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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네는 리디아의 단짝 친구지만, 거침없는 성격 탓에 때론 리디아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리디아가 엄마랑 놀이공원에 간다는 말을 들은 티네가 리디아의 엄마를 찾아가 “저도 같이 가면 안 되나요?”라고 대뜸 조르는 식이다. 엄마와 단둘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던 리디아는 티네와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 리디아는 이웃 집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할아버지는 리디아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평소 리디아가 타고 싶어 하던 말 ‘한니발’을 끌고 온다. “꼬마 아가씨, 넌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며 리디아가 한니발을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이끈다. 한니발 타기에 성공한 리디아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 곧장 엄마를 찾아가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티네에게도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다짐한다. 속내를 말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친구에게 휘둘리곤 하는 리디아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과정을 통해 관계의 균형을 위해선 때론 적절한 거절도 필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 2회차’를 산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동요 가사를 수십 년 만에 떠올리며 열창하고, 일상생활에서 별생각 없이 쓰던 한글의 창제 원리를 새삼 분석하며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칠 때 등 말이다. 그럴 때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유아 시절로 돌아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금 반복 학습하는 느낌을 받는다.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고전의 힘은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한때 아이가 매일 밤 잠들기 전 단골로 찾던 책은 다름 아닌 ‘이솝 이야기’ 시리즈와 ‘안데르센 동화’였다. 어른이 된 이 시점에 다시 접한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작품과 이솝 이야기는 그 나름의 교훈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곱씹어볼 수 있는 매력이 상당하다. 명작이란 수식어가 괜히 붙는 게 아니다 싶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다. 다들 알다시피 오리 무리에 섞여 너무 다른 모습에 구박과 미움을 받던 오리가 알고 보니 아름다운 백조였다는 내용이다. 이 동화가 새삼 남다르게 다가왔던 건 안데르센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든 작품이란 점이었다. 덴마크 오덴세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의 원래 꿈은 연극배우였다. 가난한 가정 환경 탓에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부정확한 발음 등을 이유로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라틴어 학교에 들어가 문학을 배운 뒤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며 동화와 소설을 내놓지만 문장 곳곳에 있는 잘못된 문법과 오타 등으로 기성 문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활동 초창기 문학계에서 배척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빗대 쓴 작품이 바로 ‘미운 오리 새끼’였다. 안데르센은 ‘미운 오리 새끼’뿐 아니라 가난하고 불행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한 ‘성냥팔이 소녀’,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사랑을 모티브로 한 ‘인어공주’ 등 다양한 명작을 낳았다. 안데르센은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이 작품들은 수백 년간 전 세계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명작 동화로 남았다. 문법의 오류나 오타가 작품이 지닌 메시지의 힘을 꺾진 못했다. 누구나 삶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돼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이직했지만 새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기존 직원들의 텃세로 눈물 지어본 직장인도 있을 테고, 다소 ‘튄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명절에 ‘취업은 하긴 할 거니’ ‘결혼은 언제 하니’ 같은 친척들의 ‘오지랖 발언’에 상처받는 이도 있을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를 다시 읽으며 난감한 상황이 닥쳐도 남의 시선으로 규정된 ‘미운 오리 새끼’ 단계에서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란 듯이 털고 일어나 백조의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 삶을 배운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학교에 가는 첫날. 인도계 호주인인 ‘짐달라마시커미시카다’는 자신의 긴 이름이 좀 짧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쿨버스에서 처음 만난 친구 엘리가 “넌 이름이 뭐야?”라고 물으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이는 이름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남들과 달리 너무 긴 이름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굣길에 엘리가 또다시 아이에게 다가온다. “이따 공원으로 스케이트보드 타러 올래? 짐 이라고 했지?” “응, 내 이름은 짐이야.” 아이는 진심으로 자신의 이름이 ‘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이름을 바꿔도 되는지 물어보지만, 엄마는 이름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들려주며 멋진 이름을 친구들도 부를 수 있게 용기를 내라고 응원한다. 