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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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南 근로자 지갑에서 나온 北의 삐라 자금

    몇 번 날리는 시늉만 할 줄 생각했는데 북한 삐라(전단)는 반년째 계속 날아온다. 올 1월 북한 핵실험 이후 남쪽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거의 40년 만에 다시 남쪽에 삐라를 날려 보내는 것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삐라 날리기 경쟁을 해서는 남쪽이 북쪽을 이기긴 어렵다. 연중 북에서 남으로 바람 부는 날이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편서풍을 타고 내려온 북한 삐라는 멀리 세종시까지 날아간다. 2월 초 경기 고양시에서 10∼15kg쯤 되는 북한 삐라 뭉치가 통째로 떨어져 승용차를 부숴버린 일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30일에도 서울 은평구에서 북한 전단용 대형 풍선 2개가 삐라 묶음을 그대로 단 채 주택가 전깃줄에 걸려 발견됐는데 시간 맞춰 삐라 묶음을 터뜨리는 타이머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에 삐라를 뿌려야겠다는 의지가 애당초 없다는 뜻이다. 진짜 웃기는 것은 풍선에 흙을 넣은 비닐봉지만 77개 매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전단은 고작 150장뿐이었다. 그걸 보니 북한 심리전 담당자들이 안쓰러워졌다. 몇 개 날렸다는 실적은 보고해야 하는데 정작 전단 만들 돈은 없으니 무게를 채우느라 흙을 넣는 눈속임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만 풍선이 전깃줄에 걸리는 바람에 속임수가 탄로 났으니 당을 기만한 죄로 대남 심리전 담당자 몇 명의 목이 날아갈 것 같다.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다. 올해 남쪽에 떨어진 삐라 몇 장을 자세히 보니 종이와 잉크, 풍선 제작용 비닐 등이 모두 외국산이었다. 그래서 “돈도 많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고 생각했는데 반년도 안 돼 벌써 달러가 바닥 난 모양이다. 삐라와 확성기 방송 등 대남 심리전을 담당한 부처는 북한군 총정치국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이다. 적공국은 외국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부처가 아니다. 그럼 지금까지 어디서 심리전 자금을 충당했을까. 북한 내 소식통은 최근 흥미로운 정보를 전해줬다. 남쪽에 보내는 삐라 자금은 개성공단 남쪽 근로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내에 세운 송악프라자라는 5층 건물의 2층에서 나왔다고 한다. 송악프라자 운영은 현대아산 최후의 대북사업이었지만 2월 개성공단 폐쇄 때 프라자도 함께 폐쇄됐다. 건물 내부에 식당 마트 노래방 당구장 주점 면세점 등 편의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 과거 현지 근무하던 남쪽 근로자들이 즐겨 찾았다. 프라자 1층에 남쪽이 운영하는 일식집이, 2층에는 북한이 운영하는 평양식당이 있었다. 이 평양식당을 바로 적공국이 운영했다. 적공국은 적의 돈으로 적을 와해시킨다는 취지를 내세워 운영 승인을 받았다. 현대아산 직원으로 1층 일식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을 수소문해 찾았다. 그는 평양관은 큰 무대를 갖추고 아가씨들이 공연도 잘해서 인기가 좋았고 장사도 꽤 잘됐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적공국이 식당을 운영했다는 내막은 모르고 있었다. 부언한다면 그는 현재 북한과는 전혀 무관한 곳에서 일한다. 북한 미녀들의 공연을 보며 남쪽 사람들이 지갑에서 꺼낸 달러가 삐라로 둔갑해 남쪽으로 다시 날아 돌아온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적공국은 대북 확성기에 대응해 맞불 방송도 하고 있다. 적공국 출신 탈북자는 확성기가 일본 제품이라 부품이 고장 나면 중국을 통해 어렵게 구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거기에 쓰는 외화도 남쪽 근로자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북한의 선군(先軍)정치 시절 북한군은 알짜 대남 외화벌이 사업도 차지하고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일례로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자연산 회와 털게 등을 팔아 인기를 얻었던 ‘고성항 횟집’도 북한군 총정치국이 직접 운영했다. 그런 내막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남쪽 사람들이 자연산 회라면 깜빡 죽는다는 ‘좋은 정보’도 아낌없이 제공했다. 그 덕분에 나중에 간 사람들은 바가지를 뒤집어 써야 했다. 그렇게 남쪽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총정치국은 방송용 차량을 사와 사단마다 나눠줬다. 그 방송차 스피커에선 지금 “남조선 괴뢰도당을 타도하자”는 구호가 나올 것이다. 적공국도 개성공단이 운영될 때엔 좋았을 것이다. 달러가 들어오기만 하고 쓸 일은 별로 없는 호시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확 바뀌었다. 지금은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위에선 “대남 심리전 명분으로 그동안 달러를 벌었으니 이젠 쓸 때”라고 압박할 것이니 죽을 맛이리라. 그동안 번 달러가 전부 금고 속에 있을 리도 만무하다. 사정이 이러니 적공국 사람들은 햇볕정책이 사무치게 그리울 만하다. 북한 삐라 대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입에 담지 못할 저질스러운 비방으로 채워져 있다. 졸지에 밥줄이 끊기고 궁지에 내몰린 적공국의 분노가 원색적 삐라 위에 철철 넘치는 듯하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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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락까까지 흔들… 벼랑끝의 IS

