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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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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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2~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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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목에 갖다 대기만 하면 혈당 측정… 정확도 높아 FDA 승인 낙관”[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경기 용인시 광교우미뉴브 지식산업센터에 연구소를 둔 HME스퀘어(대표이사 강윤호)는 바늘이 필요 없는 혈당 측정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측정기를 손목에 갖다 대면 혈당 수치가 나온다. 올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내년에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강윤호 대표이사(55)는 4일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광음향이라는 기술로 세포 사이의 혈당을 측정한다”며 “내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기기 승인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FDA 승인을 받은 피부를 뚫지 않는 비침습 혈당 측정기는 없는 상태다. 피를 내지 않고도 간편하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당뇨 예방은 물론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찾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 강 대표는 “우리가 가진 광음향 처리 기술을 활용하면 혈당뿐만 아니라 헤모글로빈이나 콜레스테롤 등의 양도 측정할 수 있다”며 “향후 이런 기기들까지 개발해 누구나 자신의 주요 생체 정보를 바로 알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피를 내지 않고 혈당 측정하는 시대지금은 혈당 측정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낼 필요가 없다. 피를 내지 않는 혈당 측정 시대는 미국의 덱스콤사가 바늘구멍 정도만 피부를 뚫는 최소 침습 방식의 센서를 상용화하면서 열렸다. 국내에는 애보트사의 ‘프리스타일 리브레’가 많이 알려져 있다. 센서를 어깨와 가까운 팔 부위에 한 번만 부착해 두면 2주간 사용할 수 있다.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센서에 갖다 대면 6시간 이내 혈당 변화가 그래프로 나온다.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센서(케어센스)도 최근에 나왔다. HME스퀘어의 방식은 피부를 전혀 뚫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방식이다. 손목 부위에 측정기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혈당 측정이 간편해지면서 의료계에서는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로 판명하던 당뇨병 진단에 새로운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혈당 데이터를 자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한 새로운 당뇨 진단 및 예방법을 개발하자는 의미다. 피를 내지 않아도 되는 간편한 측정은 새 건강관리 시장도 창출하고 있다. 혈당 측정이 쉬워지니 일반인이 건강관리를 위해 혈당 검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속으로 측정된 혈당 그래프를 보게 되면 밥이나 면, 떡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멀리하게 된다. 고탄수화물 식품을 양껏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이른바 ‘혈당 피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 피크는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크게 늘려 3시간쯤 후에는 오히려 저혈당에 빠질 수 있다. 저혈당 증세는 가볍게는 허기진 느낌(이른바 ‘가짜 배고픔’)으로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손이 떨리고 현기증, 식은땀이 나는 현상을 동반한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신의 혈당이 어떻게 오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채소와 두부, 달걀, 고기 등을 더 먹게 되고 감자튀김이나 떡 등을 먹을 때 혈당이 적게 오르는 분량만큼 먹게 된다. 이런 점을 활용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만든 곳도 생겼다. 혈당 측정을 활용한 새 시장이 생기는 때에 HME스퀘어는 바늘만 한 구멍도 낼 필요가 없는 더 간편한 측정기의 상용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2주마다 교체할 필요 없는 측정기HME스퀘어가 개발한 비침습 혈당 측정기(글루코사운드)는 광음향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 피부 아래에 있는 간질액에 레이저를 쏘면 그 속에 있는 포도당의 부피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빠른 속도로 생기면서 초음파가 발생하는데, 그 초음파를 감지해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너무나도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야 하기에 센서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 초음파에 잡음도 많이 섞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확하게 생체신호만 분별해 내는 알고리즘도 중요하다. 올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글루코사운드의 측정 정확도는 최소 침습 방식의 리브레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 대표는 “혈당 측정기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MARD)가 7% 수준으로 좋게 나왔다”며 “비침습 방식이지만 최소 침습 방식 못지않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소 침습 방식은 측정에 필요한 효소의 사용 기한 때문에 국내외 제품 모두 2주가량만 쓸 수 있다. HME스퀘어의 측정기는 사용 기간이 2년이다. 레이저 발생기를 교체해주는 주기다. 강 대표는 “연간 비용으로 기존 최소 침습 방식보다 절반 가까이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음향 측정 기기는 통상 데스크톱 컴퓨터만 한 부피를 가졌다. HME스퀘어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부분과 초음파를 감지하는 부분, 이런 신호들을 처리하는 부분까지 모두 고도화하고 소형화했다. 강 대표는 “전 세계에서 비침습 혈당 측정기를 만드는 곳은 3∼4곳 정도가 더 있는데, 우리 제품의 정확도가 높고 상용화도 제일 빠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 축적한 지식 살려 ‘자기 일’ 하고파 51세에 창업강 대표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학과 86학번이다. 서울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삼성종합기술원으로 입사해 10년을 반도체 관련 연구를 했고,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겨 10년가량은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반도체 소자를 연구했다. 광음향 기술은 반도체 표면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 데도 쓰인다. 창업을 한 때는 2020년으로 만 51세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뭔가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강 대표는 “40대 후반쯤 창업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그때는 창업을 하면 꼭 망할 것 같았다”고 했다. 자신이 창업을 했을 때 부족한 역량을 돌아봤다. 기술을 잘 안다고 하지만 가장 최신 기술인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자신의 연구 업무에 적용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다른 회사 사람들과 부대끼며 협상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외부 업체들과 새로운 설비를 만드는 업무를 자원해서 맡았다. 20년간 연구하고 개발한 분야 중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는 분야를 모두 나열한 뒤 기술적 난이도와 투입될 자본 등을 고려해 적용 분야를 골랐다. 공동창업자이자 배우자인 임수아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논의해 최종적으로 혈당 측정 분야를 선택했다. 강 대표는 “여러 투자기관이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매년 꾸준히 기술의 진척을 알려주는 노력을 했다”며 “덕분에 프리-A단계에서 임상시험을 위해 필요한 45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같다”고 했다. 혈당 측정기는 향후 시계 크기로 소형화하고, 구독 모델로 판매하면서 혈당 데이터 플랫폼을 꾸릴 계획이다. 혈당 측정 이후 단계로는 헤모글로빈(빈혈), 콜레스테롤(고지혈증), 당화혈색소(당뇨병), 총단백(간기능) 등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생체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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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 감지하면 팽창해서 안정감 주는 조끼… “실버케어로도 확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에 서울사무소를 둔 돌봄드림은 발달장애인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겪는 이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관심이 많은 스타트업이다. 여기에 더해 수험생이나 노인,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 등 일반인을 위한 정신건강 관리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13일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훈 대표이사(28)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8명 중 1명이 불안 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며 “문제는 이 중 60% 이상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 손쉽게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기존 치료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체로 비용이 많이 들고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약물은 가격이 부담스럽고 부작용도 감내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전히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명상은 스스로 혼자 시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즉각적으로 관리해 주지는 못했다. 해결하면 사업적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일상의 불안을 관리해 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솔루션을 노리게 됐다. 목적이 정해지니 ‘딥 터치 프레셔(Deep Touch Pressure·DTP)’가 눈에 들어 왔다. DTP는 몸 전체에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압력 치료법이다.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하면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발달장애를 가진 드라마 속 우영우 변호사가 놀라서 불안해할 때 주변에 있던 사람이 그를 단단하게 붙잡듯이 안아주는 게 DTP 효과를 노린 행동이다. 일반인이라면 호텔에서 묵직한 이불 밑으로 몸을 누일 때 비슷한 평온함을 느껴 봤을 공산이 크다. 상대방과 단단한 포옹을 15초 이상 할 때도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돌봄드림은 누군가에게 안겼을 때 느끼는 압력을 재현한 ‘온화한 압력 조끼’로 불안을 잠재운다. 공기가 주입되면 조끼가 부풀어 오르면서 상체를 조여주는 것이 기본 원리다. 돌봄드림은 여기에 비접촉식 생체정보기술과 GPS 기능 등을 담은 스마트기기를 결합해 웨어러블 정신건강관리 조끼를 내년에 상용화한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만든 ‘허기(HUGgy)’2020년 설립된 돌봄드림은 발달장애아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발달장애아를 돌보는 교사나 부모는 아이가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수시로 불안해하기에 한 명을 돌보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돌봄드림은 기존에 발달장애인들의 불안을 달래주던 ‘중량 조끼’에 눈길이 갔다. 중량 조끼는 말 그대로 조끼에 무거운 물건을 넣어 무게가 수 kg이나 나가는 형태였다. 무거워서 오래 사용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중량 조끼가 무게로 구현하던 압력을 부풀어 오르는 튜브로 교체했다. 말로는 쉽지만 아무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신제품’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었다. 조끼 안에 들어가는 튜브의 재질, 튜브가 배치되는 부위와 모양 등 튜브를 만들기 위한 금형을 수십 번 뜯어 고쳐야 했다. 이렇게 2020년 나온 압력 조끼 ‘허기(HUGgy)’는 발달장애아를 돌보는 치료사와 교사, 부모들이 알아봐 줬다. 김 대표는 “‘한 줄만 쓰고 딴짓을 하던 아이들이 2쪽이나 되는 분량의 글을 한꺼번에 쓰더라’, ‘잠들기 힘들어하던 아이가 조끼를 입은 상태에서는 편안하게 잠이 들어 너무 좋았다’ 등의 피드백을 받아 보람이 컸다”고 했다. 돌봄드림에 따르면 조끼를 입고 치료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수업 참여도가 28% 증가했다. 또, 일반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호르몬 수치가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병원과 허기를 이용한 임상시험 및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허기는 전국 100개 이상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사립 치료기관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보조공학기기 연구개발 사업에서도 성공 판정을 받아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도 제공되고 있다. 올해 약 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발달장애인에게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매출과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과는 기부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고, 조달청의 ‘벤처나라’에도 등록돼 공공기관의 구매가 수월해졌다.● 생체정보 감지하는 스마트 조끼 내년 양산허기는 사람이 손으로 고무 튜브를 눌러 바람을 넣는 수동식이다. 돌봄드림은 여기에 심박수와 호흡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단 스마트 조끼를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스마트 조끼의 시제품은 2022년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착용자의 심박수와 호흡수를 바탕으로 심박 변이도를 계산해 스트레스와 불안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조끼가 스스로 팽창해 부드러운 압력으로 착용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조끼를 입고 있는 것만으로 비접촉식으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돌봄드림이 보유한 원천기술이다. 심탄도(BCG·심장의 리듬과 심장박동의 세기)와 호흡으로 인한 진동을 센서가 정확하게 감지하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다. 김석현 최고기술책임자는 “몸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심박수와 호흡수를 찾아낸 뒤 사람마다 다른 평균 상태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따라 불안과 스트레스가 판별된다”고 했다. 돌봄드림은 수동식 조끼와 스마트 조끼 등과 관련해 특허 8건을 등록했고, 미국 2건을 포함해 9건을 출원 중이다.● 실버케어 사업으로도 확장돌봄드림은 스마트 조끼를 발판으로 실버케어 사업으로도 확장을 준비 중이다. 요양기관에서 한 명의 관리자가 조끼를 입은 여러 명의 생체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응급 대응이 가능하고, 다른 센서 등과 결합하면 위급 상황에 기관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봄드림에는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 대표는 KAIST 기술경영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KAIST 대학원에서 창업융합전문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과 대학원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돌봄드림이 두 번째 창업이다. 돌봄드림은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발달장애인의 불안 관리는 세계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캐나다의 대형 의료기기 납품회사와는 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재단 1곳과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독일, 스위스, 스페인, 덴마크에서는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돌봄드림은 구독료를 받고 조끼를 보급할 예정이다. 조끼를 통해 심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해 주고, 비상시에는 119와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조끼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비대면 심리상담도 중개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누구나 정신적 불안이 느껴질 때 정확하고 수월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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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이 생사의 길 갈라… 건강한 노년 위해 검사-개선법 혁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근력은 생명의 동아줄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렇다. 