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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회화작가 다니엘 리히터의 개인전 ‘나의 미치광이웃’이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23일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구상화와 추상화 25점을 선보인다. 시기별로 급변하는 작가의 화풍이 특히 눈길을 끈다. 리히터는 “이미 했던 일을 반복하는 것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신문기사나 영화, 광고 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공원에 모인 마약 중독자들을 모티브로, 커다란 나무 아래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얼룩덜룩한 색상으로 표현한 ‘투아누스’(2000년)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대표작이다. 말버러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인 말버러맨과 카우보이를 그린 ‘헤이 조’(2011년)는 사라진 과거의 낭만을 표현했다. 거미줄에 발이 걸려 담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그린 ‘영원’(2013년)은 도시 속 개인의 소외를 말한다. 최근 작품에서는 단순한 스타일로 방향을 틀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다리를 잃은 두 소년병이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사진을 참조해 그린 ‘눈물과 침’(2021년)은 단순화된 선과 색을 강조한 추상화다. 9월 28일까지. 8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58)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 1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 등 3곳에서 열린다.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초청받아 전시를 해 온 오토니엘은 서울 전시에서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인다.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비가 내린 15일 오전,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는 빗물을 머금은 금색 꽃이 영롱하게 빛났다. 구슬을 엮어 만든 그의 대표작 ‘황금 연꽃’(2019년)을 비롯해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있는 노송의 굵은 가지에는 금색의 ‘황금 목걸이’(2021년) 3점이 내걸렸다. 작품들은 평범했던 덕수궁 연못을 보물섬처럼 보이게 했다.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건다”는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오토니엘은 “정원은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정원은 장소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2000년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베르사유 궁전, 프티팔레 미술관 같은 공공 공간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오토니엘이 서울 전시를 준비하며 낙점한 곳은 덕수궁이었다. 그는 “처음 덕수궁에 왔을 때 명상의 시간을 갖기 좋았다”며 “한국 정원의 시적인 분위기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 과시하듯 보이는 크기로 만들지 않았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듯 작품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덕수궁 정원을 지나 미술관에 들어서면 전시관 중앙에 위치한 ‘푸른 강’(2022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이 26m, 폭 7m에 이르는 바닥에 푸른색 유리벽돌이 깔려 잔잔한 강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7500여 장의 푸른색 유리벽돌은 멀리서 보면 황홀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가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취약함을 표현했다. ‘푸른 강’ 위로는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 14점이 놓여 있다. 유리 조각인 이들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무한한 가능성과 인연의 영원성을 표현한다. 미술관 벽면은 ‘프레셔스 스톤월’(2021년)이 장악했다. 색색으로 구운 유리벽돌 조각들은 조명을 받아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불타오른다. 오토니엘은 “2009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집을 짓겠다면서 벽돌을 쌓아두는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국가 봉쇄령 시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희망이 없을 때 매일 일기처럼 같은 수의 벽돌을 다른 색 조합으로 쌓았다. 창작의 에너지를 되찾고 싶었다”고 했다. 꽃을 그린 회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광업으로 유명한 프랑스 동남부 생테티엔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우울감이 감도는 도시에서 반짝이는 꽃과 그에 얽힌 이야기에 심취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꽃가루가 퍼지는 모습을 담은 신작 ‘자두꽃’(2022년)을 내놨다. 이는 덕수궁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했다. 8월 7일까지. 무료, 덕수궁 입장료 1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58)의 마술같은 작업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1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등 3곳에서 오토니엘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 열린다. 오토니엘의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그의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다. 덕수궁 관람 후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을 거쳐 전시실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추천한다. 비가 내리던 15일 오전,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는 빗물을 머금은 금색 꽃이 영롱하게 빛났다. 구슬을 엮어 만든 그의 작품 ‘황금 연꽃’(2019년)을 비롯해 덕수궁 연못 중앙에 자리한 작은 섬의 소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2021년) 3점 등은 평범했던 덕수궁 연못을 마치 보물섬처럼 보이게 했다.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건다”는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다. 정원은 오토니엘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그에게 정원은 단순한 장소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2000년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베르사유 궁전, 프티 팔레 같은 공공 공간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펼쳤다. “나에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는 오토니엘이 서울 전시서 낙점한 곳은 덕수궁이었다. 그는 “처음 덕수궁에 왔을 때 내적인 명상의 시간을 갖기 좋았다”며 “한국 정원의 시적인 분위기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 과시적인 크기로 만들지 않았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듯 작품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토니엘의 작품으로 피어난 ‘꽃’은 실내에서도 만나볼수 있다. 덕수궁 정원을 지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이 바로 그의 꽃 회화다. 어린 시절 광업도시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우울감이 감도는 도시 속에서 반짝이는 꽃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에 심취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꽃가루가 퍼지는 모습을 담은 신작 ‘자두꽃’(2022년)을 내놨는데, 이는 덕수궁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했다. 오얏꽃은 자두꽃의 고어로, 저항과 끈기를 의미한다.