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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정보 논설위원입니다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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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7~2026-05-07
칼럼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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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3%
산업3%
  • “디지털자산 발행부터 글로벌 유통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디지털자산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 투기적 자산으로 여겨지던 디지털자산은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을 매개로 제도권 금융 인프라와 결합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디지털자산 전문증권사를 표방하며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을 신설해 운용하고 있다.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은 디지털자산의 가격을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 금융시스템과 연결된 새로운 자산군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리서치 주제를 개별 디지털자산 자체보다는 정책과 제도의 변화, 시장의 흐름과 전망 등을 최우선 고려해 선정한다. 투자자들이 특정 자산에 매몰되지 않고 더 넓은 시야로 디지털자산 시장을 조망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이 발간하는 ‘월간 디지털자산 시장 동향’ 자료나 ‘RWA Weekly’에서 유럽의 암호자산시장법(MiCA),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감독체계 구축 등 각국의 정책과 제도 변화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자금 이동과 유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ETF,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관리해 주는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 디지털자산을 기반으로 한 중개·운용 사업인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인프라 구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룰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경영전략회의에서 ‘Global No.1 RWA Hub’를 비전으로 공식 선포했다. RWA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RWA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특정 기술이 실제 자본시장과 어떤 접점을 만드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 언어를 전통적 금융의 언어로 바꿔 투자와 사업 관점에서 실질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지털자산리서치팀 최윤영 팀장은 “디지털자산이 자금의 이동, 결제, 정산 방식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다”며 “자산의 발행부터 글로벌 유통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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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걱정은 덜고 월 배당은 따박따박[은퇴 레시피]

    은퇴를 앞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월급이라는 고정 수입이 사라지는 것이다. 매달 생활비 만들기가 만만치 않은데 국민연금은 받을 시기가 아니고 개인연금은 충분치 못하다. 은행 이자가 2, 3%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연 10%대 중반 수익금을 매달 나눠 준다는 상품이 있다면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커버드콜 ETF(이하 커버드콜)가 그 주인공이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수익을 매달 줄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면서도 은퇴자들에겐 돌파구를 찾은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수익만 보고 무작정 투자해선 안 된다. 소중한 노후자금을 투자하는 만큼 어떤 원리와 방식으로 운용되는 ETF인지 상세히 알고 투자해야 후회가 없다.● 상승 수익 포기 대신 분배금 받아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은 52개. 순자산총액은 15조 원이었다. 이달 10일 기준으로는 54개. 순자산은 20조 원으로 약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커버드콜 순매수 규모는 3조4000억 원이며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97조 원에서 393조 원으로 32% 상승했다. 커버드콜이 ETF 시장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커버드콜의 기본 원리는 보유하고 있는 기초자산에 대한 옵션을 매도하는 것이다. 기초자산은 코스피200 지수, 나스닥100 지수, 미국 국채 등이다. 커버드콜은 이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을 다른 사람한테 팔고(콜옵션 매도) 대신 일정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 A가 보유한 기초자산 현재가가 100원이라고 하자. A는 B에게 일정 기간 뒤에 기초자산을 현재가인 1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팔고 대신 일정한 대가, 즉 옵션프리미엄을 받는다. A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일단 옵션프리미엄만큼의 돈을 확보한다. A는 옵션프리미엄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월 분배금을 지급한다. A 입장에선 이 거래가 늘 이득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옵션프리미엄이 100원의 5%인 5원이었다고 해 보자. 가격이 10% 상승해 110원이 됐다면 B는 약속대로 기초자산을 A로부터 100원에 사서 시장에 110원에 되판다. B는 옵션프리미엄을 빼고 5원의 이득을 얻었고, A는 옵션프리미엄 5원은 챙겼으나 상승분 10원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20%가 올라도 A는 5원 밖에 챙기지 못한다. 반대로 10% 하락한다면 B는 매수 권리를 포기한다. B 입장에선 10%가 내렸는데 수수료 5%만 포기해 손실을 축소한 셈이고, A도 5% 옵션프리미엄을 받았기 때문에 10% 하락을 5%에서 막게 된다. 하지만 하락폭이 더 크다면 A는 손실을 5%만 축소했을 뿐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커버드콜은 대체로 완만한 상승장이나 횡보장에서 빛을 발한다. 주가 변동이 옵션프리미엄 가격 이내라면 옵션프리미엄에서 상승분이나 하락분을 뺀 만큼 이익이다.● 시장 상승을 일부 따라가도록 진화 분배금을 받는 대신 상승은 제한되고 하락은 대부분 감내해야 하는 커버드콜 특성은 약점으로 인식됐다. 시장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시장이 빠질 때 비슷하게 빠졌다가 반등하더라도 회복이 더뎠다. 옵션프리미엄이란 푼돈 챙기다가 정작 큰돈을 못 벌거나 더 토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방식의 커버드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TF 이름에 ‘타겟’이 들어간 경우가 대표적이다. 연간 목표(타겟)로 하는 분배율에 필요한 만큼만 콜옵션을 매도하고 나머지 자산에는 커버드콜 전략을 쓰지 않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콜옵션 매도 비중을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 100% 중 30%에 대해서만 분배금을 받기 위한 콜옵션 매도를 하고 나머지 70%는 그대로 들고 가는 것이다. 이 경우 70%의 기초자산은 시장 상승분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옵션 매도 기간도 월 단위에서 주 단위, 일 단위로 줄여 옵션프리미엄을 최대한 확보한다. 기간이 짧은 만큼 옵션프리미엄을 여러 번 챙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옵션 갱신 비용 등도 늘어나 기대한 만큼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매달 따박따박 꽂히는 현금 분배가 매력 현재 국내 상장 커버드콜 중에 가장 큰 순자산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다. 콜옵션 매도를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해 단점을 보강했다. 2024년 12월 상장 이후 22일 현재 순자산 4조5300억 원, 올해 개인 순매수가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목표 분배율은 옵션프리미엄 연 15%와 보유 중인 코스피 200 개별 종목의 연간 배당률 2%를 더해 연 17%대(월 약 1.4%)를 기대한다. 삼성자산운용 자료에 따르면 상장 이후 목표한 분배율 월 1.4%를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 만약 1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보유했다면 연간 세전 2179만 원(월 평균 약 180만 원)의 분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도 원금의 70%에 달했다. 연간 분배금까지 더하면 총수익은 90%가 넘는다. 물론 이런 기록적인 성과는 코스피가 같은 기간 130% 상승한 덕분이다. 이처럼 타겟 방식의 커버드콜은 옵션프리미엄을 통해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고, 지수 상승 수익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 일반 배당보다 훨씬 낮은 세금이 매력적 커버드콜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절세 측면이다. 커버드콜의 세금은 분배금(옵션프리미엄과 배당) 수익, 매매차익에 대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자산 커버드콜의 경우 분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옵션프리미엄이 비과세다. 기초자산의 보유한 종목에서 받은 배당금은 배당소득세 15.4%를 내는데 분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개 10∼20% 선에 불과하다. 만약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기준인 연 2000만 원을 커버드콜 분배금으로 받았다고 해보자. 일반 배당금이라면 배당소득세율 15.4%인 약 308만 원을 내야한다. 하지만 분배금은 총액 2000만 원에서 10∼20%인 200만∼400만 원에 대해서만 15.4%의 세금이 부과돼 30만∼60만 원만 내면 된다. 커버드콜 분배금을 받으면 세금도 낮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걱정도 크게 덜 수 있다.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원래 커버드콜은 ‘기타ETF’로 분류돼 매매차익에 대해 15.4%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세금을 어떻게 내는지 이해하려면 보유기간과세, 과표기준가 같은 개념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결론만 얘기하면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나스닥, S&P500 같이 해외 자산인 커버드콜은 다르다. 분배금과 매매 차익 모두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해외 자산 커버드콜의 경우 연금계좌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담아 과세 이연과 저율과세 혜택을 받아야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 국내 자산 커버드콜은 일반계좌, 해외 자산 커버드콜은 연금계좌나 ISA에서 굴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높은 분배율에 현혹되면 안 돼 커버드콜이 많이 진화했지만 파생 전략을 쓰고 상방보다는 하방이 뚫려 있어 여전히 위험한 상품이다. 지난해 같이 꿩(매매차익)도 먹고 알(높은 분배금)도 먹는 상황은 예외적이다. 높은 수익률은 높은 위험률과 동의어다. 상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장기 성과가 검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커버드콜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커버드콜은 은퇴기에 그동안 확보한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고정적으로 받고 싶은 사람을 위한 상품이어서 장기간 자산을 불려 가야 하는 20∼40대에게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 원금 손실이나 상승 제한 위험 외에도 타겟(목표) 분배율이 미달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콜옵션 매도로 옵션프리미엄을 얻으려면 매수자가 높은 가격으로 사 줘야 한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현저히 낮아져 옵션프리미엄이 낮아질 경우 목표치만큼 분배율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또 분배금은 ETF 가격에 분배율을 곱한 것인데 ETF 가격이 떨어지면 분배율은 같더라도 분배금이 줄어들 수 있다. 본격적인 하락장이 오면 분배금 하락을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분배율만 보고 현혹되면 안 된다. 분배율은 목표치일 뿐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와 비슷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은 타겟 분배율을 7%로 잡고 있다. 코스피200의 연평균 상승률인 8%를 넘는 분배율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분배율은 절반 미만이지만 그만큼 옵션 매도를 덜해도 되기 때문에 KODEX 커버드콜보다 지수 상승을 따라가기 쉽다. 두 커버드콜의 매매 수익율과 분배율을 합한 총수익율은 거의 비슷하다. 현 시점에선 매달 현금이 더 필요하면 KODEX를, 상승에 초점을 맞춰 원금을 더 키우고 싶으면 TIGER를 택하면 된다. 특정 기초자산의 하락 같은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기초자산이 다른 커버드콜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포트폴리오에서 커버드콜 비율을 정한 뒤 국내-국외 혹은 성장-배당 등 기초자산이 다른 2개 이상 커버드콜을 고르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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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원 이상 목돈 마련 하려면 ISA가 정답”[은퇴 레시피]

