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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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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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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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美 특허권’ 문제는 풀어도 말은 못하는 학교 영어

    밥상에 꼭 필요한 김치가 떨어졌다. 남편에게 김치 만들 재료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남편이 배추 대신 인삼만 잔뜩 사왔다. “이게 뭐야? 배추는?” 하고 묻자 남편 왈, “인삼이 더 고급이잖아”라고 했다. “고급이면 뭐 해? 필요한 걸 사와야지” 하자 남편은 “그래도 고급이니 담가두면 좋을 거야”라고 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불행히도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교육계에서…. 바로 영어교육 얘기다.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 영어교육의 위기를 논하는 영어학회 공동 심포지엄이 열렸다. 발표자로 나선 황종배 건국대 교수는 EBS 수능 특강 영어교재에 실린 한 영어 지문을 보여줬다.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물에서 뽑아낸 ‘미국의 부동산 특허권’에 관한 지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인삼’ 같은 고급 지문이었다. 하지만 여덟 문장짜리 짧은 글은 생소한 내용과 난해한 문장이 반복돼 한국어 번역을 봐도 당최 맥락을 알기 어려웠다. 그야말로 ‘어렵다’는 데 유일한 출제 의의가 있었다. 황 교수는 “이런 EBS 문제가 실제 수능에 70%나 연계되고 학생들이 여기에 매달리면서 한국의 영어교육 자체가 완전히 망가졌다”며 “대체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서홍원 연세대 교수는 ‘인삼 지향적’ 영어 평가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줬다. 연세대는 2011년부터 모든 입학생을 상대로 영어 말하기 및 글쓰기 시험을 치러 수준별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평가등급은 A1, A2, B1, B2, C1, C2 등 총 6단계로 나뉘어 있다. A1은 영어로 전혀 소통이 안 되는 수준이고, C2는 원어민 중에서도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연세대 입학생 10명 중 7명이 B1 이하라고 한다. 70%가 ‘영어로 소통 잘 안 됨’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입학할 실력이면 미국 특허권에 대한 수능 지문 정도는 문제없이 풀었을 학생들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영어 읽기 수준이 매우 낮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단문 위주의 수능 영어만 파다 보니 정교한 논리로 전개되는 장문의 글을 전혀 해독하지 못한다”며 “한마디로 단어는 어마어마하게 많이 아는데 이를 전혀 활용할 줄 모른다”고 개탄했다.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살아갈 2030∼2050년의 한국을 상상해 보자.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위치를 바꿔야 할 정도’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시대다. 소비력을 가진 이들과 생산인구가 줄면 내수시장 자체가 확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경제를 일구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구조다. 그만큼 세계 경제와 해외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누구와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영어교육은 한결같이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올 초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 금지 조치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자 교육부는 “그 대신 학교 영어교육을 내실화하겠다”며 자문단을 급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원 중 한 명이 자문단을 그만뒀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죽 답답했으면 위촉장까지 반납했을까. 오늘도 교육부의 담론은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옳으냐, 옳지 않느냐’ ‘수능 EBS 연계를 70%로 하느냐, 50%로 하느냐’ 수준에 멈춰 있다. 본질적으로 다 부질없는 논의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소통할 수 없는 영어’임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어의 맛이 인삼으로 담근 김치를 먹은 듯 씁쓸하기만 하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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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툭 사표’ 안돼요… ‘떠날땐 뒷말 없게’ 이게 능력인

