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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경남 기부천사’로 불리는 익명의 남성이 최근 호우 피해를 입은 수재민을 위해 써 달라며 5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남성은 이번을 포함해 최근 6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총 5억5300만 원을 기부했다. 25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경 한 남성이 발신제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적은 금액이지만 호우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께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화를 받고 나가 보니 이미 사무국 앞에 설치된 모금함에 손편지와 500만 원을 두고 간 다음이었다. 노트 종이에 쓴 편지에는 “오송 지하차도 사상자와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해병대 채수근 님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모금회 직원들이 ‘경남 기부천사’라고 부르는 이 기부자는 2017년 이후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그리고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수백만∼수천만 원을 기부했다.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 창원시에 의과대학을 신설해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원지역 기독교인 120여 명은 20일 창원왕성교회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열악한 지역 의료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의과대학 설립을 정부에 촉구했다. 최주철 창원시기독교장로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창원은 국공립병원 의료 인프라, 질 높은 정주 여건, 100만 시민의 의료 수요 등 의과대학 설립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에 있는 의과대학은 경상국립대 1곳뿐으로 정원은 76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이 2.3명으로 전국 평균 5.9명을 밑돌고 있다. 이런 의료 현실 탓에 창원 의과대학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앞서 경남경영자총협회는 19일 창원에서 노사 합동 경영자 조찬 세미나를 열고 창원 의과대학 신설을 요구했다. 창원시는 올해 3월부터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꾸려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30년 넘게 의과대학 유치를 준비한 창원대는 목포대·순천대·안동대·공주대, 지역구 국회의원 등과 공동으로 ‘지역 공공의료인력 확충 및 국립 의과대학 신설 촉구 국회포럼’을 최근 열고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항상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던 수근아, 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질 거 같아….”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고 채수근 상병(20)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진승현 일병이 유족 앞으로 다가오자 채 상병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 일병을 끌어안고 한참 울다 주저앉았다. 진 일병은 중대에서 유일한 동기생으로 서로 꿈과 고민을 나누던 사이였다. 결혼 10년 만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외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어머니는 헌화를 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라며 오열하다 실신해 응급 치료를 받았다. 채 상병은 19일 오전 9시 3분경 경북 예천군 석관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실종됐고, 오후 11시 8분경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일병에서 상병으로 일계급 추서하는 한편 순직 결정과 함께 병사가 받을 수 있는 상훈 중 가장 훈격이 높은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해병대장(葬)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에서 채 상병 유족 측은 “많은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이 같은 비통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결식을 마친 채 상병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한편 채 상병의 순직을 두고 해병대 측이 ‘실종자 발견 시 14박 15일의 포상 휴가를 주겠다’며 무리하게 수색을 독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18일 민간인 실종자를 발견한 해병대원에게 해당 부대 지휘관의 건의에 따라 2주간의 포상휴가를 승인했다”면서도 “수색 현장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포상휴가를 내세워 무리한 작업을 독려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포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경남 창원시는 집중호우 시 침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차도 6곳에 자동 차단시설을 단계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경남지역 지하차도는 60곳으로 이 가운데 20곳이 창원에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20곳 가운데 자동 차단시설이 이미 설치돼 있는 곳은 창원시 의창구 명곡지하차도 등 7곳이다. 시는 자동 차단시설이 없는 나머지 13곳 중 물 빠짐이 양호해 침수 우려가 적은 곳은 7곳, 자동 차단시설이 필요한 곳은 6곳으로 파악했다. 6곳 가운데 창원시 성산구 토월지하차도와 성주지하차도는 올해 하반기 중 자동 차단시설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나머지 4곳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하차도 자동 차단시설 설치에 1곳당 약 7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집중호우 시 침수 사고를 막기 위해 차질 없이 설치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우리 누구보다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항상 자신감을 심어주던 너. 너를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었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 계획했던 꿈들 그곳에서 편하게 쉬며 이루길 기도할게.” 22일 오전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 경북 예천군에서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20)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진승현 일병이 고개를 숙이자 채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동기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다 털썩 주저앉았다.