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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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문화 일반35%
사회일반29%
사건·범죄12%
음악9%
문학/출판6%
검찰-법원판결6%
국제문화3%
  • [책의 향기]‘선한 아메리카’를 기억하며

    ‘디아스포라 기행’ ‘나의 서양미술 순례’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로 국내에서 사랑받은 서경식 도쿄경제대 명예교수의 유작이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미국에 대한 사유를 날카로운 솜씨로 벼려 놓았다. 사유의 중심에는 음악과 미술이 있다. 1951년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난 저자의 삶은 두 형(서승, 서준식)이 1971년 ‘재일조선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형들은 박정희 정권에서 간첩으로 몰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됐다. 저자는 형들의 구명을 위해 1985년 미국으로 향한다. 미 국무부 인권국과 현지 인권단체를 찾는 한편 한국 민주화 운동에도 참여했다. 이후 두 형은 석방됐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권과 디아스포라에 대한 문필 활동을 이어갔다. 저자는 1980년대에 자신이 경험한 미국은 ‘선한 아메리카’였다고 말한다. 세계 각지에서 핍박받던 이들이 몰려와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은 그들을 도울 능력과 자신감을 갖춘 나라였다. 미술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당시 구명 활동 도중에도 짬을 내 미술관을 방문했다. 그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 좋은 미술 작품과 조우하는 것이 나 자신의 생존에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그때 봤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수틴의 초상’, 디에고 리베라의 ‘디트로이트 산업’은 인생을 통틀어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후 반지성적이고 오만한 모습이 되어가는 미국이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불관용이 만연한 일종의 파시즘이 번지고 있음을 크게 우려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 12월 별세 직전까지 펜을 놓지 않으며 이렇게 밝혔다. “내 경험의 작은 조각이라도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 그 자체에 절망하지 않기 위해. 그것이 나의 끝나지 않는 ‘인문기행’의 한 페이지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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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든의 세 배우가 그리는 이 세상 소풍 끝자락

    굽은 손이 저절로 덜덜 떨리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누운 채 기저귀에 볼일을 보는 날이 생긴다. 눈 감으면 아직 포실한 열여섯 소녀인 것만 같은데 정신을 차리면 거울 앞에 앉은 건 주름살이 구불구불한 여든 노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렇게 하루하루 ‘낯선 나’를 받아들이는 일일 테다.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접어든 세 친구가 고향 남해에서 옛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영화 ‘소풍’이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나문희(83) 김영옥(87) 박근형(84)이 주연했다. 세 배우의 연기 경력만 도합 195년이다. 80대의 세 배우가 존엄한 죽음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이마다 할 수 있는 연기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이 역할은 김영옥과 제가 아니면 이만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주 현실과 가까운 작품이에요.”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소풍’ 기자간담회에서 나문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영화는 서울 동대문에서 억척같이 일하며 재산을 모은 은심(나문희)이 60년 만에 고향 경남 남해에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혼자 아들 해웅(류승수)을 길러냈지만, 아들은 매번 사업에 실패하고 마지막 남은 은심의 집까지 담보로 대출해 달라고 조른다. 은심은 몸도 예전 같지 않다. 파킨슨병과 초기 치매 증상을 겪으며 근심이 더해가던 때, 평생지기이자 사돈지간인 금순(김영옥)이 안 입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은심의 집을 찾는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은심은 금순에게 “고향에 내려가자”고 제안하고, 두 사람은 금순의 집에 머물며 소풍 같은 시간을 보낸다. 어릴 적 은심을 좋아했던 태호(박근형)도 이들과 함께 열여섯의 마음으로 돌아가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하나둘 몸이 망가질 나이인 이들은 각자의 병을 알게 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세 배우가 그려낸 노인의 현실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허리가 좋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이불에 실수를 해버린 금순을 대야에 옮겨놓고 씻기는 은심의 모습이 눈물겹다. 하지만 영화는 ‘늙어감’을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 안에는 여전히 깔깔대고, 샘도 내는 열여섯 소년 소녀가 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요양원에 간 친구가 손발이 묶인 채 존엄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고 은심과 금순이 하게 되는 고민은 우리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모습이라 깊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영화에는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OST로 쓰여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임영웅이 영화 OST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제작사 측에서 임영웅에게 직접 손편지를 써 부탁했다고 한다. 김영옥 배우와의 인연으로 나태주 시인이 영화 헌정시를 지었다. “하늘창문 열고/여기 좀 보아요/거기는 잘 있나요?/여기는 아직이에요/이제는 아프지말기에요.”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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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린 송 “첫 영화로 아카데미라니… 미쳤다”

