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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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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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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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정부, 내년에는 더 섬세해진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국민비서 알림 서비스 출범과 함께 정부서비스 통합채널인 ‘정부24’에 원스톱 서비스를 확대했다. 또 지적, 토지, 건물에 관한 정보를 담은 국토교통부 ‘스마트국토정보’ 사이트의 클라우드화를 지원했다. 내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콜센터시스템 통합,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담은 포털 구축 사업을 돕는다. 행안부는 정부 부처의 전자정부화에 필요한 행정·재정·기술적 지원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깜빡 잊을 일 줄여주는 국민비서 국민비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안내를 비롯해 상생 국민지원금, 건강검진일, 국가장학금, 운전면허 적성검사 갱신기간,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교육, 교통 범칙금·과태료 등의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 네이버·카카오톡·토스 앱으로 신청하면 된다. 알림 서비스는 개통 6개월 만에 가입자가 13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정부24’ 원스톱 발급 서비스 확대 취업 때 필요한 증명서를 신청부터 발급, 제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취업서류 일괄제출 원스톱 서비스’와 다문화가족의 정착지원을 위한 교육·취업·의료 정보 서비스가 생겼다. 행안부는 정부24 서비스를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해 카카오페이나 페이코, PASS 등 다양한 민간인증을 적용했다. 마이데이터 및 전자지갑과 연계해 신청·제출 절차를 간소화해 편의성도 높였다.부동산 관련 정보 정비 국토부의 ‘스마트국토정보’ 사이트를 방문하면 지적, 토지, 건물 등 부동산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행안부는 국민들이 이 사이트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이트 체계를 클라우드 기반 하이브리드 웹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지원했다. 국토부는 국가 공간정보 플랫폼인 ‘K-Geo’를 구축 중이다. 내년에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행정기관은 특정 지번의 토지정보 변동 사항을 연도별로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국민들이 보다 쉽게 공간정보를 검색,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정보 목록 등도 정비할 계획이다.공공기관 콜센터 대기시간 줄이기 사업 지원 국민권익위는 내년에 전국 공공기관의 콜센터를 클라우드 기반의 지능형 콜센터로 통합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 행안부는 NIA를 통해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권익위는 내년에 우선 보건복지부 등 15개 중앙행정기관과 소속·산하기관 콜센터 통합을 시작한다. 개별 운영 중이던 공공기관 콜센터가 통합되면 비상상황에서도 보다 원활한 전화상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에 맞춤형 정보 제공 중기부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과 산업 변화에 취약한 소상공인들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포털 서비스 ‘소상공인24’를 내년에 구축할 계획이다. 600만 소상공인의 창업과 성업, 폐업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행안부의 지원으로 이 사이트가 구축되면 소상공인들은 정책자금과 지원사업, 재난지원금 등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된다. 3차원 입체주소 확대 올해 6월 도로명주소법령이 전면 개정됐다. 국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버스나 택시 정류장, 엘리베이터 등에도 주소를 붙일 수 있게 됐다. 행안부는 내년에는 자율주행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소체계 정보화전략계획(ISP)도 수립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신주소체계를 기반으로 고밀도로 입체화된 도시 건물 어디로도 빠르고 정확하게 물류 배송이 가능해지고, 재난·안전사고에 대한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주현 행안부 공공지능정책관은 “전자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 ‘디지털로 여는 좋은 세상’을 앞당기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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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중고차 ‘바가지’ 사라질까

    중고차를 살 때 바가지를 쓸까 봐 겁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허위 매물 판매상을 고발하는 온라인상의 동영상을 보면, 400만 원에 판다는 광고를 보고 온 사람에게 3200만 원에 팔려고 하는 일도 일어난다. 초기에 일부 금액을 숨겨 구매 결정을 끌어낸 뒤 계약 단계에서 추가 비용을 덧붙인다. 소비자가 거래를 무르려고 하면 ‘차량 이전을 마쳤기 때문에 취소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등의 ‘반협박’으로 강매하는 식이다. 주행 거리나 사고·침수 차량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도 소비자들의 중고차 시장 접근을 막는다. ▷현대차나 기아차 등 완성차를 만드는 대기업들이 내년 1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타사가 아닌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취급하는 방식이다. 자사 중고차가 믿을 만한 가격에 거래되면 중고차 시세가 높아지고, 이는 신차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중고차를 좀 더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유통 경로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9년 2월에 이미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서 해제됐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까지 정치권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서서 완성차 업체와 기존 중고차 매매 업계 간 상생 협의를 중재했지만 결렬됐다. 중고차 매매 업계는 협상 과정에서 신차 판매권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최종 결정은 중기부가 내년에 하겠다고 한다. 완성차 업계는 이미 3년 가까이 기다려 왔다며 먼저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수입 자동차 회사들이 중고차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유명 수입 자동차 회사 홈페이지에 가면 ‘인증 중고차’라는 이름으로, 그 회사가 성능을 보증하는 차량들이 차종별·가격별로 일목요연하게 나온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신차 판매 딜러들이 전시장에 중고차도 함께 전시해 두고 판매할 정도다. 차량의 생애 전 주기를 완성차 업체들이 관리하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한국은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불투명성은 시장의 성장을 막는다.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는 신차 시장의 약 1.3배로 선진국의 2∼2.5배와 비교하면 훨씬 작은 수준이다.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당사자 간 거래 비중이 미국이나 독일은 30% 선인데, 우리는 55%나 된다. 중고차 매매 업계는 최근 들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은 투명성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결정을 빨리 내놓아 불필요한 혼란을 줄여야 할 것이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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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전공 불일치 50%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한 대졸자들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이런 경향은 심화된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여유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중 전공과 맞지 않는 직업을 가진 근로자 비율이 50.1%에 이른다고 한다. 조사 대상 29개 국가 중에서 인도네시아(54.6%) 다음으로 2위다. OECD 평균 39.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지금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12월 말 시작되는 대입 정시모집은 자신의 수능 점수만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치열한 경쟁이다. 올해는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로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다. 많은 수험생들이 부딪히는 고민 중의 하나가 전공을 우선시해야 할지, 학교를 우선시해야 할지의 선택이다. ▷전공 불일치는 불황기에 대졸 취업자의 임금을 낮추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 한국은행 최영준 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불황기였던 2009년 전공 불일치 근로자들은 전공이 일치하는 근로자보다 임금을 평균 5.5%가량 적게 받았다. 한번 적게 받은 임금은 단기에 회복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였던 1998년과 2005년, 2009년에 전공 불일치 근로자가 늘어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졸업 이후의 경제적 삶을 생각한다면 학교보다는 전공에 무게를 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수험생들이 미래에 일하고 싶은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고 싶어도 학과가 없거나 정원이 부족한 것은 큰 문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의 경우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연간 1000명 정도의 석사급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배출되는 인력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으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 증설은 법안에서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20, 2021년에도 전공 불일치 근로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OECD는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부르는 ‘전공 불일치’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의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직종 간 이동이 보다 자유롭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 또한 미래 산업 트렌드에 맞춰 대학의 학과와 정원도 더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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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간 집값 17%가량 떨어질 것” vs “내년까지는 상승세 유지”[대담]

