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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콘셉트로 한국을 해외에 홍보한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국가홍보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위키피디아 등에서 유통되는 한국에 대한 정보 수준을 정부차원에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디지털 대전환 시대, 해외홍보 추진계획(2024~2027)’을 발표했다.문체부는 한국의 해외 홍보 콘셉트를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정하고, 관련 기관과 콘텐츠 메시지 등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가이미지 조사 등을 통해 도출한 ‘혁신적인’, ‘창의적인’, ‘친근한’, ‘신뢰할 수 있는’, ‘성장하는’, ‘안전한’ 등 6가지 한국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홍보 스토리 발굴도 진행한다.올해 하반기부터는 국가홍보전략위원회를 운영해 각 부처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홍보 방향 및 세부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정책이나 국제 행사, 기업 활동 등에 연계해 나갈 방침이다.국내 주요 연구기관 등과 협업해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관광 웹사이트 등 해외에서 한국의 정보를 파악하는 주요 경로에 양질의 한국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K-인포 허브’도 구축한다.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 초청, 유학생 이주노동자 등 주한 외국인들과 공동으로 ‘한국생활 지침서(가칭)’ 제작 등도 추진된다.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예술, 콘텐츠, 관광 등 각 분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각 정책이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 집결돼 선순환을 일으키도록 해외 홍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지난해 7월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는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수치를 접하자 머리를 움켜잡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면은 한국의 인구 위기 문제를 상징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기도 했다. 한국의 인구 문제를 두고 ‘국가적 재앙’ ‘종족 소멸’ 등 무시무시한 표현이 익숙해질 정도지만 저자는 “인구 변화의 미래는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의 인구 위기 문제를 각종 통계 분석을 통해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인 저자는 서울대에서 20년째 ‘인구와 경제’ 과목을 강의하는 등 국내의 대표적인 인구경제학자다. 책은 한국의 인구가 감소 자체보다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만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등을 고려할 때 노동인구는 향후 15∼20년간 ‘절벽’보다는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이 사이에 한국 경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동인구 대응 정책을 면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3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이다. 미래의 고령층이 현재보다 고학력층이라는 점에서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보는 것. 또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꼽는다. 현재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 후반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해 20∼30%포인트 낮다. 마지막으로 우수 외국 인력의 적극 도입이다. 현재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이 이어지면 임금 우위만으로 외국 인력을 끌어들이기 어려울 수 있기에 임금 외에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화되는 인구 문제를 풀기 위한 좋은 참고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서유민 씨(26·사진)가 미국 루이지애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에 임용됐다. 금호문화재단은 서 씨가 13, 14일 진행된 루이지애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선발 오디션에 최종 합격해 올 9월부터 악장 활동을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서 씨는 2010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콜번학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2014년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2019년 빈 국제 현악 콩쿠르 3위를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미국 퍼시픽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최연소 종신 부악장으로 활동 중이다. 1991년 창단한 루이지애나 필하모닉은 뉴올리언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다. 기존 한국인 단원으로 제2바이올린 부수석 조하영 씨, 플루트 종신 수석 류지원 씨 등이 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뉴스 등 저작물을 인공지능(AI) 학습에 이용할 경우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 ‘AI 공짜 학습’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르면 연말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 외에도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거짓정보 확산에 대응하고 AI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도 내놨다. 정부는 21, 22일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여하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서울에서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AI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딥페이크를 통한 가짜뉴스와 디지털 격차 등 AI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디지털은 국경을 넘어 초연결성을 지닌 만큼 글로벌 차원의 디지털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기반으로 디지털 시대 새롭게 불거지는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았다. 