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63

추천

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5-17~2024-06-16
음악63%
문학/출판17%
칼럼13%
인사일반7%
  • 슈만이 사랑한 첼로의 ‘독백과 호흡’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이 아홉 번째 앨범 ‘에코 오브 로망스’(사진)를 데카 레이블로 내놓았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 슈만의 반려자이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클라라 슈만의 ‘3개의 로망스’ 작품 22, 슈만의 정신적 제자이자 평생 클라라를 경모했던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 A단조 등 세 작품을 담았다. 클라라 슈만의 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원곡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했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한스 그라프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의 두 실내악 작품에는 ‘오원 트리오’ 멤버로 양성원과 오래 함께해 온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브람스의 클라리넷 트리오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함께했다. 음반 첫 곡으로 실린 슈만의 첼로 협주곡에서 가장 먼저 귀에 짚이는 점은 선율의 억양(인토네이션)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협주곡에서 슈만은 첼로 솔로 파트에 쉼 없는 독백을 쏟아놓도록 하다가도 순간마다 독백은 단절되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눌변(訥辯)과 같은 표정이 낭랑한 달변의 표정을 뒤집곤 한다. 알 듯 말 듯한 이 표정을 양성원이 선택한 음량의 두께와 호흡의 길이가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세 곡은 본디 첼로 곡으로 내놓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첼로 음색과 맞아 떨어지는 잔잔한 사색을 보여준다. 가장 브람스적인 악기 셋이 어울린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에서 한껏 찰진 음색을 선보이는 첼로와 대조적으로 무게를 덜어낸 듯한 김한의 날렵한 클라리넷도 마치 긴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듯 어울린다. 양성원은 이 앨범을 스승인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1924∼2013)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7월 3∼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슈타커 기념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역시 그가 예술감독을 맡은 평창대관령음악제도 7월 24일∼8월 3일 열린다. 올해 음악제 주제는 ‘루트비히!’다. 올해 초연 200주년을 맞는 교향곡 9번 ‘합창’을 비롯해 루트비히 판 베토벤과 그 못잖은 음악사상 혁명아들의 작품을 조명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 양성원은 특히 주목할 공연을 묻는 질문에 ‘더 사랑하는 자식을 묻는 질문처럼 난감하다’며 7월 26일 페레니 미클로시 첼로 리사이틀, 30일 콘서트오페라 베토벤 ‘피델리오’, 젊은 유망 예술가들로 구성한 7월 25일, 8월 1일 ‘평창 드림팀’ 콘서트 등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4-06-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의 클래식感]여름, 저녁 바람에 실려오는 선율의 향연

    오래전 일이다. 슈베르트의 송어 5중주곡을 CD 플레이어에 걸어놓고 헤드폰을 썼다. 4악장에서 유명한 가곡 ‘송어’의 주제가 흐르고 나서 첫 변주로 옮겨가기 직전, 모든 악기가 연주를 멈추는 부분에서 작지만 귀를 붙드는 또록또록 소리가 들렸다. “…뭘까?” 헤드폰을 벗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헤드폰을 쓰고 다시 들어보았다. 어라, 그것은 연주회장 마이크에 잡힌 귀뚜라미 소리였다. 이 음반은 1967년 미국 말버러 음악축제에서 녹음됐다. 말버러 음악축제는 1951년부터 미국 버몬트주의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마을 말버러에서 매년 7∼8월에 개최된다. 개방된 장소에서 콘서트가 열리기 때문에 관객들은 풀밭에 앉아 기분 좋은 여름 바람을 느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송어’ 5중주곡은 루돌프 제르킨이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리니스트 하이메 라레도, 첼리스트 레슬리 파르나스 등 명인들이 연주에 참여했다. 귀뚜라미들도 아름다운 화음에 동참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자연의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에서는 올해 10회를 맞은 계촌클래식축제가 열렸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함께 만드는 이 축제도 말버러 음악축제처럼 열린 공간에서 달큼한 여름 저녁의 바람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진상, 조성진, 지휘자 김선욱,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함께했다. 자연 속이라고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서울 한복판의 열린 공간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도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11, 12일 오후 7시 반 광화문광장에서 공연한다. 공개모집으로 선발한 123명의 시민예술단이 합창단으로 참여한다. 사전 예약 관람 좌석은 매진됐지만 이 시간 광화문광장 부근을 거닌다면 이 오페라의 유명한 간주곡과 합창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의 명선율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강원 대관령 일대에서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도 7월 24일 개막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이 음악제의 주무대인 알펜시아 리조트 ‘뮤직텐트’는 개방된 공간이 아니지만 텐트 형태의 구조물이어서 때로는 말버러 음악축제에서와 같은 귀뚜라미 소리가 정적을 깨고 들어온다. 올해 음악제 주제는 ‘루트비히!’다. 올해 초연 200주년을 맞는 교향곡 9번 ‘합창’을 비롯해 음악사의 혁명아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작품들을 대거 조명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강원도’라 할 만한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오베르뉴론알프 국립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토마스 체에트마이어, 아드리앙 페뤼숑, 첼리스트 페레니 미클로시, 지휘자 이승원, 바이올린 이지윤,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임선혜, 피아니스트 박재홍 등이 참여한다. 유럽으로 눈을 옮겨보면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고지대 산간 휴양지에서 1994년부터 열리는 음악축제다. 말버러 음악축제나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탱글우드 페스티벌처럼 풀밭에 자유롭게 앉아 저녁 소풍 기분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지만 출연자들의 면면은 초일류급이다. 올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선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등 한국인 연주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솔로 리사이틀과 실내악 무대, 오케스트라 협연을 망라한 임윤찬의 일정이 눈에 띈다. 임윤찬은 7월 20일 차이콥스키 ‘사계’,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을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열고 25일 실내악 연주회에서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과 함께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4중주곡 2번 연주에 참여한다. 26일에는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김봄소리는 7월 26일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 등과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피아노 4중주를 연주한다. 28일에는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를 위한 소품’ 연주에 참여한다. 이어 29일에는 피아니스트 쥘리앵 캉탱과 듀오 콘서트를 연다. 드뷔시,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와 포레의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피아노 대가 2人의 ‘협주곡 전곡’ 선율, 초여름 수놓는다

