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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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1~2025-12-11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책의 향기]0.01초 빠른 반응이 ‘명품’을 만든다

    “피아노는 단 세 가지다. 대부분의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소리를 닮으려 노력한다. 일부만 스타인웨이와 다른 개성을 부각한다. 그리고 세 번째, 스타인웨이가 있다. 내게 앞의 두 가지는 ‘스타인웨이가 아닐’ 뿐이다.” 해외 유명 피아니스트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전국 연주를 다니는 국내 피아니스트는 “공연할 곳에 스타인웨이가 없다면 머리가 복잡해져요.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죠”라고 말했다. 이 악기는 어떻게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 되었을까.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뉴욕의 스타인웨이 공장을 찾아 피아노 ‘한 대’의 제작과정을 따라간다. 현대 피아노의 대명사인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모델은 길이 273cm. 1890년대 이후 기본 사양은 같다. 단풍나무판을 겹겹이 붙인 합판을 물결 모양으로 구부리는 작업으로 공정이 시작된다. 하루 한 대가량 출고되며, 제조에 꼬박 일 년이 걸린다, 작은 목재 부품은 크기 허용 오차가 0.07mm다. 그래도 악기마다 소리의 개성이 제각각이다. 이유가 뭘까. 240×150cm의 널찍한 가문비나무판 단 한 장으로 만드는 ‘공명판’이 그 비밀 중 하나다. 작은 옹이나 뒤틀림도 없이 결이 곧아야 하지만 나무마다 그 울림이 같기란 불가능하다. 스타인웨이는 1850년 독일 악기장인 하인리히 슈타인베크와 아들들이 미국에 이민 오며 시작되었다. 아들 중 윌리엄은 악기 지식 못지않게 마케팅에도 달인이었다. ‘적당한 가격에 만나는 최고급 피아노’라는 문구로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만찬을 곁들인 화려한 시연회를 열었다. 옛 스타인웨이홀은 카네기홀 개관 이전 뉴욕 공연계의 중심이었다. 미국 곳곳의 박람회와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까지 찾아다니며 ‘공작’을 펼쳤고 금상을 휩쓸었다. 장남 테오도어는 독일로 다시 건너가 두 가지 스타인웨이가 뉴욕과 함부르크에서 생산된다. 피아노 기술의 핵심은 건반과 현을 때리는 ‘해머’를 연결하는 ‘액션’이다. 손끝의 강약을 정확히 현에 전달하고, 현을 때린 즉시 해머는 제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 건반 하나의 액션 부품만 54개. 88개 현을 곱하면 4752개나 된다. 스타인웨이 액션의 개성을 결정한 인물은 ‘빠르고 반응력 좋은’ 소리를 선호했던 전설적 피아니스트 호로비츠였다. 스타인웨이의 기술진은 1920년대 그의 요구에 맞추느라 심혈을 기울였고 단 100분의 1초가 빨라졌다. 그러나 차이는 결정적이었다. 스타인웨이의 역사를 따라가면 피아노 자체의 역사도 보인다. 올해 300세를 맞은 역사상 최초의 피아노를 비롯해 베토벤이 애용한 브로드우드, 쇼팽이 사랑한 에라르, 스타인웨이의 강력한 경쟁자였으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치커링 등 브랜드가 책 곳곳을 누빈다. 저자가 제작 전 과정을 지켜본 ‘제작번호 K0862’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는 ‘C 60’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스타인웨이의 콘서트 대여용 피아노가 된다. 데뷔 무대에선 ‘약간 밝고 뻣뻣하다’는 평을 얻었지만, 2년 뒤에는 모든 피아니스트가 만족하는 완숙한 악기로 길든다. 책을 접은 뒤 아쉬움은 하나였다. 기자는 영상매체가 가진 정보량의 한계를 알고 문자매체의 장점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콘텐츠는 다큐멘터리 영상물로 접할 때 더 세밀하게 다가올 듯했다. 원제 ‘Piano: The Making of a Steinway Concert Grand’(2006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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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고 콩쿠르서 인정… 세계로 나갈 꿈 키워”

    1986년 10월 청주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3학년생 베이스 연광철(사진)이 동아음악콩쿠르의 문을 두드렸다. 농사짓는 집안에서 태어나 ‘목소리가 좋다’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음악선생님이 되어 보겠다’며 택한 성악의 길이었다. 콩쿠르 예선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니 예외 없이 서울 명문 음대생들이었다. 그래도 웬만한 지역 콩쿠르를 정복한 뒤였기에 은근히 기대를 걸었다. 결과는 예선 탈락이었다. “그래도 도움이 컸습니다. 주변에 동아음악콩쿠르를 나간 분도 없었어요. 서울의 음대생들은 어떤 곡을 경연곡으로 선택하는지, 어떤 점을 잘 준비하는지 처음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해인 1987년에는 서울의 큰 콩쿠르들에 나가 계속 2위에 올랐다. 그해 10월 재도전한 동아음악콩쿠르에서도 2등이었다. “국내 최고의 콩쿠르에서 인정받았으니 됐다 싶었어요. 세계로 나갈 꿈을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예술대와 독일 베를린국립음대에서 기량을 연마했다. 1993년 세계 정상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한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소식은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했다. 그해 도밍고와 함께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 출연한 소식도, 정명훈 지휘 베르디 ‘시몬 보카네그라’에 출연한 소식도 동아일보를 통해 국내에 전해졌다. 그의 국내 첫 무대도 동아일보가 열었다. 1999년 12월 그의 초청독창회가 동아일보사 주최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슈베르트와 브람스, 풀랑크 등 독일과 프랑스 가곡을 노래하는 무대였다. “청중이 다가가기 쉬운 곡목들은 아니었어요. 주최 측이 선뜻 받아주어 감사했고, 성취감이 매우 큰 무대였습니다.” 독일 바이로이트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영국 로열오페라를 분주히 다니는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0년에는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를 비롯해 세계 성악계를 대표하는 심사위원 8명을 초청하는 데 기여했다. 그해 우승한 루마니아 테너 슈테판마리안 포프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큰 규모의 국제콩쿠르를 한국이 주최하고 전 세계의 명가수와 극장장을 초청하는 일이 뿌듯했습니다. 국가 브랜드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죠.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비교할 수 있는 콩쿠르로 성장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세계 음악계에서 한국인들이 가진 위치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유럽과 미국의 큰 무대가 부르는 손짓을 외면하기 아쉬워 5년 만에 교단에서 내려온 그는 2018년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이 최고의 성악가에게 수여하는 궁정가수 ‘카머젱거’ 칭호를 받는 등 전성기를 누려왔다.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친 지금 그의 발은 서울 자택에 묶여 있다. 독일 함부르크와 잘츠부르크 축제, 파리, 스위스 취리히 등의 무대가 잇따라 취소됐기 때문이다. “제 나름대로 재충전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독일 예술 가곡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곧 음반도 녹음할 예정입니다.” 그는 “동아일보 사시에 문화주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문화계 발전에 계속 힘을 기울이는 신문이 되어주기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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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 두기’ 무대에서 꾸민 이 시대를 위한 성가[거실에서 콘서트]