우선 정부는 AI 저작권 대책을 만들기 위해 법조계, 산업기술계 등으로 구성된 ‘AI-저작권 워킹그룹’을 연말까지 운영한다. AI 학습에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AI 학습데이터 목록 공개’ 등과 같은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NYT)가 오픈AI 등을 상대로 AI 학습에 NYT 기사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수조 원대 소송을 제기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난해 1차 워킹그룹을 운영해 AI 학습 시 뉴스, 음악 등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올해는 2차 워킹그룹을 운영해 구체적인 보상 여부 및 방식 등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연말까지 연구 내용 등을 통해 저작권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파급성과 시급성이 높은 정책 8개를 핵심 과제로 정했다. △AI 기술의 안전성 및 신뢰·윤리 확보 △딥페이크 이용 거짓정보 대응 △AI 개발·활용 관련 저작권 제도 정비 △디지털 재난 및 사이버 위협·범죄 대응 △디지털 접근성 제고 및 대체 수단 확보 △비대면 진료 안정적 시행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호 △잊힐 권리 보장 등이다. AI 안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는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허위정보 대응을 위해 워터마크(일종의 꼬리표)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령을 만들 계획이다. 딥페이크 허위정보를 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는 등 기술적 대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의 ‘잊힐 권리’도 제도화한다. 성인 이전 시기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지우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AI 산업 발전의 제도적 기초인 AI 기본법을 연내 제정하는 것도 추진한다. 또 자율주행차 사고 등 AI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어떻게 입증 책임을 지울지, 책임 주체는 어떻게 설정할지 등 법적 쟁점도 발굴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령 개정 사안이 많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세계 여러 작가도 제 나이 때에 절필 선언을 했어요. 저는 조금 더 쓰려고요. 3권을 더 쓰면 될 것 같습니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문화복합시설 사우스뱅크센터에서 열린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자 낭독회에서 황석영 작가(81)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지팡이를 짚고 나온 황 작가가 “오늘 아침에 화장실이 미끄러워 넘어져서 그런 것이지 저는 아직도 쌩쌩합니다”라고 말하자 객석에선 큰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황 작가는 2020년 출간한 소설 ‘철도원 삼대’(영문판 ‘마터 2-10’)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는 철도원 삼대를 포함해 6개 작품이 선정됐다. 철도원 삼대는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근현대 역사를 조망하는 소설이다. 앞서 황 작가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16일 영국으로 출국했다. 황 작가는 낭독회에서 소설의 한 부분을 발췌해 낭독한 뒤 집필 계기, 과정 등을 공개했다. 황 작가는 “1989년 방북했을 당시 서울 영등포 출신의 전직 철도기관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영등포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황 작가는 “초등학교 때 목조건물이던 학교에서 화재가 났는데 화장실이 불에 타 온 동네에 냄새가 진동한 일화 등을 얘기하면서 서로 통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작가는 “한국 문학에서 근대 산업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다룬 적이 없으니 그 빠진 얘기를 다루고자 했고, 또 하나는 어린 시절을 보낸 영등포의 추억을 담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출판으로 이어진 것은 3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도 했다. 황 작가는 “망명과 징역살이를 했고, 이후에는 검열이 있었다. 검열 해제 이후에도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운동을 정면으로 다루는 게 힘들어 시간을 기다렸다”며 “팬데믹 기간 이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가가 나란히 후보에 오르고, 수상 시 5만 파운드(약 8500만 원)의 상금도 균등하게 나눠 받는다. 이날 낭독회에선 황 작가와 함께 번역가 소라 김 러셀, 영재 조세핀 배도 무대에 올랐다. 낭독회가 끝난 후 이어진 사인회에선 독자들이 황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고 긴 줄을 섰다. 현장에 참석한 출판사 창비 관계자는 “책 판매, 사인을 받는 줄도 (황 작가가) 가장 길었다”고 전했다. 최종 수상작은 21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아프리카 대륙의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주변 환경은 전원생활과 다름없었지만 정작 도킨스의 취미는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이 시기 자신을 동물학자로 이끈 계기가 있었는데 어린이책 ‘두리틀 박사의 모험’이었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두리틀 박사의 모험을 다룬 책으로, 매일 두리틀과 함께 상상의 세계에 빠졌다고 한다. 도킨스는 어린이책을 통해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습관, 진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 인습을 타파하려는 자세 등을 느꼈고, 결국 진화를 연구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과학자 26인이 어떤 호기심과 계기로 과학이라는 분야에 끌리게 됐는지 그들의 유년 시절에서 실마리를 찾아간다. 저자는 도서 저작권 대행사인 브록만사의 설립자이자 과학자와 사상가들의 모임인 ‘에지포럼’의 편집자 겸 발행인이다. 책에 등장하는 26인의 과학자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고, 창의적인 연구물을 내놓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들을 과학의 세계로 이끈 원동력은 제각각 다르다. 우선 훌륭한 스승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경우다. 복잡계 이론의 석학이자 코넬대 석좌교수인 스티븐 스트로개츠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과학 선생님이 그를 수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작은 진자(振子)의 궤적을 측정하며 주기의 원리를 이해하는 실험에서 수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 그는 “두려움과 경외심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경험을 했다. 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경제물리학자인 도인 파머 옥스퍼드대 교수는 어렸을 적 미국 뉴멕시코주의 한 시골 동네에서 이웃 주민으로 만난 20대 청년 물리학자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틈만 나면 그와 오토바이를 분해하고, 상대성이론을 토론하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결국 물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한 응용학문의 대가가 됐다. ‘다중 지능 이론’을 창시한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회과학자가 된 계기로 유년 시절 닥치는 대로 책, 신문, 잡지, 백과사전 등을 읽은 경험을 꼽는다. 특히 전기를 많이 읽었고, 지금도 누구보다 많은 신문과 정기간행물을 읽고 있다고 한다. 풍족하지 않은 주변 환경이 과학자를 만들기도 한다. 신경과학자인 조지프 르두 뉴욕대 교수는 어렸을 때 도축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매주 토요일마다 도축 일을 했다. 과거에는 소의 머리에 총을 쏴서 도축을 했는데, 소 뇌에서 총알을 꺼내는 게 그의 주된 일이었다. 