    ‘만능 계좌’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이번 달로 도입 10년을 맞았다. ISA는 가입자가 올 1월 말 기준 약 800만 명, 가입 금액이 50조 원인 ‘국민 계좌’로 발돋움했다. ISA는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와 더불어 절세 3총사라 불린다. 연금저축과 IRP가 만 55세 이후 찾을 연금 만들기에 목적이 있다면 ISA는 1억 원의 목돈 만들기에 특화돼 있다. 이 세 계좌를 갖고만 있어도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함께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절반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ISA 개설부터 해지까지 완전정복해 보자.● 年 납입한도 2000만 원… 이월도 가능 ISA는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1개 계좌만 만들 수 있다. 일반형의 경우 19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납입 한도는 매년 2000만 원씩, 최대 1억 원이다. ISA 장점 중 하나가 한도 이월이다. 사정상 올해 2000만 원 한도를 채우지 못했다면 못 채운 액수를 다음 해에 채울 수 있다. 만약 4년 차까지 돈을 한 푼도 넣지 못해도 5년 차에 1억 원을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 따라서 여윳돈이 당장 없어도 무조건 만들어 놓는 게 득이다. ISA는 혜택을 많이 주는 대신 3년 의무 보유 기간을 지켜야 한다. 이 3년은 계좌 만기가 아니다. 만기는 계좌 개설 때 별도로 설정할 수 있다. 3년을 채우면 아무 때나 계좌를 해지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만기는 3년 이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넉넉하게 잡아 놓는 게 좋다. 3년 뒤 계좌가 손실 났을 경우에는 만기 해지하면 혜택이 사실상 없다. 물론 만기일 3개월 전부터 만기를 연장할 수는 있는데, 이걸 깜빡 놓치면 일반 계좌로 전환돼 혜택이 사라진다. 금융사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9999년이라는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옵션을 주기도 한다. ISA는 중개형, 신탁형, 일임형이 있는데 가급적 증권사의 중개형 계좌를 개설하길 권한다. 국내 개별 주식 거래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운용하며 중장기 자산 형성을 꾀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기준으로 중개형 비중이 98% 이상이다. ISA 도입 10년 기념으로 4월 초까지 모든 증권사가 신규 계좌 개설자와 기존 보유자를 상대로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는 점도 활용해 보자. ● 9.9% 분리과세의 매력 ISA는 연금저축, IRP처럼 과세 이연과 저율 과세 혜택을 준다. 국가가 세금을 나중에, 덜 거둘 테니 그 돈으로 투자를 더 해 복리 효과를 누리라는 것이다. 일반 계좌에선 매매 때나 이자 배당금을 받을 때 세금을 내지만 ISA에선 대부분 과세 이연했다가 해지 시 세금을 낸다. 총 수익금 중 200만 원은 비과세이고 나머지 수익금은 9.9%로 분리과세 된다. 보통 일반 계좌가 비과세 없이 15.4% 세금을 내는 것과 차이가 크다. ISA는 연금계좌의 세액공제 혜택은 없지만 다른 무기가 있다. 바로 수익금에서 손실금을 빼고 계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 통산’이다. 예를 들어 ISA 계좌에서 이자와 배당으로 300만 원 수익이 나고, 주식 투자로는 90만 원 손실이 났다고 하자. 일반 계좌에선 손실을 무시하고 수익 300만 원에 대해 15.4%인 46만200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ISA에선 300만 원에서 주식 손실을 뺀 210만 원만 과세대상으로 잡힌다. 200만 원은 비과세이니 10만 원에 대한 세금(9.9%) 9900원만 낸다. 36만3000원을 절세한 것이다. 분리과세이기 때문에 종합과세대상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건강보험과도 관련 없다. 납입 원금은 필요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다.● 고배당-국내 상장 해외 ETF 유리 ISA에서는 해외 주식과 해외 ETF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을 살 수 있다. 심지어 국내 레버리지 ETF도 살 수 있다. 연금계좌에서 살 수 없는 국내 개별 주식과 채권도 살 수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운용 폭이 넓다. 은퇴를 앞둔 초보 투자자들은 어떤 자산을 사야할지 막막할 수 있다. 하지만 2가지 원칙만 알고 있으면 포트폴리오 짜기가 어렵지 않다. 우선 이자나 배당(ETF는 분배금) 수익이 높은 자산이다. 일반 계좌라면 15.4% 세금을 내야 하지만 ISA에선 당장 내지 않고 미뤄진다. 대표적인 자산이 국내 개별 주 가운데 고배당 주와 고배당 ETF, 개별 채권과 채권 ETF, 부동산 리츠 ETF, 국내 상장 해외채권 ETF, 커버드콜 ETF 등이다. 다음으로 매매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자산이다. 역시 15.4%의 세금을 당장 안 내도 된다.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 금 ETF 등이다. 국내 개별 주식과 국내 주식형 ETF는 원래부터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아 배당금이 적은 경우라면 일반 계좌와 ISA의 차이가 없다. 일반 계좌 대비 장점이 크지 않기 때문에 ISA에선 다른 자산에 비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투자 성향 상 개별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투자해도 된다. 세금 혜택이 극대화되지 못한다는 것뿐이지 일반계좌에 비해 손해는 아니다. 또 개별 주식만 갖는 장점이 하나 있다. 주식으로 손실을 보면 손익 통산을 할 때 포함돼 계산된다. 그만큼 세금을 덜 내게 된다. ISA 혜택을 극대화하고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분배하면 된다. ETF만 산다고 하면 ①국내 고배당 ETF ②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 ③미국 또는 국내 채권 ETF ④부동산 리츠, 금, 커버드콜 ETF 등이다. 4가지 카테고리에서 국내와 국외, 주식과 채권, 기타 자산을 골고루 섞어 구성하면 단단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채권은 이자 수익을 온전히 누리려면 가급적 ISA 계좌 만기 혹은 해지 시점과 채권 만기를 일치시켜 주는 게 좋다. ETF는 만기 매칭형 채권 ETF를 권한다. 이름에 ‘26-12’가 있으면 2026년 12월에 만기인 채권들을 모아 놓았다는 뜻이다.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최적화하려고 투자를 미루는 것보단 일단 시작하고 공부하면서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 해지 후 연금계좌로 옮겨 세금혜택 유지ISA는 해지할 때 세금 혜택이 주어지므로 의무 기간 3년을 채운 뒤 충분히 수익이 났으면 일단 해지하고 다시 시작해야 세금 혜택이 극대화된다. 그만큼 ISA는 해지가 중요하고, 주의해야할 점도 있다. 우선 해지를 앞두고 모든 자산을 팔아 현금화해야 한다. 매일 가격이 변하는 자산을 현금으로 고정시켜야 계좌 내 손익통산이 가능해진다. 팔면 이틀 뒤 현금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해 원하는 해지 날짜보다 1주일 전부터 준비하는 게 좋다. 해지를 비대면 앱으로 할 수 있는 증권사도 있지만 아직 지점 방문이나 전화로 해야 하는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 중에 비대면 앱 해지를 도입할 예정이다. 다행인 건 만기를 깜빡 놓쳐도 한 달 동안은 자산을 정리할 시간을 준다. 이 기간에 발생한 수익의 일부도 세금 혜택을 준다. 이마저 놓치면 만기일 이전 수익에 대해선 ISA 혜택을 주지만 이후 수익에 대해선 일반 계좌 방식을 적용한다. 정상적으로 해지한 뒤 바로 새 ISA 계좌를 만들면 연 2000만 원 한도가 새로 생긴다. 한 가지 기억해둘 건 연 2000만 원 한도는 만 1년이 지나지 않아도 해가 바뀌면 새로 생긴다. 극단적으론 12월31일 계좌를 개설해 2000만 원 넣고 1월 1일에 다시 2000만 원을 넣을 수 있다. 해지 후 이 돈을 어떻게 쓰는 게 가장 좋을까. 근시일 내에 돈 쓸 일이 없다면 해지금은 연금계좌에 넣는 것이 노후 대비 측면에선 가장 효율적이다. 해지할 때 연금계좌로 돈을 옮기겠다고 하면 전용계좌를 준다. 그 계좌로 원하는 금액만큼 이체하면 금융사가 알아서 연금계좌로 옮겨준다. 해지 때 못했더라도 만기일 후 60일 이내 하면 된다. ISA에서 연금계좌로 가는 돈은 연금계좌 연간 납입한도(1800만 원)에 저촉되지 않는다. 더구나 옮긴 금액의 10%(최대 300만 원 한도)는 세액공제까지 해준다. 연금계좌에서 원래 받던 900만 원과 합해 최대 12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연금계좌로 최소 3000만 원을 넣으면 세금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연금계좌로 들어간 돈은 과세 이연을 계속 누리며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ISA에서 연금계좌로 넘어간 돈은 원금 취급을 받기 때문에 나중에 인출 때 세금과 무관하다. 여유자금은 있는데 연금계좌 한도 때문에 연금 자금을 모으기 힘들었던 은퇴 예정자들에겐 ISA가 좋은 징검다리가 된다.※도움말: 미래에셋증권 문희성 상품솔루션팀 수석매니저, 한국투자증권 한효영 상품전략부 팀장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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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 개시 가능해지면 年 1만 원은 꼭 인출하세요[은퇴 레시피]

    은퇴가 가시권에 들어온 50대라면 ‘연금 3총사’ 중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DB형(회사 운용)과 DC형(본인 운용) 중 어느 쪽인지, DC형이라면 자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어 연금저축계좌, 개인형연금저축계좌(IRP) 등 개인연금도 체크한다. 계좌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개설하고 계좌가 있어도 관리가 안 돼 있다면 납입 계획과 포트폴리오 등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개인연금은 세액공제, 과세이연(移延), 저율과세 등 3가지 막강한 혜택을 준다. 이들 계좌를 적절히 활용하면 은퇴 후 충실한 현금 공급원이 돼 노후 삶이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조금 복잡하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퇴직금과 가장 관련 깊은 IRP를 중심으로 효율적 연금 관리 방법을 소개한다.● 계좌 개설 50대도 늦지 않았다 IRP는 퇴직급여를 수령하거나 퇴직 전 본인 자금을 넣어 운영하는 연금계좌다.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금융기관마다 1개씩 만들 수 있다. 증권사 계좌에선 ETF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의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적극적 투자자에게 좋다. 은행 계좌에선 예적금 금리가 약간 높다. 50대도 늦지 않다. 소득이 가장 많을 시기여서 연금을 위한 목돈을 만들기가 쉽다. 퇴직 후 다른 일자리를 구한다면 5∼10년 플랜으로 연금을 모을 수 있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세액공제 한도는 꼭 채우자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 때문에 IRP와 연금저축계좌를 접한 경우가 많다. 연금계좌의 연간 납입 한도액은 1800만 원. 이 중 세액공제를 받는 금액은 900만 원이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액이 5500만 원 이하면 16.5%(최대 148만5000원), 초과면 13.2%(118만8000원)다. 매년 세금을 이만큼 덜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계좌별 세액공제 연간 한도는 IRP는 900만 원, 연금저축은 600만 원까지다. 이 둘을 합쳐 한도가 900만 원이므로 연금저축으로 600만 원, IRP로 300만 원을 공제 받는 방식이 추천된다. 연금저축은 원금 내에서 중도 인출이 자유롭고, 일부 인출도 가능해 나중에 목돈이 필요할 때 편리하기 때문에 비중을 높인 것이다. 연금이란 목적에 더 충실한 IRP는 중도 인출 조건이 까다롭고 전액을 찾아야 한다는 핸디캡이 있다. 또 전체 금액의 30%는 비(非)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세액공제 받는 900만 원은 꼭 넣되 여윳돈이 있다면 1800만 원 한도를 채우는 게 좋다. 세액공제 혜택은 일부분이고 과세이연, 저율과세가 더 매력적인 혜택이기 때문. 이자 및 배당 소득 과세도 늦춰져 저축용으로도 좋다. 다만 세액공제 받은 금액은 꼬리표가 붙는다. 나중에 인출할 때 세액공제 받은 금액이나 운용수익금 수령액이 연 1500만 원을 넘으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세액공제 받은 돈과 안 받은 돈을 계좌별로 분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연금이 더 중요한 50대라면 세액공제 받지 않은 900만 원을 연금저축에, 세액공제 받은 900만 원을 IRP에 넣으면 연금 인출 시 편리하다.● 퇴직금 받는 IRP 계좌는 새로 개설 과세이연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퇴직금 2억 원을 IRP 등 연금계좌로 넣을 때와 일시불로 탔을 때를 비교해 보자.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와 퇴직금 액수에 따라 다르지만 10%로 가정한다. 연금계좌에선 퇴직소득세를 당장 떼지 않기 때문에 원금 2억 원을 고스란히 운용할 수 있다. 연 5%라면 수익금이 1000만 원이다. 반면 일반계좌라면 세금 떼고 1억8000만 원이 남는다. 5% 수익을 내도 900만 원이고, 여기에 이자소득세 15.4%까지 떼면 761만 원이 남는다. 연간 240만 원 가까이 차이 난다. 퇴직금도 원래 내야 하는 퇴직소득세의 30∼50%를 감면해서 내고, 세금을 내지 않은 금액만큼의 복리 효과가 더 커진다. 퇴직금을 받는 IRP 계좌는 기존 IRP 계좌와는 따로 개설하는 것이 인출할 때 더 편하다. 기존 IRP 계좌에 넣으면 수령 한도와 세율이 다른 자금들이 섞일 수 있다. 퇴직금 용으로 따로 만들면 퇴직소득세만 신경 쓰면 된다. 또 퇴직금을 새 IRP로 받았다 해도 필요하면 기존 IRP와 통합할 수 있다.● 연금 개시 가능해지면 빨리 시작 저율과세 효과를 명확히 알려면 연금 인출 시 계좌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순서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선 본인이 넣은 돈 중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돈이 가장 먼저 인출되며 세금을 내지 않는다. 두 번째로 인출되는 돈은 퇴직금으로 퇴직소득세를 낸다. 퇴직소득세는 실제 수령 연차가 10년 이하면 원래의 70%, 20년 이하면 60%, 20년 초과면 50%를 낸다. 퇴직소득세율이 10%였다면 각각 7%, 6%, 5%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제 수령 연차를 빨리 늘려야 조금이라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연금 개시가 가능하면 당장 연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어도 최소 1만 원을 찾아 무조건 개시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55세에 연금 수령을 시작하면 65세엔 퇴직소득세율이 원래의 70%에서 60%로 10% 줄어든다. 그러나 60세에 시작하면 70세가 되어서야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인출되는 돈은 세액공제를 받은 돈과 계좌의 운용수익이다. 연금소득세를 내는데 만 55세부터 만 70세 미만은 5.5%, 만 80세 미만은 4.4%, 만 80세 이상은 3.3%를 낸다.● 연 1500만 원 인출 한도 유의해야 실제 연금 인출 단계에 들어가면 매년 얼마씩 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돈과 퇴직금 원금이 한 묶음이고 세액공제 받은 돈과 운용수익이 다른 묶음이다. 2013년 3월 이후 개설한 계좌의 연금수령한도는 연금계좌평가액÷(11-연금수령연차) 한 뒤 120%를 곱하면 된다. 연금평가액이 2억 원이고 수령 첫 해라면 2400만원이 된다. 해마다 늘어나 11년차엔 한도가 사라진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돈과 퇴직금은 연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찾으면 된다. 