    “베토벤은 혁명이면서 인간적인 작곡가다. 여러 번 연주해도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운다.”(루돌프 부흐빈더)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라거나 피아니스트로 정의할 수 없다. 그는 그 자체의 영혼이다.”(미하일 플레트뇨프) 초여름의 서울이 두 전설적 피아노 대가의 협주곡 전곡 연주로 달아오른다. 현역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8)는 이달 26,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곡 전곡을 직접 지휘까지 맡아 연주한다. 러시아 피아노 전통의 계승자로 불리는 미하일 플레트뇨프(67)는 27, 28일 같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카세키 겐 지휘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4곡 전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등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작품 5곡 전곡을 연주한다. 같은 공간에서 닷새 중 나흘이 두 사람의 협주곡 전곡 연주로 채워지는 셈이다. 두 피아노 대가는 한국 청중과 오래전부터 친숙하다. 부흐빈더는 2012년 처음 내한해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세 곡을 연주했고 이번에 아홉 번째 내한이다. 지난해 6∼7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곡 전곡을 연주했으며 2018년에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TIMF 앙상블과 처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를 펼친 바 있다. 부흐빈더는 2014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전집 앨범(소니)을 내놓았다. 이 앨범은 “정서적인 절제로 색채와 드라마를 강화했다”(BBC 뮤직매거진)는 찬사를 받았다. 2021년에는 그가 넬손스, 얀손스, 게르기예프, 틸레만, 무티 등 각기 다른 지휘자 및 악단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집이 DG 레이블로 발매됐다. 부흐빈더와 함께 한국을 찾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때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FO)의 부속 단체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LFO보다 47년이나 이른 1956년 창단된 유서 깊은 악단이자 LFO와 달리 1년 내내 활동을 펼치는 상설 악단이다. 초창기부터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볼프강 슈나이더한과 지휘자 루돌프 바움가르트너의 조련을 받아 정밀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콘서트에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과 5번 ‘황제’를, 30일 콘서트에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 4, 3번을 차례로 연주한다. 플레트뇨프는 1999년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 뒤 피아니스트로, 또는 자신이 1990년 창단한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자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6월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대에 올라 자신이 편곡한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 등을 들려줬고 9월에는 쇼팽의 곡들만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쳤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 도쿄 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센다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시즈오카 심포니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다카세키 겐이 지휘봉을 든다. 27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1, 2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28일 협주곡 3, 4번을 연주한다. 부흐빈더 베토벤 협주곡 6만∼20만 원, 플레트뇨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6만∼19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살인적 더위’는 더 이상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올해 첫 폭염 ‘멧돼지’가 발령됐습니다. 학교와 야외 사업장은 문을 닫습니다.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합니다.” 몇 년 뒤엔 이런 뉴스를 매년 몇 차례씩 듣게 될지 모른다. 저자의 주장은 그렇다. 지난해 지구는 19세기 말보다 1.48도 더 더웠고 6월부터 12월까지는 관측사상 가장 더운 달이 이어졌다. 태풍처럼 이상고온에 이름을 붙이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이 거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학자로 2019년 전작 ‘물이 몰려온다’에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원제 ‘더위는 당신을 먼저 죽일 것이다(The Heat Will Kill You First)’가 말해주듯 기온 상승이 가져올 더 직접적인 위험을 경고한다. “지금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먼저 더위로 죽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입을 것이다.” 2019년 세계에서 더위로 사망한 사람은 48만 명이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 것이다. 2003년 프랑스를 강타한 폭염으로 1만5000명이 숨졌고 파리 도심에서만 1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어컨은 20세기 인류의 분포를 바꾸었다. 사람이 살 수 없던 더운 땅에 새로운 도시가 생겼다. 그러나 에어컨은 실내에서 실외로 열기의 위치를 바꿔줄 뿐이며 에어컨이 많이 가동될수록 도시는 더욱 뜨거워진다. 폭염에 정전이 일어나면 한 도시에서 수천 명씩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온실가스 흡수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는다. 이미 세계에는 3조 그루나 되는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의 기온을 내릴 수는 있다. 미국 포틀랜드시의 빈민가에서 측정된 기온이 51도를 넘을 때 주변 부유층 주거지의 기온은 14도 가까이 낮았다. 정원에 무성한 나무들이 열기를 흡수한 것이다. 건물에 정원을 조성하는 ‘그린루프’ 운동도 도움이 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대멸종은 진행 중이다. 더위는 식물의 개화 시기를 바꾼다. 꽃을 피웠는데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식량 문제로 연결된다. 팬데믹도 걱정거리다. 2019년 코로나19는 평소 만날 일 없었던 동물들이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지난 10년간 과학자들이 조사한 동물 종(種)의 절반가량이 기후 변화로 분포지를 바꿨다. 육상 동물들은 10년마다 20km씩 이동하며 해양 동물의 경우 이동이 훨씬 빠르다. 처음 서로 마주치는 동물들이 대역병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Gloval Warming)라는 용어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핫(hot)하다는 말은 섹시하고 매력적이라는 관념과 연결된다. 지구는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살기 힘들게 뜨거워지는 것이다. 어쩌면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기 중에 황을 살포하면 미세입자들이 햇빛을 반사해 기온이 내려간다. 하지만 강수 패턴이 바뀌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더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방법은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는 것, 최소한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준비가 되었는가. ‘지구 온난화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차기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의 유력한 후보다. 우선 필자부터도 에어컨과 자가용, 여객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을 포기할 수 있을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아직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까.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6-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모차르트 시대 그 악기 그 연주법, ‘원조 감동’ 느껴보세요

    프랑스 대표 역사주의(시대악기) 오케스트라 중 21세기 들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한국을 찾아온다. 2013년 성남아트센터 초청공연, 2016년 ‘한화클래식’ 공연에 이어지는 세 번째 내한이다. 20세 때 이 악단을 창단한 마르크 민코프스키 지휘로 세 차례에 걸쳐 ‘올 모차르트’ 무대를 선보인다.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협연으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과 교향곡 41번 ‘주피터’ 등을 연주하고 15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에서는 모차르트 3대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39, 40, 41번을 무대에 올린다. 19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돌아와 전반부를 모차르트 아리아들로 장식하고 후반부는 교향곡 41번 ‘주피터’로 마감한다.역사주의 또는 시대악기 연주란 대체로 낭만주의 중기 이전 옛 음악을 당시 악기와 연주 관습을 되살려 연주하는 흐름을 말한다. 민코프스키는 바순 연주자로 음악 생활을 시작해 20세 때인 1982년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창단했다.1일 줌 화상회의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민코프스키는 “역사주의 연주에 대한 여러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해석의 의도보다는 모차르트 시대가 가진 ‘감각, 느낌과 영혼’을 청중이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제가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창단할 땐 저도 젊었고 단원들도 젊었죠. 처음부터 젊은 열정과 능동적인 해석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얼마간 공격적이랄까, 능동적으로 연주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그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2006년 선보인 모차르트 교향곡 40, 41번은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연주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표지에 그려진 ‘주피터 신의 번개’처럼 41번 교향곡 ‘주피터’ 마지막 푸가 악장은 낙차 큰 강약 대비와 빠른 템포를 선보였다. 민코프스키는 “이 푸가엔 ‘몰토 알레그로’(매우 빠르게)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이 지시를 해석하는 데 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곡에서는 기쁨과 지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마다 약간씩의 유머 코드와 의외성을 마련해두기도 하는 그는 이번 무대에 대해서는 “약간의 놀라움을 드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기며 웃음을 지었다.“8년 전 ‘한화클래식’에서 한국 음악 팬들을 만난 일을 기억합니다. 저는 그 뒤에도 매일매일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죠. 이번에 오시는 관객들이 그 점을 느껴주셨으면 합니다.”14일 공연에서는 2023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가 협연자로 나서 음높이를 낮춰 조율하고, 옛날식 바이올린 현(거트현)을 사용한 역사주의 연주로 호흡을 맞춘다.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악장 스테판 루지에가 비올리스트로 함께하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도 선보인다. 19일 공연 전반부 모차르트 아리아 무대에서는 독일 소프라노 카롤린 에스테트와 독일 자르브뤼켄 국립 오페라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테너 송성민, 덴마크 코펜하겐 왕립 오페라극장 종신단원인 베이스 고경일이 출연해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여자는 다 그래’ 등의 아리아와 콘서트 아리아 등을 노래한다.14,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20만 원, 15일 아트센터인천 4만∼9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목관5중주 드림팀 생긴다… “다양한 사운드로 새바람”