    《12월 중순 서울 아파트 매매가 주간상승률이 사실상 보합 수준인 0.07%까지 내려왔다(KB부동산 기준). 올해 9월 첫째 주에 0.4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8월 매매수급지수는 112.3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매수 의사가 매도 의사를 압도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10월부터는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져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12월 중순 들어서는 201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지방에서는 세종과 대구에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2019년 이후 오르기만 하던 전국 집값이 최근 주춤하자 지금이 변곡점 아닌가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계획·도시사회혁신 전공)와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부동산연구팀장)을 19일 화상으로 만나 내년 집값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 김 교수와 송 위원은 2022년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집값에 대해서는 모두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다.》김경민 서울대 교수전국 집값 이미 변곡점 도달금리-집값 정확히 반비례 관계내년엔 금리 올라 하락세 예상송인호 KDI 선임연구위원금리보다 공급량 영향이 더 커공급 줄어 가격 일시 오를 가능성전세가 매매값 밀어 올릴 수도―서울 아파트 상승률이 확연히 주춤해졌다. 내년 집값의 향방을 어떻게 보나. 김경민 교수=이미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아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까지 오를 경우 내년 말이면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7%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3개월가량 시차가 날 수는 있겠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송인호 위원=올해에도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상승 폭은 줄겠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입주 물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내년 4월 이후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매매와 전세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 내년 하반기 임대차 3법에 의해 갱신 계약을 했던 물량 중 상당수가 신규 계약으로 돌아서면서 전세 가격이 매매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소폭으로 순차적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가 끼칠 영향에 대해 두 분의 관점이 다르다. 김 교수=금리보다 수급의 영향이 크다고들 하는데, 데이터를 보면 2019∼2020년 서울은 10년 평균치보다 더 많은 아파트가 공급됐는데도 올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가 단위로 영향을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금리와 집값은 정확히 반비례 관계에 있었다. 송 위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에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틀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보다 공급량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서울에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말하는 시기에 집값이 주춤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2023년 이후로는 금리 영향과 3기 신도시 공급량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향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상승하던 관성도 있어 쉽게 하향세로 돌아서지 못할 것이다. 현재 아파트 거래량이 급속히 줄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올 1월만 해도 5700여 건에 달했지만 11월에는 1200건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하락하는 징조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최근의 거래량 감소 속 신고가 거래는 어떻게 봐야 하나. 김 교수=거래량이 준다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커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수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신고가 거래 등은 시장이 혼란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단발적인 이벤트로 본다. 집값 향방에는 거래량 감소가 의미 있는 신호라고 본다. 송 위원=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거래량은 줄게 된다.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매매를 보류하는 것도 거래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값의 향방을 보려면 앞으로 무엇을 유의해서 봐야 하나. 김 교수=기준금리 상승 양상을 잘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1.75% 전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내년 3월이나 6월 이후부터 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그보다 선제적으로 더 많이 올려야 하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이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송 위원=금리가 주택 가격을 내리는 것은 맞지만 얼마나 빨리 얼마만큼 오르느냐가 중요하다. 정책 당국이 2008년부터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가 경기가 과도하게 침체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급락할 정도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 폭과 횟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출 규제 완화가 주택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대선과 맞물려 내년에는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또 공급량이 중요한 만큼 입주 예정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변수로는 통화량과 주택 공급량 외에 정부 정책의 변화가 있다. 여야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시장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양도세 중과나 보유세는 어떻게 해야 하나. 김 교수=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는 최소 1, 2년은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을 믿고 집을 판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는 정책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이와 별개로 부동산 세제에 대한 철학적 차원의 접근과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어느 정도 부담을 주되,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예측하기 쉽도록 해야 하고, 양도세는 세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 송 위원=보유세와 양도세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실증분석이 있다. 결국 세금이 주택 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주택 관련 세제는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매우 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주택자 보유세는 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간소화가 필요해 보이고, 양도세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출 규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정책담당자들은 큰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조 아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은 한번 정하면 가급적 바꾸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이 강화되면 집을 매입하는 계층은 부유층밖에 없게 된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보다 완화된 LTV를 적용해야 한다. 송 위원=정책은 집을 사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출 규제는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에 대해 대폭 완화하는 것이 옳다. ―집값이 주춤하니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복잡해지고 있다. 집을 언제 어느 가격에 사야 하느냐 하는 문제다. 김 교수=내년에 집값이 17%가량 하락하더라도 그 가격은 2020년대 초반 수준인 정도다. 코로나로 인한 0%대 기준금리에 따른 거품이 걷히는 정도다. 흔히들 집값이 하락한다고 하면 계속 크게 내릴 것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증가한 소득이 집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하락을 기대하다가는 또다시 집을 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2014∼2016년 가격은 잊고 매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송 위원=실수요자를 포함한 청년의 경우 청약은 어느 때건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부 수도권에 미분양이 나오게 될 텐데 이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의 주요 학군을 중심으로 한 중심 지역의 실수요자는 구입할 수 있다면 내년에도 사도 괜찮다고 본다. 신규 청약 아파트가 아니라면 내년보다는 공급이 많아지는 내후년 이후를 추천한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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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사라지는 5만 원권

    5만 원짜리 지폐가 숨고 있다. 올해 1∼10월 5만 원권 지폐의 환수율이 17.75%로 떨어졌다. 2009년 6월 5만 원권을 발행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 수치다. 한국은행은 올 들어 10월까지 5만 원권을 약 19조7721억 원어치 발행했는데, 환수된 5만 원권은 3조5087억 원어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10장 중 8장 이상이 어딘가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다. 5만 원권 환수율은 2019년만 해도 60% 수준이었다. 지난해 24%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는 그 추세가 더 가속화한 것이다. ▷한은에 환수되지 않은 5만 원권은 금고나 장롱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5만 원권에 대한 수요 증가 현상을 반영하듯 금고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올해 1∼10월 해외에서 들여온 금고 수입액은 49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 5만 원권으로 15억 원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금고가 인기라고 한다. ▷5만 원권 환수율이 낮아진 1차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꼽힌다. 금리가 낮아서 은행에 예금을 해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다는 점도 현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디지털금융 활성화로 현금 거래 자체가 줄고 있는 것도 5만 원권이 돌지 않는 것과 관련이 크다. 하지만 5만 원권 회수율이 급격히 낮아진 데는 이처럼 정상적인 경제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고액권 수요는 지하경제와는 아무리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세금 부담이 늘면 세금 탈루를 위한 고액권 수요가 커질 공산이 크다. 최근 들어 세금 부담이 커진 부동산 분야에서 탈루 적발이 많다. 부동산을 자식에게 증여하고 증여세를 현금으로 조금씩 나눠서 보태주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금융정보원은 하루 1000만 원 이상 규모의 현금 입출금을 모두 알고 있다. 최근 일부 집주인들은 임대료를 음성적으로 높이면서 월세의 일부를 현금으로만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런 돈들은 금고에서 잠을 자다가 은밀하게 쓰이기 마련이다. ▷5만 원권은 2009년 이후 올해 9월까지 256조6670억 원이 발행됐고, 이 중 116조4082억 원만 회수됐다. 나머지 약 140조 원이 회수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5만 원권 환수율은 미국 100달러 지폐의 환수율 70%대와 유럽 500유로 지폐의 90%대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다. 시중에 풀린 고액권이 지하경제로 흘러들면 세수 부족으로 증세 요인이 되고, 이는 다시 탈세용 고액권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아니더라도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지면 정치나 사회적으로도 많은 주름살이 생기게 된다. 정부가 5만 원권의 ‘퇴장’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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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월 수출 첫 600억 달러