전시장 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푸른 강’(2022년)이다. 길이 26m, 폭 7m에 이르는 바닥에 푸른색 유리벽이 깔려 잔잔한 강을 연상시킨다. 7500여 장의 푸른색 유리벽돌은 멀리서 보면 황홀하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가 보인다. 이는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취약함을 표현했다. 푸른 강‘ 위로는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 14점이 놓여있다. 유리 조각인 이들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무한한 가능성과 인연의 영원성을 표현한다.미술관 벽면은 ’프레셔스 스톤월‘(2021년)이 장악했다. 색색으로 구워진 유리벽돌 조각들은 조명을 받아 생명력이 있는 듯 불타오른다. 오토니엘은 “2009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집을 짓겠다면서 벽돌을 쌓아두는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봤다. 프랑스 국가 봉쇄령 시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희망이 없을 때 매일 일기처럼 같은 수의 벽돌을 다른 색 조합으로 쌓았다. 창작의 에너지를 되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8월 7일까지. 미술관 무료, 덕수궁 입장료 1000원.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유난히 말이 없던 작가는 끊임없이 심연의 산을 그렸다. 산이 많은 고장 경북 울진에서 자란 탓이었다. ‘산’ 연작 시리즈로 유명한 유영국(1916∼2002)은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선 9일부터 유영국의 20주기 기념전 ‘유영국의 색’이 열리고 있다. ‘Work’ 연작 등 작가의 시기별 대표 회화 68점과 드로잉 21점, 사진작품, 아카이브 자료 등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유영국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색’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홍콩 중문대 문화역사학과 교수는 “연대기적 순서가 아닌 시대를 앞서간 작가의 일생과 색채의 변주에 초점을 맞췄다”며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초록색과 군청색, 보라색, 검은색이 올라오는 최절정기 대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밝혔다. K1 전시장에는 1950, 60년대 과도기 작품, K2 전시장은 1970∼90년대 정착기 작품, K3 전시장은 추상이 절정에 달했던 1960년대 중반∼1970년대 초기에 그린 작품이 걸렸다. 1950, 60년대 그림은 색과 형태가 모호하지만 구상화의 느낌이 강하다. 파란색, 붉은색, 검은색 등으로 산맥을 표현한 ‘Work’(1961년)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영국은 가장으로서 배를 몰거나 양조장을 경영하며 그림을 그렸다. 이 교수는 “가족을 부양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작가로서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을 것”이라며 “생업과 작품 활동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던 작가의 삶이 작품에 투영됐다”고 설명했다. 유영국은 1963년 김환기와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한 뒤 변화를 맞는다. 이듬해 마흔 여덟의 나이로 전업 작가의 삶을 선택한 것. 지난 20년을 만회하려는 듯 매일 침실과 아틀리에만 오가며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의 작품에서 구상적 요소가 사라지고 기하학적 추상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말을 남긴 그는 압도적인 집중력으로 심연의 풍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1964년 서울 신문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그의 추상세계는 명확해졌다. 형태가 또렷해지고 원색에 가까워지는데, 이는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미묘하게 변주된 여러 주홍색을 사용해 작열하는 해와 산을 표현한 ‘Work’(1967년)는 기하학적 추상이 본격화된 시기의 대표작 중 하나다. 8월 21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 노부부는 근처 공원 여러 곳을 수년간 함께 거닐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공원은 할머니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장소가 됐다. 할머니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남편의 죽음이 떠오르면 불면과 악몽에 시달렸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꼽은 트라우마 사례다. 저자는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주치의기도 하다. 누군가는 트라우마가 충격적인 단발성 사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혹은 사건과 관련한 자책 등으로 트라우마는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된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전에는 생각에도 없던 췌장(pancreas)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팬크라스역(pancras)에 반응하게 된 것. 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좀 더 자주 찾아뵀어야 하는데…”라고 되뇌며 후회했다. 사실 수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찾아갔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살면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뿌리를 트라우마로 본다. 건강 문제가 트라우마와 연결되기도 한다. 저자는 스무 살 동생의 극단적 선택도 고백한다. 16세에 선천성 희귀질환으로 소화관 전체가 마비된 동생은 체중과 기력이 빠지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 모든 수난은 동생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동생은 항상 강하고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저자는 이 때문에 동생의 몸과 마음이 더 망가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트라우마는 자책감과 수치심을 동반한다. 환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탓하기 바쁘고 자신이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치유법을 제시한다. 자신이 아닌 구체적인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가 살면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사항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하루 세끼 건강한 식사’ ‘안전한 집과 차’ 같은 것들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다 보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자신이 몰랐던 트라우마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그렇게 사랑하셨던 전국노래자랑, 이제는 ‘천국노래자랑’으로 힘차게 외쳐 주십시오.”(코미디언 이용식)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을 지킨 노장의 별세에 후배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이용식은 8일 딸 수민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 송해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전했다. 그는 1974년 MBC 코미디언 채용 면접에서 심사위원으로 만난 고인을 회상하며 “카랑카랑하셨던 목소리를 기억한다. 천국에 가셔서 선후배님들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드시라”고 썼다. 고인을 ‘아빠’라 부른 가수 현숙은 “자신이 더 아픈데도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빨리 회복하라’며 어깨를 토닥이셨다. 늘 따뜻하고 다정하셨던 우리 시대의 할아버지 같은 분이 떠나셨다”고 애도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가수 김흥국은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셨던 선생님은 후배들이 가장 존경한 방송인”이라며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전국노래자랑 녹화로 전국을 누비며 100세 이상 사셨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가수 조영남은 “그 나이까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없는데 (고인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이었다”고 했다. 