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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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문화 일반51%
인사일반20%
문학/출판10%
기획7%
무용3%
사고3%
칼럼3%
기타3%
  • [책의 향기]장르 경계 넘어 손 내미는 다섯 이야기

    스마트폰 게임 ‘볼볼볼’의 규칙은 간단하다. 화면에서 수많은 볼이 쏟아진다. 게이머는 볼들을 무작위로 터치한다. 볼의 생김새는 모두 같다. 하지만 이들은 터치하면 비눗방울처럼 터지며 사라지는 ‘행운의 볼’과 하늘에서 물벼락과 불벼락이 쏟아지는 ‘불운의 볼’로 나뉜다. 어떤 볼을 선택할지, 확률은 5 대 5. 29세 여성 효주는 이 게임에서 1만6000회 연속으로 ‘행운의 볼’만 터치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효주를 찾아온 남성은 효주가 ‘예지’ 능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효주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예지자들을 만나고 생각이 바뀐다. 효주는 남성을 따라 미래의 재앙을 막는 인공지능(AI) 개발에 참여한다. 과연 효주는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우다영은 중편 ‘긴 예지’에서 초자연적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예지 개념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어떤 개는 주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에 위험을 감지해 주인을 눕히고, 철새들이 악천후를 예상하고 미리 움직이듯 인간이 기술을 만나면 앞날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 예지를 과학계 화두인 AI로 다뤘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은 공상과학(SF) 소설 5편을 모은 중·단편 소설집이다. 작가 5명이 아직 발표하지 않은 장편소설의 세계관을 공유하되 담긴 이야기는 다른 ‘프리퀄’이다. 작가들 모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젊은 작가들이 모여선지 기존 SF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다. 조예은의 단편 ‘돌아오는 호수에서’는 신비로운 호수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연구자들이 호수에 버린 폐기물 때문에 생겨난 괴물이 마을을 습격하는 모습은 윤리가 사라진 과학이 만든 참혹함을 상상하게 한다. 문보영의 단편 ‘슬프지 않은 기억칩’은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지 않는 AI 로봇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음대로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을 지우는 인간이 AI 로봇을 상대로 기억을 지우는 일은 합당한가. 심너울의 단편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는 지구에 운석이 충돌한 뒤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막강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활용해 대중을 지배하려는 지도자를 보여 준다. 과연 인간은 새로운 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박서련의 단편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은 우주 관광이 상용화된 미래, 외계인에게 호감을 지니게 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없다지만 행성과 종족까지 초월할 수 있을까. 저자에 젊은작가상(박서련), 김수영문학상(문보영)을 수상한 순수문학 작가들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우다영 문보영은 SF 소설을 쓰는 게 처음이라고 한다. 허블 출판사는 이 소설집을 시작으로 SF가 장르문학이라는 틀을 깨는 ‘초월 시리즈’를 시작한다. SF의 경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궁금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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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로 다룬 초자연적 현상…SF 경계 넘어서는 MZ세대 작가들

    스마트폰 게임 ‘볼볼볼’의 규칙은 간단하다. 화면에서 수많은 볼이 쏟아진다. 게이머는 볼들을 무작위로 터치한다. 볼의 생김새는 모두 같다. 하지만 이들은 터치하면 비눗방울처럼 터지며 사라지는 ‘행운의 볼’과 하늘에서 물벼락과 불벼락이 쏟아지는 ‘불운의 볼’로 나뉜다. 어떤 볼을 선택할지, 확률은 5 대 5. 29세 여성 효주는 이 게임에서 1만6000회 연속으로 ‘행운의 볼’만 터치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걸까. 효주를 찾아온 남성은 효주가 ‘예지’ 능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효주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예지자들을 만나고 생각이 바뀐다. 효주는 남성을 따라 미래의 재앙을 막는 인공지능(AI) 개발에 참여한다. 과연 효주는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우다영은 중편 ‘긴 예지’에서 초자연적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예지 개념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어떤 개는 주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 위험을 감지해 주인을 눕히고, 철새들이 악천후를 예상하고 미리 움직이듯 인간이 기술을 만나면 앞날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 예지를 과학계 화두인 AI로 다뤘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은 공상과학(SF) 소설 5편을 모은 중·단편 소설집이다. 5명의 작가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장편소설의 세계관을 공유하되 담긴 이야기는 다른 ‘프리퀄’이다. 작가들 모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젊은 작가들이 모여선지 기존 SF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다. 조예은의 단편 ‘돌아오는 호수에서’는 신비로운 호수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연구자들이 호수에 버린 폐기물 때문에 생겨난 괴물이 마을을 습격하는 모습은 윤리가 사라진 과학이 만든 참혹함을 상상하게 한다. 문보영의 단편 ‘슬프지 않은 기억칩’은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지 않는 AI 로봇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음대로 컴퓨터에서 저장된 기록을 지우는 인간이 AI 로봇을 상대로 기억을 지우는 일은 합당한가. 심너울의 단편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는 지구에 운석이 충돌한 뒤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막강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활용해 대중을 지배하려는 지도자를 보여준다. 과연 인간은 새로운 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박서련의 단편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은 우주관광이 상용화된 미래, 외계인에게 호감을 지니게 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없다지만, 행성과 종족까지 초월할 수 있을까. 저자에 젊은작가상(박서련), 김수영문학상(문다영)을 수상한 순수문학 작가들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우다영 문보영은 SF 소설을 쓰는 게 처음이라고 한다. 허블 출판사는 이 소설집을 시작으로 SF가 장르문학이라는 틀을 깨는 ‘초월 시리즈’를 시작한다. SF의 경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궁금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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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라 ‘저주토끼’,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라