    목관5중주의 드림팀이 탄생한다. 목관5중주단 ‘에올리아 앙상블’이 다음 달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창단연주회 ‘프롤로그’를 연다. 에올리아 앙상블은 플루티스트 윤혜리(서울대 교수), 오보이스트 이윤정(경희대 교수),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바수니스트 곽정선(서울시향 바순 수석), 호르니스트 김홍박(서울대 교수) 등 목관5중주 각 파트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해온 국내 대표급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호른은 금관악기지만 특유의 둥근 음색 때문에 다른 악기와 잘 섞여 목관5중주에 포함된다. 에올리아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바람의 신 ‘에올루스’가 지배하는 땅을 뜻한다.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빚어내는 관악기의 속성을 상징한다. 풍부한 사운드와 화려한 화음으로 목관 앙상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를 이름에 담았다. 다섯 멤버는 2007년 실내악단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CMS)’의 관악기 멤버들로 만났다. CMS는 2012년 뉴욕 링컨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연주하고, 2013년 소니 클래식스 레이블로 프랑시스 풀랑크의 목관 앙상블 음반을 발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목관5중주는 목관악기 중 후발주자인 클라리넷이 19세기 초 오늘날의 위상을 확립한 뒤 목관 앙상블의 표준적인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후반에는 작곡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20세기 초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여러 명곡들이 나왔다. 에올리아 앙상블은 앞으로 목관5중주를 넘어 앙상블을 확대해 다양한 악기와 협업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플루티스트 윤혜리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발굴해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나 예비 음악가들에게도 관악 실내악의 다양한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단 연주회 제목인 ‘프롤로그’는 ‘본편에 앞서 그 내용을 맛보여 주는 첫 부분’이라는 뜻. 1부에는 오늘날의 목관5중주 양식을 확립한 프란츠 단치의 ‘목관5중주 G단조’와 파울 힌데미트의 ‘목관5중주를 위한 작은 실내악곡’ 등 독일 작곡가들의 작품을, 2부에는 다리우스 미요의 ‘목관5중주를 위한 르네 왕의 굴뚝’과 풀랑크의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6중주’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베토벤 시대 작곡가인 단치를 제외한 세 사람은 목관 실내악 레퍼토리가 크게 늘어난 20세기의 작곡가들이다. 풀랑크의 6중주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최초 클래식 연주자로 화제를 모은 피아니스트 문정재가 함께한다. 3만∼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일상을 위대하게… 의례 통과해 초월에 닿는 인간

    결혼식을 올리지 않아도 부부가 될 수 있다. 졸업식에 가지 않아도 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이런 의례에 집착할까. 세계 많은 지역에서 불타는 숯불 위를 걷거나 높은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독특한 의식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는다. 이런 무모한 일을 왜 하는 걸까. 그리스 출신으로 미국 코네티컷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젊은 시절 고국에서 본 순례 행렬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참여자들은 손과 무릎에 피가 흐르는 가운데 교회당으로 향하는 높은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이는 신앙에 기초한 행위지만 종교와 결부되지 않은 여러 의례도 높은 수준의 고난을 강요한다. 때로는 기괴하거나 부질없어 보인다. 저자의 주된 관심은 ‘왜 의례들이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왔을까, 이것들이 인간 사회에서 갖는 기능은 무엇일까’에 있다. 의례는 개인 차원에도 존재한다. 테니스 선수 나달은 경기 전 강박장애 환자를 연상시키는 루틴을 밟는다. 경기장에선 항상 모든 라인을 오른발 먼저 넘어간다. “그것들은 내가 머릿속에서 추구하는 질서가 주변과 일치하도록 정리하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의례가 번성하고 중요한 부분은 당연히 ‘집단적’ 의례다. 저자는 집단적 의례에 수반되는 연극성은 감각을 깨워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굉장한 것으로 탈바꿈시킨다고 설명한다. 콘서트장이나 운동 경기장에서 듣는 함성에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은 순간이다. 하지만 불 위를 걷기 같은 위험한 의례가 존속되는 이유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스페인의 산페드로에서 지역민들의 꼬임에 말려들어 실제 불 위를 걸었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두려움은 안도와 자부심으로 바뀌었고, 하루가 지나도 이어지는 강한 행복감을 맛보았다고 그는 설명한다. 몰입이 강할수록 자아가 확대되고 집단과 초월적인 일체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체감은 집단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높은 수준의 충성을 요구하는 집단일수록 대가가 큰 입단 의례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집단이 요구하는 위험을 감수한 개인은 더 강력한 소속감을 느끼고 집단의 대의에 헌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의 조직생활에도 의례는 존재한다. 회사에서 경험하는 회의와 휴식, 파티 등도 조직의 결속을 강화하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의식이다. 하지만 의례의 기능을 파고들었다고 해서 저자가 이런 의례 모두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집단적 의례는 나치의 열병식처럼 어둠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늘날의 인류는 불과 수십 년 전과도 엄청나게 다르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의례는 적절한 맥락에서 실행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고 못 박는다. “의식은 우리가 연대하고 의미를 찾고, 누구인지 알도록 돕는 인간 본성의 원초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의례적인 종(種)이다”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 책을 다 읽은 뒤 이의를 달기는 힘들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당찬 신인들 투입 ‘피가로의 결혼’… 변화무쌍 무대 ‘나비부인’

    15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5개 오페라단의 참여로 펼쳐진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노블아트오페라단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갈라콘서트에 이어 6월 21일∼7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본공연에서는 오페라 네 편이 공연된다. 지난해 14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선 갈라콘서트 외 대형 오페라 다섯 편, 소극장 오페라 두 편 등 일곱 편을 선보였다. 축제 규모가 줄어든 것은 올해 이 축제가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의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장르대표축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해 4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23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선섭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지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예술감독제를 신설하는 등 변화를 통해 축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25일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갈라콘서트는 양진모 지휘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신상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탈리아 근대 오페라 대표 거장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대표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두 오페라 중 첫 무대는 6월 21, 22일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이 연다. 강화자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 단장은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대거 발탁했다고 밝히며 특히 피가로 역의 베이스 최병혁에 대해 “매력 있고 힘찬 소리를 지녔다”며 주목을 당부했다. 6월 28, 29일에는 누오바오페라단이 푸치니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린다. 강민우 누오바오페라단 단장은 “나비부인은 아름다운 음악에 비해 무대 변화나 동선이 단조로운 편이어서 변화를 줬다.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바다의 변화와 각기 삶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의 뚜렷한 색깔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빈 국립오페라 등 유럽 최고 무대에서 나비부인 주역 ‘초초상’으로 출연해온 소프라노 임세경과 테너 이승목 등이 출연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가족 오페라 두 편은 하루 두 차례 총 4회씩 공연한다. 첫 무대는 6월 29, 30일 오페라팩토리가 공연하는 페르골레시 ‘마님이 된 하녀’다. 박경태 오페라팩토리 단장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오페라인 만큼 교육적 메시지를 담아보려 했다. 여성인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주체적으로 삶을 일궈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7월 6, 7일에는 더뮤즈오페라단이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을 무대에 올린다. 이정은 더뮤즈오페라단 단장은 “작곡가 훔퍼딩크는 성인 남자의 목소리를 피하기 위해 남자 어린이인 헨젤 역할을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도록 했지만 목소리가 고운 테너 윤주현이 이 배역에 적격이라 여겨 테너인 그가 헨젤 역을 맡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원작과 달리 남매의 엄마가 마녀의 조수로 등장하는데 나중에 아이들이 마녀와 싸워 이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귀띔하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기반으로 아이들이 엄마의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을 재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라콘서트 5만∼15만 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대극장 공연 1만∼25만 원, 자유소극장 공연 3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백건우가 풀어낸 모차르트, 엷은 미소로 보여주는 마법