쇠약해져 보행기에 의지해야 하는 상태라면 건강한 노년과 그렇지 못한 노년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디파이(DYPHI)는 근력 및 신체기능 측정 방법을 자동화한 솔루션으로 개인의 노화를 늦추는 데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운동으로 그 최적의 개선 방식을 찾는 것에 다가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식이요법까지 결합해 신체기능 개선 효과를 더 높이고 싶어 한다. 11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난 윤성준 디파이 대표이사(33)는 “근육이 감소해 일상이 힘들어지는 순간은 누구나 맞게 되는 ‘확정된 미래’다”며 “노쇠한 상태에서 근감소가 크면 회복이 불가능한 만큼 몸의 변화를 잘 감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비만처럼 근감소증도 질병근육 부족으로 일상이 멈추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이런 상황을 늦추려면 근육과 수명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근육이 빠지면 걷는 게 불편해진다. 그러면 덜 움직이게 된다. 근육은 더 빠지고 침대에 의지하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움직이지 않으면 뇌의 인지 기능이 약해진다. 섬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요양병원의 많은 환자들이 섬망 증상을 겪는다. 뇌는 본래 움직임이 많은 생명체에 필요한 기관이다. 심신이 무너지는 출발선에 근육 빠짐이 있는 것이다. 인류는 병이 아니던 비만을 1996년 질환으로 분류해 건강 수명을 늘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육이 감소하는 근감소증도 2016년부터 질병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근감소증에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근감소증은 근육의 양과 근력, 신체기능검사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근감소증 발생 예측에 중요한 노인의 신체기능 테스트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가 만든 ‘간편신체기능(SPPB)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1978년에 나온 SPPB 검사는 근감소증 여부와 낙상 위험도 등 노인의 건강 위험도를 예측하는 수많은 연구에서 ‘표준’이 되다시피 한 상태다. 하지만 SPPB 검사는 의사나 간호사가 초시계를 들고 대상자에게 주의를 기울여 가며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디파이는 이를 자동화했다. SPPB 검사가 나온 미국에도 자동화한 검사기기는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다. 윤 대표는 “검사법은 있었지만 의료계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SPPB 검사를 제대로, 자주, 대규모로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노인복지센터나 요양시설 같은 곳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돼 근감소증과 노화와 관련된 연구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노화’ 측정을 자동화SPPB 검사의 총점은 12점이다. 3가지 세부검사 각각 4점이 만점이다. ‘정적 균형 검사’는 한 발을 다른 한 발 앞쪽에 붙인 일자 형태로 서 있는 상태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등 세 종류의 서 있기에 모두 성공하면 4점을 받는다. 디파이는 무게 센서를 장착한 발판으로 자동화했다. ‘보행 속도 검사’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활용했다. 삼각대 위의 센서를 향해 걷기만 하면 속도가 측정(4m 보행에 4.82초 미만 4점)된다. ‘일어서기 검사’에는 라이다 센서와 무게 센서가 적용됐다. 의자 위에 놓을 수 있는 방석에 두 센서를 내장해 착석 여부와 횟수를 자동으로 측정(5회 기립에 11.2초 미만 4점)한다. 측정값을 표시하고 저장하는 앱까지 포함한 세트의 이름은 ‘안단테핏’. 측정 결과 SPPB 점수가 9점 이하면 근감소증이나 낙상 발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하는 식이다. 신체나이 및 노쇠지수(여러 병력 등도 고려해 정상적인 노화보다 더 쇠약해진 정도를 표시)도 함께 추산해 준다. 병원이나 사회복지기관의 공간 활용을 고려해 보관과 이동이 간편한 형태로 개발했다. 윤 대표는 “현재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25곳 이상에서 안단테핏을 사용 중”이라며 “신체기능을 평가하는 도구로 시장을 선점 중”이라고 했다.●‘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도 개발 중노인 인구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MSD와 노바티스, 사노피 등 세계적인 제약기업들은 근감소증이 질병으로 인정되기 전인 2007년부터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임상 2상까지 진행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근육량의 증가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지만 신체기능 개선에서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제약업계는 아주 오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상적으로 유일하게 검증된 근감소증 치료법은 적절한 운동과 영양을 병행하는 다면적 중재(다양한 접근법과 해결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다. 2010년 중반 강원 평창군에서 진행된 노인 대상 코호트 연구는 인상적이다. 의료진이 SPPB 검사 점수가 7점 정도인 노인들에게 적절한 운동을 하게 하고 단백질 음료 등을 6개월간 제공했더니 그 점수가 11점대까지 높아졌다. 노쇠지수도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기관 입소 예방 효과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윤 대표는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SPPB 점수를 1점도 높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디파이는 이런 연구들을 바탕으로 앱을 이용해 노인이 근력을 키우고 신체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도 개발 중이다. 노인의 쇠약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몸 상태에 맞춘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스쾃 동작을 할 때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벽에 기대서 하거나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 등으로 대체해 제시한다. 서울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와 양천구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한 실증시험에서는 8∼12주 사이에 온라인 운동만으로 SPPB 점수가 2∼4점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에는 상급병원과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노인들이 휴대전화 사용에 취약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적절한 곳에 앱을 고정해 두고, 가족과 자식들의 응원이 있으면 충분하게 잘 활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디파이는 치료법을 국내 유명 병원의 노인의학 전문의들과 협업해 개발 중이다.● 의학자와 공학자들의 의기투합윤 대표는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당시 같이 공부하던 노현철 박사(기술개발 총괄)와 정희원 박사(임상 총괄·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 등과 창업했다. 노 박사는 로봇공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박사는 서울대 의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 대표는 “정 박사님으로부터 초시계로 신체기능을 측정한다는 얘기를 듣고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이를 개선한 시제품을 만든 것이 창업의 출발이 됐다”고 했다. 디파이의 안단테핏은 2021년에 나와 국내에서는 병의원과 한방병원, 노인복지기관 등으로 서서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보다 이른 2018년에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정한 일본에서는 신체기능지표를 활용해 돌봄 계획을 세우고 평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체기능지표를 개선한 노인 돌봄 기관에는 가산 수가를 주는 방식으로 예산 집행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SPPB 점수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던 일본 후쿠이(福井)현 에치젠(越前)시의 한 요양시설은 올해 2월 안단테핏을 도입했다. 디파이는 일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돌봄 산업이 단순 요양을 넘어서 기능 회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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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수산 분야 일자리 및 창업지원 정보가 한자리에”

    해양수산 분야 창업과 사업 고도화에 관한 정부 정책 사업을 한눈에 알아보고 해양수산 분야 취업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박람회가 열린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19∼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3 해양수산과학기술 주간’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바다에서 찾은 희망, 과학으로 여는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해양수산 분야의 창업 활성화와 사업 고도화를 위해 마련됐다. 우수한 연구성과의 기술 이전, 해양수산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유치 주선, 판로 개척 지원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는 특히 해양수산기업의 판로 개척과 국제네트워크 강화를 돕는 지원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KIMST는 올해 해양수산기업의 홈쇼핑 진출과 수출 지원 프로그램들을 새로 만들어 운영해 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구매상담회를 확대해 운영하고, SK스토아와 연계한 홈쇼핑 품평회 등을 마련했다. 글로벌 연사들을 초청한 투자 세미나와 오션테크 코리아 포럼, 수산부산물 포럼도 연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발판이 될 상담회 자리도 마련했다. KIMST 측은 “행사 기간 동안 국내외 학술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이는 현재 추진 중인 한미 국제 공동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신기술 유망 기업의 일자리 정보를 알 수 있는 취업박람회가 열린다. 인사담당자와의 상담은 물론이고 취업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오운열 KIMST 원장은 “해양수산 분야의 우수한 연구개발을 ‘기술 이전’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그 이후 투자와 성장까지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는 우리 해양수산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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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식물 조직배양, 고교 때 3000만 원 벌어… 이젠 농업 업그레이드 꿈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지금까지 없던 식물 조직배양 ‘대중화 기술’을 보유한 파이토리서치. 대표이사는 전북 전주시 한국농수산대 화훼학과 김연준 씨(24)다. 사과나 배, 귤, 복숭아, 포도 등 과수의 묘목을 조직배양으로 만들면 맛있고 잘생긴 과일이 나온다. 조직배양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거의 없는 ‘무병화 묘목’을 만들 수 있어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수에서 나온 과일이나 작물은 당도가 낮고 모양이 나빠 상품성이 떨어진다. 병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식의 피해는 매년 조 단위에 달한다. 이런 비효율을 막겠다며 파이토리서치가 올해 7월 만들어졌다. 조직배양은 식물의 생장점을 떼어내 연구실에서 세포 단위에서부터 키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조직배양을 하려면 대학 연구실 수준의 장비와 시설이 필요했다. 파이토리서치는 조직배양에 필요한 세균 감염 억제 기술과 1930종에 달하는 품종의 배양에 필요한 배지(medium) 제조법을 갖추고 경제적으로 조직배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23일 학과 연구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컨테이너로 만든 배양실을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해 누구나 손쉽게 조직배양을 통해 무병화 묘목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바이러스 등 병해 피해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수라고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에 얼룩이 보이거나 모양이 삐뚤어져 있고, 맛도 없다. 농촌진흥청의 2021년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과수는 품목별로 29∼65% 감염돼 있다. 사과황화잎반점바이러스, 포도얼룩반점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과나무와 포도나무의 생산량은 각각 최대 46%, 68% 줄었고, 생장이 뒤처지거나 이른 시기에 열매가 떨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는 과수뿐만 아니라 고구마나 옥수수 등 대부분의 작물과 대마 같은 특용작물, 관상용의 화훼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조직배양보다는 잎이나 줄기, 뿌리를 잘라 개체를 늘리는 영양번식이 대부분이다. 칼을 이용해 잘라 개체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공기나 토양에 있는 각종 바이러스가 대를 물려 퍼지게 된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모르지는 않는다. 종자산업법을 개정해 과수 무병화 인증제를 도입하고 무병화 묘목 보급 확대 사업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 5대 과수의 무병화 묘목 보급률을 6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2005년부터 무병화 묘목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보급률은 2021년 1.7%, 2022년 6.6%에 이어 올해 겨우 10%에 도달했다. 김 대표는 “2015년 농식품부 조사 기준 주요 10개 작물의 바이러스 피해액이 1조600억 원이었다”며 “무병화 묘목을 5대 과수를 넘어 전 농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조직배양 시설의 확대가 필수적이라 보고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과수와 화훼가 이미 무병화 묘목으로 길러진다. ● 세균 감염 억제기술과 배지 제조법국내에서 무병화 묘목은 지금까지 전문시설을 갖춘 곳에서 생산됐다. 농업인이 새로 참여하고 싶어도 전문적인 무균화 기술과 품목 및 품종에 따라 복잡하게 설계되는 배지 제조법을 알아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세균 감염 억제 기술로 컨테이너 같은 ‘거친 환경’에서도 조직배양이 가능토록 해 무균시설 작업대와 배양실을 간편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품목과 품종별로 1930종에 달하는 배지 제조법 방식도 다 공급할 예정이다. 같은 사과라도 조직배양으로 홍로와 부사의 종묘를 최적으로 만들려면 배지의 성분이 달라야 한다. 조직배양을 할 때는 식물의 생장점을 떼어 세포 증식을 한다. 이때 검증을 거친 건강한 모체에서 나온 생장점을 이용하거나 항바이러스제 등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후 어른 주먹 크기의 배양통에 넣어져 수개월 동안 길러진다. 이때는 곰팡이나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배양통 내부 전체가 썩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무균 관리가 중요하다. 파이토리서치는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하는 감염억제제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김 대표는 “감염억제제 덕분에 조직배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배우게 되는 무균 조작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했다. 배지 제조법은 고교 시절인 6년여 전부터 연구해 왔다. 김 대표는 2017년부터 네이버 카페 ‘식물 조직배양 아카이브’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취미로 식물 조직배양을 연구한 ‘조직배양 덕후’였다.● 고등학생 때의 취미와 노력김 대표는 수원농생명과학고를 나와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한국농수산대에 진학했다. 어릴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농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교 때 처음 조직배양을 접하고 시골의 할아버지 댁 창고에 조직배양실을 만들어 연구했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며 관심이 가는 식물 하나씩을 정해 조직배양을 잘할 수 있는 조건들을 알아냈다. 그는 이를 “식물을 하나씩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고 표현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런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도 교류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지금은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박주한 수석연구원(25·건국대 원예학과 졸업 예정)이다. 박 연구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조직배양실을 만들어서 독자적으로 연구를 해 온 조직배양 덕후다. 세균감염억제제는 박 연구원이 만들어 김 대표와 공유했다. 