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올해에 이어 내년 또다시 큰 폭으로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경영계가 10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여기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공익위원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이날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에 반대표를 던진 위원은 모두 14명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은 사용자위원(9명)들이 강하게 주장해온 내용으로 이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맞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5명은 애초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공익위원 9명이 전원 근로자위원 편에 선 것이다.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 9명은 모두 진보 성향이거나 친정부 인사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결국 근로자위원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경영계의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부터 경영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 태스크포스(TF)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중장기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올해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임위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불참 카드’를 꺼낸 건 경영계가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용자위원 측 관계자는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부결된 만큼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싸우겠다”고 말했다. 최임위로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하는 상황에서 사용자위원마저 빠진 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결국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 결정을 앞두고 경영계는 ‘복귀 명분’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위원이 13일 회의에 복귀해도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회의 당시 사용자위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이 7530원으로 동결하자고 주장한 반면에 근로자위원은 3260원(43.3%) 인상한 1만790원을 제시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
“1만790원 vs 동결.”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첫 노사 요구안이 5일 공개되면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지난해보다 16.4%나 인상된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의 ‘고용 충격’이 현재 진행 중이고, 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된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또다시 거대한 충격이 몰아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1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3260원(43.3%) 인상한 1만790원, 사용자 측은 올해와 같은 7530원을 첫 제시액으로 내놨다. 다만 사용자 측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받아들여지면 수정안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기준점’을 올해 최저임금에서 7.7%(580원) 올린 8110원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체 추산 결과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면서 임금이 평균 7.7%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에서 1만 원이 되려면 33% 인상해야 하는데, 8110원을 기준으로 삼고 같은 비율(33%)로 올려 1만790원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최임위는 이날 나온 1차안을 토대로 위원 27명(근로자·사용자·공익 각 9명)이 협상을 벌여 14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계획이다. 노사의 금액 차가 워낙 커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데 대부분 진보 성향이라 내년도 최저임금도 15%(8660원) 이상 인상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기준점을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아닌 8110원으로 잡아야 한다고 3일 주장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들어가는 임금의 항목)에 정기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비까지 포함되는 만큼 올해보다 최소한 7.7%(580원) 올린 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사회적 대화 재개를 당부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 5명(한국노총 추천)은 이날 최임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올해 최저임금 월급(157만3770원)에 약 40만 원의 복리후생비를 받는 근로자의 경우 산입범위 확대로 약 7.7%의 임금이 감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7.7%를 올린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 이후 노동계가 최임위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경영계 위원들은 “최근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논란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추진위 민간위원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최저임금법이 많이 개악됐다. 반드시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예민한 사안을 두고 노동계를 자극하고 있다. 곧바로 노정협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 달라”며 “(노정 간에) 서로 의견이 다른 점이 있어도 대화의 틀은 유지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한 민노총을 향해 일단 ‘협상 테이블’로 들어오라고 요청한 셈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저녁 김명환 위원장을 따로 만나 민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7일 여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최임위 등 사회적 대화에 먼저 복귀했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2일 낮 12시 30분경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집.만 2세반 담임 A 씨(39·여)와 B 씨(28·여)가 9명의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점심식사를 챙기고 있었다. B 씨는 숟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 남자아이에게 밥을 떠먹여줬다. 동시에 아이들이 식사를 잘 하는지, 반찬은 골고루 먹고 있는지 지켜봤다. 세 명의 아이가 먼저 식사를 마치자 이들을 세면장으로 데리고 가 양치 지도도 했다. 아직 밥을 먹고 있는 다섯 명의 아이들 식사 지도는 A 씨가 맡았다.낮잠시간이 시작되기 불과 2분전인 낮 12시 58분, 입을 헹구던 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옷에 물을 쏟았다. 혹여 감기에 걸릴까 B 씨는 미리 마련해둔 여벌옷으로 갈아입혔다. 그사이 A 씨는 배변 훈련이 안된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았다. A 씨가 아이들의 낮잠 이불을 펼치는 동안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들 세 명이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다. A 씨는 이불 깔기를 중단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사이좋게 놀라’고 다독였다.9명의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누운 시각은 1시 30분. 하지만 아이들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A 씨와 B 씨는 아이들 옆에 누워 가슴을 다독여줬다. 식사시간에 점심 먹기를 거부한 한 여자아이는 자리에 누운 지 20여 분 만에 벌떡 일어나 밥을 먹겠다고 했다. A 씨가 이 아이에게 늦은 점심을 챙겨주는 동안 B 씨는 엉덩이 부위에 상처가 난 다른 아이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 사이 시곗바늘은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1일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이달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 시 중간에 1시간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동안 사회복지서비스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휴게시간을 두지 않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면서 보육교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 등도 일반 근로자처럼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게 됐다.문제는 현장 상황이다. 하루 8시간 일하는 보육교사 A 씨와 B 씨가 1시간씩 휴게시간을 가지려면 오후 1시 아이들이 모두 낮잠을 자야 한다. 그래야 낮잠시간인 오후 1~3시 두 사람이 교대로 1시간씩 쉴 수 있다.