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중국으로부터 3000만 달러(약 344억 원)를 받고 어업 조업권을 판매하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이 1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전했다.○ 무기 수출 급감으로 줄어든 달러 주머니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평년의 3배에 이르는 1500여 척이 북한 서해에서 조업할 수 있는 어업 조업권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중국 어선 1500여 척에 조업권을 팔아 3000만 달러를 챙긴 것은 척당 2만 달러 정도에 해당한다. 북한이 2012년 중국원양어업협회에 동해 조업권 대가로 척당 25만 위안(약 4만 달러)을 받은 것의 절반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지 어획량이 줄면서 북한 주민의 불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또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의 무기 수출이 88%나 급감했고,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석탄 수출도 지난해보다 40%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해외에서 외화벌이에 종사했던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의 무기 수출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AK-47 소총이나 대전차 미사일이 베스트 상품이고 가끔 잠수함을 팔 때도 있지만 1년에 보통 수천만 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북제재로 북한 선박들이 비밀 운송을 하지 못해 판로가 막혔을 것”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김정은 건강 괜찮나 이 의원은 “김정은의 몸무게가 4년 사이에 40kg 가까이 증가했고 폭음과 폭식으로 성인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김정은의 몸무게는 2012년 처음 권력을 잡은 직후엔 90kg이었지만 2014년 120kg, 최근 130kg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신에 대한 우발적인 신변 위협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불면증에 걸려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폭음과 폭식까지 하고 있어 성인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특권층 전용 병원인 봉화진료소를 재건축하고 기존 장비를 독일산 자기공명영상(MRI)이나 미국산 방사선 장치 등 서방의 첨단 장비로 모두 교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진료소는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최고위층이 치료받는 병원이다. 봉화진료소 재건축과 첨단화는 김정은이 병원에 가는 일이 많을 뿐만 아니라 북한 지도부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골치 아픈 고모와 이모 국정원은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평양 외곽의 병원에서 특별 관리를 받으며 요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망설, 특히 김정은의 독살설까지 떠돌았던 김경희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김경희는 남편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이 처형된 직후 알코올의존증에 빠졌고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취약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김정은에겐 이모인 고용숙도 골칫거리다. 스위스 베른에서 김정은을 돌보다가 1998년 미국으로 망명한 고용숙은 올해 5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어린 시절에 대해 “성미가 급하고 성질이 불같았으며 공부하라고 혼내면 단식으로 반항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이 보도 이후 김정은의 가계인 이른바 백두혈통의 허구성이 폭로되는 것을 우려해 이런 자료가 절대 북한에 유입되지 못하게 하라고 해외 주재 대사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한편 한 정보위원은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5월 군사자료를 북에 제공한 간첩 혐의자 4명을 처벌했고 군 장병 포섭을 기도한 간첩 용의자 4명을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무사 측은 “지난해 5월 사건은 마약 사범이었고 현재 간첩 용의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강경석 coolup@donga.com·주성하 기자}

7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로 명실상부한 북한의 1인자 지위를 굳힌 김정은이지만 졸음까지 맘대로 통제할 순 없었나 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 진행 중 주석단에서 조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이 이날 오후 10시 17분경 조선중앙TV로 방영한 약 25분 분량의 최고인민회의 요약 녹화중계에서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넘긴 직후 눈을 감고 약 5초간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김정은의 모습이 나왔다. 사색한다기보다는 조는 장면에 가까워 보인다. 촬영 카메라가 황급히 참가자들을 향해 앵글을 돌리는 것으로 볼 때 이 장면은 영상 편집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실수로 전파를 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김정은이 과거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 조는 사람들에 대해 격노하고 숙청까지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4월 김정은이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석상에서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졸았다며 불만을 표출한 뒤 지시 불이행과 태만 등의 이유로 엮어 불경·불충죄로 공개처형했다고 밝혔다. 2013년 10월 23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중대장 및 중대정치지도원 대회에 참가했던 또 다른 소식통도 “김정은이 회의장에서 조는 군 간부 10여 명을 주석단 앞에 불러낸 뒤 그 자리에서 별을 뜯어 체포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그 이후 주요 간부들이 김정은 참석 회의 때 졸지 않기 위해 각성제(필로폰)가 든 알약을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를 통해 국무위원회를 신설하면서 ‘김정은표’ 통치 체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5월에 열린 노동당 7차 대회가 김정은을 당의 수장으로 선출하는 의식이었다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정은에게 국가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법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헌법에 노동당이 정부의 상위 영도기관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호칭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순으로 나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으로 만들어진 국무위원회는 기존 ‘선군정치’의 상징적 존재였던 국방위원회의 기능보다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봉주 총리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데다, 새 헌법에 국무위원회는 ‘최고정책적 지도기관’, 내각은 ‘행정적 집행기관’으로 명시해 상하관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 점에서 내각 42개 부처까지 모두 흡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에 이어 국가기구에서도 김정은 시대의 권력구조를 형성했다”며 “국무위원회는 종합적 정책결정기관의 면모를 갖췄고 ‘정상 국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수정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역할을 7가지로 새로 규정했다. 