과연 짐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을까. 친구들과 다른 출생 배경을 가진 아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주인공의 긴 이름에 담아 풀어낸다.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30·사진)가 이달 22일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 팀에서 지난해 12월 입대한 맏형 진, 올 4월 입대한 제이홉에 이어 세 번째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7일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슈가가 다가오는 22일을 기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고 공지했다. 슈가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지난해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엄마 아빠의 몸에는 시계 태엽이 달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밤에 자려고 누울 때도 늘 아이에게 “빨리빨리”라고 말하며 빠른 속도를 재촉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방학 때마다 시골 할머니 집에 간다. “천천히 먹어야 음식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반대로 아이에게 늘 “천천히”를 강조한다. 그 덕분에 아이는 시골에서 사계절 숲의 각기 다른 풍경을 즐기고 잠들기 전엔 하늘의 별을 감상한다. 방학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다시 엄마 아빠의 재촉 속에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중 아이는 할아버지의 조언을 떠올린다. “누구나 마음속에 시계가 하나 있단다. 때로는 빨리 가고, 때로는 천천히 움직이지. 네게 맞는 리듬을 찾는다면, 빨리 가든 천천히 가든 다 좋은 거야.”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아이는 누군가가 정해 준 속도가 아닌 주체적인 삶의 리듬과 속도를 찾아간다. 지금 ‘속도 강박’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조금 시끄러워지더라도 추진력을 갖고 주어진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3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물밑에서 윤 대통령에게 문화예술 정책에 조언을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언자 그룹에서 물밑 활동하던 그는 7월 대통령문화체육특별보좌관으로 전진 배치된 때부터 문화예술 정책 전반을 이끌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유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2008년 2월부터 약 3년간 재임한 바 있다. 장관 재임 당시 국립예술단체의 재단법인화 등 과정에서 진보 성향의 예술계 인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문체부 장관을 오래 지낸 유 후보자를 다시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유 특보의 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기존 박보균 장관의 미흡했던 국정홍보 등 업무 추진 과정에서 노출된 허점을 다잡고, 문화예술계 정책에 대한 국정과제 이행 속도를 가속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유 후보자는 특보 취임 후 대통령에게 여러 조언을 하며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일각의 “올드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자의 추진력과 소신을 높이 평가하며 장관으로 발탁했다는 게 여권의 평가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과 유 후보자에 대해 “특보직 위촉 이후 (윤 대통령에게 문화예술 정책 관련 조언을 하며) 더욱 남다른 ‘케미’를 형성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만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할 만큼 정책 역량도 갖췄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의 한 단계 높은 도약과 또 글로벌 확산을 이끌 적임자”라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유 후보자는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문체부 장관,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을 맡으며 문화행정인으로도 10여 년간 활동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집권 2년 차를 맞아 문체부의 적극적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유 후보자를 윤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자와 김 실장의 인연도 조명된다. 유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했을 때 문체부 2차관이 김 실장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유 후보자를 처음 특보로 위촉할 때 김 실장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199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을 계기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유 후보자의 형은 ‘조선왕조 500년 임진왜란’ 등 드라마를 만든 고 유길촌 전 MBC PD다. 동생은 유경촌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이다. 유인촌 후보자 △전북 완주(72) △중앙대 연극영화학 △MBC 공채 탤런트 6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통령문화체육특보 △예술의전당 이사장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드니의 반려견인 왕왕이는 늘 심심하다. 드니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함께 노는 시간이 줄었다. 드니가 책을 볼 때면 왕왕이는 드니의 간식을 몰래 먹곤 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드니보다 왕왕이가 먼저 한글을 뗀 것. 글씨를 읽게 되자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된 왕왕이는 드니의 책은 물론이고 아빠 엄마의 책까지 읽기 시작한다. 그런 왕왕이를 본 드니는 노트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너 책 읽을 줄 알지?’라고 써 보인다. 