하지만 첫날부터 여러 ‘돌발변수’로 두 사람 모두 휴게시간을 갖지 못했다. B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다”며 “시간표에 맞춰 놀이와 식사, 낮잠 등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정부는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지난달 22일 보조교사 6000명을 전국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어린이집이 4만여 곳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현행법은 어린이집 원장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며 “다시 사회복지서비스업을 특례업종으로 지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장애인활동지원사들도 법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K 군을 7년째 돌보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이모 씨(51·여)는 이따금씩 무호흡 증상을 보이는 K 군이 걱정돼 차마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이 씨는 그동안 오후 4시 15분부터 K 군의 부모가 귀가하는 오후 8시 15분까지 4시간 K 군을 돌봤다. 하지만 1일부터 4시간 근무 시 반드시 30분간 휴게시간을 가져야 해 이 씨는 2일 오후 8시 45분에 퇴근해야 했다. 실제로는 휴게시간을 갖지 못했음에도 수당도 없이 30분 더 일한 셈이다.정부는 지난달 14일 고위험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가족 또는 다른 활동지원사가 대체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씨는 “휴게시간에 대신 돌볼 사람을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중증장애인의 경우 생활습관과 건강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어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유성열기자 ryu@donga.com}

경기 A요양병원에선 70세가 넘은 의사가 야간에 혼자서 노인 입원환자 200여 명을 돌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야간(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당직의사를 둬야 한다. 현재는 15시간 근무가 되는데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현재 1명인 당직의사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 원장 B 씨는 “높은 연봉을 주고 젊은 의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 의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로가 일상인 의료 현장, 주 52시간 충격 커 주 52시간제 시행을 맞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보건업 종사자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은 10.8%에 이를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 없이 주 52시간제를 맞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은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가 특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병원 측이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된 근로자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는 아직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해진다”며 특례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응급환자 부서 병원 내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혼란이 큰 대표적 장소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다.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과 헬기 출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전모 씨(37·여)는 하루 13시간씩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근무 일정을 반복해 주 61시간 이상 일한다. 전 씨는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간호사 한 명당 한꺼번에 돌봐야 할 중증외상환자가 현재의 2, 3명에서 4, 5명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환자를 살리는 걸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일손을 뽑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권역외상센터가 지방에 있는 데다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해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3교대로 주 48∼52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병원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하루 2, 3시간씩 초과근로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동료가 환자에게 심장마사지를 벌이는 판에 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겠다’며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위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도 복병 노사가 특례업종 적용에 합의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더라도 9월부터 시행될 ‘연속 11시간 휴식’ 조항이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정에 퇴근하면 오전 11시까지는 반드시 쉬게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례업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게 적용되면 의료진이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관이식외과에서 일하는 임상강사 박모 씨(37)는 “새벽에 응급 이식수술을 했다고 그날 예정돼 있는 정규 이식수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아예 특례업종 적용을 포기했다. 연속 11시간 휴식보다는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게 차라리 쉬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주 52시간 근로제가 300인 이상 기업에서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기업과 근로자들은 회식과 출장, 퇴근 후 메신저 연락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근로시간인지 여전히 혼란스럽다고 호소한다. 동아일보는 한국공인노무사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자문해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깨알 Q&A’를 만들었다. 》 ■ “근무중 담배-커피, 근로시간서 제외”… 정부 지침과 해석 달라 [회식]Q. 은행지점 직원이다. 지점장이 회식을 하자고 직원들을 술집에 모아놓고 하반기 영업 전략을 하나씩 발표하라고 해서 사실상 회의가 돼버렸다. A.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노무사회는 “명목만 회식일 뿐 참석 의무가 있고 일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단순히 의견을 개진한 수준이라면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의견 개진 이상의 토론, 토의 등 회의로 인정할 만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Q. 회식은 상사가 참석을 강요했더라도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들었다. 상사가 참석을 강요한 회식을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불참했더니 상사가 직무태만이라며 경위서를 쓰라고 한다. 정당한 조치인가. A. 근로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태만도 아니다. 참석을 강제했더라도 근무가 끝난 이후고 업무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다만 노무사회는 “직무태만 여부와 별개로 회식에 불참할 경우 징계를 받고, 강제적으로 진행됐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Q. 친구가 거래처 간부다. 부장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법인카드로 술을 마셨다. 형식은 접대지만 내용은 친목이었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술자리의 형식과 상관없이 내용(실질)이 ‘친목 도모’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 Q. 인사팀 직원이다. 수습사원을 뽑는 절차로 ‘회식 면접’을 시행했다. 지원자들과 회식을 하면서 술버릇이나 태도 등을 평가했다. 오후 7시 시작한 1차 회식 면접이 끝난 뒤 지원자들이 술을 더 마시자고 해 새벽 1시에 자리를 파했다. 회식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인가. A. 1차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만 2차부터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원자들의 2차 요구에 인사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접대]Q. 증권사 영업 직원이다. 부장 지시로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2시간 30분 동안 점심을 먹었는데, 전부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취업규칙상 점심시간은 1시간이다. A. 2시간 30분 전부가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휴게시간으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완벽히 벗어나 근로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부장 지시에 따른 접대인 만큼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Q. 대기업의 대관 담당 직원이다. 