기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갖고 있던 ‘국방 부문의 중요 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한다’는 권한은 ‘국가의 중요 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한다’로 변경했다. 국방 부문에만 한정됐던 인사권 행사 범위를 전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 국가사업 전반을 지도하고, 다른 나라와의 중요 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할 수 있으며 국가 비상사태와 전시상태를 선포할 권한도 있다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국무위원장은 1972년 김일성이 사회주의헌법 제정을 통해 선출된 국가주석직과 명칭은 다르지만 사실상 거의 유사한 직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하는데 이 역시 기존 주석제와 동일하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국가 공식기구로 격상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정령에 따르면 조평통은 공화국 조평통이라고 규정돼 있어 인민무력부나 국가안전부와 맞먹는 급의 독립기관으로 크게 지위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존 노동당 통전부 산하 외곽기구로 대남창구 역할을 해왔던 조평통 서기국은 폐지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당 대회를 통해 제시했던 통일 과업 관철에 조평통을 활용하려는 것이며, 통일전선(통전) 차원의 대남 유화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평통이 국가기구가 되면 과거 남북회담 때마다 논란이 되던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30일자 노동신문 2면에 실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 공식행사 사진에는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머리를 뒤로 묶고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여정이 최고인민회의 회의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지만 대의원으로 선출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9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에서 북한 국가수반격인 국무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김정은은 5월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당 위원장에 오른 데 이어 정부의 직책에 해당하는 국무위원장에 선출되면서 당과 국가를 모두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오후 10시 17분경 보도를 통해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공화국의 최고 수위에 높이 모셨다”고 발표했다. 기존 국방위원회를 대체한 것으로 보이는 국무위원회는 김일성 시절의 국가 최고 조직이었던 중앙인민위원회를 부활시키면서 명칭을 바꾼 조직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총리를 임명했다. 위원에는 김기남 노동당 부위원장,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부장 등 핵심 간부들이 포진됐다. 기존의 북한 국가수반격이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국무위원회 명단에서 빠졌다. 최고인민회의는 또 이날 헌법 개정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년) 전략 이행,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관련 안건, 조직 개편 등 6개 안건을 토의한 뒤 폐막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9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정은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지난 4년 동안 치적 쌓기와 잔혹한 측근 숙청으로 권력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곤 마침내 당과 국가 최고 권력의 수위에 공식적으로 취임해 ‘유일 영도체계’로 지칭되는 1인 독재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다만 당과 국가의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되면 권력은 커지지만 통치 실정에 대한 책임도 직접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 국가 최고 통치조직인 국무위원회를 신설했지만 그동안 이어져 온 비정상적인 국가통치운영 방식까지 정상화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1998년 주석제를 폐지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외적 국가수반으로 만들었다. 이후 자신은 법제위원회 예산위원회와 함께 최고인민회의 일개 소속 위원회에 불과한 국방위원회를 비정상적으로 키워 국가 통치기구로 내세웠다. 한국으로 보면 국회 상임위인 국방위 위원장이 당을 장악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식의 매우 기형적인 방식이었다. 북한의 이날 선택은 김정일 시절의 국방위원회 대신 국무위원회를 정부 조직의 최고위 기구로 만들어 국가 운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무위원회를 위원장과 부위원장 중심의 체제로 만들었다. 기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가운데 이용무, 오극렬이 빠지고 최룡해와 박봉주가 새로 포함됐다. 그리고 김기남 이만건 김영철 이수용 이용호 박영식 김원홍 최부일 등 당정군의 핵심 측근들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포진시켰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를 제시하며 “내각은 당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민 경제의 선행 부문, 기초공업 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 세워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유지함으로써 핵개발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상적인 회기 일정까지 바꿨다. 최고인민회의는 매년 4월에 열리며 9월에 추가 회의를 열기도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6차례 열린 최고인민회의 모두 4, 9월 개최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노동당 7차 대회 이후인 6월로 날짜를 변경했다.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을 노동당 위원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 국가수반으로 만들기 위해 정교한 사전 계획하에 일정을 짰다는 것으로 해석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지만 만면에 희색이 가득한 러시아는 표정 관리에 바쁘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EU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합병하자 EU는 대(對)러 제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 내 군사강국인 영국이 EU 탈퇴의 길을 선택함에 따라 유럽 집단안보 체제에 ‘힘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영국의 탈퇴는 러시아에 대한 EU의 압박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글러스 팔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부회장은 “영국의 탈퇴로 약해지고 분열된 유럽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이라며 “러시아가 시리아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를 장악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러 미국대사를 지낸 외교전문가 마이클 맥폴도 24일 트위터를 통해 “오늘 사건은 푸틴 대외정책의 큰 승리다. 