    “피아니스트 아르투어 슈나벨이 ‘모차르트 음악은 아이가 치기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엔 너무 어렵다’고 한 말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8)가 생애 첫 모차르트 음반(사진)을 내놓았다. 예정된 ‘모차르트 3부작’의 첫 결실로 14일 발매한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1’ 앨범에는 판타지아(환상곡) K397을 첫 곡으로 소나타 12번 K332, 어린 연주자부터 대가급까지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즐겨 연주하는 소나타 16번 K545, 마지막 트랙에 실은 ‘전주곡과 푸가’ K394 등 일곱 곡을 담았다. 연주장이 마법이 펼쳐지는 공간이라면 백건우는 ‘보십시오, 모자에서 토끼가 나왔어요’라며 호들갑을 떠는 마법사가 아니다. 그는 가만히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놓고, 관객이 탄성을 지르기를 기다렸다가 비로소 엷은 미소를 짓는 마법사다. 작품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낱낱이 드러내되 듣는 사람의 귀에 인지되기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모습이 새 앨범에도 드러난다. 첫 곡인 환상곡 K397에서 백건우는 1부의 펼침화음을 과도한 몰입이나 침잠 없이 넓게 펼쳐낸다. 일부러 긴장을 조성하지 않는다. 알베르티 베이스(왼손 화음을 도솔미솔 식으로 펼쳐내는 수법)의 정석으로 꼽히는 소나타 16번에서 비킹구르 올라프손 식의 빠른 연주나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강조하는 우치다 미쓰코 식의 터치는 없다. 달려 나가기보다는 펴 바르는 느낌이고, 두 번째 주제는 미세하게 늦춰 나간다. 소나타 12번은 한층 무거우며 다양한 화음의 결을 선보이는 작품이다. 1악장 제2주제에서 살짝 다이내믹(강약대조)을 더 주면서 한결 내면으로 연소하는 표정을 선보인다. 그러나 연소는 너무 뜨겁지 않게 진행되고, 적절한 시점에 회수된다. 앨범 전체에 걸쳐 왼손과 오른손의 다이내믹(강약)을 크게 대조하지 않는다. 투명한 터치를 자아내려 굳이 애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만큼만’에 연주자의 주장이 실린다. 녹음 공간의 음향 역시 둔중한 울림을 주지 않은, 밝고 가벼운 편이어서 이런 표정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앨범 표지는 ‘나만의 느낌으로 그리는 백건우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대상 공모전을 열어 뽑은 백건우의 모습을 넣었다. 백건우는 6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백건우와 모차르트’ 리사이틀을 연다. 이달 24일 성남 아트리움, 25일 안양 평촌아트홀, 6월 1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8일 여주 세종국악당, 15일 인천 중구문화회관에서도 리사이틀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주 뵈니 반갑네요” 다시 찾아오는 피아노 명인들

    2022년 이후 내한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주를 펼치며 코로나19에 지친 음악 팬들을 위로해준 피아니스트들이 한국을 다시 찾아온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말로페예프(23)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022년 9월에 이은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모차르트 소나타 14번,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이즈’,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 등을 연주한다. 말로페예프는 2022년 9월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등을 선보이며 ‘노래하듯 자연스러운 연주’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해 10월 장윤성 지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1, 3번을 협연하고 지난해 12월에는 브람스와 슈만의 5중주곡을 아벨 콰르텟과 협연하는 등 국내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13세 때 차이콥스키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말로페예프는 단순한 신동이 아니다. 깊이, 기술, 음악적 연상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2017, 2018, 2022년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 리사이틀에서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강력한 타건과 웅혼한 해석, 정교한 기교를 자랑한 조지아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82)는 30일 금호아트홀에서 슈베르트 악흥의 순간 D780, 브람스 소나타 1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등을 연주한다. 명교사 겐리히 네이가우스의 제자로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계보에 속하는 비르살라제는 독일 뮌헨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보리스 베레좁스키, 알렉세이 볼로딘, 박종화, 김태형 등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을 제자로 배출했다. 음반 목록이 넓지 않아 예술성에 비해 덜 알려진 면이 있지만 광대한 다이내믹과 치밀한 분석력을 함께 갖춘 그의 연주는 실제 공연에서 큰 열광을 불러오기로 유명하다. 캐나다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35)은 2014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조성진에 이어 2위에 올라 한국 피아노 팬들에게 특히 낯익은 얼굴이다. ‘쇼팽에 진심인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그는 2022년 11월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쇼팽 전주곡집 24곡 전곡 등을 선보였다. 6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는 1부에 그라나도스와 알베니스의 스페인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2부는 쇼팽의 왈츠 여덟 곡 등으로 꾸민다. 캐나다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63)과는 인척 관계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종종 피아노 듀오로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아시아인 최초로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된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타이손(66)은 다음 달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층에서 3층까지 전석을 매진시킨 뒤 2년 만이다. 현존 최고의 쇼팽 해석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이번 리사이틀 1부를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가브리엘 포레의 녹턴 1번으로 시작해 드뷔시 ‘2개의 아라베스크’와 ‘어린이 차지’ 등으로 장식한다. 2부는 쇼팽 뱃노래 F샤프단조로 시작해 왈츠 다섯 곡 등 쇼팽 곡들만으로 꾸민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의 클래식感]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그는 카렐 다리를 지켰다

    체코 수도 프라하의 관광 명소인 카렐 다리를 동쪽으로 건너 오른쪽으로 돌면 블타바강 변에 1936년 세워진 스메타나 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를 기리는 장소다. 박물관 앞에는 스메타나의 동상이 있다. 동상과 15세기 지어진 카렐 다리, 블타바강, 멀리 프라하 성이 그림엽서 같은 정경을 이룬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블타바(몰다우)강’의 유장한 선율을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스메타나의 박물관과 동상이 카렐 다리 가까이 있는 것은 그가 ‘블타바강’을 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스메타나는 이 다리 위의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방어 책임자였다. 1848년 3월 프라하에서는 오스트리아 제국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났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대부분 지역을 뒤흔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시민 혁명의 일환이었다. 프랑스인이나 독일인들의 요구는 시민들의 자유를 확대하고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었지만 체코인들의 목표는 독립 국가를 세우거나 최소한 자치권을 부여받는 것이었다. 프라하 봉기의 지도자는 스메타나의 친구이자 시인인 카렐 하블리체크였다. 애국심이 끓어오른 스물네 살의 스메타나도 혁명파 시민군에 가담했다. 그가 작곡한 시민군 노래는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애창됐다. 6월이 되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군대가 시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몰려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스메타나를 비롯한 시민군은 카렐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하블리체크는 친구인 스메타나에게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책임을 부여했다. 그러나 일거에 들이닥친 황제군은 바리케이드와 시민군을 쓸어버리고 프라하에 구체제를 회복했다. 놀랍게도 스메타나는 투옥되지 않았다. 통제의 압력을 완화함으로써 불안을 잠재우려는 오스트리아의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혁명의 지도자였던 하블리체크도 감형 끝에 석방됐다. 이후 스메타나는 다시 깊어진 고국의 정치적 억압에 더해 세 딸의 잇따른 죽음 등 개인적 불운까지 겹친 가운데 스웨덴의 예테보리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시간이 흘러 오스트리아 제국에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자 1861년에 그는 프라하로 돌아왔다. 카렐 다리 아래를 흐르는 유장한 물줄기를 1875년 교향시 ‘블타바강’에 담아내면서 스메타나는 혁명의 열기를 핏줄의 고동으로 느꼈던 20대의 젊은 날을 회상했을 것이다. 1848∼49년 유럽 혁명이 가져온 성과는 미미했지만 이 격정의 시기를 통과한 사람들의 마음에는 자유와 애국심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자라고 있었다. 스메타나 한 세대 뒤 그의 후예인 체코의 드보르자크, 노르웨이의 그리그 등에 의해 만개한 민족주의 음악의 결실도 이 혁명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크건 작건 19세기 중반을 통과한 혁명의 이상이 움터 각국의 민족적 색채로 화려한 꽃을 피워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한가운데를 통과한 시민 혁명은 스메타나 외에 다른 여러 나라 작곡가들의 삶에도 뚜렷한 영향을 남겼다.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혁명을 억압하는 보수파 편에 서서 ‘라데츠키 행진곡’을 작곡했다. 아들인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혁명파 편에 서서 프랑스 국가를 연주했다가 체포됐다. 독일 음악극의 아버지 바그너는 드레스덴에서 건물에 올라가 시민들을 선동했다는 죄로 독일에서 추방됐다. 그는 13년 동안 다시 독일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일찍이 러시아에 점령된 고국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쇼팽의 경우는 한결 불운했다. 파리 살롱계가 혁명의 여파로 줄줄이 리사이틀을 취소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것이다. 쇼팽은 새로운 청중을 찾아 영국 런던으로 향했고, 습하고 탁한 런던의 공기에 건강을 상하고 만다. 혁명이 종식된 1849년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현악 4중주단 토너스 콰르텟이 연주하는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경희대 교수), 김예지, 비올리스트 한연숙, 첼리스트 이강호(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가 스메타나 현악 4중주 1번 ‘나의 생애에서’와 드보르자크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 등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첼로 거장 슈타커 탄생 100년… 韓-日두 제자가 바치는 선율