    작가 정보라(46)가 단편소설집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상의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작품을 쓴 한국 작가는 한강(52)에 이어 정 작가가 두 번째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7일(현지 시간) 부커상 운영위원회는 ‘저주토끼’를 포함해 6편의 최종 후보작을 발표했다. 정 작가와 함께 1차 후보에 오른 박상영(34)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은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저주토끼’는 저주, 괴물, 유령 등을 소재로 기괴하고 섬뜩한 상상을 펼친 10개 단편을 담았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 이야기한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한 정 작가는 미국 예일대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대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여성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르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의 장르문학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저주토끼’를 번역한 허정범(41·안톤 허)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후보에 오른다. 허 번역가는 “생일인 7일 기적이 벌어졌다”며 기뻐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한강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수상자는 다음 달 26일 발표한다. 상금 5만 파운드(약 8000만 원)는 작가와 번역가가 반반씩 가진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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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출판계 휩쓰는 K문학… 손원평, 또 서점대상

    손원평(사진)의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이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 선정됐다. 2020년 장편소설 ‘아몬드’(창비)에 이어 2년 만에 손원평이 일본 출판계의 권위 있는 상을 다시 받은 것이다. 2004년 만들어진 일본 서점대상은 서점 직원들이 독자 반응을 감안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서점대상, 발굴 부문, 번역소설 부문, 논픽션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번역소설 부문에 아시아 소설이 선정된 건 ‘아몬드’가 처음이었다. 손원평은 6일 수상 소감을 통해 “‘서른의 반격’을 쓸 당시 몹시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었다”며 “제가 하는 일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졌고 때로는 억울함이 밀려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순간을 잊지 않고 겸허하게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이 세계를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전 세계에도 당시 저와 비슷한 심정으로 분투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른의 반격’은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태어난 30세 비정규직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권위 의식, 위선, 착취 구조 속에서 현재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그린다.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일본 유명 작가들의 소설을 출간한 쇼덴샤 출판사를 통해 지난해 8월 일본에 소개됐다. 중국과 대만에도 번역 출간됐고 조만간 태국에도 번역서가 나올 예정이다. 손원평이 2020년 9월 발표한 장편소설 ‘프리즘’(은행나무)도 올 상반기 일본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한 해 걸러 다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건 손원평 문학이 독자들과 생생하고 꾸준하게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얘기”라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한국 문학이 일본 출판계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11월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K-BOOK 페스티벌 2021’이 일본 전국 51개 서점과 온라인에서 열려 성황을 이뤘다. ‘아몬드’는 10만 부,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15만 부가 일본에서 각각 팔렸다. 한일 여성의 우정을 다룬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문학동네)와 정세랑의 연작소설집 ‘피프티 피플’(창비)도 일본 출판계에서 반응이 좋다. 현재는 일본에 한국 소설과 에세이가 주로 소개되고 있지만 시, 인문, 논픽션으로 분야가 차츰 확장되는 양상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최근 젊은 작가들이 동아시아 독자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뤄 일본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드라마, 영화, 웹툰 등 한국 콘텐츠가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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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의 어둠 속에서 희망 찾아내… 영랑시문학상에 나희덕 ‘가능주의자’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9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나희덕 시인(56·사진)의 시집 ‘가능주의자’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유자효, 윤효, 이문재 시인은 최종 후보작 5개 중 나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수상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둠을 파고든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마침내 가장 두려운 신이 되었다//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툭툭 쓰러지는 위력 때문에/인간이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은 존재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시 ‘어떤 부활절’ 중)라고 쓴 시구가 대표적이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에 나타난 나 시인의 ‘시적 전환’에 주목했다. 감정에 천착한 서정시를 주로 써온 그가 이번에는 팬데믹 현실을 직시하는 시를 썼다는 것. 심사위원들은 “나 시인은 ‘지금 여기의 문제 상황’에 바짝 다가가 절실하고 긴급한 언어를 토해낸다”며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위기에 주목하고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강력하게 환기시킨다”고 평가했다. 나 시인은 혼란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큰 빛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반딧불이처럼 깜빡이며/우리가 닿지 못한 빛과 어둠에 대해/그 어긋남에 대해/말라가는 잉크로나마 써나가려 합니다’(시 ‘가능주의자’ 중) 시구에는 작가의 이런 의지가 담겨 있다. 심사위원들은 “불가능성에서 가능성을 찾아내 그것을 독자에게 제출하는 게 시의 존재 이유”라며 “우리의 꿈과 희망을 가로막는 불가능성을 가능성으로 전환시킬 때 미래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나 시인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10대 시절에 외운 영랑의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를 80대인 지금까지 암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가 지닌 리듬의 힘을 새삼 느꼈다”며 “이번 수상이 산문적 현실과 맞서 싸우며 잃어버린 시적 리듬을 회복하라는 주문이라고 여겨졌다”고 밝혔다. 영랑 김윤식이 1930년 발표한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는 시인의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강물에 비유한 작품이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나 시인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국문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돼 등단했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등 총 9권을 펴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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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면 마주쳤을지 몰라 도시는 그런 공간이니까[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약 10년 전 박상영(34)과 한 대학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같이 들으며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그가 등단하기 전이기 때문에 소설은 정식 작품이 아닌 연습용으로 지은 습작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엔 독특한 기이함(?)이 묻어있어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박상영의 소설 주인공은 속으론 슬퍼하면서도 겉으론 무심했다. 자신을 옭아매는 사회적 규범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안에서 고통스러워했다. ‘감정’에 대해 끝까지 파고드는 작품이라 그랬을까. 길을 걷다 문득 그 작품이 생각나 걸음을 멈춘 적이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2016년 등단한 소설가 박상영의 중·단편소설 4편을 엮은 연작소설집이다. 30대 초반의 남자 주인공이 좌충우돌하며 삶과 사랑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 역시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묘미다. 소설은 청춘의 사랑과 이별의 행로를 유머러스하고 경쾌하게 그려낸다. 사랑에 대해 밀도 높게 성찰하는 문장도 매력적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남김없이 쥐어짜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쩐지 씁쓸하고 울고 싶어진다. 박상영이 그리는 감정에 대해 누군가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주인공이 퀴어라 주인공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퀴어만 느낄 수 있다고 말이다. 어떤 이는 주인공의 이름이 ‘영’이라는 이유로 소설이 박상영의 자전적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상영이 쓴 감정은 도시에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들이다. 타인에게 내 속마음을 숨겨야 하는 슬픔, 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해 겪는 좌절감, 사랑조차도 세련되게 해야 한다는 강박감…. 박상영도 책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에 대해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총망라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도시의 삶은 해외도 비슷해서일까. 영미권의 반응이 뜨겁다. 한국 출간 전에 이미 영국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와 출간 계약이 이뤄졌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운영하는 출판사다. 미국에서 작품이 출간된 뒤 박상영은 미국 출판전문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주목할 만한 작가로 선정됐다. 지난달 10일 발표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정보라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아작)와 함께 이 책이 포함됐다. 최종 후보는 이달 7일 발표한다. 그동안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가 된 한국 작가는 한강이 유일한 만큼 출판계에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서울의 눈부신 밤과 그 후의 흐릿한 아침을 그린 감동적인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영이 적어낸 감정의 밀도가 한국을 넘어 더 많은 국가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기대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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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은 나이들어도 시는 늙지 않잖아요” 2030들, 老작가의 서정에 푹 빠져들다