    “제 첫 영화로 아카데미라니… 정말 미쳤네요(crazy)!”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36·사진)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영화계 최고 권위의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여성으로는 첫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3’(1997년)의 송능한 감독의 딸로,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이라 수상 여부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송 감독은 공식 후보 지명 소감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3일(현지 시간) 제96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패스트 라이브즈’와 송 감독을 각각 지명했다. 한국인 또는 한국계 감독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1년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다.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된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인생과 인연,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로맨스·드라마 작품이다. 송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앞서 열린 다수의 영화제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제58회 전미 비평가협회상 작품상 및 제33회 고섬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앞서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이 불발됐다. 또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각본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주인공 나영 역의 그레타 리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남자 주인공 해성은 한국 배우 유태오가 맡았다. 두 사람은 한국어 대사로 이야기하고, 한국 촬영분이 많다.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와 CJ ENM이 공동으로 투자 배급한다. 송 감독은 아카데미 후보로 오른 것에 대해 “영화를 알아봐 준 아카데미에 감사하다. 믿기 어려운 영광이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과 감사함이 교차한다. 특히 첫 영화로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이어 “영화에 담긴 ‘인연’이라는 개념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에 존재함으로써 느끼는 기적적인 연결과 사랑의 감정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전생에서 공유한 수많은 생에 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들면서 제작진과 인연임을 깊이 느꼈다. 감사하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펜하이머’ ‘바비’ ‘추락의 해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플라워 킬링 문’ ‘가여운 것들’ 등 9개 작품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한다. 수상 여부를 떠나 송 감독이 데뷔작으로 크리스토퍼 놀런, 스티븐 스필버그 등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시상식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3월 10일 열린다. 영화는 한국에서 3월 중 개봉할 예정이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감독 셀린 송이 오스카에서 여성 감독이자 첫 영화로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멕시코 출신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역시 이 영화에 대해 “지난 20년간 본 영화 중 최고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호평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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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작가 이금이, 안데르센상 최종후보 올라

    이금이 동화작가(62·사진)가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 동화작가가 이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1956년 상 제정 이래 처음이다. 22일 아동문학계에 따르면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의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6명에 이 작가가 포함됐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의 전설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세계적 권위의 아동문학상이다. 그림책 ‘파도야 놀자’ ‘거울 속으로’ 등의 작가인 이수지 씨가 202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을 받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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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남편이 죽었다… 사고였나, 자살이었나, 살인이었나

    눈으로 뒤덮인 산 중턱 외딴집. 고요하고 평화로울 것만 같던 이곳에서 한 남자가 추락해 사망한다. 당시 집에 있던 건 오직 아내 산드라(잔드라 휠러)와 시각장애인인 열한 살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네르)뿐. 경찰은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유력 용의자로 아내 산드라를 지목한다. 이따금 전쟁 같았지만 사랑으로 견뎌냈던 그들의 결혼생활은 살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자 법정에서 악의적으로 재구성된다. 남자의 죽음이 사고였는지, 살인이었는지, 자살이었는지 단서를 주지 않은 채 영화는 혼란스럽게 흘러간다. 지난해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추락의 해부’다. 연출을 맡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46)은 이 영화로 역대 세 번째 황금종려상 여성 수상자가 됐다. 영화는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몰린 산드라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법정물이다. 산드라는 성공한 작가고, 그의 집필 활동을 위해 남편이 아들 다니엘의 육아를 도맡는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다니엘이 실명한 뒤 결혼생활이 삐걱거린다. 남편은 죄책감에 파묻혀 이전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산드라는 밖으로 나돌며 외도를 저지른다.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결혼생활을 지키지만 남편은 우울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공이 가정의 주 수입원이면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성’이라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검사 측 주장 속 산드라는 남편의 무능을 질타하고, 다툴 땐 손찌검을 하기도 한다. 육아는 남편에게 맡기고, 남편이 포기한 집필 아이디어를 가져다 소설을 쓴 것에 대해서도 ‘허락을 구했다’며 당당하다. 확실한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검사 측은 그녀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으며 ‘충분히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산드라는 이 같은 질타에 대해 “결혼생활 전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우울감에 빠진 남편을 위해 모국인 독일을 뒤로하고 남편 고향인 프랑스로 이주했다. 남편의 실수로 벌어진 사고로 아들이 실명했지만 털어내고 아들에게 좋은 삶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누가 경험한 결혼생활이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남자는 왜 죽게 됐을까. 트리에 감독은 제3자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법정물이지만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산드라 역의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가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내인지 살인을 저지른 냉혈한인지 헷갈릴 만큼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7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2관왕을 했다. 아카데미 유력 수상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다. 31일 개봉.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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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미국보다 20년 앞선 듯” 영화 ‘아가일’ 국내서 첫 시사회