    ■ 회사 자주 옮기는 사회 초년생들… 퇴사 매너 몰라요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매일 이 말을 연습합니다. 네, 전 올해 안에 현재 다니는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5년차 직장인입니다. 퇴사를 고민한 지는 3년, 퇴사를 결심한 것은 작년이니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닙니다. 다만 퇴사를 확실히 결정하고도 언제,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퇴사 의사는 대체 언제까지 알려야 하는 건가요? 말해야 하는 대상은요? 입사 동기들에게 먼저 알리는 게 도리인가요? 아니면 직속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나요. 인사도 숙제예요. 이직 경험이 있는 대학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떠날 땐 말없이”라는 친구부터 “서운하단 뒷말 안 들으려면 한 분씩 제대로 인사해”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더라고요. 퇴사하는 순간까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좀 바보 같나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한국의 문화인걸요. 요즘은 퇴사 예절이 이직 때 평판조회에도 영향을 준대요. 한국 직장인의 퇴사예절, 정답은 무엇일까요? ■ 떠난 자리 크지 않게 신경쓰세요모든 직장인은 한 번쯤 퇴사를 꿈꾼다. 다만 요즘 직장인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적지 않은 수가 그 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업무, 조직문화를 이전 세대만큼 ‘인내’하지 않다 보니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2016년)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퇴사 방식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최승복(가명·38) 씨는 지난해 회사를 떠난 신입사원을 잊지 못한다. 입사 11개월차였던 해당 직원은 몰래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은 당일 사직서를 낸 뒤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동료는 물론이고 과장, 차장에게조차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부장에게만 ‘통보식’으로 던진 사표였다. 물론 업무 인수인계도 없었다. “이직이 많은 업계라 많은 퇴사자를 봤지만 최악이었죠. 능력이 있을진 몰라도 사람은 덜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사업 수주를 위한 팀 구성을 마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 벌어진 일”이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석 달 동안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느라 모두 그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사람인이 10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직 직원의 비매너 행동’ 가운데 1, 2위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함’(25.2%)과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24.5%)였다. 노무사 안태은 씨는 “법적으로 정해진 퇴사 통보 기한은 없다. 원한다면 오늘 통보하고 당장 내일 그만둬도 된다”며 “다만 이는 법적 기준일 뿐, 실제론 업무 인수인계와 대체 인력 확보를 위해 최소 한 달 전에는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퇴사 전 한 달을 활용해 후임자에게 줄 업무 개요를 정리하고, 중요 관련자의 연락처를 적어주는 것,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퇴사자의 예절’에 속한다. 반면 후임에 대한 배려 없이 컴퓨터 중요 파일을 삭제하거나,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으면 두고두고 비난을 받기 쉽다. 퇴사 통보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손성곤 직장생활연구소장은 “자신의 1차 평가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며 “퇴사 사유를 말할 때는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말하기보다는 ‘저에겐 다른 일이 더 맞는 것 같아서’ 등 ‘나’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 좋다”고 말했다. ‘팀장이 너무 이상해서’ ‘미래가 없는 조직 같아서’처럼 노골적인 이유를 대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업계 순위가 더 높은 경쟁사로 이직하며 본의 아닌 말실수를 한 신모 씨(39)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퇴사를 기념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월급에 이렇게 일하는 게 말이 되냐” “십 년을 다녀도 남는 게 없을 것” 등의 이직 속내를 털어놨다가 한참 뒤에야 “기분이 나빴다”는 동료들의 푸념을 듣고 “아차 싶었다”고 했다. ‘이 월급’에 ‘십 년을 더 다닐 생각’인 동료들에게는 박탈감과 불쾌감을 주는 말이었다. 손 소장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퇴사하는 이들 중에는 퇴사 직전 공개적으로 전사에 특정인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특정인에게 치명타를 주겠다는 생각이겠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더 찜찜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 채용 시 전 직장에서의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퇴사 예절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대상 직원이 전 직장에서 퇴사 예절이 좋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 십중팔구 이들을 ‘감점’(50%)시키거나 ‘탈락’(43.3%)시켰다. 퇴사할 땐 직장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과도 충분히 교감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퇴사자를 걱정하는 이들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서 3년을 근무하고 퇴사한 박상준 씨(29)는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가족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씨는 “부모님께는 한 번도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부모님의 신뢰를 얻고 가족이 함께 웃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황태호 taeho@donga.com·임우선 기자○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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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사하겠습니다” 회사 떠날때도 예의를?…정답은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매일 이 말을 연습합니다. 네. 전 올해 안에 현재 다니는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5년차 직장인입니다. 퇴사를 고민한지는 3년, 퇴사를 결심한 것은 작년이니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닙니다. 다만 퇴사를 확실히 결정하고도 언제,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퇴사 의사는 대체 언제까지 알려야 하는 건가요? 말해야 하는 대상은요? 입사 동기들에게 먼저 알리는 게 도리인가요? 아니면 직속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나요. 인사도 숙제에요. 이직 경험이 있는 대학동기들에게 물어보니 “떠날 땐 말없이”라는 친구부터 “서운하단 뒷말 안 들으려면 한 분 씩 제대로 인사해”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더라고요. 퇴사하는 순간까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좀 바보 같나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한국의 문화인걸요. 요즘은 퇴사 예절이 이직 때 평판조회에도 영향을 준대요. 한국 직장인의 퇴사예절, 정답은 무엇일까요?모든 직장인은 한번쯤 퇴사를 꿈꾼다. 다만 요즘 직장인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적지 않은 수가 그 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업무, 조직문화를 이전 세대만큼 ‘인내’하지 않다보니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2016년)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퇴사방식이다. 정보통신(IT)업계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최승복(38·가명) 씨는 지난해 회사를 떠난 신입사원을 잊지 못한다. 입사 11개월 차였던 해당 직원은 몰래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합격통보를 받은 당일 날 사직서를 낸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동료는 물론 과장, 차장에게조차 말 한마디 않고 부장에게만 ‘통보식’으로 던진 사표였다. 물론 업무 인수인계도 없었다. “이직이 많은 업계라 많은 퇴사자를 봤지만 최악이었죠. 능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은 덜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사업 수주를 위한 팀 구성을 마친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 벌어진 일”이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석 달 동안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느라 모두 그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사람인이 10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직 직원의 비매너 행동’ 가운데 1, 2위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함’(25.2%)과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24.5%)였다. 노무사 안태은 씨는 “법적으로 정해진 퇴사 통보 기한은 없다. 원한다면 오늘 통보하고 당장 내일 그만둬도 된다”며 “다만 이는 법적 기준일 뿐, 실제로는 업무인수인계와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최소 한 달 전에는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퇴사 전 한달을 활용해 후임자에게 줄 업무 개요를 정리하고, 중요 관련자의 연락처를 적어주는 것,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퇴사자의 예절’에 속한다. 반면 후임에 대한 배려 없이 컴퓨터 중요 파일을 삭제하거나,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으면 두고두고 비난을 받기 쉽다. 퇴사 통보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손성곤 직장생활연구소장은 “자신의 1차 평가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며 “퇴사 사유를 말할 때는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말하기 보다는 ‘저에겐 다른 일이 더 맞는 것 같아서’ 등 ‘나’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 좋다”고 말했다. ‘팀장이 너무 이상해서’, ‘미래가 없는 조직 같아서’처럼 노골적인 이유를 대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업계 순위가 더 높은 경쟁사로 이직하며 본의 아닌 말 실수를 한 신모 씨(39)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퇴사를 기념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월급에 이렇게 일하는 게 말이 되냐”, “십 년을 다녀도 남는 게 없을 것” 등의 이직 속내를 털어놨다가 한참 뒤에야 “기분이 나빴다”는 동료들 푸념을 듣고 “앗차 싶었다”고 했다. ‘이 월급’에 ‘십년을 더 다닐 생각’인 동료들에게는 박탈감과 불쾌감을 주는 말이었다. 손 소장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퇴사하는 이들 중에는 퇴사 직전 공개적으로 전사에 특정인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특정인에게 치명타를 주겠다는 생각이겠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더 찜찜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 채용 시 전 직장에서의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퇴사 예절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대상 직원이 전 직장에서 퇴사 예절이 좋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 십중팔구 이들을 ‘감점시키거나(50%)’, ‘탈락(43.3%)’시켰다. 퇴사할 땐 직장사람들 뿐 아니라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과도 충분히 교감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퇴사자를 걱정하는 이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서 3년을 근무하고 퇴사한 박상준(29) 씨는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가족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씨는 “부모님께는 한번도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부모님의 신뢰를 얻고 가족이 함께 웃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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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소개팅때 약속한 ‘행복’ ‘혁신’… 19세때 배신의 교육 안 되길