    지난달 수출액이 604억4000만 달러(약 71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월 기준으로 6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100억 달러 달성을 온 국민이 함께 기뻐했던 1977년 연간 수출액의 6배나 되는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수출액은 13개월 연속 증가 행진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경제활동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한국 제조업의 탄탄한 경쟁력이 뒷받침되면서 가능한 일이다. ▷품목별로도 고르게 선전하는 중이다.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석유제품, 선박, 철강,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도체는 모바일기기 수요가 늘면서 17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때 사양산업화하던 선박도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되살아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4억 달러짜리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 액화 저장 플랜트’를 모잠비크에 인도했다.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1964년이다. 그해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정했다가 1990년 ‘무역의 날’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2011년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해 2012년부터 날짜를 12월 5일로 변경했다. 한국경제가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버티고 일찍 극복할 수 있었던 데도 수출산업의 뒷받침이 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최근 5년 동안의 평균 증가율을 이어갈 경우 이르면 2024년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한다.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5개국만 달성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2030년에는 한국의 수출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불안요인도 있다. 11월 수출액에는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감염력이 델타 변이의 최대 6배에 달한다는 오미크론으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국경 봉쇄가 늘어나고 물류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어떻게든 넘긴다 해도 내년부터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심각한 무역갈등과 경제패권 다툼도 변수다. 미국 정부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에도 미국 내 설비투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개별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국내 제조업 일자리에는 마이너스다. 지속적으로 수출경쟁력을 키워 가는 한편으로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한국경제에 던져진 중요한 숙제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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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교도소 유치 나선 지자체

    올해 8월 강원 태백시에는 교도소 건립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150여 장이 한꺼번에 걸렸다. 태백시 교도소 건립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축하한 것이다. 전북 남원시는 같은 달 법무부와 교도소 건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피시설의 대명사였던 교도소를 유치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급속한 인구감소로 지역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태백시는 1980년대 광산 경기가 괜찮을 때만 해도 인구가 13만 명에 달했다. 지금은 4만2000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많을 때는 50곳이나 되던 광업소가 지금은 1곳뿐이다. 이마저도 친환경 에너지를 선호하는 추세 때문에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류태호 태백시장은 “뭐라도 해야 살아남는다고 할 정도로 시민들의 마음은 절박하다”고 말했다. ▷남원시의 경우 2015년 교도소 유치 논란이 있을 때만 해도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2차 추진 때는 달랐다. 읍면동을 상대로 교도소 유치 의사를 물었더니 4곳이 부지 제공 의사를 밝혔다. 남원시 인구는 올해 7월 처음 8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남원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 추세와 지역 경기 침체 등이 교도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백시와 남원시에는 2026년에 교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태백시 교도소는 직원 500명, 재소자 1500명 규모이고, 남원시는 직원 200명, 재소자 500명 규모다. 교정 공무원 등이 유입되면 줄기만 하던 인구가 모처럼 늘게 된다. 시설 관리나 조리 분야에서 지역 주민의 채용도 예상된다. 지자체들은 면회객들이 오가면서 숙박 교통 음식 관련 업종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도소 유치 효과를 먼저 체감한 곳은 경북 청송군이다. 이미 4개의 교도소가 있는데도 추가로 여자교도소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올해 3월 윤경희 청송군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청송을 찾았을 때 여자교도소 신설과 교도관 비상대기 숙소, 법무부 연수원 유치를 건의했다. 도로를 신설해 주고 인허가 절차도 빨리 제공하겠다는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인구 2만5000여 명인 청송군의 경우 전국에서 찾아오는 면회객이 지역 상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소멸에 처한 지자체는 올해 89곳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1조 원씩 기금을 마련해 10년간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예산이나 기금과는 별도로 교도소와 같이 지역 유동인구를 늘리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이 없는지 더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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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매도 우위로 돌아선 아파트

    서울과 5개 광역시(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의 아파트 매도심리가 매수심리를 추월했다. 11월 셋째 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6으로 올해 4월 이후 7개월 만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5개 광역시는 99.8로 1년 1개월 만에 매도세로 돌아섰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사겠다는 사람보다는 팔겠다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가격의 선행지수로 여겨진다. 지수가 계속 낮게 나온다면 가격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서울 아파트는 가격이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상승률은 줄고 있다. 거래량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가끔씩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상황이다. 몇 년 사이 너무 많이 오른 아파트 값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아파트 대신 빌라나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파트 매수세가 약화된 원인으로는 정부의 대출 규제, 금리 상승, 계절적인 비수기, 오랜 기간의 상승으로 인한 심리적 피로감 등이 지목된다. 이미 오른 집값 때문에 무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6억 원 미만 아파트가 급속히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방에서는 가격 하락 지역이 늘고 있다. 기존 세종에 이어 대구가 추가됐다. 대구는 일주일 전 가격 상승률이 0%를 기록하더니 이번에 0.02% 떨어졌다. 1년 8개월 만의 가격 하락이다. 매매수급지수가 5개월 내내 100 이하를 밑돌다 가격이 하락했다. 세종 아파트 가격은 올해 5월 중순 처음 하락했다가 반등과 하락을 반복하더니 7월 하순부터는 계속 하락 중이다. 세종과 대구 모두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늘고 있어서다. ▷집값 하락 조짐은 청약경쟁률과 미분양 물량에서 먼저 나타난다. 서울에서 아직 청약경쟁률이 약화되는 추세는 안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수도권 외곽부터 청약경쟁률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본다. 수백 대 1까지 가던 경쟁률이 최근 들어 수도권 일부에서 10 대 1 정도로 떨어지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5 대 1까지 경쟁률이 떨어지면 계약 단계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아직 늘지 않고 계속 줄고 있는 상태다. 다만 대구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 ▷집값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매도 심리가 커졌다고 하지만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기 전까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거래절벽 속 신고가 거래를 하락의 전조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 금융 환경, 4년간 급격히 오른 가격 등을 감안할 때 그 폭이 예상을 크게 웃돌 수도 있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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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中 3번째 증권거래소