    “어찌하여 열방들이 분노하며, 백성들이 헛된 일들을 꾀하느냐?” 구약 성경의 시편 2편이다. ‘열방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세계 최강의 두 나라가 거센 파열음을 내고 있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못지않게 열강들의 각축이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된 해로 훗날 기억될지도 모른다. 고대에 그랬듯이 시편 2편은 후세에도 자주 선율이 붙어 노래로 불렸다.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40번째 곡인 베이스 아리아가 가장 친숙한 곡이다. 영국 르네상스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토머스 탤리스(1505∼1585)가 작곡한 성가도 있다. 20세기 초 영국 작곡가 랠프 본윌리엄스는 이 성가의 주제선율을 따서 ‘탤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을 작곡했다. 섬세하게 나눈 현악 파트들이 마치 오르간과 같이 깊은 소리의 물결을 자아낸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5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한 콘서트 ‘#덕분에’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제한된 인원의 관객 앞에서 연주할 예정이었지만 수도권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무대 위 거리 두기’도 도입했다. 연주자들은 1.5m 이상 서로 떨어져 앉았고, 연주자들과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후반부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에 참여한 관악 연주자 각각의 주변에는 투명판도 설치했다. 지휘자 벤스케는 마음이 가장 복잡했을 것이다.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외 미국 미네소타 교향악단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이 악단이 있는 미니애폴리스는 최근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 중 사망하게 만든 사건으로 불길에 휩싸였다. 오늘날 ‘열강’들은 내부의 문제들로도 큰 병을 앓고 있다. 본윌리엄스가 편곡한 르네상스 성가의 심오한 음향이 사색을 넘어 긴급한 기도처럼 들려왔다. 이 콘서트는 유튜브 ‘서울시립교향악단’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 본윌리엄스 ‘탤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원곡도 유튜브에서 주제어 ‘tallis why fum‘th in fight’로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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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계, 불확실성이 빚은 불안과 피로감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긴 겨울을 보내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공연계가 클럽과 물류센터로 이어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 속에 공연을 준비하는 기획사와 아티스트들도 깊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국공립 공연장은 16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클래식을 비롯한 국내 공연계의 중추로 꼽히는 서울 예술의전당은 재단법인 체제로 운영되므로 휴업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공연은 대거 취소됐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낭만의 해석 1’ 공연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5월 30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기로 한 ‘박영민의 말러, 대지의 노래’ 공연을 취소했다. 국립발레단은 거듭된 공연 취소와 연기 끝에 10∼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던 발레 ‘지젤’을 다시 연기했다. 이 밖에 경기아트센터가 4일 열기로 한 ‘11시의 클래식’ 공연을 연기하는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연장의 공연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민간 공연단체들의 공연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달 중순 예술의전당에서 한 민간 악단의 공연을 주최할 예정이던 한 기획사 관계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에 가기 힘든 사회 분위기에 따라 악단 측과 공연 개최 여부를 의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계는 이미 4월 나온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으로 크게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지침에 따르면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각각 2m(최소 1m)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는 5월 1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거리 두기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민간 공연기획사는 공연을 안 하는 것이 이익이 되므로 공연산업의 재기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공연이 취소된 아티스트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공연이 취소된 한 첼리스트는 “이달 말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리사이틀을 준비 중이지만 예정대로 열릴지 기약 없는 무대를 준비해야 해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피아니스트 윤소영 씨는 페이스북에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 협주곡 공연 등 여러 무대가 상반기에 잇따라 취소됐다. 다시 슈베르트 환상곡 등의 무대가 마련돼 연습하던 중 또 취소됐다. 매일 속상하다. 피아니스트로서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공연 관계자와 아티스트 수십 명이 공감을 표시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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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절망을 얘기할 때, 사회는 발전한다

    “나는 기꺼이 비관론자가 되려고 한다. 그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놀랄 일이 생기면 즐거워하려 한다.”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TV 철학자’로도 불리는 슬로베니아의 좌파 철학자 지젝이 2017년 내놓은 책. 그가 말하는 용기는 ‘희망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아직도 기존 질서에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사회 발전을 가로막게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1부에서는 세계 자본주의가 생성하고 있는 적대감을 돌아보고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보여준 한계와 희망, 종교가 정치적 요소로서 부활하는 현실을 들여다본다. 1부가 ‘절망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면 2부는 ‘희망할 수 있는 용기’를 드러낸다.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면서 ‘잘못된 근대화의 모습’을 나타낸 이슬람국가(IS)의 사례, 정치적 올바름(PC) 운동이 빠질 수 있는 실수들, 미국의 현실이 대표하는 포퓰리즘의 위협과 극복 방안을 살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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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 좌절뒤에… 한(恨) 풀어준 ‘금빛 살풀이’