고인과 같은 황해도 출신인 방송인 이상벽은 “최근까지 지역순회 공연을 함께 했다. 무대 뒤에서 30분씩 묵상하는 모습을 보며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전국∼(노래자랑)”을 목 놓아 외치던 ‘국민 할아버지’가 하늘로 돌아갔다.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다”던 이의 늦은 퇴근길이다. 현역 최고령 방송 진행자인 송해 씨(사진)가 8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송 씨 측은 “식사하러 오실 시간이 지나 인근에 사는 딸이 자택에 가보니 화장실에 쓰러져 계셨다”고 전했다. 황해도 재령 출신인 고인은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6·25전쟁 때 월남한 뒤 창공악극단을 통해 1955년 가수로 데뷔했다. 1988년 KBS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은 후 3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올해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정감 어린 사회로 울고 웃었던 우리 이웃의 정겨운 노래와 이야기는 국민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른다. 유족으로는 두 딸 숙경 숙연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5시.국민MC 송해가 걸어온 길1950년 월남… 바다보며 예명 ‘송해’로1955년 창공악극단 통해 가수 데뷔34년간 전국노래자랑 진행 맡아… 2003년 ‘평양 노래자랑’ 사회보기도생전 버스-지하철 타고 걷기 즐겨… 교통사고로 아들 잃은 아픔 겪어 “슬픔을 맛봐야 웃음이 나옵니다. 희극의 본류는 사실 비극이에요. 진짜 희극은 다 보고 귀가해서 밥 한 술 뜰 때 웃음이 나야 하는 겁니다.” 숱이 촘촘한 눈썹 아래, 뭉툭한 콧대 위, 두꺼운 안경테 속 송해의 작은 눈에 맺힌 눈물방울을 종종 보았다. 고인을 생전 몇 차례 만난 자리에서다. 팔도강산에서, 대한민국의 인간군상에서 길어 올린 지혜와 웃음을 그는 67년간 전국에 뿌리고 다녔다. KBS ‘전국노래자랑’을 비롯해 여러 프로그램으로 쉼 없이 팔도를 누빈 고인은 누가 들어도 무릎을 칠 격언을 국밥 테이블 앞에서 술술 풀어내곤 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해주음악전문학교 성악과에 입학해 음악교육을 받았다. 이후 ‘선전대’ 대원으로 북한을 돌며 공연하다 1950년 단신으로 월남해 국군에 입대했다. “6·25전쟁 때 피란민 틈에 섞여 배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서 망망한 서해를 바라봤어요.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내 인생은 그저 저렇게 떠돌게 될 것 같다는 먹먹한 생각이 떠올랐죠. ‘그래, 바다다. 이제부터 내 이름은 해(海)다…’.” 본명(송복희)을 대신한 예명은 그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 전국을 돌며 재담과 가창력을 뽐냈고 1960년대 동아방송의 ‘스무고개’와 ‘나는 모범운전사’에 출연했다. 고인은 줄곧 땅과 인간에 천착했다. ‘방송인’을 연하며 서울 여의도나 상암동만 오가는 대신 시청자의 삶의 터전, 삼천리 방방곡곡을 누볐다. 필부필부의 노래와 이야기 속의 삶을 꿰뚫어봤다. “농심(農心)이란 게 참 오묘합니다. 사람이 아무리 지혜롭다 해도 농사하는 분들만 못하죠.” 고인은 생전 입버릇처럼 “내겐 BMW가 있다”고 했다. “버스(Bus), 메트로(Metro·지하철), 워킹(Walking·걷기). 합쳐서 B, M, W!” 매주 떠나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때마다 제작진과 함께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 고인이 몇 년 전 본보 캠페인 ‘시동 꺼! 반칙운전’ 홍보대사를 자처한 이면엔 특별한 슬픔이 있었다. 그는 1986년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아들을 길에서 잃었다. 아들이 서울 한남대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숨진 직후 그는 17년째 진행하던 KBS 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의 진행자 자리를 내놨다. 그는 “사고 이후 한남대교를 건너지 못하고 멀리 돌아간다”고 했다. 1970년대까지 TV와 라디오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 고인은 1988년 5월 경북 성주 편부터 마이크를 잡아 말년까지 진행한 전국노래자랑으로 올해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빈 그의 ‘BMW’도 가닿지 못한 곳이 있다. 고향이다. 고인은 “2003년 평양 노래자랑 때 현지 기관원이 은밀히 옷소매를 끌며 ‘저와 동향이시네요’라 했지만 ‘거기 데려가 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 게 크게 후회된다”고 했다. KBS는 8일 오후 10시 고인을 추모하며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를 방송했다. 12일 방영하는 ‘전국노래자랑’도 추모 특집으로 편성된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트렌드라 할 것이 없는 것. 그게 현 인테리어 시장의 트렌드입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인테리어 사무소 마젠타에서 지난달 24일 만난 인테리어 디자이너 권순복 마젠타 대표(53)와 구만재 르씨지엠 소장(49)은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제는 공간도 각자의 작품이라 생각하는 시대”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럭셔리의 개념이 달라진 게 특징”이라고 했다. 고급스럽고 호화롭다는 뜻인 럭셔리에 대해 이들은 각자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구 소장은 “인테리어에서 럭셔리는 계절감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봄이 되면 꽃차를 내오고, 여름이 되면 침구류를 바꾸는 것 그 자체만으로 공간에 고급미를 더할 수 있다. 그는 “삶과 계절을 맞춰가는 것은 지형, 장소, 문화 같은 주변과 나를 잘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권 대표는 “공간에 사람이 겉도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 그것이 바로 인테리어의 럭셔리”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인테리어 용품은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는 화려한 공간을 보면서 ‘불필요한 것들의 삶’이라 재단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설거지가 늘더라도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는 것이 즐겁다. 행복한 것은 불편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테리어 초보자는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구 소장은 “집에서 반복해 사용하는 것들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커피머신이나 소파처럼 매일 접하는 것들 말이다. 그는 “매일 먹는 커피도 어떤 날은 유독 더 맛이 좋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때때로 접하는 새로움이 자신을 발전시킨다”고 했다. 한편, 두 사람은 22일부터 열리는 홈스타일링 전시 ‘더 메종’에서 최신 공간 트렌드를 다루는 ‘리빙피처’ 기획관 디자인을 맡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이번주 눈여겨보실만한 소식은 국보인 신윤복의 작품이 NFT로 발행된다는 뉴스입니다. NFT가 무엇인지부터 간송미술관은 왜 NFT 사업을 진행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그 다음으로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이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는 소식입니다. 이 사건을 필두로 작품의 진위 여부에 있어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도 함께 설명드릴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간송 이번엔 신윤복 작품으로 NFT 발행…외부 시선은?:간송미술관이 국보로 지정된 신윤복(1758~1814년경)의 ‘혜원전신첩’에 속한 30점의 그림을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는데요. 게임 같은 다양한 콘텐츠로 미술 작품의 활용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뜻입니다.바스키아 그림 위작 논란에 수사 착수: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25점이 위작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바스키아는 천재, 낙서, 요절로 상징되는 미국 화가입니다. 출품작 다수가 미공개됐던지라 작품 유통 과정에 언론 등이 의문을 제기한 건데요. 미연방수사국(FBI)이 나서 진위를 조사하게 됐습니다.