    ‘14 대 3.’ 13일 치러진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가 진보 진영의 압승으로 끝났다. 보수 진영은 참패의 원인을 ‘깜깜이 선거 속 진보 정치세력의 결집’, ‘현직 프리미엄’ 등에서 찾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진보 교육 전성시대’가 설명되진 않는다. 오히려 보수 패배의 핵심은 진보와의 ‘가치 싸움’에서 밀린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은 공통적으로 ‘행복’과 ‘혁신’의 가치를 내세웠다. 이 땅의 만 19세 이상 성인들은 누구나 미래의 아이들이 달라진 학교 안에서 행복한 교육을 받길 원한다. 본인들이 극한의 경쟁 속에서 공부를 잘해야만 대접받는 한국의 교육을 체험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행복과 혁신 외에도 진보 교육감들은 ‘인성’, ‘민주시민’, ‘창의예술’, ‘평등’, ‘교육복지’, ‘평화’, ‘무상교육’까지 거의 인류 보편적 가치에 가까운 온갖 좋은 단어를 내세웠다. 그때 보수는 무엇을 말했나. ‘전교조 NO’, ‘자사고·정시 확대 YES’ 같은 지엽적이고 심지어 ‘그들만의 리그’를 지키려는 듯한 구호를 외쳤다. 안 그래도 국민들의 머릿속에 지난 보수 정권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득한 상황에서 보수는 좀 더 새로웠어야 했다. 선거란 소개팅 같다. 아무리 스펙(공약)이 좋은 상대가 나와도 ‘느낌’이 별로면 마음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하루에 딱 한 번만 손에 물 묻게 할게’라고 말하는 사람은 현실적이고 신실한 결혼 상대일 수 있지만 매력적이진 않다. 그보다는 밑도 끝도 현실성도 없지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행복하게 해 줄게’라고 말하는 상대가 더 끌리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가 내세운 가치는 보수보다 매력적이었다. 자, 이제 문제는 결혼 이후다. 앞서 경험했듯, 상당수의 진보 교육감들에게 결혼(당선) 전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교육 가치를 구현할 구체적 정책 능력은 물음표다. 이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인 ‘학교에서 덜 가르치고(학업량 축소), 덜 평가하는(각종 고사 폐지)’ 정책을 택하고 있다. 적당히 가르치고, 숙제도 없고, 시험도 안 보니 당장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적다. 그러나 학교가 ‘가르치는 척’만 하다 보니 아이들은 제대로 배우려면 점점 더 학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수학 같은 공부 교과뿐 아니라 생존수영 같은 예체능까지도 그렇다. 오죽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 수영만 해서는 한 학기가 끝나도 물에 뜨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을까. 진보 교육 체제에서 갈수록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연이 아니다. 학교가 교육에 손을 놓을수록 사교육의 세는 커진다. 경제력에 따른 학력차 또한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고소득 가구의 월평균 자녀 교육비가 빈곤층의 27배에 달한다는 통계청 조사도 나왔다. 이 아이들은 학력의 시작은 같았을지 몰라도 끝은 다를 것이다. 가게 되는 대학, 갖게 되는 직업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진정한 행복 교육이란 ‘18세까지만 행복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일생이 행복한 교육’이 돼야만 한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가르칠 건 가르치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부족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확인된 부족함은 줄 세우는 데 쓸 게 아니라 교사와 학교가 책임지고 채워줘야 한다. 18세까지 ‘행복 교육’인 줄 알았던 게 19세에 ‘배신의 교육’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행복’과 ‘혁신’을 약속한 진보 교육감이 풀어야 할 숙제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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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줄어도 교원 늘리자는 교육감 후보들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9명 중 31명(52.5%)이 교사나 교사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교육공무직 등 교직원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6일 후보자 59명의 공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이는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역행하는 공약이다. 유권자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깜깜이’ 교육감 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후보자들은 정치세력으로 조직화된 교사 및 교육공무직 표심 잡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무상복지보다 더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면서 추계한 연도별 학생 수 예측에 따르면 초등생은 올해 271만 명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 임기인 2022년 255만 명으로 16만 명 줄어든다. 중고교생은 올해 288만 명에서 2022년 249만 명으로 39만 명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매년 교사를 줄여나가 2030년까지는 2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교사 수를 줄인다는데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은 교육계 표를 얻기 위해 교직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교사 수는 약 38만 명, 교육공무직 수는 약 14만 명이다. 교육감 선거의 낮은 득표율을 감안할 때 이들 조직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정교사를 증원하는 것은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결정하게 돼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청에서는 국가공무원인 교사 수를 늘릴 권한이 없다. 지금 공약대로라면 비정규직 교사, 비정규직 교육공무직만 양산하게 된다”며 “학교 현장에서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교육공무직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보수 후보 가릴 것 없이 ‘무상복지’ 공약도 쏟아졌다. 교육감 선거 후보자 59명 중 49명(83%)이 ‘공짜’를 약속했다. 어린이집 ‘무상보육’처럼 유치원 ‘무상교육’을 도입하겠다고 하거나 무상교복, 무상체험학습, 무상수학여행, 무상생리대 등 일회성 퍼주기 공약도 남발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한 후보는 드물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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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학년도 대입, 학종 교사추천서 없어지고 선발정보 공개될 듯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결정 시한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방식을 통해 대학을 갈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발로 대입제도 개편을 1년 뒤로 미뤘다. 지난 8개월간 각종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작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어느 것 하나 확실히 결정내지 못했다. 그 대신 4월 “국가교육회의가 결정 또는 판단을 해달라”며 이송안을 작성해 수십, 수백 가지의 ‘옵션 선택’이 가능한 정책 파일을 국가교육회의로 보냈다.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공론화를 통해 정하겠다”며 몇 가지 주요 사안만 남기고 나머지는 “교육부가 정하라”며 되돌려 보냈다. 교육부로 되돌려 보내진 사안들은 얼핏 보면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할 사안보다 비중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하나하나가 수험생의 대입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육부로 다시 넘어온 의제들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각 사안의 향방을 짚어봤다.○ 국가교육회의, 2개 빼고 교육부 이송안 사실상 수용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로 되돌려 보낸 사안들은 크게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 폐지 여부 △대학별 학종 전형 절차, 평가 기준, 선발 결과 공개 여부 △입시 부정 징계 강화 수위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수능 과목 포함 여부 포함한 수능 과목 구조 개편 △대학별 적성고사 폐지 및 면접 구술고사 개선 여부 △수능과 EBS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50%로 낮출지 여부 등이다. 이 가운데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 측에 “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히 할 것을 주문한 사안은 △학종 자기소개서 폐지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수능 포함 여부 등 2개다. 뒤집어 말하면 이 두 개 사안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교육회의도 교육부의 이송안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가 검토 등 추가 절차를 밟긴 하겠지만 국가교육회의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나머지 정책들에 대해서는 이송안에 담았던 안을 기본으로 해서 정책 방향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사추천서 폐지-대학별 선발정보 공개 추진 이송안 내용 및 교육부 설명을 바탕으로 보면, 먼저 학종에서 교사추천서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송안에서 교육부는 교사추천서에 대해 “학생부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으로 대체 가능하다”며 폐지 의견을 물었다. 자기소개서도 “대필, 허위 작성 등의 우려가 있다”며 폐지 여부를 물었지만 국가교육회의가 자소서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한 만큼 재고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로 학종 선발 정보 공개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앞서 “학종 정보 공개 여부를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공통 평가기준, 대학별 중점 평가요소, 모범 사례 등을 공개”하는 안을 제안했다. 공개 정보에는 대입 전형별 신입생들의 출신 지역 및 고교 유형 정보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A대학이 교육특구 혹은 수도권 학생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또 일반고 대비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을 얼마나 뽑는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발 기준과 정보가 지나치게 공개될 경우 오히려 이에 맞춰 입시를 준비하고 사교육을 찾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공개 항목 및 공개 수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 추후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성고사’라 불리는 대학별 객관식 지필고사도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송안에서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성고사 시행 금지 방안을 제시했다. 적성고사는 현재 12개 대학에서 시행되며 이를 통해 4800여 명(학생부교과전형에 포함)이 선발된다. 교육부는 “수능 같은 객관식 방식으로 출제되는 적성고사를 별도 운영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폐지에 힘을 실었다. 대학별 면접·구술고사 또한 학생부에 기반해 면접을 진행하도록 원칙을 정할 예정이다. 수능과 EBS 연계율은 현행 70%에서 50%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 함께 고3 교실이 EBS 문제풀이의 현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따라 수능과 EBS의 연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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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보 59명중 20명 전과… 음주운전 5명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3명 중 1명은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전과자가 5명이나 되고, 심지어 4건의 전과 기록을 보유한 후보자도 있었다.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할 교육감 후보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6일 후보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전과기록증명에 따르면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59명 중 20명(33.9%)은 전과 기록이 있었다.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위반한 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로 총 11건(7명)의 전과가 확인됐다. 전교조 교사 출신으로 울산지부 1, 2대 지부장을 지낸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후보가 총 4건의 집시법 위반 전과를 보유해 최다를 기록했다. △박효석 부산시교육감 후보 2회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후보,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후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후보,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후보,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후보는 각 1회였다. 다음으로 많은 후보자들의 전과는 ‘음주운전’이었다. 총 5명의 후보가 음주운전 전과 기록이 있었다. 명노희 충남도교육감 후보는 201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500만 원을, 김성진 부산시교육감 후보와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각각 2002년과 2003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후보와 이찬교 경북도교육감 후보 역시 각각 벌금 150만 원(2011년)과 벌금 100만 원(2000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전과를 가진 후보는 정찬모 울산시교육감 후보,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후보,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후보 등 3명이었다. 송주명 후보, 임해규 후보 등 2명의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를 보유했다. 각종 법 위반으로 수백만, 수천만 원의 벌금 처분을 받은 후보도 많았다. 이재정 후보(경기도)는 2004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3000만 원 처분을, 홍덕률 후보(대구시)는 2014년 업무상횡령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김석기 후보(울산시)는 1992년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 원 △김승환 후보(전북도)는 지난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벌금 700만 원 △최순자 후보(인천시)는 2013년 국회 증언감정 등 법률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김지철 후보(충남도)와 이찬교 후보(경북도)는 각각 도로교통법 위반(2011년·사고후미조치)과 업무방해죄(2003년)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김광수 후보(제주도)도 정보보호법 위반(2014년·정보통신망침해)으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대전시, 광주시, 강원도교육감 선거 출마자 가운데 전과 기록을 가진 후보는 없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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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現 中3 대입, 수시-정시 통합방안 백지화