    “제가 한국 감독들과 제작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는 느낌이에요. 많은 분야에서 미국보다 20년쯤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헨리 카빌과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샘 록웰이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아가일’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다. 하워드는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생 한국에 오고 싶어 하며 살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가일’은 영화 ‘킹스맨’ 시리즈의 매슈 본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액션물이다. 베스트셀러 첩보물 작가인 엘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자신이 쓴 스파이 소설 내용이 현실이 되면서 상상치 못한 모험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 ‘맨 오브 스틸’(2013년), ‘저스티스 리그’(2017년)의 슈퍼맨 역으로 국내 팬층이 두꺼운 카빌이 전설적인 스파이 ‘에이전트 아가일’ 역을 맡았다. 스파이 에이든은 영화 ‘쓰리 빌보드’(2018년) ‘조조 래빗’(2020년)의 샘 록웰이 연기해 위트와 춤 실력을 선보인다. 영화 속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고양이는 매슈 본 감독의 아내이자 세계적인 모델인 클라우디아 시퍼의 반려묘 ‘칩’이다. ‘아가일’ 팀은 전 세계 중 한국을 첫 투어 방문지로 선정했고, 한국에서 처음 시사회를 가졌다. 록웰은 “한국에 유능한 영화감독이 너무 많아서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에 온다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역시 “투어 여정의 출발을 한국으로 정한 건 옳은 결정이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아가일’ 같은 오리지널 영화에 지지를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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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총무원장 “尹정부 공직인선, 불교신자 불이익받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사진)이 윤석열 정부의 공직자 인선에서 불교 신자들이 종교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진우 스님은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공직자 임명에서) 저희가 조금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임명직 공직자) 분포를 보니 불자들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종교적으로 편향된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면 잘못된 것이니 시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편향된 생각이 없이 자연스럽게 했더라도 불균형이 되면 국민 화합에 문제가 좀 생기지 않겠느냐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정부에서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일단 경청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도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의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 대통령실의 참모들, 군 장성에 이르기까지 불자(佛子)들이 거의 전무한 현실은 매우 의도된 종교 편향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종단 행정을 책임지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까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진우 스님은 이 외에도 올해 ‘선(禪)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해 국민의 정신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한국 불교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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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모시 샬라메가 만드는 마법의 초콜릿, 그 달콤함이란…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달콤한 세상. 초콜릿 폭포가 부드럽게 쏟아지고, 나무에는 사탕으로 만들어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한입 베어 문 꽃잎은 부드러운 마시멜로, 풀잎은 쫄깃한 젤리라 옮기는 걸음마다 놀이동산에 온 것 같다.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이 만들어 낸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세계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스핀오프 영화 ‘웡카’가 31일 개봉한다. 2024년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불리는 티모테 샬라메가 희망과 초콜릿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찬 젊은 웡카 역을 맡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달콤하고 꾸덕꾸덕한 초콜릿 한 덩이가 먹고 싶어질 것 같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판다는 ‘초콜릿 고메’ 거리로 향하는 젊은 웡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가 가장 기다렸던 건 1년 동안 카카오 열매를 모아 생일날마다 만들어 주던 엄마의 초콜릿 한 덩이다. 그러나 엄마는 병에 걸리고, “초콜릿 고메에 언젠간 웡카 가게를 열자”는 약속을 남긴 채 사라진다. 웡카는 이 약속을 지키고자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만드는 방법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소재로 한 세 번째 영화다. 첫 영화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제목으로 1971년 미국에서 개봉했다. 배우 진 와일더가 웡카 역을 맡았다. 당시 소설을 읽으며 상상만 하던 세계가 스크린에 펼쳐지자 미국 관객들은 열광했다. 두 번째 영화가 한국에서도 친숙한 2005년 개봉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배우 조니 뎁이 버섯 머리 괴짜 웡카를 연기했고, 팀 버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호평을 받았다. 영화 ‘웡카’는 웡카가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세우기 전,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다. 이전 영화 두 편과 가장 다른 점은 ‘마법 초콜릿’의 등장이다. 한입 먹으면 자신감으로 가득 차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품게 된다. 즐거움에 덩실덩실 춤추게 되기도 하고, 두둥실 떠올라 하늘을 날 수도 있다.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한 웡카의 모습을 샬라메가 잘 표현했다. 특히 뮤지컬 영화인데도 노래와 춤을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다. 연출은 ‘패딩턴’ 시리즈의 폴 킹 감독이 맡았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 처음 사랑에 빠진 소설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었다. 너무 여러 번 읽어 몇몇 페이지는 찢어져 버릴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원작으로 한 첫 영화인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년)을 언급하며 “나 역시 1971년 버전의 윌리 웡카를 보며 자란 세대다. ‘웡카’가 그 영화의 친구 버전처럼 (친숙하게) 느껴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오마주는 난쟁이 움파룸파(휴 그랜트)의 모습이다. 주황색 얼굴에 매끄러운 초록색 머릿결, 흰색 수염은 첫 영화의 움파룸파족 모습과 똑같다. 미남 배우 휴 그랜트가 뒤뚱거리며 우스꽝스럽게 등장할 때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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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장에 마이너스 63센트”… 한국계 감독 ‘성난 사람들’, 美 에미상 8관왕 휩쓸다