다만 이를 초과한 액수는 기타소득세 16.5%를 내야 한다. 세액공제 받은 돈과 운용수익의 경우는 다르다. 다른 사적연금을 포함해 연간 1500만 원을 초과해 찾으면 연금소득세 5.5∼3.3%가 아니라 기타소득세 16.5% 부과 대상이 된다. 2000만 원을 찾는다면 차액인 500만 원이 아니라 전액에 대해 부과된다. 이 경우 종합과세나 분리과세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연금계좌나 IRP에서 받는 연금은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건강보험료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개인연금은 상관없다. ● 연 5∼6% 수익의 현금 흐름 중시 운용 IRP는 노후를 위한 절세 통장인 만큼 세금 혜택이 먼저 고려되지만 어떻게 수익을 내고 안정적 현금 흐름을 창출하느냐도 중요하다. 이것이 세금 혜택을 능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 수익률 5∼6%를 추천한다. 김경록 옵투스투자운용 고문은 미국 S&P500, 채권, 코스피 추종, 인프라나 리츠, 우량배당주(커버드콜 포함) ETF 등을 담는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P500 ETF와 코스피-미국채를 함께 담은 ETF, 금 현물 ETF를 5대3대2 비율로 담은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50대라면 주식 비중을 20∼30%로 하고 나머지는 배당을 통한 현금 흐름이 창출되는 식으로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종목 구성이 힘들다면 증권사가 제공하는 디폴트 옵션 제도나 은퇴 시점과 연동해 주식-채권 비중을 자동 조정해 주는 TDF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 ● ISA 해지금은 개인연금으로 납입 ISA는 연간 2000만 원씩 납입 가능하고 의무 가입 기간이 3년인 절세 계좌다. 3년 만기 때 해지하면 순수익 중 200만∼400만 원은 비과세, 나머지 수익은 9.9%로 분리 과세한다. 그런데 ISA 해지금을 연금 계좌로 옮길 수 있게 되면서 연금 불리기 ‘치트키’가 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연금 납입 기간이 짧은 50대는 연금 계좌 납입 한도 1800만 원과 상관없이 옮길 수 있다. 만약 ISA 계좌에 3년간 연 2000만 원씩 넣고 수익이 200만 원이었다면 6200만 원의 목돈을 연금 계좌에 넣을 수 있다. 여기에 세액공제도 납입금액의 10%(최대 300만 원)를 추가로 해준다. 해지일로부터 60일 이내 연금 계좌로 넣어달라고 신청하면 된다. ※도움말: 김혜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부 팀장, 최아름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팀 수석매니저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202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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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소 ‘히든 챔피언’에서 세계 톱티어 항공우주종합대학 눈앞”

    “학교 규모는 작지만 우주·항공 분야에서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만큼은 어느 대학보다 크다고 자부합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사진)은 학교를 ‘작지만 강한 대학, 히든 챔피언’이라고 소개했다. 입학정원 827명에 재학생 수가 5000여 명으로 일반 종합대학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전공 선택이 자유롭고 취업, 연구, 창업 지원이 잘 구비돼 있다는 것이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서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한국항공대는 민간 출신 조종사의 70% 이상을 배출해 온 전통 명문 사학이다. 허 총장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18개 전공별 항공우주 분야 특성화 교육으로 확대해, 세계 톱티어의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항공대의 차별화 전략은 학생-교수-졸업생의 3중 멘토링이 가능한 밀착형 학생 지도 시스템에 있다. 허 총장은 “타 학교 대비 입학생과 재학생의 이탈률이 낮은 이유”라고 말했다.● 70%대의 취업률한진그룹이 운영하는 학교 재단이라는 특성을 살려 대한항공과 실질적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한화,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협업하며 연구개발 교류 및 인턴십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미국연방항공국(FAA)과 함께 항공정비사 교육 과정을 새로 개설하고, 연구실 단위의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허 총장은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등 156개 대학과 교류하며 한국 대표 항공 전문 교육기관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항공 운항에서 드론, 모빌리티, 인공위성까지 다루는 전문 교육기관은 전 세계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인천항만공사, 미국 엠브리리들 항공대와 4자 공동으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GAPP(글로벌 항공 전문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 중이다. 한국항공대는 경영학부를 제외한 모든 학부와 학과가 이공계열로 졸업생 대부분은 우주항공 분야 기업이나 연구소로 진출한다. 70%의 취업률과 90%의 취업유지율은 한국항공대만의 차별점이다.● 전공 벽 허무는 교육 과정 개편 최근 항공우주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과정 개편도 진행 중이다. 드론과 도심항공교통(UAM)은 수많은 기술의 집약체인 만큼, 작년부터 기존의 ‘학과의 벽’을 허물고 우주·항공, 드론, 인공지능 등의 교육 과정을 ‘전공 트랙’ 방식으로 전환했다. 올해도 수요자 중심의 융합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전공 기초를 확대하고, 3·4학년 전공 심화교육을 강화해 ‘사일로(silo) 현상’을 허무는 전면적 학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는 드론·항공 분야 혁신융합대학 주관으로 선정돼, 항공·드론과 저궤도위성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BK21 사업도 운영 중이다. 또 항공·드론 첨단산업인력 부트캠프, 항공교통 전문가 양성 사업, 항공방산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사업 등 10여 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 집중 육성 교내 로켓연구회 동아리에서 시작해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발사체인 ‘한빛-나노호’를 개발한 ㈜이노스페이스(대표 김수종)가 대표적인 스타트업 창업 사례다. 지난달 상업용 발사에는 실패했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와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쿼터니언(대표 송용규 교수)의 위성 개발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윤지중 교수가 개발·발사한 초소형 위성 ‘OOV-Cube’는 현재도 교내 관제실과 교신하고 있다. 교내 산학협력단은 창업보육지원센터와 경기도 연계 사업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한다. 창업지도 전담교수 중심으로 매년 교내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며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도 운영하며, 항공·우주·국방·드론 분야의 창업 생태계 구축 및 지역 네트워킹 활동을 고도화하고 있다. ‘보잉데이(보잉 협력)’, ‘에어버스101(에어버스코리아 협력)’ 같은 아이디어경진대회를 매년 개최해, 수상팀들에게 미국, 유럽 등 현지 답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허 총장은 “임기 내 창업 관련 프로그램과 강좌, 이벤트 등을 강화해 창업 분야에서도 명문 대학의 입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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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는 저축 늘리고 60대는 재취업해 은퇴 자산 쌓아라”[은퇴 레시피]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대 가구주 평균 자산은 6억 원이 살짝 넘는다. 이 중 75% 수준인 4억5000만 원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다. 당장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은 1억5000만 원 정도이지만 빚도 1억 원 수준이다. 이 정도 자산으로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을까. ‘은퇴 레시피’는 은퇴와 노후를 걱정하는 5060세대를 위해 안정된 준비 방법과 전략을 자산, 일, 관계 등의 측면에서 들여다본다. 첫 번째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와 은퇴연구소장을 지낸 은퇴 전문가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에게 올바른 은퇴 준비를 위한 조언을 들어 봤다.》● 진정한 은퇴 자산 관리는 50대부터김 고문은 자산과 관련해 대부분 간과하는 사실부터 지적했다. 국민연금과 중위자산이다. 통계청 조사에는 국민연금이 빠져 있다. 만 65세 이후 월 100만 원을 받는다면 국민연금 가치는 3억 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50대 가구주 실질 평균 순자산은 8억 원 선이다. 대기업에 35년 다녔다면 월 200만 원까지도 받으니 6억 원이 추가된다. 7080세대와는 달리 5060세대는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 수혜 세대여서 노후 준비가 그나마 수월한 셈이다.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서울 거주 2인 부부 가구의 월 생활비는 350만 원 선. 해마다 평균 4% 이상 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100만 원을 해결해도 250만 원 이상 부족하다. 특히 50대의 중위자산은 2억7000만 원에 불과하다. 50대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을 어떻게 잘 굴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50대가 중요한 이유는 가장 소득이 많은 시기여서 투자를 위한 저축을 ‘스텝업’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지출 유혹을 줄여 저축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김 고문은 강조했다. 김 고문은 “큰 눈덩이를 굴릴 때 눈이 더 많이 뭉쳐지는 것처럼 소득과 자산이 가장 많은 50대가 자산 눈덩이를 적절하게 굴리면 성공적인 재테크를 할 수 있다”며 “은퇴 자산 관리는 50대부터 진검승부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퇴직연금을 방치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김 고문은 “대부분 예금에 넣고 있어 수익률이 2%대로 낮고 심지어 자신의 퇴직연금이 DB형과 DC형 어느 쪽인지, DC형이라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연금과 세금 지식은 은퇴 인프라를 깐다는 심정으로 숙지해야 20∼30년이 편해진다고 김 고문은 조언했다. 퇴직연금은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김 고문은 ‘분산’과 ‘인컴’ 원칙을 강조했다. 50대 이후는 지금까지 번 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분산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매달 일정한 금액이 들어오게 하는 인컴 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고문은 퀄리티 높은 자산 1순위로 미국 S&P500 ETF를 꼽았다.“S&P500은 지수 출시 이후 투자자에게 연평균 11% 수익을 안겨 줬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좋지만 장기적으론 가장 견실한 S&P500부터 축구 스트라이커처럼 세워 자산 관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어 연 4∼6%를 목표로 채권, 우량배당주, 인프라 관련 펀드 등을 지목했다. 예금보다 약간의 리스크는 더 부담하되 수익률이 더 좋은 자산이라는 것이다. 다만 김 고문은 여기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독일국채연계증권(DLS)이 연 4∼5% 수익을 줄 수 있다고 해서 많이 가입했는데 투자금 80%를 날린 분도 봤습니다. 손실 하방이 뚫려 있는 자산에 투자금 대부분을 넣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 인기 있는 커버드콜 ETF도 일정 한도 내에 편입할 수 있지만 ‘연 15%’ 하는 말에 현혹돼 ‘몰빵’해서는 안됩니다. 투자 세계에 공짜 수익은 없고, 합당한 리스크를 져야 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추천할 투자 분야로는 바이오 섹터를 꼽았다. “AI 등장의 큰 수혜를 입는 분야가 바이오 산업입니다. 질병을 고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인체 부위를 부품처럼 바꿔 끼우는 날이 멀지 않습니다. 만약 관절이 안 좋다면 그때 바이오ETF를 팔아서 관절을 갈아 끼우는 비용으로 쓰십시오.(웃음)” ● 70세까지 노동시장에 남아 있어라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장기적 자금은 어느 정도 확보된다 해도 단기적인 자금 흐름은 여전히 부족하다. 50대 가구주가 평균 1억 남짓한 금융자산으로 돈을 불리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 상황에서 은퇴 후 재취업은 필수다. 김 고문은 한국 직장인이 선진국과 비교해 근무연수가 짧다는 점을 언급했다. 선진국 직장인 평균 근무연수는 37년. 하지만 우리는 노동시장 진입 시점이 늦고 조기 은퇴도 적지 않아 30년이 채 안 된다. “10년 더 일한 선진국 은퇴자는 그만큼 연금이 풍족해 재취업 욕구가 적어요. 하지만 한국 직장인은 10년 덜 일했기 때문에 연금이 빠듯한 편입니다. 이를 메우려면 최소 65세까지는 필수, 70세까지 일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김 고문은 재취업 효과와 관련해 흥미로운 숫자를 제시했다. 5억 원 자산을 가진 60세가 은퇴 후 재취업해 자산에 손대지 않은 경우 투자수익률이 연 4%라면 70세 때 자산이 7억4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일하지 않고 매년 4000만 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쓴다면 10년 후 남는 자산은 2억 원에 불과하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게 70대 이후를 보내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60세 은퇴와 65세 국민연금 수령 사이의 소득 크레바스(공백기)를 재취업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일자리 수준이다. 은퇴자들은 재취업할 때 월급으로 350만 원을 바라지만 현실은 250만 원 안팎이다. “은퇴 후에 소비를 줄이는 다운시프트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 낮추기를 해야 합니다. 직장 다닐 때 기준에 맞추면 좌절감을 많이 느낍니다. 서울시, 고용노동부 등 민관에서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두드리면 열 수 있어요.” 김 고문의 지인도 얼마 전 쓰레기 재처리를 감시하는 일자리를 얻었는데 월수입은 줄었지만 4대 보험도 해결돼 만족한다고 한다. 자격증 취득도 좋은 대안이다. 