    베이징증권거래소가 출범 첫날인 15일 5배 가까이 폭등하는 종목을 배출하며 이목을 끌었다. 홍콩을 제외한 중국 본토에서, 상하이와 선전에 이어 31년 만에 생긴 세 번째 거래소다. 상하이는 대기업들이, 선전은 정보기술 분야 벤처기업들이 주로 상장된 데 비해 베이징거래소는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중국의 수도라는 지리적 위치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첫날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은 현대차의 상용차 부품 공급업체이기도 한 퉁신촨둥(同心傳動)이다. 차 동력전달축 제조에서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래 상승·하락 제한 폭은 30%인데 중국은 개장 첫날인 이날은 제한을 없앴다. 퉁신촨둥을 비롯해 신규 상장된 10개 기업은 평균 2배 이상으로 주가가 뛰었다. 하지만 총 81개 기업 중 59개 주식은 하락했고, 3개 기업은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속전속결로 설립됐다. 시진핑 주석의 설립 발언 이후 74일 만에 문을 열었다. 시 주석은 9월 2일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에서 “중소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지지할 것”이라며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을 통해 서비스 혁신형 중소기업의 주진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등 중국 대형 정보기술 기업은 옥죄면서도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으로 중소기업의 자본 조달에는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시 주석이 주창하는 ‘공동부유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은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의 또 다른 원인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대형 기업의 미국 증시 진출을 막고, 미국 또한 중국 기업을 배척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滴滴出行)을 국가 안보 위협 혐의로 조사 중이다. 자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사실상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미국은 자국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은 내년부터 미 증시에서 퇴출시킬 예정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혁신 기업의 해외 의존을 줄일 자체 거래소를 키울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베이징 증시에는 외국인은 물론 일반 중국인도 아직 거래에 참여할 수 없다. 전문 투자가와 기관에만 개방됐다. 아직은 불안한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일일 거래 규모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이 기업 통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세계 투자업계에서 중국 기업 리스크는 더 커졌다. 그런 중국이 자유로움이 경쟁력인 혁신 기업의 자본 조달 창구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성공적인 ‘베이징판 나스닥’으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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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사라지는 은행 공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 신입행원 공개채용을 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들도 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다. 대기업에서 시작한 공채 폐지가 금융업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공채가 없어지면 필요 인력만 조금씩 뽑아, 전체 일자리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금융 업종은 제조업보다 평균 연봉이 높고 고용도 안정적이다. 청년들이 신입으로 갈 수 있는 최고등급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은행들은 산업 변화에 발맞춰 채용 방식을 수시 위주로 바꾼다고 한다. 한꺼번에 뽑아 부서별로 나누는 방식으로는 비대면과 정보기술(IT)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올 연말까지 5대 시중은행이 정기 공채로 뽑은 신입행원은 1000명 안팎으로 2년 전의 절반에 그쳤다. 공채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지만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추세는 경력자보다 졸업생에게 불리하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몸집 줄이기도 활발하다. 금융 업무가 디지털과 비대면 위주로 바뀌면서 영업점 인력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의 80∼90%가 비대면으로 팔리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점포 304곳을 정리했고, 내년 초까지 250개 안팎을 더 정리할 계획이다. 명예퇴직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1∼9월 5대 시중은행 명예퇴직 인원은 1644명으로 이미 전년 전체 1531명을 넘어섰다. 적은 점포와 인력으로 은행을 운영하는 흐름은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 ▷공채는 줄지만 디지털 인재 채용은 늘고 있다. 채용 시험도 디지털 능력을 갖춘 이공계 전공자에게 유리해 문과 졸업생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10월 치른 일반직 필기시험에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 과목을 도입했다. 어떤 일이나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을 순서도로 표현하는 방법 등을 물었다. 데이터 관련 자격증을 가진 지원자에게 우대점수를 주는 것도 일반화되고 있다. 문과생들은 학부 때 이공계 수업을 듣거나 IT 관련 자격시험을 준비해야 할 처지다. ▷금융업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168조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금융업이 공적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부여한 ‘금융업 면허’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 산업 변화를 핑계로 고용에 대한 공적 책임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수시채용을 명분으로 시장이 만들어 놓은 인재만 가져다 쓰는 것도 옳지 않다. 디지털 인재가 필요하다면 대학과 협조해 직접 양성할 수 있다. 은행들이 공적 기능을 외면한다면 국가도 그들에게만 금융업 면허를 허용할 이유가 사라진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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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에디슨의 GE’ 해체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잭 웰치는 2001년 GE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나의 성공은 앞으로 20년 동안 후임자들이 GE를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을 남겼다.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GE는 사실상 기업 해체 선언을 했다. 129년 역사를 가진 기업이 겨우 이름만 유지하게 된다. ▷로런스 컬프 GE 회장은 GE를 3개 회사로 분할한다고 9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헬스케어 부문을 2023년 초까지 분리하고, 에너지 부문은 그 이듬해에 떼어 낸다. 남아 있는 항공 부문이 GE의 이름을 사용한다. 컬프 회장은 항공 부문만 실질적으로 이끌고, 헬스케어 부문은 비상임 의장을 맡는다. 기업분할은 GE 구조조정의 ‘절정’으로 평가된다.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회사가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셈이다. ▷GE는 잭 웰치가 회장으로 재임했던 1981년부터 20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키웠던 금융계열사 GE캐피털이 GE 몰락의 화근이 됐다. 제조업체였던 GE는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멀트 시대를 거치면서 이익의 50% 이상이 GE캐피털에서 나오는 사실상 금융회사였다. 그런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2014년에는 프랑스 알스톰 전력 부문을 인수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2018년에는 간병보험에서 22조 원대 손실을 입었다. 결정적인 3연타다. ▷GE의 경영은 그 자체가 ‘경영학 교과서’였다. 불량품을 100만 개 제품 중 3, 4개 수준으로 낮추는 ‘6시그마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품질 경영은 세계에 내로라하는 제조업체 중 도입하지 않은 곳이 드물었다. 국내에서도 삼성, LG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잇따라 도입했다. GE는 GE캐피털을 발판 삼아 각 부문 세계 1, 2위 기업들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매출과 이익을 늘렸다. NBC 인수로 미디어 분야까지 진출했다. 당시 경영컨설팅 회사들은 GE를 ‘프리미엄 복합기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GE의 기업 분할 발표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업 분할 발표 후 장외거래에서 주가가 17%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기업 분할에 20억 달러의 비용이 들기는 하겠지만 향후 몸집이 가벼워진 3개 회사가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기업이 무너지는 데는 2008년을 기준으로 13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장 잘나갈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GE가 보여준다. 이번 기업 분할이 새로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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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시동 건 ‘캐스퍼의 기적’… “파업 없는 車생산 전문기업 될 것”

    《국내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9월 14일 첫날 올해 생산 가능 물량인 1만2000대를 훌쩍 넘긴 1만8900대의 주문을 받았다. 주문이 쌓이면서 지금은 4개월가량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운전석까지 모두 접히도록 한 공간 활용성,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 단단하면서도 깜찍한 느낌이 나는 외관, 다양한 외장 색상 등이 주목을 끈다. 캐스퍼의 판매 호조로 캐스퍼를 만드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GGM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자리를 목적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광주시 산하 광주그린카진흥원)가 최대주주로 나서 만든 회사다. 23년 만에 국내에 설립된 자동차 제조 공장이라는 의미도 남다르다. GGM은 현대자동차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아 캐스퍼를 생산한다. 박광태 GGM 사장(78)은 2019년 9월 설립 이후 2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고, 3일 연임이 결정됐다. 4일 취임식을 한 그를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만났다. 그는 국회의원과 광주시장을 지냈다.》내년 봄까지 500명 추가 채용 ―노사 상생 일자리 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캐스퍼가 나왔다. “18만 평 부지에 연 1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고 양산을 하는 데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초고속 진행이었던 셈이다. 임원급 인원 5명이 건설공정 관리하고, 직원 채용하고 교육하는 일을 도맡아했다. 직원들의 협력과 현대자동차의 도움이 컸다.” ―성공했다고 보나. “지금까지는 순조롭다고 할 수 있다. 캐스퍼가 잘 팔리면서 지금 직원과 맞먹는 500명가량을 내년 4, 5월까지 추가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더 느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직원들 임금이 같은 직종의 60% 수준이다. 이를 더 끌어올려야 진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GGM의 직원은 현재 570명이다. 대부분이 생산직으로 라인에 배치돼 있다. 평균 연령은 28.3세. 고교 및 전문대 졸업자가 많다. 거의 대부분이 직무 경험이 없어 회사가 교육한 뒤 현장에 배치한다. 직원들은 평균 연봉이 3500만 원(주 44시간 근무 기준) 정도인 것을 대부분 알고 입사한다.지속 가능성이 절대 목표 ―세간에선 ‘관(官)이 주도해 만든 회사인데, 오래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그런 시각을 노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지속 가능하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다. 제품에 불량이 없어야 한다는 것과 파업 등으로 납기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불량과 납기 차질이 발생하면 수주 감소로 이어져 생존이 위태롭게 된다. 이런 점은 근로자도 잘 알고 있다.” GGM은 캐스퍼의 판매 호조로 생산량을 더 늘려달라는 현대차의 요청을 받고 있지만 양산 초기 품질 관리를 위해 거절하고 있다. 불량품이 나오는 것도 치명적이라고 보고, 검수를 하는 현대차에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불합격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다. ―파업이 없으려면 직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노사 관계는…. “현재 노조는 없고 노사상생협의회가 있다. 근로자위원 6명과 사측위원 6명으로 총 12명이다. 노사 관계가 나빴다면 자동차 조립은 처음인 직원들이 2년 만에 양산에 성공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직원들은 GGM이 일자리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알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회사 설립 초부터 민노총은 직원들을 민노총에 가입시키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다. 