    한국계 제작진과 배우들이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8관왕에 올랐다. 2022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아시아 국적 감독 및 배우 최초로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을 안겨준 ‘오징어게임’에 이어 한국적 요소를 담은 작품이 이뤄낸 또 하나의 쾌거다. ‘성난 사람들’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성진 감독은 이날 감독상 수상 무대에서 “(일을 하기 위해) 처음 로스앤젤레스에 왔을 때 돈이 없어서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63센트였다. 그걸 갚으려고 1달러를 저금하겠다고 하니 ‘정말 1달러를 저금하는 거냐’고 묻더라”며 “그땐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고, 이런 걸(트로피를) 손에 들고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감회를 전했다. ‘성난 사람들’의 대니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티븐 연은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달 7일에도 한국계 배우 최초로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되는 일이 없는 한인 이민자 2세 대니(스티븐 연)와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잃은 채 살아가는 에이미(앨리 웡)가 난폭운전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한국계 이민자 삶에 밴 현대인의 고독-분노… 세계가 공감 ‘오겜’ 6관왕 이어 ‘성난 사람들’ 8관왕설렁탕-카톡 등 한국문화 바탕… 인종초월한 보편적 내면 그려내동양인 캐릭터, 잇단 주인공으로… 이민자들 위로 백인들엔 신선함 “드라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 및 생각들은 저 자신과 이 무대에 함께 올라와 있는 동료들이 겪어온 힘들었던 시간들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봐 주고,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입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은 작품상 수상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계 제작진과 배우가 대거 참여한 ‘성난 사람들’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에미상에서 8관왕을 할 수 있었던 건 분노와 고독이 켜켜이 쌓여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현대인의 내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점이 인종을 막론하고 공감을 샀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성난 사람들’ 속 한인 2세인 대니(스티븐 연)는 집에서 게임만 하는 백수 동생 폴(영 마지노)을 건사해야 한다. 운영하던 모텔이 망해 한국으로 돌아간 부모님을 다시 미국으로 데려오려면 돈이 필요하지만 일감이 줄면서 매일 죽고 싶은 심정이다. 중국계 이민자 2세인 에이미(앨리 웡)는 성공한 식물 인테리어 사업가이지만 집에서는 본인보다 육아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남편 조지(조셉 리)의 눈치를 본다. 사사건건 비위를 맞춰야 하는 백인 재력가 친구들 앞에선 그 어디도 ‘편안한 내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진 대니와 꾸며낸 표정으로 살다가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에이미는 우연한 계기에 서로의 ‘발작 버튼’을 누르고 만다. 비뚤어진 내면의 분노가 서로를 향한 분노로 튀어버린 이들은 추악한 모습으로 서로를 파멸로 이끌고 가서야 깨닫는다. ‘아, 우리는 우리의 본모습이 어떻건 조건 없이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구나.’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수상 무대에서 “편견과 수치심은 우리를 외톨이로 만들지만, 연민과 은혜는 우리를 한데 모이게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대니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성난 사람들’의 쾌거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시리즈 전체에 한국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코드’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평가다. 극 중 대니는 설렁탕집에서 젓가락으로 깍두기를 집어 먹고, 한인 교회에선 전 여자친구의 남편과 은근히 기 싸움을 벌인다. 잠시 한국에 가 있는 부모님은 카카오톡 영상통화로 그에게 “교회에서 좋은 한국 여자 만나서 가정을 꾸리라”고 한국말로 잔소리한다. 장면 곳곳에선 한국 기업들도 자주 언급되는데 대니는 ‘대우’ 냉장고를 보며 “한국 기업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백색가전으로 유명한 ‘LG’의 밥솥 등을 부모님에게 선물한다. 이 감독과 스티븐 연뿐 아니라 주·조연 배우 대부분이 한국계다. 이는 영화 ‘기생충’(2019년)과 ‘미나리’(2020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년)을 거치며 무르익어 온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미국 할리우드 내 한국계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토양을 제공했고, 그 꽃이 피어난 결과라는 평가다. 이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 “제가 작가로 데뷔했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까’ 걱정했지만 2020년 즈음부터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한국인의 경험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고 또 알고 싶어 한다. 한국인인 우리가 우리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 역시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K콘텐츠 부흥이 한국인이자 디아스포라로 사는 사람으로서 위안이 된다”고 했다. 백인 위주의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창작자들이 자신감 있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작품 활동을 하도록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가 부상한 이유 중 하나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을 꼽았다. OTT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콘텐츠 수요층이 넓어졌고, ‘다양성’이 화두로 떠올랐다는 것. 백인 위주의 창작·소비 환경에서 한국계 등 동양인은 주로 무술을 잘하는 과묵한 인물이나 소심한 너드(Nerd·괴짜) 같은 캐릭터로만 소비돼 왔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동양인 캐릭터들이 자신의 욕망과 결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내 이민자 2, 3세들에게는 공감을, 백인들에게는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한국, 아시아권 문화 이야기가 직접 겪은 제작진에 의해 생생하게 묘사된다는 점에서 작품성이 높아졌다”면서 “동시에 작품 속 가난한 서민들의 갈등은 보편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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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공 눈짓에 악당 제압하는 개들… ‘레옹’ 느낌 겹쳐

    “인간을 알아갈수록 개가 더 좋아져요. 허영심 없는 아름다움, 오만함 없는 힘, 잔인함 없는 용기…. 결점은 딱 하나예요. 인간을 믿는다는 것.” 영화 ‘제5원소’(1997년), ‘레옹’(1995년) 등을 연출한 뤼크 베송 감독이 신작 ‘도그맨’으로 돌아왔다. 베송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 ‘더글러스’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창조해온 모든 캐릭터들의 집약체”라고 설명했다. 24일 개봉하는 ‘도그맨’은 아버지의 학대로 투견을 키우는 철창에서 자란 남자 더글러스(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이야기다. 굶던 개에게 몰래 먹이를 줬다는 이유로 갇힌 어린 더글러스는 흙바닥에서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한다. 어느 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아버지가 더글러스를 향해 총을 쏘고, 총알 파편이 척추에 박혀 하반신 불구가 된다. 구사일생으로 철창에서 벗어났지만 휠체어를 탄 그의 인생은 여전히 외롭다. ‘나를 배신하지 않는 건 나 자신과 오직 개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새로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키우던 수십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밤마다 부자들의 물건을 훔친다. 베송 감독은 어린아이가 아버지에 의해 4년간 철창에서 가둬져 자라다가 구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영화 시나리오를 계획했다.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라는 상상에서 작품이 시작됐다고 한다. 영화는 베송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액션 템포가 잘 살아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레옹’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더글러스의 눈짓 하나만으로도 악당들을 응징하는 개들의 모습에선 블랙 코미디의 느낌이 풍긴다. 더글러스를 연기한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장면을 압도한다. 혼자의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할 만큼 흡입력 있는 연기를 펼친다. 그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니트람’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베송 감독은 “그는 이 영화의 보물 같은 존재”라며 “더글러스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도전 슬픔 욕망 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번에 확신했다”고 했다. 존스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과 버림받았을 때의 처절함, 고통을 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려는 의지 등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해 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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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 ‘불황’ 넘을 신작 쏟아진다

