혁명군은 이렇게 외칩니다. “풀롱은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풀을 뜯어 먹으라고 말했다! 내가 늙은 아비에게 빵을 드리지 못할 때 풀이나 뜯어 먹으라고 말했다!” 혁명군은 풀롱을 교수형에 처하려 했으나 밧줄이 세 번이나 끊어지자 그의 목을 쳐서 창(pike)에 꽂은 후 입에 풀을 잔뜩 채워 넣었습니다(stuff it full of grass). 이 사건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this actually happened). 1789년 디킨스가 서술한 바와 똑같은 방식으로 조제프 풀롱이라는 귀족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소설 초반에 음식에 굶주렸던 프랑스 혁명군은 나중에는 복수의 열망에 굶주리게 됩니다(The French Revolutionaries in the novel, who were hungry for food in the beginning, are hungry only for vengeance in the end). 이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혁명군이 승리하고 민주 정부(democratic government)가 들어선 시기를 역사가들은 ‘공포정치’(Reign of Terror)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 들어선 프랑스 민주 정부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하여 4만 명을 단두대에 세웁니다(40,000 people were brought under the guillotine). 이는 불과 20년 먼저 일어난 미국 독립전쟁의 사상자보다도 많은 수입니다. 공포정치가 끝난 후, 한 장군이 정권을 잡으면서 프랑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재 국가(dictatorship)로 급변하는데, 이때가 바로 나폴레옹 통치 시대(Napoleon’s rule)입니다. 혁명은 독립(independence), 평등(equality), 정의(justice)를 위한 투쟁인 동시에 분노(anger), 복수(vengeance), 절박함(desperation)으로 무장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과연 어느 시점에 혁명은 좋은 일에서 나쁜 일로 변하게 될까요?(When does a Revolution go from being a good thing to being a bad thing)? 디킨스는 이 질문의 답을 독자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습니다.}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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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 치밀하게 준비해야 ‘대박’

    《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닦겠다고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했다. 통일은 한민족의 소원이자 한반도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어쩌면 남북의 합의에 의한 방식보다는 ㉠처럼 북한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통일을 이룰 가능성이 작지 않다. 언제 통일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년이면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다. 국민 대다수가 남북한이 갈라진 뒤 태어났기 때문에 분단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청년정책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47.3%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대학생은 조금 더 많은 52.4%였다.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통일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남북이 통일되면 2050년경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망한다.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7500만 인구를 가진 ‘통일 한국’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세계의 주도국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일부에서 통일비용을 우려하지만 분단비용은 더 크다. 통일 이후의 행복과 편익(편리하고 유익함)이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인식을 국민과 정부가 함께 가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설날 남북 이산가족 상봉(서로 만남)을 하자고 제의했다. 북한 김정은도 1일 신년사에서 “북남(남북) 사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통일기반을 닦기 위해선 인도적인 교류를 확대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2014년 1월 7일자 사설 재정리 》사설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1. 다음 설명을 읽고 ㉠에 들어갈 나라의 이름을 쓰세요. 유럽 중부에 있는 나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었다가 1990년 통일되었다.2-1. 통일이 되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두 친구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어떤 의견에 동의하는지 생각해봅시다. 희망이: 나는 남북이 하나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우리나라와 북한의 인구가 합쳐진다면 노동력과 시장이 늘어나 경제 규모가 커질 거야. 또 북한과 우리는 같은 역사와 핏줄을 가진 한민족이야. 이산가족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소원이: 통일은 물론 이뤄져야 하지만 갑자기 통일을 했을 때 생기는 문제도 만만치 않아.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훨씬 잘살잖아. 통일했을 때 북한을 우리나라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드는 비용이 엄청날 거야. 그리고 북한과 우리나라는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문화 차이가 많이 나서 소통이 어려울 거야.2-2.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 되는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자신의 생각을 500자 내외로 써 봅시다.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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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조지형 교수의 역사에세이]링컨은 왜 노예해방령에 서명했을까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령에 서명을 했습니다. 이 결단으로 링컨은 ‘노예해방자’로 칭송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약 400만 명의 노예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다음의 주장 중에서 어떤 것이 사실일까요? ①링컨은 한 명의 노예도 해방하지 않았다 ②링컨은 약 400만 명의 노예를 해방했다. ○와 ×로 묻는다면, 모두들 ①은 ×, ②는 ○로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가 그렇게 쉽고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링컨의 노예해방령은 미국 연방에 대해 반란 상태에 있는 모든 주 혹은 주 일부 지역의 모든 노예들을 자유인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노예해방령을 꼼꼼히 읽어 보면, 노예해방은 미국의 모든 지역이 아니라 ‘반란 상태에 있는’ 지역에 한정된 것이었습니다. 반란 상태에 있는 지역은 미국 연방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노예해방령은 그 지역에서 집행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링컨의 노예해방령은 반란 상태의 지역에 있는 노예를 단 한 명도 해방시키지 못했습니다. 노예해방령이 서명된 날의 시점에서 보면, ①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맞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주장 역시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00% 진실은 아닙니다. 반란 상태였던 지역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연방군은 남부의 반란 지역을 점령하면서 노예들을 전시(戰時) 금지물품으로 노획하여 수용했습니다. 당시 노예는 법률적으로 인간이 아니라 물건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전시에 적군의 물건을 노획하듯 노예를 노획했던 것이죠. 반란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연방군 사령관들이 링컨의 노예해방령을 읽고 나서 노예들을 풀어주었습니다. 물론 모든 점령 사령관이 다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그 결과, 약 2만 명의 노예가 즉시 해방되었습니다. 분명히 링컨의 노예해방은 1863년 1월 1일 당시 반란 상태에 있는 지역의 노예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예해방령의 내용과 달리, 노예해방은 반란 상태에 있었으나 연방군에 의해 점령된 지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링컨이 노예를 해방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노예해방령이 발표된 이후, 연방군은 반란 지역을 수복하고 점령지역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이에 따라 노예해방령의 효력으로 노예해방이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①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②의 주장이 역사적으로 맞는 것도 아닙니다. 링컨의 노예해방령으로 반란을 일으킨 지역의 노예들이 해방되었지만, 남부 연합에 가담하지 않고 연방의 편에서 싸웠던 지역, 즉 미주리 주, 켄터키 주 등의 일부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노예 소유가 합법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당시 약 400만 명의 노예 가운데 약 310만 명만 노예해방령의 대상이었고, 나머지 90만 명의 노예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링컨이 노예해방령에 서명을 할 때 그 옆에서 서명 과정을 지켜보던 대통령 비서는 링컨의 손이 떨렸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왜 떨었을까요? 노예를 해방시키기 싫어서? 아니면, 노예해방을 하게 되어서 미국사와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가슴 벅찬 희망 때문에 그랬을까요? 사실 노예해방령에 서명한 링컨의 동기 또한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남부 주들이 연방으로부터 탈퇴하고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을 때, 인간의 보편적 평등을 주장하는 북부의 급진적인 정치인들은 링컨에게 당장 노예해방을 선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부에서는 노예제도를 수호하기 위해 연방을 탈퇴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링컨은 급진적인 정치인들의 신랄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링컨은 인간의 평등을 신뢰했지만, 단지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차원에서만 믿을 뿐,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평등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100년 후에나 노예들이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인물입니다. 링컨은 100년 후에라도 흑인이 백인과 동등한 사회적 평등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유명한 한 신문사의 편집인이었던 호러스 그릴리가 링컨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노예해방을 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링컨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최고 목적은 연방을 유지하는 것이며 노예제의 유지나 파괴에 있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연방을 수호할 수만 있다면 모든 노예를 해방할 수도 있고, 일부의 노예들을 해방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노예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링컨에게는 인간의 보편적 평등보다는 연방의 수호라는 현실적인 정치적 목적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만약 미국 내전이 발발하자마자 링컨이 노예해방을 전쟁 목적으로 내세웠다면, 연방을 지지했던 남부 지역이 등을 돌렸을 것입니다. 연방의 승리는 노예제를 거부하는 북부 지역뿐 아니라 노예제를 인정하지만 연방에 잔류했던 일부 남부 지역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노예제도에 대한 링컨의 원리원칙적인 입장이 아니라 그의 모호한 입장이 바로 이러한 협력을 가능케 했습니다. 