자격증을 따면 월 300만 원 소득이 가능한 분야가 적지 않다. 그는 “주택관리사, 손해사정인, 나무의사 등은 월수입 3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며 “2년 바짝 공부해서 따는 자격증은 70대 이후로도 소득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페어 타이어 같은 주택연금 김 고문은 실물 자산(부동산)을 현금화(유동화)하지 않는 것이 노후 준비를 어렵게 여기는 원인의 하나라고 했다. 국내 주택연금 개시 시점은 보통 73세. 김 고문은 주택연금을 70세 넘어 받으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줄어드는 시기에 국민연금과 함께 가장 요긴한 소득원이 된다고 한다. “저는 주택연금을 ‘스페어 타이어’라고 합니다. 집을 현금화하지 않는 것은 굴비를 매달아 놓고 소금만 먹는 자린고비와 같습니다. 전 재산을 놓고 30∼40년 간의 소득 지출 플랜을 짤 때 주택을 활용하지 않으면 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50대가 소유한 평균 부동산 가격은 4억∼5억 원. 이를 70세부터 수령하는 주택연금으로 환산하면 현재 기준으로 월 120만∼150만 원이다. 김 고문은 이를 위해 부부, 자녀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은퇴 준비라고 했다. “성인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한 것처럼 노년의 부모는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자녀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생각부터 버려야죠. 은퇴 플랜에서 자녀 결혼 자금 마련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것도 능력 범위 내에서 해야합니다. 가정은 부부 관계로 다시 짜야 주택연금 같은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은퇴 전후 조심할 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김낙수 부장은 은퇴자들이 빠지는 전형적 함정을 보여준다. 은퇴 후 예전 같은 수입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에 상가 분양 사기를 당해 평생 벌어 놓은 재산 대부분을 날린다. “갑자기 회사를 나오거나 미리 준비하지 않은 은퇴자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흙탕물에 빠졌다고 허우적거려도 흙탕물은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그땐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천천히, 차분히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그럼 흙이 가라앉아 맑은 물이 됩니다.” 그는 은퇴자들이 떼돈 벌 수 있다는 주변 말만 듣고 주식 등에 덜컥 투자하는 일을 경계했다. 그는 평소 자기 친구인 의사와 유명 대학병원 의사 중 누가 더 믿을 만하냐고 묻는다. 당연히 유명 대학병원 의사다. 이처럼 투자할 땐 남이 다 인정하는 곳에 투자해야 설사 잃더라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자산 1억 원이라면 수익률 2%라 해도 연 200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투자하다 그나마 있는 재산을 털어먹습니다. 200만 원은 재취업해서 충당하고 자산운용은 덤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 퇴직, 주택연금에 재취업을 통한 소득 확보가 가장 이상적인 대책입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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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나의 아저씨’의 죽음

    어제 영면에 든 배우 이선균 씨는 영화 ‘기생충’으로 연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지만 그의 인생작으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가수 아이유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 작품에서 그는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운 상처투성이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참된 어른’의 역할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평소 드라마와 거리가 먼 중년 남성 중에도 이 작품을 보고 오랜만에 눈물샘이 터졌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 ‘국민 아저씨’가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에 크게 놀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에 더 크게 놀랐다. 그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공터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기 전날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요구하며 억울해했던 그의 죽음에 동료 연예인들과 팬들은 아연실색했다. 부인 앞으로 ‘어쩔 수 없다’ ‘이 길밖에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약 의혹이 제기되기 전인 10월 초 미국 한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기는 내 일기, 앞으로 또 다른 일기를 쓰고 싶다”고 한 것이 대중을 향한 마지막 인사가 됐다. ▷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3차례나 포토라인에 섰다. 흉악범도 포토라인에 한 번 설까 말까 한데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모두 공개리에 소환됐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검사에서도 마약 음성으로 나온 뒤 이달 23일 세 번째 소환 때는 고인 측이 비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를 협박한 A 씨의 진술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그를 거듭 포토라인에 세웠다. ▷미리 약속된 시각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서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법무부 훈령에도 사건 관계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언론 등과 접촉하게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특히 결정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최근 마약 무혐의를 받은 지드래곤 역시 포토라인에 설 수밖에 없었다. 마약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도 두 번째 소환부터는 비공개를 요구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의 아저씨’의 명대사 중에는 이선균이 연기한 박동훈이 곤욕을 치르는 상황에서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이 있다. 절절한 자기 위안으로 어떻게든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공감을 산 대사였다. 하지만 현실 속의 그는 포토라인에 서고, A 씨와의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모두가 아는 일’의 주인공이 됐다. 심리학자들은 그렇게 누적된 수치심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라고 한다. 포털의 악성 댓글로 유명 배우들이 자살한 뒤 댓글이 금지된 것처럼 연예인을 무작정 포토라인에 세우는 관행도 이번에 바로잡아야 한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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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증원 효과는 10년 뒤, 입시 부작용은 당장 눈앞에 [수요논점/서정보]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몰아닥친 17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라는 긴 이름의 집회였다. 의협 측은 “8000명이 참가했다”고 했지만 실제론 1000여 명에 불과했다. 이날 집회에선 일부 간부의 삭발식까지 이어지면서 강경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과연 의대 증원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에 이르는 심각한 위기를 맞는 것일까.》● OECD 평균과의 비교2000년 의약분업 추진 이후 정부는 의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2004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3409명에서 3058명으로 줄였다. 이후 지금까지 동결된 상태다. 의대 증원 논의의 출발점은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라는 두 키워드가 설명해준다. 국민들이 의사 부족을 체감하는 현실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의사 인력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58% 수준이다.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1500명 늘려 매년 4558명을 뽑는다면 2035년 진료 의사는 2.99명이 된다. 그런데 OECD 31개 회원국의 경우 연평균 의사 증가율을 유지한다면 평균 4.45명이 된다. 1500명씩 늘려도 OECD 평균의 67.2%에 그친다는 것이다. 매년 배출되는 의사 수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기준 10만 명당 7.26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평균은 13.5명. 독일은 12.4명인데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0명 늘릴 계획이다. OECD 평균과의 비교법은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사 수의 절대적 부족 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맹점도 있다. 각국의 의료 환경이 달라 의사 수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OECD 내 동유럽 국가의 경우 국가 공무원인 의사가 대부분이어서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과 미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가 2.6명 수준이어서 우리와 차이가 크지는 않다. 매년 배출되는 의사 수도 미국(10만 명당 8.54명), 일본(7.32명)과 비슷하다. 의협의 의료정책연구소는 인구 감소 등으로 2047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5.87명으로 OECD 평균 5.82명을 넘어선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OECD 평균과의 단순한 숫자 비교는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다는 근거로 삼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의 경우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늘려 왔고 우리처럼 완전 동결한 것과는 다르다. 또 미국 등은 합법화된 PA간호사 등이 의사 일을 일부 대신하고 있어 한국의 의사 수가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 의사 수입으로 본 공급 부족건강보험 진료비나 이용률, 인구 추계 등을 통해 적절한 의사 규모와 비교하는 연구도 많다. 대부분의 결론은 의사 부족이다.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하면 2050년에 2만2000∼2만8000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50년 이전까지 의사 부족이 이어지지만 급격한 인구 감소 탓에 이후에는 의사 수가 남아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5년간 한시적으로 정원 500명을 늘린 뒤 선진국처럼 의료 수요와 의사 수를 비교 검토하는 위원단 등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의사 소득 수준으로 의사 부족을 가늠하기도 한다. OECD ‘2023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 봉직의(페이 닥터) 수입은 2020년 19만여 달러로 10년 새 42% 증가했다. 구매력과 환율까지 감안해도 OECD 최고 수준이다. 국가 내부에서 비교해도 우리나라 의사 소득은 전체 근로자 평균 소득의 4.6배로 OECD 평균(2.9배)을 훌쩍 뛰어넘는다. 의사 소득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면 분명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공계 이탈과 N수생 양산의대 증원을 한다면 의료계에만 파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대학 입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시 업계에선 최상위권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공계 이탈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입시학원에는 의대 진학을 위해 재학생과 N수생, 직장인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정원 1000명이 늘면 의대 준비생은 최소 6000명 이상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의대 블랙홀이 더 심화되면 이공계 인재 부족과 대학 교육의 위기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대 증원을 통한 의사 증가 효과는 10년 뒤에 보는데 입시 부작용은 지금 바로 나타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급격한 증원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매년 정원의 5%씩 늘려 2030년에 1000명이 증원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필수·지역의료 과연 나아질까가장 큰 논란거리는 의사 수가 많아지면 과연 시급한 필수 및 지방의료 공백 사태가 해소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의대생을 늘리면 심각한 전공의 미달 사태를 빚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에도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의대 졸업생들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원하는 전공 분야를 가려 하고 있고, 졸업 후 일반의로 개업하는 추세가 확대되면서 낙수효과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 5년 내 개업한 일반의의 80% 이상이 피부과 진료를 내걸었다. 더 심각한 것은 필수의료 분야의 기존 의사까지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하면서 전공과 무관하게 편하게 돈을 버는 분야로 바꾼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심장혈관 흉부외과 의사가 하지정맥류나 신장 투석 등을 하는 병원을 차리는 것이다. 마취과 의사의 경우 서울 강남 성형외과를 돌면서 마취를 하는 것이 고난도 중증환자들의 마취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대학교수보다 월 기준 3, 4배를 더 벌 수 있다. 이로 인해 서울 대형병원은 물론이고 경기 부산 충청권 대학병원 등에서 의사들의 줄사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으로 비급여 진료가 급성장하면서 빚어진 보상 체계의 왜곡 탓이라고 지적한다. 