    시리아 정부군이 5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도 격인 락까가 있는 락까 주에 진입했다. IS가 이슬람제국인 칼리프 국가 건설을 목표로 2014년 8월 락까 주를 차지한 이래 외부 병력이 진입하기는 처음이다. 리비아와 이라크 정부군도 IS의 아프리카 핵심 거점인 리비아 시르테와 이라크 내 최대 거점인 팔루자 탈환을 앞두고 있다. 한때 파죽지세로 날이 갈수록 세력을 확대하던 IS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시리아 정부군이 3일 락까에서 남서부로 약 130km 떨어진 정부군 장악 도시 아시리아를 출발해 락까 탈환 작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리아 최정예 특수군인 ‘사막의 독수리’ 사단이 선봉에 섰다. 5일 락까 주에 진입한 시리아군은 락까 서쪽 50km에 위치한 타브카 비행장과 댐 탈환을 우선 목표로 정하고 비행장 17km 지점까지 진격했다. IS는 2014년 타브카 비행장을 빼앗고 정부군 포로 수백 명을 처형했다. 시리아군에는 한 맺힌 복수전 기회다. 동시에 시리아군은 자국 최대 댐인 타브카 댐을 탈환하고 IS의 주요 거점인 알레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도 차단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군의 진격에 맞춰 주요 거점들을 맹폭해 지원하고 있다. 미군 지원을 받는 시리아 쿠르드군 및 시리아민주군(SDF)도 락까의 배후 전략도시 만비즈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5일 최고위 지휘관인 아브 라일라 여단장이 IS에 저격당해 전사하는 불운도 있었지만 공세 시작 일주일 만에 100km²가 넘는 영토를 장악했다. SDF는 미국과 유럽 공군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IS 수도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전의 경품이 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는 락까 탈환으로 미국과 유럽에 자신들을 배제한 시리아 사태의 해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락까 탈환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우방인 러시아도 돕고 있다. 쿠르드 국가를 건설하려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게도 락까 점령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터키가 쿠르드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락까를 중심으로 한 시리아 북부를 차지해 국가 건설의 초석을 다지려고 한다. 아사드 정부를 외면하고 있는 미국도 SDF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IS의 거점인 리비아의 시르테도 함락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파예즈 사라즈 리비아 총리는 “군이 시르테에 들어섰다. 완전한 승리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고 선포했다. 지난달 22일 총공격에 나선 이라크군은 5일 팔루자 남부 지역을 확보하고 도시 중심부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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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 숨통 죄는 연합군 ‘리틀런던’ 진격 작전

    미국 지원을 받는 시리아 쿠르드군 및 시리아민주군(SDF)이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점령 중인 시리아 알레포 주 만비즈 지역에 대한 탈환 작전을 개시했다. 터키 국경에 위치해 IS가 유럽으로 가는 ‘마지막 깔때기’로 불리는 만비즈는 양쪽 모두에 중요한 요충지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SDF 수천 명과 미군 특수부대원 200명이 지난달 31일부터 탈환 작전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작전 당일 미군은 18회에 걸쳐 IS 기지 6곳, 사령부 2곳, 훈련시설 1곳을 맹폭했다. 반경 30km로 만비즈를 포위한 SDF 부대는 작전 당일에만 12개의 주변 촌락을 해방시켰고 20km를 진격했다. 공격 병력이 압도적이라 며칠 내로 IS가 방어 중인 시내가 함락될 가능성이 높다. IS로서는 이라크 팔루자 등 핵심 도시를 동시에 공격받고 있어 추가 지원할 여력도 없다. IS의 수도 락까와 터키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만비즈는 영국 출신 IS 대원만 100명이 넘어 ‘리틀 런던’으로 불린다.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사우디 알제리 등 30개국에서 몰려 온 외국인 용병들이 이곳에서 훈련받는다. 일부는 훈련이 끝나면 테러를 실행하러 유럽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를 기획했던 벨기에 출신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나 ‘지하디 존’으로 유명했지만 폭격에 사망한 무함마드 엠와지도 이곳에 머물렀다. 지금도 도시를 방어하는 IS 대원들 중 수백 명이 유럽 출신이다. 외국 출신 대원들은 물자가 풍부하고 깨끗한 물과 전기를 쓸 수 있는 이 도시를 선호해 왔다. 미군은 이 도시를 함락함으로써 IS와 유럽의 연결 통로를 차단함과 동시에 앞으로 유럽에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는 대원들을 소탕해 뿌리 뽑을 계획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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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매체 “우둔한 힐러리 말고 선견지명 있는 트럼프 찍어라” 두둔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가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현명하며 선견지명 있는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노동당이 운영하는 북한 공식 매체가 트럼프 후보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해외 6개 언어로 발행하는 월간잡지 ‘조선의 오늘’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트럼프는 막말 후보나 괴짜 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우둔하다”고 논평했다. 사실상 트럼프에 손을 든 것이다. 매체는 ‘재중동포 학자 한영묵’이라는 필명으로 ‘트럼프 충격으로 보는 한국의 정체성’이란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논평했다. 하지만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 관행에 비춰 이 글은 중국학자가 아닌 북한 내부 필진이 썼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 씨는 “트럼프가 내뱉은 막말 공약에는 일정한 정도로 긍정할 측면이 적지 않다”며 트럼프가 ‘남북한 간에 전쟁을 하든 관여하지 않겠다’라고 한 발언이나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 지불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빼내겠다’고 한 발언들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로 지불한다면 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 이걸 공짜로 처먹겠다는 트럼프의 속통이야말로 승냥이 심보”라면서도 “한국이라는 것이 자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저당 잡힌 처지에 (미군에) 나가달라고 말 못했는데 (트럼프가) 제 발로 나가겠다고 한다. 어서 그래라, 어서. 지금까지 열창해 온 ‘양키고홈’이 이렇게도 쉽게 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 지도부와도 직접대화도 하겠다”고 한 말을 거론하며 “그러고 보면 역시 트럼프는 막말후보나 괴짜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있는 대통령후보감”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놓고 볼 때 미국민이 결단코 선택해야 할 후보는 그 무슨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에서 이란식 모델을 적용해보겠다는 우둔한 힐러리보다 조선과의 직접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과거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라지게 하겠다’ 등등의 발언을 쏟아낸 점을 놓고 볼 때 북한 잡지의 이러한 평가는 의외로 볼 수 있다. 트럼프에 대해 지금까지 북한 매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몇몇 북한 외교관들만 트럼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무시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 지난달 23일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선거용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루 앞서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 역시 김정은과 만날 것이란 발언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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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체제 선전에 동원된 월북 주한미군의 아들들 “미국은…”