이에 김 대표가 기술 기반의 창업을 제안했고, 박 연구원은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 유학을 포기하고 창업 대열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고교 졸업 즈음에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던 ‘무늬 바나나’의 조직배양에 성공해 3000만 원가량을 벌기도 했다. 그는 “무늬 바나나는 네덜란드 회사에서 주문이 들어와서 수천 주를 비행기로 실어 수출까지 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식물 재테크’가 유행했다. 그때 유명해졌던 관엽식물인 ‘몬스테라 알보’도 조직배양을 해냈다. 김 대표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조직배양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조직배양을 하면 식물의 바이러스 감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농약이나 비료를 덜 쓰고도 고품질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데서 새로운 길을 본 것이다. 파이토리서치는 내년 1분기에 농업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받은 자금 등으로 회사를 운영 중이다. 기술은 다 확보한 상태에서 내년 상반기면 컨테이너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협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컨테이너 조직배양실이 전국에 보급되면 농업인이 직접 바이러스 없는 모종을 만들 수 있게 되고, 자기만의 품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향후에는 농가의 컨테이너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종 개발을 고도화하고 의약품이나 그린바이오산업의 원료가 되는 식물 소재를 생산하는 차세대 식물공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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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관이 개발해 둔 1200여 기술 소개 교류 마당 열려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 전문생산기술연구소, 대기업, 공기업 등이 보유한 기술의 이전과 나눔을 위한 기술 교류 마당인 ‘2023 대한민국 기술사업화대전’이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42개 기관 및 기업이 보유한 1200여 개 기술이 소개된다. 첫날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29개 공공연구기관 합동으로 각 기관이 보유한 나눔기술 206개(무상)와 이전기술 298개(유상)에 대한 기술 이전 상담회가 열렸다. 각각의 기관이 부스를 마련해 일대일로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광기술원은 ‘빛에 의한 생체리듬 영향 지수 측정 장치 및 방법’ 등을,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단일모터로 구동되는 웨어러블 슈트’ 등을 소개했다. SK그룹이 보유한 반도체·정보통신 분야 등 171개 기술에 대한 나눔 상담도 진행됐다. 나눔기술로 500개 이상의 기술을 공개하고 있는 포스코, 한국수력원자력 등 15개 기관은 향후 기술 나눔을 확대하겠다는 업무협약을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맺었다. 기술사업화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강연도 열렸다. 현대자동차는 개방형 혁신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고, 효성벤처스 등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들은 각자의 기술 수요와 중점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2017년 이후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조달연구원 등은 각종 지원 사업과 제도를 일대일로 소개하는 상담회를 열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술사업화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5년 연속 매년 1000건 이상 기술 이전 계약을 달성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20개 기관과 26명의 유공자가 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행사장에는 ‘전기 신호에 따라 투명과 반투명으로 전환되는 스마트 유리’ 등 기술사업화를 통해 상용화가 된 제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29일에는 이정동 서울대 교수의 ‘한국 기술경영의 현재와 나아갈 길’ 기조강연을 포함한 기술경영포럼과 고등학생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국가기술은행(NTB) 등록 기술을 활용한 사업모델 경진대회 등이 열린다. 오승철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축사에서 “NTB에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 탐색 및 분석 기능을 도입해 기술 이전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기업의 신속한 사업화를 위해 연 1.3%의 저리로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분야 연구개발 자금 융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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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캐닌 건사료를 이겨야죠… 집에서 만드는 ‘영양 균형 자연식’ 개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오하임’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에 생겼다. 설립 4년이 되는 내년 초, 누구나 집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IO Plate)’를 선보인다. 영양 균형을 맞춘 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원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뒀다. 고품질의 간식과 기능성 영양보조제, 생활용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8일 본사에서 김인선 대표(46)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식이 주식(主食)일 때가 됐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동물 반려인들’의 불안2019년 10월 20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들이 동물 사료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해 유기동물 3829마리의 사체를 처리업체에 맡겼는데, 그 업체가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렌더링·rendering)한 뒤에 동물 사료 업체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사료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는 ‘알려질 것이 알려졌다’고 생각한 이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 사체를 렌더링한 뒤 단백질 원료로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이런 산업구조가 반려동물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내 박종무 수의사는 첨가제 문제도 짚었다. 그는 2022년 발간한 책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에서 “사료에는 방부제, 살균제, 산화 방지제, 발색제 등 다양한 형태의 첨가물들이 들어간다…식품 첨가제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를 앓는 개도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과 달리 반려동물 사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 전부 표기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 냉장고 속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 영양 분석지오하임이 로얄캐닌으로 대표되는 건식 사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료가 동물의 반려인들이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먹이는 비상식품이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고 싶지만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최상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동물 맞춤 영양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는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만든 반려동물의 한 끼 식사를 분석해 준다. 원료명과 양을 넣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 칼슘과 철,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등 20여 가지 필수 영양 성분을 추산해 준다. 모든 것을 견종별 나이별 체중별로 계산한다. 부족한 영양 성분을 표시해 주고, 영양 균형을 위해 첨가할 영양제 양까지 알려준다. 지오하임은 국내 주요 식재료와 양에 기반한 한 끼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연구하여 간편하게 보충해 주는 종합 영양 보충제도 함께 개발했다.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걸러 주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인들은 인터넷을 뒤져 보며 금지 음식을 찾곤 하는데,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없더라도 안전하게 가정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이 연결돼 있다. 지오하임은 인공지능 비전 인식을 활용한 조리 음식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은 회사 생활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서 레토르트 형태의 원재료와 종합 영양 보충제를 결합한 제품(아이오 보울·IO Bowl)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온 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급여 직전에 영양 보충제를 섞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식으로 바꾸면 사람의 즐거움도 커진다. 식사 때만 되면 ‘우리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건강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질병 예방’ 간식과 용품들지오하임은 비대면 반려동물 사전 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둔 상태다. 창업 이후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정부 용역 과제와 명지병원의 사람을 위한 원격 진료시스템 사업을 수주하여 완성해줬다. 동물병원을 찾기 전 문의나 간단한 진료를 먼저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반려동물 생체 실시간 진단 기기도 개발 막바지에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컸다”고 했다. 자연식 DIY(소비자 직접 제조) 플랫폼 활성화 이후 가동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의 다른 축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고급 생활용품과 간식 사업이다. 자사 ‘펫분(PETBOON)’몰을 통해 판매한다. 제일 먼저 출시한 제품은 ‘몽블랑치즈바’. 반려견에게 해로울 수 있는 훈제 과정 없이 유럽 현지 방목우에서 짠 우유를 굳혀서 만든 치즈스틱이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 들여온다. 은은한 치즈향과 딱딱한 제형 덕분에 알 만한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에는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섬유 세제와 유연제를 출시했다. 피부재생효과 물질로 사람의 피부 개선에 쓰이는 PDRN을 넣은 샴푸와 크림, 미스트 제품도 곧 선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DM 회사 코스맥스의 자회사인 코스맥스펫과 협업했다. ●“반려동물 건강돌봄 분야 최고 지식 자산 그룹 될 것”지오하임의 서비스와 제품은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진단으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는 김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 ‘리큐’(킹찰스 스패니얼 종)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일본 국영철도회사와 공항에서 6년가량 일했다. 귀국해서는 정부의 한 연구재단에서 일했다. 그러다 반려견을 키우게 됐다. 그는 “리큐는 두 번째 반려견이다. 첫 ‘아이’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떠나보내야 했다. 수의사에게 알레르기 과잉반응이라고만 들었다. 그 원인이 아무 사료나 먹였던 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데리고 온 첫날부터 내게 안겨 오는 리큐에겐 같은 실수를 하기 싫었다. 해법을 찾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지오하임의 연구진들은 생물물리학과 화학 등을 전공한 애견, 애묘인들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 수의 영양학전공자가 없어 연구진들은 미국 롱아일랜드대 수의학과에서 수의영영학을 가르치는 조너선 스톡맨 교수가 만든 온라인 강좌를 전원 수강했다. 또 해외 수의학 분야 SCI급 저널들의 최신 논문 결과를 아이오 플레이트 학습엔진에 반영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전 세계 수의사들의 페이스북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세계 각지의 임상, 수의영양학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는 세계 최고의 지식 자산 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오하임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태영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해외투자 담당을 맡은 경험을 살려 재무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 구하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 패턴 인식과 영상처리 전문가다. 이지범 기술연구소장은 통신공학 박사로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현민 이사는 음성인식시스템과 DNA분석시스템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지오하임은 3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17% 정도의 비율로 자연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예상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 원. 이후 일본을 포함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면 당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료를 구별할 수 있어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0년을 사는 장수견이 새롭지 않은 시대를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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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사료 대신 이렇게 먹이세요…집에서 가능한 ‘영양 균형 자연식’ 개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오하임’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에 생겼다. 설립 4년이 되는 내년 초, 누구나 집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IO Plate)’를 선보인다. 영양균형을 맞춘 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원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뒀다. 고품질의 간식과 기능성 영양보조제, 생활용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8일 본사에서 김인선 대표(46)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식이 주식(主食)일 때가 됐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동물 반려인들’의 불안 2019년 10월 20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들이 동물사료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를 했다. 그해 유기동물 3829마리 사체를 처리업체에 맡겼는데, 그 업체가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렌더링·rendering)한 뒤에 동물 사료 업체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사료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는 ‘알려질 것이 알려졌다’고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 사체를 랜더링한 뒤 단백질 원료로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이런 산업구조가 반려동물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 부패한 고기와 안락사한 동물 체내에 남은 독극물, 음식물 쓰레기 등이 걸러지지 않고 투입되는 실상이 미 언론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국내 박종무 수의사는 첨가제 문제도 짚었다. 그는 2022년 발간한 책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에서 “사료에는 방부제, 살균제, 산화 방지제, 발색제 등 다양한 형태의 첨가물들이 들어간다…식품 첨가제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를 앓는 개들도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과 달리 반려동물 사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 전부 표기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냉장고 속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 영양 분석 지오하임이 건식 사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료가 동물의 반려인들이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먹이는 비상식품이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고 싶지만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최상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동물 맞춤 영양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는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만든 반려동물의 한 끼 식사를 분석해 준다. 