손가락을 소 뇌 속에 집어넣으며 공포, 생명, 사후세계 등에 관심이 생겼고, 지금은 뇌 연구 분야의 석학이 됐다. 심리학자인 고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유전질환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의 신체적 제약이 오히려 글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나를 나이게 한 것은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이지만 유년 시절은 평범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누구나 어렸을 적 갖고 있는 풍부한 호기심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 원동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KBS가 ‘우파 중심 인사로 조직을 장악하라’는 취지의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KBS는 17일 “서울남부지법에 MBC 및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상대로 ‘괴문서’와 관련된 방송의 허위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KBS는 “(해당 방송으로)KBS의 공공성과 신뢰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면서 “(MBC가 보도한)괴문서는 출처를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 역시 전혀 없으며, 괴문서 내용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KBS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MBC는 “KBS 내부 고발인으로부터 정당하게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보도에 대한 고발은 권력에 장악된 KBS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MBC는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의미의 공영방송으로서 이번 소송에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올 3월 31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KBS의 변화 시나리오가 담긴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다. 우파 중심 인사로 조직을 장악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등의 내용을 방송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대통령실이 4·10총선 등을 염두에 두고 올스톱했던 공공기관장 인사를 위해 동시다발적인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전체 327곳 중 이미 기관장 임기가 끝났거나 상반기(1∼6월) 중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곳이 90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에서는 “총선 뒤 공공기관장 인사의 장(場)이 크게 열렸다”며 “총선 낙선·낙천자를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4일 “대통령실에서 공공기관장 인사를 위한 동시다발적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낙선·낙천자 등을 염두에 두고 총선 전 일정 부분 중단됐던 공공기관 인사 관련 작업이 이제 본격적으로 재개된 것”이라고 전했다. 총선 이후 공공기관장 인사 작업이 진행되는 건 대통령실의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이 공공기관장 인사를 지렛대로 낙선·낙천자들의 동요나 공개적인 반발을 줄이는 유인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동아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전수분석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올 1월 지정한 공공기관 327곳 중 이미 기관장 임기가 끝난 곳은 78곳, 올 상반기 만료될 예정인 곳은 12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1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90곳 가운데 가장 높은 3억8033만 원의 연봉(지난해 기준)을 받아 여권 인사들이 ‘알짜배기 기관’이라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발전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사장 연봉 1억9067만 원)도 현 사장 임기가 4월 말로 만료돼 후임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총선에서 울산 동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권명호 의원이 거론된다. 올해 안에 임기가 만료되는 곳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147곳의 공공기관장이 바뀔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3년 남은 상황에서 공공기관장으로 부임하면 3년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어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장 인사 후에는 감사와 이사 등 후속 임원 인사도 남아 있어 낙선자들의 눈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민원을 전달할 수 있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에게 특히 공공기관장 인사 관련 부탁이 몰리고 있다”며 “대통령실 정무라인이 인사 민원을 받느라 분주하다는 이야기가 당에까지 흘러들어 오고 있다”고 전했다.투자公 사장 연봉 4억-주택금융公 3억… “낙선자 尹눈도장 경쟁” 공공기관장 상반기중 빈자리 90개여권 “험지에서 고생한 인사들… 공기관 수장 자리 챙겨주는건 관례尹저격 낙선 의원 안보내는게 기류”전문가 “보은성 인사, 부실경영 초래” “총선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부터 공공기관장 인사가 사실상 올스톱이었는데 총선 이후 본격 재개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실이 공공기관장 인사를 위해 동시다발적인 검증을 진행하는 상황에 대해 14일 이같이 전했다. 기관장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올해 6월까지 끝나는 공공기관이 90곳에 달하는 가운데 총선에서 낙선한 여권 인사들이 연봉이 4억 원에 육박하는 한국투자공사(3억8033만 원), 3억 원에 가까운 한국주택금융공사(2억8726만 원), 2억 원을 훌쩍 넘는 한국벤처투자(2억4927만 원) 등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권에선 “험지에서 고생한 낙선자에게 공공기관 수장 자리를 챙겨주는 것은 암묵적 관례”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집권 여당이 보장된 일자리 덕에 선거 패배에도 느긋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문성도, 업무 연관성도 없는 인사들이 검증 없이 보은성으로 낙하산으로 내려꽂히는 일이 반복되면서 공공기관들에서 효율성 하락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집권 여당은 선거 떨어져도 빈손으로 안 가” 14일 동아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를 전수분석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2024년 공공기관 327곳 중 90곳의 기관장 임기가 이미 만료됐거나 상반기에 만료될 예정이다. 올해 말 임기 만료 기관까지 범위를 넓히면 총 147곳이다. 이미 기관장 임기가 끝나 장기 공석인 곳도 상당수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도 지난해 5월 31일 전임 원장이 사직한 후 11개월 넘게 후임이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해 8월 기관장이 사직한 후 9개월 넘게 기관장이 공석이다. 기관장 임기가 끝난 지 6개월 이상인 곳은 8곳, 3개월 이상인 곳은 26곳, 1개월 이상인 곳은 23곳으로 나타났다. 