    1960년대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가 북한에서 낳은 아들들이 재미 친북 매체인 ‘민족통신’과 평양에서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사회주의 천국이라고 찬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재미 친북매체인 민족통신이 온라인에 공개한 인터뷰를 소개하며 “월북 미군의 아들들이 북한 체제 선전 스타가 됐다”고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1962년 월북한 제임스 드레스녹 시니어 주한미군 일병(75·북한명 홍철수)의 두 아들인 테드 드레스녹(37)과 제임스 드레스녹(36)이다. 각각 홍순철, 홍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이들은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고 둘 다 평양외국어대를 나왔다. 인터뷰를 진행한 인물은 북한 최고상인 김일성상까지 수상한 미국 국적의 민족통신 운영자 로길남 씨이다. 두 아들의 답변은 예상한 대로였다. “김정일 동지의 자애로운 보살핌 아래 학교를 마쳤다. 아버지의 월북은 옳은 선택이었다.” “미국에게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미국은 나쁜 짓들을 충분히 저질렀고 이제 그들이 환상에서 깨어날 시기가 왔다.” 이런 뻔한 대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백인 청년이 북한 군복을 입고 인터뷰에 출연해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이색적 모습과 가족사이다. 첫째인 테드는 사복을 입고 나왔다. 그는 자신을 북한 군관학교 교원 겸 배우라고 소개했다. 둘째 제임스는 상위(대위와 중위 사이) 계급의 북한 군관복을 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둘 다 영어가 유창하고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이들이 일하는 곳은 미국을 상대하는 군부기관으로 추정된다. 즉 테드의 직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정찰대학 교원, 둘째는 미군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는 정찰총국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 소속이 유력해 보인다. 이들은 북한 영화를 통해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968년 1월에 발생한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를 다룬 북한 영화 ‘제 곳으로 보내라’에서 아버지 드레즈녹은 푸에블로호 부커 함장의 할아버지 역으로, 테드는 미군 4성 장군으로, 제임스는 미군 정보기관 요원으로 각각 출연했다. 아버지 드레스녹은 주한미군 제1기병사단 일병으로 근무하던 중 1962년 지뢰밭을 넘어 북한으로 도주했다. 첫 번째 부인의 외도와 이에 따른 이혼으로 심신이 불안한데다, 외박증을 위조했던 것이 적발되자 법적 처벌을 피해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1978년 북한 비밀요원에 의해 납치된 루마니아 여성화가 도이나 붐베아와 재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1997년 아내가 암으로 죽자 드레즈녹은 아프리카 외교관과 북한 여성 사이에 태어난 북한 국적의 여성과 재혼해 셋째 아들을 낳았다. 북한으로 도주한 미군 출신은 모두 4명이다. 모두 외국인 여성과 북한에서 결혼했다. 1980년 북한으로 납치됐던 일본 여성 소가 히토미와 결혼해 살던 중 2004년 일본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월북 미군 출신의 로버트 젠킨스 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스파이 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영화에 출연한 테드와 제임스 역시 외국어대에서 외국어를 집중 교육 받고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들과 달리 북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은 북한 여성과의 결혼을 허가 받았다. 테드는 동갑내기 여성 이옥숙과 연애 결혼해 7세, 6세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아들의 이름은 홍보답과 홍보검으로 지었다고 한다. 보답과 보검 모두 당국에 충성을 맹세하는 이름이다. 제임스는 중매를 통해 5살 연하인 최은정을 아내로 맞아 6살 된 딸 홍진주를 두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인 드레즈녹은 월북 후 평양외국어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편 북한 영화에서 미국인 역으로 단골 출연했지만 건강악화로 몇 년간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다. 월북 미군 드레즈녹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는 2006년 영국인 감독 다니엘 고든의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평양시민’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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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섹시와 에스라인에 눈뜬 평양의 청춘들