    “나태주 시인을 꼭 뵙고 싶습니다.” 최근 출판사 열림원엔 20, 30대 독자들의 이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열림원은 올 1월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에 나태주 시인(77)의 산문을 얹은 에세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포함해 나 시인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했다. 김현정 열림원 주간은 “나 시인은 시를 쉽게 쓰기에 기존 중장년 독자뿐 아니라 젊은 독자들도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며 “나 시인을 만나거나 통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는 젊은 독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밀레니엄+Z세대)가 70대 이상 노년층 시인들의 새로운 독자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시인들이 내놓은 현학적인 시에서 공감을 얻기 어려워지자 MZ세대는 연배가 높은 시인들의 작품을 찾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나 시인이 올 2월 펴낸 시집 ‘한 사람을 사랑하여’(홍성사)는 20, 30대 독자 비율이 38.4%에 달한다. 특히 올 1월 아이돌 그룹 출신의 배우 유라와 함께 에세이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북폴리오)을 펴내는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나 시인의 새로운 도전이 인정받는 분위기다. 박혜란 홍성사 편집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 시인의 시를 읽은 20, 30대 독자들은 작가가 77세 희수(喜壽)의 시인이 아니라 동년배라 착각할 정도로 그의 시는 늙지 않았다”고 했다. 올 2월 개정판으로 출간된 최승자 시인(70)의 시집 ‘연인들’(문학동네)을 구입한 독자 가운데 20, 30대는 58.7%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개정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최 시인의 에세이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난다) ‘어떤 나무들은’(난다) 역시 20, 30대 독자가 절반 이상이다. 김민정 난다 대표는 “젊은 독자가 최 시인을 좋아하는 건 고통, 죽음처럼 난해한 주제도 간결하고 솔직하게 풀어놓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15일 출간된 고 이어령 문화부 장관의 유고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열림원)는 부녀의 이야기를 다뤄 “부모님과 함께 읽으려 샀다”는 MZ세대 독자들이 적지 않다. 출판계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최 시인의 작품은 40대 이상 독자들이 주로 찾았기에 젊은층이 볼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한데 20, 30대 독자들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노년층 문인들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쉽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해 젊은층을 새로운 독자로 유입시키고 있다”며 “자신의 마음을 울리는지에 따라 시를 판단하는 M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젊은 시인들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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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박하지만 성공한 덕후’… 그래서 하루키에 ‘덕질’한다