회사와 관련한 중요한 법률 심사를 앞두고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만나 2시간 동안 저녁을 먹은 뒤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법인카드 사용 명세는 1주일 후 결재를 받고 영수증을 제출했다. 2시간은 근로시간인가. A. 상사의 지시 여부가 중요하다. 상사의 지시나 승인이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 Q. 상사로부터 거래처 임원의 상가에 가라는 지시를 받고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상가에서 술을 마셨다. 상사가 몇 시까지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를 하진 않았다. 5시간 모두 근로시간인가. A. 노무사회와 경총의 의견이 엇갈렸다. 노무사회는 5시간 모두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으나 통상 상가 조문에 필요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출장 등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는 근로시간을 노사가 사전에 합의해 정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 지침과 같은 해석이다. 반면 경총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자리를 지켰고,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이 없었다”며 5시간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Q. 상사가 평소 거래처 접대를 잘하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접대하라고 지시하진 않지만 보통 2주에 한 번꼴로 거래처와 골프를 치고 비용은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골프 접대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정을 정한 것이 아니고,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노무사회는 “상사가 근무시간 중 골프 접대와 법인카드 사용을 승인했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사내 행사]Q. 아웃도어업체 직원이다. 사장의 취미가 등산인데, 매주 직원을 모집해 등산을 한다. 자율 참석이지만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해 참석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노무사회와 경총의 판단이 달랐다. 노무사회는 “자율 참석이고 직원들 스스로 순번을 정했다”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경총은 “사장이 사실상 매주 참석을 강제하는 수준이라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경쟁 회사들과 매년 한 차례씩 농구 대회를 연다. 직원들은 응원하러 가야 한다. 응원에 불참한 직원들은 벌금을 낸다. 응원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친목 행사더라도 참석이 강제되고 불참 시 제재(벌금)가 따르기 때문이다. 벌금이 없다면 자율적인 응원 참가는 근로시간이 아니다. Q. 회사에서 장기근속자들을 격려한다는 목적으로 토요일에 가족 초청 만찬 행사를 열었다. 꼭 참석하라는 지시는 없었지만 안 갈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불참 시 불이익이 없고 격려 목적의 행사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휴식] Q. 광고기획사 카피라이터다. 업무가 많은 날 회사 수면실에서 쪽잠을 자고 다시 일할 때가 많다. 쪽잠을 자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하나. A. 노무사회와 경총 모두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별도의 수면실이 있고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한다면 휴게시간으로 인정되지만, 상사의 지휘·감독이 유지된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쪽잠을 자다가 상사의 전화가 왔을 때 바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근로시간인 반면 상사가 전화를 하지 않는다면 휴게시간인 셈이다. Q. 대기업 본사 30층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이다. 흡연구역이 밖에 있어 담배를 한 대 피울 때마다 15분 정도 소요된다. 회사는 담배 피우는 시간이나 라운지에서 커피 마시는 시간 등을 모두 근로시간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했다. 정당한 조치인가. A. 노무사회와 경총 모두 회사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봤다. 이런 시간은 근로시간 중이더라도 ‘개인적 용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흡연과 커피 마시는 시간을 두고 “상사가 복귀를 명할 경우 바로 복귀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양 단체와 정부의 판단이 다른 셈이다. 현재 관련 판례도 구체적인 게 없어 각각의 사례별로 명백한 개인적 용무인지,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져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내일부터 1주일간 휴가를 가는데 업무가 너무 많아 일감을 집으로 가져와 새벽 1시까지 일을 했다. 집에서 일한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A. 상사의 지휘나 명령 없이 스스로 일한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 부장이 마감시간 정한 ‘퇴근후 단톡방 보고’는 근로시간 포함[퇴근 후 연락]Q. 국책연구원에서 통계를 다루는 연구원이다. 퇴근 후에도 상사가 메신저로 특정 통계를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수행하는 데 적게는 10분에서 많게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나. A. 노무사회와 경총의 의견이 갈린다. 노무사회는 “퇴근 후 상사의 지시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반면 경총은 “상사의 요청이 구속력 있는 지시나 감독이 아니라면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몇 시까지 보내라거나 보내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거나 하는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Q. 우리 부서에는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부장이 퇴근 후에도 “파이팅!” “내일은 더 열심히!”와 같은 시시콜콜한 문자를 남긴다. 여기에 “네, 감사합니다”처럼 일반적인 답변을 다는 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구체적인 업무 지시와 업무 수행으로 볼 수 없는 만큼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순 메신저 이용에 불과하다면 퇴근 후 상사나 동료 간 메신저 대화는 근로시간이 아닌 것이다. Q.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한다. 퇴근 후에도 당번을 정해 회사 관련 기사를 수시로 검색한 뒤 단톡방에 올린다. 당번 일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A. 노무사회는 “홍보 관련 업무가 통상 업무고, 당번을 정해 통상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반면 경총은 “기사 검색을 위해 사무실에 상주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Q. 제조업체 해외영업팀에서 일한다. 시차 때문에 주로 퇴근 후에 해외 바이어들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노무사회는 “시차상 퇴근 후에만 업무가 가능하고, 해외 바이어 접촉은 해외영업팀의 핵심 업무”라며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경총은 “바이어와의 연락이 일정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어져 사실상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일 때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퇴근 후의 간헐적인 연락은 근로 시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교육·파견]Q. 해외 파견자로 선발됐다. 파견자는 토익 850점을 꼭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수강하는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회사가 ‘연 20시간 필수 이수’ 등 구체적으로 온라인 강의 수강을 요구하면 근로시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가 없는 자발적 학습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파견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본인 스스로 강의를 듣는 것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Q. 대기업 노무팀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상사의 특별 지시로 매일 퇴근 후 2시간씩 인터넷으로 노동법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노무사회는 “상사가 특별히 내린 지시에 따라 수강하는 인터넷 강의는 근로시간”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경총은 “강의 수강에 대한 진도 체크, 시험 등 제대로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강제 절차가 있어야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Q. 전자회사 직원이다. 회사가 독일에 직접 투자해 설립한 법인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 이 경우 독일 노동법의 적용을 받나. A. 국내 기업이 투자해 독일에 설립한 법인이 독일에서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다면 독일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국내 근로자가 독일 법인에 일정 기간 파견됐다면 한국 노동법이 적용된다. 파견 근로자는 국내 본사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해외 지사도 동일하다. 국내에서 해외 지사로 파견된 근로자는 한국 노동법, 해외 지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는 해당 국가의 노동법을 적용한다.