채 상병의 어머니는 헌화를 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며 오열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채 상병은 19일 오전 9시 3분경 예천군 석관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실종됐고, 오후 11시 8분경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일병에서 상병으로 일계급 추서하는 한편 순직 결정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해병대장(葬)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이종섭 국방부장관, 해병대 장병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 800여명이 참석해 순직 장병의 넋을 위로했다. 영결식은 고인의 유해 입장,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약력보고, 해병대사령관 조사, 동기생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조총 발사 및 묵념, 폐식사, 유해 이동 순으로 거행됐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조사에서 “국가의 부름에 당당히 앞으로 향하면서 군인정신과 책임감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임무를 수행했던 믿음직한 해병”이라며 경례했다.이날까지 채 상병의 빈소에는 40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채 상병의 유족은 영결식에서 “진심어린 국민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은 비통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장병들 도열 속에 운구차로 옮겨졌다. 안장식은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다. 이날 해병대 전 부대는 조기를 게양했다. 포항=도영진기자 0jin2@donga.com}

“얼마나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는데….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낼 수 없어요. 억울해, 너무 억울해!” 경북 예천군에서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20)의 빈소가 차려진 20일 포항시 해병대 1사단. 채 상병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며 오열했다. 채 상병은 전날 오전 9시 3분경 예천군 석관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실종됐고, 오후 11시 8분경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붙잡고도 “왜 구명조끼를 안 하고 들어갔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왜 일이 터지고 뒷수습만 하느냐”며 울분을 토하다 털썩 주저앉았다. 채 상병의 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꽉 다문 채 아내를 부축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채 상병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27년간 일한 소방대원의 외아들이다. 채 상병의 부모는 결혼 10년 차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채 상병은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올해 해병대에 입대해 5월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에 배치됐다. 입대 후 첫 월급을 모아 어머니 생일 때 쇠고기를 배송시킬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정부는 일병에서 상병으로 일계급 추서하는 한편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장례를 해병대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채 상병의 순직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유가족분들과 전우를 잃은 해병대 장병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이날 오후 채 상병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또 방명록에 “숭고한 희생에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채 상병을 위한 추모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살인 아니냐는 유가족분들의 애끊는 절규와 허망함에 주저앉아 버린 동료 전우들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채 상병의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서 열리며, 유해는 화장을 거쳐 전북 임실군 국립임실호국원에 안장될 예정이다.포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드릴 수 있는 게 커피밖에 없어 오히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1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탑연리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보실 씨(55)는 “이번 호우로 식당 일부가 물에 잠겼지만 더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날(18일)부터 수재민과 자원봉사자를 위해 무료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수해 피해를 입고 상심한 이웃 등을 위해 제공한 커피가 이날까지 100잔을 넘었다. 이날 오전엔 직접 마트에서 구매한 캠핑용 물통에 커피를 담아 이재민들이 머무는 복지센터에 전달했다. 김 씨는 “수해 현장에서 만난 군인 장병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을 받았다”며 “피해 현장에서 펑펑 눈물을 쏟는 어르신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능력이 되는 한 커피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민에게 무료 커피 주는 ‘착한가게’ 기록적 호우가 전국을 할퀸 가운데 이재민과 복구 작업을 돕는 이들에게 식사와 숙소 등을 제공하는 ‘착한 가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날 경북 예천군 예천읍 남본리의 한 카페 입구에는 ‘수해복구 관련 군인·소방·경찰·공무원분들께 아메리카노 무상 제공합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30여 명에게 무료 커피를 전달했다는 카페 주인 김소현 씨(32)는 “오전에 자원봉사에 참여한 뒤 뭐라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피 제공을 결심했다. 많은 분들이 잠시나마 편하게 쉬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숙박업소도 있다. 경북 예천군 예천읍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갑연 씨(69)는 17일 80대 노부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달려 나가 부축하며 방까지 안내했다. 부부는 산사태로 집이 무너질까봐 돌아갈 곳이 없다고 했다. 사연을 들은 김 씨는 방값의 반이라도 내겠다는 부부의 요청을 거절하며 “돈은 안 받을 테니 편히 쉬고 가시라”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 씨는 “살아주신 것만으로도 벅차게 감사한데 어떻게 그분들께 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했다. 김 씨는 16일에도 예천군 효자면에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일가족 4명에게 무료로 방을 내주고 저녁 식사까지 대접했다. 김 씨의 선행은 예천군청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오며 알려졌다. 당시 모텔에 묵었다는 글쓴이는 “어려울 때 받은 이 은혜를 꼭 돌려드리겠다”며 사연을 전했다.