    현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서 수시·정시모집 통합 방안이 백지화됐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적 관심이 높고 대입 전형에서 중요한 3개 쟁점은 공론화를 통해 정하고, 나머지는 교육부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 쟁점은 △학생부(교과·종합)-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 간 선발비율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다. 수시·정시 선발시기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현행을 유지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수시와 정시 전형이 분리된 형태로 유지될 예정이다. 정시를 별도 운영하게 되면서 전 과목 절대평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번 공론 조사에서 여론이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 학생부-수능 위주 전형 간 비율도 전국 대학에 획일적인 적용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 결국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가 결정을 ‘핑퐁’하면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현행대로 수능 상대평가 유지될 듯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위 위원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간 적정 비율을 정해 일률적으로 권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발 방법의 비율’ 문제는 국민제안 열린마당이나 온라인 의견 수렴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 공론화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선발방법 비율에 대한 의견은 4차례 대입제도 권역별 공청회에선 35.6%(1371건), 온라인 의견 수렴에선 36.9%(834건)를 차지했다. 당초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전형 간 비율 검토를 요청했으나 대입제도개편특위는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수능 등 3개 전형의 종합적인 검토를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에선 학생부교과전형이 50%가 넘는데 논의 자체가 안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선발방법 비율은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와 연계해 논의한다. 절대평가 도입 또는 현행처럼 상대평가 유지 등 수능 평가 방식도 공론화에 넘긴다.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된 결정적인 원인인 만큼 반드시 공론화를 거쳐야 국민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교육부가 제안했던 과목 간 유·불리 보정이 어려운 수능 원점수제는 공론화 범위서 제외했다. 절대평가 시행 이후 변별력을 보완하기 위한 동점자 원점수 제공 방안도 폐기됐기 때문에 사실상 상대평가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수능 평가방식은 지난해 8월 교육부 원안으로 회귀한 셈이다. 한 교수는 “당시 수능 절대평가 도입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많아 대입제도 전반을 검토하기로 한 것인데 다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수시-정시 통합은 무산 대입제도개편특위가 현행 수시-정시 분리 체계를 유지할 것을 교육부에 권고하면서 수시·정시 통합은 무산됐다. 고교 3학년 2학기 교실 붕괴를 막는다는 ‘효용’보다 입시에서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비교과+수능)이 부활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전형 기간이 단축되면 학종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기술적·전문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학종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 폐지 △수능 과목 구조(통합사회·통합과학 포함 여부) △수능-EBS 연계율 개선 등은 교육부로 다시 이관됐다. 앞으로 공론화위는 선발방법 비율과 수능 평가방식을 조합한 4, 5개 대입제도 모형을 만들어 시민참여단 400명의 의견을 묻게 된다. 16, 17일경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대입제도 모형이 만들어진다. 구체적인 대입제도 모형이 도출되면 찬반 여론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수능을 무력화시키는 절대평가 도입 여부는 교육부 차원에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진보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문재인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도입 공약이 좌초될 수 있다.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조유라 기자}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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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숙 총장 “도전은 이화의 힘… ‘여성들의 분야’ 넘어 이공계 역량 강화 집중”

    “이화여대가 미래를 이끄는 여자대학이 되려면 여성들의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됐던 것들에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여학생들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시대의 변화를 이끌 분야로 인도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5월 31일 이화여대 제16대 총장이 된 김혜숙 총장(64)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김 총장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파문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학교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화여대 131년 역사상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돼 높은 관심을 받았다.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총장은 “지난 1년을 이화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썼다면 남은 임기는 이화의 도전하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했는데 지난 1년이 어땠는지…. “학교가 좋은 상황일 때 취임했다면 성과라든지,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상황이 상당히 어지러웠던 터라 학내를 안정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유라 씨 사태를 겪으면서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화여대에 대한 비난에 여혐(여성혐오)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런 부분을 보듬고 치유하는 데 역점을 뒀다. 최근에는 학생들 상황이 많이 안정됐다고 느낀다.” ―학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총장이 됐는데, 교수일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실 교수는 다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공부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문제의식과 지적 호기심을 좁게 정의된 전문영역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발전시키면 된다. 총장은 다르다. 교수, 학생, 직원, 용역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내가 익숙했던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하게 된 셈이다. 막상 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 공부가 제일 쉬웠다(웃음).” ―정유라 씨 사태 이후 이화여대의 위상 하락에 대한 우려도 많았는데…. “학내 구성원들도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입시철에 입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나왔는데, 걱정과 달리 2018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들의 점수가 오히려 올라갔다. 앞으로 여성 교육에서 이화여대의 임무를 더욱 정교하게 정립하고 미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에 이화여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간 이화여대는 우리나라의 여성 고등교육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끌어 왔다. 세계적으로 이화여대만큼 긴 역사와 큰 규모를 가진 여자종합대학이 없다. 단 1명의 학생에서 시작한 학교가 2만5000명의 재학생과 22만 명의 동문을 가진 학교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이화여대 출신 교수 수가 3000명을 넘는다. 국내 100대 그룹의 비오너 출신 여성 임원 가운데 이화여대 동문이 가장 많다. 역대 여성 국회의원 중에서도 이화여대 출신이 압도적이다. 그만큼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할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정신을 살려 이화여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찾고 그 의미를 보여줘야 한다.” ―총장으로서 강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이다. 이화의 힘은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을 깨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 여성이라고 해서 억압받거나 주눅 들지 않고 이화라는 공간을 통해 자유롭게, 재밌게, 열심히 학생들이 자신을 펼치길 바란다. 도전하는 길에는 언제나 힘든 일이 생긴다. 그래도 꿋꿋하게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힘들 때면 항상 엄마 세대를 생각한다. 끔찍한 전쟁을 겪고도 자식을 봐서 버텨 온 분들이 엄마들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 그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어떠한 난관도 뚫고 이겨낼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미투’, ‘여혐’ 등 남녀 갈등 구도 속에서 ‘펜스룰’ 등 사회에 진출한 여학생들의 어려움이 큰데…. “참 어려운 문제다.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리리라 본다. 남성이 여성을 대할 때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태도를 먼저 익혀야 한다. 그런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여성 인권의식이 높다.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돼 있어 역반응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우리가 겪어야 하는 문제다. 힘들어도 잘못된 것엔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이공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현재 이화여대에서 가장 큰 단과대는 공대다. 과거에는 인문대나 사범대였지만 이제는 공대가 제일 크다. 미래를 이끄는 여자대학으로서 이화여대가 살아남으려면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여성들의 분야’나 ‘여성들의 직업’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시대의 변화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인간의 문명을 이끌어갈 대학의 지적 동력을 스스로 창출해 내야 한다. 지금은 기술 주도 사회다. 문과든 이과든 기술 역량은 기본이 돼야 한다. 여성이 이 변화에서 뒤처지면 여성들은 또다시 사회의 후발 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여학생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가 빨리 가야 한다.” ―투자에 걸맞은 성과가 있었나. “최근 몇 년간 이화여대가 리서치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앞으로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매년 100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을 10년 동안 지원받아 물리학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양자 나노 과학을 연구할 별도의 연구협력관도 짓고 있다. 여학생들은 물리학에 약하다는 그런 사회적 편견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나노 화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솔베이, 바스프 등과 긴밀한 연구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집중 투자할 것이다.” ―창업 등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화 52번가’라고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사업 모델이 있다. 학교 정문 바로 옆에 죽어가던 뒷골목 상권이 있었다. 과거 잘나가는 패션 상권이었는데 권리금이 오르고 상권이 이동하면서 점포가 텅텅 비는 등 지역경제의 문제가 됐다. 여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학교와 지역이 합심해 ‘청년 스타트업의 창업 공간’으로 꾸몄다. 학교에서 배출한 예비창업자들에게 이 공간을 제공했다. 건물 임대료의 안정화를 위해 학교 자금으로 5년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폐허나 다름없던 골목이 청년 창업가들의 트렌디한 레스토랑, 디자인 상점, 갤러리 등으로 채워지면서 과거보다 2배 이상 유동 고객이 늘었고 공실률도 50%에서 5% 밑으로 떨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둘러보고 ‘이게 바로 내가 원한 모델’이라고 했다더라.” ―남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디지털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나 강의실 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지금의 대학 환경은 3차 산업시대에 맞춰져 있는데 앞으로는 커리큘럼도 문·이과가 교차로 복수전공을 할 수 있도록 바꾸려 한다. 우리 학교가 진지한 연구 집단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리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새로운 대안적 지식과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도록 하고 싶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사실 10년 가까이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우리뿐 아니라 많은 우수한 대학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최근 동문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월 1만 원씩 기부하는 ‘선배라면’이란 소액 장학금 기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려 24억 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이 돈은 학교 안에 쌓이는 것이 아니고 들어오는 즉시 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빠져나간다. 선배의 1만 원이 후배에게 직접 장학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 선배들이 더 많은 후배를 끌어주길 바란다.”인터뷰=강수진 부국장·정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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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생 뽑을때 성적만큼 경험-활동 중시” 슐리셀 美미시간대 총장 방한