비밀이 들켜 당황한 왕왕이를 안아주며 드니는 “왕왕,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야”라고 다독인다. 비밀을 공유한 드니와 왕왕이는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다양한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제 나는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아. 내 옆엔 항상 책이 있거든.” 어깨 너머로 배운 한글로 독서를 즐기게 된 왕왕이와 드니의 우정을 보며, 읽을수록 재미있는 책처럼 마음 역시 서로 나눌수록 돈독해진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수채화로 그린 그림도 맑고 따뜻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근무복을 보고 ‘유명 브랜드 옷 같다’ ‘색동 오방색 무늬가 예쁘다’ ‘사고 싶은데 어디서 구매할 수 있냐’란 이야기를 많이 해요.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춘 근무복이라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교통센터 지하 1층 한국문화재재단 여행자센터에서 근무하는 한수아 씨(35)의 말이다. 한국문화재재단 여행자센터에 근무하는 직원 8명은 올 3월부터 한복 근무복을 입고 일하고 있다. 근무복 디자인 및 제작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한복근무복 개발 및 도입지원 사업을 통해 선발된 한복 디자이너 정혜진 송화바이정 대표(41)가 도맡았다. 정 씨는 “근무자들이 일하기 편하도록 구김이 없고, 세탁을 해도 옷감의 변형이 없는 폴리에스터 원단을 활용해 만들었다”며 “실용성을 가미하되 한복의 라인 등 고유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한국문화재재단 여행자센터 외에도 한복근무복 개발 사업을 통해 광주민속역사박물관, 경기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전북 군산컨트리클럽 직원들의 근무복을 제작했다. 문체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2020년부터 진행한 한복근무복 개발 사업은 매년 경력 5년 이상의 중진급 한복 디자이너 5인을 공모해 1인당 2250만 원씩 지원한다. 올해까지 총 22명의 디자이너가 선정됐다. 매년 선정된 디자이너들은 그해 1인당 75종 이상의 한복근무복 디자인을 개발한다. 이들이 개발한 한복근무복은 서울 종로구 한복마름방 내 쇼룸에서 상설 전시 중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한복박람회 한복상점에서도 소개됐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한복근무복 도입을 희망하는 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상시 디자인 컨설팅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문의 전화는 02-398-1635. 현재까지 이 사업을 통해 국립한글박물관, 세종학당재단, 주터키한국문화원, 주영한국문화원 등 총 30개 기관에서 한복근무복을 도입했다. 민간 기업 중 처음으로 한복근무복 개발 사업을 통해 올 4월부터 한복근무복을 도입한 군산컨트리클럽의 박정훈 팀장(42)은 “근무복 디자인이 현대복 같으면서도 한복 느낌이 세련되게 난다”며 “레스토랑 등 식음료 서비스 파트의 종사자들의 경우 편의성을 위해 옷고름을 없앤 디자인의 옷을 도입하는 등 근무 파트별 성격에 맞춰 근무복을 제작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정부가 중국인의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1만8000원 상당)를 면제한다. 면세쇼핑 환급도 간소화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열린 제20차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 2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여 만에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이 전면 허용된 만큼 공항 이·착륙 운항시간 확대를 통해 한중 간 항공편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입항 신청 중인 중국발 크루즈선의 접안 부두도 신속히 배정해 빠르게 입항하게 할 계획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중국인이 많이 쓰는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페이 가맹점 25만 개를 추가 확대한다. 문체부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의 1인당 지출 경비는 전체 외국인의 평균보다 38%가량 높다”며 “중국인 단체관광은 관광 수출 진작을 위한 핵심으로 꼽힌다”고 했다. 10월부터는 부가세를 즉시 환급해 줄 예정이다. 주요 관광지에 있는 화장품 가게와 약국 등 200개 업체를 추가해 부가세를 환급해 주도록 지원한다. 2024년부터는 사후면세점에서 환급이 가능한 최소 기준금액을 현재 3만 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내린다. 즉시환급 금액 한도도 1회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늘린다. 이 외에도 정부는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국경절 연휴를 겨냥해 베이징(13일), 상하이(15∼17일) 현지에서 ‘K관광 로드쇼’를 연다. 이 행사는 내년에 중국 내 5개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3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 취날, 퉁청과도 협력한다. 씨트립과 함께 16일 상하이 로드쇼에서 호텔과 항공권을 현장 생중계로 판매하고, 15일부터 한 달간 취날, 퉁청에서 ‘한국여행의 달’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한편 100인 이상의 대규모 관광과 수학여행 시 해당국에 주재하는 공관과 한국관광공사의 전담 담당자를 지정해 비자 신청과 국내 관광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영화 ‘비공식작전’ 부진은 속상하고 가슴 아팠지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기 인생의 오답노트에 쓰고 더 좋은 작품을 받아들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영화배우 하정우(45)가 팬데믹 이후 얼어붙은 여름 극장가 상황을 절감하며 털어놓은 고백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비공식작전’은 지난달 2일 개봉해 105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모로코와 이탈리아 현지 촬영이 70%에 달해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었기에 손익분기점(약 600만 명)도 높았다. 하정우는 한국 영화 최초로 시리즈 연속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 죄와 벌’(2017년), ‘신과 함께: 인과 연’(2018년)의 주연을 비롯해 다수 영화에서 성공한 ‘흥행 보증수표’와 같은 배우다. 