총선 참패 뒤에도 낙선·낙천자들의 대통령실을 향한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공공기관장행(行)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 113명 중 불출마를 포함해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의원이 58명에 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낙선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총선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주재한 오찬에 참석했다”며 “공공기관장 인사가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윤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낙선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낙선 의원 중에서도 대통령을 저격했던 의원은 기관장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기류”라고 전했다. 여당 내에선 이 같은 낙하산 또는 보은성 공공기관 인사가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친윤(친윤석열) 핵심 의원은 “우리는 집권 여당이니까 선거에서 떨어져도 그냥 빈손으로 집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공공기관장 인사 규모가 커진 데는 문재인 정부 막판 공공기관장 알박기 여파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건 문재인 정부 막판 이뤄졌던 알박기 인사 탓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이뤄진 무리한 인사로 들어온 공공기관장들이 보장된 3년 임기를 채우고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낙선·낙천 인사들 연봉 2억∼3억 원 ‘알짜’ 기관에 눈독 정치권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거나 민간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현재 기관장 임기가 끝난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벤처투자 등 금융권 공기업 수장 자리도 낙선·낙천한 정치권 인사들이 노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KOTRA(연봉 2억2750만 원)는 이달 19일로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한전KPS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2억3100만 원이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2월 7일 김윤태 원장이 퇴임한 이후 원장 자리가 3개월 넘게 공백인 상태다. 차기 원장 자리에는 국민의힘 후보로 충남 천안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경기 용인병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고석 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 등이 거론된다. 올 2월로 기관장 임기가 종료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경우 경북 김천시가 소재지여서 김천 경선에서 낙마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출신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 얘기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정권을 잡으면 보은성 인사를 반복한다”며 “결국 공공기관 부실 경영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평가를 엄중하게 진행해 문제가 있을 경우 즉각적으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평소 일반에 공개하지 않던 관광지가 6월 한 달간 특별 개방되고, 숙박 및 교통요금 할인 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4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6월 여행 가는 달’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올 3월에도 같은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할인 혜택 폭과 여행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났다. 교통 할인의 경우 숙박·체험권 등 지역관광 연계 상품과 결합해 구매하면 고속철도(KTX) 요금을 주중에는 50%, 주말에는 30% 할인해준다. 또 서해금빛열차, 백두대간협곡열차 등 5개 관광열차의 운임을 50% 할인하고, 내일로패스 1만 원 할인, 내륙 항공노선 2만 원 할인, 시티투어버스 50% 할인도 진행된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수요를 고려해 반려동물 항공운임 할인 혜택도 진행한다. 철도와 항공 할인권은 16일부터 예매할 수 있고, 정해진 수량만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반려동물 운임 할인권은 다음 달 1일부터 예매할 수 있다. 숙박할인권 25만 장도 배포된다. 경북, 강원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7만 원 이상 숙박상품에 대한 5만 원 할인권을 28일부터 30일까지 선착순으로 발급한다. 다음 달 3일부터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2만 원 이상 숙박상품을 예약할 때 사용할 수 있는 2만∼3만 원 할인권도 지급한다. 평소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장소를 특별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도 운영된다.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체험, 남해 지족해협에서의 죽방렴 물고기잡이 체험, 아산 외암민속마을 문화유산 야행, 예천 석송령 등을 6월 한 달간 특별 개방한다. 이색 지역 여행상품도 준비됐다. 계촌 클래식 축제 투어, 공주 성지순례, 경주 황촌 체류여행 등 70여 개 지역에서 130여 개 여행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웰촌’ 농촌여행상품 할인전(최대 50%)도 개최된다. 14개 소도시로 떠나는 당일 기차여행 ‘여기로’(여행 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 여행) 행사도 이어진다. 본인 부담 4만9000원으로 교통부터 식사, 관광지 입장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추첨을 통해 1000여 명이 참여할 수 있는 규모로 진행하며 다음 달 1일, 7일, 14일, 15일 등 4차례에 걸쳐 전용 열차가 출발한다. 6월 여행 가는 달 캠페인 모델인 배우 여진구 씨와 함께 떠나는 ‘여행친구 여진구’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강원 양구, 인제 지역에서 여 씨와 함께 미술관을 방문하고 자작나무 숲을 걷는 행사로, 14일부터 20일까지 신청자들 가운데 20명을 추첨해 선발한다. 할인 혜택과 행사 일정, 참여 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travelmonth)에서 확인할 수 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평소 일반에 공개하지 않던 관광지가 6월 한달 간 특별 개방되고, 숙박 및 교통요금 할인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4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6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올 3월에도 같은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할인 혜택 폭과 여행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났다. 교통할인의 경우 숙박·체험권 등 지역관광 연계 상품과 결합해 구매하면 고속철도(KTX) 요금을 주중에는 50%, 주말에는 30% 할인해준다. 또 서해금빛열차, 백두대간협곡열차 등 5개 관광열차의 운임을 50% 할인하고, 내일로패스 1만 원 할인, 내륙 항공노선 2만 원 할인, 시티투어버스 50% 할인도 진행된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수요를 고려해 반려동물 항공운임 할인 혜택도 진행한다. 