원료명과 양을 넣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 칼슘과 철,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등 20여 가지 필수 영양 성분을 추산해 준다. 모든 것을 견종별 나이별 체중별로 계산한다. 부족한 영양 성분을 표시해 주고, 영양 균형을 위해 첨가할 영양제 양까지 알려준다. 지오하임은 국내 주요 식재료와 양에 기반한 한 끼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연구, 간편하게 보충해 주는 종합 영양 보충제도 함께 개발했다.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걸러 주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인들은 인터넷을 뒤져보며 금지 음식을 찾곤 하는데,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없더라도 안전하게 가정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이 연결돼 있다. 지오하임은 인공지능 비전 인식을 활용한 조리 음식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은 회사 생활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서 레토르트 형태의 원재료와 종합 영양 보충제를 결합한 제품(아이오 보울·IO Bowl)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온 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 보완을 위해 급여 직전에 영양 보충제를 섞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식으로 바꾸면 사람의 즐거움도 커진다. 식사 때만 되면 ‘우리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건강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질병 예방’ 간식과 용품들 지오하임은 비대면 반려동물 사전 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둔 상태다. 창업 이후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정부 용역 과제와 명지병원의 사람의 위한 원격 진료시스템 사업을 수주해 완성해줬다. 동물병원을 찾기 전 문의나 간단한 진료를 먼저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반려동물 생체 실시간 진단 기기도 개발 막바지에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이 노력이 컸다”고 했다. 자연식 DIY(소비자 직접 제조) 플랫폼 활성화 이후 가동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의 다른 축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고급 생활용품과 간식 사업이다. 자사 ‘펫분(PETBOON)’몰을 통해 판매한다. 제일 먼저 출시한 제품은 ‘몽블랑치즈바’. 반려견에 해로울 수 있는 훈제 과정 없이 유럽 현지 방목우에서 짠 우유를 굳혀서 만든 치즈 스틱이다. 주문자생산방식(ODM)으로 만들어 들여온다. 은은한 치즈향과 딱딱한 제형 덕분에 알만한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에는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섬유 세제와 유연제를 출시했다. 피부재생효과 물질로 사람의 피부 개선에 쓰이는 PDRN을 넣은 샴푸와 크림, 미스트 제품도 곧 선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DM 회사 코스맥스의 자회사인 코스맥스펫과 협업했다. ●“반려동물 건강돌봄 분야에선 최고 지식 자산 그룹될 것” 지오하임의 서비스와 제품은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진단으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는 김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 ‘리큐(킹찰스 스패니얼 종)’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일본 국영철도회사와 공항에서 6년 가량 일했다. 귀국해서는 정부의 한 연구재단에 일했다. 그러다 반려견을 키우게 됐다. 그는 “리큐는 두 번째 반려견이다. 첫 ‘아이’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떠나 보내야 했다. 수의사에게 알레르기 과잉반응이라고만 들었다. 그 원인은 아무 사료나 먹였던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데리고 온 첫날부터 내게 안겨 오는 리큐에겐 같은 실수를 하기 싫었다. 해법을 찾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지오하임 개요사업 내용-영양 분석 알고리즘 및 맞춤형 반려동물 자연식 개발-영양 균형을 위한 반려동물 보충제 및 기능성 보조제 개발-반려동물 의료 및 교육 훈련 서비스 플랫폼 개발-건강과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반려동물 생활용품과 미용품 개발 및 발굴 주요 제품 및 서비스-집에서 만들 수 있는 자연식 레시피 및 영양 보충제 매칭 플랫폼(아이오 플레이트)-신선한 재료와 영양 보충제로 완성하는 반려동물 자연식 완제품(아이오 보울)-고품질 영양 간식(펫분 몽블랑치즈바)과 기능성 보조제(펫분 에낄리브르, 블루르), PDRN 함유 샴푸와 크림 및 미스트,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세제와 유연제 및 탈취제(펫분 아이오 휴)주요 기술-수의영양학 기반 반려동물 맞춤형 처방식 제조 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식이 급여방법(특허 출원)-반려동물 가정식 제조 시스템 및 방법(특허 출원)-비대면 건강관리 제공 플랫폼을 이용한 반려동물 건강관리 방법(특허등록)투자받은 금액약 8억원(시드 투자)투자 기관AFWP 신기술투자조합 제2호대표이사 및임직원 수김인선 대표이사 등 총 12명(경영 및 기획 3명, 연구 및 개발 5명, 영업 및 지원 4명)설립일 및소재지2020년 8월, 서울특별시 서초구 명달로 95, 7층 (NK빌딩) 지오하임의 연구진들은 생물물리학과 화학 등을 전공한 애견, 애묘인들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 수의 영양학전공자가 없어 연구진들은 미국 롱아이랜드대학 수의학과에서 수의영영학을 가르치는 조나단 스톡맨 교수가 만든 온라인 강좌를 전원 수강했다. 또 해외 수의학 분야 SCI급 저널들의 최신 논문 결과를 아이오 플레이트 학습엔진에 반영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고 했다. 아울러 전세계 수의사들의 페이스북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세계 각지의 임상, 수의영양학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는 세계 최고의 지식 자산 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오하임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태영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해외투자 담당을 맡은 경험을 살려 재무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 구하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 패턴 인식과 영상처리 전문가다. 이지범 기술연구소장은 통신공학 박사로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현민 이사는 음성인식시스템과 DNA분석시스템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지오하임은 3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17% 정도의 비율로 자연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예상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이후 일본을 포함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면 당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료를 구별할 수 있어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0년을 사는 장수견이 새롭지 않은 시대를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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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다스아이티, 국내 최대 건설 엔지니어링 기술 컨퍼런스 개최

    건설공학 소프트웨어(SW) 세계 1위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가 국내 건축과 토목, 지반 분야 엔지니어 등 약 20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컨퍼런스 ‘마이다스 스퀘어 24‘를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마이다스아이티는 토목 분야 설계 SW를 10년 만에 리뉴얼한 ’시빌 앤엑스(Civil NX)’를 선보였다. 새 버전은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터페이스, 20배 이상 빠른 후처리 성능, 제품 내에 추가 설치 가능한 플러그인, 설계 환경을 최적화해 자동화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마이다스아이티는 건설 분야의 혁신과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기술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사례, 기술에 대한 고민 현황, 미래의 도전 계획, SW 환경의 미래 비전 등을 공유했다. 또 건축 분야에서 최근 화두인 성능 기반 내진설계 기능을 소개했고, 지반 분야에서는 지하 지반의 안전성을 실시간을 측정하고 향후 공사 일정에 따른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 등을 소개했다.호주와 중국, 일본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마이다스아이트 SW를 활용한 성공적인 건설 건축 경험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전 세계 40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SMEC의 케니 류(Kenny Luu) 수석 엔지니어는 ‘특수 교량을 위한 내진 설계와 새로운 도전’ 이라는 주제로 최근 호주에서 진행한 혁신적인 교량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중국전력건설그룹의 장잉 설계원은 ‘중국 북서부에서의 청정 에너지 개발 동향과 공학적 수치 시뮬레이션 사례’를 통해 수력발전, 풍력개발, 태양광 프로젝트 등의 수행 과정에서 수치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일본 타케나카사의 나오유키 타카야마(Naoyuki Takayama) 연구원은 ‘구조 기술의 발전 및 환경 변화에 따른 대공간 구조설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복잡한 지붕 형상을 갖는 건물의 설계를 위해 고급 구조 분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와 여러 전문 설계 소프트웨어를 같이 사용해 설계 효율성과 정확성을 극대화한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마이다스아이티의 건설 토목 관련 SW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많은 글로벌 설계회사들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컨퍼런스 총괄 기획자인 마이다스그룹의 염영종 실장은 “국내외 기술 전문가들을 초청해 엔지니어링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기술과 사람의 진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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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세계한인무역협회 윤리경영위원장에 선임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회장 박종범 영산그룹회장) 윤리경영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세계한인무역협회는 9일 정부 수행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협회 운영을 위해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위원들은 사회 각계 추천을 받은 법률·회계·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찬희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장과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활동 중이고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냈다. 이 위원장과 함께 고문현 숭실대 법대교수(한국ESG학회장), 남상환 태성회계법인 대표, 최신영 한국·뉴욕주 변호사, 황선양 세계한인무역협회 대외협력 부회장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윤리위원회는 협회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하고, 협회는 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정치적 영토는 헌법 3조에 의해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돼 있지만 경제적 영토는 전 세계라고 생각한다”며 “타국에서 온갖 차별과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궈낸 재외동포 기업인들 힘을 보태드리기 위해 (윤리위원장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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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하니 160억원 투자금…“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다 앞서 최신 CXL 적용”[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컴퓨터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일대일로 연결된 것이 기본 구조다. 게임처럼 그래픽 관련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프로세서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AI 가속기라는 프로세서가 덧붙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병목 현상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AI와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내 다른 장치 간에 더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 필요해졌다. 2019년 인텔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 기술을 새로 제안한 배경이다. CXL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세서와 스위치 등 다양한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여러 장치가 충돌 없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규약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가 프로세서 중심으로 메모리가 블록으로 한데 묶인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용량의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프로세서들이 자유롭게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컴퓨팅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 CXL 규약은 CXL컨소시엄이 발전시키고 가다듬고 있다. 구글, 메타 등 초대형 클라우드 운영 기업과 주요 칩메이커인 인텔, AMD를 비롯해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CXL 기술을 활용하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에 맞춰 메모리 용량을 거의 무한히 확장할 수 있고, AI 구동에 필수적인 병렬 컴퓨팅에도 유리하다. KAIST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44)가 지난해 8월 창업한 파네시아는 CXL 기반 반도체 설계자산(IP)과 CXL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정 교수는 CXL의 핵심 기반기술이 되는 메모리 확장 및 캐시 일관성에 대한 연구들을 첫 CXL 규약 발표 4년 전인 2015년부터 연구했다. 최신 CXL 3.0 규약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솔루션을 올해 여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9월 말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이 CXL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없다”며 “우리 사업의 목표는 CX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곳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운영하려는 회사, 그리고 메모리 제조업체 등이 파네시아의 잠재적인 고객사들이다. ● 세계 최초의 CXL 기술들 선보여 와파네시아는 일찌감치 CXL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CXL 1.1 표준이 발표된 것이 2019년인데 그 이전인 2015년부터 CXL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y)’ 기술을 연구했다. 캐시 일관성 기술은 여러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어느 프로세서가 먼저 처리를 하더라도 메모리와 캐시(프로세서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리)들에 있는 데이터도 같은 값을 가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잘못 처리하면 컴퓨터는 오류를 낸다. CXL은 캐시 일관성을 기반으로 한 연결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11월 CXL 2.0 표준이 발표되자 파네시아는 1년 반 정도 만에 세계 최초로 CXL 2.0 기반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즈닉스연례회의(USENIX ATC)에서 파네시아의 연구 결과가 인정을 받아 세계 최초로 종단(CPU와 메모리, 스위치 등 시스템 내 모든 요소) 간 CXL 2.0 솔루션을 공개한 기업이 됐다. 올해 8월에는 CXL 3.0 기반의 고용량 메모리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멀티-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15년에 캐시 일관성 기술을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CXL 3.0에 적용되었으나 관련 특허와 기술 개발 내용들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개념이란 여러 프로세서가 대용량의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으로 구현된 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화책은 누군가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누군가가 보고 있더라고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다. 