연방의 승리가 명확해지면서, 링컨은 미국의 모든 지역에서 노예해방을 추진하는 헌법수정에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1865년 1월에 노예제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헌법수정조항 제13조가 통과되었습니다. 링컨이 위대한 까닭은 단순히 보편적 평등에 대한 헌신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 속에서 때로 모호하게 타협하고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인류의 이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링컨은 역사의 흐름을 깊이 읽을 줄 아는 인물이었던 것입니다.조지형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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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빈필 신년음악회는 ‘행복 충전소’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자의 동아일보 A21면에는 ‘빈필-베를린필 신년음악회…국내 영화관서 감상하세요’라는 기사가 실렸는데요. 새해가 되면 수많은 클래식 음악팬들을 열광케 하는 75년 전통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이제 국내 영화관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아주 기분 좋은 기사였습니다. 그럼 오늘은 신년음악회의 원조이자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빈 무지크페어아인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매년 새해가 오면 전 세계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지상 최대의 클래식 이벤트가 있답니다. 바로 클래식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빈 무지크페어아인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입니다. 1842년에 창단된 빈 필하모닉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이지요. 빈 무지크페어아인 또한 세계 3대 클래식 콘서트홀 혹은 세계 5대 클래식 공연장으로 손꼽힙니다. 이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특별한 만남’은 올해로 7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기원은 1920년대 초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왈츠, 폴카 등으로 대표되는 빈 춤곡을 연주회에서 선보여 인기를 끈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러한 인기 때문에 그 이후에 공연 프로그램 전체를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으로 채워 넣은 연주회가 종종 열리게 되었고, 빈 음악협회와 애호가들은 이러한 연주회를 아예 송년음악회 혹은 신년음악회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자 하였지요. 그리하여 1939년 12월 31일에 전설적인 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지휘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특집으로 꾸민 마티네 콘체르트가 개최된 것이 오늘날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효시가 되었답니다. 또 지휘자 크라우스는 1940년 12월 31일에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공연을 개최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 공연은 바로 다음 날인 1941년 1월 1일에도 반복돼 첫 번째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로 기록됐다고 해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전쟁 중에도 계속 개최되었으며, 종전 후인 1946년과 1947년에 요제프 크립스가 잠시 지휘한 뒤 크라우스가 다시 이어 받았습니다. 이후 1954년에 크라우스가 해외 순회공연 중 급서하자 당시 빈 필하모닉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후임으로 선정됐지요. 보스코프스키는 1979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할 때까지 역대 최다 횟수인 25회의 신년음악회를 개최했습니다. 보스코프스키의 후임으로는 미국 출신의 로린 마젤이 1980년부터 이어받아 1986년까지 지휘했으며, 1987년부터는 해마다 다른 지휘자를 초빙하는 제도로 바뀌었습니다. ○ ‘빈 필하모닉’만의 특징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1990년대 전까지는 무조건 이 음악회의 지휘자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 또는 ‘빈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배운 사람’에 한정되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차별 혹은 타 국가 출신의 지휘자들에 대한 경계로 받아들여지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요. 그러던 중 1990년 초반에 이르러 독일 출신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인도 출신 주빈 메타에게 지휘를 맡기며 보수적인 전통을 깼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 공연의 앙코르입니다. 그동안 빠른 폴카나 갤럽 등의 춤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연주하는 것이 보스코프스키 재임 기간에 전통으로 확립되기 시작해 이후 거의 모든 지휘자가 이를 따르게 됐지요. 특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연주 직전에 지휘자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청중에게 새해 인사를 합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청중이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것으로도 아주 유명하답니다.○ DVD, 블루레이 디스크, 극장에서도 관람 가능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실황 중계는 오스트리아 공영 방송 ORF와 독일 제2텔레비전 ZDF, 일본의 공영 방송사인 NHK 등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위성을 통해 세계 40여 개국에 동시 송출되고 있답니다. 공연 실황뿐 아니라 빈 국립발레단이 연주곡에 맞추어 안무한 발레 장면도 삽입되고 있으며, 중간 휴식 시간에는 오스트리아 관광 홍보 자료 등이 방송되기도 하지요. 1960년대 후반부터는 영국의 대표적 음반사 중 한 곳인 ‘데카(DECCA)’에서 ‘빈 신년음악회’ 혹은 ‘신년음악회’라는 이름으로 LP가 발매되었는데요. 당시에는 실황 라이브 녹음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이 거의 대부분이어서 현장의 생생한 음질을 전해주지는 못하였답니다. 그러던 중 1975년 공연 실황으로 제작한 최초의 음반이 ‘live from Vienna’라는 소제목 아래 발매되었습니다. 보스코프스키의 마지막 신년음악회 공연이 된 1979년의 실황도 데카 레이블로 발매되었는데, 공연 프로그램 전체가 녹음되어 발매된 최초의 음반이자 유럽에서 진행된 첫 상업용 디지털 녹음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한편 로린 마젤이 재임한 1980년대 초반부터 중반의 음반은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사인 독일의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출반되었으나 1980년부터 1983년까지 나온 뒤 중단되어 버렸기에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1987년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실황부터는 한 해도 빠짐없이 음반이 나오고 있지요. 2009년 신년음악회 실황은 DVD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블루레이(Blu-ray) 디스크로도 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012년부터는 세계 4대 메이저 음반사인 일본의 ‘소니뮤직’ 레이블로 실황 CD, DVD, 블루레이 디스크, 디지털 음원 등 여러 형식으로 발매되고 있지요.임형주 팝페라테너}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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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영어로 익히는 고전]두 도시 이야기④ 극적 요소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원래 한 달에 두 번씩(bi-monthly) 신문에 게재되던 연재출판물(serial publication)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TV 드라마처럼 사람들이 계속 흥미를 느끼고(keep the reader’s interest)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디킨스는 극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디킨스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s)를 만들어 극의 흥미를 더했습니다. 클리프행어는 챕터의 마지막에 주로 등장하는 서스펜스의 절정(a high point of suspense)입니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일화가 끝나기 직전(just at the end of the episode) 주인공의 연인이 이복동생으로 밝혀지는 등 엄청난 반전이 생기고, 이러한 장면 때문에 시청자들의 기대감(expectation)이 더욱 커집니다. 디킨스도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클리프행어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6장의 마지막에는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낯선 남자(a strange man who sits in the dark)가 나옵니다. 그에게 이름을 묻자 그는 “105 노스 타워”라고 답합니다. 이 무슨 동문서답인가요? 왜 이 남자는 이름을 묻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을까요? 이유를 알려면 다음 신문을 사야만 합니다(We have to buy the next edition of the newspaper to find it out). 디킨스는 또 등장인물들을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비현실적인(out-of-this-world) 존재로 표현함으로써 재미를 끌어냈습니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의 하비샴, ‘크리스마스 캐럴(Christmas Carol)’의 스크루지,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의 올리버 등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인물입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마르키스(Marquis)라는 인물은 길에서 아이를 치고(runs over a child in the street) 그에 대한 보상으로 땅바닥에 동전 하나를 던집니다(throws a coin on the ground to make up for it). 이런 인물들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not realistic)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디킨스 작품에는 우연의 일치(coincidence)도 많이 나타납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길에서 아이를 친 마르키스가 주인공 다네이의 삼촌입니다. 다네이는 루시와 결혼하는데 루시의 아버지는 마르키스 가문에 의해 18년 전 감옥에 갇힌 바 있습니다. 나중에 다네이는 마르키스의 죄 때문에 죽게 되는데(Darnay is to be killed for the Marquis’ crimes) 그와 똑같이 생긴(looks just like him), 공교롭게도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What are the odds of this ever happening?)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작품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소설 속 허구에 진실성이 담겨 있다면 말입니다.}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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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여성 은행장과 검사장, 두꺼운 ○○○○깼다