    “슈타커 선생님이 1975년 3월 동아일보 주최·신수정(서울대 명예교수) 선생님 반주로 이화여대 강당에서 독주회를 여셨죠. 어린 저도 공연을 보았고, 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됐습니다.”(양성원·57·연세대 음대 교수) 헝가리 출신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1924∼2013·사진)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축제가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롯데콘서트홀에서 7월 3∼5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5∼7일 펼쳐지는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이다. 양성원과 일본 첼리스트이자 산토리홀 대표인 쓰쓰미 쓰요시(堤剛·82) 등 슈타커의 제자 두 사람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슈타커는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을 나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건너가 콘서트와 음반 녹음 활동을 펼치면서 인디애나대에서 여러 첼리스트를 양성했다. 두 음악감독은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승에 대한 추억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슈타커 선생님은 ‘전통과 역사를 먼저 배운 뒤에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하셨죠.”(양성원) “제자의 단점은 메워주고 장점을 찾아 길러주는 스승이셨습니다. 여러 첼리스트를 길러내셨지만 그 개성은 각기 다 다릅니다.”(쓰쓰미) 양성원은 1967년 동아일보 주최로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첫 내한연주회를 비롯해 1970, 1975년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연주회 등 신문 스크랩을 공개하며 스승을 회고했다. “제가 선생님께 작별인사를 드릴 때 ‘횃불을 계속 들고 가라’고 하셨죠. 후대를 위해 길을 밝히라는 이 말씀은 내 삶의 이정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29일 발매할 앨범 ‘에코 오브 로망스’를 슈타커에게 헌정하겠다고 밝혔다. 쓰쓰미는 “슈타커 선생은 한국인 음악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시절에 ‘한국에 음악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3일 콘서트에서는 쓰쓰미와 양성원, 마크 코소워(밤베르크 교향악단 수석) 등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한다. 4일엔 미국 첼리스트 게리 호프먼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일본 차세대 첼리스트 우에노 미치아키가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며 2부에서 ‘슈타커 센테니얼 앙상블’이 첼로 앙상블 음악을 연주한다. 5일 ‘협주곡의 밤’에는 이승원 지휘 서울시향과 세 솔리스트가 하이든 첼로 협주곡 2번과 슈만, 드보르자크의 협주곡을 연주한다. 5일 공연에서는 산토리홀에서 진행되는 쓰쓰미의 스피치를 롯데콘서트홀에서 중계한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6일 산토리홀에서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메트 오케스트라 첫 내한… 최정상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푸른 수염의 성’