철도와 항공 할인권은 16일부터 예매할 수 있고, 정해진 수량만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반려동물 운임 할인권은 다음 달 1일부터 예매할 수 있다. 숙박할인권 25만 장도 배포된다. 경북, 강원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7만 원 이상 숙박상품에 대한 5만 원 할인권을 28일부터 30일까지 선착순으로 발급한다. 다음달 3일부터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2만 원 이상 숙박상품을 예약할 때 사용할 수 있는 2만~3만 원 할인권도 지급한다.평소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장소를 특별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도 운영된다.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체험, 남해 지족해협에서의 죽방렴 물고기잡이 체험, 아산 외암민속마을 문화유산 야행, 예천 석송령 등을 6월 한 달간 특별 개방한다. 이색 지역 여행상품도 준비됐다. 계촌 클래식 축제 투어, 공주 성지순례, 경주 황촌 체류여행 등 70여 개 지역에서 130여 개 여행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웰촌’ 농촌여행상품 할인전(최대 50%)도 개최된다. 14개 소도시로 떠나는 당일 기차여행 ‘여기로’(여행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 여행) 행사도 이어진다. 본인 부담 4만9000원으로 교통부터 식사, 관광지 입장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추첨을 통해 1000여 명이 참여할 수 있는 규모로 진행하며 다음 달 1일, 7일, 14일, 15일 등 4차례에 걸쳐 전용 열차가 출발한다.6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 모델인 배우 여진구 씨와 함께 떠나는 ‘여행친구 여진구’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강원 양구, 인제 지역에서 여 씨와 함께 미술관을 방문하고 자작나무 숲을 걷는 행사로, 14일부터 20일까지 신청자들 가운데 20명을 추첨해 선발한다. 할인 혜택과 행사 일정, 참여 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travelmonth)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적 제재 논란을 일으킨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접속 차단 조치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1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심의해 시정 요구(접속 차단)를 의결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복역 중인 범죄자를 비롯해 일반인 등 100여 명의 실명과 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 개인정보를 게시해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여자친구 살해 사건 피의자인 의대생 최모 씨(25)의 실명과 과거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방심위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해 성범죄자뿐 아니라 범죄 피의자, 일반인의 신상 정보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법 시스템을 벗어난 사적 제재를 목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지 않거나, 수사 중인 사건과 관계된 개인의 신상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면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방심위의 판단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 등으로 인한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콘텐츠 산업 제작의 중심축인 방송사에 대한 규제 개선과 적극적인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10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민영방송 생태계를 위한 진흥책 모색’ 학술회의에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그동안 방송사 등 레거시 미디어의 지속적인 투자 등으로 K콘텐츠 산업이 발전해 왔지만 글로벌 미디어 업체의 시장 잠식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흐름을 그대로 방치하면 한국 소프트파워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콘텐츠 산업 자체가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은 2018년 9766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세가 이어지며 2022년에는 6905억 원까지 떨어졌다. 노 소장은 “방송사들은 광고 감소뿐 아니라 OTT 확산으로 인한 방송 프로그램 시장 잠식까지 맞이한 상황”이라며 “방송의 공익성 등을 감안해 OTT만큼은 아니더라도 재승인 제도의 과도한 부과 조건 최소화, 의무 편성 및 경직된 심의 완화 등 기존의 낡은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드라마, 버라이어티, 교양 등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고 진입장벽이 높은 콘텐츠들은 방송사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시드(Seed) 콘텐츠’로, 디지털 플랫폼과 OTT 등으로 유통되는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웹툰, 웹소설 등 분야는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과학화, 전산화 지원으로 창작자들이 역량 발휘 기회와 적절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며 “유튜브나 OTT의 시청 정보 등에 대한 개방 정책 등을 추진해 방송 콘텐츠 시장 역시 전산화, 체계화된 정보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항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인공지능(AI) 및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방송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방송 제작 인력 육성 및 설비 예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경주=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범죄 혐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가 4년 만에 다시 문을 열어 온라인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사건과 관계없는 인물이 가해자로 둔갑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 웹사이트에 대해 다음 주 차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온라인 사적 제재’ 운영자 바꿔 재개 10일 이 웹사이트에는 전날 부산에서 발생한 유튜버 살인 사건 피의자 홍모 씨(56)의 얼굴 사진과 유튜브 주소 등이 공개됐다. 웹사이트 운영진은 “아직 정확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린다”고 올리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8일 구속된 의대생 최모 씨(25)의 실명과 그가 다닌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대학, 과거 게시글 등도 올라와 있다. 신상이 공개된 이들 중에는 수사기관의 신상 공개 결정에 따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인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 신상이 특정된 이들이다. 올 초 음주운전으로 배달기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유명 DJ 등이 대표적이다. 