간송 이번엔 신윤복 작품으로 NFT 발행…외부 시선은?:혜원 신윤복은 ‘미인도’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 풍속화가입니다. 그의 화첩 ‘혜원전신첩’(국보 135호)에 포함된 작품들이 이번에 NFT로 발행되는데요. 이 화첩에는 총 30점의 풍속화가 들어있습니다. 간송미술관은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이 30점을 기반으로 한 NFT를 발행한다는데요. 그 첫 타자가 가장 유명한 ‘단오풍정’입니다. NFT로 발행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NFT로 발행한다는 것의 의미: 우선 NFT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NFT는 디지털 진품 증명서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디지털상에서는 복제가 쉽기 때문에 원본과 사본을 구분하기 어려웠죠. 그 문제를 NFT가 해결해준 겁니다. 사본이 수없이 많아져도 NFT만이 원본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자 디지털 시장에서 크게 각광받은 겁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NFT는 기술이지 그 자체가 작품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NFT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은 이 기사(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19/111903558/1)를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단오풍정 NFT의 모양새: 단오풍정 NFT도 단오풍정을 디지털상에 기록해놓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오풍정 ‘디지털 진품’이라는 ‘가치’를 사는 거죠. 간송미술관은 단오풍정 전체를 활용한 NFT와 단오풍정을 인물, 사물, 풍경으로 쪼갠 이미지를 NFT로 발행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3일 NFT마켓 ‘오픈씨’에서 프리세일을 진행하는데, 0.08이더리움(약 18만 원)에 판매합니다. 원화 전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NFT의 경우에는 경매를 통해 판매가 진행되고요. 그렇게 단오풍정 내에서만 약 1000개의 NFT가 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쪼개어 NFT로 만드는 이유: 미술관 측은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 자체의 아름다움을 알려드리면서도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표정에서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 이렇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보가 가진 가치와 의미를 살리기 위해 원본 전체를 바탕으로 한 NFT를 만들면서도 원작에서 뽑아낸 여러 이미지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대중적인 팬덤을 끌어내겠다는 소리지요.간송미술관은 왜 자꾸 NFT를 발행하는 거죠?▲ 간송미술관의 입장▷ 문화재 원본 독점→대중과 공유: 간송미술관은 문화재 원본을 독점하기보다 대중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디지털 콘텐츠 판매를 시작했다는 입장입니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화첩 이미지는 해상도가 낮습니다. 원본을 가지고 있는 미술관이 원본에 가까운 디지털 이미지를 얻어내 NFT로 만들면, 굳이 미술관에 오지 않더라도 관람객들은 화첩을 관람할 수 있죠. 실제 간송미술관은 ‘우리 고유의 미감각을 잘 보여주면서도 해당 작품이 갖는 스토리가 글로벌에서도 잘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메타버스 뮤지엄 프로젝트로 확장: 더 나아가 간송미술관은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더 샌드박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을 오픈하거나 관련 게임을 만들어내는 식입니다. 또 1차 NFT를 두고 여러 작가, 음악가, 영상제작자들이 2~3차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지원한다고 합니다. 유명 작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공모를 통해 창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네요. 국보 작품 하나를 가지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말로 들립니다.▲ 바깥의 시선▷ 돈벌이 수단 vs 향유 기회 넓혀: 외부에서는 간송미술관의 이러한 프로젝트들에 대해 여러 시선이 엇갈립니다. 문화재가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해외 반출이 어려운 문화재를 향유할 방법이라는 긍정이 공존합니다. ▷ 간송미술관 재정난: 하지만 의견 차를 따지기 이전에 ‘간송미술관의 재정난’이라는 상황은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7월 간송미술관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100개 한정 NFT로 발행한 바 있습니다. 개당 1억 원이었죠. 당시 재단 측은 “디지털 자산으로 영구 보존하는 한편 미술관 운영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려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 관장의 경영 능력: 이 사건 전에도 2020년 보물급인 통일신라시대 불상 2점을 경매시장에 내놓기도 했고, 올해 1월에는 국보 2점을 또 한 번 경매시장에 내놨죠. 미술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적 압박이 커졌고 적절한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소장품 매각을 결정했었는데요. NFT에 국보 경매까지 이어지자 현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짙습니다.바스키아 작품 위작 논란에 수사 착수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작품이 위작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연방수사국(FBI) 예술 범죄팀이 올랜도 미술관에 전시된 바스키아 작품 25점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죠. 어떤 전시인가요?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올랜도 미술관은 올해 2월부터 ‘영웅&괴물: 장 미셸 바스키아’라는 타이틀로 바스키아의 작품 25점을 전시 중에 있습니다. 이 전시는 6월 30일까지 이어지는데요. 미술관 측에 따르면 개막 이틀 동안 4000명의 관객들이 몰려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가 눈길을 끌었던 건 출품작들 대부분이 40년 간 미공개 됐던 작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은 바스키아가 아트 딜러인 래리 가고시안의 자택 지하 스튜디오에서 지내던 1982년 말에 그린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는데요. 미술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당시 가난하던 바스키아가 가고시안과 상의 없이 시나리오 작가 새드 멈포드와 이 작품들을 직거래했고, 멈포드는 자신의 창고에 넣어두고 잊고 있던 거죠. 그러다 2012년 멈포드가 창고 보관료를 낼 수 없게 되면서 다시 세상의 빛을 본 이 작품들은 경매에 넘어갔고, 여러 소장자들의 손을 거쳐 전시에 나왔다고 말이죠.진품이 맞나요?올랜도 미술관 측은 그림들에서 바스키아의 이니셜을 발견했고, 권위 있는 기관의 인증을 받았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가고시안조차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가장 논란이 된 건 작품 ‘Untitled (Self-Portrait or Crown Face II)’이었는데요. 미술관 측은 바스키아가 택배업체 페덱스(FedEX) 포장 박스를 캔버스 삼아 그렸다고 말했으나, 뉴욕타임스가 페덱스 디자이너에게 문의한 결과 해당 박스에 적힌 폰트가 1994년 이후부터 쓰였다고 밝혀지면서 논란이 거세졌습니다. 1994년은 바스키아가 사망한 지 6년 후입니다. 진위를 가리는 기준은 무엇인가요?바스키아 사례뿐 아니라 위작 여부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끊임없이 대두되는 문제입니다. 진위 판단이 정말 어렵다는 뜻이겠죠. 일례로 한 판 메이헤런의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위작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페르메이르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하죠. 네덜란드 화가였던 메이헤런은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을 위작해 판매했고 자백을 했지만 전문가들이 믿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진위 여부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예술가들은 스스로 진품 보증서를 발급해 작품과 같이 유통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갤러리 같은 아트 딜러들은 거래 서류를 작성하고 계약서, 영수증을 잘 보관해서 소장 이력을 관리해야 하고요.