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고 수해 복구에 동참한 상인들도 있었다. 충북 청주시 침수 지역 인근에서 오리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모 씨(66)는 17일부터 장사를 접고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유 씨는 “아랫동네에서 큰일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겠냐”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마을 주민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부자 입금명 ‘오송 힘내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주민 2000여 명이 활동 중인 네이버의 한 온라인 카페에는 궁평2지하차도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지역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이 시작됐다. 19일 오후까지 150여 명이 모금에 참여해 300만 원가량이 모였다. 주민들은 형편이 되는 대로 몇만 원씩 보내며 입금자명에 ‘기부합니다’ ‘오송힘내자’ ‘힘내세요’ 등을 넣으며 유족과 이재민을 응원했다. 카페 운영자인 신효섭 씨는 “수해를 입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모금을 시작했다”고 밝혔다.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예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수색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선 경찰특공대와 자원봉사자의 실종자 합동 수색이 진행됐다. 흘러내린 토사로 쑥대밭으로 변해버린 현장을 지켜보던 경북경찰청 특공대 변우정 전술1팀장은 “이렇게 힘든 수색 현장은 처음”이라면서도 “내 가족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본보 기자는 이날 오전 자원봉사에 동참해 경북경찰청 특공대원 11명 등과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수색이 진행된 백석리는 15일 새벽 발생한 산사태로 사망자 4명, 실종자 1명이 발생한 곳이다. ● 탐지봉 수천 번 찌르며 실종자 수색 백석리 곳곳은 흘러내린 토사로 마치 폭격을 맞은 듯했다. 곳곳에 쏟아져 내린 바위 때문에 덤프트럭 등 중장비 진입도 어렵다고 했다. 장화를 신었지만 거대한 펄밭으로 변한 마을은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힘겨웠다. 두세 걸음 걷고 나면 가쁜 숨이 나왔다. 산비탈을 오르거나 과수원을 통과할 땐 포복 자세로 기어야 했다. 수색을 시작한 지 채 5분도 안 돼 온몸은 땀으로 뒤덮였다. 비옷은 금세 진흙으로 뒤덮였지만 변 팀장 말대로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발길을 멈출 수 없었다. 백석리의 마지막 실종자는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병근 씨(69)였다. 산사태로 장 씨 부부가 살던 집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장 씨 부인은 자택으로부터 약 20m 떨어진 지점에서 매몰돼 16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기자는 거센 빗속에서 경찰과 함께 실종자 집 인근 곳곳을 철제 탐지봉으로 찌르며 혹시 모를 흔적을 찾았다. 탐지봉에 뭔가가 느껴지면 잔해를 손으로 일일이 들추며 수색했다. 탐지봉 찌르기를 계속하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한 특공대원은 “투입된 대원들이 오늘만 수천 번씩 땅을 찔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 50분경 경북경찰청 탐지견 ‘보이카’가 비에 흠뻑 젖은 채 코를 킁킁댔다. 실종자를 찾는 단서가 될 수 있는 남성용 작업복 상의가 발견된 것.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옷이 발견된 지역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추가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색 작업에 동참한 김대근 경사는 “연일 비가 내린 탓에 훈련을 잘 받은 탐지견도 주변 냄새를 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장 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3시 35분경 집터로부터 약 1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 해병대 등 투입해 시신 3구 수습구조 당국은 이날 백석리뿐 아니라 효자면과 은풍면, 감천면 등 실종자가 남은 곳에서 전방위로 수색을 진행했다. 소방대원과 경찰, 해병대와 자원봉사자 등 2000명 가까운 인력과 장갑차 3대 등 장비 83대가 현장에 투입됐다. 해병대의 수륙양용 장갑차도 이날부터 예천군 풍양면 삼강주막 일대 수색에 동원됐다. 해병대는 보트 8대도 투입해 수중 및 수면 수색을 병행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예천군에서 실종자 3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장 씨 외에도 해병대가 오전 10시 반경 예천군 용문면 제곡리 한천에서 폭우에 실종됐던 6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어 낮 12시 10분경 감천면 진평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경찰이 70대 여성의 시신을 수습했다. 당시 경찰 구조견이 숨진 여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로써 집중호우로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2명이 됐고 남은 실종자는 8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예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엄마 얼굴이라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요. 하루만 더 기다려 주세요.” 경북 예천군 산사태로 아내를 잃은 신모 씨(70)는 미국에 거주하는 큰아들의 말을 전화기로 듣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큰아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입관을 미뤄 달라고 부탁한 것. 신 씨는 17일로 예정됐던 입관식을 아들의 바람대로 하루 늦췄다. 신 씨는 빈소가 차려진 예천군 권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도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예천군 상리면 백석리에 사는 신 씨 부부는 동네에서 금실 좋은 부부로 유명했다. 신 씨가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다 10년 전 퇴직해 귀촌했는데, 농사일은 신 씨가 도맡아 하며 아내를 아꼈다고 한다. 하지만 기록적 폭우로 15일 새벽 산사태가 일어나며 아내가 토사에 매몰됐다. 얼마 안 돼 구급대원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신 씨는 토사에 휩쓸려 집 밖으로 튕겨 나가며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신 씨는 “아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에 도착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곧바로 고개를 젓더라”라며 “내가 가고 아내가 살았어야 하는데 원통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라고 했다. 