    2002년 초여름 어느 날. 나는 경기 안양시에서 백화점을 낀 전철역 앞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원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지 며칠 안 돼 직업도 없을 때였다. 여름옷을 살 참이었는데 무엇을 사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쇼핑 전에 먼저 한국 남성들의 여름 옷차림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창 나이의 총각 눈에 남자들만 보일 리가 있나. 한 시간 정도 ‘관찰’을 마친 뒤 나는 “음, 남남북녀(南男北女)란 말이 맞는 말이네”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들의 키는 확실히 북한보다 컸지만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갈 정도로 마른 여성이 대다수고 뚱뚱한 여성도 북한보다 훨씬 많았다. 눈이 남한화가 된 지금은 그 마른 몸매가 날씬한 몸매로 보이긴 하지만…. ‘역시 남남북녀’란 생각은 그로부터 1년 뒤 서울 강남에 처음 갔을 때 무참히 깨져버렸다. 어슬녘 강남역 앞에서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내 앞엔 미인들만 지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긴 미인들만 모아놓은 동네인가.” 물론 지금은 강남역에 다시 간다면 “코 세웠네. 턱 깎았네” 하며 어림짐작으로 견적을 때릴 수 있는 정도까진 됐다고 생각한다. 남쪽에서 강연을 다니다 보면 “북한 여성들이 예쁩니까” 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러면 나는 “아니요. 조선시대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남남북녀가 아니라 남남남녀의 시대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대를 거치며 자란 북한 아가씨들은 영양 부족으로 평균 키가 작은 데다 땡볕 속에서 수시로 사회 동원을 나가다 보니 피부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랬다 해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최근 북한 여성들의 평균 키는 빠르게 커져 평양의 아가씨들은 160cm가 돼도 작은 키라고 고민한다. 5년 전만 해도 155cm도 중간 키라고 했는데 벌써 그렇게 변했다. 미에 눈을 뜨는 속도는 더 무섭다. 그런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야는 성형시장이다. 북한도 이제는 턱뼈 깎는 고난도의 수술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성형수술은 다 한다. 쌍꺼풀 수술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이 10년도 채 안 됐는데 이제는 코도 높이고 이마에 필러도 넣는다. 가격도 매우 싸다. 쌍꺼풀은 20달러 정도, 코를 높이는 것은 재질에 따라 30∼50달러에 불과하다. 쌍꺼풀은 은퇴한 의사들이 집에 간단한 수술 도구를 갖춰놓고 도처에서 한다. 코 역시 구강병원에서 할 때도 있고 개인 집에서 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북한 아가씨와 이야기를 하다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요샌 산원(産院)에서 가슴 성형도 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 “아니, 북한 남자들이 이젠 그런 것까지 따집니까” 했더니 “선생님, 가슴 큰 여자 싫어하는 남자도 있습니까”라고 당당하게 대꾸한다. 북에는 심지어 키를 크게 해주는 수술까지 있다고 한다. 한국도 못 하는 것을 북에서 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돌팔이가 분명하다. 물론 수술의 종류가 다양화되는 것과는 별개로 의사들의 수준은 높지 않다. 재료도 중국에서 싼 것을 수입해 질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북한에선 “누가 사람이 붐비는 버스를 탔다가 코가 돌아갔다”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나돈다. 코가 돌아가도 손해배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실력은 있지만 못하는 수술도 있다. 라식 수술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까진 평양 통일거리에 있는 안과병원에서 라식 수술을 했다. 2005년 국제라이온스협회가 기증한 병원이다. 한동안 미세각막절삭기라는 특수 수술칼이 없어 당사자가 직접 구입해 가야 했다. 그런데 이 병원의 첨단기계가 고장 난 뒤론 라식 수술을 할 곳이 없어졌다. 시력이 나쁜 여성들이 중국에 나와 제일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라식 수술이다. 그런데 현지 가격이 1만5000위안(약 270만 원) 정도로 1년 넘게 벌어도 모으기 힘든 큰돈이다. 그래도 북한에서 안경 낀 여성은 너무 인기가 떨어져 외상으로라도 수술대에 오른다고 한다. 그나마 북에서 다이어트는 성형만큼 열풍이 불지는 않는다. 어차피 북에서 살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아직까진 살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미에 대한 욕망과 더불어 한국 드라마까지 광범위하게 퍼지다 보니 이젠 평양 젊은이들도 섹시하다느니, 에스라인이니 하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고 한다. 몇 년 전 평양 사람이 나보고 ‘파이팅’ 하길래 놀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 돼버렸다. 한류가 점점 흘러들어갈수록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애정 표현도 갈수록 과감해진다고 한다. 앞으론 평양에서 “처녀 동무 완전 섹시합니다. 에스라인 죽이네요” 하는 말을 듣게 되더라도 절대 놀랄 일이 아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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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바이엘 “몬산토 사겠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의 화학·제약회사 바이엘이 115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종자 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사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연매출 670억 달러(약 80조 원)의 세계 최대 종자·농화학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두 업체의 세계 농화학시장 점유율은 32%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몬산토 인수 금액이 최대 630억 달러(약 7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몬산토의 시가총액은 443억 달러지만 바이엘 측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프리미엄을 얹어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 금액으로 따지면 1998년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사면서 낸 386억 달러를 넘어서는 독일 최대의 인수합병(M&A) 기록이다. 바이엘은 19일 “합병을 통해 회사를 혁신적인 생명과학 회사로 성장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통합 농화학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몬산토도 바이엘의 인수 제안을 검토 중이다. 몬산토는 경영권 매각보다 통합 농화학 사업을 위한 합작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수 추진 발표 당일 바이엘 주가는 7.74%나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가총액 739억 유로(약 99조 원)의 바이엘이 몬산토를 무리해서 인수하면 지나친 부채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엘의 순부채는 지난해 174억5000만 유로로 2011년의 70억 유로에서 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바이엘이 미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유럽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관련 규제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하면 4개월 안에 세계 1, 2위의 종자기업이 모두 매각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 2월 중국의 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는 몬산토의 경쟁 회사이자 세계 2위 종자업체인 신젠타를 430억 달러에 사들였다. 최근 풍작으로 곡물 가격이 크게 떨어져 종자업체 주가도 급락한 것이 매각의 원인으로 꼽힌다. 곡물 가격 하락은 농화학업체들의 합종연횡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1, 2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으로 자산가치 1300억 달러의 거대 공룡 화학기업이 탄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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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66년만의 ‘5월 더위’

    서울과 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2일, 전국 곳곳에선 때 이른 더위에 당황하는 풍경이 이어졌다. 23일에도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을 기록하고 전국 곳곳의 폭염주의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5월 최고기온이 나흘(19일부터 22일까지) 연속 30도를 넘은 것은 1950년 이후 66년 만이다. 24일 오후부터 비가 내려 더위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더위는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가열된 난기류가 우리나라 상공으로 유입됐다가 일본 동쪽 해상의 고기압에 막혀 정체된 탓에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폭염주의보 발령 시기도 지난해(5월 25일)보다 엿새 빨랐고, 2012년(6월 25일)보다는 한 달 이상 빨랐다. 다만 전국 단위로 보면 5월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적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른 더위를 ‘평년보다 더울 여름’의 전조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한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국가는 인도로 19일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인도 사상 최고기온인 51도가 관측됐다. 수도 뉴델리 기온이 46.4도까지 오르는 등 인도 곳곳에서 5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4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인도 전역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가축과 농작물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메콩 강 수위는 1926년 이후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유역 내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채소 가격이 40%나 폭등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주성하 기자}