컬렉터들 또한 갤러리 같은 중개인의 전문성을 충분히 조사해야 합니다. 전시 도록이나 전작 도록, 신뢰할 만한 언론 보도와 같은 사료가 있어야 사전에 대비가 가능하고요. 이런 것들이 뒷받침 된 후 감정인의 판단, 과학적 분석이 종합될 때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집니다.이번 바스키아 위작 논란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관련 소식들 계속 이어 지켜보겠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국내외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책, 뼛조각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공룡이란 존재를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보게 해준 영화 ‘쥬라기’ 시리즈. 29년을 이어온 쥬라기 시리즈가 마침표를 찍는다. 1일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쥬라기 공원’에서부터 이어진 대장정의 마지막 편이다. 쥬라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2015년부터 이어온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는 세 번째 작품이다. 쥬라기 시리즈가 한국에서 크게 흥행해, 이번 영화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쥬라기 월드’(2015년) 1편을 연출한 콜린 트러보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스필버그 감독도 제작 총괄로 참여했다. 영화는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배경인 누블라섬을 공룡들이 벗어나는 데서 시작한다. 세계로 퍼져나간 공룡들은 인간을 해치는 등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밀거래와 불법 교배가 만연해지자 미국 정부는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신에 공룡 독점 포획권을 준다. 하지만 바이오신은 공룡 암시장과 거래해 순혈종의 DNA를 추출하고, 이를 이용해 공룡 메뚜기 떼를 만든다. 공룡 메뚜기 떼가 농작물을 먹어치워 없애면 바이오신이 특허를 가진 식사 대용 의약품을 팔아 큰돈을 벌려는 것. 쥬라기 시리즈의 핵심 메시지였던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은 이번에도 반복된다. 돈을 위해 인간이 공룡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바이오신이 대표적이다. 인간 세상을 파괴하는 공룡과 공룡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인간. 둘을 모두 비추면서 공룡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한다. 마지막 편인 만큼 오랜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포인트가 있다. 쥬라기 공원의 원년 멤버들이 등장하는 것. 수십 년이 지나 조우한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샘 닐)와 고식물학자 엘리 새틀러(로라 던)가 공룡 메뚜기 떼가 나타난 원인을 찾아 나서면서, 납치된 딸과 공룡을 찾는 쥬라기 월드 멤버들과 만난다. 한층 더 커진 공룡과 다양한 실제 촬영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눈발을 고스란히 담아낸 태평양 북서부부터 태양이 내리쬐는 몰타 시내에서 벌이는 공룡과 인간의 사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작진은 이번 영화를 위해 컴퓨터그래픽(CG)으로 27마리의 공룡을 제작했다. 그중 10마리는 이번 시리즈에 새로 나온다. 대표적인 공룡이 가장 큰 육식 공룡으로 알려진 기가노토사우루스로, 영화 말미의 긴장감을 정점으로 이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김태언 기자입니다.며칠 전, “입맛도, 활기도 없다”는 제게 친구가 한 미션(?)을 내려줬습니다.커피를 마실 때 커피만 마셔보고, 음악을 들을 땐 눈을 감고 음악만 듣고, 샤워할 때는 샤워만 해보라고요.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나면 뻔했던 일상이 조금은 행복해질 거라고요.시도해보려던 차에 임직순(1919~1996)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는데요. 그가 예술을 대했던 태도가 이 미션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평범한 존재들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그렇게 관찰하다 그들 안에 있는 평범치 않은 것을 발견해 그림을 그린 화가라 생각됐습니다.사실 이 기사 준비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화가로서의 임직순에 대한 연구는 너무나도 적었습니다. 그는 화가보다는 조선대 교수로 14년간 근무(1961~1974년)하면서 후학을 양성했다는 교육자로서의 면모가 많이 부각돼있습니다.오늘은 화가로서의 임직순이 즐겨 그리던 여인·꽃·풍경, 그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여인을 중점적으로 살펴봅시다.가만히 바라보고 그윽이 느끼다1. 임직순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줄곧 여인상을 그렸다. 그중에서도 의자에 앉아있는 소녀 좌상은 그에게 수상의 기쁨을 안겨준 애착 가는 소재였다.2. 임직순이 그린 여성은 시대의 무게를 짊어진 여성상이 아니었다. 해당 여성 본연의 미(美)에 집중한 그림이었다.3. 여성이 가진 ‘생명력’은 임직순을 매료시켰고, 그는 평범한 여성들을 달리 보이게끔 그려왔다. 이 생명력은 임직순의 과감한 원색 붓 터치로 인해 더 잘 표현됐다.○가난한 10대 소년, 꿈을 꾸다꿈을 가진 사람이라도 계기가 있을 때 큰 걸음을 내딛곤 합니다. 임직순도 그랬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특별히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꾸준히, 늙어서까지 혼자 할 수 있는 일로 그림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던 거죠.하지만 임직순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1931년 서울로 이주했는데, 살림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구청에 다니면서 집안 살림을 도왔죠. 그러면서 신문에 실린 그림, 사진을 따라 그리곤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임직순에게 계기가 나타납니다. 진명여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여동생을 만난 겁니다.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김과 동시에 열패감이 느껴졌습니다.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좌절했던 거죠. 임직순은 그 소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본에 가 미술 공부를 하고 오겠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그 소녀의 영향이었던 걸까요? 10대 후반의 가난한 소년에게 불쏘시개가 되었던 ‘소녀’라는 존재는 일관된 소재로 등장합니다. 가장 크게 주목받았던 것은 1957년, 제6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문교부가 창설한 전람회)이었습니다. 출품작 ‘좌상’은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고, 이 그림은 당대 여러 화가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제4회까지만 해도 국전 출품작은 풍경화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제5회에 접어들면서 인물을 주제로 한 그림이 많아졌는데요. 이때 임직순의 ‘좌상’이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큰 흐름에 불을 지폈던 겁니다. ‘좌상’의 구도는 굉장히 안정적인데요. 이러한 인물 좌상의 경향은 1960년대 초까지 지속됐습니다.○여성의 얼굴에서 이야기를 보다하지만 이 여인 좌상은 임직순에게 단순히 수상을 위한 일시적인 전략은 아니었습니다. 임직순은 1950~1980년대까지 한결같이 인물상을 그렸습니다. 인천여고, 서울여자상업고, 숙명여고 등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면서 실제 여학생들을 모델 삼아 그들의 모습을 재현하곤 했죠.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임직순이 모델인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일제강점기 인물화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주로 동생을 업거나 돌보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어머니를 대신하는 이미지로 그려졌던 거죠. 하지만 임직순은 달랐습니다. 임직순 그림 속 소녀는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임직순은 순수하게 여성 그 자체를 바라본 듯합니다. 