    《 한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기업은행장으로 권선주 부행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은행권의 (㉠)이 깨진 것이다. 최근 첫 여성 검사장이 탄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검찰에서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조희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고검 차장에 임명됐다. 2000년대 들어 법무부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여성이 등용됐으나 검사장에 오른 여성은 처음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점차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74.3%)은 남학생(68.6%)보다 높지만 여성 대학졸업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2.6%보다 훨씬 낮은 62.5%로 최하위다. 지난해 3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약 15점으로, 조사대상 26개국 중 꼴찌였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터를 떠나면 국가적인 낭비다. 여성의 잠재력(숨은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여성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국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2013년 12월 25일자 사설 재정리 》사설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1. 다음은 ㉠에 대한 설명입니다. ㉠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무엇인지 적어봅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남성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2-1. 다음 기사의 ‘김정미 씨’가 일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찾아서 밑줄을 그어 봅시다. 세 아이의 엄마인 김정미 씨(33). 결혼 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매장의 점장이었던 그는 27세 때 아이를 낳고 회사를 관뒀다. 아이를 돌봐줄 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에는 형편도 빠듯했다. 그는 올해 옛 직장인 스타벅스에서 다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원하는 시간을 골라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 10월 1일부터 스타벅스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일하면서도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게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2013년 11월 8일자 기사)2-2. 위 기사에서 김정미 씨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구해 육아와 근무를 병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간선택제’란 무엇일까요?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국가가 마련한 제도는 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봅시다.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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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놀자!/뉴스 속 인물]4명에게 새 생명 선사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네살 천사’

    지난해 심장마비로 쓰러진 네 살배기 정진아 양(사진)은 4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비록 소중한 딸은 하늘나라로 가지만,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자”는 진아 부모님의 결단이 값진 생명나눔을 가능케 했습니다. 비록 떠났지만 새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간 진아와 부모님께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달합니다.}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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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입식 교수들, 스팩 투쟁 학생들…한국 대학 신기해요

    《 현재 국내에는 8만 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이 각 대학의 학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학 평가 항목에 ‘국제화 지수’가 크게 반영되면서 국내 대학들도 앞다투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강의 기적’을 공부하기 위해서, 또는 한류 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면서 한국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네팔,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유럽, 북미 국가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한국 대학의 국제화와 한국 대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명재연(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문성민 동아일보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유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별 국적이 아닌 ○○지역 출신으로 표기했습니다. 》“들을 만한 영어강의가 없어요”―국제화를 추구하는 대학에서 유학생에게 한국 학생처럼 말하고 쓰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1년 동안 한국어만 공부하고 한국 학생들처럼 배우려고 애도 썼다. 한국어가 서툰 유학생이라도 교수들은 유학생과 한국 학생을 똑같이 대우하는데, 한국어로 하는 강의에서 한국인 학생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강의도 부족한데…. 교수님께 하소연하면 “유학생은 앞으로 한국에 오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겨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동등함’의 의미를 좀 더 다르게 생각했으면 한다.(석사·생물학·남미)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외국인이 한 명만 있어도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로 인한 불편은 전혀 없다. 다만, 논문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면서 실험 도구를 주문하거나 장비를 사야 할 때 한국어가 서툴러 전화하는 것이 힘들었다. 교수님이 도우미 학생을 배정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박사·핵공학·동남아시아) ―한국에 온 유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보면, 영어 수업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높다. 교수들의 영어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강의 내용에 실망하는 학생이 많아서다. 학생들은 마음껏 질문할 수 없고 주입식으로 암기해야 하는 수업 방식에도 만족도가 낮았다. 한국 대학교에서 4년 동안 뭘 배웠는지 회의가 든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다.(유학생 협의회 상담자) ―신문방송학과 수업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고 말하는 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교수님은 사투리를 쓰거나 말을 줄여서 설명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했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영어강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어쩔 수 없이 한국어 강의를 들어야 한다면 교수님에게 쉽게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학부·미디어·아프리카) 유학생의 한국 생활수준은 한국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한국에 들어온 순간, 이건 순전히 개인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유학생을 받아 놓고 학교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 교수님이나 한국인 친구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게 좋다”고 하는데 배우라고 할 뿐 기본적인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수강 신청, 기숙사 생활 등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학내 생활도 거의 알음알음 물어서 간신히 처리한다. ―유학생이 들어야 할 수업도 마찬가지. 영어강의에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 들어왔는데 결국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됐다. 교재는 영어로, 수업은 한국어로 한 셈이다.(석사·기계공학·동남아시아)내겐 너무 먼 교수님 미국에서 학부를 다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학교의 차이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우선 한국인 교수들은 학생과의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강의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화면에 띄워놓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교수들이 ‘오피스 개방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학생들이 그 시간만큼은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교수들을 찾아가서 일상의 고민이나 대학 수업 내용과 관련된 지적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질문하는 것도 자유롭다. 이곳은 교수가 성적을 줄 때도 일방적으로 매기고, 그와 관련된 이의 제기도 어렵다.(학부 교환학생·미국) ―내가 낸 과제물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고쳐 달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왜 점수가 그렇게 나왔는지 여쭤보는 e메일을 보냈다. 답이 계속 오지 않다가 단답형으로 답변이 왔다. 더이상 뭘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학부·경제학·아프리카) ―외국인 유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예 모르는 교수가 많다. 대학들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오리엔테이션’을 먼저 하는 게 어떨까. 아시아나 아프리카,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교수들의 태도에 상처받고 교수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몰라 많이 헤맸다고 한다.(유학생 협의회 상담자)“적응할 때까지 학교가 좀 도와주세요!” ―대학들의 정보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처음에는 한국말을 아예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학교 홈페이지와 각종 공지가 대부분 한국어로 되어 있어 중요한 정보를 때맞춰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들이 선이수 과목, 전공 이수 학점, 교양 학점 등 졸업 요건을 카탈로그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배포해줬으면 좋겠다.(석사·인문학·동남아시아) ―유학생들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다. 나는 무슬림인데, 한국 음식에는 내가 먹을 수 없는 고기나 재료가 들어간 경우가 많다. 세 끼를 모두 해먹어야 될 때도 있는데 주방이 딸린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하면 매우 곤란하다. 앞으로 더 다양한 학생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는 만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학부 교환학생·아프리카) ―내가 다니는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매우 적극적이어서 만족스럽다. 2010년부터 유학생 전용 국제 오피스가 생겼고,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유학생들이 제대로 적응하는지 계속 살펴준다. 유학생들이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원하지만 먼저 다가가 친구를 만들기가 참 어렵다. 학교가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유학생들과 연결해 준다든지, 유학생들이 보다 쉽게 한국 사회에 섞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박사·이공계·아프리카) ―한국 정부나 대학들이 ‘국제화’의 의미를 제대로 정립해줬으면 좋겠다. 만약 외국인들을 한국이라는 나라에 일률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무리 없이 적응하며 살도록 하는 의미라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독립적인 오피스와 스태프를 둬야 한다.(박사·경영학·아프리카) 내가 본 한국의 대학생들은… ―미국의 사립 대학교는 자본이 워낙 많아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걱정 없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장학금 제도가 너무 미비해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 같다. 미국 대학들은 일단 자기 학교에 합격한 우수한 학생들은 학비 걱정이 없도록 지원해 준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것 같다.