캐시 일관성이 지원되면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작업 요청이 있을 때 메모리의 내용을 따로 넘겨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파네시아는 올해 9월 CXL 3.0 설계자산(IP)을 실리콘 칩에 구현해 작동을 1차 검증했다. 11월에는 CXL 3.1 기반의 칩까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파네시아는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CXL 기반의 AI 가속기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 KAIST 교원 창업정 대표는 스토리지 및 반도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을, 2013∼2015년에는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교수를 거쳐 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다. 국내에 있으면서 SK하이닉스사장단 자문위원회(2016∼2020년)에서 활동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자문위원(2020∼2021년)도 지냈다. 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관련 최우수 및 우수 논문 125편가량을 발표했고, CXL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파네시아에는 현재 KAIST 석·박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연구원 등 약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및 개발 인원을 50%가량 더 늘리고 젊은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데 투자금액을 늘릴 예정이다. 또 대전 사옥 외에 서울 혹은 경기 성남시 판교에 연구소를 추가로 계약 중이다. 창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을 알게 됐고, CXL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널리 알리는 한편 산업적으로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CXL 개념이나 기술의 유용성을 모르는 기업이 많아 CXL 기반 IP를 활용해 AI가속기나 메모리확장기 같은 제품을 시범 생산해 직접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타의 추천 기능 등에 적용했을 때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구동된다”고 했다●“ARM 넘어서는 세계적인 CXL반도체 IP사가 목표”CXL 관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CXL 기반 메모리들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30년이면 CXL 시장이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선 기술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젊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대규모 시장 잠재력 덕분에 설립 1년여 만에 시드 투자를 받을 때 103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네시아는 CXL 반도체 및 솔루션 설계자산(IP) 기업을 지향한다. 하드웨어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한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대형 컴퓨터나 AI가속기, 메모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CXL 기반으로 칩을 만들려고 할 때 파네시아의 IP가 그 개발과 시간을 충분히 단축시키고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CXL 기반 프로세서와 메모리, 서버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솔루션의 기술 고도화가 관건이다. 정 대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세계 최초 CXL 기반 IP는 물론이고 다양한 반도체 IP들,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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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하니 160억원 투자금 몰린 이곳…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앞선 이 기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컴퓨터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일대일로 연결된 것이 기본 구조다. 게임처럼 그래픽 관련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프로세서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AI 가속기라는 프로세서가 덧붙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병목 현상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AI와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내 다른 장치 간에 더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 필요해졌다. 2019년 인텔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 기술을 새로 제안한 배경이다. CXL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세서와 스위치 등 다양한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여러 장치가 충돌 없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규약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가 프로세서 중심으로 메모리가 블록으로 한데 묶인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용량의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프로세서들이 자유롭게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컴퓨팅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CXL 규약은 CXL컨소시엄이 발전시키고 가다듬고 있다. 구글, 메타 등 초대형 클라우드 운영 기업과 주요 칩메이커인 인텔, AMD를 비롯해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CXL 기술을 활용하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에 맞춰 메모리 용량을 거의 무한히 확장할 수 있고, AI 구동에 필수적인 병렬 컴퓨팅에도 유리하다.KAIST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44)가 지난해 8월 창업한 파네시아는 CXL 기반 반도체 설계자산(IP)과 CXL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정 교수는 CXL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되는 메모리 확장 및 캐시 일관성에 관한 연구를 첫 CXL 규약 발표 4년 전인 2015년부터 연구했다. 최신 CXL 3.0 규약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솔루션을 올해 여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9월 말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이 CXL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없다”며 “우리 사업의 목표는 CX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곳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운영하려는 회사, 그리고 메모리 제조업체 등이 파네시아의 잠재적인 고객사들이다. ●세계 최초의 CXL 기술들 선보여 와파네시아는 일찌감치 CXL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CXL 1.1 표준이 발표된 것이 2019년인데 그 이전인 2015년부터 CXL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y)’ 기술을 연구했다. 캐시 일관성 기술은 여러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어느 프로세서가 먼저 처리를 하더라도 메모리와 캐시(프로세서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리)들에 있는 데이터도 같은 값을 가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잘못 처리하면 컴퓨터는 오류를 낸다. CXL은 캐시 일관성을 기반으로 한 연결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2020년 11월 CXL 2.0 표준이발표되자 파네시아는 1년 반 정도 만에 세계 최초로 CXL 2.0 기반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즈닉스연례회의(USENIX ATC)에서 파네시아의 연구결과가 인정을 받아 세계 최초로 종단(CPU와 메모리, 스위치 등 시스템 내 모든 요소) 간 CXL 2.0 솔루션을 공개한 기업이 됐다.올해 8월에는 CXL 3.0 기반의 고용량 메모리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미국 샌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멀티-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15년에 캐시 일관성 기술을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CXL 3.0에 적용되었으나 관련 특허와 기술 개발 내용들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개념이란 여러 프로세서가 대용량의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으로 구현된 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화책은 누군가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누군가가 보고 있더라고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다. 캐시 일관성이 지원되면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작업 요청이 있을 때 메모리의 내용을 따로 넘겨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파네시아는 올해 9월 CXL 3.0 설계자산(IP)을 실리콘 칩에 구현해 작동을 1차 검증했다. 11월에는 CXL 3.1 기반의 칩까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파네시아는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CXL 기반의 AI 가속기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KAIST 교원 창업정 대표는 스토리지 및 반도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 2013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2013~2015년에는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교수를 거쳐 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다. 국내에 있으면서 SK하이닉스사장단 자문위원회(2016~2020년)에서 활동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자문위원(2020~2021년)도 지냈다. 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관련 최우수 및 우수 논문 125편가량을 발표했고, CXL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파네시아에는현재 KAIST 석·박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연구원 등 약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및 개발 인원을 50%가량 더 늘리고 젊은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성장하는 데 투자 금액을 늘릴 예정이다. 또 대전 사옥 외에 서울 혹은 판교에 연구소를 추가로 계약 중이다.창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을 알게 됐고, CXL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널리 알리고 산업적으로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이어 “CXL 개념이나 기술의 유용성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아 CXL 기반 IP를 활용해 AI가속기나 메모리확장기 같은 제품을 시범 생산해 직접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타의 추천 기능 등에 적용했을 때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구동된다”고 했다●“ARM 넘어서는 세계적인 CXL반도체 IP사가 목표”CXL 관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CXL 기반 메모리들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정 대표는 “2030년이면 CXL 시장이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선 기술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젊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대규모 시장 잠재력 덕분에 설립 1년여 만에 시드 투자를 받을 때 103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파네시아는 CXL 반도체 및 솔루션 설계자산(IP) 기업을 지향한다. 하드웨어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한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대형 컴퓨터나 AI가속기, 메모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CXL 기반으로 칩을 만들려고 할 때 파네시아의 IP가 그 개발과 시간을 충분히 단축시키고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CXL 기반 프로세서와 메모리, 서버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솔루션의 기술의 고도화가 관건이다.정 대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세계 최초 CXL 기반 IP는 물론이고 다양한 반도체 IP들,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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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와 SM엔터가 동시에 투자한 증강현실(AR) 기술은?[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헤드셋을 쓰면 거실 벽면에 가상의 화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가상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임의의 현실 공간에 정확하게 배치하려면 기기가 현실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 초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정보가 많이 오가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간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예상한다.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딥파인(대표이사 김현배)은 스마트 안경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 여러 부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기기의 작동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대상물 바로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도내에 흩어져 있는 공공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김현배 대표이사(42)는 “지금까지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려면 큰 측정 장비와 별도의 제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딥파인은 누구나 손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했다.●경기도내 공공 시설물 안전점검에 적용해 시간 비용 절감딥파인이 자사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경기도 곳곳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은 이렇다.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이 안전점검 대상지로 가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보이는 현장의 화면이 원격안전점검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센터에 있는 전문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설계도 등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장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문가가 설계도를 짚어가며 표시를 하면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음성과 영상, 콘텐츠 등이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딥파인의 기술 덕분에 원거리 출장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독특한 AR 콘텐츠 손쉽게 구축 가능…관광지나 복합몰 등 쓰일 곳 많아딥파인은 애플의 비전프로를 계기로 공간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대상물들의 3차원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시각측위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로 불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와이파이 신호가 없는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안경,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된다.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딥파인 개요사업 내용스마트 안경 및 공간 컴퓨팅 소프트웨어 솔루션주요 제품 및 서비스산업 및 안전사고 현장 점검 AR 솔루션 ‘ARON’실내 공간을 AR 공간화하는 실내 측위 서비스주요 기술스마트 안경용 비전인식 기술 및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시각측위시스템(VPS) 활용한 공간 컴퓨팅 원천 기술 투자 받은 금액누적 36억 원(시드 3억 원 및 pre-A시리즈 33억 원)투자 기관현대차그룹, SM컬처파트너스, 스파크랩,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김현배 대표이사 포함 총 38명(연구 및 개발 36명, 경영 및 관리 2명)설립일 및 소재지2019년 7월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딥파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전문가가 휴대전화로 실내공간을 촬영하면 실내 측정은 끝난다. 