집중호우로 경북에서만 이날까지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전해지고 있다. 15일 오전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에선 70대 노부부가 차를 몰고 가다 내성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실종된 A 씨(70)와 남편 B 씨(73)는 마을 근처에 사는 여동생 집을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당시 폭우가 심해 여동생이 운전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리 경로당에서 만난 이웃 주민 한천리 씨(85)는 “밤에 운전하지 말고 마을 안쪽 길로 걸어왔어야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종된 70대 노부부의 휴대전화만 발견돼 자녀들이 눈물짓는 일도 생겼다. 15일 새벽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에선 집중호우로 쏟아진 흙더미에 C 씨(74)와 부인 D 씨(78)가 매몰됐다. C 씨는 16일 오전 7시경 자택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집 안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D 씨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집 주변 흙더미에서 부부의 휴대전화를 찾아 가족에게 전달했다. 자녀들은 “어머니 시신은 못 찾았는데 휴대전화만 돌아왔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선 20대 딸과 그를 구하려던 60대 아버지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5일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아버지 김모 씨(67)와 첫째 딸(25)이 숨지고 어머니 정모 씨(58)는 구조된 것. 남편과 큰딸을 잃은 정 씨는 17일 오전 발인식을 마치고 “남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딸을 구하러 갔는데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예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너무 놀라 아무 말이 안 나와요. 집이 통째로 사라졌는데 이제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에서 만난 전모 씨(63·여)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에 사는 전 씨 부부는 전날(15일) 새벽 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 집 밖으로 대피했다. 전 씨 부부가 몸을 피한 지 얼마 안 지나 토사가 집을 덮쳤다. 임시 주거시설에서 이들을 돕던 예천군 관계자는 “전 씨가 밤새 트라우마 때문에 울기만 하고 잠도 못 잤다”고 했다.● 임시 시설서 도시락으로 끼니 때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 6시 현재 전국 14개 시도에서 총 5125가구 885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중 5541명은 인근 체육관 문화센터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임시 시설에 머물며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산사태 피해가 큰 예천군에선 임시 주거시설에 지은 텐트 26동에 이재민 35명이 머물고 있다. 비가 추가로 예보되고 있고, 복구 작업도 제대로 시작되지 못해 언제 임시 시설 생활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텐트에 누워 있던 A 씨(74·여)는 “하루 세 끼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군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 마을 축사에 있는 소 사료를 겨우 챙기고 왔다”고 했다. 주마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불어난 계곡물이 한꺼번에 덮친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는 전기와 물이 끊겨 주민 상당수가 15일부터 마을 노인회관에 머물고 있다. 이모 씨(82·여)는 “무릎도 성치 않은데 빨리 나오라는 마을 주민을 따라 기다시피 하면서 겨우 집을 나왔다”고 했다. 산사태로 집을 잃은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 주민 10여 명도 경로당에서 지내고 있다. 이재학 씨(65)는 “소방대원들이 ‘어서 나오라’고 소리치며 집으로 들어온 순간 빗물이 들이닥치면서 문이 안 열려 창문으로 90대 노모와 겨우 빠져나왔다. 집이 다 쓸려갔고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모 씨(73)는 “가깝게 지내던 이웃이 생명을 잃는 걸 지켜본 이들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방 붕괴 우려에 대피소서 뜬눈 밤샘 전북 익산시 용안면 마을 10곳의 주민 350여 명은 용안초등학교 등 인근 임시 시설로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최고 500mm에 이르는 비로 대청댐의 방류량이 늘면서 금강의 지류인 산북천 제방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익산시는 15일 오후 3시 반경 제방에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하고 응급 복구에 착수한 뒤 오후 10시에는 주민 대피를 권고했다. 이어 16일 오전 6시경 ‘대피 권고’를 ‘대피 명령’으로 전환했다. 임시 대피시설에서 물바다로 변한 논과 밭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용안초교에 머물고 있는 조형자 씨(64)는 “40년 동안 살았는데, 대피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며 “논과 밭은 이미 물에 잠겼는데, 더는 피해가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모 씨(63)는 “농기계만 높은 곳으로 옮겨놓고 겨우 대피소로 왔다”며 “제방이 무너지면 모든 걸 잃게 되는데, 애가 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임시 시설에선 지자체 공무원과 마을 부녀회원, 의용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도왔다. 한 부녀회원은 “여기 모인 대부분이 마을에서 함께 웃고 울던 분들이라 내가 수해를 당한 기분”이라며 “하루빨리 폭우 피해가 복구되면 좋겠다”고 했다. 16일 오후 3시 15분 전남 여수시 돌산읍의 한 요양병원에서도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들어 오면서 입소자 54명, 종사자 12명 등 총 66명이 대피했다.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예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너무 놀라 아무 말이 안 나와요. 집이 통째로 사라졌는데 이제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에서 만난 전모 씨(63·여)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에 사는 전 씨 부부는 전날(15일) 새벽 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 집 밖으로 대피했다. 전 씨 부부가 몸을 피한지 얼마 안 지나 토사가 집을 덮쳤다. 임시 주거시설에서 이들을 돕던 예천군 관계자는 “전 씨가 밤새 트라우마 때문에 울기만 하고 잠도 못 잤다”고 했다.●도시락으로 끼니 때우며 복구 기다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 6시 현재 전국 14개 시도에서 총 5125세대 885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중 5541명은 인근 체육관 문화센터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임시 시설에 머물며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산사태 피해가 큰 예천군에선 임시 주거시설에 지은 텐트 26채에 이재민 35명이 머물고 있다. 비가 추가로 예보되고 있고, 복구 작업도 제대로 시작되지 못해 언제 임시시설 생활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텐트에 누워 있던 A 씨(74·여)는 “하루 세 끼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군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 마을 축사에 있는 소 사료를 겨우 챙기고 왔다”고 했다.