    •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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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에 헐떡이는 아시아…가장 심각한 나라는 ○○ ‘51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이 이상폭염에 헐떡이고 있다. 한국은 19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1.9℃까지 올라가 5월 중순 기준으로 84년 만에 가장 더웠다. 예년 서울 평년 낮 최고기온인 23℃보다 8℃ 이상 높았다. 서울에선 20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가 도입된 2008년엔 7월 5일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것을 감안하면 최근 연간 무더위가 급격히 빨리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폭염은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서도 폭염 비상이 걸렸다. 가장 심각한 국가는 인도로 19일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인도 사상 최고기온인 51℃가 관측됐다. 같은 날 서부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 시 기온도 100년 만에 최고인 48℃를 기록하고 수도 뉴델리 기온이 46.4℃까지 오르는 등 나라 곳곳에서 50℃에 육박하는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 사상 최악의 고온 재난이다. 이런 고온은 4월부터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폭염으로 4월부터 현재까지 인도 전역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더위 사망자도 많다는 관측도 있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전체적 발전센터(CHD)는 “지난 45일간 노숙자 377명이 사망하고, 노약자들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는 등 더위와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라자스탄 주 둥가르푸르에서는 20일 나무에 매달려 사는 박쥐 300마리가 한꺼번에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됐다. 살갗이 얇은 박쥐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더위뿐 아니라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은 주민의 고통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뉴델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강수량이 예년 평균 5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7㎜에 불과하다. 인도 당국은 “전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억30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식수와 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가축과 농작물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메콩강 수위는 1926년 이후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유역 내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채소 값이 40%나 폭등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 4월이 137년 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4월 기온으로는 가장 따뜻한 달을 기록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세계 기온은 12달 연속 신기록을 갱신해 왔다. 이런 추이면 이번 5월도 역사에서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18일 “2016년이 기상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라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4개월 동안의 기온 기록만으로도 이런 전망이 확실시 된다는 것이다. 기상전문가들은 특히 올해는 ‘엘니뇨’에 따른 이상 고온과 가뭄이 최근 수십 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기온도 2014년부터 3년 연속 매년 가장 더운 해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연간 단위로 가장 더운 해 기록이 3년 연속 이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지구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 ‘가장 더운 해’라는 보도는 더는 새롭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최고 기록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영국 기상청은 올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평균기온보다 1.14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급속한 지구 온난화의 흐름을 막지 못하면 최근의 폭염주의보 기록은 머잖아 ‘시원했던 기록’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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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명 탄 파리發 이집트 여객기 지중해 추락 … “불덩이 봤다” 테러 가능성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이집트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카이로 도착 45분을 남겨놓고 19일 새벽(현지 시간) 지중해에 추락했다. 기체 결함보다는 테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객(승객 56명, 승무원 10명) 대부분은 이집트인(30명)과 프랑스인(15명)으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 오후 11시 9분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이륙한 이집트항공 소속 MS804기는 19일 오전 2시 30분경 이집트 영공 진입 직후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당시 기상 상태는 양호했으며 조난 신호는 없었다고 이집트 관영 일간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마지막 교신은 실종 10분 전 이뤄졌다. 파노스 카메노스 그리스 국방장관은 “이집트항공 여객기는 왼쪽으로 90도, 오른쪽으로 360도 급격하게 방향을 바꾼 뒤 7000m 가까이 추락하다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셰리프 파티 이집트 민간항공부 장관은 “기계적 결함보다는 테러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후 2시경 그리스 카르파토스 섬 남쪽 80km 해상에서 사고기 잔해로 추정되는 빨갛고 하얀 두 개의 플라스틱 부유물이 발견됐다. 한 선장은 “불덩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조동주 기자}

    •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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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항공 여객기 비행도중 바다에 추락…“조난 신호 없었다”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이집트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카이로 도착 45분을 남겨놓고 19일 새벽(현지 시간) 지중해에 추락했다. 사고기에는 승객 56명과 승무원 10명 등 66명이 탑승했다. 탑승객 대부분은 이집트인(30명)과 프랑스인(15명)으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18일 오후 11시9분에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이륙한 이집트항공 소속 MS804기는 19일 오전 2시30분경 이집트 영공에 진입한 뒤 16㎞ 지점에서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해안에서 약 280㎞ 떨어진 지점으로 당시 비행고도는 약 3만7000피트(약 1만1278m)였다. 기상 상태는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관영 일간 알아흐람은 사고기 기장이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며 마지막 교신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10분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사고기를 찾기 위한 수색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이집트 항공당국은 이날 사고기가 지중해에 추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FP통신은 그리스 항공 소식통을 인용해 사고기가 지중해의 그리스섬 카르파토스 주변 바다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추락이 기계적 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사고기는 2003년에 제작된 에어버스 A320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종이고 기장은 비행시간 6275시간의 베테랑이다. 셰리프 이스마일 이집트 총리는 이날 테러 연관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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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범죄와의 전쟁에 목숨 걸것”