    “메트 오케스트라는 무대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작품이 변화하는 느낌을 표현해 냅니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죠. 이것이 이 오케스트라를 세계 최고중 하나로 만든 이유입니다.”(야니크 네제세갱/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음악감독)세계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이하 메트 오케스트라)가 처음 한국을 찾아온다.1883년 창단돼 구스타프 말러,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브루노 발터 등 전설적 지휘자들의 조련을 받아온 이 악단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6월 19일 버르토크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등을 무대에 올리고 20일에는 모차르트의 콘서트용 아리아들과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2018년부터 이 악단과 메트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캐나다 지휘자 야니크 네제세갱(49)이 지휘봉을 든다. 네제세갱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거쳐 현재 메트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으며 북미 출신 지휘자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다.이번 공연은 화려한 성악 협연진들로도 눈길을 모은다. 19일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의 성’은 메조 소프라노 중 현역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엘리나 가랑차가 주인공 주디트 역으로 출연한다. 라트비아 출신 가랑차는 2008년 메트로폴리탄에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여주인공인 로지나 역으로 데뷔했고 이후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메조소프라노가 주목받는 거의 모든 역할을 정복해 왔다. 2003년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푸른 수염의 성’은 성의 성주가 결혼한 아내들을 잇달아 살해한다는 샤를 페로의 동화에서 소재를 따왔다. 푸른 수염 역에는 메트와 LA오페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에서 활약해온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이 출연한다. 메트 오케스트라는 19일 ‘푸른 수염의 성’에 앞서 공연 전반부에는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과 드뷔시 ‘펠레이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을 연주한다.20일 공연에서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들은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가 노래한다. 모차르트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와 ‘베레니체에게… 태양이 떠오른다’ 등을 선보인다. 오로페사는 201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벌리 실즈 아티스트상을 받았고 유럽과 미국의 대표 오페라 극장들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이번 공연에 앞서 지휘자 네제세갱과 협연자들은 공연의 의도 등을 묻는 동아일보의 E메일 질문에 자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지휘자 야니크 네제세갱>―이번 공연의 곡목을 선정하는 데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하셨는지요.“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의 성’은 극적인 색채와 넓은 음악의 팔레트를 보여주는 역작입니다. 바그너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서곡과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공연 초반에 넣은 것은 두 작곡가가 버르토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이번 공연의 협연자인 엘리나 가랑차와는 비제 ‘카르멘’ 공연을 함께 했고 이는 영상물로도 발매됐습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가랑차는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 시대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 중 한 사람이죠. 2009년의 카르멘 공연 뿐 아니라 최근에는 빈 쉔브룬 궁전의 빈 필하모닉 여름 콘서트에서 함께 하는 등 여러 무대를 함께 했습니다. ‘푸른 수염의 성’ 여주인공은 극적인 힘과 소리의 뛰어난 컨트롤이 필요하고 그게 가랑차의 강점입니다.―이번에 공연할 말러 교향곡 5번에 대해 말한다면.“4악장 ‘아다지에토’는 이 교향곡의 핵심입니다. 현악기의 절묘한 멜로디가 있고 말러의 오스트리아적 분위기를 전달하며 오페라처럼 이야기를 전합니다.―2017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 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콘서트홀’이라고 했습니다.“우선은 아름다운 음향 때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필하모니 드 파리’나 도쿄 산토리홀과 비슷한 소리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홀이란 훌륭한 관객 없이는 없는 것입니다. 한국 관객들은 특별합니다.”―2018년 메트를 처음 맡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요.“가족에게 저는 ‘이건 한 사람에게 너무나 커다란 일’이라고 말했고 메트를 이끌게 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영광 중 하나입니다. 140년 이상을 쌓아나간 메트의 유산은 내게 음악가로서의 의미를 제시해 줍니다.”―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에서 번스타인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에게 지휘법을 지도하셨는데….“지휘법을 알려주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커티스 음악원과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등에서 여러 지휘자를 가르쳤으니까요. 브래들리와 나는 2015년 처음 만났는데 그 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매우 친해졌습니다.”<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이번에 공연할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에서 여주인공 주디트는 사랑과 두려움을 넘나들어야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가스라이팅이나 ‘스톡홀름 증후군’과 연결시킵니다. 주디트의 캐릭터를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까요?“극에서 푸른 수염의 성을 돌아다니는 주디트의 여정은 복잡하고도 다층적입니다. 주디트에 대한 해석은 그가 푸른 수염을 사랑하면서도 그의 성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는데 따라, 그가 어떻게 불안과 두려움에 빠져드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뢰와 호기심을 따르지만 강박과 긴장이 있는 여정이라고 나는 해석합니다. 그의 내적인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디스를 생생한 인물로 만들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려 합니다.”―비제 ‘카르멘’의 카르멘 역, 생상스 ‘삼손과 델릴라’의 델릴라 역으로 특히 사랑받아 왔습니다. ‘푸른 수염의 성’의 주디트는 이들과 어떻게 다를까요?“델릴라나 카르멘은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유혹적인 캐릭터로 곧잘 묘사됩니다. 반면 주디트는 사랑과 호기심 때문에 푸른 수염에게 끌리는 동정적인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델릴라나 카르멘처럼 주디트도 자신의 갈등에 직면하며 자신의 욕망이나 두려움과 싸웁니다. 델릴라는 매력적이고 카르멘은 대담하다면 주디트는 감정적입니다.”―2022년 영국 로열 오페라의 ‘삼손과 델릴라’에 테너 백석종과 함께 출연했습니다.“백석종 씨는 다른 가수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고 친절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전문적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잘 경청하는 훌륭한 동료였습니다.”―가장 좋아하는 역할이나 하고 싶은 역은 무엇인가요?“좋아하는 배역은 베르디 ‘아이다’에서 아이다를 질투하는 공주 암네리스입니다. 암네리스 역은 내가 오페라 가수가 되기를 결심하는 계기를 만든 역할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은 베르디 ‘팔스타프’의 퀵리 부인입니다. 그는 반드시 어른스러울 필요가 없으며 더 활기차거나 젊게 묘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아주체나 역이나 바그너 ‘로엔그린’의 오르투르드 역도 해보고 싶습니다.”―남편이 지휘자 카렐 마크 시숑입니다. 댁에서 음악 얘기도 하시나요?“전혀요, 하하하! 집에서 음악 얘기는 금기죠. 집에서는 서로 부부와 부모로서의 역할을 즐길 뿐입니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부르는 데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이번에 부를 곡들에 나타나는 간결함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잘 보여줍니다. 쉬워 보일수록 더 부르기 어렵습니다. 가수에게 부족한 점이 더 쉽게 들리기 때문이죠. 모차르트를 노래하려면 ‘무기고’에 감정적인 미묘함, 프레이징(분절법) 등 많은 것이 들어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보여야만 합니다. 훌륭한 피겨 스케이터를 보는 것처럼, ‘와, 정말 쉬워 보이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합니다.”―예전에 플루트를 공부했고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연주했다고 들었습니다.“플루트 공부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악기는 가사가 없기 때문에 더 쉽게 사랑할 수 있었죠. 하지만 가수가 되면서 가사가 붙었고, 이는 내게 새로운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가사가 붙든 안 붙은 음악은 언어를 넘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전달합니다.”―당신의 콜로라튜라(목관악기와 비슷한 기교)는 매우 정밀해서 놀라울 정도입니다. 매일 연습이 필요한가요?“거의 매일 연습합니다. 하지만 목소리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으로 연습해야 합니다.”―부모님이 쿠바 출신이고 프랑스 문화의 자취가 있는 뉴올리언스에서 성장했는데, 이 배경이 음악적 성장에 영향을 주었나요?“절대적이죠! 부모님이 음악을 사랑하셔서 저는 노래하는 걸 격려 받으면서 자랐습니다. 루이지애나에서 자랐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저는 프랑스어 노래를 좋아합니다. 프랑스에서 찾을 수 있는 색채와 프랑스 시, 작곡가들을 사랑합니다.”<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버르토크 ‘푸른 수염의 성’에서 푸른 수염 역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푸른 수염 역할은 극단적인 요소들을 요구합니다. 굉장히 높은 음과 낮은 음, 굉장히 큰 음과 굉장히 여린 음을 모두 표현해야 합니다.”―푸른 수염은 악인일까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까요?“저는 푸른 수염이 ‘모두가 사랑하는 나쁜 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늙고 피곤하면서도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데려오지만 그것은 그가 부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매력 있는 남자입니다. 그를 표현하는 음악을 들으면 전부 악하지만은 않습니다. 분명 차가운 마음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메트 오케스트라가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메트 오케스트라는 가수와 함께 숨쉬는 데 익숙합니다. 특정 가수가 좋은 상태인지 아닌지, 그가 고갈된 상태인지 여유가 있는지 바로 알아채고 공연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건 이 오케스트라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가수들과 백년 넘게 호흡해왔기 때문입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암호화폐’라는 신기루, 끝까지 파고들어가다

    “십몇 년 전에 암호화폐로 피자 한 판을 사먹었대. 놔뒀으면 1억 원이 넘는 건데.” 모임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얘기다. 하지만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과 가상화폐 루나의 대폭락으로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는 된서리가 몰아쳤다. 투자해도 좋은 걸까. 블룸버그의 탐사전문 기자인 저자는 2021년부터 2년 동안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밀착 취재했다. 바하마의 FTX 사옥부터 투자자들이 파티를 여는 대형 요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매력적인 이성을 가장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캄보디아의 사무실 현장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다 2022년 FTX 파산 사태가 터졌고, 저자는 ‘암호화폐의 왕’이라고 불린 이 회사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체포되기 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다. 취재의 시작은 암호화폐의 은행으로 불린 테더코인이었다. ‘테더가 약속을 어기고 불안한 투자를 한다’는 정보를 접한 저자의 눈에 테더코인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FTX와 뱅크먼프리드가 들어왔다. 그는 ‘선을 행하기 위해 최대한 돈을 많이 벌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FTX 파산 당시 서른 살에 불과했던 그는 벌어들인 돈을 개발도상국의 전염병 예방과 지구온난화 방지 같은 일에 기부했지만 저자의 눈에는 ‘돈을 벌기 위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핑계’로 보였다. 저자는 비트코인을 공용화폐로 선언하고 자국 화폐를 없앤 엘살바도르도 찾아간다. 현지인들은 ‘비트코인은 쓰레기다’라며 달러만 받았다. 필리핀에서 암호화폐 ‘스무스러브포지션’이 불러온 현실도 기가 막혔다. 게임을 해서 점수가 오르면 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었고 가격이 급상승하자 사람들은 생업을 걷어치운 채 게임에 몰두했다. 2021년 스무스러브포지션이 폭락하자 이들은 주저앉았다. 암호화폐는 실제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데 가격이 오른다.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가 만난 그 누구도 그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를 폰지 사기에 비유한다.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 수법을 뜻한다. 실제 자신을 취재하는 저자에게 뱅크먼프리드는 ‘폰지 사기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쓰면 흥미롭겠네’라고 말한다.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체포 직전에 만난 그는 여전히 “FTX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내 실수였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저자의 눈에 그는 고객의 돈으로 도박을 한 범죄자였으며 인출이 보장되지 않는 암호화폐란 뜬구름이었다. 지난해 ‘오르는 숫자(Number Going Up)’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와 비슷하게 뱅크먼프리드를 직접 만나 취재한 마이클 루이스의 책 ‘무한히 계속하기(Going Infinite)’와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Number Going Up’은 워싱턴포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에 포함됐다. 루이스의 책은 ‘뱅크먼프리드에게 지나치게 동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FTX 파산과 루나 폭락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저자에게는 ‘놀랍게도’ 테더는 아직 건재하다. 암호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은 2017년 개당 1000만 원을 넘어선 뒤 2207일 만인 올해 3월 11일 1억 원을 찍었고 5월 초 현재 80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숫자를 보여도 저자는 같은 말을 할 것이다. “가격이 오르니까 암호화폐를 사야 한다는 건 컬트 집단이 세계 종말과 자신들의 구원을 확신하는 것과 같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로… ‘퀸엘리자베스’ 녹일 K클래식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경연으로 꼽히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6일 개막했다. 본선 진출자 69명 중 한국인이 7명으로 대부분 국내외 유명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을 했거나 활발히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어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에 이은 이 부문 두 번째 우승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최종 결선 결과는 현지 시간 6월 1일 밤 12시 무렵(한국 시간 2일 아침) 발표된다. 국가별 본선 진출자 수는 미국 13명, 중국 9명, 한국 7명, 일본·프랑스 각 6명 순이다. 한국인 본선 진출자 중 최송하(24)는 2022년 이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인 언니 최하영(26)의 동생이어서 2년 차이를 둔 자매 입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이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콩쿠르 현악 부문 최우수상,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2위와 청중상을 수상했다. 올해 2월 서울 마포문화재단 신춘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협연했다. 김은채(27·한스아이슬러 음대)는 2022년 카를 닐센 국제콩쿠르 3위에 이어 2023년 명문 콩쿠르인 칼 플레시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눈에 띈다. 김하람(26·커티스 음악원)은 지난해 하얼빈 콩쿠르 3위, 파가니니 콩쿠르 6위에 올랐다. 양에스더(24·줄리아드 음악원)는 지난해 이자이 콩쿠르 3위에 올랐다. 오해림(25·커티스 음악원)은 2022년 뉴잉글랜드 음악원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멤버로 알려진 유다윤(23·한스아이슬러 음대)은 지난해 롱티보크레스팽 콩쿠르 2위에 올랐다. 임아나(27·런던 왕립음악원)는 올해 아르스 클라시카 콩쿠르와 마이클 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올해 심사위원은 16명이며 한국인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서울스프링페스티벌 예술감독)과 이경선(인디애나 음대 교수)이 참여한다. 강동석은 1976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에 입상하며 이 대회 최초의 한국인 입상자가 됐고 2015, 2019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경선은 1993년 이 콩쿠르 결선에 올랐다. 강동석은 2009, 2018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 이경선은 2015년 같은 콩쿠르 심사위원을 지냈다. 올해 콩쿠르에서는 6∼11일 열리는 본선을 통과한 24명이 준결선(13∼18일)에 진출하며 최종 12명이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보자르 아트센터에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결선 연주를 펼친다. 우승자는 경연 마지막 날인 6월 1일 밤 12시 무렵 발표되며 벨기에 왕가가 수여하는 2만5000유로(약 36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콩쿠르 전 과정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중계된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바이올린 부문 임지영, 첼로 부문 최하영, 성악 부문 홍혜란(2011년) 황수미(2014년) 김태한(2023년), 작곡 부문 조은화(2008년) 전민재(2009년)가 있다. 바이올린 부문은 임지영·강동석 외 1985년 배익환이 2위, 2009년 김수연이 4위에 입상했다.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조직위원회와 2015년부터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인 연주자들의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피아노 전설 빈자리, 名교육-연주로 채울게요”