민노총이 가입 권유 문자를 보내오자 직원들이 나서서 개인정보 도용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할 정도다. 광주시와 협약을 맺은 한국노총에도 가입하지 않는다. 품질과 납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장에 붙어 있는 근로자대표의 당선 인사말이 인상적이다. 10월 말 근로자 88%의 동의를 받아 당선된 이제헌 씨는 “GGM 탄생과 공장 준공, 성공적인 양산은 우리 모두가 이뤄낸 훌륭한 결실”이라며 “주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를 지키고 최고의 품질과 상생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노조 필요성 못 느끼도록 진력 ―어려움은 없었나.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 낮으니 조립 기술을 가르쳐야 할 중간간부를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었던 분들과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에서 일한 분들 중에서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회사 초기에 강성 노조가 생기면 양산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어 이 부분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경력직으로 오신 분들 중에는 일자리를 잃고 고생을 해서인지 상생협의회 방식을 잘 따라 주었다. 덕분에 신입직원들을 빠르게 교육할 수 있었다.” ―강성 노조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노사 상생 회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조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선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해고를 없앴다. 사장보다 오래 회사를 다닐 직원들이 주인이라고 늘 강조한다. 둘째로 임금 문제다. 연간 7만 대 정도를 생산하게 될 내년이면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직원들 성과급부터 챙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로 방지다. 여가를 중시하는 MZ세대가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업무 배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임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탈은 없나. “임금을 더 많이 주는 다른 자동차 회사로 이직하는 직원이 더러 있다.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지도 않는다. GGM에서 얻은 기술과 경험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얻게 된다면 그것 또한 GGM의 설립 목적과 어긋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직업훈련소 역할을 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 대부분은 20, 30대로 활기가 넘쳐 보였다. 연공서열을 없애 서로를 매니저라고 불러 스타트업을 방문한 듯했다. 한 시간에 22대, 하루에 200대가량을 생산하고, 지금은 교대근무 없이 일과를 끝낸다. 임금은 적지만 고용안정에 만족하는 직원이 많다. 이들은 애로 사항을 사장에게 직접 알릴 수 있다. 구내식당 앞에 있는 ‘상생함’에 넣으면 사장이 직접 읽고 결과를 알려준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는 경영진으로부터 회사 경영상태에 관한 정보를 공유받는다. 노사의 소통과 신뢰를 위한 작은 장치들이다.노사 상생 문화 만든다는 각오 ―회사가 독자적 생존을 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 연 10만 대인 생산 능력을 5∼10년 내에 20만 대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대만의 폭스콘이나 TSMC 모델처럼 자동차 분야에서 수탁생산 전문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20만 대는 생산해야 규모의 경제가 생긴다. 직원이 늘더라도 노사 상생의 문화가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도 관건이다.” ―노사 상생 문화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있나. “생각하는 복안은 사원주주 회사다. GGM은 머지않은 미래에 상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사원들이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주식을 나눠 줄 계획이다. 말로만 주인이라고 해서는 지속될 수 없지 않겠나.” GGM은 현대차와의 협약을 통해 5년간은 35만 대 주문량을 보장받고 인건비와 경상비 등의 지원을 받는다. 그동안 힘을 길러야 한다. 기술력을 높여 대형차 조립 주문도 받고 외국으로부터 주문을 받아야 20만 대를 채울 수 있다. GGM이 지금 공장 바로 옆에 연 1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 부지를 마련해 둔 상태다. 국내에선 노사 문제 등이 이유가 돼 자동차 제조회사가 20여 년간 세워지지 않았다. GGM은 노사 관계가 안정되면 국내에도 다시 자동차 공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시금석이다. 앞으로 2∼3년이 중요한 시기다. 박 사장은 “GGM은 노사 상생 문화를 만드는 기적에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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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요소수 대란

    경유 차량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화물차뿐만 아니라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경유차 운전자들은 요소수 부족 경고등이 켜지면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별도로 채워왔다. 요소수는 경유 연소 과정에서 많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일종의 대기오염 방지제다. ▷경유차 운행의 필수품인 요소수가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10L에 1만 원가량이던 요소수 가격이 2배 이상으로 올랐고, 급히 필요한 수요자를 노린 일부 판매상은 10만 원을 부르기도 한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면 다행이지만 물량 부족으로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화물차 운전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존 요소수에 물을 더 타서 쓰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요소와 정제수의 함량은 정교하게 맞춰져 있는 것이어서 자칫하면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고장 나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요소수는 운행거리와 배기량 등에 따라 소모량이 다른데 승용차는 수개월에 한 번씩 갈아도 될 정도지만 매일 운행하는 대형 화물차는 2, 3일에 한 번씩 갈아야 한다. 2015년 이후 출고된 차량들은 유럽 기준에 맞춰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을 못 하도록 설계됐다. 국내 화물차 330만 대 중 200만 대가량이 그런 차량으로 추산된다. 이대로 가면 연말에 요소수발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소방차와 구급차에도 요소수가 필요해 응급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지난달 중순부터 요소에 수출 전 검사 의무화를 적용해 사실상 수출을 제한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한국은 요소의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하는데 호주와의 무역 분쟁 여파로 중국에서도 석탄이 부족하고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다. 또 요소는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의 원료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는 사재기가 일어나 물량 부족과 가격 급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최근 3일간 요소수 판매량이 보통 때의 1개월분과 맞먹을 정도로 급증한 주유소가 나올 정도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요소를 전량 수입으로 충당한다.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중국산보다 가격이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석탄 가격이 불안정해져 요소 가격은 더 오르고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격돌 속에 우리가 수입을 못 할 품목이 더 생길 수 있다. 요소수 대란은 시작일 뿐일지도 모른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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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허진석]소비자도 ‘착한 택배’ 고를 권리 있다

    CJ택배 김포 장기대리점을 운영하던 마흔 살의 가장(家長)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유서에 자신을 괴롭힌 택배기사 12명 이름과 함께 ‘너희들로 인해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괴롭힘에 가담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고인이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돈을 제때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생전 생활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공개하며 유족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 대리점에는 18명이 일했다. 많지 않은 인원이라 서로들 잘 알고 지냈다. 여가를 즐길 때 가족을 동반하기도 해 가족끼리도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다. 그렇게 지내다가 택배노조에 가입한 기사들이 수수료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욕설과 조롱, 태업, 업무방해 등으로 점장을 괴롭혔다. 노조원들이 배달하지 않은 물품을 배송하던 비노조원들도 괴롭혔다. 택배 개인사업자인 그들은 여전히 배송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 개인사업자는 약 2만 명이다. 연평균 매출은 8500만 원가량이다. 차량 유지비용 등을 제하고 7000만 원가량을 버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배송과 판매자 상품을 수거하는 집하 모두로 돈을 번다. 집하는 한 번에 많은 물건을 회사 터미널로만 보내면 되는 일이라 투입 대비 수입이 좋은 일이다. 좋은 거래처를 확보하려고 접대도 한다. 집하 물량이 많으면 한 달에 2000만∼3000만 원을 벌기도 한다. CJ대한통운이 연간 배달하는 15억∼16억 개 물품 중 70%가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해 따 온 물량이다. 본사와 대리점장, 택배기사는 계약으로 엮여 있는 사업자들 집단인 셈이다. 택배노조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참 지난 지난달 29일에야 종합혁신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폭언, 폭행, 집단적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반 회사원이 이런 물의를 일으켰다면 바로 징계를 받고 업무에서 배제됐을 것이다. 택배기사들이 범법 행위를 했다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 택배만큼은 저런 사람들의 손을 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이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전부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올바름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다. 바다 건너에서 오는 커피가 공정하게 생산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다. 환경을 생각해 일부러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을 사 입는 ‘착한 소비’ 운동도 한창이다. 높아진 소비자 의식을 고려하면 택배 서비스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여러 택배 서비스가 제시돼야 한다. 소비자는 자기 집에 오는 택배기사의 평소 서비스와 언행 등을 고려해 선택할 것이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비자가 선택권을 가지면 택배 서비스는 더 좋아질 공산이 크다. 아울러 이번 같은 일이 다시 생겼을 때 소비자는 자신의 의사를 즉시 표출할 수도 있게 된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소비자가 택배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논의가 시작되기를 고대한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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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꿈의 배터리