자신의 모델로 선 상대방을 오롯이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거지요.“나는 여자의 얼굴을 그리며 그 사람을 본다. (중략) 소녀는 소녀대로, 처녀는 처녀대로, 중년은 중년대로의 이야기를 나는 얼굴에서 듣는다. 그 이야기들은 때로는 수줍고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도, 때로는 발랄하고 꿈꾸는 듯한 이야기일 수도, 때로는 진지하고 고뇌에 찬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말이 아닌 얼굴에서 듣는 이야기가 나에게 꿈을 안겨다 주고 나로 하여금 여자를 그리게 한다.” -임직순 화문집 ‘꽃과 태양의 마을’ 중비슷한 구도, 평면에 가까운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여성들의 얼굴은 확연히 구분됩니다. “각자가 지내온 삶이 다른 것처럼 여성들의 표정도 각기 다르다”는 임직순의 생각이 반영됐기 때문이겠지요. 임직순이 여성에게 주어진 어떠한 역할에 집중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보려 노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색으로 표현한 여성의 생명력많은 여성 중에서도 임직순이 특히 욕심을 냈던 여성이 있긴 했습니다. 그는 화문집에서 “내 그림 속의 여자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남을 즐겁게 하는 신비한 마력을 지닌 여자여야 한다. 내가 여자에 끌리는 것은 외모의 아름다움에 가린 보이지 않는 생명의 힘에 끌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이 ‘생명력’을 잘 표현해주는 수단은 바로 색이었습니다. 임직순은 빛과 색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곤 했습니다. “눈먼 채로 태어나서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떴으면 한다”는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까지요. 이렇게 애정하는 색을 가지고 그리고 싶었던 것은 “건강한 생”과 “자연”이었습니다. 임직순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지만 저는 색의 바탕에 있는, 보통의 대상에 대한 애정이 그의 색을 더 빛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정이기에 임직순의 모습도 그리 비치나 봅니다. 이경성 미술평론가는 임직순을 이렇게 설명합니다.“화가에게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화려한 표정을 지니고 미술사의 표면을 표류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미술사 속에 끼어서 평범하게 자라가고 날이 갈수록 보석같이 빛나는 사람이다. 그렇게 볼 때 화가 임직순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서둘지 않고 뻐기지 않고 꾸준히 황소같이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는 희망한 내일의 영광이 보인다.”임직순은 분명 평범한 인물들에게서 평범하지 않은 점을 발견해왔던 인물인 것 같습니다. 숨은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안목과 뒷받침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테지요. 그래서일까요? 임직순이 한정적인 소재로 그림을 그렸던 것에 대해 아쉽다는 평도 많지만, 저는 이제 그림마다 다른 이야기를 찾고 싶어집니다. 저도 오늘은 놓치고 있던 제 주변 사물들을 향해, 사람들을 향해 꾸밈없는 관심을 기울여보려 합니다.전시 정보광주미술아카이브전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2022.04.19~2022.06.26광주시립미술관(광주광역시 북구 하서로 52)회화 75점, 드로잉 60점, 아카이브 자료 70여점※‘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볼품없는 스펙으로 사회에서 도태된 ‘그녀’. 고시원에 웅크리고 살던 그녀는 TV에서 회전초밥을 보고 너무 먹고 싶어 달려 나간다. 가게 창문 너머로 회전초밥을 보던 그녀는 초밥처럼 누군가에게 선택받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더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라, 하는 망치랄까 도끼랄까, 그런 게 돼준 건 친구도 부모도 아닌 회전초밥이었다”는 그녀가 선택한 삶은 유튜버였다. 유튜브에 ‘그나마 매력적이라 생각되는’ 손과 발을 찍어 올린다. 점차 구독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후원금을 보내다 그녀의 진짜 삶을 보고자 한다. 어느 날, 그녀는 한 구독자를 만나게 된다. 구독자는 “많이 다르긴 하네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 거짓말이에요?”라고 내뱉고 달아나듯 가버린다. 그녀는 구독자의 뒤를 추적해 복수하려 한다. 손원평의 ‘모자이크’는 연출된 삶에 환호하면서도 진짜 삶이 드러나길 바라는 욕망을 직시하게 한다. 이 책은 ‘관종’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의 젊은 작가 8명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김홍 서이제 이서수 등이 다양한 ‘관종’의 삶을 다룬다. 장진영의 ‘첼로와 칠면조’는 첼로를 전공하며 입시를 준비하는 딸이 담배를 피운다는 익명의 문자를 받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과도한 관심이 얼마나 큰 오해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이제의 ‘출처 없음, 출처 없음’은 잘못된 사실이 대중에게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세밀하게 짚는다. 아역배우로 큰 인기를 끌다 2차 성징이 오면서 이른바 ‘역변한’ 신이정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활동을 중단하고 사라진다. 그는 유명 게임에서 희귀 아이템을 얻어 또 대중의 시선을 받고, 다시 한번 사라진다. 한정현의 ‘리틀 시즌’은 피해자들의 호소가 ‘관종의 외침’으로 치부돼 그들 스스로 침묵하게 만드는 현실을 고발한다. 관심에서 비롯된 일상의 파장을 개성 있는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최근 몇 년간 미술시장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아트페어 역대 최고 매출’ ‘경매 최고가 경신’과 같은 타이틀이 진부해질 정도다. 그 이면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새로운 컬렉터로 시장에 진입해 미술시장을 확장하고, 신진 작가들을 띄운 측면이 상당하다. 기성세대에 비해 구매력에 한계가 있는 MZ세대가 ‘똑똑한 컬렉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제로 지난달 설문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1년간 미술관 방문 경험이 있는 수도권 거주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5명(47.5%)이 미술작품 구매에 있어 ‘비싼 가격’을 가장 부담되는 점으로 꼽았다. 17년째 서울 종로구 원앤제이 갤러리를 운영 중인 박원재 대표(46)는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에게 “작품을 수집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작가 후원에 대한 징표로 보라”며 “우선 젊은 작가들의 몇만 원, 몇십만 원대의 드로잉을 사라”고 조언했다. 또 투자한 작가에 대한 공부 역시 자연스럽게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작가 발굴을 추천하는 곳은 미술대학 졸업전시나 대안공간이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한 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넘어가면 된다. 박 대표는 그 과정에서 겹치는 작가를 발견했다면, 작가와 관계 맺고 있는 또 다른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을 살피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이런 과정이 재미있다면 좋은 컬렉터가 될 확률이 높다”며 “(과정을 쫓다보면) 자신이 컬렉팅하는 목적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이 추구한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미술품 구매가 맞는지에 대한 답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미술시장은 이러한 고민 없는 컬렉팅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지난달 출시한 미술품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아티팩츠’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림을 찍으면 작품명, 제작연도, 가격 등 작품과 관련된 상세 정보를 알려주는 앱으로, 작가의 기본 프로필부터 개인전 및 단체전 개최 이력 등이 담긴 작가 활동 이력(CV·Curriculum Vitae)과 작품에 대한 평론 등이 함께 제공된다. 작품의 적정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87만 건의 정보를 확보한 상태다. 