    “살풀이는 한번 잘했다고 되는 춤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며 완성되는 춤이죠. 겸손하고 묵묵하게 이 길을 가겠습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50회 동아무용콩쿠르 본선에서 일반부 남자 한국무용 금상을 수상한 정상화 씨(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는 세 번째 도전에서 부문을 바꿔 영예를 안았다. 고등학생 때 한국무용 창작 부문에 도전해 본선에 진출했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한국무용 일반부 창작 부문에 도전했지만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전통 부문으로 바꿔 이매방류 살풀이로 도전해 꿈을 이뤘다. “지난해 결과에 잠시 실망도 했지만 스승이신 한명옥 교수님께서 ‘너는 살풀이가 어울리는데 살풀이로 전통 부문을 해보면 어떠니’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뿐이었지만 한 교수님과 강민정 선생님께서 제 상상력을 자극해 주시고 세세한 것까지 다 바로잡아 주셨죠.” 그는 두 스승의 ‘마음을 열어라. 마음으로 추면 보인다’는 말씀이 길잡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는 참가자와 동반자가 무대 안전교육을 이수한 뒤 자가진단표 작성, 발열 체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며 진행됐다. 관객들도 문진표를 작성한 뒤 마스크를 착용하고 띄어 앉기를 준수하며 경연을 관람했다. 심사위원 명단과 본선 채점표는 동아무용콩쿠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콩쿠르 실황을 담은 동영상도 추후 이 사이트에 공개한다.▼ 수상자 명단 ▼ ◇일반부 ▽한국무용 전통(여) △금상 김현결(한국예술종합학교 졸) △은상 이애림(한예종 4학년) △동상 황윤지(서울대 4학년) ▽한국무용 전통(남) △금상 정상화(한예종 4학년) △은상 임정우(세종대 졸) △동상 임윤수(한예종 3학년) ▽한국무용 창작(여) △금상 김은이(한예종 4학년) △은상 정다은(경희대 3학년) △동상 오하라(세종대 졸) ▽한국무용 창작(남) △금상 김하림(한예종 4학년) △은상 김동현(한예종 졸) △동상 김현우(성균관대 졸) ▽현대무용(여) △금상 최서정(세종대 3학년) △은상 김혜림(한양대 4학년) △동상 권영주(세종대 2학년) ▽현대무용(남) △금상 이병찬(한예종 2학년) △은상 정혜성(부산예고 졸) △동상 문대규(전주신흥고 졸) ▽발레(여) △은상 정은지(이화여대 4학년) △동상 배수정(계명대 4학년) ▽발레(남) △금상 김시진(한예종 3학년) ◇고등부 ▽한국무용 전통 △금상 이민지(계원예고 3학년) △은상 서희연(부산예고 2학년) △동상 남기혜(안양예고 2학년) ▽한국무용 창작 △금상 김민섭(경북예고 2학년) △은상 김경빈(선화예고 3학년) △동상 박준섭(국립국악고 3학년) ▽현대무용 △금상 이채원(부산예고 3학년) △은상 설은주(계원예고 3학년) △동상 김정윤(서울예고 3학년) ▽발레 △금상 김민주(서울예고 2학년) △은상 서혜승(계원예고 3학년) 강채연(서울예고 1학년) ◇중등부 ▽발레 △금상 문정우(선화예중 3학년) △은상 이예은(선화예중 3학년) △동상 소하은(선화예중 3학년) △장려상 김예린(숭의여중 3학년) 차예율(유스발레컨서바토리) 정민서(KBEC발레아카데미) ◇초등부 ▽발레 △금상 조수민(동답초 6학년) △은상 윤하랑(포즈발레아카데미) △동상 김아윤(광림초 5학년) △장려상 송지우(숭신초 6학년) 김다솜(청수초 6학년) 이진민(능동초 6학년) 정다은(반포초 6학년) 김서영(미래초 6학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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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향악계, 긴 겨울잠 깨고 기지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긴 겨울잠에 빠져 있던 국내 교향악단들이 하나둘씩 다시 팬들을 만난다. 이달 무대 복귀의 신호는 21일 KBS교향악단이 끊었다. KBS교향악단은 이날 예정됐던 정기연주회를 협연자 입국 등 문제로 취소하는 대신 특별콘서트 ‘헌정’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어 오케스트라 애호가들의 긴 갈증을 달래주었다.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협연으로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을 연주했다. 티켓 판매 금액 전액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30일 상임지휘자 박영민 지휘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의 교향악적 가곡집 ‘대지의 노래’를 연주한다. 중국 당송(唐宋) 시대 한시(漢詩)를 독일어로 번역한 가사에 곡을 붙여 시간의 무상함 및 인간과 자연의 화합을 노래한 작품이다. 메조소프라노 이아경과 테너 김재형이 협연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정치용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첼리스트 문태국이 협연하는 ‘낭만의 해석 I’ 콘서트를 다음 달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다. 국악과 오케스트라가 만나는 김택수 ‘더부산조’,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을 연주한다. 차이콥스키 후기의 숨은 걸작으로 꼽히는 만프레드 교향곡은 자기 회의에 빠져 스위스 산속에서 방랑하는 주인공을 그린 바이런의 극시(劇詩)를 표현한 작품이다.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1번은 첼로라는 악기의 위상을 바꿔놓은 전설적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가 가장 사랑했던 협주곡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최희준 예술감독 지휘로 다음 달 4일 경기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 거장 쇼스타코비치의 대곡인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연주한다. 4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으며 제2차 세계대전 최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힌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大)공방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공연들은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객석 띄어 앉기가 적용된다. 관객들은 연주회장 입장 후에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한편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이달 29일 예정된 정기연주회를 협연자 입국 문제 등에 따라 취소하고 대신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를 연다. 공연은 유튜브 ‘서울시립교향악단’ 채널에서 생중계한다. 이 콘서트는 벤스케 음악감독의 요청에 따라 무대 위 연주자도 적정 거리를 두고 연주하는 ‘무대 위 거리 두기’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오케스트라 편성도 소규모로 유지되며 대편성 곡은 연주가 불가능하게 된다. 서울시향은 곧 프로그램을 공개할 계획이며 향후 일정에 대한 ‘무대 위 거리 두기’ 적용 여부도 밝힐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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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 제한 시대에 듣는 ‘방랑 작곡가’ 슈베르트[거실에서 콘서트]