건강보험 위주의 필수의료는 수가가 오르지 않으면서 수입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고된 야근과 비상 상황 등 힘든 여건이 계속되니까 이탈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건강보험 환자 진료 시 비급여 진료를 금지하거나 독일처럼 진료 과목당 동네병원 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와 필수의료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의대 증원을 해도 필수의료 분야로 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가피한 의료 사고로 인한 법적 보호도 아직 미흡하다. 의사 1000명당 연간 기소 건수는 우리나라가 2.58명으로 일본의 0.01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역 의료도 마찬가지다. 지역 의대의 전공의들은 절반가량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대학병원 응급실이나 상급병원도 진료 과목을 매일 운영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의사난이 심각하다. 고통 받는 것은 중증 응급 상황에서 의사를 찾아 수백 km를 달려가야 하는 지역 주민들이다. 열악한 지역의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증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대 증원분의 3분의 2를 지역 국립대 의대에 주고, 지역 인재 선발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해야 지역 의료의 숨통이 그나마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문재인 정부는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뒤 의협과 이른바 ‘9·4합의’를 맺었다.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의협이 참가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이를 근거로 의협은 현재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9·4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협의체 논의를 별로 하지 않고 거리로 나섰다. 의대 증원 문제는 단순한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건강보험 수가, 의료보상 체계, 지역의료 균형은 물론이고 입시 영향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그간 국내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의협은 이를 위해서라도 논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정부도 의대 증원 목표에만 매달려 다른 문제들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또 의사 외에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과 소비자인 환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을 필요가 있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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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90대 유모 쫓아내려던 전문직 아들과 소송으로 막은 아버지

    70대 A 씨는 2014년 서울 성동구에 23.1㎡(약 7평)의 소형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어릴 적 자신을 돌봐준 유모를 모시기 위해서였다. 어머니가 투병 생활을 하느라 돌보지 못한 A 씨 등 5남매를 이 유모는 정성스레 키웠다. 그 고마움을 간직했던 A 씨는 뒤늦게 유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산다는 걸 알게 됐고, 형제자매들과 상의해 거처를 마련해준 것이다. 다만 A 씨는 오피스텔 명의를 아들 B 씨의 이름으로 했다. 유모가 숨지면 자연스레 아들의 소유가 되도록 하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다. ▷7년이 지난 2021년 40대 아들 B 씨는 돌연 유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오피스텔을 비워주고 그동안 안 낸 임차료 1300만 원까지 내라는 것이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들은 그동안 모은 돈과 증여를 통해 오피스텔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90대에 치매를 앓아 거동조차 불편한 유모는 전혀 대응할 능력이 없었다. 아들이 자신의 명의로 해준 것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친어머니처럼 여기던 유모를 내쫓으려 했다는 것이 아버지로선 얼마나 야속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아버지는 아들 편이 아닌 유모 편에 섰다. 혈연관계가 아니어서 유모의 소송을 대리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자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찾아다니며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까다롭다며 난색을 표하던 공단 측도 그의 거듭된 호소에 소송에 나섰다. 유모의 성년후견인이 되는 복잡한 절차를 밟았고, 유모의 인적사항 등 기본 서류부터 다양한 재판 서류를 일일이 준비해 제출했다. 또 공인중개사를 설득해 매매 당시 아들에게 명의를 신탁한 것이라는 증언을 하게 했다고 한다. 오피스텔은 실제로 자신의 돈으로 산 것이라며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도 별도로 냈다. ▷법원의 판단은 기른 정을 소중히 여긴 아버지의 편이었다. 오피스텔의 실질 소유주가 아버지라는 점, 아들의 주장은 무효라는 점, 그러니 소유권도 아버지에게 넘기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오피스텔 매매대금 등을 모두 아버지가 냈고, 이후 관리비와 재산세 등도 아들이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어릴 적 자신을 돌봐준 유모를 지키려는 70대 아버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으려 그런 아버지와 소송을 벌인 40대 전문직 아들의 사연에 감동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아들은 머지않아 자신의 몫이 될 재산에 욕심을 부리다 오피스텔도 잃고 아버지도 잃고 말았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무섭다고들 하지만 길러준 유모에게 끝까지 보은한 아버지 A 씨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가 숙여진다. 비록 재판까지 갔지만 아들도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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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 [횡설수설/서정보]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 조계종은 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이 생전에 일찌감치 남겼다는 열반송(임종게)을 공개했다. 원래 열반송은 고승들이 숨을 거두기 전 평생의 깨달음을 압축해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을 뜻한다. 생사에 연연하지 않는 초월의 경지와 폐부를 찌르는 성찰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열반송 중에선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이 남긴 것이 가장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넘는다/산 채로 지옥에 떨어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둥근 수레바퀴가 붉음을 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마치 자기 죄를 고백하는 듯한 이 열반송은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성철 스님의 상좌(제자)였던 원택 스님은 “생전 신도들에게 ‘내 말에 속지 마라’고 자주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깨달음을 얻으라는 스님 특유의 반어법이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예전엔 보통 5언, 7언 절구의 한시(漢詩) 형태로 남겼지만 한자를 모르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간결하게 한글로 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 대표적 비구니인 광우 스님은 2019년 ‘떠나는 바람은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가 갈 뿐이다’라는 열반송을 남겼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열반송은 2010년 임종한 지 8년 만에 미발표 원고 등을 책으로 낼 때 함께 공개됐다. 그는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다. 간다. 봐라”라고 했다. ▷열반송조차 불필요한 겉치레라고 본 스님들도 있었다. 8대 종정을 지낸 서암 스님은 제자가 열반송을 남겨 달라고 하자 “나에겐 그런 거 없다. 정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그게 내 열반송이다”라고 했다. 2021년 입적한 월주 스님(전 총무원장) 역시 “내가 살아왔던 모든 생애가 바로 임종게가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열반송이 마치 고승의 징표처럼 여겨지는 세태에 대해 “임종게 없이 돌아가신 분의 상좌들이 임종게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2009년부터 8년간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뒤에도 조계종의 막후 실세로 활동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주변 스님들과의 다툼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대학생 전법을 위해 10년간 힘쓰겠다고 했던 그가 갑자기 분신과 흡사한 ‘소신공양’ 형태로 세상을 떠나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있다. 불교계에서 십수년 동안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그는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었던 것일까. 사라지는 인연…. 그가 미리 남긴 열반송이 그의 마지막을 암시한 듯하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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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기시다 최악 지지율과 ‘아오키 법칙’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21%, 지지하지 않는다는 74%였다. 자민당 지지율도 24%에 그쳤다. 아사히와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25% 이하로 나왔다. 모두 2012년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이후 최악의 수치라고 한다. 그러자 여론조사 결과로 일본 정권의 붕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아오키 법칙’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아오키 법칙은 자민당 간사장과 관방장관을 지낸 아오키 미키오 전 의원이 제시한 것으로 3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각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합계가 50을 밑돌 때이다. 두 번째는 30 대 50 대 20 법칙으로 자민당 지지율 30%, 무당파 50%, 야당 지지율 20%의 비율이 무너질 때이다. 세 번째는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내각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을 때이다. 마이니치 조사를 보면 내각과 정당 지지율 합계가 50을 밑돌고, 자민당 지지율은 30% 미만이며, 정권 지지율과 비지지율 차이가 50%포인트를 웃돈다. 아오키 법칙이 모두 들어맞는 상황이다. ▷올 5월만 해도 50% 안팎의 지지율로 “선진국 중 가장 안정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던 기시다 정권의 인기가 급락한 이유는 뭘까. 우선 일종의 디지털 주민증인 ‘마이 넘버 카드’를 서둘러 도입했다가 수많은 행정오류가 발생한 게 영향을 줬다고 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에서 불편을 초래한 것이다. 장남 비리 등 가족 문제와 자민당 소속 차관급 인사 3명이 스캔들로 낙마하는 인사 실패도 있었다. 집권 이후 증세를 부르짖다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1인당 4만 엔(약 35만 원)의 감세안을 내놓은 것도 역풍을 맞았다.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니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불만은 엔저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출 위주의 대기업 실적은 좋아지고, 증시도 활황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일본 물가상승률은 거의 매달 전년 대비 3%에 달하고, 실질임금은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30년 넘는 장기 저성장으로 물가 상승을 체감하지 못했던 일본인에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요즘 여론은 ‘감기가 걸려도 기시다 총리 탓’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고물가를 비롯해 잇단 정책 실패, 가족 비리, 인사 실패 등이 ‘종합세트’처럼 동시에 벌어졌으니 지지율이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위기다. 여론조사에서 정부 경제정책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0∼70%대를 오간다. 정책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비전 없고, 권력 연장만 노리는’ 기시다 총리가 싫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정권이 몰락하는 과정은 어느 나라든 비슷한 것 같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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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논점/서정보]김포시 서울 편입… ‘지역 민원’ 아닌 ‘국가 전략’의 문제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하고 특별법까지 만들기로 하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6일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공동 연구반’을 만들어 연말 전후로 편입 분석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총선용’이란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반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자칫 서울 편입을 바라는 김포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까 두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천의 유정복 시장이 6일 ‘정치쇼’라고 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 명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하남시 구리시 등 서울 인접 지자체들은 ‘김포가 되면 우리도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와 지자체가 정치적 계산과 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 서울과 그 주변 도시의 관계는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를 놓고 판단해야 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문제다.》