    2023년 한국 영화계는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엔데믹이 선언됐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대비 지난해 전체 관객 수는 57.8%(상반기 기준), 한국 영화 관객 수는 그보다 낮은 44% 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영화계는 2024년을 향후 영화 산업 회복에 있어 중요한 기점으로 보고 있다. 올해 개봉 한국 영화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다. 봉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이자 ‘기생충’(2019년)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미국 워너브러더스와 함께한 이번 작품은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공상과학물로, 복제 인간을 소재로 했다. 미래를 배경으로 얼음 행성에 파견된 인간 탐험대의 일회용 직원 ‘익스펜더블’의 이야기를 그린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펄로, 토니 콜렛, 스티븐 연 등이 주연했다. 봉 감독 작품 중 가장 많은 제작비인 1억5000만 달러(약 1973억 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미 개봉일을 3월 29일로 확정했지만 지난해 할리우드 파업 여파로 개봉을 미룬 상태다. 5월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영화계는 봉 감독의 티켓파워가 극장가 분위기를 견인해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이 주연한 영화 ‘파묘’는 2월 개봉을 확정했다. ‘검은 사제들’(2015년) ‘사바하’(2018년)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 작품이라 오컬트 마니아층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최민식은 풍수사, 유해진이 장의사, 김고은은 무당 역을 맡았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관객 1340만 명을 동원한 ‘베테랑’(2015년) 이후 9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배우 황정민, 오달수, 장윤주가 1편에 이어 출연했고 배우 정해인이 새로 합류해 연기 변신을 꾀한다. 배우 현빈이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영화 ‘하얼빈’과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주’도 연내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외화 화제작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디즈니·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2’다. 1편 이후 9년 만에 나온 속편으로, 사춘기가 된 주인공 라일리에게 ‘불안’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생기며 겪는 변화를 담았다. 북미 개봉은 6월로 정해졌다.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된 ‘조커 2’ 역시 북미에서 10월에 개봉한다. 한국에서도 흥행한 ‘조커’(2019년)의 후속작이다. 레이디 가가가 할리퀸 역을 맡았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두 사람이 어떤 세계로 관객들을 데려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작품으로, 퓨리오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애니아 테일러조이가 퓨리오사 역을 맡았다. 이 외에도 할리우드의 ‘뜨는 별’ 티모테 샬라메가 주인공을 맡은 ‘웡카’가 31일, ‘듄: 파트2’는 2월 중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대작도 빼놓을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 제작을 맡은 ‘전, 란’과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 2’가 넷플릭스에서 연내 공개를 계획 중이다. ‘전, 란’은 박 감독이 처음 넷플릭스와 작업한 작품으로 배우 강동원, 박정민이 주연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이자 무협 장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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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등 2000명 “故이선균 수사논란 진상규명을”

    봉준호 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이 배우 고(故) 이선균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을 언론에 알리는 과정이 적법했는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12일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봉 감독과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이 참석해 돌아가며 성명서를 읽었다. 장항준 감독과 배우 최덕문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 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3차례 소환을 모두 공개로 진행한 점 등에 대해 과정이 적법했는지 등에 대한 규명도 요구했다. 김의성은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 보도를 하고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게 아니냐”고 했다. 윤종신은 이선균의 사적 녹취록을 보도한 KBS를 거론하며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KBS는 입장문을 통해 “고 이선균 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대회의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수사 시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 달라”며 국회, KBS, 경찰청에 성명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연대회의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29개 단체가 참여했다. 성명서는 이들 단체를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 명의 뜻을 모았다. 앞서 고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 27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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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 생체실험은 역사적 사실, 日 반응 걱정 안해”