    슈베르트는 방랑에 최적화된 작곡가였다.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의 삶이 곤궁했지만 떠도는 삶은 아니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슈베르트의 작품이 가리키는 나침반은 ‘방랑’에 맞춰져 있었다. 가곡집 ‘겨울 나그네’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가 떠도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고, 피아노곡 ‘방랑자 환상곡’이 있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작품 여럿이 저벅저벅 걷거나 뛰는 것 같은, 끝없는 행로를 그린다. 초기 가곡 ‘물레 잣는 그레첸’부터 한없이 돌아가는 물레의 모습이 반주부를 수놓는다. 말발굽 소리가 줄곧 들리는 ‘마왕’도 그렇다. 큰 곡들도 마찬가지다. 교향곡 9번 ‘더 그레이트’는 첫 악장부터 마지막 악장까지 각 악장에서 템포의 변화를 찾기 어렵다. 큰 공을 휙 굴리면 지평선을 넘어 한없이 등속(等速)으로 가는 무한의 방랑 같다. 그러나 이 시대에 ‘겨울 나그네’ 주인공 같은 방랑은 불가능하다. 주인공은 지나가는 우편마차를 보며 연인의 안부에 가슴을 두근거리는 대신 보리수 아래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이동제한을 어겼다고 붙들려 격리될지도 모른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이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 ‘당신을 위한 기도’에서 슈베르트 ‘마왕’과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 등 여러 곡을 다른 작곡가의 작품들과 함께 연주했다. 하피스트 에마뉘엘 세송,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와 함께 공연할 계획이었으나 이들이 글로벌 팬데믹 여파로 한국을 찾을 수 없게 되면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과 함께하는 무대로 바꿨다. 객석 간 거리 두기로 적은 수의 관객만 참석했고 공연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동영상 보기(www.youtube.com/watch?v=6VOMF8-gnmU)가 가능하며 유튜브 검색어 ‘crediatv’. 26일 오후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도 같은 내용의 공연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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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괴짜들의 독특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이 책은 과학책일까. 저자가 다루는 ‘과학’은 양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이다. 천체물리학 중에서도 관측 데이터보다는 우주의 시작과 끝, 크기 같은 문제에 한정한다. 일반인이 흔히 ‘과학’으로 느끼지 않는 수학이 추가되고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같은 철학적 문제들이 바탕에 놓인다. 말하자면 ‘순수하게 추상적인 사고(思考)실험’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한편 이 책처럼 저자가 자신의 의도를 잘 설명한 책도 드물다. 서문에서 저자는 ‘칵테일파티용 잡담’이 목표라고 말한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소수와 리만 제타 추측, 프랙털, 종형곡선 등 쉽지 않은 개념을 냅킨에 연필로 휘갈긴 것처럼 상쾌하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교양도서는 숱하게 나와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거리감이 드는 주제들이다.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사람의 냄새들이 동원된다. 제목은 1940년대,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소로 함께 가는 후줄근한 두 사람을 겨냥한다. 자신보다 10년 뒤 망명 과학자 대열에 합류한 수학자이자 ‘불완전성 정리’를 내놓은 천재 괴델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내가 연구실에 나오는 이유는 괴델과 함께 걷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공통된 관심사는 ‘시간’이었다. 약속시간과 같은 일상의 시간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뒤틀어질 수 있는, 일상과 무관한 시간이다. 과학계는 늘 이들 같은 ‘괴짜(nerd)’로 가득하다. 일상과 관계없는 관념에 사로잡혀 침식을 잊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순수한 사고실험들은 실제 세상을 바꿔 왔다. 원자로와 원자폭탄, 세계를 지배하는 컴퓨터와 가상현실, 일기예보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현대는 없다. 그러나 이들 각각의 삶이 환희로 가득 차지는 않았다. 괴델은 대표적인 괴짜였다. 유령을 믿었고 냉장고의 냉매에 독이 있다고 두려워했으며 신문에 실린 맥아더 사진을 보고 ‘가케무샤(影武士·대역)’라고 확신했다. 그 외에 북베트남 정글 속에서 순수수학을 강의한 수학자 그로텐디키, 아버지 바이런경의 방탕한 삶을 속죄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 프로그래밍의 원조 에이다 러브레이스,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깨물고 세상을 등진 인공지능의 아버지 튜링 등이 살짝 지루하다 싶을 때마다 페이지를 넘길 힘을 보탠다. 괴짜들의 삶을 소개하는 것이 책의 진면목은 아니다. ‘방금 여기 일어난 일로 우주 반대편에 있는 뭔가가 동시에 바뀐다’는 비국소성(非局所性)이론, 우리가 아는 물리법칙대로의 우주는 ‘이를 인식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인류 원리, 우리가 거울을 볼 때 왜 ‘앞뒤’가 아니라 ‘왼쪽 오른쪽’이 뒤집혔다고 보는지 생각하게 하는 ‘거울 전쟁’ 장(章) 등은 그 자체로 신비로울 뿐 아니라 독자의 사고 실험을 독려하는 두뇌 체조의 마당을 마련해준다. 저자는 인터뷰 모음집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로 주목받은 과학 작가 겸 철학자로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에 기고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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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창작오페라 대표작이 모였다