웹사이트 측은 “앞으로 성범죄자, 살인자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폭력, 전세 사기, 코인 사기, 리딩방 사기 등 각종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2020년 이 웹사이트 운영자는 개인정보를 유포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웹사이트는 자진 폐쇄했지만 이번엔 다른 운영자가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현의 자유 넘어서” 지적 이를 놓고 온라인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해당 웹사이트에 올라온 익명 댓글에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달리고 있다. 또, 일부 누리꾼이 공개된 신상 정보를 토대로 피해자 계정까지 찾아내 유포하면서 피해자 측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의대생 최 씨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고인이 된 피해 여성의 신상이 노출돼 유족들이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 경찰도 2차 피해를 우려해 최 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엉뚱한 인물이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2020년 이 웹사이트에서는 사건과 무관한 제3자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당시 지목된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확정 판결 이전에 신상 정보를 먼저 공개해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다는 문제도 있다. 한창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라면서도 “경제적, 사회적 대가를 바라고 무분별하게 확산된 면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온라인 사적 제재에 대해선 플랫폼 사업자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사적 제재 우려가 커지자 1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웹사이트 접속 차단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방심위가 접속 차단을 의결할 경우 의결 당일 바로 접속 차단 작업에 착수해 수일 내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다. 한편 10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홍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재판 당일 (피해자가)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까지 한다고 해서 괘씸해 혼만 내 주려고 했다”며 “흉기로 한 번 찌른 건 인정하는데 그 이후 상황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1일 오후 2시 반 부산지법에서 열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잔혹한 현실을 깨달았다. 해로운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선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식구들과 다르게 대한다는 걸 느꼈을 때,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 몸짓, 목소리 톤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45년이 흘렀다. “가족과 단절하겠다”는 선언을 한 뒤 이를 실천했다. 저자는 뒤늦게나마 “내 인생이 치유됐다”고 고백한다.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야”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처럼 가장 가까운 가족이 오히려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견디며 살아오다 40대 중반이 돼 가족과 완전히 관계를 끊은 저자가 어떻게 가족과 결별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과 방법을 16단계로 소개한다. 우선 건강한 가족과 해로운 가족의 분류법을 제시한다. 건강한 가족은 상대에게 상처를 줬을 때 속상해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해로운 가족은 자신이 잘못해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네가 더 착하거나 덜 보채는 아이였다면 나도 부모 노릇을 더 잘했을 것이다’ 식으로 책임을 돌리거나 언어적, 비언어적 수단으로 가족을 위협한다. 해로운 가족에서 자라난 이들에게선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에 오래도록 짓눌려 자기 긍정감이 낮고, 자신의 판단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이 큰 공통적인 후유증을 발견할 수 있단다. 저자는 해로운 가족이 주는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가족과 자신의 접촉을 분리하는 ‘경계선’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직접 상대방에게 불편하다는 감정을 밝히거나 아예 침묵으로 대응하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의 경우에는 어머니, 아버지, 언니, 오빠 등의 호칭으로 부르지 않고,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저자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스스로 관계를 끊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가족과 경계선을 그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부정적 감정은 ‘죄책감’과 ‘수치심’이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근원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럴 때 “적극적으로 슬퍼하라”고 권유한다.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이들의 경우 슬픈 감정을 건강하게 푸는 법 대신 이를 잊거나 밀어내는 법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이에 “울고, 흐느끼고, 몸을 떨며 소리 지르고 아파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붙들고 있던 잘못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등 건강하게 슬퍼하는 방법 9가지도 소개한다. 저자는 가족과 결별을 겪으면서 상처에 대한 치유, 삶에 대한 자부심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나를 보듬어주는 가족이 없다는 상실감과 누적된 상처가 단번에 없어질 수 없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오히려 자부심, 의욕, 흥미를 고취시킨다고 강조한다. 가족과 헤어지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자신에게 해로운 주변 친구, 연인, 동료 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방법이라고 느껴진다. “나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지적처럼 가족을 비롯한 각종 사회의 틀에 맞추다 정작 우리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하는 책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범죄 혐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가 4년 만에 다시 문을 열어 온라인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사건과 관계없는 인물이 가해자로 둔갑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 웹사이트에 대해 다음 주 차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온라인 사적 제재’ 운영자 바꿔 재개10일 이 웹사이트에는 전날 부산에서 발생한 유튜버 살인 사건 피의자 홍모 씨(56)의 얼굴 사진과 유튜브 주소 등이 공개됐다. 