    ‘제작비 700억 원, 일제강점기 생체실험을 주제로 한 시대극이자 크리처물(괴수물), 박서준 한소희 주연….’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낳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시즌1이 5일 모두 공개됐다. 드라마는 공개 초반엔 전개가 엉성하다는 혹평이 있었지만 시즌1의 파트2(8∼10화)까지 모두 공개된 이후엔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장태상 역의 박서준(36)이 있다. 경성 제일의 전당포 금옥당을 운영하는 대주 역할에 맞게 ‘조선의 개츠비’ 같은 콘셉트로 화려한 의상을 선보였고, 일본군과 크리처에 맞서 액션 연기를 펼쳤다. 윤채옥(한소희)과 애절한 러브라인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 작품에서 보여줬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즌1이 모두 공개돼 후련하면서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2년 동안 한 작품이다. 하나의 작품을 이만큼 길게 작업하고 기다려 본 적은 처음이다. 편집본을 먼저 보고 나서부터 공개되는 날이 더 많이 기다려졌다”고 했다. 공개 초반 혹평에 걱정이 됐을 법도 한데 그는 “결과물이 저는 만족스러웠다. 여태 작품하면서 평가가 갈리지 않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감정이 동요되진 않았고, 오히려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고 느꼈다”며 웃었다.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경성 한복판의 병원에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 결과 괴물이 탄생했다는 설정의 작품이다. 일본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주제일 수 있다. 실제 일본 넷플릭스에서 10위권에 들며 큰 관심을 받고 있고,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박서준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한국 배우 중 한 명이다. 각본을 쓴 강은경 작가는 “박서준이 출연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시놉시스 단계에서 긍정적으로 답했다. 고민스럽지 않았냐 물었더니 ‘작품이 좋으니까 하는 것’이라고 해 제가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박서준은 “마침 이 시대(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경성크리처’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모두가) 당연히 아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본 반응)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최근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30대 남자 배우로 꼽힌다. 지난해에만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드림’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 3편이 개봉됐다. 특히 ‘더 마블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이자 그의 첫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촬영 현장에 전 세계인이 모여 아침에 노래를 틀고 즐겁게 준비하는 유쾌한 현장이었다. 앞으로 다시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작품이 몰아쳐서 공개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경성크리처’ 시즌2에 대해서는 “속도감이 시즌1과 매우 다르다. 굉장히 빠르게 전개된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시즌2 공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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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보적 성과-비전 제시’ CJ ENM 비저너리… 송혜교-류승룡-강풀-엄정화 등 7인 선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주인공 문동은을 연기한 배우 송혜교,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과격한 액션 장면과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배우 류승룡과 원작 웹툰 작가 강풀, 2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열며 ‘댄싱 퀸’의 부활을 알린 가수 겸 배우 ‘엄정화’,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김용훈 감독…. 지난해 문화계를 이끌며 K콘텐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CJ ENM이 선정한 ‘2024 비저너리(Visionary)’ 7인에 포함됐다. CJ ENM은 2020년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며 전 세계 대중에게 영감을 준 인물을 ‘비저너리’로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독보적인 성과로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 크리에이터에게 수여한다’는 원칙에 따라 연기·음악·연출 등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올해 4회를 맞은 ‘비저너리’를 기획 단계부터 맡아온 양혜영 CJ ENM 브랜드전략실 마케팅기획 담당(45·사진)은 “팬데믹 이후 업계가 방향성을 잃은 때에 ‘비저너리’를 시작했다. 가장 깜깜할 때 CJ ENM이 K엔터테인먼트의 다음 비전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고, 분야를 막론한 어워즈를 열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CJ ENM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J ENM이 ‘비저너리’를 선정하는 제1 기준은 독창성과 파급력이다. CJ ENM 콘텐츠 중 제일 잘된 것에만 상을 주는 결산 시상식은 하지 않기로 원칙을 정했다. 그 대신 독창성을 갖고 새로운 길을 열어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창작자, 자신의 벽을 깨면서 큰 파급력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창작자에게 시상한다. 공정한 시상이 되도록 1년 동안 작업한다. 양 담당은 “빅데이터팀을 통해 시청률, 시청시간, 바이럴 등 객관적 지표를 1년 동안 수집해 1차 후보군을 30∼40명으로 압축한다. 이후 CJ ENM 책임프로듀서 이상급 60명의 평가단을 꾸려 후보군에 대해 꼼꼼히 설문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종사자로서 ‘나를 흔드는 무엇이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냉철하게 평가한다”고 했다. 엄정화는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작업할 때 ‘이제 이런(파격적인) 건 그만해야 돼’라는 주변 조언이 너무 힘들었다. 제 마음이 설레고 열정이 넘치는 곳으로 가는 게 맞았다는 걸 입증하는 이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엄정화는 갑상샘암 투병 후에도 본인의 한계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여전히 새 비전을 제시하는 독창적인 창작자라는 점에서 ‘비저너리’에 꼭 맞는 수상자라는 설명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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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븐 연, 美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 후보 올라

    한국계 배우 사상 첫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스티븐 연(사진)이 ‘미리 보는 오스카’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상(SAG Awards)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SAG는 10일(현지 시간) 제30회 시상식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주연 배우 스티븐 연을 발표했다. ‘펠로 트래블러스’의 맷 보머, ‘파고’의 존 햄 등이 그와 경쟁한다. 스티븐 연과 함께 ‘성난 사람들’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앨리 웡 역시 SAG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성난 사람들’은 TV 시리즈 부문 스턴트 앙상블상 후보에도 올랐다. 배우조합 회원들은 미국 아카데미상 투표인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SAG는 ‘미리 보는 오스카’란 평가를 받는다. SAG의 최고상으로 불리는 영화 출연진 연기상 후보로는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아메리칸 픽션’, ‘컬러 퍼플’, ‘플라워 킬링 문’이 올랐다. 한편 제30회 SAG 시상식은 다음 달 24일 열리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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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계 배우-감독 ‘성난 사람들’ 골든글로브 3관왕… “역사를 썼다”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이 주축이 돼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7일(현지 시간) 열린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 남우·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미국 CNN 등 외신들은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온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이 3관왕이 된 것에 대해 “역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특히 영화 ‘미나리’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배우 스티븐 연은 이 작품으로 한국계 배우 중 사상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평소에 제가 떠올리는 이야기들은 주로 고립감, 분리된 느낌에 관한 것”이라며 “참 이상하다. 이 자리에 올라오니 떠오르는 건 온통 다른 사람들 얼굴뿐이다. 마치 ‘겨울왕국’ 줄거리 같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까지 맡은 작품이다. 하나도 되는 일이 없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가 난폭 운전을 하는 에이미(앨리 웡)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다. 총 10부작으로 지난해 4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권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흥행했다.작품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살아온 이 감독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극 중 대니처럼 유년 시절 미국 내 한인 교회에 다녔던 이 감독은 작품에 이민자가 겪는 고립감과 그리움, 무게 등을 섬세하게 담았다. 이 감독은 미국식 이름 ‘소니 리’를 써오다가 영화 ‘기생충’(2019년)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이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며 “좋은 작품을 만들면 내 이름을 듣고도 더 이상 웃지 않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실제 난폭 운전을 당한 경험을 살려 각본을 썼다. 그는 이날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올라 “그날 경적을 울려준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계속 그렇게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앞으로도 몇 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바란다”고 농담을 건넸다. 작품에는 스티븐 연 외에도 조셉 리, 데이비드 최 등 한국계 배우 다수가 조연으로 참여했다. 이 외에도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한국계 약진이 눈에 띄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감독(36)이 연출을 맡고 한국계 미국인인 그레타 리,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드라마 부문), 감독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이민으로 헤어진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3’(1997년) ‘세기말’(1999년)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이번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첫 영화부터 마틴 스코세이지(‘플라워 킬링 문’), 크리스토퍼 놀런(오펜하이머) 등 거장들과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됐다.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경쟁자 가운데 최연소이자, 신인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이 영화 주연인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도 여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섬세한 연기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 감독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역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밀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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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폐광촌 빈민과 난민들, ‘원망’서 ‘연대’로