주마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불어난 계곡물이 한꺼번에 덮친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는 전기와 물이 끊겨 주민 상당수가 15일부터 마을 노인회관에 머물고 있다. 이모 씨(82·여)는 “무릎도 성치 않은데 빨리 나오라는 마을 주민을 따라 기다시피 하면서 겨우 집을 나왔다”고 했다. 산사태로 집을 잃은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 주민 10여명도 경로당에서 지내고 있다. 이재학 씨(65)는 “소방대원들이 ‘어서 나오라’고 소리치며 집으로 들어온 순간 빗물이 들이닥치면서 문이 안 열려 창문으로 90대 노모와 겨우 빠져나왔다. 집이 다 쓸려갔고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모 씨(73)는 “가깝게 지내던 이웃이 생명을 잃는 걸 지켜본 이들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 제방 붕괴 우려에 대피소서 뜬눈 밤샘 전북 익산시 용안면 마을 10곳의 주민 350여 명은 용안초등학교 등 인근 임시시설로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최고 500㎜에 이르는 비로 대청댐의 방류량이 늘면서 금강의 지류인 산북천 제방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익산시는 15일 오후 3시반경 제방에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하고 응급 복구에 착수한 뒤 오후 10시에는 주민 대피를 권고했다. 이어 16일 오전 6시경 ‘대피권고’를 ‘대피명령’으로 전환했다.임시 대피시설에서 물바다로 변한 논과 밭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용안초교에 머물고 있는 조형자 씨(64)는 “40년 동안 살았는데, 대피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며 “논과 밭은 이미 물에 잠겼는데, 더는 피해가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모 씨(63)는 “농기계만 높은 곳으로 옮겨놓고 겨우 대피소로 왔다”며 “제방이 무너지면 모든 걸 잃게 되는데, 애가 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임시시설에선 지자체 공무원과 마을 부녀회원, 의용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도왔다. 한 부녀회원은 “여기 모인 대부분이 마을에서 함께 웃고 울던 분들이라 내가 수해를 당한 기분”이라며 “하루 빨리 폭우 피해가 복구되면 좋겠다”고 했다. 16일 오후 3시 15분 여수시 돌산읍의 한 요양병원에서더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들어오면서 입소자 54명, 종사자 12명 등 총 66명이 대피했다.익산=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예천=도영진기자 0jin2@donga.com예천=최원영기자 o0@donga.com}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추모공원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이곳을 찾은 노부부가 토사에 매몰돼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함께 매몰됐다가 구조된 일행 2명도 중상을 입었다.오후 4시경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 반만에 토사에 매몰돼있던 70대 남성 윤모 씨와 부인 김모 씨(70), 윤 씨 부부의 조카(59·여), 윤 씨 부부의 손자(21) 등 4명을 구조했다. 부부인 윤 씨와 김 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나머지 2명도 골절 등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윤 씨 부부의 조카는 한 때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의식을 회복했다고 한다. 손자도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사고 당시 의식이 있던 손자가 119구급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추모공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인근 절에서 열린 합장 행사에 참석하려고 방문했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리며 추모공원에 있는 봉안당 건물이 무너지자 이를 피해 주차장으로 향하다 다시 무너져 내린 토사에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현장을 목격한 절 관계자는 “차량 두 대가 쏟아져 내린 흙에 밀려 추모공원으로 진입하는 도로까지 쓸려 나와 있었다”며 “절에서 추모공원까지 300m에 이르는 도로가 토사로 모두 막혀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11시경 윤 씨와 김 씨의 빈소가 마련된 논산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주민은 “김 씨가 평소 무료 급식도 운영하고, 이웃들을 위해 많이 베풀었다”며 “부부 모두 참 훌륭했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장례식장에 윤 씨 부부의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조문객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조문객들은 “누구보다 점잖고, 성실하게 생활하던 부부”라며 입을 모았다. 이날 하루에만 300㎜가 넘는 비가 내린 논산시를 비롯해 충남 곳곳에선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에 제방이 무너졌다. 이날 전국에서 호우가 이어지며 산림청은 부산·경남과 제주를 제외한 12개 광역 지역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300mm 폭우에 논산 산사태… 서대전~익산 일반열차 중단 ‘물폭탄 장마’에 전국서 피해 속출수도권 도로 잠겨 출퇴근 교통체증축대 무너져 20가구 한밤 대피도주말 충청-호남 ‘극한 호우’ 가능성 “밤중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 보니 돌과 흙이 쏟아져 있었어요. 급하게 대피하라길래 큰일 난 줄 알고 놀랐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빌라 주민 이모 씨(67)는 전날 오후 9시 반경 발생한 축대 붕괴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새벽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이 씨가 살던 빌라 바로 앞까지 토사와 돌들이 쏟아져 내려 인근 20가구 46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충남 논산에서 300mm가 넘는 집중 호우로 발생한 산사태에 노부부가 참변을 입은 이날 전국 곳곳에선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호우로 한강 수위가 불어나 잠수교가 잠기는 등 도로 곳곳이 통제돼 극심한 출퇴근길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임진강 상류인 황해도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전국서 4000가구 정전 비와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국 곳곳에서 정전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경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강풍으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며 고압선이 끊어져 인근 2000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광주 광산구에서도 오전 4시 반경 폭우에 가로수가 넘어지며 전깃줄을 건드려 정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광산구 송정 1동, 신흥동 일대 945가구에 전기와 통신망 공급이 차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도 아파트 지하 전기실로 빗물이 유입돼 1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수도권에선 경기 남양주시가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 201.5mm를 기록하는 등 ‘물폭탄’이 쏟아져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됐다. 