그가 브렉시트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이로부터 이득을 얻었다”고 논평했다. 어부지리를 얻은 푸틴 대통령은 기쁜 내색을 감췄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가 EU의 러시아 제재 정책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영국의 국민투표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메인 주 주지사의 부인이 남편의 ‘박봉’으로 수입이 부족하다며 식당종업원으로 취업해 화제다. 주인공은 폴 르페이지 주지사(68)의 부인 앤 르페이지 여사(58). 메인 주의 ‘퍼스트레이디’인 앤 여사는 23일부터 해산물 레스토랑인 부스베이 하버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미국 NBC방송 등이 25일 보도했다. 주문을 받아 음식을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웨이트리스 업무가 그의 여름철 부업이다. 앤 여사는 한 지역방송 인터뷰에서 “돈 때문에 시작했고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주는 팁을 모아 도요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라브4를 사고 싶다”고 말했다. 앤 여사는 일부 손님들이 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에 앞치마를 두른 채 일하는 자신을 알아보고 놀라곤 한다며 “주지사 부인이라 손님들이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한 것 같다”며 웃었다. 남편인 르페이지 주지사도 TV에 출연해 “지난해 딸이 식당종업원으로 일을 잘해 시간당 28달러를 받았는데 이번 여름엔 아내가 그 뒤를 잇는다”고 말했다. 미국 주지사의 평균 연봉은 13만 달러(약 1억5250만 원). 50개 주 중에서 면적 순위 39번째인 메인 주는 주지사 연봉이 전체 주지사 중 가장 적은 7만 달러(약 8211만 원)에 불과하다. 르페이지 지사는 공직자로 살아와 모아둔 돈이 많지 않다. 그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메인 주 산하 워터빌 시장을 지냈으며 2011년부터 주지사로 일하고 있다. 32년 전 앤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자녀를 4명 두고 있다. 주지사에 선출된 직후 스물두 살 된 딸을 연봉 4만1000달러의 지사보좌관에 임명하고 처남을 연봉 6만8577달러짜리 국장직에 임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브레이크가 고장 나 폭주하는 기관차 앞에 두 갈래 철로가 있다. 한 곳엔 5명이 일하고 다른 곳엔 1명이 일한다. 당신의 선택은?” 2010년 히트작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질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5명을 살리려 1명의 희생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본능적 행동일지 모른다. 남북 간에도 이런 딜레마는 자주 생긴다. 한 사례로 지금 남쪽엔 북한을 계속 찬양해도 잡혀가지 않는 여성이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때도 “위대한 우리 당에 감사의 인사, 경축의 인사를 드린다. 조선로동당 만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라고 페이스북에 올려도 아무렇지 않다. 그의 이름은 김련희. 평양에서 가정주부로 살던 그는 2011년 한국에 왔다. 그는 중국에 여행 왔다가 한국 가면 돈도 벌고 병도 치료할 수 있단 말을 듣고 남쪽에 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온 뒤엔 자신은 실수로 왔으니 평양으로 보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올해도 정부청사에서 시위도 하고, 주한 베트남대사관에 들어가 북으로 망명 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를 돕겠다고 ‘김련희 송환 촉구모임’이란 것도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졌다. 나 역시 김련희 씨가 남편, 딸과 다시 살게 되길 희망한다. 다만 이런 인도주의적 호의를 베푸는 대가가 너무 혹독해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뿐이다. 그가 북에 가면 한국 비난과 북한 체제 선전에 동원되고 탈북자 심문 기법 등 많은 정보도 함께 보위부에 전달할 것임은 뻔하다. 그러나 단지 이것뿐이라면 감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로 용인할 수 없는 일은 그가 하나원과 사회에서 알았을 최소 100명이 넘는 다른 탈북자들의 신상 정보를 보위부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 북한에 사는 탈북자 가족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우연히 그와 엮이게 된 탈북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그를 한국까지 데려다줬던 중국 브로커도 북한에 납치될지 모른다. 이래도 과연 그를 돌려보낼 수 있을까. 한 명의 인권과 수백 명의 인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는가. 김 씨 송환에 앞장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진보연대는 그가 돌아가면 수많은 탈북자 가족이 수용소에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왜 그들의 눈엔 김련희만 보이고 죽을지도 모를 탈북자 가족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김 씨는 남쪽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으로 살겠다”며 보란 듯이 북한을 찬양한다. 그는 전화번호 끝자리 4150이 ‘수령님(김일성) 생일’을 땄다고 밝혔다. 평양의 딸에겐 “엄마는 여기서 굴함 없이 꿋꿋이 놈들과 싸우고 있어. 엄마를 믿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정작 싸운다는 그는 올해도 제주도 2박 3일 관광을 다녀오는 등 남쪽 여기저기 여행을 자주 다닌다. 물론 그의 찬양은 북한 당국에 보여주기 위한 쇼일지도 모른다. “내가 남쪽에서 이렇게 열심히 투쟁하니 우리 가족 잡아가지 말아주세요”라는…. 그러나 누군 북한 여행기를 말했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어놓고, 누군 대놓고 김정은을 찬양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이 현실은 어떻게 봐야 할까. 당국은 귀찮은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런지 뭔 짓을 하더라도 그저 두고만 본다. 김 씨의 선례를 용인하면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까. 한반도엔 김 씨보다 억울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김 씨가 한국행 길에 오른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찰나의 선택 때문에 가족과 이별한 실향민만 수백만 명이고, 지금도 북한에선 한순간의 말실수로 처형되는 사람도 많다. 김 씨 역시 불행히도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론 남쪽에서 치료받고 돈 벌고 평양에 돌아가려 했다는 그의 사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 민변의 개입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탈북 종업원 13명 사건도 북에 있는 가족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김련희 씨 사례와 공통점이 있다. 종업원 입국 사진이 공개됐을 때 그들의 걸음새를 보고 나는 자진 입국임을 직감했다. 상식적으로도 성인인 그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모르고 탔을 리 만무하다. 전세기를 보냈을 가능성도 희박한데 비행기 안에서 저들이 소동을 부렸다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없다. 민변이 북한 가족의 위임장을 받아온다 했을 즈음 민변 간부에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랬다간 어떤 경우에도 민변은 진퇴양난의 큰 역풍을 맞을 겁니다.”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 없다. 남북 간엔 앞장만 보지 말고 뒷장까지 넘겨 봐야 하는 사안이 부지기수다. 