    전기차 사려고 할 때 한 번쯤 머리를 스치는 걱정은 화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이나 열로 배터리 속 분리막이 부서지면 한순간에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열이 발생한다. ‘열 폭주 현상’이다. 기존 소화 장비로는 끄기도 쉽지 않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가 내연차보다 적기는 해도 소비자로서는 꺼림칙한 문제다. ▷열 폭주 현상이 없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가 장착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샌디에이고대 연구팀과 함께 상온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나온 전고체 배터리 기술 중 충전 가능 횟수 500회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한발 다가선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자동차 제조사들까지 달려들어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7일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도요타는 아직까지도 순수 전기차는 양산하지 않지만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2008년부터 자체 연구소를 통해 개발해 왔다. 전고체 배터리로 세계 자동차시장을 단번에 석권하겠다는 야망이 엿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대중화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추운 지방에서는 충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등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설사 누군가 먼저 양산에 성공한다 해도 경제성이 문제다. 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은 지금보다 40% 이상은 더 떨어져야 경제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kWh당 120∼130달러인 가격이 70∼80달러대로 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배터리 값이 차 가격의 30% 안팎인 지금의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으면 팔릴 수가 없는 불완전한 상품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의 싸움터다. 올해 상반기 사용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41.5%)이 가장 많고, 한국(34.9%) 일본(17.8%) 순이다.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이 해외 수주에도 적극 나서면서 성장률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은 파나소닉의 시장 점유율이 급락해 점유율이 줄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점유율을 보인 한국은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화재 위험은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높인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을 전후로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10년은 배터리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배터리는 결국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같은 소재과학의 싸움이다.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산업 중 하나가 배터리 산업이다. 기초소재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10년이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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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논점/허진석]소비자 편익이냐, 중고차업계 보호냐… “투명한 거래가 해결 열쇠”

    《타던 차를 자동차 대리점에 ‘믿을 만한’ 가격에 직접 팔고, 돈을 보태 바로 새 차를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 허용 논란 얘기다.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판매업계 등으로 구성된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는 3개월간의 상생 협상이 결렬됐다고 9일 밝혔다. 허용 여부는 이제 중소벤처기업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심의위원회 손에 달렸다.》소비자 불신 쌓인 중고차 시장 중고차를 사고 싶어도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주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 중고차 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고차 시장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 때문에 품질이 낮은 상품이 많은 ‘레몬 마켓’인 점도 소비자들 불안을 부추긴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올해 4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80%의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은 혼탁하고 낙후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허위·미끼 매물과 가격 불신, 주행거리나 사고이력 조작, 비정품 사용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3∼2019년 6년 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있으면서 사업권을 보호받았다. 제도의 취지대로면 이 기간 동안 중고차 판매업은 신뢰를 회복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소비자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중고차 판매업계도 일부 인정을 한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소비자 불신이 여전한 점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라면서도 “정부가 허위 매물로 장사를 하는 불법 조직 등을 더 강력하게 단속하고 처벌해서 중고차 판매사업자가 모두 불법 사업자인 양 비치는 것은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는 6200여 개의 중고차판매 사업자가 있고, 5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법적으로는 이때부터 대기업이 진출을 해도 되는 상태다. 하지만 중고차 판매업계가 바로 중기부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진출을 자제해 왔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적합성을 먼저 살피는 동반성장위원회는 6개월의 실태 조사를 끝내고 그해 11월 중고차 판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로 보냈다. 중고차 판매업이 소득은 영세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영세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대기업이 진출을 해도 점유율을 크게 높이지 못하고 있어 업종 보호의 필요성도 약하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의 경우라면 중기부는 곧이어 심의위원회를 열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했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결정을 못 내렸다.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되나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성과 보호 필요성, 산업 경쟁력, 소비자 후생 등 4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중기부 심의위원회는 동반성장위의 의견서를 참고해 결정하는데, 제한 조건을 붙여 지정하는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 조건부 지정이 된다면 상생협약에서 나온 양측 주장과 합의된 부분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양측은 완성차 업계가 4년간 현재 전체 중고차 거래대수의 10%까지만 늘린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다만 기준을 삼을 중고차 거래 대수에서 250만 대(완성차 업계)와 110만 대(중고차 판매업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중고차 판매업계는 신차 판매권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완성차 업계는 신차를 팔기 위해 소비자의 중고차를 바로 매입하기를 원했지만 중고차 판매업계는 소비자가 공용 플랫폼에 내놓으면 서로가 경매를 통해 매입하자고 주장했다.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소비자들은 제조업체가 인증하는 중고차를 살 수 있는 선택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해당 업종 진출이 제한되면서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진출한 기업은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판매 등을 내세운 ‘케이카’ 등은 1조3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들도 이미 중고차 판매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어 국산차 브랜드들은 더 불리해질 수 있다.낙후된 중고차 시장 키울 기회 한국에서 거래되는 중고차 대수는 한 해 약 250만 대로 시장 규모로는 25조∼30조 원대로 추산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기업이 진출하면 중고차 시장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신차를 살 때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대납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은 중고차가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차 판매업계는 5년 이하·10만 km 이하의 ‘좋은 물건’을 완성차 업계가 독식하다시피 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상생 협의에서 좌장을 맡아 중재위원 역할을 했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가 생기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져 시장을 키우고 투명하게 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중고차 시장의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후생까지 폭넓게 고려해 중기부 심의위원회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獨 등 차 선진국에선 신차 전시장서 중고차도 산다 중고차 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독일의 소비자는 신차를 사는 곳에서 중고차도 구매할 수 있다. 중고차에 대한 이력 및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고, 정찰제도 정착돼 있어 중고차 구매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한 편이다. 대형 딜러들을 통해 신차를 판매하는 미국의 완성차 브랜드들은 전시장에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5, 6년 안팎이 된 중고차를 사들여 100∼200여 항목을 점검하고 수리를 거친 뒤 무상보증 기간을 연장해 판매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로 불린다.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인증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불과하지만 성능점검 품질보증을 확신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미국 중고차 딜러 연합회인 ‘전미독립자동차딜러협회(NIADA)’와 대형 독립 딜러들이 자체적인 인증 중고차 사업을 도입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10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켈리블루북’ 같은 업체들이 제공하는 시세와 차량 가치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딜러들과 판매 사이트의 가격을 비교한 뒤 구매를 결정한다.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도 상태가 좋은 중고차를 대상으로 성능을 점검한 뒤 2, 3년 보증 기간을 연장해 신차와 함께 판매한다. 인증 중고차의 비중은 미국보다 높은 16∼17% 수준이다. 중고차 관련 산업이 분화해 차량 평가 및 검사·인증기관은 물론이고 잔존가치 평가 업체,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차량 점검 업체, 우수한 중고차를 활용한 구독형 서비스 제공 기업 등이 있다. 중고차 시장의 활성화로 독일 중고차 시장의 거래 대수는 2019년 기준 신차 시장의 2배인 719만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 규제인 데 반해 이 제도는 법(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으로 규제된다. 2019년 10월 서적·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지정을 시작으로 두부, 간장, 고추장, 된장, 청국장, 국수, 냉면, 떡볶이떡 제조업 등 9월 현재 11개 업종이 지정돼 있다. 지정 기간은 5년으로 재심의 후 연장이 가능하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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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로장생 꿈꾸는 거부들 [횡설수설/허진석]