    “남편이 ‘범죄인을 모조리 죽이겠다’는 등 무서운 발언을 내뱉고 있지만 폴리에스테르 같은 화학섬유에 가려움을 타 면 소재 옷만 고집하는 민감한 사람입니다.” 폭력배 소탕을 강조하며 갖은 막말을 해대 ‘필리핀의 트럼프’와 ‘징벌자’ 등으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71)의 사실상 두 번째 부인인 시엘레토 허닐렛 아반세냐 씨(46)는 15일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8년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두테르테는 대통령 당선 후 큰딸인 사라 두테르테(38)에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딸은 공식 석상에만 나서고 실질적인 대통령 부인은 아반세냐 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간호사 출신인 그녀는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20년 가까이 두테르테 당선인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딸 베로니카(12)를 낳아 키우고 있다. 아반세냐 씨는 유세 현장뿐 아니라 당선 이후에도 남편이 청바지와 줄무늬 폴로셔츠 등 캐주얼 차림만 고수하는 것에 대해 “남편이 좋아해서 그런 옷을 사다 줬는데, 이제 대통령이 된 만큼 자리에 걸맞은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쇼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이 바닷물고기인 탐반 튀김이나 필리핀식 돼지고기 채소 볶음밥인 히나마이 같은 서민적인 음식을 좋아한다며 “남편은 식탁에 반찬이 너무 많으면 되레 식욕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아반세냐 씨는 이어 “남편이 범죄 척결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념할 것”이라며 다바오 시장 시절 두테르테 당선인이 유괴 범죄를 처리하면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될 때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는 일화도 전했다. 아반세냐 씨는 다바오에서 미스터도넛 가맹점 11개와 출장 음식점, 정육점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다음 달 3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남편을 따라 마닐라로 가지 않고 당분간 다바오에 남을 것이라고 인콰이어러는 전했다. 두테르테 당선인도 “취임 이후 몇 달간은 마닐라와 다바오를 오가며 (기러기) 생활을 하겠다”고 밝혔다. 인콰이어러는 “(부인이 당선인과 정반대로) 매우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20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내조했다. 정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가정만 챙겼다”고 전했다. 아반세냐 씨는 “(25년 연상인) 남편의 건강 상태를 철저히 챙겨요. 저는 혈압 약을 두 개나 먹고 있는데 남편은 멀쩡하고 저보다 더 건강해요”라며 웃었다. 한편 두테르테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공석이 된 다바오 시장직은 그의 딸 사라가 물려받았다. 사라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99.6%의 득표율로 3년 임기의 시장에 당선됐다. 다바오 부시장엔 두테르테 당선인의 아들인 파올로가 선택됐다.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면서 딸과 아들이 다바오 시 권력을 모두 물려받은 것이다. 사라는 2010년에도 다바오 시장으로 당선됐다. 당시 두테르테 시장이 ‘시장 3회 연임’ 제한 규정에 걸리자 사라가 시장 선거에 대신 나선 것이다. 그 대신 두테르테 시장은 부시장에 당선돼 딸 밑에서 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3년 뒤인 2013년 다시 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필리핀에선 유력 가문의 가족이 권력을 대물림하며 나누어 갖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부친도 1950년대 다바오 주지사를 지냈다. 3대가 다바오를 장악하고 가문 정치를 해 온 셈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주성하 기자}

    •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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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북 노래라지만… 정작 北주민은 잘 몰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종북 가요’라는 이념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선 이 노래가 금지곡이다. 당국의 허가가 없는 한 한국 가요를 부르다 적발되면 정치범으로 간주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예외가 아니다. 또 ‘아침이슬’이나 ‘바위섬’과 같은 노래는 북한 주민들 속에 널리 퍼져 암암리에 부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는 주민도 거의 없다. 보훈처는 이 노래가 북한이 5·18을 소재로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1991년 제작된 이 영화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가사는 없이 곡만 삽입됐다. 하지만 경쾌한 경음악조로 편곡돼 있어 음악만 듣고 한국 노래인 줄 아는 북한 주민은 별로 없다. 북한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김일성대 학생들에게 가르쳐 준 일은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전대협 출신 대학생들이 방북하자 이들을 환영하며 함께 부르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외엔 북한 당국이 이 노래를 내부 주민용으로 활용한 일은 없다. 노래에 등장하는 임이 김일성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나온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이 가요를 ‘김일성 찬양 가요’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한 일은 없다. 김일성대 학생들에게 가요를 가르쳐 줄 당시에도 남조선 투쟁 가요라고 소개했을 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달리 아침이슬은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북한에 널리 퍼졌다. 북한 당국은 1998년경 보위부에 아침이슬의 확산을 막으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 탈북자들은 그럼에도 이 노래는 지금도 북한 주민의 애창곡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불러도 신고하는 주민이 없다고 증언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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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 “北, 새 외무상에 이용호 임명…英정부에 통지문 통해 알려”

    북한이 이용호 외무성 부상(60·사진)을 새 외무상(한국의 외교부 장관)에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주영 북한대사관이 16일 영국 정부에 통지문을 통해 이 외무상의 취임 을 알렸다고 17일 보도했다. 리 외무상은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으며 주영 북한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5월초에 열린 북한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이수용 전임 외무상의 거취는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은 한국 정보당국은 7차 대회에서 이수용이 정치국 위원 겸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점을 미루어 볼 때 노동당 부위원장(국제담당) 자리에 오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임 이 외무상은 1956년 평양에서 태어나 남산중학교와 평양외국어대 영어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외무성에 입사해 줄곧 외교관의 삶을 걸어왔다. 그의 부친은 이명재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다. 김정일의 처조카로 1982년 한국으로 망명한 이한영은 “1979년 이명재가 부인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증언했다. 김정일의 비밀 파티에 남편이 몰래 참가한다는 사실을 안 이 씨의 부인이 김일성에게 이 사실을 편지로 썼고, 이를 가로챈 김정일이 이명재에게 부인 단속을 잘하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이 씨가 부인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한다. 김정일에게 광신적 충성을 바친 부친 덕분에 이용호는 큰 고비 없이 출세해 60세의 나이에 외무상으로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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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에 이어 야후 인수전에도…IT 외면하던 버핏의 ‘일탈’, 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6)이 올 1분기(1~3월)에 10억7000만 달러(약 1조2560억 원) 어치의 애플 지분을 사들여 세계 증시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정보기술(IT) 회사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가 애플에 이어 야후 인터넷 사업부문 입찰에 다른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주성해 뛰어들자 ‘버핏의 투자 철학이 바뀐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올 3월말 현재 애플 주식 981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이 처음으로 애플 주식을 보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6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3.71%나 올랐다. 15일 현재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지분은 8억8800만 달러로 매입가보다 2억 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의 귀재보다 애플 주식을 20% 가까이 싸게 살 수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버핏 회장이 오랫동안 고수해 온 투자 철학을 일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업계에 대한 투자는 피한다”는 철학으로 IT 분야 같은 기술주 투자는 철저히 외면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불었던 ‘닷컴 버블’ 시기에도 IT 기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당시 투자수익률이 몇 년 동안 바닥을 치면서 ‘한물간 고집쟁이 영감’이란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IT 버블이 꺼지면서 버핏은 ‘철학이 있는 투자자’라는 칭찬을 넘어 ‘현인’이란 평가를 다시 얻었다. 2012년에도 버핏은 “애플과 구글 주식을 왜 사지 않냐”는 질문에 “휴대전화 생산회사와 같은 기술 관련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사들이기 너무 위험한 주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1963년 이후 53년 동안 기술주보다는 꾸준한 순이익 증가를 유지하는 크래프트 하인즈나 코카콜라, 웰스파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같은 전통적인 주식에 고집스럽게 투자해 왔다. 지난해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알파벳 등 4대 IT 기업이 미국 증시를 견인할 때도 그의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버핏의 갑작스러운 변신에 대한 미 언론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크셔해서웨이 장부가치 증가율이 최근 한 자리 수로 낮아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50년 평균 장부가치 증가율은 19.2%이었지만 지난해엔 6.4%에 그쳤다. 기존 투자철학의 한계를 느낀 버핏이 생각을 바꾸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후계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한 잰지지언 그린위치자산운용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는 “버핏의 제자로 알려진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가 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을 인계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관측했다. 지금까지 버크셔해서웨이를 운영해 온 80대 중반인 버핏과 찰리 멍거(92) 부회장이 서서히 투자 결정에서 물러나며 후계자들의 판단이 더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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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발리에 아들은 ‘베이비 독’ 김일성 손자는 ‘위대한 계승자’