[출장] Q. 울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이다.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KTX를 타고 서울과 세종으로 출장을 간다. KTX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가. A. 국내 출장을 위한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Q. 경기 파주시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거래처가 있는 경기 성남시까지 일주일에 서너 번 다녀온다. 성남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는가. A. 그렇다. 다만 노사가 사전에 출장 거리에 따른 통상의 근로시간을 정해 놓는다면 출장 근로시간을 둘러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수도권 내 이동 시 근로시간은 1시간, 충청권으로 이동 시 근로시간은 2시간으로 한다’는 식으로 노사가 사전에 약속하면 출장을 갈 때마다 근로시간을 산정할 필요가 없다. Q. 해외 출장을 가는데 비행기 표가 토요일밖에 없어서 토요일에 출국했다. 집에서 공항으로 이동한 시간도 휴일근로에 해당하는가. A. 가장 애매한 부분이라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장거리 출장은 출장지에 따라 이동시간이 들쑥날쑥하다. 노무사회는 “대법원 판례가 없어 모든 출장의 소요시간(이동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장거리 이동 시 별도의 보상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휴일에 공항으로 이동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비행시간만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비행시간뿐 아니라 출입국 수속시간, 환승시간, 해외에서의 이동시간 등 출장지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외 출장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근로시간 인정 방법’은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해 정하라고 권고한 상태다.[기타] Q. 우리 회사는 선도적으로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연장근로 한도가 12시간이니 우리는 주당 최대 47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것인가. A. 아니다. 법정근로시간이 52시간(기본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인 만큼 52시간까지 가능하다. Q. 우리 회사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지만, 모든 직원이 오전 8시에 출근한다.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암묵적인 룰이다. 일찍 출근하는 1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일찍 출근한 1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이 1시간 동안 상사의 지휘나 감독이 있다면 근로시간이고, 없다면 근로시간이 아니다. 경총은 여기에 더해 “회사가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지시해야 근로시간”이라는 추가 단서도 붙였다. Q. 회사에 직장어린이집이 있어 아이를 맡긴 뒤 출근한다. 일하는 도중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1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근로시간에서 제외되나. A. 어린이집에 가는 건 일종의 ‘외출’이다. 업무 수행과 관련이 없고 직원 개인 사정에 따른 ‘외출’은 근로시간에서 제외된다. Q. 회사 노조의 대의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대의원들끼리 퇴근 후 1시간 정도 회의를 하고 회식을 한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업무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조 활동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이뤄지지 않으므로 단체협약 등에 별도로 정하지 않는 한 근로시간이 아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27일 최저임금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여당이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일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최저임금 제도개선 및 정책협약 이행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고시된 직후 △가구생계비(현재는 1인 생계비) 고려 △준수율 제고 등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 일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통상임금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기본급과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 성격을 가진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만 포함된다. 비정기적 비고정적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반면 최저임금에는 내년부터 기본급과 정기상여금 외에도 일부 비고정적 복리후생비가 포함된다. 노동계는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려면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통상임금에 비고정적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특히 노동계 주장대로 비고정적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들은 또다시 ‘인건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판례로 정한 만큼 국회에서 이를 다시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노총의 대화 복귀로 그동안 파행을 빚은 최저임금위는 28일부터 정상화된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복귀하지 않고 강경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닷새 앞두고 유연근로시간제 매뉴얼을 26일 공개했다. 유연근로제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자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제도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5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탄력근로제는 업무가 몰리는 한 달은 주 60시간, 업무가 적은 한 달은 주 44시간 근무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탄력근로제는 현행법상 3개월 이하 기간에서만 운영할 수 있다. 1월에 근로시간이 초과했다면 3월 안에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선택근로제는 한 달 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2주 동안 몰아서 일한 뒤 2주는 쉬는 식이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와 재량근로제는 영업직 등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에 한해 노사가 사전에 근로시간을 정해 운용하는 것이다. 보상휴가제는 연장·휴일·야간수당을 휴가로 대체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유연근로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근로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근로자나 노조의 동의 없이 강제로 도입하지 말라는 취지다. 그러나 노동계는 임금 감소를 우려해 유연근로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또 주 52시간제 시행을 불과 닷새 앞두고 이런 제도를 안내한 고용부 처사를 두고 안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5일 앞둔 26일 전국 근로감독관 회의를 열고 유연근로시간제 매뉴얼을 배포했다. 유연근로제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자의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제도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5개 제도로 분류하고 있다. 유연근로제의 도입 방법과 운용을 직종별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Q. 게임회사에 다니는 개발자다. 2주간 몰아서 일하고 나머지 2주간은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한가. A.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 한 달간 총 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서 2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208시간 일했다면, 나머지 2주는 그냥 쉬어도 된다. 주 52시간을 4주로 환산하면 208시간이다. 선택적근로제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도입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운용 방법은 노사합의(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정해야 한다. Q.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해킹대응팀에서 일한다.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 밤낮없이 일할 때가 많은데 근로시간을 늘려줄 수는 없나. A. 자연재해나 이에 준하는 대형사건이 발생해 업무가 폭증할 경우 각 지방노동청에 신고하면 연장근로를 무한대로 할 수 있다. 이를 ‘특별인가 연장근로’라고 한다. 일단 연장근로를 통해 업무를 처리한 뒤 사후에 신고해도 무방하다. 현재 정부는 해킹도 ICT 업종의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특별인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특별인가 연장근로의 사유가 끝나면 원래대로 주 52시간 근무로 돌아간다. 연장근로를 한 시간만큼 근로자를 쉬게 할 필요는 없다. 연장근로에 대한 특별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Q. 여름철 일이 특히 많은 제빙업체다. 