    80세 노인의 세포를 떼어내 40대로 되돌리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이를 ‘세포의 시간역전’이라고 한다. 인류는 시험관 안에서 세포를 다시 젊게 하는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확보해 둔 상태다. 수명 연장 연구는 이 기술을 세포 단위에서 생체 단위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 중에 영생불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아마존 최고경영자에서 올해 7월 물러난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명 연장 연구를 목표로 올해 설립된 알토스랩스에 그가 투자한 사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알토스랩스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출신의 정보기술(IT) 투자계의 거물인 유리 밀너가 과학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가진 세미나에서 태동했다. 베이조스와 밀너 등은 최소 2억7000만 달러(약 3105억 원)를 알토스랩스에 투자했다. ‘영원한 삶’에 대한 거부들의 공동 연구인 셈이다. ▷이론적으로 세포의 시간을 역전시킬 수 있으면 생체의 시간도 거꾸로 돌릴 수 있다. 세포에 단백질을 주입해 일반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리프로그래밍 기술은 동물실험에서 장기와 생체 기능을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암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발현하는 문제가 있다. 이 난관을 뚫기 위해 알토스랩스는 1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유능한 유전학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인간의 노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생체 시계’의 개발자인 스티브 호바스 교수와, 리프로그래밍 기술 발견으로 2012년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 등이다. ▷한국에서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쓴 ‘노화의 종말’이 지난해 번역 출간되면서 수명 연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는 노화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을 확산시켰다. 그는 자신이 찾아낸 물질을 복용해 신체 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효능이 완전히 검증되진 않았지만 그 노화 방지 물질을 미국에서 구매해 복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부자들만의 욕망은 아닌 것이다. ▷영원한 젊음을 간직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부단하게 이어져 왔다. 옛소련에서는 젊은 사람의 피를 나이 든 사람의 혈관을 돌게 한 뒤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젊음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리고 젊은 피를 활용한 회춘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베이조스와 밀너의 올해 나이는 57세와 60세다. 나이 든 부자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건강한 젊음’이 아닐까 싶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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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진석]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카카오T)가 콜 비용을 정액 1000원에서 수요에 따라 최대 5000원까지 내도록 한 ‘스마트 호출 탄력 요금’ 제도를 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바쁜 시간대에 택시를 빨리 부르려면 기본요금(서울 3800원)보다 더 많은 콜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단거리 이용 소비자는 기본요금의 2배가 넘는 8800원을 내야 할 수도 있다. ▷2015년 택시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는 초기엔 무료로 소비자와 택시 기사의 환심을 샀다. 그러다 택시 기사의 90% 이상,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하며 독점적 지위에 오르자 ‘유료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2018년에 콜을 유료화했고, 지난해에는 블루 서비스를 도입해 승차 거부 없는 배차를 구실로 최대 3000원을 더 받고 있다. 스마트 호출과 블루 서비스는 고급차량도 아닌 일반택시를, 쉽게 잡게 해준다는 명분으로 돈을 더 받는 사업이다. ▷카카오T는 택시 기사로부터도 월 9만9000원을 받는 ‘프로 멤버십’을 3월 도입했다. 회원으로 가입한 택시 기사에게 손님 행선지를 다른 기사들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돈을 받는다. 몇 년 전 자동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손님을 먼저 잡으려는 택시 기사들이 있었는데, 카카오T가 이를 직접 사업화한 셈이다. ▷택시가 필요한 사람은 손을 들어 택시를 잡거나 앱을 켜서 택시를 부른다. 그런데 이 두 방식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길에서는 택시를 탄 후에 행선지를 알리면 되지만, 앱을 이용할 때는 목적지를 먼저 입력해야 한다. 만약 길에서 택시 기사가 행선지를 먼저 묻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냥 가버리면 승차 거부가 된다. 승차 거부는 세 번만 위반하면 택시 운전 자격까지 취소당하는 범법 행위다. ▷카카오T가 손님 행선지를 미리 알려주니 가까운 거리에는 택시가 잘 오지 않는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놓고는 카카오T는 스마트 호출로 돈을 버는 셈이다. 장거리 손님 행선지를 특정 기사들에게 먼저 알려주는 것은 손님 골라 태우기를 조장하는 행위인데, 이걸로도 돈을 번다. 원칙에 맞춰 손님의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가까운 택시를 무조건 배차하면 손님이나 기사 모두 웃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드는 것은 택시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만 표시하는 것이다. 앱으로 택시를 잡는다고 승차 거부의 빌미를 제공할 행선지까지 밝힐 이유는 없다. 규제 당국은 카카오T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요금을 올렸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카카오T가 승차 거부를 조장하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밝혀내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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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 배출 대처가 생사 가를 수도”… 수출경쟁력 지키기 절실[수요논점]

    《7월 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웃을 수가 없다. 철강은 대표적인 탄소배출 산업인데 유럽연합(EU)이 수입품의 탄소배출 정도를 따져 부담금을 지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도입을 지난달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2025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기업에 적용할 탄소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탄소국경세와 탄소세는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한국엔 중대한 도전이다. 20년 전부터 탈탄소 경제를 준비한 EU의 수준에 맞추려면 시간이 많지도 않다.》EU, 5개 분야에 우선 적용 EU는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등 5개 분야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별도로 부과한다. 3년간은 수입품의 탄소배출량 보고만 받고, 2026년부터 실제로 부과한다. 탄소배출량을 실물 가격에 반영함에 따라 EU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개발도상국 수출품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EU는 탄소국경세를 발표하면서 전 지구적 탄소배출 감축을 명분으로 세웠지만 개도국에 대한 탄소 감축 기술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사실상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택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등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탄소를 앞세운 신무역장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철강사 年 4000억 부담할 수도 탄소국경세는 국내 철강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국경세가 적용될 5개 품목 중 지난해 철·철강은 221만 t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알루미늄(5만2600t), 비료(9214t), 시멘트(80t) 등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EY한영회계법인은 2023년 EU가 t당 30.6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면 우리 철강업계는 연간 약 16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탄소배출권의 가격 상승으로 2030년에는 t당 75달러가 부과될 경우 부담액은 4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2030년 기준 철·철강 수출액의 12.6%나 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철강업계의 영업이익률이 10%대인 것을 감안하면 적자 수출이 예상되는 수준이다. EU는 탄소국경세 제도를 발표하면서 2035년 EU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도 금지했다. 현대차는 2040년에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전면화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앞당겨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EU는 탄소국경세를 전 수입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장은 “EU의 탄소국경세는 개도국의 반발과 그에 따른 보복관세 등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명분 때문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도 탄소배출량이 늘고 있는 우리가 이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했다가는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우리 정부는 탄소세 도입 추진 수출품에 적용되는 탄소국경세와 별개로 국내에서는 탄소배출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탄소세 도입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전환 지원을 위한 ‘기후대응기금’ 마련을 위한 세제와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 탄소 가격 부과 체계의 전면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탄소세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은 기업과 업종을 중심으로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산업 경쟁력 훼손이다. 