서울에선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잠수교 등이 통제됐고 전국에서 도로 99곳, 하천변 757곳과 15개 국립공원 407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충청과 호남 지역에선 홍수 경보도 발령됐다. 금강홍수통제소와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경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갑천 만년교 지점에 대해 오후 2시 20분 홍수경보가 변경 발령됐다. 경보 수위 기준인 4.5m가 넘을 것이 예상된 데 따른 조치다. 산림청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에 최고 수준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무심천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는 오인 신고가 들어왔지만 행적이 확인돼 종결 처리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충북 영동군에선 빗길에 도로 옆 야산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끄러지며 30대 운전자 남성이 숨지고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쳤다.● 충청 호남 ‘극한 호우’ 가능성… 장마 최대 고비 이번 주말이 여름 장마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 호남 등에는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mm를 넘어서는 ‘극한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충남과 전북 일부에 400mm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충북, 전남, 경북 내륙 일부는 300mm 이상 쏟아지겠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등의 예상 강우량은 30∼100mm,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은 최대 150mm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과 제주는 20∼70mm, 제주 산지는 최대 100mm 이상 내릴 수 있겠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 인명 피해로 이어진 폭우가 시간당 144mm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강수량의 지역차가 크고, 비구름대의 남하가 정체될 경우 강수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집중호우로 논산역 인근 하천 수위가 상승하자 호남선 서대전∼익산 구간 일반 열차 운행을 14일 오후 6시 15분부터 15일 막차까지 중단한다고 14일 밝혔다. 영동, 태백선도 15일까지 전 구간 운행을 중단하며, 충북선과 경전선도 폭우가 내린 일부 구간에 대해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논산=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밤중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돌과 흙이 쏟아져 있었어요. 급하게 대피하라길래 큰일 난 줄 알고 놀랐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빌라 주민 이모 씨(67)는 전날 오후 9시 반경 발생한 축대 붕괴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새벽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이 씨가 살던 빌라 바로 앞까지 토사와 돌들이 쏟아져 내려 인근 20가구 46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노부부가 충남 논산에서 산사태로 참변을 입은 이날 전국 곳곳에선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호우로 한강 수위가 불어나 잠수교가 잠기는 등 도로 곳곳이 통제돼 극심한 출퇴근길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임진강 상류인 황해도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 전국서 4000가구 정전…산사태 최고 수준 위기 경보 비와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국 곳곳에서 정전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경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강풍으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며 고압선이 끊어져 인근 2000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광주 광산구에서도 오전 4시 반경 폭우에 가로수가 넘어지며 전깃줄을 건드려 정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광산구 송정 1동·신흥동 일대 945가구에 전기와 통신망 공급이 차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도 아파트 지하 전기실로 빗물이 유입돼 1000여 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수도권에선 경기 남양주가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 201.5㎜를 기록하는 등 ‘물 폭탄’이 쏟아져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됐다. 서울에선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잠수교 등이 통제됐고 전국에서 도로 99곳, 하천변 757곳과 15개 국립공원 407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충청과 호남 지역에선 홍수 경보도 발령됐다. 금강홍수통제소와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경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갑천 만년교 지점에 대해 오후 2시 20분 홍수경보가 변경 발령됐다. 경보 수위 기준인 4.5m가 넘을 것이 예상된 데 따른 조치다. 산림청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에 최고 수준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오인 신고가 들어오는 소동도 벌어졌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충북 청주에서는 무심천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이 출동해 수색에 나섰다. 3시간 가까이 수색한 결과 경찰은 행인이 하천에서 계단으로 올라오는 폐쇄회로(CC)TV 장면을 포착해 동일인으로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충남 영동군에선 빗길에 도로 옆 야산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끄러지며 30대 운전자 남성이 숨지고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쳤다.