우리는 어떤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나. A.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 된다. 업무가 몰리는 한 달은 주 6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적은 한 달은 주 44시간으로 줄여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다만 운용 기간이 2주 이내면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도입할 수 있지만 2주를 넘겨 운용하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최대 3개월 단위로만 운용할 수 있어 경영계는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Q. 영업사원이라 외근이 많다. 우리는 근로시간을 어떻게 측정하나. A. 근로시간 측정이 어렵다면 사업장 밖 간주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면 된다. 영업직이나 출장이 많은 업무 등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종이 도입하면 유리하다. 노사가 업무를 하는데 통상 필요한 시간을 사전에 정한 다음 그 시간보다 적게 또는 많게 일하더라도 노사 합의로 정한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Q.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않는 대신 휴가로 대체할 수 있나. A. 그렇다. 보상휴가제를 도입하면 된다. 사용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유급휴가를 줄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은 일당의 50%를 더 줘야 하므로 그만큼 휴가기간을 추가로 줘야 한다. 휴일근로를 8시간 한 뒤 수당이 아닌 휴가로 보상한다면 휴가기간은 하루가 아닌 1.5일이다. 다만 근로자가 이렇게 생긴 휴가를 쓰지 않았다면 사용자는 초과근로수당을 꼭 지급해야 한다. Q. 영화 촬영 스태프다. 우리는 근로시간은 물론이고 업무 방식도 그날그날 다르다. A.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다. 사업장 밖 간주시간 근로제는 근로시간만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지만 재량근로제는 근로시간뿐 아니라 업무 수행 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에 맡겨 재량권을 더 넓힌 제도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노사 합의로 사전에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시행령 31조에 따라 △신상품 개발 등 자연과학분야 연구 △정보처리시스템 설계, 분석 △의복, 실내장식, 광고 등의 디자인 △신문, 방송의 취재, 편성, 편집 △방송, 영화 등의 제작 등 5개 직종과 고용부 장관이 따로 정하는 업무만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다. Q.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 워킹맘이다.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1시간 늦추는 대신 퇴근시간을 오후 7시로 1시간 늦출 수 있나. A.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출근시간을 조정하면 된다. 오전 10시~오후 7시, 오전 7시~오후 5시 등으로 근무형태를 정하는 ‘시차출퇴근제’가 대표적이다. 하루 8시간을 유지하되 출퇴근시간만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은 ‘자유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가 마음대로 출근해 법정근로시간을 맞추고 퇴근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법에 없지만, 사업장이 노사합의나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그 대신 주 52시간은 준수해야 한다. Q.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다. 근로자 대표는 어떻게 뽑아야 하나. A. 회사 직원 중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를 제외하고,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근로자를 대표로 뽑으면 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는 오너나 사장뿐 아니라 사용자의 위임을 받아 근로자를 지휘, 감독하는 임원이나 본부장, 부장 등 관리자들이 포함된다. 보통 과장급이나 차장급까지는 근로자로 인정하고, 부장급부터는 사용자로 분류한다. 사용자를 제외한 근로자 중에서 대표를 뽑아야 근로자 대표로 인정받는 셈이다. 근로자 대표는 투표로 뽑아도 되고, 과반수의 서명만 받아도 된다. 대표를 2명 이상 선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내 기업의 올해 1분기(1∼3월) 구인, 채용 인원이 7년 만에 감소했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탓으로 분석된다. 25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8년 상반기 기준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상용직(근로계약이 1년 이상인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1분기 구인 인원은 83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만 명)보다 1만6000명(1.9%) 감소했다. 조사 대상 사업체의 1분기 채용 인원도 74만4000명으로 지난해(75만7000명)보다 1만3000명 줄었다. 구인 인원은 기업이 공고를 내고 채용하겠다고 밝힌 인력 규모다. 채용 인원은 구인 인원 중 실제 채용된 근로자 수를 뜻한다. 1분기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구인, 채용 인원이 모두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고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임박하면서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데 이번 조사도 그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직종별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음식·서비스 관련직의 1분기 구인, 채용 인원이 각각 7.9%, 9.8%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비 및 청소직도 구인, 채용 인원이 각각 4.0%, 4.2% 줄었다. 한편 운전 및 운송 관련직의 미충원율(기업이 적극 구인했음에도 충원하지 못한 인력의 비율)은 5.6%로 상반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근로시간 단축이 임박하면서 구인 인원은 늘었지만, 실제 채용할 수 있는 근로자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산업재해를 당한 일부 근로자의 산재보험급여가 인상됐다. 산재보험급여를 계산할 때 올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을 반영하도록 산정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장해 또는 사망 관련 산재급여의 소멸 시효는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달 5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12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은 산재를 당한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에 미달할 경우 최저임금(1일 기준 6만240원)을 기준으로 산재급여를 산출토록 했다. 기존에는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50%인 ‘최저 보상 기준액’(5만7135원)을 기준으로 산재급여를 계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근로자 평균임금의 50%를 넘게 되면서 산재 근로자들이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12월 13일부터는 산재 사망자의 자녀에게 지급되는 유족보상연금의 수급 연령이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25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19세 미만이어서 19세 이상 자녀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청년들이 대학 진학, 군 복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회로 진입하는 시기가 20대 중후반으로 늦춰지고 있는 것을 감안했다. 산재급여만 받을 수 있는 전용계좌도 12월 13일부터 개설할 수 있다. 이 계좌에 들어온 산재급여는 압류가 불가능하다. 특히 앞으로 산재급여를 상습적으로, 또는 고액을 부정 수급한 근로자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명단이 공개된다. 3년간 부정수급을 2회 이상하고 총액이 1억 원 이상인 근로자와 한 번에 2억 원 이상을 불법으로 받은 근로자가 대상이다. 다만 부정수급을 자진 신고한 근로자는 과징금을 면제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부정수급을 하다 적발되면 부정수급액의 2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장해 또는 사망 관련 산재급여의 소멸시효도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산재가 발생한 이후 5년 내에만 신청하면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이후에 신청하면 급여를 받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이 장해와 사망 관련 소멸시효를 5년으로 늘린 것에 맞춘 조치다. 이 역시 12월 13일부터 시행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보험위원회(고보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배제되면서 관련 논의가 노동계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달 말 또는 7월 중 고보위를 열고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특수고용직은 법적으로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지만 근로자 성격이 강한 직종을 뜻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그동안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인정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해 9월부터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일단 고용보험부터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해고, 구조조정 등을 당한 비자발적 퇴직자에게만 지급되며 자발적 퇴직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특히 고용부는 특수고용직을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인정하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관련 가이드라인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하는 업계와 당사자들도 많다. 