이후 딥파인의 클라우드 서버가 3차원 공간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는 플랫폼에 있는 저작도구로 코딩 없이 간편하게 생성할 수 있다.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IT 물결 바뀌 시기 다가온다고 느끼고, 그 기회 잡고 싶어 창업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창업 3개월 만에 비전인식 AI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2개나 따내면서 약 10억 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과제 신청 때 미리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 pre-A 시리즈로 33억 원을 투자 받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그룹 등이 참여했다.김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AR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술을 쌓는다는 전략을 택했다. 딥파인의 VPS 기술은 3차원(3D) 데이터를 만들 때 위치 오차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다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기술(NET)인증을 받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복합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딥파인의 기술”이라며 “다가올 증강현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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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가 투자한 AR기업… “휴대전화로 3cm 오차 3D 공간 데이터 완성”[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헤드셋을 쓰면 거실 벽면에 가상의 화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가상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임의의 현실 공간에 정확하게 배치하려면 기기가 현실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 초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딥파인(대표이사 김현배)은 스마트 안경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 여러 부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기기의 작동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대상물 바로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도내에 흩어져 있는 공공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김현배 대표이사(42)는 “지금까지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려면 큰 측정 장비와 별도의 제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딥파인은 누구나 손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했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정보가 많이 흐르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 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스마트한 안전관리딥파인이 자사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경기도 곳곳의 시설물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은 이렇다.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이 안전점검 대상지로 가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보이는 현장의 화면이 원격안전점검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센터에 있는 전문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설계도 등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장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문가가 설계도를 짚어가며 표시를 하면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음성과 영상, 콘텐츠 등이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딥파인의 기술 덕분에 원거리 출장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AR 세계 손쉽게 구축 가능”딥파인은 애플의 비전프로를 계기로 공간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대상물들의 3차원(3D)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시각측위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로 불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와이파이 신호가 없는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안경,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된다. 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딥파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전문가가 휴대전화로 실내공간을 촬영하면 실내 측정은 끝난다. 이후 딥파인의 클라우드 서버가 3차원 공간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는 플랫폼에 있는 저작도구로 코딩 없이 간편하게 생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직장 동료였던 부인과 공동 창업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창업 3개월 만에 비전인식 AI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2개나 따내면서 약 10억 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과제 신청 때 미리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 pre-A 시리즈로 33억 원을 투자 받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 그룹 등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AR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술을 쌓는다는 전략을 택했다. 딥파인의 VPS 기술은 3차원 데이터를 만들 때 위치 오차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다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복합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딥파인의 기술”이라며 “다가올 증강현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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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없는 첨단 신소재, 컴퓨터로 미리 보세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신소재공학은 연금술에 비유된다. 결정구조나 특정 원소를 바꾸는 것으로 신소재를 만들어 낸다. 예컨대 흑연(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라는 신소재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둘은 탄소 원소로만 구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원소로 돼 있지만 결정구조가 달라지면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결정구조를 다르게 하려면 실험실에서 압력이나 온도 등을 달리해 결합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결합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아내려면 실험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탄소의 결합방식을 다르게 구성해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재료가 어떤 특성을 보일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주항공이나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정보통신, 생체재료 산업 같은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소재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은 신소재 개발이라는 기초가 튼튼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첨단 배터리 양극재를 개발할 때 양극재의 대표적인 후보물질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비율을 달리해 제조하는 것만으로도 배터리의 특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사실상 누가 먼저 찾아 만들어 내느냐는 게임인 것이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버추얼랩(대표이사 이민호)은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새로운 소재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시뮬레이션 플랫폼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만든 스타트업이다. 현재 미국 등 100여 개국, 1만8000명의 연구자가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버추얼랩 본사에서 만난 이민호 대표이사(38)는 “신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물리나 화학 분야에 정통한 경우가 많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다룰 줄 아는 경우는 드물다”며 “연구자들이 신소재를 찾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식을 웹을 통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컴퓨터로 최적의 소재 찾는다회사명 버추얼랩은 ‘가상 실험실’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실험이나 제조를 하기 전에 물리법칙으로 미리 실험을 모의해 보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당시 전구의 필라멘트 재료를 발견할 때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재료로 직접 실험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 하기에는 신소재공학 분야의 개발 규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기예보도 일종의 가상 실험의 결과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예보관들은 수치예보라고 불리는 컴퓨터 날씨 시뮬레이션 모델의 결과를 참고해 예보를 낸다. 수치예보 모델은 유체의 흐름을 묘사한 편미분 방정식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알고리즘이다. 편미분 방정식을 푸는 데는 계산 자원이 많이 필요해 슈퍼컴퓨터급의 고성능 컴퓨터가 주로 쓰인다. 신소재공학에서 어떤 물질의 특성을 알려면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전자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계산해 물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역시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신소재공학 연구실에서 컴퓨터 신물질의 특성을 시뮬레이션해보려면 고성능의 컴퓨터를 마련해야 했고, 또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여러 방정식을 풀어주는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해야 했다”며 “기본적으로 수천만∼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것이라 엄두를 내기 힘들었지만, 우리 플랫폼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활용하면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로 웹을 통해 사용시간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활용하면 기존 물질의 특정 원자를 다른 원자로 교체하거나, 결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간단한 입력만으로 해결된다. 원격 컴퓨팅 서비스인 클라우드 서비스로 구현돼 있어 컴퓨팅 자원이나 저장공간도 자신의 연구 방향에 맞춰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등의 조절이 가능하다. 연구자들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서버에 맞춰 최적화할 필요도 없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하는 수고도 덜 수 있어 소재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커피 한잔 즐기듯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소재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셈이다.● 대학원 동료들의 시뮬레이션 도와주다 창업이 대표는 고성능컴퓨팅(HPC)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한양대 대학원 신소재공학과에 진학했다. 크고 복잡한 계산을 최적화하는 일 대신 신소재공학을 공부한 뒤 대기업에 취직해 연구원의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창업으로 진로가 바뀌게 된다. 당시 그의 연구실에서는 별도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입해 유닉스나 리눅스 계열의 운영체제(OS)를 쓰는 고성능의 컴퓨터에 깔아 쓰고 있었다. 이 대표는 “신소재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인데, 동료들이 리눅스 운영체제가 익숙지 않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능력이 있었던 덕에 동료들을 위해 윈도 프로그램처럼 입력값만 넣으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기반 프로그램을 만들어 칭찬과 박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과 교수들의 높은 평가에 고무됐다. 이후 신소재공학 연구자들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더 많이 보였다. 석사 학위를 받고 2014년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입사해 다양한 소재 연구를 위한 여러 개발 플랫폼을 만들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반도체 등의 소재 플랫폼 개발에 핵심 인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KIST에 있으면서 연구자들의 다양한 수요, 연구 패턴 등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다. 버추얼랩에는 전략책임자를 맡고 있는 박민규 부사장(KIST 박사후과정), 기업 고객 컨설팅 책임자인 김영광 수석 컨설턴트(포항공대 박사), 고객성공팀을 이끄는 류정아 리더(세종대 박사) 등 물리학과 신소재공학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시뮬레이션 진화의 최종 목표는 ‘소재 개발 자동화’버추얼랩이 만든 신소재 개발 플랫폼은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2017년 무기재료(Inorganic material)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시작해, 2021년에는 유기재료와 고분자 신소재 시뮬레이션이 추가됐다. 연구 교육용 플랫폼도 이 시기에 출시했다. 2022년에는 에너지소재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확장됐고, 기업에 연구개발 플랫폼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전기화학 촉매 연구설계에 특화된 ‘카탈리틱’ 서비스도 선보였다. 올해에는 ‘D3스퀘어’라는 데이터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을 선보였다. 기존 개별 연구실에서 가지고 있던 신소재 개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소재를 빨리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연구자는 최소한의 시도로 원하는 물성을 지닌 합금 조합 비율을 AI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다. 소재 산업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버추얼랩 측은 기대하고 있다. 버추얼랩이 개발해 서비스하는 기술들은 첨단 산업의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정부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버추얼랩의 기술들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필요한 물성을 갖춘 소재를 최소한의 시도로 찾아낸 뒤, 이를 로봇이 자동으로 배합하고 제조해 검증까지 마치는 신소재 개발의 완전 자동화를 이끄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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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개발 등 바이오 연구 혁신, AI 활용 없이 힘들 것”