(학부 교환학생·미국) ―미국 대학생들은 대체로 자기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네임 밸류만 따져서 학교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전공 선택이 자유롭고 자신의 전공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반면에 한국 대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고 스펙 쌓기에 매몰되어 전공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학부 교환학생·미국) ―한국 대학원생들은 질문을 너무 안 한다. 교수의 말에 많이 따르는 느낌이다. 내 모국에서는 아무나 대학원을 다니지는 못하는 데 반해 한국 대학생들은 졸업해도 딱히 취직할 데가 없어서 보험 삼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사·이공계·아프리카) ―한국인 친구들이 안쓰럽다. 공부하느라 바쁘고, 아르바이트 하고. 그래도 내가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하거나 휴대전화 개통을 못해 절절맬 때 서로 도와주겠다는 한국인 친구들을 보며 감동받았다.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과 좀 더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석사·경영학·남미) ―한국 학생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1등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경쟁적인 측면이 낯설었지만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느낀 바가 컸다.(학부·성악·동남아시아) ―1학년 때 MT를 처음 갔는데 MT 장소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술만 마시는 한국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놀란 건 그 다음. 한국 학생들은 그렇게 놀면서도 발표 자료를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중간·기말 시험 기간에는 밤새워 늦게까지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학부·경영학·미국)정리=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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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생 톡톡]최근 유행인 ‘열린 채용’ 어떻게 보시나요

    《 대학을 다니는 목적이 오직 ‘취업’이 된 세상. 수백 장의 원서를 쓰고, 성형 수술에, 각종 자격증까지 따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합격’은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푸른 꿈을 안고 다녔던 학창시절은 어디로 갔나요. 대한민국 기업이 옛날에 비해 반 토막이 난 것도 아니고, 학생 수는 점점 줄어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많다는데 왜 취업은 이다지도 어려운 것일까요. 목지선(성신여대 영문과 졸), 이병철(서강대 신방과 4학년) 동아일보 인턴이 오늘도 입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최근 유행인 ‘열린 채용’은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요. 》인적성 모의고사 비용 30만 원은 기본최근에 삼성 SSAT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HKAT, 한화 HAT 등 기업별 인·적성 시험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기업별 인·적성 시험 내용, 유형에 차이가 있어서 주요 대기업 지원자들의 경우엔 적어도 7, 8권의 관련 책을 사 봐야 한다. 대기업 인·적성 모의고사 가격이 2만∼6만 원이니 30만 원 정도의 비용은 기본이다.(25·여·졸업 예정) 한 대기업 인·적성 모의고사를 풀어봤는데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그런데 시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인·적성 강의를 등록해 들었다. 약점인 도형, 공간추론, 수리 동영상 강의를 수강했는데 돈도 많이 들고 ‘이게 정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필요한 건가’란 의문이 많이 들었다.(26·남·졸업 예정) 인·적성 시험이 힘든 건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결국 어느 회사 시험을 치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수십 군데 원서를 내는데 그걸 다 준비할 수도 없고, 서류 합격하면 일주일 후에 인·적성 시험을 치르는데 그 기간으론 3, 4군데도 준비하기 어렵다. 회사마다 다 시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러 군데 서류전형을 합격한 사람들은 한두 곳을 포기하는데 다른 학생들은 그마저도 부러워한다.(29·남·졸업 예정) 소금물 농도 계산을 잘한다고 일도 과연 잘할까. 성실성 같은 건 인·적성 시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25·남·졸업 예정) 돈을 많이 써도 안 되는 게 인·적성 시험이다. 책도 계속 푸는데 탈락하는 사람이 많다. 한 달에 4권 정도 풀어도 안 되더라. 그런 사람들은 능력이 있어도 인·적성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히는 것 같다.(24·여·졸업 예정)열려도 너무 열렸어요 대기업 열린 채용 프로그램들을 경험했는데 다른 지원자들과 대화해 보니 결국 스펙들의 대향연이었다. 스펙보다 스토리를 본다는 ‘열린 채용’도 결국 공모전, 인턴, 대외 활동, 워킹홀리데이 경험 등 결국엔 또 다른 ‘스펙’으로 경쟁하는 것 같더라. ‘열린 채용’이란 말이 좀 우습다고 생각했다.(27·남·졸업 예정) 학벌, 학점이 좋지 않아 ‘열린 채용’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이 ‘열린 채용’으로 인해서 오히려 좋은 학벌, 높은 학점을 가진 친구들이 역차별을 받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4년 동안 전공 공부와 영어 공부만을 성실하게 한 친구들이 ‘열린 채용’에 도전하긴 힘들기 때문이다.(24·여·졸업 예정) 열린 채용에 참여했는데 면접관님께서 ‘실무 경험’을 많이 강조했다. 그런데 사실 인턴을 하지 않고는 대학생들이 ‘실무 경험’을 가지기는 힘들다. 스펙보다 스토리를 보겠다고 한 열린 채용인데 오히려 ‘인턴’이란 과정이 또 다른 스펙이 된 것 같아 이상했다. 어차피 입사하면 두세 달 동안 교육, 연수를 거치면서 기본부터 다시 배울 텐데 ‘실무 경험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25·여·졸업 예정) ‘열린 채용’으로 대기업에 합격한 선배 신입사원들을 다룬 기사를 읽었는데 ‘히말라야 산맥 5000m 고지 등정’ ‘아프리카 오지 봉사활동’ 등을 했다고 나왔다. 내 경우엔 그냥 동아리, 국내 봉사활동 정도만으로 열린 채용을 준비했는데 당연히 떨어졌다. 세상이 마치 컴퓨터 기종처럼 점점 더 스펙만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었다.(26·여·졸업 예정) 열린 채용이란 말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은행들은 업무와 관련 없는 전공자 혹은 관련 자격증 하나 없는 사람이라도 뽑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럼 은행만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인턴을 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게 아닐까. 관련 전공자 같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닫힌 채용’이 아닐까.(24·여·졸업 예정)창조성-순발력 검증 질문? 대기업 면접에서 ‘서울에 사는 바퀴벌레는 총 몇 마리인가’ ‘한라산이나 백두산을 옮긴다면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드나’란 질문을 받았다. 황당했다. 대통령까지 ‘창조’를 말하니까 온 세상이 창조적으로 변한 것 같다. 아는 사람도 없을 테고…. 기발한 착상을 보겠다는 취지이겠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질문을 받으면서 ‘이건 창조적인 게 아니라, 돌아이 뽑는 시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27·남·취업준비생) 어떤 대기업 면접을 봤는데 ‘골프공에 구멍이 몇 개냐’고 묻더라. 순발력, 상황 대처 능력 등을 보기 위해 이런 돌발 질문을 던진다는데 면접자들 입장에선 사실 혼란스럽다. 면접관들에게는 수많은 면접 중 일부일지 몰라도 지원자들에겐 어쩌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다. 이런 질문들로 순발력, 상황 대처 능력을 보는 것보다 지원자들의 기본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25·여·졸업 예정) 1박 2일 합숙 면접을 했는데 같은 조원 평가를 하고 ‘가장 일하고 싶지 않은 동기’를 적어 내라고 하더라. 뭐 이런 시험이 다 있나.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느꼈다.(29·남·취업준비생) 일부 특이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 생활 동안의 경험이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너무 ‘튀는’ 사람을 원하다 보니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솔직하게 못 쓰고 부풀리거나, 과장하게 된다. 자기소개서가 자기소설서(자소설)가 되는 셈이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 같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를 과장하는 사람이 회사에 정말 필요한 사람일까.(26·남·졸업 예정)지방·비(非)명문대생에겐 여전히 ‘닫힌’ 채용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데 웬만한 대기업 채용설명회는 명문대에서만 열린다. 그래서 수업을 빠지고 다녀왔다. 말로는 ‘열린 채용’이라면서 왜 취업설명회는 소수 대학에서만 하나. (26·여·졸업 예정) 지방대생은 돈 없으면 취업 못 한다. 인·적성 시험, 채용설명회 등이 다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교통비, 숙박비가 많이 든다. 지방대는 채용설명회를 오는 기업도 업종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2시간 동안 딱 설명만 하고 가니까, 채용박람회까지 하는 서울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다.(23·여·졸업 예정) 취업설명회라면 누구나 가서 듣고 해당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떤 기업의 경우 명문대 채용설명회에서 번호표를 주는데, 이 번호를 받아서 입력해야 입사원서 제출 시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 채용설명회부터 ‘필터링’이다.(24·여·졸업 예정) 우리 학교에선 좋은 회사의 채용설명회는 안 열린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회사 측에서 채용설명회를 안 나가는 학교는 실제 입사 시험에서도 거의 배제된다는 말이 떠돈다.(25·여·졸업 예정) 아는 친구가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어 성형수술도 받고, 워킹홀리데이까지 갔다 왔다. 승무원은 비상시 구조대원도 돼야 한다며 수영도 배웠다. 그런데 쟁쟁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지 서류전형도 안 됐더라. 결국 승무원 포기하고 가리지 않고 원서를 내는데 1년 반째 놀고 있다.(24·여·졸업 예정) 공기업 같은 경우엔 한국사 시험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주니까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 한국사 강의를 듣는 데 20만 원 정도 들었다. 2급도 인정은 되는데 1급 따기 위해 두세 번 시험을 치렀다. 컴퓨터 시험도 자격증을 한 번에 따기는 어렵다. 10번 정도 본 것 같다.(25·남·졸업 후 1년) 상반기에 한창 원서를 쓸 때는 하루에 자소서를 2, 3개씩 썼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식욕을 잃고 몸무게까지 빠지더라. 소화 불량도 있었고. 하루에 한 끼를 먹는 일이 다반사였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기업이 채용을 해 원서 제출 기한에 맞추기 위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때우며 쓰기도 했다. 몸만 망가졌다.(24·여·대학 4학년)정리=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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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직장편여성 상사,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 기업에서 대졸 여사원 공채 시대가 개막된 것은 1990년대 초다. 그때 입사한 여성들이 이제 여성 상사들이 됐다. 임원급들은 아직 가물에 콩 나듯 하지만 기업에서 여성 과장 부장급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대기업 과장급 남성은 “아직까지 여성 상사는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이기 때문에 뭘 해도 남들의 주목을 크게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 상사들은 어떤 모습일까.○ “왜 자꾸 나가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는 몇 년 전 영업 및 대리점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전직 항공사 여승무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사원들에게 고객을 대하는 매너와 친절 등을 교육했다. 문제는 이 여승무원 출신 직원들이 몇 달이 못 가 자꾸 퇴사를 한 것. 