    마라톤, 수영, 맥주, 야구, 재즈, 티셔츠…. 에세이를 통해 ‘덕후’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드러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3)가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소장 중인 클래식 LP를 예찬하는 에세이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문학동네)를 통해서다. 책은 23일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6위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지난해 5월 자신이 소장한 티셔츠를 주제로 한 에세이 ‘무라카미 T’(비채)로 서점가를 휩쓴 뒤 10개월 만에 덕후 하루키의 힘을 증명한 것. 하루키는 에세이를 통해 덕후의 면모를 한껏 보여준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2020년·문학사상)에선 위스키에 대한 예찬을 펼친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2006년·문학사상)와 ‘포트레이트 인 재즈’(2013년·문학사상)는 재즈 찬양기다. 그리스, 이탈리아 로마에서 3년을 보낸 이야기를 담은 ‘먼 북소리’(2004년·문학사상)엔 여행자의 모습이 담겼고, ‘장수 고양이의 비밀’(2019년·문학동네)에선 고양이 사랑이 느껴진다. 왜 독자들은 하루키의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에 끌릴까. 하루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비교적 소박한 취미를 즐기는 모습에 독자들이 매료됐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게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달리기다. 에세이 ‘아무튼, 하루키’(2020년·제철소)를 쓴 번역가 이지수 씨는 “하루키의 취미 대부분은 많은 돈이 들지 않는 것들이라 독자들이 친숙함을 느낀다”고 했다. 하루키가 ‘성덕’(성공한 덕후)인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위대한 개츠비’ 등 매료된 작품을 번역하는 모습에서 보상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향한 순수한 즐거움이 느껴진다는 것. 취미의 종류도 많아 특정 분야별로 관심 있는 독자들을 폭넓게 사로잡는다. 각각의 취미에 대한 깊이가 만만치 않은 것도 특징이다. ‘오래되고…’를 포함해 하루키 책을 다수 번역한 홍은주 씨는 “하루키는 수십 년째 조용히 자신의 취향에 집중해 온 덕질 선구자”라며 “하루키의 여러 취미 생활에 탄탄한 내공이 담긴 것도 그가 덕질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자들은 소설 속에서 하루키와 일종의 ‘숨바꼭질’을 벌이기도 한다. “술은 모든 음식물 가운데 가장 흥이 나는 축제와 같다”(‘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위스키를 따르는 소리는 가까운 사람이 마음을 여는 듯한 소리”(‘기사단장 죽이기’)라는 대사는 하루키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 씨는 “하루키의 소설에서 취미 생활이란 게임 개발자가 게임 속에 ‘재미’로 몰래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뜻하는 ‘이스터에그’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전 5권·2013년)를 포함해 하루키의 여러 작품을 번역한 김난주 씨는 “하루키는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문학적으로 드러내기에 독자들은 그의 취향을 파고들게 된다”고 했다. 이 씨는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주인공과 하루키를 유사하다고 여긴다”며 “하루키의 다양한 취미가 에세이와 소설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져 독자들이 퍼즐 맞추듯 이를 파악하는 재미도 크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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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동북공정 맞서려면 고구려史 먼저 알아야”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해선 먼저 고구려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양만춘(楊萬春·출생 및 사망 연도 미상)처럼 고구려를 대표하는 인물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대하소설 ‘황금삼족오’(전 5권·나남)를 펴낸 김풍길 씨(82·사진)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645년 제1차 여당전쟁에서 당나라 태종에 맞선 안시성 성주 양만춘 장군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건 고구려 역사를 기록해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설 수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는 것.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은행을 다니다 한국금융연수원 법률교수가 된 그는 2000년 은퇴했다. 이후 도서관에서 고구려의 역사책을 탐독하다 양만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중국과 일본의 역사서를 모두 찾아 읽었지만 정확하지 않은 기록이 많아 한계를 느꼈다. “역사적으로 찾아내지 못한 양만춘의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대중역사서가 아닌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어요. 양만춘은 안시성 성주였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인물이라 자유롭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구려의 영광도 조명하고 싶었고요.” 소설은 양만춘이 구국영웅으로 성장한 뒤 당 태종과 고구려의 명운을 걸고 결투를 벌이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린다. 고구려의 옛 땅에서 말 타고 활 쏘며 백성을 지키는 양만춘의 숨결이 생생한 문체를 통해 되살아난다. 소설을 집필하는 데는 2003년부터 20년 가까이 걸렸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매일 6∼10시간씩 썼는데 우여곡절이야 많았죠.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알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어요. 다민족을 끌어안고 통치한 고구려를 재현하려 한 양만춘의 시도가 젊은 사람들 가슴에 자긍심을 심어 줬으면 좋겠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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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낯선 이국의 여행지에서 ‘나’를 마주하다

    어느 해 8월 미혼의 젊은 여성인 ‘나’는 엄마, 외삼촌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일본 온천마을 유후인. 여행에서 나는 외삼촌과 조금씩 친해진다. 일본어를 잘하고, 호텔에서 일할 때 손님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당한 일을 잊지 못하며, 밤에 눈감는 일을 무서워하는 외삼촌의 모습을 점차 알게 된다. 2년 뒤 외삼촌은 세상을 떠났고 주인공은 가끔 여행을 추억한다. 그의 기일이면 생전 좋아했던, 소금물에 살짝 데친 풋콩을 제사상에 올리고 묵념한다.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 여행이 없었다면 자신과 전혀 달랐던 외삼촌을 영영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김금희의 단편소설 ‘모리와 무라’의 줄거리다. 이 책은 7명의 작가가 여행을 주제로 쓴 7개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작품들은 모두 여행자가 탐낼 만한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작가들은 여행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대신 여행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낯선 곳에서 주인공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울지언정 타인과 자신에 대한 이해를 얻는다. 윤고은의 ‘콜럼버스의 뼈’에서 주인공 여성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스페인 세비야로 떠난다. 양부모 아래에서 자란 그가 열흘간 휴가를 얻어 이곳까지 온 건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다. 오후에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 때 거리를 헤매던 그가 마주친 이는 아버지가 아닌 스페인의 다섯 남매다. 어머니는 같지만 각자 아버지가 다른 이들을 보며 주인공은 핏줄이란 무엇인지, 왜 자신이 아버지를 찾아다니는지 고민한다. 여행의 추억 중 하나는 외국에서 만나는 인연이다. 김애란의 ‘숲속 작은 집’에서 여성 디자이너는 물가 수준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이름 모를 해외 도시로 떠난다. 그곳에서 자신의 숙소를 매일 치워주는 또래 여성 메이드와 그의 10대 딸을 만난다. 주인공은 메이드에게 팁을 줘야 할지, 그를 너무 부려 먹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하지만 메이드의 딸은 주인공을 우연히 만난 좋은 인연으로 생각하며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여행은 일상에 지친 우리를 다시금 꿈꾸게 만들기도 한다. 장류진의 ‘탐페레 공항’에서 여성 주인공은 6년 전 비행기 경유차 잠시 머문 핀란드 탐페레 공항을 추억한다. 공항에서 핀란드 할아버지를 우연히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다. 주인공은 왜 자신이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게 됐는지, 어떤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은지 신나게 말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주인공은 안정된 보수를 주는 회사에 다니며 꿈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과거를 떠올리던 주인공은 다시 PD의 꿈을 좇기로 마음먹는다. 이 밖에 기준영의 ‘망아지 제이슨’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는 성스러운 신들의 고향 인도 바라나시로, 천선란의 ‘사막으로’는 모래폭풍이 부는 사막으로 우리를 각각 데려간다. 여행지에서 우리가 만나는 건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빌딩도, 갠지스강의 이국적 풍경도,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도 아니다. 나는 무얼 위해 살아가는지, 어떻게 꿈꿀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나를 마주하는 과정, 그것이 여행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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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아동문학, 다양한 주제 깊게 다뤄… 美-유럽 100년 성과 따라잡아