    “대학이 성적이 만점인 학생들로만 채워진다면 아주 재미없는(boring) 공간이 될 겁니다. 신입생을 뽑을 때 학문적 재능뿐 아니라 경험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지요. 각기 다른 배경의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협력하고 급변할 미래에 대비하게 하는 것이 미래 대학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명문 대학인 미시간대를 이끄는 마크 슐리셀 총장의 미래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아시아 지역 미시간대 동문 행사 참석차 방한한 그를 26일 서울에서 만났다. 다음은 슐리셀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은 대입제도 개편 논쟁이 뜨겁다. 미시간대는 학생을 어떻게 뽑나. “우리는 결코 시험 성적이나 등급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한 종류의 학생만으로 대학이 가득 차는 것은 교육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모습에서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배운다. 더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의 전체적인 면을 평가한다. 점수나 등급뿐 아니라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경험과 활동을 했는지를 본다.” ―한국도 비슷한 선발제도(학생부종합전형)가 있지만 사회적 불신이 크다. 기득권에 유리하단 지적도 있다. “공감한다. ‘좋은 교육을 받은 부모의 자녀가 또다시 고등교육의 기회를 갖는 데 유리한’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한다. 그들은 더 똑똑한(smarter) 게 아니다. 부모가 부와 인맥을 통해 교육을 지원해주는, 운이 좋은(luckier) 학생일 뿐이다. 이럴수록 대학은 교수나, 정치가나, 자본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학생 선발 과정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비판에 대해서는 소통해야 한다. 나도 미시간대에 불합격한 학생의 부모에게서 불만의 편지를 많이 받는데 직접 답장을 쓴다.” ―학교를 이끌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적 환경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등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 안의 19개 스쿨 및 칼리지가 서로 협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우리가 2년 전 시작한 ‘빈곤 퇴치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경영, 법, 공공정책, 교육, 경제, 의학 등 모든 영역의 교수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경쟁적 대학문화에서는 협력이 쉽지 않은데…. “확실한 인센티브를 준다. 새로운 리서치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재정 지원을 하는데 조건을 붙인다. 각기 다른 3개 분야의 교수 3명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서로 협력해 팀의 성과를 높여야 좋은 성적을 받는다.” ―한국은 대학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미래 공동체를 위해 함께 투자하는 것이란 확신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대학 졸업자가 많은 주일수록 주의 전체 소득 또한 높다는 조사가 있다. 교육적 성과는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최고의 대학들에 장기적 관점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우리와 달리 지금 학생들은 일생 동안 여러 개의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넓은 분야를 이해하는 유연한 교육을 받고 새롭게 생겨나는 기술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또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옆집 사람처럼 교류하는 시대인 만큼 모든 한국 학생이 (국제 공용어인) 영어를 편안하게 쓰도록 가르치고, 수학과 기술 교육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리라고 본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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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내신 전쟁터’에 내몰린 아이들

    “요즘 대치동은 분위기가 어때요?” “내신에 ‘올인’이죠 뭐. 지금 믿을 건 내신뿐이잖아요.” 최근 입시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내신 얘기가 오간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생부종합전형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1년째 흔들기만 하는 사이, 내신은 입시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가 학교 시험성적(내신) 위주로 가는 ‘학생부교과전형’(41.5%), 또 하나가 내신에다 교과 외 활동까지 보는 ‘학생부종합전형’(24.4%), 마지막이 ‘수능’(20.7%)이다. 선발 비중이 가장 높은 데다 정부가 유일하게 손을 안 댄 안전한 전형이 교과전형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내신 따기에 전력 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과전형은 얼핏 보면 제법 괜찮은 선발 방식 같다. 학교 시험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받은, 성실하고 우수한 학생을 뽑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좋아한다. 학교 시험은 교사가 출제권을 가진 데다 학종에 비해 이것저것 써줘야 하는 부담도 적어서다. 하지만 학창시절 공부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내신시험이야말로 진짜 아이들을 ‘미치게 하는’ 경쟁이란 것을 안다. 철마다 돌아오는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학생들은 피가 마른다. 지금까지 잘 달려왔다 해도 한 번의 고사, 한 과목이라도 망치면 내신으로 원하는 대학 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한 문제에 죽고 사는 판인데 ‘창의적인 발상’, ‘남과 다른 도전’을 했다가는 필패(必敗)로 가는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내신 경쟁은 아이들을 몹시 치졸하게 만들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 달리는 ‘전국구 시험’인 수능과 달리 내신은 당장 내 옆자리 친구, 내 옆 반 학생을 이겨야만 한다. 제 아무리 교육과정을 바꾸고 과정 중심 평가를 해도, 이런 전쟁에서 ‘친구와의 협업’ 같은 건 윤리 교과서에나 나올 소리다. 수능도 출제 수준이 낮다는 비판을 받지만 내신 문제 수준은 그보다도 더 낮은 편이다. 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출제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전혀 가르치지도 않은 어려운 문제를 내고 손쉽게 학생을 줄 세우는 교사도 있다. ‘고난도 선행 문제’가 섞여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학생들이 내신 관리를 위해 학원을 찾는 이유다. 그럼에도 올 초 교육부의 한 간부는 “학교 시험에서 가르치지도 않은 문제를 내는 그런 간 큰 교사가 있냐”며 “나도 한때 교사를 했지만 그런 선생님은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다른 별’에 사는 걸까. 교육부의 현실 인식이 이상주의에 머물러 있는 동안 요즘 학원들은 ‘학교별 과목별 맞춤형 내신 관리’를 내걸고 과거보다 더 세분화된 형태의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3, 4명에서 많게는 7, 8명의 소그룹 규모로 학원비는 비쌀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 등 교육특구 지역의 일부 강좌는 이런 내신 대비반의 과목당 강의료가 1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마치 마트의 ‘3+1 행사’처럼, 국영수 세 과목을 한 학원에서 들으면 300만 원에 사회탐구나 과학탐구까지 끼워주는 경우도 있단다. 학원가 한 관계자는 “우리도 ‘이게 다 뭔 짓인가’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아이들은 수십만, 수백만 원을 지불하며 학교 시험을 위해 학원으로 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모든 교육 개혁이 교육부와 학원연합회의 ‘짬짜미’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학교 교육과 입시의 전체 틀을 종합적으로 길게, 현실적으로 보지 않은 교육 개혁의 그늘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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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문객 맞이 정신없는 3일장… 간소한 2일장은 불효일까요