● 충남-전북 최대 400㎜, 장마 최대 고비 이번 주말이 여름 장마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사흘간 충남, 전북 등에는 400㎜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 지역은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를 넘어서는 ‘극한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충청, 호남, 경북 내륙에 100~2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전남, 경북 내륙도 300㎜ 이상 쏟아지겠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영남 등의 예상 강우량은 30~100㎜,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은 최대 150㎜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과 제주는 20~70㎜, 제주 산지는 최대 100㎜ 이상 내릴 수 있겠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 인명 피해로 이어진 폭우가 시간당 144㎜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강수량의 지역차가 크고, 비구름대의 남하가 정체될 경우 강수가 한곳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도영진기자 0jin2@donga.com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김예윤기자 yeah@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폭우가 내린 1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2만 명 넘게 집결해 집회를 진행했다. 3일 총파업 개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는 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약 1만7000명을 포함해 화섬식품노조, 사무금융노조 등 약 2만2000명(경찰 추산)이 집결했다. 보건의료노조 등은 이날 오후 1시 반경 세종대로 일대에서 ‘보건의료인력 확충’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전 집회를 열었다. 오후 3시부터 본집회가 시작되면서 종로구 동화면세점부터 세종대로 대한문 방향으로 편도 5개 전 차로 900m가량을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했다. 건널목도 함께 통제돼 시민들은 인근 지하차도로 돌아가 길을 건너는 등 통행에 불편함을 겪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경 집회를 마친 후 용산구 대통령실과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방면으로 나뉘어 각각 3000명, 9000명이 행진했다. 대통령실 방면 행진은 집회 신고 시간인 오후 5시가 넘으면서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서 중단됐다. 해산 과정에서 경찰이 2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장맛비 속 대규모 시위로 일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규승 씨(57)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착 예정 시간이 11분 남았다고 했는데 25분으로 늘어났다”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하루 내린 비 때문에 아이가 뛰어노는 놀이터 앞까지 물에 잠기는 게 말이 되나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앞에서 만난 입주민 A 씨는 전날 집중호우로 단지 일부가 침수된 것을 두고 분통을 터트렸다.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는 그는 “신축 아파트를 어떻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안전사고가 또 발생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입주가 시작된 지 4개월 된 이 아파트는 지난달 이미 한 차례 지하주차장에 물고임이 발생한 바 있다. 11일에도 서울 지역에 시간당 70㎜ 내린 폭우로 단지 내 보행자길과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물이 성인 발목 높이까지 차올랐다. 주민들 사이에선 ‘침수 자이’, ‘침수가 옵션이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입주민 “신축 아파트 물난리 상상 못 해”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다른 입주민도 “신축 아파트에서 물난리가 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주민 천귀일 씨(60)는 “입주민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합과 시공사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폭우에 침수된 신축 아파트는 이곳뿐이 아니다. 인천 서구 백석동의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 아파트 역시 전날 오후 3시경 지하주차장과 공동현관과 엘리베이터 등이 물에 잠겼고, 계단에서도 물이 쏟아졌다. 2개 단지 전체 4800여 채 규모인 이 아파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12일 찾은 아파트 단지에는 지하주차장과 공동현관 입구 등 곳곳에 침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파트 관계자는 “지하주차장과 이어진 외부 지대가 높은 편인데 순간적으로 비가 많이 오면서 물이 흘러들어 왔다”고 했다. 하지만 한 입주민은 “비가 짧은 시간에 많이 왔다고 하지만 다른 인근 아파트 단지들은 괜찮았다”며 “입주가 시작된 지 2주밖에 안 된 아파트에서 장마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침수 피해가 생기니 걱정”이라고 했다. 입주민들 사이에선 아파트 이름을 패러디해 ‘물이 흐르지오’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전문가 “배수시설 문제 가능성” 논란이 되자 아파트 시공사들은 “단시간에 국지적으로 비가 쏟아지면서 부분적으로 침수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를 시공한 GS건설 관계자는 “전날 침수 피해가 발생한 커뮤니티 시설은 외부와 높이 차이가 없이 설계돼 폭우에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지가 저지대에 있어 물이 고인 것이며 부실 시공은 아니다. 배수관을 더 큰 것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를 시공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에 설치된 빗물받이 용량을 초과하는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져 넘침 현상이 발생했다”며 “1차 복구를 완료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보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당 아파트들이 위치한 지반이 낮은 데다 배수시설까지 물의 흐름과 어긋나게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배수시설 용량 부족이나 배수로 설계가 잘못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전날 폭우로 부산 사상구 학장천의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60대 여성은 전방위적인 수색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또 호남 지역에선 12일 새벽 폭우가 쏟아지며 오전까지 일부 지역의 강수량이 150㎜를 넘었다.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강한 비바람으로 일부 가로수가 쓰러졌고 도로 및 주택 침수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하루 내린 비 때문에 아이가 뛰어노는 놀이터 앞까지 물에 잠기는 게 말이 되나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앞에서 만난 입주민 A 씨는 전날 집중호우로 단지 일부가 침수된 것을 두고 분통을 터트렸다.