회사 측은 사태 파악에 나섰고, 퇴직 여직원들은 자신들을 관리하던 공채 출신 여성 간부와의 갈등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유도 없이 핀잔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지방 출장 교육이 끝난 뒤 당일 밤까지 보고서를 올리라는 무리한 주문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감정적인 일처리가 문제였다. 솔직히 여자들의 리더십은 좀 불안하다. 남자들에 비해 리더십을 훈련받을 기회가 많지 않으니 이해는 되지만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면서 동기 부여를 하는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유연성이 부족한 점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B(39)는 여자 상사와 함께 외부 업체와의 사업 모임에 참석했다. 거래 조건은 회사에 다소 불리했지만 약간의 융통성만 발휘하면 원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사는 끝까지 처음 제시한 조건과 원칙만 내세웠고 급기야 상대 업체 사람들과 고성까지 오고가는 말싸움을 했다. 물론 계약은 무산됐다. B는 “처음부터 ‘우리 조건은 이것이니 여기서 한발도 물러날 수 없다’고 하는 상사를 보면서 여자들은 시야가 좁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지, 넓게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 상사들은 감정에 치우치고 편협하다는 것이 주로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따뜻하고 원칙을 지키려 한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대형 은행에서 일하는 차장급 남자 사원은 “여자 지점장을 처음으로 모시면서 술도 안 먹고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직원들 사생활의 어려움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누나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 굳이 회식이나 술자리를 많이 하지 않더라도 소통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 유쾌하게 웃어주고 직원들 말에 귀 기울여 주어 대만족”이라고 했다. 여자들이 부정부패에 비교적 덜 물든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 대기업 구매부에서 일하는 대리급 남자 사원은 “함께 일하는 팀장이 여자인데 어찌나 꼼꼼하게 물품 구매를 하고 회사 경비를 절약하는지 감탄했다”며 “솔직히 과거 일했던 남자 팀장들은 거래처로부터 술접대나 선물을 받는 것을 당연시하며 ‘갑’ 행세를 했는데 여자들은 갑을 개념이 아니라 마치 집안 살림을 하듯 꼼꼼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여자 상사가 더 까다롭다? 국내 대기업 남녀 직원 2712명을 설문조사한 여성리더십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상사’에 대한 각종 문항에 성별로, 직급별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우선 여성들이 남성보다 여성 상사에게 더 호의적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여성 응답자의 과반수가 “여자 상사가 남자 상사보다 더 합리적(51%)이고 공정하며(48%) 조직원을 더 배려해주고(53%) 더 업무 중심적(59%)”이라고 답한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직급이 올라갈수록 공감 비율도 높아졌다 ‘여성 상사가 더 합리적’이라는 문항에 여성 대리 사원급은 48∼60%대였지만 차·부장급은 68%, ‘더 공정하다’는 문항에서는 여성 차·부장급은 67%, 임원급에서는 74%나 됐다. ‘더 업무 중심적’이라는 문항에서는 여성 대리 사원급은 55∼66%였지만 여성 부서장은 76%, 임원급은 100%였다. 그만큼 관리직을 맡고 있는 여자들 스스로 자신들에 대한 평가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달랐다. 남성 직장인의 80%가량이 “여자 상사가 남자 상사보다 더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 임원들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여자 상사가 “더 공정하지도 않고(97%) 합리적이지도 않고(92%) 조직원을 더 배려하지도 않는다(89%)”고 한 것. 또 총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3%가 “여자 상사가 더 까다롭다”고 답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남성들의 경우 41%가 공감한 반면 여성들은 반을 훌쩍 넘는 55.8%가 동의해 여성들의 공감 비율이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들을 여자 상사와 실제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한정할 경우 남성들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감소한 반면 여성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 예를 들어 ‘여성 상사가 더 합리적’이라는 문항에 여성 상사 경험자와 미경험자의 동의율 차이가 남자는 3.8%포인트였지만 여자는 13.6%포인트, “더 공정하다”는 문항에는 남자 3.5%포인트였지만 여자는 13.3%포인트 였다. 이는 여성 상사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남성들은 여성 상사와 남성 상사의 차이를 덜 느꼈으며 일해 본 경험이 없는 남자들보다 여성 상사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응답했다는 것이며 여자는 오히려 여성 상사와 일해 본 여성들이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는 뜻이다. ○ 호감 가는 상사는 배울 게 있는 상사 여직원들이 갖는 남자 상사들에 대한 호감도는 어느 정도일까. ‘남자 상사가 부하 여직원을 더 챙긴다’는 문항에 여직원들은 직급이 낮아질수록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즉, 대리 사원급 여성의 40%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과장급은 36%, 차·부장급은 33%, 부서장급은 33%, 임원급은 30%로 낮아진 것. 이와 관련해 한 대기업의 과장급 여직원은 “여자들이 직급이 낮을 때 남자 직원들은 여자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일도 잘 가르쳐주고 때로 ‘오빠’처럼 잘해주지만 일단 올라가면 180도 달라진다. 남녀 불문하고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문항에 남성들의 경우 대리, 과장, 차·부장급에서는 40%대로 비슷하다가 부서장급의 경우 53%로 뛰는데 이는 그 직급대의 남자 상사들이 여직원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성별 직급별로 남녀 격차가 큰 문항들이 있었다. ‘남자 상사들이 더 뒤끝이 있다’는 문항에 여성 임원은 무려 72%가 동의했지만 남성 임원은 거의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다. 또 ‘남자 상사는 여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문항에서도 여직원 과반수가 공감을 표시해 공감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남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좋은 상사 좋은 부하 직장인들은 좋은 상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남녀 모두 ‘(전문성, 기술, 지식 등) 배울 점이 있는 상사’(32.1%)를 꼽았다. 뒤를 이어 여성의 경우 ‘보상, 경력 관리, 부서 이동을 잘 챙겨주는 상사’(28%),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21%) 순인 데 비해 남성은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17.5%)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배려해 주는 상사’(26%) 비율이 여자보다도 더 선호도가 높아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정서적 유대감을 추구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직급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다. 남성의 경우 임원급에서는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39.5%)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남성 부서장급에서는 ‘보상, 경력 관리, 부서 이동을 잘 챙겨주는 상사’(23.5%)가, 과장급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배려해 주는 상사’(23.6%)가 가장 선호됐다. 또 대리 이하 사원에서도 인간적인 매력과 배려가 30.1%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여성의 경우 여자 임원급들은 ‘전문성 등에서 배울 점이 있는 상사’(53.5%)를 가장 선호했고 여성 부서장급들은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는 상사’(35.7%), 여성 과장급들은 ‘부서, 경력 등을 잘 챙겨주는 상사’(32.9%)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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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직장인 성희롱의 시작 “미스 김은 내 옆에 앉지”

    2012년 여성리더십연구원이 국내 10개 대기업 임직원 27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기업 여성관리자 양성을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직장인들이 여성에 비해 인맥을 중시하고 집단 형성을 좋아하며 정치적”이라는 문항에 남녀 직장인 대다수(66∼93%)가 공감했다. 특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공감비율이 높아 여성 부서장과 임원은 90∼100%가 동의했다. 이에 비해 남성 임원들은 응답자의 절반(53%)만 동의해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인맥 형성을 위해 주로 어떤 자리가 활용될까? ‘회식 자리와 흡연 장소’(여성 92%, 남성 80%가 동의)였다. 연구원이 인터뷰한 한 여성 임원은 “요즘 남자들은 술은 잘 마시지 않지만 흡연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 담배를 피우며 업무협조를 이끌어낸다. 요즘 네트워킹의 키(key)는 술보다 담배”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식’과 ‘음주문화’는 직장 내 남녀의 인식 차이가 가장 뚜렷한 부분이다. 또 ‘성희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희롱 사건이 술을 먹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 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직장인 405명을 대상으로 ‘성추행·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회식자리’가 44.5%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업무시간’이 31.7%, ‘개인적 술자리’가 15.9%, ‘워크숍 등 사내행사’가 7.9%였다.○ 직급 낮을수록 “성희롱 있다” 올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여사원 A(25)는 사내 회식 때마다 바늘방석이다. 주변에서 부장이나 임원 등 상사 옆에 앉으라고 권하기 때문. 거절하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 마지못해 앉지만 늘 불편하다. 상사 술잔이 빌 때마다 술을 따라야 할 때도 있다. A는 “자리가 무르익으면 남자 선후배들 입에서 여지없이 음담패설이 나오는데 민망해서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인데 유별나다 소리 들을까봐 참는다”고 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 비서로 근무하던 여사원 B(28)는 사장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사장이 걸핏하면 “(여자는) 누구 앞에서 속옷을 벗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내 애인 역할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한 것. 주지하다시피 성희롱의 기준은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듣는 사람이 성희롱이라고 느끼면 바로 성희롱이다. 요즘엔 많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고위직일수록 성희롱에 더 둔감하다는 것이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로도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생각보다 빈번한 성희롱이 있느냐”는 문항에 남자는 10%, 여자는 32%가 “예”라고 답해 인식차를 드러냈다. 직급별로도 차이가 심했는데 특히 남자 임원급은 0.7%만 “예”라고 해 거의 전원이 성희롱이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자 과장급은 15%, 여자 부서장급은 18%, 여자 과장급 이하는 38%나 “예”라고 해 직급이 낮을수록 성희롱이 있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았다. 특이한 점은 성희롱에는 둔감한 남자 임원들이 “여자 동료나 후배를 대할 때 외모에 따라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항에는 무려 35%나 동의해 흥미를 끌었다. 한편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높은 사람 옆에 앉으라고 한다”는 문항에 남자는 11%, 여자는 30%가 동의해 이 역시 남녀 간에 인식차를 드러냈다. 또 남자 임원의 경우 이 문항에 4%만 동의했다. 