    ■ 101세 모친상, 가족끼리 모여 조용히 2일장 지난해 인상 깊은 장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 선생님의 모친상이었는데 가족끼리만 모여 2일장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부고조차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니 노모가 101세에 돌아가신 데다 본인도 팔순이 넘어 번잡스럽게 알릴 필요 있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는 먼저 세상을 떴고, 고령의 올케와 본인만 남아 가족끼리 작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더군요. 식구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하고 다음 날 화장을 하니 자연스럽게 2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 은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장까지 지낸 분이라 충분히 많은 문상객이 올 수 있었을 텐데, 남들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평소 성품대로 장례를 치른 셈이죠. 한편으론 ‘이게 고령화시대의 장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대로 모셔야지, 빈소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하지만 화려하게 꽃 장식을 하고 손님을 많이 받는 3일장을 한다고 장례의 의미가 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소한 장례는 불효일까요? ■ 3일 내내 허둥지둥… 추모할 틈 없어올 초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김모 씨(39)는 아버지를 3일장으로 모셨다. 3일장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김 씨는 “한국에서 장례는 무조건 3일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께 올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부고도 많이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정작 안치실의 아버지 얼굴은 몇 번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밤낮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지인만 모여 뜻깊은 예식을 올리는 간소한 장례식도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마지막에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막상 내가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법의 의미보다 형식과 크기에 치중하는 한국의 장례는 조문객에게도 부담이다. 영업직인 김진표(가명·37) 씨는 매주 한두 번은 꼭 문상을 간다. 그는 “내가 가는 상가 중 고인을 직접적으로 알거나 유족과 친밀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부의 봉투를 내고 ‘얼굴도장’을 찍으러 간다. 일의 연장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환(가명·32) 씨는 “얼마 전 혼자 지방의 상가에 갔는데 조문객들이 계속 이어져 정작 상주를 위로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혼자 민망하게 육개장 한 그릇 먹고 얼른 일어섰다”고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고인의 추모와 유족의 위로’라는 장례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살리려면 손님 받기 위주로 진행되는 3일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우리처럼 3일장을 치르지만 조문객을 받는 시간을 제한한다. 서동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소장은 “일본에 가보니 3일장의 첫날은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을 정해 조문객을 받더라”며 “초청 규모도 50∼100명 정도로 적었다. 추모예식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내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우리나라 특유의 장례 문화인 셈이다. 본래 장례식장 식사 문화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여를 나를 때 상여꾼들과 멀리서 온 조문객에게 밥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장례 한 건당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식대”라며 “식사 문화만 바꿔도 장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의금을 받지 않고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자연스레 장례 기간이 2일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을 할 수 있다. 2일장은 가장 짧은 형태의 장례인 셈이다. 서울 한 중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고모 씨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늘다 보니 현재 우리 병원 장례 10건 중 1건은 빈소를 차리지 않는 1박 2일장”이라며 “조문객 없이 3일장을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가족장이나 장례식 없이 곧바로 화장만 하는 직장(直葬)이나 1일장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2일장 등 ‘간소한 장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장례 기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장례 예식 문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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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사회] 무조건 3일장? 1박2일 작은 장례식은 ‘불효’인가요?

    지난해 인상 깊은 장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 선생님의 모친상이었는데 가족끼리만 모여 2일장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부고조차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니 노모가 101세에 돌아가신 데다 본인도 팔순이 넘어 번잡스럽게 알릴 필요 있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는 먼저 세상을 떴고, 고령의 올케와 본인만 남아 가족끼리 작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더군요. 식구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하고 다음 날 화장을 하니 자연스럽게 2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 은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장까지 지낸 분이라 충분히 많은 문상객이 올 수 있었을 텐데, 남들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평소 성품대로 장례를 치른 셈이죠. 한편으론 ‘이게 고령화시대의 장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대로 모셔야지, 빈소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하지만 화려하게 꽃 장식을 하고 손님을 많이 받는 3일장을 한다고 장례의 의미가 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소한 장례는 불효일까요?올 초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김모 씨(39)는 아버지를 3일장으로 모셨다. 3일장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김 씨는 “한국에서 장례는 무조건 3일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께 올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부고도 많이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정작 안치실의 아버지 얼굴은 몇 번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밤낮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지인만 모여 뜻깊은 예식을 올리는 간소한 장례식도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마지막에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막상 내가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법의 의미보다 형식과 크기에 치중하는 한국의 장례는 조문객에게도 부담이다. 영업직인 김진표(가명·37) 씨는 매주 한두 번은 꼭 문상을 간다. 그는 “내가 가는 상가 중 고인을 직접적으로 알거나 유족과 친밀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부의 봉투를 내고 ‘얼굴도장’을 찍으러 간다. 일의 연장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환(가명·32) 씨는 “얼마 전 혼자 지방의 상가에 갔는데 조문객들이 계속 이어져 정작 상주를 위로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혼자 민망하게 육개장 한 그릇만 먹고 얼른 일어섰다”고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고인의 추모와 유족의 위로’라는 장례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살리려면 손님 받기 위주로 진행되는 3일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우리처럼 3일장을 치르지만 조문객을 받는 시간을 제한한다. 서동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소장은 “일본에 가보니 3일장의 첫날은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을 정해 조문객을 받더라”며 “초청 규모도 50~100명 정도로 적었다. 추모예식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내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우리나라 특유의 장례 문화인 셈이다. 본래 장례식장 식사 문화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여를 나를 때 상여꾼들과 멀리서 온 조문객에게 밥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장례 한 건당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식대”라며 “식사 문화만 바꿔도 장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의금을 받지 않고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레 장례 기간이 2일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을 할 수 있다. 2일장은 가장 짧은 형태의 장례인 셈이다. 서울 한 중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고모 씨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늘다 보니 현재 우리 병원 장례 10건 중 1건은 빈소를 차리지 않는 1박 2일장”이라며 “조문객 없이 3일장을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가족장이나 장례식 없이 막바로 화장만 하는 직장, 1일장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2일장 등 ‘간소한 장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장례 기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장례 예식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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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입개편 공론화, 선발권 침해 우려”