    “유럽과 영미 아동문학이 100년 동안 쌓은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아 이젠 해외 서점 아동문학 상위권을 한국 작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지은 비룡소 편집주간은 22일 이렇게 말했다. 번역 문턱이 높은 성인 문학, 영미권 중심인 인문 과학 등 학술 분야 도서와 달리 한국 아동문학이 해외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박 주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작품들을 수입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며 “책의 내용, 그림 수준 등 어느 것도 뒤처지지 않게 한국 아동문학이 발전한 덕이다”고 했다. 이수지 작가(48)의 안데르센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국 아동문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아동 분야 도서저작권 수출은 2019년 1158건으로 2017년(565건)에 비해 2배로 늘었다. 2020, 2021년 현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출판계에서는 수출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을 수상한 이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2021년·비룡소)는 중국,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모두 5개 국가 출판사와 판권 계약이 체결됐다. 세계에서 한국 아동문학이 인기를 끄는 건 교육열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질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2018, 2019년 도서저작권 수출에서 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39.7%로 문학책(13.3%)의 3배 가까이 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성인 문학과 달리 아동 문학은 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에 유리하다”며 “이야기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룬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해외에선 잇달아 한국 작가들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림책 ‘구름빵’(2004년·한솔교육)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는 2020년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았다. 지난해 이명애 작가는 ‘내일은 맑겠습니다’(2020년·문학동네)로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황금사과상을, 이지은 작가는 ‘이파라파 냐무냐무’(2020년·사계절)로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유아 그림책 부문을 받았다. BIB와 라가치상은 안데르센상과 함께 세계 3대 그림책상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한국 아동문학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내용이 깊고,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에 뽑힌 최덕규 작가의 그림책 ‘커다란 손’(2020년·윤에디션)은 나이 든 아버지와 갓난아기인 아들을 함께 돌보는 중년남성이 주인공이다. 2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볼로냐국제도서전에 참가하고 있는 최 작가는 “해외 출판사들이 판권 계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그림책이지만 해외에선 성인들이 읽을 작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문학이 세계로 더 많이 뻗어나가기 위해선 유명 작가뿐 아니라 신인 작가를 키우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그림책 제작에는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려 유명하지 않은 작가는 생활고 때문에 작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과 창작 공간을 비롯해 해외 출판사용 포트폴리오 제작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다각도로 나서 척박한 창작 환경을 개선해야 한국 아동문학이 더 크고 다양하게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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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지, 韓작가 첫 안데르센상…“연극무대 같은 그림책, 미학적 혁신”

    그림책 작가 이수지(48·사진)가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했다. 아동문학상 중 세계 최고 권위를 지녀 ‘어린이책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 작가가 받은 건 처음이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는 2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최종 후보 6명 중 이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매우 영광스럽다. 한국 아동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 이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작은 ‘파도야 놀자’, ‘거울 속으로’ 등이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리기 위해 1956년 제정됐다. 역대 수상자는 ‘삐삐롱 스타킹’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고릴라’의 앤서니 브라운 등이다.‘파도야 놀자’ 등 3부작 대표적“제본선 경계로 현실-환상 오가”일러스트 부문 수상은 亞 38년만李 “무국적 그림, 높이 평가한듯” “책의 물리적 중심인 제본선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사용해 독특한 상상력을 펼친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는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인 이수지 작가(48)의 작품 세계를 21일(현지 시간) 이렇게 평가했다. ‘경계 그림책 3부작’으로 불리는 ‘파도야 놀자’(2009년), ‘거울 속으로’(〃), ‘그림자놀이’(2010년)는 제본선을 놀라운 방식으로 활용했다. 제본선은 ‘파도야 놀자’에서는 바다와 모래사장을, ‘거울 속으로’에서는 현실과 거울을, ‘그림자놀이’에서는 실체와 그림자를 각각 나눈다. IBBY는 글을 최소화하고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독특하고 문학적이며 미학적인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작가가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한 건 1984년 일본 작가 안노 미쓰마사(1926∼2020) 이후 38년 만이다. 이 작가는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고전을 재해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2002년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간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작가는 21일 “내 그림책의 주인공을 한국 독자들은 한국 아이로, 미국 독자들은 미국 아이로 생각한다”며 “무국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도 의미 있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서양학과 재학 시절 북 아트에 빠진 이 작가는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에서 북 아트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북 아트는 책을 지그재그로 접어 병풍처럼 펼치게 하는 등 책의 물성(物性)을 예술적으로 극대화한 장르다. 이 작가는 “일반인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책을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 때문에 북 아트에 끌렸다”며 “책의 물성을 이용하는 법을 배운 게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이 작가는 그림책을 연극 무대처럼 활용한다”며 “그의 실험적인 작품 세계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가수 루시드폴의 동명 노래를 바탕으로 이 작가가 만든 그림책 ‘물이 되는 꿈’(2020년)은 파란 수채 물감으로 맑게 그린 그림들을 하나로 이어 붙여 아코디언처럼 펼쳐지게 했다. 길이가 5.7m에 달한다. 올해 2월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을 수상한 그림책 ‘여름이 온다’(2021년)는 물풍선 놀이를 색종이와 색 스프레이로, 악보와 쏟아지는 물을 색 테이프와 스티커로, 하늘로 치솟는 물줄기를 색실에 물감을 묻혀 각각 표현했다. 박지은 비룡소 편집주간은 “그림책은 글 없이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라며 “이 작가는 그림책만이 도전할 수 있는 실험을 최대치로 시도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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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지, 韓작가 최초 ‘아동문학 노벨상’ 안데르센상 수상