보험업계가 대표적이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고용 규모(34만여 명)가 커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고용보험료가 급증할 수 있다. 특히 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직접 고용한다면 약 2조 원의 인건비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사자들도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보험연구원이 설계사 800명을 조사한 결과 고용보험 가입을 반대하거나 설계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83.5%였다. 한 설계사는 “업계 특성상 이직, 즉 ‘자발적 퇴직자’들이 많다”며 “어차피 실업급여를 받지도 못할 텐데 굳이 돈을 내면서 가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또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꺼려 보험업계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고보위에서 경총이 배제돼 경영계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고보위 위원들을 교체하면서 사용자 위원으로 참여하던 경총을 탈락시켰다. 경총이 고보위에서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올해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300인 이상 기업은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위반하더라도 연말까지는 처벌받지 않는다. 노선버스업 등 근로시간 특례가 폐지돼 ‘주 68시간’을 지켜야 하는 21개 업종도 6개월간 처벌을 유예받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0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먼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6개월 단속·처벌을 유예해 달라고 제안했는데, 충정의 제안이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동의하면서 경총 요청을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시행규칙)을 개정해 현행 최대 14일인 근로시간 위반 사건의 시정 기간을 3개월로 늘릴 방침이다. 특히 주 52시간 준수를 위해 신규 채용이나 교대제 개편, 설비 확장 등이 필요할 경우 시정 기간을 3개월 더 부여할 계획이다. 시정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려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정부는 6개월 동안 근로시간 관련 고소, 고발이 들어오더라도 노동청과 검찰이 최대한 중재해 가급적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경영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이 기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국회와 정부가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탄력근로제 기간은 2003년 9월에 1개월에서 3개월로 한 차례 늘어난 뒤 15년째 그대로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당정청은 이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기조를 보완하는 조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먼저 소득하위 1분위 계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및 소득 지원 대책을 다음 달 초 발표한다. 또 일정 기간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비롯한 규제혁신 5법을 조기 입법하고, 혁신성장 선도사업에 예산 및 세제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유성열 ryu@donga.com·유근형 기자}

빵을 만들어 파는 A사는 생산직 직원만 2000명에 이른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추기 위해 연초부터 직원을 늘렸다. 가까스로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을 새 제도에 맞췄지만 문제가 남았다. 각종 행사가 많은 연말연시와 5월(가정의달) 등 대목을 감안하면 한 해의 절반인 6개월 정도는 밤낮없이 공장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현행법상 3개월 이하 기간에만 운영할 수 있다. A사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만 늘려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15년째 묶인 탄력근로제, 실시율은 6.4% 주 52시간제로 산업현장에 닥칠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탄력근로제는 일시적으로 작업량이 증가할 때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나중에 다시 줄여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법에 맞추는 제도다. 예를 들어 업무가 몰리는 한 주는 60시간 일하고 다음 주는 44시간 일하면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이 된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선 노사가 합의해도 단위 기간을 3개월로 늘리는 게 고작이다. 즉, 1월에 작업량이 많아 주 60시간 일했다면 2, 3월에는 어떻게든 평균 근로시간을 줄여 3월까지 평균 주당 52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탄력근로제의 최장 단위 기간은 2003년 9월 1개월에서 3개월로 한 차례 늘어난 뒤 15년째 그대로다. 여야는 근로시간 단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올해 2월 탄력근로제 개편안을 두고도 협상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경영계의 요청대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일수당 할증률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탄력근로제 관련 내용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 빠졌다. 그 대신 “2022년까지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부칙만 남았다. “사실상 이번 정부에선 손대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12월 국내 기업 1570곳을 조사한 결과 탄력근로제를 안다는 응답은 73.2%였지만 실시하는 곳은 6.4%에 불과했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가 반대해서’(63.8%)가 탄력근로제를 실시하지 않는 주된 이유였다.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작업량이 줄어드는 기간에 사업주가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최장 1년 탄력근로 선진국은 한국보다 폭넓게 탄력근로제를 활용한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지침으로 탄력근로제 최장 단위 기간을 4주(취업규칙) 및 1년(노사 합의)으로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지침대로 시행한다. 독일은 법에 탄력근로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6개월 내에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하루 10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하면 최장 1년까지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도 최장 1년이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서둘러 노동계를 설득해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근로자가 가장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근로자의 ‘재량권 확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이 생기면서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정부가 근로시간 준수 의지가 없는 사업주까지 처벌을 유예해 주는 것은 아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일선 노동청의 근로감독으로 근로시간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명령과 함께 14일간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만약 이 기간 시정명령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형사처벌은 면제된다. 하지만 응하지 않는 사업주는 형사 입건과 함께 사법 처리(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정 기간 14일을 최대 6개월로 늘린다. 주 52시간을 넘겨 일을 시켜도 연말까지는 처벌을 유예한다. 하지만 사업주가 시정 기간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이 기간에 주 52시간 준수를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처벌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개선할 때까지 도와주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준수를 위한 △신규 채용 △설비 추가 설치 △교대제 개편 등의 의지를 사업주가 보여야 시정에 응한 것으로 보겠다는 얘기다. 실제 신규 채용을 못 했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처벌 유예는)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대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혀 한때 혼선이 일었다. 