그걸 볼 능력, 혹은 의지가 없다면 반드시 역풍을 부르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마침 국민이 요즘 제일 하고 싶어 근질거리던 말을 지난달 영화 ‘곡성’이 대신 해줬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주최국 브라질팀의 마스코트 ‘징가(Ginga)’의 실제 모델인 재규어 한 마리가 성화 봉송 행사에 참여했다가 군인의 총에 사살됐다. ‘주마’라는 이름의 17세 암컷 재규어는 20일 아마존 인근인 브라질 북동부 마나우스 시 정글 전투훈련센터에서 도망치다가 변을 당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1일 보도했다. 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마는 센터 인근 동물원에서 자라 사람에게 익숙하고 온순했으나 성화 봉송 행사장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행사 말미에 목줄까지 풀리자 주마는 자기가 살던 동물원으로 도망쳤다. 사육사가 마취 총을 쏘아 진정시키려 했지만 주마는 사육사까지 공격했고 결국 군인이 권총을 쐈다. 사건이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리우 시에서 활동하는 ‘동물자유연맹’은 “야생 동물을 억지로 길들여 행사장에 끌고 나가는 행위를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의 고릴라 하람베와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악어 사살 사건 등으로 본능에 충실한 야생동물을 인간이 사살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불거졌다. 특히 미주 대륙에 주로 서식하는 고양잇과 동물인 재규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개체 수가 30%까지 줄어들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아메리카 대륙 멸종 위기종이기도 하다. 파문이 커지자 브라질 당국은 즉각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올림픽위원회는 “평화와 단결을 상징하는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재규어를 동원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면서 “리우 올림픽 기간에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육군도 대변인을 통해 “‘주마’의 죽음에 아픔을 느낀다”면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사과했다. 브라질 일각에서는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대표팀 마스코트 동물이 사살된 것은 불길한 징조라는 우려가 나온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던 주요 도시 팔루자 탈환을 17일 선포하면서 이라크 내 IS의 기세는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IS가 촉발한 수니파 내 골육상쟁(骨肉相爭)은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한솥밥을 먹고 자란 형제끼리 IS와 정부군으로 갈라져 서로 죽이며 싸웠던 상처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치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팔루자 탈환작전을 지휘했던 안바르 주 경찰서장이자 경찰여단 총지휘관이었던 하디 라자이지 장군은 남자 형제가 IS 대원으로 자살폭탄 트럭을 몰고 나왔다가 포로가 돼 현재 감옥에 갇혀 있다. 라자이지 장군은 그를 도와주고 싶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 자신 뿐 아니라 자기 휘하에 수많은 대원들이 형제를 적으로 만나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팔루자 이후 정부군이 탈환해야 할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시장 하팔 하마디 역시 형제 가운데 한 명이 IS 간부다. 하마디 시장은 얼마 전 그가 IS에 충성을 맹세하며 자신과의 혈연을 부인하는 장면을 비디오를 통해 봐야 했다. 이처럼 이라크 내 소수 종파인 수니파 사회는 IS의 등장으로 갈기갈기 찢겼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집권한 누리 알 말리키 전 총리의 집권 시절 수니파는 박해를 받았고 분노한 이들이 IS에 가담했다. 하지만 IS 역시 수니파의 대안이 될 순 없었다. 얼마 전 IS는 모술의 한 조직원이 자신을 형을 정부군 스파이라고 단죄한 뒤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총을 쏴 죽이는 비디오를 공개했다. 섬뜩한 광기는 일반 수니파들을 각성시켰다. IS가 종파 자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란 생각에 수많은 수니파가 정부군에 합세해 IS를 몰아내는 싸움에 나섰다. 경찰여단 소속으로 팔루자 탈환전에 나선 샬리흐 사모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내 손에 잡힌다면 직접 동생을 처단하겠다. 그는 더 이상 형제가 아니라 범죄자”라고 말했다. 농부로 살다가 수십 년 동안 집안에 보관했던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을 메고 정부군에 합세한 아부 아나스는 입대 직후 IS 조직원인 동생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형은 지옥길을, 나는 천국길을 택했다”는 내용이었다. 라지이지 장군은 “이라크 내 수니와 시아 파 간 갈등은 봉합됐지만 이젠 수니파 내부의 화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도 IS가 장악했던 지역을 해방하면 누굴 체포하고 누굴 재판할지를 해당 지역 수니파 원로들이 결정하게 하고 있다. IS는 몰아내면 되지만 수니파 사이의 깊은 갈등은 결국 그들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IS가 장악한 지역이 점점 탈환되며 희생자가 늘수록 수니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팔루자 탈환을 선포하기 직전 이틀 동안의 전투에서만 IS 대원 500여명과 정부군 300여명이 전사했다. 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그들은 누군가의 혈육이자 형제였고 어제까지 한 가족처럼 살았던 같은 수니파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가진 러시아 정부 소속 해커들이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전산망에 침투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관련 자료를 탈취해 갔다. 러시아 정부는 해킹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14일 코드네임이 각각 ‘코지 베어’와 ‘팬시 베어’인 두 개의 러시아 해킹그룹이 지난해 여름부터 DNC 서버에 침투해 공화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각종 파일을 훔쳐갔다고 보도했다. 이 자료들은 DNC가 대선에 대비해 정보 공개 절차에 따라 입수한 것으로 납세·법무 등 민감한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 해커들은 백악관과 국무부, 합동참모본부도 노렸으나 트럼프 등 공화당 대선 주자들에 대한 분석 자료들이 저장된 DNC 분석팀 서버 침투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해커들은 DNC 데이터베이스와 온라인 통신 내용 등 비밀 자료도 함께 빼갔으며 정책, 정치 캠페인 전략, 외국인 정책 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엿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CNBC는 트럼프에 대한 DNC의 비판적 분석 자료가 유출됐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이 정보들이 대선 본선 국면에서도 공개되기 어려운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앞으로 러시아 측에 의해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해킹 조사를 담당했던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코지 베어와 팬시 베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능력이 뛰어난 해킹 그룹으로 실력과 보안 능력이 뛰어나다”며 “사실상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팀”이라고 말했다. 두 해킹그룹은 과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서 방산업체, 우주항공, 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을 공격해 왔다. 