    그림책 작가 이수지(48·사진)가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했다. 아동문학상 중 세계 최고 권위를 지녀 ‘어린이책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 작가가 받은 건 처음이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는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최종 후보 6명 중 이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매우 영광스럽다. 한국 아동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 이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작은 ‘파도야 놀자’, ‘거울 속으로’ 등이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리기 위해 1956년 제정됐다. 역대 수상자는 ‘삐삐롱 스타킹’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고릴라’의 앤서니 브라운 등이다.‘물성’과 ‘글 없음’의 미학에 천착한 이수지 작가 “책의 물리적 중심인 제본선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사용해 독특한 상상력을 펼친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는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인 이수지 작가(48)의 작품 세계를 21일(현지 시간) 이렇게 평가했다. ‘경계 그림책 3부작’으로 불리는 ‘파도야 놀자’(2009년), ‘거울 속으로’(〃), ‘그림자놀이’(2010년)는 제본선을 놀라운 방식으로 활용했다. 제본선은 ‘파도야 놀자’에서는 바다와 모래사장을, ‘거울 속으로’에서는 현실과 거울을, ‘그림자놀이’에서는 실체와 그림자를 각각 나눈다. IBBY는 글을 최소화하고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독특하고 문학적이며 미학적인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작가가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한 건 1984년 일본 작가 안노 미쓰마사(1926~2020) 이후 38년 만이다. 이 작가는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고전을 재해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2002년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간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작가는 21일 “내 그림책의 주인공을 한국 독자들은 한국 아이로, 미국 독자들은 미국 아이로 생각한다”며 “무국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도 의미 있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서양학과 재학 시절 북 아트에 빠진 이 작가는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에서 북 아트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북 아트는 책을 지그재그로 접어 병풍처럼 펼치게 하는 등 책의 물성(物性)을 예술적으로 극대화한 장르다. 이 작가는 “일반인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책을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 때문에 북 아트에 끌렸다”며 “책의 물성을 이용하는 법을 배운 게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이 작가는 그림책을 연극 무대처럼 활용한다”며 “그의 실험적인 작품 세계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가수 루시드폴의 동명 노래를 바탕으로 이 작가가 만든 그림책 ‘물이 되는 꿈’(2020년)은 파란 수채 물감으로 맑게 그린 그림들을 하나로 이어 붙여 아코디언처럼 펼쳐지게 했다. 길이가 5.7m에 달한다. 올해 2월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을 수상한 그림책 ‘여름이 온다’(2021년)는 물풍선 놀이를 색종이와 색 스프레이로, 악보와 쏟아지는 물을 색 테이프와 스티커로, 하늘로 치솟는 물줄기를 색실에 물감을 묻혀 각각 표현했다. 박지은 비룡소 편집주간은 “그림책은 글 없이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라며 “이 작가는 그림책만이 도전할 수 있는 실험을 최대치로 시도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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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먼저 보낸 아버지의 응어리진 죄책감 조각[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생전에 만난 건 두 차례였다. 지난해 12월엔 문화창조자로서 그의 삶과 젊은 세대에 대한 조언을, 올 1월엔 성큼 다가온 병과 고통을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딸 이민아 목사(1959∼2012)에 대해선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런데 고인이 작고한 뒤 세상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건 부녀(父女)의 인연이었다. 딸의 10주기를 앞두고 세상을 떠난 고인의 마음이 어땠을까 추측해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고인은 세간의 호기심을 다 알고 있었던 것만 같다. 세상을 떠난 뒤 처음으로 출간된 책에 딸을 위한 시들을 담았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이어령의 유고시집’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가 생전에 구술하거나 집필한 시가 실려 있지만 그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쓴 딸에 대한 반성문은 유언처럼 읽힌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네가 혼자 긴 겨울밤을 그리도 아파하는데/나는 코를 골며 잤나보다//내 살을 내 뼈를 나눠준 몸이라 하지만/어떻게 하나 허파에 물이 차 답답하다는데/한 호흡의 입김도 널 위해 나눠줄 수 없으니”(시 ‘살아 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 중) 그는 10년간 죄책감을 안고 살아온 것 같다. 그는 시에서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을 한 봉지 약만도 못한 것이라 부른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으로서 부단히도 연구하고 집필하던 시기에 가족에게 신경 쓰지 못한 아버지는 자식들 앞에서 죄인이다. 딸을 향해 고인은 “내가 살아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이 미안하다”며 슬퍼한다. 항상 마음이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던 가장은 딸이 떠난 뒤 시드는 꽃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여린 노인이 됐다. 고인은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누군가 울면/나도 따라 운다”(시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중)고 고백한다. 고인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혹시 너냐/그리워서 왔느냐/왜 문만 흔들고 가니”(시 ‘혹시 너인가 해서’ 중)라고 절규한다. “착신음이 들리면 혹시나 해서/황급히 호주머니에서/전화기를 꺼낸다”(시 ‘전화를 걸 수 없구나’ 중)는 문장에선 황망한 고인의 심정이 느껴진다. 생전 만났을 때 고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고 한다. 고인과 가까웠던 한 문인은 “그는 죽음을 기다린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고인은 시의 세계에서 딸이 생전 살았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헌팅턴비치로 떠나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의 마침표를 찍는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시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중)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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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지만 봐도 딱 알겠네… 베스트셀러 비결은 ‘그림’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노란 불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가게를 그린 책 표지 2점이 눈길을 끈다. 차분히 앉아 무언가를 쓰는 손님이 있는 서점 밖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의 풍경이 합쳐져 편안함을 준다. 비슷한 구도의 다른 표지에는 할머니가 편의점 파라솔 아래 앉아있고 직원이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장면이지만 색감이나 구도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 씨(31)가 그린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와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의 표지 그림이다. 출판계에서는 ‘힐링 소설’로 꼽히는 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그가 그린 표지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은 이달 첫째 주(2∼8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출간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같은 기간 교보문고 소설분야 2위에 올랐다. 반 씨는 “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한 색을 사용해 힐링 소설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며 “두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비슷한 표지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편집자는 “힐링 소설을 찾는 독자들은 표지를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 표지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책 내용과 소재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제작한 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을 표지로 사용한 흐름과 달라진 것. 1·2권 합쳐 10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도 꿈을 파는 백화점 자체를 묘사한 표지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4월 출간돼 25만 부가 팔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 표지는 가상의 도서관을 인포그래픽처럼 단순화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판사들은 명화 같은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책 내용에 맞춰 표지를 제작하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있다. 표지를 새로 제작하면 기존 그림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많게는 수백만 원가량 더 들지만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분위기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영상매체에 익숙한 독자들이 늘면서 표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출판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의 몸값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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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페미니즘 작가 솔닛 “여성몫 늘면 남성도 혜택”