    피아니스트 한지호(32·사진)가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인디애나대는 이 대학 교수로 재직해온 명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1923∼2023)가 지난해 타계한 뒤 피아노과 신임 교수를 물색해 왔다. 인디애나대 음대는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꼽힌다. “프레슬러 선생님의 빈자리에 가게 된 셈이니까 큰 영광이죠. 어릴 때부터 그분의 팬임을 자처할 정도로 좋아했기 때문에 서거하신 후 인디애나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지원했어요.”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지호는 “어떤 피아니스트들이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슬러는 전 세계 피아노 3중주단의 대명사였던 ‘보자르 트리오’의 피아니스트로 85세까지 활약했다. 한지호는 “프레슬러 선생님처럼 실내악 활동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대 음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전 서울대 교수)이 지난해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지호는 “이 선생님을 물론 잘 알지만 뵐 기회가 없었다. 함께 화음을 맞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지호는 독일 에센폴크방 음대에서 학사를 취득한 뒤 하노버국립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4년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독일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청중상, 현대음악 특별상을 받았다. “제가 일찍 독일에 와서 한국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으로 고국에서 많은 연주 기회가 열리게 됐죠. 정말 감사한 대회였습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 무대에서 활동해온 그는 4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김성진 지휘 김천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라흐마니노프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청중이 매우 따뜻했고 집중해 주시는 분위기여서 만족스러운 무대였습니다.” 그는 6월 20일 금호아트홀 연세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함께 선다.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바이올린을 위한 편곡 작품들을 연주하고, 내년 1월에는 프랑스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1925∼2016)의 작품들로 리사이틀을 할 예정이다. 그는 “유럽에서 예정된 활동이 많아 독일 에센에 있는 집도 처분하지 않고 놔뒀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세 곳을 분주히 다니며 교육과 연주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애플뮤직 클래시컬, K연주자 협업 늘릴 것”

    “한국 클래식 음악 시장은 세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세계적 성공에 한국 유명 연주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올리버 슈서 애플뮤직 부사장(사진)은 올 1월 24일 서비스가 시작된 클래시컬 한국 서비스의 성과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그를 24일 줌으로 인터뷰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에선 올 1월에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기다림이 길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지금까지 녹음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5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클래식 팬들은 특정 연주가, 특정 연주 버전 등 다양하게 검색을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여러 언어로 표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국 출시 이후 3개월의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와 스트리밍 수 모두 당초 전망을 넘어섰고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전해 오는 반응도 기대 이상입니다.” (구체적 수치를 묻는 질문에 슈서 부사장은 ‘국가별 숫자를 밝히기보다는 서비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윤찬, 조성진과 작곡가 정재일 등이 협력 아티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피아니스트 비중이 높은 편인데 협력 아티스트들을 늘려나갈 계획인지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주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여러 영역의 연주가들과 협력을 늘려 갈 계획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제 등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는데 이런 쪽으로도 협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특징 중 하나가 협력 아티스트들이 선정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자신들의 연주뿐 아니라 자신들이 영향을 받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주들을 소개하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요.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아티스트의 연주뿐 아니라 그들의 생각까지 음악 팬들과 공유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이것은 저희 DNA의 핵심이며 팬들도 정말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애플뮤직은 공간 음향 기능을 제공하는데 애플 외의 기기에서는 기능이 제한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애플뮤직의 공간음향은 (브랜드 상관없이) 모든 스마트폰과 이어폰, 헤드폰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좌우 두 방향을 넘어 공간으로 확대되는 음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기존 애플뮤직 앱에서 제공되던 다운로드 기능이나, 스마트TV 등 인텔리전스 기기로의 캐스팅 기능은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간 시간이 필요합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팬이라고 밝힌 슈서 부사장은 “새로운 녹음은 음악 산업의 심장과 같기에 전담 팀에서 새로운 레코딩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음악 팬의 풍부한 지식과 열정은 한국 음악시장을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기훈이 심사위원 울린 그 노래… 오페라 ‘죽음의 도시’ 국내 초연