    한국 최초의 오페라가 공연된 곳은? 답은 서울 ‘명동예술극장’이다. 1930년대에 영화관으로 지어졌지만 광복 후 ‘시공관(市公館)’으로 개칭돼 대한민국의 대표 공연장 역할을 했다. 1948년 1월 베르디 ‘춘희’(라 트라비아타)가 이곳에서 한국 첫 오페라로 공연됐고, 1950년에는 한국 첫 창작 오페라인 현제명의 ‘춘향전’이 초연됐다. 같은 해 ‘국립극장’ 명칭을 갖게 됐다. 1973년 국립극장 타이틀을 서울 중구 장충동 새 국립극장에 넘겨준 뒤 금융기관으로 사용되다가 2009년 명동예술극장으로 재개관했다. 국립오페라단이 국립극장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한국 오페라의 고향인 이곳에서 한국 창작오페라 네 작품의 주요 장면을 공연한다. 22일 오후 7시 반, 23일 오후 3시에 열리는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이다. 2000년 국립오페라단이 재단법인으로 새로 출범할 당시 예술감독이던 성악가 박수길(바리톤)이 총감독을 맡아 장일남 ‘원효’(1971년), 제임스 웨이드 ‘순교자’(1970년), 임준희 ‘천생연분’(2006년), 이영조 ‘처용’(1987년)의 하이라이트를 무대에 올린다. ‘원효’는 원효대사의 깨달음과 사랑, 혈육의 연까지 끊은 구도의 길을 그린다. ‘순교자’는 재미 작가 김은국의 동명 소설을 연세대 음대 교수로 활동했던 미국인 작곡가 웨이드가 오페라로 만든 작품. ‘천생연분’은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로 2000년대 창작 오페라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처용’은 신라의 영웅 처용과 역신(疫神)의 유혹을 받는 부인 얘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 오페라다. 아쉽지만 많은 관객을 만나지는 못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공연 좌석을 ‘거리 두기 좌석제’로 운영해 302석 중 98석만 오픈한다. 관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원효’에 강기우 김성은, ‘순교자’에 이승묵 유동직, ‘천생연분’에 박하나 강혜정, ‘처용’에 이정원 서선영 등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대표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최승한 지휘에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하고 이탈리아 토리노 국립음악원 연출학과 최고과정을 만점으로 졸업한 표현진 연출가가 연출을 맡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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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같은 목소리 들으니 마음도 절로 깨끗해지네[거실에서 콘서트]

    작곡가 나운영(1922∼1993)의 노래 ‘시편 23편’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과 놀람을 잊지 못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진 곡이다. 느릿한 3박자와 장조 5음계에 기초한 그윽한 선율선이, 어디서나 보이는 동네 산의 능선처럼 더없이 한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피아노가 더없이 효과적인 화음을 입히며 순종의 신앙과 그윽한 명상의 세계를 표현했다. 지금 이 노래는 ‘노란 딱지’로 알려진 클래식 대표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있는 최신곡이다. DG가 전 세계의 ‘집콕’ 클래식 팬들을 위해 3월 시작한 온라인 콘서트 ‘Moment Musical(악흥의 순간)’ 시리즈 최신 영상에 마지막 순서로 실린 노래이기 때문이다. ‘악흥의 순간’ 시리즈 여섯 번째 순서로 15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열린 이 콘서트에서 박혜상은 헨델 ‘울게 하소서’,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와 최진 ‘시간에 기대어’, 김주원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등 11곡을 피아니스트 사라 티스망의 반주로 노래했다. 박혜상은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을 졸업했고 2015년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축제에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주역인 로지나 역으로 출연해 갈채를 받았다. DG와 최근 전속계약을 맺은 그는 올가을 데뷔 앨범을 발매하고 11월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해 전국에서 콘서트도 연다. 이번 온라인 콘서트 유튜브 영상에는 ‘천사와 같은 목소리다’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 ‘처음 들은 한국 노래들이 특히 좋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악흥의 순간’ 시리즈는 콘서트가 시작된 뒤 72시간 동안 공개된다. 이번 콘서트 공개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18일 오후 10시까지다.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조성진 등이 이 시리즈에 참여했다. 유튜브 검색어 ‘Deutsche Grammophon’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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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신 기억의 반은 허구다”

    #1. 열기구를 탄 적 없는 학생들에게 ‘어린 시절 열기구 탄 사진’을 합성해 보여준 뒤 2주 지나 열기구의 추억에 대해 얘기해 보라고 했다. 절반 정도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회상’했다. #2. 전설적인 록 페스티벌인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얘기해 보라고 하면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실제 간 사람보다 많다. 이 사례들은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가장 진짜 같고 눈부시게 빛나는 것은 항상 가짜’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왜 기억은 왜곡되고 뒤틀리며, 없던 것도 있게 만들까. 우리는 기억이 마음속의 도서관과 같은 곳에 차곡차곡 분류되어 쌓여있는 것, 필요할 때 끄집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영국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런 ‘기억=소유물’ 관점을 해체한다. 그에 따르면 기억은 인출이 아니라 재구성 과정이다. 두뇌의 특정 장소에 잘 보관돼 있는 무엇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가졌던 단편적인 인지 요소들을 매회 다시 통합하고 구성하는 것이 기억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감정과 믿음, 뒤늦게 얻은 지식들을 더한다. 왜곡과 편향을 피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기억이 재구성이라는 사실은 기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을 힘겨워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단편적인 인지 요소들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기억과 상상이 공통되는 것이다.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현재를 벗어나 다른 곳에 서는, 마음으로서는 작지 않은 도전이듯 기억 또한 다른 시간에 서는 도전이다. 갓난아기들도 몇 시간 또는 며칠 전의 기억을 간직하는 것으로 실험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만 두 살에서 세 살 사이의 일을 얘기한다. 이는 기억이 말하기 능력과 관계됨을 시사한다. 저자는 ‘언어 능력을 습득하는 것은 세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보를 기억의 체계에 인식될 수 있는 부호로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밖에 책은 기억과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룬다. ‘나 때는 말이야….’ 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스무 살 언저리의 얘기를 즐겨 할까.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할까. 일생을 규정하는 사건들이 대부분 20세 언저리에 일어나는 반면 나이를 먹을수록 결정적으로 삶을 바꿀 일들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한창나이’ 때 경험을 더 빠른 속도로 부호화하게 된다. 인지과학적 통찰만을 건조하게 나열한 책은 아니다. 호르헤 보르헤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버지니아 울프, 앤디 워홀 등의 예술작품에서 얻은 사례들이 풍성한 인문학적 재미를 준다. 작품의 많은 부분을 유년기의 기억을 묘사하는 데 할애한 마르셀 프루스트는 특히 자주 등장한다. ‘작은 섬이 있는 푸른빛의 호수가 떠올랐고, 수양버들 사이로 노출된 섬의 암석이 신비하면서도 위압적으로 보였다’ 같은 저자 자신의 문장들도 프루스트의 문장처럼 섬세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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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난파 동요 ‘퐁당퐁당’의 클래식 버전, 어떤 맛일까