전 세계에서 탄소세를 시행하는 나라는 25개국이지만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발달한 유럽 국가가 대부분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t당 50달러의 탄소국경세를 유럽과 미국이 모두 도입한다면 우리 수출이 8조 원(1.1%) 줄고 국내총생산(GDP)은 0.28% 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탄소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주력 수출 업종인 철강과 석유화학 관련 업종의 수출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 2건의 탄소세 관련 법안도 계류 중이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온실가스 t당 4만∼8만 원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부과토록 돼 있다. 최대 36조3000억 원의 부담이 기업에 부과되는데 2019년 법인세수의 절반이 넘는 비현실적인 규모다.탄소저감기술 혁신이 활로 전문가들은 탄소배출 감축 기술 확립을 위해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배출 감축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탄소배출 감축 기술의 사업화와 상용화를 위해 혁신펀드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13조6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호주는 저탄소배출 기술 개발에 2030년까지 15조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임시방편의 성격이 강하다”며 “제철 과정에서 탄소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수소환원제철공법 같은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세, 조세 부담 커 호주는 2년 만에 폐지 프랑스는 세율 인상 유예탄소세 제도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25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시행하는 곳이 많아 중복 규제를 피하기 위해 법인세나 소득세 등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1990년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한 핀란드는 1997년과 2011년 에너지 세제 개혁을 통해 개인의 소득세와 기업의 사회보장비 부담을 줄여줬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에는 배출권을 무료 할당하는 방식으로 탄소세 부담을 줄여줬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탄소세를 도입했다. 일본은 2012년 10월 ‘지구 온난화 대책세’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탄소세를 도입했다. 세율은 이산화탄소 t당 3달러. 기존 석유석탄세에 더해 부과하면서 면세와 환급 조치를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세수는 재생에너지 도입, 에너지 수급구조 개선 등에 쓴다. 싱가포르는 2019년 연간 25k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세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까지 이산화탄소 t당 4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고, 2030년에 가서는 7.5∼11.3달러를 부과할 예정이다. 탄소세 도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호주는 2012년 7월 탄소세를 도입했지만 광산과 에너지, 유통 기업은 물론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 2014년 7월 폐지했다. 2014년 탄소세를 도입한 프랑스는 탄소세율을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가 2018년 11월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발생하자 인상 계획을 유예한 상태다. 탄소배출권거래제(ETS)정부가 탄소 전체 배출 허용 총량을 설정하고, 기업이 그 범위 내에서 배출권을 부여받는 방식. 남거나 모자라는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탄소세정부가 정한 세율에 의해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금을 지불하는 방식. 탄소 가격은 세율에 의해 일정하게 관리되는 특징이 있음.탄소국경세유럽연합(EU)이 처음 도입하는 제도로 탄소세와 탄소배출권과 달리 역외 국가 제품에 적용하는 일종의 관세. EU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용을 부과해 무역장벽의 효과를 냄.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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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1주택 장기보유자들에게 ‘날벼락’[수요논점/허진석]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과 함께 양도소득세 개편안도 당론으로 확정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기준선을 현행 실거래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반면, 양도차익이 5억 원을 넘기면 금액이 커질수록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10년 실거주할 경우 최대 80%까지 받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최대 50%로 낮춰지는 식이다. 이에 따라 집값이 12억 원이 넘으면서 시세차익이 5억 원 이상인 1주택자는 양도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개편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해 바로 시행된다면 1주택자에게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2009년 도입 이후 12년 만에 축소되는 것이다.》장기보유자, 기존보다 세금 늘어 비과세 혜택 기준선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12억 원까지 높아진 것은 양도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는 기존에는 실거래가 9억 원 이하일 때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여당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12억 원 이하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실거래 가격이 12억 원을 넘는 1주택자는 양도차익이 5억 원이 넘을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줄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개편안 이전과 이후로 나눠 세금을 모의 계산해보니 장기 보유한 1주택자가 이전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문제가 실제로 나타났다. 실거주·보유기간이 3년 5개월인 서울 양천구 목동3단지 아파트의 경우 세금(사례1)은 1870만 원가량 준 반면 비슷한 규모의 목동2단지 아파트(사례2)는 보유기간이 9년을 넘기면서 양도차익이 10억 원을 넘기자 세금이 2600만 원가량 늘었다. 비과세 기준선이 올라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끼쳐서다. 반포미도1차 아파트(사례3, 4)는 취득가액과 양도차익이 비슷한데도 5년가량 보유한 1주택자의 세금은 줄었는데,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1주택자의 세금은 오히려 늘어난다. 서초구 롯데캐슬 클래식 아파트(사례5)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사례6)를 비교한 모의 계산에서도 은마아파트 보유자는 양도차액이 더 적고, 보유기간은 더 긴데도 롯데캐슬 1주택자와 달리 내야 하는 세금이 늘게 된다.수십년 거주, 은퇴자에 직격탄 여당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오래전 집값이 지금보다 싸던 시절에 서울 강남이나 목동, 여의도 등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구입해 20∼30년간 살다가 은퇴한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보유기간이 길어 양도차익은 클 수밖에 없는데 공제혜택이 이전보다 줄어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시키는 대로 집 한 채 사서 평생 살아 온 1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때리는 게 공정한가”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전보다 늘어날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기를 꺼려 도심 인기 지역에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땅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이사를 하려면 취득세와 부동산 복비도 부담스럽기 마련인데, 양도세까지 이전보다 늘면 이주를 포기할 공산이 크다. 이번 정책으로 9억∼12억 원에 있던 집값이 12억 원으로 오르는 ‘키 맞추기’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거래가 12억 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이 있기에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대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취지 어긋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단기적 투기가 아닌 건전한 부동산 투자와 소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있다. 또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면 물가상승에 의한 가격 상승분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줘야 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1가구 1주택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 80%에 이르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은 1가구 1주택이 국민 주거 안정에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존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더라도 양도세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며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사람의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그들은 비슷한 환경의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은 아직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아 있다. 국회에서 논의할 때는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개선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한지 12년만에 축소 양도세 감면 혜택은 현 정부 들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다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 조건도 점점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안에 있는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세를 중과함과 동시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양도가 9억 원 이하)을 받으려면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생겼다. 물론 조정대상지역 주택이 아니거나 8월 2일 이전에 취득했다면 2년 이상 거주할 필요는 없었다. 이듬해 9·13대책에서는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받으려면 규제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것으로 조건이 강화됐다. 2017년 8월 2일 이전 취득 주택이더라도 9·13대책에 따라 2020년 1월 1일 이후 양도할 경우에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최대 80%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19년에 나온 12·16대책에서는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80%)로 받으려면 사실상 그 집에 10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건이 붙었다. 공제율을 보유기간(연 4% 공제)과 거주기간(연 4% 공제)으로 구분해 적용키로 한 것이다. 즉 실거주하며 보유해야 연 8% 공제를 받고 2년 이상 실거주 후 보유만 하면 보유기간에는 연 4% 공제만 된다. 만약 거주기간이 2년 미만이면 일반 장기보유특별공제(연 2%)가 적용돼 최대 30%(15년 이상 보유)까지밖에 공제를 받지 못한다. 올해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는 그래도 10년 이상 실거주하려는 1주택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최대 80%의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당의 개편안은 이 혜택마저 없앴다. 아무리 오래 실거주를 했더라도 양도차익이 5억 원 이상이면 공제율이 10∼30%포인트 더 낮아져 세금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80% 공제 혜택이 축소되는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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