    “전국 대학에 똑같은 대입전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다.” 국가교육회의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는 서울 A대 입학처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립대-사립대, 상위권대-하위권대, 수도권대-지방대, 일반대-전문대 등 대학들은 각각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 대입전형을 차별화하고 있다”며 “각 대학의 대입전형은 오랜 기간 대학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것인데 공론화를 통해 하나의 모형으로 만들면 혼란이 크다”고 우려했다.○ 획일화된 대입전형 강요하는 공론화 현재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학생 선발방법 및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입학정원과 예산을 무기로 대입전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으나 그 과정에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도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비전문가인 시민참여단에 전권을 위임했다. 이들의 결정에 대학들의 학생 선발권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는 18∼21일 서울 소재 대학 5곳과 수도권 및 지방 소재 대학 각각 1곳, 전문대 1곳 등 8개 대학 입학처장의 솔직한 의견을 익명을 전제로 들어봤다. 입학처장들은 공통적으로 획일화된 대입전형이 강제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현재로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 △수시 정시 통합 △수능 절대·상대평가를 조합한 단일한 최종 모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학종 비율이 높아 정시 비율 확대를 요구받고 있지만 나머지 대학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방대는 학생부교과전형(내신) 위주로 선발하고, 전문대는 수능을 보지 않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A대 입학처장은 “획일적인 대입전형을 정해 주고 ‘따르라’고 하면 오히려 대학별 경쟁력은 사라지고 전국 대학이 서열화된다”고 했다. 영남권 B대 입학처장은 “전 국민을 아우르는 입시제도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상위권 대학은 상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각각 자기 대학에 맞는 대입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C전문대 입학처장은 “이번 대입제도 개편에서 학종과 수능 비율만 쟁점이 되고 있는데 전문대 신입생의 80∼90%는 아예 수능을 응시하지 않는다”며 “일부 상위권 학생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나머지 학생들은 희생을 감수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줘야” 서울 D대 입학처장은 “대입은 하나를 바꾸면 나머지 다른 부분이 영향을 받는 생태계”라며 “촉박한 일정에 무리한 결정을 내려 자칫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 정말 큰일 난다”고 우려했다. 대입은 초중고교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사교육 시장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조금만 바뀌어도 파급력이 매우 크다. 서울 E대 입학처장은 “어떤 가이드라인이 나오든 대학은 적응한다. 문제는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사교육 시장만 커져 그 피해를 학생들이 본다는 것”이라며 “변화가 가장 적은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공론화 방식으로 대입제도를 결정하는 데 대해선 모두 부정적이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입은 신고리 원전 재가동과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수도권 F대 입학처장은 “원전은 정답이 있는 과학인 반면 교육은 정답이 없는 철학의 문제”라며 “주관적 가치가 많이 개입되는 공론화로 조율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G대 입학처장은 “대학은 우수학생을 뽑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대학으로선 자율성을 부여하면 가장 좋다”며 “그것이 어렵다면 큰 틀에서 몇 개의 가이드라인을 주되 세부적인 전형은 대학이 각자 특성에 맞춰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H대 입학처장은 “절차가 아니라 결론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대학들이 집단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조유라·임우선 기자}

    •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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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400명에 맡겨진 2022년 대입 개편안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의 최종 방향을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 400명이 결정한다.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일반인에게 공평한 참여 기회를 준다는 취지지만 시민참여단이 복잡한 대입제도를 이해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 공론화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공론화위는 6월까지 학부모 교사 등 이해관계자와 교육 전문가 20∼25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4, 5개의 개편 시나리오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비율을 얼마로 할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지 등의 시나리오를 추리는 셈이다. 시나리오가 정해지면 7월까지 TV토론회와 권역별 토론회 등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학생들의 의견은 ‘미래세대 토론회’를 열어 따로 듣기로 했다. 이렇게 모아진 의견을 두고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 의견을 제시하는 몫은 만 19세 이상 성인들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에 주어진다. 이희진 공론화위원은 “지역과 성(性), 연령을 고려해 2만 명을 우선 선정하고 이 중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400명의 시민참여단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가 8월 초까지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를 대학입시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에 전달하면 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개편 권고안을 만든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공론화 절차 설계 원칙은 국민과 이해관계자의 참여”라며 “공정성 중립성 책임성 투명성 확보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결국 시민참여단에 결정을 넘기겠다는 것인데 갑자기 뽑힌 이들이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이해와 판단을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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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국선언 교사 230명 ‘스승의 날’ 포상

    박근혜 정부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포상에서 제외됐던 교원들이 15일 열린 제37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대거 상을 받았다.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법에 명시된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및 집단행위 금지 위반 행위를 사실상 용인해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스승의 날을 기념해 교육 발전에 헌신한 교원 3366명에게 정부 포상 및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이날 시상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가해 2016년 스승의 날 포상에서 제외됐던 교원 300명 중 230명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해 스승의 날 상을 받은 57명 및 이미 퇴직교원 포상을 받아 제외된 13명까지 2016년 시국선언 관련 포상 제외자 300명 전원이 상을 받게 됐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시국선언 관련자에 대해 향후 포상 등 배제 행위를 하지 말 것’이라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권고와 ‘2016년 스승의 날 표창 제외 대상자들이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지난해 말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이행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교육계 일각에서는 법에 근거해 행정을 해야 할 교육부가 정권에 따라 춤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나왔을 당시 교육부는 설명 자료를 내고 “시국선언 및 연가투쟁 등은 국가공무원법상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복무의무 위반 행위”라며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이 같은 불법 집단행위 참여 교원을 훈·포장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여 만에 말을 뒤바꾼 것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서는 ‘법을 어긴 교사라서 상을 줄 수 없다’던 교육부가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법 해석과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의 정치적 행위와 관련한 현 정부의 철학을 두고 앞으로 교육계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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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아름답지 않은 ‘스승의 날’

    스승의 날이다. 이제는 ‘학생 대표’가 아닌 학생들은 종이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선생님께 건넬 수 없는 날이 됐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께 음료수 한 캔만 드려도 ‘위법한’ 시대다. 이런저런 뒷말이 싫어서 아예 스승의 날 휴교를 하는 학교도 있다.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말도 나온다. 한국 사회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스승의 날,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카네이션마저 금지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근간에는 오랜 시간 골이 깊었던 우리 사회의 ‘불신의 프레임’이 반영돼 있다. ‘카네이션을 받은 교사들은 카네이션을 준 학생과 주지 않은 학생을 차별할 것이다’라는 교사에 대한 불신이 하나요,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준 학생·학부모는 감사해서라기보다는 ‘잘 봐주세요’라는 의미로 주는 것이다”라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불신이 또 하나다. ‘카네이션=부정청탁’ 공식은 이렇게 나왔다. 김영란법은 카네이션 금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궁극의 깨끗함’을 추구하려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요즘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사심 없이 전할 기회를 경험하기도 전에 꽃 한 송이조차 법에 정해진 규정을 따지고 들어야 하는 각박함부터 배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영란법의 전제대로라면 선생님들은 꽃 한 송이를 줬느냐 안 줬느냐에 따라서 특정 학생을 편애할지도 모르는 의심스러운 존재들이다. 실제 교사들이 카네이션 금지를 불쾌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체 우리를 뭐로 보느냐는 것이다. 교사들은 “카네이션을 못 받아서 기분 나쁜 게 아니다. 그까짓 것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다. 김영란법 이전에도 이미 안 받았다. 그런데 그걸 받으면 아이들을 차별할 거라는 그 전제가 불쾌하다”고 말한다. 교사에 대한 이런 사회적 불신의 프레임은 학령기 내내 학생 학부모의 인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선생님이 날 혼내는 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날 미워해서다’라고 의심한다. ‘뭘 덜 해드려서 그런가’ 생각하기도 한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선생님이 적은 평가에 대해서도 믿지 못한다. 일부 문제적 교사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다른 대부분 교사의 진정성마저 의심하는 불신의 프레임 속에서 교사들은 존경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학원 선생님보다 못 가르치고 인격적 수준마저 낮다면 대체 그 소용이 어디 있단 말인가. 교사들은 이 사회가 고작 교사를 그 정도로밖에 안 보면서 교사의 헌신이나 참교육을 운운하는 게 우습다. 일부 교사는 ‘사회가 교사를 교육자가 아닌 공무원으로 만든다’고 항변하며 나태를 합리화한다. 내심 ‘그래, 그냥 아무 관계도 맺지 말자. 나도 더도 덜도 말고 딱 정해진 시간 동안 최소한의 수업만 하련다’ 식인 경우도 많다. 시스템이 소수의 문제 교사들을 걸러내지 않다 보니 교사라는 집단 전체가 갈수록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을 산다. ‘불신 지옥’의 악순환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지인은 어제 ‘선생님께 드려야지∼’라며 색종이로 꼬깃꼬깃 접은 카네이션을 가방 속에 챙겨 넣는 아이를 보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넌 학생 대표가 아니라서 못 드려’라고 할 수도, 색종이 카네이션마저 법으로 금지한 우리의 한없이 낮은 사회적 신뢰도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편해졌을지는 몰라도 아름답지는 않은, 꽃 한 송이마저 없는 이 시대의 스승의 날이 아쉽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msun@donga.com}