    누구의 귀에나 익숙한 홍난파 곡 동요 ‘퐁당퐁당’. 여느 때 듣던 것과는 다르다. 현악4중주의 활기찬 주제 선율에 이어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변주곡 못지않은 흥미로운 변주들이 뒤따른다. 갑자기 선율이 단조로 바뀌며 서글픈 표정을 지어낸다. 동생이 던진 돌에 깜짝 놀란 누나가 나물을 냇물에 다 떠내려 보내고, 동생은 그만 야단을 맞은 걸까? 연주가로, 음악교육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 음악가들이 가정의 달 5월에 동요 음반을 펴냈다. 그리움 앙상블의 앨범 ‘엄마야 누나야’다. 그리움 앙상블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유시연, 비올리스트 신윤경, 첼리스트 최정주, 플루티스트 윤혜리, 피아니스트 이형민으로 구성된 실내악 앙상블이다. 대학교수로 제자를 키우면서 무대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그리움홀’을 중심으로 기업체, 박물관, 사찰 등에서 음악의 매력을 퍼뜨려 왔다. 그리움홀은 SK케미칼이 2010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사옥 지하에 만든 200여 석 규모의 연주홀로 이형민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이흥렬 ‘어머니 마음’, 안성현 ‘엄마야 누나야’, 민요 ‘새야 새야’, 홍난파 ‘고향의 봄’ 등 열두 곡을 담았다. 작곡가 김한기, 홍승기, 양준호의 정감 넘치면서 세련된 편곡을 거쳤다. 피아노와 플루트가 연주하는 박태준 ‘오빠 생각’은 피아노의 장식적인 전타음(前打音)이 국악을 생각나게 한다. 유시연의 위촉으로 작곡가 겸 재즈 피아니스트 양준호가 편곡한 경기도 ‘긴아리랑’도 실렸다. 음반 속지(부클릿)에는 멤버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형민은 “멤버 대부분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어릴 때 밖에서 속상한 일이 생기면 집에 와서 엄마 품에서 실컷 울고 나면 모든 게 다 풀렸다.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음반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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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블베이스 DNA’ 덕분에 거침없이 한번에 연주했어요”

    오랜 시간 ‘더블베이스 집 딸’로 불렸다. 2010년 17세에 권위 있는 독일 슈페르거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청중상, 협연상, 특별상까지 휩쓸면서 성미경이란 이름은 ‘기대 받는 차세대 더블베이스 연주자’ 대열에 당당히 올랐다. 그가 1년 동안의 중국 상하이 교향악단 수석 활동을 마치고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30일 오후 2시. 성신여대 초빙교수인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와 호흡을 맞춘다. 성미경의 아버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더블베이스 단원으로 오래 활동한 성영석 씨, 세 살 위 오빠가 국내 더블베이스계 간판스타로 꼽히는 성민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여는 더블베이스 캠프를 따라갔어요. 첼로를 배우는 중이었는데, 더블베이스의 굵직한 소리가 마음에 쏙 들어왔고, 저만 연주할 줄 모르는 게 속상했죠. ‘나도 할래요’ 했더니 그냥 바로….” 가족끼리 음악 얘기는 ‘연습해라’라는 한마디밖에 없다며 그는 웃음 지었다. 더블베이스는 레퍼토리가 넓지 않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첫 곡으로 연주하고, 멘델스존과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더블베이스로 연주한다. 더블베이스라는 이름부터 첼로와 연관이 있다. 합주에서 첼로 파트를 한 옥타브 낮게 ‘겹쳐’ 연주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첼로가 사람 목소리 같다고 하지만, 더블베이스는 한층 더 묵직하게 깊은 남자 목소리같이 들리죠. 그래서 익숙한 성악곡 ‘세레나데’로 문을 열어보기로 했어요.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는 밝은 곡이어서 전반부에 배치했고, 휴식시간 뒤에는 열정적이면서 웅장한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펼칩니다.” 재작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석으로 활동한 상하이 교향악단 더블베이스 파트에서는 혼자 여성인 데다가 최연소였다. “60대 단원도 계셨어요. 오랜 연주 경력을 갖고 계신 분들인 만큼 저도 배울 점이 많았죠. 언젠가 다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픈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솔로로 경험을 쌓을 시간이다 싶어 돌아오기로 했어요.” 귀국 시점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번 연주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청중이 일정 거리를 띄어 앉는다. “좋은 연주를 들려드리려는 생각뿐이지 다른 건 신경 안 써요.” 그는 음악인이 아닌 친구를 만날 때마다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더블베이스의 다른 이름) 얘기를 한다. “베이스 연주자인 주인공은 소심하고 눈에 잘 띄지 않게 묻혀 있는 존재죠. 저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이 소설과 반대되는 활발한 더블베이스 얘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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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소됐던 말러축제, 온라인으로 살아나다[거실에서 콘서트]