    “너무 좌절하지 말고, 멈출 필요가 없다. 그동안 여성들이 이뤄온 진전에 주목하라.” 미국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61)은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즘이 나아간 길을 언급하며 희망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그가 8일 펴낸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창비) 출간에 맞춰 열렸다. 그는 여자는 잘 모른다는 걸 전제로 남자가 과하게 설명하는 ‘맨스플레인(man+explain)’을 지적한 인문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2015년·창비)로 유명하다. 그는 신간에 걸핏하면 길거리에서 성희롱을 당하던 그가 어떻게 페미니즘 작가로 성장했는지를 담았다. 신간은 자칫 자랑으로 흐를 법한 ‘라떼는(나 때는)’ 화법 대신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고백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그는 “여전히 여성들을 공격하고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난 5년이 아니라 50년을 보면 여성 인권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여전히 여성들을 상대로 공격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성주의적 생각과 사상들을 소멸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를 겪었지만 그 결과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부통령이 나왔다”며 “한국 여성주의자들이 계속해서 싸워나가면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남녀갈등과 관련해 화합을 주문했다. 그는 먼저 한국의 젊은 남성들을 향해 “광범위한 경제 불평등 문제를 여성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성의 몫이 늘어나면 남성의 몫이 줄어든다고 믿는 서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면 내가 누리는 자유도 늘어난다”며 “여성이 더 많은 권리를 갖게 되면 남성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게는 똑똑한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주문했다. 그는 “페미니즘은 남성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기존에 진입하지 못했던 영역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처벌만 강조하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를 벌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혁명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는 “나는 끔찍한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된 적은 없었지만 보통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위험과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왔다”며 “괴롭힘과 희롱을 당했고 이런 고통을 얘기할 때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물리적인 피해나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라면 안전한 게 아니냐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직접 피해가 없었더라도 피해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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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척 보면 딱…‘직관적 표지’ 소설에 끌려요

    “어둑한 밤길 한가운데 작은 가게에서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책 표지를 보세요.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힐링 소설’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지 않나요.”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 씨(31)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그린 그림을 책 표지로 쓴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데에 책 내용이 ‘힐링 소설’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린 표지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 씨는 “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한 색을 표지에 녹이고, 소설에 나오는 가게를 직접 그린 것을 독자들이 좋아해준 것 같다”며 “두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유사한 책 표지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계에서 직관적인 책 표지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소설책 표지는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표지만 보고도 책 내용과 소재를 바로 알 수 있는 그림이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은 교보문고 3월 첫째 주(3월 2~8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올 1월 출간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교보문고에서 같은 기간 소설 분야 2위를 차지했다. 1·2권이 합쳐 10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시리즈는 꿈을 파는 백화점을 직관적으로 그려낸 책 표지가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4월 출간돼 25만 부가 팔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은 가상의 도서관을 인포그래픽처럼 단순화해 표현한 표지가 흥행에 영향을 끼쳤다. 직관적인 표지가 인기를 끌자 기존 그림보단 책 내용에 맞춰 개별적으로 표지를 제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편집자는 “표지를 새로 제작하면 기존 그림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약 100만 원이 더 들지만 흥행을 위해 표지에 투자하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직관적인 영상 매체에 익숙한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표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출판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의 몸값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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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가 선물을?… “자신 돌아보고 이웃 배려하는 법 알게 했죠”

    6일 이해인 수녀(77)가 기자의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을 불쑥 보내왔다. 봄을 알리는 하얀색 매화 앞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가 머무는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해인글방에 봄이 와서일까. 평생 꽃을 노래한 희수(喜壽)의 시인은 “매화가 활짝 피었다”며 한 편의 시를 함께 보냈다.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고마운 봄’(시 ‘봄 일기’)이라는 자신의 시구에는 암 투병 중에도 “명랑하게 아프자”던 그의 희망찬 태도가 묻어났다. 이 수녀가 지난달 28일 펴낸 시집 ‘꽃잎 한 장처럼’(샘터)을 들고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그가 신작을 낸 건 2019년 11월 출간한 에세이 ‘그 사랑 놓치지 마라’(마음산책)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인글방에 머물며 2년 동안 쓴 시와 일기를 모았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에서 이달 첫째 주(4∼10일) 시 부문 3위에 올랐다. 독자 반응이 좋은 이유를 묻자 시인은 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줍게 답했다. “답답하고 힘들어서 제 시를 찾으신 것 같아요. 누군가와 만날 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수도 없는 시대에 저 역시 기댈 곳은 기도와 시밖에 없었죠. 개인이 아닌 사회를 위한 공동선이 무엇인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연대감이 주는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은 마음이 전달된 게 아닐까요.” 그는 신작에서 함께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팬데믹 시대를 버티기 위해선 서로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 단순한 진리지만 1968년 평생 수도자로 살 것을 서원한 후 54년간 삶을 성찰해 온 이가 건네는 위로는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그는 “외출을 못하는 대신 마음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웃을 배려하는 법을 배운 건 코로나가 내게 준 선물”이라며 “자신의 아픔과 슬픔은 하찮은 것에도 민감하면서 다른 사람의 큰 아픔에는 안일한 방관자로 살아온 세월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털어놓았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년·가톨릭출판사)를 시작으로 시집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2004년·분도출판사), 에세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2011년·샘터) 등에서 꽃에 천착해 온 그는 신작에서도 꽃을 들여다본다. “사랑과 우정/ 평화와 기도를/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만들자”(시 ‘고맙다는 말’)에선 희망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까지”(시 ‘꽃잎 한 장처럼’)에선 그리움이 어른거린다. 그는 “월간지 샘터에 함께 연재하던 법정 스님(1932∼2010)과 최인호 소설가(1945∼2013)에 이어 나보다 먼저 수도자가 된 친언니 수녀님도 2017년 세상을 떠났다”며 “언제든 쓰러질 수 있으니 내가 쓴 글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 때 하자는 마음에서 신작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암 발병 후 수십 번의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평생 1000편이 넘는 시를 쓰고도 펜대를 놓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몸이 아프다고 힘들어하기보다 노년이 주는 선물을 명랑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마음에 고여 있다 흘러나오는 제 글을 읽고 사람들이 희망을 얻는 일이 너무 행복해요. 힘이 닿는 한 계속 시를 쓰고 싶어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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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인 수녀 “노년이 주는 선물, 명랑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요”