그런 그도 팬데믹 후 달라진 관객들의 온도에 맥을 못 췄다. 극장가에서 여름 시즌(7, 8월)은 대표적인 성수기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엔데믹 후 첫 여름을 맞아 지난달 ‘밀수’를 시작으로 쌍천만 흥행 기록(‘신과 함께’ 시리즈)을 세운 김용화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더 문’을 비롯해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대작 한국 영화가 연달아 개봉했다. 영화계는 대작 영화의 잇단 개봉이 극장가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기대했지만, 4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밀수’가 유일하다. 제작비 280억 원이 든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손익분기점이 600만 명이었지만, 관객은 51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제작비 1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영화들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중소형 작품은 공포 영화 ‘옥수역 귀신’ 단 1편뿐이었다. 그나마 저예산 영화여서 손익분기점(20만 명)을 넘길 수 있었다. 영화계에선 한국 영화의 부진을 놓고 여러 분석을 내놓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단 점이다. OTT 한 달 구독료에 맞먹는 영화 관람료를 지불하고 극장을 찾을 땐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 팬데믹 때 영화 제작 및 개봉이 연기되면서 스타 배우, 유명 감독, 스태프 등 대다수가 OTT로 넘어갔다. 그렇다 보니 스타가 출연하고 탄탄한 스토리에 화려한 연출을 자랑하는 OTT 작품이 많다. 더 이상 관객들이 영화에만 출연하는 ‘영화배우’를 보러 극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개봉작 대다수가 극장에서 내려오면 OTT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일부 관객 사이에선 ‘정말 끌리는 영화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OTT에서 보겠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한국 영화 부활의 필수조건은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다. 뻔한 전개와 한물간 신파, 자기복제가 의심되는 연기에 대한 대중의 평가 잣대는 엄격해졌다. 내년 여름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의 저력을 맛봤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인생의 오답노트’가 다시 펼쳐지지 않길 기대해본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해마다 여름이면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일곱 밤을 자고 온다. 자전거도 타고, 물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 집에선 낮잠시간에 늘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창문을 열면 창밖은 축제가 한창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으로 변해 있거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풍경으로 펼쳐진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등 다양한 명작이 창문 밖 풍경으로 등장한다. 일주일 뒤 집에 가야 하는 아이는 못내 아쉽다.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창문을 열 듯 손을 내렸다. 그러자 아이 앞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별이 빛나는 밤(빈센트 반 고흐 작)이 되었어요!” 창틀을 액자 삼아 펼쳐지는 풍경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명화를 보다 쉽게 느낄 수 있게 한다. 화가들이 눈에 담았던 풍경이 명화가 됐듯, 마음의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일상 풍경 역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따뜻한 느낌의 그림은 마음을 풍성하게 만든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청와대 전시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의 무대, 그리고 미술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당당히 예술성으로 경쟁하는 무대가 될 겁니다.”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2023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에이플러스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민 품으로 들어간 청와대는 장애인들의 문화예술의 전당이 됐다”고 말했다.15일까지 청와대에서 진행되는 ‘에이플러스 페스티벌’은 장애인 무용가들이 선보이는 공연을 비롯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 공연,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등을 선보인다.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 2023 장애인문화예술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청와대에서 장애예술인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지난해 8월 ‘제1회 장애예술인특별전’, 올해 4월 장애예술인 오케스트라 춘추관 특별공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배은주 조직위원장은 “두 번째 춘추관 특별전을 통해 장애예술이 또 한번 국민들과 만나 비로소 빛나는 예술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귀희 회장 역시 “장애인문화예술축제가 청와대에서 개최되는 날이 온 것이 감격스럽다. 장애예술인들의 위상이 그만큼 향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바람이는 아이의 상상 속 친구다. 아이가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였다. 바람이는 늘 자신 없어 하는 아이에게 같은 조언을 건넨다. “아직은” “아직은 그렇지!” 쉬는 시간 밖으로 달려 나가는 반 친구들을 바라보며 아이는 말한다. “나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기엔 너무 느려.” 