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는 그는 “신축 아파트를 어떻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안전사고가 또 발생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입주가 시작된 지 4개월 된 이 아파트는 지난달 이미 한차례 지하주차장에 물고임이 발생한 바 있다. 11일에도 서울 지역에 시간당 70mm 내린 폭우로 단지 내 보행자길과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물이 성인 발목 높이까지 차올랐다. 주민들 사이에선 ‘침수 자이’, ‘침수가 옵션이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입주민 “신축 아파트 물난리 상상 못해”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다른 입주민도 “신축 아파트에서 물난리가 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주민 천귀일 씨(60)는 “입주민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합과 시공사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폭우에 침수된 신축 아파트는 이곳 뿐이 아니다. 인천 서구 백석동의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 아파트 역시 전날 오후 3시경 지하주차장과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등이 물에 잠겼고, 계단에서도 물이 쏟아졌다. 2개 단지 전체 4800여 채 규모인 이 아파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12일 찾은 아파트 단지에는 지하주차장과 공동현관 입구 등 곳곳에 침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파트 관계자는 “지하주차장과 이어진 외부 지대가 높은 편인데 순간적으로 비가 많이 오면서 물이 흘러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한 입주민은 “비가 짧은 시간에 많이 왔다고 하지만 다른 인근 아파트 단지들은 괜찮았다”며 “입주가 시작된 지 2주 밖에 안 된 아파트에서 장마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침수피해가 생기니 걱정”이라고 했다. 입주민들 사이에선 아파트 이름을 패러디해 ‘물이 흐르지오’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전문가 “배수시설 문제 가능성” 논란이 되자 아파트 시공사들은 “단시간에 국지적으로 비가 쏟아지면서 부분적으로 침수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를 시공한 GS건설 관계자는 “전날 침수 피해가 발생한 커뮤니티 시설은 외부와 높이 차이가 없이 설계돼 폭우에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지가 저지대에 있어 물이 고인 것이며 부실 시공은 아니다. 배수관을 더 큰 것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를 시공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에 설치된 빗물받이 용량을 초과하는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져 넘침 현상이 발생했다”며 “1차 복구를 완료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보완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당 아파트들이 위치한 지반이 낮은데다 배수시설까지 물의 흐름과 어긋나게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배수시설 용량 부족이나 배수로 설계가 잘못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전날 폭우로 부산 사상구 학장천의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60대 여성은 전방위적인 수색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또 호남지역에선 12일 새벽 폭우가 쏟아지며 오전까지 일부 지역의 강수량이 150㎜를 넘었다.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강한 비바람으로 일부 가로수가 쓰러졌고 도로 및 주택 침수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수십 년 동안 운영해 왔는데, 이제 정말 다른 장사를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초복을 맞은 11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골목. 보신탕 전문점이 서너 곳 남은 이 골목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60년 전통’이란 문구를 내걸고 보신탕집을 운영해 온 사장 박모 씨(60)는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박 씨의 식당 중 2층은 아예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고 1층 테이블은 8곳 중 6곳이 비어 있었다. 박 씨는 “복날 특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단골마저 최근 발길이 끊기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보신탕집에서도 이날 낮 12시 반경까지 1만7000원짜리 보신탕을 주문한 손님은 2명에 불과했다.● ‘개 식용’ 비판 확산에 업종 바꾸는 보신탕집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신탕 대신 삼계탕이나 오리탕 등으로 메뉴를 변경하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에서 음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5)는 “보신탕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갈 수 없어 2년 전 삼계탕과 오리 요리로 메뉴를 바꿨다”며 “아직 보신탕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했다. 보신탕집을 운영해 온 이들은 “최근 식용 개고기 논란이 확산되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박 씨는 “시민단체 등에서 유통업체까지 찾아가 개 식용에 반대 의사를 전하고 있다. 이제 재료도 납품받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했다.개 식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여전히 팽팽하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생존권 투쟁위원장은 “개 식용 문제는 국민의 식주권이기에 법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신고 절차를 마치고 유통하고 있는데 정치권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 식용을 위해 개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며 “정부가 개 식용을 종식하기 위한 결단을 신속하게 내려 줄 때”라고 주장했다.● 보신탕집 대신 복날 특수 누리는 삼계탕집 복날인 이날 직장인들은 보신탕집 대신 삼계탕집으로 몰렸다. 이날 낮 12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삼계탕집 앞에서 줄 서 있던 직장인 김승환 씨(37)는 “초복이라 몸보신하러 왔다”며 “주변에도 초복이라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못 봤다”고 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 앞에는 대기 번호표가 100번대까지 발급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 여파로 삼계탕 한 그릇이 2만 원에 육박한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 씨(34)는 “평소 구내식당을 이용했지만 오늘은 초복이라 삼계탕집을 찾았다”면서도 “한 그릇에 2만 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놀라 일반 백반집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삼계탕 가격은 서울 기준으로 지난해 5월 1만4577원에서 올 5월 1만6423원으로 12.7% 올랐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