박 대표는 “컬렉터들이 CV를 통해 작품과 작가에 대한 파악이 익숙해질수록 건전한 미술시장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사진, 영상, 일러스트 200여 점을 통해 ‘이 시대 사랑’을 들여다보는 ‘레드룸: 러브 이즈 인 디 에어’ 전시가 11월 6일까지 열린다.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민조킹, 스페인 사진작가 마르티나 마틴시오, 이탈리아 출신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스텔라 아시아 콘소니 등 3명의 여성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연인의 일상과 감정을 포착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일부 신체 노출이 있지만 외설적인 느낌을 풍기진 않는다. 콘소니 작가의 ‘Love Me’는 다양한 인종과 성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연애 모습을 담았다. 마틴시오는 자신과 연인의 누드 사진을 공개한다. 민조킹은 육체적 사랑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들을 선보인다. 행복한 장면도 있지만, 사랑을 하며 겪는 좌절과 욕망의 감정까지 두루 담아 연애의 본질을 환기한다. 전시는 청소년 관람 불가다. 1만8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연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미술시장을 장악했다고 한다. 몇 백만 원대의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MZ세대들은 의문을 가진다. 대체 저 MZ세대는 누구란 말인가. 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지만 괴리는 크다. 이에 “부를 물려받거나 갑자기 부를 쥔 젊은이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한다는 건 단기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17년 째 서울 종로구 원앤제이 갤러리를 운영해온 박원재 대표다. 박 대표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미술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끈다는 목적 하에 지난달 미술품 서비스 앱 ‘아티팩츠’를 런칭하기도 했다. 아티팩츠는 휴대폰 카메라로 그림을 찍으면 작품명, 제작연도, 가격 등 상세 정보를 알려주는 앱이다. 설문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최근 1년간 미술관 방문 경험이 있는 수도권 거주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200명 중 95명(47.5%)은 비싼 미술품 비용을 구매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았다. 실제 A4용지 2배 크기인 10호짜리 회화도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많은 현실 속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22일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작품을 수집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작가 후원에 대한 징표로 보라”고 조언한다. 우선 젊은 작가들의 몇 만 원, 몇 십만 원대의 드로잉을 사라는 것. 그러면 자신이 투자한 작가에 대한 공부는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조사하면서 작가에 대한 확신이 들면 몇 백만 원짜리 회화가 싸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지금 비싸다가 느껴지는 건 컬렉터 스스로가 그만한 가치를 못 느끼는 거니까요.” 작가 발굴을 추천하는 곳은 졸업전시나 대안공간이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해 기록한 뒤에는 젊은 작가 전시를 하는 갤러리로 넘어가면 된다. 겹치는 작가를 발견했다면, 그 작가와 관계 맺고 있는 다른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을 살핀다. 예를들어 작가 선택 기준을 ‘국립현대미술관 급 대형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작가’로 삼는다면 이 관계를 통해 근거를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과정이 재밌다고 하면 좋은 컬렉터가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컬렉팅의 목적은 자아실현, 타인의 인정, 인테리어 등 다양하다”며 “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컬렉팅을 하는 목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목적 달성의 수단이 미술품이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답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미술시장은 이러한 고민 없는 컬렉팅이 많다고 진단한다. “과연 이들이 자신이 소비하는 것들을 왜 소비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것. 아티팩츠는 ‘누가 잘 나가냐’는 식의 질문만 난무한 현주소에 대한 회의감으로 시작됐다. 아티팩츠의 검색 결과에는 작가 활동 이력(CV·Curriculum Vitae)과 작가에 대한 평론도 함께 제공된다. 현재 약 87만 건의 정보를 확보했다. 박 대표는 “CV를 통해 작가의 지향점, 진정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더 안정적이고 건전한 미술시장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34년 전 조선 화가의 눈에 비친 미국의 풍경은 어땠을까. 박정양 초대 주미공사를 수행한 통역관이자 서화가였던 청운 강진희(菁雲 姜璡熙·1851∼1919)가 조선인 최초로 미국 현지 풍경을 그린 ‘화차분별도’(1888년·간송미술관 소장) 실물이 처음 공개됐다. ‘화차분별도’는 강진희가 동료들과 미국 워싱턴에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철도국에 머물던 중 강물 위 철교를 지나는 증기기관차를 관찰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묵 풍경화다. 한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26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예화랑에서 열리는 ‘緣(인연 연): 이어지다’ 전시는 청운 강진희를 현대로 소환한다. 수묵화를 비롯해 강진희가 워싱턴 사진관에서 찍은 1880년대 사진 등 8점을 감상할 수 있다. 출품작 중 강진희의 전신 사진이 포함돼 있다. 이는 1888년 초대 주미공사관에 도착한 공관원들이 찍은 사진 중 유일하게 남은 원본이다. 사진 소장자는 이번 전시가 끝나면 이를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떠오르는 해와 우뚝한 산을 그린 ‘승일반송도’(1888년)와 ‘삼산육성도’(1888년) 역시 눈길을 끈다. 각각 고종과 당시 세자였던 순종의 탄신을 축원하며 그린 작품으로, 강진희는 도복을 차려입고 동쪽을 향해 절을 한 뒤 그림 작업을 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4월 예화랑이 서화협회 100주년을 기념해 열었던 ‘회: 지키고 싶은 것들’의 후속 전시이기도 하다. 당시 1918년 창립된 서화협회 발기인 13명을 소개했는데, 이 중 한 명이 강진희였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23일 “작년 말, 한 소장자가 전시 기사를 보고 강진희 필사본으로 추정되는 ‘악부합영(樂府合英·1913년)’을 갖고 있다고 연락했다”며 이번 전시를 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조선에서 유행한 악부 장르의 곡을 엮은 노래집 ‘악부합영’은 강진희의 저작으로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판소리 연구가 취송 송만재의 관우희(판소리집), 서화가 신위의 소악부에 자신이 모은 악부(한시)를 함께 엮었다. 강진희 연구자인 김영욱 씨는 “강진희의 음악가로서의 업적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이다. 고려부터 조선 후기까지 우리나라 민요 악부를 모은 이는 고려 이제현과 조선 후기 신위 등이 있었다. 강진희가 정본에 가까운 관우희와 무명씨의 악부들까지 담아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 작가 변재언, 이귀영, 최종범이 강진희의 생애와 그가 남긴 작품에 영감을 받아 만든 영상, 설치, 회화 작품 9점도 전시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사진전문지 월간 사진예술이 창간 33주년을 기념해 구본창 강운구 김광수 조세현 등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사진가 52명의 작품과 인터뷰를 묶은 ‘한국 현대사진가’를 발간했다. 저자 윤세영은 1991년부터 사진예술 편집장과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책에서는 작가들이 사진에 입문한 계기와 사진에 대한 철학 및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구본창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기반으로 작업해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용도가 다한 것들에 아쉬움이 남아 책상서랍에 보관했다”고 했다. 