웹사이트 운영진은 “아직 정확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린다”고 올리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8일 구속된 의대생 최모 씨(25)의 실명과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대학, 과거 게시글 등도 올라와있다. 신상이 공개된 이들 중에는 수사기관의 신상 공개 결정에 따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인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 신상이 특정된 이들이다. 올 초 음주운전으로 배달기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유명 DJ 등이 대표적이다. 웹사이트 측은 “앞으로 성범죄자, 살인자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폭력, 전세사기, 코인 사기, 리딩방 사기 등 각종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앞서 2020년 이 웹사이트 운영자는 개인정보를 유포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웹사이트는 자진 폐쇄했지만 이번엔 다른 운영자가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표현의 자유 넘어서” 지적 이를 놓고 온라인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해당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에는 익명 댓글에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달리고 있다. 또, 일부 누리꾼이 공개된 신상 정보를 토대로 피해자 계정까지 찾아내 유포하면서 피해자 측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의대생 최 씨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고인이 된 피해 여성의 신상이 노출돼 유족들이 2차 피해를 겪어야했다. 경찰도 2차 피해를 우려해 최 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엉뚱한 인물이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2020년 이 웹사이트에서는 사건과 무관한 제3자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당시 지목된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확정 판결 이전에 신상 정보를 먼저 공개해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다는 문제도 있다.한창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라면서도 “경제적, 사회적 대가를 바라고 무분별하게 확산된 면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온라인 사적 제재에 대해선 플랫폼 사업자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걸러니야 한다”고 말했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사적 제재 우려가 커지자 1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접속 차단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방심위가 접속 차단을 의결할 경우 의결 당일 바로 접속 차단 작업에 착수해 수일 내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다.한편 10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홍 씨는 경찰조사에서 “재판 당일 (피해자가)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까지 한다고 해서 괘씸해 혼만 내 주려고 했다”며 “흉기로 한 번 찌른 건 인정하는데 그 이후 상황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1일 오후 2시반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어린이날을 맞아 가수 아이유(사진)와 배우 김고은 박보영 등이 어린이 돕기 기부에 나섰다.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6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이유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1억 원을 후원한 확인서를 공개했다. 소속사는 “모든 어린이들이 사랑받으며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기를. 올봄에도 응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파묘’에서 열연한 배우 김고은은 어린이 의료 개선을 위해 어린이병원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배우 박보영은 국제 개발 협력 비정부기구(NGO) 지파운데이션에 국내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기금으로 5000만 원을 내놓았다. 배우 한지민은 유엔 국제구호단체 JTS에, 배우 고민시는 서울아산병원에 각각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밖에 배우 안효섭이 유니세프에 5000만 원을, 방송인 박나래가 서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1000만 원을, 가수 임영웅이 선한스타 4월 가왕에 뽑히며 받은 상금 200만 원을 한국소아암재단에 각각 기부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대통령실이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언론사 무더기 징계와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행위) 논란이 불거진 과잉 경호 논란과 관련해 “신중하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무더기 징계든, 또 과잉적인 추가 조치든 이게 결국은 대통령이 좋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들께 보이는 현상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윤 대통령과의 회담 뒤 ‘대통령이 방송 무더기 징계는 모르는 것 같더라’라고 발언한 데 대해 “사안 사안마다 대통령께서 다 아실 수가 없더라. 우리가 그런 기능을 하는 수석실이 없다”고 말했다. 과잉 경호 논란에는 “경호처나 어디서 고발하는 것들은 대통령께서 전혀 그런 것에 화를 내셔서 진행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정서가 있는데 직접적 위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너무 (경호) 업무만 가지고 보지 말라’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취임 2주년(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구상에 대해 밝힌다. 홍 수석은 “9일을 가장 적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심 청취 강화를 위해 민정수석비서관실 제도를 부활하는 윤 대통령은 신임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63·사법연수원 18기)을 내정하고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될 민정비서관에는 이영상 대통령법률비서관(51·사법연수원 29기)이 자리를 옮기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공석인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는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청사에는 수석 신설·개편을 앞두고 내부 리모델링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한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3일 공개한 ‘2024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를 62위로 매겼다. 