    ‘위대한 수령(The Great Leader)’의 배불뚝이 아들은 ‘친애하는 지도자(Dear Leader)’, 뚱뚱한 손자는 ‘위대한 계승자(The Great Successor)’.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세계 전현직 독재자 12인의 호칭을 퀴즈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포함시킨 북한의 김일성 정일 정은 3대 세습 독재자들의 별칭이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해외 독자들로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는 실제보다 과장된 존칭이다. NYT는 김씨 3부자를 9∼11번째로 소개했다. 김정일 사망 직후 노동신문은 그에게 붙은 호칭이 세계적으로 1200개가 넘는다고 부풀려 선전했다. NYT는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세계의 독재자와 강력한 통치자들은 자천타천의 호칭들이 많다”며 각 독재자에게 붙은 가장 대표적인 호칭을 하나씩 소개했다. ‘발칸의 도살자’로 불렸던 전 유고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제외한 나머지 독재자들의 호칭은 모두 우상화를 위해 스스로 애용하던 것들이다. 퀴즈의 첫 번째 인물로 뽑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호칭은 ‘이유 있는 종결자(The Reasoning Terminator)’였다. 신문은 인물당 3개의 호칭을 예시하고 정답을 맞히면 프로필도 함께 소개되는 형식으로 퀴즈를 구성했다. 두 번째 인물은 밀로셰비치였고 세 번째 인물은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였다. 그는 ‘지도자 형제와 혁명의 가이드’라는 긴 호칭을 애용했다. 4, 5번째 인물은 아이티의 부자(父子) 독재자로 부친 프랑수아 뒤발리에는 ‘파파 독(Papa Doc)’, 아들 장클로드는 ‘베이비 독(Baby Doc)’으로 불렸다. 독은 닥터의 약자로 프랑수아는 집권 전 의사였다. 그 뒤를 ‘위대한 (조)타수(舵手)’로 선전된 중국의 전 주석 마오쩌둥(毛澤東)과 ‘카르파티안의 천재’를 자처했던 루마니아의 전 대통령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이었다. 1971년 쿠데타로 집권해 1979년 물러날 때까지 50만 명의 국민을 학살해 ‘아프리카의 학살자’로 악명을 떨친 전 우간다 대통령 이디 아민의 호칭은 ‘종신 대통령’이었다. 마지막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의 호칭은 ‘(국민의) 보호자(The Protector)’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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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하원 ‘北테러행위 조사’ 법안 발의

    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의 테러 행위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2016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법’으로 명명된 이 법안(H.R.5208)은 테드 포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비확산·무역소위원회 위원장(공화·텍사스)이 12일 대표발의하고 브레드 셔먼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공동 발의한 것이다. 법안은 법 제정 뒤 90일 이내에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저지른 총 23건의 테러 관련 행위를 조사해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토록 규정했다. 조사 대상에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국제 테러 조직에 대한 북한의 지원 의혹과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 그리고 한국 정부 기관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 등이 포함됐다. 또 국무장관이 조사 내용을 토대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명시하도록 했다. 미 국무부는 2008년 북-미 간 핵프로그램 검증 합의 직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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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창조 프로젝트’ 하버드大서 비밀회의

    ‘복제 인간’ 창조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인간의 유전체(게놈) 합성 프로젝트 회의가 하버드대에서 비밀리에 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하버드대 의대가 9일 보스턴에 전 세계 150여 명의 유명 과학자를 초청해 ‘인조 게놈’을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과학자들에게 보낸 초청장에서 “10년 안에 세포계 안의 인간 게놈을 모두 합성해 내는 것을 목표로 그 계획을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사람의 유전자(DNA)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게놈 합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회의는 논란을 의식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고 보안 유지를 위해 참석자들에게 언론 접촉이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를 요구했다. 인간 게놈을 합성할 수 있게 되면 생물학적 부모 없이도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신의 영역으로 불려 왔던 인간 창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명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인간 복제는 종교적으로 커다란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논란이 일자 회의를 주관한 조지 처치 하버드대 유전학과 교수(사진)는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세포 전반에 걸쳐 게놈 합성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NYT는 현 기술 수준에서 합성이 가능한 염기쌍은 200개 정도이며 합성 과정 역시 매우 어렵고 오류가 잦다고 전했다. 아직 인간을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쌍을 모두 합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염기쌍 1개에 4달러였던 합성 비용이 현재 3센트로 떨어졌고 이런 추이가 계속되면 30억 개 염기쌍 합성에 드는 비용도 현재 9000만 달러에서 20년 안에 10만 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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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드와이저’ → ‘아메리카’로 이름 바꾼 까닭은