코지 베어는 지난해 미 백악관과 미 국방부 네트워크에 침투한 전례도 있다. 앞서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 클래퍼는 지난달 “사이버 공격자들이 대통령 선거를 표적으로 하고 있으며 사이버 첩보를 목적으로 한 공격은 나날이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DNC 해킹 보도가 나간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나 정부 기관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중국 정부가 7일부터 사흘간 실시된 전국 대학수학능력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사상 최초로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했다. 중국 당국은 시험 부정행위가 빈발하자 지난해 11월 부정행위를 저지른 수험생을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올해 시험은 법 개정 이후 처음 실시되는 것이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교육당국과 공안당국은 올해 전국적으로 940만 명이 응시한 가오카오를 제대로 감독하기 위해 시험장마다 최소 8명 이상의 경찰을 배치했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시험문제지 호송을 경찰특공대가 처음으로 맡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특히 당국이 무선 기기를 사용한 부정행위를 막고, 대리응시자를 적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시험장들에서 공항 보안 검색 수준에 버금가는 검색이 이뤄졌다. 금속탐지기에서 소리가 울리면 시험장 입장이 금지된다. 휴대전화나 시계는 당연히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심지어 금속 소재가 사용된 벨트 착용도 금지됐다. 수술을 받아 몸속에 금속이 박혀 있는 수험생은 병원에서 확인서를 미리 받아 제출해야 한다. 무선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감시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드론을 띄운 시험장도 있었다. 대학생들이 대입시험에 대리 응시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마련됐다. 과거 재학생이 가오카오에서 대리 시험을 보다가 적발됐던 허베이(河北) 성 우한(武漢)이공대는 1~8일 학생들에게 출입금지령을 내렸다. 가오카오 기간엔 학생들이 기숙사에 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매일 밤 11시에 단체 사진을 찍어야 한다. 또 이 기간에 휴가를 낸 학생들은 하루 6번 지도 교수와 전화 통화를 해야 한다. 이런 삼엄한 감시에도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곳곳에서 나왔다. 7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선 허용되지 않은 물건을 휴대하거나 지정된 장소에 물건을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4명이 부정행위자로 적발돼 해당 과목의 성적을 취소당했다. 심지어 시험지를 거둘 때 계속 답안지를 작성했던 학생들도 부정행위로 인정돼 성적이 취소됐다. 중국의 대학입학 정원은 700만 명을 넘지만 성적에 따라 갈 수 있는 명문대는 한정돼 있어 입시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몇 번 날리는 시늉만 할 줄 생각했는데 북한 삐라(전단)는 반년째 계속 날아온다. 올 1월 북한 핵실험 이후 남쪽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거의 40년 만에 다시 남쪽에 삐라를 날려 보내는 것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삐라 날리기 경쟁을 해서는 남쪽이 북쪽을 이기긴 어렵다. 연중 북에서 남으로 바람 부는 날이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편서풍을 타고 내려온 북한 삐라는 멀리 세종시까지 날아간다. 2월 초 경기 고양시에서 10∼15kg쯤 되는 북한 삐라 뭉치가 통째로 떨어져 승용차를 부숴버린 일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30일에도 서울 은평구에서 북한 전단용 대형 풍선 2개가 삐라 묶음을 그대로 단 채 주택가 전깃줄에 걸려 발견됐는데 시간 맞춰 삐라 묶음을 터뜨리는 타이머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에 삐라를 뿌려야겠다는 의지가 애당초 없다는 뜻이다. 진짜 웃기는 것은 풍선에 흙을 넣은 비닐봉지만 77개 매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전단은 고작 150장뿐이었다. 그걸 보니 북한 심리전 담당자들이 안쓰러워졌다. 몇 개 날렸다는 실적은 보고해야 하는데 정작 전단 만들 돈은 없으니 무게를 채우느라 흙을 넣는 눈속임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만 풍선이 전깃줄에 걸리는 바람에 속임수가 탄로 났으니 당을 기만한 죄로 대남 심리전 담당자 몇 명의 목이 날아갈 것 같다.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다. 올해 남쪽에 떨어진 삐라 몇 장을 자세히 보니 종이와 잉크, 풍선 제작용 비닐 등이 모두 외국산이었다. 그래서 “돈도 많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고 생각했는데 반년도 안 돼 벌써 달러가 바닥 난 모양이다. 삐라와 확성기 방송 등 대남 심리전을 담당한 부처는 북한군 총정치국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이다. 적공국은 외국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부처가 아니다. 그럼 지금까지 어디서 심리전 자금을 충당했을까. 북한 내 소식통은 최근 흥미로운 정보를 전해줬다. 남쪽에 보내는 삐라 자금은 개성공단 남쪽 근로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내에 세운 송악프라자라는 5층 건물의 2층에서 나왔다고 한다. 송악프라자 운영은 현대아산 최후의 대북사업이었지만 2월 개성공단 폐쇄 때 프라자도 함께 폐쇄됐다. 건물 내부에 식당 마트 노래방 당구장 주점 면세점 등 편의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 과거 현지 근무하던 남쪽 근로자들이 즐겨 찾았다. 프라자 1층에 남쪽이 운영하는 일식집이, 2층에는 북한이 운영하는 평양식당이 있었다. 이 평양식당을 바로 적공국이 운영했다. 적공국은 적의 돈으로 적을 와해시킨다는 취지를 내세워 운영 승인을 받았다. 현대아산 직원으로 1층 일식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을 수소문해 찾았다. 그는 평양관은 큰 무대를 갖추고 아가씨들이 공연도 잘해서 인기가 좋았고 장사도 꽤 잘됐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적공국이 식당을 운영했다는 내막은 모르고 있었다. 부언한다면 그는 현재 북한과는 전혀 무관한 곳에서 일한다. 북한 미녀들의 공연을 보며 남쪽 사람들이 지갑에서 꺼낸 달러가 삐라로 둔갑해 남쪽으로 다시 날아 돌아온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적공국은 대북 확성기에 대응해 맞불 방송도 하고 있다. 적공국 출신 탈북자는 확성기가 일본 제품이라 부품이 고장 나면 중국을 통해 어렵게 구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거기에 쓰는 외화도 남쪽 근로자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북한의 선군(先軍)정치 시절 북한군은 알짜 대남 외화벌이 사업도 차지하고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일례로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자연산 회와 털게 등을 팔아 인기를 얻었던 ‘고성항 횟집’도 북한군 총정치국이 직접 운영했다. 그런 내막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남쪽 사람들이 자연산 회라면 깜빡 죽는다는 ‘좋은 정보’도 아낌없이 제공했다. 그 덕분에 나중에 간 사람들은 바가지를 뒤집어 써야 했다. 그렇게 남쪽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총정치국은 방송용 차량을 사와 사단마다 나눠줬다. 그 방송차 스피커에선 지금 “남조선 괴뢰도당을 타도하자”는 구호가 나올 것이다. 적공국도 개성공단이 운영될 때엔 좋았을 것이다. 달러가 들어오기만 하고 쓸 일은 별로 없는 호시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확 바뀌었다. 지금은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위에선 “대남 심리전 명분으로 그동안 달러를 벌었으니 이젠 쓸 때”라고 압박할 것이니 죽을 맛이리라. 그동안 번 달러가 전부 금고 속에 있을 리도 만무하다. 