    영국 북동부 더럼의 폐광촌 마을. 한때는 광부들과 그 가족들로 생기가 넘쳤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낡고, 닳고, 삐걱거린다. TJ(데이브 터너)의 오래된 펍 ‘올드 오크’는 빛을 잃은 폐광촌 모습 그 자체다. 떨어져 덜렁거리는 간판 글씨는 대걸레 자루로 매번 올려 끼워야 하고,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를 치르며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했던 가게 안 응접실은 뽀얗게 먼지가 앉았다.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면서 근근이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요했던 폐광촌이 들끓는다. 시리아 난민 야라(에블라 마리)의 가족들이 정부 도움을 받아 마을에 정착하러 온 것. 이들은 난민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집과 음식을 제공받는다. 아이들은 “왜 저 사람들만 줘요?”라고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어른들은 “평생을 산 마을을 저 사람들이 빼앗아 갈 것”이라며 분노한다. 불평등과 노동계급의 현실, 사회문제에 평생 천착한 영국 노감독 켄 로치의 신작 ‘나의 올드 오크’가 17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난해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88세인 로치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년), ‘미안해요, 리키’(2019년)에 이은 로치 감독의 ‘영국 북동부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로치 감독은 제철소, 탄광 등이 쇠락하며 함께 무너진 영국 북동부 마을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 왔다. 영화는 로치 감독의 작품답게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을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은 약자끼리 서로 원망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함께 밥을 지어 나눠 먹으며 연대를 향해 나아간다. 시리아 소녀 야라와 TJ를 통해 다른 인종, 다른 세대, 다른 세계 사이의 우정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단순한 로치 감독의 화법을 선호하지 않는 관객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칸영화제에 15번 초청되고,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들어 올린 거장의 마지막 작품을 감상한다는 그 자체로 의의가 있을 것 같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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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영국 정계 장악한 ‘옥스퍼드 카르텔’

    1940년부터 지금까지 영국의 총리는 총 17명. 그중 13명이 옥스퍼드대 출신이고, 2010년 이후 배출된 총리는 모두 이 학교를 나왔다. 옥스퍼드대는 어떻게 영국 정계를 장악할 수 있었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보리스 존슨, 데이비드 캐머런 등 전직 영국 총리들과 비슷한 시기에 옥스퍼드대를 다녔다. 하지만 상류층에 사립학교 출신인 이들과는 달리 저자는 런던의 공립학교를 나왔다. 옥스퍼드대의 ‘비주류’였던 것. 저자는 1980년대에 그가 경험한 옥스퍼드대가 어떤 집단이었으며 ‘옥스퍼드식’ 교육을 받은 정치인들이 왜 영국인들에게 매력적인지, 또 그 카르텔이 어떤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옥스퍼드대의 엘리트 집단이 다른 나라의 엘리트들과 구분되는 특이점은 10대 때부터 형성된 인맥이다. 이튼 같은 사립 기숙학교 학생들이 10대 때부터 인맥을 쌓아 옥스퍼드대에 입학한다. 귀족 가문의 상류층 부모를 둔 이들은 중산층 출신의 동기생들을 이방인 취급한다. 이들에게 ‘노력파’나 ‘공부벌레’와 같은 수식어는 모욕으로 여겨진다. 대신 ‘노력하지 않는 우월성’을 추구한다. 이들은 대학에서 학과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각종 정치 토론 클럽 등에 가입해 정치 감각을 익히며 장차 의회 진출을 준비한다. ‘넓고 얕은’ 지식으로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글과 웅변 실력을 갈고닦는다. 캐머런 전 총리에 대해 당시 관저 직원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주제에 대한 브리핑을 몇 분 안에 소화한 다음 국제 정상회의에서 이를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옥스퍼드대 졸업생들은 영국 근대사에서 지배계급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라고 말한다. 옥스퍼드대 출신 정치인들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건 브렉시트 사태 때였다. 영국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브렉시트에 대해 이들이 구체적인 통계나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화려한 언변을 내세워 찬반 논란을 벌인 것. 캐머런 등 유력 가문 출신의 ‘찐 엘리트’와, 존슨처럼 옥스퍼드대를 나왔지만 평생 최상류층으로 인정받기 위해 분투한 ‘아류 엘리트’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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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션 버무리고 유머 양념… ‘외계+인’ 전작 참패 뛰어넘을까