● 느닷없는 서울 편입론의 배경김포시는 경기도에 속해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기도와 맞닿은 곳은 없다. 남쪽과 동쪽은 인천 서울에 막혀 있고, 북쪽의 경기 고양시는 한강을 끼고 떨어져 있다. 지리적 애매함은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가 서둘러 추진 중인 경기도의 분도(分道)로 더욱 부각됐다. 분도는 한강 이북의 경기도 시군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분리하는 것. 실현되면 인구 400만 명의 새 광역지자체가 탄생한다. 김포는 한강이라는 분도의 기준을 적용하면 경기남도에 속해야 하지만 인접하지도 않고 생활권도 다르다. 경기도는 북도로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상당수 시군의 재정자립도가 김포보다 낮아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9월부터 김포시 국민의힘 당협을 중심으로 서울 편입론이 나왔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공식화했다.● 김포엔 이득?2010년대 들어선 김포한강신도시는 김포시의 성격을 바꿔 놓았다. 서울의 높은 집값에 밀린 3040대가 옮겨오면서 신도시는 서울 생활권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기준 신도시 주민 평균 연령은 40.3세. 숫자도 원주민보다 더 많아졌다. 대부분 서울 직장인인 이들은 당연히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경기 김포시보다 서울 김포구가 더 낫다는 것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현재 평균 5억 원대 초반인 아파트 가격도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송파, 경기 성남과 하남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의 경우 송파 쪽 아파트 가격이 타 지역보다 1억 원가량 높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인천과 노선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연장을 인천과 협의할 필요가 없어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또 광역버스 규제나 택시 할증 같은 제한도 없어져 교통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교육 여건은 장단점이 있다. 우선 서울 자사고 특목고 지원이 가능하고, 목동 등 유명 학군의 일반고도 갈 수 있다. 대신 읍면 지역에서 받던 농어촌 특례입학전형은 사라지게 된다. 김포시가 서울의 자치구가 되면 지방세 중 상당수가 서울시 몫이 되는 등 2500억 원이 넘는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김포시는 서울시가 조정교부금을 주고 보조금 비율도 경기도보다 높기 때문에 세수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의 기장군 경우처럼 편입되는 곳이 손해 보는 일이 지금까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재정 문제는 편입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은 무슨 수혜?김포시 면적은 276km²로 서울 면적(605km²)의 45%나 된다. 김포의 가용 토지는 전체의 60%로 추산된다. 현재 한강2신도시에 4만6000여 채가 2029년 이후 들어설 예정인데, 기존 한강신도시를 합치면 10만 가구로 성남시 분당(약 9만7000채)에 버금가는 규모다. 서울이 되면 더 많은 택지 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교통 문제 해결이 우선인데 지하철 5호선이나 GTX-D 등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어서 빨리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또 쓰레기 매립지 같은 시설을 김포시로 옮길 수 있다. 현재 쓰레기 소각장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세우려고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다. 이를 인구밀도가 낮은 김포의 농촌 지역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포가 일부 소유한 쓰레기 매립지 4구역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인천의 합의가 필요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김포 편입이 다른 지역 편입과 차별화될 수 있는 이점은 서울이 바다를 얻는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여의도에 서울항을 만드는 프로젝트와도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이다.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서해를 오가는 항만도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인아라뱃길이 협소하고 수심도 얕아 물류 운송 측면에선 거의 쓰임새가 없었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과제다. 또 서울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가 재산세 등 지방세 수입의 일부를 구별로 고르게 나누는데 김포가 들어오면 분배받는 몫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국민의힘 당협마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김포 편입이 메가시티의 길?경기남·북도 중 양자택일을 해야 했던 김포시는 서울 편입이 최선의 대안일 수 있다. 일부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해도 서울의 브랜드와 고도화된 행정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리 하남 같은 곳이 즉각 서울 편입에 끼어달라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시의 선택으로선 최선이지만 수도권, 나아가 지방 균형발전 차원에서 볼 땐 부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맞춘다는 이유로 김포가 편입되면 서울 출퇴근자가 많은 다른 시군의 요구도 빗발치게 된다. 김포는 서울 출퇴근자 비율이 12.7%로 10위 정도 된다. 광명 하남 과천 구리 고양 남양주 의정부 성남 부천시가 모두 김포를 앞선다. 같은 이유로 이들을 서울로 편입시킨다면 서울의 인구는 당장 300만 명 이상 늘어난다. 한 번 안 된다고 해도 편입 요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서울은 더 살찌고 경기도는 왜소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서울은 메가시티다. 경기 인천까지 아우른 수도권은 인구 2600만 명으로 교통, 일자리, 사회 인프라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들을 합친 초광역단체 신설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적어도 세 광역단체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메가 리전(region)’이 될 수 있다.● 메가시티의 큰 그림을 그려야포화 상태인 수도권에는 여전히 지방 인구, 특히 젊은층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2013∼2022년 10년간 20대 6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국토 면적의 11%에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도쿄도는 1400만 명이 살지만 전체 인구 대비로는 11% 남짓이다. 그랑파리(프랑스) 그레이트런던(영국) 등 메가시티와 광역화가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는 수도권 과밀과 그에 따른 지방소멸의 폐해가 더 심각하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0.59명이라는 서울의 합계출산율이고, 과도한 집값 상승이다. 메가시티 같은 국가 전략은 먼저 전국적 균형과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광역 단위 문제의 해결 방안을 세운 뒤 그에 맞는 행정구역 개편을 하는 ‘톱-다운’ 방식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번 김포의 서울 편입은 거꾸로 가는 역주행이어서 ‘서울 메가시티’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에 몇 개 지자체를 넣느냐 마느냐 하는 미시적 논의보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방의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균형발전 전략과 낡은 행정구역 개편 논의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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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AI 재앙 막게 세계가 협력하자”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80km 떨어진 블레츨리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독일의 최첨단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풀었던 장소로 유명하다. 현대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시조인 앨런 튜링과 전문가들이 최초의 컴퓨팅기계를 개발해 독일 암호를 90%가량 풀어냈고, 이는 연합군 승리의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AI의 고향이라 할 만한 블레츨리에서 한국 미국 중국 영국 등 28개국이 모여 제1회 AI 안전 정상회의를 열고 1일 ‘블레츨리 선언’을 발표했다. ▷블레츨리 선언은 AI가 재앙적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다짐하는 내용을 담았다. 세계 각국이 모여 AI 관련 공동 협력을 다짐한 건 처음이다. AI로 인한 피해는 전 지구적 성격을 띠고 있어 국제적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 선언은 규범일 뿐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인간 중심적, 신뢰 높은, 책임감 있는’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통 인식만큼은 명확히 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말처럼 AI의 위협은 눈앞에 보일 만큼 ‘실존적’이다. 딥페이크를 통한 허위 정보로 선거판이나 전쟁터의 상황을 오도하는 일이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사이버 공격, 테러리스트들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위험 등도 점쳐지고 있다. 인류가 AI로 인해 절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은 AI 규제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행정명령을 통해 AI 규제에 나섰다. AI 기업은 제품 출시 전 안전 평가 결과를 정부와 공유하게 하고, AI가 생성한 정보는 식별표시를 붙이도록 했다. 2021년 세계 최초로 AI 법의 초안을 내놓았던 EU도 6월 최종안을 마련했고, 올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엔 안면 인식 시스템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각국의 경쟁은 자국의 AI 상황에 맞게 AI 규범을 선도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미국이 6·25전쟁 때 만든 국방물자생산법을 AI 규제 명령의 근거로 삼고, 영국 리시 수낵 총리가 이번 회의를 주도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번 회의 기간 중 AI 규제 연구소 설립 계획도 경쟁적으로 발표했을 정도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장전의 AI 관련 내용은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도 100쪽이 넘는 미국 행정명령처럼 자세하고 특화된 AI 규범을 만들 필요가 있다. 후속 정상회의는 6개월 뒤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이때는 장소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한국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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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애물단지 된 교육청의 무상 보급 태블릿PC

    서울 마포구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A 씨는 지난해 학교에서 무상으로 나눠 준 태블릿PC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에서 태블릿을 끼고 사는 딸이 못마땅하지만 학습용이라고 하니 휴대전화나 컴퓨터처럼 쓰지 못하게 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유해 앱, 유해 동영상 등은 차단된다고 하지만 유튜브나 웹툰을 보는 것만 해도 신경 쓰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5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중학교 1학년생 7만여 명에게 태블릿PC ‘디벗’을 나눠줄 예정이다. 디벗은 ‘디지털’과 ‘벗(친구)’의 합성어다. 하지만 A 씨와 같은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배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말까지 ‘학생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고 이달 안에 모두 배포할 계획이었으나 90% 이상의 동의서를 받아 배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지난주 기준으로 전체의 3%에 불과한 실정이다. ▷총 3000억 원 넘는 예산이 책정된 디벗 배포는 ‘1인 1스마트기기’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실시하는 정책이다. 내년 2학기에는 고교 1, 2학년생, 2025년 1학기에는 초교 3, 4학년생에게 디벗을 지급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원래 디벗을 집에 가져가 ‘하교 후 교육’에도 쓰도록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자 시교육청은 24일 방침을 바꿨다. 초등생의 경우 학교에 놔두도록 하고, 중고생은 학교와 학부모 등의 협의를 통해 집에 가져갈지 정하도록 한 것. 하지만 하교 후 학습이 어려워진다면 원래 정책이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 광주 등에서도 수백억 원을 들여 태블릿PC나 노트북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남아도는 예산을 주체할 수 없는 시도교육청의 선심 쓰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받는 시도교육청은 예산이 늘 풍족하다 못해 남아돈다. 초중고 학생 수는 2010년에 비해 200만 명이 줄었는데 교부금은 2배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태블릿PC를 공짜로 나눠주는 것 외에도 건물 도색비, 입학 준비금, 교육 회복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예산을 물 쓰듯 썼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치고 휴대전화 등 디지털기기 사용 문제로 갈등을 겪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렵다. 교육청은 디지털기기를 무료로 나눠주면 당연히 받겠지 하는 안일한 인식을 가졌겠지만 자녀와 ‘디지털 불화’를 겪는 학부모로선 달가울 리가 없다. 외국도 집중력과 문해력 저하를 이유로 학교에서 디지털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가 느는 추세다. 우리도 과연 디지털기기를 나눠주는 것이 디지털 교육의 첫걸음인지, 디벗 같은 정책이 예산 낭비의 소지는 없는지 근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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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장례비 800만 원 남기고 떠난 모녀… 상속포기제도 알았더라면