이 문항에 “예”라고 답한 여성들의 경우에는 학력 차이에 따른 인식차가 뚜렷해 눈길을 끌었다. 고졸 이하 여성의 55.9%가 “예”라고 한 반면 전문대졸, 대졸 여직원들은 각각 30.2%, 30.1%로 별 차이가 없었다. 요즘은 회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단호하고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라고 하는 데에 대부분 공감한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아예 회식자리에 여직원 참석을 꺼리는 문화도 생겼다. 한 대기업 여성 차장은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 부장들이 여자들하고 술 먹기 싫다고 말씀하세요. 최근에 동료 남자 부장 한 명이 회식자리에서 여직원 뺨에 뽀뽀를 했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망신을 크게 당한 일이 있는데 그 뒤부터는 노골적으로 여자들을 경계해요. 물론 각성하는 남자들이 늘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네트워크나 업무에서 여성들이 소외돼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한 대기업 부장급 남성 직장인은 “예전에는 2차 3차 새벽까지 뿌리를 뽑았는데 요즘에는 ‘회식은 1차로 끝내고, 장소도 사람이 많은 공개적이고 넓은 곳으로 하고, 절대 강제로 술을 주지 않고, 간부사원들은 술이 취했다 싶으면 바로 집으로 간다’라는 내부 규정을 정했다”면서 “조심하는 것은 좋은데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업 일선 같은 현장에서는 여자 후배들을 보내면 항의가 많다. 절대 술 먹고 실수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니 ‘아니, 직원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게 하지도 말고, 이러면 어떻게 일을 시키느냐’는 거다. 그러면서 그 스트레스를 남자 후배들한테 욕해 가면서, 술 먹여 가면서 푼다고 한다. 괜히 여직원한테 풀었다가 성희롱으로 걸리면 어떡하느냐는 거다.”○ “회식은 필요하다” 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데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술을 마시는 회식이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므로 필요하다”는 문항에 남성들은 절반을 훌쩍 넘는 69.1%가, 여성들도 절반에 육박하는 48.6%가 “예”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물론 남녀 간에는 무려 20.5%포인트나 차이가 나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긴 한다. 어떻든 회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직급이 높을수록 동의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 역시 직급별로 다소 차이가 나서 남성 임원의 경우 무려 81%가 동의했지만 남성 대리 및 사원의 경우 58%만이 동의했다. 여성의 경우에도 부서장의 경우 무려 76%가 동의했지만 대리 및 사원에서는 41%만이 “예”라고 응답했다. 한편 “회사가 직원들에게 술 잘 마시기를 강요하는 것 같으냐” 문항에는 남성 임원은 11%만이 동의했지만 여성 대리 및 사원은 43%가 “예”라고 답했다. 여성일수록, 직급이 낮을수록 술자리에서 강요받는다고 느낀 적이 많다는 것이다. 여자 공무원 C(31)는 “일 때문에 하는 회식이라면 당연히 참석하지만 부서장이나 선배가 ‘별일 없으면 오늘 저녁이나 하자’는 것까지 업무의 연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며 “그렇다고 참석하지 않을 경우 ‘여자들은 개인적이다’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뒷말을 들을까봐 마지못해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술과 관련해서는 여자들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연구원이 인터뷰한 남성 관리자들 중에는 “음주를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능력’이나 ‘정신력’으로 평가해 여성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인 다른 남성들을 배제하는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요? 술 못 먹는 사람 배려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왜? 그게 본인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거든. 제일 미치는 게 술 못 먹으면 ‘그래 갖고 조직관리 하겠어?’라고 따지는 거예요. 폭탄주에 못 이겨 쓰러지는 사람한테 ‘정신력이 그래 갖고 임원 되겠느냐’고 하는데 할 말 있습니까. 그 사람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데. 조직문화는 금방 바뀌기 힘들어요.”(남자 임원)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자 D 과장(35)도 “흔히들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업무 관련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매번 그런 자리에 빠지는 사람과 참석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E 부장(47)은 “나 역시 솔직히 좋아서 회식을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빠지거나 자리를 만들지 않을 경우 관리자로서의 능력에 흠집이 날 것 같아 애써 자리도 만들고 참석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회사의 F 부장도 “어느 회사나 줄이 있게 마련이고 자신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상사나 후배와의 관계도 필요하다”며 “회식이나 술자리가 업무라고는 하지만 영업상 접대를 제외하면 ‘관계’를 만들고 쌓기 위한 면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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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승진하고 싶다고요? ‘뒷담화’를 이겨내세요

    남자들은 “여자들과 일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여자들도 할 말이 많다. 특히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남자들에게 배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관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공정한 평가가 여성들을 일하게 한다 대기업 건설업체 과장인 A(38·여)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여직원들이 희소한 업종에서 명문대 출신으로 입사 초기 깔끔한 일처리와 유창한 어학실력으로 동기생들에 비해 대리 승진도 빨리 했다. “일 욕심이 많았다”는 A는 “여자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업무수행은 물론이고 사내 네트워크를 위해 회식이나 외부 접대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그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는데 바로 해외근무였다. 그런데 몇 달 전 지원한 해외근무에서 이른바 ‘물’을 먹었다. “그동안 남자들만의 영역이었던 국내외 출장도 자원해서 다녀오고 남자들이 기피하는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편이라 스스로 여성의 한계를 깨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결정적일 때 사내 선후배들이 ‘여자니까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전해 들으면서 좌절감이 들었다.” A는 “물론 내가 떨어진 데에는 여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남자였다면 떨어졌을까? 막상 이런 일을 겪으니 능력은 있는데 승진 등에서 물을 먹으며 좌절해온 여자 선배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조직 내에서의 내 미래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도 안 하고 일에 몰두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일 잘한다는 평판을 듣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높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입사했다가도 중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남자가 대다수인 기업문화에서 아직도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남자 과장 B(36)는 “남녀 문제는 인종 문제처럼 결국 소수와 다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은 여성들이 회사 내 의사결정 과정의 주류로 편입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힘이 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성들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까지 가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부하직원들도 절대적으로 충성하거나 ‘여성 상사’를 도와주며 줄을 서려는 경우가 별로 없다. 회사생활도 사내(社內) 정치가 중요한데 부하 입장에서 (여자라는) ‘아닌 줄’을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여자들 스스로 조직 내 경쟁자인 남자들보다 승진이나 진급에 대한 동기부여가 낮다. 2012년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은 60%가 입사 때부터 임원 이상을 승진 목표로 삼지만 여자는 40%로 떨어진다. ‘승진 목표를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문항에도 “예”라고 답한 여성이 33%로 남성(21%)보다 높았다. ‘현재 성취 가능한 승진 목표’를 남성은 55%가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반면 여자는 25%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승진 목표는 부장(23%) 직급이 가장 많았으며 현재 여성 임원의 절반(51%)은 현 직급에서 더는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여성들은 애초부터 꿈도 크게 갖지 않은 데다 기껏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은 ‘임원’까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여자들만의 문제일까. 연구원이 조사한 회사들 중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성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는 조직’이라고 인식되는 회사에서는 “임원을 꿈꾼다”고 답한 여성들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늘어난 것. 예를 들어 조사 대상 기업 중 C사는 여성들이 입사 당시 가졌던 승진 목표를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4%였으며 “현재 성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승진 목표도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36%로 증가한 유일한 회사였다. 당시 조사를 진행했던 박현정 현 서울시향 대표는 “해당 기업인 C사는 직원들 사이에 남녀 평가가 공정하다는 신뢰가 있었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도 내가 일한 만큼 평가받는다는 믿음이 강했다”며 “결국 회사의 비전에 따라 여성의 성취욕구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여직원들이 게으르고 성취동기가 낮다고 느껴지는 회사라면 여직원들을 탓하기 전에 여직원들에게 혹시 비전을 못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자니까… 여자라서… 남성 직장인들이 가진 편견 중에는 실적이 뛰어난 여성에 대해 ‘얼굴이 예뻐서’ ‘상사가 좋아하니까’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모 대기업 마케팅팀은 최근 천신만고 끝에 상사로부터 프로젝트 진행을 허락받았다. 상사를 결정적으로 설득한 데에는 B 대리(30·여)의 역할이 컸다. 팀원들은 B의 공을 칭찬하면서도 “예쁘고 애교도 많아서 상사가 넘어갔다. 여자라 부럽다”고 뒷말을 했다. B 대리는 “합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단지 여자라서 쉽게 일이 풀렸다고 보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C(37·여)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 직장생활을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C는 “일을 꼼꼼하게 챙기다 보면 ‘여자라서 소심하다’는 말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결정을 조금 늦추면 ‘여자라서 추진력이 모자란다’는 말을 듣는다. 좀 터프하게 굴면 ‘여자가 왜 저래?’ 한다”며 “남자들은 남자 후배를 챙긴다고 ‘남자만 챙긴다’는 말을 듣지 않지만 여자 상사가 여자 후배를 챙기면 ‘여자만 챙긴다’는 말을 꼭 듣는다”고 했다. 취재팀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기업 여성 임원 E에게 ‘임원이 된 비결’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제1비결은 ‘끊임없는 뒷담화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체형이) 마르면 말랐다고 욕을 먹고 뚱뚱하면 뚱뚱하다고 욕을 먹는다. 목소리가 크면 억세다고 욕을 먹고 작으면 ‘저래 갖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욕을 먹는다. 