    기발한 한국형 ‘어벤져스’일까, ‘너무 나간’ 공상과학(SF) 영화일까. ‘타짜’(2006년) ‘도둑들’(2012년) ‘암살’(2015년) 등 내놓는 작품마다 성공했던 ‘쌍천만 감독’ 최동훈이 영화 ‘외계+인’ 2부로 돌아왔다. ‘외계+인’은 한국 영화 최초로 한 이야기를 1, 2부로 나눠 개봉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총제작비 700억 원이 들어갔고, 촬영 기간이 한국 영화사상 최장인 387일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2022년 7월 개봉한 1부의 관객이 150만여 명에 그치며 흥행엔 참패했다. 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외계+인’ 2부 기자간담회에서 최 감독은 “1부가 끝난 뒤 많이 힘들었다. 내가 편집에서 뭘 잘못했나 꿈에서 계속 아른거렸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흥행 실패) 됐을까 많이 물어보고 고민했지만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 2부를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힘든 시기를 겪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간담회 마지막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외계+인’은 1380∼90년대 고려 말과 2022년을 오가는 타임 슬립(시간여행)물이다. 독특한 설정은 외계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들의 죄수를 지구에 있는 인간의 뇌 속에 감금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에서 탈주하려는 외계인을 잡으러 다니는 가드(김우빈)와, 시간이동을 해 고려시대에 갇힌 이안(김태리), 고려시대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등이 힘을 합쳐 위기에 놓인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여태까지 한국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장르다. 고려 시대 차림의 도사들과 외계인이 한 장면에 나오는 이질감 등이 관객들에게 강한 호불호가 갈렸을 것으로 보인다. 1부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1, 2부를 동시에 촬영한 탓에 시나리오를 크게 변경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최 감독은 “디테일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배우들에게 대사를 녹음해서 보내 달라고 부탁해 편집할 때 넣어보면서 작업했다”고 했다. 이안의 친구 민선의 이모이자 관세청 수사관인 민개인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는 등장 장면을 재촬영했다. 최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1부는 판타지 SF 장르적 성향이 강한 영화인 반면에 2부는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이 잘 드러나게 작업했다”고 했다. 2부는 1부보다 확실히 더 속도가 빠르고 완성도가 있다. 특히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의 코믹 케미스트리가 극장 내 웃음 버튼이다. 본격적인 영화 시작 전 1부에 대한 긴 설명이 있어 1부를 보지 않아도 무리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다만 1부와 마찬가지로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갈리는 데다 1부를 보지 않고도 2부를 보기 위해 극장에 올 관객이 많을지는 미지수다.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무륵 역의 배우 류준열은 “영화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이 결과가 다 만족스러울 순 없다. 늘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최 감독에 대해 “이런 (장르물) 시도 자체를 존경한다. 감독님이 여전히 작업하고 일하는 건 단순히 잘 찍어서가 아니라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외계+인’ 2부로 배급사인 CJ ENM이 구긴 체면을 회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J ENM은 지난해 전례 없는 부진을 겪었다. 개봉한 영화 중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서 한때 영화 사업을 접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고, 구창근 CJ ENM 대표가 이에 대해 해명을 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2부를 완성하면서 ‘관객들에게 초대장을 쓰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컸다. 2부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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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통 아름답게 풀어낸 ‘클레오의 세계’… 이란의 억압적 현실 까발린 ‘노 베어스’

    들떴던 연말이 지나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시작됐다. 연말 분위기에 마음을 아직 채 가라앉히지 못한 이들을 위해 세계 유명 영화제를 사로잡았던 영화 두 편이 연달아 개봉한다. 지난해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이었던 ‘클레오의 세계’와 2022년 제79회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노 베어스(NO BEARS)’다. 잔잔하고 묵직한 영화로 차분하게 한 해를 시작하기에 좋을 것 같다. 3일 개봉한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유년 시절과 성장통이라는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스크린 위에 아름답게 풀어냈다. 여섯 살 클레오의 세계는 온통 유모 글로리아로 가득 차 있다. 엄마를 암으로 잃은 클레오에게 글로리아는 다정하고, 따뜻하고, 폭신한 엄마 그 자체다. 하지만 글로리아가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가게 되면서 클레오는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결국 아빠는 여름방학 동안 클레오를 글로리아에게 보내준다. 영화는 클레오가 글로리아의 집에서 보낸 여름을 아름답게 담았다. 끈적끈적한 바닷바람과 여름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자신의 세계엔 글로리아뿐이었지만, 글로리아에게는 그만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어린 클레오가 차츰 깨닫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누구나 어린 시절 소중한 것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성장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노 베어스’는 이란의 억압적인 현실을 묵직하게 까발린다. ‘노 베어스’는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이란 영화계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작품이다. 파나히 감독은 2009년 반정부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징역 6년 형과 함께 출국·영화 제작·언론 인터뷰 금지 처분을 받고 가택연금됐다. 하지만 계속해서 비밀리에 영화를 찍었다. ‘노 베어스’는 자유를 빼앗긴 파나히 감독 자신이 주인공이다. 영화 속에서 파나히 감독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이란과 튀르키예의 국경 시골 마을로 피신한다. 제작진은 이란을 떠나려는 커플에 대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고 있고, 그는 방에 앉아 영상통화로 감독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자주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는 관계로 촬영이 지연된다. 시골 마을에서도 그를 둘러싼 소동이 벌어진다. 이미 정혼자가 있던 여성이 다른 청년과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그의 카메라에 찍혔다는 소문이 퍼진다. 마을 원로들은 그의 집에 쫓아가 사진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현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혼자 문화부터 찍으면 안 될 것을 찍었다는 설정까지 파나히 감독의 실제 상황에 대한 은유다. 파나히 감독은 자유를 억압하고 미래를 앗아가는 이란 정부에 대한 풍자를 영화 속에 켜켜이 쌓아 놓았다. 그는 이 영화를 찍은 직후인 2022년 7월 체포됐고, 구금된 상태에서 그해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이후 옥중 단식 투쟁을 하다가 지난해 2월 풀려났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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