대기업은 현행법대로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되면서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대기업도 처벌 유예는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며 “다만 대기업은 여력이 충분한 만큼 감독을 더 엄격히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에 제도 연착륙을 위한 경영계 건의문을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제도 시행 후 반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거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 달라는 내용이다. 경총은 건의문에서 법 시행 후 단속과 처벌, 이행을 강요하기보다는 최소 6개월 계도기간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0여 일 계도기간보다 크게 늘어난 것. 통상 기업의 신규 채용이 연말, 연초에 이뤄지고 인사 제도도 이에 맞춰 조정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경총 의견이다. 경총은 또 현재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는 인가 연장근로 허용 기준이 천재지변에만 국한돼 있는데 이를 석유·화학·철강업의 보수 작업이나 조선업의 시운전 등으로 넓혀 달라고 건의했다. 경총 관계자는 “산업별 특성을 헤아려 달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현재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운영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를 늘려 달라는 건의도 포함됐다. 경영계에서는 허용 단위 3개월을 1년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1개월 이내로 제한된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도 늘려 유연한 근로를 통해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경총은 건의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위반 사건은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데다 최대 14일간 시정기간을 부여하는 만큼 추가 계도기간을 두기 어렵다”고 밝혔다.한우신 hanwshin@donga.com·유성열 기자}

대전의 한 300인 이상 제조업체에서 생산직으로 근무 중인 A 씨(47)는 지금까지 주당 68시간 이상 일했다. 주 52시간제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면 특근을 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매달 35만∼40만 원 정도 수당이 줄어든다. A 씨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에 중간정산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사측은 “노조가 없어 누구와 합의를 해야 하는지 모호하고, 사용자단체에서 해당 시행령(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할 예정이라 중간정산을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A 씨는 “정부가 해주라는데도 버티는 회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사업주를 노동청에 신고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금 중간정산 분쟁 이미 현실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퇴직금 분쟁’이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근로시간 특례가 폐지돼 주 68시간제가 시행되는 버스업계가 대표적이다. 시외버스업체인 강원여객은 최근 한 달 만에 30명이 넘는 운전사가 사직서를 냈다. 근로시간 단축 전에 미리 퇴직금을 받기 위한 장기근속자가 대부분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버스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만큼 퇴직금을 손해 보지 않도록 미리 퇴직금을 받고, 조건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겠다는 의도다. 정판형 강원버스노조 부장은 “정부는 임금을 보전해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사측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연히 근로자 입장에선 퇴직금 손실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버스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경기 고양시 명성운수의 한 운전사는 “퇴직금을 미리 받고 이직하겠다며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 성병찬 경북자동차노조 사무국장은 “우리 지역도 퇴직금을 미리 타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퇴직금은 불안한 노후를 대비한 거의 유일한 안전장치여서 근로자로선 몇백만 원의 손실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에서 현장감독 업무를 하는 신모 씨(49)는 “신축이 한창일 땐 주말에도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9시까지 일했다”며 “앞으로 오후 7시 ‘칼퇴근’이 정착되면 퇴직금이 확 깎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윤모 씨(38)는 “바쁜 시기엔 휴일도 없이 일했는데 앞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퇴직금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중간정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퇴직금 중간정산’ 삼중고 기업 입장에선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퇴직금 중간정산 폭탄까지 떠안게 되는 ‘삼중고’를 겪을 수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노사 갈등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과장된 우려’라고 일축한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기업의 의무가 아니어서 중간정산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성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조가 중간정산을 강하게 요구하며 강경투쟁에 나선다면 중간정산을 거부하기가 어렵다. 퇴직금 중간정산보다 노사분규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노조와의 ‘협상카드’로 쓰는 사업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퇴직금 중간정산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퇴직금 폭탄을 피하려면 근본적으로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연금은 퇴직금과 달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간정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퇴직연금은 기업이 도산해도 근로자가 받을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퇴직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업이 매월 일정액을 금융기관에 맡기면 금융기관이 이를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고, 근로자는 퇴직 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퇴직연금은 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화됐고, 2022년까지 기업 규모에 맞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하지만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이 퇴직연금을 도입하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 동의를 거쳐야 한다. 미가입 시 제재 조항은 없어 현재 국내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50%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기존 퇴직금 제도를 그대로 운영하는 사업장이 많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은 퇴직연금제를 운영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들은 퇴직금 중산정산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근로자가 이번 기회에 퇴직연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강성휘·김하경 기자}

다음 달 1일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퇴직금 중간정산 문제가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는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중간정산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12일 국무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로 추가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에는 △주택 구입 및 임차 △질병 치료 및 요양 등의 경우에만 중간정산을 허용했지만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들 때에도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주 52시간제 시행 시 퇴직금이 줄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퇴직금은 직전 3개월 월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한다. 