    •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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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배 빈소 조문, 가도 안가도 찜찜” 80대의 고민

    ■ 언제부터인가 나이 생각에 망설여지네올해 우리 나이로 팔십 하고도 둘입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아직 스스로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교회나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도 젊은이들 못지않지요. 그런데 딱 하나, 요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상가(喪家) 조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게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조문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디다. 특히 천수를 누리다 보니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는 게 영 곤혹스럽습니다. 동년배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예요. 가보면 대부분의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당최 불편합니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날 며칠 우울해집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 친구는 “칠십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까. 슬픈 일 당하면 위로하는 게 사람 구실 하는 거 아닙니까. 고령화 시대의 조문 예법, 어찌해야 좋을까요.■ 올해 백수 맞은 김형석 교수의 원칙 들어보니예부터 한국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장례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예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평생을 믿어 온 이 예법을 두고 노인이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계순 씨(85·여)는 “장례식장에 가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친한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게 됩디다. 나 같은 노인네가 남의 빈소에 가 있는 모습이 뭐 좋겠나 싶더라고요.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안 가는 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안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수종(가명·73) 씨는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소중한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노인이 돼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큰 고민 없이 문상을 가는데 언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끼는 이의 문상조차 꺼리게 된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조문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먼저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제외하고 가급적 문상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가족들이 날 보면 ‘이렇게 건강하신 분도 있는데…’ 하며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내가 아끼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제자들이나 조문객들이 없을 늦은 밤에 갔죠. 밤에도 조문객이 있을 것 같으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공개된 장례 예배에 가서 마음을 전했어요.” 김 교수는 “그래도 90세가 넘고 나니 문상은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4, 5년 전부터는 아들을 대신 보내 조문한 뒤 나중에 내가 위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상주도 노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상주를 배려하는 예법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른 황병석 씨(71)는 “장남이라 쉬지도 못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60대에 아버님 상을 치를 때와는 또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조문객과 맞절을 하는 우리 장례 예법이 큰 부담이었다”며 “고령화 시대엔 맞절보다 목례 정도가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장례식장은 고령의 상주와 조문객들을 감안해 식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은 분향소와 접객실을 좌식이 아닌 모두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척추와 고관절이 불편한 노인 조문객을 위한 배려”라며 “신발을 벗지 않고 묵념으로 조문하고, 식사도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도 지난해 말 입식 빈소를 도입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장무 운영팀장은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리모델링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식 빈소를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노수경 사무장은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6%에서 지난해 47%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사망자가 고령이면 조문객도 고령이 많다 보니 갈수록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분향소 안에 상주나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는 것이나 빈소의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도 고령화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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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나이 82세,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도 될까?”

    올해 우리 나이로 팔십 하고도 둘입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아직 스스로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교회나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도 젊은이들 못지않지요. 그런데 딱 하나, 요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상가(喪家) 조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게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조문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디다. 특히 천수를 누리다 보니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는 게 영 곤혹스럽습니다. 동년배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예요. 가보면 대부분의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당최 불편합니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날 며칠 우울해집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 친구는 “칠십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까. 슬픈 일 당하면 위로하는 게 사람 구실 하는 거 아닙니까. 고령화 시대의 조문 예법, 어찌해야 좋을까요. 예부터 한국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장례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예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평생을 믿어 온 이 예법을 두고 노인이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계순 씨(85·여)는 “장례식장에 가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친한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게 됩디다. 나 같은 노인네가 남의 빈소에 가 있는 모습이 뭐 좋겠나 싶더라고요.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안 가는 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안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수종(가명·73) 씨는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소중한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노인이 돼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큰 고민 없이 문상을 가는데 언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끼는 이의 문상조차 꺼리게 된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조문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먼저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제외하고 가급적 문상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가족들이 날 보면 ‘이렇게 건강하신 분도 있는데…’ 하며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내가 아끼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제자들이나 조문객들이 없을 늦은 밤에 갔죠. 밤에도 조문객이 있을 것 같으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공개된 장례 예배에 가서 마음을 전했어요.” 김 교수는 “그래도 90세가 넘고 나니 문상은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4, 5년 전부터는 아들을 대신 보내 조문한 뒤 나중에 내가 위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상주도 노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상주를 배려하는 예법을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른 황병석 씨(71)는 “장남이라 쉬지도 못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60대에 아버님 상을 치를 때와는 또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조문객과 맞절을 하는 우리 장례 예법이 큰 부담이었다”며 “고령화 시대엔 맞절보다 목례 정도가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장례식장은 고령의 상주와 조문객들을 감안해 식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은 분향소와 접객실을 좌식이 아닌 모두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척추와 고관절이 불편한 노인 조문객을 위한 배려”라며 “신발을 벗지 않고 묵념으로 조문하고, 식사도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도 지난해 말 입식 빈소를 도입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장무 운영팀장은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2008년 리모델링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식 빈소를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노수경 사무장은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6%에서 지난해 47%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사망자가 고령이면 조문객도 고령이 많다 보니 갈수록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분향소 안에 상주와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는 것이나 빈소의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도 고령화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올해 백수(白壽)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노년기 조문 예법 ▼1. 아주 가까운 사람의 장례를 제외하고 나보다 젊은 사람의 장례에는 가지 않는다. 자칫 유족에게 더 큰 상실감을 줄 수 있다.2. 그럼에도 꼭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조문객이 적은 시간을 택해 간다. 그래야 조문객들이 덜 불편해 한다.3. 꼭 가야할 자리가 아니라면 가급적 아들을 통해 조문하고 전화로 위로를 전한다.4. ‘호상(好喪)’이라는 표현을 조심해서 쓴다. 아무리 나이가 많은 이의 장례라도 가족과 친구들에겐 슬픈 일이다.}

    • 20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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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 취약계층 선발 5%→7%로 확대

    2019학년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7% 이상이 취약계층 특별전형으로 선발된다. 교육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법전원에 대한 취약계층의 입학 기회 확대와 학생 선발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뤄졌다. 먼저 과거 신체적·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던 법전원 특별전형 대상에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새로 포함시켰다.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자녀·손자녀 등이 포함될 근거가 마련됐다. 또 기존에는 특별전형의 선발 비중을 ‘5% 이상으로 권고’했던 것을 이번 개정에서 ‘7% 이상 선발 의무화’로 바꿨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사법시험 폐지로 법전원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 만큼,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특별전형 대상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선발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보완했다. 블라인드 면접 의무화, 면접위원 구성 시 외부위원 위촉, 선발 결과 공개 등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법전원 입학전형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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