    이해인 수녀(77)는 6일 휴대전화 메시지로 한 장의 사진을 불쑥 기자에게 보내왔다. 봄을 알리는 매화 앞에서 은은하게 미소 짓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가 머무는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해인글방에 봄이 다가와서일까. 평생 꽃을 노래한 희수(喜壽)의 시인은 “매화가 활짝 피었다”며 한 편의 시를 함께 보냈다.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고마운 봄”(이해인 시 ‘봄 일기’ 중)이라는 시구엔 암 투병 중에도 명랑하게 아프자고 말하던 그의 희망찬 태도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 수녀가 지난달 28일 시집 ‘꽃잎 한 장처럼’(샘터)으로 독자 곁에 돌아왔다. 그가 새로 쓴 글을 모아 신작을 낸 건 2019년 11월 출간된 에세이 ‘그 사랑 놓치지 마라’(마음산책) 이후 2년 3개월 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인글방 안에 머물며 2년 간 쓴 시와 일기를 모았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3월 첫째 주(3월 4~10일) 시 분야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이유를 묻자 그는 8일 통화에서 수줍게 답했다. “모두 답답하고 힘들어서 제 시를 찾은 것 같아요. 누군가와 만날 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수도 없는 시대에 저 역시 기댈 곳은 기도와 시밖에 없었죠. 개인이 아닌 사회를 위한 공동선이 무엇인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연대감이 주는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은 마음이 전달된 것 아닐까요.” 그는 신작에서 함께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팬데믹 시대를 버티기 위해선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 단순한 진리지만 1968년 수도서원(修道誓願·수도회에 들어가 수도자로 살 것을 다짐하는 일) 이후 54년 간 삶을 성찰해 온 수도자가 건네는 위로는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그는 “외출을 못 하는 대신 마음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웃을 배려하는 법을 배운 건 코로나19가 내게 준 선물”이라며 “자신의 아픔과 슬픔은 하찮은 것에도 민감하면서 다른 사람의 엄청난 아픔엔 안일한 방관자로 살아온 세월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곤 한다”고 고백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년·가톨릭출판사)를 시작으로 시집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2004년·분도출판사), 에세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2011년·샘터) 등에서 꽃에 천착한 그는 신작에서도 꽃을 들여다본다. “사랑과 우정/평화와 기도를/시들지 않는/꽃으로 만들자”(이해인 시 ‘고맙다는 말’ 중)에선 희망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까지”(이해인 시 ‘꽃잎 한 장처럼’ 중)에선 그리움이 어른거린다. 그는 “월간지 샘터에 함께 연재하던 법정스님(1932~2010), 최인호 소설가(1945~2013)도, 나보다 먼저 수도자가 된 친언니 수녀님도 2017년 세상을 떠났다”며 “신작을 낸 것도 언제든 쓰러질 수 있으니 내가 쓴 글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 때 하자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암 때문에 수십 번의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평생 1000편이 넘는 시를 쓰고도 펜대를 놓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답했다. “몸이 아프다고 힘들어하기보단 노년이 주는 선물을 명랑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마음에 고여 있다 흘러나오는 제 글을 읽고 사람들이 희망을 얻는 일이 너무 행복합니다. 힘이 닿는 한 계속 시를 쓰고 싶어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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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장한 웹툰, 굿즈 시장도 쑥쑥

    “덕후로서 너무 기대된다.” “빨리 굿즈를 받고 싶다.” 네이버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굿즈를 팔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사이트 텀블벅에 9일 올라온 댓글이다. 황태자의 아내가 되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다룬 내용으로 2020년부터 연재된 이 웹툰은 독자층이 두껍다. 작품에 나오는 배지(사진)와 도장을 소재로 한 굿즈를 사려고 약 7700명이 8억2000만 원을 모았다. 목표액(9500만 원)의 약 9배에 가까운 액수다. 7일 종료된 웹툰 ‘신의 탑’ 굿즈 펀딩에도 목표액(2000만 원)보다 많은 3600만 원이 모였다. 팬덤 소비가 웹툰계를 달구고 있다. 팬덤 소비는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웹툰 시장에서도 마니아층이 두꺼워지면서 팬덤 소비가 늘고 있다. 최근 웹툰 제작사들은 온라인에 굿즈 전문 쇼핑몰을 열고 있다. 마우스패드나 액자 같은 일상용품뿐 아니라 색다른 상품으로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웹툰 제작사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쇼핑몰 ‘레진샵’에서 웹툰 주인공의 신상정보를 담은 이력서를 판다. 웹툰 제작사 와이랩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와이랩 스토어’는 학교 배경 웹툰에 등장하는 학생증이나 주인공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증명사진을 내놓았다. 와이랩 측은 “해외에서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도 굿즈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기준 웹툰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팬덤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작품에 몰입하면 관련 상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팬덤이 형성된다”며 “웹툰이 드라마, 출판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데 이어 굿즈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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