    정부가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바이오테크 연구를 조명하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대성그룹(회장 김영훈)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바이오기술 혁신의 코어, AI(The Impact of AI on Biotech)’를 주제로 ‘2023 대성해강미생물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바이오 분야에서는 AI 기술과 합성생물학 기술의 융합으로 DNA 합성, 게놈 분석, 인공단백질 설계, 세포 치료제 개발, mRNA 백신 개발, 미생물 설계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응용에서 혁신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해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AI의 자기학습능력과 시뮬레이션 기능을 활용해 신약 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바이오테크와 AI 분야 세계 최고 석학들이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에 참가했고, 포럼 진행은 조병관 KAIST 연구처장(생명과학부 석좌교수)이 맡았다. 첫 발표자로 나선 버나드 폴슨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 상호 운용 가능한 다중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주제로 ‘DNA와 RNA 등으로 구성된 다중데이터 형태의 분석 자료를 AI 기계학습을 통해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유전자 세트로 분해하는 최신 연구현황’을 발표했다. 폴슨 교수는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게놈 수준의 ‘가상 세포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스템생물학 분야의 석학이다. 현재까지 650편이 넘는 논문을 냈고, 40여 건의 미국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생물학과 시스템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폴슨 교수가 개발한 게놈 수준의 세포 모델은 생명체 내의 생명현상(예컨대 물질대사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미생물과 적혈구, 의약용 항체 생산을 위한 초(CHO)세포, 인간 세포 및 많은 병원균에 적용되면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AI 반도체를 비롯해 저전력 반도체 설계의 세계적인 석학인 유회준 KAIST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은 ‘AI 반도체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유 교수는 “AI 반도체는 현재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중심이지만 곧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거쳐 지능형반도체(PIM)와 뇌를 모방한 생체신경모망(뉴로몰픽) 반도체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다”라고 했다. AI 연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을 구현한 아날로그 지능형 반도체(PIM) 개발 배경과 과정도 설명했다. 또 “AI 반도체의 적용 분야는 현재의 데이터센터 중심에서 모바일과 에지(Edge)컴퓨터로 바뀌면서 사물인터넷(IoT)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기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바이오 인공지능의 잠재력과 신약 설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석 교수는 “바이오 인공지능의 혁신은 2020년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에 의해 시작됐다”며 “생체분자의 구조는 생체분자의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에, 향후 바이오 연구와 신약 개발에 AI가 가져올 혁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오혜연 KAIST 인공지능연구원장(전산학부 교수)은 ‘생성 언어모델의 한계와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신진 과학자들을 위한 별도의 세션도 마련됐다. 임성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DNA 기반 세포 메모리 시스템’ 발표를 통해 세포 집단의 유전체에 시간적 생물학적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주영 책임연구원은 ‘합성생물학 기반 맞춤형 미생물 개발’을 주제로 세포 내 소기관을 고부가가치의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마이크로 공장으로 활용하는 기술 등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광대하고 복잡한 바이오 분야 빅데이터와 AI의 결합으로 바이오화학, 바이오헬스 분야 최신 연구 성과들과 함께 향후에 어떤 획기적 솔루션들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 등을 다뤘다. 포럼을 주최한 대성그룹의 김영훈 회장은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AI가 가져올 바이오테크 분야 기술 발전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포럼이 바이오 및 AI 분야 글로벌 최고 석학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양 분야의 협력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석준 국회의원과 기초과학연구원(IBS) 노도영 원장, 이상엽 KAIST 부총장이자 한국생물공학회 회장이 축사를 했다. 대성해강미생물포럼은 2017년 시작해 바이오테크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미래 에너지 확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솔루션 제시, 난치병 치료 등 다양한 글로벌 연구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고, 연관 분야의 협력을 위한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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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리 아닌 플라스틱선 따라 데이터 전송… 5G망 ‘거리’ 늘리는 기술도[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이 정보기술(IT) 기업의 주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더 빠르게 많은 데이터를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관건이다.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선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경쟁이 뜨겁고,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칩들이 들어간 컴퓨터 서버를 연결하는 제대로 된 통신선도 필요하다. 미국의 거대 빅테크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초당 400Gb(기가비트)를 처리할 수 있는 통신선이 필요하다. 구리선으로는 이런 초고속 데이터를 2m 이상 보내기 힘들다. 그런데 수십만 개의 컴퓨터 서버가 설치되는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들 간 거리는 3∼5m가 주를 이룬다. 어쩔 수 없이 광통신을 쓰는데, 전력 사용량이 많고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포인투테크놀로지(대표이사 박진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플라스틱 재질의 선을 통해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기술을 상용화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플라스틱선의 양쪽 끝에 부착해 초고속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용 반도체를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이 주문형 반도체를 세계적인 통신케이블 회사 몰렉스에 제공하면, 몰렉스가 아마존과 같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회사에 케이블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인텔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빅테크 기업들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광통신 방식에 비해 비용이 절반 수준이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구리나 광섬유가 아닌 플라스틱선을 이용한 통신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플라스틱선 통해 신호 전송”포인투테크놀로지는 작년 5월에 플라스틱 선을 이용해 400Gbps(초당 Gb)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E-튜브’를 개발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통신선은 대부분이 구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체인 구리로 전류를 흘려보내 통신을 하는 방식으로는 초고속 통신을 구현하기 어렵다. 많은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고주파수를 사용하면 전류가 구리 표피로만 흐르는 ‘표피 효과’가 생기면서 신호를 제대로 주고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체 내에 전류가 흐르면 그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으로 인해 역전류가 생기면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E-튜브는 부도체인 플라스틱 선을 따라 전파를 보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무선통신에 쓰이는 안테나가 플라스틱 선의 양 끝에 부착되고 안테나로부터 받은 전파를 주문형 반도체가 처리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선 내부로만 전파를 집중해서 보냄으로써 공중으로 방사되는 일반적인 무선통신 방식에 비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전파는 공기보다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플라스틱선 내부에 갇혀서 전송이 되는데 이를 ‘도파관 원리’라고 부른다. 박 대표는 “플라스틱 선 안에서 특정 방향으로만 전파되는 초지향성 무선통신을 구현한 셈”이라며 “이 새로운 통신 방식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두 번이나 실렸다”고 했다. 기존의 광통신은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고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느라 비싸고 전력 소비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방식을 상용화한 것이다.● KAIST 연구팀과 공동 창업박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워싱턴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통신용 반도체 설계 회사인 마벨에서도 일했다. 데이터센터가 본격화되기 전이었지만 통신 업계에서는 초고속 데이터 전송의 새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 대학 동기인 KAIST 배현민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등과 2016년 포인투테크놀로지를 창업한 배경이다. 이 기술은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KAIST 송하일 박사가 그즈음에 쓴 논문에서 시작됐다. 송 박사는 현재 E-튜브 개발팀장을 맡고 있다. 연구실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 또 다른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했다”며 “통신선의 양 끝에 부착하는 신호 처리 반도체 기술, 신호를 송출하고 수신하는 안테나 기술, 관련 부품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기술, 저비용 고효율의 플라스틱선을 만드는 기술 등으로 지금까지 2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현재 39개의 특허가 등록된 상태”라고 했다. 긴 시간 동안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잠재력을 믿고 투자를 해 준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리즈B 단계인 이 회사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424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케이블 제조 회사인 몰렉스도 포함돼 있다.● 광통신 전송 거리 늘리는 기술도 확보포인투테크놀로지는 E-튜브로 급속도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을 노리고 있다. 박 대표는 “데이터센터 한 곳이 들어설 때 최소 수십만 개의 통신선이 필요한데, 1개 회선에 필요한 주문형 반도체로 100달러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튜브는 가격이 광통신의 절반가량인 것은 물론이고 전력 사용량도 광통신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400Gbps의 경우 광통신에는 20W가 필요하지만 E-튜브에는 9W만 쓰인다. 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E-튜브의 수요가 늘 것이라고 포인투테크놀로지는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엔비디아 등에서 일한 30년 이상의 세일즈 전문가 등을 영입해 두고 있다. E-튜브는 전력 소모가 적고 가볍다는 특징이 있다.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는 전기차용 통신케이블과 초고해상도 벽걸이 TV용 통신선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E-튜브가 만능은 아니다.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한계가 15m이다. 그 이상의 거리에서는 여전히 광통신이 유효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광통신 시장을 겨냥해서는 5세대(5G) 통신을 제공하는 통신회사의 고민을 덜어줄 기술을 개발했다. 5G 통신은 속도가 10Gbps에서 25Gbps로 진화 중인데, 이렇게 속도가 빨라지면 광통신을 활용하더라도 15km 이상으로 데이터를 보내기 힘들어진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광신호가 흐릿해지는 광분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포인투테크놀로지는 광분산을 보상해 원래 신호만큼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 반도체칩을 올해 2월 개발해 전송 거리를 40km대로 늘렸다. 기존 광통신 네트워크를 파헤칠 필요 없이 중계를 담당하는 기기에 반도체칩을 장착만 하면 된다. 두 기술은 2025년경이면 20조 원으로 추산되는 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박 대표는 “포인투테크놀로지의 ‘포인투’는 두 점이라는 뜻으로, 두 지점을 연결하는 유선통신을 상징한다”며 “데이터가 늘어가면서 더 중요해질 유선통신에 집중해 기술과 시장을 혁신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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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공동 R&D 늘리려면 전문가급 ‘헬프데스크’ 필수”

    연구개발(R&D)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가 이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예산안에서 R&D 전체 예산은 줄어든 가운데 국제협력 예산은 5000억 원대에서 1조8000억 원대로 늘었다. 국제협력을 통한 첨단 기술 개발이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한 방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국제공동 R&D 사업화 성공 방안’을 주제로 ‘테크2비즈 포럼’을 개최했다. 테크2비즈포럼은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이 연구개발한 기술의 효율적인 사업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이 2회째로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포럼에는 황수성 산업부 산업기반실장과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김호원 한국기술사업화협회장 등 20여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황 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R&D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은 적고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연구 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외 우수 연구자와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급속한 재편 등으로 우방국과의 첨단 기술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시급한 실정이다”고 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산업기술 R&D를 해외 연구자에게 전면 개방하고, 세계적인 연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국제공동 R&D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기술 국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백서인 한양대 교수(중국학과)는 “기술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협력이라는 기본 틀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 동맹 안에서도 자국의 산업과 외교적 이익을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미국과 중국, 유럽을 놓고 볼 때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국제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면 이러한 국제 지형을 잘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제협력을 추진할 때는 자국의 이익을 내세우다가는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 입체적인 협력 모델을 설계한 뒤 그 결과물로 첨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독일이나 프랑스, 스위스 등 산업 강국의 글로벌 혁신 거점을 국내에 유치한다면 효율적인 국제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스페인 국제협력 R&D를 통해 저궤도(LEO) 위성통신 모뎀을 개발한 에이샛위성통신의 김해수 상무가 나와 국제협력 연구 경험을 공유했다. 김 상무는 “국제 공동 R&D는 기술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도 해당 기술을 사업화할 때 해당 국가나 대륙에 시장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 공동 R&D를 제안하고 수행하는 과정은 국내 개발과 비교하면 휠씬 어렵다고 전했다. 김 상무는 “제안서나 수행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이 국내 개발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어렵다”며 “언어적 장벽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연구 관행, 법률 등을 잘 몰라 중소기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국제 공동 R&D를 확대하고 선정 가능성을 높이려면 국제공동 연구 경험이 많은 인력을 활용한 국가 차원의 헬프데스크(국제공동 R&D 지원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원선 부산대 교수(IBS 기후물리연구단)는 “독일의 유명 연구기관들에서는 국제협력 R&D에 연구원이 지원하겠다고 하면 지원팀이 붙어서 제안서를 쓰는 것부터 법률적인 문제까지 일괄적으로 도와준다”고 했다. 