    2021년 6월 영국 카디프 콩쿠르 결선. 심사위원 로버타 알렉산더(소프라노)가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인 바리톤 김기훈의 노래를 듣던 중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그가 눈물을 닦는 모습은 TV로 고스란히 중계됐고,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당시 김기훈이 부른 노래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에 나오는 아리아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였다. 이 곡은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톤 김태한이 당시 결선에서 부른 네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립오페라단이 20세기 초 작곡계 신동 코른골트가 스물세 살 때 작곡한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국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5월 23∼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죽음의 도시’는 벨기에의 고도(古都) 브루게를 무대로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환상적인 얘기를 그려낸다. 주인공 파울은 죽은 아내와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집으로 초대한다. 꿈과 현실이 혼동되는 가운데 파울은 마리에타의 목을 조르고, 정신을 차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는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코른골트는 20세기 초 작곡가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푸치니의 응원과 도움을 한 몸에 받은 음악계의 기린아였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나치의 그림자가 유럽에 짙게 드리워지자 미국으로 이주했고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기초를 정립했으며 ‘로빈후드의 모험’ 등 영화음악으로 오스카상을 두 번 수상했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죽음의 도시’ 프로덕션 미팅에서 이 작품 연출을 맡은 스위스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는 “현실과 꿈, 환각 사이의 대화를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원작과 달리 산업화된 도시의 거친 모습을 무대에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지휘자 로타르 쾨니히스는 “다양하고 풍성한 색깔을 느낄 수 있는 낭만적 오페라다.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파울 역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이, 죽은 아내 마리와 그를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동시에 연기하는 여주인공 역은 소프라노 레이철 니컬스와 오미선이 노래한다. 사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바그너 오페라에서 ‘눈부시게 밝고 자연스러우면서 영웅적 색깔을 가진 테너’라는 호평을 받았다. 니컬스도 영국 로열 오페라 등을 중심으로 바그너 오페라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사카는 2020년 벨기에 라모네 극장에서, 니컬스는 2022년 러프버러 페스티벌에서 ‘죽음의 도시’에 출연한 바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CBS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의 클래식感]“카네기홀에 어떻게 가죠?” “연습, 연습, 연습”

    26일 올해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스물한 번째 순서로 열린 홍석원 지휘 광주시립교향악단 콘서트에서는 옛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첫 곡으로 연주됐다. 3악장에서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두 손이 음계를 따라 빠르게 낮은음과 높은음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쇼스타코비치는 ‘하농’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샤를 루이 아농(1819∼1900)의 ‘거장 피아니스트의 60가지 연습곡집’을 여기서 풍자했다. 아농의 연습곡집은 손가락 힘을 기르기에 그만이라고 평가된다.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아농 연습곡집이 20세기 초 러시아 음악원들의 의무 평가곡이었기에 러시아가 걸출한 피아니스트들을 낳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곡은 왼손과 오른손이 같은 음계로 단조롭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고역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올해 애플뮤직 ‘클래시컬 세션’에서 공개한 연주에는 아농의 ‘그레그와의 당나귀 론도’와 체르니의 ‘로드 변주곡’이 있다. 손열음은 “어렸을 때 재미없게 친 연습곡들의 작곡가이지만 연습곡뿐 아니라 아름다운 곡도 많다”고 전했다. 드뷔시의 피아노곡집 ‘어린이 차지’ 첫 곡 제목은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다. 아농 연습곡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단조롭게 오가는 음계가 특징이다.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은 이탈리아 작곡가 클레멘티의 연습곡으로 ‘예술의 신 아폴로와 뮤즈들에게 바쳐진 파르나소스 봉우리로 오르는 발걸음’을 뜻한다. 피아노 연습에 매여 지겨워하는 어린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이 곡에서 그려진다. “하루 연습을 빼먹으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비평가들이 알고, 사흘 안 하면 세상이 다 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에 대해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연주가라면 누구나 이 말을 금언처럼 외우고 있다. 대연주가에게 ‘카네기홀로 어떻게 가죠’라고 묻자 “연습, 연습, 연습”이라고 답했다는 얘기도 있다. 역시 누가 한 말인지는 엇갈리지만 연주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이처럼 연습은 의무이자 벗어나기 힘든 운명이다. 대첼리스트를 넘어 첼로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1876∼1973)는 젊었을 때 산을 오르다가 굴러떨어지는 돌에 왼손을 맞았다. ‘이제 연주를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는 연습에서 벗어나겠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훗날 회상했다. 그런 카살스는 95세 때에도 매일 세 시간씩 연습했다. 한 기자가 “지금도 그렇게 매일 연습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연습하면 실력이 느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최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음반사 데카에서 내놓은 쇼팽 연습곡집이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의 ‘이달의 녹음’으로 선정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쇼팽 연습곡집 Op. 10과 Op. 25는 피아니스트가 마주치는 여러 기술적 도전에 응할 수 있도록 작곡되었을 뿐 아니라 한 곡 한 곡이 예술적으로도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하도록 설계됐다. 임윤찬은 지난달 손에 무리가 생겼다며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리사이틀 등 몇몇 연주를 취소했다. 쇼팽 연습곡집 발매를 맞아 가진 줌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 2주를 쉬니 손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절하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속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했던 그의 열정이 자칫 손의 무리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안락의자에 파묻힌 마음 편한 감상자들은 대부분 연주자의 내면과 예술성에 대해서부터 얘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만 시간을 쌓아 올린 연주자의 땀과 고독한 연습이 있다. 유명 연주자뿐 아니라 그 길을 향해 묵묵히 걷는 수많은 연주자와 그 지망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도 음악 팬들에게 꼭 필요한 역할일 것이다. 아폴로 신과 아홉 명 뮤즈가 기다리고 있는 파르나소스 봉우리에 그 연주가들 모두가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 과정부터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우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여성 운동, SF 작가… 규범 너머 시대 앞선 엄마와 딸

    갓 태어난 딸의 이름을 어머니와 같은 ‘메리’로 지을 때는 200여 년 뒤 이런 책이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영국과 유럽 사회의 변혁을 온몸으로 헤치며 지성사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모녀의 이중(二重) 전기다. 딸은 SF 문학의 효시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1797∼1851), 그를 낳고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불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다. 미국 영문학자인 저자는 두 사람의 생애를 각각 20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차례로 교차시킨다. 모녀 모두 유년기는 평탄하지 않았다. 어머니 메리의 아버지는 폭력적이었고 딸 메리는 의붓어머니의 견제와 차별을 감당해야 했다. 두 여성 모두 도버 해협 건너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갔다. 어머니 메리는 프랑스 혁명 직후의 살벌한 파리에 외국인 여성의 몸으로 뛰어들었다. 딸 메리는 의붓여동생까지 데리고 유부남인 시인 퍼시 셸리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다. 어머니 메리의 대표작 ‘여성의 권리 옹호’는 33세 때인 1792년에 출간돼 돌풍을 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는 “매력만으로 여성이 평가받도록 훈련받아선 안 된다. 남녀 모두 더 높은 열망을 지녀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할 때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었고 철학자 고드윈과 평등한 가정을 구축했다. 메리 셸리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계승자인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오랫동안 딸 메리는 ‘어머니의 가치보다 사교계에서의 입지나 신경 쓴 인물’로 치부됐다. 저자의 최대 관심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의 정당한 위치를 찾아주는 것이다. 특히 메리 셸리가 어머니에 대해 쓴 글에 주목한다. 딸은 어머니에 대해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에 따르는 슬픔을 경험했으므로 이러한 슬픔을 덜어주려는 간절한 열망이 마음속에 불타올랐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저자는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어머니에 대한 갈망을 찾아낸다. 메리 셸리는 이 소설의 배경을 ‘7월 31일에 월요일이 돌아오는 해의 12월에서 9월까지’로 설정했다. 어머니 메리가 그를 임신하고 출산한 뒤 사망한 1796년 12월∼1797년 9월과 일치한다. 저자는 어머니 메리가 스스로를 부른 별명 ‘무법자(outlaw)’가 모녀 모두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킬 책을 썼을 뿐 아니라 속박을 거듭해서 깨뜨렸고 규범에 도전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혁명의 문을 열었다.” 당대 지식계의 총아였던 두 여성의 배우자뿐 아니라 시인 콜리지, 워즈워스, 키츠, ‘프랑켄슈타인’ 착상 현장에 함께했던 바이런, 미국 정치가 겸 정치철학자 존 애덤스 등 당대 지성의 별들이 함께하는 일화들이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원제 ‘낭만적 무법자들(Romantic Outlaws·2015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