바람이가 속삭인다. “아직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은 날에도 바람이는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간다. 어떤 날은 아이와 바람이가 서로 학교에 먼저 도착하려고 앞다퉈 달린다. 아이는 날이 갈수록 바람이 덕분에 힘도 더 세지고, 달리기 속도도 더 빨라지며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반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할 때 제일 먼저 선수로 뽑히기도 한다. 바람이가 건넨 말 “아직”이 아이에게 뭐든지 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을 부린 것. 긍정적 사고와 마음가짐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격려를 전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대한민국 그림책상’을 신설한다고 22일 밝혔다. 대상 2편(픽션, 논픽션), 특별상 5편, 신인상 1편 등 총 8편을 선정한다. 상금은 총 1억 원이다. 출품 대상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발행돼 유통 중인 국내 창작 그림책이다. 출품을 희망하는 출판사와 저작권자는 다음 달 20일까지 대한민국 그림책상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수상작은 11월 말 발표한다. 수상작은 해외 마케팅 및 수출 지원을 받는다. 문체부는 “출판 수출 통합 플랫폼과 영문 웹진 ‘케이북 트렌드’를 통해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고 해외 저작권 시장 참가 등으로 수상작을 해외에 적극 소개하겠다”고 밝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36개월 이하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어린 관객을 고려한 연출과 극장 내 수유 공간 등 편의시설을 갖춘 세심함이 눈길을 끈다.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은 다음 달 2일부터 10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 4일간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36개월 이하 영유아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한다. 극장 입구에 유모차 보관 공간을, 객석 인근에 별도 수유 공간도 마련했다. 다음 달 9, 10일에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오르는 논버벌 인형극 ‘램’은 일반 객석이 아닌 원형극장 가운데 바닥에 가족 단위로 이불을 깐 뒤 그 위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인 ‘방’을 배경으로 꿈속 이야기를 다룬다. 김미란 협력 연출가는 “영유아 관객들의 생애 첫 관람 경험이기 때문에 낯선 객석이 아닌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했다. 꿈에 대한 이야기여서 자연스럽게 이불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영유아들이 보호자 품에 안기기도 하고, 이불 위에 눕고 뒹굴며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2, 3일 하늘극장에서 선보이는 ‘빙빙빙’은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움직임은 있지만 형태가 없는 바람을 비닐 등을 통해 느끼고 만지며 마치 놀이처럼 느껴지게 구성했다. 이 작품 역시 36개월 이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은 전석 무료이며 사전 예약제로,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회차당 선착순 12∼15가족씩 모집한다. 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3시, 일요일 오전 11시에 각각 공연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선 24일부터 31일까지 36개월 이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 ‘어딘가, 반짝’(사진)이 공연된다. 지난달 22일부터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진행 중인 예술의전당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달 샤베트’를 원작으로 한 음악극을 시작으로 총 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마지막 작품인 ‘어딘가, 반짝’은 배우를 꿈꾸지만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자기 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전석 4만 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제전문도슨트를 양성하는 국제도슨트협회(IDA·회장 성민경)가 9월 2일 서울 중구 소테츠호텔즈 더 스프라지르 서울 명동에서 협회 창단식을 연다.성민경 국제도슨트협회 회장은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국제 전문 도슨트를 양성하기 위해 협회를 창설하게 됐다”며 “도슨트를 전시 해설사에서 대중의 삶에 예술을 들여오는 안내자인 전문가로 양성해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창단식에서 국제도슨트협회는 사단법인 행복한 미술, 507 미술관과 심리상담 전문 교육기관인 주식회사 엠피스트와 업무협약(MOU)도 맺을 예정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아빠는 왜 맨날 잠만 자? 그럼 난 누구랑 놀아!” 아빠는 휴일에 낮잠을 자고 싶지만 아이는 아빠랑 놀 생각에 신이 난다. 마침 TV에선 일기예보가 나온다. “오늘 곳곳에 소나기 소식이 있습니다.” 아빠는 비를 핑계로 집에 머물고 싶지만 아이는 오히려 비 오는 날 밖에서 놀 수 있는 이유를 하나둘 말한다. 아빠는 바람이 많이 불어 몽땅 날아가 버릴 거라고 하지만 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아빠랑 같이 있으면 끄떡없어. 아빠가 꽉 잡아주면 되지!”라고 말한다. 결국 아빠와 아이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고 슈퍼맨처럼 날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고 아빠와 아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휴일에 쉬고 싶은 아빠와 마냥 놀고 싶은 아이가 함께한 하루를 다뤘다. 아이가 있는 집의 흔한 주말 풍경이 아닐까. 