또 국제협력 지원 인력은 해당 부서에 오랫동안 일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성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네이처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연구자들끼리 오랜 기간 형성된 관계 때문에 두 나라 연구자들의 협력 자체는 줄지 않았다”며 “국제 공동 R&D 강화 전략을 모색할 때 연구자 간의 교류에 중점을 두는 계획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호원 협회장은 “산업기술에 관한 국제협력은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이 되는 것이어서 국가 간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사업화를 염두에 둔 국제협력 전략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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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록체인 활용처 무궁무진… 건설자금·의료데이터 관리도 ‘깔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 서비스인 쿠브(COOV).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예방 접종 인증 시스템을 선보여 국민의 편익에 기여했다. 식당 출입 때는 물론이고 해외로 오갈 때도 편리하게 자신의 예방 접종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4300만 명이 이용했다. 이 쿠브 서비스를 만들어 질병관리청에 발빠르게 제공한 스타트업이 ‘블록체인랩스’(대표이사 박종훈 임병완)다. 돈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운영에 필요한 컴퓨터 자원도 여러 정부 기관과 함께 제공했다.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가상화폐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한 가지 서비스일 뿐이다. 가상화폐는 그 가치를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실존하는 기술이고 활용될 수 있는 곳은 무수히 많다.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의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기반 기술을 개발해 제공한다는 것이 블록체인랩스의 비전이다. 논란이 있는 가상화폐는 시스템 내에서 활용하지 않는다. 25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박종훈 대표이사는 “개인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여러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 기술백신 패스로 불린 쿠브를 활용할 때 사용자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사용자의 백신 접종 일시와 백신 종류 등에 관한 개인 데이터는 사용자의 휴대전화에만 보관돼 있다. 출입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때는 개인 단말기에 저장돼 있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명서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검증하는 방식으로 자격을 확인한다. 탈중앙화된 방식이다. 특정한 서버에 전 국민의 백신 접종 일시와 백신 종류 등을 보관하지 않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개인 정보에 민감한 유럽 등에서 전자식 백신 패스를 도입하려 할 때 정부가 개인의 의료기록 전부를 취합해 가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을 보고 블록체인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기존에 개발해 두었던 기술로 쿠브를 재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려면 많은 컴퓨터 자원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어떤 거래가 일어나면 수많은 컴퓨터에서 이에 관한 이전 기록을 찾아 검증하고, 새로운 거래 사실은 추가로 블록체인에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컴퓨터 자원을 제공한 기여자들에게 보상을 할 필요가 있는데, 통상의 가상화폐 네트워크상에서는 해당 가상화폐로 보상을 한다. 블록체인랩스는 ‘가상화폐 없는 공개형 멀티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 기술’을 2018년 개발했고, 2021년 5월 특허를 등록했다. 필요하다면 원화 등과 같은 법정화폐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블록체인랩스는 자사의 이 기술이 공공재 성격의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아 ‘인프라블록체인’ 기술이라 부른다.● 의료데이터 플랫폼 등으로 확장작년말 블록체인랩스는 ‘블록챗’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도 선보였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과정도 없다. 블록체인 식별자(ID)만으로 서로 연결된다. 본인이 ID를 전달하지 않으면 누가 내 전화번호를 안다고 해도 블록챗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전화번호를 몰라도 e메일 등으로 ID를 전달할 수 있으면 블록챗으로 교신할 수 있다. 문자 대화 내용은 각자 모두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캡처해 유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도록 만들었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들이 각자의 데이터를 각자의 공간에 저장하고, 그 진위를 블록체인을 통해서 증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웹 3.0 시대를 염두에 둔 서비스다. 건설사들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투자금 및 비용 추적 관리 플랫폼도 개발했다. 건설과 관련된 일이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원자재나 공정관리가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돈에 일종의 꼬리표가 붙는 셈이어서 관리가 수월해진다. 현금은 플랫폼에 그대로 두고 이와 매칭되는 토큰을 발행해 최종 수익자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 기본 개념이다. 의료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완성했다. 지금은 의료 데이터가 개별 병원 서버에만 저장돼 있다. 타 병원이나 보험사에 의료 데이터를 제출할 때 비용과 시간 소모가 많은 편이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공간에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분산 저장해 두고, 필요한 때 개인이 앱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를 병원이나 의사, 보험사에 간편하게 제출할 수 있다. 임상 자료로 필요로 하는 제약사나 컨설팅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도 있도록 만들었다. 블록체인랩스는 기업이나 기관이 블록체인 개발자 없이도 인프라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웹3.0 서비스를 쉽고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빠른 처리 속도와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도록 구현해 둔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임병완 대표이사는 “사용자 기기에서 생성한 블록체인 ID를 금융 계좌로 사용해 결제나 송금 등의 금융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고, 기존 중앙 서버 방식의 증권 거래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의 STO 플랫폼으로도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당장의 수익보다는 블록체인 저변 확대가 목표”박종훈 임병완 두 대표이사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카카오에서 개발자로서 5년 정도를 같이 보냈다. 박 대표는 미국 몬태나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했고, 임 대표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 학사, KAIST 컴퓨터사이언스 석사다. 다음맵을 개발했다. 두 사람은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우다가 뜻이 맞는 외부 인사 2명 등 모두 4명이 2013년 창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나오기 이전에 요세미티엑스라는 법인을 미국에 먼저 세웠다. 미국에서 먼저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였다. 당시 창업자들은 개인 간 음원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를 만든 숀 패닝과 만나 음악의 수익을 공유 배분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돼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가의 상점들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신용카드 서비스인 ‘요세미티 카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2019년 미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사업도 접어야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사람들이 일일이 종이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을 보면서 전자 인증 시스템의 필요성을 직감해 쿠브를 개발했다. 한때 가상화폐 발행을 고려도 했지만 접었다. 자신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 대표이사는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의 기본 인프라로 깔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웹3.0 인프라를 제공해야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과 가치가 커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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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는 끝까지 읽죠?… 전세사기 예방부터 철학까지 다 있어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책은 사지만 끝까지 읽지는 않는다.’ 세계 대다수의 독자가 느끼는 문제점이다. 노틸러스(대표이사 이성업·47)는 지식의 흡수가 필요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지식을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지식과 만화를 결합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스타트업이다.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7월 말 만난 이 대표는 “만화 완독률은 일반 서적의 3배, 자연과학 서적의 7배에 이른다”며 “시대와 국가, 언어,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검증된 지식 전달 미디어인 만화로 성인을 위한 지식 콘텐츠 시장을 열고 싶다”고 했다.● 레진코믹스 대표이사 거쳐 창업이 대표는 웹툰 기업인 레진코믹스 대표이사 출신이다. 만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틸러스와 공통점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학에서 순수미술과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등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두루 배웠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네이버 등에서 일했다. 네이버에서는 N드라이브와 라인 팀에서 일했다. 큰 회사의 부속품으로 일하는 것에 불만이 쌓일 때쯤 레진코믹스 합류 제안을 받고 2013년 7월에 창업 초기의 레진코믹스로 옮겼다. 레진코믹스에서는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작품 생산 과정을 지원하는 거의 모든 업무를 했다. 웹툰 생태계를 몸으로 익힌 시기였다. 레진코믹스가 작가들과 소송을 하게 되는 일에 휩싸이면서 이사진과 주주들에 의해 2018년 10월에 레진코믹스 대표이사가 됐다. 작가들의 탈퇴로 대표이사가 된 이후 적자가 계속됐던 레진코믹스는 2020년 해외 매출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2021년 회사가 매각되면서 노틸러스를 창업하게 됐다.● “성인 학습만화 시장 개척”이 대표는 레진코믹스에서 대표이사까지 하면서 콘텐츠의 원천으로서 웹툰의 중요성을 알게 됐지만 사업 유지를 위한 수익성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인기를 얻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지식재산권(IP) 사업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웹툰이 인기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매출과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웹툰 IP는 거의 없다고 했다. ‘드래곤볼’이나 ‘건담’의 IP만으로 수천억 원을 버는 일본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돌파구를 찾다가 한국의 학습만화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학습만화 콘텐츠는 일본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1위를 포함해 판매량 50위 안에 23개나 되는 작품이 들어갈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초등학생 등을 상대로 한 ‘와이(Why) 시리즈’와 ‘보물찾기 시리즈’, ‘살아남기 시리즈’ 등이 국내외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20년 넘게 꾸준히 팔리면서 수천만 부의 판매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승산은 여기에 있다고 봤다. 온라인의 발달로 지식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하지만 영양소가 많이 든 음식을 먹는다고 몸에 무조건 흡수되는 것이 아니듯 널려 있는 지식도 소화가 잘되도록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성인을 위한 지식 교양 만화 사이트 ‘이만배(이걸? 만화로 배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신화에서 자동차 정비까지… 다양한 지식을 만화로이만배 사이트에는 현재 종교와 문학 인문학 신화 역사 경제 게임 의학 과학 밀리터리 테크 실용 등의 분야로 나뉘어 111개의 콘텐츠가 올라 있다. 해부학과 자동차 정비법을 다룬 콘텐츠도 있다. 레진코믹스 출신 유명 작가를 포함해 100여 명의 작가와 150여 작품을 계약해 둔 상태다. 글과 그림의 결은 다양하다. 무겁고 진중한 글과 그림이 있는가 하면 톡톡 튀는 글에 명랑 만화 같은 가벼운 그림체도 있다. 꾸준히 인기가 좋은 콘텐츠는 북유럽 신화다. 이 대표는 “마블 만화와 많은 게임이 북유럽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니 북유럽 신화에 대한 관심이 커서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올라온 만화 중에는 ‘피스톨 스토리’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권총 교양 만화라고 알리면서 ‘권총으로 꿰뚫은 역사적 순간들’을 담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기존에 책으로 출판된 주제뿐만 아니라 시사성이 있는 주제로 연재되는 작품들도 있다. ‘두지 씨의 전세금을 지켜라: 전세사기 특별편’은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던 업자들이 어떻게 시세를 조작하고 시세 이상으로 대출을 받아내고, 세입자를 어떻게 유혹하는지를 핵심만 담아 사회 초년생들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이만배의 콘텐츠는 20대와 30대의 젊은층이 많이 본다. 이 대표는 “특히 대학생이 많은데, 고교 때보다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지면서 자신이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려는 욕구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각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작가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공대생으로서 트랜지스터의 발명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만화를 그렸다가 공학 전반의 숨은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작가가 있고,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진화생물학 관련 만화를 꾸준히 그리는 대학원생도 있다. 서양철학의 특징을 비교하기 위해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 같은 철학자들을 같은 반 학생으로 등장시켜 순정 만화처럼 그리는 철학 부전공자 작가도 있다. 지식 전달의 목적이 희석되지 않도록 필요하면 전문가가 감수를 하고, 참고 문헌도 밝혀 둔다. 노틸러스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웹툰 분야에서 오랫동안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온 편집자들이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조화롭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섭외하는 것이 이들의 중요한 역량이다.● 지식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기회, 해외로도 확장노틸러스는 지식 전수를 목표로 하는 기업답게 온라인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식도 독특하다. 지금은 여느 온라인 콘텐츠 기업처럼 일부 무료 방식과 오랫동안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허를 내고 준비하고 있는 방식은 앞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한 퀴즈를 풀면 다음 화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작품이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퀴즈를 제때 생산해 내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다. 한국의 뛰어난 학습만화 기획 인프라를 활용해 최근에는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한다. 국내와 조금 다른 점은 아동용 오프라인 학습만화 시장을 노린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가장 있기 있는 캐릭터를 활용해 ‘주키즈의 수상한 과학스쿨’ 시리즈를 펴내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학습만화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높다”며 “10월 서적 판매를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틸러스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지식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기회를 넓혀주면서 IP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철학이나 문학, 심리학, 기술, 재테크 등 알아야 하는 지식들은 늘어나고, 계속 업데이트가 된다”며 “만화를 통해 자신이 알고 싶은 분야를 발견하고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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