사정이 이러니 적공국 사람들은 햇볕정책이 사무치게 그리울 만하다. 북한 삐라 대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입에 담지 못할 저질스러운 비방으로 채워져 있다. 졸지에 밥줄이 끊기고 궁지에 내몰린 적공국의 분노가 원색적 삐라 위에 철철 넘치는 듯하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시리아 정부군이 5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도 격인 락까가 있는 락까 주에 진입했다. IS가 이슬람제국인 칼리프 국가 건설을 목표로 2014년 8월 락까 주를 차지한 이래 외부 병력이 진입하기는 처음이다. 리비아와 이라크 정부군도 IS의 아프리카 핵심 거점인 리비아 시르테와 이라크 내 최대 거점인 팔루자 탈환을 앞두고 있다. 한때 파죽지세로 날이 갈수록 세력을 확대하던 IS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시리아 정부군이 3일 락까에서 남서부로 약 130km 떨어진 정부군 장악 도시 아시리아를 출발해 락까 탈환 작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리아 최정예 특수군인 ‘사막의 독수리’ 사단이 선봉에 섰다. 5일 락까 주에 진입한 시리아군은 락까 서쪽 50km에 위치한 타브카 비행장과 댐 탈환을 우선 목표로 정하고 비행장 17km 지점까지 진격했다. IS는 2014년 타브카 비행장을 빼앗고 정부군 포로 수백 명을 처형했다. 시리아군에는 한 맺힌 복수전 기회다. 동시에 시리아군은 자국 최대 댐인 타브카 댐을 탈환하고 IS의 주요 거점인 알레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도 차단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군의 진격에 맞춰 주요 거점들을 맹폭해 지원하고 있다. 미군 지원을 받는 시리아 쿠르드군 및 시리아민주군(SDF)도 락까의 배후 전략도시 만비즈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5일 최고위 지휘관인 아브 라일라 여단장이 IS에 저격당해 전사하는 불운도 있었지만 공세 시작 일주일 만에 100km²가 넘는 영토를 장악했다. SDF는 미국과 유럽 공군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IS 수도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전의 경품이 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는 락까 탈환으로 미국과 유럽에 자신들을 배제한 시리아 사태의 해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락까 탈환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우방인 러시아도 돕고 있다. 쿠르드 국가를 건설하려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게도 락까 점령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터키가 쿠르드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락까를 중심으로 한 시리아 북부를 차지해 국가 건설의 초석을 다지려고 한다. 아사드 정부를 외면하고 있는 미국도 SDF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IS의 거점인 리비아의 시르테도 함락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파예즈 사라즈 리비아 총리는 “군이 시르테에 들어섰다. 완전한 승리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고 선포했다. 지난달 22일 총공격에 나선 이라크군은 5일 팔루자 남부 지역을 확보하고 도시 중심부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지원을 받는 시리아 쿠르드군 및 시리아민주군(SDF)이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점령 중인 시리아 알레포 주 만비즈 지역에 대한 탈환 작전을 개시했다. 터키 국경에 위치해 IS가 유럽으로 가는 ‘마지막 깔때기’로 불리는 만비즈는 양쪽 모두에 중요한 요충지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SDF 수천 명과 미군 특수부대원 200명이 지난달 31일부터 탈환 작전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작전 당일 미군은 18회에 걸쳐 IS 기지 6곳, 사령부 2곳, 훈련시설 1곳을 맹폭했다. 반경 30km로 만비즈를 포위한 SDF 부대는 작전 당일에만 12개의 주변 촌락을 해방시켰고 20km를 진격했다. 공격 병력이 압도적이라 며칠 내로 IS가 방어 중인 시내가 함락될 가능성이 높다. IS로서는 이라크 팔루자 등 핵심 도시를 동시에 공격받고 있어 추가 지원할 여력도 없다. IS의 수도 락까와 터키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만비즈는 영국 출신 IS 대원만 100명이 넘어 ‘리틀 런던’으로 불린다.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사우디 알제리 등 30개국에서 몰려 온 외국인 용병들이 이곳에서 훈련받는다. 일부는 훈련이 끝나면 테러를 실행하러 유럽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를 기획했던 벨기에 출신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나 ‘지하디 존’으로 유명했지만 폭격에 사망한 무함마드 엠와지도 이곳에 머물렀다. 지금도 도시를 방어하는 IS 대원들 중 수백 명이 유럽 출신이다. 외국 출신 대원들은 물자가 풍부하고 깨끗한 물과 전기를 쓸 수 있는 이 도시를 선호해 왔다. 미군은 이 도시를 함락함으로써 IS와 유럽의 연결 통로를 차단함과 동시에 앞으로 유럽에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는 대원들을 소탕해 뿌리 뽑을 계획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가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현명하며 선견지명 있는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노동당이 운영하는 북한 공식 매체가 트럼프 후보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해외 6개 언어로 발행하는 월간잡지 ‘조선의 오늘’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트럼프는 막말 후보나 괴짜 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우둔하다”고 논평했다. 사실상 트럼프에 손을 든 것이다. 매체는 ‘재중동포 학자 한영묵’이라는 필명으로 ‘트럼프 충격으로 보는 한국의 정체성’이란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논평했다. 하지만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 관행에 비춰 이 글은 중국학자가 아닌 북한 내부 필진이 썼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 씨는 “트럼프가 내뱉은 막말 공약에는 일정한 정도로 긍정할 측면이 적지 않다”며 트럼프가 ‘남북한 간에 전쟁을 하든 관여하지 않겠다’라고 한 발언이나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 지불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빼내겠다’고 한 발언들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로 지불한다면 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 이걸 공짜로 처먹겠다는 트럼프의 속통이야말로 승냥이 심보”라면서도 “한국이라는 것이 자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저당 잡힌 처지에 (미군에) 나가달라고 말 못했는데 (트럼프가) 제 발로 나가겠다고 한다. 어서 그래라, 어서. 지금까지 열창해 온 ‘양키고홈’이 이렇게도 쉽게 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 지도부와도 직접대화도 하겠다”고 한 말을 거론하며 “그러고 보면 역시 트럼프는 막말후보나 괴짜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있는 대통령후보감”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놓고 볼 때 미국민이 결단코 선택해야 할 후보는 그 무슨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에서 이란식 모델을 적용해보겠다는 우둔한 힐러리보다 조선과의 직접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과거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라지게 하겠다’ 등등의 발언을 쏟아낸 점을 놓고 볼 때 북한 잡지의 이러한 평가는 의외로 볼 수 있다. 