연필로 그린 스케치에 파랑, 빨강, 초록 등 최소한의 색을 덧입힌 그림은 여름철 내리는 장맛비처럼 시원한 느낌을 준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1세대 민중미술가’로 불리는 임옥상 씨(73·사진)가 과거 부하 직원을 상대로 저지른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임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를 비춰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임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형사합의금 2000만 원을 공탁한 점을 감안해 실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임 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을 강제로 뒤에서 껴안고 입맞춤 등을 한 혐의로 공소시효(10년) 만료를 앞둔 올 6월 기소됐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중구 남산에 설치된 ‘기억의 터’ 등 현재 시립 시설에 남아 있는 임 씨의 작품 5점을 조속히 철거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임 씨가 박근혜 정부 당시 촛불 집회를 그린 ‘광장에, 서’는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본관에 걸렸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세운 조각상 ‘대지의 아들 노무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 동상’도 그의 작품이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K팝 콘서트는 파행을 이어가던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구원투수였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1일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무려 6년간의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회 초반부터 부실한 운영으로 논란이 됐다. 새만금은 그늘이 없는 간척지임에도 불구하고 폭염 대비책이 미흡했고, 샤워장 화장실 등 필수 위생시설이 태부족했다. 다행히 파행으로 시작된 잼버리는 환호로 마무리됐다. 당초 6일 새만금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팝 콘서트는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장소와 일정이 변경돼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콘서트에선 153개국 4만3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K팝 공연을 즐겼다. 생중계된 방송에서 청소년 대원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출 땐 출신 국가명을 화면에 띄운 스마트폰을 흔들며 흥분했다. 세계인에게 조롱거리가 된 잼버리 부실 운영 여론을 만회하려는 듯 콘서트 생중계 카메라 역시 K팝 가수들의 공연과 열광하는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을 교차로 내보냈다. K팝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며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스러웠다. 2시간가량 생중계된 K팝 콘서트에는 뉴진스, 아이브, NCT드림 등 내로라하는 K팝 가수 19개 팀이 총출동했다. 뉴진스는 당초 출연할 계획이 아니었으나 일정을 조정해 무대에 섰다. 아이브도 콘서트 개최일 변경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공연 전날 콘서트 참여 계획을 밝혔다. K팝 스타들은 노래를 부르기 전, 그리고 노래 사이사이 전 세계 대원들을 향해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영어권 국가 출신이거나 거주 경험이 있는 가수들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대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지만 영어 문장을 열심히 외워 대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가수들도 상당했다. 가수들은 잼버리를 준비한 조직위원회, 정부 부처 관계자도 아니었지만 이날 무대를 위해 해외 팬들에게 건넬 말을 손수 영어로 준비해 오는 애정을 보인 것. 폭우에도 일부 걸그룹은 하이힐을 신은 채 안무를 소화하며 대회 파행의 빈틈을 메웠다. 잼버리 조직위 측이 대원들의 코로나 검사 비용 부담에 대해 문의한 서울시 공무원에게 “새만금을 떠나는 순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한(본보 12일자 A2면) 무책임한 모습들과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K팝 콘서트를 앞두고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11일 K팝 콘서트에 현재 일부 군인 신분인 방탄소년단(BTS)이 모두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BTS 팬들은 “잼버리 파행의 뒷수습을 BTS에게 시키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외신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로이터통신과 AFP 등은 “폭염, 비위생적 환경 등으로 얼룩진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K팝 콘서트와 사과로 끝났다” “한국 정부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해) K팝 콘서트를 열었다”며 일침을 가했다. 6년간 준비한 잼버리를 통해 국격을 높였어야 할 대상은 10대 위주의 K팝 스타가 아닌 조직위와 전북도, 관계 정부 부처다. 국제 행사 파행의 빈틈을 세계에서 활약하는 스타들로 메우는 아마추어식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엄마가 나보고 수영을 하래!” 아기 하마가 물속에 발을 담근 채 물고기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넌 비늘이 없잖아. 아가미도 없고. 다 없는데 수영을 어떻게 하니?” 하마의 이야기를 들은 물고기 친구들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하지만 엄마에게 백번도 넘게 수영하는 법을 들은 아기 하마는 엄마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힘을 빼고 몸이 떠오르면 앞다리를 살랑살랑 흔들래. 그러면 앞으로 갈 거래.” 갑자기 하늘에선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연못물이 불어나 물에 잠긴 하마는 엄마가 알려준 수영법을 생각하며 하나씩 행동에 옮긴다. 지켜보던 물고기들은 하마를 응원한다. 결국 하마는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헤엄쳐 나간다. 하마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일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가는 파스텔과 색연필을 사용해 푸른 호수와 하마를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냈다. 옆이 아닌 위로 넘기는 제본 방식도 신선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