여자가 소수인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뒷담화’에 대한 남녀간 인식차도 크다.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자들이 더 뒷담화를 많이 한다’는 문항에 남자들은 38.8%만 “예”라 답한 반면 여성들은 75.1%나 “예”라고 답했다. 직급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여자 차장 부장은 89.7%가, 여성 부서장은 90.8%가 “예”라고 답해 직급이 높은 여성들일수록 남자들의 뒷담화를 견뎌야 한다는 E의 말을 뒷받침했다. 또 ‘남자들 입이 (여자보다) 더 무겁다’는 문항에는 남성들의 37.7%가 “예”라고 한 반면 여성들은 불과 7%만 “예”라고 했다. 직급별로는 ‘남자들 입이 더 무겁다’는 문항에 “예”라고 답한 여자 차장 부장은 2.9%, 여자 부서장은 한 명도 없었다(0%). 보통 여자들이 입이 가볍고 뒷담화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성들은 직위가 높아질수록 “남자들이 더 말이 많고 입도 무겁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 성별 간 인식차는 사소한 데서도 드러난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자들은 누군가 해야 할 궂은일을 하려 하지 않는 공주병이 있다’는 문항에 대해 남성들은 54%가 동의했지만 여자는 20%만이 동의했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돈을 쓰지 않는다’는 문항에 남성들은 44%가 동의했지만 여성들은 12%만이 동의했다. 또 ‘동료로 행동하기보다 여자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에는 남자의 36%가 ‘예’라고 답한 반면 여자들은 14%만이 인정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들이 보호와 평등을 동시에 주장한다’는 문항에 남성은 68%, 여성은 52%가 동의했는데 이는 성별 관리자급에서 격차가 더 커졌다. 남자 차장 부장의 경우 75%가, 남자 부서장의 72%가 “예”라고 한 반면 여성 차장 부장은 27%만 동의했다. 그러나 여성 임원의 경우 무려 72%가 동의해 남성 수치에 육박했다. 여성들도 조직에서 관리자급으로 승진할수록 여자의 관점이 아닌 조직의 관점에서 구성원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직장인들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남자들도 인정했다. 남성 응답자의 54.7%가 ‘여성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잘할 수 있다’는 항목에 “예”라고 답했으며 61.7%가 ‘여자들이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한다’는 항목에 “예”라고 답했다. 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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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여성시대]남자들이 말하는 ‘사무실의 그녀들’

    《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보기엔 명실상부한 여성 주도 사회로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국 여성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일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고등교육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졸 여성 고용률은 60.1%대로 OECD 평균 78.8%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비율도 아직 미미합니다. 본보는 ‘신 여성시대’ 기획을 통해 한국 사회 여성들의 현주소를 짚어보려 합니다. 직장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업주부들의 고민까지 함께 담고 여성들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남성들의 목소리도 아우르려 합니다. 시리즈는 ‘직장 편’ ‘전문직 여성 편’ ‘청소년 성 평등의식조사 편’ ‘전업주부 편’을 포함해 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 여성들의 모습까지 소개할 예정입니다. 여성 주도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여성들만 잘 사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자들과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1부 ‘직장 편’은 요즘 직장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직장 여성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 남녀 간 소통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여성 동료와 상사들을 향한 남성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에서 여성 동료, 후배,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남자들도 늘고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말처럼 같은 것을 놓고도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달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호소다. 일부 남성들 중에는 “솔직히 여자랑은 정말 같이 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직장 내 남녀 간의 의사소통 문제는 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자, 남자들은 여자 동료, 선후배, 상사와의 어떤 점을 힘들어할까.○ “너, 나 욕했다며?” 대기업에 근무하는 A(37)는 최근 낯 뜨거운 경험을 한 뒤 여자 동료들과 말할 때는 절대 속을 털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내 술자리에서 무심결에 한 여자 동료 험담을 했는데 얼마 후 당사자가 찾아와 “너, 나 욕했다며?” 하고 따진 것이다. 곰곰 짚어 보니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여직원 하나가 당사자와 ‘절친(절친한 친구)’이었다. A는 “나 역시 술자리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상사나 후배, 동료 험담을 했지만 내 경험상 거의 대부분 남자들은 험담을 들어도 당사자에게 이를 전하지는 않는다. 물론 남자들도 입이 ‘싼’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경험상 여자들이 아무래도 남자들보다는 입이 좀 가벼운 면이 있다. 따라서 사내(社內) 비밀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나 큰일을 도모할 때 여자들에게는 좀 더 신중하게 속을 터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 직장인들이 겪는 또 다른 고충은 상사, 동료, 후배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과 문제가 날 경우 “여자 하나 다루지 못하는 못난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B(36)는 최근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팀 내 여직원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이 여직원은 다음 날 직속상사인 B에게는 말도 없이 B의 상사에게만 말하고 휴가를 가 버렸다. 황당해하는 B에게 돌아온 평판은 ‘부하직원 관리 능력 없는 상사’라는 딱지였다. B는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에게는 ‘여자는 이리저리 달래고 오냐오냐하며 끌고 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다”며 “내가 남편이나 오빠도 아닌데 직장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꽁꽁 감춰놨다 뒤끝 작렬… 금성女, 같이 일하기 불편해” ▼또 다른 대기업 직원 C는 “여자 상사를 모시는 남자 부하들의 경우 여자 상사가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을 부릴 경우 남자 동료들에게서 ‘거 좀 잘 달래주지 왜 그래?’라고 듣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위아래를 따지지 않고 여자 동료를 ‘배려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 내 상당수 남성들에게 여자 동료의 문제는 해당 여성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어르고 달래지 못하는 ‘남자의 관리 능력 부재’로 인식되는 면이 강하다”고 전했다.○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야?” 남자 직장인들은 여자들이 그동안 약자로서 당해 온 ‘희생자 콤플렉스’가 있어서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한다. 무조건 ‘여자라고 무시한다’고 몰아세운다는 것이다. 대형 보험회사 지점 부장인 D(50)는 여섯 살 아래인 여자 지점장 E를 모시고 있다. D는 입사 때부터 지점을 돌며 산전수전 다 겪은 이른바 ‘밑바닥’ 출신. 그러나 공채 출신인 E 상사는 본사에 있다가 경력 관리 차원에서 잠시 들른 경우였다. 그런데 이 E가 온 뒤부터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거래처 사장, 지역 유지 등이 여자 지점장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 영업 특성상 골프도 치고, 술자리도 해야 하는데 여 지점장은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며 거절한 것. 이 때문에 소위 ‘접대’는 D가 도맡았지만 지점장도 아닌 그의 직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참다못한 D가 어느 날 상사 E에게 회식 중에 “자꾸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하자 E는 “지금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버럭 화를 냈다. 20년 경력의 한 대기업 여성 임원도 “솔직히 드센 남자 직원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남자 상사들에게는 절대 복종을 하면서 여자 상사에게는 뭘 지적하면 바로 공격이 들어와 ‘기어오른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성관리자를 상사라는 직급으로 보지 않고 마치 ‘보호’해야 할 동생이나 누나 취급하면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이왕이면 부드러운 남자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너무 과민한 경우가 많지 않았나 생각도 된다. 내 안에 오랜 약자 콤플렉스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고백했다. 서로 간에 소통방식의 차이도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F(32)는 최근 여자 과장에게 크게 야단을 맞았다. 이후 어색한 관계를 풀기 위해 술자리를 청했다가 오히려 화를 키웠다. 술을 따르며 “죄송합니다” 하자 과장이 “뭐가 죄송한데?”라고 반문한 것. F가 업무상 실수와 야단맞을 때의 태도 등을 주섬주섬 말하자 여자 과장은 “그것밖에 없어?”라고 다시 물었다. F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과장은 내가 대충 넘어가려고 한 것처럼 본 것 같다. 남자 상사와 일했을 때는 ‘죄송합니다’ 하면 ‘됐다. 술이나 마시자’ 하며 털고 갔다. 이번 경우처럼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묻거나 대답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자들은 화를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여성은 관계지향적, 남성은 목표지향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또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보다 상대가 상처받을 것을 염려해 간접화법을 자주 쓴다. 직설화법에 익숙한 남성들이라면 여성들의 이중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여자들 중견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G(38)는 지난해 말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팀 업무 특성상 국내외 출장이 잦았는데 특정인에게 출장이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순번제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직원 H가 국내 출장 차례가 되었을 때에는 사정이 있어 비행기 타기 어렵다고 했다가 유럽 출장 순서에 돌연 “가겠다”고 한 것. G는 “물론 모든 여직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여직원들은 궂은일이나 손해 보는 일은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다못해 밥 사주는 일도 인색하고 심지어 부의금이나 축의금 내는 일에도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기획팀에서 일하는 I는 “여자 선배들 중에는 상사에게 하소연해 자기 일을 남들에게 나눠 주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놓고 동료가 출장이나 휴가를 가서 대신 해야 할 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동료들이 며칠째 날밤을 새우는데 자기는 할 일이 없다고 사무실에서 영어회화 공부를 하는 여자 선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성들은 이성보다는 동성과 일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꼈다. 