평균임금에는 초과근로수당 등 근로자가 받은 모든 임금이 포함된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수당 감소→평균임금 감소→퇴직금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산업 현장에선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근로자들이 미리 사표를 내거나 중간정산을 문의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다음 달 1일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면 기업에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주는 중간정산 요구가 봇물을 이룰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또 하나의 ‘인건비 폭탄’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중간정산을 신청해도 기업이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정이 어렵다면 지급 시기를 조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성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중간정산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거부하면 파업 등 노사 분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운전사가 640명일 때도 빠듯하게 돌아갔던 경기 고양시 명성운수는 최근 운전사가 530명 수준으로 줄었다. 4, 5월 80여 명이 나간 데 이어 이달에도 15명 넘게 사표를 냈다. 운전사들은 다음 달 1일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월급과 퇴직금이 줄어들 것이란 걱정에 미리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월급이 많게는 80만 원 줄어들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 퇴직금마저 줄기 전에 미리 사표를 내겠다는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노선버스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17일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주 68시간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해선 전국적으로 운전사 8854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신규 채용은커녕 기존 인력조차 빠져나가면서 ‘버스 대란’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노선버스 회사들은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다음 달부터 주 68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인 뒤 1년 뒤인 내년 7월부터는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이에 따른 혼란을 막고자 내년 6월 말까지는 탄력근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노사정 대책이 지난달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근로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강제적인 임금 인하다. 특히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시기별로 다르더라도 임금은 매달 똑같이 줘야 한다는 규정을 영세한 버스회사 측이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경북과 전남 등 일부 버스노동조합은 실질임금이 줄면 파업을 벌일 태세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지원금을 통해 임금을 보전할 계획이지만 신청 시점의 근로자 수가 석 달 전보다 순증하는 업체만 대상이다. 버스업계는 “신규 채용을 해도 운전사 수를 늘리기는 힘들다”고 걱정한다. 문제가 되는 곳은 버스업계만이 아니다. 계절적으로 일이 몰릴 수밖에 없는 건설, 빙과, 음료업계 등은 현행 탄력근로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 3개월 단위로만 운용할 수 있어 계절적으로 일이 몰리는 사업장은 대책이 없기 때문에 최대 1년까지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경영계는 2013년부터 탄력근로제의 확대 적용을 요구해 왔지만 국회는 5년간 이 문제를 검토하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올해 2월에 주 52시간 법안을 통과시켰다. 휴일수당을 200% 줄 것인지, 150%만 줄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여야 입장이 갈렸고 2022년 12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준비 부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고용부는 뒤늦게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올해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성휘 yolo@donga.com·유성열 기자}

경북도는 15일 구미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관할 시군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가졌다. 도내 시외·시내버스회사 34곳의 노사 임금협상이 모두 결렬됐기 때문이다. 개별노조의 상급단체인 경북지역자동차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는 등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노조 관계자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통 연 4% 인상 요구를 내걸었는데 올해는 15% 인상을 요구했다. 새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임금이 주는 것에 미리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와 국회가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나누겠다며 도입한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버스업계에서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고속버스, 시외·시내버스, 농어촌버스 등 노선버스 업체 중 버스 준공영제나 하루 2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 전국 약 500개 사업장(마을버스 포함)이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주 68시간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전국 특별·광역시(울산 제외)와 제주 시내버스, 경기도 광역버스 일부가 준공영제로 운영 중이며 충북 청주, 경남 창원, 전북 전주 등의 일부 업체는 1일 2교대 제도를 실시 중이다. 노선버스 운전사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탄력근로제로 인해 되레 삶의 질이 망가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금의 경우 탄력근로제로 첫 달 근무시간이 늘고 둘째 달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규모가 영세한 사업자들이 둘째 달 월급을 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고양시 명성운수 소속 운전사는 “현재 290만 원 수준인 월급이 최대 210만 원까지 줄어들 수 있고 내년 7월 주 52시간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월급은 더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강원지역 운수업체 관계자는 “배차를 펑크 내 지자체에 밉보이면 지자체 지원금이 줄어든다. 차라리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내는 게 낫다”고 했다. 전체 근로시간과 임금만 줄어들 뿐 하루 17시간 이상 한 번에 몰아서 운전하는 고된 노동여건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명분으로 내세운 일자리 나눔도 현재로선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원여객 관계자는 “기존 운전사들도 퇴직금이 줄까 봐 그만두는 판국에 신규 채용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 달 동안 운전사 300여 명 중 약 30명이 그만뒀다. 강원의 또 다른 노선버스 업체 관계자는 “KTX(고속철도)가 뚫리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난 데다 기존 인력 이탈도 심해 추가 고용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노선 감축 및 운행 횟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성병찬 경북자동차노조 사무국장은 “임금체계 개편이나 일자리 감소에 대한 마땅한 지원책이 없어 7월 1일 이후 전국적인 버스 대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노동시간이 같으면 임금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고용지원금제도를 활용해 신규 채용 1인당 10만∼4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전자적 근로시간 관리시스템 도입 △최저임금의 110% 이상 보장 △신청 시점의 근로자 수가 3개월 전보다 순증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대부분 버스업체가 영세해 손으로 적어가며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고 전체 근로자 수도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처음 발표된 2월 이후 미리 채용을 늘린 업체들은 ‘신청 시점 3개월 전’ 규정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생긴다며 불만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버스 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만 바라보고 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노사 협의가 잘 이뤄지기만 바랄 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했다.고용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전자근로관리 시스템이 없거나 최저임금의 110%를 주지 못해도 일자리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3개월 근로자 순증 요건은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위성수 전국자동차노조 부장은 “정부가 월급을 보전해주는 것보다 기본급 인상 등 임금체계 개편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의 한 노선버스회사 대표는 “임금체계 개편 없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운전사 1인당 40만∼50만 원 정도 월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자동차노조도 이달 중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강성휘 yolo@donga.com·유성열·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