    빚에 시달린 모녀가 목숨을 끊는 비극이 16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80대 노모 A 씨와 50대 딸 B 씨는 17층 집에서 투신했다. 이들은 “빚이 많아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겼다. B 씨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A 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월 110만 원을 받고 있었다. 아파트도 B 씨 명의였다. 겉으로 보기엔 생활이 어려운 정도로 수입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2019년 사망한 A 씨 남편이 남긴 3억 원가량의 빚이었다. 그로 인해 모녀는 빚 독촉을 심하게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상 상속받을 재산보다 빚이 많을 경우 상속의 포기나 한정승인을 택하면 빚을 더 갚지 않아도 된다.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 내에서만 빚을 갚는 것이다. 상속 포기 등은 상속 개시를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기간 내 하지 않으면 ‘단순 승인’으로 자동 간주돼 재산과 채무를 모두 상속하게 된다. A, B 씨는 나중에야 상속 포기를 알게 됐으나 이미 신고 기한이 지난 후여서 계속 빚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빚 상속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별거 아니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겐 큰 재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어머니와 두 딸이 가난과 지병으로 비극적 죽음을 맞은 ‘수원 세 모녀 사건’도 그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빚 상속 때문이었다. 그들은 2020년 숨진 남편이 오래전 사업 부도로 남긴 빚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 왔다. 그래서 동사무소에 신고한 주소와 다른 곳에 살면서 기초생활수급이나 긴급복지 혜택 등을 전혀 받지 않는 등 세상과 단절돼 살았다. 적어도 남편 사망 후 상속 포기를 했으면 빚 문제만큼은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를 모르고 사망신고도 하지 않았다. ▷미성년자들도 상속 빚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민법 개정 이전만 해도 미성년자들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3개월 내 신고’라는 상속 절차를 거쳐야 했다. 법적 대리인을 통해 절차를 밟지 못한 미성년자들은 사망한 부모나 조부모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졸지에 빚쟁이가 된 미성년자들은 사회생활을 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언론의 문제제기 이후 정부와 국회는 성인이 되고 난 뒤 한정승인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키긴 했다. ▷광주 모녀는 유서와 함께 마지막 관리비 40만 원과 장례비 800만 원이 든 봉투를 남겼다. 끝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한 사람들이 상속 포기라는 법 절차를 몰라 비극을 맞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가 미성년자 상속제를 개선한 것처럼 취약계층의 빚 상속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사망신고 시 동사무소에서 빚 상속에 대한 안내라도 충실히 해주면 비극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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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퇴직 공무원 수명, 소방관 가장 짧고 판검사 가장 길다

    정상적으로 은퇴한 공무원 가운데 평균 사망 연령이 가장 낮은 직군은 소방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74.7세다. 가장 높은 판검사 직종의 82.4세보다 8년 가까이 먼저 세상을 떴다. 매년 연말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상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발매되는 ‘몸짱 소방관’ 달력에서 소방관은 젊음과 활력의 상징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흘러 은퇴한 소방관들은 다른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셈이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주요 9개 직군 가운데서도 소방직이 유독 사망 연령이 낮다. 판검사에 이어 지도직(81.7세) 교육직(81.6세) 기능직(79.3세) 연구직(79.1세) 경찰(78.8세) 일반직(78.3세) 공안직(78.1세)은 모두 78세 이상이다. 평균치인 79.7세와는 5년의 격차가 난다. 이 수치는 공무원연금 수급자 중 사망자의 평균 연령이어서 전체 평균 수명과 꼭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방관이 더 빨리 세상을 떠난다는 경향성은 분명히 보여준다. ▷소방관의 수명이 짧은 건 수백 도의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연기가 난무하는 극한의 화재 현장과 무관치 않다. 인명 구조를 위해 건물에 들어갔다가 추락하거나 구조물이 붕괴될 위험도 크다.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불에 데고 부상을 입는 건 다반사”라고 덤덤히 얘기한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와 유해 화학물질도 소방관을 괴롭힌다. 이 같은 유독물질로 호흡기나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론 암 같은 중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를 입증해 공상 처리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건 정신적 충격이다. 화마 속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긴장감은 무엇과도 비할 바가 아니다. 여기에 자신의 삶도 온전할 수 없다는 두려움, 인명을 구하지 못한 자책감, 동료들의 사고 등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 24시간 주야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최근 10년간 자살한 소방관 수는 순직자의 3배에 달할 정도다. 전문 심리 상담이 필수지만 해당 인력은 소방관 600여 명당 1명꼴로 사실상 방치되는 수준이다. ▷밤새 화재 진압을 한 뒤 검게 그을린 얼굴을 닦지도 못하고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는 소방관의 모습이 인상적인 건 그 안에 그들의 애환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하루 평균 100여 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화재 대응은 물론이고 응급환자 이송, 위험에 빠진 시민 구출, 벌집 제거 등 생활 속의 온갖 긴급 민원을 묵묵히 처리한다. 그래서 공무원 가운데 국민들로부터 가장 욕먹지 않는 직군으로 꼽힌다. 은퇴 후라도 더 오래 안락하게 살았으면 좋겠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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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서정보]6년 전 그때 방송법을 바꿨더라면…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임기가 보장된 (KBS) 사장과 이사들의 임기 전 퇴출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법치의 농단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중략) 해임 사유에 대해 소명할 시간을 충분히 달라는 ○○○ 사장의 요구와 소수 이사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전격 의결했습니다.” 요즘 KBS MBC 사장 교체 상황을 보여주는 내용 같지만 실제는 2018년 1월 이인호 KBS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 사장은 고대영 사장. 당시 해임 제청 의결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추천 이사 중 하나는 권태선 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다. 권 이사장은 5년 후 부메랑처럼 방통위로부터 해임 처분 사전 통지서를 받았다. 당시의 사장 교체는 먼저 방통위원 교체→감사 등을 통한 KBS와 MBC 방문진 야권 이사 해임→여권 추천 이사로 교체→사장 해임 제청→대통령 재가→새 사장 임명 제청→대통령 재가 순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정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이사들은 스스로 물러났다. 끝까지 버틴 강규형 당시 KBS 이사의 경우엔 해임 단골 사유인 법인카드 문제로 해임됐다가 3년 8개월간의 소송 끝에 승소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이사 교체와 사장 해임을 진행했다. 다만 KBS는 김의철 전 사장 해임까진 나아갔으나 여권 이사들의 자중지란으로 새 사장 임명이 무기한 연기되고, MBC는 권 이사장의 해임 무효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당분간 손을 쓸 수 없는 처지인 것만이 다를 뿐이다.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언론노조의 존재도 한몫한다. KBS 보도를 책임지는 통합뉴스룸국장은 최근 4명 중 3명이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MBC는 언론노조 MBC위원장들이 번갈아 사장을 맡았다. 언론노조는 최근의 이사, 사장 해임과 관련해 ‘방송의 독립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5년 전에 그들이 이사, 사장 해임에 적극 나섰다. 그들은 적폐 청산을 명목으로 이사들의 사무실, 강의실을 찾아가 압박했다. 그들이 지금에서야 방송 독립을 얘기하는 것은 5년 전의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다. 방송의 독립은 노조가 중간에 끼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선 허구와도 같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 임명 체계에 개혁이 필요하단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야당일 때는 주장하다가 여당이 되면 나 몰라라 했다. 여야가 유일하게 동의했던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등은 2016년 민주당이 마련한 것이었다. 여야 추천 공영방송 이사의 비율을 현재 7 대 4(KBS), 6 대 3(MBC)에서 7 대 6으로 바꾸고, 사장 임명 제청 시 재적이사 3분의 2가 찬성하도록 한 것이다. 야당의 동의를 얻은 사장을 임명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2017년 8월 업무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후 법안들은 논의 없이 흐지부지됐고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함께 폐기됐다. 당시 법안들이 통과됐다면 지금과 같은 교체 파동은 없었을 것이다. 공영방송은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는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증폭시키고 스스로 갈등의 생산자가 되고 있다. 정권은 공영방송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하고, 이미 특정 정치세력에 기울어진 노조가 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의 필수 요소인 불편부당함을 ‘기계적 중립’이란 이상한 용어로 바꿔 배척하는 한, 방송의 독립에 정권과 노조로부터의 독립을 아우르지 않는 한 현재의 공영방송은 ‘갈등 조장자’일 뿐이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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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일상화한 매크로 조작, 안 막나 못 막나

    온라인에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유명 공연의 티켓을 유료로 대리 구매해준다는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올 6월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방한 공연 때가 대표적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구매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도 어려울 정도인데 이들은 어떻게 표를 구한다는 것일까. 대개 겉으로 내세우진 않지만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을 돌렸을 것으로 본다. 실제 한 30대 남성은 매크로로 7개월간 공연 티켓 1200여 장을 구매한 혐의로 지난달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단순·반복의 입력 작업을 대신하기 위해 만든 매크로는 본래 목적과 달리 엉뚱한 곳에 사용돼 피해를 주는 일이 적지 않다. 각종 예매는 물론 수강 신청, 쇼핑몰 마케팅 등 단순·반복 입력을 남들보다 빨리, 많이 해야 하는 곳이면 두루 쓰인다. 매크로가 범람하는 것은 구해서 쓰기가 쉽기 때문이다. 관련 프로그램을 구해 실행시키는 데 5분 정도면 충분하다. ▷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한국과 중국 축구 8강전 당시 포털 ‘다음’이 진행한 ‘클릭 응원’ 역시 매크로를 통해 3분의 2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응원 클릭이 전체의 93%인 약 3000만 건에 달했는데 그중 네덜란드와 일본 IP를 통해 2000만 건의 응원 클릭이 있었던 것이다. 로그인도 필요 없고 응원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매크로를 통해 쉽게 클릭 수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예매나 응원 클릭 등을 위한 매크로는 프로그램 면에선 비교적 단순한 축에 속한다. 위험한 건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매크로를 이용해 순위나 댓글 조작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정 키워드가 자동 반복되도록 해 네이버의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광고주들로부터 200여억 원을 받은 일당이 최근 적발된 적이 있다. 또 매크로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기사에 수백 건의 댓글을 달아주겠다는 불법 업체들도 등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거나 자신을 부각시키는 댓글 조작이 가능할 수 있단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매크로의 경우 컴퓨터 바이러스나 해킹처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방어하기 힘들다고 한다. 로그인 요청, 복수 응답 제한, 복수 IP 차단 등 조치를 취해도 이를 무력화하는 매크로가 나온다는 것이다. 처벌도 미흡하다. 매크로 불법 사용은 큰 틀에서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지만 사례는 극소수다. 공연계에선 법 개정으로 매크로를 통한 암표 처벌이 가능해졌는데 내년 3월에나 시행된다. 여야가 ‘클릭 응원’ 사태를 놓고 국기문란이니 침소봉대니 하는 정치적 공방을 벌일 일이 아니다. 여야가 번갈아 피해자가 된 드루킹 사태에서 보듯 누구나 매크로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이참에 매크로를 차단할 사회적 보안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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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중독은 다리 부러진 것과 같아” [수요논점]