여성리더십연구원이 2012년 국내 최초로 10개 대기업 임직원 27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 여성관리자 양성을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랑 일하는 게 더 편하다”는 문항에 남성은 71%가 “예스”라고 한 반면에 여성은 45%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남성들이 꼽은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이기적이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한다’ ‘실천력이 부족하다’ ‘시야가 좁다’ ‘숫자에 약하다’ ‘지각을 자주 한다’ 등이었다. 한 대기업 사원은 “솔직히 여자 상사들보다 남자 상사들이 사람들을 포용하는 면이 많다. 여자 상사들은 친한 사원하고만 밥이나 차를 먹는다든지, 친한 사람끼리만 어울리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 남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감을 나타낸 항목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이기적’(57%)이라는 거였다.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 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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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이 거듭나야 세금 제대로 걷힌다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관은 누가 뭐래도 국세청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들에게 ‘국세청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고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때때로 불거지는 세무조사의 공정성 논란에, 고위 간부들의 수뢰 사건은 이 같은 불신을 더한다. 세무조사는 불공정한가? 세무조사의 강도나 과세 결과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심각한 형평성의 문제가 야기된다. 세무조사의 결과가 공정하지 못한 것은 특정 납세자와 국세공무원 사이에 유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착관계가 아니더라도 정권과 가까운 관계라고 보이는 대기업, 언론사나 대형 교회에 대하여는 현실적으로 국세청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국세공무원은 부패했는가? 그렇다. 우리 정치가들이 국민 수준만큼 무능한 것처럼 국세공무원들은 딱 우리 납세자들의 수준만큼 부패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패의 역사는 유구하고, 국세공무원의 비리는 역사와 함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같이 자라온 것이기에 그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국세공무원의 비리가 개인적 차원에 그친다면 문제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그러나 조직의 부패라면 심각한 것이다. 국세청의 간부 조직은 직원의 비리사건이 외부 감찰기관에 의하여 드러날 경우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전체 조직 차원에서 노력한다. 비단 국세청 조직만이 그러는 것은 아니겠으나 분명 비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보다 감추려는 노력이 더 강하다면 비리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국세청도 그동안 청장이 새로 부임하거나,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면 직무평가 계약 제도를 도입하거나 감찰 제도를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개혁적 시도를 항상 해 왔다. 그러나 그뿐이었고 큰 변화는 없었다. 외부 인사가 국세청장이 되기도 했고, 많은 예산을 들여 국제적인 컨설팅 업체의 진단도 받아보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인 2010년 부즈앨런의 국세행정보고서(국세청 조직 진단 및 개편안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필자는 국세청의 변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소신 있는 세무행정을 위해 국세청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면서 국세청장 인사와 국세청 중립에 대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 물론 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를 통하여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국세공무원들이 퇴직 후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으로 이동하여 납세자들과의 유착과 담합의 통로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금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정확하고 엄밀한 세무행정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가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국세청은 정부와 국회에 고액거래나 혐의거래 등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정보를 요구했으나, 탈세 혐의가 있는 경우에만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세청에 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는 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으나 보다 나은 세무행정을 위해 활용 가능한 정보를 제한하는 일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세무조사의 엄밀성에 대한 통제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취임한 김덕중 청장은 세무조사감사위원회를 두어 세무조사 결과를 사후에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다른 국세청장들의 개혁보다는 분명 한발 더 나간 내용이다. 하지만 취지대로 실제 운영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국세청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쉽게 할 수 있다. 바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정권이나 재벌가 같은 유력 그룹에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봉사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어떠한 방법으로 사회가 국세청을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대답은 간단치 않다. 하지만 긴 시간에서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의 부패가 감소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노력을 믿고 작은 방법이라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김유찬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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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동포 사진전 김지민씨 대상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조규형)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재외동포 사진 공모전’에서 재미동포 김지민 씨의 ‘광복절 행사’가 대상에 선정됐다. 이 사진은 지난달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광복절 행사에서 태극기 너머로 사물놀이패가 공연하는 모습을 담았다. 금상에는 윤경섭 씨의 ‘케냐 유일의 한인 자동차 기술자’가 선정됐다. 이번 수상작을 포함한 130여 점의 사진은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시된다.}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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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현미]단언컨대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

    말끝마다가 아닌 말머리마다 붙는다. 1초의 망설임도 없는 확신과 자신감을 드러낸다. 겸손은 미덕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듣는 순간 모호함이 사라지고 통쾌함을 느낀다. 말의 진위는 따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님 말고”. 올해 최대 유행어인 ‘단언컨대’ 이야기다.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한 휴대전화 광고 문구로 시작돼 “단언컨대 뚜껑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라면 광고로 퍼져 나간 이 말은 지금도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진화 중이다. 유행어의 최전선인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언컨대 냉면은 가장 완벽한 음식이다”라고 했더니 다른 방송에서 “단언컨대 자장면은 가장 완벽한 음식이다”라고 맞받아친다. 인터넷에는 ‘단언컨대 끝판왕’이라고 주장하는 패러디들이 차고 넘친다. 단언컨대의 원조는 헬렌 켈러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중복 장애를 극복하고 희망의 증거가 된 헬렌 켈러는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단언해서 말하건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라고 했고, 이 말을 ‘단언컨대’로 줄여 광고에 사용한 뒤 국민 유행어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사실 주저하지 않고 딱 잘라 말한다는 뜻의 단언(斷言)은 웬만한 확신 없이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며 기사를 쓸 때도 ‘∼라고 말했다’거나 ‘주장했다’가 일반적이며 ‘단언하다’라는 표현은 말한 이의 의지와 책임을 각별히 표현할 때만 쓸 수 있다. 이처럼 진지한 말이 어떻게 웃자고 하는 말이 돼 버렸을까. 한국 철학계의 거두이자 수필가로 유명한 김태길 선생(2009년 작고)이 쓴 ‘단언에 관하여’라는 수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는 확고부동하게 단정을 내리기를 좋아하고, 또 그렇게 하는 사람을 환영한다. 행동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에 있어서도 우유부단한 것은 비위에 거슬린다. 그러면 그렇고 아니면 아니라고 딱 부러지게 말을 해야 속이 시원하다.’ 단언컨대는 처음부터 화통한 한국인의 기질에 딱 맞는 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유행어에는 반전이 있다. 일단 내가 옳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진위를 밝힐 대상이 없다. 단언컨대 완벽한 음식이 냉면인지 자장면인지 누구도 따지지 않고 따질 생각도 없다. 진지함이 가벼움으로 대치되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말놀이의 재미는 의도적인 논리의 무시에 있다. “철저한 모략극이고 날조”(8월 29일), “저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8월 30일), “몇몇 단어를 짜깁기해 무력투쟁이나 북 용어가 많은 것처럼 교묘하게 조작”(9월 2일).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해명을 듣다 보니 ‘단언컨대 말놀이’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록만 보더라도 이 의원을 비롯한 추종자들의 반국가적 행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라고 생각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스스로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 큰소리치며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심한 모순을 느끼게 된다. ‘뼛속까지’는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뼛속까지’ 대신 ‘단언컨대’를 넣고 싶다. 그럼 모든 게 웃자고 한 말이 되지 않을까. 김태길 선생은 같은 수필에서 ‘단언’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런 경고도 했다. ‘인류의 사기꾼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까지도 속여야 한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 큰소리를 땅땅 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자기가 무식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무식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된다. 자기가 무식하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무식한 것은 크게 복된 일이다.’ 세상은 다 아는데 자신들이 한 일을 자신들만 모른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 자신까지도 속인 까닭이다.김현미 여성동아 팀장 khmzip@donga.com}

    • 20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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