    세계적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가 23일부터 미국 대선이 끝나는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아메리카’(사진)라는 브랜드로 이름이 바뀐다. 아메리카 맥주는 미국 내에서만 유통되며 대선이 끝나면 다시 본명으로 돌아온다. 개명과 동시에 병과 캔의 디자인도 미국 냄새가 물씬 나게 바뀐다. 버드와이저의 생산업체를 뜻하는 ‘AB’(안호이저부시 약자)는 ‘US’로, ‘맥주의 왕(KING OF BEERS)’이라는 슬로건은 1955년까지 미국 표어였던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E PLURIBUS UNUM)’로 변신한다. 일부 캔맥주엔 자유의 여신상 도안도 넣어 미국과 버드와이저가 공유하는 자유와 신뢰의 가치를 고취하겠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같은 한시적인 개명은 11월 대통령 선거와 6월 미국에서 열리는 축구대회 ‘코파 아메리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떨어지는 시장 점유율을 ‘애국심’을 내세워 만회하겠다는 속셈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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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北 해외식당 ‘꽃 파는 처녀’들의 서글픈 운명

    북한 ‘5대 혁명가극’ 중 최고봉으로 꼽히는 가극 ‘꽃 파는 처녀’의 감정적 절정은 주인공 꽃분이 어머니의 죽음이다. 가난한 꽃분이는 병든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앞 못 보는 여동생과 함께 매일 꽃을 꺾어 판다. 거친 산을 누비느라 발에서 피가 흐르고 허기져 쓰러지면서도 거지라고 모욕당해도 오직 어머니만 생각한다. 마침내 약 한 첩을 구한 꽃분이는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 속에 춤추며 집에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뜬 뒤였다. 희망과 절망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순간, 오열하는 꽃분이를 따라 관객도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1972년 김정일이 직접 창작지도한 가극은 193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착취받고 억압받는 세상을 뒤집어엎는 길은 혁명밖에 없다는 사상을 주입하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 가극 속에만 존재하던 꽃분이가 현실에 나타났다. 기차역을 누비며 “꽃 사시오”를 귓속말로 속삭이던 처녀들은 굶어 죽어가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러 나온 북한의 꽃분이였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이 흘렀다. 이제 북한엔 굶어죽는 사람은 없어졌다. 하지만 꽃분이의 비극은 김정은 시대에 와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 해외 식당을 담당하는 북한 간부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모 식당엔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간 줄도 모르는 여종업원이 있어요. 해외 파견 직원들에겐 가족이 사망해도 알리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충격을 받고 탈북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편지만 종종 오가지만 보위부 요원이 먼저 검열해 민감한 편지는 소각해버립니다. 그것도 모르고 그 아이는 가끔 시내 외출이 허락될 때마다 어머니 선물을 사 모으고 있습니다. 보는 내가 가슴이 터지는데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듣는 나도 가슴이 터졌다. 가극 ‘꽃 파는 처녀’에 등장하는 악독한 친일 지주도 이 정도로 천륜을 짓밟진 않았다. 남쪽에는 해외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은 북한에서 중상층 이상 집안 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요즘 북한 식당 여직원들은 대다수가 가난한 집 딸들 가운데 인물과 예능을 보고 뽑는다. 오히려 잘사는 집은 딸을 해외에 보내지 않는다. 그곳에서 어떤 인권 유린이 일어나는지 이제는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돈을 아끼느라 여러 명이 비좁게 생활하는 숙소는 감옥이나 다름없다. 그곳에서 중국 TV만 볼 수 있을 뿐 인터넷이란 건 꿈도 못 꾼다. 일주일에 아주 잠깐 허락되는 외출은 서로 감시하라며 둘 이상씩 내보낸다. 보위원 등 상급자에 의한 성폭행도 비일비재하다. 중국에 나오려면 보통 2000달러씩 뇌물을 줘야 한다. 돈이 없어 빚을 내 온 여종업원도 많다. 이들에게 송환시킨다고 협박하면 거절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성폭행 사건이 빈발하자 요즘은 보위원에게 가족까지 딸려서 함께 내보낸다. 하지만 그게 대책이 될 순 없는 일이다.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 나왔던 여성을 며느리 삼기를 꺼리는 집이 많아요. 외국을 경험한 여성들 역시 북한 같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결혼이란 굴레에 묶이는 걸 끔찍해하죠. 해외 식당 여종업원 중엔 시집가기보단 권력자의 첩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많습니다. 권력의 비호 아래 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으니까요. 대다수 북한 식당과 상점 여성 책임자는 어느 권력자의 첩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난달 초 북한 식당 직원 13명이 탈북한 뒤 중국 내 북한 식당들엔 이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소문에 따르면 여종업원 2명이 먼저 탈출했는데 하필이면 이들이 탔던 차가 교통사고를 냈고 공안 조사 과정에 탈북 기도가 드러났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식당 책임자는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보고가 들어가 소환될 상황이었다. 결국 종업원 13명은 한국으로, 7명은 북으로 돌아가는 운명의 결정을 내렸다. 소문을 전해들은 북한 해외 외화벌이 간부들은 “올 것이 왔다”고 탄식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근 김정은이 각종 대회와 건설을 수시로 이것저것 다 벌여 놓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외화벌이 과제를 강요하는 바람에 그들조차 “이러다 나도 탈북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 상황이다. 사람이 참고 사는 것도 한계가 있다. 북한은 인민이 착취당하던 낡은 제도를 뒤엎고 새 세상을 세웠다고 자랑해 왔지만 오늘날 북한 인민은 작금의 사회 현실보다 20세기 초반의 착취제도가 차라리 낫다고 푸념한다. 가극 꽃 파는 처녀는 꽃분이가 혁명군이 돼 돌아온 오빠 철룡과 함께 지주를 처단한 뒤 이렇게 선동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천대받는 인민들아 일어나서라. 죄악의 이 세상 뒤집어엎자.”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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