트럼프에 대해 지금까지 북한 매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몇몇 북한 외교관들만 트럼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무시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 지난달 23일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선거용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루 앞서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 역시 김정은과 만날 것이란 발언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1960년대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가 북한에서 낳은 아들들이 재미 친북 매체인 ‘민족통신’과 평양에서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사회주의 천국이라고 찬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재미 친북매체인 민족통신이 온라인에 공개한 인터뷰를 소개하며 “월북 미군의 아들들이 북한 체제 선전 스타가 됐다”고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1962년 월북한 제임스 드레스녹 시니어 주한미군 일병(75·북한명 홍철수)의 두 아들인 테드 드레스녹(37)과 제임스 드레스녹(36)이다. 각각 홍순철, 홍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이들은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고 둘 다 평양외국어대를 나왔다. 인터뷰를 진행한 인물은 북한 최고상인 김일성상까지 수상한 미국 국적의 민족통신 운영자 로길남 씨이다. 두 아들의 답변은 예상한 대로였다. “김정일 동지의 자애로운 보살핌 아래 학교를 마쳤다. 아버지의 월북은 옳은 선택이었다.” “미국에게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미국은 나쁜 짓들을 충분히 저질렀고 이제 그들이 환상에서 깨어날 시기가 왔다.” 이런 뻔한 대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백인 청년이 북한 군복을 입고 인터뷰에 출연해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이색적 모습과 가족사이다. 첫째인 테드는 사복을 입고 나왔다. 그는 자신을 북한 군관학교 교원 겸 배우라고 소개했다. 둘째 제임스는 상위(대위와 중위 사이) 계급의 북한 군관복을 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둘 다 영어가 유창하고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이들이 일하는 곳은 미국을 상대하는 군부기관으로 추정된다. 즉 테드의 직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정찰대학 교원, 둘째는 미군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는 정찰총국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 소속이 유력해 보인다. 이들은 북한 영화를 통해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968년 1월에 발생한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를 다룬 북한 영화 ‘제 곳으로 보내라’에서 아버지 드레즈녹은 푸에블로호 부커 함장의 할아버지 역으로, 테드는 미군 4성 장군으로, 제임스는 미군 정보기관 요원으로 각각 출연했다. 아버지 드레스녹은 주한미군 제1기병사단 일병으로 근무하던 중 1962년 지뢰밭을 넘어 북한으로 도주했다. 첫 번째 부인의 외도와 이에 따른 이혼으로 심신이 불안한데다, 외박증을 위조했던 것이 적발되자 법적 처벌을 피해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1978년 북한 비밀요원에 의해 납치된 루마니아 여성화가 도이나 붐베아와 재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1997년 아내가 암으로 죽자 드레즈녹은 아프리카 외교관과 북한 여성 사이에 태어난 북한 국적의 여성과 재혼해 셋째 아들을 낳았다. 북한으로 도주한 미군 출신은 모두 4명이다. 모두 외국인 여성과 북한에서 결혼했다. 1980년 북한으로 납치됐던 일본 여성 소가 히토미와 결혼해 살던 중 2004년 일본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월북 미군 출신의 로버트 젠킨스 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스파이 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영화에 출연한 테드와 제임스 역시 외국어대에서 외국어를 집중 교육 받고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들과 달리 북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은 북한 여성과의 결혼을 허가 받았다. 테드는 동갑내기 여성 이옥숙과 연애 결혼해 7세, 6세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아들의 이름은 홍보답과 홍보검으로 지었다고 한다. 보답과 보검 모두 당국에 충성을 맹세하는 이름이다. 제임스는 중매를 통해 5살 연하인 최은정을 아내로 맞아 6살 된 딸 홍진주를 두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인 드레즈녹은 월북 후 평양외국어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편 북한 영화에서 미국인 역으로 단골 출연했지만 건강악화로 몇 년간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다. 월북 미군 드레즈녹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는 2006년 영국인 감독 다니엘 고든의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평양시민’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02년 초여름 어느 날. 나는 경기 안양시에서 백화점을 낀 전철역 앞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원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지 며칠 안 돼 직업도 없을 때였다. 여름옷을 살 참이었는데 무엇을 사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쇼핑 전에 먼저 한국 남성들의 여름 옷차림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창 나이의 총각 눈에 남자들만 보일 리가 있나. 한 시간 정도 ‘관찰’을 마친 뒤 나는 “음, 남남북녀(南男北女)란 말이 맞는 말이네”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들의 키는 확실히 북한보다 컸지만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갈 정도로 마른 여성이 대다수고 뚱뚱한 여성도 북한보다 훨씬 많았다. 눈이 남한화가 된 지금은 그 마른 몸매가 날씬한 몸매로 보이긴 하지만…. ‘역시 남남북녀’란 생각은 그로부터 1년 뒤 서울 강남에 처음 갔을 때 무참히 깨져버렸다. 어슬녘 강남역 앞에서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내 앞엔 미인들만 지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긴 미인들만 모아놓은 동네인가.” 물론 지금은 강남역에 다시 간다면 “코 세웠네. 턱 깎았네” 하며 어림짐작으로 견적을 때릴 수 있는 정도까진 됐다고 생각한다. 남쪽에서 강연을 다니다 보면 “북한 여성들이 예쁩니까” 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러면 나는 “아니요. 조선시대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남남북녀가 아니라 남남남녀의 시대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대를 거치며 자란 북한 아가씨들은 영양 부족으로 평균 키가 작은 데다 땡볕 속에서 수시로 사회 동원을 나가다 보니 피부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랬다 해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최근 북한 여성들의 평균 키는 빠르게 커져 평양의 아가씨들은 160cm가 돼도 작은 키라고 고민한다. 5년 전만 해도 155cm도 중간 키라고 했는데 벌써 그렇게 변했다. 미에 눈을 뜨는 속도는 더 무섭다. 그런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야는 성형시장이다. 북한도 이제는 턱뼈 깎는 고난도의 수술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성형수술은 다 한다. 쌍꺼풀 수술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이 10년도 채 안 됐는데 이제는 코도 높이고 이마에 필러도 넣는다. 