    네덜란드의 전설적 지휘 명장(名匠) 빌럼 멩엘베르흐는 1895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반세기 동안 암스테르담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수석지휘자로 재직했다. 그는 교향악 거장 구스타프 말러와 친분이 있었고, 말러가 1911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주 그의 교향곡을 레퍼토리에 올렸다. 멩엘베르흐의 노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세계적인 ‘말러 붐’을 잇는 중요한 불씨가 됐다. RCO는 올해 말러 탄생 160주년을 기념해 8일부터 17일까지 ‘말러 페스티벌 2020’을 대대적으로 열 계획이었다. 10일로 예정됐던 정명훈 지휘 교향곡 3번을 비롯해, 말러의 교향곡 전곡과 ‘대지의 노래’ 등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 10명이 차례로 지휘하는 호화로운 축제였다. 그러나 이 페스티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기자의 지인 중에도 이 축제 관람권을 예매한 분이 있었다. 실망한 그의 푸념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주 RCO가 올해 말러 페스티벌을 연다고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살아 있는 지휘 거장들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명장들까지 지휘대에 오르며, 심지어 우리 거실에까지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미 눈치채셨다시피 과거 RCO의 연주를 유튜브에 올리는 온라인 페스티벌이다. 8일 오후 8시 반(한국 시간 9일 오전 3시 반)부터 원래 예정된 축제 일정 그대로 열린다. 지휘자는 바뀐다. 9일(이하 한국 시간) 마리스 얀손스 지휘 교향곡 1번, 10일 다니엘레 가티 지휘 교향곡 2번, 11일 얀손스 지휘 3번, 12일 피셰르 이반 지휘 4번, 13일 가티 지휘 5번, 14일 로린 마젤 지휘 6번, 15일 피에르 불레즈 지휘 7번, 16일 얀손스 지휘 8번, 17일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 9번, 18일 파비오 루이지 지휘 ‘대지의 노래’로 이어진다. RCO는 공개한 각각의 연주를 한동안 유튜브에 남겨둘 예정이다. 유튜브 검색어 ‘concertgebouworkest’.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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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신도 혹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있나요?

    1992년 10월 28일. 한국은 ‘구원받은 사람들이 오늘 하늘로 들려 올라간다’고 주장하는 ‘선교회’ 얘기로 떠들썩했다. 국내외 방송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도들은 열광적으로 찬송가를 불렀지만 자정이 넘도록 ‘휴거(携擧)’는 일어나지 않았다. 재산을 다 팔아치운 숱한 가정이 파탄에 몰렸고 신도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휴거는 연기되었을 뿐’이라며 이 믿음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지금도 있다. 16세기 초 유럽의 재세례파 교인들은 1533년에 지구 멸망이 올 것이며 14만4000명(!)이 고결한 왕국의 선택된 주민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멸망 없이 그해가 지나갔지만 이들은 오히려 더 강력하게 ‘곧 올 것이다’라며 믿음을 전파했다. 이런 일은 2세기 몬타누스파부터 잊을 만하면 반복되곤 했다. 이런 믿음은 왜 생겨날까. 예정된 날이 지나도 왜 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버리지 못했을까. 1954년 미국 미네소타대의 사회학자들이 현실의 종말론 집단을 찾아 ‘현장 연구’로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 오늘날 연구 윤리상 용납되지 않는 위장 잠입 연구였지만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통찰과 인식을 얻을 수 있었다. 시작은 평소 심령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키치 부인’이었다. 동서양에서 온 신흥 종교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비행접시 강연도 들었던 그는 1953년 말 ‘오라버니(Elder Brother)’라는 존재로부터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업 의사로 청년들의 ‘구도자 모임’을 이끌었던 암스트롱 박사가 키치 부인을 알게 되었고, 영적으로 받았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일종의 신념 체계가 생겨났다. 대홍수가 와서 북미 대부분이 쓸려나가고, 선택받은 소수만 비행접시에 태워져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약속된 1954년 12월 21일이 다가오면서 언론과 전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밤이 지나고 집단의 일부는 실망하며 울었지만 일부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전도’를 펼쳤고 먼 지역의 지진 소식도 ‘종말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외계인을 군중 사이에서 보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인지 부조화와 확증 편향에 대한 중대한 인식을 던져주었다. 인지 부조화란 한 사람이 가진 인식들이 서로 부합하지 않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어떻게 해소할까. 확증 편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이와 대립되는 정보들 속에서도 원래의 믿음을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저자들은 다섯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자신의 믿음이 명백한 사실에 의해 반증(反證)되어도 그 믿음에 대한 열정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한다. 첫째, 어떤 사람이 깊은 확신을 갖고 무언가를 믿어야 하며 그의 행동이 그 믿음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둘째, 그가 그 믿음을 위해서 되돌리기 어려운 중대한 일, 즉 ‘투자 행동’을 해야 한다. 셋째, 그 믿음은 구체적이며 현실과 충분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넷째, 그 믿음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반증이 있고 그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 이를 알아야 한다. 다섯째, 그 믿음을 가진 사람이 같은 믿음을 가진 집단의 일원이거나 집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확증 편향은 광신적 종교 집단만의 문제일 수 없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2020년의 우리가 아집과 분열을 넘어 생산적인 사고와 소통을 할 수 있기 위해 고민하는 데 이 책이 시대를 뛰어넘어 작은 단초가 될 수 있기 바란다”고 적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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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17일 ‘한국판 잘츠부르크 축제’가 온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이 매년 여름 교향악부터 실내악, 독주 리사이틀을 망라한 클래식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을 마련한다. 영국 ‘BBC 프롬스’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처럼 여름 시즌을 대표하는 고전음악 축제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비전이다. 첫해인 올해는 8월 17∼19, 23∼26, 29∼30일 총 9일간 14개 무대를 펼친다. 올해 타이틀은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을 기념하는 ‘클래식 레볼루션 2020 베토벤’이다. 매년 작곡가 또는 주제를 하나 선정해 집중적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장을 마련한다. 올해는 앙코르를 제외한 본무대에는 베토벤 오마주 곡을 포함해 순도 100% ‘올 베토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프로그램 선정을 주도하는 음악감독으로는 독일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포펜이 위촉됐다. 그는 2006∼2011년 도이체 라디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지냈고 청년기에 오스카 셤스키, 나탄 밀슈타인 같은 명장에게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1978년 케루비니 현악4중주단을 창단하는 등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를 두루 경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교향악단 8개와 실내악팀 5개, 독주자 1명이 ‘밤낮으로’ 개성 있는 무대를 펼친다. 낮 시간대 마티니 무대 5개, 저녁 무대 8개다. 첫 무대는 8월 17일 최수열이 지휘하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맡아 김태형이 협연하는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1번 등을 연주한다. 이후 축제 기간에 한국 대표 교향악단 7곳이 교향곡 7번까지 베토벤 교향곡 7곡을 선보인다. 실내악과 독주 무대도 풍성하다. 피아니스트 임현정 리사이틀, 첼리스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 에스메 콰르텟과 룩스 트리오, 더불어 트리오 가온과 테너 김승직,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바이올리니스트’ 포펜, 14세 신동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이 무대에 오른다. 40% 싼 가격으로 전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올 데이 패스 패키지’ 등 다양한 패키지도 마련했다. 티켓 오픈 5월 20일.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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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문점서 연주’ 美 첼리스트 린 해럴 별세