    《최근 경찰관 추락사를 불러온 ‘용산 집단 마약 파티’에 모인 사람이 2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대기업 직원, 헬스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밤새 마약 파티를 연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마약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알 수 있다.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의 수가 ‘마약지수’다. 이 지수가 20이 넘으면 마약 통제가 어려운 사회로 꼽는다. 우리 인구 대비 마약지수 20은 1만 명이다. 이 수치는 2015년 넘었다. 지난해엔 1만8000여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만 명을 웃돌아 2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상습 투약자를 검거된 사범의 20∼30배로 추정하는 공식에 따르면 이미 경북 포항시 인구 규모인 50만 명 안팎이 상습 투약자인 셈이다.》● 마약, 의지만으론 극복 안 돼마약은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온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히로뽕의 경우 뇌에서 엔도르핀, 도파민을 다량 분출시켜 절정의 쾌락을 맛보게 한다. 성관계 시 나오는 양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를 뇌가 기억한다. 그러면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그 맛을 다시 보기 위해선 히로뽕에 손대야 한다. 하지만 엔도르핀 등의 생산량은 한계가 있어 갈수록 쾌락의 지속 시간이 짧아지고 투약량은 늘어난다. 본인의 의지를 넘어서 몸의 반응을 억제할 수 없는 단계가 되는 것이다. 이 중독 과정에서 뇌는 큰 손상을 입는다. 다리가 부러진 것과 같아서 단순 의지만으로 약을 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다시 찾자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마약의 경우 검거와 처벌만으론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과거 사례에서도 입증된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2002년 월드컵을 앞둔 특별단속 등으로 마약 사범을 소탕했으나 2∼3년 뒤 원상 복귀됐다. 최근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라는 책을 쓴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마약 사범 중 판매 유통범은 강력하게 처벌하되 투약범은 치료를 위주로 하는 것이 마약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보통 초범은 집행유예가 나오는데 이때 방치되면 재범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약 재범률은 보통 40% 정도로 범죄 중에서 가장 높다. 올 상반기에는 51%까지 치솟았다. 특히 마약 사범끼리 수감된 감방에서 새로운 마약 제조법과 유통법 등을 배워 출소한 뒤 더 중한 마약 사범이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치료 위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 손상 심해 마약 치료 특히 어려워처벌보단 치료가 더 필요하지만 마약 치료는 중독이나 정신질환 치료 중 가장 어렵다. 의학계에선 조현병, 알코올의존증, 성격장애, 마약 중독 순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 뇌의 손상이 여타 중독이나 질환보다 심해 공격성과 폭력성이 매우 강해지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자의 치료는 해독과 재활의 두 단계로 나눈다. 우선 병원에서 혈중 마약 농도를 줄이기 위해 다량의 수액을 놓고 피해망상, 환각 등의 흥분 상태를 가라앉힐 신경제를 처방한다. 이런 입원 치료를 1∼3주 받으면 중독에서 비롯된 증상이 드라마틱하게 사라진다. 다음으론 가정이나 지역사회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정기적 약물 검사와 상담을 통해 약을 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독부터 어렵다. 전국 21개 병원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병원’으로 지정돼 있고, 치료비 역시 국가와 지자체가 최대 1년간 내준다. 시스템은 잘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치료 지원 예산은 올해 정부와 지자체 합쳐 8억2000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 예산 4억1000만 원은 상반기에 90% 이상 집행됐다.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아예 병원에 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병원은 계속 적자가 나는 치료를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21곳 중 인천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을 빼고는 사실상 치료를 하지 않는다. 법원의 치료감호 역시 지난해 18명밖에 안 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 수와 비교하면 대부분 방치된 것이다. 두 번째 재활 단계는 더 어렵다. 중독자의 상당수는 가정과 직장에서 외면당해 함께할 사람도 없고 돈도 없다. 이런 상황에 방치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마약에 다시 손을 대거나 돈을 벌기 위해 마약 판매상으로 나서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단약 의지 및 일상 회복을 돕는 ‘다르크’가 80여 곳 운영돼 연 2000여 명이 거쳐 간다. 하지만 국내에선 혐오 시설로 꼽혀 마약퇴치운동본부조차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교육 하듯 마약 교육 중요“마약 중독 환자인 40대 남성이 제 앞에서 펑펑 울면서 ‘마약이 나쁘다고만 들었지, 지옥 같은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약을 안 했을 겁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마약 치료 전문 병원인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이 치료만큼 사전 예방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언급할 때 드는 사례다. 일각에선 마약 교육을 하면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마약 교육은 과거 터부시됐다가 이젠 당연해진 성교육과 같이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수록 재범 위험이 높고 뇌 손상도 심한 만큼 10, 20대에 대한 예방 교육은 더 절실하다. 촉법소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마약을 구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현재 학생들의 5%만이 마약 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학생을 비롯해 연간 205만 명에게 교육을 할 계획이지만 교재나 가르칠 인력 등이 확보되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용 마약 과다 처방 규제 시급최근 문제가 되는 의료용 마약의 과다·중복 처방에 대한 감시와 규제도 시급하다. 의료용 마약은 진통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용 약, 다이어트 약 등으로 의사 처방 아래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약들을 오·남용할 경우 쉽게 중독에 빠진다. 최근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뇌사 상태로 빠뜨린 이른바 ‘롤스로이스 남’ 역시 여러 종류의 의료용 마약 성분이 몸에서 검출됐다. 대구의 한 다이어트 전문 병원은 지난해 환자 3만1000명에게 2216만 개 마약류를 처방했다. 1인당 평균 700개가량의 수치다. 또 30대 남성은 한 병원에서 245차례에 걸쳐 18만2000개의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한 차례당 700개의 약을 받은 셈이다. 의사의 셀프 마약류 처방 역시 심각하다. 지난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16만 개나 본인에게 처방한 의사가 적발됐으나 팔거나 양도하지 않고 직접 복용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에 그쳤다. 의료용 마약의 과다 처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탤런트 유아인도 프로포폴을 과다 처방받은 이력 때문에 적발됐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정기적으로 의료용 마약 처방 실태를 확인해 과다·중복 처방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합 컨트롤타워도 필요정부는 최근 마약 관련 내년 범정부 예산을 올해 대비 2.5배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시급한 중독자 치료비 지원은 동결돼 엇박자가 났다. 마약과의 전쟁은 공급을 줄이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 수요를 줄이는 치료와 재활, 마약을 손대지 않게 하는 예방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국무총리실이 관련 부처를 모아 마약대책협의회를 운영하지만 부처 간의 미시적 조정에 그칠 뿐이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겠다면 마약류 관리를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또 처벌 중심의 현행법에 마약 중독의 치료 재활 예산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약과의 전쟁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인데 지금 같은 일회성 예산 증액으론 부족하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 로드맵을 설정해 전담 병원 인프라 구축, 마약 중독 전담 의사와 상담사 등 재활 관련 인력의 양성을 긴 호흡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마약 사범에 대한 국민 여론은 엄벌주의가 대다수다. 치료에 대해서도 왜 세금을 ‘약쟁이’들에게 쓰느냐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보다는 환자로 여겨 치료 대상으로 포용해야 더 큰 범죄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당장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을 버리고 이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차근차근 마련해야 한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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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서정보]빌보드 1위 美 가수 “내 노래 정치에 이용하지 마라”

    ‘나는 온종일 일하며 영혼을 팔아요, 형편없는 돈을 벌려고 잔업을 하죠.’ 일용직 노동자 출신의 백인 컨트리가수 올리버 앤서니가 부른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Rich Men North Of Richmond)’은 이렇게 시작한다. 노동 계급의 애환을 담은 이 노래 영상은 유튜브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4400만 건이 넘었다. 최신 빌보드 차트에선 테일러 스위프트 등 슈퍼스타를 제치고 핫100 1위에 올랐다. ▷이 노래의 인기가 급상승한 건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사 덕분이다. ‘네 돈은 끝없이 세금으로 부과돼’, ‘뚱뚱한 사람들이 착취하는 복지’ 등은 복지를 핑계 삼아 세금을 너무 많이 떼어가는 민주당 비판이라는 것이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잊힌 미국인들의 찬가’ 등의 칭송을 쏟아냈다. 노래가 거론한 이슈들은 모두 공화당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자화자찬까지 나왔다. 최근 공화당의 대선 경선 토론회는 이 노래 영상을 먼저 본 뒤 진행될 정도였다. ▷공화당을 위한 노래라는 해석에다 영웅화 움직임까지 보이자 앤서니가 직접 반박하는 영상을 26일 올렸다. 그는 “내 노래가 정치적 무기화(weaponized)되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는 “이 노래는 조 바이든과 관련 없고, 오히려 기업들에 종속된 시스템 전체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파는 자신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좌파는 자신을 불신하게 만들려는 움직임을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각 진영이 듣고 싶은 대로만 듣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던진 것이다. ▷정치가 엔터테인먼트계의 인기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처럼 노래를 정치적 정체성을 알리는 도구로 쓰거나 인기 연예인들의 지지 선언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꾀한다. 하지만 이미지만 빼먹으려는 얄팍한 계산이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경우도 많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닐 영의 노래 ‘로킹 인 더 프리월드’를 유세송으로 썼다가 동의가 없었다며 고소당했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8년 미 테네시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으나 투표 결과 상대 후보에게 예상보다 더 많은 표 차로 패배했다. ▷미국 매체 더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예인들의 정치적 지지 선언이 내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이 65%나 됐다. 더욱이 4명 중 1명은 연예인 지지 후보를 더 꺼리게 됐다고 한다. 구체적 어젠다를 제대로 모르는 연예인들의 지지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대, 20대 대선 모두 연예인 지지 숫자가 줄었다. 지지자도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어서 주목도도 많이 떨어졌다. 일시적 이미지 조작이나 아전인수격 해석으로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워졌다. 정치가 승부를 봐야 할 지점은 결국 스스로의 역량과 매력이다.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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