마당놀이 ‘Mask series, 수영야류09’(2002년)를 비롯해 달항아리 시리즈, 청화백자 등을 담았다. 강운구는 지방마다 특색 있는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찍은 ‘천경자’(1984년) ‘김지하’(1984년) ‘최인호’(1976년) 같은 인물 사진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남북 분단과 관련된 현장을 많이 찍은 김녕만은 “다큐멘터리 사진은 당장 보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숙성되는 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책에 소개된 작가 중 48명의 작품 105점을 선보이는 ‘한국현대사진가 초대전’이 전남 화순군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8월 31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생애 처음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는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법하다. ‘지휘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사람들 앞에 서서 팔만 흔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그 의구심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휘자는 악보의 행간을 읽고 과거의 작곡가와 지금 무대 위 음악가들과 객석의 청중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일이기에 50여 년간 지휘자로 활동한 저자는 “여러분이 우리를 사랑할 때 우리는 천재가 된다. 여러분이 우리를 묵살할 때 우리는 사기꾼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프랑스 국립관현악단 등 전 세계 유명 교향악단 및 오페라단을 이끈 세계적인 지휘자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비롯해 선배, 스승의 발자취를 진솔하게 기록하며 지휘자의 면면을 알린다. 지휘에도 기술이 있다. 책의 1∼3부는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그의 스승 프리츠 라이너 등 여러 지휘자를 통해 동작, 바통 사용법과 같은 지휘 테크닉에 관한 팁을 준다. 하지만 지휘는 테크닉만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세기 최고 지휘자라 불리는 오토 클렘페러와 제임스 러바인이다. 이들은 팔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졌지만 휠체어에 앉은 채 지휘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저자는 “지휘는 운동으로 치면 마라톤”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지휘자는 관계를 조율하는 리더다. 그렇기에 주도권을 두고 힘을 겨루는 애환도 많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에 관한 의견을 평가서 종이에 기록하는데, 이 평가서는 객원 지휘자를 다시 부를지 판단하는 데 쓰이는 내부용 극비 문건이다. 저자는 미국의 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의 일을 회고하며 마지막 리허설 때 이 평가서가 모든 악보대에 올라와 있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나면 지휘자가 마냥 화려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교향곡 악보에 펼쳐진 동시다발적인 악기들의 음악을 교통 정리하는 지휘자의 손짓에 경의를 표하게 될지 모른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저는 꿈이 있고 성장하는 사람을 보면 청춘이란 단어가 생각나요. 또 자신만의 개성을 세상에 자랑스럽게 꺼내 놓을 수 있는 당당함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죠.” 19일 오후 9시 반 첫 회를 방송하는 채널A 오디션 예능프로그램 ‘청춘스타’의 박철환 PD(사진)의 말이다. 이 두 단어를 합친 ‘청춘스타’는 단순한 오디션 음악 예능이 아니다. 17일 전화로 인터뷰한 박 PD는 “청춘스타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강력한 성장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청춘스타는 채널A 대표 예능 중 하나인 ‘하트시그널’의 제작진이 만들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이 청춘을 대변하는 단어로 사랑을 내세웠다면, 청춘스타는 꿈에 방점을 둔다. “하트시그널 시청자들이 가장 감동하고 출연자의 사랑을 응원했을 때는 본인이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자신을 온전히 내던지는 출연자의 모습을 발견할 때였어요. 청춘스타 역시 상처받더라도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저희는 그런 인물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찾아요.” 청춘스타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구성이 다르다. 참가자 108명은 ‘싱어송라이터’ ‘아이돌’ ‘보컬’로 각각 나눈 케이팝 유니버스에서 팀 대항전 등을 거듭한다. 각각의 무대가 끝난 뒤에는 200명이 투표하고 그중 150표 이상을 받아야만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 최종 우승자는 단 1명이지만, 경쟁과 연대를 통한 참가자들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다. 가수 이승환 윤종신 윤하 소유 이원석 강승윤, 작사가 김이나, 안무가 노제까지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엔젤 뮤지션’의 활약도 주목할 부분이다. 엔젤 뮤지션은 촬영 때마다 무작위로 뽑힌 192명의 판정단과 함께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할 뿐, 심사위원처럼 승패의 당락을 결정짓지 않는다. 박 PD는 “엔젤 뮤지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이면서 스타가 되기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라며 “여전히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심사위원이 아니라 뮤지션이라 이름 붙였다”고 했다. 박 PD는 청춘스타가 착한 오디션의 성격을 띠는 듯하지만, 날카로움도 함께 지녔다고 설명했다. “데뷔 경험이 없는 참가자들이 생면부지 관객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150명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청춘스타들이 겪는 사회의 냉혹함, 대중의 냉정한 판단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오디션일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청춘들은 발전한다. 박 PD는 149표를 받은 2인 1조 팀 출연진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149표라는 걸 알게 된 참가자가 짓는 표정이 있었어요. 18초쯤 이어졌을까요.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표정이 지나갔어요. 아쉬움, 절망, 서운함…. 그런 표정들이 막 지나가다 결국 체념을 하는 듯하더니 옆에 있는 친구를 안아주더라고요.” 박 PD는 청춘스타를 통해 시청자와 출연진 모두가 뜨거움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했다. “청춘은 이 시대, 저 시대가 없는 것 같아요. 입고 있는 옷, 표현 방법만 다를 뿐 여전히 맑고 밝고 뜨겁죠. 스스로가 그 빛나는 시기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미술시장이 최근 호황기를 맞으며 미술품 시장인 아트페어도 크게 늘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아트페어 수는 총 77개로, 전년(35개)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신규 아트페어는 32개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올해도 이달 12일 기준 15개의 신규 아트페어가 열렸다. 지난해 시작한 신한카드의 ‘더 프리뷰’ 아트페어는 젊은 작가들의 데뷔 무대로도 유명하다. 작품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초보 컬렉터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린 신한카드의 ‘더 프리뷰 성수’에는 관람객 1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순수예술 분야 이외 작가들의 참여도 눈여겨볼 점이다.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아트페어인 ‘어번 브레이크’는 갤러리뿐 아니라 작가나 브랜드도 참여할 수 있다. 올해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7월 21∼24일 열리며 아트토이 작가, 웹툰 작가, 타투이스트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미술에 관심 갖는 세대가 MZ세대로 넓어졌고, 다양한 정보를 통해 관객이 주목하는 작가도 많아져 아트페어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