    미국 첼리스트 린 해럴이 27일 별세했다고 미국 언론이 29일 부인 헬렌 나이팅게일을 인용해 보도했다. 향년 76세. 부인은 그의 사인을 밝히지 않았다. 해럴은 아버지가 바리톤이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원, 어머니가 바이올리니스트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레너드 로즈를 사사했다. 18세 때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2년 뒤 수석으로 발탁됐다. 20세 때 카네기홀에서 데뷔 독주회를 가졌으며 1975년 우수한 젊은 연주가에게 주는 에이버리피셔상을 수상했다. 1981년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와 함께 연주한 차이콥스키 피아노3중주곡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았고 1987년 같은 멤버가 녹음한 베토벤 3중주곡집으로 두 번째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인 부인과 함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하트비츠’ 재단을 설립했다. 2015년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엘가 첼로협주곡을, 2017년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을 협연하는 등 한국 무대에도 자주 섰다. 런던 왕립음악아카데미와 줄리아드 음악원, 라이스대 등에서 제자를 양성했다. 중앙대 교수인 첼리스트 주연선이 그의 제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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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 다함께 ‘씽씽씽’

    #코로나를대하는우리의예술적자세 #아무춤 #아무연주 #이태리만하냐한국도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클래시칼네트워크’ 계정의 ‘다함께 씽씽씽’ 게시물마다 붙어있는 해시태그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돼 대부분의 콘서트가 연기 또는 취소되는 가운데 음악가들이 격려를 주고받는 릴레이 콘서트 ‘다함께 씽씽씽’이 눈길 끄는 연주들로 잔잔한 공감을 얻고 있다. 다함께 씽씽씽은 젊은 음악가들의 진로를 모색하고 토론해온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공동대표 박진학 윤보미)이 지난달 19일부터 시작한 ‘배턴 터치 콘서트’다. 지목을 받은 사람은 짧은 ‘예술적’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다음 연주가를 지목한다.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원재연,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첼리스트 이정란을 비롯해 40여 명이 참여하며 순항 중이다. 참여 음악가의 개성 넘치고 흥미로운 영상이 저마다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첫 순서는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의 직원 두 명이 멜로디언과 리코더라는 소박한 악기로 제법 능숙한 연주를 선보였다. 이들의 지명을 받은 원재연은 바흐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초반 등장한 첼리스트 이호찬은 자동차 경적 소리가 인상적인 데멩가의 곡 ‘뉴욕 홍크’로 도시의 시끌벅적함에 그리움을 나타냈다. 타악기 연주자 한문경은 소리 없이 손짓으로만 ‘연주’하는 드메이의 ‘침묵이란(Silence Must Be)’으로 고요한 공감을 이끌었다.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은 케이지 ‘장난감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을 작곡가가 지시한 악기대로 연주했다. 플루티스트 유우연은 악기를 놓고 무용수 문윤경의 지도로 모던댄스 솜씨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영상 편집의 ‘마법’을 발휘한 연주가도 있다. 트롬보니스트 김승언과 클라리네티스트 김윤아, 플루티스트 류지원은 각각 한 작품의 여러 성부를 혼자 연주한 뒤 합성해 저마다 웅장한 ‘1인 합주’를 완성했다. 대부분의 연주자가 모처럼 자택이라는 사적 공간까지 공개하며 솜씨를 선보였지만 독일 플루티스트 필리프 윤트는 사회적 격리 조치로 혼자 탑승한 기차 속에서 ‘아리랑’을 연주했다. 박진학 영아티스트포럼 공동대표는 “잠시 연주 기회를 잃은 음악가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고, 연주가들의 공간도 공개하며 일반인에게 클래식에 대한 친근감도 높이기 위해 릴레이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공연계가 어느 정도 정상화돼 무대가 활발히 열릴 때까지 다함께 씽씽씽 릴레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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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이 발코니서 국가를 [거실에서 콘서트]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침략을 대대적으로 받은 유럽에서 사람들이 발코니에 나와 합창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뉴스에서 종종 보았다. 오늘은 그런 ‘참여형 발코니 콘서트’가 국가적 단위로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 오늘(4월 27일)은 유럽에서 가장 ‘젊은’ 국경일 중 하나다. 2013년 즉위한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드르 국왕이 태어난 국왕탄생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잔치 분위기가 밝지는 않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이달 들어 뒤늦게 이동제한 조치에 동참했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지금까지 3만 7000명 넘게 확진 판정을 받았고 4400여명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음악전문지 ‘그라머폰’이 ‘세계 1등 오케스트라’로 공인한 이 나라의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국왕탄생일을 맞아 ‘국가 함께 연주하기’를 제안했다. 현지시간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이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이 악단이 국가 ‘빌헬뮈스’를 연주한다. 이 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네덜란드인은 악기를 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발코니나 창가에 나와 재주껏, 목청껏 국가를 연주하거나 부르자는 것. 이 악단 홈페이지(www.concertgebouworkest.nl)에서는 ‘빌헬뮈스’의 각 파트 악보도 제공한다. 이웃들이 동시에 국가를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우리가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에 대한 공헌을 기억하거나, 다른 이유로 네덜란드를 응원하고 싶은 사람은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에 맞춘 자기 노래또는 연주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Wilhelmus2020 해시태그를 붙이면 된다.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에서는 클래식팬들이 저녁에 거실에서 함께할 수 있는 수많은 명연주도 만날 수 있다. 최신 영상으로 이 악단 명예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한 브루크너 교향곡 6번 등이 올라와 있다. www.youtube.com/user/rcolive 유튜브 검색어 ‘concertgebouw’.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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