지난해 47위에서 15계단 하락한 수치다. RSF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 환경에 대해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판단되는 언론매체가 비난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부모가 된다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 적도 있다. 성인이 돼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모가 된다는 신념 말이다. 하지만 비혼주의자와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가정)이 늘면서 결혼과 출산은 특별한 일이 돼 버렸다. 인간의 본능이 달라진 걸까. 이 책은 모성본능 등 기존의 잘못된 관념이 양육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되는 것은 뇌신경 및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결과라며 과학의 관점에서 부모와 육아란 무엇인지 분석한다. 저자는 2014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 취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언론인으로, 현재 건강,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육아가 본능이라기보다는 뇌에 관련된 신경 연결, 즉 돌봄회로가 새롭게 만들어지며 점점 능숙해져 가는 적응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돌봄회로는 아이라는 강력한 자극에 적절한 방식으로 충분히 노출될 때 발달한다. 그렇기에 엄마에게만 돌봄회로가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조부모나 삼촌, 이모, 형제, 이웃 그리고 입양 부모나 동성 부모도 훌륭한 양육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돌봄회로 형성이 쉬운 과정만은 아니다. 양육의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산후우울증이 꼽히는데, 흥미롭게도 육아 참여도가 높은 아빠일수록 산후우울증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육아의 과정이 고립적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사회적으로 과소평가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저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한 사람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나누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양육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실제로 기억 기능이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비용 대비 수익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처리 회로, 즉 타인의 감정적인 신호를 읽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부모가 되면서 강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육아의 긍정적 효과는 가정뿐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산율 저하로 부모가 줄어드는 한국 사회에 부모 됨의 가치와 의미, 역할을 알려주는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대통령실이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언론사 무더기 징계와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행위) 논란이 불거진 과잉 경호 논란과 관련해 “신중하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무더기 징계든, 또 과잉적인 추가 조치든 이게 결국은 대통령이 좋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들께 보이는 현상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윤 대통령과 회담 뒤 ‘대통령이 방송 무더기 징계는 모르는 것 같더라’고 발언한 데 대해 “사안 사안마다 대통령께서 다 아실 수가 없더라. 우리가 그런 기능을 하는 수석실이 없다”고 말했다. 과잉경호 논란에는 “경호처나 어디서 고발하는 것들은 대통령께서 전혀 그런 것에 화를 내셔서 진행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정서가 있는데 직접적 위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너무 (경호) 업무만 가지고 보지 말라’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취임 2주년(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구상에 대해 밝힌다. 홍 수석은 “9일을 가장 적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민심 청취 강화를 위해 민정수석비서관실 제도를 부활하는 윤 대통령은 신임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63·사법연수원 18기)을 내정하고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명칭은 법률수석(가칭)보다 기존 민정수석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어떤 간판을 달든 민정 기능 강화가 개편의 핵심”이라고 했다. 신설될 민정비서관에는 이영상 대통령법률비서관(51·사법연수원 29기)이 자리를 옮기는 방안도 일각서 거론된다. 공석인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는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청사에는 수석 신설·개편을 앞두고 내부 리모델링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한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3일 공개한 ‘2024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를 62위로 매겼다. 지난해 47위에서 15계단 하락한 수치다. RSF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 환경에 대해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판단되는 언론매체가 비난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뉴욕 3부작’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사진)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77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오스터는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숨졌으며, 사인은 폐암 합병증으로 알려졌다. 1947년 미 뉴저지주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오스터는 컬럼비아대에서 영미, 프랑스,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했다. 1982년 소설 ‘스퀴즈 플레이’로 데뷔한 뒤 소설은 물론이고 시, 에세이, 평론,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오스터의 대표작으로는 ‘뉴욕 3부작’을 비롯해 ‘빵굽는 타자기’ ‘폐허의 도시’ ‘달의 궁전’ 등이 꼽힌다. 2017년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소설 ‘4 3 2 1’이 번역돼 지난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오스터는 도회적 감수성이 풍부한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연의 미학’을 담은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왔다. 사실주의와 신비주의를 결합해 동시대의 일상, 열망, 좌절, 고독, 강박 등을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 예술원의 모톤 다우웬 자블상, 미국의 문학상 펜포크너상, 프랑스의 메디치상, 오스트리아의 왕자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됐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