가격도 매우 싸다. 쌍꺼풀은 20달러 정도, 코를 높이는 것은 재질에 따라 30∼50달러에 불과하다. 쌍꺼풀은 은퇴한 의사들이 집에 간단한 수술 도구를 갖춰놓고 도처에서 한다. 코 역시 구강병원에서 할 때도 있고 개인 집에서 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북한 아가씨와 이야기를 하다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요샌 산원(産院)에서 가슴 성형도 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 “아니, 북한 남자들이 이젠 그런 것까지 따집니까” 했더니 “선생님, 가슴 큰 여자 싫어하는 남자도 있습니까”라고 당당하게 대꾸한다. 북에는 심지어 키를 크게 해주는 수술까지 있다고 한다. 한국도 못 하는 것을 북에서 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돌팔이가 분명하다. 물론 수술의 종류가 다양화되는 것과는 별개로 의사들의 수준은 높지 않다. 재료도 중국에서 싼 것을 수입해 질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북한에선 “누가 사람이 붐비는 버스를 탔다가 코가 돌아갔다”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나돈다. 코가 돌아가도 손해배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실력은 있지만 못하는 수술도 있다. 라식 수술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까진 평양 통일거리에 있는 안과병원에서 라식 수술을 했다. 2005년 국제라이온스협회가 기증한 병원이다. 한동안 미세각막절삭기라는 특수 수술칼이 없어 당사자가 직접 구입해 가야 했다. 그런데 이 병원의 첨단기계가 고장 난 뒤론 라식 수술을 할 곳이 없어졌다. 시력이 나쁜 여성들이 중국에 나와 제일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라식 수술이다. 그런데 현지 가격이 1만5000위안(약 270만 원) 정도로 1년 넘게 벌어도 모으기 힘든 큰돈이다. 그래도 북한에서 안경 낀 여성은 너무 인기가 떨어져 외상으로라도 수술대에 오른다고 한다. 그나마 북에서 다이어트는 성형만큼 열풍이 불지는 않는다. 어차피 북에서 살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아직까진 살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미에 대한 욕망과 더불어 한국 드라마까지 광범위하게 퍼지다 보니 이젠 평양 젊은이들도 섹시하다느니, 에스라인이니 하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고 한다. 몇 년 전 평양 사람이 나보고 ‘파이팅’ 하길래 놀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 돼버렸다. 한류가 점점 흘러들어갈수록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애정 표현도 갈수록 과감해진다고 한다. 앞으론 평양에서 “처녀 동무 완전 섹시합니다. 에스라인 죽이네요” 하는 말을 듣게 되더라도 절대 놀랄 일이 아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의 화학·제약회사 바이엘이 115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종자 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사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연매출 670억 달러(약 80조 원)의 세계 최대 종자·농화학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두 업체의 세계 농화학시장 점유율은 32%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몬산토 인수 금액이 최대 630억 달러(약 7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몬산토의 시가총액은 443억 달러지만 바이엘 측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프리미엄을 얹어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 금액으로 따지면 1998년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사면서 낸 386억 달러를 넘어서는 독일 최대의 인수합병(M&A) 기록이다. 바이엘은 19일 “합병을 통해 회사를 혁신적인 생명과학 회사로 성장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통합 농화학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몬산토도 바이엘의 인수 제안을 검토 중이다. 몬산토는 경영권 매각보다 통합 농화학 사업을 위한 합작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수 추진 발표 당일 바이엘 주가는 7.74%나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가총액 739억 유로(약 99조 원)의 바이엘이 몬산토를 무리해서 인수하면 지나친 부채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엘의 순부채는 지난해 174억5000만 유로로 2011년의 70억 유로에서 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바이엘이 미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유럽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관련 규제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하면 4개월 안에 세계 1, 2위의 종자기업이 모두 매각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 2월 중국의 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는 몬산토의 경쟁 회사이자 세계 2위 종자업체인 신젠타를 430억 달러에 사들였다. 최근 풍작으로 곡물 가격이 크게 떨어져 종자업체 주가도 급락한 것이 매각의 원인으로 꼽힌다. 곡물 가격 하락은 농화학업체들의 합종연횡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1, 2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으로 자산가치 1300억 달러의 거대 공룡 화학기업이 탄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서울과 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2일, 전국 곳곳에선 때 이른 더위에 당황하는 풍경이 이어졌다. 23일에도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을 기록하고 전국 곳곳의 폭염주의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5월 최고기온이 나흘(19일부터 22일까지) 연속 30도를 넘은 것은 1950년 이후 66년 만이다. 24일 오후부터 비가 내려 더위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더위는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가열된 난기류가 우리나라 상공으로 유입됐다가 일본 동쪽 해상의 고기압에 막혀 정체된 탓에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폭염주의보 발령 시기도 지난해(5월 25일)보다 엿새 빨랐고, 2012년(6월 25일)보다는 한 달 이상 빨랐다. 다만 전국 단위로 보면 5월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적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른 더위를 ‘평년보다 더울 여름’의 전조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한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국가는 인도로 19일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인도 사상 최고기온인 51도가 관측됐다. 수도 뉴델리 기온이 46.4도까지 오르는 등 인도 곳곳에서 5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4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인도 전역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가축과 농작물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메콩 강 수위는 1926년 이후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유역 내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채소 가격이 40%나 폭등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